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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양도제한조건부주식 제대로 평가해야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은 경영자의 장기 성과에 따라 주식으로 보너스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 경우 매년 현금으로 지급하는 성과급을 폐지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에서는 RSU가 지배주주의 경영권 승계에 악용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이는 기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현금 위주의 경영자에 대한 보수 체계를 주식으로 전환하여 기업의 장기적 발전을 도모하는 장점이 많은 제도이다. 첫 번째 장점으로는 연 단위의 단기적 성과를 기준으로 하는 성과급제도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그해 성과에 따라 매년 지급되는 성과급은 경영자가 현직에 있는 동안에만 반짝 성과를 내면 된다. 경영자가 기업의 지속적인 발전보다는 올해 경영 목표를 달성해 많은 보너스를 받는 것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일부 건설사가 해외에서 저가로 수주한 건설 공사가 몇 년 후에 부실로 돌아온 경우가 있었는데, 눈앞의 성과를 위해 기업의 장기 성과는 등한시한 결과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경영자의 5~10년 동안의 실적에 따라 주식으로 성과급을 주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당장에 자금이 필요한 벤처기업에 유용한 제도이다. RSU제도는 미국에서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창업초기 한 푼이 아쉬운 벤처기업으로서는 보너스로 나갈 현금을 투자로 돌릴 수 있고, 경영자는 기업경영에 매진해 벤처기업이 소위 대박이 나면 몇 년 후 큰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기업-경영자 모두가 win-win 할 수 있는 제도이다. 세 번째로 스톡옵션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 스톡옵션은 정관에 규정이 있어야 하고, 부여대상도 제한된다. 특히, 주가가 하락하면 스톡옵션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에 경영자에 대한 성과급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진다. 반면 RSU는 이러한 제한이 없고 성과급을 대신해서 지급되기 때문에 주가 하락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다. 네 번째로 일반 주주에게도 나쁘지 않다. RSU를 도입한 회사는 매해 지급하기로 한 주식을 시장에게 자사주로 매입해서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 실제로 경영자가 주식을 받기까지 기업이 자사주를 보유하게 되어 실제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 수가 일정기간 감소하게 된다. 어느 정도 주가 부양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제도가 유연하고 장점이 많다 보니 RSU제도를 도입하는 국내외 기업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미 애플사의 경우 2011년 RSU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팀 쿡 CEO는 2022년 RSU 7,500만 달러를 받기도 했다. 경영자뿐만 아니라 일반 직원인 엔지니어의 10~20%가 5~18만 달러의 RSU를 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테슬라는 2010년에 전직원을 대상으로 RSU를 지급했고 메타도 2012년 경영자들뿐만 아니라 사외이사, 일반직원에게도 RSU를 부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네이버, 씨젠, 쿠팡, 한화 등이 임직원에게 RSU를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RSU의 악용 가능성을 이유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경영권 승계에 악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만일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주식을 확보한다면 연말에 경영자에게 보너스를 몰아주고 그 돈으로 주식을 사는 것이 훨씬 단순하고 효율적이다. RSU에 대한 견제장치가 없는 것도 아니다. 주식회사의 등기임원에 대해 보수결정의 절차나 내용에 대한 공시제도가 상법과 자본시장법에 규정되어 있고, 2024년 3월부터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에 부여한 RSU를 공시하도록 기업 공시서식을 개정한 바 있다. 이러한 공시를 통해 시장에서 모니터링이 가능하고, 편법적인 승계나 사익편취가 발생한다면 배임죄 등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또한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위반에 따른 처벌 등으로 제재가 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또 다른 규제를 도입해 제도를 형해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기업은 그 크기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대기업이 도입한 제도라고 해서 색안경을 쓰고 볼 필요는 없다. 우리 경제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대기업을 정당하게 평가해야 한다. RSU도 마찬가지다. 유정주

[이슈&인사이트] AI시대의 초중고 교사의 역할

김한성 굿프롬프트 대표 지난 2023년 초에 전세계 2억~3억명에 달하는 거대 인공지능 언어모델 챗GPT 이용 열풍과 함께 AI를 둘러싼 논쟁이 불거졌다. 그 가운데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면서 찬반으로 나누어졌던 분야는 교육에서의 AI 활용이었다. 특히 부정행위의 가능성, 인간 교사의 대체, 디지털 격차 확대에 대한 우려 등 부정적인 분위기가 강해 AI 사용을 일선 학교에서는 금지하자는 주장이 지배적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생성형 AI는 텍스트는 물론 음성, 이미지 등을 처리하면서 멀티모달로 발전하고, 핸드폰에 들어갈 만큼 소형화되어 나오는 등 점차 우리와 언어로 소통하는 불편함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이달에는 마침내 생성형 AI의 아이큐가 100을 넘어섰다는 실험결과도 발표됐다. 이처럼 언어모델로서 인공지능은 기계적 성능을 크게 향상시키는 한편 이에 뒤질세라 더 많은 정보를 게걸스럽게 학습하는 주체가 되어가고 있다. 그 결과로 인공지능의 학습을 위한 데이터 이용을 둘러싼 뉴욕타임즈(NYT)와 오픈에이아이(OpenAI)와의 법적 다툼으로 떠들썩하다. 그러나 교육현장에서 AI에 대한 학습은 조용하다. 교사들은 AI를 어떻게 가르칠 지, 학생들은 AI를 어떻게 배울 지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 지난해 9월 유네스코 본부는 '교육 및 연구를 위한 생성형 인공지능에 관한 지침 (Guidance for generative AI in education and research)' 보고서를 발간했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AI 발전에 맞추어 법률이나 규제 및 제도를 만들어가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교육분야에서는 GenAI에 대한 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사용자의 개인정보 보호는 물론 학교 등 교육 기관은 GenAI를 검증할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한 상태다. 우리 교육당국도 생성형 AI가 발흥하기 전인 2022년에 '교육분야 인공지능 윤리 원칙'을 발표했지만 그 후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나마 일부 대학에서 생성형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으나 간단한 지침과 예시에 그치고 있고, 초중고교 현장은 거의 무방비 상태다. 다만, 일부 생성형 AI 서비스 업체는 청소년이 GenAI를 활용할 경우 부모의 지도 아래 이용하도록 제한적인 권고를 하는 상황이다. 초중고 교육 현장은 생성형 AI의 민낮을 체험하는 최전선이다. 우리 청소년들이 앞으로 나아가면서 GenAI의 잠재된 이점을 극대화 하면서 잠재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전략과 가이드라인 마련이 시급하다. GenAI의 급속한 발전은 우리가 준비하지 않더라도 교육의 학습 방식을 변화시키면서 교육환경을 혁신적으로 진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2024년은 학교와 교육자들이 이 획기적인 기술이 제시하는 도전과 기회에 맞서 싸우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학생들은 점점 더 ChatGPT와 같은 플랫폼에 익숙해지고 있으며, 이러한 도구를 생산적이고 윤리적으로 사용하도록 지도하는 것은 교사들의 몫이다. 초중고 교육에서 AI 통합의 성공 여부는 교사의 준비 상태에 달려 있다. 전문성 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교사들이 AI 통합의 복잡성을 헤쳐나갈 수 있는 기술과 지식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학교 행정은 교사와 협력해 부정행위를 방지하고 윤리적 AI 사용을 장려하는 포괄적인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또한 마이크로 스쿨, 온라인 학습, 게임 기반 접근 방식과 같은 비전통적 학습 모델이 부상하고 학생 참여방식을 혁신하며 학습 성과를 개선할 수 있는 잠재력을 배양해야 한다. 이처럼 초중고 교사들의 역할은 AI와 인간 지능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인간의 비판적 사고와 창의성, 독립적 학습이 교육 철학의 핵심을 수호하는 일이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AI 교육을 선도할 교사들은 난감하다. 2022년 갤럽이 직업군별 노동자 번아웃 정도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초중고 교사 중 44% 가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응답해 모든 직업군 가운데 가장 높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건설 노동자 22%의 두배 수준이다. 이 밖에 언테테인트 분야 29%, 법조분야 31%, 공무원 33%, 대학교수 35% 순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여타 직업군은 차치하더라도 초중고 교사들이 안고 있는 스트레스는 미국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우리 초중고 교사들이 GenAI의 힘을 활용해 모든 학습자를 위한 더 밝고 공평한 미래를 만들고, 이 혁신적인 여정을 안내하는 역할을 잘 수행토록 하려면 그들이 이러한 사명감에 지치지 않도록 해야한다.. 지금 그들에게는 간헐적 휴식과 지속적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김한성

[이슈&인사이트] 건설현장 공사비 갈등, 기준마련 시급

최근들어 원자재값 상승과 고금리 등 고물가 영향으로 건설현장은 공사비 갈등으로 인한 공사중단 사태가 줄을 잇고 있다.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현장은 물론이고, 공공발주 사업 현장에서도 현실과 맞지 않는 공사계약이라는 점을 주장하며,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시공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재건축· 재개발 조합의 경우 공사도급계약서에 착공 이후 물가변동으로 인한 공사비 증액을 방지하는 조항을 삽입하여 공사비 증액을 막고 있으며, 공공발주 사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의 조항을 반영해 공사비 증액을 방지한다. 그러나 실제 공사비 갈등은 입찰에 의해 시공사를 선정한 후 관리처분인가 등을 받기위해 공사도급계약 본계약을 체결할 때 발생한다. 서울시를 제외한 지역은 조합설립인가 후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었고, 서울시의 경우도 지난해 7월1일부터는 조합설립인가 후 시공자를 선정하고 있다. 조합이 시공자를 선정했다고 해서 바로 공사에 착공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후 명도 및 철거가 이루어져야 공사에 착공하는 것이기에 시공사와의 공사도급계약 본계약은 관리처분인가 전에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 통상 조합설립인가 후 관리처분인가를 받기까지 최소 3~4년이 걸리기 때문에 시공사가 입찰참여때 제출한 공사대금이 물가에 맞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이고, 시공사는 입찰참여시 공사대금보다 증액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조합의 입장에서는 공사비가 증액되면,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늘어나고 사업성이 떨어지게 되므로 공사비 증액에 반대하게 되고, 시공사 입장에서는 현실에 맞지 않는 공사비로 계약을 하게 되면 손해를 보게되는 상황이므로 공사비의 증액을 반드시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건축원가 상승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3.3㎡당 공사비 단가가 1000만원을 넘는 경우가 크게 늘었고 심지어 1300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2022년 주거환경연구원이 전국 정비사업장 52곳과 리모델링 사업장 5곳의 3.3㎡당 평균 공사비를 조사한 결과 606만5000원인 점을 고려할 때 1.6배 가량 올랐다. 이처럼 조합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공사비가 증액되고 있는 현실에서 조합은 시공사로부터 지급받은 입찰보증금으로 조합업무를 진행하고 있고,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하고자 하더라도 입찰보증금의 반환, 기존 시공사와의 법률분쟁, 새로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절차 진행을 위해 사업이 지연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무리한 공사비를 제시하더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수용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제29조 2항에서는 재건축· 재개발 사업에 있어서 시공자와 계약체결 후 일정한 요건에 따라 공사비 검증을 요청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 검증결과에 따라 공사비가 조정되거나 이를 강제하는 조항은 별도로 두고 있지 않아 실효적으로 조합원들이 공사비를 감액할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공사비 검증제도가 시행된 2019년 2건, 2020년 13건, 2021년 22건, 2022년 32건으로 공사비 검증을 신청하는 사업장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 재조정된 사례는 드물다. 그리고 공사비 검증의 범위도 직접공사비에 제한돼 시공사가 간접공사비 명목으로 증액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검증조차 어려운 현실이다. 조합 입장에서는 증액하는 것으로 합의한 이상 소송을 통하더라도 계약 자체가 취소 또는 무효가 되지 않는 한 약정한 금액을 임의로 감액할 수는 없어 별다른 구제수단이 없는 현실이다. 재건축· 재개발 사업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PF 대출에 따른 이자 부담, 조합원과 일반분양자들의 입주문제, 중도금 대출의 상환 기간 문제, 분양 시기의 문제 등을 이유로 조합이 불리해 지고, 시공사의 의도대로 공사비가 무분별하게 증액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합리적으로 검증된 공사비로 조정 또는 합의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수단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시공사들은 공사 중단을 무기로 공사비 증액을 지속적으로 시도할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한테로 돌아갈 것이다. 건설경기 악화로 인해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시공사와 사업수익성 악화에 따른 과도한 분담금을 부담해야 하는 조합원들 사이의 이해관계를 적절히 조율해 줄 수 있는 합리적인 조정방안이 하루빨리 제시되기를 바란다. 박지훈

[이슈&인사이트] PF시장 부실과 디레버리징

썰물이 오면 준비되지 않은 배는 갯벌에 남겨진다. 마찬가지로, 최근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 아래에서 신용 창출이 제한되면서 한때 넘쳐나던 부동산 시장의 자금도 말라가고 있다. 이 상황은 특히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에 큰 도전이 되었다. PF는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인데, 이 시장은 전반적인 신용 상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펌프로 아무리 물을 가져다 댄다한들, 기존의 신용흐름이 막히면 PF 시장의 '배'는 쉽게 떠오르지 못하고 갯벌에 갇혀 버린다. 경제에서 신용은 마치 생명수와 같다. 특히 PF 시장의 경우 이 '생명수'가 얼마나 원활하게 흐르느냐가 생존에 결정적이다. 자산 가격이 결정되는 방식을 이해하면 현재 PF 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근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간단히 말해서 투자자들에게는 리스크를 감안한 적절한 자산 수익이 기준금리나 단기금리 이상이 되어야 한다. 만약 어떤 자산의 예상 수익률이 낮다면 해당 자산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가격도 떨어진다. 고금리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면 장기 보유가 예상되는 자산의 가격은 더욱 크게 떨어진다. PF 프로젝트들은 미래에 완성될 자산의 가치에 기반하며, 높은 금리 환경에서는 이러한 미래 자산의 가치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높은 리스크와 고수익을 목표로 하는 PF 같은 신용 거래가 훨씬 더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금리의 변화는 PF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현재와 같은 부실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현재 PF 시장이 직면한 문제들은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 원인을 파악하려면 먼저 금리와 인플레이션의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금리는 인플레이션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은 과거 30년간 보아왔던 것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로 공급 문제에서 비롯되는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 지정학적 위험과 같은 구조적 문제들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적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험했던 저금리 시대의 도래는 어려워 보인다. 저금리는 대출 비용을 낮추어 경제 활동을 촉진하는 역할을 했지만, 현재와 같은 금리 수준이 오랫동안 유지된다면 PF 시장의 문제는 단기간 내에 해결이 어려울 것이다. 이는 높은 금리가 프로젝트의 수익성을 압박하고, 투자자들이 고위험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PF 프로젝트는 주택공급과 관련이 있으므로 주택 수요에도 영향을 받는다. 2017년 이후 주택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평균 연소득의 20배에 달하는 수준까지 올라갔다. 이러한 높은 주택 가격 때문에 대부분의 수요자들은 주택 구매를 위해 대출을 받아야만 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큰 문제가 있다. 현재 가계 대출은 GDP 대비 105%에 달하며, 전세 보증금까지 고려하면 그 비율은 160%까지 치솟는다. 이처럼 높은 가계 부채 비율은 주택 시장의 수요를 억제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가 되었다. 사람들이 빚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지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주택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PF 시장의 중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에서 사례를 볼 필요가 있다. 2008년의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가계부채 감소, 즉 디레버리징을 겪었다. 주택시장은 단기적으로 침체했지만 디레버리징을 통해 장기적으로 주택수요의 안정을 되찾으며 주택가격은 재차 상승한다.이와 비슷하게 캐나다와 호주에서도 디레버리징이 이루어지고 있다. 가계부채 감소 노력은 결국 주택가격의 지속 가능한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정부는 가계대출의 위험을 줄이려는 몇 가지 조치를 도입했다. 이러한 조치는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의 수요 감소를 초래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시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사례와 같이 가계부채와 주택가격의 디커플링이 이루어진다면, 부동산 시장도 다시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는 PF 시장이 직면한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조치다. 김수현

[이슈&인사이트] 무리한 의료개혁, 대학교육도 흔들린다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추진 중ㅇ인 의료개혁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이 심각하다. 1만 명이 넘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가 병원을 떠났고, 의대 학생들도 학업을 중단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의대 교수조차 집단 사직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가 의대 증원을 의사 수 증가로 인식하는 여론조사를 믿고 밀어붙이는 결과다. 의료 체계가 마비되는 혼란의 책임은 고스란히 정부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대학입시를 8개월 남짓 남겨둔 시점에서의 입학정원 증원은 고등교육법 제34조 5(대학입학전형계획의 공포)'에 분명하게 규정된 대학입시 4년 예고제'를 무시한 파행이다. 1981년 국보위 시기의 혁명적인 졸업정원제 이후 조령모개(朝令暮改)식으로 뜯어고쳤던 대입 제도 수시 개편에 따른 수험생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겠다고 1995년 5·31 교육개혁에서 처음 도입한 제도가 '예고제'다. 대학의 입학정원을 교육부가 쥐고 있는 현실에서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33조 ③항의 '대학 구조개혁을 위한 학과 개편 및 정원 조정이 있는 경우'를 교육부 장관이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하면 '예고제'는 통째로 사문화(死文化)돼버린다. 의료개혁을 위한 의대 입학정원의 조정이 '대학 구조개혁'에 해당한다는 교육부의 주장은 억지다. 의대의 입학정원을 확대한다고 당장 의사의 수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2025년에 의대에 입학하는 학생은 아무리 빨라도 2035년이 되어야만 제대로 된 의사로 활동하게 된다. 의예과·의대 6년을 마치고 의사면허를 받고 나서도 다시 4년 이상의 전공의·전임의 수련 과정을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에 대한 정부의 압박도 지나치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하는 공직자도 선거를 핑계로 사표를 던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수련 과정의 전공의가 전문의의 길을 포기하겠다는 것을 정부가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 시도는 법치가 아니다. 오히려 헌법 제15조에 명시된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면허정지'가 사법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을 것인지도 불확실하다. 더욱이 전공의가 수련병원과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것도 아니다. 1년 단위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것일 뿐이다. 계약 연장을 포기하고 수련병원을 떠난 전공의·전임의가 일반의로 취업하는 것을 막는 것도 억지다. 수련병원을 전문의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보건복지부의 주장도 비현실적이다. 오히려 6년 후 100개 수련병원 상황을 걱정해야 한다. 지금도 수련병원은 37%의 전공의와 16%의 전임의에 의해서 운영되는 비정상 상태다. 수련병원은 36시간 연속 근무와 주당 77.7시간의 살인적인 근로를 강요하고, 최저임금 수준의 낮은 보수로 이익을 챙기고 있다. 의대 정원은 한꺼번에 65%나 늘이면 100개 수련병원은 87%가 수련의로 채워지게 된다. 전문의의 수련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의료 서비스도 불가능해진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상급종합병원을 무턱대고 수련병원으로 전환할 수도 없다. 수련의를 지도할 '교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의대 입학정원의 지나친 증원이 대학 사회에 미치게 될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최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쏠림은 아무도 거부할 수 없는 대세다. 신입생만 의대로 쏠려가는 것이 아니다. 대학의 입장에서는 재학생의 이탈이 더 심각한 문제다. 전국의 자연대·공대·약대가 초토화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가 애써 만들어 놓았던 반도체 계약학과도 유탄을 피하기 어렵다. 파장은 이공계열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기하·미적분을 선택해서 문과계열의 학과에 진학한 재학생도 이동의 기회를 엿보게 된다. 의대 증원의 파장이 가라앉을 때까지 전국의 모든 대학이 재학생의 연쇄 이동으로 감당할 수 없는 몸살을 앓게 될 수밖에 없다. 사교육 시장만 호황을 누리게 된다. 의사를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해서도 안 된다. '자유·공정·정의'를 외치면서 '성공한 과학대통령'을 꿈꾼다는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 이덕환

[이슈&인사이트] 임종석의 백의종군을 둘러싼 미스터리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지난 11일 “모두가 아픔을 뒤로 하고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단결하자"라며, “이재명이 흔들리면 민주당은 무너진다. 이제부터는 친명(친이재명)도 비명(비이재명)도 없다"라고 자신의 SNS에 적었다. 이 발언으로 듣는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임 전 실장이 공천에서 컷오프됐을 때만 하더라도, 그의 탈당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그는 돌연 당의 잔류를 선택했다. 여기서 '돌연'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그의 잔류 결정이 급박하게 이루어진 것 같기 때문이다. 새로운미래 측의 이석현 전 국회 부의장이 BBS 라디오에서 “(잔류 선택 전날)저녁 7시에 이낙연 대표가 임종석 실장에게 전화했을 때도 (민주당) 탈당을 약속했다"며 “밤사이에 (결정이) 바뀌었다"라고 말한 것을 보면, 얼마나 급박하게 잔류를 결정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그는 왜 갑자기 태도를 바꿨으며, 현재와 같은 “이 대표 중심의 단합"을 주장하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이를 둘러싸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당에 남은 이유가 '때'를 기다리기 위함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과연 그 '때'가 올지 모르겠다는데 문제가 있다. 또 '때'가 온다고 하더라도, 그런 기회를 잘 활용할 수 있는가 하는 점도 의문이다. 현재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들이 나올 정도로 친명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는데, 이는 민주당이 '친명 세상'이 됐음을 의미한다. 이렇듯 총선 이후 친명들이 당을 더욱 확실히 장악하게 되면 '때'는 영영 안 올 수 있다. 친명 중심이라는 당내 역학 구도에서 보면 이재명 대표 주도로 선거를 치르고, 설사 그 결과가 민주당의 패배라고 가정하더라도 이재명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적극적으로 제기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8월 전당대회를 노리기도 힘들다. 전당대회에 이재명 대표가 출마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친명 일색의 민주당에서 누가 대표가 되든 이재명 대표의 영향력을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재명의 민주당'이 확고해지면 '때'도 안 올뿐더러 임 전 실장을 비롯한 비명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과연 이를 임 전 실장이 모르는지 궁금하다. 뿐만 아니라 지금 임 전 실장이 백의종군한다고 '찐명'이 될지도 의문이다. 물론 임 전 실장은 과거 친문이 아니었다가 친문 핵심이 됐다는 경험을 가지고 있다. 임 전 실장은 문재인 정권 초대 비서실장을 지냈지만, 그가 초대 비서실장에 임명됐을 당시를 회상하면 당시에는 친문이 아닌 그룹에서 비서실장을 발탁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칭찬하는 기사가 많았다. 그런데 요새는 그를 친문의 핵심이라고 평가한다. 중간에 친문의 핵심 인사가 된 것이다. 이번에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친명 그룹의 폐쇄성 여부다. 만일 폐쇄성이 강한 그룹이라면 임 전 실장은 절대 '찐명'이 될 수 없다. '찐명'이 될 수 있다면 임 전 실장은 차기 대선에서 모종의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에도 문제는 있다. 이재명 대표는 임 전 실장을 친문 쪽의 잠재적 대권 주자로 생각할 가능성이 큰데 과연 그런 그를 대선까지 당내에서 역할을 하도록 '방관'할 것인가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다른 편에서는 그가 잔류를 결심하기 전에 광주를 찾아 광주 시민들의 민심을 들었는데, 탈당해서 광주에 출마할 경우 당선 확률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가설'에도 쉽게 동의할 수 없다. NBS의 3월 2주 차 자체 정례 여론조사(엠브레인퍼블릭ㆍ케이스탯리서치ㆍ코리아리서치ㆍ한국리서치가 3월 4일부터 6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15.8%,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나타난 호남 민심은 민주당에 결코 호의적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해당 조사에서는 민주당의 호남 지역 지지율은 49%였다. 반대로 대구·경북 지역에서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60%를 넘겼다. 일반적으로 어떤 지역이 특정 정당의 아성이라고 할 때 그 지역에서 지지율 60%는 넘겨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대구·경북 지역은 국민의힘 아성이라고 할 수 있지만 호남을 민주당의 아성 혹은 지역 기반이라고 말하기는 힘들게 됐다. 이런 호남의 정치 지형 변화는 제3세력이 호남에 진출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호남 출마 요청을 한 새로운미래를 뿌리치고 민주당 잔류를 선택했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힘들다. 물론 새로운미래를 선택하는 것이 모험일 수 있다. 하지만 잔류 역시 모험이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어떤 선택을 하든 모험이 될 수밖에 없다. 그의 언급 그대로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해서 백의종군한다"는 것이 잔류 이유의 전부일까? 정말 궁금하다. 신율

[이슈&인사이트] 시진핑 권력집중 강화한 중국 양회

중국의 국정 운영방침을 정하는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올해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지난 4일 시작돼 11일 막을 내렸다. 리창 국무원 총리는 지난 5일 전인대 정부 업무보고에서 올해 경제성장률(GDP) 목표를 5% 안팎으로 제시했다. 국방예산을 지난해 대비 7.2% 늘렸는데, 3년간 연속 7% 이상의 증가율(2022년 7.1%, 2023년 7.2%)을 기록하게 됐다. 리창 총리는 지난해 5.2% 경제성장률을 달성해 목표(5%)를 초과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부동산, 지방채무, 중소금융기관 등의 리스크가 나타났다"고 언급하여 중국 경제의 문제점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번 양회에서 '새로운 질적 생산력'(新質生産力)이 부각되고 중국 언론들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이 표현이 등장한 것은 지난해 9월 시진핑 주석이 헤이룽장성을 방문했을 때 “과학기술의 새로운 자원을 결합하고 전략적 신흥산업과 미래산업을 선도하여 '새로운 질적 생산력'을 형성하자"고 제시하면서다. 과거 '고품질발전'과 유사하지만, '생산력'이라는 마르크스주의 개념을 차용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인공지능(AI), 우주 분야 등에서 펼쳐질 미국과의 경쟁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이자 '과학기술자강'을 강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올해 정부 업무보고에서는 과거에 있었던 한중관계, 중일관계 등에 대한 언급이 없었는바, 주변국 외교보다는 미중관계, 글로벌 사우스와의 관계에 집중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다만, 왕이 외교부장 기자회견에서 한반도와 관련해 언급했였는바 “세계가 충분히 혼란스러운 가운데 한반도에 다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한반도 문제를 이용해 냉전적 대결로 역행하려는 이는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하면서,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한반도 문제 해결책으로 '쌍궤병진'(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병행 추진하는 것)과 '단계적 동시 조치'(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면 미국과 유엔이 대북 제재를 점진적으로 완화하는 것) 원칙을 언급했다. 한편, 이번 양회에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이 겸직해온 외교부장자리에 류젠차오 당 대외연락부장이 임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별도의 인선 발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아마 추후 개최될 제20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 회의(3중 전회)에서 인선 방침이 정해 진 후 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외교부장 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양회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1991년 당시 리펑 총리에 의해 시작되고 주룽지 총리를 거치면서 정례화돼 지난 30여 년간 이어져 온 총리의 폐막식 내외신 기자회견이 폐지된 것이다. 전인대 폐막식 총리 기자회견은 취재가 제한된 나라인 중국의 권력서열 2위인 총리로부터 경제운용 방향과 목표, 주요 쟁점 등을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로 '양회의 꽃'이라고 일컬어졌는데, 폐지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과거에는 총리가 경제문제를 관장했으나 시진핑 주석이 지도자가 된 후 경제문제까지 장악하며 총리의 위상이 약화되었고, 더군다나 리창 총리는 시 주석 비서 출신이라 존재감이 크게 떨어져 시 주석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두 번째는 중국 공산당 3중전회가 개최되지 않아 새로운 정책방향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기 곤란함을 고려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총리 기자회견장에서 중국 경제나 인권문제 등 민감하고 부정적인 질문이 쏟아지는 상황을 사전에 막기 위한 의도가 작용했을 것이다. 일례로 2020년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당시 리커창 총리가 “중국인 6억 명의 월수입이 1000위안(약 18만5000원)밖에 안 된다. 1000위안으로는 중간 규모 도시에서 집세를 내기조차 어렵다"는 '소신 발언'을 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 중국이 '전면적인 샤오캉사회'(小康 : 모든 국민이 풍족하고 편안한 생활을 누리는 사회)를 달성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리커창 총리 발언으로 인해 인민들의 실제 생활상이 드러나 중국 지도부가 더 놀랐을 것이다. 국가주석 연임 제한을 철폐한 헌법 개정이 이루어진 지 5년이 된 시점에서 개최된 올해 양회에서 중앙정부에 대한 중국공산당의 지도를 법적으로 명문화한 '국무원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시진핑 주석에 대한 권력집중을 한층 강화시켰다. 덩샤오핑 시기인 1982년 개헌과 함께 개정·도입된 국무원조직법은 '총리 책임제'를 명시하는 등 당·정 분리 원칙을 담고 있었다. '국무원조직법 개정안' 통과는 당 중앙집중영도, 당·정 일체의 시진핑 주석 1인 체제를 법률로 명시한 조치로, 총리의 전인대 기자회견 폐지와 오버랩되면서 절대 권력을 가진 시진핑 체제가 확실히 구축되었음을 대내외에 각인시킨 셈이 되었다. 이강국

[로컬 톡톡] 공학입국과 지방대학의 역할

미국의 대표적인 AI 기업인 오픈AI는 최근 7조달러(약 9300조원) 투자 펀딩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올해기준 우리나라 예산(656조6000억원)의 14.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를 위해 싱가포르 국부펀드, UAE 국부펀드, 마이크로 소프트, 소프트뱅크 등의 여러 국부펀드와 민간기업에서 투자를 협의 중에 있다. 실제로 9300조원 투자가 이루어질런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세계적으로 AI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편으로 이러한 AI 분야 투자확대에 따라 연관산업인 반도체산업은 구조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고 각 국은 이공계 인재육성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은 '반도체 르네상스'를 기치로 내걸고 전문학과 개설, 고등학교 연계교육 등을 통해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이번에 TSMC 구마모토 공장 건설에 따라 지자체, 지역기업, 대학 및 연구기관, 상공회의소 등 100여 개 단체로 '큐슈 반도체 인재육성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지역내 이공계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대만은 매년 약 1만명의 반도체 전문인력을 배출하고 있고, 최근에는 해외인력 유치까지 나서고 있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인력은 임금 300만 대만달러(1억3000만원) 이상의 초과분의 절반에 대해서는 과세에서 제외하고 비자조건도 완화했다. 중국은 매년 20만명의 반도체 전문인력을 배출하겠다고 발표하고 관련 정책과 교육프로그램을 정비하고 있다. 일본, 대만, 중국 등 우리의 경쟁국가들은 이공계열 전문인력 배출에 힘을 쏟고 있다. 우리나라도 반도체 인력양성 계획을 발표하였는데,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방안'에 의하면 반도체 계약학과 및 특성화대학을 8개교에서 18개교로 확대하고, 반도체 아카데미 등의 교육과정을 통해 학사급 실무인재 약 3만명을 양성한다는 계획이 담겨 있다. 아울러 연구개발 기반의 인력양성과정을 확대해 석·박사급 인재도 3700명 육성하려 한다. 이를 통해 2031년까지 반도체분야 청년인재 15만명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우리나라는 이공계 학생의 의대쏠림에 따라 상대적으로 반도체 학과 위축이 심각하다. 2024년 정시모집에서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한양대 반도체공학과 등은 이탈자가 발생해 3차 이상 추가합격자를 통해 인원을 충원했다. 대기업 취업이 가능한 이들 학과들조차 메디컬 학과에 밀려 추가충원을 거듭해야 하는 상황이니 여타 일반 이공계열 학과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물론 메디컬 계열 학과에도 우수인재가 필요하지만 특정분야의 지나친 쏠림은 사회전체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이공계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다음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AI, 반도체 등 첨단산업 전문인력 배출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지방대학을 특성화할 필요가 있다. 지방대학의 어려움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 종로학원의 집계결과 수시모집 미충원인원은 3만7332명으로 전체 선발인원의 14%에 달한다. 그리고 수시모집 인원의 40%도 채우지 못한 대학이 지난해에 비해 2배 늘었고 특히 지방소재 대학은 미충원률이 수도권 대학보다 4배 많다고 한다.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대학 선호현상에 따라 지방대학은 기로에 선 것이다. 그러나 부산대(기계), 경북대(전기전자) 등 여전히 경쟁력을 갖고 있는 대학이 지역에 포진됐다. 이들 대학의 이공계열 특성화에 집중지원하고 특화발전시켜야 한다. 아울러 졸업생은 지역내 취업, 창업 등과 연계하는 생태계 구축 전략이 필요하다. 둘째, 이공계열 육성을 위한 대학간 연계협력이다. 일본 교토는 '대학컨소시엄 교토'라는 이름으로 50여개 지역대학의 연합체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대학간 연계교육, 공동 조사연구, 산관학지역 연대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의 드레스덴은 시정부, 지역대학(드레스덴 공대), 연구기관(프라운호퍼연구소, 막스프랑크연구소), 상공회의소 등이 산학협력네트워크를 구축 및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드레스덴은 최근 독일의 주요 성장지역 중 하나로 발돋움하고 있다.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시너지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개별 대학의 울타리를 넘어 공유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동교육, 공동학위과정, 신기술 혁신공유대학, 모듈형강좌, 현장기술형 대학원생 육성, 컨소시엄 운영 등을 검토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과학고등학교 등에서 우수한 이공계열 인재가 배출되지만 대학에서는 이들 인재의 특성화된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공계열 인재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면 범재가 되는 상황이다. 지방대학 특성화를 통한 공학입국(工學立國)을 기대한다. 안성조

[이슈&인사이트] ‘규제 개선’ 빠진 기업 밸류업 지원정책

지난 2월26일 금융위원회는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함께 '한국 증시 도약을 위한 기업 밸류업(Value-up) 지원방안 1차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1차 발표에 따르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주요 포인트는 '기업의 자발적인 기업가치 제고'에 있다. 자발적 기업가치 제고 지원, 기업가치 우수기업에 대한 투자 유도, 밸류업 지원체계 구축 등 3가지가 핵심 내용이다. 이에 따라 향후 기업들의 자율적 기업가치 제고 계획 수립과 그 실행과정을 공시하도록 권장하는데, '코리아 밸류업 지수' 및 PBR, 배당성향/수익률 등을 기업이 스스로 공시하도록 할 것이 권장된다. 한국 주식시장이 얼마나 침체돼 있으면 정부가 나서서 이런 고육지책을 내놓았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있지만, 정책 당국 조차도 손 놓고 나몰라라 하는 것보다는 의미가 있지 않겠나. 자신의 몸값을 낮추고 싶어하는 기업과 기업인이 있겠는냐마는, 아무런 환경 변화가 없는데 기업가치를 높일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열심히 공시한다고 해서 얼마나 달라질지는 의문이다.일종의 채찍은 제공했지만, 당근이 빠진 것이다. 여기서 당근이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규제의 개선이다. 규제개선 없이 자발적 노력으로 갑자기 기업가치가 높아질 리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경제 5단체(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가 '글로벌 스탠더드 규제개선 공동 건의집'을 냈다. 그 중 공감이 가는 몇 가지를 소개한다. 다중대표소송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모자회사 관계에서 독립된 법인격을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는데, 한국은 계열회사 주식 50%를 초과하여 보유하는 회사의 주주에게 이를 허용한다. 한국도 100% 완전 모자회사 관계에 한정해 다중대표소송을 인정해야 한다. 신주인수선택권(poison pill)제도는 우리나라를 제외한 G7 국가에서 전부 도입해 활용 중이다. 주요국 대비 M&A 법제와 관련해 우리 기업에 대한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신주인수선택권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가장 큰 걸림돌은 국내 기업집단 규제다. 한국의 대규모 기업집단 법제와 각종 지주회사 관련 규제는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우리 경제의 지속성장을 위해 대기업집단 제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나아가 한국은 지주회사 경제력 집중을 억제할 목적으로 각종 사전규제(부채비율, 증손회사, 금산분리, 자회사 지분율 규제 등)를 시행 중이다. 이러한 사전규제는 오로지 한국만이 시행 중이며, G5 국가는 사후규제만 시행하고 있다. 사전규제는 산업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비판을 수용한 것이다. 한국은 경영판단원칙을 수용하지 않고 형법상 배임 및 업무상 배임에 더하여 회사법상 특별배임죄 처벌규정을 두고,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죄 가중처벌 규정까지 두고 있는 형벌만능공화국이다. 배임죄에 따른 위험이 기업가 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 세제 측면에서도 법인세는 OECD 회원국 다수가 단일세율 체계를 취하는 반면 한국의 법인세는 4단계의 복잡한 과표구간을 유지하고 있다. 최고세율의 경우 한국 법인세는 26.4%(지방세 포함)로 OECD 평균과 G7 평균을 웃돈다. 상속세는 OECD 회원국 다수가 각자 상속받은 재산을 과세기준으로 삼는 유산취득세 방식인 데 반해 한국 상속세는 피상속인이 남긴 유산총액을 기준으로 삼는 유산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최고세율의 경우 한국 상속세는 50%로 일본 다음으로 높은 데다 최대주주의 지분 상속시 상속세율이 60%에 달해 기업승계 부담이 세계에서 가장 크다. 단기적으로는 현행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자본이득과세로의 전환을 검토해야 한다. 이 외에도 무수한 규제가 존재한다.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후진적이고 설득력 없는 이들 주요 규제 중 하나라도 뿌리 뽑고 밸류업을 외쳐주면 좋겠다. 최준선

[주원 칼럼] 도전받는 글로벌 탄소중립 정책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 주범은 탄소이다. 지구의 온도 상승세를 막지 못하면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로 인한 자연재해로 많은 피해를 볼 것이며, 나중에는 해수면이 높아져 인간이 살 수 있는 땅도 상당 부분 사라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 그래서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과 탄소 흡수량이 같게 만들어 순(net)탄소 배출량을 제로(0)까지 낮춘다. 여기까지가 알려진 내용이다. 탄소중립을 한발 물러서서 보면 사회 내 여러 가치 판단 기준 중에서 지극히 도덕적이고 온전히 환경적인 이슈이다. 즉 경제적 기준에서는 탄소를 줄이는 것은 고비용-저성장일 뿐이다. 예를 들어 BP(British Petroleum) 통계에 따르면 1965년 이후로 세계 탄소배출량이 전년대비 감소했던 경우는 1974~1975년의 1차 오일쇼크와 1980~1982년의 2차 오일쇼크,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 펜데믹 위기로 세계 경제성장률이 뚝 떨어졌던 시기뿐이다. 그런 시기를 제외하고는 탄소배출량은 언제나 증가했다. 2022년 현재 세계 탄소배출량은 343억7410만 톤으로 1965년 111억 8300만 톤의 3배에 달하고 있으며, 57년 동안 연평균 2.0%씩 늘었다. 아직까지도 배출량이 추세적으로 감소한다는 징후가 보이지 않는데 앞으로 약 26년밖에 남지 않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강하게 든다. 그러한 의구심의 근간에는 글로벌 기후 대응이라는 공공의 선(善)을 위해 모든 국가와 기업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라는 회의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주 대두되는 문제로 이미 잘 사는 국가들인 선진국 그룹과 이제 본격적인 성장을 하면서 선진국을 따라잡으려는 신흥공업국이 탄소중립을 바라보는 입장은 전혀 다르다. 신흥시장은 고성장이 필요하며 고성장은 많은 탄소배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역으로 신흥시장에게 탄소중립을 요구하는 것은 고성장을 포기하게 하고 선진국을 따면 잡으려 하지 말라는 것과 같은 말이다. 2022년 기준으로 선진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의 탄소배출 비중은 65%에 달한다. 이들 국가의 탄소중립이 없이는 세계 전체의 탄소중립이 불가능한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서 만약 올 11월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가 당선되면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약 15%의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이 파리기후변화협약을 또 탈퇴하려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탄소중립은 갈 길을 잃어 방황할 수밖에 없다. 탄소중립을 주도하는 유럽 국가들의 상황도 불확실하다. 올해 6월 유럽의회 선거가 예정돼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피로감과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유입되는 난민으로 인한 사회 불안 등이 이슈가 되면서 극우파가 의회의 다수를 차지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가능성이 현실화되면 이들은 탄소중립에 대해서 지금 유럽연합의 정책 기조와 반대로 갈 가능성이 크다. 탄소중립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인 것은 분명하지만, 세상사 모든 일이 그렇듯이 경제 논리, 사회 논리, 정치 논리 그리고 이념이 끼어들면서, 가는 길이 평야를 직선으로 가로지르는 것이 아니라 큰 산을 만나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고 휘어지고 뒤틀어지거나 아니면 오던 길을 다시 되돌아야 가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탄소중립이 지고의 선(善)이기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순진한 생각보다는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잘 살펴 상황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일이다. 왜냐하면 탄소배출이 상대적으로 많은 제조업 중심 국가인 한국 경제의 입장에서 탄소 배출이 감소한다는 것은 성장과 삶의 질을 포기하는 것이기에, 시대 상황에 맞추어 사회 전체의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탄소중립 경로를 새롭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올해 이후 탄소중립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선진국들의 태도 변화가 가져올 기회도 생각해 본다. 지금보다는 선진국들이 느슨한 탄소중립 기조로 전환한다면 관련 기술과 사업화에 대한 그들의 투자가 위축될 것이다. 이때 우리가 그들의 앞선 기술을 따라잡을 기회도 생길 수 있다. 세상은 항상 생각대로 되는 경우는 없다. 도덕적 기준으로만 세상을 보려 하지 말고 변화에 맞춘 유연한 대응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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