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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폭염, 녹지접근격차 해소가 중요하다

무더위의 끝자락이라는 말복도 지났지만 날은 여전히 덥다. 하루 최고기온이 33도를 넘으면 폭염이라고 정의하는데 기상청 집계에 따르면 올여름 전국 폭염특보 일수는 20일 이상으로, 1994년 이후 최장 기록에 근접했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 7월 한달 동안 발생한 폭염일수는 15일로, 이틀에 하루 꼴로 무더위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수치는 최근 10년 동안의 평균 폭염일수인 7.4일에 비해 2배나 많다. 도심의 기온은 열섬효과에 의해 인근 교외보다 2~3도 높고, 일부 지역에서는 낮 동안 가열된 콘크리트와 아스팔트가 밤새 열을 방출하여 밤에도 기온이 30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지속된다. 질병관리청의 '2025년 온열질환감시체계 운영결과'에 따르면 올 해 8월 초순까지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3,387명이며 이 중 21명은 사망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제는 폭염이 여름 한때 발생하는 불편함이 아니라 시민의 건강과 생존을 위협하는 재난 수준으로 변하고 있다. 폭염 피해를 줄이는 방안으로 도시 녹지공간 확충과 그린벨트 보존이 자주 언급된다. 도시를 둘러싼 숲과 도시 속 녹지는 기온을 낮추고, 신선한 바람길을 형성해 열섬 완화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그린벨트 면적은 지난 10년간 약 150㎢로, 시 전체 면적의 24.6%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작년 8월 정부가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를 명목으로 서울 그린벨트 해제 정책을 발표한 이후, 이에 대한 논란이 크다. 논쟁의 핵심은 간단하다. 한 번 해제된 그린벨트는 사실상 복원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개발이 이루어진 부지는 다시 숲으로 되돌리기 어렵고, 장기적으로 도심의 기온 상승과 폭염 피해를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린벨트 해제는 당장은 주택 공급과 도시개발이라는 경제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도시의 기후 회복력을 약화시키게 된다. 한편, 녹지공간을 물리적 측면에서 충분하게 확보해야 한다는 점 외에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사안이 있다. 바로 '녹지접근성 격차(green space accessibility gap)'이다. 이는 도시 내에서 녹지공간, 즉 공원이나 숲 등에 대한 접근성이 지역이나 사회 계층에 따라 차이가 나는 현상을 말한다. 최근 유럽의 폭염 피해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서유럽 폭염 피해자의 다수가 녹지가 부족한 지역에 거주하고 있고, 도시 전체의 녹지 총량보다 특정 지역 혹은 특정 계층의 녹지 부족이 폭염에 따른 피해를 키운다는 점이 나타났다. 관련하여 최근 영국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은 “도시 전체 녹지 비율을 높이는 것보다, 녹지가 부족한 지역과 계층에 우선 공급하는 것이 폭염 피해를 줄이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보도했다. 서울시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서울연구원 분석 결과, 고소득 지역일수록 대형 공원이나 숲이 가까이 있고, 녹지 관리도 잘 되어 있다. 반면 저소득층과 고령층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은 녹지와 거리가 멀고, 규모나 관리도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폭염이 발생하면 이 격차가 곧 생존 격차로 이어지게 된다. 녹지 가까이 거주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폭염에 대해 적응하기가 쉽고 폭염피해도 작게 된다. 반면 녹지접근성이 낮은 사람은 폭염에 장시간 노출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내 연구에서도 폭염이 발생한 경우, 녹지가 부족한 지역의 사망률이 다른 지역보다 뚜렷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도시의 녹지공간 확보는 필수 요소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도시 평균 녹지율이 높아도, 취약계층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녹지가 부족하면 폭염 피해는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요한 곳에, 우선적으로 맞춤형 녹지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향후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은 더 자주 발생하고 강도는 심해질 것이다. 이로 인한 피해 역시 불가피하다. 하지만 우리의 노력으로 그 피해의 크기와 분포는 바꿀 수 있다. 기후변화시대, 폭염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녹지의 총량 확대 못지않게 녹지에 대한 접근성 차원에서의 형평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린벨트를 지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도시민 누구나 걸어서 닿을 수 있는 녹지를 보장하고 충분한 녹지공간을 마련하는 것, 그것이 폭염 피해를 줄이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가장 확실하고 지속 가능한 길이다. 조용성

[EE칼럼]인력양성 없는 자원안보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한국은 국가 산업 경제 규모에 비해 보유하고 있는 국내 자원이 빈약한 대표적인 자원 빈국이다. 세계 정세가 불안해지면 항상 안정적인 에너지자원 공급망에 마음 조리며 상황을 지켜보아야 하는 나라 중 하나에 속한다. 우리가 기껏 대응할 수 있는 것은 필요한 자원의 국내 비축뿐이다. 유사시를 대비한 국가 차원의 전략적 비축은 몇 주에서 길어야 몇 개월 분량에 해당 될 뿐이다. 장기적인 공급망 문제가 발생할 때의 해결책은 무엇일까? 결국 지속 가능하게 자원 안보를 튼튼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국가를 대상으로 자원개발을 추진하여 국가산업과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 시대에도 에너지자원은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인공 지능과 자동화 시대에는 2차 에너지원인 전력화가 가속화될 것이다. 수소에너지,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와 관련한 에너지 광물의 수요가 확대되는 미래 에너지 시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국가적 차원의 자원 공급망 확보를 위한 자원개발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의 시작과 끝, 성공과 완성은 전적으로 우수한 자원개발 인력의 꾸준한 양성과 공급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특히, 자원 보유국에 비해 국내 자원산업이 빈약하고 산업생태계 구축이 어려운 자원분야는 결국 국가가 나서서 인력을 양성할 수밖에 없다. 국내 산업 규모가 비교적 큰 분야에서는 필요한 인력이 많아 시장 자체적으로 인력공급 체계가 형성되겠지만 꼭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소수로 필요한 부분은 간과되기 쉽다. 에너지자원 개발 분야는 한 사람의 개인 능력이 전체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큰 분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불확실성과 위험성 높은 자원개발을 책임지는 상류 부문의 인력양성은 무척 중요하고 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에서 겉보기 규모로 소수의 인력만 필요하다는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밀리거나 단기적 효율성에만 집착하여 소홀하게 여겨지고 있다. 에너지자원 국내 기업의 규모는 결코 작지 않은 규모이다. 단순한 겉으로 보이는 자원개발기업을 넘어 자원을 도입하는 물류와 조선 및 플랜트 산업, 더 나가 에너지자원을 활용하여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사까지 확대하면 국내 모든 산업이 연관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국가 자원안보 공급망의 한 축인 해외자원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제적 실무경험을 갖춘 능력 있는 기술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 유능한 기술 인력양성은 학교와 산업체의 유기적인 협조가 있어야 효과적으로 수행이 가능한 일이다. 자원산업 인력양성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에 따라, 에너지산업의 축소와 확장에 따라, 대학에서 인력 양성이 조정되기도 하고 변화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없어진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다시 회복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인력양성엔 시간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원개발은 세계 경제 상황에 따라 장기적인 주기를 갖고 변하는 분야이다. 작금의 국가 자원안보 시대와 미래의 신에너지대에도 자원개발 분야의 지속적인 유능한 인력양성과 확보는 중요하다. 인력양성은 차세대를 위한 것이다. 어쩌면 대학의 인력양성 사업이 가장 효율적인 투자인지도 모른다. 적은 투자로 많은 미래세대가 혜택을 볼 수 있다. 단지 그 성과와 결과가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울 뿐이지 효과가 없는 것이 아니다. 특히, 인력양성은 인력이 필요한 시기보다 5년~10년 앞서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10년 이상의 긴 주기를 갖고 변하는 자원개발산업의 특성을 함께 고려한다면 자원산업분야 인력양성은 꾸준히 실행하지 않으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가 차원의 자원안보를 위한 자원산업인력양성은 국가 차원에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분야이다. 유능한 군인 없이는 국방안보 없듯, 유능한 자원인력 없는 자원안보는 사상누각이다. 신현돈

[EE칼럼] 한전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태양광 없었으면 어쩔 뻔...폭염으로 100GW 넘는 역대급 전력 수요", “태양광 전력 기여도 30% 넘어...폭염에 효과 '톡톡'" 등 연일 체감온도 35℃를 넘나드는 무더위에 언론을 장식한 제목들이다. 지난 7월28일 오후 2시35분 기준으로 전력 총수요는 100GW를 기록했다. 이때 태양광 발전은 21.9GW로 총수요의 21.9%를 차지해 원전 20.3GW를 넘어섰다. 해가 뜨면서 발전을 시작하는 태양광발전기는 점점 생산량이 많아져 한낮에 최고치를 보이고 해가 지면 멈춘다. 평상시에도 낮시간 전력부하를 덜어주는 태양광 발전이 폭염경보가 계속되는 시기에 그 효과가 더욱 빛을 발한 것이다. 아니면 수입하는 가스로 생산하는 비싼 전기를 써야 하는 상황이니 자립에너지인 태양광은 그야말로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이렇듯 석탄과 가스 등 발전연료의 수입대체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 감축이라는 청정·자립 에너지원임에도 불구하고 태양광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우는 소홀하기 이를 데 없다. 근거 없는 가짜 뉴스의 범람으로 주민 수용성이 떨어지고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이격거리 제한 등으로 태양광 발전의 보급은 더디게 진행되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총발전량에서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중은 5.5%에 불과했다. 미국과 일본은 모두 10%를 넘어섰다. 흥미로운 것은 위도상 우리보다 북쪽에 있어 일조량이 적은 독일과 덴마크의 태양광 발전 비중이 각각 14%, 9.3% 수준으로 자립·청정 에너지에 대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태양광 발전에 대해서는 일면 적대적이기까지 했던 지난 정부에 비해 이번 정부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천명하고 있으니 기다려 볼 일이다. 하지만 최근 발표한 한국전력의 제1차 장기 배전계획과 태양광을 압박하는 전력망 운영을 보면 한전과 전력 당국의 의지와 정책 방향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제1차 장기 배전계획은 한국전력이 분산에너지 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따라 처음 수립하여 지난달 29일 확정 발표하였다. 2028년을 목표연도로 하는 이 계획은 분산에너지의 95% 이상을 차지하는 태양광 발전 용량이 2023년 말 25.5GW에서 2028년 말 36.6GW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여 11GW의 추가 전력망 인프라를 구축하고 지능형 전력망 운영 기술 개발과 운영 시스템의 개선으로 3GW의 추가 접속 용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초 발표된 산자부의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목표연도인 2038년 재생에너지의 발전용량을 121.9GW로 잡고 이를 위해 2030년까지는 78.0GW를 설치한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그런데 한전의 장기 배전계획은 산자부의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치의 절반 수준밖에 잡고 있지 않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뒷받침해야 할 배전계획은 따로 놀고 있는 형국이다. 또한 재생에너지의 한계인 간헐성을 어떻게 흡수할 것이지에 대한 고민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현재 한전과 전력거래소는 전력망 운영을 위해 태양광에 대해 출력 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당일 수요를 초과하여 전력이 들어올 경우 미리 설치한 제어장치를 통해 한전에서 태양광 발전의 인입을 통제하는 것이다. 발전사업자는 생산한 전력이 임의로 차단되어도 그에 대한 보상은 전혀 받지 못한다. 발전소는 매일 가동하지 않아도 수요가 증가하면 돌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화력발전과 원전은 전력을 공급하지 않아도 발전소 운영에 필요한 재원 조달을 위해 용량요금을 지급해준다. 태양광 발전에는 이런 보장도 없는데 생산한 전력을 받아주지 않아도 그냥 날려버릴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전력 선진국에서는 재생에너지에 대해 전력망 우선 접속을 보장한다. 청정·자립 에너지에 대한 응당의 대우이다. 독일 재생에너지법은 전력망 운영사가 재생에너지의 인입을 차단할 수는 있지만 그럴만한 사유가 있어야 하며 사후 보상을 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출력조정을 할 수 있는 설비를 발전사업자의 비용으로 달도록 해놓고는 한전과 전력거래소에서는 부담없이 차단할 수 있으니 여차하면 태양광부터 잠그고 보는 터이다. 지난달 23일 한국경제인협회는 '현장 기반 탄소중립 정책 과제' 33건을 국회와 정부부처에 공식 건의했다. 한경협은 “RE100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재생에너지 사용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경제인 단체조차 '생존의 문제'라고 호소할 만큼 재생에너지는 발등의 불이 되었다. 그럼에도 이를 수행해야 할 한전과 전력당국은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신동한

[EE칼럼] AI 시대, 미래산업의 혈맥 ‘자원개발 거버넌스’를 다시 짜야 한다

새 정부가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을 국가 성장 전략의 핵심으로 삼은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며 고무적인 일이다. AI는 반도체를 이을 대한민국의 핵심 성장 동력이자, 전 세계 주요국이 미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주권의 영역이기도 하다. 이러한 정책 방향 덕분에 AI 성장에 필수적인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과 전력망 구축이 핵심 국가 의제로 부상했다는 점은 더욱 반갑다. 그동안 에너지 정책은 어딘가 편중되어 있었다.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전환과 이에 따른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강화로,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과 이를 뒷받침할 전력망 확충은 우리 산업 경쟁력의 근간이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이러한 외침은 정책 우선순위에서 늘 밀려나기 일쑤였다. 그랬던 에너지와 전력망 이슈가 정부의 플래그십 정책인 AI와 맞물려 전면에 등장한 것은,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국가적 과제 측면에서도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왕 물꼬가 트였으니, 이 기회에 에너지 정책 전반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에너지 업계에는 “대한민국에는 전력만 있다"는 자조 섞인 한탄이 있다. 실제로 최종에너지 소비의 절반 가까이가 전기 에너지가 아닌 열에너지다. 산업 공정, 건물 난방 등에 막대한 열이 사용되지만, 열에너지 정책은 늘 뒷전이었다. AI 시대의 상징인 데이터센터만 해도 그렇다.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서버의 열을 식히기 위해 또다시 엄청난 전력이 소모된다. 그러나 강물이나 바닷물을 활용하는 수열에너지와 같은 친환경 냉각열을 활용한다면, 전력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탄소중립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제라도 전력과 열, 그리고 효율화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에너지 정책 설계가 시급하다.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 비어있는 퍼즐 조각이 있다. 바로 '자원개발' 정책이다. AI,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등 미래 성장 산업의 혈맥은 결국 희토류, 리튬, 니켈, 코발트와 같은 핵심 광물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는 특정 자원이 어떻게 무기화될 수 있는지 똑똑히 목격했다. 이들 자원은 지리적으로 일부 국가에 편재되어 있고, 제련 및 가공 기술은 중국이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미국, 유럽 등 서방 선진국들은 더 이상 자원 공급망을 민간 기업의 손에만 맡겨두지 않는다. 국가가 직접 나서 동맹국 중심의 공급망을 재편하고, 자원 확보와 개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새로운 국제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있다. 미래 에너지원인 수소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필요한 수소의 90% 이상을 해외에서 도입해야 한다. 이는 19세기 말부터 서구 열강들이 석유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벌였던 총성 없는 전쟁이 '수소'를 둘러싸고 21세기에 재현될 것임을 예고한다. 이러한 거대한 지정학적, 지경학적 변화의 파도 속에서, 과연 대한민국은 자원개발 영역에서 계속 한발 물러나 있어도 괜찮은 것일까?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은 초라하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의 '자원외교' 실패 트라우마는 자원개발 기능의 전반적인 위축으로 이어졌다. 해외 자원개발의 선봉이었던 한국광물자원공사는 광해관리공단과 통합되어 '한국광해광업공단'으로 바뀌면서 사실상 개발 기능을 상실했다. 석유와 가스는 종종 같은 광구에서 발견되어 함께 개발하는 것이 효율적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는 여전히 분리된 채 각자의 길을 가고 있다. 글로벌 자원 메이저들과 경쟁하기에는 역량과 자본이 분산되어 힘을 쓰기 어려운 구조다. 자원개발은 수십 년의 긴 호흡과 막대한 자본, 그리고 축적된 노하우가 필요한 국가 백년대계의 인프라 사업이다. 이제 낡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과감한 결단을 내릴 때다. 광물, 석유, 가스, 그리고 미래의 자원인 수소까지 아우르는 '통합 자원개발 공기업'의 설립을 제안한다. 분산된 전문성과 자본을 한데 모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탐사부터 개발, 생산, 비축, 그리고 국제 협상까지 전 주기를 관장하는 강력한 '자원 안보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통합 공기업은 정부의 외교·안보 전략과 긴밀히 연계하여 동맹국과의 자원 협력을 주도하고, 민간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든든한 플랫폼이 될 수 있다. AI 강국이라는 목표는 견고한 에너지 시스템과 안정적인 자원 공급망이라는 토대 없이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AI의 두뇌인 반도체와 몸인 데이터센터를 만드는 데 희토류와 리튬이 필요하고, 그 거대한 인프라를 24시간 깨어있게 할 막대한 전력을 생산하는 풍력발전기와 에너지저장장치(ESS)에도 똑같이 희토류와 리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미래 산업의 '재료'와 '연료' 모두가 동일한 자원 공급망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새 정부가 AI라는 미래를 향한 문을 활짝 연 만큼, 그 미래를 뒷받침할 '자원개발 거버넌스'라는 주춧돌을 바로 세우는 일에 즉시 착수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대한민국 자원 안보의 새로운 100년 계획을 설계할 골든타임이다. 하윤희

[EE칼럼]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원자력에너지의 조화

강현국 미국 렌슬러공대 기계항공원자력공학과 교수 최근 몇 년간 전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발전시설을 대거 확충하였다. 물론 우리나라도 여러 정부에 걸쳐서 재생에너지 확보 정책을 추진하여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크게 늘였다. 이것은 환경적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에너지안보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고 바람직한 방향이다. 재생에너지는 국내 자급 에너지이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처한 에너지 섬의 단점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생에너지가 단독으로 이상적인 에너지원이 되기는 어렵다. 바람과 햇빛에 의존하는 특성상 에너지 안정성 면에서 간헐성을 가질 수 밖에 없고,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지형적 특성상 동서 방향으로 폭이 좁아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이 전국에 걸쳐 거의 동일하며, 비슷한 기상조건에 한꺼번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러한 간헐성을 재생에너지만으로 독자 조정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결국 재생에너지가 자급에너지이자 무탄소에너지로서 우리에게 유용한 가치를 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마음대로 출력조절이 가능한 보완 에너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유연한 출력변동을 통해 이런 공백을 메워주는 역할을 하는 가장 이상적인 현존하는 에너지원은 수력이다. 수문개방을 조절함으로서 쉽게 출력조절을 할 수 있고 이에 따른 부작용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피오르드 절벽에서의 수력발전이 서유럽 전력망의 안정성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아도 쉽게 알 수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재생에너지 활용이 증대됨에 따라 전력망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 졌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가용한 물자원이 한정적이므로 댐의 역할이 주로 식수와 용수를 조절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양수발전 용량도 제한적이어서, 전력망의 수요 공급 간격을 메워주는 유연 발전 역할은 주로 가스터빈 발전소가 수행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화석연료 기반 유연 발전원은 이산화탄소 발생 저감과 기후변화 방지라는 재생에너지 활용의 큰 이점을 상쇄시키기 때문에 재생에너지의 이상적인 파트너라 하기는 어렵다. 정부가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병행정책을 표명함에 따라 원자력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보완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대형 원전들은 상대적으로 기저전력 공급에 주력하였기 때문에 이런 변동성 보완에서는 그 역할이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원자력 발전의 원리상 원자로는 상당히 이상적인 유연 발전원이다. 전력생산이 더 필요하면 발전기를 더 돌리고, 그렇게 되면 더 많은 에너지를 터빈이 뽑아가게 되어 원자로 내의 온도가 내려가게 되는데, 원자로의 출력은 온도 변화에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설계되어 있으므로, 결국 자동으로 출력이 조절되는 효과가 있다. 출력을 줄여야 하는 경우에는 그 반대의 원리로, 에너지를 덜 뽑으면 자동으로 원자로 출력이 줄어드는 제어가 된다. 그러면 지금 가동 중인 원자로를 왜 출력제어에 적극 활용하지 않고 매우 제한적으로만 사용하는 것일까? 그것은 경제성 때문이다. 원자력 발전에서는 매우 적은 양의 핵연료만을 사용하므로 발전원가 중에서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다. 대개 20% 이하다. 즉 원자로 출력을 줄여서 발전량을 줄여도 운전에 드는 비용을 별로 줄지가 않는 것이다. 그에 비해 가스터빈 발전소에서는 연료비가 발전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그동안은 대형 원전을 설계할 때에 전출력 24시간 발전을 기본으로 하고, 연료비 절감이 큰 가스터빈 발전소를 주로 활용하여 출력조절 역할을 해 왔던 것이다. 프랑스나 독일처럼 원자력을 전력망 제어용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출력조절 운전이 용이하도록 설계를 한다. 미국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인데, 대부분의 기존 원전이 전출력 운전위주로 설계되어 있어서, 원자력을 활용한 전력망 조절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기와 수소 병행 생산 시스템을 개발하여 전기가 덜 필요할 때는 원자력 에너지를 수소 생산에 활용하는 것을 시험 적용 중 이다. 물론 현재 우리나라에서 개발하고 있는 혁신형SMR(i-SMR)은 출력조정을 통한 전력망 안정성 확보가 중요해진 현재의 요구조건에 맞추어 출력조절 기능을 가지도록 설계되었는데, 분당 5%의 조절이 가능하여 세계최고 수준의 출력조절 능력을 가질 예정이다. 비단 출력을 직접 줄이는 것 뿐만이 아니라 미국에서의 경우처럼 수소나 다른 유용한 물질 생산에 에너지 활용을 병행하도록 하면 원자력 에너지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이상적인 파트너가 될 것이다. 그리고 한국수력원자력에서 개발 중인 SSNC (카본생산 넷 제로 스마트 시티) 개념은 원자로와 재생에너지를 축으로 에너지 자급자족을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무탄소 에너지원인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에너지의 조화를 이루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서 생산 및 공급하는 에너지원으로서 에너지 안보차원에서도 이상적인 조합이 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의 근간을 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원자력은 경직성 전원이라는 선입관을 버리고 재생에너지의 최적 파트너라는 것을 인식하여 어떻게 더 좋은 조합을 만들어낼 지를 연구할 때다. 강현국 렌슬러공대 기계항공원자력공학과 교수

[EE칼럼] 자원협력으로 남북관계 풀어 보자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냉각기를 유지해 온 남북 소통의 길이 조금씩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매번 반복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 천명이나 통일 의지 다짐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이제 한국을 상대하기보다 미국과 직거래 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따라서 남북 관계 정상화는 누가 먼저가 아니라 실질적인 먹고 사는 일, 상호 경제적 이익이 수반되는 일부터 시작해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최근 KOTRA의 “2024년 북한 대외 무역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수출은 전년대비 10.9% 증가한 9억 6044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수입은 4.4% 감소한 23억 3567만 달러로 무역적자는 19억 7523만 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북한의 최대 수출 품목은 가발 등 솜털 가공 제품이며 2023년 3위였던 광물이 40.7% 증가해 2위로 올라섰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김정일 집권 기간(1994~2011년) 3.86%였던 연평균 경제 성장률이 김정은 집권(2012년) 이후 2023년까지 0.84%로 급격히 하락했다. 북한이 계속해서 자력갱생만을 고집할지 특단의 변화를 택할지는 모른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는 남북 개선을 위해 새로운 전략을 가져야 한다. 남북 관계는 커다란 목표 설정보다 우선 상호 불신을 푸는 것이 중요하다. 한반도 이외 국제사회는 미국과 중국간 무역 등 통상을 넘어 소리없는 전쟁 수준까지 치닫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남북 관계를 갈등으로만 대처하지 말고 조심스럽게 협력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일관적·포괄적 해결보다 단계적·점진적 접근이 필요하다. 작은 협력을 관계 복원의 마중물로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는 단순 교역 또는 물물교환의 차원을 넘어 남북 양측의 필요 하에 서로 이익을 줄 수 있다는 유무상통의 원리와 함께 서로 대등한 관계에서 상생과 협력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경험했듯 광물자원 협력부터 다시 재기해 보는 것이다. 유엔 안보리 제재 품목에 속하지 않는 텅스텐·몰리브덴 등의 광물 반입부터 시작해 차츰 신뢰가 축적되면 남북 광물개발 협력도 해볼 수 있다. 남과 북은 지난 김대중 정부 때 북한 황해도 연안군 정촌 흑연광산 개발 사업을 시작해 노무현 정부 때 생산에 들어가 남한으로 세 차례에 걸쳐 약 1,000톤의 흑연을 반입한 사례가 있다. 그 후 이명박 정부 때 두 차례 개성공단 북측 안가에서 한국광물자원공사와 북한민족경제협력연합회 산하 명지총회사 간 실무자 만남을 통해 정촌 흑연광산 재가동과 중단된 남북간 자원개발 합의를 체결했다. 당시 북측은 북한산 희토류 샘플 4개를 제공하기도 했으나 그 해 12월 김정일 위원장 사망으로 합의 이행은 성사되지 못했다. 남북 간 경제 협력이 잘 진행되었던 때는 2006년부터다. 대표적인 것이 2007년 “남북 경공업 및 지하자원 개발 협력에 관한 합의서"이며 이에 따라 남한은 북한 경공업에 필요한 원자재를 제공하고 대가로 함경도 단천의 마그네사이트, 아연 광물조사와 개발권, 그리고 약간의 아연을 받았다. 그리고 광물공사와 명지총회사 간 합작사업인 정촌 흑연광산 개발 사업이 진행되었던 것이다. 북한 내 주요 광물이 남북 경제 발전에 큰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준다는 점은 이미 확인 되었다. 북한에는 철광석·구리·마그네사이트 뿐만 아니라 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에 필요한 니켈·코발트·흑연과 희토류·텅스텐 등 각종 핵심광물이 매장되어 있다. 특히 마그네사이트·텅스텐·몰리브덴·흑연 등의 매장량은 세계 10위권 안에 들어갈 정도다. 미국 콜로라도 광업대 페인연구소에 따르면 북한은 세계 최대의 희토류 매장량을 가지고 있다고 추정했다. 또한 인하대학교 북한자원개발연구센터에 따르면 북한의 주요 광물 중 남한 내수의 절반만 북한에서 조달하면 가용 연한은 최소 25년 이상이며, 연간 수백억 달러 이상의 수입 대체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 관계가 어떻게 전개되더라도 북한 내 자원개발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남북의 의견이 다르지 않다. 따라서 정부의 남북 관계를 푸는 방법 중 하나로 실행 가능한 구체적인 각론을 마련해 접근해 보는 것이 좋다. 남북 관계를 너무 큰 틀에서 접근하지 말고 시대 변화에 맞게 정치적 시각보다는 경제면에서 한 차원 업그레이드해보면 답이 나올 수 있다. 강천구

[EE칼럼] 글로벌 에너지 전환의 분수령

2025년은 파리 협정이 채택된 지 10년이 되는 해로, 글로벌 에너지전환의 중요한 시기로 평가된다. 기후변화로 인한 극심한 기상 이변과 자연재해가 빈발하는 상황에서, 재생에너지의 역할은 더욱 주목받고 있으며, 태양광과 풍력은 비용 절감과 제조 능력증가로 인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며,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및 에너지 연구소(Energy Institute, EI)의 2024년 통계에 따르면 재생에너지는 신규 발전설비 용량의 92.5%, 발전량 증가의 74%를 차지하며 화석연료를 크게 앞섰다. 파리 협정이 채택된 2015년부터 2024년 사이 재생 발전설비 용량은 2,428GW 증가했으며, 이는 화석연료 발전설비 용량 증가(615GW)의 약 4배에 달한다. 그 결과 2024년 기준 전 세계 발전설비에서 화석연료 비중은 53.6%, 재생에너지 비중은 46.4%였으며, 2025년에는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를 앞서는 첫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 7월 30일 발표한 보고서 '2025년 중기 전력 업데이트'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전력 수요는 2024년 대비 3.3% 증가하고, 2026년에는 2025년 대비 3.7% 증가할 것이며, 태양광과 풍력이 2025년 전력 수요 증가분의 9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의 글로벌 싱크 탱크 엠버(Ember)의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전 세계 원별 발전량 증감 분석결과 전체 발전량은 396TWh가 증가했고, 태양광이 292TWh로 전체 증가량의 73.8%, 풍력이 93TWh로 23.5%를 기록했으며, 핵발전 35TWh, 화석연료 15TWh를 압도했다. 반면 수력발전은 41TWh, 석탄은 17TWh 감소했다. 2024년 발전량 기준 상위 1위와 3위인 중국과 인도의 전력 수요는 2024년의 급격한 증가세보다 2025년에는 완만한 증가가 예상된다. 2024년 7% 급증한 중국의 전력 소비량은 2025년에는 5% 증가할 것이며, 이는 산업 부문의 수요 증가 둔화를 반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2024년과 마찬가지로 전 세계 전력 수요 증가의 대략 50%를 차지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도의 전력 수요는 2024년 6% 성장 후 올해 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에너지전환을 선도하고 있는 중국은 지난 2월 역사상 처음으로 태양광 및 풍력발전 설비용량이 핵, 바이오, 석탄, 가스 등을 포함한 화력 발전 설비용량을 넘어섰다. 6월 말 기준으로는 1,673GW의 태양광 및 풍력 발전설비를 설치해 화력 발전 설비용량 1,475GW보다 198GW 더 많다.특히 태양광의 경우 213GW를 설치해 2024년 같은 기간 설치된 102GW 대비 109% 증가했고, 2025년 전체 신규 발전설비 설치 용량의 71.3%를 차지했다. 누적 설치 용량도 5월 말 1,084GW로 1,000GW를 돌파한 후 6월 말에는 1,100GW에 도달했다. 빠르면 올해, 늦어도 2026년 중에는 석탄 화력 발전설비 용량을 추월해 태양광이 제1 발전원이 될 것이다. 발전량 점유율에서도 2025년 상반기 풍력발전 점유율 12.1%, 태양광 발전 점유율 11.2%, 풍력과 태양광 합산 점유율은 23.3%로 역대 최대이자 수력발전 점유율 11.2%, 핵발전 점유율 4.9%를 크게 앞서고 있다. 반면 석탄 화력 발전량 점유율은 2015년 이후 역대 최저인 55.9%를 기록했다. 인도 역시 2025년 상반기 18GW의 신규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해 2024년 같은 기간 설치된 12GW 대비 51% 증가했다. 21세기는 전기의 시대이며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2024년 20%에서 2050년 52%가 될 것이다. 이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 중립의 필요성 증가와 AI 데이터 센터, 전기차, 히트펌프 등 전력 수요가 높은 산업의 확대 때문이다. 전기화 시대의 핵심은 재생에너지이며, 대한민국 역시 기후변화 대응과 미래세대를 위한 에너지 안보 강화, 경제적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위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

[기고] 방송통신대 동두천 학습관 폐관, 철회하라

“교육은 기회이며, 기회는 평등해야 한다." 최근 방송통신대학교 동두천 학습관의 폐관 방침은 지역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시민의 배움터이자 희망의 공간이던 학습관이 충분한 공론화도 없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동두천은 지난 74년간 국가 안보를 위해 시 면적의 42%에 달하는 땅을 미군에게 제공하며, 경제적 피해와 발전 제약을 감내해 왔다. 산업기반이 취약한 조건 속에서도 시민은 묵묵히 삶을 일구어 왔으며, 그 어려움 속에서도 결코 놓지 않았던 것이 바로 '교육'이다. 일터에서 고된 하루를 마치고 야간이나 주말을 쪼개 학습관을 찾는 이들, 육아와 생계를 병행하면서도 멈추지 않았던 학업,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위해 시작한 도전. 동두천 학습관은 이 모든 이들에게 열린 배움의 창이자 재도약의 공간이었다. 그러나 이제 이 문이 닫히려 하고 있다. 방송통신대학교 본부는 효율성과 운영비 절감을 이유로 동두천 학습관 폐관을 추진하고 있다. 방송통신대학교는 '조직-인력 운영 효율화를 위한 조직개편 기본계획'을 시행하며, 전국 12개 임차 학습관과 2개 별관 학습관의 운영 종료를 순차적으로 추진 중이다. 해당 지침은 임차 건물 사용에 따른 비용 절감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동두천 학습관 또한 '임차 시설'이란 이유로 폐관 대상에 포함됐다. 문제는 폐관의 기준이 '소유 여부'에 치우쳐 있으며, 실제 교육 수요나 지역 특수성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필자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단지 운영 효율이란 명분이, 지역 시민들의 절박한 배움의 권리를 외면할 만큼 정당한가?" 현재 동두천 학습관은 경기북부 5개 시-군에 거주하는 방송통신대에 재학 중인 300여명에게 실질적 학습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이 지역에서 학습관은 사실상 유일한 고등교육 접근 통로이며, 이 시설이 문을 닫게 되면 학습자들은 수십 킬로미터를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이는 곧 학업 포기와 학습 단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평생교육, 지역균형발전, 교육복지. 이 세 가지 가치는 오늘날 국가와 공공기관이 강조하는 핵심 원칙이다. 그러나 정작 수도권 북부의 소외지역 시민들은, 자신의 배움터 하나조차 지켜내기 어려운 현실 앞에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동두천시는 2024년 교육발전특구 시범지역으로 지정됐으며, 이를 계기로 유아부터 노년까지 전 생애에 걸친 교육지원체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시민 누구나 학습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교육 사다리를 놓는 일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방송통신대학교 학습관은 그 사다리의 마지막 디딤돌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중장년, 고령층 시민에게 이 공간은 재도전의 상징이며, 지역사회 복지 기능을 보완하는 교육기관이기도 하다. 교육을 포기하는 도시는 미래를 잃는다. 시민이 학습을 포기하는 사회는 더 큰 복지 비용을 치르게 된다. 지금 폐관되는 것은 단지 '건물'이 아니라, '교육의 희망'이다. 지금 멈추는 것은 단순한 '운영'이 아니라, '기회의 평등'이다. 그러므로 이 결정은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고 본다. 지역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폐관은 시민과의 신뢰를 무너뜨릴 뿐 아니라, 국가의 교육 철학에도 역행하는 일이다. 방송통신대학교는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학습관 존치를 다시 고민해 주기를 바란다. 국민에게도 간곡히 호소한다. 지역의 작은 배움터가 지켜질 수 있도록 함께해 주시길 바란다. 대한민국 어디에 살든, 누구든, 어떤 형편이든, 배움의 기회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동두천시는 시민과 함께 학습관 존치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며, 반드시 지켜낼 것이다. 박형덕 동두천시장 강근주 기자 kkjoo0912@ekn.kr

[EE칼럼]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의 성공 조건

요즘 더워도 보통 더운 것이 아니다. 폭염, 폭서, 열대야, 불볕 더위, 찜통 더위, 가마솥 더위 등 다양한 표현이 있다. 필자는 사우나 더위를 더하고 싶다. 덕분에 다이어트는 잘 하겠지만 건설 근로자, 농부들 등 밖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위험한 상황이 될 수도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이럴 때 전력당국은 가장 긴장한다. 전력 예비율이 충분해야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한 달이 지난 이재명 정부에게 에너지 문제는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 특히 기후에너지 관련 공약에서도 언급한 2030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2050 U 자형 한반도 에너지 고속도로가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 중요한 공약을 보면 RE100 전용 산업 단지 조성, 해상풍력 지원, 전력 수요 분산으로 지역기반 에너지 생태계 구축, 햇빛 소득마을, 농가 태양광 설치 지원으로 햇빛 연금, 그리고 기후관련 행정부서의 조직 등이다. 경부고속도로가 한국의 산업화를 이끌었고 인터넷 고속도로가 IT 강국을 만들었다면 에너지 고속도로는 한국의 탈 탄소 산업의 희망과 미래가 되기를 바란다. 위키백과에 의하면 최초의 고속도로는 이탈리아에서 시작하였으먀 현대적 고속도로는 1908년 뉴욕 롱아일랜드의 모터 파크 웨이가 개인 벤쳐로 시작했다. 잘 알려진 독일의 아우토반은 세계 최초의 고속도로 네트워크다. 교량, 고가다리, 휴게소 등이 이때 설치되어 전세계에 영향을 미쳤고 우리나라도 1960년대에 고속도로를 만들게 된다. 헌데 경부고속 도로 건설에도 아픈 우여곡절이 많이 있었듯이 앞으로 에너지 고속도로 건설에도 난제가 수두룩 할 것이다. 첫 번째 재원이다. 건설은 당연히 송배전망을 관리하는 한전이 할 텐데 재원은 충분히 있는가?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재생에너지를 기존 전기와 같은 품질로 사용하려면 기존 설비보다 약 4.9배의 계통 안정화 설비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24년 기준 한전은 적자 31조, 부채 205조의 회사니 투자 여력은 매우 부족하다. 두 번째 국산 기술은 준비되어 있는 가? 특히 변환하는 설비가 잘 되어 있는가? 세 번째 356kv가 많이 있는 내륙망 건설은 어떤가? 네 번째 에너지 고속도로가 건설된다고 해도 기존 제도에서는 송배전 요금은 기존 전기와 재생에너지 간에 역차별이 생기는 구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즉 같은 양의 전기를 써도 재생에너지 직접구매에 대해서는 송배전 요금은 더 비싸게 책정될 수 있을 것이다. 다섯번째 중요한 산업 구조전환과 연계되는데 현재의 전력산업 구조는 발전-송배전-판매를 한국 전력이 한다. 구분하고 싶어도 여러가지 이유로 잘 안되었다. 그러나 공공이든 민관이든 경쟁 체제 도입이 있어야 민간 투자가 들어올 수 있고 그래야 민자 에너지 고속도로가 건설될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한가? 마지막은 약방의 감초처럼 나오는 전력 요금 자유화로 귀결된다. 최근에 개정된 상법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이 있다. 문제는 한국 전력이나 가스공사 한테도 적자가 누적되어 주주 이익에 배치된다고 하는 경우, 소송이 제기될 수 있으니,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전력요금 문제는 조속히 처리하여야 한다. “에너지 고속도로" 멋진 말이다. 국가의 대동맥인 고속도로는 언제나 원활하게 흘러야 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철저한 준비가 있어야 한다. 유비무환이다.

[EE칼럼] 우리가 잊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것들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 The trouble with most folks isn't so much their ignorance; it's know'n so many things that ain't so. (보통 사람들의 문제는 모른다는 것이 아니고 잘못된 내용을 아주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이다.) , 조쉬 빌링스(Josh Billings), 19세기에 활동한 미국 작가/유머리스트 온 국민이 무더위에 지쳐가고 있다. 냉방에 사용하는 전기가 부족해져 단전해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을지 걱정이 되고 있다. 그런데 사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전체 사용량 중 전기의 사용량이 겨우 20%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에너지전환, 탄소중립 등등 수많은 논의와 정책이 있어 왔지만, 막상 전기의 사용 비중은 21세기가 시작할 때의 15% 수준에서 지난 25년간 그리 늘어나지 않았다. 여전히 전기보다는 열과 수송용 에너지가 주요 소비 방식이다. 서울특별시에는 발전 시설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서울특별시의 2023년도 전력 자급률은 10.4%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같은 수도권인 경기도는 전력 자급률이 62.5%이며 인천광역시의 경우는 무려 186.3%나 된다는 사실은 다들 잘 모른다. 재생에너지 생산량에서조차도 서울은 인천의 75% 수준이다. 길거리에 있는 전기 배전반에 쓰여 있는 글이 있다. '전기는 국산이지만 원료는 수입합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6~7위 수준으로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데, 실제로는 그 에너지의 95% 이상을 수입한다는 사실 역시 대부분 잊고 살고 있다. 하지만 1970년만 해도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급자족률이 50%를 넘었다는 것도 잊고 살고 있다. 그때 우리 소비의 절반을 책임졌던 국산 에너지원은 바로 무연탄(anthracite)이다. 1988년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서울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던 그때까지도 가정용 난방 연료의 80%가 무연탄으로 만든 연탄이었다. 이젠 연탄구이집에 가서야 볼 수 있는 연탄은 6.25 전쟁 이후 20세기 말까지 수십년간 우리의 겨울을 따스하게 해준 에너지원이었음도 잊고 지내고 있다. 올해면 마지막 국영 탄광이 문을 닫는 우리나라와 달리 북한은 예나 지금이나 무연탄이 최대 에너지원이며, 지금도 무연탄을 생산하여 중국에 수출하여 외화를 벌고 있음도 잘 모르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 생산지 대부분이 북쪽이라서 2000년대 초반 북한과의 경제협력이 활발할 때 북한의 산림 황폐화 방안의 일환으로 우리나라가 북한 금강산 지역 등에 상당한 양의 무연탄을 공급하기도 하였다. 미국과 유럽이 21세기 초반부터 OPEC으로부터의 수입을 줄이고 자기 영토 내 에너지 개발에 주력하여 에너지 자급자족과 온실가스 감축에 성공하고 있다는 사실도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다. 유럽은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절약으로 전력 문제를 해결하였으나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수입하다가 그만 발목을 잡혔다. 그 반면 미국은 자국 내에서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을 대량 생산하면서 기존 석탄발전을 가스발전으로 바꾸어 온실가스를 줄였음을 다들 잘 모르고 있다. 또한 미국은 이제 천연가스의 수출국이 되었으며, 그 때문에 지난달 말에 이루어진 한-미 협상에서 우리나라가 상당량의 미국산 천연가스를 수입하기로 한 것이다. 1902년 7월 16일 무더운 여름밤, 미국 뉴욕의 25세 청년 윌리스 캐리어(Willis Carrier, 1878~1950)는 밤을 지새우며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지금의 에어컨디셔너(air-conditioner)에 대한 설계도를 완성하였다. 이후 여러 대기업 취업 문턱에서 낙방한 그가 1915년에 본인이 세운 회사가 바로 세계 최초의 에어컨 제조업체이자 지금도 유명한 공조기기 전문업체인 '캐리어(Carrier) 엔지니어링'이다.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가 열대지역에 사는 사람들도 편히 살 수 있게 해주는 최고의 발명품이라 극찬하였으며, 미국 공학한림원도 '인류의 삶을 바꾼 위대한 발명' 중 10위로 선정한 바 있는 에어컨의 탄생이 바로 대기업 대신 창업을 선택한 그의 용기 덕분이었음도 잊고 있는 사실이다. 올해 여름의 무더위도 바로 캐리어의 발명 덕분에 조금이나마 무더위를 피할 수 있어 그저 고마울 뿐이다. 허은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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