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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양극화의 새로운 기준 ‘얼죽신’

신축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이른바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 서울 신규 아파트 공급 부족이 심화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더욱 두드러진다. 이로 인해 신축 아파트들의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서울 내 5년 이하 신축 아파트 가격은 지난 6~8월 석달 새 무려 5.7%나 올랐다. 서울 전체 아파트(3.1%)의 두 배에 가깝다. 얼죽신 열풍은 고분양가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분양가가 더 오르기 전에, 주변 단지 시세보다 저렴하고 상대적으로 상품성을 갖춘 신축. 즉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수요자들이 쏠리고 있다. 실제 올해 서울 아파트 분양가는 지난해와 비교해 3.3㎡(평)당 1000만원 이상 상승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이날 발표한 9월 말 기준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민간아파트의 최근 1년간 ㎡당 평균 분양가(공급면적 기준)는 1338만3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를 평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4424만1000원에 해당한다. 전년 동월(969만7000원) 대비 38.00% 오른 수준이다. 여기에 더해 향후 서울 신규 아파트 공급 감소 예상이 기름을 끼얹었다. 본격적인 아파트 시대가 열린 후 출생한 30대들이 주택구매연령으로 성장하면서 주거환경이 우수한 신축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도 주효했다. 이상한 것은 오히려 분양을 위해 필요한 청약통장 해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월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2545만7228명으로 전월 대비 3만2635명, 전년 동월과 비교해 35만8657명이 줄었다. 전문가들은 부양가족이 있으면 가점을 주는 청약제도의 특성과 감당할 수 없이 올라간 고분양가 때문으로 보고 있다. 경쟁률이 워낙 높은 데다 당첨된다고 해도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분양가가 비싸다. 중산층 젊은이들조차 '그림의 떡'으로 여기며 청약 자체를 포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 시내 분양가는 3.3㎡당 4311만원으로 전용59㎡(공급 25평)형은 11억원, 전용 84㎡(공급 34평)형은 15억원 정도로 부모님 도움 없이는 꿈도 못꿀 형편이다. 서울 내 신축 아파트 입성이 양극화의 새로운 기준이 된 현 시점에, 불공정한 청약제도와 비현실적으로 높은 분양가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양극화가 고착되고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내 집 마련 희망도 사라지고 말것이다. 정부가 현명한 대책을 통해 불씨를 살릴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이슈&인사이트]이스라엘의 헤즈불라 수장 제거가 한국의 북핵 대처에 주는 시사점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급습을 받아 허를 찔려 분노에 휩싸인 이스라엘은 이를 만회하고 '저항의 축'의 뿌리를 뽑겠다는 각오라도 한 듯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초기에는 가자지역 하마스에 공격을 퍼부었는데, 대규모 병력을 동원하여 진지를 타격하고 심지어 바닷물까지 주입하여 지하터널을 무력화시켰다. 아울러, 공중 폭격을 요인들을 제거하더니 급기야 하마스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를 이란 수도 테헤란의 혁명수비대(IRGC) 영빈관에서 암살하여 대담성·은밀성·정확성에서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상비군보다 예비군이 주력인 이스라엘은 장기전보다 단기전을 해야 하나. 1년 넘게 전쟁이 계속되고 있어 피로감이 누적되고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하마스 기습을 막지 못한 안보실패 책임, 개인적 부정부패 혐의로 인해 권좌에서 밀리면 정치생명이 끝나고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는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장기적인 전쟁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심지어 트럼프가 재집권하는 것이 네타냐후 자신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미국 대선 전까지는 휴전을 피하고 전쟁을 계속하려 한다는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저항의 축' 중에서 가장 강한 헤즈불라에 대한 전방적위적인 공격이 성과를 거두면서 네타냐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희석되고 있다. 삐삐사건은 큰 전환점이 되었다. 헤즈볼라가 보안문제를 우려하여 대원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대신 나눠준 삐삐 3000여 대가 한꺼번에 폭발했다. 공작기관 모사드가 트로이 목마 공작을 벌여 삐삐 내부에 초소형 폭탄을 숨겨둔 뒤 특정 신호를 발신해 일제히 폭발시켰다. 이어서 헤즈볼라 대원들의 워키토키도 폭발했는데, 통신장애를 겪게 된 헤즈볼라는 다른 수단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는 최고 지도부의 보안에 문제를 일으켰다. 헤즈볼라 수뇌부를 제거할 목적으로 참수작전에 들어간 이스라엘은 벙커 버스터를 이용한 공습으로 32년간 헤즈볼라를 이끌어온 하산 나스랄라 사무총장의 숨통까지 끊었다. 이 공습으로 압바스 닐포루샨 이란혁명수비대(IRGC) 작전부사령관도 함께 사망했다. 개혁파 페제시키안이 대통령이 되어 자제력을 발휘하던 이란은 하니예와 나스랄라, 자국 혁명수비대 지휘관의 죽음에 보복한다며 180여 발의 미사일을 이스라엘로 발사했는데, 이스라엘은 강력한 보복을 공언하고 있다. 미국의 강력한 자제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정유시설이나 핵시설을 겨냥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레바논에서 지상군 작전을 투입하여 진지를 파괴하면서, 헤브불라 괴멸작전을 전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레바논에 주둔하고 있는 유엔평화유지군에서 부상자가 나왔다. 이스라엘은 유엔이 설정한 완충지대인 '블루라인'에서 유엔평화유지군이 철수하거나 최장 5㎞까지 물러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를 중동전쟁이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우리가 주목할 점이 하나 있다. 지하벙커도 헤즈불라 수장의 목숨을 구해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이스라엘이 나스랄라 제거를 위해 사용한 군사 장비와 정보 기술의 대부분을 한국도 보유·운용하고 있고, 공군은 JDAM 키트를 장착한 BLU-109 벙커버스터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국군의날 행사에는 '세계 최강 벙커 버스터'로 평가되는 천무-5 실물이 처음 공개되어 위용을 과시하였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려는 가장 큰 목적은 김정은 김씨 왕조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일 우리가 김정은을 제거할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을 가지고 있다면 핵이 없더라도 대처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핵개발이 어려운 한국으로서는 북한체제 붕괴를 위한 저강도 전략을 구사하면서 김정은을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대북한 레버리지를 확보해 나가야 한다. 이강국

[EE칼럼] 자동차 연비 단위, “km/L”와 “L/100km”를 병행 표시하자

북미대륙에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는 영어 사용국인 미국과 캐나다는 자동차를 운전해 톨게이트형 국경검문소에서 간단한 통관절차만 거치면, 양국 간 무비자 여행이 가능해, 묶음 관광으로 함께 여행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어느 방향이든지 국경을 통과하여 상대편 국가 도로로 진입하면 속도제한 표시판에 속도 단위가 “mph"(miles per hour, 미국)와 “km/h"(캐나다)로 다르다는 점을 쉽게 알아차린다. 문제는 우리 같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단위 전환계산이 여간해서는 쉽지 않다는 점. 특히 단위 전환계산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고속도로라면 더욱 곤혹스러울 수 있다. 이와 유사한 계산적 어려움이 자동차 표시연비에도 존재한다. 자동차 표시연비 제도는 소비자가 고효율, 저탄소 차량을 선택하도록 돕기 위해 연비 정보를 라벨이나 광고를 통해 제공하는 정책이다. 이 제도의 실효성은 그만큼 연비 정보의 정확성과 함께 소비자의 정확한 인지 여부에 달려 있다. 물론 “연료 1L당 주행 가능한 거리(km)"라는 표시연비 정보의 단순성을 고려한다면, 표시연비 자체를 소비자가 인식하기 어렵거나 오해할 소지는 극히 낮다. 다만, 표시연비 정보를 아는 것 자체 보다, 해당 정보를 잘 해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소비자는 차량을 구매할 때 연료비를 고려하기 위해 표시연비 정보를 참조한다. 이때 연료비를 대충이라도 어림잡아 추정하기 위해서는 연비와 연료비 간의 상관관계를 알아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현행 제도에서는 소비자가 알 수 있는 표시연비 단위가 단지 “단위 연료 소비량당 주행거리(km/L)"로만 표시된다는 점이다. 가령 100km 주행에 드는 연료비를 계산하려면 이를 다시 “단위 거리당 연료 소비량(L/km)"으로 전환, 다시 말해 역수(逆數)로 만든 후 연료 가격과 100km를 곱해주어야 한다. 다시 말해 연료비 계산에는 연비에 대한 분수 계산, 즉 비선형 함수 계산이 요구된다. 사실 간단하더라도 덧셈, 뺄셈, 곱셈과 달리, 나눗셈은 계산이 그리 쉽지 않다. 가령 보통 사람은 “53/2 =?"과 같은 아주 기초적인 나눗셈 문제라도 “53+2 =?"같은 덧셈 문제만큼 힘들이지 않고 자동적․즉각적으로 풀기 힘들다. 상대적인 계산의 시간적·인지적 부담 때문에 보통 자연스럽게 무의식적으로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쉽게 표현하면,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생각의 게으름'이 일반적이다. 대신 지금 당장 눈앞의 명시적인 정보 자체에만 집중하여 연비와 연료비의 상관관계를 대충 어림잡아 짐작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인간의 의사결정의 인지적 한계를 다루는 행동경제학 연구들은 이와 관련해 실제 소비자들이 연비 정보를 선형적 관계로 오해하는 경향, 쉽게 말해 표시된 연비가 두 배로 증가하면 연료비도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음을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이를 “연비 단위(MPG)로 인해 유발된 착오", 즉 “MPG Illusion" 현상이라 명명하였다. 그러나 실제로 계산해보면 그렇지 않다. 가령 복합연비가 6km/L인 고급 세단과 15km/L인 소형차에 대해 각각을 4km/L 정도 연비가 향상된 차로 교체하면, 저연비 고급 세단이 고연비 소형차에 비해 실제 연료비가 절감되는 효과는 약 5배 정도 크다. 얼핏 같은 연비개선 효과라면 같은 연료비 절감효과가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국내 소비자의 경우, 대략 연비 10km/L 언저리에서 벗어나면 벗어날수록 왜곡도 심해지며, 특히 고연비 차량에서의 연비개선보다 저연비 차량에서의 연비개선 효과가 크기 때문에 이 같은 착각의 정도는 더 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연비 단위만 유럽이나 캐나다 등이 쓰고 있는 L/100km로 바꾸어주면 된다. 물론 현시점에 이미 관행화·습관화된 표시행태를 하루아침에 바꾸기란 큰 사회적 비용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대신 현행 연비표시 라벨상 표시연비 정보에 두 가지 표시단위 km/L와 L/100km를 병행 표시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행 연비표시 라벨 상 표시연비 정보에는 도심 연비, 고속도로 연비 및 복합연비 정보가 포함되어 있는데, 세 가지 연비 정보 모두 두 가지 표시단위로 나타낼 경우의 번잡함을 고려하여, 상대적으로 강조된 복합연비만 두 가지 표시방식으로 기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한다. 김재경

[기자의 눈] 국내 증시를 믿고 싶다

“이러니 다들 미국 주식만 하죠. 코스피에 투자해봐야 오르질 않는데." 개인 투자자들의 푸념이 아니다. 이 발언은 국내 한 증권사 관계자의 입에서 나왔다. 그만큼 최근 국내 증시 상황이 암담하다는 것에 대한 방증으로 풀이가 가능하다. 연초 정부가 내세운 '밸류업 프로그램'은 시행 초기에 기대감을 불러일으켰으나, 연말이 다가오는 지금까지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손꼽아 기다렸던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도 코스피는 2600선을 지키기도 버겁다. 당장 본인부터도 개인적인 사정으로 수년간 보유하던 국내 주식을 7월경 모두 정리했는데, 8~9월을 거치며 투자를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보다 주식을 보유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2020~2021년에 급증한 개인 투자자들이 인내심을 잃고 국내 증시를 떠나는 것은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정부가 장기투자와 퇴직연금 투자를 강조하지만, 이는 증시가 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현재의 국내 주식 시장은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미국 증시는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와 경기침체, 인공지능(AI) 거품론과 같은 악재에도 증시는 꾸준히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장기 투자자가 국내 주식에 손을 뻗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밸류업'만 외치면서도 투자자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는 정부의 대응은 의문스럽다. 부동산에 쏠려있는 자금의 자본시장 이동이 절실한 상황에서 정부가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국내 증시의 미래는 더욱 불확실해질 수밖에 없다. 미국만 봐도 그렇다. 뉴욕 증시가 장기간 우상향하는데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 하나가 바로 강력한 세제 혜택이 꼽힌다. 특히 개인 투자자가 주식을 장기 보유할 때 얻는 소득세 감면, 재투자 및 배당소득세율 우대가 눈에 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논란 장기화로 증시에 불안을 일으키는 우리 상황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러한 세제 혜택은 단순히 투자 수익을 높여줄 뿐 아니라, 신뢰 강화로 자금이 증시에 머물러 상승 요인이 된다는 점을 정치권이 강력히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성우창 기자 suc@ekn.kr

[이슈&인사이트] AI와 칸트 철학의 융합: 과학 혁신에서 윤리적 책임까지

김한성 굿프롬프트 대표 2024년에 선정된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은 갑작스런 벼락처럼 인공지능(AI)이 번뜩였다. 제프리 힌튼과 존 홉필드는 신경망에 대한 연구로 물리학 분야에서 데이비드 베이커, 존 점퍼, 데미스 하사비스는 AI를 활용한 단백질 설계 및 구조 예측으로 화학 분야에서 수상했다. 이러한 성과는 인공지능,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GenAI)이 과거에는 도전조차 엄두를 못 내었던 난제들을 거침없이 해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은 AI가 주로 자동화와 최적화에 관련된 보조적인 도구로 인식되었지만, 최근에 보여준 놀라운 성과를 보면, AI가 근본적인 과학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기여하는 새로운 도구임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AlphaFold2 모델은 50년간 풀리지 않았던 단백질 구조 예측 문제를 해결하여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혁신적인 도약을 이루었다. 이 기술로 약물 설계, 환경문제 해결, 신소재 개발 등의 연구를 가속화할 수 있게 되었다. 동시에 신경망에 대한 연구는 패턴 인식 및 복잡한 문제를 인간의 인지과정을 흉내된 자율적인 시스템으로 해결 가능케 하면서 오늘날의 기계 학습 분야의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적인 AI의 모습은 단순한 자동화 도구로 이해하던 기존의 시각에서 벗어나 다차원적인 관점에서 AI의 잠재력을 이해하고 동시에 AI를 바라보는 태도 및 활용하는 방식을 재정립해야 하는 필요성을 높인다. 먼저 인간과의 협력에 있어서 AI를 인간의 노력을 대체하는 도구라기 보다는 인간의 창의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증대시키는 협력자가 되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AI가 인간과 함께 새로운 단백질 분자를 설계함으로써 의료 및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열어가고 있다. AI는 기존의 과학 영역을 넘어 학문 간 가교 역할을 하며, 생물학, 물리학, 화학 등의 융합 등 학제 간 통합을 통해 새로운 혁신을 촉진하고 있다. 이는 다양한 과학 및 기술 분야 간의 더욱 긴밀한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또한 AI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윤리적 도전 및 이에 대한 통제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제프리 힌튼이 경고한 바와 같이, AI가 인간보다 더 지능적으로 발전할 때 그 통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으며, 이를 관리할 새로운 윤리적 틀이 시급하다. 이제 AI는 우리 인간의 작업을 재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뿌리 깊은 난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인간의 접근방식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AI를 앞에 두고, “이것을 해 줘"라고 말한다면 AI가 귀담아 들을 지 의문이다. 이제는 AI 개발과 응용이 더욱 합리적이고, 윤리적이며, 목적 지향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이러한 접근은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부문도 예외가 되어서는 안된다. 특히 언어모델로서 AI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을 이해함으로써 단순히 의사소통의 수단을 넘어, 인간의 사고, 감정, 사회적 삶을 구성하는 중요한 도구로서 의미의 생성 및 해석 등 복잡한 기능이 작동할 수 있다는 잠재성을 갖는다. 이에 가능한 실험적인 접근으로 칸트의 철학적 틀을 통해 세계를 이해하고, 이성으로 추론하고 윤리적 판단을 하는 숨은 능력을 일깨워 볼 수 있다. 인류가 축적한 높은 수준의 사고 체계를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부문에 적용해 본다. 이를 통하여 AI가 합리성, 윤리성, 창의성을 균형 있게 발전하고, 사회에 유익하고 책임 있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도구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즉, 순수이성 비판은 AI가 인식의 한계를 인지하고 합리적인 구조 내에서 작동하도록 하고, 실천이성 비판은 AI의 의사결정이 보편적 도덕 원칙을 따르도록 하며, 판단력 비판은 창의적 협업과 목적성을 촉진한다. 구체적으로, 칸트의 순수이성 비판은 인간 지식의 한계와 조건을 탐구하며, AI의 학습과 '추론' 과정이 어떻게 아키텍처와 학습 데이터에 의해 형성되는지를 고찰한다. AI 모델의 내부 구조를 이해하고, 그 구조가 출력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함으로써 설계된 입력(프롬프트)이 AI의 고유 구조와 일치하도록 한다. 실천이성 비판은 윤리적 행동을 위한 보편적 규범을 강조한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에 이를 적용할 때, AI의 출력이 윤리적 원칙을 준수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의료나 법률과 같은 중요한 분야에서 프롬프트는 공정성, 자율성 존중, 해악 방지를 포함한 윤리적 원칙을 반영한다. 마지막으로 판단력 비판은 미적 판단과 인간 경험의 목적성을 다루는데, AI가 단순한 작업 도구가 아닌 창의적 협력자로서 작용하도록 프롬프트를 설계한다. 그 결과로 창의적 탐색을 촉진하고, 과학적 또는 예술적 발견에 있어 AI가 인간 연구자들과 협력하여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칸트의 세가지 비판을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에 적용하는 것은 AI 개발과 활용이 합리적이고, 윤리적이며, 목적 지향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철학적 틀에 기반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단순한 기술적 작업이 아닌, 인간의 이성, 도덕, 그리고 창의성을 반영한 지적 도전이 될 것이다. 칸트의 철학을 내재화함으로써 AI는 효율성의 도구를 넘어 책임 있고 창의적인 인류 발전의 동반자로 자리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한성

[EE칼럼] 첨단산업, 기술개발 통해 돌파하자

세계 각국이 무역 장벽을 세우고 있음에도 중국 자동차 수출이 늘어나고 있는 배경에는 공급망 파워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공급망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풍부한 핵심광물을 바탕으로 배터리 가공 및 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올 2분기(4~6월) 매출액 기준으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10위 내 중국 업체가 6개다. CATL(1위. 31.6%), BYD(3위.11.9%) 등 중국 업체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양극재.음극재 등 배터리 소재 출하량도 90% 안팎에 이른다. 첨단산업의 핵심인 전기차와 배터리의 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는 공장 가동률이 역대 최저인 50~60%대로 급락하는 등 고초를 겪고 있다. 여기에 최근 전기차 대형 화재라는 약재까지 터졌다. 이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기술개발을 통해 높은 수준의 제품이 만들어져야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특허 정보조사 업체 WIPS에 따르면 LG엔솔은 한국과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5개국에서 BMS 특허 등록. 출원 건수 1위를 기록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총 5475개의 특허를 내 한.중.일 배터리 상위 10개 기업의 관련 특허 1만 3500개의 40%를 차지했다. SK온은 LPF(리튬인산철), 각형, 원통형 등 배터리 폼팩터 다변화 노력을 하고 있다. SK온이 내 놓은 "윈터프로 LPF 배터리“는 보통 LPF 배터리의 경우 일반적으로 영하 20도 수준 저온에서 주행거리가 절반 이상 급감하는데, 이 제품은 에너지 밀도를 19% 높이고도 저온에서 충전.방전 용량을 기존보다 각각 16%, 10% 늘렸다.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은 이차전지용 동박(銅薄)이 중국에서 공급 과잉이 이어지자 기술력을 통해 동박의 원재료로 쓰이는 구리 생산 원가를 낮추는 기술을 확보했다. 동박은 구리를 얇게 펴는 작업을 통해 2차전지의 음극집전체로 전기화학 반응에 의해 발생하는 전자를 모으거나, 전기화학 반응에 필요한 전자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고려아연은 아연과 연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과 폐전자제품의 인쇄회로 기판 등을 재활용해 구리를 생산하고 있다. 구리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는 좋은 특성을 보유한 산업용 금속이면서, 대체가 어려운 핵심 소재이다. 구리의 특성은 전력에 대한 전도율이 좋으며, 열을 매우 잘 전달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그리고 가공이 쉽고 잘 늘어난다. 또한 쉽게 부식되지 않고 화학물질에 대한 내성이 강하다. 그래서 대체가 매우 어렵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 따르면 9월 29일 구리 가격이 미 연준의 금리 인하 발표 및 중국의 수요 증가로 두달만에 최고가(9,405달러/톤)를 기록했다. 고려아연은 온산제련소 내 구리 생산 설비 증설을 2025년 내 완료하고, 2028년까지 생산량을 연간 15만톤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특수강 기업 세아베스틸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해상풍력 특수강 시장에 뛰어 들었다. 해상풍력 발전기에 사용되는 특수강 소재는 진입 장벽이 높고 범용 제품 대비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친환경에너지인 해상풍력은 발전기가 핵심이다. 세아베스틸은 해상풍력 발전기에 사용되는 특수강 파스너(볼트, 너트)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세아베스틸은 2011년부터 지멘스에 풍력 터빈용 기어박스의 특수강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2018년 핀란드 풍력발전 기어 박스 회사와 협업해 2020년부터 GE에 관련 부품을 공급하는 등 해상풍력 특수강 소재 레퍼런스를 쌓아 왔다. 세아베스틸은 내년까지 전체 특수강 수출의 10%를 해상 풍력향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실행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친환경에너지 등 첨단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다 일시적 수요 정체라는 암초를 만났다. 하지만 탄소중립 등 각국의 정책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전기차 전환과 AI 등 반도체 시장, 친환경에너지 산업이 대세임에는 확고하다. 따라서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 음극재, 동박 등 소재, 부품까지 배터리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는 국내 업체들은 최근 부진한 업황을 버티고 장기 로드맵을 준비해야 할 계획을 갖고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시장을 주도할 기술개발에 매진해야 한다. 정부는 전기차, 배터리, 친환경에너지 등 첨단산업의 기술개발에 필요한 연구개발(R&D) 예산 지원을 더 확대해야 한다. 강천구

[데스크 칼럼] ‘첫 노벨문학상’, 황석영이 아니라 한강인 이유

“왜 황석영이 아니고 한강이란 말인가?" 지난 10일 스웨덴 한림원의 2024년 노벨문학상 발표 이후 국내 일각에서 나오는 반응이다. 황석영도 전쟁과 분단, 군사 독재와 압축 성장, 민주화 운동을 정면으로 다뤄 온 국내 대표 소설가다. 비영어권이란 한계만 없었다면 진즉에 노벨문학상을 타고도 남았다. 그런데 갑자기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졌다. 영어권, 백인, 노인, 남성에게 치중되던 노벨문학상이 갑자기 왜 '변방' 한국의 젊은 여성 소설가에게 꽂혔단 말인가? 다름 아닌 '혁신'에 주목했다. 실제 스웨덴 한림원은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평가했다. 국내 문학평론가들도 비슷한 분석이다. 김명인 평론가는 '황석영이 아니라 한강'인 이유에 대해 “(한강 등 현재 주류 여성작가들은) 오래도록 민족 민중 계급 등으로 표상되어온 한국 문학의 고질적 남근주의, 가부장주의에 대한 집단적 반란"이라며 “이러한 문학적 위상을 귀신같이 알아채서 그에게 노벨상을 안겨주었다"고 평가했다. 한마디로 한강은 '혁신적 글쓰기', 즉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기존의 문법을 깬 새로운 실험과 도전에 나서 전세계의 인정을 받았다. 오늘날 한국에게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한국은 10여년 새 '잘 나가는' 국가였다. 경제적으로 전세계에서 중진국 함정을 극복한 최초의 사례다. 2차대전 이후 식민지에서 벗어나 '한강의 기적'으로 부자가 된 유일한 나라다. 군사독재 청산 등 민주주의 발전까지 쟁취했다. 한류(韓流)라는 이름으로 음악, 웹툰, 드라마, 음식까지 전세계적 유행이다. 1980년대 G2 자리를 노리던 일본을 방불케 한다. 그러나 지금 한국은 구조적 위기다. 수출로 먹고 살아 온 경제가 단순 싸이클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에 직면했다. 기후 변화와 4차 산업 혁명, 미국·중국간 패권 경쟁 등 국제 질서의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는 중국의 도전과 미국의 리쇼어링(제조업 본국 회귀) 속에서 송두리째 흔들린다. 전기자동차·배터리는 캐즘(일시적 수요 지체)과 값싼 중국산에 휩쓸리고 있다. 인공지능(AI)·로봇 등 차세대 산업기술도 주요 국가들에게 뒤처졌다. 선박·철강·화학 등 제조업이 '샌드위치' 신세가 된 지는 오래다.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변신하지 못한 까닭이다. 그동안 앞선 나라의 뒤통수만 바라보고 전력 질주해서 성공을 거뒀다. 막상 선두에 서게 되니 길을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다. 사회적 지속가능성마저 의구심이 생기고 있다. 전세계 최저 출산율로 장차 경제 성장은커녕 국방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다. 인구 고령화와 빈부 격차, 마약·사기 등 범죄, 사회적 갈등도 심각하다. 기후 위기 대응에서 뒤처져 '기후악당 국가'로 전락했다. 칭송받던 민주주의도 언론 자유 후퇴·제왕적 대통령제 등으로 “독재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이를 극복할 방향타를 알려준다. 그동안 한국 경쟁력의 원천이 된 '들들볶는 경쟁 사회'를 혁신해야 한다. 한 단계 진화시켜 대안을 내놔야 한다. 생산성을 높이되 자유와 평등, 공정과 경쟁간의 애매한 간극을 메울 수 있는 혁신의 지도를 스스로 그려야 한다. 누구도 가지 못한 길, 한 발씩 내딛어야 살아 남는다.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EE칼럼] 원자력을 거부하는 친구에게

보고싶은 친구여, 오랜만에 원자력에 대해 이렇게 글을 적어보네. 7~8년 전, 친구가 나로서는 수긍하기 어려운 논리를 펴며 원자력에 대해 강한 반감을 표출했을 때 난 상당히 놀랐었지. 그때 나는 시간이 지나면 원자력에 대한 진실이 드러나리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최근 몇 년간 원자력의 위상이 세계적으로 크게 변하면서 우리가 다시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아. 한때 탈원전 정책의 중심지였던 유럽에서도 이제 원자력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어. 많은 국가들이 재생에너지만으로도 탄소 중립을 달성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었지만, 수력이 풍부하거나 원자력을 함께 사용하지 않는 나라들은 지금 탄소 중립 정책 추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 에너지 정책에서 공급 안정성, 환경성, 가격 적정성을 균형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상식을 소홀히 한 결과라고 생각해. 특히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원자력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어. 이 변화의 중심에는 EU의 2022년 그린 택소노미 결정이 있어. 원자력이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인정받으며 기후변화 대응에서의 역할이 공식화된 거지. 2023년에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12개국이 원자력 동맹을 결성하기도 했다네. 프랑스는 원자력 발전 점유율을 50% 수준으로 줄이려던 정책을 폐기하고 6기의 신규 원전(8기 추가 검토)을 건설하기로 했고, 영국은 6.4GW인 원전 설비를 2050년까지 24GW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어. 이밖에 체코, 헝가리, 폴란드, 스웨덴, 루마니아, 네덜란드,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핀란드, 불가리아 등이 신규 원전 건설을 계획하고 있지. 이탈리아, 스위스, 벨기에와 같은 대표적 탈원전 국가들까지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신규 원전 도입을 검토 중이라는 사실이 흥미롭지 않은가? 많은 이들이 해법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용후핵연료 문제도 핀란드에서 최종처분시설을 완공하는 단계일 뿐만 아니라 스웨덴에서도 건설 중이고, 프랑스, 스위스 등이 뒤따르고 있어. 셰일가스와 태양광, 풍력 자원이 모두 풍부한 미국의 최근 동향도 주목할 만하다네. 캘리포니아 디아블로 캐년 원전은 2025년 폐쇄 예정이었지만, 최근 20년 연장 운전이 결정되었어. 미시간주의 팰리세이드 원전도 2022년 폐쇄되었지만, 2025년 재가동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 그뿐만 아니라 2019년 폐쇄되었던 스리마일아일랜드(TMI) 1호기도 마이크로소프트사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을 위해 재가동을 추진 중이야. TMI 원전은 1979년 2호기 사고로 많은 사람에게 두려움을 주었던 것을 생각하면, 그만큼 원자력 발전이 미국 에너지 정책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지. 작년 12월 유엔기후변화협약 제28차 당사국총회(COP28)에서는 22여개국이 원자력 발전을 2050년까지 3배로 확대하겠다는 선언했어. 또한,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COP28의 Global Stocktake(이행점검) 문서를 통해 원자력이 처음으로 기후변화 대응의 주요 해결책으로 공식 인정되었어. 원자력이 효율적인 저탄소 에너지원임에도 그동안 정치적 이유와 반대 세력의 영향력 때문에 유엔기후변화협약 체계에서 무시되어 왔지만, 이제는 그 상황이 완전히 바뀐 것이지. 지난 3월 탈원전 국가로 분류되던 벨기에 정부가 국제원자력기구와 함께 38개국이 참여한 원자력 정상회의를 개최한 것도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봐.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산업 인프라와 경쟁력을 자랑하며, 이미 수출까지 하는 나라이네. 게다가 유럽과 달리 에너지 시스템이 고립되어 있으며, 제조업 중심의 에너지 소비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원자력이 우리 경제의 중요한 축을 차지해. 원자력은 가장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준 국산 저탄소 에너지로서 국가 경제를 견인하고, 더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 완화에 기여하고 있지. 국민의 지지가 뒷받침된다면, 우리 원자력이 UAE와 체코에 이어 여러 유럽 국가들과 아시아는 물론 미국에까지 진출하여 국가의 위상과 경제력을 높이면서, 국민에게는 좋은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것이네. 친구여, 외부 세계의 변화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네. 이제 다시 한번 원자력을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가 아닐까? 우리보다 에너지 환경이 유리한 많은 국가들이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상호보완적 관계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 그 증거일 거야. 에너지 문제는 너무도 복잡하여 더 깊게 공부하고 더 많이 논의하면서 생각을 정리해야 할 것 같아. 에너지와 원자력에 대해 긴 이야기를 나눌 날을 기다리겠네. 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기자의 눈] 우리나라가 기후악당이 아니라고 말할 용기

지난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환경부 국정감사가 시작부터 파행되는 일이 있었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노트북에 붙인 '기후파괴범 윤석열' 스티커를 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떼라고 항의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정 의원의 문구를 두고 “비과학적이고 사실적이지도 않다. 기후변화 문제의 인과관계를 정확히 안다면 기후파괴범 바이든, 시진핑 이렇게 했으면 용납하겠다"며 우리나라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5%만 배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 말을 듣고 조금 놀랐다. 물론 여당 의원이니 현 정부를 비호해준 것도 있겠지만 그래도 기후환경 전문가 출신이 하기엔 이 바닥에선 신성모독 수준의 말이다. 다들 알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기후대응을 재촉하는 데 열중하느라 쉬쉬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기후악당으로 보다 보면 오히려 기후위기 대응에 악영향을 주는 무리한 정책 방향을 요구하는 데 빠질 수 있다. 환경부도 기후악당 프레임에 넘어간 모습이다. 최근 환경부가 산업통상자원부에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의 2030년 신재생에너지 목표 발전량 비중 21.6%를 상향하라고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까지는 산업부가 환경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환경단체는 이를 두고 산업부가 환경부 요청을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그건 묵살이 아니라 받아들일 수가 없는 거다. 마라톤 코치가 마라톤을 2시간 이내로 완주하라고 요청한 걸 선수가 못 받아들이면 그게 묵살인가. 환경부는 11차 전기본 실무안 기후변화영향평가에서 “태양광 수력 발전 등 국내 신재생에너지 잠재량을 적극 활용할 경우 신재생에너지 비율 상향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수력 발전은 조그마한 소수력 발전을 말하는 건지 왜 넣었는지 모르겠지만 2030년까지 신규 수력발전은 없다 봐야 한다. 결국, 태양광을 우겨넣어 2030년까지 21.6% 이상을 채우라는 건데 이는 지금도 위태로운 전력수급 시스템을 붕괴시킬 우려가 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10%인 지금도 봄이나 가을에 한낮의 태양광 발전량이 순간 전체의 30% 이상까지 치솟는다. 만약 21.6%면 태양광 발전량이 한낮에 순간 전체 발전량의 50% 이상까지 오를 수도 있다. 전력은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도 전력망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태양광이 늘면 화력 발전을 줄일 수 있는 게 아니라 경직적인 원자력 발전을 미리 꺼놔야 한다. 시간 단위로 요동치는 태양광 발전량을 보완하는 건 유연한 화력 발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전을 줄이면 탄소배출량은 늘어난다. 풍력 발전에는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 풍력은 배정된 2030년 목표 할당치를 채우기도 버겁다. 환경부는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를 넘긴 일본 사례를 들었다. 하지만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202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보다 수력 발전량이 10배 이상 많은 나라다. 한 기상 전문가의 말도 떠오른다. 일본은 서쪽과 동쪽으로 긴 나라로 나라 전체로 보면 해가 길게 떠 있어 우리나라보다 태양광을 하기 유리하다 말했다. 우리나라는 전력시스템 개편이나 에너지저장장치(ESS) 확충 등 우리 사정에 맞춰서 태양광이 늘어나야 한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 때 급하게 태양광을 늘리느라 생긴 부작용이 아직 치유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는 허용 수치를 넘어 태양광을 받아들였고 지난 2021년부터 태양광 보급량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를 기후악당이라 자책하고 급해지는 건 오히려 독이다. 2030년은 최종 목표가 아니라 중간 과정일 뿐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자의눈] ‘개굴’거리는 대한상의…지배구조 개혁이 두려운가

'우물 안 개구리(井底之蛙)'라는 말이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기업지배구조 규제강화 법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 보고서를 보면, 이 고사성어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좁은 우물 안에서만 세상을 바라보는 개구리처럼, 대한상공회의소는 변화하는 환경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회원사, 아니 어쩌면 '회원사의 오너' 심기를 거스를까 두려워하는 모습이 역력할 뿐, 글로벌 시장의 변화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양새가 꼭 개구리같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업지배구조 규제 강화가 “기업경영 근간이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매우 근시안적인 시각이 아닐 수 없다. 대한상의는 이번 입장을 '교각살우(矯角殺牛)'라는 사자성어로 대변했다. 하지만 이것 말고 대한상의에 들려주고 싶은 사자성어와 속담, 우화가 한두개가 아니다. 먼저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 세계 경제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그 변화의 중심에 있다. 그러나 대한상공회의소의 태도는 마치 제자리에 멈춰 서서 이끼만 키우겠다는 것과 같다. 이러한 구태의연한 태도로는 더 이상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이솝 우화도 떠오른다. '여우와 신 포도' 이야기다. 대한상공회의소의 태도는 마치 닿지 않는 포도를 보고 '어차피 신 포도일 거야'라며 자기위안을 하는 여우와 비슷하다. 개구리보다는 나을지 몰라도 결국 '루저'다.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고, 그저 “우리에게는 맞지 않는 제도"라고 치부해버리는 것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도 적용할 수 있겠다.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은 당장은 크게 체감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영향은 분명해질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 작은 변화들이 모여 큰 혁신을 이루는 법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도 들려주고 싶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실행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규제 강화를 반대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이를 효과적으로 실행하여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도 있다. 특히 지배구조 규제는 '폭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장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장기적으로 한국 기업들을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러한 장기적 안목을 제시해야 하는 기관이 아닐까.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쓰는 사자성어 중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도 떠오른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당장은 쓴 약과 같을 수 있지만, 결국에는 기업과 경제 전체에 달콤한 결실을 안겨줄 것이다. 잠시의 인내로 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의 산업계가 겪었던 고난과 시련을 생각한다면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고사성어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 역시 당장은 불가능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안 되는 게 어디있나. “이봐, 해봤어"라는 故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말이 떠오른다. 한국 기업들을 대표하는 대한상의는 더 넓은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이를 거부하기보다는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것이 한국 기업들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자세일 것이다. '교각살우'로 '소'를 들어 비유한 대한상의에게 이왕이면 '우보만리(牛步萬里)'가 더 좋을 거 같다는 제안을 해본다. 만리 길을 위한 한 걸음을 걷자. 강현창 기자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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