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충청·강원에 GW급 태양광 벨트”…기후부,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승부수

“수도권·충청·강원에 GW급 태양광 벨트”…기후부,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승부수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수도권과 충청·강원권을 중심으로 기가와트(GW)급 초대형 태양광 단지를 조성해 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 100GW 시대를 열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상대적으로 전력망 여유가 있는 수도권과 간척지, 군사접경지역, 폐쇄 석탄발전소 부지 등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9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김성환 장관 주재로 제38차 에너지위원회를 열고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올해 3월 개정된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에 따라 처음 수립되는 중장기 계획으..

정부, 재생에너지를 ‘제2의 반도체’로… 2030년까지 태양광 10GW·풍력 3GW 확충

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국내 태양광 모듈 생산능력을 연간 10기가와트(GW), 풍력 터빈은 3GW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재생에너지 산업을 '제2의 반도체·조선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9일 발표한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통해 국내 태양광 모듈 생산능력을 현재 연간 6GW 수준에서 2030년까지 10GW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풍력 터빈 생산능력 역시 같은 기간 0.8GW에서 3GW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재생에너지 수출 규모도 2024년 4조2000억원 수준에서 2035년 20조원까지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특히 태양광·풍력 산업 생태계 재건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공공사업과 계획입지 사업 등에 국산 태양광 모듈과 인버터 사용을 확대하고, 국내 생산 기준을 마련해 금융지원과 연계하기로 했다. 햇빛소득마을과 학교, 공공주차장 등 공공 태양광 사업에서도 국산 기자재 사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노후 인버터 교체 시장도 국산 제품 중심으로 재편한다. 정부는 수명이 6~7년 수준인 노후 태양광 인버터를 국산 제품으로 교체할 경우 융자와 금융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인버터 통신장비에 대한 보안 검증 기준도 새롭게 마련해 공급망 안정성과 보안성을 동시에 강화한다. 계통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차세대 스마트 인버터 개발도 추진된다. 정부는 전압·주파수 제어 기능을 갖춘 스마트 인버터와 인공지능(AI) 기반 발전 예측·고장 예지 기능을 갖춘 차세대 제품 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한전 기술지주 출연금과 모태펀드 등을 활용한 전용 펀드 조성도 검토 중이다. 정부는 태양광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세제지원과 인증제도 개편에도 나선다. 저탄소 태양광 모듈 설계·제작·설치 기술을 신성장·원천기술로 지정해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국내 셀을 활용한 모듈에는 공공입찰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태양광 핵심 기자재를 경제안보 품목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차세대 태양전지 기술 개발도 속도를 낸다. 정부는 탠덤셀과 페로브스카이트 등 차세대 태양전지 기술에 대한 대규모 연구개발(R&D)을 지원하고, 건물일체형태양광(BIPV) 시장 육성에도 나설 계획이다. 국내 기업이 세계 최고 수준의 탠덤셀 초기효율을 확보한 만큼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 개발과 투자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해상풍력 산업 육성 전략도 포함됐다. 정부는 20메가와트(MW)급 초대형 해상풍력 터빈 개발을 지원하고, 부유식 해상풍력 시장 선점을 위해 100MW급 테스트베드 구축도 추진한다. 현재 세계 부유식 해상풍력 시장 규모가 아직 크지 않은 만큼 조선·철강·케이블 산업과 연계해 새로운 수출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RPS 폐지법 국회 상임위 통과…재생에너지 경매제 전환 본격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를 폐지하는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면서 국내 재생에너지 정책 체계가 대대적인 전환 국면에 들어섰다. 기존 RPS 중심 시장 구조를 정부 주도의 경매제도로 바꾸겠다는 방향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19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 해당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으로, 현행 RPS 제도를 폐지하고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 물량과 목표를 정한 뒤 경매 방식으로 전력구매계약을 체결하는 계약시장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RPS는 500메가와트(MW) 이상 발전설비를 보유한 발전사업자에게 총 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다. 2012년 의무비율 2%로 시작해 올해는 15%까지 확대됐다. 그동안 국내 태양광·풍력 보급 확대를 견인해왔지만 최근에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RPS 대상 발전사들은 직접 재생에너지 설비를 확대하지 않고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해 의무를 이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발전사들이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리기보다는 REC 구매에 의존하고 있어 REC 가격이 높게 형성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현재 RPS 체계 아래 운영되던 REC 현물시장은 사라지고 정부가 사전에 입찰 물량을 정한 뒤 경쟁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시장이 재편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발전사업자가 신규 재생에너지 물량을 보다 안정적으로 확대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환경단체들은 이번 개정안이 오히려 재생에너지 확대를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기후환경단체 플랜1.5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내세우고 있지만 독소조항이 제대로 개선되지 않은 채 통과됐다"고 비판했다. 플랜1.5는 특히 재생에너지 설비를 직접 보급하지 않고 일정 금액 납부로 의무를 대체할 수 있는 '보급대체이행' 조항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개정안에는 대체이행 상한선 규정이 없어 사실상 재생에너지 직접 보급 의무를 회피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또한 현행 RPS에서 의무 대상이었던 민간발전사가 개정안에서는 '목표관리대상자'로 완화돼 실질적 규제가 약해졌다는 점도 우려 요소로 꼽았다. 플랜1.5는 “현재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OECD 최하위 수준인 약 10%에 불과하다"며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목표를 달성하려면 오히려 의무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사위와 본회의 과정에서 독소조항을 보완하는 수정안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수도권·충청·강원에 GW급 태양광 벨트”…기후부,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승부수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수도권과 충청·강원권을 중심으로 기가와트(GW)급 초대형 태양광 단지를 조성해 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 100GW 시대를 열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상대적으로 전력망 여유가 있는 수도권과 간척지, 군사접경지역, 폐쇄 석탄발전소 부지 등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19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김성환 장관 주재로 제38차 에너지위원회를 열고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올해 3월 개정된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에 따라 처음 수립되는 중장기 계획으로 오는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확대 전략과 실행 과제를 담았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전력수요 전망과 송전망, 발전설비 구축 계획을 담는다면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은 이 중 구체적인 재생에너지 보급 계획을 담았다. 기후부는 이를 통해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 100GW, 2035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30% 이상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기후부는 우선 수도권·충청권·강원권을 중심으로 10개 이상의 GW급 초대형 태양광 사업을 발굴해 총 12GW 규모의 신규 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시화·화옹지구 등 간척지, 석탄발전소 폐지 부지, 군사접경지역을 활용한 '평화 태양광 벨트' 등이 주요 부지다. 기후부는 범정부 차원의 '초대형 계획입지 발굴 추진단'을 구성해 사업을 집중 관리하고, 인허가 절차도 대폭 단축하기로 했다. 유휴부지 활용 확대도 핵심 축으로 제시됐다. 기후부는 공장 지붕, 영농형·수상형 태양광, 도로·철도·농수로 등 이른바 '4대 정책입지'를 중심으로 2030년까지 총 44.2GW 규모 태양광을 추가 보급한다는 방침이다. 일정 규모 이상 신축 공장에는 태양광 설치 의무화를 추진하고,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를 법제화해 입지 갈등을 줄이기로 했다. 계획입지 제도 도입과 인허가 병목 해소도 병행한다. 해상풍력 확대 전략도 함께 추진된다. 2030년까지는 태양광 위주로 보급하고 2030부터는 본격적으로 해상풍력을 전력시장에 투입한다. 기후부는 해상풍력 장기 입찰 로드맵과 계획입지 제도를 도입해 사업 불확실성을 줄이고 비용 절감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초대형 해상풍력 터빈 개발과 부유식 해상풍력 실증단지 구축도 추진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국내 풍력 산업 생태계를 복원하고 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 산업을 '제2의 조선·반도체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기후부는 그동안 재생에너지 확대의 최대 걸림돌로 지적돼온 계통 문제 해결을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 확대를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은 날씨에 따라 급변하는 만큼 저장장치와 유연한 전력망 구축 없이는 대규모 확대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기후부는 배전망에 ESS를 설치해 지역 내 생산·저장·소비를 최적화하는 분산형 전력망 체계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와 ESS, 히트펌프 등을 패키지 형태로 지원해 주택과 마을 단위 에너지 자립 모델도 확대할 계획이다. 기후부는 이 같은 보급 계획을 통해 kWh당 목표 단가를 △태양광 2026년 150원→ 2030년 100원→ 2035년 80원 이하 △육상풍력 각각 180원 → 150원 → 120원 이하 △해상풍력 각각 330원 → 250원 → 150원 이하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기후부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단순한 발전 설비 보급이 아니라 국민 소득과 연결되는 산업 구조 전환으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주민 참여형 태양광·풍력 사업을 확대하고, '햇빛·바람·계통소득'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해 주민 수익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자가용 태양광 인증서(REGO) 제도를 도입해 추가 수익을 제공하고, 베란다 태양광 보급 확대 등 생활밀착형 정책도 병행한다. 심진수 기후부 재생에너지정책관은 “재생에너지 100GW 달성을 위한 구체적 실행 계획과 계통 안정 대책을 함께 제시한 것이 이번 계획의 핵심"이라며 “ESS 확대와 분산형 전력망 전환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주력 전원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석탄발전 폐지지역 지원 특별법, 국회 상임위 통과…김소희 의원 “노동자·지역 지원 시급”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에 따른 지역경제 충격과 노동자 고용 불안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이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었다.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을 포함해 여야 의원들이 제출한 17건의 법안을 통합한 대안이 19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와 전체회의를 잇달아 통과했다. 이번 특별법은 석탄발전 폐지지역의 대체 산업 육성과 노동자 보호를 위한 지원 체계를 담고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폐지되는 석탄화력발전소의 기반시설을 활용해 무탄소발전 등 에너지산업을 우선적으로 육성할 수 있도록 했으며, 전력수급과 계통 안정성 확보가 필요할 경우 일부 발전기를 '안보전원발전기'로 지정할 수 있는 근거도 포함됐다. 또 폐지지역 지원 계획 수립 과정에서 지역 주민과 노동자 대표 등이 참여하는 '지역전환 협의체'를 설치하도록 해 노동계 참여를 제도화했다. 이날 법안소위 심사 과정에서는 일부 조항이 수정됐다. 김소희 의원은 폐지지역 정의 조항에 인접지역을 포함하는 단서를 추가해, 고성군 삼천포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하지만 상당수가 거주하는 사천시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관련 내용이 반영됐다. 아울러 석탄발전 노동자 고용 보호와 관련해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원 조항도 기존의 '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에서 의무 규정으로 강화됐다. 협력업체 근로자 보호를 위한 계약 연장 조항 역시 수의계약 허용과 함께 지원 대상 기간을 '폐지 후 5년'에서 '6년'으로 확대했다. 대체산업 범위를 둘러싼 논의도 있었다. 일부에서는 '무탄소발전 등 에너지산업' 표현을 '재생에너지'로 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김 의원은 “지자체와 노동자들은 청정수소와 SMR 등 다양한 에너지원도 포함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고, 결국 정부 원안이 유지됐다. 김 의원은 지난 2024년 11월 특별법안을 처음 발의한 이후 김성환 장관 인사청문회와 국정감사, 기자회견 등을 통해 법안 통과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올해 3월에는 충남도청과 보령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으며, 4월에는 한국노총·전력연맹·공공노련 등이 참여한 긴급 간담회를 개최해 노동계 의견을 정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후 노동계와 관계 부처 의견을 반영해 여야 17개 법안을 통합한 정부 대안을 마련했고, 이날 상임위 전체회의를 통과하게 됐다. 김소희 의원은 “석탄화력 폐지지역은 경제적 피해와 인구 감소로 지역소멸 위기까지 겪고 있다"며 “오늘 상임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만큼 법안이 조속히 본회의까지 통과돼 대체산업 육성과 노동자 고용 보호를 위한 정부 지원이 하루빨리 이뤄지도록 끝까지 챙기겠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AI 데이터센터 전력TF 떴지만…업계 “단기 해법은 안 보인다”

정부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전력 공급을 위한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했지만, 업계에서는 “정작 핵심 전력 해법은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번주 AIDC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향후 기가와트(GW)급 초대형 데이터센터 구축 수요 발생 시 공동 전담조직(TF)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번 협약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 특별법'의 후속 조치다. 표면적으로는 정부 부처 간 협력 체계 구축이라는 의미가 있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TF 출범만으로는 AI 데이터센터 전력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핵심 쟁점이었던 LNG 발전 전력 직접구매계약(PPA) 특례가 결국 법안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산업시설과 달리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다. 특히 최신 GPU 기반 데이터센터는 수백 메가와트(MW)에서 많게는 GW급 전력을 요구한다. 문제는 현재 국내 전력 구조상 단기간 내 이 같은 수요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현실적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재생에너지는 확대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계통 부족과 간헐성 문제가 여전히 걸림돌로 꼽힌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신규 재생에너지 접속 대기와 출력제어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원전 역시 단기 해법으로 보기 어렵다. 신규 대형 원전은 건설에 장기간이 필요하고, 소형모듈원전(SMR)도 아직 초기 단계다. 석탄발전은 즉시 공급 가능한 기저전원이지만 탄소중립 정책과 정면 충돌한다는 부담이 있다. 결국 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단기간 내 대규모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전원으로 LNG 역할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는 사실상 국가 전략 인프라"라며 “재생에너지 확대 방향과 별개로 과도기적 관점에서 안정적인 LNG 공급 방안도 현실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가 이번 협약에서 강조한 '국가 전력계통을 통한 공급' 역시 당초 산업계가 기대했던 개별 발전원 기반 PPA 확대 대신 기존 계통 체계를 활용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이 경우 한전 계통 부담과 송·변전망 투자 확대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AI 데이터센터 집중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전력망 증설 논의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향후 공동 TF 논의 과정에서 국회 심의 단계에서 제외됐던 LNG 발전 PPA 특례 문제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특히 AI 산업 확대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될 경우, 정부 역시 현실적인 전력 공급 방안을 다시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지금 논쟁의 본질은 단순히 데이터센터 지원 문제가 아니라 한국이 앞으로 어떤 전력 시스템으로 AI 시대 산업 경쟁력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라며 “결국 AI 산업 확대가 기존 에너지 정책의 현실성과 속도를 다시 시험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GDP 수치만으로 국가가 정말 발전했는지 알 수 없다”

국내총생산(GDP) 중심의 국가 성과 측정 방식을 넘어, 사람의 '삶의 질'과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공식 제안이 나왔다. 유엔(UN) 사무총장이 지난해 구성한 'GDP를 넘어서 - 독립 고위급 전문가 그룹(Independent High-Level Expert Group on Beyond GDP)'은 최근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 제목은 《가치 있는 것을 측정하기: 사람과 지구를 위한 진보의 나침반(Counting What Counts: A Compass of Progress for People and Planet)》이다. 보고서는 브루킹스연구소의 경제연구 프로그램 선임연구원인 캐럴 그레이엄이 총괄 편집을 맡았으며, 컬럼비아대학교의 조지프 E. 스티글리츠 등 세계적인 경제학자와 공식통계 분야 전문가 14명이 공동 집필했다. 이들 전문가는 “우리가 무엇을 측정하느냐가 우리가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를 결정한다"면서 “GDP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 보다 입체적이고 지속가능한 국가 진보 측정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DP 성장의 역설…숫자 늘었다고 삶이 나아졌나 GDP는 일정 기간 한 나라 안에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총가치를 보여주는 대표 경제지표다. 경제 규모와 성장 속도를 비교하는 데 강력한 도구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보고서는 GDP가 애초에 국민 삶의 질(well-being)이나 사회적 안녕을 측정하도록 설계된 지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수십 년간 많은 국가에서 GDP는 증가했지만, 불평등 심화와 환경 파괴,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 약화, 사회적 고립 등은 오히려 악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GDP는 무급 돌봄노동이나 디지털 공공재의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면서, 산림 훼손이나 자원 고갈처럼 미래 기반을 잠식하는 활동도 경제 생산으로 계산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단기 경제성장은 포착하지만 장기 지속가능성은 놓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성장의 역설'이라고 규정했다. 경제가 성장해도 시민들이 삶의 개선을 체감하지 못하고, 공동체의 신뢰와 미래 자산이 약화된다면 그것을 진정한 진보(발전)라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GDP 대체 아닌 보완…31개 핵심지표 제시 전문가 그룹은 GDP를 폐기하자고 주장하지 않는다. 대신 GDP를 보완할 수 있는 'GDP를 넘어서 대시보드(Beyond GDP dashboard)'를 제안했다. 대시보드는 자동차 계기판처럼 여러 핵심 지표를 한눈에 보여주는 종합 표시 체계를 뜻한다. 이 대시보드는 총 31개 핵심 지표를 통해 국가의 현재 상태와 미래 지속가능성을 다층적으로 측정하는 체계다. 대시보드는 네 개 축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축은 '기초 원칙'이다. 평화·인권·지구 존중이라는 세 가지 기본 가치를 측정한다. 분쟁 사망자 수, 차별 경험 비율, 여성 폭력 피해율, 온실가스 배출량, 생물다양성 온전성 지수 등이 포함된다. 두 번째 축은 '현재 삶의 질'이다. 가처분소득, 노동의 질, 건강수명, 교육 수준, 디지털 역량, 치안, 삶의 만족도, 외로움, 공공서비스 만족도, 대기질, 식수 접근성 등 시민이 실제로 체감하는 삶의 조건을 측정한다. 특히 '삶의 만족도'와 '외로움' 같은 주관적 지표가 포함된 점이 눈에 띈다. 세 번째 축은 '형평성과 포용성'이다. 상위 1% 부(富) 점유율, 지니계수, 사회적 빈곤율, 남녀 임금격차, 지역 인프라 접근성, 다차원 빈곤지수 등을 통해 성장의 혜택이 얼마나 고르게 분배되는지를 평가한다. 네 번째 축은 '지속가능성과 회복력'이다. 이는 미래 세대의 안녕을 떠받치는 국가의 자산 기반을 평가하는 영역으로, 생산·인적·사회적·제도적·자연 자본이라는 5가지 자본 개념을 중심으로 측정된다. ◇'5가지 자본'으로 미래를 측정하다 보고서가 제시한 가장 새로운 개념은 '5가지 자본'이다. ①생산 자본은 도로·철도·항만 같은 사회기반시설과 공장·기계·설비 등 경제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물리적 자산을 뜻한다. 한 사회가 재화와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는 기반으로, 전통적인 GDP 성장의 핵심 토대가 되는 요소다. ②인적 자본은 국민이 보유한 교육 수준과 건강 상태, 직업 능력, 디지털 활용 역량,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 등을 포괄한다. 개인의 생산성과 혁신 역량을 높이고 사회 전체의 장기 경쟁력을 좌우하는 미래 성장의 원천으로 평가된다. ③사회적 자본은 공동체 구성원 사이의 신뢰와 협력, 상호부조, 시민 참여, 사회적 연대 의식 등을 의미한다. 사회적 자본이 높을수록 갈등을 줄이고 위기 상황에서 공동 대응이 가능해져 사회의 안정성과 회복력이 커진다. ④제도적 자본은 정부와 공공기관, 사법·행정 시스템이 얼마나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자산이다. 정책 집행의 신뢰성, 법치주의, 부패 통제, 공공서비스의 질 등이 포함되며, 시민과 시장이 제도를 신뢰할수록 국가 운영의 지속가능성이 높아진다. ⑤자연 자본은 토지와 물, 산림과 토양, 광물자원, 대기, 생태계 서비스와 생물다양성 등 인간 삶과 경제활동을 떠받치는 자연의 기반 전체를 뜻한다. 식량 생산과 기후 조절, 수자원 공급, 탄소 흡수 같은 기능을 제공하며, 훼손될 경우 미래 세대의 삶의 질과 경제적 지속가능성까지 위협할 수 있다. 전문가 그룹은 생산 자본이 늘더라도 자연 자본이나 사회적 자본이 훼손되면 지속가능한 성장이 아니라고 경고했다. 이는 GDP가 놓치는 '자산 고갈'을 포착하기 위한 장치다. ◇국가별 도입 권고…2027년까지 대시보드 구축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보고서를 작성한 전문가 그룹은 GDP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GDP는 여전히 경제활동을 측정하는 핵심 지표라는 것이다. 다만 GDP 수치만으로 국가의 발전을 판단하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는 것이 이번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다. 보고서는 “GDP는 경제의 속도를 보여줄 수는 있지만,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알려주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세계가 기후위기와 불평등, 사회적 단절이라는 복합위기에 직면한 지금, 국제사회는 '얼마나 성장했는가'보다 '무엇을 위해 성장하는가'를 묻기 시작했다. 이번 보고서는 그 질문에 대한 첫 번째 글로벌 설계도로 평가된다. 한편, 보고서는 각국 정부가 2027년까지 자국 실정에 맞는 'GDP를 넘어서 대시보드'를 구축해 정책과 예산 편성 과정에 반영할 것을 권고했다. 이를 위해 통계 시스템 강화와 정기적 국민 체감조사, 자연자본 회계 구축, 정책 효과 평가 기준 개편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유엔 차원의 연례 글로벌 보고서를 통해 국가별 진척 상황을 비교·관리하는 국제 기준도 마련할 계획이다. ◇한국에도 적잖은 변화 예고…정책·기업 평가기준 바뀔 수도 이번 UN 보고서는 한국에 당장 법적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국가 정책 평가와 기업 경영 환경에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국가 성과 평가 기준의 확대다. 지금까지 한국은 성장률과 수출, 고용, 물가 등 경제지표를 중심으로 정책 성과를 평가해 왔다. 그러나 새로운 체계가 국제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경우, 앞으로는 삶의 질과 사회적 신뢰, 불평등 수준, 환경의 질, 자연자본 보전 여부 등이 국가 경쟁력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로 부상할 수 있다. 정부 역시 정책 성과를 설명할 때 단순한 성장 수치보다 국민 삶의 개선 정도와 미래 지속가능성을 함께 제시해야 하는 압박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예산 편성 방식에도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통계 인프라 확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고서 권고에 맞추려면 통계청을 중심으로 관련 부처가 협력해 새로운 조사 체계와 자연자본 회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수도 있다. 산업계에도 영향이 예상된다. 특히 UN이 강조한 자연자본 회계가 본격 도입되면 대규모 개발사업이나 산업단지 조성, 에너지·건설 투자 평가에서 단순 경제효과뿐 아니라 생태 훼손 비용과 복원 가치까지 함께 반영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역시 탄소배출 감축을 넘어 지역사회 신뢰와 생태계 보전, 공동체 기여도까지 폭넓게 평가받는 방향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E칼럼] 친환경 철강 전환의 나침반, ‘페로 패리티’ 시장을 설계하자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란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의 발전 원가가 LNG나 석탄 등 기존 화석연료 발전 비용과 같아지는 시점을 의미한다. 이를 측정하는 핵심 지표가 바로 균등화발전단가(LCOE)다. LCOE는 발전원의 건설부터 운영, 유지보수, 폐기까지 생애주기 동안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뒤 예상 발전량으로 나눈 값으로, 금융 투자자들이 예측 가능한 재무 구조를 설계할 수 있게 해준다. 변동성과 간헐성이 큰 재생에너지 산업에서 투자 조건이 마련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그리드 패리티 메커니즘을 철강 산업에도 적극적으로 차용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친환경 철강'의 가격이 전통적인 '고탄소 철강'보다 낮아지거나 같아지는 변곡점을 의미하는 '페로 패리티(Ferro Parity)' 개념의 도입이다. 이를 위해서는 친환경 철강에 필요한 설비 투자, 에너지 비용, 원료 비용 등을 철강의 최종 생산량으로 나눠 '균등화철강원가(LCOS, Levelized Cost of Steel)'를 계산하면 된다. 페로 패리티는 단순히 친환경 철강이 기존 고로 제품보다 저렴해지는 순간을 막연히 기다리는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저탄소 철강이 시장에서 실질적인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탄소 비용, 조달 제도, 녹색 인증, 선구매 계약, 공공 수요 의무화 등을 유기적으로 도입해 친환경 철강의 시장 내 경쟁력을 적극적으로 담보하라는 의미에 가깝다. 정부와 산업계가 친환경 철강 시장을 새롭게 설계하는 지점에서 일종의 '마켓 디자인(Market Design) 나침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페로 패리티 기반의 정책 수립은 세 가지 측면에서 효과적이다. 첫째, 구체적으로 어느 시점까지 패리티를 달성하겠다는 목표 일정을 가시화할 수 있다. 단순히 친환경 철강을 언제까지 '생산'하겠다는 공급자 중심의 계획을 넘어, 언제까지 '시장'을 형성하겠다는 수요 중심의 로드맵이 가능해진다. 둘째, 이처럼 가시적이고 명확한 일정을 제시함으로써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여 소비자의 구매 심리를 자극하고, 이를 통해 대규모 민간 투자를 유인할 수 있다. 셋째, 현재 정부가 시행 중이거나 준비 중인 친환경 철강을 위한 각종 제도와 긴밀하게 연계하여 시너지를 낼 수 있다. 특히 패리티 달성을 위해 배출권거래제를 매개로 하는 탄소차액계약(CCfD)과 기후대응기금을 적극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올해 6월 시행을 앞둔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에는 저탄소 철강 기술 등에 관한 지원(제11조), 저탄소 철강의 인증(제17조), 저탄소 철강 제품의 수요 창출(제22조), 재생철자원의 공급망 강화(제26조) 등 LCOS에 직접 반영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K-GX 금융 체계 역시 이러한 제도적 기반 위에서 더욱 효과적으로 작동할 것이다. 다만 철강 산업의 특성상 LCOS 산정과 페로 패리티 로드맵은 현실 여건을 감안해 두 단계로 나누어 접근해야 한다. 철강 탈탄소의 궁극적 지향점인 수소환원제철은 자체 기술력보다 경제성이 담보된 수소 가격이 성패를 가른다. 재생에너지만으로 그린수소를 대량 조달하는 것은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에 현 시점에서는 원자력 기반의 핑크수소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핑크수소 분야 역시 또한 전력 시장의 경직된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따라서 수소환원제철을 고려할 때에는 이러한 인프라적 제약 요인을 냉정하게 반영하여 장기적이고 단계적인 페로 패리티 일정을 수립해야 한다. 반면, 현재의 기술과 원료로 즉시 실행 가능한 브릿지(Bridge) 기술은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에 따라 조기에 페로 패리티 일정을 구체화할 수 있다. 신전기로(ESF) 도입 확대, 고로 저탄소화 공정 개선, 전로 내 철스크랩(고철) 투입 비율 확대 등이 이에 해당한다. 궁극의 기술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인 브릿지 기술부터 페로 패리티를 적용해 시장을 다지고, 이를 바탕으로 수소환원제철로 이행하는 2단계 전략이 필요하다. 제조업의 쌀로도 불리는 철강 부문의 탄소중립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이제는 단순히 기술 개발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페로 패리티'와 LCOS라는 정교한 경제적 틀을 통해 친환경 철강이 시장에서 스스로 살아남고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선제적으로 설계해야 할 때다. bienns@ekn.kr

정동욱 교수, 한전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KINGS) 신임 총장 선임

정동욱 중앙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가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KINGS) 신임 총장으로 선임됐다. 임기는 오는 7월 1일부터 2029년 6월 30일까지 3년이다. 한국전력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는 지난 8일 개최한 '2026학년도 제2차 이사회'에서 총장 선임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회의록에 따르면 이사회는 정 교수를 총장 후보추천위원회 추천 후보로 상정해 원안 가결했다. 정 신임 총장은 원자력 및 에너지정책 분야 전문가로, 중앙대 교수와 CAU Fellow를 맡아왔다. 에너지 정책과 원전 산업, 전력시장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와 대외 활동을 이어온 인물로 평가된다. 한편 KINGS는 이날 이사회에서 김기웅 현 총장을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도 함께 의결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삼성전자 2차 사후조정 ‘전반전’ 종료…19일 다시 만난다

삼성전자 노사가 18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2차 사후조정에 나와 성과급 지급 기준을 두고 대화를 나눴지만 접점은 찾지 못했다. '전반전'은 성과 없이 끝났지만 법원 판결 등 변수가 많이 생긴 만큼 19일 진행되는 '후반전'에서는 양측이 의견 차이를 좁힐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18일 재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20분까지 정부세종청사 중노위 사후조정을 진행했다. 당초 오후 7시까지 협의하기로 했으나 회의가 40분 일찍 끝났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회의장에서 나와 기자들에게 “노조는 일단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고 있다"며 “내일 오전 10시 다시 출석하겠다"고 말했다. 조정위원 역할을 맡은 박수근 중노위원장은 '내일 조정안을 내느냐'는 질문에 “그래야 하지 않겠나"고 답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오전 각자 입장을 정리해 공유했다. 오후에는 성과급 재원 기준과 상한 등 핵심 쟁점 사안을 두고 협상이 이어졌다. 노사는 오는 19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사후조정을 실시한다. 중노위는 이날까지 양측 의견을 들어보고 조정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의 '마지노선'은 정해지지 않아 20일까지 대화가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11∼12일 진행된 1차 사후조정은 12일 자정을 넘겨 13일 새벽에 종료됐다. 노조는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21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변수는 법원이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이다. 사측이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대부분 인용했다. 수원지법 민사31부(신우정 부장판사)는 이날 “채무자들은 쟁의행위 기간 중 안전보호시설이 평상시(평일 또는 주말·휴일)와 동일한 정도의 인력, 가동시간, 가동규모, 주의의무로써 유지·운영되는 것을 정지·폐지 또는 방해하거나 소속 조합원들에게 그와 같은 행위를 하게 해선 안 된다"고 판결했다. 이어 “채권자가 보안 작업으로 주장하는 작업시설 손상 방지 작업, 웨이퍼 변질 방지 작업 등이 쟁의행위 전 평상시와 동일한 정도의 인력, 가동시간, 가동 규모, 주의의무로써 수행되는 것을 방해하거나 소속 조합원들에게 그와 같은 행위를 하게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초기업노조와 최 위원장에 대해 시설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는 행위와 시설에 잠금장치를 설치하거나 근로자의 출입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법원은 이와 같은 의무이행을 담보하도록 삼성노조 2곳에 “금지결정 위반 시 1일 최대 2억∼3억원씩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사실상 사측의 요구를 상당 부분 받아들인 것이다. 노조의 파업방식에 법적인 제약이 가해지게 됐다. 파업 동력 상실도 불가피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은 노사 양측에 '대화를 통한 타협'을 성사시키라고 압박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엑스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자본주의적 시장 경제질서를 채택한 대한민국에서는 기업만큼 노동도 존중돼야 하고, 노동권만큼 기업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올렸다. 그는 “노동자는 노무 제공에 대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위험과 손실을 부담하며 투자한 주주들은 기업 이윤에 몫을 가진다"며 “한때 제헌 헌법에 노동자의 기업이익 균점권이 규정된 적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행 헌법상 모든 국민의 기본권은 보장되지만,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공복리 등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며 “힘 세다고 더 많이 가지고 더 행복한 것이 아니라, 연대하고 책임지며 모두 함께 잘 사는 세상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덧붙였다. 노사를 향해 일방적인 이익만 추구하지 말고 타협점을 모색하라는 압박 메시지로 해석된다. '기본권 제한'을 언급한 점은 전날 김민석 국무총리가 거론한 '긴급조정권' 발동 등 정부의 대응에 힘을 실어주는 요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지난 16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입국하면서 “노동조합 여러분, 삼성 가족 여러분,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라며 “지금은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매서운 비바람은 제가 맞고 다 제 탓으로 돌리겠다"며 “우리 한번 삼성인임을 자부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봅시다"라고 당부했다. 삼성전자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마련하는 지급안의 명문화를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업계 1위 달성 시 특별 포상으로 경쟁사를 뛰어넘는 최고 수준의 보상을 하겠다면서도 성과급 상한 폐지를 제도화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롯데그룹, 롯데렌탈 매각 결국 무산…‘새 주인 찾기’ 돌입

롯데그룹이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진행하던 롯데렌탈 매각 작업이 결국 무산됐다. 롯데그룹은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롯데렌탈 지분 매각 논의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사측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심사결과 수령 이후 어피니티와 지속적으로 협의를 진행해 왔다"면서도 “거래 관련 제반 사항에 대해 양사 간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해 더 이상 거래 추진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어피니티는 지난 2024년 8월 업계 2위 사업자인 SK렌터카를 인수했다. 작년 3월에는 곧바로 1위 업체인 롯데렌탈 주식 63.5%를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공정위에 기업 결합 심사를 신고했다. 공정위는 심사에서 양사가 모두 어피니티의 지배 아래 놓이게 되면 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 이에 어피니티의 롯데렌탈 주식 취득과 관련 기업결합 금지 명령을 내렸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롯데렌탈 최대주주는 호텔롯데(38.14%)다. 부산롯데호텔(23.04%)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61.21%다. 롯데그룹은 롯데렌탈이 견고한 실적과 우수한 성장성을 바탕으로 현재 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잠재 투자자들과 지분 매각 협의를 진행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재매각 절차를 연내 마무리한다는 내부 목표도 세웠다. 롯데렌탈은 지난해 매출 2조9188억원을 올려 전년 대비 4.5% 성장했다. 당기순이익은 1267억원으로 전년 대비 23.4%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6.6% 성장해 역대 1분기 기준 최대 매출인 7309억원을 기록했다. 업황이나 시장 지배력도 나쁘지 않아 시장에서는 '매력적인 매물'로 꼽힌다. 반면 롯데렌탈 최대주주인 호텔롯데는 상황이 여의치 않다. 호텔롯데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22년 6조4950억원, 2023년 4조7540억원, 2024년 5조691억원 등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22년과 2024년에는 각각 799억3858만원, 455억9123만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이런 상황에 부동산 침체 등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자회사 롯데건설에 2조원에 육박하는 현금을 붓거나 지원하기로 약정한 상태다. 롯데그룹은 “최근 그룹 전반적인 실적 개선 흐름을 바탕으로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고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지속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와 함께 선택과 집중 기반의 사업 구조혁신에도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전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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