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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KGM 1년, 고객 위한 車 브랜드로 도약하길

KG모빌리티(KGM, 옛 쌍용자동차)는 우여곡절이 많은 회사다. 1954년 '하동환자동차제작소'에 뿌리를 두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 최장수 기업이다. 주인도 꽤 많이 바뀌었다. 쌍용그룹, 대우그룹, 채권단, 중국 상하이차, 인도 마힌드라 등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겪은 수많은 '사건'들은 모두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KG그룹 품에 안긴 KGM 브랜드가 출범 1년을 맞았다. 작년 3월22일 주주총회를 통해 정식으로 사명을 변경한 게 기준점이다. 짧은 시기 많은 게 변했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매출액을 기록하며 16년만에 영업흑자를 달성한 게 특히 눈에 띈다. 전기차 신모델을 내놓으며 미래를 위한 변화의 물꼬도 텄다. 곽재선 KGM 회장은 “글로벌 판매 네트워크 다변화와 그리스, 중동, 아프리카 등 신시장 개척에 대한 공략을 강화할 것"이라며 외형 성장을 예고했다. 아직 갈 길은 멀다. KG의 지난해 판매는 11만6099대. 평택 공장 연간 생산가능 대수(24만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안방'인 내수 시장에서는 현대차·기아,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글로벌 최정상 기업들과 경쟁해야 한다. KGM의 올해 1~2월 국내 판매는 7510대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만3915대) 대비 46% 빠진 수치다. KGM가 지금 집중한 곳은 '고객'이다. 산전수전을 겪는 과정에서도 회사가 아직 살아남은 비결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명가'라는 핵심 가치를 잘 계승해왔기 때문이다. 업계에 이미 정립된 '신차 방정식'을 따르지 않고 KGM만의 차를 만들어왔다. KGM은 그간 SUV에 대한 열정과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위기를 넘겨왔다. 티볼리를 내놓으며 '소형 SUV'라는 시장을 개척했다. 코란도 스포츠, 렉스턴 스포츠 등을 꾸준히 출시하며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던 픽업트럭 부문 입지를 다져왔다. '대박 신차' 반열에 오른 토레스 역시 겉멋 들지 않은 '가성비 SUV'로 주목받았다. 2024년은 KGM 창립 70주년이 되는 해다. 갈 길이 멀더라도 '고객을 위한 길'을 걸었으면 한다. 힘들게 돌아갈지언정 진정성 있게 회사의 가치를 지켜가길 바란다. 전기 픽업트럭 등 기존에 없던 각종 신차들이 어떤 모습으로 운전자들을 만나게 될지 기대된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기자의 눈] 22대 국회, RE100·CFE 방향성 분명히 해야

4월10일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양당의 비례대표 후보들이 결정됐다. 이번에도 당선권 후보 가운데 기후·환경 분야 전문가들은 있지만 에너지·산업 분야 전문가는 사실상 없다. 지난 정부 당시부터 정치쟁점의 주요 이슈로 떠오른 에너지는 이제 국가의 미래와 안보, 수출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화두가 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에너지안보 강화·시장원칙이 작동하는 에너지시장·원전 최강국을 국정과제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지만 현재 에너지 정책은 길을 잃고 겉도는 모양새다. 한국전력의 역대급 적자와 송전망 확충 지연으로 인한 발전사들의 손실 확대, 에너지요금 정상화 등은 여전히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지난정부의 탈원전 논쟁과 마찬가지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원자력발전과 재생에너지 비중, RE100(Renewable Energy 100%, 재생에너지 100% 사용)이냐 CFE(Carbon Free Energy, 무탄소에너지)냐를 두고 논쟁을 계속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RE100을 대신해 원전 확대를 통한 CFE를 추진하고 있으나 국제정세는 아직 신재생에너지만을 활용한 제품 생산을 요구하는 RE100이 우세한 분위기다. 수출 주도형 국가인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국가경제를 위해 RE100을 과감히 수용하거나 정부가 CFE를 국제적으로 적극 확대해야하는 상황이다. 국내 전력시장의 위기는 물론 국제적으로 RE100과 CFE와의 간극 사이에서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이 표류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출범한 CF연합에 기업들의 가입이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의 수출 주도형 정책이 성공하려면 정치권이 중심을 잡고 방향성을 확실히 정해줘야 한다. 그러나 행정권력과 입법권력의 임기가 맞물리지 않은 상태에서 당정과 야당이 서로 견제하면서 힘 겨루기를 하거나 개개인별로 연관된 이해관계 등 때문에 정책 해결이 뒤로 밀리는 느낌이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간 표심 대결이 치열해 질 전망인 만큼 당분간도 여야가 에너지 믹스를 향해 정책 대안에 합의를 이루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11차 전기본 초안 발표가 지난해 말에서 총선이후로 밀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애초에 에너지 전문가가 국회에 없는 상황에서 전문적·현실적 논의가 아니라 정쟁으로만 그칠 수 밖에 없는 한계도 있다. 다가오는 22대 국회에서는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이 합리적인 방향을 찾아갈 수 있을까. 전지성 기자 jjs@ekn.kr

[기자의 눈] ‘과도한 경쟁’이 은행 사고 부추긴다

'투자자 손실 위험 확대기에 오히려 과도한 영업목표를 설정하고 성과지표를 부적정하게 설계해 전사적 판매를 독려했다.' 금융권에 터진 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현장 검사 후 지난 11일 발표한 내용이다. 글로벌 지수 변동성이 커지는 등 불확실성이 고조되던 시기였음에도 은행이 과도하게 영업목표를 설정하는 등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지속했다는 것이다. 공격적인 영업을 지속하며 은행은 투자상품 판매시 지켜야 하는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등을 위반했고 결국 불완전판매를 했다고 금감원은 판단했다. 사실상 과도한 경쟁이 불완전판매를 부추겼고 지금의 홍콩 H지수 ELS 대규모 손실 사태로 이어졌다는 것이 금감원이 내린 결론이다. 앞서 2019년 은행에서 발생한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 손실 사태 때도 은행의 영업행위에 따른 불완전판매가 드러났다. 이후 금감원은 손실 금액의 최대 80%를 투자자들에게 배상해주라는 조정안을 내놓았다. 또 금융권에서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시행하고 직원의 성과평가지표(KPI)를 고치는 등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했으나 은행의 과도한 영업행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 이번 사태를 통해 다시금 확인됐다. 은행의 과도한 경쟁은 투자상품 판매에서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최근 드러난 NH농협은행과 KB국민은행의 '과다 대출'과 관련한 배임 사고 또한 직원의 개인 일탈 이상의 과도한 경쟁에서 기인했을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자세한 내용은 조사를 해봐야 하지만, 과다 대출의 경우 직원들이 자신의 KPI를 높이기 위해 종종 발생하는 사고란 것이 은행권 관계자 설명이다. 특히 영업점에서 전결을 가진 개인사업자 대출의 경우 직원들이 실적을 높이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발생하고, 은행이 자체 검사를 통해 이를 적발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은행도 영업을 통해 돈을 벌고 직원들이 성과를 내야 하는 기업인 만큼 '경쟁'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성과에 매몰돼 정도가 지나치게 되고, 지켜야 하는 것이 무너지면 고객은 물론 은행의 직접적인 피해로 돌아가고 신뢰도 한순간에 무너진다. 은행은 고객들에게 단순한 기업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당장의 실적을 높이고 성과를 내는 것보다 중요한, 은행이 스스로 지켜야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잊지 말아야 은행 사고를 줄일 수 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기자의 눈] 시중은행을 향한 금융당국의 불편한 시각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분쟁조정 기준안에 대한 파장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연일 은행 등 판매사를 향해 ELS 분쟁조정안을 토대로 자율적으로 배상을 실시하라는 메시지를 숨기지 않고 있고, ELS 투자자들은 금감원의 배상비율이 자신들의 성에 차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금융사들은 다른 판매사들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내부적으로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 배상을 하냐 못하냐, 배상 규모가 적절했냐 안했냐 등을 논하기 이전에, 금융감독원이 전체 은행권을 마치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불완전판매까지 불사하는 기업이라고 일반화하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과거 은행들이 ELS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불완전판매까지 불사한 일부 영업점도 있는 반면, 금융소비자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한 영업점, 직원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ELS 배상비율에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등 판매원칙 위반 정도에 따른 기본배상비율을 20~40%로 설정했다. 소비자 보호에 진심인 영업점을 격려하고, 그렇지 않은 영업점은 일벌백계하는 식으로 구분하려는 금융당국의 움직임은 과거에도, 지금도 여전히 찾을 수 없다. ELS 배상안의 적정 규모와 별개로, 금융당국이 각종 금융 사고를 무기삼아 시중은행들을 향해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는 것도 편치 않다. 금융감독원 은행부문 부원장보가 이달 12일 은행, 은행지주회사 임직원과 은행연합회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24년도 은행부문 금융감독 업무설명회'에서 “은행권이 견고한 안정성, 수익성을 시현했음에도 투자자들에게 은행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고 지적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특히 “단기 성과위주의 조직문화와 기존 금융관행에 안주하면서 장기 성장비전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 것이 그 원인 중 하나"라고 일갈했다. 현재 우리나라 금융사들이 금융소비자보호에 100% 진심인지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자신 있게 100% 그렇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의 여러 발언과 행보를 종합해보면, 당국 스스로 우리나라 모든 시중은행과 임직원들이 손쉽게 돈을 벌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불완전판매까지 불사하는 기업이라고 단정 짓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시중은행 모두를 향한 손쉬운 비난은, 자칫하다 금융당국의 감독 기능에 대한 의구심과 당국, 소비자, 판매사 간에 보이지 않는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 은행들이 금융소비자보호에 최선을 다하는 금융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부터 바뀌어야 한다. 금융당국은 총선 등 외부의 정치적 메시지에 휘둘리지 않고, 금융사들이 금융소비자보호에 더욱 매진하도록 은행 사례별로 격려와 질책을 확실하게 가동해야 한다. 그래야만 은행들도 뼈아픈 반성으로 사모펀드 사태의 재발을 막을 것이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기자의 눈] 최저 시급에 맡겨진 대한민국 하늘 관문 보안

연간 약 92만편 운항(2019년), 국제공항협의회(ACI) 인증 세계공항서비스평가 세계 1위. K-공항 플랫폼 해외 수출. 모두 국내 공항들이 거둔 빛나는 실적이다.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21년 기준 평균 연봉이 8985만원, 한국공항공사는 6850만원에 달했다. 한국공항공사는 공기업인만큼 타 공공기관과 마찬가지로 직업 안정성까지 보장돼 신입 사원 공개 채용 경쟁률이 500대 1을 넘은 적도 있어 가히 '신의 직장'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린다. 하지만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은 법이다. 공항에서 근무한다고 해서 모두가 비슷하거나 같은 조건 아래에 있는 건 아니다.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은 언제나 인파로 붐비는 곳이다보니 보안 관련 각종 사건·사고들이 터지기 십상이어서 관리 측은 보안 검색 요원을 출국장 등 곳곳에 배치한다. 이들은 6개조 4교대로 투입돼 12시간 이상의 고강도 근무를 버텨야 한다. 하지만 이들이 손에 쥐는 돈은 최저 시급 수준이다. 한국공항공사가 관리하는 공항 보안 검색 요원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만난 17년차 유민송 전국공항노동조합 보안본부장은 “새벽 4~5시에 근무를 시작해 오후 9시에 퇴근하지만 월급은 200만원 언저리"라고 하소연했다. 보안 요원들의 기본급은 180만원 선이고, 식비는 15만원을 하회한다는 전언이다. 이런 이들에게 공항 당국은 직급이나 직책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이유는 이들을 단순 노무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니 이들은 새벽에 출근해도 시간당 만원 남짓한 급여를 받는다. 최근 항공 수요가 폭증함에 따라 공항별 처리 인원도 덩달아 늘어 이들의 근무 여건은 날이 갈수록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밥도 제때 챙겨먹지 못하는 건 예삿일이고, 화장실에도 못가 방광염에 시달리는 이들도 있다. 그런 가운데 이들의 책임은 막중하기만 하다. 현행 항공보안법에 따라 위해 물품 검색 실패 시 보안 검색 요원들은 고강도 처벌을 면할 길이 없다. 사정이 이러하니 이들이 열심히 일할 동기 자체가 없어 금방 관두는 사례가 많고, 현장에서는 인력난이 심각해 남아있는 이들의 업무 강도만 높아지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보안 업무 자회사 '한국공항보안'의 외부 회계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도 인건비 총액은 16억1986만원이었고 당해년도 임직원 수는 2107명으로 집계됐다. 인당 평균 76만8801원인 셈이다. 이런 터무니 없는 수준으로는 공항 시설 보안을 담보할 수 없다. 오늘도 악조건 하에서 최일선에서 묵묵히 공항 안전을 지켜내는 무명의 영웅들에 대한 관심과 인식 제고, 그에 따른 합당한 대우가 시급하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기자의 눈] “넷째가 아니고, 넷제로요”

최근 20대 후반의 지인과 얘기를 나누다 안타까운 경험을 했다. 그 지인은 기후변화에 관심이 많았다. 에너지 및 기후변화를 담당하는 본 기자로서는 아는체 좀 하며 대화를 할 수 있었다. 그러다 '넷제로'(net zero)가 나왔다. 지인에게 넷제로를 아냐고 물으니 “넷째요?"라고 되물었다. “아니. 넷제로. n.e.t.z.e.r.o요"라고 하자 “그게 뭐죠?"라며 생전 처음 듣는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기후변화 전문용어인 넷제로는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뜻으로, 우리말로는 '탄소중립'으로 해석해서 부른다. 넷제로는 2015년 12월 이후로 세상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 중 하나일 것이다. 당시 195개 당사국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기후변화 당사국총회에 모여 지구 평균 온도를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노력하자는 파리기후협약을 체결했다. 이어 2021년 9월 영국 글래스코에서 열린 총회에서는 대부분의 나라들이 넷제로를 선언했고, 우리나라도 2050년까지 국가 탄소배출량을 제로로 하는 2050 넷제로를 선언했다. 2050 넷제로는 국가 경제분야 최상위 정책이 됐기 때문에 기자들 중에 넷제로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본인도 지인이 당연히 넷제로를 알 것으로 생각하고 그냥 물었는데 뜻밖의 대답이 오자 약간 당혹스러웠다. 넷제로가 선언된지 2년 반이 됐는데, 아직도 일반인들은 잘 모른다. 가만 생각해보면 요즘 들어 넷제로, 탄소중립, 친환경이란 단어가 정책에서, 정치에서, 사회에서 전보다 덜 사용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비근한 예로 우리나라 정책 최고결정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경제방향을 설명하는 민생토론회를 19차까지 살펴봐도 넷제로, 탄소중립, 친환경이 주제가 된 적은 한번도 없으며 심지어 단어 조차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대통령이 넷제로를 언급하지 않으면 정책에도 없고, 정치에서도 빠지게 되며, 결국 미디어에도 나오지 않게 돼 일반인들은 넷제로가 넷째로로 밖에 들리지 않게 되는 것이다. 넷제로 시계는 째깍째깍 돌아가고, 청구서는 다가 오고 있다. 결제는 국민 몫이니, 최고 결정권자가 언급하지 않아도 우리는 넷제로를 알아야 한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기자의 눈] 주인 바뀐 남양유업, 오너家 ‘유종의 미’ 보여야

'60년 오너 경영'과 결별한 남양유업이 환골탈태의 진통을 겪고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와 오너인 홍원식 회장 일가 간 2년반여 동안의 소송전 끝에 오너 일가의 패소로 마무리되고 새 주인으로 한앤코를 맞이한 이후 모습이다. 최대주주가 된 한앤코는 그동안 남양유업에 낙인처럼 찍혀있던 부정적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경영진 교체에 착수했으나 아직 뛰어넘어야 할 '허들(장애물)'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지난 1월 대법원 판결 뒤에도 홍 회장이 '경영권 이전'을 놓고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한앤코 입장에선 속이 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대법원 패소 이후 홍 회장의 마지막 보루는 정기 주주총회다. 이달로 예정된 남양유업 정기주총의 주주명부 폐쇄 기준이 지난해 12월 31일인 탓에 올해 1월 최대주주에 오른 한앤코가 직접적인 '권리 행사'로부터 차단돼 있는 제도상 허점을 노린 것이다. 따라서 주주명부 폐쇄일 기준 '52.63% 지분'을 보유한 홍 회장 일가에 주총 안건 통과 여부가 달린 것이다. 한앤코가 정기주총에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선 홍 회장 일가의 위임을 받아야 하는 '이율배반적 시추에이션'에 처한 셈이다. 홍 회장은 한앤코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고문 선임과 함께 차량·사무실 제공 등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1년 주식매매계약 체결 당시 주주간 협약 과정에서 요구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오너 리스크 해소'가 환골탈태의 우선과제인 한앤코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오는 29일 정기주총을 앞두고 한앤코는 지난달 이사 선임 건 등 임시주총 소집 요청 가처분, 해당 안건을 정기주총 안건으로 올리는 가처분을 잇달아 제출하며 홍 회장 일가에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법원의 임시주총 개최 심문 기일이 이달 27일로 잡혀 법원 허가가 나와도 4월에야 열 수 있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은 홍 회장의 선친이자 남양유업 창업주인 고(故) 홍두영 전 명예회장부터 시작해 가족경영 기업이다. 따라서, 창업 패밀리로선 경영 퇴진에 아쉬움이 남는 건 당연하다. 대법원 최종 패소 이후에도 홍 회장이 회사에 출근한다는 후문이 도는 점만 봐도 여전히 강한 미련이 남아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회사 안팎으로 홍 회장 일가를 바라보는 눈길을 우호적이지 않다. 그동안 '대리점 갑질사건', '불가리스 사태' 등 반기업 정서를 초래하며 한때 불매운동으로 비화될 정도로 남양유업은 실적과 고객신뢰 모두 잃었다. 한때 눈물의 기자회견과 함께 사퇴 발표로 회사 살리기의 희생정신을 보이는 듯 했지만 이마저도 번복했다. 오죽하면 “남양이 남양했다"는 비아냥거림이 나올 정도였다. 60년 가업승계의 명패를 상실하는 건 아쉬운 일이지만, 법원 판결로 남양유업 오너 일가의 선택지는 '명예로운 퇴장'이라는 여론이 높다. 진정 선대 오너의 창업정신을 존중하고 최소한의 책임감을 보여주려면 바뀐 대주주에 협력해 남양유업의 지속경영을 응원하는 것이 오너가의 진정한 모습이 아닐까 싶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기자의 눈] 24년 정기주총,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는 원년이 되었으면

자사주 소각이 모두 주주환원일까?. 경우에 따라 다르다. 일정 목적에 따라 취득 시, 법령에서 강제로 소각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물론 처벌 규정이 없는 반쪽짜리 규정이다. 하지만 강제로 소각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럼 CB콜옵션을 포기한 것이 주주환원일까?. 경우에 따라 다르다. 배임을 피하기 위한 차원일 수 있다. 대주주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지배력이 현저하게 떨어지지 않는다면 회사가 대주주에게 콜옵션 행사권을 넘긴다면 이 의사결정을 내린 이들은 배임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가지 사례는 한 국내 유수의 기업이 최근에 발표한 사례다. 모두 '주주환원'이라는 이유로 좋은 평가를 들었다. 하지만 특정 목적으로 보유하는 자사주 소각은 처벌이 없는 상법 규정을 위반한 것이고, CB콜옵션의 경우는 배임 우려를 피하기 위함도 있다. 그럼에도 주주환원이라는 이유로 좋은 평가를 듣는 것은 국내 자본시장 환경과 상법은 소액주주보다는 대자본과 역사의 편에 가까운 '기울어진 운동장'이기 때문이다. 만약 자사주 소각 관련 처벌 규정을 강화하고, CB콜옵션의 타인 부여 및 매매를 금지한다면 어떻게 될까?. 양 사례는 주주환원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 된다. 이달 본격적으로 정기주총이 다가왔다. 올해는 여느 해보다 소액주주의 목소리가 거셀 전망이다. 소액주주 연대 플랫폼 '액트'를 통해 주주들이 연대를 맺기 수월해 졌고, 많은 상장사 오너들의 정서는 'K-디스카운트'를 여전히 야기시키고 있다. 주주들은 연대를 맺어 방만한 상장사에 일관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주주연대의 대표 간 편차는 있지만, 대부분 합리적인 요구를 한다.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한정된 자원의 나누는 과정에서 경쟁을 한다. 상장사 최대주주는 한정된 자원을 많이 나눠갖는 자이다. 그런데 운동장 역시 최대주주에 유리하다. CB콜옵션 포기나 자사주 소각 등이 최대주주의 주주환원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는 게 작금의 상황이다. 개인적으로 올해 주주총회에서 주주 연대의 주주제안이 최대한 많이 통과돼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 '신호탄'이 됐으면 한다. 그래야 단군 이래 가장 많은 교육을 받은 이들이 소시민인 나라가 대한민국임을 정치권, 더 나아가 국민들이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다. 박기범 기자 partner@ekn.kr

[기자의 눈] 22대 국회, 산업경쟁력 향상 도울까

글로벌 경기 침체 등에 따른 저성장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22대 국회가 '경제성장'이라는 발언을 뛰어넘는 현실적인 지원사격을 바라는 모양새다. 특히 노동시장 문제 해결이라는 숙원사업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는 64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의 노동시장 효율성이 39위라고 발표했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분석한 미국 싱크탱크 해리티지 재단의 '2024 경제자유지수'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노동시장 순위는 184개국 중 87위로 나타났다. 등급으로는 '부자유'에 해당한다. 과도한 정규직 보호를 비롯한 경직적인 제도 등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어려운 해고는 사회안전망의 측면도 있으나, 기업이 고용을 늘리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로도 작용한다. 근로자들의 재취업이 힘들어지고, 경력단절로도 이어질 수 있다. 강성노조가 기업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도 거론된다. 국내에서는 '파업 스케줄'을 짜놓고 시행하는 노조의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소 사업장을 중심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비롯한 보완입법이 이뤄지길 바라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법 시행에 따른 부담이 있는 만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헌법소원 제기를 시사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근로시간도 더욱 유연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정기적으로 설비를 보수해야 하는 장치산업의 경우 특정 분기에는 업무량이 몰리고 다음 분기에는 상대적으로 여유로워지지만, 현행 제도 하에서는 시행이 어렵다. 기업과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정해야 할 사안을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맞냐는 원론적인 문제도 제기된다. 상속세·법인세 인하 및 연구개발(R&D) 지원 확대 등 세제개편도 필수적인 항목으로 꼽힌다. 국내 기업들의 명목 상속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위 수준으로, 대주주 할증이 더해지면 65%에 달한다. 상속세 자체가 이중과세의 성격이 있는 상황에서 과도한 비율까지 책정된 셈이다. 정부가 탄소중립을 추진 중이지만, 기업 규모별로 차등지원하는 것도 지적을 받고 있다. 대규모 설비투자 등으로 탄소저감을 이끄는 대기업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신산업 활성화 등을 위한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도 지지부진하다는 평가다. 경영과 무관한 오너 일가가 지분을 매도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도 세율과 무관치 않다. 이 과정에서 재산 손실도 발생한다. 어차피 팔아야 할 지분을 매수하는 입장에서 '제 값'을 쳐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총선이 치러질 때마다 골든타임이라는 말이 나오지만, 유사한 문제가 이어지는 흐름이 지속되는 것은 경제성장 뿐 아니라 청년세대 등 근로자들의 노동시장 진입을 가로막고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린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고 산업경쟁력 향상이라는 과제를 달성하는 22대 국회가 되길 바란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기자의눈] 한국전력, 경영평가 ‘A’ 등급 마땅한 이유

최근 정부가 자본시장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상장사의 주가부양과 주주환원에 대한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국민의 노후보장은 부동산이 아니라 자본시장에 의지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증시의 중요성이 '괄목상대'(刮目相對) 되는 것은 자본시장을 취재하는 기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반면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최근 정부는 상장 공기업의 주주가치 제고노력을 경영평가 항목에 넣겠다고 밝혔다. 이번 방침은 해당 공기업의 성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다. 한국전력은 최근 수십조원에 달하는 적자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전의 적자에 대한 책임은 한전에 있지 않다. 오히려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한전은 지난 2021년부터 전기요금에 연료비를 연동하는 원가연계형 요금제를 도입하려 했다. 원가연계형 요금제란 전기를 만드는 원가가 오르면 요금도 올리고, 반대로 원가가 떨어지면 요금도 내리는 제도다. 정작 제도 시행은 정부가 막았다. 국민의 사정이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당시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유가가 급등한 시기였다. 결국 한전은 원가가 늘어도 요금을 올리지 못해 45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적자를 쌓았다. 이 시기 한전은 80조원 규모의 한전채를 찍어내며 버텼다. 그로 인한 채권시장의 혼란도 결국 정치권의 책임인 것이다. 한전의 경영안정과 전기요금 정상화, 주가 회복, 주주환원 등은 동시에 될 일이 아니다. 한전의 최우선 과제는 안정적인 전기공급이며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실적이 망가졌지만 2022년 한전의 경영평가가 D등급이라는 점도 이해하기 힘들다. 한전은 가정과 기업에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유일한 과제다. 심각한 경영난에도 이를 소홀히 한 적이 없다. D등급이 아니라 오히려 A등급을 주고 싶다. 넉넉한 집안에서 고액과외를 받으며 대학에 입학한 학생도 장하겠지만 어려운 집안에서 아르바이트를 뛰며 공부한 고학생 새내기가 더 대견한 법이기 때문이다. 주주환원은 현재 한전에는 무리한 요구다. 오히려 한전에 채운 각종 규제 족쇄를 풀어줘야 할 시기다. 그동안 한전을 희생양 삼아온 정부의 각성을 촉구한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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