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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오락가락’ 유니티…아무리 급해도 초심은 지키자

[에너지경제신문 윤소진 기자] 언리얼엔진과 함께 글로벌 게임 엔진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유니티가 지난 12일 새 가격정책을 내놓으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게임 설치 횟수에 따라 요금을 청구하는 ‘런타임 수수료’ 정책이 공분을 샀다. 비용 확대를 감당하기 어려운 소규모 인디 개발사들은 엔진 수수료가 매출을 넘어서는 수준이라며 반발했다. 그들은 게임의 비즈니스모델(BM) 특성에 따라 설치 횟수가 곧 매출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토로한다. 업계 안팎에선 연이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유니티가 수익성 개선의 돌파구로 핵심 비즈니스인 엔진 구독료를 손보게 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료 패키지 게임보단 무료 다운로드로 배포 후 부분 유료화 비즈니스모델(BM)을 도입해 막대한 수익을 내는 게임이 많아지면서 설치 횟수 기반 가격정책이 더 힘을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새로운 가격정책에 허점이 많다는 것이다. 설치 횟수를 정확히 집계하는 게 가능한지 의문이 제기됐다. 악성 어뷰징 유저들의 반복적인 설치와 삭제를 해결할 방안도 공유되지 않았다. 해외에서는 살해협박까지 벌어지고, 유니티 내부에서도 반발이 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유니티는 한발 물러섰다. 개인이나 소기업 개발자를 위한 플랜인 퍼스널 이용 고객에 한해서 설치에 따른 런타임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또 프로와 엔터프라이즈 대상 고객에겐 런타임 수수료 정책을 소급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럼에도 개발자들은 ‘이미 신뢰를 잃었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일이 또 반복될 수 있다는 불안감에 개발 엔진 교체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개발자도 다수다. 유니티는 무료로 에셋을 다운받을 수 있는 에셋스토어, 저렴한 이용료 등이 개발자들의 환영을 받으며 엔진 생태계를 확장했다. 이에 유니티는 대규모 행사 때마다 생태계 구축과 크리에이터와의 상생에 대해 강조했다. 기업이 수익성을 위해 BM을 고도화하는 것을 비난할 순 없지만, 유니티의 이번 통보식 가격정책 변경 행위는 개발자들의 신뢰감을 땅에 떨어뜨리기 충분했다. 일단 급한 불은 껐다. 1인 개발자, 소규모 인디 개발사와 함께 성장해 온 유니티가 초심을 잃지 않길 바란다. sojin@ekn.kr반명함 윤소진 산업부 기자.

[기자의 눈] 경마를 언제까지 사행산업에 가둘 건가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지난 10일 경기 과천 서울경마공원에서 열린 국내 유일의 국제경마대회 ‘제6회 코리아컵·코리아스프린트’가 일본 경주마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날 경마장 관람대 내 2040세대 전용 라운지에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홍콩 등에서 온 외국 관람객들이 서로 태극기와 자국 국기를 흔들고 소리치며 자기네 국적의 경주마들을 응원하는 모습이 보여 국제대회다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서울마주협회도 일본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실존 경주마를 의인화해 육성하고 경주에서 승리시키는 일본의 경마 온라인게임)의 유저 30여명을 현장에 초청해 한국 경주마를 소개하는 등 경마 국제교류에 힘을 보탰다. 올해 대회에는 일본 중앙경마 다승 1위 기수와 세계 상금 1·2위 대회인 사우디컵과 두바이월드컵에서 올해 나란히 5위를 차지했던 일본 경주마가 참가하는 등 세계 수준의 경주마와 기수가 참가했다. 앞서 지난 2019년 제4회 대회 때는 가장 가까운 경마선진국 일본이 참가하지 않았고, 지난해 제5회 대회에도 세계 최상위의 해외 경주마들이 참가하지 않아 일부 경마팬들은 당시 한국마사회가 ‘노 재팬(일본상품 불매운동)’ 분위기와 한국마 성적을 감안해 일부러 해외 경주마를 초청하지 않았다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코리아컵·코리아스프린트를 명실상부한 국제대회로 키우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세계랭킹 1위 경주마를 보유하고 있는 일본을 비롯해 해외 경마선진국의 최고 경주마들을 초청해 대회 수준을 높이는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경마선진국과 실력 격차가 엄존하는 국내 경주마의 발굴 및 육성도 시급하다. 이날 두 경주에서 대회 총상금 30억원 중 일본이 우승상금 등 22억원을 쓸어가면서 우리 마주와 기수, 국산 경주마 생산·판매자들은 상금 획득과 국산마 판매 기회를 놓친 것에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경주마 육성뿐 아니라 국내 경마장으로 해외관람객 적극 유치와 국내 경주실황 해외수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경마산업 인프라 투자와 지원 제도의 과감한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 특히, 경마업계가 요구하는 다른 사행산업보다 과도한 2중·3중의 규제 해소는 시급하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와 국회가 경마를 더 이상 사행산업이 아닌 국민레저산업, 선진경마국과 어깨를 겨루는 글로벌산업으로 인식해야 한다. kch0054@ekn.kr김철훈 기자 김철훈 유통중기부 기자

[기자의 눈] 3당 흡수

에콰도르 해안에서 서쪽으로 약 926㎞ 떨어진 태평양의 섬 갈라파고스. 화산과 바다가 만나 인간이 절대 살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에 ‘저주의 섬’으로 불린다. 갈라파고스섬의 지리적 특성은 ‘고립’이다. ‘외로운 섬 하나’로 보일 수 있지만 갈라파고스섬이 가진 고립이라는 지리적 특성은 다양한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면서 섬 자체를 진정한 자연사 박물관으로 거듭나게 했다. 인간이라는 거대 포식자의 간섭이 없기 때문에 갈라파고스 동식물들이 그 안에서 생존할 수 있었고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내년에는 국민들이 22번째 국회라는 섬을 만드는 시기다. 총선이 6달 앞으로 다가오자 정치권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선거는 국민들에게 혁신의 정치와 새로운 정치인을 기대하게 만드는 축제다. 국내 정치는 지금까지 거대 양당 체제로 고착화 돼왔다. 최근에는 양당의 대립각이 뾰족해지면서 국민들도 강 대 강 대치에 피로감을 느끼는 모습이다. 정치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를 희망하는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내년 총선을 향한 거대 포식자들의 질주는 멈추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최근 원내 의석 수 한 자리에 불과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을 인재로 영입했다. 국민의힘은 "보수와 중도를 아우르는 연대체를 만들자"며 시대전환에 합당을 제안했다. 시대전환의 슬로건은 ‘좌도 우도 아닌 앞으로’다.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창당 정신에 어긋나는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20대 대선에서도 3당을 흡수했다. 마지막 후보자 TV토론까지 마친 뒤 다음날 아침 갑자기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깜짝 단일화’를 했다. 합당에는 ‘정치 이념을 떠나 인재를 영입한다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라는 명분이 있지만 결과론적으로는 결국 거대당에 흡수된 셈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창당을 마친 신당들도, 새로운 정치를 기대하는 국민들도 동력을 잃기 충분하다. 민주주의에서 필요한 건 획일화나 단일화가 아닌 다양성이다. 거대당이 여러 층을 아우른다는 핑계로 합당을 이어간다면 이는 정치의 다양성을 앗아가는 반(反) 민주적인 정치활동이다. 다양성이 필요하다면서 왜 굳이 ‘우리 당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라고 고집해야 하는가? 갈라파고스는 고립됐기 때문에 다양한 종의 생물들이 생존할 수 있었다. 고립되지 않았더라면 거대 포식자들에게 먹혀 종의 다양성이 사라졌을 것이다. 정치는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담는 큰 그릇이어야 한다. 종의 다양성처럼 인간의 의식이나 철학은 다양하다. 그래서 의회에서도 여러 목소리를 낼 다양한 정당이 나와야 한다. 이는 거대당이 단순히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충족시킬 수 없는 부분이다. 오히려 여러 목소리를 낼 다양한 정당이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의회정치가 힘써야 한다. claudia@ekn.kr오세영 기자수첩

[기자의 눈] CF100·RE100 정치언어에 휘말리는 업계

"CF100(사용전력의 100%를 무탄소에너지로 조달)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고집하는데 잘될 리가 없어요. 정부가 원자력발전을 밀어주려고 말도 안 되는 정책을 펼치는 겁니다." 야당과 재생에너지에 우호적인 에너지 전문가는 물론이고 재생에너지 업계 관계자를 만나도 자주 듣는 이야기다. 반대인 원전 쪽에서는 RE100에 대해 에너지정책을 망치고 있는 주범으로 보는 듯하다. CF100과 RE100으로 나뉘어 서로 홍보하는 원전과 재생에너지 업계가 정치 집단처럼 느껴진다. CF100과 RE100은 이제 정치 언어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에서 밀고 있는 CF100은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에서 원전과 수소 정도를 얹은 개념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야당은 여당에서 주장하는 CF100을 국제 기준이랑 다르고 우리나라 혼자 밀어붙이는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그 말도 맞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말하는 CF100은 단순히 RE100에서 원전과 수소를 얹은 개념이라 보기 힘들다. 외국에서 말하는 CF100은 무탄소 에너지원의 전력을 생산과 동시에 사용하겠다는 의미가 추가됐다. 하지만 RE100에도 정치적 결함이 있다. CF100은 RE100의 정치적 결함 속에서 탄생했다고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태양광·풍력 발전은 우리나라에서 주요 선진국보다 비싸게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국내 재생에너지 제조업은 외국에 점점 밀리기 시작했다. 결국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설치하려면 외국산에 많이 의존해야 한다. 우리나라 바다에 외국 기업들 다수가 해상풍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에게 비싸게 전기를 사주면 그 이익은 다른 나라로 흘러간다. 유럽연합(EU)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로 수출기업들에 탄소배출량을 줄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RE100 안 하면 세금 더 내라는 의미다. EU가 무역장벽을 당당하게 펼치는 이유는 전 세계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있어서다. CF100은 재생에너지도 확대하지만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 중 국내 산업에게 유리한 에너지원을 활용하겠다는 명분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RE100을 중심으로 세워진 국제 기준도 무시하기 어렵다. CF100과 RE100은 모두 명확하게 한쪽이 답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정치 언어라고 보이는 이유다. 에너지 업계는 CF100과 RE100이라는 정치 언어에서 빠져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두 단어에 기댈수록 정치소용돌이에 더 깊게 빠지게 될 것이다. wonhee4544@ekn.kr이원희(증명사진)

[기자의 눈] 테마주로 돈 번다는 착각

"2차전지, 초전도체(LK-99), 맥신, 양자컴퓨터, 비만치료제, 소금, 설탕, 요소수…"올해 증시는 유독 테마주에 홀려 여전히 기대감이 살아지지 않고 있다. 2차전지 열풍에 16년 만에 100만원이 넘는 ‘황제주’에 등극한 에코프로도 150만원까지 치솟았다가 80만원대까지 추락했다. 2차전지는 미래성장성이 있는 종목이라 쳐도, 초전도체는 그야말로 ‘꿈의 물질’이다. 지난 7월 국내 한 연구소가 상온 초전도체라고 주장한 ‘LK-99’ 공개 이후 여전히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과학계에서 초전도 특성이 없다는 판단이 나왔지만, 희망적인 멘트와 기사 한 줄에 갑자기 주가가 치솟기도 한다. 초전도체를 이어 급등하던 맥신 테마주들도 반짝 상승하고 추락한 상태다. 양자컴퓨터 테마도 4일 천하로 마무리됐다. 상온에서 양자컴퓨터 소자에 쓰일 후보 물질을 확인했다는 소식의 영향으로 관련 주가가 4일간 70% 급등하고, 급하락했다. 이렇듯 잠잠했던 증시 테마주로 인해 요동쳤지만, 결과는 씁슬하다. 지난 7월부터 8월말까지만 해도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에코프로, 신성델타테크 등으로 몇 억씩 벌었다는 내용이 연일 올라오고, 주식 리딩방이 활개를 치기도 했다. 실제 지난 7월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27조원으로 치솟았다. 연초 16조원 대비 11조원이나 늘어난 셈이다.조기에 투자한 일부 투자자들은 돈을 벌었을 수 있지만, 테마주가 떠오른 뒤 사들인 투자자들은 빚더미에 앉게 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잔액은 20조1811억원(18일 기준)으로 연초(16조5311억원)보다 20% 급증했다.테마주의 등장으로 우리 증시는 주도주를 잃는 결과를 얻었다. 투자는 자유롭지만, 책임에서도 벗어나기 힘들다. 환상과 허상보다는 이성적인 판단을 할 때다.

[기자의 눈] 생성형 AI 시대, 실직하지 않으려면

[에너지경제신문=정희순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각종 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삼성SDS 행사에 갔다가 문득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어쩌면 생성형 AI가 예상보다 더 빨리 우리의 일자리를 대체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삼성SDS가 내놓은 서비스는 생성형AI 기반의 기업 전용 솔루션이다. 창작과 계획, 조사, 분석 등 사람의 힘으로만 가능할 것 같았던 오피스 업무에 생성형 AI를 도입한 것으로, 황성우 삼성SDS 대표는 "업무 생산성 향상과 함께 업무의 틀까지 바꾸는 ‘하이퍼오토메이션(HyperAutomation)’을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100년 전쯤에도 비슷한 고민을 한 학자가 있었다. 거시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는 지난 1928년 ‘우리 손주들을 위한 경제전망’이라는 논문에서 생산성과 과학기술의 진보가 후손들에게 새로운 종류의 문제를 안겨주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빅데이터의 창시자’로 불리는 토머슨 대븐포트(Thomas H Davenport) 미국 밥슨칼리지 교수도 지난 2017년 출간한 ‘AI시대, 인간과 일’이라는 저서에서 ‘3차 자동화 시대’에는 명백히 실직이 많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불안한 마음에 챗GPT에게 AI가 인류의 일자리를 뺏을 것인지를 물었더니 "일부 일자리는 AI에 의해 대체될 수 있지만, 이런 변화는 동시에 새로운 직업 기회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했다. 새로운 기회의 예시로는 AI 시스템을 다루는 전문직, 인간의 창의성과 판단력이 중요한 업무, 상호작용과 감성적인 요소가 중요한 분야를 꼽았다. 뻔한 얘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이 시대에 우리가 실직을 면할 길은 딱 하나다. 컴퓨터가 정복하지 못할 영역을 찾아 기술을 발판삼아 올라서는 것이다. 삼성SDS이 이번에 내놓은 기업전용 자동화 솔루션의 이름은 ‘브리티 코파일럿(co-pilot, 부조종사)’이다. 기술은 부조종사의 역할을 하고, 진짜 조종은 결국 사람의 몫이라는 의미다. 생성형 AI 시대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넋 놓고 있다가는 대체될지 모른다. hsjung@ekn.kr정희순 정희순 산업부 기자. hsjung@ekn.kr

[기자의 눈] 증권사의 잘파세대 공략법…균형은 잃지 말아야

한때 모든 기업들이 ‘MZ’를 외쳤다. ‘MZ패션’, ‘MZ간식’, ‘MZ노조’ 등 마케팅 곳곳에 알파벳 M과 Z를 갖다 붙였던 때가 있었다. 과도한 MZ 마케팅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이후 기업들의 MZ 바라기 행보는 조금 주춤하는가 했더니 이번엔 더한 놈(?)이 나타났다. 잘파세대의 등장이다. 잘파세대는 Z세대와 알파(α)세대를 합쳐 부르는 말로 1996년생부터 2023년생을 말한다. 갓 태어난 0살부터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27살까지를 묶었다. 대한민국 인구의 4분의 1이 잘파세대에 해당한다. UN에 따르면 오는 2025년이면 알파세대는 전 세계 인구의 25%를 차지해 베이비붐세대를 뛰어넘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세대가 될 전망이다. 이들은 경제활동인구에 속하지 않는 10대임에도 소비활동과 금융 거래가 꽤 활발하다. 그 비중도 꽤 높다. 기업 입장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잘파세대는 인생 학업과 시험, 교우관계에 대한 관심만큼 앱테크나 용돈 마련 등 금융 이슈에도 유사한 수준의 관심 갖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설문조사 결과 이들이 최근 관심을 갖고 실천하는 금융 분야로 ‘앱테크’가 55%, ‘주식투자’가 19.3%를 차지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은행은 물론 증권사들까지도 잘파세대 공략에 나섰다. 앱테크에 익숙한 이들을 위해 앱에 출석 이벤트를 만들어서 보상 포인트를 지급한다거나 자사 유튜브 채널에서 자체 제작 웹드라마를 게재한다거나 하는 식이다. 학교 콘셉트로 꾸민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를 통해 잘파세대와의 소통을 강화하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주식 투자자들은 본인이 이용해온 증권사 모바일 앱(MTS)을 갈아타기보다는 하나의 증권사를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충성고객이 많기 때문에 신규 유입을 늘려야 하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기존 투자자보단 미래 고객에 해당하는 잘파세대를 사로잡는 것이 중요한 셈이다. 하지만 너무 잘파세대로만 관심이 집중돼 기존 고객들 사이에서는 "우리는 뒷전이냐"는 불만도 나온다. 유입률만 늘리려다보니 MTS·HTS가 먹통되는 등 오류 피해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국내 증권사 전산 오류는 지난 2020년에는 49건, 2021년 60건, 지난해 68건 발생해 매년 증가 추세다. 올해는 7월까지 집계된 오류만 55건에 달했다. 증권사들이 기존 방식에 갇히지 않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영(young)해지는 건 바람직하다. 다만 균형을 잃지 않으려는 최소한의 노력은 해주길 바란다.증명사진

[기자의 눈] 日 뻗어가는 韓 기업 ‘성공신화’ 새로 쓰길

일본이 달라지고 있다. ‘잃어버린’ 몇십년을 보내고 드디어 경제가 꿈틀거리고 있다. 디플레이션 국면에서는 사실상 벗어났다. 주가가 치솟고 기업들은 활력을 되찾고 있다. 글로벌 분업화 국면에서도 정치·경제적으로 탁월한 선택을 계속하고 있다. 엔저의 착시효과라는 평가도 있다. 대신 우리나라와 수출 시장에서 경합도는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진 모습이다. 반대로 소비시장으로서 매력이 커 보인다. 일본 인구는 올해 기준 약 1억2300만명이다. 우리 기업들은 일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2일 일본 도쿄에서 미디어 행사를 열고 ‘갤럭시 Z 플립5’와 ‘갤럭시 Z 폴드5’를 출시했다. 현대차는 작년 2월 일본 시장 재진출을 선언하고 아이오닉 5 등 전기차를 판매 중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달 초 메이크업 브랜드 ‘헤라’를 현지에서 공식 론칭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앞서 실패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대표적인 ‘아이폰 텃밭’으로 삼성 스마트폰은 존재감을 발산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는 토요타 등 현지 브랜드의 기세에 눌려 14년전 ‘시장 철수’ 카드를 꺼내야 했다. 아모레퍼시픽도 2006년 일본으로 향했지만 안착하지 못하고 2014년 매장 문을 모두 닫았다. 달라진 점은 한국 기업들이 ‘최첨단’을 앞세웠다는 것이다. 우리가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을 지닌 폴더블폰, 전기차 등이 일본 공략의 선봉장이다. 현지 업체들과 비교해 경쟁력이 확실히 뛰어난 만큼 수요를 늘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상당하다. 전장으로 향하는 마음가짐도 다르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 중국의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과거에 안주할 수 없는 게 우리 기업들이다. 경제성장 기지개를 이제 막 다시 켜고 있는 일본에서 성과를 내야만 한다. 그동안 수많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성장해온 게 한국 경제다. 그 중심에는 기업들의 혁신과 도전정신이 있었다.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일본의 수출품 규제 등을 겪으며 체력도 강해졌다. 일본으로 뻗어가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눈부신 ‘성공신화’를 써 내려가길 기대한다. yes@ekn.kr산업부 여헌우 기자 여헌우 산업부 기자

[기자의 눈] 국정감사, 에너지위기 극복에 집중하길

2023년 국정감사가 한달 앞으로 다가 왔다. 여야의 대치가 극심한 데다 내년 총선까지 앞두고 있어 ‘정책 감사’ 대신 ‘정치 감사’가 될 것이란 우려가 어김없이 나오고 있다. 지난 정부 내내 탈원전 논쟁이 뜨거웠지만 정치적 이념 다툼의 연장선이었을 뿐 에너지시장과 정책의 구조적 문제 해결, 선진화에 대해서는 아무런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 결과 현재 우리나라의 에너지안보 상황은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글로벌 에너지위기로 수년째 이어진 한국전력공사의 적자는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되고 있다. 상승세로 돌아선 국제유가와 환율은 에너지수입국인 우리나라에 큰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연말에는 전력시장이 붕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한전 사장이 아직 공석인 상황에서 올해 남은 기간 전기요금 인상은 사실상 추진되기 어려워 보인다. 남은 카드는 연말에 한전의 채권 발행한도를 또 다시 대폭 상향하거나 정부의 재정을 투입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현재 여야의 모습을 보면 이같은 합의가 이뤄질지 의문이다. 사실 이 모든 사태의 근본 원인은 에너지분야를 시장이 아닌 정부와 국회 등 정치권이 통제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정치권에서는 에너지분야를 그저 ‘시끄럽지 않게 굴러가기만 하면 되는 분야’, 혹은 ‘정쟁의 도구’로만 바라봐왔다. 또 여론, 복지 등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우선순위로 삼으면서 합리적인 시장원리에 따른 가격체계의 운용, 적절한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지배구조의 설계는 나중에 챙겨도 될 일이라고 방치한 결과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됐다. 그 결과 윗 돌 빼서 아래에 고이는 식으로 급조했던 에너지 관련제도와 거버넌스가 이제는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급한 대로 임시방편으로 마련했던 제도와 가격체계가 여러 에너지원을 막론하고 이해집단과 기득권을 형성, 합리적인 에너지의 생산과 배분을 위한 제도적 개혁 산업구조 개편 가격체계 합리화를 모두 가로막고 있다. 지금은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에너지부문에서도 합리적인 자원배분과 시장원리를 통한 제도개혁과 이를 통해 에너지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특정한 정치적 목적 달성, 에너지원별 이해관계 논쟁이 아닌 우리나라의 에너지안보를 지키기 위한 정책을 발굴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길 기대한다. jjs@ekn.kr전지성 정치경제부 기자.

[기자의 눈] 50년 만기 주담대, 은행 책임만 있을까

"50년이라는 기간이 왜 나왔겠어요? 55년도 있고, 60년을 할 수 있잖아요. 정부가 내놓은 상품에 맞춰 50년이라는 기간이 나왔죠. 은행이 자의적으로 내놓지는 못해요." 금융당국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회피 수단이라고 규정 짓고 은행권을 압박하자 은행권 관계자가 한 말이다. 주담대 만기가 50년으로 길어진 것은 상생금융을 강화하라는 금융당국 기조에 발 맞추기 위해서인데, 은행들 잘못으로 몰아가니 억울하다는 것이다. 은행권에서 50년 만기 주담대를 출시한 것은 지난해 6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가계대출 정상화 방안에 50년 초장기 정책모기지를 도입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이 계기가 됐다. 금융위는 금리상승기 취약차주 부실 가능성에 대비해 상환부담을 완화한다는 취지로 50년의 초장기 정책모기지를 도입한다고 했다. 대출 만기가 길어지면 월 상환액이 줄어든다는 점에 착안했다. 이후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만기 50년의 보금자리론, 적격대출, 특례보금자리론을 잇따라 내놨고, 은행권에서는 지난 1월 Sh수협은행을 시작으로 DGB대구은행에 이어 하나은행, NH농협은행,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시중은행이 지난 7월부터 본격적으로 50년 만기 주담대를 출시했다. 하지만 출시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수요가 몰리자 50년 만기 주담대는 가계대출 증가 주범으로 지목받았다. 금융당국 지목에 당황한 은행들은 일시적으로 판매를 중단하거나 나이 제한, DSR 강화 등으로 50년 만기 주담대를 손질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주담대도 가계대출 증가의 주범으로 꼽았다. 인터넷은행 주담대가 비대면·저금리로 이뤄지는 만큼 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없는 지 들여다 봐야 한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비용을 줄여 낮은 금리로 상품을 취급하고, 2030세대의 이용률이 높아 취급액이 늘어났다고 보는 인터넷은행들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50년 만기 주담대와 인터넷은행의 주담대로 수요가 쏠린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책임이 은행에 전적으로 있다고 볼 수 있을까? 상품이 나오게 된 배경과 가계대출 증가 이유에 대한 명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금융당국은 금융당국 주도의 50년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이후 대출 수요가 늘었고, 금융당국의 금리 인하 압박으로 인해 은행권의 가계대출 금리 인상에 제한이 있었다는 인식은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은행의 성격상 이자장사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맞지만, 모든 책임을 지게 되면 은행이 억울해 하는 것도 이해될 만하다. ds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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