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열에너지 고속도로 만든다…‘물·에너지융합포럼’ 출범

수열에너지 고속도로 만든다…‘물·에너지융합포럼’ 출범

도시단위로 수열에너지 공급을 확대하는 '수열에너지 고속도로' 등 물과 에너지를 연결하는 기술이 개발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5일 서울 중구 한국수력원자력 비전홀에서 한국전력 등 공공기관 12개사, 학계·산업계와 함께 '물-에너지융합포럼' 출범식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포럼은 물과 에너지가 분리된 영역이 아닌 하나의 체계로 작동하는 '물–에너지 넥서스' 개념을 정책과 사업에 구현하기 위한 플랫폼이다. 포럼은 출범과 동시에 물·에너지 기능을 융합하는 12개 과제를 선정해 논의를 시작한다. 주요 과제로는 △기존 댐을 하부 저수지로..

정주영 25주기 추모 음악회 ‘이어지는 울림’…현대家 총출동

고(故) 정주영 현대자동차그룹 창업회장의 서거 25주기를 기념하는 추모 음악회에 범 현대가(家)를 비롯해 정재계 인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25일 현대차그룹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아산 정주영 서거 25주기 추모 음악회: 이어지는 울림'을 개최했다. 이번 추모 음악회는 정주영 창업회장의 기업가 정신이 우리 사회와 미래 세대에 전하는 깊은 울림을 되새기고, 시대를 초월한 그의 철학과 도전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정명이 현대커머셜 사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범 현대가가 총 출동했다. 정몽준 이사장은 “오늘 함께해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며 “아버님께서도 여러분의 발걸음을 고맙게 여기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 성 김 현대차 사장, 만프레드 하러 현대차 연구개발(R&D) 본부장 등 현대차그룹 임원진도 자리했다. 호세 무뇨스 사장은 “매우 뜻깊고 인상적인 행사"라며 “이 자리에 함께하게 돼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행사는 단순한 추모를 넘어 역사의 한 장면으로 기억될 자리"라고 말했다. 그는 정 창업회장에 대해 “탁월한 통찰력과 비전을 지닌 리더"라며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대에 귀감이 되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재계 인사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홍라희 라움미술관 명예관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김재열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 등이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다. 정계 인사들도 고인을 기리기 위해 발걸음을 함께했다. 김혜경 여사,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우원식 국회의장,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경기 성남수정구), 나경원 국민의힘 국회의원(서울 동작구을), 권영세 국민의힘 국회의원(서울 용산구) 등 정·재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고인을 기렸다. 이번 음악회에는 세계적 피아니스트인 김선욱, 선우예권, 조성진, 임윤찬이 협연에 나서 정주영 창업회장을 추모하는 음악을 연주한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CJ그룹, 3년간 청년 1만3천명 뽑는다

CJ그룹이 향후 3년간 청년 신규 채용과 국내 투자를 대폭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CJ그룹은 오는 2028년까지 1만3000명을 신규 채용하고 전국 사업장에 4조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CJ그룹은 국내 대기업들이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는 분위기에서도 신입사원 공개채용(공채) 제도를 유지해왔다. 고용 확대 목표를 제시함에 따라 올해부터 신입 공채 선발 인원을 전년 대비 20% 이상 확대할 방침이다. 이는 '기업은 젊은이들의 꿈지기가 돼야 한다'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경영 철학을 반영한 결정이라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지난해 CJ그룹 신규 입사자 중 34세 이하 청년 비중은 71%에 이른다. 3년 연속 70% 선을 넘었다. CJ올리브영, CJ ENM 등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뷰티·콘텐츠를 비롯해 글로벌 'K-트렌드'를 선도하는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매출액 기준 500대 기업을 상대로 한 국민연금 가입자 현황 분석 결과 CJ올리브영이 증가자 수 기준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 투자액의 경우 올해부터 전년 대비 45% 늘려 집행할 예정이다. 지역 생산·물류 거점 확대에 주로 금액이 투입될 전망이다. CJ그룹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수도권 이외 지역에 대한 투자도 당초 계획보다 늘릴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은 충북 진천군에 약 1조원을 투자해 국내 최대 식품공장 'CJ블로썸캠퍼스'를 만들고 있다. CJ대한통운은 대전, 옥천, 청원 등에 대규모 물류 인프라를 가동하며 지방 일자리 창출에 공헌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는 가공식품 생산설비 증설, 물류 전략거점 확보 및 투자, 신규 매장 출점 등을 중심으로 지방 투자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이 회장은 그간 “CJ는 고용 창출 효과가 큰 사업들을 영위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젊은이들의 꿈을 실현할 토대를 마련해 줘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기업은 젊은이의 꿈지기'라는 철학이 외부에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 2011년이었다. 이 회장은 당시 회사 경영계획 워크숍에 참석해 “기업은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을 저버리지 않는 꿈지기가 돼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약직 사원의 정규직 전환과 장기근속 아르바이트생 채용 등 청년 실업 문제 해소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CJ그룹은 이 회장 발언 이후 계약직 사원 600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또 외식사업장 등에서 일하는 장기근속 아르바이트생에게는 학비를 지원하는 한편 학력에 상관없이 직원으로 채용하는 방안도 추진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17년에도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2020년까지 국내에 36조원을 투자해 수만명을 채용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하며 '기업이 곧 사람'이라는 철학을 강조했다. 재계에서는 IT 및 이공계 중심인 채용 시장에서 CJ그룹이 인문계 취업준비생들에게 폭넓은 인재 등용문을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CJ그룹 관계자는 “단순히 숫자(채용 규모)를 넘어 K콘텐츠, K푸드, K뷰티 등 다방면에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하고잡이' 인재들을 양성하고 이들이 끊임없이 도전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윤진식 무협 회장 “新시장·산업 수출 생태계 구축 선도할 것”

윤진식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올해는 협회 창립 8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인 만큼, '한국 무역의 새로운 80년을 여는 신(新)시장·산업 수출 생태계 구축 선도'를 핵심 목표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6년도 정기총회'에 참석해 “지난해 우리 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7000억달러를 돌파하며 역사적인 이정표를 세웠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회장은 “무협은 회원사의 해외 시장 개척을 뒷받침하기 위해 미국·유럽연합(EU) 등 주요국 대상 아웃리치 활동을 강화하고 해외지부․사무소 확대 및 현지 비즈니스 거점 설치 등 글로벌 네트워크도 확충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을 선제적으로 파악해 회원사 지원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총회는 회원사 대표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무협은 지난해 사업실적 및 결산과 더불어 금년도 사업계획 및 예산 등 주요 안건을 보고했다. 비상근 부회장 5명의 신규 선임 건을 의결하며 회장단도 보강했다. 염성진 SK하이닉스 사장, 정인수 동인기연 회장, 송병준 벤처기업협회 회장, 조준희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장, 한만희 해외건설협회 회장 등이다. 무협은 올해 5대 추진 전략으로 △신시장 개척 지원 강화 △신산업 수출생태계 구축 △글로벌 통상 대응력 강화 △기업 애로해소 및 성장 사다리 구축 △창립 80주년 기념 공익가치 제고 및 무역센터 인프라 개선 등을 제시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수열에너지 고속도로 만든다…‘물·에너지융합포럼’ 출범

도시단위로 수열에너지 공급을 확대하는 '수열에너지 고속도로' 등 물과 에너지를 연결하는 기술이 개발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5일 서울 중구 한국수력원자력 비전홀에서 한국전력 등 공공기관 12개사, 학계·산업계와 함께 '물-에너지융합포럼' 출범식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포럼은 물과 에너지가 분리된 영역이 아닌 하나의 체계로 작동하는 '물–에너지 넥서스' 개념을 정책과 사업에 구현하기 위한 플랫폼이다. 포럼은 출범과 동시에 물·에너지 기능을 융합하는 12개 과제를 선정해 논의를 시작한다. 주요 과제로는 △기존 댐을 하부 저수지로 활용하여 환경영향과 비용·기간을 최소화하며 양수발전을 확충하는 가성비 높은 물 배터리 확대 △ 대형건물 위주에서 공동주택·도시단위로 공급을 확대하는 수열에너지 고속도로 구현 △수력발전과 전력망 연계 사업의 해외 동반 수주를 위한 K-기후 원팀 해외진출 등이 있다. 이외에도 하수처리장 태양광 확대 및 데이터센터 입지화, 전력·수도 계량기 통합 활용을 통한 안전서비스 제공 등 산업과 국민 생활에 직결되는 과제도 포함됐다. 기후변화, 산업구조 전환 및 에너지 수급 불안 등 복합적인 환경 변화 속에서 물과 에너지는 서로를 필요로 하는 핵심 자원으로 기능하고 있다. 물은 발전과 냉각, 수소 생산 등 에너지 생산의 기반이 되고 에너지는 물의 취수·정수·이송·처리 전 과정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이에 따라 기후부는 물과 에너지를 개별적으로 관리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두 분야의 정책·기술·자원을 연계해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포럼을 출범했다. 포럼은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전을 통해 국민의 아이디어와 현장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물과 에너지의 융합이 기술적 논의에만 머무르지 않고 국민 안전과 편의 증진 등 실질적인 체감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기후부는 포럼을 통해 물과 에너지가 결합된 새로운 정책 모델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공공기관 협업으로 기후위기 대응과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 나갈 계획이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물과 에너지는 국민의 일상과 산업을 지탱해 주는 가장 기본적인 자원인 만큼 함께 관리하고 활용할 때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이번 포럼을 통해 국민이 체감할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고 나아가 기후테크 기업의 육성으로 이어져 국민의 삶을 더 안전하고 풍요롭게 바꿔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알림] 제11회 탄소시장과 무역경쟁력 세미나 26일 개최

유럽연합(EU)이 올해 1월부터 적용하려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탄소배출권 인증구매 의무 시기를 1년간 유예했다. 탄소배출권 인증구매 대상이었던 철강 등 7개 품목을 수출하는 한국 기업들은 일단 한숨을 돌렸지만, 내년부터 공식 이행될 CBAM에 대한 더 탄탄한 준비가 요구되고 있다. 미국연방대법원의 위헌 판결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미 행정부는 '일방적 관세정책'을 다양한 무역통상법을 동원해 지속시킬 것으로 보여 국내 기업에 관세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런 와중에 환경(탄소), 사회(인권·노동), 지배구조(투명성) 등 신보호무역 장막의 압박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처럼 급변하는 대외경제환경 속에서 에너지경제신문은 오는 26일 '제 11회 탄소시장과 무역경쟁력 세미나'를 열어 △글로벌 탈탄소정책과 기업의 생존전략 △미국의 보호무역정책과 대응 방안을 주제로 우리 기업의 경영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능동적이며 선제적인 전략 및 실천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 주 제 : 2026 글로벌 탄소 무역장벽과 한국기업의 대응전략 ◇ 일 시 : 2026년 2월 26일(목) 14:00~17:00 ◇ 장 소 : 서울 여의도 FKI타워 3층 오키드 ◇ 주 최 : 에너지경제신문 ◇ 후 원 : 산업통상부, 한국무역협회 ◇ 프로그램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북미전력신뢰공사 “앞으로 5년 동안 수천만명 정전 위기 직면”

북미전력신뢰도공사(NERC)가 앞으로 5년 동안 미국에서 수천만명이 정전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데이터센터 급증으로 전력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전력회사들이 노후 화력발전소를 퇴출하는 과정에서 신규 발전설비 확보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NERC는 노후 석탄·가스 화력발전소를 신중하게 폐쇄할 것을 권고했다. 25일 에너지경제연구원 '세계에너지시장 인사이트'에 따르면 NERC의 '장기신뢰성평가'는 앞으로 5년 안에 전력 부족 위험이 가장 큰 지역으로 텍사스 일부와 미국 중서부 북부, 중부 대서양 연안, 태평양 북서부 등을 지목했다. NERC는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신규 제조설비, 전기차, 히트펌프 보급 증가로 인해 2035년까지 미국과 캐나다의 동·하절기 최대 전력수요가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요 증가 속도가 신규 공급 확대를 상회하면서 예비율은 빠르게 축소될 것으로 봤다. 이에 따르면 2030년 미국 동부 13개 주와 워싱턴 D.C.를 관할하는 지역 전력망 운영기구인 'PJM Interconnection'의 예비율은 2026년 30%에서 14%로, 같은 해 미 중서부 15개 주를 담당하는 또 다른 광역 전력망 운영사인 MISO의 예비율도 11%에서 4%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한 지구온난화로 심화되는 폭염이나 이례적인 한파가 전력망에 추가적인 부담을 줄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NERC는 경고했다. 향후 5년간 신규 전력 설비의 대부분은 태양광과 배터리가 차지하는 반면, 석탄과 가스화력발전소의 추가 폐쇄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상시 가동이 어려운 발전설비 비중이 늘어나면서 전력수요가 가장 높은 시점에 공급 차질 위험이 커지고 이에 따라 신뢰도 높은 전력망의 계획·운영이 더욱 복잡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NERC는 신규 발전소와 송전선 건설을 위한 인허가 절차를 신속화하고 데이터센터와 같은 대규모 신규 전력 수요원이 전력망에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도록 추가적인 신뢰도 개선 조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아울러 노후 석탄·가스화력발전소의 폐쇄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미국 일부 지역은 이미 대응에 나섰다. 중서부와 남부 15개 주에서는 203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의 3분의 1 이상이 폐쇄될 예정인 가운데 력망 운영사 MISO는 향후 5년간 가스화력발전소와 배터리의 계통 연계를 앞당기기 위한 계획을 도입했다. NERC는 해당 계획이 성공할 경우 석탄 발전이 축소되는 상황에서도 충분한 전력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평가했다. 캘리포니아주는 3년 전과 달리 더는 정전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주정부가 태양광 발전이 풍부한 시간대의 전력을 저장했다가 수요가 높은 시기에 사용하는 대형 배터리 저장설비를 전력망에 추가하면서, 여름철 폭염 기간 정전 위험을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전력시장의 미래 中] “여름·겨울에 태양광으로 전기요금 누진 막아 年 최대 60만원 절약”

“여름에 학원에서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데 전기요금이 1년에 60만원이나 줄어 만족하고 있습니다." “시골에 살면서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데 전기요금이 줄어드니 노부부 형편에 큰 도움이 됩니다." 학원을 운영하는 백송이씨(경북 경산시, 38세)는 여름철 에어컨을 틀어도 부담이 덜하다. 그가 가입한 알뜰요금제는 전기사용량이 누진구간에 들어서면 태양광 전력으로 소비량을 상계해 주기 때문이다. 그는 연간 전기요금 할인 폭을 확인해 보니 약 60만원을 절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석우씨(경북 경주시, 75세)도 겨울철 전기요금이 더는 두렵지 않다. 그는 아내와 함께 살며 전기요금이 항상 부담이었지만 우연히 알게 된 알뜰요금제에 가입해 연간 약 30만원의 전기요금을 절약하고 있다. 알뜰전기요금제란 태양광 협동조합에 가입한 가구는 태양광 생산 전력을 우선 사용하고 초과 분만 한전 전력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누진제 없이 사용할 수 있어 기존 전기요금제 대비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 재생에너지 플랫폼 기업 에이치에너지는 2021년 3월부터 경북과 울산 지역에서 규제특례를 적용받아 알뜰전기요금제 실증사업을 진행했다. 지난해 10월 28일 실증사업은 종료됐고 재진행 여부는 유예됐다. 현재는 기존 가입자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신규 가입은 받지 않고 있다. 25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에이치에너지가 알뜰전기요금제 가입자 약 70명을 대상으로 인터뷰 및 설문을 실시한 결과, 가입자들은 대부분 태양광을 통한 전기요금 절감 효과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뜰요금제는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된다. 출자금을 내고 협동조합에 가입한 가구는 해당 지역 태양광 발전소를 공동으로 소유한 효과를 얻게 된다. 출자금은 가입 시점에 따라 다른데 초기 가입자의 경우 400만원을 출자했다. 이는 조합 탈퇴 시 반환받을 수 있는 돈으로 일종의 보증금 개념이다. 에이치에너지는 출자금을 기반으로 설비용량 1352킬로와트(kW)의 태양광 설비를 설치했다. 알뜰요금제는 단순히 태양광 설비를 소유하는 것과 달리 전기사용량 전부를 상계하는 방식이 아니다. 누진요금 구간에 진입한 이후 사용량부터 태양광 발전 전력으로 상계해 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주택용전력(저압) 요금은 여름철의 경우 300킬로와트시(kWh) 이하로 사용하면 1kWh당 120원, 301kWh 이상 450kWh 이하의 전기를 사용하면 214.6원의 요금이 부과되고, 450kWh를 초과해서 사용하면 kWh당 307.3원의 요금이 부과돼 그야말로 요금 폭탄을 맞게된다. 하지만 에이치에너지는 조합원이 300kWh 이상 전기를 사용하게 될 경우 협동조합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으로 초과 사용량을 상쇄해 마치 300kWh 미만으로 전기를 사용하는 것처럼 만들어줬다. 다만, 상쇄하는 기준은 조합원마다 일부 다를 수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알뜰요금제 가입 가구는 총 1329가구다. 지난해 조합원들의 총 한전 요금은 11억7865만원이었으나 알뜰요금제를 통해 2억7684만원을 절감해 실제 납부액은 9억181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를 가구 수로 나누면 가구당 연평균 약 20만원을 절약한 셈이다. 특히 여름과 겨울철 절감 효과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1월·2월·8월·9월 절감액은 각각 3405만원, 3186만원, 3862만원, 3969만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5월과 10월은 각각 1055만원, 917만원 수준으로 3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냉난방 사용량이 늘어나는 계절에 절감 효과가 더욱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알뜰요금제는 개별 가구가 직접 태양광을 설치하기 어려운 부담을 덜어준다. 출자금만 내면 가입이 가능해 절차도 간편하다. 가입자 여상대씨(63세)는 “신청이 쉽고 사용도 편리하다"며 “별도의 추가 사용료가 없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 서비스는 전력소매시장 규제를 일부 완화한 규제특례를 통해 가능했다. 현재 우리나라 전력 도매·소매시장은 한국전력이 사실상 독점 운영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전력소매시장이 개방된 국가에서는 여러 가구가 공동으로 태양광을 소유하고 전기 사용량을 상계하는 서비스가 활성화돼 있다. 미국에서는 이를 '커뮤니티 솔라'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가 올해 1분기 목표로 산업용 계시별(季時別, 계절·시간대별) 요금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계시별 요금제는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봄과 가을 같은 계절도 고려해 태양광 발전량의 변화를 반영하 요금제다.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낮시간대에는 전기요금을 낮추고 저녁시간대에는 높이는 방식이다. 현재 가정용까지 적용할지는 아직 검토 중이다. 계시별 요금제는 아직 한전의 독점을 유지한채로 이뤄지는 전기요금 개편이다. 아직 전력시장의 개방까지는 이르지만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관련 논의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전력시장이 점차 개방되기 시작하면 알뜰요금제와 같이 민간 기업의 아이디어를 반영한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게 된다. 에이치에너지가 알뜰요금제 참여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조합원들은 전기요금 누진제를 피하기를 가장 원했다고 알 수 있다. 알뜰요금제 설문조사에는 총 69명이 참여했다. 설문조사 응답자의 89.9%는 전기요금 절감 효과를 체감한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매우 그렇다'는 응답이 49.3%, '그렇다'가 40.6%로 나타나 대부분의 이용자가 실제 요금 부담 감소를 경험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조사에서 알뜰요금제 가입 이유는 경제적 요인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응답자의 76.8%는 누진 단계 완화를 통한 전기요금 절감을 주요 참여 동기로 꼽았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 참여(21.7%), 태양광 직접 활용 경험(1.4%) 등이 뒤를 이었다. 환경적 가치보다 체감 가능한 비용 절감이 소비자 참여를 이끄는 원인이었다. 전력 소비 패턴 변화도 나타났다. 참여 가구의 41%는 전체 전력 사용량을 줄이려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54%는 특별한 변화는 없고 요금 절감 효과가 만족스럽다고만 답했다. 다만, 태양광이 생산되는 주간 시간에 맞춰 전기를 사용하려고 의식하게 됐다에는 4%만 응답했다. 어느정도 참여자들에게 전력 소비 행동을 변화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아직 태양광 전력의 생산 방식까지는 인식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된다. 알뜰요금제의 만족도는 높게 나타났다. 알뜰요금제를 주변에 추천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95.7%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매우 추천한다'는 응답이 60.9%, '추천한다'가 34.8%를 차지했다. 알뜰요금제와 같은 서비스가 실제로 도입될 경우 확산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책소개] 에너지 CROSSROAD

국제 에너지 질서가 다시 한번 격변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1970년대 석유파동 이후 이어진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는 이제 탄소중립과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한 흐름과 맞물리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정태용(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김현제(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문재도(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 저자가 공동 집필한 '에너지 CROSSROAD' (박영스토리)는 이러한 시대적 변곡점에서 한국과 세계가 서 있는 에너지 교차로를 조망한다. 이 책은 세계 에너지 시장의 구조 변화부터 기술 혁신, 정책 대응 방향까지 폭넓게 다룬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정세 불안, 미·중 무역 갈등 등으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에너지 안보와 직결되고 있음을 짚으며 국제 공조의 위기 속에서 각국이 선택해야 할 전략을 분석한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AI 시대의 에너지'다. 저자들은 AI 산업화가 본격화되면서 데이터센터와 첨단 산업을 중심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AI가 산업 디지털화를 가속하는 동시에 에너지 소비 구조 자체를 바꾸는 동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력 인프라 확충, 재생에너지 확대, 계통 안정성 확보 등 기술적·제도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더욱 복합적이다.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 속에서 남북 대치라는 지정학적 특수성까지 안고 있어 에너지 시스템의 안정성과 회복력을 높이는 전략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책은 한국 에너지 산업의 발전 과정과 정책 변천을 되짚으며 현재의 교차로에서 어떤 선택이 필요한지 구체적인 과제를 제시한다. 구성은 크게 세 부분이다. 1·2장은 석유파동 이후 세계 에너지 시장의 변화와 인류의 에너지 문제 해결을 이끌 핵심 기술을 다룬다. 3·4장은 한국 에너지 산업의 성장 과정과 그 과정에서의 교훈을 정리한다. 5장은 에너지 안보, 기후 대응, 수용성 확보 등 정책 분야의 구조적 문제를 짚으며, 한국 에너지 정책이 풀어야 할 10가지 핵심 과제를 제안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유럽의 기술 중립성은 정책의 후퇴인가 진화인가?

“클린 디젤"은 유럽의 자동차 제조사로부터 만들어진 마케팅 브랜드와 같은 거였다. 디젤 엔진은 연료와 산소의 혼합공기를 고압축하여 자체 발화 폭발시키는 방식(기체는 압력이 높아지면 온도가 높아지므로)으로 엔진을 기동한다. 혼합공기를 점화플러그로 발화 폭발시키는 휘발유 엔진과 비교할 때 엔진 구조가 무거워 폭발음이 크고 둔탁하다. 기동 토크가 커서 화물차나 탱크 등 고하중 수송 차량에 적합하나 배기가스에서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NOX)이 배출되어 대기 환경 면에서 단점이 커서 도시용 승용차로는 적합하지 않았다. 유럽 정부의 기후변화대응 정책은 대기오염 물질 보다는 이산화탄소가 더 중요하게 다루어졌었고 이에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은 디젤 엔진이 연료 효율이 높아(휘발유 엔진 대비 20∽30% 유리)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다는 것을 근거로 친환경 엔진임을 주장했다. 디젤 엔진은 독일인에 의해 개발된 것이고 기술 경쟁력도 높았기 때문에 유럽 국가들은 디젤 자동차에 대한 세제 혜택을 마련하며 보급 지원을 했었다. 독일과 프랑스 자동차 회사들이 디젤 엔진의 대기오염 물질 방출과 엔진 소음을 최소화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엔진 자체의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이 처리 기술들은 한계가 있어서 여전히 시끄럽고 승차감이 좋지는 않았다. 클린 디젤이라는 언어의 마술과 정부의 세제 혜택으로 인한 경제성은 소비자의 선택을 높이는데 기여를 했다. 그 결과로 2010년대 초반까지 유럽의 디젤 자동차 보급율은 60%에 가까웠다. 그러나, 2015년 디젤 게이트 사건으로 독일 제조사는 법적 제재와 사회적 비난을 받으며 시장에서 퇴출되기 시작하였다. 디젤 게이트 이후 유럽 정부는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해 이번에는 연소 엔진 퇴출과 전기차 보급 사업으로 급전환을 하였다. 그러나, 유럽 내의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차 기술을 개발하는데 속도가 늦어졌고 한국과 중국산 전기차에 시장을 잠식당하기 시작하였다. 독일 대표적 자동차 제조사인 폭스바겐의 공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산업 경쟁력 상실이 국가 경제 위기로 악화되는 심각한 상황이 전개되었다. 최근 유럽 정부는 그동안은 어떤 특정한 기술을 선택해서 보급 촉진 사업을 하였으나 이제는 어떤 기술이라도 탄소 감축 성능을 확보한다면 인정하겠다는 방향으로 변경하고 있다. 유럽 정부는 이를 기술 중립성이라고 하고 시장에 의해 선택되도록 하는 유연한 접근법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기술 중립성은 건물 부문에서도 적용되어 가스보일러 퇴출과 히트펌프의 보급 촉진 정책으로 진행하다가 다양한 기술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유럽 정부의 기술중립성은 원칙적으로 당연한 것이었는데 어째서 애초부터 그런 유연성을 취하지 못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디젤 엔진, 전기차. 히트펌프의 기술적 한계는 엔지니어들이 제기를 했었던 것이고 시장의 상황도 만만치 않았음은 예측되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2000년대 초 유럽 정부는 정책적 성과에 조급했었고 정책이 시장을 지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넘쳤던 것 같다. 무엇보다도 기존의 산업적 유리함을 활용하려고 할 뿐 혁신없는 안일함이 있었다. 자만감과 안일함은 대중의 신뢰를 잃어버리게 하였고 정치적 반대파들은 그 부문을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다. 독일 극우 정당은 신규 풍력 발전의 허가 반대뿐만 아니라 현재 운영 중인 풍력발전기까지도 전면 철거를 2025년 총선에서 공약으로 내세웠고 미국의 트럼프 정부는 “기후변화는 사기다."라며 미 행정부 내의 기후 변화 관련 연구 및 사업 예산을 없애버렸다. 이제야 기술 중립성을 정책 카드로 내세운 유럽 정부의 결정이 유연한 접근이라고 긍정적으로 볼 수 있으나 일련의 과정을 보면 정책 실패에 대한 인정이라고 보는 편이 더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은 앞으로도 계속 지게 될 것이고 새로운 방향은 새로운 정치 세력에 의해 설계되고 이끌어 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국이 유럽 국가들의 정책을 참고하면서 열심히 따라왔었는데 선도자가 수렁에 빠진 것을 보게 되었다. 이제 스스로 좌표를 잡고 가는 방향을 잡아야 할 때가 온 것이라면 수렁을 회피하고 갈 수 있을 것이다. 언어의 마술사가 아닌 혁신을 위한 도전을 기꺼이 감수하는 자만이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는 교훈이 유럽이 우리에게 남겨준 유산이지 않을까 한다. bienns@ekn.kr

[기후 리포트] 기온 오르니 男兒 출생률 감소…“기후변화, 미래 인구구조 영향”

기후 변화가 인간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폭염과 가뭄, 홍수에 그치지 않는다. 이제 출생 성비(性比)라는 인구학적 지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너필드 칼리지와 레버흄 인구과학센터 등 국제연구팀은 기온 상승이 출생 시 성비(sex ratio at birth, SRB)를 체계적으로 변화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33개국과 인도의 출생자료 500만 건 이상을 고해상도 기온 데이터와 결합해 분석했다. 그 결과, 임신 기간 중 일(日)최고기온이 20°C를 넘는 날이 늘어날수록 남아 출생 비중이 감소하는 일관된 경향이 확인됐다. ◇같은 폭염, 다른 메커니즘 흥미로운 점은 성비 변화의 원인이 지역에 따라 전혀 다르게 작동했다는 사실이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임신 초기(제1분기, 제12주차까지)의 고온 노출이 남아 출생률 감소와 가장 강하게 연결됐다. 일최고기온이 20~25°C인 날이 하루 추가될 때 남아 출생 확률은 0.022%p 감소했고, 25~30°C인 날이 하루 추가될 때 남아 출생 확률은 0.023%p 감소했다. 임신 1분기 동안 30°C 이상의 날이 1표준편차(SD, 약 34.8일)만큼 증가하면, 성비는 여아 100명당 남아 103.54명에서 101.08명으로, 남아 수가 약 2.47명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다. 이는 남아 태아가 환경적 스트레스에 더 취약하다는 이른바 '취약한 남아(frail male)' 가설을 뒷받침한다. 폭염은 임산부의 체온 조절, 수분 균형, 태반 혈류에 부담을 주고, 이 과정에서 생물학적으로 더 약한 남아 태아의 자연유산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인도에서는 전혀 다른 경로가 작동했다. 인도에서는 임신 중기(제2분기, 13~27주차)의 고온 노출이 남아 비중 감소와 연결됐다. 임신 제2분기에서 25~30°C인 날이 1표준편차(SD, 약 19.3일) 증가할 때 여아 100명당 남아 수가 약 1.15명 감소(109.95명 → 108.81명)했다. 제3분기에 25~30°C인 날이 하루 추가될 때 남아 출생 확률이 0.015%p 감소했다. 특히 출산 2개월 전(임신 후기)에 25~30°C인 날이 하루 추가되면 남아 확률이 0.037%p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생물학적 유산보다는 행동 변화의 결과로 해석된다. 인도 사회에는 오랫동안 남아 선호와 여아 선택적 낙태라는 구조적 문제가 존재해 왔다. 그런데 폭염이 심해지면 소득이 줄고 이동이 어려워진다. 의료 접근성도 떨어진다. 그 결과, 평소에는 이루어지던 여아 선택적 낙태가 일시적으로 감소하고, 통계적으로는 남아 비중이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즉, 폭염은 인도에서 역설적으로 성차별적 관행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산모의 교육 수준에 따라 영향 더 커 기온 상승이 출생 성비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은 농촌 지역 거주자, 교육 수준이 낮은 산모, 넷째 이상 다자녀 임신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기후 충격이 사회적 취약성과 겹치며 증폭된 것이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정규 교육을 전혀 받지 않았거나 초등 교육만 받은 산모의 경우, 제1분기에 25~30°C인 날이 하루 추가될 때 남아 확률이 0.031%p 감소했다. 중등 교육 이상 산모에게선 영향이 없었다. 또, 넷째 아이 이상의 다자녀 임신에서 30°C 이상의 날이 1표준편차 증가할 때 남아 출생 확률은 1.28%p나 크게 감소했다. 인도에서는 30세 이상 산모가 임신 중기(제2분기)에 20°C 이상의 고온에 노출될 경우, 남아 확률은 하루당 0.056%p에서 최대 0.099%p까지 급격히 감소했다. 특히, 남아 선호도가 강한 북부 지역에서 아들이 없는 상태로 넷째 이상을 임신한 경우, 제2분기에 25~30°C 날이 하루 추가될 때 남아 확률이 0.183%p 감소했다. 이를 1표준편차 증가로 환산하면 남아 출생 확률이 2.77%p나 줄어드는 매우 강력한 수치를 보였다. 이러한 수치는 폭염이 임산부의 생물학적 스트레스를 높여 남아의 자연 유산을 유발하거나(아프리카), 경제적·물리적 제약으로 인해 여아 선택적 낙태를 줄임으로써(인도) 성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입증했다. ◇온대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이 연구는 중요한 경고를 던진다. 성비 변화는 특정 문화권이나 개발도상국만의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연구팀은 과거 문헌을 인용, 북반구의 온대·고소득 국가들에서도 기온 변동이 성비에 영향을 미친 사례가 이미 보고돼 왔다고 설명한다. 특히 이번 분석에서는 성비 변화가 지역이나 기후대보다 '절대 기온이 특정 임계치(약 20°C)를 넘느냐'에 따라 반응한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는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시원했던 온대 지역이 기후 변화로 이 임계치를 넘게 될 경우 향후 출생 성비와 인구 구조에 새로운 변화가 나타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기온 상승이 단순히 더위를 견디는 문제를 넘어 태아의 생존 가능성, 부모의 출산 선택, 성차별적 관행,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노동시장과 결혼 구조까지 수십 년 뒤 사회의 모습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기후 변화는 더 이상 자연환경의 문제가 아니다. 이 연구는 폭염이 인간의 생물학과 사회적 선택을 동시에 흔들며, 인구 구성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줬다. 출생 성비라는 지표는 기후 위기의 깊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는 셈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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