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본격적 신도시 건설이 이루어진 것은 수도권 5개 신도시개발 이후이다. 1950년대의 토지구획정리사업이나, 1960~1970년대의 울산 등 공업도시 건설은 넓은 의미의 신도시로 볼 수 있으나, 신도시개발의 본격적 도입 시기는 1980년대 말 수도권 5개 신도시개발이다. 이러한 대규모 신도시가 개발된 배경은 주택공급 정책과 연관 지을 수 있다. 주택공급 부족으로 부동산 문제가 심화되고 대도시 내부에 더 이상 개발할 대규모 토지가 없어 개발제한구역을 벗어나 주변 도시로 눈을 확장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런 사회적 현실의 해결방안으로 주택건설 200만호를 정하고 수도권 중심으로 신도시건설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수도권 5개 신도시는 택지개발촉진법을 근거로 개발됐다. 택지개발촉진법은 토지구획정리사업법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1980년에 만들어진 특별법으로 개발사업의 발목을 잡는 각종 협의나 심의 과정을 생략하고, 공공이 직접 개발을 주도해 단기간에 계획적으로 개발사업을 이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토지소유자들을 재산권 행사를 제약했다. 단기간에 저렴한 주택을 효율적으로 공급한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만 일정 시간이 경과된 이후 노후화로 인한 일시적인 대규모의 정비물량이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다. 주택용지를 빠르게 공급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자족기능의 한계와 대규모 주택공급에 따른 대응정책이 마련돼야 한계점을 노출했다. 택지개발촉진법도 최근에 다양한 개정이 이뤄졌으나 노후된 신도시의 재정비를 위한 제도적인 수단이 병행돼야 하는 시점이다. 신도시의 건설을 위해서는 도시계획가는 물론이고 도시설계가, 건축가, 토목엔지니어, 도시와 관련된 전문가가 모두 동원돼 종합적으로 설계대안을 제시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새로운 도시모습을 예측하고 건설하는 종합예술인 것이다. 5개 신도시는 과거 어느 신도시나 택지개발사업지구보다 주거용지율이 낮게 책정됐고, 도시 환경수준의 제고를 위한 공공시설용지를 많이 확보하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상업용지가 과다하게 지정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하며, 도로용지율도 기존도시에 비해 다소 과다하게 계획됐다는 지적이 있다. 일반도시의 공업지역 등 자족용지의 비중이 3~5% 정도 차지하고 있는 것에 비해 수도권 5개 신도시의 자족적 토지이용은 부족하다. 자족성 확보를 위한 토지이용은 대부분 업무시설 유치를 위한 상업업무용지 계획으로 이뤄졌으나 초기 일자리와 연계된 대규모의 기능유치가 여의치 않아 많은 미분양토지를 발생시켰다. 상업용지 과다공급으로 인한 주상복합 용지의 변경과 학교수요의 변화에 따를 정책변경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단편적 정비정책에는 한계가 있으며 근본적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가 신도시 모델로 삼았던 이 영국의 대규모 신도시 ‘밀턴케인즈’는 신도시개발 이후 일정 시점이지나 재정비 정책을 추진했다. 여기에서 핵심은 중심상업지역 정비정책을 우선순위로 설정한 점이다. 또 각종 도시 차원의 기반시설 노후화에 대비해 ‘밀턴케인즈공사’를 설립해 대규모 기반시설의 정비를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주민과 조합중심의 재건축이 이루어질 경우 신도시 전체와 생활권 차원에서 중요한 ‘공공기반시설’의 정비가 제외될 가능성이 높거나 주민 부담으로 가중될 우려가 높다. 이러한 공공기반시설은 별도의 정비정책을 마련해 시행해야 하며,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협력이 절실한 부문이다. 최근 정부는 주택수요 해결의 주요 수단이었던 1기 신도시의 과거를 벗어나 미래지향적 재정비를 도모하기 위한 제도적 틀을 마련했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다. 특별법은 주민주도 재정비와 공공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는 다양한 지원정책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신속한 절차와 각종 지원방안이 법안에 마련됐고, 지자체는 행정적 지원을 위해 신도시별로 마스터플래너(MP)지원단을 마련하고 각종 인허가의 간소화를 병행해 추진될 예정이다.현재 정부와 지자체는 신도시별로 정비계획을 마련하는 등 신도시에 대한 재정비 마스터플랜을 마련 중이다. 이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방안이 필요하며, 계획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용적률 상승으로 인한 경관적인 시뮬레이션과 경관계획에 대한 고려도 중요한 사항이다. 청년층 주거공급을 위한 역세권, 이주대책을 위한 지역 등 특별정비가 예상되는 지역에 대한 용적률 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되 경관적으로 다양한 대응정책을 마련해 바람직한 도시경관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정비과정에서 미래지향적인 친환경 에너지설계와 ‘탄소제로단지’적용 등 스마트한 단지설계도 요구된다. 이러한 미래지향적인 설계와 적용으로 노후계획도시의 미래가 국가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되고 국제적인 모범사례가 되길 기대해 본다.이범현 성결대학교 도시디자인정보공학과 교수 / 한국경관학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