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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바꿔야 산다” 신성장동력 찾기 ‘가속페달’

재계 주요 기업들이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인공지능(AI) 혁명, 기후위기 등 산업계 판도를 바꾸는 굵직한 트렌드가 부각되면서 변화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신사업에 진출하고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가 하면 조직 분위기 쇄신을 위해 리더십 자체를 교체하는 곳들도 상당수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SK, LG 등은 저마다 방식으로 AI 관련 역량을 강화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우선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에 대응하는데 분주하다. 고객사에 칩을 공급하며 기존에는 사실상 없었던 시장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AI 칩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엔비디아의 HBM 최대 공급사다. 삼성전자는 HBM을 넘어 파운드리 시장에서도 수요를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국 특파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와 AI 칩을 만들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올트먼 CEO는 지난 1월 한국을 찾아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났다. 가전 시장에서도 AI 열풍이 불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AI 기능이 적용된 세탁기 등 신제품을 공격적으로 내놓으며 소비자들의 눈길을 잡고 있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하나로 합친 '삼성 비스포크 AI 콤보'와 'LG 시그니처 세탁건조기' 등 신가전의 경우 국내에서는 이미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밖에 갤럭시 S24 등 모바일 기기에 AI 기능을 넣으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는 독자 개발 운영체제 '타이젠'이 탑재된 AI 로봇 집사 '볼리'를 선보였다. LG전자 역시 같은 행사에서 비슷한 '반려가전' 콘셉트의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를 내놨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그동안 쌓은 전기차 기술력을 토대로 미래항공모빌리티(UAM),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등 시장 선점을 도모하고 있다. 현대차 산하 슈퍼널의 경우 하늘을 나는 차세대기체 'S-A2'의 실물 모형을 공개하며 2028년 상용화를 예고했다. 전기로 움직이는 이 AAM은 수직으로 이착륙하며 복잡한 도심에서 승객을 빠르게 수송할 수 있다. 기아는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사업에서 미래를 찾고 있다. 휠체어를 탄 채로 차에 타거나 반려견과 차를 이용하는 고객 등 다양한 수요에 맞게 전기차를 고도화한다는 구상이다. 기아는 이미 △PV5 베이직 △PV5 딜리버리하이루프 △PV5 샤시캡 등 PV5 등 실제 판매할 차량의 콘셉트 이미지를 대중에 공개한 상태다. 본격적인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정관 자체를 바꾸는 기업들도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폐전지 판매·재활용업, 비철금속제품의 제조·판매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한다. 포스코퓨처엠은 이차전지 소재 원료 제조·판매, 수출입업, 가공업 등을 더할 방침이다. 롯데케미칼은 '수소 및 수소화합물 등의 제조, 판매 및 관련 용역의 제공 등 부대사업'을 사업 목적에 덧붙인다. HD현대는 신재생에너지 개발, 중개, 매매, 공급업, 발전업, 설비 임대 등을 더할 방침이다. 리더십 자체를 바꾸며 신성장동력을 모색하는 경우도 있다. 포스코그룹은 최정우 전 회장이 임기를 모두 채우면서 장인화 신임 회장을 새 선장으로 맞는다. 오는 21일 주총 이후 장인화 회장 체제에 접어들게 된다. 철강 분야에 강점을 지닌 장 신임 회장은 기존 사업을 재정비하는 동시에 이차전지 등 새로운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새 먹거리를 찾아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시키며 '책임 경영'을 강화한다. 경영 여건이 어려운 가운데 '강한 리더십'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게 신세계 측 생각이다. 정 회장은 승진 이후 곧바로 새로운 인사제도를 가동하며 조직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성과에 기반해 임원진을 대상으로 수시 인사를 단행하는 게 골자다. 최고경영자(CEO) 급도 수시로 교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쳐 내부적으로 긴장감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는 그동안의 계속된 실패를 반면교사삼아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작업에 주력할 것으로 예측된다. 롯데그룹과 CJ그룹은 불필요한 계열사를 정리하고 내실을 다지면서 더 큰 변화를 준비해나가고 있다. 몸집을 불려가고있는 한화그룹은 우주·항공 등 역량을 더욱 강화하며 존재감을 키워갈 것으로 예상된다. '형제 경영'을 준비하는 효성그룹 역시 분할 이후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게임업계도 주주총회 시즌을 통해 수장 교체에 대거 나선다. 넥슨을 비롯해 넷마블,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 위메이드, 컴투스등이 이달 열리는 주총에서 대표이사 교체를 의결한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가천대 길병원, 베트남 심장병 어린이 초청 치료

가천대 길병원(병원장 김우경)이 베트남 심장병 어린이들을 초청해 치료하고 지난 14일 병실에서 완치를 축하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길병원이 인천시와 함께 시행하고 있는 '인천시-아시아권 교류도시 의료지원사업'의 하나이다. 17일 길병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베트남 호치민시를 방문해 심장병 의심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정밀 검진을 실시하고, 이 가운데 수술이 시급하지만 현지의 의료 수준 및 경제적 사정 등으로 인해 치료 받지 못하는 5명의 어린이를 초청 대상으로 선정했다. 베트남 어린이 5명은 지난달 26일 우리나라에 들어와 차례로 수술을 받았다. 병실에서 첫돌을 맞이한 응웬 레바오넉을 위해 의료진들은 병실에서 작은 돌잔치를 열어주기도 했다. 치료를 마친 어린이들은 15일 건강하게 퇴원했다. 완치 축하 행사에는 병원 의료진을 비롯해 윤현모 글로벌비지니스협력단장 등 인천시 관계자들과 후원기관인 밀알심장재단 이정재 회장, 새생명찾아주기운동본부 류원기 사무국장 등이 참석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도 이번 아이들의 초청 치료를 후원했다. 김우경 병원장은 “아이들이 태어나 선천성 심장병을 진단받은 후로 부모님들께서 무거운 마음을 안고 힘든 시간을 보내셨을텐데, 이렇게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건강을 되찾게 돼 다행이며, 아이들이 건강하게 귀한 인재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길병원은 1992년 베트남 심장병 환자 치료를 시작으로, 매년 해외 심장병 의료봉사 및 초청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이번 초청치료까지 448명의 해외 심장병 어린이들에게 새생명을 선물했다. 박효순 기자 anytoc@ekn.kr

BAT로스만스, 사랑의 짜장면 무료급식 후원

글로벌 담배기업 BAT(British American Tobacco)의 한국법인 BAT로스만스는 사천공장 소재지인 사천시 취약계층을 위한 '사랑의 짜장면 무료급식' 후원금 1000만원을 기증했다. 13일 BAT에 따르면, 지난 12일 사천시청에서 '사랑의 짜장면 무료급식 지원사업' 행사를 갖고 후원금을 전달했다. 후원금은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사랑의 짜장면 무료급식 지원' 사업에 할당돼 식자재 및 이동식 밥차(트럭) 구매에 사용될 예정이다. '사랑의 짜장면 무료급식 지원'은 사천지역 시민봉사단이 경로당과 복지시설을 방문해 저소득층 노인을 대상으로 짜장면을 제공하는 무료급식 서비스다. 지난 2013년부터 10년 간 운영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BAT사천공장의 김지형 공장장, 사천시 박동식 시장, 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박은덕 사무처장 등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BAT사천공장 김지형 공장장은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이 따뜻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에 대한 든든한 지원자 역할을 통해 나눔의 가치를 적극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BAT사천공장은 BAT그룹 목표인 '더 좋은 내일(A Better Tomorrow)' 실천 활동의 하나 임직원 봉사그룹 '한사랑회'를 중심으로 2001년부터 김장 봉사활동과 명절 제수용 과일 전달 등 지역사회와 꾸준히 상생경영을 펼치고 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재계 ‘주총 시즌’ 앞두고 분주···주주환원·신사업 진출 ‘활발’

재계가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분주하다. 다양한 형태로 주주환원 정책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소통을 준비하는 기업이 크게 늘었다.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는 작년보다 약해졌지만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을 벌이는 곳이 여전히 많다. 정관 변경을 안건으로 상정하며 신사업 진출에 포문을 여는 업체들도 눈길을 잡는다. 12일 재계와 한국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국내 12월 결산 상장사 2614개사 중 1631곳이 오는 18일부터 29일까지 주총을 연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부분 기업들은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등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올해 주총 시즌 최대 화두는 '주주환원'이다. 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을 해소하겠다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발맞춰 다양한 회사들이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사의 보수한도를 축소하는 안건을 상정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3년간 나오는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주주들에게 돌려준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SK이노베이션은 7936억원 규모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기로 했다. 2011년 출범 이후 첫 자사주 소각이다. 삼성물산은 5년 내 보통주 13.2%와 우선주 9.8%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HD현대건설기계, SM엔터테인먼트 등도 자사주 처분 계획을 밝혔다. 현대차는 자사주를 3년간 1%씩 소각하는 동시에 배당도 늘리기로 했다. 작년 기말 배당금을 역대 최대인 주당 8400원으로 책정하고 분기 배당도 계속 실시할 방침이다. 기아의 기말 배아금 역시 역대 최대 규모인 주당 5600원으로 정해졌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주주환원 차원에서 '선배당 후배당일' 제도에 동참하는 방향으로 정관을 바꾼다. 자발적인 행동을 넘어 행동주의 펀드들에게 '공격'을 받는 사례도 있다. 시티오브런던 등 펀드 5곳은 삼성물산에 배당 증액과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고 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에 사외이사 2명과 사내이사 1명을 후보로 추천하는 주주제안을 했다. 금호석유화학에서는 수년째 이어진 '조카의 난'이 계속되는 양상이다. 이번에는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로부터 권리를 위임받아 전면에 나섰다. 차파트너스는 이사회 결의 없이 주총만으로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도록 정관을 변경하자는 주주제안을 제출했다. 여기에는 올해 말까지 자사주의 50%를 소각한 뒤 내년 말까지 나머지 50%를 모두 없애자는 내용도 담겼다. 19일에는 고려아연과 영풍의 표대결이 펼쳐진다. 공동 경영을 펼쳐온 이들은 고려아연 지배력을 두고 지분 매입 경쟁을 펼치고 있다. 고려아연은 주당 5000원 결산 배당, 신주 발행을 외국 합작법인만을 대상으로 제한하는 현재 정관을 삭제하는 안건을 정기주총 안건으로 상정한다. 동업자 가문인 영풍 측은 이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힌 상태다.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 역시 주총 시즌 관전 포인트다. 통합에 반대하고 있는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과 차남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가 각각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의 각자 대표이사로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한미그룹 측은 이에 대해 “임 사장이 경영권 분쟁 상황을 만들어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고 이를 통해 채무를 해결하는 등 한미그룹을 개인 이익에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는 입장을 내놨다. 오는 28일 열리는 KT&G 주총장에서는 차기 사장 후보인 방경만 총괄부문장(수석부사장)의 대표이사 사장 선임안을 놓고 표대결이 열린다. 금융권에서는 15일 열리는 다올투자증권 최대주주 이병철 다올금융그룹 회장과 2대주주 김기수 프레스토자문 대표의 대결에 이목이 쏠린다. '미래 투자'를 위해 정관을 바꾸는 기업도 상당수다. 현대글로비스는 폐전지 판매·재활용업, 비철금속제품의 제조·판매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한다. 포스코퓨처엠은 이차전지 소재 원료 제조·판매, 수출입업, 가공업 등을 더할 생각이다. 롯데케미칼은 청정 암모니아 관련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 '수소 및 수소화합물 등의 제조, 판매 및 관련 용역의 제공 등 부대사업'을 추가한다. 롯데정밀화학도 수소 및 수소에너지를 사업 목적에 넣을 방침이다. 이밖에 HD현대는 신재생에너지 개발, 중개, 매매, 공급업, 발전업, 설비 임대 등을 추진한다. LS에코에너지는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관련 투자왈 합금소재 판매, 초전도체 케이블 관련 시장 등에 도전한다. 카카오는 부동산 임대·컨설팅업, 호스팅 관련 서비스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한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기술유출 빨간불④] “산업 스파이 처벌 강화해야···중소기업, 피해 건수 67%”

최근 산업계 전반에 기술 유출 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국가 경쟁력 저하가 예상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처벌 수위를 높이는 등 적극적인 보호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정보기술범죄수사부는 지난 1월 전직 삼성전자 부장 김모 씨와 협력업체 A사에서 근무했던 방모 씨를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해당 인물들에 대한 첫 공판은 1월 17일 열렸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김 씨는 국가 핵심 기술로 꼽히는 삼성전자 18나노 D램 반도체 공정에 관한 정보를 무단 유출해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제품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한 혐의를 사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2016년 신생 업체인 CXMT로 2016년 이직하는 과정에서 반도체 증착 관련 자료와 7개 핵심 공정 관련 기술 자료를 유출하고, 수백억원대 금품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최소 세후 5억원 이상의 금액을 제시해 삼성전자·관계사 기술 인력 20여명을 빼간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씨와 공모한 방 씨는 반도체 장비 납품을 담당한 A사의 설계 기술 자료를 CXMT에 넘긴 혐의를 받는다. 업력이 비교적 짧은 CXMT는 수년 새 중국 주요 D램 반도체 업체로 급성장해 한국·미국 경쟁사들과의 기술 격차를 좁혀나가고 있다.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NISC)가 발간한 '산업 기술 해외 유출 사건' 자료집에 따르면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3년 10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의 피탈 첨단 기술은 총 552건으로, 피해액은 100조원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유출 분야는 △전기·전자 163건 △기계 81건 △정보통신 77건 △디스플레이 47건 △반도체 35건 순이었고, 적발 건수 기준으로 피해 기업 중 67%는 중소기업이었다. 국정원 관계자는 “21세기 글로벌 경쟁 시대에 산업 기술 유출은 피해 기업은 물론, 국가 경쟁력까지 훼손할 수 있다"며 “중소기업들이 정보 보안 전문 인력과 관련 예산을 갖추지 못해 피해 기업 중 다수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93건의 산업 기술 유출 사건을 수사해 총 1638명을 검거했다. 유형별로는 산업 기술 유출 45명, 영업 비밀 유출 548명으로 집계됐다. 유출 지역으로는 국내 522명, 국외도 71명이나 돼 해외 유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처럼 산업 스파이가 활개를 치고 있지만 재판부가 작량 감경을 하는 통에 정작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평이다. 산업기술보호법은 국가 핵심 기술 해외 유출에 대해 3년 이상의 유기 징역을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법원은 초범·진지한 반성·기업 피해 복구 등을 이유로 들어 낮은 형량을 선고하는 경향이 짙다는 것이 산업계의 불만 요소다. 피해를 본 회사가 영업 비밀 관리 등을 등한시 했다는 이유로 형량이 깎이는 경우도 있었고, 정확한 피해액을 산정하기 어려워도 감형됐다. 홍성삼 가천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미국에서는 영업 비밀을 국외로 유출하는 이들을 '경제 스파이(Economic Espionage)'라하고, 국내에서 영업 비밀을 유출하는 것을 '영업 비밀 절도(Theft of Trade Secrets)'라고 구분한다"며 “전자에 대해서는 가중 처벌한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 스파이 담당 기관은 영업 비밀 관리의 소홀을 이유로 부정경쟁방지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수사를 기피하지 말고 보충적으로 배임죄 구성 여부를 적극 검토해 조사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기술유출 빨간불②] 반도체 등 첨단분야 경쟁 과열···韓 기업 ‘초긴장’

삼성, SK 등 기업들이 '기술 유출'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는 가운데 재계에서는 최근 드러난 각종 사례의 공통점이 '미래 기술'에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인공지능(AI),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새로운 산업군을 중심으로 인력·자본력이 집중되고 있는 만큼 기업들 입장에서는 앞으로 같은 고민을 계속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빅테크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분야는 단연 AI다. 오픈AI가 '챗 GPT'를 내놓고 엔비디아의 기업가치가 급상승하면서 수많은 기업들이 AI쪽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강점을 지닌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AI의 가장 큰 수혜를 받는 제품이 고대역폭메모리(HBM)다.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끌어올린 제품이다. 개발 과정을 거친 가운데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해당 반도체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마이크론 임원으로 이직한 SK하이닉스 전 연구원에 대한 전직금지 가처분을 법원이 인용한 것은 그만큼 HBM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을 인식한 결과로 풀이된다. 해당 임원이 맺은 전직금지 약정이 5개월 정도 남은 가운데 가처분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HBM 분야에서 가장 앞서있긴 하지만 마이크론 역시 차세대 'HBM3E' 양산에 가장 먼저 성공하는 등 추격에 고삐를 죄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역시 업계 최초로 12단 36기가바이트(GB) HBM3E 개발에 성공하며 패권경쟁이 치열하다. 자율주행차 관련 핵심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죄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받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가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항소심이 기술 유출 사태의 중대함을 파악해 원심을 파기하고 해당 교수를 법정구속한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17년 중국의 해외 인재 유치 계획인 '천인계획'에 선발돼 2020년 2월까지 자율주행차 라이다(LIDAR) 기술 연구자료 등 72개 파일을 중국 현지 대학 연구원 등에게 누설한 혐의를 받는다. 정부 역시 나름대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우리나라 산업기술보호법은 '국내외 시장에서 차지하는 기술·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관련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높아 해외로 유출될 경우에 국가의 안전 보장 및 국민 경제의 발전에 중대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규정해 특별 관리하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기전자, 조선, 원자력 등 분야 70여건이 여기에 해당한다. 30나노 이하급 D램 기술,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기술 등이 포함된다. 글로벌 기술 패권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주요 산업 기술 해외 유출을 강력히 억제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산업기술보호법 개정, 법원과 협력을 통한 양형 기준 상향(실질 처벌 강화) 등에 대한 논의도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2월 중소기업인들과 현장 간담회에서 “기술유출 피해를 본 중소기업을 위해 정부가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기업 입장에서는 퇴사한 기술 인력이 경쟁 업체로 이직한 사실을 파악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 긴장감을 늦추기 힘든 형국이다. 이를 알아내고 전직금지 가처분 등을 내도 법원의 인용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수개월 시간이 걸린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1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1심 사건 총 33건 중 무죄(60.6%)와 집행유예(27.2%)가 전체의 87.8%에 달했다. 2022년 선고된 영업비밀 해외 유출 범죄의 형량은 평균 14.9개월에 불과했다. 새 국회가 해외 기술 유출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면서 보안 장치를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재계에서는 커지고 있는 배경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기술유출 빨간불①] 글로벌 기업 ‘전쟁터’···재계 모두 사정권

반도체, 인공지능(AI), 이차전지 등 첨단 경쟁력을 앞세운 산업군이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기업간 '기술·인력 확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앞선 기술과 좋은 인재를 확보하려는 기업들이 많아지며 법을 어겨가며 기술을 탈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삼성, SK, 현대차, LG 등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재계 주요 기업들도 사정권에 들어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 유출 피해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사법적 제재 수위를 높이고 중소기업을 위한 보호장치를 마련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핵심기술'을 포함한 전체 산업 기술의 해외 유출 적발 사건은 전년보다 3건 증가한 23건으로 파악됐다. 이중 절반 이상인 15건은 반도체쪽에서 나왔다. 최근 5년간 전체 산업 기술 유출 적발 건수는 총 96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NISC)가 2003년부터 작년 7월까지 집계한 산업기술 해외 유출은 총 552건이다. 피해 규모는 100조원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재판장 김상훈)는 최근 SK하이닉스가 전직 연구원 A씨를 상대로 낸 전직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고 위반 시 1일당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I 시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인력 확보전 치열해지면서 A씨는 마이크론 본사에 임원급으로 가 있다. 그는 2022년 7월 SK하이닉스 퇴직 무렵 경쟁업체에 2년간 취업하거나 용역·자문·고문 계약 등을 맺지 않는다는 약정서를 작성한 상태였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핵심 기술이나 인재 유출 사건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삼성전자 전 임원이 반도체 공장 설계 도면을 빼내 그대로 본 뜬 공장을 중국에 세우려다 적발되기도 했다. 앞서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 전 연구원 등은 회사 영업기밀을 이용해 반도체 습식 세정장비를 만들어 수출했다가 적발돼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삼성전자 엔지니어가 중요 자료를 모니터 화면에 띄워놓고 이를 촬영해 보관하다 적발된 사례도 있다. 지난 2월에는 국내 반도체 공정용 진공펌프 전문기업의 기술정보를 중국으로 유출한 전직 연구원 등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반도체 공정용 진공펌프는 진공상태를 형성·유지하는 장비로 오염물질 제거를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작년 8월에는 LG에너지솔루션 전직 임원급 직원이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된 영업비밀 수십건을 누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산업기술보호법 위반·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해당 직원은 자문업체를 통해 전문적으로 기술을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챙긴 돈이 9억8000만원에 달했다. 방산 업계에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초음속 전투가 'KF-21' 기술 유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KAI에서 근무하던 인도네시아 기술자들이 해당 자료를 유출하려다가 발각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이들은 KF-21 개발 과정 등 자료가 담긴 이동식저장장치(USB)를 유출하려다 지난 1월17일 적발됐다. 지난달에는 자율주행차 관련 핵심 기술을 중국에 유출한 죄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받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가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전지법 형사항소3부(손현찬 부장판사)는 KAIST 교수 산업기술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63)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계에서는 기술을 유출한 직원에 대한 행정 처분이 지나치게 가벼운 게 이 같은 사건이 계속 발생하는 원인 중 하나라는 말이 나온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1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1심 사건 총 33건 중 무죄(60.6%)와 집행유예(27.2%)가 전체의 87.8%에 달했다. 2022년 선고된 영업비밀 해외 유출 범죄의 형량은 평균 14.9개월에 불과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나무이엔알, ‘자발적 탄소크레딧 시장 101’ 출간

나무이엔알(NAMU EnR)이 '자발적 탄소크레딧 시장 101'을 출간했다. 이는 옴니버스 형태로 구성됐으며, 국내 전문가 8인이 참여했다. 자발적 탄소크레딧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과 ESG 등의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그린워싱' 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자발적 탄소크레딧 시장 101은 8개의 챕터로 구성됐고, △파리기후협약 △에너지 및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수소경제 △자발적 탄소시장 동향 및 대응전략 등을 다룬다. 탄소배출권 활용과 탄소배출권의 회계 및 세무 대응 방안을 비롯한 내용도 다룬다. 김태선 나무이엔알 대표는 “탄소시장 이해 증진과 시장 활성화에 미력하나마 도움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자발적 탄소시장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도록 성장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재계 ‘미래 먹거리’ 로봇 시장 공략법 ‘각양각색’

재계 주요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로 각광받는 로봇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성장 가능성은 크지만 아직 뚜렷한 선두기업이 없는 시장이라 다양한 방식으로 역량을 키우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들도 인간과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 등에 꽂혀있는 상황이라 향후 경쟁구도가 어떻게 형성될지 주목된다. 7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2021년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한 뒤 꾸준히 사업 내실을 다져오고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로봇 개' 스팟과 직립 보행이 가능한 '아틀라스'를 개발해 유명해진 회사다. 창고·물류 시설에 특화된 로봇 '스트레치' 등도 갖춰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조성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물류 로봇, 안내·지원 로봇,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진입을 위한 자율주행(보행), 로봇팔, 인지·판단 등 기술 분야를 전방위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래 기술인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스마트 팩토리 등과 시너지를 도모하고 있다. 현대차는 2022년 8월에는 미국 보스턴 케임브리지에 로봇 AI 연구소를 만들었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 2024'에서는 물류 상하차 로봇 '스트레치'를 소개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이번 CES에서 자동차를 빼고 수소·소프트웨어 청사진과 로봇으로 부스를 꾸몄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인공지능(AI)과 로봇을 결합한 차세대 가전에 일단 집중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CES 2024' 현장에서 독자 개발 운영체제 '타이젠'이 탑재된 AI 로봇 집사 '볼리'를 공개했다. 자율 주행으로 움직이는 볼리는 사용자가 부르면 집안 어디든 따라와 일상 속 귀찮거나 번거로운 일들을 해결해 주도록 제작됐다. 손 대지 않고 전화를 걸고 받거나 현관문 근처에 가지 않아도 밖에서 초인종을 누르는 손님을 확인할 수 있는 식이다. LG전자도 비슷한 '반려가전' 콘셉트의 '스마트홈 AI 에이전트'를 선보였다. 스마트홈 AI 에이전트 역시 스스로 이동 가능한 미래형 스마트홈 허브다. 가전 및 IoT 기기를 편리하게 연결하고 제어하는 기능을 한다. 이 로봇은 관절이 달린 두 다리를 활용해 카펫이나 바닥의 장애물을 자연스럽게 넘는 섬세한 움직임을 구현할 후 있다고 업체 측은 소개했다. LG전자는 이 제품이 대화와 교감 기능을 통해 고객 삶의 질 자체를 향상시켜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는 이미 상업용 로봇 시장에서는 충분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내로봇, 배송로봇 등 LG 클로이 제품을 연이어 소개하며 고객사를 늘려나가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산업용 '로봇팔'을 만드는 로보스타를 인수했다. LG전자 안내·배송 로봇인 LG 클로이 가이드봇과 LG 클로이 서브봇은 올해 초 동남아 골프장과 리조트·호텔 등에 진출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로봇 분야에서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특히 휴머노이드 분야에서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며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자신의 엑스(X)에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가 걸어 다니는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사람처럼 두 발로 연구실을 걸어 다니는 모습이 담겼다. 머스크 CEO는 이 로봇이 사람에 의지하거나 넘어지지 않고 부드럽게 혼자 걸어 다닐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한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2021년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착수한다는 계획을 처음 발표한 뒤 2022년 9월 말 옵티머스 시제품을 처음 공개했다. 미국 로봇 기업 '피규어 AI'는 투자금을 끌어모으며 러브콜을 받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엔비디아가 '피규어 AI'에 각각 1억달러(약 1330억원)와 5000만달러(약 664억원)를 투자한다고 올해 초 보도했다. 이 회사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픈AI도 각각 9500만달러와 500만달러를 투자했다. 피규머 AI는 테슬라와 보스턴 다이내믹스 출신 인재들이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인간처럼 생기고 움직이는 AI 기반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삼성·LG 눈독 ‘XR 시장’ 성장 최대 변수는 ‘中 저가공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확장현실(XR) 시장 진입을 앞두고 중국 기업들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비전프로'를 내놓은 애플에 도전장을 내미는 상황이지만 정작 최대 경쟁 상대는 화웨이, 샤오미 등이 될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XR 관련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 글로벌 기업간 합종연횡과 기술 견제는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5일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XR 시장 규모는 2022년 293억달러(약 39조원)에서 2026년 1000억달러(약 133조원)로 연평균 36%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빅테크들과 동맹을 맺고 막바지 담금질에 한창이다. 삼성전자는 구글, 퀄컴 등과 함께 XR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일찍부터 모바일경험(MX) 사업부에서 관련 조직을 정비하고 역량을 키워왔다. 그동안 삼성 스마트폰을 통해 확인했던 '안드로이드 연합군' 기술이 XR기기로 확장되는 모습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르면 연내 차세대 제품의 밑그림을 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는 XR 신사업 가속화를 위해 메타와 협업을 본격화한다. 지난달 28일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방한 일정에 맞춰 본사에서 전략적 논의를 진행했다. LG전자는 TV 사업을 통해 축적하고 있는 콘텐츠·서비스, 플랫폼 역량에 메타의 플랫폼·생태계가 결합되면 XR 신사업의 차별화된 통합 생태계 조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가상공간 영역에서의 신사업 추진 가속화를 위해 HE(Home Entertainment)사업본부 내 본부 직속의 XR사업담당을 신설하기도 했다. 삼성·LG전자가 일단 목표로 삼은 기업은 애플이다. 애플이 지난해 내놓은 '비전 프로'는 현재 미국 등 선진시장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오지 못해 중고 제품이 웃돈을 주고 거래되고 있다. 스태티스타는 애플 비전프로 출하량이 올해 35만대, 내년 148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삼성·LG전자가 애플보다 중국 기업의 동향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화웨이·샤오미 등이 '저가 공세'에 나설 경우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조성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화웨이는 애플 비전 프로와 비슷한 레벨의 프리미엄 XR 헤드셋을 개발 중이다. 기술력을 최대한 집약하면서도 가격은 비전 프로의 절반 가량으로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샤오미는 선글라스 형태의 XR 기기를 만들고 있다. 틱톡 운영사인 바이트댄스 역시 2021년부터 XR 기기 사업을 하고 있다. 이들이 '저가 공세'를 펼쳐 XR 기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면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 기업들도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비전 프로에 도전장을 내미는 기업들은 이뿐만이 아니다. 일본 소니는 독일 지멘스와 함께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 2024'에서 산업용 XR 기기 '헤드마운트'를 선보였다.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4' 현장에서도 다수의 글로벌 통신·IT 업체들이 XR 기술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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