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 결제 오류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환불을 포함한 사후 처리 과정이 '민원 접수 없이는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기차 이용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충전 인프라의 신뢰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에 거주하며 2년째 전기차를 운행 중인 A씨는 “얼마 전에 충전 기록을 보다가 우연히 금액이 이상하다는 걸 알았다"며 제보를 해왔다. 실제 이용금액은 1만 원이었지만, 결제 금액은 5만 원으로 청구되는 등 과다 결제 사례가 여러 차례 반복됐다는 것이다. A씨는 충전사업자에 문의했으나, 결제 오류 여부 확인만 며칠씩 소요되고 환불은 반드시 당사자가 민원을 접수해야만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결제 오류가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잡히는 것도 아니고, 소비자가 민원을 넣어야만 '아 그게 오류였네요'라고 확인해준다"며 “이건 사실상 소비자가 모르면 그대로 돈이 새는 구조"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문제 해결을 위해 △저공해누리집 △자동차환경협회 △서울시 120다산콜센터 △서울에너지공사 등 여러 기관에 문의했지만, 돌아온 답은 모두 “결제 오류 여부는 민원이 접수돼야만 확인이 가능하다"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답변이 사실상 제도적 관리가 '부재'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라고 평가한다. 서울시는 충전 품질·안전성을 높이겠다며 '급속충전기 인증제'를 추진했지만, 제도 시행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의 과다 결제·오류 환불 지연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A씨는 “인증제를 한다면서 실제로는 아무 것도 관리되지 않는 것 같다"며 “이게 인증제 도입 이후의 모습이라면 제도 실효성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 충전사업자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공식 민원 접수 시스템이 없거나, 사실상 연락이 닿지 않거나, '시스템 문제라 어쩔 수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민간 충전소 담당자들에게 수십 통 전화했지만 대부분 '관리시스템 오류'라고만 답했다"며 “도대체 오류가 반복되는데 왜 개선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 특히 A씨는 충전사업자 관리 시스템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충전기 통합관리시스템에 수억 원이 들었다는데, 오류를 스스로 잡지도 못하고 환불도 민원을 넣어야만 되는 시스템이 말이 되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공공재 성격을 갖는 만큼, 통합관리시스템의 성능과 운영 책임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전면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전기차 보급 확대는 탄소중립 정책의 핵심 축이지만, 충전 인프라의 신뢰가 기반이 되어야 시장이 성장할 수 있다. 이번 사례는 △결제 오류 자동 감지 부재 △환불 절차의 과도한 소비자 책임 전가 △민간사업자 관리·감독 부재 △공공기관의 문제 인지·데이터 관리 실패 등 충전 시장 전반의 구조적 취약점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정부·지자체의 전수조사 △충전사업자 결제·정산시스템 표준화 △자동 오류 탐지 및 환불 시스템 구축 △민간사업자 감독 체계 강화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한 전기차 충전업체 관계자는 “이건 개인이 민원을 넣어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제도가 고쳐져야 할 문제"라며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정부가 말하는 '미래 에너지 전환'의 핵심이라면, 이제는 “충전이 제대로 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정책적 재정비가 더 이상 미뤄질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에서 제공하는 차지인포에 따르면 현재 전기차 충전기 제조업자는 67개, 충전시스템(SW) 제조업자는 38개이다. 현재 전국 전기차 충전기는 46만3357개로, 5년 전인 2020년 3만4714개보다 13배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전기차 등록대수도 10만2045대에서 72만8352대로 7배 증가했다. 올해 20만대가량 보급 추세를 감안하면 내년에는 100만대 보급도 예상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