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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기후에너지부의 ‘기후 영역’은 어디까지로 할 것인가

기후에너지부 혹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안을 두고 논의가 뜨겁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부문과 환경부의 전부 또는 일부 업무와 합쳐야 한다. 현재 논의 상황을 지켜보면 전자는 상수이고, 후자는 변수인데, 대통령실과 국정기획위원회는 후자 변수에서 막판 고민이 많은 듯하다. 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부의 최소 조건은 산업부의 에너지 부문과 환경부의 온실가스 감축계획 수립 및 탄소배출권 부문을 합치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는 환경부의 기후위기 대응 부문 아래에 산업부의 에너지 부문을 두면서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다만, 기후에너지부의 최소 조건으로도 환경부의 자원순환 부문을 가져오는 게 맞다는 의견도 있다. 자원순환 부문은 플라스틱 재활용으로 확보한 폐자원을 소각하면서 열에너지를 공급하는 업무를 할 수 있다. 열에너지가 에너지 부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기후에너지부가 자원순환 부문까지 맡는 게 낫다는 것이다. 쟁점은 대기(기상)와 물관리 부문이다. 기후에너지부의 기후를 기후위기 대응으로 한정한다면 기상과 물관리를 가져오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기후적응 개념까지 확장한다면 기상과 물관리 부문도 흡수할 수 있다. 최근 수백명이 사망 또는 실종된 미국 텍사스 홍수를 봤을 때 기상과 물관리 부문은 기후적응에서 필수 관계이다. 이재명 정부가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두고 고민하는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라고 보여진다. 기후위기 대응과 기후적응은 단어 하나 차이지만 업무의 영역이 너무나 다르다. 자연보존 부문은 아무래도 기후에너지부로 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기후에너지부에 멸종위기 동물 보호와 국립공원 관리 업무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평가가 많다. 국민 건강을 신경 쓰는 환경보건 부문 등 환경 규제에 집중된 분야도 마찬가지로 평가된다. 기후에너지부가 기상과 물관리 부문을 맡지 않는다면, 기후에너지부와 환경부가 공존하는 시나리오로 갈 듯하다. 다만, 환경부에서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큰 업무가 떨어져 나가면 환경부 영향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산림청을 환경부에 보내자는 안도 언급되고 있다. 혹은 기후에너지부가 기상과 물관리 부문까지 맡게 된다면, 환경부 없이 기후에너지환경부만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자연보전과 환경보건 부문은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외청으로서 갈 수 있다. 한 부처가 기후위기 대응에 더 많은 역량을 투입하도록 하고 싶다면,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더 낫다고 본다. 기상과 물관리 부문이 기후적응뿐 아니라 기후위기 대응에도 기여할 수 있는 바가 있다. 기상 예보는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에, 물자원은 친환경에너지로 활용된다. 전기차 부문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가져가지 말고 산업부의 자동차 부문으로 넘기는 것도 방법이다. 전기차는 에너지 부문은 아니고 수송 쪽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수송의 탄소감축까지 맡길 생각이면 모르겠다만, 전기차 산업 육성을 잘할 산업부에 넘기는 걸 고려할 만하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이슈&인사이트]새 정부에 기대하는 ‘저출산 대응 전략’

우리나라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만들어 저출산과 고령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전 정부처럼 새로운 출산장려정책을 국민 앞에 선보이고 있다. 저출산 예산은 2006년 2조 1천억원에서 시작하여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22년에는 51조 7천억원까지 늘어났다. 그리고 2023년에는 48조 2천억원으로 조금 감소되었다. 그러나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0. 75명으로 2023년(0. 72명)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OECD 평균(1. 5명)에 비하면 현격히 낮은 수준이므로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여전히 출산율이 OECD 최저 수준이다. 정부관계자나 전문가에 미미한 변화에 대한 원인을 물어보면 그 누구도 시원하게 국민들에게 답변해주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이고 대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 첫째, 전년도 계획안에 대한 철저하고 과학적인 정책평가 시스템 도입을 주문하고 싶다. 2023년 세부예산 계획을 보면, 임신출산 지원, 보육확대, 일 가정 양립제도 도입, 소득 보장강화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부는 막대한 혈세로 집행하는 정책에 대해서 구체적인 '정책평가메뉴얼'에 입각하여 정책평가를 거친 후 차년도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런 평가 없이 예산을 다시 투입하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과 다름없다. 어떤 세부정책이 도움이 되었고, 어떤 정책이 효과성이 떨어졌는지에 대한 세부적인 점검이 필요하고, 이런 점검은 차년도 정책집행을 효과적으로 이끌 수 있다. 둘째, 선진국의 우수 정책 전략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출산율은 지난 60년간 3. 3명에서 1. 5명으로 절반 이상 급락했으며 이는 선진국 대부분의 공통된 현실이다. 그러나 일부 국가의 정책 전략은 눈여겨볼 만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제안된 모든 정책이 사회문화적 차이로 인해 효과가 다소 상이할 수 있지만, 정책평가를 통해서 우리나라에 적용가능한 사례를 발견하는 것도 저출산예방을 막기 위한 대안의 일부일 것이다. 즉 성공한 환경분석을 통해서 그 원인환경을 찾아내어 우리나라에 적용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하고, 어느 정도 성공 이후에 효과가 떨어진 정책이 있다면 효과가 떨어진 원인을 분석해서 타산지석을 삼아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좋을 것으로 본다. 이를 위해서 세 가지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프랑스의 '가족수당과 소득세 공제' 제도이다. 프랑스는 두 자녀 이상 가구에 대해 가족수당(les allocations familiales)을 매달 140유로, 세 자녀 이상 가구에 대해 가족수당을 매달 320유로 지급하고 있다. 또한 가족 수가 많을수록 소득공제비율을 주는 소득세 과세소득 공제(quotient familial) 제도를 통해 실질적으로 양육비 부담을 경감시켜주고 있다. 그 결과 1994년 합계출산율(TFR) 1. 66명이었지만 이 제도 도입으로 2008년 이후 1. 9-2. 0명 수준으로 향상되었다. 두번째, 싱가포르의 통합적 보육지원 정책이다. 싱가포르는 2000년대 초부터 출산장려 패키지(유급 출산휴가, 어린이집 보조금, 소득세 감면, 아동계좌 매칭 보조금, 기업 유연근무 지원금)를 도입했다. 그 중 '아동 당 맞춤형 계좌 지원제도(Child Development Account)'는 출생하면 정부가 무조건 3. 000달러(2024년 기준) 계좌를 통해 지급하고, 부모가 계좌에 입금하는 금액에 대응하여 정부가 1:1 비율로 매칭 입금해주는 제도이다. 이 계좌통장 금액은 보육료, 병원비, 기타교육비로 사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스웨덴의 아빠할당제((Daddy Quota)이다. 이는 출산 후 부모에게 총 480일(약 16개월)의 유급 육아휴직을 제공하고, 이 중 90일은 아빠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즉 아빠가 90일을 사용하지 않으면 엄마가 쓸 수 없고 3개월은 소멸되도록 했다. 이 제도는 자녀가 12세가 될 때 까지 사용할 수 있다. 이 제도 도입(1974년)당시에는 아빠 휴직비율이 1%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90% 아빠가 육아휴직제도에 참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여성의 노동시장 복귀률이 높아져 경력단절을 예방되고, 휴직한 아빠의 사망위험은 16% 감소되고, 알코올 관련 입원율이 약 34% 감소되었다고 한다.

[EE칼럼] 에너지 없는 국가에는 내일은 없다

개인의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거나 국가의 산업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은 에너지와 자원이다. 인류의 문명과 산업 발전과 변화에 따라 필요한 에너지자원의 종류와 양은 변하고 있다. 에너지원을 살펴보면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산업이 본격적으로 발전하면서 석탄의 사용이 증가하였다. 그 뒤를 이어서 대표적인 내연기관인 자동차의 등장으로 석유가 에너지원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의 지속적인 인구 증가와 산업 규모의 팽창은 더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였고 우리는 대부분 손쉽고 익숙한 화석연료로 공급하게 되었다. 이는 결국 지구의 환경문제와 기후변화의 원인을 제공하게 되었다. 인간의 삶을 더욱 편하게 하는 전기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전기는 석탄, 가스, 원자력 등과 같은 1차 에너지원을 사용하여 만들어 우리가 필요한 장비나 장치에 사용되기 때문에 2차 에너지원이라 부른다. 향후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전환 시대의 핵심은 충분한 전력을 확보하는 일이다. 현재 20% 수준인 전기화 비율이 2050년엔 45% 수준으로 높인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계획이다. 확대일로에 있는 자동화 시대, 인공지능 시대, 빅데이터 시대는 더 많은 에너지와 자원을 필요로 할 것이다. 사람들이 한시라도 손에서 떼지 못하는 스마트 폰에도 60가지 이상이 광물이 사용되고 있고, 대표적인 이동 수단인 자동차에도 석유나 전기 충전이 필요하다. 에너지 한국은 전기의 시대를 대비한 충분한 준비와 계획은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의 에너지와 자원 현황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2024년 기준으로 1차 에너지원은 석유(39%), 석탄(22%), 천연가스(20%) 등 화석연료가 80%를 넘고, 저탄소 에너지원인 원자력(13%), 재생에너지(5%)는 20% 미만을 차지하고 있다. 더구나 94% 에너지원을 해외에 의존하니 공급망 확보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 시대에는 국가의 에너지와 자원은 하나의 에너지원이 일회성으로 한 번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에너지원이 지속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국가의 책임하에 꾸준한 안정적 확보가 필요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국토가 좁기 때문에 부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에너지자원도 빈약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미래 시대를 준비하는 제대로 된 국가라면 국내외 에너지와 자원확보에 적극 나서야 한다. 지난 정부에서 한번 시도해 보고 실패했다고 이번 정부에서 손을 놓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러다 보니 40년이 넘는 자원개발 역사에서 배운 것이 있어도 축적이 될 수 없는 시스템을 만들어 버렸다. 그동안 우리는 일을 잘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이 아니라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시스템만 만드는 것 같다. 에너지와 자원개발은 성공하고 완성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고 또한 불확실성이 크고 성공 확률이 낮은 대표적인 사업이다. 이런 분야에서 필요한 과학과 도전 정신이 사라지고 있으니, 자원개발의 성공은 점점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 지난 45년 동안 자원개발이 잘 추진되지 못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계획이 없어서도 실력이 없어서도 아닌, 자원개발의 정치적 이용에 있다. 과학기술 분야의 탈정치가 필요한 것처럼 에너지자원의 탈정치도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국가 차원의 에너지자원 확보를 정권의 정치적 활용도에 따라 냉온탕만 오가다 보니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도 불가능하고 성과도 기대할 수 없다. 한 국가의 에너지와 자원확보는 국가 산업 발달 단계에 따라 다양성과 변화가 있지만 끝없이 반복되는 이어달리기와도 같다. 내가 맡은 임기만 열심히 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국가의 장기적인 계획에서 각 정부의 주어진 임기에서 주어진 책무를 잘 이해하고 추진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이 큰 현실의 문제에 현명하게 대처하면서도 긴 안목으로 장기적인 국가 차원의 에너지자원 확보 정책이 추진되길 기대해 본다. 신현돈

[기자의 눈] 진통제 맞은 부동산 시장…‘규제 쇼크’ 다음 처방은?

지난달 27일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대출 규제 대책은 시장에 강한 신호를 던졌다.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게는 수도권 규제지역 내 주담대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한 것이 핵심이다. 1주택자의 갈아타기 수요는 실거주 요건을 충족하면 예외가 허용된다. 여기에 생애최초·신혼부부 특별대출 등 정책 대출의 보금자리론 전환 제한, 전세·신용대출 규제 예고, 실거주 요건 강화까지 더해지며 사실상 '영끌 매수'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읽힌다. 이광수 '광수네 복덕방' 대표는 새 정부의 이같은 강력한 규제 정책을 두고 최근 유튜브 '매불쇼'에 출연해 “1주택자가 전세자금 대출로 집을 사는 경우가 속출할 정도로 대출이 방만하게 운영됐다"며 “진보 정권 사상 처음으로 집값을 잡은 정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시장은 빠르게 반응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대책 발표 직후 상승세를 멈추고 하락세로 전환됐다. 일부 지역에선 급매물이 늘고 매수 문의도 줄었다. 급등하던 전세가율도 진정 기미를 보인다. 정부의 대출 규제가 단기적 '진통제'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근본 치료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단기적 수요 억제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해법은 결국 공급"이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수도권 분양은 급감했고, 2021~2023년 착공 감소 여파가 올해부터 반영되기 시작했다. 서울의 상반기 신규 아파트 공급은 2000년대 이후 최저 수준이다. 정부 규제로 수요는 눌러도 공급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으면 집값 반등 가능성은 살아 있다.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진통제는 아픈 걸 잠깐 멈추게 할 수는 있지만 병을 낫게 하진 못한다"며 “공급과 시장 구조에 대한 처방이 없으면 이번 규제도 일시적 효과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다음 대책은 실수요와 투기 수요를 더 정교하게 가르는 방향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고가 주택, 다주택자, 외국인 매수에 대한 풍선효과가 재차 감지되기 때문이다. 실수요자는 보호하되 투기적 수요엔 날카로운 규제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대책이 실수요자에게 체감되려면, 집값이 일정 기간 안정되거나 하향 흐름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적 조건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금은 단지 '사면 안 되는 분위기'가 아니라, 매수심리가 위축된 시기일 뿐이다. 심리를 안정시킬 해법은 명확한 공급 정책과 예측 가능한 제도 설계다. 진통제를 처방한 정부가 이제 고민할 차례다. 다음은 해열제일까 항생제일까. 정답은 병의 원인에 얼마나 정확히 접근하느냐에 달려 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이슈&인사이트] 트럼프의 셈법: 감세는 표, 관세는 돈… 한국 경제에 미칠 파고”

트럼프의 감세 법안이 통과되었다. 이번 감세 법안으로 10년간 3.3조 달러의 재정 적자가 늘어날 거라 예상한다. 그런 이유로 트럼프가 지난주 서신 발송과 함께 다시 관세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 확률이 높아졌다. 이 번 감세 법안에 부채한도를 5조 달러 상향하는 내용도 있다. 7월말로 다가온 부채한도 협상을 할 필요가 없어졌고 늘어난 부채 한도 내에서 추가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룸이 생긴 거다. 올 상반기 미 정부는 부채 한도를 넘기지 않기 위해 재무부의 돈과 공무원 연금을 합해 1조 달러를 끌어 쓰면서 채권 발행 없이 장기 금리의 상승을 막아왔다. 하지만 이 돈을 8월에는 채워줘야 하는데 이 번 부채 한도 상향으로 일단 채권 발행의 근거는 마련했다. 그리고 부채 한도가 높아진 만큼 이제 미국 정부는 국채 발행을 늘려 자금을 조달할 것이다. 그 방법은 트럼프와 베센트가 선호하는 장기 국채보다는 단기 국채의 발행일 것으로 보인다. 장기채는 시장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물가가 높으면 금리가 높아질 것이고 미국의 성장이 강하면 마찬가지로 금리도 높아지게 된다. 그래서 트럼프는 장기채보다는 단기채 발행을 하려한다. 그 수단으로 거론되는 것이 은행의 SLR 규제 완화와 스테이블 코인과 파월의 협박이다. 스테이블 코인의 발행과 SLR 규제 완화 역시 단기채 수요를 늘리는데 도움을 줄 거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단기채 금리가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연준을 협박해서 기준금리 인하를 하게 만들어야 한다. 스테이블 코인의 규모가 작지만 스테이블 코인 같은 경우 중남미와 중국 등 은행 시스템을 규제하는 나라의 돈이 꾸준히 유입된다면 10년에 걸쳐 그 규모가 2조 달러를 넘어설 거라는 게 베센트의 주장이다. 그렇게 되면 단기채 수요가 늘어나 단기채 금리가 하향 안정되고 마지막으로 그 유명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실행해 장기 금리까지 내릴 수 있다는 게 베센트의 계획이다. 그럼에도 감세 법안으로 늘어날 3.3조 달러와 현재 미국의 36조 달러 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미국에 들어오는 매달 1,000억 달러의 관세로는 10년이 지나야 2조 달러가 벌린다. 그러기에 관세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트럼프는 재정적자를 메우려 할 것이다.지난주 트럼프는 결정된 관세율 서신을 보냈으며 8월1일부터 거기에 맞춰 관세를 부과할 거다. 종전존에는 10~20% 정도 언급되다가 최대 60~70%까지 범위를 넓히고 있다. 감세와 연결된 관세 즉, 관세로 인한 경기 침체, 그로 인한 금융 시장의 혼란은 감세에 기반한 성장으로 메우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감세로 늘어날 적자를 우려해 트럼프는 관세 문제를 쉽게 끝내려 하지 않을 것 같다. 그 협상은 이제 이번 주에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트럼프는 파월을 굴복시켜야 한다. 그리고 재정이 악화되면 통화 정책이 힘을 잃을 테니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보다 많은 세수를 관세를 통해 늘려줘야 할 거다. 그만큼 관세 협상이 중요하고 그래서 그는 강하게 나올 전망이다. 지난 4월처럼 각국의 반발에 흔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 지난 주 발송된 서한에는 각국에게 TACO를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내용이 들어갈 건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은 대규모 감세 법안, SLR 규제완화, 스테이블 코인 활성화를 위한 지니어스(GENIUS) 법안 통과 등 감세와 규제완화로 각종 쿠션을 준비해 두었다. 결국 우려되는 것은 우리에게 과연 얼마의 관세율이 부과되고 자동차와 철강 등 개별 관세 완화를 위한 얼마의 유예기간이 주어지는가 일것이다. 최용

[EE칼럼] 미국에 부는 원자력 바람

2023년 12월 두바이에서 개최된 유엔 COP28 기후변화회의에서 한국을 포함한 22개 국가 장관들이 2050년까지 전세계 원자력 발전용량의 3배 확대를 위한 선언문에 서명한 큰 뉴스가 있었다. 그 뒤를 이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초일류 IT대기업들이 원자력 에너지에 직접적인 투자를 강화한다는 기사도 신문 지상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다. 사실 더 충격적인 소식은 작년 9월에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스텐리, BNP파리바 등 대형 은행들이 원자력에 자금지원을 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원자력발전소는 워낙 고가의 시설이라 건설에 엄청난 자금을 소요하는데, 단순히 기술적으로 복잡한 것도 문제이지만 정치적 이슈까지 결부되게 되면 공기가 지연되거나 추가 비용이 소요되는 일이 발생한다. 한 예로, 미국 조지아주에 웨스팅하우스사가 건설하였던 AP1000 발전소 2기의 가격이 처음에는 140억달러(한화로 약 19조원)로 추정되었으나, 공기지연 등으로 인해 최종적으로는 2배 이상의 비용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공기가 지연되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추가되고 이를 감당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그 동안 미국에서는 이런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려는 은행이 없어 일반 전력회사들이 원자력발전소 신규 건설을 시도하기가 어려웠었다. 기술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와 자금 조달의 어려움이 큰 걸림돌이 되었던 것인데, 지난 9월 주요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원자력 프로젝트에의 자금 공급을 선언한 것이다. 여기에 몇가지 요소가 더해지면서 미국에서는 원자력을 둘러싼 정치 경제 상황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먼저 연방정부 차원에서는 지난 5월 23일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원자력 발전량을 4배로 늘이겠다고 공언하면서 일련의 행정명령을 동시에 발표하였다. 간단히 요약하면, 신형 원자로 기술 개발과정에서 에너지부가 각종 실험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국방부의 원자력 사용을 활성화해서 2028년까지 실제 발전을 개시하고, 비과학적이거나 지나친 규제를 줄여 인허가과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AI데이터 센터에 활용되는 에너지부 원자력 시설을 국방 시설로 지정하고, 2030년까지 5GW의 전력추가 생산과 10대의 신규 대형 원자력발전을 위한 융자를 실시하는 내용이다. 어찌 보면 급진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의 원자력에너지 지원 계획이 발표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각 주 정부들도 앞 다투어 원자력을 지원하는 법률과 제도를 만들고 있다. 연방제 국가인 미국의 특성상 연방정부가 상위 정책을 시행한다고 해도 각 주에서 이에 맞는 제도를 만들지 않으면 실제 실행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울 수 있는데, 이러한 주정부 차원에서의 변화는 원자력에너지를 채택하는 큰 원동력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다시 말하자면, 미국 중앙/지방 정부 및 정치권 전반에 걸쳐 적극적으로 원자력을 활용하기 위한 흐름이 생겼다고 생각할 수 있다. 대표적인 친원자력 주인 텍사스에서 3억5천만 달러의 원자력개발기금을 신설하는 법안을 상하원에서 통과 시켰고, 그 동안 원자력 신규 건설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대표적인 민주당 텃밭인 뉴욕에서도 원자력 마스터 플랜을 수립하면서 주지사가 신규 선진 원전 건설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 두가지 모두 이번 6월에 일어난 일이다. 콜로라도, 워싱턴 등 여러 주에서 원자력 에너지를 클린에너지 옵션으로 채택하고 있고, 그 외에도 많은 주에서 법령을 개정하여 신규 원자력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각 주정부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대형 데이터센터나 반도체 공장을 그 지역에 수용하기 위해서는 전력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안정적인 에너지원 마련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고, 최근의 전력 부족사태로 치솟은 전기요금으로 인한 민원에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 또한 중요했기 때문에, 이러한 일련의 원자력에너지 지원책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라 하겠다. 물론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을 살펴보면,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미국의 오랜 전통과 더불어 중국과 러시아가 국제 원자력시장을 독점하는 것을 막기 위한 국가 안보의 측면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아직 일어나지 않았던 그리고 중국이 집중 견제를 받기 전이었던 시기에는 이 두 나라가 세계 원자력 신규 건설 시장을 거의 차지하고 있었고, 미국, 프랑스, 우리나라 정도가 서방세계에서 원자력 플랜트 건설 기술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시장경제 측면에서 보면, 미국 대형 IT업계에서는 비즈니스 연속성과 확장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탄소배출을 피하기 위해 원자력에너지 활용이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되어 가고 있다. 메타,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Open AI, 엔비디아 같은 거대기업이 원자력을 택하고 있는데, 지난 3월에 개최된 S&P Global의 CERAWeek 컨퍼런스에서 이들 기업들은 '전세계의 원자력에너지 이용을 2050년까지 최소한 3배'가 되게 하겠다는 약속에 서명하였다. 이것은 시장이 원자력을 배제한 RE100을 더 이상 수용하지 않는다는 매우 중요한 신호탄이다. 심지어 구글이 최근 발표한 것에 따르면 어떤 원전을 지을지도 특정하지 않은 채로 선부지확보를 통해 600MW급 원자력 에너지 시설을 3곳에 설치하겠다고 한다. 지금 미국에서는 원자력 바람이 이렇게 거세다. 필자가 재직 중인 대학에서 원자력전공을 택한 올해 입학생이 70%가 늘어났다 한다. 서방세계 원자력 강국 중의 하나인 우리나라에서는 앞으로 이 바람이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지켜본다. 강현국 렌슬러공대 기계항공원자력공학과 교수

[기자의 눈] ‘먹고 살만 하다’는 말이 사치로 들리는 시대

오랜만에 모임에 나갔다가 못 본 새 살이 많이 오른 옛 친구를 만났다. 함께 모인 친구들이 농담 삼아 다들 한마디씩 보태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채솟값이 너무 비싸서…." 친구의 위트 있는 응수로 모두가 한참 웃다가 “요즘은 먹기가 겁이 난다"는 데 모두가 공감했다. 외식물가도 물가지만 밥상물가까지 크게 올라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푸념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축산물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계란값은 한 판(특란, 30개 기준)에 7218원을 기록했다. 계란 한 판이 7200원을 넘어선 것은 조류인플루엔자(AI) 대유행이 있었던 지난 2021년 이후 처음이다. 밥상에 빠지지 않는 식재료인 쌀과 깐마늘 가격도 평년대비 각각 15.2%, 19.2% 올랐다. 한통에 3만원에 육박하는 수박은 감히 장바구니에 담기도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전에는 '먹고 살만 하다'는 표현은 단순히 음식과 생존을 넘어 경제적·생활적 여유가 어느 정도 있다는 뜻으로 사용됐다. 하지만 요즘은 이 말도 사치처럼 여겨지는 게 현실이다. 다행히 오는 21일부터 전국민 소비쿠폰이 풀린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통령실 직원들과 지난 11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을 찾아 식사를 하며 “가까운 식당을 찾아 외식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소비쿠폰 지급이 '외식물가 잡기'에 맞는 처방은 아닐지라도 '폐업 100만 시대'에 몰린 소상공인의 먹고사는 문제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최근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2.9% 오른 1만230원으로 결정했다.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아쉬움을 표하고는 있지만, 2.9%는 역대 정부 첫해 최저임금 인상률 중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물론 해마다 오르는 최저임금 결정 구조에 대한 비판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래도 인건비 증가에 떠밀려 외식물가가 또다시 크게 뛰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식품·유통 기업들도 '밥상물가 잡기'에 동참해 이달 대규모 할인행사를 펼친다. 주요 품목은 라면과 빵, 커피 등의 가공식품으로, 행사에 참여한 기업 수는 식품기업 16곳과 유통기업 5곳이다. 비록 정부의 권고에 따른 한시적 행사일지라도, 기업들의 동참이 팍팍했던 국민들의 식탁에 작지만 반가운 숨통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정부와 기업, 국민이 한뜻으로 힘을 모아야 모두가 '먹고 살만 한' 나라가 되지 않을까.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EE칼럼] 중앙계약시장, 양수발전에도 문을 열어야

“해상풍력으로 데이터센터에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까?" 제21대 대선 1차 TV토론에서 이재명·이준석 후보는 이 질문을 두고 날카롭게 맞붙었다. 쟁점은 전력공급의 '안정성'이었다. 이준석 후보는 “해상풍력은 태풍 등 기상 변수에 취약하다"라고 지적했고, 이에 이재명 후보는 “ESS(Energy Storage System)를 활용하면 간헐성 문제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라고 맞받았다.이때 언급된 ESS는 필요할 때 전력을 공급해 주는 '에너지저장장치'다. 방전 시간에 따라 4시간 미만의 '단주기형'과 4시간 이상의 '장주기형'으로 나뉘는데, 데이터센터처럼 24시간 안정적인 전력이 필요한 시설에는 장주기형 ESS가 필수다. 현재 이 기능을 수행하는 대표 기술이 양수발전과 BESS(배터리 ESS)다. 이중 양수발전은 밤에 물을 끌어 올리고, 낮에 흘려보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본래는 심야 시간대 원자력발전의 출력을 흡수해 낮 시간대 피크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만들어진 '야간 충전-주간 방전' 구조였다. 그러나 전력시장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급속히 보급되면서, 양수발전은 전력 계통의 실시간 변동에 대응하는 유연한 자원으로 역할이 전환되고 있다. 최근에는 태양광이 과잉 공급되는 낮 시간대에 물을 끌어 올리고, 수요가 몰리는 저녁 시간대에 발전하는 '주간 양수-야간 발전' 패턴이 일반화되고 있다. 양수발전의 시스템적 중요성은 커졌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했다. 재생에너지 확산으로 전력도매가격(SMP)의 시간대별 변동 폭이 줄면서, 최대부하와 경부하 시간대 간 가격 차도 축소되었다. 그 결과, 양수발전이 전통적으로 의존해 온 '차익거래' 수익이 크게 줄어들었다. 이에 정부는 최근 전력시장 운영규칙을 개정해, 양수 동력 정산 기준을 실적 시간대의 최저 시장가격(MP)으로 조정하고, 용량요금 산정 시 인정 시간을 기존 6.7시간에서 16시간으로 확대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하지만 낮은 설비 이용률과 효율 손실, 보조 서비스 정산금의 한계 등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발전공기업들은 양수발전 사업을 유지하고, 일부는 신규 사업도 추진 중이다. 수익이 나지 않음에도 이러한 선택을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양수발전은 단순한 수익성을 넘어 전력 계통의 안정성과 재생에너지 수용 확대에 필수적인 기반 시설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 낮 시간대, 예비력을 확보하고, 간헐성이 큰 재생에너지의 출력 변동을 흡수할 수 있는 대규모 유연성 자원은 사실상 양수발전이 유일하다. 공기업들은 이와 같은 공익적 기능을 고려해 책임을 감수하며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양수발전은 공공 인프라로서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지금의 양수발전은 '수익은 없지만 반드시 필요한' 자원으로서, 공기업의 사회적 책무에 의해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형국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38년까지 총 6.95GW 규모의 신규 양수발전이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공기업만으로 감당하기는 어렵다. 민간 참여가 필요한 이유다. 실제로 호주, 미국, 일본, 스페인 등은 장기 전력구매계약(PPA), 용량시장, 운영보조금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통해 민자 양수발전 사업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수익성 부족이라는 구조적 제약으로 인해 민간이 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 논리만으로는 투자를 유도하기 어렵기에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특히 양수발전 역시 BESS처럼 중앙계약시장 방식의 보상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현재처럼 전력도매가격(SMP)에만 의존하는 시장 구조로는 양수발전이 수행하는 공공적 기능에 걸맞은 보상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제주도에서는 장주기형 BESS를 대상으로 중앙계약시장을 운영 중이다. 이 시장은 입찰을 통해 계약가격을 정하고, 최대 15년간 예측할 수 있는 수익을 보장하는 구조다. 양수발전에도 이와 유사한 장기 계약이나 성능 기반의 보상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이는 양수발전이 BESS에 비해 받는 제도적 비대칭을 해소하고, 민간 투자를 유도하며, 국가 전력 계통의 유연성을 지속 가능하게 뒷받침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김재경

[김병헌 칼럼]혁신 없는 보수, 국민은 이미 버렸다

“세상을 바꾸려 하지 말고 먼저 자신을 변화시켜라"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말처럼 스스로의 변화를 선택하지 않으면 정말 끝이다. 길 잃은 배가 암초를 향해 돌진하듯, 국민의힘은 총선·대선 패배의 교훈도 잊고 여전히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하다. 여론은 벌써 등을 돌렸고 TK조차 더 이상 보수의 성지가 아니다. 정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지난10일 한 기관에서는 10%대가 나왔다. 안철수 의원의 사퇴이후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이 지난 9일 혁신위원장으로 등장했다. 네 번째 혁신위원장이다. 윤 위원장은 “당원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겠다"고 했다. 공천권을 쥐고 흔들던 중앙의 권력을 내려놓겠다는 의미지만 여론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안철수 의원이 인적 청산을 요구하며 물러난 지 이틀 만이다. 윤 위원장은 지난 대선 때도 권력에 줄 선 정치의 폐해를 지적하며 사과한 바 있다. 10일 혁신위원회 첫회의를 연뒤 '국민과 당원에게 드리는 사죄문'을 냈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저지른 과오와 단절하는 것을 당헌·당규에 명시하는 방안을 전 당원 투표를 거쳐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사죄문에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 계엄과 탄핵 △특정 계파 중심의 당 운영 △대선후보 강제 단일화 △이준석 전 대표 강제 퇴출 등 당 안팎에서 제기된 문제들도 담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비슷한 말은 많았지만 실행은 없었다.이번에도 과오에 대한 당사자 사과와 관련자 인적청산에 대한 애기마저 없다보니 여론은 '양치기 소년' 취급이다. 중앙당의 권력구조, 공천 장사, 지역 기득권 보호, 이런 것들이 남아 있는 한 보수의 쇄신은 없다. 미국 공화당, 영국 보수당, 일본 자민당이 몰락의 위기에서 살아난 것도 기득권을 내려놓고 국민과 당원의 선택에 맡겼기 때문이다. 미국 공화당은 지역구별 프라이머리를 통해 후보를 뽑는다. 영국 보수당은 당원과 지역 조직이 후보를 추천한다. 일본 자민당도 2009년 대패 후 젊은 리더십을 키우고 지역 기반을 재건해 다시 집권했다. 이들은 중앙 권력을 축소하고, 지역과 국민에게 권한을 이양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해보인다. 먼저 중앙당 권력을 해체해야 한다. 중앙에서 후보를 낙점하고, 공천 장사하던 구조를 끝내야 한다. 정당은 지역과 유권자의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공천도 프라이머리로 바꿔야 한다. 지역 당원, 국민이 직접 후보를 고르게 해야 한다. 이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정치 개혁이다. 다선 의원의 엄격한 공천 제한도 실행되야 한다. 정치인은 영원히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다. 미국·영국·일본도 대부분 3선 이상은 예외적이다.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그만두는 것이 정치인의 본분이다. TK 지역의 '공천=당선' 구조는 국민의힘의 가장 큰 독소다. 이를 깨지 못하면 TK는 보수의 근거지가 아니라 보수의 무덤이 될 수있다. 실질적 세대 교체가 필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6070 중심에서 3040이 중심이 되도록 세력 교체를 단행해야 한다. 수도권과 청년층이 외면하는 정당은 더 이상 전국 정당이 아니다. 국민과 동떨어진 정책으로 수도권 민심을 되찾을 수 없다. 법과 질서, 공정과 상식이라는 보수의 가치를 정책으로 복원해야 한다.윤 위원장의 말처럼 “당원이 혁신의 주체"여야 한다.권력자에 줄 서는 당원이 아니라, 지역에서 민심을 듣고 목소리를 내는 진짜 당원이어야 한다. 그들의 참뜻을 따르는 게 혁신이다. 이 과정은 물론 쉽지 않다. 정치적으로 자살행위에 가까울 수도 있다. 하지만 역사적 전환기는 늘 그런 결단에서 시작됐다. 1990년 3당 합당이 그랬다. 5공 세력을 청산하고 보수 외연을 넓혔다. 당시의 결단이 없었다면 보수는 오래전에 몰락했을 것이다.보수의 위기는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시작됐다. 무능한 지도부, 탐욕스러운 지역 정치인들, 국민보다 권력을 더 사랑하는 정치공학이 보수를 죽였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해체와 재건이다. 진보가 존재하는 한 보수는 필요하다. 좋아서가 아니라 견제와 균형,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 보수의 회생도 보수 자신만을 위한 일이 아니고 국민을 위한 일이다. 지금은 시간이 없다. 보수로서는 내년 지방선거, 2년 뒤 총선이 마지막 기회다. 이 기회를 놓치면 우리나라에 보수는 없어질지도 모른다. 국민은 더이상 기다리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 보수는 버려진다. 구호만 외치고 권력만 탐하고 내분만 일삼은 정당에 국민은 두 번 다시 손을 내밀지 않는다. 김병헌 기자 bienns@ekn.kr

[기자의 눈] 중국 공세, 물량보다 자본이 더 무섭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내 한 전자제품 매장. 점원에게 저렴한 중국산 가전 제품을 보고 싶다고 말하자 TCL·하이센스 TV를 추천했다. 성능이 나쁘지 않은데 독립기념일(7월4일) 할인까지 더 많이 적용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세탁기 코너로 가자 점원의 태도가 사뭇 달라졌다. 각 브랜드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듯했다. 연신 컴퓨터에서 'Made in China' 제품을 검색했다. 그러면서 유통사 자체브랜드(PB) 세탁기가 중국에서 왔다고 소개했다. 하이얼 제품은 어디 있냐고 묻자 “중국산이 아닐텐데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전통 미국 브랜드'라고 치켜세웠다. '소비의 나라' 미국인의 인식을 단편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 브랜드와 그 나라에서 만들어진 제품에 대한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다. 다른 가전제품 매장에서 만난 사람들도 대부분 GE를 미국 회사라고 강조했다. 중국 하이얼이 54억달러에 GE 가전사업부를 인수한 게 2016년이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며 자본을 축적한 중국 기업들은 2010년대 글로벌 기업을 적극적으로 사들였다. 지리자동차는 스웨덴 자동차 브랜드 볼보를 품었다. 메르세데스-벤츠 모기업 다임러 최대주주 자리에 등극하기도 했다. 메이디는 독일 산업용 로봇 제조사 쿠카를 사들였다. 제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텐센트는 라이엇게임즈와 슈퍼셀을, 안방보험은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등을 각각 인수했다. 완다그룹은 세계 최대 영화관 체인 AMC Theatres를 한때 소유했다. 미국 정부 반대로 무산되긴 했지만 칭화그룹이 마이크론 인수를 시도한 적도 있다. 중국은 '자본 공세'를 펼치면서도 원래 기업들의 색깔을 건드리지는 않았다. 지금도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인 대부분이 볼보는 스웨덴차, 벤츠는 독일차로 인식한다. 미국인들은 GE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하다. 물량보다 자본을 앞세운 '중국산 공세'가 더 무섭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들 회사가 내는 수익은 다시 중국 기업들에게 들어가 연구개발(R&D)이나 생산시설 확충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들은 이들과 전세계 시장에서 '정면 승부'를 벌여야 한다.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발판 삼아 글로벌 시장을 주름잡는 실력을 길렀다. 이제는 자본력을 갖춰 몇몇 우리나라 업체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한국 정부도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때가 됐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됐습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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