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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칼럼] 갑진년 새해에 주목할 기후변화 이슈

유럽연합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서비스(Copernicus Climate Change Service)에 따르면 2023년은 지난 10만 년 동안 가장 더운 해로 관측됐다. 이러한 지구온도 상승은 유례 없는 폭염, 폭우, 산불 등 기상재해를 초래해 지구촌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 델라웨어대학교 연구진은 2022 기후변화로 인한 세계 GDP 손실액을 약 1940조원으로 추정했다. 돈의 문제만이 아니라 인류의 건강에 끼친 영향은 더 심각하다. 2023년 11월 미국 생명공학 회사 긴코 바이오웍스는 에볼라,코로나 등 기후변화로 인수공통감염 바이러스 4종의 확산으로 사망자수가 2050년에는 2020년 대비 12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것이 올해 1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맞춰 발간된 ‘Global Risks Report 2024’에서 세계 각계 전문가들이 ‘2024년 인류가 직면할 가장 큰 위협’으로 ‘극심한 이상기후(extreme weather events)’를 1위로 꼽은 이유다. 초유의 기후위기에 올해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선, 기후-통상 연계의 가시화다. 미·중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 등으로 국제협력 기반이 더욱 약화된 상황에서 기후위기가 심해지자 기후변화 규범의 파편화가 진행 중이다. 특히 미국과 EU를 중심으로 기후대응과 통상정책을 연계시키기 시작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Inflation Reduction Act)’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된 투자 때 보조금을 지급하고, EU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를 시작해 탄소 배출이 많은 제품을 수입할 경우 관세에 탄소세를 추가로 부과하는데, 올해 이러한 기후-통상 연계의 경과가 가시화될 전망이다. 둘째, 기후기술 투자의 가속화다. 기후기술은 청정에너지, 에너지효율, 자원재활용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기술이다. 재생에너지의 경우 2023년 507GW의 신규 설비가 추가돼 지난 20년 동안 가장 빠른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기술 가격은 기후-통상 연계와도 맞물려 있다. 예컨대 IRA 보조금으로 그린수소의 기술가격이 약 50% 인하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기술 개발 및 보급의 핵심 요건이 기술 가격이고 기술 스케일업 투자가 증가하는 추세임을 고려할 때 기후기술 투자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외 교역이 GDP의 85%를 차지하는 개방형 통상 국가인 한국은 기술 수출로 먹고 살기 때문에 민감한 이슈다. 셋째, 국제감축 준비의 본격화다. 한국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총 2억9100만톤으로 이 가운ㄷ 12.9%인 3750만톤은 국제감축분이다. 국제감축사업이란 파리협정 제6조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실적을 얻기 위해 행하는 기술지원, 투자 및 구매 등의 사업으로 국내 기업이나 정부기관이 해외에서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추진하고 감축실적을 인정받아 국내로 이전 받는 메커니즘이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올해 작년 대비 지원 예산을 2배 넘게 늘렸고, 산업통상자원부는 무려 5배 넘게 늘려 잡았다. 이는 확보해야 하는 국제감축 양은 많은데 남은 시간은 부족해 다양한 기술과 자금을 보유한 기업의 참여를 유인하기 위한 것으로, 그 준비의 본격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마지막으로 그린워싱 시비의 현실화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사태와 ESG 열풍이 겹쳐 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친환경 홍보가 크게 늘었다. 그러나 이를 구매하는 소비자의 경우, 기업의 친환경 주장을 의심하는 경향이 있다. 2022년 영국 성인 168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71%가 기업의 친환경 홍보가 검·인증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다. 기업이 주장하는 친환경 제품이나 서비스가 위장일 경우에 해당되는 ‘그린워싱’을 의심하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도 자사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국내 대기업 중 41.4%가 그린워싱으로 의심되는 게시물을 최근 1년간 한 건 이상 게재했다는 그린피스의 조사 결과가 2023년 8월 말 공개됐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그린워싱에 대해 보다 선명한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을 개정, 2023년 9월부터 시행해 그린워싱 시비의 현실화를 예고했다. 기업들은 앞서 언급한 올해 기후변화 관련 이슈들의 전개 과정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면서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모호한 정책에 대해 그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민간 실무 현황을 정확히 모르는 정부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고객사 및 협력사들과 전략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해이기 때문이다.김성우 김앤장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EE칼럼] 글로벌 메탄 감축 움직임에 선제대응 해야

2021년 글래스고 기후당사국총회(COP26)에서 한국을 비롯한 119개국은 세계 메탄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20년 대비 최소 30% 줄이겠다는 내용의 ‘글로벌 메탄 서약(GMP)’을 했다. 이어 2022년 이집트에서 열린 COP27 기간 중 ‘탈탄소의 날’에는 유엔환경계획(UNEP) 국제메탄배출관측소(IMEO)에서 인공위성 기반의 메탄 경보·대응 시스템(MARS)을 공개했다. MARS는 지리분석, AI 및 위성 영상에 대한 과학기반 데이터에 기반해 전 세계의 메탄 누출을 찾아내겠다는 것으로 이 정보는 누구나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규모도 추정해 책임을 물을 회사·정부를 판별, 기후행동을 촉구할 것이라고 UNEP는 밝혔다. 잉거 안데르센 UNEP 사무총장은 COP27 개최 전 성명을 통해 "메탄은 CO2보다 대기에 머무르는 기간이 짧기 때문에 메탄 배출 감축은 기후대응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했다. 메탄은 지구온난화 지수가 이산화탄소보다 28배나 큰 온실가스지만 대기 중 체류 기간은 약 10년으로 체류기간이 100~300년인 이산화탄소에 비해 매우 짧다. MARS는 지난해 베터버전을 실시해 120개 이상의 대규모 메탄 발생지를 찾아내고 해당 기업과 정부에 기후행동을 촉구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석유와 가스 부분의 메탄 배출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지난해 두바이 COP28에서는 세계 주요 50개 석유·가스 기업이 석유&가스 탈탄소화 헌장(ODGC)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메탄 배출량을 80% 이상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눈여겨볼 부분은 GMP 이행 강화를 위해 미국, EU, 일본을 포함한 13개 천연가스 수출입국은 천연가스 공급망에서 배출되는 메탄의 객관적인 측정체계 마련을 위한 국제 메탄 측정 표준화 협의체(MMRV)를 출범한 것이다. 그간 국제표준이 부족해 메탄 감축 계획이 어려움을 겪었기에 발빠르게 합의됐다. 이는 곧 메탄 관리를 위해 글로벌 시장에서 활용하도록 권고 예정이다. 공급망 전반에 걸쳐 감시와 보고를 하는 것이기에 우리나라에서도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석유공사를 비롯한 화석연료 수입 기업들의 선제적 대응해야 한다. IEA는 전 세계 석유·가스 산업에서 2022년 순이익의 2%인 750억달러만 지출해도 205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기후위기가 가속화함에 따라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탈탄소화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MARS 뿐 아니라 미국의 환경단체 환경보전기금(EDF)은 기업과 협력해 제작한 MethaneSAT 위성을 올해 초 발사해 높은 정밀도로 석유·가스 인프라에서 배출되는 메탄을 모니터링 할 예정이다. 이 데이터 역시 공개돼 산업계, 투자자, 규제 기관 등으로 하여금 배출원인 해결을 촉구할 계획인데, 데이터를 활용하는 부분에 대한 공개 세미나도 상반기에 개최된다고 한다. 기후변화센터도 위성 데이터가 가진 시각적인 정보를 최대한 활용해 시민들의 인식을 높일 계획이다. 위성기술을 활용해 메탄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의 측정과 정확도를 높이려는 대응은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이다. 국립환경과학원도 30년 이전에 온실가스 관측 초소형 위성 개발해 5기를 발사할 계획이다. 이는 UNEP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위성관측을 통한 하향식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각국이 투명하고, 검증가능하며, 일관된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는 글로벌의 움직임이 작용한 결과다. 각국 정부 역시 관련 정책 발표로 후속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석유·가스부문 메탄 감축 규제 강화 정책을 발표한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2024년 배출 1톤당 900달러,2025년 1200달러,2026년 1500달러의 요금을 부과하는 규칙을 추진 중이다. EU 역시 석유·가스 회사는 시설과 장비의 누출 감지와 수리를 위해 정기검사를 의무화했고 2027년 1월부터 화석연료에 대한 신규 수입 계약은 EU 생산자와 동일하게 수출업체도 모니터링, 보고, 검증 의무를 적용할 계획이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 예고에 해당 기업들은 서둘러 준비하고 대응해왔다. 글로벌 메탄 감축 역시 그런 움직임이다. 그리고 위성기술을 활용해 데이터의 정확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우리는 수입을 하기 때문에 해당사항이 없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은 통하지 않는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와 메탄 감축 협력에 합의하고, 다자간 이니셔티브에 참여했듯이, 우리 가스공사를 비롯해 화석연료 수입사들도 늦지 않게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먼저 글로벌 이니셔티브에 참여하고 멤버들 간에 논의되는 정보를 취득해 준비해야 한다. 글로벌의 메탄 감축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만큼 정부의 관심과 기업들에 대한 시의적절한 지원도 필요하다.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EE칼럼]

10여년 전 일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탈원전을 주장하는 서적이 다수 출간됐다. 학술서적도 아니었고 같은 주장이 여기저기 반복되는 이런 책들이 사람들의 생각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약간의 사실에 감정을 자극하는 거짓들로 포장된 것 들이다. 이런 책들이 탈원전 정책의 발판이 되었을 것이다. 필자는 당시 ‘한 권으로 꿰뚫는 탈핵’이라는 제목의 두꺼운 책을 골랐다. 원전을 반대하는 주장이 무엇인지 궁금했고 여러 권을 읽을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가장 두꺼운 책으로 골라서 읽어봤다. 이 책은 천주교창조보존연대가 여러 저자의 글을 엮어서 발간한 것이다. 이 책에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셀 수도 없다’고 기술돼 있었다. 후쿠시마에서 쓰나미로 인해 약 2만 명이 사망했지만 원전 사고나 방사선피폭으로 인한 사망자는 없다. 사망자가 없으니까 셀 수 없다. 그렇다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셀 수도 없다’는 표현은 참말인가 거짓인가. 팩트는 맞다. 셀 수 없다. 그러나 그 글을 읽은 느낌은 너무 많아서 셀 수가 없다는 느낌이지 사망자가 없어서 셀 수 없었다는 느낌이 아니다. 진실은 아니다. ‘후쿠시마와 주변의 광대한 지역은 인간이 정상적으로 삶을 영위할 수 없는 죽음의 땅과 생태환경이 되고 말았습니다’라는 표현도 있다. 지금 후쿠시마 지역은 97% 이상 복구돼 사람들이 돌아와서 살고 있다. 그런데 이 책자의 원래 글에서 복구가 불가능한 땅으로 묘사돼 있다. ‘지금도 사고가 난 핵발전소에서는 하루 400톤 이상의 방사성오염수가 흘러나와 태평양을 죽음의 바다로 만들고 있는 상황입니다’라는 말도 지나치다. 400톤이라는 물의 양은 전체 바닷물의 1경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도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류한 방사성물질의 영향은 우리나라에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죽음의 바다’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강우일 주교는 더욱 가관이다. 성경을 인용했고, 이 글은 책의 겉 표지에도 장식돼 있다. 신명기 30장 19절의 구절이다. ‘너희와 너희 후손이 살려거든 생명을 선택하여라.’ 성경에서 말하는 생명은 현실의 생명이 아니라 영생을 말하는 것이다. 구원을 말하는 것이다. 주교님이 필자보다 성경공부를 많이 하셨겠지만 의도가 나빴다. ‘2012년 4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 YMCA연합 등 10여개 기독교 단체들이 만든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그리스도인 연대’도 고리핵발전소 폐쇄 기도회, 탈 핵 교재 발간, 한일평화콘서트 등을 추진하며 탈 핵운동을 펼쳐왔다’ 이런! 탈핵이 신의 계시라는 말인가? "수컷 쥐에게 5그레이(Gy)를 조사한 뒤 정상 암컷과 교배시켜 그 새끼를 보니, 종양 발생빈도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 구절도 나온다. 5그레이는 체중이 훨씬 많은 인간에게도 치사량 수준의 엄청난 양으로, 이정도 양이면 쥐에게 종양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 5그레이는 일반인은 평생 경험할 수 없는 수치다. 그 만큼을 쥐에게 조사하니 종양이 발생했다는 것은 상상의 공포를 조장하는 것이다. ‘핵발전소 수출 산업에도 주력해 아랍에미리트(UAE)와 핵발전소수주 계약을 계기로 80기 핵발전소 수출전략을 발표하는 등 시대 역행적 산업에 예산을 쏟아부었다’고 기술하고 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 그게 맞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원전은 EU 택소노미에 포함됐고,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자연조건이 안되는 나라에는 채택할 수 없는 수단이고, 자연조건이 되는 경우라도 필요에 따라 늘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처럼 원자력발전의 10배의 가격을 주더라도 늘린다면 늘릴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그 결과가 지금 전기요금을 50% 인상하고도 한전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들이 부도덕하다고 본다. 거짓을 말했거나 자기도 알지 못하는 것을 말했기 때문이다.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EE칼럼] 기준 따로,현실 따로인 청정수소인증제

지난 12월18일 제6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청정수소인증제 운영방안’이 의결·확정됐다. 이어 같은 달 28일에는 청정수소인증제를 운영하기 위한 인증운영기관과 인증시험평가기관도 선정됐다. 올해부터 개시되는 청정수소 발전입찰 시장과 연계해 운영될 예정이라 올해를 사실상 청정수소인증제의 ‘원년(元年)’으로 봐도 무방하다.정보경제학적으로 ‘청정수소 인증’ 은 ‘신호 보내기(signaling)’ 수단의 일종이다. 사실 수소는 청정하게 만들든, 회색 빛 나게 만들든 물리·화학적 성질이 동일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분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이 경우 상대적으로 생산비용이 높은 청정수소 생산자들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수소의 청정성을 알릴 수 있는 라벨이나 마크 등 신호 보내기 수단이 요구된다. 이러한 필요성을 일찍이 감지한 유럽연합(EU)의 수소 관련 이해당사자들이 ‘CertifHy’란 이름으로 2014년부터 준비해 처음 청정수소인증제가 마련됐다. 청정수소인증제는 이후 수소경제를 추진하는 국가들에 빠르게 확산됐다. 청정수소인증제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은 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의 간략한 언급과 함께, 인증된 수소의 생산비용을 수소발전 정산을 통해 지원하자는 필자의 에너지경제연구원 보고서 정도였다. 당시만 해도 아직 청정수소인증제에 대한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던 터라 관가·업계 모두 미지근한 반응이었다. 왜 이런 제도가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핀잔을 듣기 일쑤였다. 그러다 2021년부터 청정수소인증제 도입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당시 신재생에너지법에 따라 발전용 연료전지가 태양광 발전 등과 함께 신재생공급의무화제도(RPS)를 통해 지원을 받는 것에 대해 부정적 의견들이 국회 일부에서 제기됐다. 이에 따라 수소발전을 따로 수소경제법으로 의율 하는 청정수소 발전의무화제도(CHPS)가 도입되고, ‘청정수소’가 무엇인지 법적으로 ‘획정(劃定)’하는 청정수소인증제도 함께 법제화됐다. 2022년에는 청정수소인증제에 또 하나의 변곡점이 형성됐다. 당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나 유럽의 H2Global 프로그램 등에 청정수소인증제의 청정수소 등급을 보조금과 연계시키는 방침이 발표됐다. 이에 국내 청정수소인증제도 발 빠르게 이를 검토하는 작업에 들어갔고, 그 자체만으로 국내 관련 업계의 기대감을 부풀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사실 국내 청정수소 생산 비용은 상당히 비싸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연계 수전해 수소의 생산단가는 대략 kg당 1만원이 훌쩍 넘고, 블루수소의 경우에도 인증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본투자가 수반된다. 이로 인해 청정수소인증제 연계 정부 보조금을 수익모델로 하는 사업기획들이 우후죽순처럼 만들어졌고, 보조금을 얼마나 어떻게 줄 것인가가 한 때 업계의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나 천연가스, 탄소포집 및 저장(CCS) 등을 자급자족이 가능한 미국·유럽에서는 보조금이 생산을 지원하는 수준이라면, 그렇지 못한 우리는 사실상의 수익모델이라 국민 세금인 재원도 걱정이지만, 이것이 사회정의에 부합하는지 자체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어쩌면 이것이 이번에 확정된 청정수소인증제에서 결국 ‘보조금’이 제외된 이유가 아닌가 싶다. 이처럼 보조금이 제외되면서 인증에 대한 수요는 기대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행 청정수소인증제가 청정수소 발전 입찰에 필요한 발전용 수소의 청정성을 확인하는 절차 정도가 되면서 한동안 규모는 큰데 건수는 적은 외국산 청정수소 기반 암모니아가 주된 인증 대상일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인증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자칫 인증 수수료에 기반 한 인증기관의 운영비를 걱정해야 할 수 있다. 수수료를 인증 수소의 양에 비례해 책정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인증 등급이 높을수록 생산비용이 높아 발전단가를 중심으로 한 청정수소 발전 입찰에서 보다 청정한 수소가 불리할 수 있다. 인증 등급별로 입찰 시장을 세분화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현행 ‘수소 1kg당 온실가스 4kg 배출’이라는 인증기준의 현실성도 고민거리다. 물론 이러한 인증기준이 미국·유럽·일본 등이 채택한 일종의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이 기준이 국내 현실에 맞는지는 의문이다. 가령 현행 청정수소인증제는 친환경 추진선박이 없어 외국산 도입 시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한시적으로 빼고 산정한다. 현실의 외국산 청정수소 배출량보다 인증기준이 낮아 인위적으로 실제 선박 온실가스 배출을 눈감아 주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눈 가리고 아웅한다’고 비판 받기보다 차라리 보다 국내 현실에 맞는 인증기준으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추가적인 고민을 제안한다.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E칼럼] 미국 전기차 충전 시장 공략 방법은

미국의 전기차 등록대수가 2030년에 2700만 대, 2040년에는 92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덩달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은 2023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29.1%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즉, 미국의 전기차 충전기 수가 2023년 현재 약 400만 대에서 2030년에 3500만대, 2040년에는 1억대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를 매출액으로 계산하면 2023년 현재 70억 달러에서 2040년 1000억 달러로 연평균 15%씩 성장하는 셈이다. 전기차 충전기 시장 가운데서도 충전기 제조, 전기차 충전소 운영, 전기차 충전소 운영 플랫폼 그리고 전기차 충전기 설치 등 네 가지 시장은 고속성장이 예상된다. 미국의 전기차 충전기 제조 시장은 미국회사, 유럽회사, 중국 회사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한국 기업으로는 SK Signet이 이미 시장에서 이미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가운데 그 뒤를 대기업과 중소 기업들이 잇따라 진출을 하고 있다. 대기업으로는 LG, 롯데, 현대자동차 등이 전기차 충전기 제조 계열사들을 통해 미국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여기에 대영 채비, Solu-M, EVAR, 웰바이오텍, 모던텍 등 중견·중소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도전장을 내 밀고 있다. 최근 한국 기업들 중에서 기존에 전기차 충전기만 가지고 미국 시장에 진입한 기업들과 달리 전기차 충전소 운영 플랫폼을 전기차 충전기와 함께 병합해 고객에게 제공하는 형태로 미국 시장을 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미국의 전기차 충전기 시장은 크게 AC 충전기와 DC충전기로 나뉜다. 미국 충전기 시장에서 AC충전기가 전체의 65~85%를 차지한다. DC충전기 시장 점유율은 15~35% 이다. 특히 미국은 공동주택보다는 단독주택이 상대적으로 많아 AC충전기 시장에서 단독주택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AC충전기 시장은 다시 11kW 미만과 11∼22kW까지 AC충전기 시장으로 세분화된다. DC 충전기 시장은 25∼150kW 미만, 150W~400kW 미만, 400kW이상으로 나뉜다. 이 중에서 150kW이상 시장은 다시 NEVI와 NON-NEVI 시장으로 나뉜다. 그래서 미국 시장을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은 이처럼 세분화된 미국 충전기 시장에서 해당 기업이 가장 강점이 있는 분야를 선정해 집중 공략해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전기차 충전기 설치 시장은 각 주 별로 요구하는 전기 사업자 면허증이 있어야 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외국 기업이 미국에 들어 와서 이 전기차 설치 시장에 도전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해당 시장에 진입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기존 전기 사업자 면허증을 가지고 전기차 충전기 설치 사업을 하고 있는 현지 기업을 인수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전기차 충전기 설치 시장도 크게 AC 충전기 설치 시장과 DC 충전기 설치 시장으로 나뉜다. 최근 들어 전기차 충전기 설치 회사들이 미국내 공용 전기 충전소의 가장 큰 문제인 충전기 결함 및 유지 보수 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 맞추어서 유지 보수 업무도 담당하는 형태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한국의 전기차 충전기 제조 회사들이 변화하는 미국 전기차 충전기 시장에서 경쟁력을 더 강화하려면 미국 내 전기차 충전기 설치 회사 중에서 설치 협력 회사들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전기차 충전소 운영 사업 부문은 현재로서는 한국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이 거의 없는 편이다. 한국의 전기차 충전소 운영 사업자는 한국의 전기차 보급률 대비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상태다. 환경부, 한국전력, 지방자치단체, 완성차업 체 등이 자체 충전소를 운영하며 파워큐브, KT, 지엔텔,에버온 등 주요 민간 기업들이 운영하고 있는 전기차 충전소 시장에 10대 그룹 중에서 6개 기업이 진출을 하고 있다. 자칫 공급 과잉으로 인한 출혈 경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국 시장을 벗어나 미국 시장 진출과 같은 선진 시장 개척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미국의 전기차 충전기 시장에서 전기차 충전소 운영 사업의 비중이 해가 갈수록 높아져서 2040년에는 전체 전기차 충전기 시장의 65%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전기차 충전소 운영 사업의 초고속 성장이 기대된다. 미국에서 전기차 충전소 운영 전문 기업으로 활발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에너리지 회사의 민선애 사장은 " 미국 시장에서도 상대적으로 막대한 지원금과 세제 혜택이 크고 운영 수익에서 충전 운영 수익 외에 Carbon credit trading수익까지 있는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한 서부 시장에 최우선적으로 진출하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고 했다. 이처럼 2024년 새해부터 한국의 전기차 충전소 운영 사업자 뿐만 아니라 미국의 전기차 시장에 진입하려고 계획하는 한국 기업들의 미국 전기차 충전 운영 사업에 보다 많이 진출해 새로운 기회를 얻었으면 한다.조셉 김 한미에너지협회 이사장

[EE칼럼] 중동발 공급망 위기, 철저히 대비해야

세계 물류와 에너지 교역의 핵심 지역인 중동 아라비아반도 일대에서 미국, 영국 등 서방과 이란을 필두로 한 이슬람 세력이 잇따라 충돌하며 확전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 수년간 코로나19 팬데믹과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다 이제 간신히 회복하려는 세계 경제에 중동발 공급망 위기라는 돌발 악재가 터지면서 세계 경제가 다시 불확실성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중동지역의 충돌이 전쟁 수준으로 번질 경우 2년 가까이 이어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이어 세계 경제에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거리 항로인 수에즈 운하와 이어진 홍해는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30%를 차지하는 주요 교역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무역 물동량의 약 16%가 홍해를 지난다. 이 지역의 분쟁 확산으로 해로가 막혀 공급망이 망가지면 유가와 물류비 등이 상승해 간신히 잡히기 시작한 인플레이션이 악화할 위험이 있다. 무역 의존도가 약 75%에 달하는 우리 경제의 핵심 공급망 길목 두 곳에서 전례 없이 동시에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서 산업계는 물론 정부도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특히 교역의 99%를 해운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연간 교역 물동량의 약 26%(2억6000만톤)가 이 지역 항로를 지난다. 공급망 대란의 전운은 최근 살아나고 있는 우리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을 견인하고 있는 자동차, 배터리 등 핵심 산업에 타격이 우려 된다. 지난해 대(對)유럽연합(EU) 수출액은 683억달러(약 89조6000억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하며 우리나라 연간 수출액 6327억달러(약830조원)의 10.8%를 차지했다. 주요 수출 품목은 자동차, 기계와 배터리 소재 등으로 대부분 해운에 의존한다. 만약 이번 사태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국내 수입의 약 70%를 차지하는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 인상도 불가피하며, 유럽으로 가는 반도체, 배터리 제품 등의 수출 가격 경쟁에 심한 타격이 생기게 된다. 뿐만 아니라 사우디의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인 네옴시티 효과로 확대된 기계. 철강 수출 등 늘어난 중동 수출에 악재로도 작용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 사태가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글로벌 공급망 전체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럽. 지중해를 향하는 홍해 항로는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의 30%를 책임지고 있고,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천연가스의 3분의 1, 석유의 6분의 1이 지나는 에너지 동맥이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이번 사태로 당분간 독일 베를린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원유 가격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세계 주요국들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해 중동 산유국 수입 비중을 늘려 왔다. 석유 전문 매체 오일프라이스 닷컴은 현재 배럴당 80달러를 밑도는 국제 유가가 오는 3월 말에는 110달러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 정부의 대책이 중요한데 나름대로 발 빠른 대책을 갖추고 있어 다행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수출 비상 대책반을 열어 수출 물품 선적 동향과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도입 현황을 점검했는데 아직은 큰 영향을 받고 있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중동 지역 불확실성 심화로 향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유관 부처. 기관 간 협력 체계를 바탕으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동시에 그 동안 쌓아온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 등 중동 국가와의 협력 라인을 잘 관리하면서 원유 등 에너지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외교적 노력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또한 정부가 발표한 공급망 10대 과제를 차질 없이 수행하기 위해 글로벌 가치사슬로 연결되는 모든 국가와 공급-소비 관계를 강화해 무기화의 유인을 떨어뜨릴 수 있는 국제적 공조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특히 지난해 국회에서 통과된 공급망 기본법을 토대로 빠른 시일 내 위원회를 구성해 대응해야 한다. 경제안보와 공급망 안정을 위해 정부와 기업의 협력을 주문하며, 이번 중동 사태를 우리 경제의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EE칼럼] 요동치는 글로벌 공급망, 정책 탄력성 높여야

지난 9일 제21대 국회 종료를 앞두고 많은 법률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보신탕 금지를 규정한 ‘개 식용 종식 특별법’이 특히 주목을 받았다. ‘자원안보특별법’도 주목된다. 이 법은 석유, 천연가스, 석탄, 우라늄, 수소, 핵심 광물, 신재생에너지 설비 소재·부품 등을 ‘핵심자원’으로 지정하고, 평상시에도 정부가 비축, 공급망 취약분석, 조기경보 시스템 운영 등을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로써 ‘소재 부품 장비 산업법’ 개정과 ‘공급망 기본법’ 제정에 이어 ‘공급망 3법’이 완비됐다. 사실 90%가 넘는 우리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2년 째로 접어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100일 넘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는 지속되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공격 수준을 높이고 서방국가들은 러시아 북극해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을 무산시키고 있다. 여기에다 수에즈즈운하와 연결되는 홍해에서 예멘 후티 반군의 드론 공격으로 수송에도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 세계 원유 주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 통과도 점차 불확실해 지고 있다. 석유 등 에너지와 함께 주요 원자재인 식량의 경우 아마존 지역 가뭄과 우크라이나 등 동구지역 식량의 홍해수송 여건의 변동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리튬 등 첨단산업용 희귀광물의 수급여건도 악화되고 있다. 이러한 공급부문 불확실성과 수급 애로에도 불구하고 올해 에너지 시장은 비교적 차분한 약보합세다. 수요부문의 불확실성이 공급부문에 못지않기 때문이다. 때로는 압도한다. 이를 반영하여 유가는 미국 시장과 유럽 시장에서 배럴당 70달러 수준을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분기 뿐 아니라 2022년 수준보다 10%정도 낮다. 유럽 가스가격도 2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곡물과 기초금속도 전반적 약보합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020년대 초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른 일시적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 추세가 기력을 다한 셈이다. 수요나 공급여건 변동이 바로 가격변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천연자원 개발시장의 특성 때문이다. 천연자원 개발공급과정에서 소요되는 장기 투자 선행 기간과 높은 초기투자 압력에다 공급의 낮은 가격 탄력성에 연유한다. 만성화된 구조적 시장실패다. 에너지-자원시장 실패 사례는 석유가 가장 적당하다. 지난 10여 년 동안 세계 석유 수급은 전반적으로 균형상태를 유지해 왔다. 특히 최근 들어 미국을 중심으로 브라질,가이아나에서의 원유 공급확대로 비롯된 수급균형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러시아를 포함한 산유국 협력체(OPEC+)의 생산 증가도 가능할 것 같다. OPEC+는 가격 안정을 위해 글로벌 공급량의 2%에 해당하는 하루 약 220만 배럴을 자발적으로 감축했다. 이들 산유국의 전략변화에도 불구하고 올해 2분기 초반에는 하루 55만 배럴의 공급 과잉이 예상된다. 미국 등 선진국 여름휴가 수요증가 대처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가스의 경우 유럽의 온화한 겨울 기후 덕분에 저장용량이 약 90% 수준으로 유지했다. 이는 지난 5년 평균보다 훨씬 높다. 이에 따라 유럽 뿐 아니라 아시아 가스 가격도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다. 이는 석탄발전의 가스발전으로의 전환을 촉진하고, 나아가 세계 석탄 가격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최근 대두된 이른바 ‘시아파 초승달(Shia Crescent of Power)’ 문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아파 초승달은 시아파 비중이 높은 초승달 모양의 중동지역 국가를 뜻하는 것으로 레바논, 시리아, 바레인, 이라크, 이란, 아제르바이잔, 예멘, 아프가니스탄 서부 등이 해당한다. 그 맹주는 이란이다. 이들 국가는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등 중동 석유와 LNG 해상운송 루트를 지배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산유국 카르텔’ 형성이 가능하다. 이들 지역 위기는 유가 200달러 시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벌써 중국과 러시아는 이들과 연대를 통해 안정된 저가 에너지 수급과 국제연대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 심지어 북한-중국-러시아-이란을 연결하는 새로운 ‘공포의 악의 축’ 출현 가능성도 거론된다. 여기에다 최근 사우디가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새로운 성장엔진 국가)에 가입했다. 최근 브릭스 회의에서 이집트, 이란, 에티오피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를 신규 가입국으로 받았다. 이들은 달러화 기축 통화제도 혁신 등을 통해 2차 세계대전 이후 확립된 세계 경제 질서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BRICS는 우리나라, 대만,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신흥산업국(NICs)을 대신하는 새로운 세계 성장동력으로 등장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브릭스국가들과 관계를 현명하게 설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제일 먼저 석유, 가스 등 에너지 교역체계 효율화에 고민해야 할 것이다. 에너지시장 상황의 극단적 변화수준을 단기·중기·장기 전략으로 구분해 대처해야 한다. 과거와는 다른 극단적 변화가 갑자기 분출되고 일부는 뜬금 없이 사라진다. 인과관계를 과학적으로 분석할 여유가 부족할 수 있다. 에너지나 원자재 해외의존형 수출경제로 성장한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보다 변화되는 여건에 대한 대응능력이 요구된다. 해외에서 자본과 지식을 도입해 성장한 우리나라는 독자적인 사고체계와 미래비전 정립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많다. 에너지·자원부문이 대표적이다. 그 후과(後果)가 올해부터 표출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개인 조급증이라면 좋겠다.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공학과 명예교수

[EE칼럼] 脫 석유, 어려운 이유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 국왕인 이븐 사우드는 젊은 시절 왕국의 전 재산을 낙타 안장에 싣고 다녔다고 한다. 그는 1932년에 사우디아라비아를 건국하고, 미국 석유회사에 석유개발을 맡기면서 막대한 부를 축적하며 중동의 맹주로 자리잡았다. 22개 부족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혼인을 통해 왕국의 단결을 유지했다. 22명의 부인과의 사이에서 36남 13녀 등 모두 49명의 자녀를 뒀다. 장자 상속을 하면 한 부족이 권력을 장악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자신의 아들들이 전부 왕위에 오른 뒤에 손자들이 왕위에 올라야 한다는 형제 상속을 유언으로 남겼다. 이런 유언을 깬 것이 현재 사우디의 1인자 빈 살만 왕세자이다. 빈 살만은 왕세자에 오른 2017년에 왕자 11명과 전직 장·차관급 인사, 사업가 38명 등 500여 명 이상을 체포했다. 왕족들은 리츠칼튼 호텔, 그 외의 사람들은 메리어트 호텔에 감금되었다. 공식적인 이유는 부정부패, 횡령, 공권력 남용 등 다양했다. 경쟁자들을 숙청하고, 국가방위부에 대한 통제권을 장악하면서 초대 국왕인 이븐 사우드 이래 가장 강력한 권한을 거머쥔 인물로 급부상했다. 숙청은 2019년 초까지 계속됐고 약 1070억 달러를 국고로 환수했다고 한다. 이를 토대로 빈 살만은 사우디 내에서는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미스터 에버리씽’(Mr. Everything) 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빈 살만의 사우디는 석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제 체제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2016년 10월 ‘비전 2030’ 정책을 발표하며 탈석유 경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 정책의 일환으로 빈 살만 왕세자가 2017년에 발표한 신도시 계획이 ‘네옴 프로젝트’이다. 사우디 최서단 시나이 반도 근처에 ‘네옴’이라는 최첨단의 스마트 도시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더 라인(The Line), 트로제나(Trojena), 옥사곤(Oxagon) 등이 이 스마트도시 프로젝트의 핵심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더 라인(The Line)은 170km에 걸쳐 500m 높이의 초대형 건물을 두 동을 200m 간격으로 건설해 연결하는 초거대 도시개발 사업이다. 트로제나(Trojena)는 네옴의 산악 지대에 야외 스키장, 호텔, 인공호수를 포함한 초대형 산악 관광지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이 곳에서 2029년 동계 아시안 게임이 열릴 예정이다. 옥사곤(Oxagon)은 바다 위에 떠 있는 인공섬 복합 산업단지로 글로벌 기업들의 연구소와 공장 등을 유치할 계획이다. 이러한 국가 大개조 사업을 진행하려면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 탈석유 경제를 추구하기 위해서 역설적이게도 고유가와 지속적인 석유 판매가 필요한 셈이다. 사우디는 감산을 통해 고유가를 유지하려 하지만, 미국 셰일 오일이 감산 효과를 무력화하고 있다. 셰일 오일 덕분에 미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에서 최대 수출국이 됐다. 기후위기 완화를 위해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려는 국제 사회의 움직임에 대해서 사우디는 지속적인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는 제2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사우디 대표단 중 최소 14명이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 직원과 이름이 일치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당초 100개국이 넘는 국가들이 ‘석유, 가스, 석탄 사용의 단계적 퇴출(phase out)’을 합의문에 담기를 원했으나, 사우디의 적극적인 반대로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져 가는 전환(transition away from fossil fuels)’이라는 어정쩡한 문구에 합의했다. 사우디 에너지장관은 협상 결과에 대해 "화석연료의 즉각적이고 점진적인 폐기 문제는 묻혔다"며, "사우디의 원유 수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는 유전 탐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2020년 남미 북동쪽에 있는 가이아나라는 인구 78만 명의 작은 나라에서는 해상에서 발견한 유전에서 원유 생산이 시작돼 국민들이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인구가 적다 보니 1인당 매장량이 세계 최대 규모여서 전 국민에게 1인당 무려 5억 원 이상을 나눠줄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1859년 8월 석유에 미쳐 있던 드레이크 대령이 펜실베이니아 서부 협곡에서 석유를 발견했을 때 내지른 환호성은 석유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그 후 석유는 평화시에나 전시에나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발휘했고, 20세기를 넘어 21세기에 들어와서도 정치적, 경제적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국제적인 노력이 사우디를 포함한 산유국들 때문에 중단되지는 않겠지만, 탈석유를 향한 여정이 아직은 멀게만 느껴진다. "지구가 파괴되기 전에 우주를 식민지로 만들 방법을 인간이 터득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의 경고를 되새겨본다.박성우 한국에너지공단 국제협력실장

[EE칼럼] 극한 상황으로 치닫는 미세플라스틱 공해

최근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국민 보건과 환경 관련 여러가지 문제점이 통해 수시로 부각되고 있다. 통상 1μm(100만분의 1m)~5mm의 플라스틱을 미세플라스틱이라고 일컫고, 1 um이하는 초미세플라스틱이라고 한다. 미세 플라스틱은 플라스틱이 마모되거나 태양광 분해 등으로 잘게 부서지면서 만들어진다. 워낙 크기가 작아 하수처리시설 등에서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하천과 바다로 유입된다. 현재 전 세계 바다에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 입자 수는 171조 개에 달하고 총 중량이 230만톤에 달한다고 하니 가히 티클이 모여 태산이 됐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KIOST)이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남해 연안 마산만과 진해만의 퇴적물의 미세플라스틱 오염 수준을 측정한 결과 퇴적물 내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2000년대를 기점으로 이전에 비해 급격하게 치솟았다. 마산만의 미세플라스틱 농도는 2000년대 이전 5%에서 이후 15%로 3배, 진해만은 4%에서 10%로 2.5배 각각 증가했다. 이는 연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 증가율(8%)을 웃도는 수치다. 이 보다 시중에 판매 중인 유명브랜드 생수에도 미세플라스틱이 다수 들어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팀이 지난 8일 국제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인기 생수 브랜드 3종을 분석한 결과 유명 생수 1병 안에 아주 작은 크기의 미세플라스틱이 평균 약 24만 개가 들어있었다. 해양이나 하천에 유입된 미세플라스틱은 이를 먹이로 오인한 물고기가 먹고, 다시 인간이 이 물고기를 먹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이제는 이 같은 먹이 사슬을 통한 인간의 섭취나 체내 흡수 외에도 일상적인 생활에서 접하게 되는 일회용 컵, 생수, 티백, 플라스틱 용기 등의 사용을 통한 섭취 경로와 함께 일반 식수 등을 통한 체내 유입도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유입이 호흡에 의한 경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아직 충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 않지만, 여러 실험이나 측정을 통해 그 유입의 가능성이 꾸준히 확인되고 있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 연구팀은 2017년 6~10월 대류권인 해발 2877m의 공기를 1만㎥씩 채집해 분석한 결과 모든 공기 샘플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이로써 미세플라스틱이 대류권을 떠 다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사례로 2022년 뉴질랜드 캔터베리대학 연구팀은 남극대륙 로스 빙붕 19곳에서 채취한 눈의 모든 샘플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곳에서 채취한 눈이 녹은 물 1L당 미세 플라스틱이 평균 29개 발견됐다고 한다.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의 출처로 남극지역 과학 연구 기지를 지목했다. 하지만 모델링 연구를 통해 미세플라스틱이 무려 6000km 떨어진 곳에서 온 것일 수도 있다는 걸 알아냈다. 2010년에는 에베레스트 정상 근처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기도 했는데 먼지, 바람에 실려 대기권을 다닌 경로와 산악 등반대가 사용하던 플라스틱 폐기물이 마모되면서 발생된 경로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서울과 부산의 연구원에서 측정한 결과를 발표했는 데 2022년 1월 부산보건환경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실내외 18곳의 공기를 분석한 결과 미세플라스틱 평균 농도가 실내는 1㎥당 0.4개, 실외는 0.1개로 파악됐다. 크기는 실내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이 더 작았고, 성분은 대부분 폴리에틸렌(PE) 입자였다. 실내는 장난감과 포장재, 함성섬유 등에서 많이 배출됐고, 실외는 건축자재와 자동차, 음료수병 등에서 배출된 것으로 본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도 2021년 실내와 실외에 떠다니는 공기를 각각 포집해 20㎛ 이상의 미세플라스틱 개수와 크기 분포, 종류 등을 분석한 바 있다. 연구결과, 살내 공기 중에 떠다니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은 1㎥당 0.45∼6.64개, 실외공기에서는 0.45∼5.16(평균 1.96±1.65)개로 분석됐다. 아마도 측정 크기를 줄이게 되면 좀 더 놀라운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세플라스틱이 동물성 플랑크톤부터 어류, 사람까지 먹이사슬에 따라 상위 포식자로 갈수록 그 농도가 증가하는 섭취를 통한 생물농축확대 (biomagnification) 현상에 더해 호흡기를 통한 체내 흡수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인데, 이 부분의 증가는 향후 눈에 띄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확장된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유입은 인간 생활을 넘어 근본적으로 자연 생태계에 치명적이다. 그런 점에서 플라스틱의 사용과 관리에 대한 전 인류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있다. 미세플라스틱의 생성과 이동 경로를 좀 더 명확히 하고, 대기질에서의 각종 자료를 공유하고, 미세플라스틱의 크기별 농도별 인체 위해성에 대한 분석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생활 환경 개선, 생활 행동 방식의 전환을 명확히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속가능한 지구 환경은 그저 만들어지지 않는다. 전 인류가 단합하고 함께 노력할 수 있는 시간도 점점 부족해지고 있다.박기서 전 대기환경학회 부회장

[EE칼럼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엿보기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정책 기본 원칙은 연속성과 실현 가능성이다. 지난 정부에서 정한 두 개의 장단기 목표 즉, 장기 목표인 ‘2050년 탄소중립’과 단기목표인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이어 받되,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에너지믹스는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수정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폐기하고, 원전을 적정 비중으로 활용하는 복원전 정책을 통해 탄소중립 목표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을 구체화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곧 발표될 예정이다. 집권 직후 발표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시간적 제약으로 인해 현 정부의 에너지정책 의지가 온전히 반영될 수 없었다는 점에서, 늦은 감은 있으나 11차 계획이 사실상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에너지 계획으로 간주할 수 있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핵심 내용은 전력 수요 전망 상향 조정, 신규원전을 포함한 원전 비중 확대,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 조절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몇 차례의 계획은 전력 수요 증가를 최대한 낮춰 전망하는 경향이 있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전력 수요 전망에 맞춰 공급 계획이 따라가는 구조다. 따라서 탄소중립과 탈원전 정책아래서 전력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 어쩔 수 없이 원전 이외의 유일한 무탄소 전원인 재생에너지를 비현실적으로 대폭 확대할 수밖에 없는 모순에 빠지게 된다. 바로 이런 모순을 피하려고 수요를 의도적으로 낮게 전망했다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실제로 전력 수요 실적치가 번번이 계획치를 넘어서는 일이 반복되면서 의심은 점차 사실화되었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2036년 전력 수요 전망치는 10차 계획보다 5GW 이상 많은 140GW대에서 결정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한 전기화 수요와 데이터센터, 반도체 등 첨단산업 수요 등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 중심이 될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서 필요한 추가 전력만 해도 10GW에 이른다는 전망을 고려할 때, 전력 수요의 상향 조정은 여전히 부족해 보이지만 실현 가능성을 높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가장 큰 변화는 당연히 복원전이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석탄 발전을 줄이고, 이를 원전이나 재생에너지와 같은 무탄소 전원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석탄 발전은 거의 항상 가동되어야 하는 기저 전원이기 때문에 간헐성으로 말미암아 평균 이용률이 20% 내외밖에 되지 않는 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수 있는 전원이 아니다. 석탄 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무탄소 전원은 현실적으로 원전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원전 비중의 확대는 탄소중립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는 탈원전 정책을 고수한 지난 정부에게는 거의 유일한 탄소중립 달성 수단이었다. 당연히 재생에너지 몰빵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이 영국 글래스고에서 선언한 2030년 NDC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30%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 매년 재생에너지를 9GW 이상씩 급격히 늘려야 달성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이다. 지난 2020년 한해동안 설치된 재생에너지 5.3GW가 역대 최대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다. 더구나 최근 재생에너지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제주와 전남 지역에서 이따금 발생하는 수급 불안정에서 보듯이 에너지저장장치와 전력계통의 대규모 증설이 동반되지 않으면, 전국에 걸친 재생에너지발 수급 불안정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 이 같은 현실을 감안해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을 기존 목표 30%에서 20% 내외로 하향 조정해 실현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실현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주변 여건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바로 실패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전력 수요가 예상보다 많이 증가하거나, 신규원전 부지확보가 지연되거나, 전력계통이 충분히 확충되지 않으면 바로 공급 부족, 탄소중립 실패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합리적 전력 수요를 유도하는 전기가격 결정 체계를 비롯해 신규원전 부지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 전력계통의 원활한 확충을 위한 특별법 마련과 같은 후속 조치를 통해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일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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