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드코드 전문위 출범…재생에너지 시대 전력계통 기준 논의

그리드코드 전문위 출범…재생에너지 시대 전력계통 기준 논의

정부가 간헐성을 띠고 분산형 전원에 주로 쓰이는 재생에너지 발전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전력 계통 규정과 기술을 본격 논의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전기위원회가 오는 21일 서울 종로구 석탄회관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로 요구되는 전력계통 안정성 확보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제1차 그리드코드 전문위원회'를 개최한다고 20일 밝혔다. 그리드코드는 기후부의 '전력계통 시뢰도 및 전기품질 유지기준'과 전력거래소의 '전력시장운영규칙', 한국전력의 '송·배전 전기설비 이용규정' 등 전력계통에 관한 주요 법제를 의미한다. 정부는 기존 전력계통 및 신뢰..

‘꼼수 매립’ 열어준 예외 규정… 유명무실해진 ‘수도권 직매립 금지’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제도가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정부가 소각장 정비를 이유로 예외적 직매립을 허용하면서 서울과 경기도의 매립량이 다시 반등하고 있다. 공공 소각시설 부족과 주민 수용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제도가 강행되면서 '예외가 원칙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앞서 본지는 지난 7일 보도를 통해 정부가 지난 3월 공공 소각장 정비기간을 이유로 예외를 허용한 이후, 서울·경기의 월간 직매립량이 6월 들어 전년 대비 절반 수준까지 다시 치솟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과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주최한 '직매립 금지, 제대로 가고 있나? 시행 6개월 평가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 참석한 정부, 전문가, 시민단체, 민간업계 관계자들은 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진단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했다. 토론에서는 '예외적 직매립 허용'에 따른 제도 유명무실화 논란이 집중 조명됐다. 수도권 직매립 금지가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났으나, 대수선 및 시설 중지 등의 '예외 조항'을 통해 여전히 적지 않은 양의 쓰레기가 매립지로 향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본지 취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에 직매립된 생활폐기물은 총 5만2593톤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매립량(27만7937톤)의 약 19% 수준이다. 지자체별로 보면 올해 서울시의 반입량은 2만9893톤(전년의 26.5% 수준)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도는 2만1386톤(전년의 18.5% 수준), 인천시는 1315톤(전년의 2.6% 수준)을 보였다. 특히 서울시의 6월 매립량은 1만5630톤으로 전년 6월의 50.5% 수준까지 치솟았으며, 경기도 6월 매립량도 8140톤으로 전년 6월의 47.5% 수준을 보였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지역·환경 단체 및 관계자들은 강력한 비판을 제기했다. 발제를 맡은 장정구 기후생명정책연구원 대표는 “직매립 금지의 본래 목적은 폐기물 감량과 재활용 확대에 있다"며 “공공 소각장이 부족해 민간 소각과 원정 소각에 의존하는 것은 발생지 처리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주원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사무처장 역시 “시민들은 소각시설 확대보다 쓰레기 감량을 우선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투명한 정보 공개와 주민 참여를 강조했다. 김선홍 수도권매립지 연장반대 범시민단체협의회 회장은 “직매립 금지 시행 90일도 안 돼 예외적 직매립을 허용해놓고 감축을 논하는 것은 인천 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예외 조항을 활용한 '꼼수 매립'을 원천 차단하고 2028년까지 예외 규정을 완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진상 환경칼럼니스트는 “공공 소각장 등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도를 강행하다 보니 예외 규정이라는 변칙 운영이 이뤄지고 정책도 애매모호해졌다"며 “지방선거 등 표심을 의식한 지자체에서 대체 매립지 확정이 지연되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변명에 급급했다. 황남경 기후에너지환경부 생활폐기물과장은 “예외 물량은 최근 3년간 소각장 보수 등으로 발생했던 직매립량 평균에서 10% 감축한 수준(16만3000톤)으로 제한한 것"이라며 “실제 현장 반입량은 허용량의 20%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향후 수원시 영통 소각장 개보수에 따라 대규모 생활폐기물이 다시 수도권매립지로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심재곤 환경·인포럼 회장이 연간 약 18만 톤의 쓰레기 추가 반입 가능성을 지적하며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자, 황 과장은 “수원시 및 경기도와 협의 중인 사안으로 이 자리에서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공공 소각장 확충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민간 소각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심재곤 회장은 “주민 반대로 공공 소각장 확충에 한계가 있는 만큼 민간 소각 시설을 활용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형순 한국자원순환에너지공제조합 이사장 역시 “공공 소각장이 부족한 현실에서 민간 소각장은 필수적인 대안"이라며 “30년간 축적된 기술력과 투명한 배출가스 관리 체계를 갖춘 만큼 정책 차질을 막는 데 적극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쓰레기 처리의 기본 원칙인 '발생지 처리'의 주체를 둘러싼 제언도 이어졌다.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한 반면, 심재곤 회장은 “표심을 의식해 혐오 시설을 회피하는 지자체에 직매립 부담금을 과중 부과하는 등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참석자들은 제도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쓰레기 감량과 발생지 처리 원칙에 대한 대국민 홍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황 과장은 “단순 분리배출 홍보를 넘어 '내가 버린 쓰레기는 내 지역에서 처리한다'는 인식 전환을 위해 정책 홍보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그리드코드 전문위 출범…재생에너지 시대 전력계통 기준 논의

정부가 간헐성을 띠고 분산형 전원에 주로 쓰이는 재생에너지 발전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전력 계통 규정과 기술을 본격 논의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전기위원회가 오는 21일 서울 종로구 석탄회관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로 요구되는 전력계통 안정성 확보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제1차 그리드코드 전문위원회'를 개최한다고 20일 밝혔다. 그리드코드는 기후부의 '전력계통 시뢰도 및 전기품질 유지기준'과 전력거래소의 '전력시장운영규칙', 한국전력의 '송·배전 전기설비 이용규정' 등 전력계통에 관한 주요 법제를 의미한다. 정부는 기존 전력계통 및 신뢰도 전문위원회를 개편해 그리드코드 전문위원회를 구성했다. 앞으로 그리드코드 전문위원회는 △인버터 기반 전원(IBR)에 적합한 국내 그리드코드 현황과 개선방향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 안전성과 계통 연계기준 △대규모 정전 예방 및 계통 복원체계 △미래 전력계통 운영기준의 중장기 개선방향 등 4개의 핵심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같은 논의에 나선 이유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100기가와트(GW)까지 확충한다는 정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면 전력 계통을 중앙 집중형 구조에서 분산형·양방향 구조로 개편해야 하기 때문이다. 날씨에 따라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들쭉날쭉한 '간헐성'도 보완해야 한다.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특정 시설이나 지역에 전력을 공급할 발전원으로 쓰이고, 날씨 조건이 맞을 때 대규모로 전력을 생산한 뒤 BESS에 저장해 날씨가 안맞을 때를 대비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아울러 태양광과 풍력,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 등 인버터 기반 전원을 확대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대형 기업부터 개인·협동조합까지 이르는 다양한 전력시장 참여자와 계약 형태도 등장하고 있다. 김창섭 전기위원회 위원장은 “그리드코드 전문위원회가 다양한 기술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전력계통의 안정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중동 LNG 막히자 미국·호주산 의존 심화…수출 통제시 속수무책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 격화로 호르무즈 해협이 재봉쇄되면서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시장도 다시 요동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동 물량을 대신해 미국, 호주 물량을 더 많이 들여오고 있지만, 미국과 호주는 자국 가격 안정을 위해 수출을 제한한 경험이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LNG 수입 포트폴리오를 더 다변화하고, 타 발전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가스업계에 따르면, 중동 전쟁이 다시 심화하면서 아시아 LNG 시장 가격이 전쟁 발발 직후인 3월 수준으로 크게 올랐다. 지난 17일 LNG JKM(일본·한국시장 지표) 선물 가격은 MMBtu(100만 영국 열량 단위)당 20.985달러로 중동 위기가 시작된 이후 최고치를 찍은 3월 19일 이후 가장 높게 형성됐다. 유럽 시장 기준인 네덜란드 TTF 선물 가격도 메가와트시(MWh)당 57.395유로로 3월 최고 가격 수준에 가까이 다가갔다. LNG 가격 상승은 주 수요처인 북반구 주요 나라들이 혹서기로 접어들면서 LNG 수요 성수기가 본격화되고 있는데다, 글로벌 LNG 공급량의 25%를 차지하는 카타르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수출이 중단되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중동 전쟁 이후 중동산 LNG 수입이 끊겼다. 한국무역협회 통계(K-stat)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카타르산 LNG 수입량은 696만6610톤으로 수입국 중 3위(14.9%)를 차지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수입량은 160만5286톤으로 전년 동기보다 57.9% 감소하면서 순위가 5위(7.2%)로 떨어졌고, 4~6월 수입량은 아예 없었다. 중동 전쟁 전까지 한국의 주요 LNG 수입국은 호주, 말레이시아, 카타르, 미국, 러시아 순이었고 올해 1분기에도 상위 3개국 순위는 그대로였다. 그러나 2분기 들어서 카타르 대신 미국이 5위에서 3위로, 캐나다가 6위에서 4위로 진입하며 판도가 바뀌었다. 이처럼 '호주 1위, 미국 3위' 수입 구조는 전쟁 재개로 하반기에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미국산과 호주산 LNG 수입을 무조건 안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세계 1위 LNG 수출국인 미국은 2024년 1월 LNG 수출을 사실상 제한하는 조치를 내린 바 있다. 당시 바이든 행정부는 LNG 수출이 기후 위기와 경제·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동안 신규 LNG 수출 허가를 중단한다는 조치를 내렸다가 주(州) 정부들의 반발을 샀다. 세계 2위 LNG 수출국인 호주는 2022년 러-우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LNG 가격 급등을 계기로 정부에서 자국 가격 안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수출물량을 통제하고 있다. 평상시에는 많은 물량을 수출하지만, 전쟁 등 수급 차질로 국내 가격이 오를 시 수출량을 통제해 가격을 안정시키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호주 에너지 당국은 내년 7월부터 LNG 수출 물량의 20%를 동해안 지역에 비축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 같은 미국과 호주의 LNG 수출 통제는 자국 정치와 무관치 않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에너지 비용 급등으로 지지율에 악영향이 미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현재 미국은 세계 1위 LNG 수출국이지만, 10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국 에너지 가격이 계속 높게 형성된다면 트럼프 정부라도 바이든 정부가 실시한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 동북아는 세계 LNG 수요의 60%를 차지하는 최대 수요지역이다. 동북아 지역의 혹서기는 7월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동북아 지역에 태양광 발전이 크게 늘긴 했지만, 간헐성 보완을 위해 기동력이 좋은 가스발전 가동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우리나라도 태양광 발전 가동이 중단되는 오후 6시 이후부터는 대부분이 냉방 전력 공급을 가스발전이 담당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스 수급 차질로 가격이 급등한다면 한전, 가스공사 재무부담이 커져 결국 국민경제로 전이될 수 있다. LNG 수급 차질 및 가격 급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동남아, 캐나다, 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으로 수입처 포트폴리오를 더 다변화하고, 원전과 석탄발전 등 기저전원 가동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정부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최근 700MW 월성 3호기와 1GW 한울 4호기의 재가동을 허용했다. 또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는 석탄발전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폐지지역 지원 특별법안'을 통과시켜 현재 법사위에서 논의 중이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한화그룹 3형제 분업 上] 왕관을 쓰려는 김동관, 그 무게를 견뎌라

대한민국 재계 서열 5위 한화그룹이 74년 역사상 가장 극적인 지배 구조의 변곡점을 맞이했다. 지난 15일, 그룹의 지주 회사격인 ㈜한화의 인적 분할 안건이 99.95%의 찬성률로 주총 문턱을 넘으며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각자의 영역을 나눠 지배하는 '3형제 분업형 독자 경영'이 마침내 본궤도에 올랐다. 겉보기엔 평화로운 영토 분할 같지만 총 부채의 99.7%를 맏형 김동관 부회장이 독박을 쓰고, 막내 김동선 부사장은 부채 비율 0.3% 이하의 '무차입 클린 컴퍼니'를 쥐고 링에 오르는 극단적인 비대칭 구조를 이룬다. 본지는 이 화려한 축포 뒤에 숨겨진 한화그룹 3세들의 생존 고차 방정식과 자본시장의 평가를 2회에 걸친 심층 기획으로 파헤친다. ◇자산은 7대 3, 부채는 99대 1…비대칭 분할 딛고 1분기 별도 실적 '호조' 오는 8월 1일을 기점으로 ㈜한화는 방산·조선·해양·에너지·금융 등 주력 사업을 남긴 '존속법인 ㈜한화'와 기계·로봇·유통·서비스 부문을 떼어낸 '신설 법인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가칭)'로 분리된다. 이번 인적 분할은 장남 김동관 부회장·차남 김동원 사장 중심의 중후장대·금융 사업과 3남 김동선 부사장 중심의 테크·라이프 사업을 나누는 3세 분업 체제의 공식적인 출발을 의미한다. 표면적인 회사 분할 이면에는 재무 비대칭성이 자리한다. 인적 분할 설계에 따라 순자산은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이 약 76.3 대 23.7 비율로 나뉘지만, 분할 전 ㈜한화 총부채의 99.7%는 존속 법인에 귀속된다. 신설 법인으로 이관되는 부채는 전체의 0.3%(249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3남에게 사실상 무차입에 가까운 회사를 떼어주는 대신 맏형인 김 부회장이 그룹의 부채를 홀로 떠안는 구조가 형성됐다. 이에 따라 존속 법인 ㈜한화의 별도 기준 부채 비율은 분할 전 230.7%에서 분할 직후 305.7%로 급등한다. 고금리 환경에서 매년 막대한 이자 비용을 통제해야 하는 단기적 재무 압박이 김 부회장에게 집중된 셈이다. 2026년 1분기 기준 ㈜한화의 연결 부채 총계는 244조 원을 넘어섰고, 차입금과 사채만 65조 8028억 원에 달한다. 다만 신용 평가업계와 증권가는 존속 법인의 펀더멘털 훼손 우려를 제한적으로 평가한다. 완전 지주 회사로 인정받지는 못한 상태지만 ㈜한화가 자체 현금 창출력을 입증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요 증권사 리포트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한화의 별도 기준 매출액은 대형 사업 준공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한 1조579억 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1895억 원으로 무려 24.8% 급증했다. 자체 건설 부문이 매출 감소에도 원가율 개선에 성공했고, 수주잔고 9조4000억 원 규모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BNCP) 사업도 하반기 국무회의 승인을 거쳐 2027년부터 실적 개선에 기여할 전망이다. 핵심 자회사 실적 호조에 따른 배당금 수익 1159억 원과 브랜드 로열티 수익 증가도 실적을 견인했다. ◇한화에너지 지배력 강화와 '밸류업·거버넌스 투명성' 쌍끌이 정공법 존속 법인의 지배 구조 재편 중심에는 비상장사 '한화에너지'가 있다. 최근 차남과 삼남이 지분 일부를 외부 사모펀드에 매각해 김 부회장의 한화에너지 지배력이 50%로 굳어졌다. 한화에너지는 이를 바탕으로 ㈜한화 보통주 5.2%를 공개 매수해 지분율을 14.9%로 끌어올렸다. 김 부회장의 ㈜한화 실질 지배력은 20%를 넘어서며 승계의 무게추가 명확히 이동했다. 동시에 ㈜한화는 자본 시장 달래기를 위해 강력한 주주 환원과 거버넌스 개선이라는 정공법을 택했다. 지난 1월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과 6월 1일 공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한화는 편법적 지배력 강화 논란을 낳을 수 있는 보유 보통주 자기 주식 445만여 주(5.9%)를 지난 4월 9일 자로 전량 소각 완료해 인적분할 시 제기될 수 있는 '자사주의 마법' 논란을 원천 봉쇄했다. 또한 제1우선주를 전량 장외매수해 소각하기로 했으며, 보통주 기준 최소 주당 1000원의 현금 배당을 약속했다. 배당액을 먼저 확인한 뒤 투자할 수 있도록 배당 기준일을 3월 말로 변경해 주주들의 예측 가능성도 대폭 높였다.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지배구조 투명성도 눈에 띈다.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소수 주주권을 보호할 수 있는 '집중 투표제'를 정관 변경으로 선제 도입했고(개정 상법 시행 시기에 맞춰 9월 이후 적용), 전자 투표제·전자 주주총회 개최 근거도 확립했다. 일련의 노력의 결과로 ㈜한화의 지배 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은 80%(15개 중 12개 준수)에 달했다. 전체 7명의 이사회 중 과반(4명)을 여성(변혜령 카이스트 교수)을 포함한 사외이사로 채우고, 감사·내부거래·사외이사후보추천·보상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해 경영 감시의 독립성을 끌어올렸다. 특히 내부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상 대규모 내부 거래 기준(100억 원)보다 엄격한 80억 원 이상을 사전 심의 대상으로 자발적으로 낮춰 사익 편취 우려를 원천 차단하고 있다. 또한 경영진의 단기 성과주의를 막고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김동관 부회장 등 주요 임원들에게 장기 성과와 연동되는 양도 제한 조건부 주식(RSU, Restricted Stock Units)를 부여했다. 김 부회장의 경우 최장 10년 뒤인 2035년에 순차적으로 가득(Vesting)되는 RSU로 묶여 있어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와 이해 관계를 일치시켰다. '2026~2030년 자본 배분 전략'도 구체화했다. 자체 사업 영업 현금 흐름(45%), 브랜드 수익(40%), 배당수익(15%)으로 자본을 창출해 재무 구조 개선(45%)와 미래 전략 투자(30%), 주주 환원(25%)에 효율적으로 투입함으로써 2030년까지 자기 자본 이익률(ROE) 12%를 달성하겠다는 확고한 목표를 세웠다. 이를 알리기 위해 올해 1월 21일 개인 주주 간담회를 직접 개최하고 해외 기업 설명회를 잇달아 여는 등 시장과의 소통도 강화했다. ◇방산·금융 이어 한화솔루션도 '1분기 926억 흑자' 존속 법인의 실적을 견인하는 동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이다. 수주 잔고가 38조 원을 넘어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방산 부문과 흑자 전환한 조선 계열사 한화오션이 든든한 버팀목이다. ㈜한화의 높은 부채 비율 역시 고객사로부터 미리 수령한 선수금 성격의 '착한 부채'가 상당수라 실질 재무 건전성은 양호하다. 또한 차남 김동원 사장이 이끄는 금융 부문은 한화생명의 투자 손익 증가에 힘입어 1분기 연결 영업이익 6498억 원을 내며 확고한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이 이끄는 주력 사업 역시 실적 개선에 뚜렷한 힘을 보태고 있다. 밸류 체인 구축을 위한 대규모 차입 투자가 진행되고 글로벌 공급 과잉 우려가 있는 가운데서도 올해 1분기 92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견조한 이익 체력을 증명했다. 이에 더해 ㈜한화는 향후 한화솔루션 유상 증자 등 지속적인 투자 재원을 부채 조달이 아닌 '비 영업용 자산 매각'을 통해 마련하기로 방침을 확정했다. 핵심 자회사가 안정적인 흑자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지주사 차원의 재무 건전성까지 선제적으로 챙기며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자본 시장의 화답…“할인율 축소 기대" 목표 주가 줄상향 막대한 부채를 짊어지고 핵심 동력을 통솔하게 된 김동관 부회장의 밸류업 시험대에 자본시장은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자회사들의 주가 상승으로 ㈜한화의 순자산가치(NAV)는 크게 팽창했으나, 현재 주가는 분할 불확실성 등으로 NAV 대비 약 56~65%가량 할인돼 있다. 이에 △NH투자증권(18만 원) △삼성증권(17만 원) △SK증권(17만 원) △키움증권(16만9000원), 대신증권(16만3000원) 등 주요 증권사들은 일제히 ㈜한화의 목표 주가를 대폭 상향했다. 인적 분할을 통한 복합 기업 할인(Conglomerate Discount) 축소와 파격적인 주주 환원, 그리고 지배 구조 개선 정책이 맞물리면 고질적인 저평가가 해소될 것이란 분석이다. 때문에 ㈜한화가 방산·조선의 호황과 금융 부문의 탄탄한 현금 창출력, 여기에 태양광 부문의 견조한 흑자 기조까지 지렛대 삼아 투명한 거버넌스로 기업 밸류업을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숫자보다 전략…현대차 9조원 새만금도 ‘메가프로젝트’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전북이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에서 소외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9조원 투자도 엄청난 규모"라고 언급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새만금 프로젝트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현대차의 9조원 투자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수백조원 규모 반도체 프로젝트를 단순히 투자금액만으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 규모보다 사업의 성격과 국가 산업전략에서 맡는 역할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새만금에서 추진하는 사업은 자동차 공장 하나를 짓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로봇 제조, 수소 생산, 태양광 발전 등을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연결하는 미래산업 플랫폼 구축이 핵심이다. 자동차 제조기업을 넘어 AI와 에너지, 로봇을 아우르는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 전략이 집약된 투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투자 구성만 봐도 AI 데이터센터가 5조8000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어 1기가와트(GW)급 태양광 발전, 수전해 기반 청정수소 생산시설, 로봇 제조 클러스터, AI 수소도시 등이 포함돼 있다. 단순한 공장 증설이 아니라 AI 시대를 겨냥한 새로운 산업 거점을 조성하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새만금 프로젝트를 현대차그룹의 '알짜 투자'로 평가한다. 투자액의 상당 부분이 그룹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AI, 피지컬 AI, 로봇, 수소, 에너지 분야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지역 투자라기보다 현대차의 차세대 사업 포트폴리오를 새만금에 집약하는 전략적 투자라는 의미가 더 크다는 설명이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추진하는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는 성격이 다르다. 반도체 공장은 생산라인을 수십 년 동안 반복적으로 증설하는 초장기 제조업 투자다. 초기 투자 이후에도 공정 고도화와 생산능력 확대가 계속 이어지는 구조인 만큼 총투자 규모가 수백조원대로 커질 수밖에 없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메가프로젝트는 세계 최대 생산기지를 만드는 제조업 투자이고, 현대차 새만금은 AI 데이터센터와 로봇, 수소를 결합한 미래산업 플랫폼 구축 사업"이라며 “둘 다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프로젝트지만 사업 방식과 목표가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오히려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 메가프로젝트의 큰 그림은 지역별 산업 특화를 통한 역할 분담에 가깝다는 분석도 나온다. 광주·전남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AI 반도체 생산거점, 전북은 현대차그룹을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와 피지컬 AI, 로봇, 수소산업 거점으로 육성하는 방향이다. 충청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와 후공정, 영남은 원전과 AI 데이터센터, 조선·방산 등 첨단 제조업 중심축으로 발전시키는 구상이 제시되고 있다. 9조원이라는 투자 규모 역시 결코 작은 수준은 아니다. 전북 역사상 최대 규모의 민간 투자 가운데 하나이며, AI 데이터센터와 에너지, 로봇, 수소를 하나의 프로젝트로 묶은 사례는 국내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미래 사업으로 육성하는 핵심 분야를 집약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는 투자 규모 이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가 메가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단순히 투자금액으로 판단하기보다 어떤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반도체와 AI, 로봇, 수소 등 지역별 핵심 산업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국가 경쟁력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경제계 관계자는 “메가프로젝트는 투자액 경쟁이 아니라 국가 산업지도를 다시 그리는 작업"이라며 “광주·전남이 반도체 중심축이라면 전북은 현대차를 중심으로 AI 모빌리티와 로봇, 수소 산업의 거점으로 성장하는 것이 정부가 구상하는 큰 그림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폭우로 550여명 대피·농경지 침수…이번 주 비·폭염 동반한 궂은 날씨

지난 연휴 기간 경기 북부와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최대 200㎜가 넘는 기습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주택·도로 침수와 주민 대피 등 전국 곳곳에서 피해가 잇따랐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0일 06시 기준 경북 영주(206.8㎜), 경기 파주(197.5㎜), 동두천(195.5㎜), 연천(189.5㎜) 등지에서 짧은 시간 동안 거센 비가 집중되면서 피해 신고가 속출했다. 다만 이번 호우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국적으로 주택·도로 침수 256건, 토사·낙석 유출 572건 등 총 820여 건의 침수·안전 조치 신고가 접수됐다. 특히 경북 안동·의성·김천·예천 지역에서는 고추, 사과, 논콩 등 농작물 41.6헥타르(ha)와 농경지 7.1ha가 유실·침수되는 농가 피해가 집중됐다. 의성과 안동 일부 지역에서는 토사 유출 및 낙석으로 인해 정전과 통신 장애가 발생해 긴급 복구 작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안전을 위한 주민 대피도 이어졌다. 경북과 경기를 중심으로 전국 6개 시·도에서 총 374세대 557명이 임시 주거시설 등으로 대피했으며 이 중 119명은 아직 귀가하지 못한 상태다. 강원 영월 지역 국도의 일부 구간 양방향 통행이 차단되고, 국립공원 61개 탐방로가 통제되는 등 도로 및 시설 통제도 잇따랐다. 문제는 이번 주에도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전국에 비가 자주 내릴 것으로 예보돼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20일부터 오는 22일 사이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리겠다. 특히 20일과 21일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하고 많은 비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남부지방은 비가 내리다 소강상태를 보이는 곳이 있겠다. 주말 사이 누적된 많은 비로 이미 지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국지성 강우가 이어지는 만큼 산사태, 토사 유출, 시설물 침수 등 추가 피해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비 소식과 함께 남부지방을 중심으로는 무더위가 이어지겠다. 당분간 전국 대부분 지역의 최고 체감온도가 31℃ 안팎, 경상권과 제주도는 35℃ 안팎까지 치솟아 덥겠으며,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는 곳이 많겠다. 금요일인 24일에는 정체전선이 다시 활성화되면서 중부지방과 전라권, 경북권에 비가 내리겠고, 주말인 25일에도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한국지멘스에너지, 서용환 신임 대표이사 선임

지멘스에너지는 한국법인(한국지멘스에너지) 대표이사로 서용환 전(前) GE에어로스페이스 한국 항공서비스 사업부 사장 겸 대표이사를 신규 선임했다고 20일 밝혔다. 서용환 신임 대표는 경북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에너지와 전력 산업 전반에서 30년 이상 리더십 경험을 쌓아왔다. GE에어로스페이스와 GE에너지, 두산중공업 등을 거쳤고, 지멘스에너지에 합류하기 전에는 GE에어로스페이스의 한국 항공서비스 사업부 사장으로서 10년 이상 조직을 이끌었다. 서 대표는 앞으로 한국지멘스에너지의 사업을 총괄하며 회사의 성장 전략을 주도하고 국내 고객과 정부, 업계와 협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한편 지멘스에너지는 모기업인 지멘스(Siemens AG)에서 분사한 후 자회사인 풍력발전 전문 기업 지멘스가메사(Siemens Gamesa)를 완전히 합병해 새로운 단일 브랜드인 '옴테라(Omtera)'로 새롭게 재출범했다. 이로써 옴테라는 지멘스에너지의 가스터빈, 송배전(그리드), 산업용 변환 장치 등 핵심 전력 인프라와 풍력 터빈의 개발, 제조 및 유지보수(O&M) 사업까지 더하게 됐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내일날씨] 중부 최고 120㎜ 폭우…남부·제주는 37도 폭염

오는 21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가 쏟아지겠고, 그 밖의 지역은 폭염이 이어지겠다. 20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전국에 비가 내리겠으나 남부지방에는 소강상태를 보이는 곳이 있겠다.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과 강원 내륙·산지, 충청권 30~80㎜(많은 곳 수도권·강원 중북부 내륙 120㎜ 이상, 충남 북부 서해안 100㎜ 이상), 강원 동해안과 전라권, 대구·경북, 경남 서부 내륙 5~40㎜, 제주도 5㎜ 안팎이다. 특히 새벽부터 오전 사이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강한 비가 집중되겠다. 수도권과 강원 중·북부 내륙에는 시간당 30~50㎜, 강원 산지·남부 내륙과 충남 북부 서해안에는 시간당 20~30㎜의 장대비가 쏟아지겠다. 비 소식에도 무더위는 이어진다. 일부 충청권과 남부지방, 제주도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가운데 전국 대부분 지역의 최고 체감온도가 31℃ 안팎, 경상권·제주도는 35℃ 안팎까지 오르겠다. 아침 최저기온은 22~26℃, 낮 최고기온은 26~37℃로 예보됐다. 이현진 기자 vrai.jin@ekn.kr

[EE칼럼] MMR 시대, 민간이 주역이어야 한다

휴대전화는 본래 전화하는 기계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카메라가 되고, 지갑이 되고, 길 안내자가 되었다. 통신사가 한 일이 아니다. 민간기업들이 저마다의 쓸모를 찾아낸 결과다. 특정 용도로 개발된 기술도 민간에 개방되면 그 쓰임새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원자력에도 그런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초소형원자로(MMR) 얘기다. 지난 6월 2일 대통령께서 국무회의에서 MMR의 군사·장비 활용 가능성을 짚고 개발 상황과 관리체계를 챙겼다. MMR의 전략적 가치에 주목한 것이다. MMR은 트럭이나 비행기에 싣고 어디든 옮길 수 있는 초소형원자로다. 데이터센터, 산업단지, 오지, 군사기지, 나아가 우주까지 어디에나 설치할 수 있다. 쓰임새도 다양하다. 전기는 물론 열을 공급하고, 산업 공정에도 투입할 수 있다. 전력 소비지 가까이 둘 수 있어, 갈수록 심해지는 송전망 포화 문제도 비켜 갈 수 있다. 전기만 만드는 기존 대형 원전과는 본질이 다르다. 미국은 일찌감치 민간에 문을 열었다. MMR 개발의 주역이 민간기업이다. 오클로, 안타레스, 래디언트, 웨스팅하우스 등이 저마다 다른 노형으로 경쟁한다. 이들은 원자로를 공장에서 모듈로 찍어내듯 만들어 빠르게 개량한다. 민간의 속도가 곧 경쟁력이다. 미 국방부는 군사기지용 선진원자로 프로그램에 8개 기업을 적격사업자로 선정했고, 육군은 9개 기지를 배치 후보지로 골랐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미 공군은 알래스카 아일슨 기지에 MMR을 도입하면서 민간기업이 원자로를 설계·건설·소유·운영하고 군은 전력구매계약으로 전기를 사들이기로 했다. 이처럼 정부가 시장을 열어주고 민간이 그 안에서 기술과 쓸모를 다지는 구조에서, 국방 수요가 민간 생태계를 키우는 마중물이 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제도가 이를 수용할 준비가 안 됐다는 점이다. 미국과는 거꾸로다. 민간기업이 원자로를 개발하거나 운영하려 해도 길이 막혀 있다. 현행 원자력안전법은 공기업이 운영하는 전기 생산용 대형 원전을 전제하여 짜여 있다. 그러다 보니 대형 원전과 설계 특성이 크게 다른 MMR은 인허가받기조차 어렵다. 전기 생산이 아닌 다른 용도로 원자로를 쓰는 길도 사실상 열려 있지 않다. 원자력손해배상법 역시 공기업 사업자를 전제로 설계돼 있어, 민간기업이 손해배상 책임을 감당할 구조가 마땅치 않다. 빗장이 겹겹이 걸려 있는 셈이다. 이대로 가면 결과는 뻔하다. 기술도 있고 최고 통수권자의 의지도 있는데, 정작 뛰어야 할 민간은 출발선에 묶여 있게 된다. 그사이 미국 시장은 빠르게 무르익어 갈 것이다. 한발 늦으면 따라잡기 어려운 게 첨단 기술 경쟁이다. 우리가 머뭇거리는 사이, 다른 나라 기업이 시장을 선점하고 기술 표준까지 거머쥘 것이다. 해법은 분명하다. 첫째, 민간이 원자로를 개발·소유·운영할 수 있는 근거를 법에 새로 마련해야 한다. 둘째, 원자력안전법을 개정해야 한다. 다양한 용도의 여러 원자로에 대한 안전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마침 원자력안전위원회가 SMR 기준을 만들고 있다. 이 작업에 MMR도 함께 담을 필요가 있다. 안전기준은 생각만으로 뚝딱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를 담당할 전문 인력과 조직을 갖출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셋째, 원자력손해배상법을 손봐야 한다. MMR을 다양한 용도로 쓰는 사업자가 나타날 것이다. 원자력손해배상법 제2조제1항제3호에서 정한 범위를 벗어나는 사업자들이다. 이들에 걸맞은 책임과 배상 체계를 갖춰야 한다. 넷째,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도 손봐야 한다. MMR은 출력이 매우 낮고, 사고가 나도 스스로 식어 멈춘다. 이런 피동 안전 특성을 반영해, 비상계획구역을 원자로 설치 지역으로 줄일 수 있게 허용해야 한다. 그래야 MMR을 전력 소비지 가까이 배치할 수 있다. 다만 물리적 방호는 더 촘촘해야 한다. MMR은 운반 중 위협이나 테러에 노출되기 쉽고, 외딴곳에서는 방호 인력 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민간에 개방한다고 안전을 양보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그 반대다. 문을 여는 만큼 책임의 소재를 더 분명히 해야 한다. 누가 어떤 책임을 지고 어떤 기준을 지켜야 하는지를 법에 명확히 못 박아야 한다. 명확한 규칙이야말로 민간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든든한 기반이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직접 노를 젓는 것이 아니라 민간이 항해할 바닷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지금이 그 길을 열 때다. 문주현

남들은 안 들리는데 왜 나만…풍력 소음 ‘초저주파’의 비밀 [환경포커스]

풍력발전소 주변에서 반복되는 민원 가운데 하나가 소음이다. 어떤 주민은 “밤새 웅웅거려 잠을 잘 수 없다"고 호소하지만 바로 옆 사람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단순히 예민함의 차이일까. 최근 사람의 귀가 초저주파를 감지하는 생리적 방식에 개인차가 있을 가능성을 제시한 연구가 나왔다. 노르웨이 과학기술대학교(NTNU) 신경의학·운동과학과와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이어 인스티튜트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에 초저주파 감지 메커니즘을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특히 16㎐(헤르츠) 이하의 초저주파도 충분히 강하면 사람이 감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의 주파수 범위는 일반적으로 20Hz~2만Hz(20kHz)다. ◇'안 들리는 소리'가 아니라 '다르게 듣는 소리' 저주파와 초저주파는 풍력 터빈뿐 아니라 대형 팬과 공조·환기 설비, 압축기, 펌프, 엔진, 발전기 등에서 발생한다. 강풍과 천둥, 파도도 낮은 주파수의 소리를 만든다. 풍력 터빈에서는 날개와 공기의 상호작용으로 공기역학적 소음이 발생한다. 지난 2011년 스웨덴 왕립공과대학교(KTH) 연구팀은 '환경 연구 회보 (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발표한 논문에서 대형 풍력 터빈이 소형 터빈보다 저주파 소음을 더 많이 발생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초저주파가 일반적인 소리와 다른 방식으로 인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소리는 달팽이관의 내유모세포(內有毛細胞, Inner Hair Cell·IHC, 털이 있는 안쪽의 세포)가 기계적 진동을 신경신호로 변환해 인지된다. 반면 16㎐ 아래 초저주파에서는 외유모세포(外有毛細胞, Outer Hair Cell·OHC, 털이 있는 바깥쪽의 세포)가 만들어내는 전기적 전위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연구진은 제시했다. 외유모세포가 만들어내는 전기적 전위가 청신경을 흥분시키는 별도의 경로가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외유모세포가 진동을 감지해서 전기 신호를 만들면, 이 전기 신호가 내유모세포를 자극해 청신경을 활성화한다는 것이 이번 논문의 가설이다. ◇조금만 커져도 갑자기 크게 느껴져 이 메커니즘은 초저주파의 독특한 불쾌감을 설명하는 단서다. 연구진에 따르면 8㎐ 소리는 음압이 20㏈ 미만 증가해도 주관적인 음량이 64배 커질 수 있다. 64㎐ 소리에서 같은 정도의 음량 증가를 느끼려면 약 40㏈의 음압 증가가 필요하다. 음압(Sound pressure)은 공기 중에 전달되는 소리가 대기압을 기준으로 얼마나 압력을 변화시키는지를 나타내는 물리량을 말한다. 음량(Loudness)은 사람이 귀로 느끼는 소리의 크기로, 같은 음압이라도 주파수와 개인의 청각 특성에 따라 다르게 인식된다. 음압은 소리가 공기를 흔드는 물리적인 세기이고, 음량은 사람이 귀로 느끼는 소리의 크기다. 초저주파는 감지 역치를 넘는 순간 외유모세포가 만들어내는 전기신호가 여러 청신경 섬유를 동시에 활성화하기 때문에, 음압은 조금만 증가해도 사람은 소리가 훨씬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역치(Threshold)는 사람이 소리를 겨우 감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극 수준을 말하는데, 청각에서는 청각 역치(hearing threshold) 또는 감지 역치(detection threshold)라고 한다. 한편, 12㎐ 이하에서는 연속적인 음보다 개별 진동이 분리된 듯한 감각이 나타날 수 있다. 저주파 소음을 “웅웅거린다"거나 “덜컹거린다"고 표현하는 이유와도 연결된다. ◇왜 어떤 사람만 괴로운가 연구팀은 500㎐ 소리를 함께 들려줬을 때 4~16㎐ 초저주파의 감지 역치가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일반 소음이 함께 있을 때 초저주파를 들으려면 초저주파의 음압이 더 커져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고주파 소리가 달팽이관 내부의 초저주파 관련 전기적 반응을 억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런 억제 효과의 생리적 효율이 사람마다 다르다면 일부 사람만 초저주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이를 입증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풍력 소음 민원을 단순히 '예민한 주민의 문제'로 치부하기 어려운 이유다. 반대로 초저주파가 특정 질병을 직접 일으킨다고 단정할 근거도 아직 부족하다. 2021년 네덜란드 국립공중보건환경연구원(RIVM) 연구진 등이 발표한 연구에서는 풍력 터빈 소음의 가장 일관된 영향으로 소음 불쾌감과 자가보고 수면 방해가 제시됐다. ◇평균 데시벨만 재서는 부족 이번 연구는 다양한 주파수의 배경 소음이 적은 조용한 환경에서는 풍력 터빈의 초저주파가 상대적으로 더 잘 인지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구진도 50㎐ 이상의 주파수 성분이 부족한 환경에서의 저주파 소음이 다양한 소음이 존재하는 지역보다 더 큰 불쾌감과 민원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실제 민원은 지형과 풍속, 터빈의 운전 조건, 심리적 요인 등도 함께 영향을 미치므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대책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전체 평균 데시벨뿐 아니라 주파수별 소음 스펙트럼과 저주파·초저주파 성분을 함께 측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입지 단계에서도 주거지와의 거리만 따질 게 아니라 지형과 바람 방향, 야간 배경소음, 주택 내부의 주파수 특성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블레이드 형상과 구조 개선, 운전 조건 조절 등 풍력 터빈 소음 저감 기술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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