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신호등] 멈춰서는 대서양 해류…영화 투모로우가 현실로?

[기후 신호등] 멈춰서는 대서양 해류…영화 투모로우가 현실로?

지난 2004년 개봉한 영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는 거대한 해류가 멈추면서 북반구에 갑작스러운 빙하기가 찾아오는 기후 재난을 그려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다. 당시에는 극적인 영화적 설정으로 치부되기도 했으나, 오늘날 기상학자와 해양학자들은 영화 속 재앙의 핵심 원인인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 AMOC) 혹은 대서양 남북 열염(熱鹽, thermohaline) 순환의 격변을 우려하고 있다. 인류가 직면한 가장 거대한 '기..

[EE칼럼] 태양광 발전,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려면

중동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요즘 에너지 안보와 자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때 우리 경제에 위기 경보를 울리며 배럴 당 150달러까지 올라갔던 두바이유가는 아직도 100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수입 유가가 연평균 86달러이던 2023년 우리나라 에너지 수입액은 250조원을 넘었다. 다행히 지난해에는 유가가 60달러대에서 유지되어 연간 수입액은 170조원 수준이었다. 지금과 같은 상태가 지속되면 올해는 250조원을 넘어 300조원에 이를 수도 있다. 지난달 초 유럽의 태양광 단체인 '솔라 파워 유럽'은 중동전쟁으로 유럽의 가스 수입가격이 올라가면서 3월 한달간 유럽연합이 태양광 발전으로 얻은 효과가 37억7천만유로(6조5천억원)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자립 에너지에 대한 요구는 유럽에서 태양광 발전의 붐을 다시 일으켰고 그 결과 이번 중동전쟁의 영향을 완화해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자립에너지인 재생에너지 보급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30년까지 100GW의 재생에너지 발전을 설치하겠다는 목표를 선언하였다. 이 중 90GW를 태양광 발전이 담당해주어야 한다. 2025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태양광 발전 설치 용량은 약 30GW이다. 지난해 새로 설치된 태양광 발전은 약 3.9GW.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2021년 4GW를 갓 넘어섰던 신규 설치용량은 윤석열 정부에서 2.7GW까지 하락한 뒤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중이다. 2030년의 90GW 목표를 달성하려면 연 평균 10GW가 새로 설치되어야 한다. 그래서 정부도 올해 목표를 7.5GW로 잡고 있다. 그런데 올해 4월까지 설치된 용량은 1.3GW에 불과하다. 이 추세로 하면 연간 4GW 설치 수준을 회복할 수는 있겠지만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에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햇빛소득마을은 태양광 발전 보급에 있어 매우 중요한 한 축이 되고 있다. 마을의 공유시설이나 공공 부지에 마을 발전소를 설치하고 그 수익을 주민 복지를 위해 사용함으로써 주민들의 태양광 발전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그 성과에는 한계가 있다. 한 마을에서 1MW를 설치한다 해도 2,500개 마을이 참여해야 2.5GW에 불과하다. 태양광 발전의 설치에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와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정책이 따라주어야 한다. 현 RPS 제도에 참여한 태양광 발전 설비의 규모를 살펴보면 2025년 현재 100kW미만이 45.2%, 100~1MW가 35.4%, 1MW 이상이 19.4%를 차지하고 있다. 즉, 1MW 이상의 대규모 설치는 20%에 불과하고 80%는 소규모 태양광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이 태양광 발전 산업의 특성이다. 벼농사와 같이 다수의 소생산자가 참여하는 산업인 것이다. 해안을 간척한 현대의 서산농장과 같은 대농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은 전국에 산재한 소농이 있어 쌀의 자급이 가능한 것이다. 태양광 발전에서도 새만금에 투자하기로 한 현대는 상당한 규모의 설치를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그 만한 입지를 구하기는 쉽지가 않다. 곳곳에서 소생자가 참여하여야 태양광 발전의 설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며 우리는 에너지 자립에 한걸음 다가가게 될 것이다. 어떤 산업에 민간의 참여와 투자를 유인하려면 그럴 만한 산업의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핵심적인 것은 안정적인 수익과 사업 참여의 용이함이다. 수익이 불안하다면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또한 기업조직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소생산자 개인이 전업 혹은 부업으로 참여하는 것이라면 사업 추진과 발전소 운영이 그리 어렵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올해 안에 현 RPS제도를 폐지하고 입찰시장으로 개편한다면서 소규모 태양광 발전에 대해서는 별도의 입찰 시장을 설치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올 뿐 공식적으로 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즉 태양광 발전 사업이 수익이 날지 어떨지 가늠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입찰이란 구매와 판매 양측에게 모두 비용을 발생시키는 방법이다. 부업으로 참여하는 개인이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번거로운 절차를 익히고 매일 시간을 낸다는 것이 그 수익에 비해 치러야만 할 비용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농협에서 벼를 수매하듯이 한전에서 기준가격으로 구매할 수는 없는 것일까? 그리드 패리티에 도달하면 기준가격을 따로 정할 필요도 없고 그냥 시장가격으로 구매하면 될 일이다. 게다가 전력망 운영의 안정성을 내세워 발전사업자에게 출력조정기를 설치하게 하고 보상 없이 한전에서 전기를 받아주지 않을 수도 있다. 망 운영자 입장에서 출력조정을 할 수는 있다. 그렇다면 화력발전이나 원전처럼 보상이 이루어지는 것이 합리적이다. 시동을 걸고 있는 햇빛소득마을이 성공적으로 확대되어 가기를 기원하며, 2030년 90GW 태양광 발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근본적인 산업활성화 대책이 세워지기를 바란다. bienns@ekn.kr

[환경포커스] 호르무즈 막히면 폐플라스틱 더미는 ‘유전’이 된다

최근 미국와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원유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구조를 갖고 있는 한국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유·석유화학·플라스틱 원료 공급망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학계가 주목하는 대안이 있다. 버려진 플라스틱을 다시 '석유'처럼 쓰는 기술이다. 플라스틱은 본질적으로 석유에서 만든 탄소와 수소의 저장고다. 다시 말해, 이미 땅 위로 꺼내 쓴 탄화수소 자원이다. 이를 태워 없애는 대신 햇빛이나 미생물을 이용해 분해하면 수소와 합성가스, 액체연료, 고부가 화학원료를 얻을 수 있다. 최근 국제 학술지에 발표된 두 편의 연구는 이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하나는 햇빛으로 플라스틱을 연료로 바꾸는 광촉매 기술이고, 다른 하나는 미생물이 스스로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리빙 플라스틱' 기술이다. 두 기술 모두 플라스틱 오염과 에너지 위기를 동시에 해결할 카드로 평가받는다. ◇햇빛 한 줄기로 수소와 디젤 생산 첫 번째 연구는 호주 애들레이드대학교 화학공학과의 샤오광 두안 교수와 샤오 루 등 연구진이 최근 국제 촉매 분야 저널 '화학 촉매반응(Chem Catalysis)' 에 발표한 것이다. 연구의 핵심은 '광촉매 플라스틱 광개질(photoreforming)'이다. 쉽게 말해, 폐플라스틱을 물속에 넣고 특수 나노 촉매를 더한 뒤 햇빛을 비추면 촉매가 빛 에너지를 흡수해 전자를 들뜨게 만든다. 이 전자가 플라스틱의 탄소-탄소(C-C), 탄소-수소(C-H) 결합을 끊는다. 플라스틱 사슬이 잘게 쪼개지면서 수소(H₂)가 발생하고, 남은 탄소는 유용한 연료나 화학 원료로 전환된다. 기존 물 분해 수소 생산은 물 분자의 산소 결합을 끊어야 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반면 플라스틱은 이미 에너지가 높은 유기 결합을 갖고 있어 상대적으로 쉽게 분해된다. 연구진이 개발한 비결정질 니켈-인-황 기반 촉매(d-NiPS₃)와 황화 카드뮴(Cadmium Sulfide)을 결합한 시스템은 촉매 1g이 1시간에 약 0.08g(80mg)의 수소를 만들 수 있는데, 이 반응을 100시간 이상 유지했다. 실험실 수준으로는 매우 높은 효율이다. 플라스틱 종류에 따라 생성물도 달랐다. 폴리에틸렌으로는 디젤 범위(C15~C18)의 올레핀 연료를, 페트(PET)로는 아세트산 등 화학 원료를, 혼합 폐플라스틱으로는 수소와 합성가스(Syngas)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비상시 도시에서 수거한 폐플라스틱을 현장에서 바로 연료 전환할 수 있음을 뜻한다. 연구진은 2030년까지 겉보기 양자수율(AQY) 10% 달성, 즉 들어온 햇빛 에너지의 10%를 실제 연료 생산에 활용하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2040년까지 파일럿 플랜트 구축, 2050년 산업 상용화를 목표로 제시했다. ◇미생물이 먹어 치우는 리빙 플라스틱 두 번째 연구는 제시하신 중국과학원 산하 선전 고급기술연구원(SIAT)의 주오준 다이 교수팀이 지난달 'ACS 응용 폴리머 재료(ACS Applied Polymer Materials)'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이 기술은 플라스틱 내부에 살아 있는 미생물 포자(spore)를 넣어두는 방식이다. 평소에는 휴면 상태라 일반 플라스틱처럼 안정적이다. 그러나 폐기 후 48~50도 환경에 놓이면 플라스틱이 부드러워지고 포자가 깨어난다. 이후 미생물이 효소를 분비해 플라스틱을 스스로 분해한다. 연구진은 특히 고초균(Bacillus subtilis)이란 세균을 활용했다. 이 균은 안전성이 높고 내열성이 강하다. 더 흥미로운 점은 '미생물 팀플레이'다. 한 균주는 플라스틱 사슬을 무작위로 절단하고, 다른 균주는 절단된 말단부터 차례로 분해한다. 마치 한 팀이 벽을 부수고, 다른 팀이 잔해를 치우는 식이다. 이 방식으로 연구팀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인 폴리카프로락톤(Polycaprolactone, PCL)을 4~6일 만에 98% 이상 분해하는 데 성공했다. 분해 후 남는 물질은 대부분 저분자 화합물이라 미세플라스틱 축적 위험도 낮다. 이 기술은 웨어러블 센서, 의료기기, 일회용 전자소자처럼 사용 후 회수가 어려운 제품군에 특히 유망하다. ◇한국은 이미 '원료'를 갖고 있다… 문제는 전환 기술 한국은 매년 수백만 톤의 폐플라스틱을 배출한다. 분리배출 체계도 세계적 수준이다. 문제는 상당량이 저품질 재활용이나 소각으로 처리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 보면 이는 엄청난 전략 자원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황에서는 폐플라스틱 기반 연료 생산이 긴급 대체 자원이 될 수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도 지난달 28일 국무회의에 보고한 '탈플라스틱 순환경제 전환 추진계획'에서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플라스틱 1kg은 대략 10~12kWh 수준의 화학 에너지를 저장한다. 전국에서 발생하는 폐플라스틱은 사실상 거대한 '도시형 유전'이다. 정유시설이 멈춰도 지방 산업단지나 항만 인근에서 소규모 태양광 광촉매 반응기를 돌리면 수소와 액체 연료를 생산할 수 있다. 여기에 미생물 기반 분해 플랫폼을 결합하면 플라스틱 회수-분해-연료화의 순환 시스템이 가능하다. 하지만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광촉매는 실제 폐플라스틱 속 색소와 첨가제에 약할 수 있고, 장기 내구성이 검증돼야 한다. 미생물 기술은 아직 범용 플라스틱(PE·PP) 적용성이 제한적이다. 경제성 분석과 전과정평가(LCA)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방향은 분명하다. 석유를 수입해 플라스틱을 만들고 버리는 시대에서, 버린 플라스틱을 다시 연료와 원료로 돌려쓰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햇빛과 미생물은 그 쓰레기를 다시 에너지로 깨우는 열쇠가 되고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케이엔알시스템, ‘슈퍼휴머노이드’ 디자인 특허…“세계 최대 ‘일하는’ 이족보행 로봇”

로봇 전문기업 케이엔알시스템이 고중량 작업용 '슈퍼휴머노이드' 로봇의 디자인 특허 등록을 완료하고 실물 이미지를 처음 공개했다. 케이엔알시스템은 11일 자사가 개발 중인 슈퍼휴머노이드 설계 디자인이 최근 특허청 등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이번 등록을 통해 외형의 독창성뿐 아니라 고중량 핸들링에 최적화된 하드웨어 구조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확보했다. 해당 로봇은 2025년 하반기부터 개발이 진행 중인 이족보행 기반 대형 로봇으로, 작업자가 직접 탑승해 조작하거나 원격으로 운용할 수 있는 유·무인 겸용 구조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중공업, 건설, 토목, 원전 등 고위험 산업현장에서 작업자 안전 확보와 생산성 향상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시장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통상 20~50kg 수준의 가반하중을 바탕으로 인간 작업을 보조하거나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면 케이엔알시스템즈의 슈퍼휴머노이드는 최대 600kg까지 들어올릴 수 있도록 설계돼 기존 대비 10배 이상의 성능 구현을 목표로 한다. 이 로봇은 높이 약 2.5m, 폭 1.5m의 대형 플랫폼을 기반으로 고온·고방사선 등 인간 접근이 어려운 환경에서 고중량 구조물을 처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회사 측은 “휴머노이드가 인간의 일을 대체하는 개념이라면, 슈퍼휴머노이드는 인간이 수행할 수 없는 작업을 수행하는 새로운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기술적으로는 자사가 개발한 '하이브리드 액추에이터'와 유압 액추에이터를 결합한 고성능 구동 시스템이 핵심이다. 여기에 최대 300kg 수준의 악력을 구현하는 특수 설계 로봇손을 적용해 고난도 핸들링 작업을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해당 로봇손은 최근 개발을 완료하고 별도 특허 출원도 진행됐다. 또한 작업 환경에 따라 하체를 이족보행뿐 아니라 바퀴형, 무한궤도형 등으로 확장하는 모듈형 플랫폼을 검토 중이다. 원격 운용에는 피지컬 AI 기반 자율주행 기술을 접목해 험지에서도 안정적인 작업 수행이 가능하도록 설계한다는 방침이다. 케이엔알시스템은 2026년 말 1차 공개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며, 로봇팔과 로봇손 등 핵심 부품을 개별 제품으로도 상용화해 부품 시장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명한 케이엔알시스템 대표는 “글로벌 휴머노이드가 공장 내 정밀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면, 슈퍼휴머노이드는 산업 현장의 난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며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진짜 일하는 로봇'의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케이엔알시스템은 'K-휴머노이드 연합' 참여기업이자 AI팩토리 전문기업으로, 심해 작업 로봇과 제철소 용광로 관리 로봇 등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는 로봇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하이브리드 액추에이터 기술 상용화와 원전 해체용 로봇 플랫폼 사업에도 진출하는 등 로봇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재벌승계지도] 교통정리 끝낸 정용진·정유경…신세계그룹 미래 ‘갈림길’

신세계그룹은 3세 승계 관련 교통정리를 끝낸 상태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대형마트·편의점·복합쇼핑몰 같은 사업을 책임지고 정유경 (주)신세계 회장이 백화점·패션·면세점 등에 집중하는 구조다. 경영권이 확실히 분리됐고 지분 정리 작업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남은 과제는 SSG닷컴 지분 교환 정도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두 사람이 각자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성장동력을 찾아낼 수 있을지 여부다. 이를 통해 과거 투자 실패 등 악재를 극복해야 '3세 경영'이 본궤도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 이명희 총괄회장 지분 증여 통해 남매 '계열 분리' 신세계그룹이 남매 계열 분리를 공식화한 것은 지난 2024년이다. 당해 3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총괄부회장이 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고 10월에는 정유경 (주)신세계 총괄 사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들의 모친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지분도 모두 처분했다. 정용진 회장은 작년 2월 이명희 총괄회장이 가진 이마트 지분 전량(10%)을 시간외 거래로 사들였다. 정유경 회장은 모친이 지닌 (주)신세계 주식 10.21%를 같은 해 4월 증여받았다. 현재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와 (주)신세계 두 축으로 구성돼 있다. 이마트 최대주주는 정용진 회장(28.85%)이다. 국민연금공단(7.89%)을 제외하면 5% 이상 지분을 소유한 주주가 없다. 이마트 자회사로는 SCK컴퍼니(67.5%), 신세계프라퍼티(100%), 이마트24(100%), 신세계푸드(55.47%), 조선호텔앤리조트(99.9%), 신세계건설(100%), 신세계아이앤씨(43.86%), 신세계야구단(100%) 등이 있다. 이밖에 자산 유동화나 부동산 개발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들도 몇 개 있다. G마켓의 경우 이마트가 세운 인수목적용 법인 산하에 있다. 에메랄드에스피브이가 아폴로코리아 지분 80.01%를 들고 있는 형식이다. 에메랄드에스피브이는 이마트의 100% 자회사다. 신세계푸드는 세린식품, 스무디킹코리아 등 지분을 전량 보유하고 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스타필드광주(100%), 스타필드청라(99.9%), 스타필드하남(51%), 스타필드고양(51%) 등 주식을 소유했다. 정유경 회장은 (주)신세계 29.15%, 신세계인터내셔날 15.29%의 지분을 각각 들고 있다. (주)신세계 역시 정유경 회장과 국민연금공단(13.42%)을 제외하면 주요 주주가 없다. (주)신세계 밑에는 신세계디에프(100%), 신세계인터내셔날(39.31%), 신세계센트럴(60.02%), 신세계까사(97.9%), 광주신세계(62.84%), 신세계사이먼(25%), 신세계라이브쇼핑(76%), 신세계의정부역사(27.55%) 등이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신세계사이먼 지분 25%를 가졌고 광주신세계가 신세계의정부역사 주식 25%를 소유했다. 신세계센트럴은 서울고속버스터미널(70.49%)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아래로는 어뮤즈(100%), 신세계톰보이(95.4%), 시그나이트(50%)가 있다. 시그나이트의 경우 (주)신세계(30%)와 신세계센트럴(20%)이 나머지 주식을 가졌다. 이마트와 (주)신세계가 동시에 지분을 가진 계열사는 SSG닷컴이 유일하다. 이마트가 45.6%, (주)신세계가 24.4%를 각각 보유했다. 이마트 자회사인 신세계건설이 신세계의정부역사 지분 19.9%를 지녔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완전한 계열 분리를 위해서는 이들 소유권을 정리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신세계의정부역사는 부동산 임대업을 영위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자산총계 2173억원 규모 덩치를 지녔지만 자본잠식 상태다. 지난해 매출액 149억6800만원, 영업이익 10억9000만원의 실적을 올렸지만 1억6100만원 당기순손실을 봤다. 이 회사를 두고 남매간 분쟁이 생길 여지는 거의 없어 보인다. SSG닷컴은 상황이 다르다. 자산총계가 2조3282억원에 이르는데다 그룹 차원 신사업을 상당수 도맡아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유통의 패러다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신세계그룹 선봉장에 서있는 회사다. 더블유컨셉코리아 및 플래티넘페이먼츠를 100% 자회사로 두고 있기도 하다. SSG닷컴은 최근 '쓱7클럽' 혜택을 대폭 확대하고 가입자 유치에 사활을 거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명품 등 패션·뷰티 제품을 판매하거나 이마트 장보기 기능을 강화하는 등 계열사간 시너지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프로야구 SSG랜더스를 운영하는 신세계야구단과 협업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그룹 차원의 지원 사격도 이어지고 있다. SSG랜더스가 올해부터 티켓 예매 대행을 SSG닷컴에 맡기고 있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SSG랜더스는 기존 충성고객들의 혜택을 대폭 축소하는 대신 쓱7클럽을 '끼워팔기'해 야구팬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그룹 입장에서는 프로야구 열풍의 수혜를 SSG닷컴에 밀어주고 있는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이 친족독립경영을 신청하면 심사를 통해 계열 분리를 최종 확정한다. 상장사는 상호 보유지분 3% 미만, 비상장사는 10% 미만 등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명희 총괄회장이 삼성그룹에서 백화점을 가지고 독립한 것은 지난 1991년이다. 공정거래법상 삼성그룹과 신세계그룹이 완전히 분리된 것은 1997년이었다. ◇ SSG닷컴 정용진이 가져갈 듯…신성장동력 발굴 '공통 과제' 재계에서는 SSG닷컴이 결국 이마트 산하로 편입될 것으로 본다. 당초 이마트의 지분율이 높은데다 마트나 프로야구단 등과 시너지 기대감도 더 크기 때문이다. 지분은 정리하더라도 (주)신세계 산하 기업들과 협업은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남매간 사업 분리 방식을 두고 불만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표면적으로는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부터 이어온 승계 방식을 이명희 총괄회장이 그대로 따랐다는 점이 주목받는다. 이명희 총괄회장은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막내딸이다. 총수 일가가 지배하는 대기업은 장남이 경영권을 가지고 딸들은 지분만 받아가는 사례가 많지만, 신세계백화점은 대를 이어 딸의 몫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개인 역량을 기반으로 봤을 때도 계열사가 체계적으로 나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유경 회장은 1996년 조선호텔 상무를 시작으로 백화점, 화장품, 면세점 등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왔다. 정용진 회장은 부회장 시절부터 그룹 사업 전반을 이끄는 동시에 대형마트, 이커머스, 부동산임대업 등에서 강점을 보여왔다. 덩치 측면에서도 균형이 잘 맞춰진 편이다. 6일 종가 기준 상장사 시가총액을 살펴보면 (주)신세계 3조8500억원, 신세계인터내셔날 5000억원, 광주신세계 3000억원 수준이다. 정용진 회장쪽 회사는 이마트 2조8700억원, 신세계아이앤씨 2800억원, 신세계푸드 2000억원 등이다.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신세계프라퍼티와 스타벅스(SCK컴퍼니)가 이마트 산하에 있다는 점 정도가 정유경 회장이 불만을 가질만한 요소로 꼽힌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작년 연결 기준 매출 7664억원, 영업이익 4674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같은 시기 SCK컴퍼니의 매출·영업이익은 각각 3조2380억원, 1730억원이다. 대신 정유경 회장은 '신세계'라는 그룹명을 계승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계열 분리 마무리 국면에서는 신세계야구단, 신세계프라퍼티, 신세계건설 등은 사명을 변경할 전망이다. 신세계그룹 4세는 1990년~2000년대 생들이다. 대부분 학생 신분이고 정유경 회장의 장녀는 아이돌 가수로 데뷔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정용진 회장의 장남 정해찬씨는 대학 졸업 후 경영 수업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인턴 생활을 한 경력이 있다. 다만 아직 '3세 경영'이 안정 궤도에 접어들지 못한 상태라는 점에서 총수 일가 4세의 경영 참여 여부는 논할 단계가 아니라는 게 재계 중론이다. 정용진·정유경 회장 모두 경영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공통 숙제는 본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쿠팡이 각종 사건·사고에 연루되며 빈틈을 보이는 가운데 롯데·네이버 등 경쟁 상대들도 저마다 활로를 찾기 위해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는 상태다. 특히 그룹 성장에 크게 기여했던 대형마트와 면세점 등은 업황 자체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두 사람의 경영 스타일은 '정반대'다. 정용진 회장은 트렌드 파악에 능하고 '현장 경영'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편이다. 프로젝트 추진 등에서 유연성이 뛰어나고 임직원 및 고객들과 소통이 활발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과감한 신사업 진출과 인수합병(M&A) 결과물을 두고는 성과에 대한 업계 의견이 분분하다. 정유경 회장은 반대로 신중한 경영 스타일을 유지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백화점, 뷰티·패션 등 분야에서 꾸준히 내공을 쌓으며 트렌드를 잘 따라가는 결정을 내린다는 호평이 주를 이룬다. 외부 활동이 적다보니 보다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용진 회장은 조직 체질 개선에 시동을 건 상태다. 인공지능(AI) 데이터 센터 등 새로운 측면에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그림을 다각도로 그려나가고 있다. 그룹 콘트롤타워인 경영전략실을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이를 과감하게 실행할 혁신 조직으로 탈바꿈하겠다고 지난달 말 선언했다. 이를 위해 경영전략실 전반에 걸친 조직 개편을 진행할 방침이다. 당초 경영전략실장을 겸하고 있던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의 겸직도 해제했다. 임 사장은 앞으로 신세계프라퍼티 대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게 된다. 경영전략실은 신임 실장이 선임될 때까지 정용진 회장이 진두지휘하게 된다. 정용진 회장은 신세계푸드를 이마트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중복 상장 구조를 해소하는 동시에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의사결정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다. 현재 양사 주식 포괄적 주식교환을 결정하고 소액주주 및 당국 등을 설득하는 단계다. 작업이 마무리되면 이마트와 신세계푸드간 사업 시너지를 강화하고 중장기적인 사업 재편을 보다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유경 회장의 비밀병기는 시그나이트다. 기업형 벤처캐피탈 역할을 수행하며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역할을 하는 회사다. 시그나이트는 단순히 돈을 버는게 목적이 아니라 신세계 기존 사업들과 시너지를 낼 기술이나 브랜드를 찾고 있다. 이를 활용해 AI를 비롯한 신기술을 적극 장착하면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대응할 수 있는 기초체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남부발전 부산 LNG발전소 터빈서 화재…“인명 피해 없어”

10일 오후 3시 53분께 부산 사하구 감천동 부산 천연가스 발전본부(빛드림본부)에서 불이 났다. 검은 연기가 일대를 뒤덮으면서 화재 신고가 잇따랐다. 소방당국은 대응 1단계를 발령해 장비 48대와 인원 147명을 동원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오후 5시 30분께 큰불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인명피해는 없다. 남부발전은 부산빛드림본부 4호기 스팀터빈 전기설비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남부발전은 화재에 대해 “초동 대응으로 화재는 현재 사후 정리 작업중이며, 인명 및 협력업체 피해는 없다"며 “전력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화재는 발전기 예방정비 중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산소방본부는 발전소 내 증기터빈 4기의 예방점검을 위해 분해 후 조립한 4호기에서 윤활유 누유로 발화된 것으로 추정했다. 부산빛드림본부는 부산광역시 사하구 감천항로에 위치해 있다. 설비용량은 1800㎿(G/T :150MW x 8기, S/T : 150MW x 4기), 발전형식은 복합사이클 방식이다. 2004년 3월 준공했다. 발전소는 총 1800MW 용량으로 부산지역 전력수요의 65%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5월 이후 국제원유시장은 어디로?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거의 모든 전문 기관과 전문가들의 예측과 다르게 중동사태가 두 달이 넘게 지속되고 있다. 국제적인 전문 기관도 예측하지 못한 수준으로 불확실성이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잘못된 예측을 하였다. 특히 사태 장기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는 에너지 무역 역사상 최초로 일어났기에 전쟁 발발 시점에서의 예측들이 큰 오차로 빗나갔다. 4월 말에 발간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단기에너지예측(Short-Term Energy Outlook) 보고서의 국제시장가격 전망치 역시 이란 사태가 시작된 직후인 3월 초의 보고서 내용과 사뭇 달라져 있다. EIA는 Brent시장 원유가격을 기준으로 하여 올해 2분기까지 배럴당 100달러보다 높은 가격이 유지될 것으로, 그리고 3분기 이후에 가서야 90달러 이하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였다. 3월 초 예측에서는 Brent시장 원유가격이 2026년 평균으로 하여 79달러일 것으로 예측하였으나 이번 보고서에서는 96달러로 보고 있다. 22%나 올린 것이다. 또한 OPEC+의 원유생산량의 예측치가 3월 보고서에 비하여 5% 줄어들었으며, 세계 원유비축량의 예측치는 기존에는 2%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였다가 오히려 0.3%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변경하였다. 이번 이란 사태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바로 원유 비축 부문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2025년도에 전 세계 원유비축량이 많이 증가하였기에 이란 사태 이전에는 2026년에 대하여 낮은 원유 가격과 높은 원유 비축 물량을 예상하였었다. 그러나 사태의 장기화로 수요국의 원유 비축 물량은 줄어들고 있지만 생산국, 특히 걸프만 주변 중동 산유국의 원유 비축 물량은 사상 최대로 치솟았다. 이는 원유가 지질구조의 문제로 일단 생산을 시작하면 생산량의 조절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생산량을 잘못 조절하면 매장된 유전의 지질구조에 영향을 주게 되어 생산량을 원래대로 늘릴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혀 수송도 어렵고 생산량 조절도 어렵게 되자 중동 산유국들이 생산한 원유를 모두 자국의 비축시설 안에 비축하고 있으며 이미 거의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UAE 등이 우리나라의 원유 비축기지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마도 이번 사태가 종료되고 나면 수요국 모구 원유 비축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동시에 산유국들도 수요국 주변에 일종의 중간 비축기지를 운영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한편 국제원유시장의 선물가격은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시장 참가자들은 아직도 이란 사태가 조만간 끝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란을 제외하면 중동 산유국 원유 생산시설의 대규모 파괴가 없어 실질적인 수급에는 크게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천연가스는 카타르 일부 액화시설의 파괴로 상당 기간 차질이 예상된다. 전문가들도 시장가격이 본질적인 수급 상황보다 지엽적인 보도로 인한 심리적인 요인, 그리고 재무적인 이익을 노리는 투기로 인하여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멀게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던 4년 전부터, 가깝게는 2월 말에 시작된 이번 이란 사태로 인하여 전쟁의 참상이 매우 심각함을 다시 한번 깊이 깨닫게 되었고,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 안보는 물론 에너지 사용 구조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함을 각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천연가스 수급에 문제를 야기하며 주로 난방용 연료에 그 피해가 집중되었다면 이번 이란 사태는 원유의 수급에 문제가 나타났는데 이는 다시 다양한 석유제품의 수급 문제로도 이어졌으며 피해도 주로 제품 수급 부분에 집중되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석유제품 가격의 상승은 앞으로 소비자물가를 상당 기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여 년간 시행된 에너지정책이 주로 연료 부분에 맞추어져 있었기에 원료 부문에 대한 정책이 매우 적었고, COVID-19 사태 이후 일회용품이 크게 늘어난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일회용품에 대한 효과적인 규제와 원료 부분에의 효과적인 대체제를 마련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이 요구된다. 한편으로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대 규모의 정유산업 및 석유화학산업을 가지고 있어 정말로 다양한 석유제품을 그동안 편하고 손쉽게 사용하고 있었음을 새삼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관련 산업계의 구조조정 과정에도 이러한 부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겠다. 한편 EIA는 2027년 중반에 가서야 국제원유가격이 70달러 선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하여 2027년에는 미국 원유생산량이 일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였으나 OPEC의 원유생산량은 그러나 사태 이전에 예측한 수치와 큰 변화 없이 유지될 것으로 예측하였다. 휴전 협정이 진행됨에 따라 국제원유시장이 안정되어 가고 있어 응급처방으로 시행하고 있는 시책들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을 시기가 빨리 도래하기를 희망하여 본다. bienns@ekn.kr

김성환 기후부 장관, 전력망 반대 주민들 만나 수용성 강화 방안 논의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전력망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만나 주민 수용성을 높일 방안을 논의했다. 기후부는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김성환 장관 주재로 전력망 건설 반대위원회 대표단과 제2차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달 10일 제1차 간담회에 이어 두 번째로 열렸다. 정부와 한국전력공사, 반대위 모여 전력망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 상황을 점검하고 주민 수용성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방향을 논의했다. 먼저 사업별 입지 선정 단계에서 주민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입지선정위원회 위원의 대표성을 강화하고 관련 절차를 내실이 있게 운영하는 한편, 주민설명회 확대 등 절차적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최근 주요 국가 전력망 사업은 주민 반발과 인허가 갈등으로 수년째 지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동해안 원전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초고압직류송전(HVDC) 사업인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는 주민 반대와 지방자치단체 협의 지연 등으로 당초 계획보다 약 8년가량 지연된 상태다. 동해안~수도권 HVDC 사업은 강원·경북 동해안 지역에서 생산된 원자력 및 석탄 발전 전력을 수도권으로 공급하기 위한 국가 핵심 전력망 사업이다. 특히 경기 하남시의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HVDC 변환소 증설 사업은 대표적인 갈등 사례로 꼽힌다. 한국전력은 동해안~수도권 HVDC 사업 완성을 위해 동서울변전소 내 500kV급 HVDC 변환소 설치를 추진하고 있지만, 하남시와 주민들은 전자파·소음·안전성 우려와 주거환경 훼손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이에 간담회에서는 계획·건설 단계에서 의견수렴 폭을 확대하고 주민 지원·보상 체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논의됐다.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 수립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와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의견수렴 범위를 넓히는 방안과 함께 송전망 경과지역에 대한 법적·제도적 지원이 지역 주민에 실질적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전력망 건설은 에너지 대전환 및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피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임을 강조하며, “사업 추진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최소화하고 주민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합리적인 건설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후 신호등] 멈춰서는 대서양 해류…영화 투모로우가 현실로?

지난 2004년 개봉한 영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는 거대한 해류가 멈추면서 북반구에 갑작스러운 빙하기가 찾아오는 기후 재난을 그려 전 세계에 충격을 주었다. 당시에는 극적인 영화적 설정으로 치부되기도 했으나, 오늘날 기상학자와 해양학자들은 영화 속 재앙의 핵심 원인인 '대서양 자오선 역전 순환(Atlantic Meridional Overturning Circulation, AMOC) 혹은 대서양 남북 열염(熱鹽, thermohaline) 순환의 격변을 우려하고 있다. 인류가 직면한 가장 거대한 '기후 임계점(tipping point)' 중 하나로 지목하며 심각한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지구라는 생명체의 거대한 혈관과도 같은 이 해류 시스템이 정말로 멈출 위기에 처한 것인지, 그 과거와 현재,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를 살펴본다. ◇지구의 심장 박동, AMOC의 정체와 중요성 AMOC은 대서양 전체를 관통하는 거대한 해류 시스템이다. 표층의 따뜻하고 짠 바닷물을 북쪽으로 운반하고, 북대서양 아(亞)극지 해역에서 차갑게 식어 밀도가 높아진 물이 심해로 가라앉은 후 다시 남쪽으로 흐르는 전 지구적인 해류 열염 순환의 일부를 말한다. 해류 열염 순환은 바닷물의 온도와 염분 차이에서 나오는 밀도 변화로 움직이는데, 이 거대한 '대양 컨베이어 벨트'가 지구 바다를 한 바퀴 도는 데에는 대략 1000년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과정은 마치 '지구의 중앙난방 시스템'처럼 작동하는데, 열·소금·영양분을 재분배한다. 특히, 유럽과 북미 지역의 기후가 위도에 비해 온화하게 유지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교의 르네 반 베스턴 박사팀은 지난해 9월 '지구물리학 연구 저널: 해양(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Oceans)'에 발표한 논문에서 AMOC은 북쪽으로 흐른 뒤 깊은 바다로 들어가는 강력한 순환 구조에서 약하고 얕은 순환으로 '바뀔 수 있는' 기후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전이가 발생할 경우 전 지구적인 기후 격변이 불가피한 것으로 우려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라는 브레이크: AMOC이 약해지는 이유 최근 과학자들이 AMOC의 급격한 약화를 우려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인류의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온난화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해류의 엔진'을 방해한다. 첫째, 북극과 북대서양 표층수 온도를 높여 해수가 차갑게 식는 과정을 방해해 차가운 물이 심해로 가라앉는 동력인 '침강'을 약화시킨다. 둘째, 결정적으로 그린란드 빙상(Ice Sheet)과 북극의 해빙이 녹아 막대한 양의 담수가 북대서양으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민물은 바닷물보다 밀도가 훨씬 낮아 표층수가 심해로 내려가는 것을 막는 거대한 장벽 역할을 하게 된다. 실제로 이러한 약화 추세는 관측 데이터에서 이미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 보르도대학교의 발랑탱 포르망 박사팀이 지난달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한 논문에서는 21세기말까지 AMOC이 약 51%까지 약화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기존의 많은 기후 모델이 예측했던 수치보다 훨씬 약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해류 시스템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기후변화에 취약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지구 역사의 기록: 과거가 보내는 엄중한 경고 과학자들이 미래의 해류 붕괴를 기정사실화하는 근거 중 하나는 지구의 과거 경험 때문이다. 지구 역사에는 해류의 변화가 기후를 어떻게 뒤바꿨는지에 대한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대학교의 루카스 게르버 등 연구진이 지난해 7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지난 1만1700년 동안의 홀로세 기간 AMOC은 비교적 안정적이었으나, 마지막 빙하기가 끝날 무렵에는 급격한 변동을 겪었다. 약 1만2900년 전부터 1만1700년 전까지 지속된 영거 드라이어스(Younger Dryas) 동안, 북미 빙하가 녹아 유입된 대량의 담수가 북대서양의 염분과 밀도를 낮추면서 AMOC이 급격히 약화되거나 사실상 붕괴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 결과 북반구, 특히 그린란드와 유럽 지역의 기온이 수십 년 사이 10~15℃ 가까이 급락하는 급격한 한랭화가 나타났다. 또한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의 귀도 베토레티 박사는 지난 2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거대한 화산 분출과 같은 자연적인 충격조차 AMOC의 붕괴와 회복을 유도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베토레티 박사는 이를 바탕으로 현재의 인위적인 지구 온난화가 해류 시스템을 위험한 임계점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역설했다. 스페인 마드리드 컴플루텐세대학 연구팀은 지난해 7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과거 빙하기 종료 시기에 해류가 약화하면서 아프리카 연안 해양 생태계의 산소 공급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이는 해류의 변화가 단순히 온도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입증했다. ◇AMOC 붕괴가 가져올 대재앙: 영화는 현실이 된다 만약 AMOC이 실제로 붕괴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영화 '투모로우'에 버금가는, 혹은 그 이상의 혼란을 겪게 될 것으로 과학자들은 전망한다. 첫째, 온도 체계의 붕괴다. 북서유럽의 기온은 최대 15℃ 급격히 떨어지면서 혹독한 겨울과 강력한 겨울 폭풍에 시달리게 된다. 반면, 남반구는 열을 북쪽으로 보내지 못해 더 심한 온난화에 시달리게 된다. 멕시코 만류(Gulf Stream)의 경로가 북상하면서 미 동부 연안은 국지적인 기온 급등과 해수면 상승을 겪게 된다. 위트레흐트대학교 연구팀은 “미국 케이프 해터러스 인근 해역(북위 35도 부근)의 상층 온도가 단 2년 만에 약 6.5℃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둘째, 탄소 순환의 역습이다. 독일 포츠담 기후 영향 연구소(PIK) 연구팀이 지난달 '커뮤니케이션즈 지구 및 환경(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AMOC 붕괴는 남극 주변 심해의 대류를 자극해 심해에 저장돼 있던 막대한 양의 탄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게 된다. 이로 인해 지구 기온이 약 0.2℃가량 추가로 상승하는 가혹한 피드백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셋째,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는 '물폭탄'이 쏟아진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리버사이드 캠퍼스의 연구진은 최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AMOC 약화는 동아시아 지역의 대기 강(atmospheric rivers, 비구름의 흐름) 빈도를 연중 내내 높여 연간 강수량을 최대 470㎜까지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한반도에 지금보다 훨씬 잦고 강력한 집중호우와 대홍수의 위험이 일상화될 것임을 의미한다. ◇학계의 뜨거운 쟁점: 언제, 어떻게 붕괴할 것인가? AMOC의 미래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의 전망은 다소 엇갈리며 치열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네덜란드 왕립기상연구소(KNMI) 연구팀은 지난해 9월 '환경 연구 회보(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고탄소 배출 시나리오(SSP5-8.5) 하에서는 2100년 이후를 기간으로 분석한 모든 기후 모델에서 AMOC이 완전히 중단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저탄소 배출 시나리오에서도 AMOC이 붕괴 확률이 21%나 존재한다고 KNIM 연구팀은 덧붙였다. 서울대 국종성 교수팀은 지난해 12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한 논문에서 '소음 유도 붕괴(Noise-induced tipping)' 이론을 내놓았다. 국 교수팀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특정 수준에서 안정화하더라도, 대기 시스템 내부의 무작위적인 변동성(노이즈), 즉 지속적인 고기압 이상 현상 등이 축적되면 AMOC이 예기치 않게 임계점을 넘어 붕괴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우리가 탄소 중립에 성공하더라도, 시스템이 이미 취약해진 상태라면 단순히 '운 나쁜 기상 현상의 연속'만으로도 거대 해류가 멈춰버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노르웨이 비에르크네스 기후연구센터의 셰틸 보게 박사와 같은 연구자들은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북대서양 현장에서 직접 수집한 데이터를 근거로, 그린란드 인근의 바다 얼음 감소가 오히려 바다를 차가운 극지 대기에 노출시켜 해수의 냉각을 돕는다는 것이다. 이런 전망을 바탕으로 해류를 유지시키는 복원력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너무 우려할 필요가 없다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예기치 못한 변수로 등장한 것이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교의 사샤 시네 박사팀이 지난해 11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한 연구다. 이들은 서남극 빙상의 붕괴로 인한 담수 유입이 오히려 북대서양의 해류 붕괴를 억제하거나 늦출 수 있다는 '빙상 간 상호작용'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는 지구가 가진 복잡한 피드백 시스템을 보여주지만, 해류의 유지가 또 다른 재앙(남극 빙하 붕괴)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인류에게는 여전히 가혹한 시나리오다. ◇AMOC 붕괴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AMOC이 약해지고 있다는 징후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중국 과학원의 렌 치우핑 박사팀은 지난해 11월 '커뮤니케이션즈 지구 및 환경'에 발표한 논문에서 해류 약화의 신호가 이미 적도 대서양 1000~2000m 깊이의 중층 수온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발견했다. 또한 미국 마이애미 대학교의 싱첸장 박사는 지난달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연구를 통해 지난 20년간 북대서양 서쪽 경계 해류의 수송량이 일관되게 감소했음을 관측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AMOC의 붕괴가 이미 진행 중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처럼 영화 '투모로우'의 빙하기가 내일 아침 당장 창밖의 풍경이 되지는 않겠지만, 최신 과학 연구들은 지구의 거대한 혈류인 AMOC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한 한계점에 근접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탄소 배출을 줄이는 시나리오에서도 AMOC가 붕괴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기후시스템이 취약하다면, 향후 각국의 노력으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든다고 해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음의 배출, 즉 대기 중의 온실가스 농도 자체를 빠르게 떨어뜨리지 않은다면 파국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과학자들은 인류의 기후 대응이 단순히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수준을 넘어, 해류 시스템의 복원력을 유지하기 위한 훨씬 더 정교하고 긴급한 수준으로 격상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류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가짜석유는 왜 대구·경북에 몰려 있을까?[윤병효의 에·바·다]

자동차는 우리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 된지 오래다. 자동차를 움직이는 자동차연료 비용은 가계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최근 중동 전쟁이 길어지면서 휘발유와 경유 가격(기름값)이 리터당 2000원을 넘어가며 가계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기름값이 오르면 서서히 기어 나오는 어둠의 세력이 있다. 바로 가짜석유이다. 기름값에는 보통 30~40%가량의 세금이 붙는데, 가짜석유는 이 세금만큼 마진을 챙길 수 있어 세금 비중이 높아지는 고유가에 특히 판을 친다. 그런데 가짜석유를 판매하다 적발된 업소를 보면 대부분 대구·경북 지역에 몰려 있다. 왜 그런 것일까? 9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현재 가짜석유를 판매하다 적발돼 공표된 업소는 전국에 모두 29곳이다. 가짜석유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 따라 불법 취급을 받는다. 이를 제조하거나 판매한 사업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고, 관련 행정기관으로부터 사업 정지 또는 허가 취소를 받는다. 적발 물질은 폐기하고 제조 및 판매시설도 철거해야 하며, 사업정지 기간의 2배에 상당하는 기간 동안 공표도 이뤄진다. 가짜석유는 크게 두 부류가 있다. 용도외판매와 가짜석유취급이다. 용도외판매는 주로 경유에 해당한다. 난방용으로 사용하는 등유를 성분이 비슷한 트럭 등 경유용 차량에 사용하는 것이다. 별다른 제조가 필요없다 보니, 가장 많이 적발되는 사례이다. 사실 등유와 경유의 세전 판매가격은 거의 비슷하다. 4월 5주차 정유사의 세전 판매가격을 보면 자동차용 경유 1347원, 등유 1313원이다. 리터당 30원 차이가 있지만, 이 마진을 얻겠다고 형사처벌에 행정처벌까지 감수하는 사업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세후 가격은 크게 달라진다. 정유사의 세후 판매가격을 보면 자동차용 경유 1918원, 등유 1525원으로, 393원 차이가 난다. 여기에 부가가치세 차이까지 더하면 최소 500원이상의 차이가 발생한다. 주유소의 하루 평균 판매량인 1만리터를 판매한다면 500만원 이상의 불법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용도외판매는 주로 주유소가 아닌 일반판매소에서 이뤄진다. 주유소는 차량이 와서 기름을 넣어야 하지만, 일반판매소는 굴삭기 등 특수차량으로부터 주문을 받아 배달 공급을 할 수 있다. 용도외판매가 주로 일반판매소에서 적발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짜석유취급은 주로 휘발유에 해당한다. 1990~2000년대 사회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세녹스'라는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당시 휘발유 가격이 치솟자 정부가 가격을 낮추고자 대체휘발유를 인정하면서 세녹스라는 제품이 출시됐었다. 주로 20리터 말통으로 배달돼 운전자가 직접 차에 넣는 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추후에 정부가 다시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제조 및 판매가 금지됐다. 세녹스의 주 원료는 '신나'라고 부르는 솔벤트이다. 솔벤트는 페인트 유제로 주로 쓰이는데, 휘발유와 성분이 비슷해 가짜휘발유 제조에 사용된다. 가짜휘발유 역시 세금만큼을 마진으로 얻는다. 휘발유 유류세는 리터당 634.5원이며, 10% 부가세를 더하면 총 세금은 800원가량이 된다. 가짜휘발유는 경유보다 불법 마진을 더 얻을 수 있지만, 제조가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29곳의 가짜석유 적발 업소 중 가짜석유취급은 8곳으로, 용도외판매는 21곳보다 적다. 가짜석유 적발업소의 지역을 보면 대구, 경북에 몰려 있다는 특징이 있다. 29곳 중 무려 20곳(69%)이 대구와 경북지역이다. 다음으로 많은 지역은 경기도 6곳이다. 특히 이 현상은 고질적이다. 석유제품의 품질을 관리하고 가짜석유를 단속하는 한국석유관리원의 2023년 석유 불법행위 적발률(적발업체/검사업체)을 보면 경북 3.1%, 대구 2.0%, 경남 1.6%, 경기 및 전북 1.3% 순으로 대구 경북지역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석유관리원의 2009년 3월 10일 보도자료를 보면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길거리 유사석유제품 판매가 끊이지 않는 대구시 일대의 불법행위를 뿌리뽑기 위해 대대적인 홍보활동과 일제점검에 나섰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대구, 경북 지역에 가짜석유 업자들이 많은 이유로는 우선 주유소 밀집도가 높아 사업자들 마진이 낮아 가짜석유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전국 주유소 수는 1만625개이다. 지역별 수를 보면 경기도가 2247개로 가장 많고, 이어 경북 1159개, 경남 1001개가 뒤를 잇는다. 다른 도인 충남 972개, 충북 672개, 전북 805개, 전남 833개, 강원 623개보다 월등히 많다. 대구광역시도 333개로 타 광역시인 인천 309개, 광주 240개, 대전 205개, 울산 221개보다 훨씬 많고 부산 338개와 비슷한 수준이다. 인구 수는 대구 235만명, 인천 305만명, 부산 324만명이다. 일반적으로 주유소 마진율은 매출의 3~5% 수준으로 낮은 편이며, 카드수수료와 인건비 등 운영비를 제외한 실질 순이익률은 1%대에 불과하다. 대구, 경북지역은 주유소 밀집도까지 높아 가짜석유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게 석유업계의 진단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페인트 공장이 영남 지역에 몰려 있다는 것이다. 영남은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인 울산화학단지가 근처에 있어 원료 조달이 쉽고, 조선업과 자동차 제조업이 발달해 페인트 수요도 많다. 페인트 산업이 발달하다 보니 솔벤트 유통도 많아 가짜석유 제조가 쉽다보니 적발도 많이 이뤄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가짜석유는 가연성 물질이고, 안전 장치 없이 은밀하게 제조 및 유통이 이뤄지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매우 크다. 가장 흔한 사고로는 차량 엔진 파손이다. 차에 가짜석유를 넣으면 연료펌프에 구멍이 생기거나 인젝터 노즐이 막혀 엔진이 급격히 손상된다. 이로 인해 운전 중 갑자기 멈추거나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2020년 충남 공주와 논산 일대에서 폐윤활유를 섞은 가짜경유를 주유한 차량 70여 대가 무더기로 고장나 운전자들이 큰 피해를 입기도 했다. 가짜석유 제조 및 유통 과정에서 폭발로 인해 인명 피해 사례도 있다. 2011년 9월 24일 경기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A 주유소에서 큰 폭발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주유소 부지 지하에는 무허가 탱크가 있었고, 여기에는 가짜휘발유가 저장돼 있었다. 또한 바로 4일후인 28일에도 경기 화성시 기안동 B 주유소에서 또 큰 폭발이 발생했다. 불법으로 개조된 탱크에서 유증기로 인해 사고가 난 것이다. 이 주유소는 일년 전에 가짜석유를 판매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이처럼 가짜석유는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고, 인명 및 재산피해까지 발생시키기 때문에 철저한 단속이 필요하다. 특히 대구, 경북 지역의 가짜석유 판매는 예전부터 근절되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데이터센터·반도체 급증하는데…가스수급계획 지연에 산업계 ‘불안’ [이슈분석]

제16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2025~2038) 수립이 일년 반 가까이 지체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동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이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반도체, 데이터센터용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가스수급계획이 더 미뤄질 경우 에너지안보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2024년까지는 수립이 완료됐어야 할 정부의 16차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이 일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 15년 단위로 2년마다 세워지는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은 국가의 미래 천연가스 수요는 얼마나 될지 전망한 뒤 이에 맞춰 수입 계획과 인프라 구축계획, 제도 조정 등을 정하는 중요한 정부 에너지 정책이다. 16차 계획은 2025년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정석적으로는 그 전에 수립이 완료돼야 한다. 하지만 그에 앞서 정해지는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의 영향을 받다 보니 6개월에서 일년 정도 늦어지는 경우는 종종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일년 반이 다되도록 늦어지는 경우는 처음이다. 더 늦어지면 16차를 건너 뛰고 17차로 바로 갈 수도 있다. 이로 인해 국가적으로 안정적인 천연가스 수입 업무를 맡고 있는 공기업 한국가스공사는 장기 LNG 도입 계약과 관련해 의사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공사는 정부의 장기 가스수요 전망에 맞춰 장기 수입 계약을 맺기 때문이다. 16차 계획 수립이 늦어지는 이유는 크게 2가지로 분석된다. 가스 수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전기본 수립 지연과 중동 전쟁 장기화이다. 전기본에서는 LNG 발전 수요가 정해지기 때문에 그에 맞춰 발전용 가스 수요도 예측된다. 11차 전기본이 지난해 3월 수립됐지만, 이후 탄핵 사태와 6월 대선, 10월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이 잇따라 진행되면서 16차 계획 수립이 늦어졌다. 지금은 12차 전기본이 논의되고 있어 이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올해 2월말 터진 중동 전쟁도 16차 수립 지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쟁으로 막힌 호르므즈 해협은 전세계 LNG 공급의 20~25% 비중을 차지한다. 전문가들도 중동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돼야 현실을 반영한 가스수급계획 수립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처간 정책 혼선 영향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부는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업 확대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를 감안하면 LNG의 역할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인 반면, 기후부는 탄소중립 달성과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우선 시하며 LNG 축소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공공기관 업무보고에서 “현실과 맞지 않는 계획에 지나치게 구속될 필요는 없다"는 기조를 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 등 실제 산업 현장의 수요를 감안해 보다 현실적인 에너지 수급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취임 당시는 물론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신설될 때도 이같은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두 부처간 의견 차이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당시부터 예견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력 정책은 기후부가, 석유·가스 자원 정책은 산업부가 각각 맡는 이원화 구조 속에서, 탄소중립과 산업 경쟁력이라는 서로 다른 목표가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이러한 구조가 오히려 정책의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쪽 부처에 에너지 정책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될 경우 정책이 특정 방향으로 급격히 쏠릴 수 있는데, 현재 구조는 상호 견제 기능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 현장에서는 LNG 필요성이 여전히 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대규모 공장 전력 공급을 위해 LNG 열병합발전을 검토·추진하고 있으며, AI 데이터센터 역시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인 만큼 단기간 내 LNG를 대체할 대안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원전은 건설 기간과 입지 문제로 즉각 대응이 어렵고, 재생에너지와 ESS 조합도 계통 제약과 간헐성, 비용적 한계가 있다. 차세대 원자로인 소형모듈원전(SMR)은 유력한 중장기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아직 연구개발 단계에 있어 상용화까지 최소 10년 이상이 필요하다. 결국 현재 시점에서 대규모 산업용 전력을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현실적 수단은 LNG밖에 없다는 것이 산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전문가들은 지금 필요한 것은 “LNG냐 재생에너지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AI시대 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현실적 에너지 믹스 전략이라고 지적한다.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산업 경쟁력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고려하지 않으면 정책 혼선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장기 가스수급 계획 지연은 단순한 행정 일정 문제가 아니라, 한국 에너지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충돌하고 있는 과정"이라며 “향후 12차 전기본과 장기가스계획이 어떤 형태로 조율될지에 따라 국내 LNG 정책과 AI시대 산업 경쟁력의 방향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부처간 협력이 잘 이뤄지고 있으며, 다만 예기치 못한 중동 전쟁 발발과 장기화로 수급계획 수립이 늦어지고 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동 전쟁 등으로 인해 급변하는 전세계 천연가스 시장의 수급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도입선 다변화, 도입국간 협력 증진, 직수입사와 협조체계 강화 등을 통해 국내 자원안보를 위한 최적화된 계획을 마련중에 있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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