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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夏鬪 공포’에 휩싸여…강성노조 행보에 촉각

산업계가 '하투(夏鬪)' 공포에 떨고 있다. 주요 기업에 '강성 노조'가 출범한 가운데 올해 임금협상 과정에서 정년 연장 등 민감한 이슈들이 쟁점으로 떠오르면서다. 글로벌 관세전쟁, 주요국 선거 리스크 등 경영 관련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라 긴장감이 감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6년만에 노조가 파업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올해 임금협상에서 난항을 겪는 가운데 노조가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4일 전체 조합원(4만3160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4만1461명(투표율 96.06%)이 투표하고 3만8829명(재적 대비 89.97%, 투표자 대비 93.65%)이 찬성표를 던졌다. 중앙노동위원회 역시 올해 교섭에서 노사 양측 입장 차이가 크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린 상태다. 하투 성사 여부는 조만간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현대차 노조가 오는 27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파업 여부와 일정을 논의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회사는 기본급 10만1000원 인상, 경영성과금 350%+1450만원 등을 제안하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15만9000원 인상, 전년도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900%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어 격차가 큰 상황이다. 특히 현대차 노조는 별도 요구안으로 금요일 4시간 근무제 도입, 연령별 국민연금 수급과 연계한 정년 연장(최장 64세) 등을 원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고임금 저효율' 구조에 발목 잡힌 현대차가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 노사간 갈등이 지속되면 기아, 한국지엠 등 완성차 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기아 노조 역시 올해 강경한 자세로 교섭에 임한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한국지엠 노사는 기본급 인상 폭 등에서 이견이 커 의견을 조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선·철강 업계에도 전운이 감돈다. 금속노조가 중심이 돼 다음달 10일 1차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포스코, HD현대, 한화오션 등 개별 기업들도 각종 소송전과 여론전이 난무하며 협상과 별개로 노사간 날을 세우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의 경우 상견례부터 파행될 정도로 갈등의 골이 깊다. 한화오션은 노조 출범 후 첫 임단협이라는 점에서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조선·철강사들의 협상에서도 정년 연장이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HD현대 등 노조가 정년 만65세로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이 이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아보이기 때문이다. 동국제강이 최근 정년을 만 61세에서 62세로 높이기로 합의하면서 그 후폭풍이 어떤 방향으로 불지도 주목된다. 임금 협상을 재개하며 조용해진 듯했던 삼성 노조에서는 여러 가지 뇌관이 부상하는 모습이다. 삼성 초기업 노조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삼성디스플레이가 노사협의회 선거 규정과 선출 방식을 대폭 변경해 불법 선거를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교섭을 빠르게 매듭짓기 위해 현재의 자율교섭 대신 중노위의 조정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은 상태다. 그만큼 교섭 타결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노조가 더 강경한 태도로 돌변할 여지도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사측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지난 1월부터 교섭을 이어갔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 조합원 찬반투표 등을 거쳐 쟁의권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 파업을 선언했다. 노조는 지난 7일 파업 선언에 따른 첫 연가 투쟁을 실시했다. 지난 13일 노사 양측은 임금협상 파행 이후 2주 만에 대화를 재개했다. 산업계는 올해 임금협상 분위기가 예년과 크게 달라졌다는 점에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삼성 등 주요 기업에서 강성 노조가 출범하며 셈법이 복잡해졌다. 정년 연장, 주 4.5일제 도입 등 기존에는 깊이 있게 논의한 적 없는 안건들이 뇌관으로 떠올랐다.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관세전쟁이 벌어지고있고 미국 등 주요국에서 선거 이후 어떤 정책이 펼쳐질지 알기 힘들어 경영 관련 불확실성도 높는 상황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신동빈 장남 신유열, 日 롯데홀딩스 이사후보…신동주는 반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 미래성장실장(전무)이 일본 롯데홀딩스 사내 이사 후보에 올랐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일본 롯데홀딩스는 26일(현지시간) 도쿄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이사 선임 등의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신 전무는 지난 2020년 롯데홀딩스에 부장으로 입사했다. 사내 이사 후보로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 신동빈 회장과 '형제의 난'을 벌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은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신동주 회장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사회에 본인의 이사 선임과 신동빈 이사 해임, 이사의 결격사유를 신설하는 정관 변경의 건 등이 포함된 주주제안서와 사전 질의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질의서에는 롯데홀딩스 이사회의 역할 및 책임과 시가총액 감소에 따른 기업가치 훼손에 대한 책임, 한국 롯데그룹 재무 건전성 악화에 대한 책임 등 롯데그룹의 경영 악화에 대한 롯데홀딩스 이사회의 책임과 입장을 묻는 내용이 담겼다. 신동주 회장은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9차례 신동빈 회장의 해임과 자신의 이사직 복귀를 시도했으나 번번이 부결됐다. 이번이 10번째 시도다. 신동주 회장은 롯데홀딩스에 개인 지분 1.77%와 대표로 있는 광윤사 지분 28.14%를 들고 있다. 광윤사는 롯데홀딩스의 1대 주주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재계 불어오는 계열사 합병 바람···몸집 키워 경쟁력 높인다

재계 주요 기업들이 계열사간 합병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몸집을 키워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거나 이종간 결합을 통해 재무 부담을 더는 차원이다. 불과 2~3년전만 해도 유망한 사업 부문을 분할시켜 자금을 유치하는 게 유행했지만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오는 28~29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계열사별 사업 구조 조정 방향을 논의한다. 이미 사업 비효율로 부담이 가중되자 올해 초부터 다양한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체질 개선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이번 회의에서는 주력 계열사간 합병 등 굵직한 결정에 윤곽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이미 SK그룹을 둘러싼 수많은 '합병설'이 돌고 있다.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안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하나로 만드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석유화학·윤활유 등 석유 기반 에너지 사업을 하고 있다. SK E&S는 액화천연 가스(LNG)·수소·재생 에너지 분야 기업이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자산 총액 약 106조원의 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규모의 경제' 달성과 동시에 자금난을 겪고 있는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온에 대한 지원도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SK(주)가 가지고 있는 산업용 가스 부문 자회사들을 SK에코플랜트와 합병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종간 결합이긴 하지만 SK에코플랜트의 재무 건전성 회복을 위해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예상이다. SK온을 SK엔무브와 합병해 상장하거나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지분을 매각하는 것 등도 SK그룹 구조 조정안으로 재계에서 거론된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가능성을 최대한 열고 계열사간 합병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로 형성된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는 동시에 정몽구 명예회장의 주력사 지분을 정의선 회장이 효율적으로 승계하는 '복합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태다. 시장에서 주목하는 회사는 정 회장 지분율이 높은 현대글로비스(19.9%)다. 현대차그룹은 앞서 2018년 '지배회사 체제' 전환을 선언하면서 현대모비스 A/S 부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당시에는 합병 비율 문제로 주주들의 동의를 얻지 못했지만 현대글로비스가 그룹 차원 신사업을 적극 추진하며 존재감이 높아진 만큼 상황은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등에서 투자 부문을 분할·합병해 지주회사 또는 지배회사를 만드는 안도 증권가에서 얘기된다. 다만 이는 금산분리 규제 완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교통정리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진그룹 역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추진 중이다. 아시아나는 최근 화물 사업부를 에어인천에 매각하기로 협약을 체결했다. 각사 아래에 있는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주목된다. 이들이 '메가 LCC'로 거듭날 경우 출혈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통가에서도 계열사 합병 소식이 연일 들리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오는 9월1일 자회사 현대쇼핑과 소규모 합병을 진행한다. 현대홈쇼핑 자회사 현대퓨처넷은 현대아이티앤을 흡수한다. 신세계그룹은 다음달 1일자로 이마트가 자회사 이마트에브리데이를 품기로 했다. 동원F&B는 온라인 유통사업 부문 자회사인 동원디어푸드를 합병할 예정이다. 주요 기업들이 계열사간 합병을 추진하는 배경은 몸집을 키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미중 무역갈등, 중국을 중심으로 한 관세전쟁, 각종 전쟁과 글로벌 '선거 리스크' 등 경영 관련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인 만큼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체력을 기르는 작업으로 풀이된다. 최근 롯데그룹이 롯데웰푸드르 출범시키거나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포스코에너지를 흡수합병 사례 등도 비슷한 맥락의 결정으로 꼽힌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금리 인상으로 공격적인 투자 유치에 대한 부담이 커졌고 석유화학 등 일부는 업황 전망도 어둡다"며 “뭉쳐야 사는 경영 환경이 조성된 셈"이라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첨단 기술로 무장···車 산업 영향력 키우는 LG그룹

LG그룹이 '첨단 기술'을 앞세워 자동차 산업 내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신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전장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성과가 나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 부품 등 새로운 매출처도 계속 늘려가고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최근 전기차 전·후방 산업에서 존재감을 키워나가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조주완 최고경영자(CEO)가 2030년 매출 100조원 비전 달성을 위한 한 축으로 전기차 충전 사업을 지목했을 정도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1월 미국 텍사스 공장에서 전기차 충전기 생산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북미 1위 전기차 충전사업자 '차지포인트(ChargePoint)'와 협약을 맺었다. 협약을 통해 LG전자는 기존 고객 외 방대한 충전 인프라를 보유한 차지포인트를 고객사로 추가 확보하게 된다. 차지포인트는 미국과 캐나다 전역에 전기차 충전소를 운영하는 북미 최대 전기차 충전 사업자다. 북미 외 유럽 16개국과 인도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발산하고 있다. LG전자와 차지포인트의 협력은 새로운 충전 사업 기회 발굴에도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을 중심으로 한 이차전지 사업도 글로벌 최고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LG엔솔은 지난해 매출 기준 전세계 시장 점유율 16.4%를 기록했다. 중국 CATL(30.6%)에 이은 2위다. 중국 BYD(10.6%) 등이 추격하고 있긴 하지만 미국·유럽 등 선진 시장을 중심으로 수주를 계속 늘려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은 10위권 업체들의 비중이 전체의 94%에 달한다. 상위 5위 업체 비중도 78.4%에 달해 이른바 톱티어(top-tier)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이 압도적인 게 특징이다. LG엔솔은 미국 대선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관세 전쟁' 등 시장 동향 변화를 눈여겨보고 있는 상황이다. LG전자·LG이노텍·LG마그나 등의 전장사업은 이미 본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을 고객사로 연이어 확보하며 회사 영업이익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LG전자 VS사업본부는 지난해 133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출범 10년만에 매출액 1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LG그룹의 자동차 부품 사업을 하는 주요 계열사 최고 경영진들은 지난 3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본사를 찾아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LG는 벤츠 본사 뵈블링겐 공장 내 이노베르크 전시장에서 'LG 테크데이 2024'를 열고 프라이빗 부스를 마련해 벤츠 측에 전장 제품을 소개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번 테크쇼에는 △전기차 배터리 △오토매틱스 △전기차 구동 장치 △차량용 디스플레이 △차량용 헤드 램프 △레이다·라이다를 비롯한 차량용 센서 등 LG그룹의 전장 부품과 관련한 다양한 기술이 전시됐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2004년 메르세데스-벤츠와 차량용 디스플레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후 20년째 긴밀한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이밖에 LG전자의 차량용 조명 자회사 ZKW는 독일 레하우 오토모티브와 함께 조명·센서 등을 통합한 '지능형 차량 전면부'를 개발하고 있다. LG전자는 시장 내 영향력을 키우며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매출액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특히 전장 사업은 그간 확보해 온 수주 잔고가 점진적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는 추세다. 수주 잔고는 지난해 말 90조원대 중반에서 올 상반기 1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LG전자는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사업은 올해 차별화 제품을 확대하는 동시에 소프트웨어 역량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한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은 유럽과 아시아 시장 수주 확대를 통해 성장을 본격 가속화하고, 차량용 램프 자회사 ZKW는 차세대 제품 역량 확보와 사업 구조 효율화를 병행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최태원의 결단’ SK그룹 사업·지배구조 확 바꾼다

“모두 '해현경장(解弦更張)'의 자세로 우리 경영 시스템을 점검하고 다듬어 나갑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한 말이다. '해현경장'은 거문고 줄을 고쳐 맨다는 뜻이다. 한(漢)나라 사상가 동중서가 무제에게 '변화와 개혁'을 강조하며 올린 건의문에서 유래했다. SK그룹이 사업·지배구조를 확 바꾸고 과감하게 리더십을 교체하며 재정비에 나선다. 주요 계열사간 합병을 추진하고 비주력 사업은 정리하며 그룹 포트폴리오 조정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느슨해진 거문고는 줄을 풀어내 다시 팽팽하게 고쳐 매야 바른 음을 낼 수 있다"고 강조한 최 회장이 결단을 내린 모습이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오는 28∼29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사업 리밸런싱 방향을 논의한다. SK는 올해 초부터 다양한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계열사별로 사업 구조 조정에 착수했다. 시장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합병할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에너지를 중심으로 정유·석유화학·윤활유 등 석유 기반 에너지 사업을 하는 국내 최대 민간 에너지 기업이다. SK E&S는 액화 천연 가스(LNG)·수소·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업력을 쌓아왔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석유와 가스 등 화석 연료부터 신 재생 에너지에 이르는 자산 총액 약 106조원의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한다. SK그룹 입장에서는 '규모의 경제' 달성과 동시에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에 다양한 지원 방안을 모색할 수 있게 된다. 이외에도 SK온을 SK엔무브와 합병해 상장하거나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지분을 매각해 투자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 등이 SK그룹 구조 조정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이에 대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합병 등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공시했다. SK그룹은 작년 말 조직 개편에서 그간 SK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로 분산된 투자 기능을 SK㈜로 모두 이관해 중복 투자 기능 일원화 및 효율화에 나섰다. 같은 맥락에서 박성하 SK스퀘어 사장을 조기에 교체하고 리더십을 새롭게 다질 것이라는 관측이 재계에서 나온다. SK온에서도 성민석 최고사업책임자(CCO)가 보직 해임되는 등 재정비 작업이 한창이다. 실탄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SK㈜는 최근 베트남 마산그룹 지분 9%를 처분하는 풋옵션을 행사했다. 현재 매각 협상을 마무리 중이다. 베트남 빈그룹과도 지분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최대 1조원 이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SK네트웍스는 최근 이사회를 열어 자회사 SK렌터카의 지분 100%를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에 8200억원에 양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SK그룹의 고민은 주력 사업이 부진을 겪는 가운데 방만한 투자로 인한 사업 비효율과 재무 부담이 가중됐다는 점이다. 최근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 선점에 힘입어 실적 개선세를 타긴 했지만 배터리·석유화학 등 핵심 사업의 실적 부진도 길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 회장은 적극적으로 '현장 경영'을 펼치며 새로운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4월에 이어 최근 또 한번 미국 출장길에 올라 빅테크 기업들과 회동할 예정이다. 이번 출장에 유영상 SK텔레콤 사장·김주선 SK하이닉스 인공지능(AI) 인프라 담당 사장 등이 동행하는 만큼 미래 산업에 대한 구상을 주로 할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이 격화하는 AI·반도체 분야에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데에 시간과 자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정의선 매직’ 미래 신사업서 존재감 높이는 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수소, 전기차, 로봇 등 다양한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 전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여가고 있다. 글로벌 협의체를 이끌며 국제 표준을 주도하는가 하면 친환경 모빌리티 분야에서 최고 수준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본업에서 성과를 낸 뒤 이를 성장 산업에 재투자하는 '정의선 매직'이 발휘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협의체인 '수소위원회' 공동의장에 선임됐다. 지난 2019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 이어 두 번째다. 2017년 다보스포럼 기간 중 출범한 수소위원회는 수소에 대한 비전과 장기적인 포부를 가진 기업들이 모여 청정에너지 전환을 촉진하는 협의체다. 출범 당시 13개 회원사였던 수소위원회는 현재 20여개국 140개 기업들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사우디 아람코, 일본 토요타 등도 멤버사다. 장 사장은 기존 산지브 람바 린데 CEO와 함께 새로운 공동의장직을 수행하게 됐다. 위원회가 전세계 곳곳에서 펼쳐지는 수천가지 수소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는 만큼 장 사장은 앞으로 현대차가 국제 표준을 주도하도록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분야에서는 현대차·기아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아이오닉 5, EV6 등이 각종 '올해의 차'를 휩쓸며 상품성을 인정받은 가운데 최근에는 아이오닉 5 N이 고성능 모델 비교평가에서도 왕좌를 차지해 눈길을 끈다. 현대차 아이오닉 5 N은 최근 독일 '아우토 자이퉁'과 영국 '카 매거진'이 공동주관한 평가에서 '최고의 차'에 선정됐다 포르쉐 타이칸 터보 GT 바이작 패키지, 로터스 엘레트라 R, 피닌파리나 바티스타 니노 파리나, 루시드 에어드림 퍼포먼스 등을 누른 결과다. 라인업도 다양해지고 있다. 기아가 EV3를 국내 시장에 선보이며 보급형 전기차 판매에 시동을 건 가운데 현대차는 이르면 연내 아이오닉 9 등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밖에 로봇,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그룹 차원 역량을 모아 로봇 생태계를 조성하거나 슈퍼널 등 자회사 기술을 활용해 '하늘을 나는 차'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현대차그룹의 행보가 역대 최대 실적을 계속 갈아치우는 '정의선 매직'의 연장선이라고 본다. 정 회장이 수석부회장 시절부터 본업에서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새로운 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정책을 공격적으로 펼쳐왔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정 회장 진두지휘 아래 2013년 투싼 ix35 수소전기차 세계 최초 양산, 2018년 수소전기차 전용 모델 넥쏘 양산, 2020년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세계 최초 양산 등 수소 분야 리더십을 강화해왔다. 정 회장은 미래를 위해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를 지원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도 기존 연료전지 브랜드인 'HTWO'를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로 확장하겠다고 선언했다. 정 회장은 CES 미디어 콘퍼런스 당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소는 지금이 아닌 우리 후대를 위해 준비해 놓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사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전기차 부문 성과 역시 정 회장이 전용 플랫폼 개발을 일찍부터 주문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업계에서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경쟁사 대비 발 빠르게 'E-GMP' 플랫폼을 구축하고 아이오닉 5 등 전용 전기차를 선보이며 시장을 선점해왔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복합위기’ 극복 바쁜데···재계 덮친 ‘反기업 법안’ 리스크

글로벌 '복합위기' 극복에 바쁜 재계가 '반(反)기업 법안' 추진에 대한 부담도 떠안게 됐다.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가운데 이전 대비 더욱 강화된 '노조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수정·보완 등 재계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19일 정재계에 따르면 범야권은 최근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을 공동 발의했다. 21대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폐기된 법안이다.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쟁의행위 범위를 확대하며,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게 노란봉투법의 핵심이다. 해고·실업자 등 노조 활동을 제한하는 근거로 쓰이는 노조법 2조 4호 라목이 삭제됐다는 점 정도가 21대 국회에서 추진된 내용과 다르다. 기업에 더욱 불리한 방향으로 법안이 수정됐다는 뜻이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상법 개정 관련 논의에 물꼬를 튼 이후에 나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상법상 이사의 충실대상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고 특별배임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상법은 이사가 회사를 위해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업들이 대주주 이익을 우선시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유발됐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정부는 아직 상법 개정에 대해 입장을 정하지 않았지만 감독원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주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 명확하다"고 말했다. 재계는 당장 비상이 걸렸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전날 노란봉투법 발의 관련 입장문을 내고 “(노란봉투법은) 근로자·사용자·노동쟁의 개념을 무분별하게 확대함으로써 노사관계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시장 질서를 교란시켜 결국 기업경쟁력과 국가경쟁력에 커다란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총은 “금번 발의된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노동조합에 가입한 자는 근로자로 추정'하고 '근로자가 아닌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는 규정을 삭제했다"며 “이에 따르면 특수고용형태 종사자, 사용종속관계가 없는 전문직, 자영업자와 같은 사업자도 노동조합을 조직해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쟁의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자영업자의 담합행위도 노동조합법상 단체행동으로 보호받게 되는 등 시장 질서가 심각하게 교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상장기업 153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가 확대되면 '인수합병(M&A) 계획을 재검토하겠다'(44.4%)거나 '철회·취소하겠다'(8.5%)는 기업이 절반 이상(52.9%)에 달했다. 응답기업의 66.1%는 상법 개정 시 해당 기업은 물론 국내기업 전체의 M&A 모멘텀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했다. 기업들은 또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로 이사의 책임이 가중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송승혁 대한상의 금융산업팀장은 “기업들도 주주보호를 위한 많은 제도적 수단을 강구하고 있는 만큼 섣불리 규제를 강화해 경영의 불확실성을 확대시켜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에서 상법 개정안과 함께 배임죄 수정·폐지 등이 필요하다고 밝히긴 했지만 기업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반면 재계가 원하는 법안 추진은 요원하다. 이미 수개월째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를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거대 야당이 이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기업들 목소리가 반영되기는 힘들 전망이다. 재계는 글로벌 '선거의 해'를 맞아 각종 정책리스크도 걱정하고 있는 형국이다. 포퓰리즘 정책 등이 쏟아지는 가운데 반기업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공약도 연이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법인세율을 21%에서 28%로 올린다는 생각이다. 프랑스 좌파동맹 신민중전선(NFP)은 최저임금 14% 인상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기본 식료품 및 에너지 가격은 동결하겠다고 했다. 영국 노동당은 '횡재세' 도입을 예고했다. 전세계 시장에 재화를 수출하고 생산 거점을 마련해둔 우리 기업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배경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재계 ‘경영 고민’ 각양각색···활로 찾기 바쁘다

재계 주요 기업들이 '복합위기 시대' 각기 다른 고민을 하며 해법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활을 거는가 하면 '글로벌 관세전쟁', '소송 리스크' 등 변수에 대비하는 경우도 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부터 20일까지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사업부별 현황을 체크한다. 글로벌 전략회의는 매년 6·12월 열린다. 각 부문장 주재 아래 주요 경영진과 해외법인장 등이 참석한다. 회의를 통해 사업 부문·지역별로 현안을 공유하고 내년 사업 목표와 영업 전략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18일에는 모바일경험(MX) 사업부, 19일 생활가전(DA)·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 20일 전사 등 순으로 글로벌 전략협의회가 열린다. 사업부별 중점 추진전략과 지역별 목표달성 전략, CX·MDE(고객 중심 멀티 디바이스 경험) 활성화 전략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전영현 부회장이 부문장을 맡은 뒤 처음 열리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글로벌 판매전략회의는 오는 25일 화성사업장에서 열린다. 현장에는 핵심 인원 120여명이 참석한다. SK그룹 역시 오는 28~29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경영진이 참석하는 경영전략회의를 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이 총출동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기아는 매년 상·하반기 국내서 두차례 해외권역본부장 회의를 개최한다. 자율적 토론 방식으로 경영 현안을 논의하며 글로벌 전략을 수립한다. 올해 상반기 해외권역본부장 회의는 이르면 이달 말부터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다음달 중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을 열어 그룹의 경영 상황과 중장기 전략을 논의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주재해 주요 사업군의 지속 성장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포스코그룹은 장인화 회장이 '100일 현장 경영'을 끝낸 만큼 내실을 다지는 작업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예측된다. 장 회장은 이르면 다음달 초 임직원들과 타운홀 미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LG그룹은 지난달 초부터 2주간 구광모 회장 주재로 전략보고회를 열었다. LG전자와 LG이노텍 등 일부 계열사와 사업본부의 중장기 전략 방향을 점검했다. LG그룹은 매년 상반기에 미래 전략을 논의하는 전략보고회를, 하반기에는 경영실적과 다음 해 사업계획을 중심으로 고객 가치 제고와 사업 경쟁력 강화 전략 등을 논의하는 사업보고회를 개최하고 있다. 재계는 각 그룹사들이 각기 다른 '경영 고민'을 하는 와중에 최고경영진들이 머리를 맞댄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본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글로벌 리더십을 되찾는 작업에 열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사업에서 15조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영업적자를 냈다. 여기에 미래 먹거리로 분류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파운드리 등 사업에서는 원하는 만큼 존재감을 발산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반도체 부문은 수장을 교체했고, 이재용 회장은 전세계 곳곳을 누비며 우군을 확보하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SK그룹 역시 최근 리더십에 변화를 주는 등 사업 리밸런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최태원 회장의 이혼 소송 관련 리스크까지 불거져 뒤숭숭한 상황이다. 전날 최 회장 측이 2심 재판부 판결에 심각한 오류를 지적하며 분위기가 반전되긴 했지만 불확실성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한 상태다. 현대차그룹과 LG그룹은 전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통상 환경 변화라는 대변혁의 시기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간 이어져온 '관세전쟁'에 유럽연합(EU)이 끼어들며 상황이 복잡해진 만큼 계산기를 더욱 빠르게 두드리고 있다. 이들은 인도, 브라질 등 신흥 시장 내에서 영향력을 더 빠르게 확대한다는 목표도 세워뒀다. 포스코그룹은 해외 리튬사업 역량을 더욱 강화하는 등 체질개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유통·케미칼 등 주력 사업 내실을 다지고 바이오 등 신사업을 육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아버지가 다 키운 SK 받은 재벌 2세”...최태원, 노소영 이기기 위한 ‘주장 핵심’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이혼 소송에서 SK 선대 회장과 현 회장 간 '업적' 격차가 핵심으로 떠올랐다. 최 회장 측이 SK㈜로 합병된 SK C&C(전 대한텔레콤) 과거 주식 가치 산정에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1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SK C&C는 1991년 유공과 선경건설이 통신사업 진출을 위해 교두보 확보 차원에서 만든 회사다. 당시 이름은 대한텔레콤이었다. 최태원 회장은 1994년 선친인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증여받은 2억 8000만원으로 대한텔레콤 주식 70만주를 주당 400원에 매수했다. 이때는 SK그룹이 우여곡절 끝에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인수에 성공한 이듬해였고, 대한텔레콤 누적 적자는 수십억원 이상이었다. 대한텔레콤은 1998년 SK C&C로 이름을 바꿨다. 이후 SK C&C는 SK텔레콤을 비롯한 계열사들 전산 아웃소싱이나 시스템 통합 업무 계약 등 용역에 힘입어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SK그룹은 최 회장이 4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한 SK C&C를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순환출자구조로 돼 있었다. SK C&C가 법적 지주회사인 SK㈜를 장악하고, SK㈜는 주요 계열사인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를 지배하며,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는 다시 SK C&C 지분을 가지는 구조다. 최 회장→SK C&C→SK㈜→SK텔레콤·SK네트웍스→SK C&C로 이어지는 구조였던 셈이다. SK그룹은 2009년 SK C&C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며 계열사간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지주회사 체제 구축에 나섰다. 다만 SK C&C가 지주사인 SK㈜를 지배하고, SK㈜는 여러 계열사를 지배하는 '옥상옥' 구조에 대한 지적도 잇따랐다. 그러자 SK는 2015년 SK C&C와 SK㈜를 합병하며 일원화된 사업형 지주회사 체제를 갖췄다. 당시 합병은 SK C&C가 SK㈜를 1대 0.737 비율로 흡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사명은 SK 브랜드 상징성과 그룹 정체성 유지 차원에서 SK㈜를 쓰기로 했다. 현재 SK C&C는 SK㈜ 사내 독립 기업(CIC) 형태로 돼 있다. 현재 최 회장은 3월 말 기준으로 지분 17.73%를 보유한 SK㈜를 통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쟁점은 SK C&C가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는 과정에서 선대회장이 별세하면서, 그룹을 물려받은 최태원 회장이 기여한 분을 계산해야 하는 데 있다. 최태원 회장 측은 재판부가 선대회장 사망 전후 회사 성장률을 잘못 판단해, 선대 회장이 성장에 기여한 부분까지 최태원 회장 기여분으로 봤다는 입장이다. 이로 인해 재판부가 최 회장이 '자수성가한 재벌 2세'라는 모순에 빠지게 됐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애초 판결문에서 대한텔레콤 가치를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에는 주당 3만 5650원으로 계산했다. 이에 따라 1994∼1998년 선대회장 별세까지와 별세 이후 2009년까지 가치 증가분을 비교해 선대회장과 최태원 회장 회사 가치 상승 기여를 12.5배와 355배로 판단했다. 선대회장이 12.5배 성장시킨 회사를 최태원 회장은 355배 성장시켰다는 뜻이다. 그러나 최 회장 측에 따르면 SK C&C 주당 가치는 선대회장 시절인 1994∼1998년 8원에서 1000원으로 125배 성장했다. 반면 최태원 회장 시절인 1998∼2009년에는 1000원에서 3만 5650원으로 35.5배 성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이 주장을 받아들여 이례적으로 오류를 수정했다. 다만 1조 40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의 재산을 분할하라는 주문은 바꾸지 않았다. 이에 최태원 회장은 전날 직접 회견에 나서 “(재산 분할 관련) 오류는 주식이 분할 대상이 되는지, 얼마나 돼야 하는지에 대한 전제에 속하는 아주 치명적이고 큰 오류라고 들었다"며 상고 결심을 전했다. 이어 “부디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이 있기를 바라고, 이를 바로잡아주셨으면 하는 간곡한 바람"이라며 “앞으로 이런 판결과 관계없이 제 맡은 바 소명인 경영 활동을 좀 더 충실히 잘해서 국가 경제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 측은 전날 회견에서 당시 주요 SI 3사 매출 증가율을 제시하기도 했다. 대한텔레콤의 경우 선대회장 시절 연평균 158.3% 성장해 LG CNS(30.4%)와 삼성SDS(27.9%) 대비 급격한 성장을 보였다. 반면 선대회장 별세 이후인 1999년∼2015년에는 대한텔레콤 11.4%, LG CNS 9.6%, 삼성SDS 8.5%로 비슷한 수준이다. 결국 선대회장은 업계에서 두드러진 경영 성과를 낸 반면, 최태원 회장 성과는 전체적인 업계 분위기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주장으로 보인다. 안효건 기자 hg3to8@ekn.kr

재계 “기술이 미래” 美 실리콘밸리 향한다

웨이모 자율주행 택시가 도심을 누빈다. 이용자들은 익숙한 듯 운전자가 없는 차에 타고 내린다. 애플, 삼성 등 글로벌 기업들이 오프라인 거점을 마련해 첨단 제품들을 고객들에게 홍보한다. 각종 로봇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 시작점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도심 지역 풍경이다. 재계 주요 기업들이 '혁신의 요람' 실리콘밸리로 향하고 있다. 총수가 직접 출장길에 올라 '현장 경영'을 펼치거나 기술·투자설명회 등을 개최하고 있다. '기술이 미래'라는 판단 아래 빅테크들과 협력을 도모하거나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2주간 펼쳐진 미국 출장 당시 상당 시간을 실리콘밸리에 머물렀다.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간)에는 팔로 알토 지역에 위치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의 자택으로 초청받아 단독 미팅을 가졌다. 지난 2월 저커버그 CEO가 방한했을 당시 삼성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회동한 지 4개월 만이다. 이 회장과 저커버그 CEO는 이번 미팅에서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미래 산업과 소프트웨어(SW)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두 사람은 2011년 저커버그 CEO 자택에서 처음 만난 이후로 현재까지 8번 미팅을 가질 정도로 가깝게 지내고 있다. 이 회장은 또 지난 10일 새너제이에 위치한 삼성전자 DSA에서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사장 겸 CEO를 만났다. 이들은 AI 반도체와 차세대 통신칩 등 미래 반도체 시장에서의 협력 확대 방안을 얘기했다. 퀄컴은 삼성 모바일 제품에 최첨단 스냅드래곤 플랫폼을 탑재했다. 최근에는 AI PC와 모바일 플랫폼으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 4월 실리콘밸리를 찾아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만났다. 재계에서는 두 사람이 이번 회동을 통해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와 SK텔레콤의 AI 사업 등과 관련한 시너지 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역시 이르면 이달 중 실리콘밸리 방문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수 뿐 아니라 우리 기업들도 현지에서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4'를 12일 실리콘밸리에서 열었다. 회사는 파운드리, 메모리, 어드밴스드 패키징(AVP·첨단 조립)을 모두 갖춘 종합반도체기업(IDM)의 강점을 살린 '원스톱 서비스' 강화를 선언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달 '기술 우군 확보' 차원에서 '제3회 모비스 모빌리티 데이'를 개최했다. 모비스 모빌리티 데이는 현대모비스 북미 오픈이노베이션 투자 거점인 모비스 벤처스 실리콘밸리(MVSV)가 주관해 매년 개최하는 투자 설명회다. 이날 행사에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관계자를 비롯해 학계와 업계 투자자, 글로벌 완성차 현지 투자 담당자 등 250여명이 참석했다. 현대모비스는 참석자들에게 전동화 차량 플랫폼에 최적화된 제동, 조향 등 샤시 부품 기술력을 선보이고 배터리 시스템, PE시스템(동력전달 시스템) 등 전동화 핵심 부품 포트폴리오를 소개했다. 재계 주요 기업들의 이 같은 행보는 실리콘밸리가 AI 시대에 접어들며 다시 주목받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산호세까지 이르는 해당 지역에는 애플, 구글, 메타, 엔비디아, X 등 본사가 몰려있다. 이들은 반도체부터 전자기기에 이르기까지 'AI 혁명'을 주도하며 전세계 기업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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