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이슈&인사이트]“잘못된 정보의 시대에 사립 탐정이 떠오르다”

김한성 굿프롬프트 대표 정보가 전례 없이 대규모로 생산되고 빠른 속도로 전파되는 현대 사회에서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사실 확인(fact-checking)의 필요성이다. ChatGPT와 같은 AI 기반 도구 등 첨단 기술의 등장으로 뉴스, SNS, 유투브를 포함한 콘텐츠의 제작과 확산이 그 어느 때보다 쉬워졌다. 그러나 콘텐츠 제작이 쉬워진 만큼 잘못된 정보도 확산되어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오늘날 사회에서 사실 확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잘못된 정보는 개인적 피해에서 사회적 불안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잘못된 정보는 여론에 영향을 미치고 정치적 담론을 형성하며 심지어 금융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포되는 정보의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출처를 확보하는 일이 매우 중요해졌다. 전통적으로 사실 확인의 책임은 뉴스 미디어 기관의 몫이었다. 한때 제4의 권력으로 비추어 질만큼 이들의 역할은 중요하였고 영향력도 그 만큼 컸다. 그러나 정보 흐름이 빨라지고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많은 미디어 매체가 정확성과 공정성을 유지하기는 커녕, 그 속도를 따라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기존 미디어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하락하면서 공백을 메워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다행히도 이러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민간조사 업계의 활약이 눈에 뛴다. 사립 탐정이라고 불리우는 이 기관은 그 동안 셜록홈즈와 같은 개인 또는 소규모 조직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증거수집 활동 및 특이한 사실 검증 기술로 잘 알려져 왔다. 이들의 핵심 활동은 정보 조사(Information Investigation)이다. 이 과정에서 사실 확인이라는 중요한 활동을 수행하면서 왜곡된 정보로 일어난 문제를 바로 잡을 수 있는 독보적인 위치에 서게 되었다. 이들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최근 몇 년 동안 민간조사 업체는 상당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연간 매출이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대형 업체가 등장하고 국경을 뛰어넘어 보안 컨설팅, 리스크 관리, 컴플라이언스 등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코그니티브 마켓 리서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민간조사 서비스 시장 규모는 2022년에 179억 달러에 달했으며 2023년부터 2030년까지 4.8%의 연평균 성장률(CAGR)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성장은 정보 환경의 복잡성 증가와 신뢰할 수 있는 사실 확인 서비스에 대한 필요성 증가에 기인한다. 사립 탐정은 개인, 기업, 법인의 요구를 충족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립탐정은 과거에 사람을 쫒아 불륜 확인 및 감시와 같은 개인 서비스(시장의 25%)에서 벗어나 정보를 찾아 나서면서 기업 조직을 대상으로 직원 검증, 내부 감사, 기업스파이 방지, 시장진입 전략 등 다양한 서비스(35%)를 제공하고 있다.최근에는 법률 분야에서도 증거 수집 및 증인 인터뷰 등 법률 서비스(20%)를 제공하면서 법률시스템의 공정성을 높이고 진실을 밝혀 내는데 기여하고 있다. 또한 사립탐정은 정교한 조사기법을 통해 복잡한 금융거래를 분석하여 금융 사기와 사이버 범죄 조사와 같은 금융전문 서비스(20%)로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경제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사립 탐정은 전문 지식과 첨단 기술, 그리고 진실 규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바탕으로 복잡하고 미궁에 빠진 사건의 실체를 밝혀낸다. 그들은 의뢰인에게 사실에 근거한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잘못된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에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데 기여한다. 요즘처럼 가짜 뉴스와 왜곡된 주장이 난무하는 환경에서 진실에 다가서려는 사립탐정의 노력은 더욱 빛을 발한다. 그들이 제공하는 객관적이고 검증된 사실은 우리가 접하는 정보의 신뢰도를 높이고, 나아가 데이터에 기반한 투명하고 정의로운 정보사회(Information Soicity)를 건설하는 든든한 토대가 될 것이다. 김한성

[이슈&인사이트] 물가가 오르면 공사비를 올려줘야 하는 걸까?

최근 KT와 쌍용건설 사이의 판교사옥에 관한 공사비 갈등이 발생했다. 쌍용건설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원자재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해 물가가 상승하였으므로 공사비 상승분 171억원을 지급하라는 입장이고, KT는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근거로 공사비 상승분을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간에서 진행되는 재건축, 재개발 등 정비사업의 공사도급계약서나, 국가와 계약을 체결하여 진행하는 관급공사의 공사도급계약서를 유심히 보면, 소위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있는 경우가 있다.물가변동 배제특약이란, 일정시기를 기준으로 그 이후에는 물가변동으로 인한 공사비 조정을 요구할 수 없다는 규정을 계약서에 명시하는 것이다. 정비사업조합의 경우 공사비가 증액하게 되면, 그만큼 조합원들이 부담하여야 되는 분담금이 증가하게 되므로, 조합원들은 공사비 증액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실제로 분담금이 지나치게 증액되는 경우 조합원들은 정비사업을 진행하더라도분담금을 감당할 수 없어 현금청산자가 되거나, 정비사업 완료 후 분담금을 납부하지 못하여 강제경매를 당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그렇다면 물가변동 배제특약은 현행법상 유효할까? 서울고등법원은 2014년에 현대로템과 한국철도공사 사이의 전기기관차 공급계약에서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을 배제하는 조항을 둔 것에 대해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법률 제19조는 강행규정이고, 물가변동 배제특약은 강행규정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의 동 판결에 대해 대법원은 물가상승분이 3년간 약 6.8%에 불과하고, 현대로템으로서는 물가상승분을 충분히 예상이 가능했을 것인 점,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제도는 물가가 하락한 경우 감액될 수 있는 위험도 있고, 물가변동 배제특약에 의해 감액될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공공계약에서 “특별한 이유없이 계약금액 조정을 금지하는 특약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유권해석을 내렸고, 국토교통부 역시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물가변동 배제 특약이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하면서, 대법원의 판단과는 조금 다른 입장을 내세웠다. 앞서 제시한 대법원의 판단은 관급공사에 관한 것이어서 정비사업 등 민간공사에 그대로 적용할 수만은 없다. 민간공사에는 건설산업기본법이 적용되고,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 제1호에 의하면 계약체결 이후 경제상황의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계약금액의 변경을 상당한 이유없이 인정하지 아니하거나, 그 부담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경우에,그 조항은 무효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물가변동으로 인한 공사대금의 조정 자체를 금지하는 특약은 시공사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보인다. 반면, 시공사가 스스로 물가변동 배제특약에 동의한 후 그에 반하여 공사비 증액을 주장하는 것을 인정한다면, 조합원들은 예측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되는 부당한 결론에 이르는 측면도 있다. 그렇다면,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일정한 기준일 이후 물가변동으로 인한 공사비 증액이 없다는 규정을 원칙으로 정하되, 일반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물가 상승(가령 계약 전 5년간 물가 상승 평균 수치를 초과)이 있는 경우는 증액을 허용하고, 증액의 한도는 예측이 가능한 범위를 초과한 금액(가령 현재 물가 상승분에서 5년간 물가 상승 평균 수치를 공제한 나머지 금액)으로 하는 규정을 두는 것이 적절하여 보인다. 그리고 기존의 물가변동 배제특약의 무효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특약 자체를 전면적으로 무효로 하기보다는 통상적으로 예측이 불가능한 정도로 물가가 상승한 경우에까지 공사비의 증액을 배제하는 조항은 무효로 판단하되, 무효의 범위를 한정하여 공사비 증액의 한도를 예측이 가능한 물가 상승 범위를 초과한 금액으로 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사료된다 박지훈

[이슈&인사이트] 퇴보하는 한국의 민주주의

올해에는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에 대하여 걱정하게 만드는 조사결과가 나오고 있다. 2024년 2월 미국에서 권위있는 여론조사 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심각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센터는 2017년부터 매년 세계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대의 민주주의 제도를 얼마나 만족스럽게 생각하는지, 민주주의의 대안으로 선호하는 정부 체제는 무엇인지 등을 조사해왔다. 2023년 2월부터 5월까지 24개 국가의 성인 3만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체로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이 불만족스럽다'라는 것이 드러났다. 한국을 포함하여 불만족스럽다고 응답한 비율이 과반수(59%)를 차지했다. 2023년 조사 결과는 '현행 대의 민주주의 체제가 매우 좋다'라고 답한 유권자가 2017년에 비해 24개 국가 가운데 12국에서 감소한 것으로 알려준다. 그 가운데 한국은 2017년 19%의 응답자가 긍정적으로 답했으나 6년 만에 그 비율이 17%로 감소했다. 한국과 같이 영국(43%→31%), 독일(46%→37%), 인도(44%→36%), 일본(22%→14%), 이탈리아(29%→23%) 등 12개 국가에서 감소세가 확인되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현행 대의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영국, 독일, 인도, 이탈리아 등에 비하여 상당히 적다는 사실은 두드러진다. 또한 이번 조사에서는 '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들이 국민들의 생각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라는 설문에 대하여 대체로 부정적인 응답이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스페인(85%), 아르헨티나와 미국(83%), 헝가리(78%) 등에서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부정적 정서가 상당히 퍼져 있었다. 이러한 부정적인 평가는 한국(73%)과 일본(72%)에서도 광범위하게 확인되는데 스웨덴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부정적 응답이 더 일반적이었다. 퓨리서치센터는 대의 민주주의 제도의 작동에 불만족이고 선출직 공무원에 대하여 부정적이라면 그 대안은 무엇인지에 대하여 추적한다. 그 결과는 놀랍게도 강력한 독재 체제에 대한 선호로 이어지는 것이다. '강력한 지도자가 의회·법원 등의 견제를 거치지 않고 결정하는 정부 체제를 선호한다'라고 답하면 곧 권위주의의 복귀를 의미하는데 이 비율이 한국에서 2017년에 23%로부터 2023년에는 35%로 증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24개 조사 국가 중 8개 국가에서 비슷한 추세가 확인되었다. 즉, 독일(6%→16%), 폴란드(15%→25%), 아르헨티나(17%→27%), 인도(55%→67%) 등이다. 미국은 2017년에 이 설문이 조사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강력한 권위주의 체제를 선호한다는 응답이 26%로 확인되었다. 다른 한편 국경없는 기자회가 2024년 5월 초에 발표한 2024년 세계 언론 자유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언론 자유 순위가 1년 사이에 무려 15등이 떨어져서 세계 62위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에서 한국이 차지한 62위 주변에는 가봉(56위), 감비아(58위), 우크라이나(61위), 말라위(63위), 시에라리온(64위) 등이 차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의 언론 자유 수준이 어떠한지 짐작할 수 있다. 퓨리서치센터의 여론조사에서 미국도 강력한 권위주의 체제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상황에 언론 자유 순위마저 55위라는 점이 주목을 끈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세계 언론 자유 지수를 발표한 2002년부터 한국의 순위는 등락을 거듭해왔다. 2002년에 39위로 시작하여 2003년에 49위로 떨어졌다가 2006년에 31위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노무현 대통령 시기다. 한국에서 최저 기록은 2009년의 69위와 2016년의 70위로 확인된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시절이다. 2023년에 발표된 한국의 언론 자유 순위는 전 세계에서 47위이었는데 1년 만에 62위로 내려앉았다. 내년 5월에 발표될 순위가 혹시 한국의 최저 기록이 될지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는 앞의 두 조사에서 확인된 미국의 실상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말을 한다. “트럼프는 능력주의의 결과인 대중의 분노를 잘 포착하고 이를 이용하는데 탁월했다. 지난 수십년 간 깊어진 빈부 격차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엄청난 분노 감정을 잘 이용했다. 트럼프가 그들에게 귀를 기울인 것은 잘했지만, 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았고 민주주의를 악화시켰을 뿐이다." 샌델 교수의 말은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한국의 정치인들은 최근 수년간 선거에서 자신의 승리를 위하여 자기 추종자들의 분노를 잘 활용해왔고 극도의 양극화된 정쟁을 이끌어왔다. 대의 민주주의는 더 크게 불신을 받고 선출된 대표에 대한 희망도 사라졌으며 비타협적으로 싸우는 것만 추종자들의 지지를 얻는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 서로 듣고 싶은 말만 주고받고 반대 목소리는 뿌리까지 제거하는 세상이다. 내년에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호전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릴까. 이준한

[이상호 칼럼] 한국 무기 사지 말라는 프랑스의 한국 방산 견제 이유

지난 4월 25일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유럽연합(EU) 의회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연설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우리는 미국산 무기와 한국산 무기를 구매하는 것으로 대응해 왔다"며 “유럽의 자주국방을 위해 유럽산 군 장비를 더 많이 구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국의 정치 지도자들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는 많지만 한 국가의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무기의 '애국소비'를 촉구하는 경우는 드물다. 보통 '애국소비'는 중국과 같은 국수주의적인 개발도상국에서 외국 기업을 길들이고 경쟁국을 견제하기 위해 국민을 선동하는 불공정 행위다. 그런데 프랑스가 한국 방위산업체의 빠른 유럽 진출에 우려를 나타내며 노골적으로 한국을 꼭 집어 거명하며 유럽산 무기 구매를 주장한 이유는 유럽의 안보 요구보다는 우수한 한국 제품과 힘겹게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친 프랑스 방위산업체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또한 프랑스는 가장 가까운 우방국이며 이웃인 독일과 거의 전방위에서 경쟁하고 있는 한국 제품들을 견제하기 위한 연대를 구축하는 의미도 있어 보인다. 더 거시적으로 보면 유럽은 유럽산 무기로 무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통해 일종에 유럽 “방위산업 카르텔"을 형성하는 시도라는 시각도 있다. 한국의 방위산업 수출은 최근들이 눈부신 실적을 달성했다. 유럽은 특히 2022년에 폴란드와 체결한 10조 5천억 원 무기 수출 계약에 놀라워했다. 이미 노르웨이, 핀란드, 에스토니아 등 유럽 선진 국가가 한국의 K-9 자주포를 도입했고 체코나 루마니아 같은 국가들도 한국의 대공·대전차 미사일을 수입하는 등 유럽에서 한국의 무기 수출은 증가 추세였다. 유럽 국가들이 독일과 같은 지상 무기 강국 대신에 한국 제품을 선택한 이유는 뒤지지 않는 성능에 저렴한 가격, 빠른 납기와 확실한 후속지원 등 독일이나 유럽 방위산업체가 제공하지 못하는 우수한 조건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폴란드가 한국산 무기를 대량 채택한 이유도 우크라이나 다음 러시아의 침공 대상은 폴란드라는 위기감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한국을 제외한 기타 유럽 국가가 폴란드의 조기 납품 요구를 충족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은 폴란드에 기술 이전, 현지 생산과 공동 마케팅 등 독일 같은 국가가 고려하지 않는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에 더 확실한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프랑스가 노골적으로 한국을 견제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이 프랑스의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에 더 큰 위협이 되기 전에 싹을 잘라내야 한다는 것으로 판단한다. 이미 프랑스는 한국 방산 수출의 확실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인도네시아 수출 경우가 그렇다.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방산 협력은 전통적으로 매우 밀접했다. 인도네시아는 한국의 T-50 고등연습기, 1,400톤급 잠수함 등 각종 무기를 수입해 왔으며 한국이 국운을 걸고 개발 중인 KF-21 전투기의 공동 개발 파트너로 총 2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한국 KF-21 전투기 사업을 최초에 추진하게 된 동력을 인도네시아가 제공해 주었다고 할 정도로 두 나라의 관계는 친밀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양국의 관계 균열 조짐이 보인다. 최초의 협력 분위기와 달리 인도네시아는 한국과 공동으로 개발한 KF-21 전투기의 개발 분담금을 1조 원 이상 연체하고 있다. 이미 약 1조 3천억 원에 달하는 한국산 잠수함 3대 수입 계약도 파기한 바 있다. 공교롭게 한국산 무기 대신 인도네시아가 선택한 장비는 프랑스제이다. KF-21 대신 같은 4.5세대 전투기인 라팔 42대와 아랍에미리트에 역시 프랑스제 중고 미라주 전투기 12대를 주문했고 한국산 잠수함 대신 프랑스의 스코르펜 잠수함 2척을 수입하기로 했다. 이들 장비 수입 대금은 프랑스가 융통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의 라팔 전투기는 한국과 인연이 깊다. 한국이 1990년대 추진한 중형전투기 도입 사업인 FX 프로그램에 프랑스가 라팔을 미국은 F-15K 전투기를 가지고 참여했다. 프랑스의 적극적인 판촉 노력에도 불구하고 2002년에 한국은 논란 끝에 F-15K를 선택한다. 과거에 해외 제품에 의존하던 한국은 이제는 4.5세대 전투기인 KF-21을 가지고 프랑스의 라팔과 직접 경쟁하는 상황이다. 격세지감이며 프랑스로서는 금전적 이유 이외 자존심이 상하는 상황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짐작이지만 프랑스는 이런 한국을 지금 주저앉히지 않는다면 앞으로 사사건건 경쟁 무대에서 충돌할 것이라는 사실을 직감했을 수도 있다. 이미 유럽 국가가 실리보다는 명분을 선택하는 사례가 등장했다. 다년간 한국과 독일이 경쟁했던 노르웨이의 전차 도입 사업에서 한국의 K-2 전차가 더 우수한 평가를 받았지만, 노르웨이가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독일의 레오파드 2-A7 전차를 선택했다. 현재 유럽의 방산시장은 프랑스와 독일 등의 입김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한국 방산이 성장하기 위해 유럽 등 여러 지역에서 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 과정에서 불공정하거나 정치적인 이유로 한국의 방산 수출이 좌절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 방산이 이미 가지고 있는 경쟁력을 잘 유지하는 것은 물론 현재 충분히 해결되지 않은 방산 수출 금융지원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자주포, 전차 등 지상무기와 탄약 등 확실한 경쟁력을 확보한 제품만 아니라 KF-21 전투기와 같은 고가 장비 등 첨단 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성공하여 경쟁력 향상을 확보해야 한다. 이상호

[이슈&인사이트] 해외직구 사이트로부터 국내 소비자를 보호하려면

최근 서울시가 알리와 테무에서 팔리는 어린이용 제품 22개에 대해 검사를 한 결과 11개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었다. 신발 장식품은 146개 중 7개 제품에서 생식 독성 물질인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기준치의 348배까지 검출됐고, 일부 제품에선 납함유량이 기준치의 33배를 넘겼다. 테무와 알리는 중개인을 거치지 않고 중국 공장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이 이뤄지는 방식이라 유해성 검사 없이 수입이 된다. 직구 품목은 소비자가 판매자에게 직접 사들이는 만큼, 정식 수입제품들과 달리 따로 국내 기관의 안전성 검사를 받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국가기술표준원, 환경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서 기관별로 공산품(전기용품, 생활용품), 식품, 의약외품, 화장품, 의료기기, 어린이용품, 먹는샘물, 유해화학물질 등의 다양한 상품들에 대해 안전기준 적합성 여부를 검사하고 부적합한 상품을 차단하는 위해상품차단 시스템을 운영해 오고 있다. 산업부와 대한상의 주도로 지속적인 보급과 확산과정을 통해 중소식품매장 2,500개에 시스템이 설치되었고, 현재 대기업이 운영하고 있는 대부분의 온라인과 오프라인 소매점포로까지 확대되었다. 위해상품으로 등록되면 소비자가 계산할 때 경고신호가 뜨게 되고 판매가 중지된다. 이번 기회에 위해상품차단시스템을 해외직구 상품에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피해가 예상되는 중소기업들에게 잠재 위해상품 리스트를 받아서 이들 중 위해 개연성이 높다고 추정되는 상품들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사전 검사를 거쳐야만 수입이 허용되도록 하는 것도 생각해 봄 직하다.그러나 외국에 본거지를 둔 플랫폼 기업이나 이에 입점한 해외 제조·판매사의 위법 행위는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부과를 강제할 수단도 마땅치 않은데, 중국 플랫폼을 제재할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전혀 없다는 것도 문제다. 국내 업체들이 가품이나 유해성 제품을 판매하면 강력한 처벌을 받는 것과 달리 중국 플랫폼 기업들은 현재 통관 절차 외 별다른 규제가 없는 상황이다.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규제의 도입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내법의 역외적용이 필요하다. 공정거래법은 이미 역외적용이 세계적으로 보편 룰로 자리잡았는데, 안전과 건강에 관해서는 역외적용의 당위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더욱이 중국은 자국내로 수입되는 일반적인 공업 제품이 일정한 안전기준을 충족하는지 심사 및 인정하는 CCC인증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국내 직구제품들은 중국강제인증인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우리도 중국발 직구수입품목에 대해서도 건강 및 안전에 관한 강제인증제도를 적용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중국 직구쇼핑앱은 사용자 성향을 통한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한다. 테무는 틱톡과 마찬가지로 사용자 성향을 통한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한다. 일부 보안 전문가들은 테무 앱에 악성 코드가 삽입되어 사용자 기기의 정보를 몰래 탈취할 가능성을 지적한다. 실제로 미국 기업들 중 일부는 테무 앱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정부는 개인정보의 수집, 사용, 보관 및 해외 이전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마련하여 사용자의 데이터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이들 해외직구쇼핑이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종류, 사용 목적, 공유 대상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나아가 사용자들이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한 접근, 수정, 삭제 권리를 보장하고, 데이터 처리에 대한 동의를 철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 기업들의 데이터 보안 시스템 강화를 지원하고, 해킹 및 데이터 유출 사고 발생 시 신속한 대응 및 책임 소재 규명을 위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법안이 추진되는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에도 이들 거대 해외직구쇼핑업체들도 포함되어야 공정성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 박주영

[이슈&인사이트] 기후변화와 주택가격

매년 이상기온과 가뭄, 폭우 등 비정상적인 날씨가 반복될 때마다 우리는 기후변화가 문앞까지 닥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곤 한다. 기후변화는 평균적인 날씨의 변화이니 우리는 날씨가 좀 더 더워지고, 어떤 때에는 비가 너무 자주 와서 홍수가 나거나 어떤 때에는 비가 오지 않아 제한급수를 해야하는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정부와 학계는 그린에너지, 그린컨슈머리즘 등 환경(=그린)을 강조하는 대응책을 제시하고 있으나, 우리는 이에 대해 아직 피부에 닿을 정도로 필요성은 느끼지 않으며, 일반적으로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는 정도로 실천하고 있다. 이렇듯 기후변화는 우리가 기존보다 좀 더 환경에 신경을 써야할 필요가 발생한 정도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후변화가 실제로 우리의 경제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은 간과하고 있다. 지난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인하 시기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금리를 쉽게 낮출 수 없는 원인 중 하나로 기후변화를 지목했다. 이 소식을 들은 많은 이들은 '기후변화가 왜 금리에 영향을 미칠까'하고 의아해할 수 있다. 사실, 기후변화는 오랫동안 중앙은행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였다.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안정을 주요 목표로 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인플레이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에너지와 농작물 같은 원자재 및 식료품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때로는 이들을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이라는 별도의 물가지수를 발표하기도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온, 가뭄, 홍수, 폭염, 불규칙한 강우 등은 농작물의 작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기후 이변이 농작물 수확량을 줄이면, 결국 곡물과 기타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게 되고, 이는 식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 있다. 이는 국내에서 발생하거나 우리에게 농산물을 수출하는 국가에서 발생하거나 마찬가지이다. 더욱이 국내에서 부진한 작황이 지속될 경우 수입 농산물의 필요성이 더욱 증가하고 이는 무역수지 악화와 국내 통화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지며 수입되는 모든 재화의 가격을 끌어올리고 추가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처럼 한국은행 총재의 기후변화 언급은 통화정책에 대한 매우 실질적이고 중요한 요인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전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현재 진행 중인 인플레이션은 주로 공급측면의 문제로 인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기후변화에 의한 인플레이션 압력 역시 장기적인 공급요인으로 작용하며 기후변화가 계속될수록 주요국 중앙은행에 지속적인 긴장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중앙은행은 경기가 크게 하락하지 않는 한 기후변화로 인한 인플레이션 리스크로 인해 금리를 섣불리 낮추기 어려운 환경에 놓이게 된다.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금리 수준은 우리의 모든 경제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금리가 상승할 경우 가계대출은 감소하고, 정부는 재정지출을 증가시키기 부담스러울 것이다. 여기에 자산가격 또한 금리에 매우 민감하다. 자산에 투자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금이며, 금리는 이러한 자금의 가격이기 때문에 금리가 높을 경우 투자가 원활하지 못하게 된다. 우리 가계의 대표적 자산인 주택과 같은 부동산도 금리의 변동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금리가 높게 유지될 경우, 주택 가격은 지속적인 하락 압력을 받게 되며 이는 가계의 경제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GDP를 상회하는 가계부채의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에 대응하자는 구호는 단지 허울좋은 외침이 아니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통해 주택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기후변화는 단지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경제활동 및 경제적 의사결정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요소이다. 기후변화 대응이 단순히 환경보호 차원을 넘어서 경제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핵심 전략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북극곰을 구하자는 구호를 넘어서 실질적인 경제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수현

[이슈&인사이트] 공익법인 규제 재검토해야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 2022년 국세청 공시 공익법인 기준 기업이 설립한 공익법인의 수는 784개이고 이중 대기업집단이 설립한 공익법인은 약 70~80여개 정도이다. 공익법인은 국가가 해야 할 교육, 장학, 사회복지, 의료 등 사회적 과제를 대신 발굴하고 해결하는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그룹계열사 지배를 공고히 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의 공익법인에 대한 법제, 특히 대기업집단에 속한 공익법인에 대해서는 순기능은 고려하지 않고 부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해 강력한 규제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제도의 균형을 잃은 측면이 있다.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에는 첫째 공정거래법에서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있다. 예외적으로 합병, 임원의 선임과 해임 등 일부 중요사안에 대해 특수관계인과 합산하여 최대 15%까지만 행사가 가능하다. 공정거래법상 공익법인의 의결권 행사 제한은 다른 외국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공익법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의도치 않은 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많은 공익법인들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 평상시라면 문제가 없으나 외부에서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공익법인이 보유한 지분은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다. 둘째, 상속증여세법상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계열사 발행 주식 5%를 초과하여 보유하는 경우 가산세가 부과된다. 계열사가 발행한 주식의 5%를 넘는 주식 보유를 사실상 금지하는 효과가 있다. 주식 기부에 대한 면세 한도는 다른 국가와 비교하여 엄격하다. 미국은 공익법인이 기업이 발행한 주식의 20%까지 면세가 인정된다. 일본은 주식발행 총수의 50%까지 공익법인이 취득할 수 있고 별도로 상속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독일, 스웨덴은 아무런 규제도 면세 한도 규정도 없다. 이러한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는 세계적인 트랜드에 역행하는 것으로 공익법인의 사회공헌 활동을 저해하고 있다.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 취지는 공익법인을 통해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것은 바람직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세계적 유래가 없는 규제를 도입하면서까지 공익법인을 통한 기업의 지배를 막겠다는 제도의 취지가 과연 합당한 것일까?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공익법인을 통한 기업집단의 지배와 활발한 사회공헌 활동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스웨덴의 이케아 그룹은 스티흐팅 잉카 재단, 인터로고 재단, 인터 이케아 재단을 정점으로 그룹을 구성하고 있고 매년 수십 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칼스버그 그룹도 칼스버그 재단이 칼스버그사의 지분 29%를 보유하고 있고 차등의결권을 활용하여 77%의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외에도 발렌베리 재단은 지주회사 지분 23%를 보유하면서 의결권은 50% 행사하고 있고, 아르마니, 롤렉스 등도 재단을 통해 기업집단을 지배하고 있다. 해외의 기업들은 공익법인을 통해 기부를 하면서, 기업의 영속성도 동시에 보장받고 있는 것이다. 최근 특정 기업집단의 총수가 자신이 가진 주식을 기부하겠다고 공익법인과 약정을 맺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조건이 있는데, 상속증여세 완화와 공익법인의 의결권 행사 금지 개선이다. 발행 주식 5%가 넘는 지분을 기부하면 최대 60%의 상속증여세 부과로 기부의 취지가 퇴색되고, 의결권 제한으로 외부에서 경영권을 위협하게 되면 자칫 외부세력에게 경영권을 침탈당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조건부 약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공익법인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저해하고 기업의 경영 안정을 해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ESG, CSR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공익법인이라는 지속 가능한 형태로 이어나가는 사회적 요구와도 맞지 않다. 이제는 공익법인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버리고 발렌베리, 이케아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지속적으로 탄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유정주

[특별기고] 라인야후 사태, 국익 관점에서 적극 대처해야

네이버는 “우리나라는 인구가 많지 않고 시장이 작기 때문에 반드시 해외에서 성공사례를 만들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절박함을 가지고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만 한 서비스 개발을 위해 계속 해외 문을 두드렸다. 그 결과 메신저 앱 '라인(LINE)'이 탄생하여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하였으며 '야후재팬'과 합병하여 '라인야후'가 되었는데, 일본 시장을 석권하고 태국, 대만, 인도네시아 등에도 진출해 있다. 매출 규모는 지난해 1조8146억엔(15조928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그런데. 지난 3월 일본 총무성이 지난해 11월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을 빌미로 “네이버와 라인야후 간 자본적·기술적 관계를 끊으라"는 행정지도를 하면서 '라인야후 사태'가 불거졌다. 지분 매각 압박을 받은 네이버는 라인야후 경영권을 놓고 소프트뱅크와 협상을 진행해 왔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 지분 64.5%를 보유한 최대지주 A홀딩스 지분을 각각 50%씩 가지고 있어 1주라도 지분이 넘어가면 주도권은 소프트뱅크가 쥐게 된다. 이렇게 되면 네이버의 해외 사업에 제동이 걸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일본의 라인 강탈 시도는 명백한 국익 침해이자 반시장적 폭거"라고 지적했다. 이제 라인야후 사태는 정치권을 비롯한 국민적 관심이 쏟아지면서 한일 관계는 물론 정권 지지율에도 영향을 줄 대형 이슈로 커졌다. 상황이 심각하게 전개되자 정부가 공식적으로 나섰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지난 10일 브리핑을 통해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와 우리 기업의 의사에 반하는 부당한 조치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성태윤 정책실장도 “라인야후가 일본 정부에 자본구조 변경을 제외한 정보보안 강화 대책을 제출하고자 한다면 네이버에 필요한 지원을 충분히 제공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정부는 우리 기업이 해외에서 어떠한 차별적 조치나 기업 의사에 반하는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면밀하고 강력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네이버 클라우드와 업무를 위탁하고 있는 회사 직원들이 사이버 공격을 받아 개인정보 약 52만 건이 유출되면서 시작됐다.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 재발 방지 조치를 요구하고,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과태료 등의 조치를 내린다. 하지만 일본 총무성은 라인야후에 행정지도를 통해 '자본 관계 재검토'를 요구했는데, 적성국 기업에나 적용할만한 과도한 조치이다. 이를 근거로 소프트뱅크는 네이버 지분 매각을 압박하고 라인야후 이사회에서 한국인 이사를 해임했다. 일본측이 민·관이 역할을 분담하여 '네이버 밀어내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라인야후 사태와 관련 “일본 정부 생각을 4월쯤 확인했고, 민간 기업과도 대화를 계속 해왔다"고 밝혔지만, 미흡하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일본 정부의 생각을 확인만 할 것이 아니라 강력한 입장을 전달했어야 했다. 라인야후의 한국 법인 격인 라인플러스 간담회에 참석한 라인플러스 관계자는 “글로벌 진출 기업이 해외 사업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대반전을 이룬 한일관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조치를 하였지만 한국 정부는 한일 관계 훼손을 우려해 사태를 방치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나아가 정상 간 개인적인 친분과 케미(chemistry)에 의존한 탑다운 방식의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된다. 글로벌 시장을 확보하고 성장 잠재력이 막대한 기업의 경영권이 하루아침에 일본에 넘어갈 처지에 있는 이 문제는 단순한 민간기업 이슈가 아니다.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 문제이자 국제 규범 위배 소지가 있는 통상 이슈다. 네이버가 경영권을 넘겨 라인야후와 관계가 단절되면 일본 시장에서 성장할 기회를 놓침은 물론, 동남아 시장 확장 기회마저 넘기게 될 우려가 있다. 그리고 이번 사태를 묵과하면 향후 한국 기업이 서비스하는 다른 국가에서 동일한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 민간 기업 하나의 문제로 방치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특히, 한일관계 개선 및 한미일 관계 강화를 의식한 나머지 한일관계가 껄끄러워지는 것을 두려워하여 이 문제에 있어서 소극적이어서는 결코 안 된다. 늦었지만 정부가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히고, 네이버가 지분을 매각하지 않기로 의사결정을 한 것은 다행이다. 라인야후가 7월 1일까지 일본 총무성에 행정지도 답변서를 제출하는 만큼 정부는 고도의 경각심을 갖고 대처해야 하며, 국회도 여야 가릴 것 없이 우리 기업의 이익과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키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이강국

[이슈&인사이트] 물가안정과 배달앱의 중개수수료율 규제

최근에도 여전히 고물가는 진행형이다. 올해 들어 물가수준은 3% 내외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물가 목표 수준인 2%를 훨씬 초과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외식 물가상승률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훨씬 웃돌고 있다. 소비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대표 먹거리인 떡볶이, 비빔밥, 김밥, 햄버거 등의 물가상승률은 5%를 상회한다. 외식물가는 35개월째 전체 물가수준을 상회하는 등 안정세에 접어들 기미가 전혀 없다. 외식업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경우 대체로 규모가 작은 영세 사업자로서 원재료·공공요금 인상에 취약하다. 규모 및 범위의 경제 측면에서 비용절감이 어려운 영세 사업자의 경우 식재료 및 전기·가스료 인상시 이를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전이시키는 정도가 높은 편이다. 우리의 국민 경제구조에서 차지하는 자영업자 등 비임금근로자 비중은 23%이며, 이는 OECD 국가 중 7위일 만큼 높다. 이는 미국의 3배, 일본의 2배 이상 해당되는 수치이다. 우리의 물가상승률이 높은 이유가 자영업 비중이 높은 국민경제의 구조적 특징과 연관되며, 최근 들어 유가, 곡물류 등 원자재 공급 차질에 따른 가격급등이 지속되고 있는 점에 기인한다. 더욱이, 국제결제 통화인 달러대비 원화의 가치절하가 빠르게 진행되며, 물가상승 요인으로 수입단가 상승도 한몫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런데, 최근 물가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또 다른 잠재적 요인으로 배달앱 서비스의 중개수수료율이 지목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동안 증가하기 시작한 배달음식 수요가 엔데믹 기간에도 눈에 띄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피자, 치킨 등 야식에 대한 배달수요는 꾸준한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음식배달 서비스는 앱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배달앱 시장은 '배달의 민족', '쿠팡이츠', '요기요'의 3사가 주도하고 있다. 최근 높은 배달비로 소비자의 배달수요가 줄어들자 배달앱들은 배달비 무료정책을 앞다투어 제시하며, 소비자의 배달앱 이용을 유인하고 있다. 하지만, 배달비 무료혜택이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대신 배달앱들은 자영업자에게 높은 중개수수료율이 적용되는 요금제 서비스로의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자영업자들은 배달앱에 중개수수료로 전체매출의 약 7%, 업주 부담 배달료 2,500~3,300원, 결제수수료 1.5~3.0%를 지급해왔다. 하지만, 무료 배달정책이 일반화되며, 일부 배달앱의 경우 배달비 포함된 새로운 요금제에서 중개수수료율이 무려 27%까지 상승하여, 자영업자의 큰 재무적 부담이 되고 있다. 더욱이, 업주가 부담하는 수수료는 대체로 정률 요금제가 적용되며, 매출이 올라갈수록 더 많은 수수료를 내는 구조이다. 배달비 무료혜택이 제공되지 않는 요금제를 이용하는 자영업자들은 소비자 선택을 받기가 어려워 매출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부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대체로 2만원 정도의 치킨 한 마리 판매시 수수료 등으로 대략 30%의 비용 지출이 이루어진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러한 배달앱의 높은 중개수수료율 정책이 지속되는 한 결국 자영업자들은 판매가격에 배달 관련 비용액을 이전시킬 가능성이 충분하다. 가뜩이나 높은 수준의 원자재와 공공요금 가격이 지속되는 가운데, 배달앱의 지나친 중개수수료율 책정은 비용절감이 어려운 영세한 자영업자의 판매가격 인상이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로써, 배달앱에 대한 중개수수료율 규제가 시급한 시점이다. 배달앱의 높은 중개수수료율은 자영업자의 판매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고물가 현상의 심화를 가져오고, 이는 결국 민간소비의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다. 올해 1분기 국내 경제성장률은 1.3%를 기록하는 등 기존 예상치 0.6%를 상회했다. 일부에서는 이를 경기회복 신호탄으로 기대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도 상향조정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수출호조세로 무역수지 흑자기조가 지속되고 있어, 경제성장률 상향조정에 대한 의견이 힘을 얻는다. 하지만, 민간소비 측면에서 살펴보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은 듯하다. 서비스 소비로 이해되는 올해 1분기 서비스업 생산은 전분기에 비해 0.8% 늘었다. 하지만, 서비스업과 해외지출을 제외한 재화 소비는 오히려 0.2% 감소했다. 즉, 국내 소비자의 해외소비는 늘었지만, 국내 소비는 오히려 줄었다는 해석이다. 이는 민간소비 개선이 뚜렷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민간소비가 고물가에 부정적 영향을 받는다고 볼 때, 아직 물가수준이 내수소비를 유도할 만큼 낮지 않다고 평가된다. 그런데, 잠재적으로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배달앱 서비스의 높은 중개수수료율에 대한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뚜렷한 민간소비의 개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배달앱이 금융사가 아닌 만큼 현 제도상으로 카드사처럼 금융당국에서 직접적으로 중개수수료율을 규제하기란 쉽지 않다. 정부 차원에서 배달앱의 시장 독과점 구조하에서 이루어지는 높은 수수료율에 대한 상한선제 도입 등 효과적 정책 마련을 통해 물가 안정화에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민간소비 개선을 통한 경제성장률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서지용

[신율의 정치 칼럼] 지지자들만 국민인가?

“양당 교섭단체의 사전 합의도, 의회 운영의 기본 절차도, 존중과 이해에 기반을 둔 민주주의 정신도 모두 짓밟은 반민주적 다수당의 폭거(다)". 얼핏 보면, 민주당의 법안 단독 처리에 대한 국민의힘의 반발 성명인 것 같다. 그런데 해당 언급은 민주당으로부터 나온 말이다. 지난달 29일 서울시 의회에서 학생 인권 조례 폐지 조례안을 국민의힘 의원들이 단독으로 통과시키자, 이에 반발한 민주당 의원들이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내용인 것이다. 현재 서울시 의회에서는 국민의힘이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서 학생인권 조례 폐지가 잘된 일이다, 잘못된 일이다, 여부를 논하려는 것은 아니다. 논하려는 것은, 민주주의에서는 수(數)의 횡포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국회에서는 민주당의 독주가, 서울시 의회에서는 국민의힘의 독주가 횡행하고 있다. 양당은 '국민'이라는 이름을 팔아,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주저 없이 수(數)적 우위를 내세워 해치우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의 박찬대 신임 원내 대표는, 22대 국회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공언하고 있고, 22대 국회 1호 법안은 민생 회복 지원금 관련 법안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국민 명령에 민주당이 화답해 행동하는 민주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압도적 의원 숫자가 '국민 명령'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하는 순간이다. '국민 명령'이라는 단어는 여권에서도 등장한다. 지난 2일 해병대원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협치 첫 장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민주당이 입법 폭주를 강행한 것은 여야가 힘을 합쳐 챙기라는 총선 민의와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여기서는 행정 권력의 행사 가능성이 '국민 명령'으로 변하고 있다. 누구의 말이 옳은지를 가리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서로 '국민의 명령'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만, '국민'은,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국민 전체'가 아니라, 자신들의 생각에 동의하는 '지지자'들만을 의미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자신들의 지지자들을 '국민'으로 포장하면, 정치적 양극화는 더욱 극에 달할 수밖에 없다. '진짜' 국민들도 진영에 따라 갈라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1.8배 정도 되는 압도적 의석을 획득했지만, 양당의 지역구 득표율은 불과 5.4%p.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는데, 양측이 각각 자신의 지지자를 '국민'이라고 지칭하면, 상대 정당을 찍은 절반에 가까운 유권자는, '국민' 취급을 받지 못하게 된다.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정당이라면, 자신들을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민주주의의 가치는, '다양성에 대한 인정'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상대 정당 지지자들을 '국민'으로부터 소외시키는 행위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국민 양분화에 의한 정치 양극화가 심해지니, 지난번 영수 회담의 긍정적 효과가 가시화되지 않는 것이다. 지난 2일 발표된 NBS 조사(4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3일간,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조사, 응답률 14.6%,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대통령 지지율은 직전 조사와 마찬가지로 27%였고, 정당 지지율에서 민주당은 29%를 기록해 31% 지지율의 국민의힘에게 밀렸다. 이런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양극화가 심해지면 그 어떤 이벤트가 있어도 중도층은 아예 정치를 외면하게 되고, 양쪽 지지자들은 진영 논리에 더욱 충실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국민'에게 '국민'의 이름을 찾아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모두가 '국민'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질 수 있을 때, 비로소 민주주의가 제 기능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 갈라치기는 그만하자. 신율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