기후부 장관 “국내선 탈원전, 해외선 수출…솔직히 궁색했다”

기후부 장관 “국내선 탈원전, 해외선 수출…솔직히 궁색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7일 열린 '바람직한 에너지믹스 2차 정책토론회'에서 과거 문재인 정부의 원전 정책을 직접 언급하며 “국내에서는 원전을 더 짓지 않겠다고 하면서 해외에는 원전을 수출했던 것은 한편으로 궁색한 측면이 있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축사에서 신규 원전 2기 건설이 포함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둘러싼 논의를 언급하며, “원전의 위험성을 문제 삼으면서도 해외에는 원전을 수출하는 정책은 논리적으로 국민에게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며 이번 토론회의 개최 배경을 재차 설명했다. 그는 “체르노빌과 후..

지역난방공사, 국내 최초 ‘열병합발전소 완전 자동운전’ 시대 열었다

한국지역난방공사(사장 정용기가 국내 최초로 열병합발전소의 모든 운영 과정을 자동화하는 데 성공하며 지능형 스마트 발전소 구현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한난은 화성지사에 발전소 주요 설비를 운전원의 개입 없이 기동·정지·조정할 수 있는 '완전 자동운전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고 혔다. 2007년 준공된 500MW급 화성지사는 이번 시스템 도입을 통해 가스터빈, 배열회수보일러, 스팀터빈 등 발전소 핵심 설비 전 과정을 자동으로 운영하게 됐다. 기존에는 운전원이 각 단계를 수동으로 제어해야 했으나, 이제는 운전원이 계통연결 시간 입력 후 시작 버튼만 누르면 보조설비 준비부터 출력 조정, 열 공급에 이르는 전 공정이 자동으로 진행된다. 이는 일반 기력 발전보다 운영이 까다로운 열병합발전 분야에서 고도의 디지털 기술력을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이번 시스템 구축으로 발전소 운영의 안정성과 편의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특히 예약 운전, 시퀀스 통합 관리, 상시 자동 대응 기능을 통해 비계획 정지(고장 등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중단) 발생률을 크게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번 시스템은 전 과정에서 순수 국내 기술만을 활용해 개발 및 검증을 마쳤다. 외산 시스템 의존도가 높았던 발전 시장에서 기술 자립을 이뤄냄으로써, 유지보수 비용 절감은 물론 향후 해외 플랜트 시장 진출을 위한 표준 플랫폼을 확보하게 되었다. 정용기 한난 사장은 “이번 성과는 국내 플랜트 산업의 디지털 전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이라며, “앞으로 스스로 학습하고 최적화하는 AI 자율제어 기술을 신속히 도입해 '지능형 스마트 발전소'를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난은 향후 디지털 전환(DX)과 인공지능 전환(AX)을 융합해 미래형 발전소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핵심 기술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한전, 미국 송전망 시장 본격 진출…1위 엔지니어링사 ‘번스앤맥도널’과 계약

한국전력(사장 김동철)이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전력 인프라 시장 진출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한전은 지난 1월 9일(현지시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현지 전력 엔지니어링 1위 기업인 번스앤맥도널(Burns & McDonnell)과 '765kV 송전망 기술 컨설팅 계약(MS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은 2024년 양사가 맺은 협력합의서(Alliance Agreement)의 구체적인 성과로, 한전이 국내에서 쌓아온 세계 최고 수준의 초고압 송전망 설계 및 운영 노하우를 미국 시장에 전수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미국은 노후 전력망 교체와 재생에너지 연결을 위해 약 600억 달러(한화 약 80조 원) 규모의 765kV 송전망 확충을 계획 중이다. 한전은 이번 계약을 통해 번스앤맥도널이 추진하는 미국 내 초고압 송전망 사업의 ▲설계 기술 검토 ▲기자재 성능 시험 등 전 주기적 기술 컨설팅을 제공하게 된다. 양사는 오는 2026년부터 3년간 텍사스, 중부 및 중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협력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한전은 이번 컨설팅을 시작으로 향후 송전망 직접 투자 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한전은 이번 협업을 계기로 IDPP(지능형 디지털 발전소), SEDA(배전망 상태감시 및 분석 시스템) 등 자체 개발한 'K-스마트그리드 플랫폼' 기반의 에너지 신기술 수출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공공기관으로서 국내 민간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기술적·사업적 교두보 역할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국내 전력 기자재 업체들의 미국 내 사업 기회 창출과 전력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강화가 기대된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한전의 독보적인 기술역량을 바탕으로 미국 전력 인프라 고도화에 기여하고, 이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레슬리 듀크 번스앤맥도널 CEO 역시 “한전과의 협력으로 대규모 송전 프로젝트의 신뢰성을 높이고 새로운 협력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AI 데이터센터의 대반전: 전력망의 ‘애물단지’에서 ‘충격 완화 장치’로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전 세계 곳곳에서 전력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막대한 전기를 소비하는 AI 데이터센터는 전력망에 부담을 주는 대표적인 시설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한국이 엔비디아로부터 그래픽 처리 장치(Graphics Processing Unit, GPU) 26만 장을 들여와 AI 개발에 활용할 경우 엄청난 전력 소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GPU 26만장으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경우 약 600메가와트(㎿)의 전력이 소모되고, 이는 신형 대형원전 APR1400급 1기 발전용량(1400㎿)의 절반에 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한 연구는 이와 정반대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AI 데이터센터가 전기를 잡아먹는 '괴물'이 아니라, 오히려 전력망을 안정시키는 핵심 자산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AI 데이터센터의 대반전인 셈이다. ◇“전력 부담 주는 존재"라는 고정관념의 타파 이번 연구는 미국 에메랄드 AI 연구팀이 주도했고 오라클과 엔비디아, 전력연구소(EPRI) 등에서도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에너지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인 '네이처 에너지(Nature Energy)'에 지난달 게재됐다. 다만 이 연구는 일반 데이터센터가 아닌 AI를 학습시키는 AI 데이터센터에 적용되는 연구 결과다. 지금까지 데이터센터는 '항상 일정한 전력을 끊임없이 소비해야 하는 시설'로 인식돼 왔다.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시간대에도 소비를 줄이기 어렵다는 점에서 전력망 운영자 입장에서는 관리가 까다로운 존재였다. 그러나 연구팀은 소프트웨어 기반의 '전력 오케스트레이션(power orchestration)' 기술을 활용하면 데이터센터가 전력망 상황에 맞춰 스스로 전력 사용량을 조절할 수 있음을 실증했다. 핵심은 하드웨어를 새로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AI 작업의 특성을 활용해 전력 소비를 유연하게 만드는 방식이l다. ◇전력소비 조절하는 세 가지 '제어 손잡이' 연구팀은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을 조절하기 위해 세 가지 핵심 수단을 제시했다. 첫째, GPU의 클럭(clock) 속도 조절(dynamic voltage and frequency scaling, DVFS)이다. GPU의 연산 속도를 미세하게 낮추면 성능 저하는 최소화하면서도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GPU는 원래 화면 그래픽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연산 장치인데, 구조적으로 동시에 매우 많은 계산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데 특화돼 있어, 지금은 AI 연산의 핵심 장비가 됐다. 클럭은 GPU가 1초에 몇 번 계산을 할 수 있는지 결정하는 기준 속도다. DVFS는 GPU의 전압과 클럭 속도를 실시간으로 조절해 전력 소비를 관리하는 기술이다. 핵심 포인트는 조금 속도를 느리게 하는 대신 훨씬 적은 전력으로 계속 작동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이는 GPU가 항상 100% 최고 속도를 필요로 하지 않는 구간이 많기 때문이다. 메모리 접근, 데이터 대기 시간 등으로 이미 병목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클럭을 5~10% 낮춰도 계산 완료 시간은 거의 차이가 없거나 체감 성능 저하는 매우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이번에 발표한 논문의 실험에서도 클럭 속도를 조절해 전력은 크게 줄였지만 AI 서비스 품질(QoS)은 유지됐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번 연구는 “GPU는 상황에 따라 속도를 조절할 수 있고, 그 자체가 전력망을 돕는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GPU는 전력 소비의 원인이면서 동시에 전력 수요를 조절할 수 있는 손잡이가 된 것이다. ◇급하지 않은 작업을 일시 중지할 수도 두번 째 방법은 작업 일시 중지다. 즉각적인 응답이 필요 없는 AI 학습 작업은 전력 수요가 급한 순간 잠시 멈출 수 있다. AI 모델 학습은 본질적으로 다음과 같은 반복 구조를 가진다. '데이터 일부를 읽음 →계산 수행 → 모델 변수 업데이트 → 다음 데이터로 이동'의 과정이 수백만~수십억 번 반복된다. 중요한 점은 이 반복 과정은 연속적일 필요가 없고 중간 상태만 정확히 저장하면 언제든 다시 이어서 계산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 시스템은 일시 중지 가능한 작업 선별해 안전한 지점에서 저장하고, GPU에서 해당 작업 해제하고 GPU 연산을 중단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GPU의 전력 사용 급감한다. 이후 전력 피크가 해소되면 저장된 체크포인트에서 그대로 이어서 학습을 계속하게 된다. 작업을 중단하는 이유는 작업을 '느리게 하는 것(DVFS)'보다 아예 멈추는 것이 가장 빠르고 가장 확실한 가장 큰 전력 감축 수단이기 때문이다. 세번 째 방법은 자원 재할당이다. 특정 작업에 투입되는 GPU의 개수를 조정해 전력 사용량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대규모 AI 학습은 보통 병렬 처리로 이루어진다. 여러 개의 GPU가 데이터를 나눠 계산한다는 의미다. 이 때 GPU 숫자와 성능이 늘 비례하지는 않는다. 동기화 지연이나 메모리 병목현상 등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GPU를 절반으로 줄여도 성능은 절반으로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자원의 재할당은 우선 작업별 GPU 최소 요구량 파악하고, GPU를 덜 써도 가능한 작업을 식별한 다음, GPU 개수를 줄인다. 이렇게 확보한 GPU는 다른 작업에 할당하거나 작업을 쉬게 한다. 전력 소모가 많은 GPU를 하나 줄이는 것 자체가 하나의 발전기를 끄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낸다. ◇실제 데이터센터에서 효과 입증 이런 세 가지 방법을 조합하면 데이터센터는 전력망의 요구에 따라 빠르고 정밀하게 반응할 수 있다. 연구팀은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위치한 오라클의 실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서 현장 실험을 진행했다. 256개의 엔비디아 GPU로 구성된 클러스터를 대상으로 실증한 결과, 전력 수요가 가장 높은 피크 시간대에 AI 서비스 품질(QoS)을 유지하면서도 약 3시간 동안 전력 사용량을 최대 25%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성과가 대규모 배터리(ESS) 설치나 설비 교체 없이 순수하게 소프트웨어 제어만으로 달성됐다는 사실이다. 이는 데이터센터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다시 보게 만드는 대목이다. 연구팀은 AI 작업을 전력 유연성에 따라 플렉스(Flex, 전력 유연성 단계) 0에서부터 플렉스 3까지 네 단계로 분류했다. 실시간 응답이 필수적인 챗봇이나 검색 서비스는 '플랙스 0'으로 묶어 성능 저하를 허용하지 않는다. 반면 수일 이상 걸리는 대규모 AI 모델 학습 작업은 '플렉스 3'으로 분류해, 전력 상황에 따라 속도를 늦추거나 잠시 중단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내부 시뮬레이터가 각 작업의 전력과 성능 간 관계를 예측하는데, 오차율은 4.52%에 불과했다. 덕분에 '서비스 수준 협약(SLA)'을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최적의 전력 감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 세계 어디서나 적용 가능한 '가상 발전소' 이 기술은 특정 국가나 특별한 설비에 의존하지 않는다. 표준 하드웨어와 기존 클라우드 환경에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 솔루션이기 때문에 데이터센터가 급증하고 전력망 제약이 심한 유럽 국가 등에서도 즉시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망 운영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발전소나 송전망을 건설하지 않고도 수요를 관리할 수 있고, 데이터센터는 전력망 안정화에 기여한 대가로 요금 할인이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양측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구조다. AI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논의는 이제 “얼마나 전기를 더 쓰느냐"에서 “어떻게 전기를 똑똑하게 쓰느냐"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연구는 AI 시대의 전력 위기를 해결할 실마리가, 역설적으로 AI 데이터센터 그 자체에 있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일반 데이터센터에서도 전력 유연성 개념을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다만 일반 데이터센터는 웹 서비스, 금융 거래, 데이터베이스 운영 등 실시간성과 연속성이 필수적인 업무가 대부분이어서 작업을 일시 중지하거나 지연시키는 방식의 전력 조정에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야간 정산, 백업, 로그 분석과 같은 배치성 작업이나 내부 분석 업무에 한해서는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시간대에 작업을 늦추거나 자원을 줄이는 방식이 가능하지만 그 효과는 AI 학습 작업에 비해 크지 않다. 또한 CPU 중심의 일반 서버는 GPU 중심의 AI 서버에 비해 단위 자원당 전력 밀도가 낮아 자원 재할당이나 클럭 속도 조절을 통해 줄일 수 있는 전력 규모도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일반 데이터센터는 전력망을 적극적으로 조정하는 자산이라기보다는 일부 상황에서만 참여할 수 있는 보조적 수요반응 자원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인터뷰] 박종배 대한전기학회 회장 “AI·탄소중립, 둘 중 하나 선택할 문제 아니다…전력 인프라·시장 구조 전면 재설계해야”

“AI와 탄소중립은 대립하는 목표가 아니라, 동시에 달성해야 할 과제입니다. 문제는 이를 감당할 전력산업 구조와 전력망이 준비돼 있느냐는 것입니다." 박종배 대한전기학회 회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전기화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기존 전력 수급·시장 체계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회장은 올해 학회 슬로건을 'AI와 탄소중립을 선도하는 대한전기학회'로 정한 배경에 대해 “AI도, 탄소중립도 결국 해답은 전력에 있다"고 강조했다. AI 산업 경쟁력의 핵심은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능력이고, 탄소중립 역시 전기화와 저탄소 전원의 확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AI 데이터센터, 2030년이 승부…비수도권 2단계 전략 필요" 박 회장은 AI 산업의 시간표가 촉박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글로벌 AI 산업의 1차 승부는 2030년 이전에 갈릴 가능성이 크다"며 “그 시기까지 국내 AI 인프라, 특히 전력 공급 능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AX(인공지능 전환)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도권 입지 한계도 분명히 짚었다. “수도권은 이미 계통 여력이 사실상 포화 상태"라며 “개통 영향 평가로 신규 데이터센터 허가가 어려운 상황에서, 당분간은 비수도권으로 AI 데이터센터를 분산 배치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남처럼 원자력과 LNG가 풍부한 지역, 호남처럼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을 활용해 2030년까지는 비수도권 중심 전략을 취하고, 이후 송전망이 보강되면 수도권도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2단계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12차 전기본, AI 수요부터 다시 써야" 박 회장은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AI 전력 수요 재산정이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1차 전기본은 2023년에 착수되어 AI 수요를 예측했지만, 최근 AI 데이터센터 확산 속도는 당시 가정을 완전히 뛰어넘고 있다"며 “2038년 기준 6.2GW 수준이었던 기존 전망은 현재 추세를 보면 큰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산업계에서 거론되는 'AI 전력 수요 20GW' 전망에 대해 그는 “실현 여부를 떠나, 수요 상향 가능성을 전제로 전력 시스템이 이를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통 산업의 전력 수요는 줄고 있지만, AI·반도체·전기화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며 “12차 전기본은 이 구조 변화부터 다시 그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생·원전·LNG·ESS…네 축 모두 필요" 에너지 믹스에 대해서는 명확한 '병행론'을 제시했다. 박 회장은 “재생에너지와 원전 중 하나를 선택할 문제가 아니라, 두 축을 동시에 가져가야 한다"며 “여기에 LNG와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유연성 축으로 결합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35년 이전에는 신규 원전의 건설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고, 이후에는 SMR을 포함한 원전 옵션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LNG는 완전한 탄소중립 전원은 아니지만, 과도기적 유연 전원으로 적절한 보상을 전제로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SS와 양수발전 확대 필요성도 함께 언급했다. “전력시장 구조, 이대로는 안 된다" 박 회장은 현행 전력시장 구조에 대해 “에너지 전환과 AI 시대를 감당하기에 구조적으로 너무 낙후돼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재생에너지 입찰제 도입 ▲유연성 보상 메커니즘 강화 ▲실시간 전력시장 조기 도입 ▲지역별 가격 체계 검토를 도매시장 개편의 핵심 과제로 꼽았다. 특히 현재 전력시장 운영 기관과 당국이 너무 국내 상황에 매몰되어 있다고 진단했다. 재생에너지 등 간헐성 자원의 비중이 높은 해외의 전력시장 진화 방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도 꼬집었다. 특히 “재생에너지 100GW 시대에는 지금의 예비력·보조서비스 체계로는 계통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출력 제어와 유연 운전을 제대로 보상하는 시장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매 요금과 관련해서는 “전기요금 결정의 독립성과 거버넌스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전망, 민간 역할 확대 검토할 시점" 송전망 확충과 관련해서는 민간 참여 확대 필요성을 언급했다. 박 회장은 “해외에서는 민간이 HVDC 등 기간 송전선로를 건설하고 장기적으로 비용을 회수하는 모델이 상당히 많은 편"이라며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등 대형 프로젝트에서 민간의 역할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HVDC, 인버터, 해상풍력 핵심 장비의 국산화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하다"며 “단기 비용만 보고 해외 의존도를 높이는 것은 장기적으로 더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스터빈 국산화를 통한 북미 수출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정답 제시보다 토론의 장 만드는 학회 역할 강화" 대한전기학회 회장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박 회장은 “정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찬반이 공존하는 토론의 장을 만드는 플랫폼 역할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전기공학을 넘어 경제·법·행정·AI 등 인접 학문과의 연계를 통해 정책 논의의 폭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전력·에너지 문제는 이제 특정 학문이나 이해관계자만의 영역이 아니다"며 “전문가 집단의 집단지성이 정책에 더 적극적으로 반영되는 구조를 만드는 데 학회가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회장은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국내 산업을 키우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방향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요금 체계와 장기적 관점의 정책 설계가 대한민국 에너지 전환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민주당서 RPS 폐지 법안 첫 발의…경매제도 전환 본격화

더불어민주당에서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를 폐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에서 RPS 폐지 법안이 발의된 적은 있으나 다수 의석을 차지한 여당인 민주당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RPS 폐지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와 함께 재생에너지 정책이 RPS에서 정부 주도의 경매제도로 전환되는 흐름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2일 재생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현행 RPS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와 물량을 직접 설정하고 경매 방식으로 전력구매계약을 체결하는 계약시장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RPS란 500메가와트(MW) 이상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공급의무자)에게 총 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화한 제도이다. 2026년 의무비율은 15.0%이다. 법안에 따르면 발전사업자와 공공기관 등에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가 설정되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발전설비를 보유한 사업자에게는 재생에너지 보급 의무가 부과된다. 다만 의무 이행 방식은 기준금액 납부 등을 통해 대체 이행할 수 있도록 했다. RPS가 폐지되더라도 대규모 발전사에 대한 재생에너지 보급 의무 자체는 유지되는 구조다. 제도가 전환되면 현재 RPS 체계 아래에서 실시간으로 재생에너지 전력을 거래하던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현물시장은 폐지될 전망이다. 대신 정부가 입찰 물량을 사전에 정하고 해당 물량 내에서 가격 경쟁을 통해 낙찰자를 선정하는 경매 방식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재 태양광·풍력 고정가격계약제도와 유사한 형태로 가격 변동성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보급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김 의원은 법안 발의 배경에 대 “현행 RPS는 대규모 발전사에게 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신ㆍ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를 부여함으로써 신ㆍ재생에너지 보급확산에 기여하려는 제도"라며 “그런데 신ㆍ재생에너지 보급환경의 변화와 함께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의 가격 변동성이 커서 RPS의 체계적인 관리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REC 관련 발전사들의 자체투자보다 외부 구매,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기업과 수요의 경합, 수급 불균형 등으로 현물시장 REC 가격이 상승해 기업의 경쟁력 저하와 가계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개정안에는 계약시장제도에서 발생하는 재생에너지 구매 비용을 전기요금으로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도 담겼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전력계통 신뢰도가 유지되는 범위 내에서 계약시장 낙찰 설비에서 생산된 전력을 구매계약자가 의무적으로 구매하도록 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해 회수하도록 했다. 이는 발전사의 RPS 조달비용을 전기요금으로 회수해온 기존 방식과 유사하다. 기후부는 올해 상반기를 목표로 RPS의 경매제도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에 관련 법안이 본격적으로 발의되면서 경매제도로의 전환을 위한 시행령 마련 등 정책 윤곽이 점차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송전망 국민펀드, 지역 수용성부터 설계해야

정부가 추진 중인 송전망 국민펀드는 한전의 누적 적자와 전력망 투자 재원 부족이라는 구조적 한계 속에서 등장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재생에너지 확대, 첨단산업 전력 수요 증가, 계통 안정성 확보라는 과제가 동시에 몰려오는 상황에서 송전망 확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 인프라 과제다. 문제는 '얼마나 많은 돈을 모을 것인가'가 아니라, 이 사업을 실제로 완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는가에 있다. 송전선로는 전국민을 위한 공공 인프라이지만, 그 부담은 항상 특정 지역 주민에게 집중된다. 경관 훼손, 토지 이용 제한, 재산권 침해 우려, 건강에 대한 불안까지 감내하는 것은 지역인데, 그 대가는 늘 '국가 전체의 이익'이라는 추상적 명분으로 대체돼 왔다. 이 불균형 구조를 해소하지 못한 채 추진되는 어떤 제도도 지역수용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이 현실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밀양 송전선로 갈등이다. 765kV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을 둘러싼 이 갈등은 2005년 계획 수립 이후 약 10년간 이어졌고, 공사 중단과 재개, 노선 변경, 물리적 충돌까지 겪으며 한국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이 과정에서 한전이 부담한 직접 공사비 증액만 수천억 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며, 경찰·행정 인력 투입, 소송 비용, 갈등 관리 비용까지 포함하면 사회적 비용은 훨씬 커진다. 그러나 밀양 사태의 진짜 비용은 장부에 남지 않은 영역에 있다. 송전망 구축 지연으로 전력계통 안정성이 훼손되면서 재생에너지 연계가 늦어졌고, 그 공백은 화석연료 발전으로 메워졌다. 이는 연간 수천억 원 규모의 추가 연료 수입 비용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전력망 제약은 산업단지와 대규모 수요처의 입지를 제한해 반도체, 데이터센터, 첨단 제조업 투자 지연이라는 막대한 기회비용을 발생시켰다. 이 모든 비용은 결국 한전 적자로 귀결되고,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라는 형태로 국민에게 전가된다. 아이러니한 점은, 국민은 이미 송전망 지연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음에도 그 경제적 가치를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민펀드 논의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이 과거의 실패 경험을 제도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 해법은 분명하다. 계통소득은 반드시 지역에서 시작해야 한다. 송전선로 인근 주민에게 투자 우선권을 부여하고,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야 한다. 이후 기초 지자체, 광역 지자체, 마지막으로 전국민 참여로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처음부터 전국민 동일 조건 참여를 허용하는 방식은 형식적 공정성은 있을지 몰라도, 실제 현장에서는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크다. 더 나아가 정부는 밀양과 같은 사례에서 발생한 사업 지연에 따른 직접 비용과 기회비용을 정량화하고, 송전망 조기 구축으로 회피 가능한 비용을 국민펀드의 인접주민 투자자를 위한 추가 수익 재원으로 반영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지역 주민부터 전국민까지 모두가 '계통소득'을 통해 국가적 손실 감소의 성과를 공유할 수 있다. 송전망 국민펀드는 단순한 재원 조달 장치가 아니다. 이는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누적된 갈등을 소득과 참여로 전환할 수 있는 정책적 실험이다. 그러나 그 출발점이 '전국민'이어서는 안 된다. 지역에서 시작하지 않는 국민펀드는, 결국 또 하나의 밀양을 반복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윤태환

현대차 정몽구 재단, 실리콘밸리 임팩트 스타트업 데모데이 개최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지난 8일(현지시각) 미국 실리콘 밸리에 위치한 위펀더(WeFunder)에서 현지 투자자 및 스타트업 관계자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실리콘밸리 임팩트 스타트업 데모데이'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재단의 스타트업 육성 사업인 'H-온드림 스타트업 그라운드'를 통해 선발된 기업들이 북미 시장에 안착하고 현지 투자 네트워크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지 벤처캐피탈(VC) '허슬펀드(Hustle Fund)'와 공동 주최했다. 무대에는 기후변화 대응, 장애인 이동 및 정보 접근성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혁신 기술로 해결하는 7개 팀이 올랐다. 인공지능(AI) 기반 체내 삽입형 사물인터넷(IoT) 캡슐을 통해 가축 건강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농가 생산성을 높이고 리스크를 줄이는 기술을 개발한 '비노우', 에너지 소비 없이 작물을 열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하고 수확량을 높이는 냉각 필름을 만든 '이옴텍' 등이다. 재단 관계자는 “우리 스타트업들이 북미 시장으로 뻗어 나가는 교두보가 돼 글로벌 무대에서 사회적 임팩트를 창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CES 2026 결산] AI·로봇·반도체 ‘K-초격차 기술’ 전세계 과시

삼성, 현대차, LG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지난 6~9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 참가해 막강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모빌리티 등 미래 신기술 분야에서 진일보한 제품·서비스를 선보이며 관람객들의 발길을 잡았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윈호텔에 업계 최대인 4628㎡ 규모 단독 전시관을 조성하고 '당신의 AI 일상 동반자'(Your Companion to AI Living)를 주제로 전시를 진행했다. 회사는 이번 행사에서 연간 4억대에 달하는 모든 기기를 하나로 연결해 고객의 삶을 더욱 가치 있고 풍요롭게 만드는 진정한 'AI 일상 동반자'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3대 핵심 전략'도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AI 기반 혁신 지속 △기술 혁신을 통한 코어 경쟁력 강화 △미래를 위한 투자 지속 강화를 지속할 방침이다. 삼성전자가 CES 2026 개막에 앞서 4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더 퍼스트룩(The First Look)' 행사에서 130형 마이크로 RGB TV를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또 130형 마이크로 RGB TV를 선보였다. 마이크로 RGB TV는 스크린에 마이크로 크기의 RGB(빨강, 초록, 파랑) 액정표시장치(LED)를 미세하게 배열한 RGB 컬러 백라이트를 적용한 게 특징이다. 이를 통해 빨강, 초록, 파랑 색상을 각각 독립적으로 정밀 제어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로보틱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인간과 로봇이 협력하는 로보틱스 생태계 구축과 AI 고도화를 통해 인류의 진보를 선도하는 'AI 로보틱스' 전략을 공개했다. 이번 CES 2026에서 현대차그룹은 하드웨어와 이동성 중심의 로보틱스를 넘어 고도화된 AI 기술을 활용한 인간 중심 AI 로보틱스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이는 지난 'CES 2022' 주제인 '이동 경험의 영역을 확장하다'(Expanding Human Reach)에서 한층 더 나아가 인간의 삶과 더욱 밀접하게 연결돼 인류를 지원하고 협업하겠다는 의미다. 현대차그룹은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제조 환경에서 시작되는 인간과 로봇의 협력 △그룹사 역량을 결집해 구축하는 AI 로보틱스 생태계 △AI 선도기업과의 파트너십 등 3가지 주요 전략을 발표하고 인류를 위한 AI 로보틱스를 확장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냈다. 현대차그룹과 보스턴다이나믹스는 현장에서 AI 로보틱스 생태계의 핵심이 될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연구형 모델'과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을 세계 최초로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LG전자는 차세대 올레드 TV와 AI로 진화한 'LG 시그니처' 등을 소개했다. LG 올레드 에보(evo) W6는 전원부와 스피커를 모두 내장하고도 연필 한 자루 수준인 9밀리미터(mm)대 두께의 슬림 디자인과 무선 AV 전송 솔루션을 더한 제품이다. 집에 설치하면 마치 그림 한 장이 걸려 있는 것처럼 화면이 벽에 밀착한다. AI로 본연의 성능을 높이고 사용 편의성도 업그레이드한 'LG 시그니처'(SIGNATURE) 라인업도 소개했다. LG 시그니처 냉장고는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AI 음성인식 기능으로 고객의 대화를 이해해 최적의 기능을 제안한다. 오븐레인지에 적용된 '고메 AI(Gourmet AI)' 기능은 재료를 식별해 다양한 레시피를 추천해 준다. LG전자는 이밖에 짧은 일상극을 통해 공감지능이 '행동하는 AI'(AI in Action)로 진화하며 고객의 삶을 능동적으로 돌보는 미래 모습을 소개했다. 고객이 퇴근길에 씽큐 앱을 통해 “곧 집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LG 클로이드에게 말하면, LG 클로이드는 “곧 비가 올 예정이니, 조깅보단 집에서 운동하는 게 어떨까요?"라며 고객의 일상 루틴과 일기예보를 고려해 새로운 일정을 제안해 주는 식이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AI 메모리 설루션을 공유했다. 특히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HM)인 'HBM4 16단 48GB'를 최초로 선보여 이목을 잡았다. 이 제품은 업계 최고 속도인 11.7Gbps를 구현한 HBM4 12단 36GB의 후속 모델이다. 아울러 올해 전체 HBM 시장을 주도할 HBM3E 12단 36GB 제품도 전시했다. 두산밥캣은 AI 기반 음성제어 기술 '밥캣 잡사이트 컴패니언'(Bobcat Jobsite Companion)을 공개했다. 이를 이용하는 작업자는 음성 명령을 통해 장비 설정, 엔진 속도, 조명, 라디오 등 50여가지 기능을 간편하게 조작할 수 있다. 작업 내용과 사용 장비에 적합한 세팅 값도 추천받을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스킨사이트'를 비롯해 삼성전자와 협업한 'AI 피부 분석 및 케어 설루션' 및 메이크온 뷰티 디바이스 제품 등을 선보였다. 산업통상부와 중소벤처기업부는 현장에 역대 최대 규모 통합한국관을 구축해 운영했다. 이 곳에서는 38개 기관·470개 기업이 다양한 기술·서비스를 앞세워 관람객들을 만났다. 한국정보통신기술산업협회(KICTA)에 따르면 올해 CES에는 160여개국에서 4300여개 기업이 참여했다. 지난해 행사(약 4800개)때와 비교하면 규모가 다소 줄었다. 올해 참가한 한국 기업은 총 853개사다. 국가별 참가 순위는 미국(1476개)과 중국(942개)에 이어 3위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CES 2026 결산] 한·미·중 ‘AI 패권 삼국지’…헤게모니 경쟁 불붙었다

지난 6~9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의 주인공은 단연 인공지능(AI)이었다. 2년여 전 챗GPT가 쏘아 올린 '생성형 AI 열풍'이 로보틱스와 모빌리티라는 '피지컬 AI'(Physical AI)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현장에서는 한국·미국·중국 기업들의 '기술 삼국지'도 눈길을 잡았다. 피지컬 AI 시대의 개막을 알린 가운데 각국 주요 기업들은 저마다 경쟁력을 앞세워 미래 패권을 잡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미국 기업들은 자본을 앞세워 생태계 자체를 주도하려 시도하고 있고 중국 업체들은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기술력'으로 승부수를 띄우면서 빅테크 등과 적극적으로 협업하며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CES 2026 현장에서 많은 중국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전시관에 배치해 관람객들의 시선을 잡았다. 중국 로봇들은 행사장에서 춤을 추고 복싱을 하는 등 다양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전시관 '명당' 자리를 꿰찬 하이센스 등도 TV 등 주력 제품과 더불어 로봇을 전면에 내세웠을 정도다. 블룸버그통신은 CES 2026 행사 중인 8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자료를 인용해 “중국이 전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은 약 1만3000대"라며 “중국의 스타트업 애지봇(Agibot)이 5168대로 1위를 차지했고 유니트리(Unitree), 유비테크(UBTECH) 등 중국 내 경쟁 업체들이 그 뒤를 이었다"고 설명했다. 유니트리, 유비테크 등은 CES 2026에 참가해 다양한 형태의 시제품을 소개하기도 했다. 중국의 '물량 공세'에 우리나라는 기술력으로 맞섰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대중에 선보여 주목받았다. 아틀라스는 특히 8일 글로벌 IT 전문매체 씨넷(CNET)으로부터 'CES 2026 최고의 로봇'으로 선정되며 성능을 과시했다. CNET은 글로벌 기술 미디어 그룹이자 CES 공식 파트너로서 총 22개 부문별 CES 최고상(Best of CES)을 선정한다. CNET은 “아틀라스는 CES 2026에서 확인한 다수의 휴머노이드 로봇 가운데 단연 최고였다"며 “프로토타입은 자연스러운 보행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고 양산형에 가까운 제품 버전은 현대차그룹 제조 공장 투입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고 평가했다. 삼성·LG전자 역시 가정용 홈로봇, 진일보한 로봇청소기 등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미국 업체들은 자본력을 앞세워 AI 생태계 자체를 주도하려는 야심을 내비쳤다. 엔비디아의 경우 차세대 AI 칩 '베라 루빈'(Vera Rubin) 로드맵을 공개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이 제품이 현재 판매 중인 슈퍼칩 '그레이스 블랙웰'(GB)을 압도하는 성능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기존 제품 대비 추론 성능이 5배에 달하고, 토큰당 비용은 10분의 1 수준까지 낮췄다는 것이다. 상용화 이후에는 기업들이 기존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대규모 AI 모델을 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MD 역시 차세대 AI 데이터센터 랙 '헬리오스'를 공개했다. 이는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 '인스팅트 MI455' 72개와 데이터센터용 중앙처리장치(CPU) '베니스' 18개를 하나로 묶은 제품이다. 리사 수 AMD CEO는 “(헬리오스는) 세계 최고의 AI 랙"이라며 “단순한 서버 랙이 아닌 '괴물'"이라고 소개했다. 인텔도 이번 CES에서 AI PC 플랫폼으로서 로보틱스, 스마트 시티 등 산업용 인증을 받은 '인텔 코어 울트라 시리즈3'을 출시했다. 구글은 자사 생성형 AI '제미나이(Gemini)'를 보스턴 다이내믹스 로봇에 이식하는 등 소프트웨어 지배력을 하드웨어 영역으로 확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AI 시대 '기술 삼국지'가 펼쳐지는 와중에 한국 기업들은 다양한 형태로 빅테크들과 합종연횡하려는 움직임도 보여줬다. 미국 기업에 메모리 반도체를 납품하거나 반대로 앞선 생성형 AI 기술을 한국산 제품에 적용하는 식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현지에 프라이빗 부스를 마련하고 고객사를 맞이했다. 전시관에서는 AI 데이터센터와 온디바이스 AI, 피지컬 AI에 이르는 다양한 AI용 반도체 통합 설루션을 소개했다. SK하이닉스 역시 고객용 전시관을 열고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최신 제품을 비롯해 차세대 AI 메모리 설루션을 공개했다. HBM4 16단 48GB는 최초로 전시했다. 이는 업계 최고 속도인 11.7Gbps를 구현한 HBM4 12단 36GB의 후속 모델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젠슨 황 CEO와 '2차 깐부회동'을 해 주목받았다.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루 호텔에서 30분 가량 비공개로 회동한 것이다. 특히 황 CEO가 CES 기조연설에서 자율주행 차량 플랫폼 '알파마요(Alpamayo)'를 공개한 바로 다음날 두 사람이 만났다는 점에서 양사 간 파트너십이 자율주행 분야로 확대될지 여부에 업계 이목이 쏠렸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히트펌프·청정메탄올, 녹색채권 발행 대상 추가

히트펌프와 청정메탄올 등 차세대 저탄소 기술이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지원 대상에 새로 포함된다. 정부는 녹색채권과 녹색자산유동화증권 발행 지원을 확대해 중소·중견기업의 탈탄소 투자를 위한 민간 자금 조달을 본격적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2026년 '한국형 녹색채권 및 녹색자산유동화증권 발행 지원사업'을 대폭 확대해 추진한다고 밝혔다. 번 지원사업은 지난해 12월 말 개정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반영해 차세대 저탄소 기술을 폭넓게 지원하고 자금 지원 범위도 넓혀 기업의 탈탄소 투자 수요에 대응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우선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개정으로 새롭게 녹색경제활동에 포함된 히트펌프, 청정메탄올, 탄소중립 관련 정보통신기술(ICT) 등을 녹색채권 발행 지원 대상에 추가했다. 이를 통해 탄소중립 핵심 기술에 대한 민간 자금 조달을 촉진한다는 방침이다. 한국형 녹색채권 자금 지원 범위도 확대된다. 올해부터 중소·중견기업은 시설자금뿐 아니라 녹색경제활동과 관련된 운전자금에 대해서도 녹색채권 이차보전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건설·조선업 등 업종 특성을 고려한 시설자금 인정 기준을 새로 마련해 녹색채권 발행 접근성도 높였다. 이차보전은 대출 이자 비용의 일부를 정부나 공공기관이 보전해주는 제도다. 채권시장 진입이 어려운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녹색자산유동화증권 발행기업 지원도 강화된다. 기존에는 1년간만 이자비용을 지원했으나, 앞으로는 최대 3년까지 지원 기간을 확대해 기업의 금융 부담을 완화한다. 지원 수준은 1차년 중소기업 3%p, 중견기업 2%p이며, 2·3차년은 1차년도 지원액의 50% 내외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올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적용한 녹색채권 또는 녹색자산유동화증권 발행 시 발생하는 이자비용을 기업당 최대 3억 원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또한 한국거래소와의 협조를 통해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기업에 대한 상장수수료 및 연부과금 면제 기간도 올해 12월 31일까지 1년 연장한다.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이차보전 지원사업'은 오는 12일부터, '녹색자산유동화증권 발행 지원사업'은 오는 21일부터 환경책임투자종합플랫폼(gmi.go.kr)을 통해 참여 신청을 받는다. 모집 공고와 자격 요건, 지원 내용 등 자세한 사항은 기후에너지환경부 누리집(mcee.go.kr)과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누리집(keiti.re.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영태 기후에너지환경부 녹색전환정책관은 “탈탄소 투자를 추진하는 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원활히 조달할 수 있도록 녹색금융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형 녹색채권과 녹색자산유동화증권 발행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민간 주도의 녹색투자를 확대하고 탄소중립 실현을 뒷받침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