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기자의 눈] 우리투자증권, 초대형 IB까지 버텨내길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이 합병한 우리투자증권이 이달 출범했다. 우리금융지주가 지난 2014년 농협금융지주에 우리투자증권을 매각한 지 10년 만에 증권업에 재진출한 것이다. 우리투자증권이 출범과 함께 전통 기업금융(IB) 부문에 진출, 5년 내 자기자본 증권업계 10위권 안착을 제시한 만큼 '우리'라는 이름값을 해낼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우리투자증권의 중장기 목표 중 주목해야 할 점은 10년 내 초대형 IB 진입이다. 초대형 IB 요건은 자기자본 4조원이다. 현재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 5개 증권사가 초대형 IB로 지정됐다. 초대형 IB가 되면 증권사가 자기자본의 2배 한도 내에서 발행어음을 발행, 판매할 수 있다. 증권사가 발행어음 판매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기업대출·부동산금융 등에 투자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2017년 11월 처음으로 발행어음을 출시했다. 이후 NH투자증권(2018년 7월), KB증권(2019년 6월), 미래에셋증권(2021년 6월) 등이 발행어음업을 시작했다. 우리투자증권의 현재 기준 자기자본은 1조1000억원 규모다. 자기자본 기준 증권업계 18위권의 중형 증권사다. 시장에서는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계열 증권사와 비교했을 때 자본 규모 면에서 아쉽다는 평가다. 4대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는 4~5조원대의 자기자본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아쉽다는 평가 속에서도 시장을 긴장하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금융지주'가 크다. 우리은행은 오랜 시간 기업금융 명가로 대기업들과 인연을 쌓아왔다. 우리투자증권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위해서는 우리금융지주의 전폭적 지원이 중요한 이유다. 우리투자증권도 우리금융지주가 가진 강점을 살려 IB와 인수·합병(M&A)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인력도 충분하다. 우리투자증권 출범을 준비하면서 미래에셋·삼성·메리츠증권 등 대형 증권사에서 부장·부부장급 실무인력 33명을 영입했다 향후 1년 내 100명 이상을 추가 영입할 계획이다. 증권업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생 증권사의 존재감이 갑자기 커지긴 힘들 수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증권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증시 변동성 등 각종 리스크로 방어적인 태세를 취할 때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투자증권, 10년 전 아픔을 겪고 다시 부활했다. 기대만큼 속도가 나지 않을 때도 있을 것이다. 실망하지 말고, 고속성장에 연연하기보단 단계별 성장으로 초대형 IB까지 진출하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윤하늘 기자 yhn7704@ekn.kr

[이슈&인사이트] 중대재해처벌법은 정의로운 법인가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도저히 알 수 없다,", “주무부처도 답변하지 못한다.", “알면 알수록 미궁에 빠진다." 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 현장에서 아우성이다. 입법 취지를 들먹이며 아무리 미사여구를 사용하더라도 형사법의 생명인 예측가능성과 이행가능성이 결여된 법을 정의로운 법이라고 하지 않는다. 재해예방의 실효성도 없고 애꿎게 처벌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의를 참칭한 악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내용과 절차로 제정된 결과이다. 더 큰 문제는 법의 모호성, 비현실성과 엄벌 공포에 기대어 자의적 법집행·해석이 남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 법이든 형벌권 남용은 그 자체가 악이고 국가에 의해 저질러지는 범죄이다. 이러한 폐해를 생각지 않는 것은 중대재해가 발생하기만 하면 경영책임자를 불법적 수단을 써서라도 어떻게든 범죄자로 만들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 폐해는 중소기업일수록 크다. 중대재해처벌법처럼 강한 처벌이 수반되는 형사법은 행정실무나 입법정책상의 필요만을 이유로 문언의 가능한 범위를 벗어나 수범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 특히 문제 있는 형사법은 가능한 한 그 적용범위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좁게 해석해야 한다. 그래야 악법의 폐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을 정비하기 전에라도 실체법적으로 법개념을 제한적으로 해석하거나 절차법적으로 엄격증명의 요구 등 절차규칙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이러한 방향성을 갖지 못하면 법집행·해석기관은 실정법의 노예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고 악법에 부화뇌동하는 꼴이 된다. 그런데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정비하거나 법치행정을 할 의지가 없는 것 같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 정부 때 제정됐지만, 현 정부는 야당 눈치 보기에 급급할 뿐 국민을 상대로 그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하려는 자세와 노력은 통 보이지 않는다. 수사기관에 막강한 권한을 준 이 법을 즐기면서 무분별한 법집행·해석에 안주하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의구심마저 든다. 그 대신 정부는 안전원리에 맞지 않는 생색내기용 미봉적 정책만 양산하고 있다. 지난 정부 때부터 산재예방행정이 가성비가 형편없는 수준으로 전락됐지만, 현 정부는 전문성과 진정성의 부족으로 '고비용 저효과' 행정을 바로잡기는커녕 조장하고 있다. 위험성평가를 형해화시키지를 않나, 안전관리자를 벽돌 찍듯이 단기 속성으로 배출하지를 않나, 정체불명의 공동 안전관리자를 통해 사업주의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의식을 약화시키지를 않나 그 아마추어리즘에 어안이 벙벙할 정도이다. 산재예방 선진화를 위한 인프라의 핵심에 해당하는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은 정부가 앞장서 추진해도 모자랄 판에 조직이기주의를 앞세워 반대를 한다. 비대할 정도의 방대한 행정조직으로도 산재예방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은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중대재해처벌법 담당자였던 고용부의 본부 국장과 과장은 고액의 연봉을 보장받고 대형 로펌에 들어가는 비상식적 행태를 서슴지 않았다. 공직을 로펌에 줄 대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도덕불감증이 놀라울 정도이다. 오죽하면 이 법을 '공무원 일자리 보장법'이라고 비아냥거리겠는가. 전문성과 진정성 밑천이 약할수록 엄벌에 의지할 가능성이 높다. 필자의 경험으로도 안전을 잘 모르거나 '잿밥'에 관심이 많은 사람일수록 엄벌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전문성과 진정성이 있어야만 올바른 산재예방정책이 가능하다. 보여주기가 엄벌만능정책으로 나타난다. 엄벌만능주의가 권위주의 성향의 정부에서 많이 발견되는 이유이다. 처벌이 필요한 건 당연하지만, 정교하고 실효적인 예방정책이 처벌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강조하고 싶다. 정진우

[EE칼럼] 천연수소,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요즈음 국내 수소업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청정수소의 '원년(元年)'이 될 것이라며, 청정수소 관련 지원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부풀었다가, 막상 뚜껑이 열려 관련 제도의 내용이 발표된 이후 국내 업계의 이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차갑게 식은 듯하다. 아무래도 청정수소에 대한 지원 혜택이 석탄·LNG화력발전소와 연계된 대규모 해외 암모니아 공급사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제약 때문인 듯하다. 흥미롭게도 이런 청정수소를 대신해서 조야의 관심 대상으로 부상한 것이 바로 천연수소(Natural Hydrogen)이다. 사실 일반적인 '수소'는 원유·천연가스 등과 같은 '천연자원'이 아니다. 이보다 원료를 투입, 에너지를 소비하는 제조과정을 거쳐 생산되는 자동차·스마트폰 등과 같은 공산품에 가깝다. 이 같은 수소의 특징이 그 동안 수소와 관련된 다양한 논란의 지원지가 되었다. 에너지를 소비하는 제조과정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문제가 발생하여, 청정한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구분이 필요했던 것이었고, 제조과정을 위해 장치산업으로서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었으며, 전기나 천연가스와 같은 원료가 투입되기에 언제나 경제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반면 천연수소는 이런 제조과정 없이 자연에서 생성된다. 지구의 지각과 맨틀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지질학적, 화학적 과정에 의해 생성되는데, 이 과정은 사문석화(serpentinization) 반응, 방사성 붕괴, 고온 고압 환경에서의 화학 반응, 유기물의 열분해 등으로 구분된다. 가령 사문석화 반응은 감람석과 같은 저규산 광물이 물과 반응하여 수소를 생성하는 과정으로, 대륙판 경계나 해양 중심부 등에서 주로 발생한다. 또한 방사성 붕괴는 우라늄, 토륨 등의 방사성 원소가 붕괴하면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성하는 과정이다. 고온 고압 환경에서의 화학 반응은 지하수와 철 광물이 깊은 지하의 고온 고압 조건에서 반응하여 수소를 생성하는 과정을 말하며, 유기물의 열분해는 지각 내 유기물이 고온에서 분해되며 수소를 방출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러한 다양한 메커니즘을 통해 천연수소는 지구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되어 지표로 이동하여 저장되며, 이를 채굴하여 공산품이 아닌 '천연자원'으로서 활용이 가능하다. 현재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이러한 천연수소의 탐사 및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말리의 보라케부구는 천연수소 탐사의 중요한 거점으로, 그린스톤벨트 지역에서 이미 순도 높은 천연수소가 발견되어 하이드로마(Hydroma)사 주도로 상업적 생산이 진행되고 있다. 한편 오스트레일리아 남부 골드하이드로젠(Gold Hydrogen)사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서는 최대 500미터 깊이에서 순도 80%의 천연수소가 발견되었으며, 이는 상업적 생산을 위한 충분한 수치로 평가받고 있다. 이 밖에도 미국의 중서부 지역에서도 천연수소 탐사가 진행 중이며, 일부 지역에서는 상업적 생산을 위한 첫 시추가 시작되었다. 또한 스페인의 피레네산맥 중심부에서도 천연수소 시추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지역에서의 탐사 활동은 천연수소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 만큼 에너지 수급의 불안정성을 줄이고 각국이 에너지 자립을 이루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2022년 10월 지구 지각에는 수 조톤의 천연수소가 있을 수 있으며, 그 중 10%만 사용해도 현재 소비량을 전제로 수 천년 동안 쓸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천연수소가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으로서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천연수소의 채굴 비용도 기존 제조과정이 필요한 수소보다 낮을 수 있어 경제적 측면에서도 기존 수소를 압도할 수도 있다. 그래서 천연수소는 향후 궁극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이를 알아본 세계적인 부호 빌 게이츠는 2023년 7월 미국 중서부 지역 천연수소 탐사 스타트업 콜마(Koloma)에 9,100만 달러, 한화로 약 1,260억 원을 투자했다. 또한 미국 에너지부(DOE)는 2024년 2월, 미국 최고의 연구소, 대학 및 민간 기업에 천연수소 관련 연구 보조금으로 약 2,000만 달러(한화 270억 원)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석유에너지연구소(IFPEN)는 2010년대부터 천연수소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으며, 호주 지질과학원도 2021년 천연수소 연구 프로젝트를 착수했다. 당연히 국내에서도 주로 국회나 언론, 업계를 중심으로 이 같은 천연수소의 가능성에 주목하며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에도 불구하고, 한국석유공사가 추진 중인 '땅 속에서 수소 측정' 기술 개발을 제외한다면, 아직 별다른 정부의 정책적 차원에서의 접근은 사실상 거의 전무하다. 더욱이 한발 앞서 이를 이끌어내야 할 공공 연구기관들의 관심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보신주의(補身主義)를 벋어나 격변하는 미래에 대한 통찰력 있는 혜안으로 보다 적극적인 연구와 정책적 지원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이를 제안한다. 김재경

[기자의 눈]국산 항공엔진 개발,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정부와 민간이 한국산 항공엔진을 만들기 위해 소매를 걷어붙였다. 2029년을 전후로 1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시장에서 미래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우리 무기체계에 대한 견제가 더욱 확산·강화될 가능성에 대비하는 발판도 될 수 있다. 9조원 규모의 자금을 들여 개발 중인 한국형전투기 KF-21 보라매는 수출시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제너럴일렉트릭(GE)의 F414 엔진을 장착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F404 엔진을 장착한 T-50 고등훈련기가 미국의 반대로 우즈베키스탄 수출길에 오르지 못했다. 엔진 국산화 성공시 이같은 어려움을 벗어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37년까지 약 5조원을 들여 단계적 개발을 진행한다. 우선 추력 8000파운드급 무인 전투기용 엔진에 이어 1만파운드 수준의 제품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최종 목표는 1만5000파운드(애프터버너 가동시 2만2000파운드)의 추력을 내는 F414급 터보팬 엔진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 소재·부품 생태계 경쟁력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한화는 45년간 엔진 1만대를 만든 저력을 토대로 이번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 현재 GE의 라이선스를 활용해 F414 엔진을 생산 중으로 지난달 영국 '판버러 에어쇼'에서 독자 모델 프로토타입도 최초 공개했다. 내년까지 400억원을 들여 5000평 규모의 F414 엔진 생산을 위한 스마트팩토리도 구축한다. 두산도 발전용 가스터빈을 개발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항공엔진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기술 기반이 동일하고, 구조·작동 원리도 유사하다. 1680도의 환경에서 견디는 냉각·코팅 기술을 확보한 것도 강점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 '1만파운드급 무인기용 가스터빈 엔진 개발' 사업에 참여했고, 정부가 발주한 첨단 항공엔진 개념설계도 수행 중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항공엔진은 기술적 난이도가 높아 아직까지도 GE와 미국 프랫앤휘트니(P&W), 영국 롤스로이스(R-R) 3개사에 필적할 곳이 없다. 중국이 2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수십조원을 투입하는 등 갖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이들 '3대장'과 비교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같은 분야에서 단번에 성공하지 못한다고 실패의 낙인을 찍고 업체에 지체상금을 물리고 소송전을 벌이는 방식이 이어진다면 향후 항공엔진 뿐 아니라 첨단 무기체계의 국산화 시도 자체가 막힐 공산이 크다. 수많은 장애를 극복하고 이례적인 속도로 개발 중인 보라매의 사례를 들어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개발 과정에서 습득한 노하우를 토대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다시금 도전에 나설 수 있도록 격려하는 문화가 형성된다면 K-항공엔진을 통해 자주국방에 한걸음 다가서고, 향후 글로벌 시장에 나올 국산전투기가 높은 가동률을 앞세워 안보 역량과 경제적 효과 창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EE칼럼] 자원안보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필요한 것들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미국과 유럽은 21세기에 들어서자마자 에너지 자원 안보와 기후변화협약 대응 등 2가지 목표를 동시에 이룰 수 있도록 국가 장기계획을 수립하였으며, 양 진영 모두 목표의 대부분을 성공적으로 이루어 냈다. 유럽은 보유한 북해유전과 프랑스 원자력에 더하여 독일의 LEEN(Learning Energy Efficiency Network) 사업과 같은 에너지자원 절약 프로그램의 가동 및 북유럽의 대형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미국은 기술개발을 통하여 자국 내에서 대량의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을 값싸게 생산하는 방식으로 기술개발과 청정에너지 보급 사업을 진행하여 두 진영 모두 에너지자원의 자급자족률을 높이고 동시에 온실가스배출을 크게 줄이는 데 성공하였다. 지난 7월 말, 우리나라에서도 자원 안보와 기후변화 대응에 모두 좋은 정책들이 발표되어 반갑다. 먼저 7월 말에 올해 초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하여 통과시킨 '국가자원안보 특별법'의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산업부가 제정, 입법예고 하였다. 주요 내용들을 보면 관련 기관들을 자원안보 전담 기관으로 지정하여 계획 수립과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및 운영, 그리고 진단평가 등을 지원하도록 하였으며, 비축 담당 기관 역시 지정하여 핵심 에너지 및 광물자원의 효과적인 비축을 지원하도록 하였다. 산업부는 '국가자원안보 특별법'의 시행 시기인 2025년 2월 7일 이전에 시행령과 시행규칙 제정을 완료할 것이라고 한다. '국가자원안보 특별법'을 비롯한 공급망 3법은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모두 합의하여 통과시킨 매우 드문 사례이며, 이를 통하여 약 5조 원가량의 기금을 조성하고 경제부총리 산하에 위원회를 꾸려 세부적으로 계획을 수립, 시행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법의 시행령과 규칙의 제정을 주무 부서인 산업부가 진행한 것이다. 직접적인 에너지자원 안보는 물론 재생에너지시설, 전기차, 배터리 등의 제조에 필수적인 리튬 등 전략광물의 안정적인 확보에도 도움을 줄 수 있어 기후변화 협상 대응에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하나의 사례는 환경부가 7월 말에 발표한 14개의 '기후대응댐' 구축 계획이다. 환경부는 특히 홍수나 가뭄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 미래 물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물그릇이 필요하다고 발표의 배경을 설명하였는데, 추가되는 댐의 효과로는 기후변화로 달라지고 있는 우리나라 강우량과 강우 시기의 변화에 대응하고 아울러 친환경 발전 방식인 수력발전을 늘리고 동시에 새로이 지어질 예정인 반도체 등 첨단산업단지의 용수 문제 역시 일부 해소가 가능한 것 등이다. 이 역시 수자원의 안보 문제와 기후변화 문제의 대응에 모두 효과적인 노력으로 평가된다. 최근 중동 전쟁의 심화 등으로 국제 무역환경의 변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보호무역의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선진국은 물론 자원 부국과 주요 무역 협력 국가들이 1990년대부터 유지하던 자유무역 기조에서 벗어나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보호무역 기조로 선회하고 있음은 이제 자명하며, 이러한 추세는 이번 연말 미국 대선 이후에는 더욱더 증가할 예정이다. 수출이 자국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 동북아시아 국가들은 이러한 보호무역 방향으로의 국제무역 기조의 변화는 전혀 달갑지 않은 변화이다. 이러한 시기에 21대 국회가 손을 잡고 공급망 3법을 통과시켰으며, 정부는 2011년 이후 건설이 없었던 다목적댐을 추가로 짓기로 하는 등 자원안보와 기후변화 대응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에너지, 물, 도로 등을 위한 인프라 시설에 대한 투자는 가급적 빨리 투자를 결정하고 시행하여야 경제성장 및 자원안보는 물론 기후변화 대응에도 유리하게 작동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22대 국회 역시도 이러한 국제정세 변화에 적극 대응하려는 노력에 힘을 실어주어야 하겠다. 아울러 이러한 문제는 우리나라 혼자 이루기 어렵기에, 주변국 및 주요국과 연구, 산업 단지 공동 구축, 핵심 자원의 공동구매/비축 등 지역 공동공급망 구축을 위한 양자 간, 다자간 외교활동 역시 정부와 국회에서 강화해 주기를 기대하여 본다. 허은녕

尹대통령, 경사노위 위원장 권기섭·산업1차관 박성택 내정

윤석열 대통령은 2일 권기섭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정경조 평안남도지사, 이세웅 평안북도지사, 지성호 함경북도지사를 각각 내정했다고 대통령실이 밝혔다. 권기섭 경사노위 위원장은 30년간 고용노동부에서 근무하며 노동·고용·산업안전 분야 3개 정책실장을 모두 거친 후 고용노동부 차관까지 역임한 정통 관료 출신이다.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산업부에서 산업·통상·에너지 분야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으며, 대통령실 정책조정비서관과 산업정책비서관을 맡았다. 정경조 평안남도지사는 육군 3군 부사령관을 지낸 예비역 중장 출신이며, 이세웅 평안북도지사는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지냈다. 지성호 함경북도지사는 탈북민 출신으로 21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기고] 지속가능한 지하수와 지하수열 활용방안 찾아야

물은 순환한다. 하늘에서 내린 눈과 비는 하천을 따라 바다로 흘러가고, 바다에서 증발하여 하늘로 올라갔다가 비와 눈으로 되돌아온다. 그 중에 일부는 지하수가 되어 땅 속에서 흐르다가 지하 저수지(대수층)에 모이기도 하고, 다시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지구 표면의 70%가 물이 차지하지만 70%가 바닷물이라 우리가 먹거나 이용할 수 있는 민물(담수)은 지구에 존재하는 물의 2.5% 정도이다. 그 중에 대부분은 빙하이므로 우리가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호수, 하천수는 지구 전체 물의 0.01%, 지하수는 0.76%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제 논에 물 대기'라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이 물 이용에 대한 주민∙지역∙국가 간 분쟁은 역사적으로 유구하며, 현재도 지속되고 있고, 미래에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기후변화 때문에 극단적인 가뭄과 홍수가 번갈아 발생하고 있어 치수와 수자원의 확보가 더욱 중요하게 되었다. 실제로 국내에서 2000년대 이후 지하수의 개발과 이용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댐이나 취∙정수장을 건설해서 물을 얻는 것보다 지하수의 개발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기 때문이다. 특히 AI(인공지능)와 데이터센터의 확대에 따라 서버 냉각용 물 공급 역시 부족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입지는 전기와 물이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기후변화 영향과 더불어 AI 및 데이터센터 산업의 성장에 따라 우리는 과거보다 물, 특별히 지하수를 더 많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과도한 지하수의 개발은 수자원 고갈 문제와 더불어 지반침하 등의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인류가 지하수를 무분별하게 이용해 지구 자전축이 변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지하수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지하수의 이용을 추진하고 있다. 작년 6월에 발표된 제4차 지하수관리기본계획을 보면 유역 기반의 지하수 수량과 수질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지하수 활용을 확대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특히 대형 건물이나 지하철 등 지하시설에서 지속적으로 나오는 유출지하수는 하천에 방류되거나 청소용수 등에 사용되었는데, 유출지하수를 활용하여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지하수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첫번째 방법은 고부가가치 산업체에 지하수를 공급하는 것이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기업은 2020년에 일간 107만톤의 물을 사용했으며, 2030년 이후에는 물 사용량이 3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기업들은 물 확보를 위해 하수처리수 재이용 등을 추진하고 있어, 지하수의 확보와 이용 역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하수열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일반적으로 지하수는 땅 속에서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므로 여름에는 기온보다 차갑고 겨울에는 기온보다 따뜻하다. '히트펌프' 기기를 활용하면 냉난방에 유용하게 쓸 수 있으며, 단일 난방이나 냉방을 하는 경우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3배 이상 좋다. 지하수열은 유출지하수에서 얻을 수도 있고, 지하수층에 열교환 기기를 설치하여 활용할 수도 있다. 지하수를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원으로 활용한다면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에너지 절감에 따른 탄소배출권도 창출할 수 있다. 현재 사용하는 지하수가 동일한 양만큼 생성되려면 수백 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지하수는 현재 우리가 잘 사용하는 것과 동시에 우리 자손에게도 물려줘야 하는 귀중한 자원이다. 지하수를 보전하면서도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지하수열 활용 기술과 사업에 정부의 제도적, 재정적 지원과 민간 투자가 활성화 되길 기대한다. 박용진

[기자의 눈]주주의 목소리, 기업 DNA 변화의 촉매제

기업의 DNA가 변해야 할 시점이다. 과거 대기업의 경영 결정이 '오너의 뜻'이었다면, 이제는 '주주의 목소리'가 되어야 한다. 최근 대기업들의 구조 재편 과정에서 주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당국의 엄격한 감독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기업 활동에 대한 제동이 아닌, 우리 경제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과거 대기업의 의사결정은 소수의 경영진에 의해 이루어졌고, 주주들은 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SK, 두산, 한화 등 대기업들의 구조 재편 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경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주주들의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다. 그들은 기업의 장기적 가치와 지속 가능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한화에너지의 공개매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주주들은 단기적인 프리미엄보다는 기업의 미래 가치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기업들에게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는 기업 경영의 질을 높이는 기회도 된다. 주주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기업이 더 투명하고 책임 있는 의사결정을 하도록 유도하는 촉매이기 때문이다. 또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기업은 더 혁신적이고 지속 가능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당국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금융감독원의 정정요구와 같은 조치는 기업과 주주 모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우리 경제 시스템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규제다. 일련의 이벤트들은 이제 주주들이 기업 경영의 성숙까지 요구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기업들은 이제 단순히 이윤 추구를 넘어, 모든 이해관계자들과의 소통과 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변화는 단기적으로는 불편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의 건강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강화된 주주운동은 기업 지배구조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는 씨앗이다. 주주와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이 새로운 시대에, 우리 기업들이 더욱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으로 글로벌 리더십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이슈&인사이트] 뇌 구조가 이상하다?

'뇌 구조가 이상하다'.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 위원장)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한 말이다. 그는 자신의 발언이 이 후보자의 '일본에 대한 태도 때문'이라며 취소할 생각이 없단다. 최 의원은 이 후보자가 일본 위안부가 강제적이냐라는 질문에 '논쟁적 사안'이라며 답변하지 않았고,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과 일본의 평화헌법 폐기에 대해 답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방송통신위원장의 인사청문회에서 일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 그것도 과거 일제 강점기 때의 일본과 현재의 일본을 동일시하는 질문이 과연 필요하고 타당한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그동안 학계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었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끌려간 사람과 스스로 위안부를 선택한 사람, 혹은 부모에 의해 팔려간 사람 등이 혼재된 복잡한 이슈다.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은 우리가 반대하는 한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우리는 이를 충분히 물리칠 힘을 가지고 있다. 평화헌법의 폐기 문제는 이미 실질적 무장단계에 들어선 일본의 현실과 동북아 정세를 고려할 때, 실익 없는 수사에 불과하다. 이런 문제들을 국방부 장관도, 외교부 장관도 아닌 방송통신위원장의 인사청문회에서 거론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오히려 그런 최 의원의 뇌 구조가 이상한 것은 아닌지 되묻고 싶다. 최민희 의원은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3일째 인사청문회에서 탈북민 출신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이 후보자에 대한 공세를 “면책특권을 남용한 심각한 인신공격·명예훼손·인민재판이 아닌가"라고 힐난하자 박 의원에게 “전체주의 국가에서 생활하시다 보니 민주주의적 원칙이 안보이나"고 비판했다가 국민의힘의 항의에 사죄하기도 했다. 최 의원의 진행이 민주주의 원칙과 거리가 멀었던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참 이상하다. 민주당의 아버지 이재명 의원은 지난 6월 25일, 성남 FC 사건 재판에서 검찰의 무더기 증인 신청을 “인민재판"이라 비난했는데, 최 의원의 논리대로라면 이재명 의원은 전체주의 정당에 몸담고 있다 보니 민주주의 원칙이 보이지 않았나 보다. 기왕에 뇌 구조 문제가 나왔으니 따져 보자. 문재인 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에 대해 진정성 있는 지도자로 평가했고 북한 핵문제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로 믿었다. 심지어 지난 2021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는 김정은이 '매우 솔직하고 의욕적이며, 강한 결단력과 국제적 감각'이 있는 지도자로 평가했다. 그가 고모부 장성택을 잔인하게 죽였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잔인하게 짓밟는 인권 범죄자라는 사실은 아예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 문 전 대통령에 대해 보수 인사들은 반대할지언정 그의 뇌 구조에 시비를 걸지는 않았다. 생각의 다양성과 그의 인터뷰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표현의 자유쯤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어떤가. 김준혁 의원은 초대 이화여대 총장 김활란 박사가 '종군 위안부를 보내는데 아주 큰 역할을 한 사람'이며 '미군정 시기에 이화여대 학생들을 미 장교에게 성상납 시키고 그랬다'고 발언한 바 있다. 김 의원의 주장은 이임하 성공회대 교수의 2004년 제14호에 게재된 논문에서 언급된 내용을 근거로 한다. 이 교수는 김활란이 미군장교 등 고위층을 위한 파티대행업을 했다는 주장과 모윤숙이 조직한 낙랑클럽의 활동을 기술했는데, 김 의원이 이를 성상납으로 오독(誤讀)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정치에 환멸을 느끼게 하는 정청래, 박주민, 양문석, 김현 등 민주당 의원들의 망발이나 헌정사상 유례없는 평검사 탄핵, 그것도 이재명 의원 수사 검사를 줄줄이 탄핵하고 MBC 장악을 위해 방송개혁이라 왜곡하고 있다.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추천해야 방통위가 5명 체제를 갖출 수 있는데 추천은 하지 않으면서 2명 체제의 방통위가 위법이라며 방통위원장을 줄줄이 탄핵하는 것도 정상적인 뇌 구조를 가진 사람들이 할 짓은 아닐 것이다. 뇌 구조가 이상하다는 것은 ×쳤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서로 입장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포용하는 것이 민주주의인데, '뇌 구조가 이상하다'고 비난한다면 같은 공동체에서 함께 살 수 없다. 설마 더불어민주당이 다른 생각을 허락하지 않는 이재명 1인의 독재 정당이라고 다른 정당의 정치인이나 국무위원 후보자들까지도 모두 똑같은 뇌 구조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홍성걸

[EE칼럼] 별도의 무탄소전원시장 과연 필요한가?

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미국 포틀랜드주립대학 겸임교수 이번 11차 전력기본계획에서 과거와 달리 눈에 띄는 (혹은 진일보했다 평가받는) 항목은 무탄소전원 시장의 개설이다. 다양한 무탄소전원의 경제성을 시장에서 평가하고 기술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무탄소 경쟁시장 도입을 제안하였다고 한다. 기존과는 다른 이러한 제안을 이번 개편의 얼굴마담으로 내세우는 만큼,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대의명분을 추구한다는 면에서 일견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나쁠거 없을거 같아 보인다. 그러나, 시장제도 면에서는 왜 필요한지 어떻게 운영할건지에 대한 의심이 든다. 그동안 10년 넘게 신재생에너지의무화제도(RPS: Renewable Portfolio Standard)라고 해서 신재생에너지는 몽땅 한 제도에 넣고 가격 경쟁을 시켜왔다. 이에 더해 무탄소전원시장은 마치 과거 신재생에너지에 원자력과 수소발전을 한스푼 추가한 시장처럼 인식된다. 사실 수소연료전지 발전도 기존 RPS에서 수소 발전 의무화제도 (HPS: Hydrogen Energy Portfolio) 로 독립한지 얼마 안되었다. 결국 원자력 발전을 위한 별도의 정책적 시장을 마련해주기 위해, 과거에 이혼한 두 발전원도 합치게 되는 것이다. 제도의 일관성도 문제지만, 이렇게 되면 화석연료 발전 뺀 대부분의 이질적인 발전원이 모조리 들어오는 시장의 형태가 되어버린다. RPS가 그랬던대로 차별적인 사업성을 부여하는게 그 목적일진데, 원자력은 이미 이러한 별도의 헤택을 부여하는 시장 없이도 경제성이 충분하다 알려져오지 않았던가? RPS는 기존 화석연료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전원들을 모아놓고 경쟁시키는게 취지였던거 같은데 말이다. 지금 원자력의 경쟁력이 화석연료와 따로 분리시켜 지원해야할 만큼 떨어지는 상태가 아니라는 뜻이다. 결코 원전에 대한 반대가 아니다. 다만, 시장을 구성하는 발전원들이 경제성면에서 너무 이질적이고, 제도의 안정성을 저해한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무탄소시장이란 테두리가 고정되어버린 상태에서, 재생에너지가 엄청난 경제성을 가지면 원전을 멈출 것인가? 지나치게 이질적인 발전원을 한 우리에 가둬놓고 생존경쟁을 하는 것도 부자연스러워 보이고, 혹은 이러한 별도의 시장이 오히려 무탄소전원을 옥죄는 손오공의 금테머리띠의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지도 걱정된다. 무탄소전원 용량시장에 정해진 발전량만 맡겨서 오히려 그 성장가능성을 억제하려는건 아닐까 등 여러 악용 가능성이 그려진다. 물론 가스시장처럼 가격요소60%, 비가격요소40%로 객관적인 정성적(?)심사를 통해 정부가 재량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고 할 수도 있다. 이쯤되면 삼척동자도 공정성 및 효율성에 문제가 있을 것이란 감이 올텐데, 이에 대한 논의는 상상만 해도 가관일 듯 하다. 사실 우리는 이러한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유니크한 시장을 별로도 만들 필요가 없다. 탄소가 있고 없고 이분법적으로 시장을 나눌 것이 아니라, 탄소가 나오는 만큼 비례해서 부담을 지게되는 시장, 즉 탄소배출권 시장이 이미 있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유연탄이나 천연가스 발전을 하더라도 추가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이 더해져서 무탄소전원과 발전단가 경쟁을 벌일 수 있다. 그럼 그냥 배출권 가격이 가산되어 탄소와 무탄소가 가격으로 진검승부 하면 된다. 즉, 기존 화석연료 전원을 의도적으로 보호해줄 요량이 아니라면 오히려 무탄소전원시장 같은 가두리 없이하고, 배출권거래제나 잘 운영 하면 된다. 그럼 인위적으로 무탄소전원의 비중을 정부가 조정할 것도 없이, 국가탄소감축계획만 잘 지켜도 무탄소전원의 비중을 저절로 커지고 화석연료는 시장원리에 의해 퇴출되게 된다. 온실가스 국가 감축목표 외에는 그 누구도 재생에너지해라, 원전해라고 등떠미는거도 없지 않은가. 이미 다른 여러 국가에서도 탄소시장만 운영하고 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한국은 기존에 있는 시장도 이월제한이나 간접배출에 대한 별도 할당 등으로 발목을 잡고 있으면서, 제도가 잘 안돌아가니 새로운 무탄소시장을 덧붙이는 새로운 K-에너지환경정책을 만들고자 한다. 한마디로 불필요하다. 물론 탄소시장은 환경부 관장이고 산업부가 별도의 무탄소전원 시장을 운영하며 서로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가려하는 것이겠지만, 똑같은 정부로 보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울 뿐이다. 물론 다른 의도가 있어보이기는 하지만, 경제적 효율성과 정책의 일관성, 올바름, 수용가능성 등 모든 가치면에서 설득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새로운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얼굴마담으론 부족하지 않을까 싶다. 유종민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