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EE칼럼] 항공기·선박·군 장비 탄소중립 해법은 ‘인공석유’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중립을 위해 전기화가 급속히 이루어지고 있다. 전기는 풍력, 태양광, 원자력과 같은 무탄소 전원을 이용해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종에너지 소비량 중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0년 14%에서 2021년엔 21%로 늘었다. 전기는 모자라도 안 되고 남아도 안 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아 전기 생산량이 소비량보다 많은 시간대에는 남는 전기를 저장할 곳이 필요하다. 배터리나 양수 발전소를 이용하면 좋지만 비용과 입지가 문제다. 전기화에 따라 전력망도 대폭 확대해야 하는데 수용성과 비용 문제 로 많은 국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업이나 건물부문에서는 전기를 이용해 공장을 가동하거나 냉난방을 하기가 쉽다. 반면 수송부문은 전기화가 어렵다. 2021년 수송부문의 전기 소비량 비중이 0.9%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이를 잘 보여준다. 수송부문은 우리나라 최종에너지 소비량의 17%를 차지하고 있어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수송부문의 저탄소화 역시 중요하다. 섹터 커플링(sector coupling)을 통해 수송부문의 저탄소화를 실현할 수 있다. 섹터 커플링은 발전, 난방, 수송 등의 여러 부문을 연결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전기가 저장이 어렵다는 특성과 수송부문의 저탄소화를 위해서 전기차와 더불어 수소를 섹터 커플링의 중간고리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현재 수소 저장 기술은 부피당 에너지가 높지 않아 효율적인 저장과 운송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에너지 저장 밀도를 높이기 위해 고압 압축 또는 극저온 액화 방식이 사용되고 있다. 수소를 이용해 암모니아나 각종 탄화수소계 연료를 합성할 수도 있는 데 이를 e-Fuel이라 부른다. e-Fuel은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해 생산한 그린수소(H2)와 공기 중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CO2)로 만든 인공석유다. e-Fuel은 연소할 때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만, 제조할 때 이산화탄소를 활용하기 때문에 전 과정 평가 관점으로 보면 탄소가 재순환된다. e-Fuel을 탄소중립연료라고 부르는 이유이다.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추진하던 EU는 e-Fuel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예외로 인정하기로 했다. 자동차산업 강국인 독일의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e-Fuel의 제조 기술 가운데 이미 상용화된 ‘피셔-트롭쉬(Fischer-Tropsch) 합성법’은 1926년 독일의 화학자 피셔와 트롭쉬가 석탄가스화에 의한 합성가스를 이용해 휘발유, 경유 등과 유사한 인공석유를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한데서 시작됐다. 독일은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후 석유 수입이 막혔다. 석탄이 풍부한 독일은 석탄석유화 공장 25곳에서 하루 12만 배럴이 넘는 인공석유를 만들면서 버텼다. 당시 독일 항공 휘발유의 92% 이상과 전체 석유의 절반을 인공석유 공장에서 생산했다. 1944년 말부터 1945년 초에 연합군이 독일의 인공석유 공장에 집중적인 폭격을 가하기 시작하자 독일의 전쟁 기계 전체가 멈춰 섰다. 휘발유 부족은 전쟁의 종식을 의미했다. 전쟁이 끝나면서 이 기술은 잊혀지는 듯했다. 그러나 남아프리카공화국이 1950년대부터 악명 높은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를 실시하면서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자, 남아공 정부는 인공석유 생산을 위해 화학회사 사솔(Sasol)을 전폭 지원해 피셔-트롭쉬 공정을 개선했다. 사솔은 하루 16만5000 배럴의 생산용량을 갖춘 인공석유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석탄 매장량이 많지만 석유는 거의 없는 남아공에서 석탄을 사용해 남아공 석유 수요의 약 40%를 충당하고 있다.우리나라에도 이 연료가 들어온 적이 있다. 2002년 남아공 사솔사의 제품을 수입한 것이다. 바로 ‘슈퍼세녹스’다. 석탄액화연료는 대체에너지법에 대체에너지로 규정돼 있어서, 수입사는 교통세가 면제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정부는 관련 법규를 개정해 휘발유와 같은 세금을 부과했다. 법 개정으로 인해 당시 휘발유보다 비싸져 가격 경쟁력을 상실했다. 사솔의 방식은 석탄으로 인공석유를 만드는 것인데, 이 공정을 개조한 제조법이 석탄의 탄소 대신 공기 중에서 포집한 탄소를, 물을 전기분해해 생산한 수소와 결합시킨 e-Fuel이다. 액체 상태의 e-Fuel은 기존 석유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어 수송부문의 전동화에 필요한 인프라 투자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대규모 수전해와 탄소 포집 설비가 충분하지 않고, 가격 경쟁력이 화석연료에 비해 떨어진다는 점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삼면이 바다인 데다 북으로 막혀 있는 지정학적 여건 때문에 우리나라는 수출입을 해운과 항공물류에 의존하고 있으며, 북한과의 관계 때문에 충분한 국방력을 유지해야 한다. 2050년 이후에도 전기화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항공기, 선박, 군용차(트럭·장갑차 등)의 탄소중립을 위해 e-Fuel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탄소중립 시대의 에너지 시스템은 각국의 상황과 지리적 위치 등에 따라 다양한 체제가 공존할 것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e-Fuel과 같은 에너지원을 포함해 다각적이고 광범위한 에너지 포트폴리오를 짜고 여기에 필요한 기술개발과 실용화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박성우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장

[EE칼럼] 무탄소에너지 정책, 기업에게 또 다른 짐 아닌가

지난달 19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에서 CFE(Carbon Free Energy·무탄소에너지)를 ‘범 정부적 아젠다’를 설정하고 ‘국제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국내에서는 부족한 재생에너지 잠재량을 고려해서 마찬가지로 저탄소 전원인 원자력과 수소를 추가한다는 취지는 좋다. 하지만 국제사회 혹은 공급망 사슬의 최정점에 있는 재생에너지 주도자들로 만들어진 해외 대기업들이 이미 만들어진 RE100 네트워크에 CFE라는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인정해줄지 걱정이다. CFE로 국제연대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것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 함께 가자는 ‘일대일로(一帶一路)’처럼 CFE도 개발도상국에게는 억지주장스럽다. 정부의 CFE 계획안 마지막에 보면 공적개발원조(ODA) 확대가 따라 붙는거 보니, 아무도 호응 안할 CFE를 위해 개도국들의 지지 한마디 받기 위한 반대급부가 두렵다. 한국형 원전과 수소 인프라라도 지어줄 생각일까. 세일즈 외교에서 상대국에 ‘무탄소(CF) 연합’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동참을 이끌어내는 것도 공짜는 아닐 것이다. 사실 재생에너지의 활용을 주 목적으로 하는 RE100과 온실가스 자체의 전방위적 감축을 목표로 하는 CFE는 서로 다른 결을 가진 제도다. 물론 둘다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큰 공통분모가 있지만 말이다. 엄밀히 말해서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보는 별개의 문제로 봐야 한다. 한국에서도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가 존재하고 있음에도 재생에너지의 비중 자체를 더 늘리기 위해 위해 신재생에너지의무화 제도를 따로 두고 있다. 그럼 태양광 발전소를 세워서 재생에너지도 늘리고 온실가스도 감축해 사업성을 확보하는 일거양득을 사업자들이 취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예컨대 태양광을 이용해 재생에너지 발전 실적을 취득하면 이를 만약 신재생에너지의무화 제도의 충족에 사용하고 나면, 이로부터 발생된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배출권거래제에서 따로 수익화 하는 것이 원천 차단돼 있다. 두 제도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유사 제도들을 가진 국가들도 마찬가지로, 과거에 이런 제도에 대한 철학과 목적을 가지고 출범했음에도 세월이 지나면서 당국자들도 업무파악이 안되다 보니 이를 자꾸 섞어서 운영하려는 생각들을 하게 된다. CFE를 들고 나온 것도 근본적으로는 이러한 제도에 대한 개념과 배경의 혼동이 자리잡고 있다고 본다.그냥 CFE 혹은 CF100으로 별도로 슬로건을 내걸든, 아니면 따로 원자력· 수소·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전원 활용을 개별적으로 운영하든, 실질적으론 큰 차이가 없다. RE100이란 ‘골문’은 너무 멀어 보이는데 재생에너지 발전 실적의 가격은 높아져만 가고 원전은 늘리기가 쉽지 않으며 수소는 단가가 안맞으니 CFE라는 새로운 ‘골문’을 만든 것이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CFE가 목표로 하는 온실가스 감축과는 별도로 재생에너지 확보를 주 목표로 하는 RE100에 대한 대체개념으로는 수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마치 서로 사이즈가 다른 볼트와 너트처럼 호환이 불가능하다. RE100이 재생에너지를 저렴한 값에 확보할 수 있는 일부 선진국들의 신종 무역장벽이든, 뭐든 그 목적이 어떻든 간에 재생에너지 확대 자체를 목적으로 출범한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우리가 CFE를 들이밀어 봐야 인정해 주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기후변화 대응 정책으로서의 무탄소 전원은 별개로 키워 나가면 된다. 싼 값으로 할 수만 있다면,안정적으로 원전을 운영하고 수소경제를 이룩해 극적인 온실가스 감축에 성공하는 한국을 국제사회는 인정해줄 것이다. 다만 이미 국제 공급망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RE100 조건과는 별개로 돌아갈 것이다.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E칼럼] RE100 기업 도와주겠다며 헛다리 짚은 정부

신동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이사 RE100은 민간단체인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와 ‘더 클라이미트 그룹’ 주도로 2014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기업들의 자발적 탄소감축 운동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로 사용하겠다는 약속이다. 구글,애플과 같은 IT업체는 물론 GM등 제조업체, 코카콜라와 레고 같은 소비재 업체까지 현재 380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이 참여했으며 이들 중 30개 이상의 기업이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고 있다. 참여 기업들의 평균 RE100 달성 목표 연도는 2030년이며 2050년을 넘지 않아야 참가 자격이 주어진다. 그런데 민간의 기후변화 대응 활동이 어떻게 한국 경제에서 키워드가 됐을까? RE100 참여 기업들은 자신들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부품이나 소재 업체에게도 RE100을 요구한다. 이들에게 부품을 납품하는 기업은 생산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전기를 사용했다는 증빙을 첨부해야 한다. 수출 주도형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나라 많은 기업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지 이미 오래이다. 스웨덴의 볼보나 독일의 BMW에 납품하는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이를 충족하지 못해 최종 계약 단계에서 무산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중국에 현지 공장을 가지고 있는 기업의 경우 재생에너지 전기 조달이 가능하다. 하지만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내건 삼성전자도 국내 공장을 제대로 가동하려면 국내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 전기가 뒷받침해주어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예산을 사정 없이 잘라버린 정부지만 국내 기업의 생산시설 이탈은 막아야 할 상황이다. 그래서 나온 대책 중 하나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의 ‘국가REC(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 거래’와 ‘REC 상한제’ 도입을 위한 행정지침 개정이다. 산업부는 지난 10월 20일 RE100 달성이 시급한 국내 기업들의 REC 조달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 및 연료 혼합의무화제도 관리·운영지침’ 개정을 공고했다. 그동안 시장에 풀지 않았던 국가 대상으로 발급되는 REC를 거래하기 위한 준비다. 그런데 진단을 잘못해 오답을 낸 안타까운 사례가 됐다. 2012년 신재생에너지로 발전한 전력에 대해 REC를 발급하기 시작한 이래 REC 가격은 크게 변동해왔다. 2013년 1월 15만7806원으로 시작한 REC 가격은 2018년 연평균 9만5781원으로 떨어졌고 2021년에는 3만6523원으로 최저치를 찍었다. 이후 지난해 5만6478원으로 상승 전환해 올해들어 이달 2일 현재 REC 현물가격은 RPS시장 7만6600원, K-RE100시장 7만3324원이다. 본래 REC는 한국전력에서 매입하는 전력가격(SMP)으로는 생산비 보전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공급의무를 가진 대형 발전사에 REC를 판매해 수지를 맞추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그런데 2017년부터 의무발전사의 공급의무량보다 REC 발급량이 많아져 가격이 내려간 것이다. 2021년 최저 2만원 대까지 떨어져 수익 악화로 고전하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이 대책 마련을 요구하자 산업부는 기준가격의무매입제(FIT)에 비해 시장의 자율 조정에 따르고자 RPS를 시행하는 것이므로 개입할 수 없다며 딱 잘라 거부했다. 그러나 지난해 들어 상황이 변했다. 여전히 공급의무량에 비해 REC 발급량이 많은데도 REC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유일한 구매자 그룹이던 공급의무발전사 외에도 국내 RE100 참여기업과 글로벌 기업에 납품하는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기 사용을 증명하기 위해 REC를 구매하기 시작하면서다. 그리고 그 수요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되자 산업부가 내놓은 대책이라는 게 국가REC를 판매해 가격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아예 상한제까지 도입해 가격을 묶겠다니,그동안 시장경제를 내세우던 산업부의 태도는 어디로 갔는지 의문이다. 국내 RE100 관련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기 사용을 증빙하는 방법은 재생에너지발전사업자에게서 REC를 매입하거나, 한전에 프리미엄 가격을 지불하고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는 방법 등 2가지다. 후자의 경우 한전은 재생에너지 전기를 더 비싼 값으로 팔 수 있으니 재생에너지 지원 비용을 일부 회수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2022년 기준으로 국내 RE100 기업들의 합계 사용 전력량은 5만6338GWh로 서울시의 연간 총 전력사용량(4만8789GWh)보다 많다. 삼성전자만 해도 연 2만1731GWh를 사용하여 부산시(2만1493GWh)보다 많이 쓴다. 같은 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모두 4만7266GWh에 불과했다. RE100 참여 기업들은 2030년까지 사용 전력의 60%, 2040년까지 90%, 2050년에는 전량 재생에너지 전기만을 사용해야 한다.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전력 수요는 점점 늘어나는데 국내에서 공급하는 양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지난해부터 REC 가격이 오르는 배경이다. 그렇다면 대책은 당연히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늘리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은 여전히 억제 일변도다. 이번 조치도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의 손익분기점을 어렵게 해 민간 투자 의욕을 꺾고 있다. 이번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은 지난해 신규 태양광발전 설비 감소로 그 효과를 입증했다. 정부가 진정으로 RE100 기업을 돕고 싶다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쥐어짜기가 아니라 획기적인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내놓기를 바란다.신동한 신동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이사

[EE칼럼] 산업계,값싼 에너지에 안주할 때 아니다

2014년 파리협약과 더불어 글로벌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노력이 시작된 지도 10년 가까이 됐다. 이제 RE-100이나 EGS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온실가스 감축은 기업생존의 주요 요소로 간주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제조업 비중이 높고 에너지 다소비 기업이 많은 환경에서는 온실가스 대응 문제가 더욱 중요한 과제다. 국제적인 온실가스 감축 규제나 자발적 노력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앞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에 봉착하는 것은 물론 기업의 생존도 위협받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도 이런 점을 인식하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접근 방식이나 정책수단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나아가 열악한 환경에서 현재의 방식이 지속가능할지도 의문이다. 미국, 유럽, 일본의 주요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RE100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강구해 오고 있다. 지금까지 세계 400개 이상의 기업이 RE100에 가입했으며 이 가운데 100여개 정도가 소요전력의 90%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4∼5년 전에 제품 생산과 유통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쓰고 있다. 독일의 BMW는 80% 이상, 미국 GM은 24%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며 적극적으로 RE100에 동참하는 등 에너지를 많이 쓰는 제조업체로 확산되는 추세다. 지난 한해에만 56개의 기업이 RE100에 새로 가입한 가운데 아마존은 현재까지 25GW의 전력구입계약(PPA)을 발표하는 등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RE100 확산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우리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은 아직도 매우 낮다.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유리한 환경인데도 재생에너지 구입에 추가비용 지불하려는 의지는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일부 기업이 자체 전력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대규모 발전소를 짓고자 하지만 이 또한 많은 부분을 외부에서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현실이다. 산업이 국가경제에 기여하기 때문에 인프라의 관점에서 에너지 공급에 필요한 지원이 필요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기업이라는 시각에서 보면 아직도 미국이나 유럽의 기업에 비해 에너지분야에서 우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글로벌 RE100 가입 기업은 지난해 기준 27개로 2020년 이후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이와는 별개로 시행중인 한국형 RE100 즉, K-RE100에 가입한 기업은 214개이고 이 중 제조업종이 38%를 차지한다. 이들 참여기업 중 80%가 이행수단을 통해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행물량도 약 5GWh를 넘어섰다. 그러나 이행량의 대부분이 한전으로부터 구입한 물량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 방식은 참여기업이 에너지 구입시 kWh당 10원 정도 추가요금을 부담하는 일종의 ‘녹색요금’ 방식으로, 실제 전력회사가 구입한 재생에너지비용의 일부만을 부담하는 형태다. 실질적인 RE100 이행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에 비해 글로벌 기업들은 녹색요금제와 더불어 대체로 자체발전분을 제외하면 재생에너지발전사(IPP)와 직접 또는 가상 PPA로 조달하거나 IPP로부터 인증서만 별도 구입하는 방식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우리 기업도 RE100 확대를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조달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국내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자체조달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따로 재생에너지발전설비를 건설운영하지 않으면, 기껏해야 오피스나 공장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정도다. 이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지만 현재의 여건은 그리 녹녹치 않다. 최근 재생에너지 보급이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절대량은 많지 않고, 이마저 대부분 태양광이어서 앞으로 공급량을 획기적으로 늘리기도 쉽지 않다. 해상풍력과 같은 대규모 재생에너지발전단지을 개발하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현재의 재생에너지 공급방식 또한 기업의 직접 조달을 어렵게 한다. 글로벌기업의 경우 100%를 충당한 기업도 자체공급 즉, 자가발전의 비중은 많아야 20%에 그친다. 결국 대부분을 외부에서 구입하여 해결할 수 밖에 없다. 가장 일반적이 구입방법은 재생에너지 IPP로부터 사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사업자는 전력시장에서의 도매가격(SMP)과 재생에너지인증서(REC) 판매를 통해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구조다. RE100으로 팔고자 하는 유인이 발생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현재의 RPS의 이행방식이나 가격결정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이행하기 어렵다. 지금과 같은 RPS 일변도의 재생에너지 보급정책으로는 높은 추가비용을 부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제 재생에너지도 다양한 공급과 조달방식을 통해 시장의 유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앞으로 분산에너지특별법이 시행되면, 지역을 중심으로 신재생 분산에너지 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통해 기업의 온실가스감축으로 연결된다면 신규투자도 활성화는 물론 기업의 참여를 통해 재생에너지 공급비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온실가스를 줄이면서 공급비용도 낮춰 RE100이행비중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전력회사도 망 사용료나 부대비용을 줄여줌으로써 이행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 기업들도 낮은 에너지비용에만 안주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에너지비용을 지불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눈앞에 다가온 기술규제와 국가 온실가스감축에 산업체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이창호 가천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과 교수

[EE칼럼] SK이노베이션의 해상유전 성공이 주목받는 이유

지난달 초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중동의 위기가 확산 조짐을 보이자 다들 반세기 전인 1970~1980년대 중동전 당시의 석유파동 상황을 거론하며 국제유가가 치솟고 물가가 오르며 경제가 나빠질 것이라고 호들갑이다. 한국은행까지 나서서 시나리오 분석을 하며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런데 그 시절에 우리나라가 중동발 1·2차 석유파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시행한 정책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시 석유파동 극복을 위해 정부가 내놓은 처방전은 바로 국내 석탄 증산 정책이다.정부의 석탄 증산 정책 덕택에 한때 우리나라의 석탄 생산량은 국내 에너지소비의 50% 이상을 감당했다. 석탄은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까지도 국내 가정용 난방연료의 80%를 차지할 만큼 대표적인 에너지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1987년 국제유가 하락과 더불어 국내 석탄산업은 전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대부분 도시가스 산업으로 전환했다. 이제 대한석탄공사가 운영하는 마지막 남은 국내 대규모 탄광인 장성광업소가 내년 에 문을 닫는다고 한다.지난 50여 년간 세계 에너지산업은 크게 변했다. 21세기 초반에는 미국의 셰일가스와 셰일오일 산업이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자본투자 못지 않게 기술개발투자에 집중한 덕분에 미국은 에너지수출국이 됐고, 에너지산업의 혁신에 성공했다. 유럽은 에너지절약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집중하면서 재생에너지와 청정에너지 분야 전문기업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첨단 IT기술과 빅데이터를 동원해 건물과 공장의 에너지 효율화를 주도하는 회사들이 앞서가고 있다. 최근에는 전통적으로는 에너지산업이 아니었지만 전기자동차와 배터리 산업이 새로운 에너지산업 혁신을 주도하는 강자로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에너지산업은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에너지산업은 변화와 혁신 면에서 한참 뒤처져 있다. 2010년 국제유가의 급상승과 함께 일어난 우리나라의 해외자원개발 붐은 공기업 위주로 진행되면서 국제 경쟁력 확보에 실패했다. 가뜩이나 공기업 주도로 해외자원 개발이 진행되다 보니 시장의 변화에 대한 뒤늦은 대응과 느린 혁신 속도로 인해 모두 부실사업으로 전락하며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세상에 나가서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해 더 많이 벌어오게 하는 정책 대신, 국내 기업의 비용을 절감시키는 역할에만 그치는 정책이 이어지며 에너지 공기업들은 수십, 수백조원 단위의 빚더미에 올라 있다. 이러는 사이에 중국의 CNOOC등 에너지공기업은 세계 굴지의 규모와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국영회사로 성장했다. 중동의 위기가 발생하던 지난 9월 말 국내 대표 에너지기업인 SK이노베이션은 남중국해의 해상유전에서 원유생산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2015년 광구권 확보 이후 8년간 노력한 결과로 국내 민간기업이 광구 운영권을 가지고 자체 기술력을 통해 초기 탐사부터 원유 생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성공시킨 첫 사례다.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했기에 가능한 멋진 성공 사례이다. 아직 희망은 있다.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진 우량한 에너지 기업이 한국에 많이 생긴다면, 중동사태로 물가는 오를지 모르나 경제 발전에는 크게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국제유가가 오를수록 더 많은 매출이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경쟁력 갖춘 우량 에너지기업이 에너지독립을 이끄는 셈이다. 따라서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에너지산업 역시 공기업이든, 민간기업이든 국제경쟁력의 확보가 최우선이다. 정부의 적극적이며 전폭적인 에너지산업 육성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EE칼럼] 편집된 인용, 오도된 진실

1986년 영국 가디언지는 30초짜리 짧은 ‘관점’ 광고를 TV와 영화에 내 보냈다. 첫 번째 관점은 한 남자가 차를 피해 도망치는 듯한 장면이고, 두 번째 관점은 차를 피해 도망치는 줄 알았던 남자가 양복차림 남자의 서류가방을 탈취하려는 듯한 장면이며, 세 번째 관점은 차로부터 도망치며 가방을 탈취하려고 하는 듯한 남자가 양복차림 남자를 잡아채서 떨어지는 건축자재를 피하게 하는 장면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장면만 봤다면 남자를 누군가에 쫓기는 강도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세 번째 장면까지 전부 봤다면 남자가 떨어지는 건축자재를 발견하고 양복 입은 남자를 구한 착한 사람임을 비로소 알게 된다. 어떤 일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관점에 따라 달라지므로 사실을 제대로 알려면 전체를 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이다. 이 광고는 대성공을 거둬 가디언지가 다른 언론 매체에 비해 진실을 보도한다는 인식을 크게 높였다. 오늘날에도 언론의 진실 보도를 촉구하는 소재로 자주 인용된다. 요즘 ‘악마의 편집’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지난 20대 대선 선거일 직전 윤석열 대통령은 상대 후보로부터 ‘대장동 몸통’이라는 거센 공격을 받았다. 아마도 유권자의 막판 표심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대선 일년 반이 지나 ‘윤석열 커피’ 보도는 의도적으로 편집된 것이었다는 정황과 증언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관련 보도를 했던 유력 보도매체는 "보도에 누락, 왜곡이 있었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만들어진 진실」의 저자 헥터 더글라스는 오도자를 "잘못된 현실 인식을 만들어낼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그런 내용의 경합하는 진실을 적시하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관련 인터뷰 내용을 선택적으로 편집, 보도한 기자는 오도자이다. 이런 종류의 사건은 에너지분야에도 종종 발견된다. 팩트 체크를 가장해 잘못된 정보가 보도되기도 한다. 얼마 전 한 경제지는 슈뢰더 전 독일총리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기사의 제목은 ‘獨, 섣부른 탈원전으로 경쟁력 추락’이었다. 유사한 내용이 국내외 언론에서 자주 다뤄지긴 했지만 유독 이 매체가 대상이 됐다. ‘뉴스의 이면, 팩트 너머의 진실’을 표방하는 언론비평지(신문도 발행한다)는 선택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일부 발언만 가지고 탈원전 때문에 독일에 에너지 위기가 온 것처럼 잘못 묘사", "탈원전 관련 보수 신문의 악의적 프레임" 등의 표현으로 비판했다. 특히 "독일의 도매 전기요금이 프랑스보다 오히려 더 싸다"는 대목에는 어리둥절할 뿐이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진 독일의 전기요금이 프랑스 보다 싸다니 말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독자는 도매 전기요금을 전기요금으로 읽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은 팩트다. 전력시스템에서 재생에너지의 공급비중이 늘어날수록 도매가격은 낮아진다. 독일의 경우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 변동비가 ‘0’인 재생에너지가 한계설비가 되는 시간대가 많다. 이때 도매 전력가격은 ‘0’이 된다. 나아가 공급전력이 수요를 초과할 때는 ‘마이너스’ 도매가격이 발생하기도 한다. 독일에서는 1년 8760시간 중 2021년 139회, 2022년 69회의 마이너스 도매가격이 발생했다. 따라서 독일의 도매 전기가격이 프랑스 보다 싸다는 말은 팩트다. 그렇지만 소비자가 지불하는 독일의 전기요금이 프랑스 보다 싸다는 말은 오보다. 2010년 이후 독일의 비가정용 전기요금이 프랑스에 비해 싼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https://tradingeconomics.com/germany/electricity-prices- non- household-medium-size-consumers-eurostat-data.html) OECD/IEA에서 발행하는 「Energy Prices and Taxes」의 2022년 산업용 전기요금 비교에서 137.1달러 대 203.5달러로 독일이 훨씬 비싸다. 세금을 제외해도 130.6달러 대 166.7달러다. 해당 기자가 이 사실을 알고 기사를 썼다면 그 기자는 ‘선택적 인용’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이고, 모르고 썼다면 취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팩트를 넘어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은 ‘탈원전 관련 진보 신문의 악의적 프레임’을 설정하고 싶었는지 모른다.이렇게 본다면 ‘재생에너지는 원자력보다 싸다, 또는 재생에너지는 원자력 보다 비싸다’라는 완전히 대립되는 명제도 둘 다 사실로 보도될 수 있다. 전자는 유럽 등의 나라에서, 후자는 한국에서를 생략한다면 말이다. ‘만들어진 진실’의 한 구절. "사건을 한 가지 관점에서 보면 한 가지 인상만 남는다."노동석 에너지정보문화재단 원전소통지원센터장

[EE칼럼] 최악의 미세먼지 공습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박기서 전 대기환경학회 부회장 지난 10월30일에서 이달 2일까지 중국 베이징의 미세먼지가 최근 몇 년 동안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했다. 특히 이달 1일에는 초미세먼지가 250ug/Nm3로 기록됐다.기록적인 초미세먼지가 몇 일간 이어지자 베이징시는 중대 오염 수준으로 판단해 대기 오염 오렌지 경보를 발령했다. 우리나라도 중국으로부터의 미세먼지 유입이 우려됐지만 다행스럽게 이 기간에 남쪽 바다로부터 더운 공기가 한반도로 유입되면서 중국 미세먼지의 영향이 크지 않았다.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상황을 연도별로 살펴본 결과, COVID-19 사태가 시작된 2019년 이래로 2022년까지는 꾸준히 대기질이 지속적으로 개선이 됐다. 이는 중국의 봉쇄정책에 따른 산업 생산 감소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같은 긍정적인 추세는 COVID-19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단계적 일상회복 정책으로 전환되면서 올해부터 전반적으로 다시 악화하며 2021년 수준으로 회귀하는 모습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올 겨울에는 중국발 미세먼지의 유입이 우려된다. 특히 석탄과 같은 화석에너지 사용에 있어서 중국은 올 상반기에만 석탄 수입이 2억2000만톤 정도로, 지난해보다 93% 정도 늘어난 것은 물론이고 중국 내 자체 생산량도 23억톤으로 지난해보다 4.4%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올 겨울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미세먼지 증가에 대한 우려를 더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중국의 올해 상반기 석탄 생산과 수입 증가는 방역 완화 이후 산업망 가동이 정상을 회복한 데다 올 여름 폭염에 따라 급증한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IEA는 올해 중국의 연간 석탄사용량은 46억8000만톤으로 지난해보다 3.5%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비해 미국은 올해 석탄사용량을 지난해보다 24%, EU는 17%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2.8%정도 줄어든 1억 1700만톤 정도의 석탄이 사용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의 석탄 사용량 증가는 중국내 대기질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하기에 충분하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의 석탄사용량 증가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미-중 간 대립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중국 경제 성장률이 5% 수준으로 꺾이 것으로 전망된다. 가뜩이나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의 영향으로 내수 부진과 수출 감소가 계속되고, 고용지표도 악화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는 성장률을 끌어 올리기 위해 제조업 등 에너지다소비 산업에 대한 화석원료 사용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사회적 양극화 추세 확대로 급증하는 경제적 약자층의 난방 등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 값싼 화석연료 에너지 사용이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은 지난 2020년 9월 제75차 유엔총회에서 2030년을 정점으로 탄소배출량을 감축하고,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탄소감축 로드맵을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기대난망이다. 이 계획이 지켜진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2030년까지는 석탄에너지 중심인 에너지의 획기적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다. 당장 최근 베이징시의 미세먼지 대란 상황은 석탄에너지 난방 수요가 집중되는 내년 3월까지는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중동 전체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에너지 위기로 번질 가능성까지 생겼다. 에너지원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중국과 같은 세계의 제조공장에서는 값싸고 효율이 높은 석탄에너지의 사용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고 효율은 떨어지는 신재생에너지 사용이 위축되고 대기오염 우려는 커진다. 에너지위기가 현실화되면 계절관리제를 통해 난방 수요가 커지는 겨울철에 석탄발전소 가동제한 등 대기질 개선을 위한 수단이 큰 제약을 받는다. 따라서 올 겨울철 대기질 관리는 과거와는 달리 그간의 위기 대응 단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가정과 에너지 위기 상황을 모두 고려해 현실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박기서 전 대기환경학회 부회장 박기서 전 대기환경학회 부회장

[EE칼럼] 폐기물의 경제학

김정인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흔히들 환경문제라고 하면 기후변화, 매연, 소음, 쓰레기 등을 떠올린다. 특히 쓰레기의 경우 더러운 것, 지저분한 것만을 생각한다. 경제가 성장하고 소득이 증가하면서 쓰레기는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쓰레기로 보느냐, 폐기물로 보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쓰레기는 진짜 사용할 게 없는 것이고 폐기물은 분류, 가공 등의 과정을 거쳐 재활용이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쓰레기를 단순히 쓰레기로 보느냐, 아니면 자원으로 보느냐에 따라 경제적 가치가 엄청나게 달라진다. 쓰레기로 취급할 경우 고스란히 버려야 하기 때문에 폐기에 따른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쓰레기의 종류에 따라 수많은 환경문제를 유발해 많은 기회비용이 들게 된다. 이에 비해 폐기물로 간주할 경우 이는 자원으로서의 경제적 가치를 얻게되는 것이다. 소비만능주의에 젖은 현대인들은 쓰레기를 자원으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농경사회의 옛 선인들은 "기회자 장 삼십, 기분자 장 오십(棄灰者 丈 三十, 棄糞者 丈 五十·재를 버리는 자는 곤장이 서른대요, 똥을 버리는 자는 곤장이 쉰대)" 라며 폐기물을 자원으로 인식하고 자원의 재활용을 강조하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현대에서는 대량 생산, 대량소비가 미덕인 것을 유도함으로써 재활용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이 사실이다. 환경 운동차원에서만 지속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폐기물의 합리적인 이용은 생산성의 강화, 지속가능성의 증대, 자원의 보존, 그리고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가장 좋은 수단이라는 점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인식돼야 한다. 특히 최근부터는 순환 사회라고 하여 철저하게 자원을 순환하는 사회를 구축하겠다는 국가들이 많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폐기물은 여전히 ‘쓰레기’ 취급을 당하기 일쑤다. 제품의 생산과정에서 나온 폐기물이 그나마 어느 정도 수집은 되고 있지만 그 다음 유통단계에서는 대부분이 폐기처분된다. 선진국에서는 사전처리 기술, 폐기물 최소화, 청정생산, 공정개선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자원으로서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철강기업들은 알루미늄 사업이나 가전제품 등에서 리싸이클링을 극대화해 100% 재자원화 하기 위해 오랫동안 많은 투자와 연구개발을 추진해왔다. 일반 플라프라스틱을 원료화하기 위해 열분해성 염화수소 개발에도 많은 연구를 해 왔다. 심지어 탈 플라스틱 국제협약이 등장한 것도 자원사용을 넘어 아예 원천적으로 없애나가는 것이다. 탈 플라스틱을 선언하고 해조류를 플라스틱 대용으로 사용하기 위한 연구와 제품개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폐기물 재활용 시장을 더욱 확대시켜야 한다. 이는 폐기물의 감축과 함께 환경산업의 창출이라는 점에서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건설, 등 주요 재활용 대상 업종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재정 지원과 기술 개발에 대한 공동 노력을 하도록 정부가 지원해 주어야 한다. 특히 철강이나 석유화학, 산업 단지 열병합발전소 등에서 나오는 폐열을 이용한 에너지를 적극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열 시장을 조속히 구축해 에너지 시장이 활성화되도록 해야 한다. 재생 에너지시장에서도 재활용으로 사용되는 모든 물질, 예컨대 바이오 매스 에너지, 등이 적극 이용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에서 역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이다. 1970년대에 불조심을 강조하기 위해한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표어가 유행했다. 단순하지만 명확한 표현이다. 버리면 쓰레기지만, 잘 쓰면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자원으로 바뀌는 것이 폐기물의 경제학이다. ‘버린 쓰레기도 다시 보자’는 인식의 확산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절실한 시점이다.김정인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김정인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EE칼럼] 복잡한 전력시장에 골치 아픈 아젠다 추가하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확전 양상을 보디고 있다. 천연가스가 몰려있는 이 지역의 갈등은 중동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의 에너지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후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의 후유증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진행형으로 지속되고 있다. 한전은 적자가 50조 원에 육박하고 부채는 200조 원을 넘어서고 있고,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12조 원을 넘어섰다. 가스요금은 원가의 78% 수준이다. 지난해 난방비 폭탄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가스요금을 올렸지만 여전히 턱없이 모자란다.전기요금도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kW당 40.4원 올렸지만 원가를 맞추려면 26원 정도는 더 올려야 한다. 현재 한전과 가스공사를 비롯한 발전사업, 지역난방사업, 신재생에너지, 배전관련 사업 등 전 에너지업계에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전력산업에는 요금 말고도 심각한 골칫거리가 쌓여 있다. 한전은 동해안에서 강원도를 넘어 수도권으로 이어지는 송전망 공사를 약속기한을 한참 지났는데 착공도 못하고 있다. 값싼 전기를 생산하는 동해안의 원전과 석탄발전소는 배달 수단이 없어 제대로 가동조차 못하고 있다. 2011년 순환정전 사태로 전기가 모자라자 석탄발전소가 필요하다며 건설을 권유한 것이 정부다. 그런데 전력사정이 나아지자 상황은 돌변했다.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라는 온갖 구박과 서러움을 다 겪으면서 천신만고 끝에 완공한 강릉과 삼척의 민간 석탄발전소는 서해안보다 공사비가 더 들어간다며 건설비 인정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겹쳐 이제는 송전제약 문제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30 NDC(온실가스감축 목표)와 2050 탄소중립을 맞추기 위한 로드맵을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 등에 반영하도록 탄소중립법 시행령에 못을 박았다. 발전소 건설과 천연가스 도입이 이 로드맵의 내용과 일치돼야 한다. 전력수급계획에서 정부는 가스 발전량을 적게 예측해 비싼 현물시장에서 매년 추가로 LNG를 도입해야 했고 이는 전기요금 인상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이제는 이 보다도 천연가스 발전량을 더 줄여야 할 판이다. 장기도입물량은 줄일 수밖에 없고 현물시장 물량을 늘릴 수밖에 없어 전기요금 인상 압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전력수요는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국가반도체 단지 등 첨단 15개 클러스터 조성과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는 데이터센터를 고려하면 전력수요는 현재의 공급능력으로 쉽게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와중에 문재인 정부에서 논의된 단일 배출권 할당계수(BM)의 적용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단일 BM의 목적은 지금까지 연료별 특성을 고려해 상이한 값을 적용했던 BM계수를 동일한 값으로 묶어 LNG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비율은 높이고 석탄발전은 낮추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석탄발전의 배출권 비용부담이 커지고 LNG발전의 비용은 줄어들게 된다. LNG발전의 비용감소는 SMP의 감소로 이어져 한전의 부담을 줄여주게 될 것이고, 동시에 LNG발전은 늘고 석탄발전은 줄어서 온실가스도 감축될 것으로 보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런 계산이 맞을까? 여전히 두 발전원의 한계비용 차이는 커서 급전순위가 크게 바뀌지는 않아 LNG발전량이 늘고 석탄발전량이 줄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석탄발전사들의 배출권 구매비용이 커져 한전의 정산부담금이 증가되기 때문에 한전의 전력구입 총비용이 감소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정부는 누적된 전력시장의 요금인상 압력을 전기요금 인상 억제, SMP 상한제의 연장 등과 같은 규제로 일단 모면해 보려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외에도 전력산업은 송전선 건설지연, 판매사업자의 적자와 부채 급증에 따른 상류의 발전사업 및 관련 부문의 수익성 악화로 깊은 수렁에 빠져있다. 복잡한 전력시장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문제점을 한 번에 하나씩 시장원리를 통해 차근차근 해결하는 것이 정도이다. 단일 BM 도입과 같은 골치 아픈 아젠다를 추가하는 것은 전력시장의 문제를 더욱 증폭시킬 뿐이다.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E칼럼]

윤석열 대통령의 중동방문을 계기로 ‘제2의 중동 붐’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순방을 통해 5조원 규모의 LNG운반선 건조 계약을 포함해 총 27조원대 경제적 성과를 거뒀다. 앞서 지난해의 사우디와 290억달러, 올해 아랍에미리트와 300억달러 규모의 MOU를 합치면 취임 후 중동 지역을 상대로 총 107조 원의 세일즈 외교 성과를 올렸다. 중동 붐은 과거에도 있었다. 1970년대 건설 수출 붐이 그것이다. 국제 유가 급등으로 산유국 주머니를 불려줬던 소위 오일머니의 재투자 과정에서 만들어진 중동 건설 수출 붐은 두 차례의 석유 위기로 휘청거리던 국내 경제를 구해냈다. 당시 중동과의 경제 파트너십은 석유와 건설 분야가 거의 전부일 정도로 간단한 구조였다. 중동과 협력할 분야가 석유와 건설 이외에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이 많이 흘러 중동과의 경제협력 가능성은 양과 질 모든 면에서 크게 확대됐다. 국내총생산에서 석유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이 쿠웨이트 32%, 사우디 18%, UAE 12%에 이를 정도로 중동 지역에서 석유, 가스 산업의 중요성은 여전히 절대적이다. 따라서 지금처럼 석유, 가스에 크게 의존하는 탄소경제가 계속 이어진다면, 중동 국가들은 풍부한 석유, 가스 자원을 활용해 지속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 인류는 기후변화 위기에 직면해 탄소중립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 가는 중이다. 탄소중립은 탄소경제의 종식과 무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무탄소 경제하에서 석유, 가스는 무용지물이 되는 좌초자산이 될 공산이 크다. 석유, 가스 산업 이외에 변변한 산업이 없는 중동 국가에게 탄소중립은 그야말로 청천 하늘에 날벼락이라고 할 수 있다. 중동 국가들은 탄소중립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제조업, 신재생에너지, 관광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 등 신산업 육성을 통한 경제 다각화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중동과의 경제협력을 다양한 분야로 확대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에너지 파트너십의 가치가 줄어드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에너지전환을 위한 파트너십의 가치는 몇 몇 분야를 중심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첫째, 원전 파트너십이다.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 중동 각국은 탄소중립의 방안으로 원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UAE에 한국형 원전 4기를 수출하고 성공적 가동을 눈앞에 두고 있어 중동에 추가적인 원전 수출을 기대할 수 있다. 둘째, 탄소중립 에너지전환의 새로운 핵심 에너지원으로 떠오르고 있는 수소 파트너십이다. 수소도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면 말짱 꽝이다.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는 그린수소나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지하에 저장하는 CCS와 결합돼 생산되는 블루수소를 확보해야 한다. 중동 지역의 재생에너지 잠재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폐유전과 같은 이산화탄소 저장 공간도 풍부하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에서 3개의 상업 CCS 설비가 운영 중이다. 중동 지역의 이산화탄소 지중 저장 잠재량도 300억톤에 달한다. 우리나라가 1년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약 7억톤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잠재력이다. 중동은 우리에게 훌륭한 수소 공급처가 될 수 있다. 셋째, 천연가스 파트너십이다. 탄소중립 에너지전환은 단기간에 이룰 수 있는 목표가 결코 아니다. 최근 미국의 석유 공룡 엑손모빌과 셰브론이 각각 초대형 석유가스 생산회사를 인수합병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이번 에너지전환도 100년 이상에 걸쳐 장기적으로 서서히 이루어질 공산이 크다. 상대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천연가스가 가교에너지로서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다. 최근 몇 년 동안 경험한 것처럼 앞으로 에너지전환이 전개됨에 따라 천연가스 시장의 변동성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중동 국가들과 견고한 천연가스 파트너십을 맺어 에너지안보 수준을 높여야 한다. 과거 중동 붐은 탄소 경제에서 위기에 빠진 우리나라를 구했다. 앞으로 다가올 제2의 중동 붐은 무탄소 경제로의 성공적인 전환을 이끄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쇼수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