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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호 칼럼] 하남 자부심, 구술채록집 ‘기억, 역사’

6월은 호국보훈의 달입니다. 6월13일 하남시 미사도서관 4층 미사홀에서 2024년 제4회 하남기록단 아카이브(저장소)- 호국영웅 및 가족 구술채록집 출판기념회가 진행됐습니다. 하남시와 시민은 2021년부터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을 32만 시민과 함께 기억하기 위해 구술채록집을 발간하기 시작했습니다. 기록으로 남길 때, 그 이야기는 오래 기억돼 후대에 이어지고, 결국 역사가 될 것이란 믿음 때문입니다. 이 사업을 시작한 계기는 2020년 6.25 참전용사단체와 간담회 중 “16살 중학생으로 강원도 학도병으로 6.25 전쟁에 스스로 참전했다"고 하신 하남시 보훈영웅 김기엽 여사님 이야기를 듣고 나서부터입니다. “무엇이 16살 소녀를 참전하게 했을까? 한 개인의 경험으로 남겨두기에는 너무 소중한 삶의 기록, 격동의 시대 그와 함께했던 가족과 이웃의 아픔이 담겨있구나! 이분들이 우리 곁을 떠나시기 전에 구술채록을 통해 책으로 만들어, 하남시민과 함께하도록 지혜를 모아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지역 향토역사와 소원해질 수 있는 청소년, 미래세대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역사를 함께 기억하고, 스스로 잇도록 공감하자는 의지와 뜻도 구술채록집 발간에 주요 배경이 되었습니다. 2020년 차미화 전 도서관장님과 공직자들과 상의한 뒤 시민 구술채록단을 공개모집하고 전문가를 모셔 구술채록(口述採錄, Oral History)을 위한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초대 구술기록가인 김보람, 이덕주, 표창진, 이현오, 이혜민, 기윤덕, 김미혜, 장후남, 고순례, 권오주, 박성옥, 김미현, 안경희, 이태영, 임효진 등 열 다섯 분 열정을 지금도 또렷이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사진촬영 봉사를 맟아준 라미현 작가님은 2017년부터 미국-영국 등 참전국을 방문해 지금까지 1700명 참전용사를 기록했습니다. 구술채록으로, 사진촬영으로 호국-보훈 영웅들 희생을 기록으로 남겨주셨습니다. 2021년 첫 구술채록집 는 6.25 참전용사 열 분을 기록했습니다. 이후 독립유공자 후손 등 나라를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호국영웅들 역사도 포함돼 계속 발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중앙정부가 주관하는 '보훈 컨텐츠 발굴' 모범사례로 선정된, 이 민-관 협치사업은 하남시 9개 보훈단체(6.25참전유공자회, 무공수훈자회, 고엽제전우회, 월남전참전자회, 상이군경회, 전몰군경어머니회, 전몰군경유족회, 광복회, 특수임무유공자회)와 구술채록을 담당하는 시민과 공직자가 함께 마음과 뜻을 모아 앞으로도 지속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출판기념행사는 세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먼저 구술채록은 시민이 직접 용사들을 찾아뵙고 경청하며 기록합니다. 둘째, 호국과 보훈 역사현장 전시회에 하남청소년 대표들이 함께 참여합니다. 구술채록 결과물은 미사도서관 2층 향토기록관에 영원히 보관된다는 점이 마지막입니다. 설령 구술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가 됩니다. 도서관에서 교육받은 시민 구술채록단원들이 보배 같은 시민역사를 한 땀 한 땀 엮어내는 '기억으로 쓰는 역사'는 평범한 하남시민이 만들어내는 지역기록물이라 우리 하남역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초석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 구술채록집이 하남 독립운동과 보훈 역사 기록에 이어 민주화시대 역사도 시민과 함께 기억-기록-교육하도록 나아가기를 기대합니다. 특히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순직한 해병대 채수근 상병의 억울한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특검법을 통해 진실이 규명되기를 간정히 소망합니다. “기록이 모여 역사가 되고, 그 역사가 곧 도시 자부심이 됩니다!" 김상호 전 하남시장 kkjoo0912@ekn.kr

[EE칼럼] 재난의 경제학

벌써부터 폭염이다. 2018년인가? 한국은 사상 최악의 폭염을 경험한바 있는데 약 160명 정도의 인명 손실이 있었다. 사상 최악의 폭염은 2003년에 유럽에서 발생한 것으로 사망자만 5만에서 7 만명이라고 한다. 올해 태국이나 인도는 체감온도가 50도를 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심각한 것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런 일이 국내ㅔ외적으로 발생한다는 게 문제다. 최근 모 경제지를 보면 섭씨 1도 오르면 세계 GDP가 최대 12%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고 한다. 하바드 대학과 노스웨스턴 대학 교수가 참여하여 전미연구소에서 발표한 자료인데 “가후변화 거시경제 영향"이라는 논문이다. 기존 분석과 다른 점은 전 지구를 대상으로 120년 동안 173개국에서 나타난 온도와 풍속 및 강수 등의 종합적인 데이터를 근거하여 지구온도가 1도 상승하면 영향은 6년 뒤에 나타나고 이런 현상이 10년이상 지속된다는 것이다. 기존 연구에는 1 - 3 퍼센트 정도 총생산의 영향을 받는다고 하였는데 6배나 많으니 충격적이다. 미국 델라웨어 대학은 23년에만 세계 GDP의 1.8%가 감소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는데 동남아 지역은 무려 14.1%, 남아프리카도 11.2% 감소했다는 것이다. 많은 기관에서 기상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발표하고 있는데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막대하다. 뉴질랜드 은행과 빅토리아대의 세계 재난통계를 보면 2000년부터 2019년 의 20년 동안 피해액은 연간 192조 5,600억 원이고 총액은 3,860조원 정도이며 피해자는 12억명 정도라는 것이다. 이를 시간당 피해액으로 보면 무려 215억원이다. 세계기상기구는 1970년대 이후 피해액이 7배 증가하였다고 한다. 유엔 재난위험경감국은 2030년까지 3700 만명에서 최대 1억700만명이 극심한 빈곤에 처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최대 재보험사인 스위스 재보험사 의 23년 보고서를 보면 자연재해 피해 보상에 보험사와 재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 액수는 총 1,080억 달러인데 이는 최근 5년 평균(2018 - 2022년)인 1,050억 달러보다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피해액이 장기적으로 5내지 7퍼센트 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니 재난에 대한 대비가 실로 중요한 문제다. 이런 이유로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협상에서 2022년 두바이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손실과 피해 기금 조성에 유래없이 빠른 속도로 합의한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본다. 일단 합의한 것은 약 1조 정도 기금을 만들고 추후에 더 햡상힐 것으로 보인다. 이미 독일, 아랍에미레이트는 1300억, 영국 985억, 미국 230억, 일본 130억 지불을 약속했으나 한국의 지원은 아직 없다. 한편 경제학자들의 관심도 매우 높아지고 있다. 물가 당국은 기후변화로 인해서 가격변동이 높아지고, 생산성이나 고용에도 영향을 주어 결국 물가안정에 악 영향을 미치게 되며 이는 금리에도 영향을 준다고 보고있다. 모건 스탠리는 질병발생 증가, 자연재해 증가 등이 노동력과 자본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세계경제의 성장을 둔화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이유로 최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후변화를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라고 본다. 이제 기후변화 문제를 보는 시각은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자연현상의 변화만이 아니라 인류의 생존과 경제를 완전히 변화시킬 수 있는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흔히 들어왔던 지구의 역습이니 기후의 역습이니 정도에서 멈출 것이 아니다. 인류에 대한 절체 절명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인 것이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헤서 생산하고 친환경 기업경영하고 에너지 전환한다고 해도 재난은 단 한번으로 많은 것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경험을 우리는무수히 많이 보아왔다. 그러니 사회의 모든 주체들은 경각심을 갖고 조속히 모든 노력을 다하여 기후변화를 바꾸는 것만이 살아남는 길이다. 김정인

[EE칼럼] 동해 대왕고래 프로젝트; 노다지인가?

본격적인 여름이다. 최고기온이 섭씨 30도가 넘는다.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로 시작되는 송창식의 노래 '고래 사냥'이 생각난다. 공교롭게도 지난 6월 4일 동해 심해저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통해 최대 140억 배럴 석유-가스 자원 부존 가능성 찾았다고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였다. 최소 35억 배럴에서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천연가스 존재 가능성을 확인했단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오랜 자원 빈국의 설움을 떨치는 일이다. 동남해안 지역에서는 한국판 중동 꿈꾼단다. 관련 정치권이 더 앞장선다니 걱정이다. 과연 그럴까? 따져보자. 생각해 보면 이번이 대통령 등 고위정치권이 연계된 세 번째 석유발견 선언인 것 같다. 그 첫 번째는 박정희 전(前) 대통령 1976년 연두 기자회견서의 포항 원유발견 발표이었다. 검은 액체 병을 보이면서 우리 미래 희망을 강조하였다. 10월 유신 이후 정치해결 도구인 중앙정보부를 통해 막대한 자금과 보안이 필요한 석유탐사를 비밀리 추진하였다. 각가지 오해는 당연하다. 육지 시추공에 스며든 경유를 원유를 오인해 벌어진 소동이라고도 한다. 기자회견 전에 알고도 발표를 강행했다고도 한다. 정치적 목적이 가미된 포항 육지탐사는 결국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90년대 포항 영일만 일대 지역에서 해상석유 시추의 실마리를 제공하였다. 그것이 바로 1998년 7월 탐사 시추에 성공하여 2021년 말까지 우리나라 최초 상업적 가스공급을 가능하게 한 동해 가스전 사업이었다. 2005년 러시아 사할린 유전개발사업에 대한 한국철도공사 참여사업에 대한 두 번째 정치권 개입 논란이다. 러시아 '이르쿠츠크' 가스의 국내 도입을 위해 북한 경유 방안 일환으로 사할린 유전투자가 내밀하게 검토되었다. 참여정부 시대 남북 화해 열풍과 이념 정치 기조에 비추어 고위층의 정치적 개입 여부는 유추될 수 있다. 계약금(620만달러)을 떼일 위험 논란으로 정치문제가 되었다. 그 후 특검 조사 등을 거쳐 하릴없이 종결되었다. 에너지개발 부문 정치실패일 수 있다. 우리나라 육지와 해저 대부분이 중생대 이전에 형성된 변성암·화산암 지질구조이다. 당연히 신석기 시대에 주로 형성된 화석연료 자원 부존이 거의 없다. 다만 포항·울산 지역 젊은 지층에서는 석유와 천연가스 등의 부존 가능성이 있다. 다양한 탐사와 개발 시도가 지속 되었다. 실패가 더 많았다. 유일한 성공사례는 동해 1·2 가스전이다. 2021년 폐쇄할 때까지 17년 동안 약 4500만 배럴의 천연가스를 생산하여 2조6000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생산설비 투자비용은 약 1조2000억 원이었으니, 적지 않은 이익을 챙긴 셈이다. 그러나 인위적 투자가 없이도 천문학적 독점적 수익(地代; Rent)이 보장되는 통상적 천연 에너지 개발사업의 특성에 비추어 큰 성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에게 익숙한 '노다지'라는 말의 어원을 생각하는 것도 흥미롭다. 조선 말기 개화 초기에 외국인들의 주된 관심 투자처는 금(金) 광산이었다. 미국 서부개척의 시발점인 '골드 러시: Gold Rush)'이래 괄목할 단일 금 광산이 평안도 운산(雲山) 등지에서 발견되었다 한다. 이에 투자자인 외국인들이 자연산 황금을 다른 사람들이 건드리지 말라는 의미로 '노-터치(No Touch)를 연발하였고 이 말이 구전(口傳) 과정에서 “노다지"로 바뀌었단다. '노다지'라는 비속어는 성공 확률이 낮은 자원 개발 프로젝트의 경제성을 과장하는 광산개발자(山師: 야마시)들의 무책임한 행동에서 유발된 것이다. 고위험ㆍ고수익이라는 특성상 석유-가스산업의 투자전략은 장기 수요확보를 통한 '규모의 경제' 구현이 필수적이다. 기술혁신 효과를 반영한 위험회피 조치도 강구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질학과 자원공학, 그리고 에너지 경제학 간의 과학적 검증의 차이를 생각해야 한다. 특히 인간이 활용 가능한 지구 부존량 전체를 칭하는 자원량(Resources)과 그리고 경제성이 있고, 그 부존 상태가 알려진 매장량(Reserves)간의 차이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대왕고래 지역은 아직 미발견 상태이지만 이론적 추론이 가능한 가상적/투기적 자원의 범주에 있는 것 같다. 이런 미확인 자원을 시추와 경제성 평가로 매장량으로 전환하는 정책이 요구된다. 이에 자원량을 결정하는 지질학적 논리를 넘어 경제성 있는 매장량을 구획하는 에너지 경제학 영역으로 승화가 필요하다. 이것이 관련 정부 기관의 정책 영역이다. 무턱대고 시추만 하는 것은 비(非)과학적이다. 최근 우리 정부 및 관련 기관 발표는 실력 부족을 자백하는 수준이다. 언론도 마찬가지 아닌가? 이런 점에서 실패하면 안 갚아도 되고 성공하면 도리어 갚아야 하는 '성공불(成功拂) 융자'제도 역시 바뀌어야 한다. 국민의 돈으로 부족한 실력 부족을 메꿀 수는 없다. 고위정치권 관심이 모든 것을 합리화할 수는 더욱 없다. 지금 우리 에너지 자원 개발 주체와 관련 전문가들이 생각해야 할 경구(警句)들이다. 최기련

[EE칼럼] 양수 발전의 재발견: 배터리를 압도하는 경제성·환경·성능 측면

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미국 포틀랜드주립대학 겸임교수 과거에는 양수 발전소의 짝꿍은 원자력 발전소였다. 원자력 발전소는 안정적으로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지만, 출력 조절이 어렵고 빠르게 반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요가 부족한 야간에는 잉여 발전량이 생기기 때문이다. 양수 발전소는 수요가 낮을 때 잉여 전력을 사용해 수량을 높은 곳으로 펌핑하고, 수요가 높을 때 방출하여 터빈을 돌린다. 이를 통해 전력 수요의 변동을 조절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유지할 수 있는 전통적이며 대표적인 유연성 자원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급증하는 재생에너지로 인해 에너지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의 필요성이 부각되어 왔다. 원자력과 함께 출력 조절이 어려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피크를 찍는 낮시간에는, LNG와 석탄발전소까지 출력제어를 실시해야 할 정도로 과잉공급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 실례로 지난 6년간 양수발전 용량은 큰 변화가 없음에도 주간시간 펌핑기동 횟수는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봄철 전력수요는 해마다 최저 수치를 갱신하고 있는데 반해, 태양광 설비용량은 금년도 5월말 기준 25.1GW를 기록하며 원자력 수준까지 급증한데 따른 것이다. 2021년 멕킨지보고서에 의하면 글로벌 넷제로에 현재 대비 10배 이상의 장주기 저장장치가 필요하다고 한다. 또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3.1)에 따르면, 국내 재생에너지의 발전비중은 11.4%에서 30.6%로 약 3배가량 증가할 전망이나, 에너지스토리지 산업 발전전략('23.10)을 통하여 2036년 기준 26.26GW를 필요량으로 제시함으로써 저장장치의 규모 확대는 이를 훨씬 뛰어 넘어야 함을 예고하고 있다. 즉, 재생에너지 발전의 간헐성으로 인한 전력수급 불안정은 유연성 자원의 압도적인 확보 없이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최근 들어서 지역적으로 편중된 전력수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송전선로 용량 부족 문제는 지역별 에너지 자립과 분산전원의 필요성을 더하고 있다. 이러한 긴박한 상황은, 그간 많은 정책적 지원을 받아온 ESS로서 배터리에 비해 경시되어 왔던, 전통적이고 물리적 저장장치 로서의 양수발전소를 다시금 돌이켜보게 한다. 양수 발전소는 대규모 에너지 저장이 가능하다. 수백 메가와트(MW)에서 기가와트(GW)급의 전력을 저장하고 방출할 수 있으며, 이는 현재 배터리 기술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따라서 대규모 전력 시스템에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양수 발전소는 물리적 원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신뢰성이 높다. 배터리는 과열, 화재 등의 위험이 있을 수 있으며, 특히 대규모 설치 시 안전 관리가 중요하다. 게다가 제조, 사용, 폐기 과정에서 환경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배터리와 달리 화학 물질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환경 오염 위험이 적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경제성 여부도 사실은, 배터리를 압도한다. 양수 발전소는 초기 건설 비용이 높지만, 운영 및 유지보수 비용이 낮고 긴 수명을 갖는다. 스위스 Engeweiher의 1.5메가 발전소는 1907년 가동 개시되어 2052년까지 운전 예정이다. 사실 인프라는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음을 감안하면 발전기만 계속 교체하면 되는 것이다. 반면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짧은 수명과 높은 교체 비용이 있다. 우리가 흔히 2년마다 바꾸는 휴대폰을 생각해보면 된다. 따라서 장기적인 경제성을 고려할 때 양수 발전소가 단연 더 유리하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은, 대한민국은 산지가 많고 고도가 높은 지역이 많아 양수 발전소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상하부 저수지 설치에 유리한 곳이 많다는 것이다. 즉 지형적 고저차를 이용해 효율적으로 물을 저장하고 방출할 수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환경영향평가 기준에만 부합할 경우, 예산만 확보되면 바로 착공할 수 있는 후보지가 여럿 존재하는 상황이다. 중국에서는 양수발전을 심지어 송배전 설비로 분류하여 자체적인 경제성조차 따지지 않고 있다. 전세계 신규 양수 발전시설의 80%가 중국 내 발주량이다. 이것이 중국으로 하여금 급격한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을 가능케 한 배경으로 추정된다. 뜬구름 잡는 재생에너지 목표량을 두고 정쟁을 할 시간에, 정작 서둘러야 할 것은 따로 있어 보인다. 유종민

[EE칼럼] 기후변화와 식량안보, 한-아프리카 협력의 중요성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기후변화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로, 특히 농업 분야에서 그 영향이 두드러진다. 온도 상승이나 강수 패턴의 변화, 기상 이변 등은 농업 생산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지구 온난화가 농업 생산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지구의 온도 상승이 2100년까지 1.6℃ 상승 수준에 머문다고 하여도 현재 농지의 8%는 경작에 적합하지 않게 되리라고 예측한 바 있다. IPCC는 '2022년 기후변화 보고서: 영향, 적응 및 취약성'에서 “기후변화가 이미 식량안보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200개 가까운 나라 중에 한국은 매우 부유한 그룹에 속하지만 식량안보 상황은 녹록치 않다. 1970년에 79.5%였던 한국의 식량자급률(칼로리 기준)은 2022년에 32%까지 떨어졌다. 자급률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해외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는 부분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식량안보 지수(GFSI: Global Food Security Index)에 따르면 한국은 2022년 기준으로 100점 만점에 70.2점을 받아 39위를 기록했다. 이는 10년 전인 2012년에 21위였던 것에 비해서도 17 계단 하락한 것이다. 여러 전문가들은 이미 한국이 2050년 전에 식량 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한국의 식량 공급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부분이 큰 만큼, 기후변화로 인한 전 지구적인 식량 생산성 감소는 한국의 식량 안보와도 연결되는 사안이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지난 4일 서울에서 열린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부가 아프리카 국가들과 농업 부문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은 고무적이라고 하겠다. 5일 열린 '한-아프리카 농업 컨퍼런스'에서는 고품종 벼 종자를 제공하는 K-라이스벨트에 더해 식량 원조나 농업 기술 협력 등의 내용이 다뤄졌다. K-라이스벨트 사업은 기존 참여국인 가나, 감비아 등 10개국에 더해 이번에 마다가스카르, 말라위, 앙골라, 짐바브웨가 합류하게 되어 총 14개국으로 확대되었으며, 나이지리아 같은 국가들도 사업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지구 육지 면적의 20% 가까이를 차지하는 광활한 아프리카 대륙에는 총 54개의 나라와 14억이 넘는 인구가 있다. 더군다나 아프리카 인구의 60% 이상은 25세의 청년이 차지하고 있어 '젊은 대륙'으로 불린다. 2050년 즈음엔 전 세계 젊은 층 인구 3명 중 1명은 아프리카인이라는 전망치도 나올 정도다. 그런데 지난 해 말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ited Nations), 아프리카 연합 위원회(AUC: African Union Commission), 유엔 아프리카 경제위원회(ECA: UN Economic Commission for Africa), 세계식량계획(WFP: World Food Programme)이 발표한 '아프리카 지역 식량안보 및 영양 개요 - 통계 및 동향 2023' 보고서에 따르면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는 전례 없는 식량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아프리카 인구의 약 20%에 해당하는 2억 8,200만 명가량은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5,700만 명이나 증가한 수치라고 전해진다. 아프리카는 유엔이 내건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의 식량안보 및 영양 목표는 물론, 2025년까지 기아와 모든 형태의 영양실조를 종식시키겠다는 목표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이런 아프리카 대륙의 식량안보의 개선에 한국과의 농업 협력이 기여할 수 있다면 이는 결국 한국에게도 직간접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아프리카 대륙의 식량안보는 한국의 식량안보와도 연결되어 있다. 아프리카는 한국에 코코아, 커피, 기타 농산물 등의 원자재를 공급하고 있는데, 기후변화나 정치적 불안정 등으로 인해 아프리카의 농산물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한국에서는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아프리카 농업에 대한 한국의 투자는 두 지역의 생산성과 식량안보를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리라 기대된다. 식량안보는 전반적인 글로벌 보건안보와도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영양실조는 질병의 확산을 가속화할 수 있고, 특정 지역에서 보건안보의 위협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보건 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전 세계가 통감한 부분이다. 식량안보는 글로벌 정세와도 관련이 있다. 식량 부족으로 인한 특정 지역의 불안정은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지정학적 내지 경제사회적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량 부족으로 아프리카 정세가 불안정해 지면 이는 분쟁과 대량 이주로 이어져 주변 대륙에도 안보 불안을 초래하거나 사회경제적인 리스크를 키울 수 있으며, 이는 결국 무역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의 식량안보는 기후변화, 무역 관계, 투자, 글로벌 시장 역학 관계 등을 통해 아프리카의 식량안보와 본질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한국이 아프리카와의 농업 협력을 촉진하고 식량안보를 지원함으로써 이 지역의 안정화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돕는다면 이는 결국 한국의 식량안보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임은정

[EE칼럼] 구리 확보, 공급망 다변화와 자원개발이다

구리는 좋은 특성과 가성비를 보유한 전력 인프라의 핵심 소재다. 구리는 청동기 시대 이후 인류의 역사와 함께 꾸준하게 진화해 온 대표적인 산업용 금속이다. 다른 금속으로는 대체하기 어려운 고유의 특성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가격이 비싸지 않아 인류의 혁신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소재다. 구리가 산업용 소재로서 가치는 첫째, 전도율이다. 구리는 비철금속 중 은(銀) 다음으로 전기에 대한 전도율이 좋은 금속이다. 발전에서 송전을 거쳐 배전에 이르는 전력 그리드(GRID: 음극에서 양극으로 흐르는 전자빔을 제어하는 구실을 함))의 필수적인 소재로 구리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특히, 열을 전달하는 수단으로도 구리는 매우 좋은 특성을 갖고 있다. 여기에 융점(고체가 액체로 변하는 온도)도 상대적으로 높다. 각종 보일러 및 난방장치, 전자장비의 열 흡수장치 등의 소재로 사용된다. 둘째, 연성이다. 각종 작업 및 변형, 특히 길이가 매우 긴 형태로 가공이 가능하다는 점은 산업용 금속으로서 큰 장점이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총.포탄의 재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근대 이후에는 각종 전선의 필수적인 소재로 쓰인다. 셋째, 내식성이 좋다. 구리는 자연환경에서 쉽게 손상되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 특히 니켈 등 다른 금속과 결합시 환경에 대한 저항의 강도가 상당히 커진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구리는 각종 파이프 등 건자재용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예를들어 부식에 대한 내식 및 전도율을 복합적으로 고려 한다면 귀금속이 최선의 대안이나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산업용 소재로 사용하기가 어렵다. 구리는 항시 일정한 수요가 존재하며 수요에 대한 공급의 조절 능력이 상당히 비탄력적이라는 점에서 투자 수단으로서 가지는 매력이 있다. 구리 원석의 경우 채굴되는 지역이 일부 지역에 집중된 관계로 파업이나 사고 등 특정 광산의 생산 차질이 글로벌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표적 자원이기도 하다. 구리는 세계 제련용량에서 아시아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구리의 원석 생산은 칠레 등 남미에 집중된 반면, 실제 구리의 제련시설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 집중된 구조다. 그 만큼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의 수요는 구리 수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되고 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23년 광산 생산량 기준 국가별 구리 생산량은 칠레(23%), 페루(12%), 콩고(11%), 중국(8%), 미국(5%), 러시아(4%), 기타(37%) 순이다. 하지만 국가별 제련 생산량을 보면 중국(44%), 칠레(7%), 콩고(7%), 일본(6%), 러시아(4%), 기타(32%)이다.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5월 30일 기준 구리 가격은 톤당 1만 692달러로 2022년 3월 최고가 1만 674달러에 넘어섰다. 미국과 중국에서 구리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공급 제한이 되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구리 공급 차질의 서막은 광산업체의 생산 차질이다. 대표적 사례가 파나마 대법원이 지난해 11월 캐나다 기업(First Quantum Minerals)이 보유한 꼬브레 파나마 구리 광산에 대해 20년간 부여된 광산 채굴권을 위헌이라고 판결하여 광산 채굴이 중지 되면서 부터다. 파나마 대법원의 광산 운영권 회수는 광산개발 이후 물 부족, 환경 파괴에 대한 주민의 염려 등을 원인으로 내세웠지만 속 듯은 광산 수익 대비 파나마에 대한 수익 배분에 대한 불만이다. 이 광산의 지분 10%는 한국광해광업공단(전, 한국광물자원공사)이 갖고 있다. 꼬브레 파나마 광산의 연간 구리 생산량은 약 40만톤이며 이는 올해 전 세계 구리 정광 전체 생산량의 1.7%에 달한다. 두 번째 서막은 중국 구리 제련업체들의 생산 감축이다. 중국 CNMC가 보유한 잠비아 구리제련소(Chambishi)가 올해 생산량을 20% 감축하기로 결정 했다. 이유는 잠비아가 지속되는 가뭄으로 전력 공급이 안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중국 내 19개 구리 제련업체들이 지난 3월 생산 감축을 논의하고 하반기부터 5~10%의 생산량 감축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블론버그에 따르면 국가별 구리 제련 비중은 중국(50%), 일본(7%), 칠레(5%0, 러시아(5%) 기타(33%) 순이다. 셋째, 미국과 영국이 러시아산 금속(구리, 니켈, 알루미늄)의 자국 내 거래소 유입을 금지한 조치로 이는 추가적인 공급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과 영국은 4월 12일 러시아에 대한 추가적인 공동 제재 조치로 시카고상업거래소(CME)와 런던금속거래소(LME)의 러시아산 구리, 니켈, 알루미늄의 4월 13일 이후 신규 생산 물량에 대한 수입을 금지 시켰다. 4월말 기준 런던금속거래소(LME)의 비축량 중 구리 재고량의 62%가 러시아산이다. 원자재 컨설팅 기업 우드 매킨지는 2033년 전 세계 구리 소비량이 3200만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구리 생산량은 2240만톤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2022년 기준 약 230만톤의 구리 정광을 수입했다. 국내 구리 수요는 해마다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안정적 구리 확보는 공급망 다변화와 해외 자원개발에 있다. 강천구

[EE칼럼] 대왕고래 프로젝트와 탄소포집·저장 사업의 중요성

우리나라는 세계 95번째 산유국이다. 대다수 국민들은 우리나라가 기름 한 방울 안나는 나라로 알고 있지만 사실 2004년부터 우리나라 동해가스전에서 원유와 가스를 생산했고, 이제는 거의 고갈되어 2021년에 동해가스전은 상업 생산을 종료했다. 그런데 지난 3일 우리 정부는 동해 수심 1 km 아래에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됐을 수 있어 한국석유공사에서 탐사와 시추를 통해 이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깜짝 발표를 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라 이름이 붙여진 이 프로젝트는 저출생과 고령화, 경기침체, 전쟁과 테러, 각종 사회적 갈등과 같이 암울한 이야기에 지쳐있는 우리 국민들에게 희망과 기대감을 선사했다. 만약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성공적이라면 우리나라는 명실 상부한 산유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유전개발에 대한 기대감 한편으로는 탄소배출 감축이라는 전 지구적 목표와 우리나라의 2050년 탄소중립 정책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정말 기쁜 일이겠지만, 대형 유전이 발견되어 상업 생산을 시작하게 되면 우리나라의 탄소배출이 급증하여 파리협약을 통하여 국제적으로 약속한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도 생겨난다. 또한 기후위기를 막기위해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 유전 개발의 경제성 하락도 고려해야 한다. 동해 석유는 얕은 바다인 대륙붕이 아니라 수심 1 km보다 더 깊은 해저에 매장되어 있으므로 생산비용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화석연료 또는 탄소배출에 대한 규제가 추가된다면 동해 유전개발에 규제 및 비용상승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고 우리가 경험한 사과가격 폭등이나 각종 기상이변 재해를 생각해보면 탄소감축 정책을 늦추거나 완화하는 것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탄소 포집 및 저장(Carbon Capture and Storage, CCS)에 대한 기술과 사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 CCS사업이란 발전소, 제철소, 석유화학공장, 수소생산공장 등에서 배출되는 고농도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고갈된 유전·가스전의 빈 공간에 포집한 이산화탄를 고압으로 주입하여 반영구적으로 저장하는 사업이다.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노르웨이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대규모 CCS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글로벌 에너지기업들은 시장 선점을 위하여 투자를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석유공사를 비롯하여 주요 대기업들이 국내, 호주, 말레이시아의 CCS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CCS사업을 지원하기 위하여 이미 우리 정부는 올해 동해가스전 활용 CCS실증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지난 5월 22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CCS 산업육성 전략(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기술·인력·기업을 확보하여 초기시장을 창출하고, CCS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내용을 포괄하고 있다. 현재와 같이 산업구조가 탄소감축이 어려운 업종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대규모 탄소감축을 할 수 있는 CCS를 활용하는 것이 필수 불가결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제를 위해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그에 더하여 우리의미래와 자손들을 위해 기후변화 측면에서 유전 개발에 따른 탄소배출 급증에 대한 우려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동시에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산화탄소를 고갈된 유전에 저장하는 CCS도 동시에 적극 사업화하여 경제와 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박용진

[EE칼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과 향후 과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2024~2038) 실무안이 공개되었다. 이번 계획은 무탄소 전원인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균형있는 확대를 도모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통해 무탄소 발전 비중이 2023년 39% 수준에서 2030년에는 53%, 2038년에는 70%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필자는 우리나라 에너지 환경에서는 원전이 더 큰 역할을 해야 하며, 이번 실무안은 전력 수요와 기술 발전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고 이해관계자들 간의 갈등이 극심한 현 상황을 반영한 과도기적 계획이라 생각한다. 2038년 목표 전력 수요는 반도체 산업과 AI 데이터센터, 전기화 수요 등의 증가 요인을 반영하여 129.3GW로 산정하고 있다. 전력믹스에서는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태양광은 2022년 21.1GW에서 2038년 74.8GW로, 풍력은 1.9GW에서 40.7GW로 크게 확대된다는 것이다. 원자력은 이미 건설계획이 확정된 4기(새울 3·4호기, 신한울 3·4호기) 외에 SMR 실증 원전(0.7GW)과 최대 3기(4.2GW)의 대형 원전 건설을 제시하였다. 2038년 발전량 기준으로는 원자력 35.6%, 신재생 32.9%, LNG 11.1%, 석탄 10.3%, 수소·암모니아 4.4% 등의 전력믹스를 예상하고 있다. 경제성 측면의 분석은 공개된 실무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재생에너지의 급격한 증가는 산단 태양광 활성화, ESS 조기 보강, 이격거리 규제개선 등 정책적 수단을 반영한 '가속보급경로'에 따른 것이다. 이 경우, 작년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합의된 2030년 재생에너지 3배 확대 목표도 달성하게 된다. 반면, 신규 원전 도입과 관련해서는 적극적인 제도 개선 의지가 드러나지 않고, COP28 당시 22개국이 공동 선언한 2050년까지 원전을 3배로 확대하겠다는 계획과도 차이가 있다. 정부는 공개된 실무안을 바탕으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포함한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정부안을 마련하고, 전기사업법에 따른 공청회, 국회상임위원회 보고 등을 진행한 후 전력정책심의회의 심의를 통해 11차 전기본을 확정할 계획이다. 100쪽 전후로 예상되는 전기본과 함께, 가능하다면 추진 경과, 수요 전망 모델 및 가정, 공급 계획 수립, 발전량 전망, 향후 추진과제 등에 대한 상세 내용과 근거 등을 담은 배경자료를 함께 공개하여 국민의 이해를 높이면 좋겠다. 더욱 중요한 일은 실효성 있는 후속조치의 추진이다. 집중식 재생발전단지와 원전 확대를 뒷받침하기 위한 전력망의 효율적 확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변동성과 간헐성이 극심한 태양광·풍력 발전이 확대되더라도 전력계통이 안정적으로 운영되려면 에너지저장시스템이 제대로 설치되어야 한다. 재생에너지는 물론 원전과 관련해서도 전력시장 및 규제 제도의 전면적인 재검토와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원전 계속운전 제도의 합리적 개선은 특히 시급하다. 그리고 신재생 발전의 급속한 확대가 민간 주도로 이루어지고, SMR 등 원자력 분야에서도 민간의 역할이 확대될 것이므로 무탄소 전원 간의 공정한 경쟁을 위한 새로운 전력 공급 및 정산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민주적이고 공개적인 절차에 따라 원전 신규부지 확보가 추진되어야 하며, 고준위폐기물 처분장 부지 확보를 위한 법 절차도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매우 의욕적으로 전망한 재생에너지, 특히 해상 태양광의 확대가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 원전 등으로 대체할 수 있는 방안도 국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매 2년마다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하여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을 마련한다. 그런데 변동성 재생에너지의 급증 등으로 고차원 방정식이 되어버린 전력수급 문제를 1년 남짓 운영되는 위원회가 직접 풀어내기는 어렵다. 전문가 조직에서 체계적인 분석을 통해 질적·양적으로 충분한 기본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다양한 무탄소 에너지 조합이 에너지 안보, 환경성, 가격적정성에 미치는 영향이 상세하게 분석되어야 한다. 기술적, 경제적, 산업적 측면의 최상의 지식과 정보를 통합해야 하므로, 특정 기관에 의존하는 대신 각 발전원, 전력계통, 에너지·전력경제, 산업 분야의 핵심기관 전문가들로 상설 '전력수급 TF(가칭)'를 구성하여 운영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전력수급계획을 포함한 에너지 정책 수립에 필요한 핵심 데이터를 표준화하여 국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 남은 기간 더욱 완성도가 높은 전기본이 마련되기를 기대하며, 계획에 대한 책임성과 국민 신뢰를 높이기 위한 근거자료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계획 확정 후에는 전력계통 보강과 제도·절차 혁신 등 후속조치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차기 전기본 수립을 위한 준비도 바로 착수하길 기대한다.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EE칼럼] 체코 원전 수주,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신은 공평하신 듯하다. 우리 국민에게는 자원 대신 근면함과 똑똑함을 주셨다. 우리 근로자 1명이 외국 근로자 서너 명 몫을 한다." 중동의 건설사업 현장에서 일하는 지인께서 한 말이다. 우리나라의 해외 건설사업 경쟁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말이다. 우리 기업들은 해외 건설사업에서 놀라운 성과를 거둬왔다. 아무나 쉽게 도전할 수 없는 혹한 환경 속에서도 완수한 성과들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그중 한낮 섭씨 50도를 오르내리는 불볕더위와 숨 멎을 만큼의 모래바람이 수시로 부는 아랍에미레이트(UAE)에서 APR-1400 원전 4기를 완공한 것은 특별하다. UAE 원전 건설사업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계획된 공기와 예산 범위 안에서 이루어 낸 쾌거이기 때문이다. UAE 원전의 적기 완공은 우리나라 원전 산업 역량의 우수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원전 1기 건설에는 2백만 개 이상의 부품과 수만 명의 인력이 소요된다. 이 많은 부품을 설계, 제작 및 구매하여 제때 조달하고, 각 역무에 적정 인력과 기자재를 배정하여 원전 건설이 공정에 맞춰 진행되도록 사업관리를 하며, 건설된 원전이 성능을 제대로 내는지 종합 시험하는 시운전 역량 등이 총망라되어야 비로소 원전 1기가 제 모습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복잡다단한 과정을 제시간에 맞춰 해낸 것이다. 프랑스와 비교해 보자. 프랑스는 미국 다음으로 많은, 56기의 원전을 운영하는 원전 강국이다. 프랑스 아레바사는 2005년부터 핀란드 올킬루오토에서 자국이 개발한 EPR 건설을 시작했다. 올킬루오토 3호기다. 이 올킬루오토 3호기는 2023년이 돼서야 비로소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건설부터 상업 운전까지 18년이나 걸렸다. 또 자국 내에 2007년부터 건설을 시작한 플라망빌 3호기 원전은 17년이 지난 지금도 상업 운전하지 못하고 있다. 원전 건설 역량은 건설단가와 직결된다. 국제에너지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kW(킬로와트)당 3717달러로 미국(1만1638달러)과 프랑스(7809달러) 보다 2~3배가량 낮다. 중국(4634달러)과 러시아(5271달러)와 비교해도 경제성이 높다. 이러한 가시적 효과 이외에도, 우리나라는 “어떠한 여건에서도 약속은 꼭 지킨다"라는 신뢰 자산을 축적하였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국격을 한층 높이는 효과로 이어졌다. 이래서 원자력을 우리 국격을 높이는 기술이라 하는 것이다. 우리가 UAE에서 거둔 유·무형의 성과는 후속 사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는 이집트의 엘다바에서도 원전 건설사업을 진행 중이다. 엘다바도 UAE에 못지않은 혹한 환경이다. 원래 이 원전 건설사업은 러시아가 수주받았다. 러시아가 우리나라의 UAE에서의 원전 건설 역량을 인정하여 우리나라에 러브콜을 보내면서 동참하게 된 것이다. 러시아는 세계 신규원전 시장에서 강자다. 세계 1위 원자력기업이자 러시아 국영회사인 로사톰은 현재 33기의 해외 원전 건설사업 진행 중이다. 러시아가 우리나라보다 원전 성능이나 시공 능력이 뛰어나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것이 아니다. 가장 큰 이유는 파이낸싱이다. 원전 1기 건설에 우리 돈으로 10조 원 내외의 자금이 필요하다. 러시아는 원전 도입 의사는 분명하지만, 사업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국가를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러시아가 원전 건설사업 자금을 대는 것이다. 재정이 여의치 못한 국가에는 거부하기 힘든 조건이다. 엘다바 원전 건설사업 총 재원의 85%를 러시아가 충당하고, 이집트는 15%만 부담한다. 원전 사업 수주는 국가 총력전이다. 러시아가 재정지원을 원전 건설사업 수주의 지렛대로 삼듯이, 원전 건설사업 수주는 원전 자체 경쟁력으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우리는 지금 체코에 원전을 수출하려 한다. 프랑스와 경쟁 중이다. 유럽연합 내에서 영향력 등을 고려할 때,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프랑스는 마크롱 대통령이 체코를 방문하는 등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산업부 장관이 방문했다지만, 외관상 역부족이다. 장관이 체코에 제안할 수 있는 지원 패키지의 범위와 깊이가 대통령과는 비교가 안 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대통령께서 나서야 할 때다. 원전 수출은 원전 도입국과 건설에 10년, 운전에 60~80년, 해체에 10년 등 도합 100년의 관계를 만든다. 이 기간 양국은 원전을 중심으로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며 긴밀한 관계를 이어 나가게 된다. 지난 UAE 원전 수주전에서도 대통령의 적극적인 비즈니스 정상외교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체코 원전 수출 성사를 위해, 대한민국 1호 비즈니스맨의 활약이 절실한 때다. 우리 국민의 근면함과 똑똑함이 체코를 무대로도 여실히 발휘될 수 있도록, 대통령 이하 우리 정부가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길 희망한다. 문주현

[EE칼럼] 드디어 발표된 전기본, 첨단 전력망 건설이 문제다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이 만들어져 5월 31일에 정부에 전달되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은 2008년부터 발표해 오던 에너지기본계획을 지난 정부에서 더 이상 만들지 않는 것으로 법 규정을 변경한 이후부터 에너지 부문에서 가장 중요한 세부 기본계획으로 자리 잡아 왔다. 비록 전력 사용량이 우리나라 총 에너지사용량의 20%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발전원에 대한 첨예한 갈등과 낮은 전력 요금으로 인한 전력공기업 부채에 대한 이슈로 인하여 중요성이 크게 주목받아 왔다. 이번 11차 전기본은 확정되면 2024년부터 2038년까지의 15년 계획을 담게 되는데, 장기 수급 전망을 바탕으로 어떠한 발전설비를 언제 건설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담는다. 상당히 세부적인 계획을 담기에 참여 전문가가 상당한데, 이번 실무안을 만들기 위한 총괄위원회의 민간 전문가만 90여 명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전달된 실무안은 이후 환경영향평가, 정부 부처 간 협의, 국회 보고 등 절차를 거쳐 연말에 확정된다. 이번에 제출된 11차 전기본 실무안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먼저 2038년까지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전기 중 70% 이상을 '무탄소 전기'로 채운다는 목표를 들 수 있겠다. 기존의 9, 10차 전기본의 무탄소 전기 생산 목표보다 더 높인 것이다. 이는 2009년 최초로 국내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립 이후 지속되어 온 무탄소 전력 생산량 목표의 증가 추세를 이어간 것이기에, 한때 여러 방향으로의 논의가 이루어지던 이번 정부의 전력 정책 방향이 분명히 결정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과 소형원자로(SMR)를 포함한 원자력을 함께 늘려 2038년 무탄소 전기 목표인 70%를 달성하기로 한 것 역시 정책의 목표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무탄소 전기 생산이 가능한 발전원이라면 갈등이나 차별 없이 모두 함께 늘려가자는 것이다. 기후변화협약에서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달성을 위해서는 이번 11차 실무안의 목표보다도 2배 이상으로 무탄소 전기 생산량을 더 늘려가야 함을 고려하면 이는 당연한 방향이라고 보인다. 실무안은 10차 전기본보다 더 높은 신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권고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 설비를 2030년까지 현재의 3배 수준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또한 10차 전기본에서 확정된 노후 석탄 발전소의 천연가스 발전소로의 전환을 유지하고 있다. 실무안은 또한 원자력발전소를 최대 3기 새로 짓고 소형원자로도 실증을 넘어 1기를 실제 건설하여 활용하기로 하였다.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SMR에 대한 실증사업과 더불어 국내 건설 및 가동을 통한 실적(track record)을 쌓아 해외에 수출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한편 실무안은 2038년 국내 최대 전력 수요는 129.3GW(기가와트)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적정한 전력 예비율로 22%를 적용하였다. 이 부분은 그러나 최근 봄철 전력 소비가 급감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보다 입체적인 고려가 필요해 보인다. 즉, 발전원과 소비자 사이의 물리적인 거리를 줄여 전력망 건설을 줄이거나, 첨단 정보통신기술과 4차산업혁명 기술을 사용하여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프로슈머(prosumer) 형 발전을 추가하여 적정 예비율 자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충분히 담겨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실무안은 현재 우리나라 전력 부문의 최대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전력 계통에 대한 투자 부족에 대한 해결 방안을 충분히 담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전력계통망 투자 지연과 감소로 인한 부작용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 심각한 전력 계통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지방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전력망도 제대로 건설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실무안에 더하여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통한 체계적인 전력계통망 투자 계획을 마련하여 실시하여야 할 것이다. 허은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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