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지정학] “저유가 시대는 끝”…전쟁 끝나면 에너지 안보 청구서 날아온다

[에너지 지정학] “저유가 시대는 끝”…전쟁 끝나면 에너지 안보 청구서 날아온다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향후 원유 등 에너지 가격에 안보 비용이 더해지며 비용상승 장기 고착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미국은 안보 비용 청구를 공식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변화가 단순한 공급망 재편을 넘어, 에너지와 안보가 결합된 새로운 질서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한다. 그동안 미국 주도로 유지돼 온 '저유가 기반의 안정적 에너지 공급 구조를 기반으로 한 자유무역 시대'가 끝나고 '안보 거래' 시대가 됐다는 분석이다. 박진표 법무법인 태..

중동사태도 힘든데…美 철강관세에 산업계 긴장

미국이 '트럼프 관세 장벽'을 다시 쌓기 시작하면서 우리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당장 철강·알루미늄·구리 함량이 높은 파생제품에 대해 25%의 일률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무역법 301조'에 근거한 새로운 리스크가 생기는 상황도 걱정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각) 철강 관세 조정 포고령에 서명했다. 철강 등을 원료로 사용해 만든 완제품 가격에 25%의 세금을 일괄 적용하겠다는 내용이다. 기존에는 제품에 포함된 철강 함량 비중에 비례해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했지만 이를 단순화한 것이다. 이같은 조치는 오는 6일 오전 0시1분부터 적용된다. 미국 정부는 이번 조정에서 철강·알루미늄·구리 등 함량이 15% 이하인 완제품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기존 50%가 붙었던 원재료 품목 관세 50%는 그대로 유지된다. 이밖에 현지에서 생산되지 않은 의약품에도 100%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같은 미국 정부의 관세 조정으로 삼성·LG전자 등 가전 제품을 수출하는 우리 기업들이 직접 영향을 받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은 “가전, 전선·케이블, 일부 자동차 부품은 함량 기준이 아닌 전체 가치 기준으로 전환되면서 관세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변압기, 기계류, 화장품 등은 관세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한시적으로 경감돼 관세 걱정은 줄고 함량가치 산정에 따른 행정 부담도 다소 완화될 것이라고 통상연구실은 덧붙여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득실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세탁기·냉장고 등 제품을 멕시코에서 주로 만드는 삼성·LG전자는 유불리를 먼저 따져보고 있다. 철강 등 함량 15% 이하 제품은 세금이 아예 면제된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일부 제품이 오히려 무관세로 들어가는 호재로 인식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양사는 트럼프 1기 시절 생산라인을 미국으로 이전한 이력도 있다. 당시 미국이 세이프가드 조치를 통해 우리 기업들을 압박하자 현지 생산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에서 세탁기를 만들고 있다. LG전자는 테네시 공장에서 세탁기·건조기 등을 생산하고 있다. 트럼프 2기가 시작된 이후에는 가전 제품 라인 변경에 대한 고민도 계속해온 만큼 상황에 맞는 유연한 대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미국과 별도의 무역 합의를 한 국가에는 별도 관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한국·일본·유럽은 15%, 영국은 10%의 관세를 물게 된다. 100%를 내고 들어오는 국가 의약품들에 비해 오히려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요인이 생긴 셈이다. 관세 부담이 커지게 된 경쟁 상대로는 중국, 인도, 싱가포르 등이 꼽힌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통상부는 이날 관계부처를 비롯해 주요 업종별 협회, 경제단체 등과 긴급 화상회의를 개최했다. 오는 8일에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주최로 업계 간담회를 열고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수렴할 계획이다. 우리 기업들은 이번 미국의 행보에 당장 타격을 받지 않더라도 앞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 부과가 위법이라고 판결하자 '무역법 122조'를 앞세워 각국에 관세 10%를 부과하고 있다. 또 아예 새로운 질서를 만들기 위해 '무역법 301조' 조사에도 속도를 내는 형국이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 입장에서 무역 이익을 침해하는 국가를 직접 조사하고 징벌적 조치를 내릴 수 있는 '보복 무기'다. 거의 모든 수입품은 물론 지식재산권, 보조금 지급 등도 문제삼을 수 있어 그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이 '관세 불확실성' 제거를 위해 미국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점은 한국 경제 입장에서 '양날의 검'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이 계속 미국 투자를 늘리면서 국내 고용이나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걱정거리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에너지 절약 이렇게] 에너지도 아끼고 아파트 관리비 줄이는 법

“관리비가 올라서 내 집인데 월세 사는 기분이에요." 지난 2월말, 인천 송도에 사는 A씨는 난방비 25만원에 전기세 26만원이 청구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파트 전용면적 84㎡에 거실은 난방도 안틀고 안방ㆍ아이방 모두 21도로 설정했음에도 관리비가 61만원이 나오니 당분간 외식과 문화생활은 포기하겠다고도 했다. 세대별로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법과 아파트 공용전기료를 절감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세대별로 에너지를 절약하면 전기료, 수도료, 가스비 절감으로 관리비 절감이 가능하다. 이는 대기전력 절감, 냉난방비 절약, 가스비 절약을 통해 가능하다. 계속 켜 놓을 필요가 없는 가전제품의 대기전력을 줄이는 것이 가장 쉽고 효과적이다. 텔레비전과 컴퓨터 모두 일정량의 전력이 항상 소비되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경우 플러그를 뽑아두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서 대기전력 차단 콘센트를 사용해 모든 기기의 전력을 한번에 차단하거나 절전형 멀티탭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냉난방에 쓰이는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도 많다. 여름철 에어컨을 사용할 때 실내온도를 1도만 높이더라도 약 7% 정도 전기료를 아낄 수 있다. 정부가 권장하는 여름철 적정 실내 온도는 26~28도다. 냉방으로 차가워진 냉기는 약 1시간 정도 유지된다. 외출 전에 미리 에어컨을 꺼두는 습관이 에너지 절약에 도움이 된다. 선풍기는 미풍으로만 트는 것이 강풍으로 트는 것보다 전기료를 30% 줄일 수 있다. 겨울철 외출시에 보일러를 완전히 끄지 않고 실내온도를 2~3도 낮게 해 놓는 것이 오히려 에너지를 아끼는 길이다. 전기히터 같은 보조난방기를 사용할 때에는 냉기가 들어오는 곳을 등지고 난방기를 설치해야한다. 실내에서 수면양말을 신는 사소한 습관도 에너지 절약 방법이다. 도시가스나 급탕비를 아끼기 위해서는 샤워는 빨리 끝내는 것이 좋다. 급탕비는 온수 사용량에 대한 비용이다. 온수ㆍ냉수가 함께 나오는 수도꼭지는 온도 조절 버튼을 냉수 위치에 두면 보일러 가동 횟수를 줄일 수 있다. 온수 흐름을 조절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주방용 가스를 절약하는 방법도 있다. 요리를 할 때 밑바닥이 넓은 조리 기구를 사용하여 기구의 열 흡수율을 높이는 것도 자연스럽게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법이 된다. 식사를 할 때 따로따로 먹지 않고 온 가족이 모여서 식사하는 것도 의외의 에너지 절약 방법이다. 서울시에 거주한다면 '에코 마일리지'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에코 마일리지는 아파트 주민이 각 세대의 전기나 수도, 도시가스, 지역난방 같은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면 친환경 제품 증정 같은 혜택을 주는 제도다. 시는 2009년부터 이 제도를 시행해왔다. 카드사와 제휴해 회원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친환경 제품을 구입할 때 추가 마일리지를 적립해 주는 에코 마일리지 카드를 2011년에 도입하기도 했다. 마일리지 사용처 중 원하는 상품을 신청할 수 있고 마일리지의 유효기간은 지급일로부터 5년이다. 마일리지 사용처는 △서울시ETAX △온누리상품권 △아파트관리비납부 △가스앱캐시전환 △코원에너지서비스 △서울사랑상품권 △기부다. 공용 전기료 절감을 위해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저층은 가급적 엘리베이터 말고 계단을 이용하는 것이다. 아파트 외관 조명도 공동전기료로 나간다. 오래 사용할수록 조명의 전기사용량도 늘어나기 때문에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점등과 소등시간을 조정하는 것도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법이 된다. 매 시간 켜져있는 지하주차장 조명을 LED로 바꾸는 것은 중요하다. LED조명의 경제성은 계속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10년 전 18W LED조명은 개당 57000원이었으나 요즘 판매가는 20000원 정도다.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에 설치된 300개의 32W 형광등을 18W LED 조명으로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은 600만원.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300개의 형광등을 켜면 월 전기요금이 약 144만이다. 18W LED 조명으로 교체 후 월 전기요금은 약 86만원으로 떨어진다. LED 조명 교체에 드는 비용은 약 10개월이면 회수할 수 있게 됐다. 자동으로 조도 낮추는 '지능형 디밍 시스템'을 주차장에 도입하는 것도 효과적인 에너지 절감 방법이다. 조명에 내장된 동작감지센서가 사람이나 자동차의 이동을 실시간 감지해 대기조도와 최고조도를 자동으로 조절한다. 주차시 절전을 위해서 대기조도를 유지하다가, 운전자의 이동 동선을 파악하여 필요한 구간에서만 조명을 점등하는 방식이다. 아파트 옥상에 공용 태양광 발전기 설치하는 것도 에너지 절약의 한 방법이다. 국토교통부는 작년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공동주택 내 태양광 설비의 설치·철거 등과 관련한 입주자 동의 요건을 기존 '3분의 2 이상'에서 '과반'으로 완화했다. 공용부지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공용 전기요금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시 관악구·동대문구 등 다수 기초지자체에서는 태양광 설치비 일부를 무상 지원하기도 한다. 녹색건축물 인증 시 취득세 감면이나 환경개선부담금 경감 등 인센티브도 있다. 단지 상황에 맞게 전기 계약 방식을 변경하는 것도 공용 전기료를 절감하는 방법이다. 아파트 단지에서 전기사용 계약방식은 저압수전과 고압수전으로 구분된다. 대부분의 아파트는 고압전기를 공급받는데, 고압전기를 공급받는 것이 전기료를 절감하는 첫째 요소다. 고압일수록 송전시 전력손실이 적고 주택용 저압전기보다 낮은 요금으로 계약이 가능하다. 전기요금 단가는 계절별로 차이가 있지만 고압이 저압보다 10% 정도 저렴하다. 고압수전은 단일계약방식과 종합계약방식으로 구분된다. 어떤 방식을 따르는지에 따라 KW당 전기요금 단가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아파트 단지별로 유리하게 계약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 공용시설이 많은 아파트는 종합계약이 유리하다. 종합계약은 주택용 전기 단가는 높고 공용부에 적용하는 전기 단가는 낮기 때문이다. 공용시설이 적은 경우 단일계약이 낫다. 단일계약은 공용부와 주택용 단가가 똑같은데, 단가가 종합계약의 주택용 단가보다 낮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발간한 '아파트 관리비 내리기 길라잡이'에 따르면 고용시설 비율이 30% 미만일 경우 단일 계약이 유리하며 30% 이상일 경우 종합계약이 유리했다. 송윤주 기자 syj@ekn.kr

[기후 신호등] 호르무즈 해협 만들고 엄청난 석유 저장한 5억년 역사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쟁이 한 달을 넘기고도 끝날 줄을 모른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군쇄적으로 봉쇄하고, 선박을 선별적으로 통과시키고 있다. 통행료를 걷겠다고도 한다. 여기에 예맨의 후티 반군까지 이란 편에서 서서 참전하겠다고 나서면서 홍해와 수에즈 운하를 잇는 항로마저 위협받고 있다. 치솟는 석유 가격에 전 세계는 조바심을 내며 중동을 바라보고 있다. 이제 아라비아 반도를 둘러싼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는 단순한 해상 통로를 넘어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목줄'을 쥔 공간이 됐다. 그렇다면 좁은 항로를 가진 아라비아반도 주변에 유독 원유가 집중적으로 매장된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이곳은 지구 역사상 가장 극적인 지질학적 사건들이 중첩된 공간이고, 그 사건들로 인해 세계 최대 규모의 원유와 천연가스가 집중적으로 매장됐다. 그런 지질학적 '특이점'이 지금과 같은 지형을 형성하게 한 원인이다. 국내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아라비아 반도 주변 지역에 지질학적 역사를 살펴본다. ◇테티스해(海): 모든 것은 바다에서 시작되었다 중동 지역의 석유 이야기는 고대 해양 '테티스해(Tethys Sea)'에서 시작된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의 크리스토퍼 G. 켄달 교수 등이 2014년 편집한 '미국석유지질학회 연구총서(AAPG Memoir)' 106호 내용에 따르면, 아라비아 판(板, plate)과 북아프리카는 고생대부터 중생대까지(약 5억 4100만년 전부터 6500만년 전 사이) 테티스 해의 연안 환경을 공유하면서 유사한 퇴적과 석유 시스템을 형성했다. 이 바다는 단순한 바다가 아니었다. 따뜻하고 얕으며, 생물이 폭발적으로 번성하는 생산성이 매우 높은 해양 생태계였다. 온도가 높고 햇빛이 풍부한 이 환경에서 식물플랑크톤인 조류(algae)와 남세균(cyanobacteria)은 광합성을 활발하게 하면서 대량으로 성장했고, 죽은 뒤에는 해저에 쌓였다. 중요한 점은 당시 해저가 산소가 부족한 환경이었다는 것이다. 플랑크톤 유기물이 완전히 분해되지 않고 보존됐고, 시간이 지나면서 탄화수소의 원천이 되는 근원암(source rock)으로 변화했다. 근원암은 석유가 생성될 수 있는 모암으로, 주로 진흙이 쌓여 만들어진 퇴적암을 말한다. 이렇게 해서 석유 시스템의 첫 단계, 즉 '석유를 만드는 조건'을 충족시키는 과정이 일어났다. ◇실루리아기 '핫 셰일': 에너지의 원천이 된 지층 이 지역 석유 시스템의 핵심은 바로 실루리아기(4억 4380만 년 전~ 4억 1600만 년 전)의 '핫 셰일(hot shale)'이다. 혈암(頁岩)이라고도 불리는 셰일은 주로 작은 자갈이 퇴적돼 오랜 세월 동안 쌓이면서 단단하게 굳어져 형성된 퇴적암이다. 아랍에미리트 대학의 압둘라만 S. 알샤르한 교수와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 켄달 교수는 2021년 '미국석유지질학회 회보(AAPG Bulletin)'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핫 셰일'이 아라비아 판 전역의 주요 탄화수소 공급원임을 강조한다. 이 셰일층은 유기물이 매우 풍부하고 높은 방사선(감마선) 수치를 보이기 때문에 '핫 셰일'이라 불린다. 핫 셰일은 유기물 함량이 매우 높고, 해수면 상승으로 바닷물에 침수되는 시기에 형성되는데, 넓은 지역에 걸쳐 균일하게 분포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실루리아기를 포함한 고생대(5억4100만년 전부터 2억5190만년 전 사이)퇴적층이 해수면 변동(eustatic sea-level change)과 빙하기, 그리고 조산운동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었음을 보여준다. 조산 운동(造山運動)은 지구 표면을 덮은 약 10장의 강한 판이 서로 부딪치거나 다른 판 밑으로 들어가는 움직임을 말한다. 조산 운동을 통해 알프스나 히말라야 같은 대산맥이 생겨나기도 한다. 아라비아판은 단순히 유기물이 많았던 것이 아니라, 해수면 상승으로 유기물이 축적되고, 해수면이 하강하면서 침식과 구조가 형성되는 단계가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석유 생성과 저장에 최적화된 지층 구조가 만들어졌다. 핫 셰일은 바로 이 복합적인 환경에서 형성된 '지질학적 엔진'인 셈이다. 자동차를 움직이는 엔진이 동력의 근원이듯 유기물이 고온·고압을 받아 중동 고생대 석유 시스템 전체에 엄청난 양의 석유와 가스를 밀어 넣어주는 에너지 생산의 본체 역할을 했다는 의미다. ◇아라비아 판: 이동하는 대륙이 만든 구조 여전히 질문은 남는다. 땅속 석유는 어떻게 모였을까. 그 답은 판 구조론(plate tectonics)에 있다. 아라비아 판은 원래 남반구의 곤드와나(Gondwana)대륙에 속해 있었으나, 수억 년에 걸쳐 북쪽으로 이동했다. 곤드와나 대륙은 고생대 후기부터 중생대에 걸쳐 남반구에 분포했다고 생각되는 거대한 대륙의 이름이다. 현재의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남극대륙 이외에 마다가스카르, 인도대륙까지 하나의 대륙, 즉 곤드와나 대륙을 이루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라비아 판이 북쪽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세 가지 핵심 사건이 발생한다. 첫째는 판의 분리와 홍해의 탄생이다. 아라비아 판이 아프리카 판과 갈라지면서 형성된 것이 바로 홍해다. 홍해는 지금도 진행 중인 리프트(rift) 구조다. 거대한 지각판들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잡아당겨지면서 지각이 찢어지고 벌어지는 지질학적 현상이 일어나는 곳이란 의미다. 두번째는 판이 충돌하면서 자그로스 산맥과 페르시아만이 형성됐다. 아프리카 판과 갈라진 아라비아 판은 이제 북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유라시아 판과 충돌하게 된다. 충북대 지구환경과학과 우주환 연구원과 이철우 교수가 2021년 한국지구과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이 충돌은 튀르키예에서 호르무즈까지 북서~남동 방향으로 길이 약 2000㎞에 이르는 자그로스 습곡대를 형성했다. 습곡대는 지각 변동으로 지층이 주름이 진 형태가 된 곳을 말한다. 이 충돌은 단순한 산맥 형성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지층이 휘어짐(습곡 형성)과 단층 형성, 복잡한 지하 구조 형성 등을 통해 석유를 땅속에 가두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세번째 사건은 아라비아 판의 시계 반대 방향 회전이다. 알샤르한 교수와 켄달 교수의 2021년 논문은 아라비아 판이 아프리카 판에 대해 시계 반대 방향으로 약 6~7도 회전하며 이동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회전 운동은 아라비아 반도 주변의 지각 경계선을 재설정하고, 서쪽의 사해(Dead Sea) 변환 단층과 같은 복잡한 단층 체계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세 가지 역동적인 사건이 결합해 현재 아라비아 반도의 지형과 세계 최대의 에너지 매장지를 동시에 탄생시켰다. ◇배사구조: 석유를 모으는 자연의 저장고 석유는 가벼운 물질이기 때문에 생성되면 위로 이동한다. 문제는 이를 '잡아둘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배사구조(背斜構造, anticline)다. 옆으로부터의 압력으로 인해 지층이 산봉우리처럼 볼록하게 올라간 습곡 구조를 말한다. 최근에 쌓인 지층은 위로 휘어져 올라가고, 중심부에는 오래된 지층이 위치하게 된다. 배사구조는 지층이 위로 휘어지면서 가장 아래쪽에 있던 오래된 지층이 습곡의 중심부(핵)에 위치하게 된다. 즉, 지표면에서 중심부로 갈수록 더 오래된 암석이 나타나는 구조다. 배사구조가 중요한 이유는 석유와 천연가스를 가두는 '트랩(trap)'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물보다 가벼운 원유와 가스는 지층 사이를 따라 위로 이동하려는 성질이 있는데, 배사구조의 볼록한 꼭대기 부분에 도달하면 더 이상 위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고이게 된다. 이것이 바로 대형 유전이 형성되는 핵심 메커니즘이다. 이철우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이란의 자그로스 습곡대 전면부에는 이러한 배사구조가 대규모로 발달해 있어 이곳에만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의 약 8%가 집중돼 있다. 여기에 저류암(reservoir rock)의 역할도 중요하다. 저류암은 근원암에서 생성된 석유와 가스가 이동해와 실제로 저장되는 암석층이다. 탄산염암처럼 암석 내부에 미세한 구멍(공극)이 많아 석유를 품을 수 있는 '스펀지' 같은 역할을 한다. 중동 지역의 석유 시스템에서 배사구조와 저류암의 관계는 '그릇'와 '그릇에 담긴 내용물'의 관계와 같다. 저류암이라는 우수한 저장 물질이 배사구조라는 효율적인 저장 구조를 만났기 때문에 중동 지역에 세계적인 규모의 유전이 형성될 수 있었다. 이 두 요소가 결합해 거대한 천연 석유 저장고인 트랩(trap)을 형성하게 된다. ◇소금 돔: 석유를 지켜주는 '완벽한 밀봉' 그러나 배사구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석유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막는 장치가 필요하다. 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밀봉층(sealing layer), 또는 덮개암(cap rock)이다. 밀봉층은 지층 속에서 생성된 석유나 천연가스가 지표면으로 새 나가지 못하도록 그 위를 단단히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치밀한 암석층을 말한다. 중동 지역에서는 과거 바닷물이 증발하면서 형성된 증발암(Evaporite)이 이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다. 증발암의 주성분인 소금(암염)이나 무수석고(Anhydrite)는 입자가 매우 치밀해 액체나 기체를 거의 통과시키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하부 저류층에 모인 석유와 가스는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수백만 년 동안 지층 속에 고여 있을 수 있다. 페름기 후기(약 2억 5000만 년 전)에는 광범위한 해수면 상승 이후 대규모의 탄산염-증발암 퇴적 현상이 나타났고, 이것이 현재의 주요 밀봉층이 됐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주변에서는 이러한 두꺼운 소금층이 지각 운동의 압력을 받아 위로 솟구치며 소금 돔(salt dome) 구조를 형성했다. 소금 돔은 지하에 층상으로 넓게 깔려 있던 증발암(특히 소금층)이 지각 운동이나 밀도 차이에 의한 압력을 받아 위로 볼록하게 밀려 올라오며 형성된 기둥이나 돔 모양의 구조를 말한다. 이 구조는 석유를 특정 구역에 더욱 효과적으로 모아두는 일종의 '거대한 천연 저장 탱크' 역할을 한다. 덕분에 석유는 수백만 년 동안 그 안에 완벽하게 보존될 수 있었고, 이 지역이 세계 최고의 원유 매장량을 보유하게 된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결과적으로, 소금 돔은 석유 시스템에서 '보존'과 '집적'을 동시에 담당하는 핵심 요소인 셈이다. ◇'완전한 석유 시스템'이 에너지 저장소로 만들어 이런 과정을 거쳐서 중동 지역은 △근원암 (핫 셰일) △저류암 (탄산염암, 사암) △트랩 (배사구조) △밀봉층 (증발암, 소금 돔) 등 네 요소가 완벽하게 결합된 '완전한 석유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이 네 요소는 각각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판의 이동과 해수면 변화라는 하나의 지질학적 흐름 속에서 동시에 형성됐다. 오늘날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를 둘러싼 갈등은 단순한 군사적 충돌이 아니다. 그 본질은 수억 년에 걸쳐 형성된 지질학적 자산, 즉 에너지를 둘러싼 경쟁이다. 아라비아 판의 이동, 테티스해의 퇴적, 빙하기와 해수면 변화, 판의 분리와 충돌. 이 모든 과정이 겹겹이 쌓여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에너지 저장소를 만들어냈다. 이같은 지질학의 역사는 중동 일부 국가와 세력이 병목을 장악할 수 있도록 하는 지형을 형성했다. 그리고 그 지형은 오늘날 세계 정치와 경제를 좌우하는 '중동'이라는 지정학을 낳은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에너지 지정학] “저유가 시대는 끝”…전쟁 끝나면 에너지 안보 청구서 날아온다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향후 원유 등 에너지 가격에 안보 비용이 더해지며 비용상승 장기 고착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미국은 안보 비용 청구를 공식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변화가 단순한 공급망 재편을 넘어, 에너지와 안보가 결합된 새로운 질서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한다. 그동안 미국 주도로 유지돼 온 '저유가 기반의 안정적 에너지 공급 구조를 기반으로 한 자유무역 시대'가 끝나고 '안보 거래' 시대가 됐다는 분석이다.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2일 본지와 통화에서 “미국과 이란은 에너지를 얻으려면 대놓고 돈을 더 내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더 이상 전 세계에 균등하게 안보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에너지 확보 각자도생의 시대가 불가피하다"며 “미국 입장에서는 자국 공급망 밖에서 갈등이 심화될수록 에너지 지배력이 강화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미국은 자국 중심 공급망 내 에너지 거래를 유도하면서, 안보 비용을 가격이나 정책 조건으로 반영하는 방식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이란 사태 이전까지 국제유가는 1년 이상 배럴당 60달러 안팎의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해왔다. 이를 토대로 한국을 포함한 다수 국가들은 정부 주도 지원금, 증시부양 정책 등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하지만 이번 중동 충돌 이후 유가는 한 달 사이 두 배 가까이 상승하며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단순한 일시적 급등이 아니라, 향후 유가 구조 자체가 '고유가·고비용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한국 경제에는 직격탄이다. 특히 미국의 해군력 철수와 이 지역의 군사적 긴장에 따른 보험료 상승, 운송 리스크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경우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이전과 같은 저유가 환경으로 복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비용 증가를 넘어 전기요금, 물가, 산업 경쟁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원유 수입량(연간 약 9억 배럴)을 기준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할 경우 약 9조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하며, LNG 가격 상승까지 반영하면 총 부담은 10조원 중반대로 확대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만약 유가가 20~30달러 상승하거나 이란이 요구할 호르무즈 해협 통행 비용이 반영될 경우 연간 부담은 3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이번 사태의 영향으로 하반기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179달러까지 오를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전쟁 전 평균 6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던 것과 비교하면 최대 3배 가까운 폭등이다. 100조에 가까운 추가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한 에너지 비용 증가분을 가구 단위로 환산할 경우 부담은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국내 가구 수(약 2200만 가구)를 기준으로 보면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발생하는 추가 비용이 연간 12~15조원 수준일 경우 가구당 약 50만~70만원의 부담이 발생한다. 유가 상승폭이 확대돼 총 부담이 30조원을 넘어설 경우에는 가구당 연간 130만원 이상, 최대 180만원에 가까운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는 전기요금뿐 아니라 교통비, 물가 전반에 반영되는 간접 부담까지 포함된 수치로, 에너지 가격 변동이 가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미국의 태도 변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때문에 항공유를 확보하지 못하는 국가들은 미국에서 구매하거나 직접 확보하라"며 “미국은 더 이상 당신들을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발언을 넘어, 미국이 더 이상 글로벌 에너지 수송의 '안보 제공자' 역할을 전면적으로 수행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특히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유지돼 온 '미국 주도의 해양 에너지 안보 체제'가 사실상 전환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같은 변화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기존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에너지를 확보하는 구조가 흔들릴 경우, 에너지 비용 상승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동 의존도가 높은 수입 구조를 유지한 채 글로벌 에너지 질서가 '블록화'될 경우, 공급망 리스크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나라 역시 그동안 저유가 환경을 전제로 제조업은 물론 에너지 정책이 설계돼 왔다는 점에서 이번 변화의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탄소중립 기조 아래 석탄발전 퇴출과 재생에너지 확대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LNG 발전 비중 확대가 사실상 기본 전제로 작동해왔다. 저유가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가스 가격 환경이 이를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구조적으로 확대될 경우, 한국의 에너지전환 전략 역시 근본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조홍종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저유가 환경을 전제로 설계된 에너지 전환 정책이 흔들릴 경우, 전력 믹스와 수급 전략 전반에 대한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에너지 전환서 찬밥 신세된 ‘수소’…일반수소발전 입찰 사라질듯

수소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찬밥 신세를 받고 있다. 수소를 판매하는 전력시장이 대폭 축소되거나 사라질 수 있어서다. 정부는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수소는 인정하지 않고 오직 청정수소를 이용한 설비만 인정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잡고 있다. 4일 수소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수소발전 시장 중 일반수소 입찰시장이 사라지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수소발전 시장은 일반수소는 지난 2023년 6월, 청정수소는 2024년 5월 각각 개설됐다. 일반수소 시장은 개설 3년 만에 폐지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수소발전 시장은 사용 연료에 따라 청정수소 발전과 일반수소 발전으로 구분된다. 청정수소 시장에는 국내 청정수소 인증기준인 수소 1㎏당 온실가스 배출량 4㎏ 이하를 충족한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경우에만 참여할 수 있다. 지난해 청정수소 시장은 연간 3000기가와트시(GWh), 일반수소 시장은 1300GWh 규모로 열렸다. 이는 설비용량 1GW 원자력발전소를 각각 3000시간, 1300시간 가동했을 때 생산되는 전력량이다. 지난해 6월 이재명 정부 출범과 같은 해 10월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이후 수소 시장 크게 바뀔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져 왔다. 특히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의원 시절부터 액화천연가스(LNG) 기반 '그레이 수소'로 발전하는 수소연료전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다. 김 장관이 의원 당시 대표 발의한 신재생에너지법 개편안도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했다. 해당 법안은 연료전지를 신재생에너지에서 제외하기 위해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를 분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로 기후부 출범 직후 수소시장에 제동이 걸렸다. 청정수소 시장은 지난해 10월까지 입찰자 선정 과정에 있었으나, 기후부 출범 직후인 같은 해 10월17일 전격 취소됐다. 석탄발전소에서 수소를 변환한 에너지인 암모니아를 15년간 혼소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점이 문제가 됐다. 기후부는 2040년까지 석탄발전을 폐쇄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해당 입찰이 석탄발전 폐쇄 목표 시점을 넘어선다는 이유를 들었다. 반면 일반수소 시장은 기후부 신설 이전인 지난해 8월, 에너지 정책이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이던 시기에 입찰자가 선정돼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일반수소 시장 자체가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일반수소에서 청정수소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아직 시기가 이르다는 입장이다. 아직 연료전지 산업이 충분히 성장하지 않은 만큼 일반수소 시장을 아직 더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국내 연료전지 누적 보급량은 약 1.3GW 수준이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이를 2038년까지 3.6GW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일반수소 시장이 열리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업계에 팽배하다"며 “일반수소 시장을 주로 활용해온 수소연료전지 사업자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후부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늦어도 다음 달 안에는 고시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당초 일반수소 시장은 청정수소로 전환하기 위한 과도기적 단계로 마련된 것"이라며 “다만 허용 기간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정부는 축소 방향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에너지 절약 이렇게] 차량운행 줄이고 점심시간 사무실 불끄고…대기업·경제단체 ‘고유가 비용절감’ 앞장

미국과 이란 간 전쟁에 따른 에너지 공급망 차단으로 전세계 경제에 '고유가 쇼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요 제조기업도 에너지 절감을 통한 비용 감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울러 정부 차원의 에너지 절약 캠페인에도 동참해 산업계의 에너지 위기 돌파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국내 산업계의 에너지 절약 실천은 대부분 임직원 개인차량 및 영업용 차량의 운행 제한을 비롯해 사무실 및 공장 내 불필요한 전력 사용 축소, 전력 소모를 필요로 하는 기업 네트워크의 운용 효율화를 통한 사용량 절감 등 형태로 전사적 차원에서 전개되고 있다. ◇차량 5·10부제 도입은 기본…카풀 권고, 저층부 엘리베티어 사용 제한도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현대차·SK·LG·한화·GS·HD현대 등 주요 그룹과 경제단체들이 차량 5·10부제를 도입하는 등 정부의 에너지 절약 대책에 동참하고 있다. 차량 10부제는 자동차 번호 끝자리와 날짜 끝자리가 같은 날에 차량 운행을 제한하는 방식이며, 차량 5부제는 요일별로 운행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재계에서는 HD현대가 지난달 23일 가장 선제적으로 차량 10부제를 도입했다. 사업장 내 에너지 사용량 감축을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복도나 주차장 등 비업무 공간 조명의 조도를 낮추거나 소등하는가 하면, SK그룹은 아예 점심시간에 사무실 전등을 끄는 것을 의무화했다. 저층부의 엘리베이터 사용 제한도 일반적인 방식으로, HD현대의 경우 임직원들에게 사무용품·비닐·플라스틱 등 석유화학 파생상품의 절약도 요청했다. 포스코그룹은 오는 6일부터 에너지 절약을 조직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사내 캠페인 '세이브(S.A.V.E.) 챌린지'를 진행한다. 세이브 챌린지는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Step Up) △출퇴근 시 대중교통·도보 이용(Active Transit) △출퇴근 시 카풀 활용(Vehicle Share) △전원 차단 등 에너지 절감(Energy Off) 등으로 구성된다. 임직원 전용 모바일 플랫폼 '챌린지(CHAlleNGE) 앱'으로 참여해 인증 실적에 따라 기프티콘으로 교환 가능한 포인트를 한명 당 최대 5만원 상당 지급한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 74개 지역 상공회의소는 차량 5부제 시행과 함께 소등, 대기전력 차단 등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추진하고 회원사의 자율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도 '에너지 절감 캠페인'을 시행하고 회원사에 참여를 요청했다. 한국무역협회 본부와 13개 국내지역본부는 차량 5부제를 의무 시행하고 업무용 차량 운행을 제한한다. 또 점심시간에 전 층을 소등하는 한편 층간 이동 시 계단 이용을 권장하고 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과 도심공항터미널 등 무역센터 권역의 전력 관리도 강화했다. ◇ '전기 먹는 하마' 통신 인프라 전력 소모량 최소화…재생에너지 비중도 늘려 통신업계도 이런 흐름에 맞춰 에너지 저감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은 전력 소모량이 많은 데이터센터와 네트워크 영역 안에서 전력 소모량을 줄이는 데 신경 쓰는 모습이다. SK텔레콤의 '페타서스 AI 클라우드'는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운영을 위한 고성능·고효율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전력 소모를 절감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 AI 데이터센터 발열과 전력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액체 냉각 기술을 연구 개발하고, 시범 적용하고 있다. KT는 통합관제센터를 통해 전국 사옥과 통신 설비의 에너지 사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공조·조명 설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인공지능(AI)으로 적정 온도와 기지국 전파 출력, 전력 소모량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방식이다. LG유플러스는 에너지 절감을 위해 네트워크 영역 내 저전력 고효율 장비 사용 확대, 현장 점검 차량 이동 시 정속 주행, 퇴근 시 자동 소등 및 PC 끄기 등 에너지 절감을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또 LG유플러스는 대전 R&D센터 내에 1000㎾급 자가 태양광 발전 설비를 가동하는 등 통신 인프라 구축 및 데이터센터 운영에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늘리고 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하동근 지역난방공사 사장, 취임 직후 중동발 에너지 위기 대응 점검

하동근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이 취임 직후 중동발 에너지 위기 대응에 나섰다. 하 사장 지휘 하에 한난의 청정열에너지로 전환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하 사장은 3일 경기도 성남 본사 강당에서 취임식을 열고 제13대 사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그는 환경교육센터 이사장, 판교생태학습원 원장, 환경운동연합 중앙위원 등을 지내 한난 사장으로는 첫 환경단체 출신이다. 취임 직후 그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자원안보 위기경보가 '경계' 단계로 격상된 상황을 고려해 비상경영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서는 연료비 상승에 따른 재무 대응 상황을 비롯해 에너지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 에너지 효율 향상 사업 확대, 대국민 에너지 절약 캠페인 등을 점검했다. 이후 하 사장은 한난 화성지사를 방문해 전극보일러 실증사업 현장을 확인했다. 해당 사업은 20메가와트(MW)급 전기보일러를 통해 전력을 열로 전환하는 것으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잉여 전력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국회에서는 일정 규모 이상 열을 생산하는 난방사업자에게 청정열 생산을 의무화하는 '청정열에너지 의무화 제도'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액화천연가스(LNG) 기반 열병합발전소의 히트펌프 및 전극보일러 전환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한난은 우리나라 최대 난방사업자로 청정열에너지로의 전환에서 총대를 매게 된다. 하 사장은 현장에서 청정열 확대와 탈탄소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관련 정책 추진 과정에서 한난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석유 소비 줄었지만 구조는 그대로…산업지역 쏠림 10년째 지속

석유 소비가 단기적으로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산업 중심 구조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최근 소비 흐름과 장기 지역별 데이터를 종합하면 '감소 전환 속 구조 고착'이라는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3일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반등 이후 올해 초 들어 석유 소비가 감소세로 전환됐다. 납사는 지난해 7월 4만1973배럴에서 올해 2월 3만5437배럴로 6536배럴 줄었고, 경유도 같은 기간 1만3046배럴에서 9963배럴로 감소했다. 휘발유와 LPG 역시 각각 8856배럴에서 7562배럴, 1만1502배럴에서 9982배럴로 줄었다. 특히 항공유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12월 3689배럴에서 올해 1월 586배럴로 급감한 뒤 2월에는 805배럴 수준에 머물며 약 76% 감소했다. 반면 등유는 겨울철 난방 수요 영향으로 280배럴에서 1881배럴로 증가했다. 품목별로는 납사·경유·LPG가 여전히 중심을 이뤘다. 올해 2월 기준 이들 3개 품목 합계는 5만5382배럴로 전체의 78.4%를 차지했다. 중유·경질중유·윤활유 등 기타 품목은 3% 수준에 그쳤다. 산업·수송 중심 소비 구조가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구조는 장기 데이터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지역별 1인당 석유 소비를 보면 산업지역 집중 현상이 뚜렷하다. 울산은 2015년 131.04배럴에서 2024년 167.79배럴로 증가하며 전국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충남(74.19→97.49배럴), 전남(100.73→112.62배럴) 역시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서울은 4.92배럴에서 2.82배럴로 감소했고, 세종도 6.92배럴에서 4.57배럴로 줄었다. 2024년 기준 상위 25% 구간은 약 97.5배럴, 하위 25% 구간은 약 5배럴로 지역 간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사분위 범위(IQR)가 92.5에 달해 분포가 매우 넓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제조·정유 시설이 집중된 울산·충남·전남 3개 지역은 전체 소비의 약 70%를 차지하며 구조적 편중을 유지했다. 반면 대도시권은 교통·난방 수요 감소 영향으로 장기적인 하락세가 이어졌다. 최근 소비 감소는 경기와 계절적 요인이 반영된 단기 조정으로 해석된다. 항공유와 등유 등 일부 품목의 변동성은 확대됐지만, 납사와 경유 중심의 산업용 수요는 여전히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 이 기사는 에너지경제신문이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으로 개발한 'AI 뉴스 어시스턴트' 시스템과 기자의 협업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데이터의 정밀성과 현장 취재를 결합해 보다 신뢰도 높은 뉴스를 제공합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폭우 감당 못하는 하수도, 공항 날아드는 새떼…“기후·생태 관점 인프라 재설계 필요”

비만 오염 빗물과 오염수가 섞여 하천으로 넘치는 하수도. 철새가 몰려들어 항공기와 조류 충돌 위험이 커지는 공항…. 인프라의 설계와 운영·관리가 부실하면 생태계 피해와 더불어 사람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한다. 지난 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환경연구원(KEI)의 '2026년 국토환경연구본부 성과보고회'에서는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물관리와 인간-자연 공존 전략을 종합적으로 제시했다. 이날 행사는 2025년 한 해 동안 축적된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이를 실제 정책으로 연결하기 위한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비 오면 넘치는 하수…도시 인프라의 한계 드러나다 첫 번째 세션 '미래에 대응하는 물관리 전략'에서는 강우 시 합류식 하수도에서 미처리 하수가 하천으로 유입되는 합류식 하수도 월류수(CSOs) 문제가 핵심 의제로 제시됐다. 김호정 KEI 물관리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비 오면 넘치는 하수, 하천으로 흘러들게 둘 것인가'라는 제목의 주제 발표에서, 국내 주요 도시가 여전히 오수와 빗물을 함께 모으는 합류식 하수도 구조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구조에서는 집중호우 시 하수 처리 용량을 초과한 오염수가 별도의 처리 없이 하천으로 방류된다는 것이다. 그 결과 유기물뿐 아니라 의약물질, 미세플라스틱, 타이어 마모 부산물과 같은 미량오염물질이 그대로 하천에 유입되고, 수생태계의 건강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한다. 어류 폐사와 수질 악화는 물론, 시민의 친수 공간 이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당연히 수돗물 생산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단순한 시설 부족이 아니라, 과거 강우 패턴을 기준으로 설계된 도시 인프라가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강우를 감당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하수도 정비에서 '통합 수질관리'로의 전환 KEI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하수도 정비 중심 접근을 넘어선 다층적 전략을 제시했다. 우선, 관로 점검과 정비, 준설, 도로 청소 등 유지관리 중심의 비구조적 대책을 통해 오염원의 유출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대규모 투자 이전에 가장 효율적으로 오염 부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동시에 CSO 저류시설과 대심도 지하터널 구축과 같은 구조적 대책을 병행해 미처리 하수의 직접 방류를 물리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연구위원은 “기존 하수도 시스템의 저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우수토실(雨水吐室) 제어 시스템 등 스마트 운영 기술을 도입하고, 도시 전반에는 저영향개발(LID)과 같은 그린 인프라를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빗물의 침투와 지연을 유도해 하수관로의 부담을 분산시키는 방식이다. 우수토실은 합류식 하수도에서 우천시에 일정량의 하수를 모아들여 하수처리장으로 보내고 나머지 하수를 하천 등의 수역으로 방류하기 위한 시설을 말한다. 제도적 측면에서는 물환경보전법 개정을 통해 미처리 하수의 공공수역 배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공공수역으로 배출하더라도 강수량 등 기준에 해당할 때만 배출하도록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배출 때 생태독성과 미생물까지 포함해 포괄적인 수질관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아울러 기후변화로 인한 불확실성에 대응해 '추가 여유량(Headroom)' 개념을 도입해 인프라 설계 기준 자체를 상향하고, 과학적 재정 추계를 기반으로 단계적 투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제안도 이어졌다. ◇“새를 쫓는 시대는 끝났다"…공항 인프라도 재설계 대상 이날 행사의 두 번째 세션 '인간과 자연의 공존 전략'에서는 인간과 야생동물 간 충돌 문제, 특히 항공기와 조류 충돌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이후승 KEI 자연환경연구실장은 '조류충돌 대응, 생태안전 정책으로 전환하다'라는 발표에서 공항 안전 문제를 단순한 운영 리스크가 아닌 생태계 관리 실패의 결과로 해석했다. 공항 주변 습지와 농경지 감소, 먹이 환경 변화 등으로 인해 조류의 이동 경로와 행동 패턴이 불안정해지면서, 항공기와의 충돌 위험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KEI는 기존의 단순 퇴치 방식에서 벗어나, 공항 외부로 조류의 활동을 유도하는 '단계적 서식지 이주 전략'을 제시했다. 이는 공항 주변에 임시 서식지를 순차적으로 조성해 조류의 이용 빈도를 점진적으로 공항 밖으로 이동시키자는 것이다. 생태적 특성을 고려한 장기적 관리 전략인 셈이다. 이와 함께 공항 개발 및 운영 과정에서 조류 생태를 정밀하게 조사하고, 환경영향평가에 생태 위험 분석을 포함하는 등 과학적 관리 기준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됐다. ◇갈등에서 공존으로…생태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 같은 세션에서 홍현정 KEI 부연구위원은 “인간과 야생동물 간 갈등이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피해 유형도 농작물에서 인명과 사회 기반시설로 확대되고 있다"고 빍혔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갈등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축적하는 '갈등 사고 인벤토리' 구축, 보호구역과 완충구역을 구분하는 공간적 관리, 경제적 인센티브 제도 도입, 그리고 인공지능(AI) 기반 감시 기술 활용 등 종합적인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히 피해를 줄이는 접근을 넘어, 인간과 야생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인프라 '보완' 수준이 아니라 '재설계'가 필요 이번 성과보고회는 하수 월류와 조류 충돌이 별개의 문제이지만, 공통적으로 기후변화-생태계변화가 기존 도시 인프라와 일치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음을 보여준다. 과거의 인프라는 안정적인 기후와 예측 가능한 환경을 전제로 설계됐지만, 오늘날의 기후위기는 이러한 전제를 무너뜨리고 있다. 그 결과, 잦은 폭우와 극한강우로 하수도는 넘치게 되고, 야생동물은 인간의 공간으로 침투해 공항과 같은 핵심 인프라조차 새로운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결국 기후위기 시대에는 기존 인프라를 조금 더 정교하게 다듬는 수준을 넘어, 물·생태·도시를 통합적으로 고려한 '인프라의 재설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홍균 KEI 원장은 “기후위기와 생태계 변화, 도시환경 문제는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어 단일 분야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물·자연·도시를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추진…경영계, 줄소송 ‘고발 리스크’ 우려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속고발권 폐지를 추진하자 경영계에 '사법 리스크' 비상이 걸렸다. 중대재해처벌법, 상법 개정 등으로 가뜩이나 기업활동에 부담을 안고 있는 가운데 전속고발권 폐지 움직임 소식이 전해지자 경영계에 민·형사 고발 루트가 다양해진데 따른 사법 리스크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감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3일 재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 전속고발권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사건에 대해 오직 공정위만 검찰에 고발할 수 있는 특권을 뜻한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고 고발권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일정수 이상 집단이 고발하면 공정거래 관련 공소 제기가 가능하도록 바꾼다는 취지다. 다만, 경제부처 등 일부의 반대로 이날 국무회의에서 결론이 나지는 않았다. 이같은 전속고발권 폐지 추진이 나온 이유는 공정위가 기업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고 사건을 덮는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온 배경 탓이다. 대기업의 갑질로 중소기업이 망하더라도 공정위가 고발을 안 하면 검찰 수사가 아예 안 되는 상황이 불공정하다는 목소리도 작용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공정위에 집중돼 있던 관련 고발 권한이 대폭 분산되는 쪽으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명 대통령도 “공정위가 독점하다 보니 사건을 덮어버릴 권한도 가졌다"며 제도 개편을 주문했다. 대통령과 주무부처가 같은 지향점을 두고 있는 만큼 공정거래법 제정 때부터 46년간 이어진 전속고발권의 폐지는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경영계는 공정위 전속고발권이 없어질 경우 '줄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반인들도 고발권을 가지면 부작용이 엄청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경쟁사가 악의적인 고발을 남발하거나 노조 등 사회단체들이 기업을 압박할 수단으로 활용할 여지가 있다며 걱정한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유일하게 경쟁법 전반에 걸쳐 형벌 조항을 두고 있다는 점도 재조명받고 있다. 다른 국가들은 형벌 규정 자체가 없거나 카르텔에 한정해 적용하고 있다. 전속고발권 개편 논의와 함께 형사처벌 범위에 대한 검토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국내 법체계에 고발권이 이미 분산돼 있다는 의견도 있다.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안에는 '의무고발요청제'가 도입돼 있다는 주장이다. 이 제도에 따라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장관, 검찰총장, 감사원장 등은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할 수 있다. 중기부는 최근 야놀자, 여기어때 등이 입점업체에 피해를 입혔다며 고발요청권을 행사한 바 있다. 경영계 한 관계자는 “전속고발권 개편은 기업활동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라며 “최근 중동사태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에 수사·소송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충분한 공론화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영계가 고발권 확대를 걱정하는 분야는 이뿐만이 아니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된 것도 '고발 리스크'를 부각시키는 요소라고 지적한다. 배임죄 고발 문턱이 사라진 상황에서 기존 민사로 진행되던 소송이 형사로 발전하는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전속고발권 폐지까지 맞물리면 주주들이 힘을 모아 회사 또는 경영진을 압박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계 행동주의펀드 등의 활동 반경이 더욱 넓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아니면 말고'식 소송이 남발되면 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전속고발권 폐지에 경영계 의견 수렴을 통한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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