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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빠른 이재명식 부동산 대책 ‘효과’…자산시장 구조 바뀐다”

이재명 정부의 '6·27 부동산 대책'이 과열된 시장 심리를 꺾는 데 효과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윤석열 정부 시기 풀린 유동성과 재건축 규제 완화가 집값 상승 기대감을 키운 가운데, 이 대표의 전격적인 대출 규제가 자산시장 흐름에 구조적 전환을 불러왔다는 평가다. 8일 열린 민주당 연구모임 '경제는 민주당'에 연사로 나선 이광수 '광수네 복덕방' 대표는 “자산 시장의 심리를 꺾으려면 예상치 못한 시점, 그리고 과거에 없던 정책이라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며 “이번 대책은 그 두 가지를 모두 충족했기 때문에 시장에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6·27 대책은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상한 설정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을 전면 제한한 고강도 조치였다. 이 대표는 “갑작스럽게 발표된 데다, 시행 시점이 다음 날이었던 28일 토요일이었다는 점에서 정책 신뢰성과 속도감이 동시에 확보됐다"며 “이런 쇼크요법은 '내 집을 사줄 사람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불안을 유발하면서 기대에 쏠려 있던 자산 시장을 반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라고 평가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 시기의 부동산 정책은 오히려 시장의 구조적 불안 요인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대표는 “2023년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자 당시 정부는 시장을 부양하기 위해 3년간 100조 원이 넘는 정책 자금을 투입했다"며 “이로 인해 유동성이 과도하게 풀렸고, 가계 대출도 함께 증가하면서 인위적으로 가격을 떠받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비판했다. 또한 윤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와 같은 공급 신호가 오히려 기대감을 자극해 매물을 줄이고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는 해석도 덧붙였다. 그는 “서울 아파트 중 20년 이상 노후 단지 비중이 40%가 넘는다"며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면 집주인들은 당연히 매물을 거둬들인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만 해도 매물 수가 120건에서 7건으로 줄었다. 시장의 유동성은 늘어나고, 매물은 줄고, 그 결과 가격은 치솟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어 “지금 코스피가 3000이 된 것은 기대감뿐이었다면 이제 실제적으로 뭔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주식 시장이 좋아지기 위해서는 저평가를 해소하고 주식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병기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투기는 심리다. 코스피 5000 시대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며 부동산만 황금시장이 아니라는 점을 (시장에) 계속해서 확인시켜 주어야 한다"며 “안정된 삶의 필수재인 부동산이 투기 수단으로 전락해서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은 '투자 수단이 부동산에만 집중돼 주택마저 투자, 투기 수단이 되며 주거 불안을 초래했다'고 진단했다"며 “전날(7일) 국회 상임위원장단과의 만찬에서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도 “수도권 집중이 심화하는 와중에 투기적 수요가 시장을 매우 교란하고 있다"며 “부동산보다 금융시장으로 (투자 수요가) 옮겨가는 게 훨씬 더 낫지 않나"라고 말한 바 있다. 김 원내대표는 “주식 시장이 조정기, 정체기에 들어서면 언제든 자본은 부동산 시장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양한 정책 선택지를 준비해 놓고 제때 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원내대표는 최근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부동산으로 몰린 자본이 금융 시장으로 이동할 강력한 동기를 제공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모임 좌장인 5선 김태년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야당 시절엔 진단과 비판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국정 전반의 책임을 지고 대안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라며 “부동산과 자본시장의 이익 구조가 7 대 3이라면 최소 5 대 5로 바꿀 묘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스피 5000 시대를 논하려면 부동산 안정이 전제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8월 출범한 더불어민주당 내 최대 규모 정책 연구모임 '경제는 민주당'은 이날 '코스피 5000시대 실현을 위한 민주당의 역할'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유니슨, 여수 해상풍력단지에 10MW급 시제품 터빈 공급

국내 풍력터빈 전문기업 유니슨은 전라남도 여수시가 추진하는 3000메가와트(MW) 규모 공공주도형 해상풍력단지 개발사업에 해상풍력터빈 공급사로 참여한다고 8일 밝혔다. 유니슨은 사업 개발에 맞춰 10MW급 국산 해상풍력터빈 상용화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여수시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공단이 주관하는 '공공주도 해상풍력 단지개발 지원사업'에 최종 선정돼 올해부터 총 3GW 규모 해상풍력단지 조성을 본격화한다. 이번 사업은 여수시의 신정부 역점 사업으로 2034년까지 총 9GW 규모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중장기 전략의 일환이다. 유니슨은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유일한 풍력터빈 제조사다. 국가 입찰 선정 시 자체 개발 중인 10MW급 기어리스 해상풍력터빈의 상용화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유니슨은 자체 개발한 10MW급 기어리스 해상풍력터빈 설계 인증을 2025년 2월 유엘 솔루션스(UL Solutions)로부터 획득했다. 이 회사는 오는 하반기 시제품 조립과 설치를 완료해 2026년 실증을 통한 형식 인증과 KS 인증을 거쳐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유니슨 관계자는 “여수시 공공주도형 해상풍력 프로젝트 참여는 국산 터빈 상용화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자체 기술 자립도를 높이는 동시에 해상풍력 시장에서 수주 기회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고 말했다. 이번 공공주도 해상풍력 지원사업은 녹색에너지연구원이 수행기관을 맡고 유니슨을 비롯해 남동발전 · 남부발전 등 발전사와 한양, 케이베츠, 유탑건설, 탑솔라 등 총 7개의 해상풍력 관련업체가 참여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김동철 한전 사장, 흑자 전환 이끌며 주가 반등…‘부채 감축·해외 수주’도 이끈다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대규모 적자 구조에 빠져 있던 한전을 흑자로 전환시키며 주가 회복까지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정치권 출신 사장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구조조정과 요금 인상 설득, 민간 협업 확대 등을 통해 한전의 체질 개선에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사장은 2023년 9월 취임 직후부터 에너지 공기업으로서의 재무 건전성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2021~2023년까지 3년 연속 이어졌던 한전의 누적 적자는 40조원에 달했으며, 주가는 1만원대까지 하락하며 한전의 신뢰도는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그러나 김 사장 취임 후, 원가 기반 요금 조정과 비핵심 자산 매각,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대대적인 조직 슬림화를 단행한 결과, 2024년에는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한전 주가는 연초 대비 50% 이상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구조적 재무 부담은 여전히 크다. 한전의 누적 부채는 200조원을 웃돌고 있으며, 전기요금 체계의 근본 개편 없이는 '흑자 지속 가능성'에 물음표가 붙는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가정용 전기요금은 정치적 부담 때문에 여전히 원가에도 못 미치며, 산업용 요금만 올리는 구조로는 산업계 반발과 경제 악영향이 우려된다. '시장 기반 요금체계 정착'이라는 고질적 과제를 푼다면 김 사장의 진짜 성과로 남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철 사장은 4선 중진 의원 출신으로, 제19대 국회에서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위원장을 지낸 에너지 정책통이다. 한전 사장으로서도 정부·국회와의 정무적 조율 능력, 정책 설득력, 요금 구조 논의 주도력을 강점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한전 내부 회의에서도 “요금은 정치가 아닌 시장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정부와 여당의 요금 결정 협의 구조에 합리성과 지속가능성을 요구해 왔다. 김 사장 체제의 다음 목표는 해외 원전 사업에서의 실질적 성과 창출이다. 한전은 현재 이집트, 사우디, 튀르키예 등과 원전 수출 협상을 진행 중이며, 정부의 외교력과 한전의 기술력, 한국수력원자력과의 시너지가 필요한 국면이다. 산자위·국회 인맥을 보유한 김 사장이 민관 연합 '팀코리아'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경우, 향후 대규모 해외 수주 경쟁에서 안정적인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김 사장의 임기는 3년으로, 내년 9월까지다. 연임 여부는 흑자 유지 여부와 요금체계 개편 성과, 해외 수주 진척도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많다. 현재로선 내부 구성원 및 산업계로부터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하지만, 정권의 정책 방향과 연계된 에너지 공기업 특성상 향후 정치 상황이 변수가 될 수 있다. 김동철 사장은 한전을 흑자로 돌려놓으며 첫 시험대는 통과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한전의 근본적 구조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요금 정상화, 부채 감축, 재생에너지-원전 간 균형적 투자, 해외 수주 등 복합적 과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해야 '개혁 사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장롱 속 금, 은행에 맡겨볼까...하나은행, ‘하나골드신탁’ 업그레이드

하나은행이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에 착안해 금 관련 신탁상품을 연이어 내놓는다. 손님들이 보유한 금을 운용해 수익을 만들고, 자본시장에는 높은 유동성을 지닌 금 실물의 순환을 원활하게 해 소비 진작, 경제활성화에 이바지한다는 구상이다. '하나골드신탁'은 금 실물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처분해준다. 이어 오는 8월 중 출시되는 '하나골드신탁(운용)'은 금 실물을 은행에 맡기면 일정 기간 운용 후 만기에 금 실물과 운용 수익을 지급하는 것이 특징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이 올해 6월 한국금거래소디지털에셋과 협약을 맺고 내놓은 '금 실물 신탁'은 신탁이라는 방식으로 금 실물을 유동화할 수 있는 서비스다. 해당 서비스는 금 실물 보유자 대부분이 금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집안에 보관만 할 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금 실물 신탁을 원하는 소비자는 하나은행 '서초금융센터'와 '영업1부' 지점을 방문해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금 실물을 맡기면 한국금거래소디지털에셋이 제공하는 감정결과를 모바일 웹으로 받아볼 수 있다. 이후 고객은 감정결과를 확인한 후 금 실물의 처분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하나은행은 두 지점에서 '하나골드신탁' 시범 운영을 거친 후 순차적으로 전(全) 영업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나아가 하나은행은 오는 8월 중 금 실물을 은행에 맡기면 일정 기간 운용 후 만기에 금 실물과 운용 수익을 지급하는 '하나골드신탁(운용)'을 출시할 예정이다. 손님은 보유하던 금을 안전하게 은행에 맡겨 분실·보관 부담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운용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만기에 금 실물을 돌려받을 수 있어 1석 3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하나골드신탁(운용) 상품은 출시 전부터 반응이 뜨겁다. 실제로 금 실물 신탁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인 하나은행 영업점 두 곳에서는 하루 평균 약 30건의 상담이 몰리고 있다. 하나은행 신탁부 관계자는 “금융권 최초로 도입한 '금 실물 신탁' 상품을 통해 손님 경험 차별화는 물론 금 실물의 선순환 구조를 유도함으로써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실물자산과 금융을 연결해 시장을 혁신할 수 있는 맞춤형 신탁상품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비은행 건설업 연체율 ‘경고등’…사상 첫 10% 돌파

비은행 금융기관의 건설업, 부동산업 기업대출 연체율이 올해 1분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8일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분기 비은행의 건설업 대출 연체율은 10.26%로 나타났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8년 이후 처음 10%를 넘어섰다. 전체 건설업 대출 중 10건 중 1건 꼴로 원리금 상환이 한 달 이상 지연되고 있다는 의미다. 비은행은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를 제외한 상호금융, 보험회사, 여신전문금융회사 등을 포함한다. 비은행 건설업 연체율은 2022년 말 1∼2%대에 머물렀지만, 2023년 상승세를 보이며 1분기 3.38%, 2분기 4.17%, 3분기 4.81%, 4분기 4.85%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에는 7.39%로 급등한 후 2분기 7.96%, 3분기 9.11%까지 올랐다가 4분기 8.67%로 다소 주춤했으나, 올해 1분기에 다시 치솟으며 10%를 넘어섰다. 부동산업 연체율도 상황은 비슷하다. 1분기 비은행 부동산업 연체율은 7.91%로, 2018년 이후 최고치다. 이 연체율은 2022년 말 2% 미만에서 2023년 1분기 3.15%, 2분기 3.46%, 3분기 4.00%로 상승했고, 지난해 1분기 5.85%로 다시 치솟은 후 2분기 6.16%, 3분기 6.82%, 4분기 6.61% 등으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건설업과 부동산업의 연체율 상승은 비은행 건전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비은행 기업대출 중 건설업과 부동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분기 말 43.1%로, 2015~2021년 평균치인 35.7%를 웃돌고 있다. 은행권도 예외는 아니다. 1분기 은행 건설업 연체율은 1.01%로, 2016년 3분기(1.37%) 이후 가장 높다. 부동산업 연체율도 0.44%로 2017년 1분기(0.48%) 이후 최고치다. 부동산업 대출의 고정이하여신(NPL) 비율(0.72%)은 2017년 2분기(0.79%) 이후 가장 높았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부동산 경기 부진이 심화할 경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 채무가 현실화해 건설기업의 부실이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단 부실 PF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신규 대출 잔액이 줄며 연체율이 상승한 만큼 부실채권이 상·매각되면 점차 연체율이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성훈 의원은 “특히 지방 중소 건설사들의 건전성과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며 “정부가 위기 고리를 끊기 위한 선제적 조치와 지역 맞춤형 대응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일본은 올리고 캄보디아는 낮추고…혼란만 키운 트럼프 ‘관세 청구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등 14개국에 국가별 상호관세를 적시한 '관세 서한'을 발송했지만 오히려 혼란만 더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을 첫번째 수신자로 선정된 점, 서한에 적시된 상호관세율이 변경된 배경 등에 명확한 근거나 설명을 제시하지 않으면서다. 이와 함께 상호관세 유예 연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시점을 전격 연기하면서 그의 특유의 '예측불가성'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총 14개국에 서한을 보내 상호관세를 8월 1일부터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당초 지난 4월 9일 상호관세 부과를 90일 유예하면서 각국과 무역협상을 진행해왔는데 최근 들어 유예 연장 없이 상호관세율을 서한으로 통보하겠다고 경고해왔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상호관세를 연장하는 방향으로 택한 것이다. 이러한 배경엔 상호관세 부과가 가져올 수 있는 경제적 역풍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상호관세가 당초 예정대로 오는 9일 시행될 경우 미국에 대한 평균 관세율이 20% 수준으로 치솟아 미국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 위험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럴 경우 인플레이션이 없다는 근거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인하 압박에 힘이 빠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한국과 일본에 서한을 발송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캐롤라인 래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에 대한 서한을 제일 먼저 공개한 것과 관련해 “그것은 대통령의 전권. 그 나라들은 대통령이 선택했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한국과 일본은 대미 무역흑자가 큰 데다 방위비 등 안보문제도 협상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일 양국은 미국과 지속적인 관세 협상을 벌여왔지만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에 동참하라는 압박의 메시지라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관세는 당신 나라와 우리의 관계에 따라서 위로, 혹은 아래로 조정될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환적 상품에 대해 2배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무역합의를 베트남과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율을 통보한 나라 중 일부에 대해 4월 애초에 책정한 세율에서 변화를 준 점도 주목을 받는다. 한국의 경우 서한에서 상호관세율이 25%로 적시됐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에 처음 발표한 상호관세와 같은 수치다. 남아프리카공화국(30%), 인도네시아(32%), 태국(36%) 등도 동일했다. 다만 일본의 경우 상호관세가 원래 24%였는데 이날 서한에서 25%로 1%포인트 상향 조정됐고 말레이시아 또한 24%에서 25%로 올랐다. 반면 미얀마(44→40%), 라오스(48→40%), 카자흐스탄(27→25%), 튀니지(28%→25%),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35%→30%), 세르비아(37%→35%), 방글라데시(37%→35%) 등은 하향 조정됐다. 두 번째로 높은 관세율이 부과된 캄보디아도 49%에서 36%로 대폭 하향됐다. 이 같은 세율 변화의 이유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나 백악관은 아직 구체적인 근거를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협상이 지지부진해 서한을 통해 상대국을 압박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일부 국가엔 관세를 오히려 낮춰졌다는 점에서 불확실성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13%포인트의 관세율이 하향된 캄보디아가 가장 큰 승리자"라고 짚었다. 상호관세는 4월 처음 세율이 책정될 때부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각국의 관세율과 비관세 장벽을 감안할 것이라는 사전 설명과 달리, 해당국으로부터의 수입액과 해당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를 수식에 대입해 산출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상법 개정됐어도 에너지요금 인상엔 한계…공공 지분 51%, 결국 정부 뜻대로”

'주주 이익에 대한 충실의무' 조항이 들어 있는 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에너지 공기업이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실질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공기업의 정부 등 공공지분이 50%가 넘기 때문에 다수의결권은 여전히 정부에 있기 때문이다. 물가 안정이 우선인 정부가 에너지 요금을 올리기 부담스럽다면, 공기업의 자본금 납입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높이고 투자금을 지원하는 편이 더 낫다는 전문가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류권홍 변호사는 8일 에너지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정부가 대주주인 이상 소액주주의 의결권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상법 개정은 의미 있는 조치지만, 공기업 지배구조에서는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전력공사의 지분 구조는 한국산업은행 32.9%, 정부 18.2% 등 공공지분이 51.1%이다. 한국가스공사도 기획재정부 22.49%, 산업통상자원부 3.67%, 한전 20.47%, 지자체계 7.93% 등 공공 지분 54.56%이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정부 34.55%, 한전 19.55%, 한국에너지공단 10.53%, 서울시 10.36% 등 공공 지분 74.99%이다. 이처럼 전기, 가스, 열 요금을 정하는 에너지 공기업의 과반 이상 주주가 사실상 정부이기 때문에 주주총회나 이사회에서 어떤 안건이 올라와도 정부 뜻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즉, 상법상 '주주 이익' 보호가 강조된다 해도, 소액주주들이 의사결정 구조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긴 어렵다. 표 대결로는 구조 자체를 바꿀 수 없다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전기·가스요금은 상법이 아닌 정책 영역의 문제다. 그동안 요금 조정은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당정 협의체가 주도해왔으며, 시장 논리보다 물가 안정, 민심 고려 등의 정치적 판단이 우선돼왔다. 따라서 상법 개정으로 '이제는 요금이 원가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는 현실적인 법·제도 구조에 대한 이해 없이 나온 낙관론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물론 상법 개정으로 인해 에너지 공기업의 경영진이 소액주주의 이익을 무시한 채 정부 방침만 따를 경우 법적 문제 소지가 커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주총 의결권에서 소액주주는 열세이고 요금은 여전히 정부 승인사항이다. 더 나아가 경영진 인사권도 정부가 갖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상법 개정이 실제 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상법 개정안은 상징적 의미는 있으나, 공기업의 실질적인 독립성과 요금 자율성 확보를 위해서는 지분 구조, 인사 구조, 요금 승인 체계까지 모두 개편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법 하나 바뀌었다고 요금 현실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주장은 과도한 해석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여전히 대주주이자 정책 결정자라는 현실을 감안할 때, 요금 인상은 여전히 정치적 고려에서 자유롭지 않다. 류 변호사는 “한전의 경우 자본금이 3조원대에 불과해 전체 자산 규모(약 250조원)에 비해 매우 작다"며 “정부가 자본금을 증자하면 부채비율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 요금을 직접 올리는 것보다 자본금 확충이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는 현실적 방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요금 인상은 정치적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민감 사안인 만큼, 정부로서도 증자를 통한 자본금 확충 방식이 더 선호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또한 산업용 전기요금과 관련해서는 “가정용 요금은 여론 눈치 때문에 손대지 못하고 산업용만 계속 올리다 보니, 국내 기업들은 부담을 견디지 못해 공장 가동 중단이나 해외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한 구조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신연수 칼럼] 이재명의 경제정책, 출발은 좋은데…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분배…. 민주당의 단골 메뉴였던 이런 용어들이 이재명 대통령의 경제 공약에서는 사라졌다. 대신 성장이 경제정책의 맨 앞에 나왔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지난달 펴낸 '새 정부 성장정책 해설서'에서는 박정희의 산업화, 김대중의 정보화에 이어 이재명 정부가 제2의 경제 대도약을 이루겠다고 했다. 분배보다 성장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를 반영하지만, 그만큼 우리 경제가 위기에 봉착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였고 지난 1년간 폐업한 사업자 수는 사상 처음 100만 명을 넘어섰다. 수출과 내수가 모두 침체에 빠져 글로벌 대기업부터 골목상권까지 안 어려운 데가 없다. 문제는 이런 불황이 경기 순환에 따른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깊어진다는데 있다. 저성장이 이대로 굳어진다면 모든 사람에게 기회의 창은 점점 좁아질 것이다. 정부가 성장의 불꽃을 다시 피우는데 집중하기로 한 것은 옳다.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이재명 정부가 선택한 것은 첫 번째가 인공지능(AI)이고 두 번째가 에너지전환 관련 산업이다. AI는 기술을 넘어 문명의 전환을 가져올 핵심 인프라가 되고 있다. 2019년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한국이 집중할 것은 첫째도 AI, 둘째도 AI, 셋째도 AI"라고 강조한 적이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일본의 수출 보복, 부동산 가격 폭등 같은 힘겨운 현안들 때문인지 AI에 집중하지 않는 것이 안타까웠는데, 이제라도 AI를 강조하게 되어 다행이다. 에너지전환 역시 탄소중립이 세계 경제의 표준이 되고 있는 만큼 적절한 목표 설정이다. 탄소 배출이 많은 한국의 제조업을 탄소제로 기술로 업그레이드해야 경쟁력이 살아날 수 있다. 윤석열 정부 시절 세계적 추세인 재생에너지 비중을 축소하고 전력망 확충에 소홀했던 만큼, 서둘러 쫓아가야 할 분야이기도 하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지 30여 일. 시작은 좋아 보인다. 한 달 만에 코스피가 14% 오르며 세계 주요 국가들 가운데 최고의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정부가 재정 확대를 통해 AI, 바이오, 방산 등 전략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고, 상법 개정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개선한 것이 효과를 봤다. '이재명 랠리'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주식시장이 활기를 띄고, 꿈틀대던 서울 집값은 한 번의 대출규제 발표로 숨을 죽였다. 그러나 어쩌면 좋은 것은 여기까지일 지 모른다. 계엄과 탄핵으로 경제활동이 얼어붙고 윤석열 정부의 아마추어 같은 국정운영으로 사회 전체가 엉망진창이었기에, 이재명 정부는 기저효과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비용 청구서가 날아들 일만 남았다. 새 정부의 성장 정책 방향은 옳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풀어야할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AI에 100조 원을 투자해 세계 3대 AI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으나, 100조 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윤석열 정부는 법인세 등 각종 세금을 줄여서 매년 세수 펑크를 냈고 재정적자도 늘렸다. 이재명 정부는 경제성장을 위한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면서도 사람들이 싫어할 '증세'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에너지전환의 경우 에너지고속도로 건설만 얘기하고 전력시장 구조개편 같은 논란이 첨예한 사안들은 빼놓았다. 공약 단계에서는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할 수 있지만, 실제로 정책을 집행하는 단계에 들어서면 재원조달이나 구조개혁 같은 험난한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도가 나와야 진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전 국민에게 소비쿠폰을 나눠주고 증시를 띄우는 것은 일시적인 방편은 되겠지만 근본적인 경제 정책이 될 수 없다. 실물경제 회복 없는 주가 상승은 부동산에 이어 주식시장마저 투기장으로 만들 뿐이다. 한국 경제는 대내외적 전환기에 있다. 밖으로는 자유무역체제가 위협받고 안으로는 혁신이 고갈되고 있다. 미국과의 슬기로운 관세협상으로 수출 산업을 지키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키워내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이러한 시대적 과제를 얼마나 잘 수행하느냐에 한국의 미래 30년이 달렸다. 신연수 기자 ysshin@ekn.kr

[이슈&인사이트]프랜차이즈 본부와 가맹점, 공정한 동행은 가능한가

최근 더본코리아는 '빽햄' 원산지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소비자는 '햄'이라는 이름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기대했지만, 실제 제품은 기계분리육(MDM)과 전분이 주재료였다. 단순한 원재료 논란을 넘어, 신뢰의 상징이던 백종원 대표와 브랜드 이미지 간 괴리가 소비자 실망을 키웠다. 더본 측은 대표의 방송 하차와 전국 할인전을 통해 위기 수습에 나섰지만, 이러한 조치가 프랜차이즈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진 못한다. 동시에 피자헛은 가맹점주와의 법적 분쟁에서 2심 판결로 약 210억 원의 차액가맹금 반환을 명령받았다. 차액가맹금이란, 가맹본부가 제품을 유통·공급하면서 붙이는 마진인데, 많은 프랜차이즈 본사가 이를 주요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 구조가 계약서나 정보공개서에 투명하게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법원은 본사가 이를 명확히 고지하지 않았고, 가맹점 수익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만약 대법원까지 판결이 확정된다면, 유사한 구조를 가진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대대적인 수익구조 개편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프랜차이즈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가맹점은 명목상 독립된 사업자지만, 정보의 비대칭성과 협상력의 격차는 본사의 우월적 지위를 제어할 수 없는 구조적 원인이 된다. 가맹점주는 본사의 유통 이익구조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채 투자 결정을 내리고, 이후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가맹사업법을 통해 정보공개서 제도, 분쟁조정제도, 계약서 사전 교부 의무 등을 통해 보호장치를 마련해 왔다. 하지만 실효성은 여전히 낮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정보공개서 상 차액가맹금 항목은 2018년 개정으로 공시가 의무화됐지만, 소비자나 가맹점주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형태로 정직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에는 이르지 못했다. 2021년 헌법재판소는 정보공개서에 포함된 차액가맹금 항목은 “단순 유통이익일 뿐 본사의 핵심 영업비밀은 아니며, 따라서 공개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맹 희망자들이 “이 회사가 유통마진을 얼마나 붙이는지 사전에 확인하고 싶다"는 요구를 충족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제는 단순한 제도 보완이 아닌, 본질적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과 협력업체를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 구매협동조합을 통한 공동구매, 공정 수익 분배 모델, 자율분쟁조정기구(ADR) 설립 등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야 한다. 또한 프랜차이즈 수익모델도 재검토되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차액가맹금은 투명하게 공개되며, 대다수의 본사들이 매출에 연동된 '러닝 로열티'를 중심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이는 가맹점 매출 확대가 곧 본사 이익으로 직결되기에 상호 성장 유인을 제공한다. 한국에서도 공정위는 '차액가맹금에서 러닝 로열티로 전환 시 인센티브 제공'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많은 가맹점주들이 매출 공개 자체를 꺼리고, 로열티 납부에 대해 극도로 반감을 갖고 있다. 본사는 백마진을 포함한 간접 수익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일괄적 전환은 어렵고, 점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러닝 로열티를 도입한 브랜드에 대해 세제 혜택을 부여하거나, 정보공개서의 표준양식을 단계적으로 개편하는 방식 등 '스틱 앤 캐럿'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다. 동시에 로열티 전환은 브랜드 신뢰도가 낮은 업체나 리스크 회피성 전환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평가 기준과 로드맵이 병행되어야 한다. 프랜차이즈 산업은 연간 120조 원의 시장 규모, 120만 명의 고용을 창출하는 거대한 생태계다. 그렇기에 공정성과 투명성,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은 단지 가맹점주의 이익을 넘어, 산업 전체의 생존과 직결된다. '갑을' 관계로 유지되던 프랜차이즈 구조가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 지금이야말로 본사가 진정한 파트너십의 자세로 돌아가야 할 때다. 소비자는 진실한 브랜드에 반응하고, 점주는 공정한 계약에 충성한다. 가맹본부가 이 단순한 진리를 실천할 때, 진정한 상생은 비로소 가능해질 것이다. 박주영

[韓中 세탁기 전쟁] 글로벌 맞춤전략 中로봇청소기, 美점령은 ‘시간 문제’

[로스앤젤레스(미국)=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고급형 로봇청소기를 원하는 고객이 주로 로보락 제품을 찾습니다." 5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시내에 있는 전자제품 매장 '베스트바이' 직원이 한 말이다. 전시된 제품이 안보여 “로보락 제품은 없냐"고 묻자 “여기는 없다"며 이처럼 답했다. 매장 한쪽에 진열된 에코백스 제품은 “소비자들이 제품에 만족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로보락·에코백스가 중국 브랜드 아니냐는 질문에는 “확인해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중국 로봇청소기 업체들이 '고객 맞춤 전략'을 앞세워 미국을 공략하고 있다. 시장 특성을 면밀히 파악한 뒤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다양하게 선보이며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내 사회공헌활동 전개를 계획하는 등 중장기적인 성장 전략도 준비하는 모습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가전 시장이다. NICE신용평가가 3월 발간한 '미국의 관세부과가 한국 가전산업에 미칠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가전제품 소비 규모는 전세계에서 약 2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점유율을 살펴보면 냉장고 29.5%, TV 21.1%, 세탁기 18.6% 등이다. 로봇청소기도 마찬가지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츠 자료를 보면 글로벌 로봇청소기 시장 규모는 2022년 56억달러(약 7조5700억원)에서 2030년 298억달러(약 40조3100억원)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미국은 12억달러(약 1조6200억원)에서 77억달러(약 10조42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전세계에서 팔리는 로봇청소기의 20~25% 가량은 미국으로 간다는 의미다. 중국 기업들은 미국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하고 있다. 점유율 통계는 각 업체가 저마다 유리한 방향으로 집계하고 있지만 중국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은 일맥상통한다. 미국 아이로봇과 샤크닌자가 1·2위를 달리고 있지만 중국 업체들이 수년 내 이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에서는 '룸바(Roomba)' 로봇청소기로 잘 알려진 아이로봇(iRobot)이 시장을 선도해왔다. 아직까지도 아마존 판매 랭킹 등에서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달 기준 아마존 베스트셀러 랭킹을 보면 샤크닌자의 샤크, 앤커(Anker)의 유피(eufy), 아이로봇 룸바가 1~3위를 달리고 있다. 로보락·에코백스 등 제품은 그 뒤를 바짝 따르고 있다. 샤크닌자와 아이로봇은 미국, 나머지는 중국 회사들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세계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 순위에서 중국 기업이 1~4위를 석권했다. 로보락(19.3%), 에코백스(13.6%), 드리미(11.3%), 샤오미(9.9%) 등이다. 오픈툴스(OpenTools) 등 미국 IT 매체들은 중국 브랜드가 급부상해 '아이로봇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내용을 연이어 보도하고 있다. 2015년 40%를 육박하던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10%대로 떨어졌다는 게 이유다. 특히 최근에는 재정적 불확실성이 더해지며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고 전해진다. 아마존의 아이로봇 인수 무산 이후 미국 내 일자리 감소와 함께 중국 업체에 더 많은 시장을 내주게 됐다는 분석 기사도 나오고 있다. LA 곳곳 전자제품 매장에서 만나 사람들은 '중국산'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 보였다. 한 부부는 중국 선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앤커를 미국 브랜드라고 알고 있었다. 설명하는 직원들도 대부분 회사 국적은 모르는 눈치였다. 로보락·에코백스 등이 '가성비'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상품 경쟁력만으로 정면 승부를 펼치고 있는 배경이다. 세탁기·냉장고 등 전통 가전 분야 최강자인 삼성·LG전자 입장에서 '중국산 공세' 관련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존재감을 발산하는 배경에는 '맞춤형 전략'이 있다는 분석이다. 로보락 미국법인 관계자는 “미국 소비자들은 딥 클리닝 성능보다 자동화된 청소 루틴, 손을 대지 않아도 되는 핸즈프리 기능을 선호하는 등 '시간 절약'을 중요시한다"며 “넓은 주거공간과 반려동물, 카펫·원목이 혼합된 바닥 등으로 인해 여러 종류의 바닥에 적합한 대응력과 대용량 먼지통, 반려동물 털 제거 기능 등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복잡한 스펙보다는 직관적인 앱 조작, 충돌 방지 센싱, 유지보수 편의성이 실제 구매 결정에 더 큰 영향을 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고급 제품인 로보락 사로스(Saros) 시리즈(Z70, 10, 10R)가 미국에서 잘 팔리고 있는 배경을 엿볼 수 있는 설명이다. 해당 제품군은 고급 내비게이션, 인공지능(AI) 기반 장애물 인식, 자동 물걸레 리프팅 등 기능을 갖췄다. 에코백스 미국법인 관계자는 “신제품 출시 속도를 높이고 오프라인 유통망을 확장하며 현지 고객 접점을 강화하고 있다"며 “미국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해 제초 효율, 동력, 주행 성능을 한층 강화한 잔디깎이 로봇을 선보였으며 창문 청소 로봇 '윈봇' 등 새로운 제품군도 함께 출시해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 고객에게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중국간 통상 마찰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중국 기업들은 미국 내 중장기전략을 착실히 준비하고 있었다. 로보락 미국법인 관계자는 “지속가능성, 교육, 시간 역량 강화 등 가치를 담은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하기 위해 기획 중"이라며 “브랜드의 장기적 성장과 연결되는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또 “단기적 매출보다 중요한 것은 '더 나은 삶을 위한 혁신'이라는 로보락의 브랜드 미션을 실현하는 것"이라며 “미국 소비자의 일상 속에서 진짜 필요한 기능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며 일상을 단순화하고 시간을 절약해줄 수 있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됐습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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