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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제정 늦어지는 AI 기본법, ‘망양보뢰’라도 해라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기술을 악용한 디지털 성범죄가 사회 문제로 부상했다. 피해자 중 대학생뿐 아니라 중·고교생, 교사, 여군, 초등학생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 사진도 이용된 건 아닌지' 공포심이 커지고 있다. 연일 사태를 지켜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AI 기본법이 제정됐다면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까?' 인공지능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AI 기본법)은 지난해 2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법안2소위를 통과하면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상임위를 넘지 못한 채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해당 법안은 AI에 대한 개념과 산업 육성, 안전성 확보 방안 등이 담겨 있었다. 특히 여야 간 이견이 거의 없었음에도 무의미한 정쟁만 반복하다가 폐기돼 아쉬움을 낳았다. 22대 국회 들어 경쟁적으로 법안 발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꽤 고무적이다. 이달 기준 국회에 발의된 AI 관련 법안은 10건, 딥페이크 관련 법안은 30여 건에 달한다. 여당은 AI 산업 육성과 기술 개발 지원, 야당은 신뢰성 및 윤리원칙 확립, 구체적인 관리체계 마련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현재까지 발의된 주요 법안들의 목표와 실행 계획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적잖다. 공통적으로 산업 진흥과 신뢰성·윤리 원칙 확립을 균형 있게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고위험영역 AI의 개념과 범위가 여전히 모호하다는 점이다. 딥페이크와 같이 AI 기술을 악용해 허위 정보를 만드는 범죄는 포함되지 않아서다. 심지어 딥페이크에 대한 정의와 통제 영역조차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공원으로 쏟아져 나온 검은 시위자들이 가해자 처벌 강화를 요구했으나, 기준과 수위를 재정립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으리라 예상되는 건 이 때문이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발의된 AI 관련 법안들은 최근 과방위 법안소위 심사대에 올랐지만, 여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합의 처리는 불발됐다. 이후 2차례에 걸친 공청회를 통해 공감대 형성에 나섰으나, 국정감사 등 남은 일정을 고려하면 연내 제정은 어려울 전망이다. 결국 여야의 미적거림으로 인한 제도 공백이 딥페이크 성 착취물을 사고, 파는 '괴물'을 키운 셈이다. 일찌감치 이 같은 기술 악용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경고가 적잖았음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여야 법안 중 장점을 추출한 '엑기스 법안' 제정과 적절한 규제 방안 마련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란 비판은 피할 수 없겠지만 지금은 그거라도 해야 한다. 기술 발전으로 인해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선. 이태민 기자 etm@ekn.kr

[박원주 칼럼]ESG는 ESG(지속가능)할까?

ESG는 환경, 사회, 거버넌스의 관점에서 기업의 경영행태, 운영, 성과 등을 평가하는 프레임워크이다. 쉽게 말하면 기업이 환경을 보호하는지, 주변 이해관계집단과 잘 지내는지, 법과 윤리를 지키는지 보겠다는 말이다. 당연히 좋은 말이다. 그렇게 해주면 고맙겠지만, 그러라고 강요하기도 어려운 '선한 기업'의 이야기인 것 같다. 그런데 이 '당연한' ESG가 더 이상 간단해 보이지 않는다. 2015년 폭스바겐이 디젤차의 배출가스 센서를 소프트웨어적으로 조작했던 '디젤 게이트'가 발각되었다. 회사는 300억불의 벌금과 소송 비용을 내야 했다. 주가가 급락했고 기업의 전 세계적 평판이 땅에 떨어지는 댓가도 치러야 했다. 2016년 미국의 웰스파고은행에서는 창구 직원들이 매출을 늘리려 고객 동의 없이 계좌를 개설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 결과 30억불이 넘는 비용을 벌금과 합의금으로 써야 했다. 기업 가치와 고객신뢰도 한꺼번에 잃어버렸다. 애플의 조립업체로 유명한 중국의 폭스콘은 근로자들의 열악하고 위험한 작업환경과 장시간 노동, 저임금 등이 문제되면서 고객사들의 집중감사와 임금 인상, 작업 환경 개선 등 대대적인 개혁을 겪어야 했다. 국내에서도 이런 사례가 적지 않다. 국내 2위의 우유 업체였던 N사는 대리점에 대한 상품 강매, 비정규직 위주 고용, 과장 광고, 사주 일가의 비윤리적 행태 등으로 거센 비난을 자초했다. 사주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기업 이미지는 극도로 악화되었고, 그 결과 주가가 70% 이상 빠지고 만성적자에 시달리게 되었다. 대기업에만 이런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BMW, 볼보 등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한국에 자동차 부품을 주문하면서 RE100 이행을 요구하는 탓에 수출계약이 위태로워졌다는 보도도 있었다. 최근에는 지방의 작은 재래시장에서까지 식재료 오염, 바가지 요금 등 고객상대 갑질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가게문을 닫는 일도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기업 경영자,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억울한 부분도 많겠지만 '선하지 못한' 기업은 과거 어느 때보다 매섭게 질타당하고 있다. ESG가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 강력한 구속력을 갖기 시작한 것일까? ESG는 2004년 UN Global Compact 보고서에 등장하면서 힘을 받기 시작한다. 당시 보고서 제목에 '금융시장을 변화하는 세상에 연계'한다는 말이 들어 있다. 금융시장의 투자행태를 바꾸어 인류 생존을 위한 통합적 사회개혁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ESG를 추구하는 기업에 우선 투자하고, 그런 기업의 주가를 올려 주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 제도권 은행, 증권사, 펀드 등 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권 기업들부터 자발적으로 생각과 행동을 바꾸도록 요구했다. 이러한 금융권 정화 운동에 본격적인 쓰임새가 생긴 것은 기후변화로 인류의 생존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에서 각국 정부의 대처가 미흡했던 탓이 적지 않다. 정부 규제가 움직이지 않으니 금융권이 주도하여 ESG에 강한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도록 시장의 룰을 다시 쓴 것이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ASML과 같은 글로벌 수퍼갑들이 워낙 착해서 ESG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ESG에 뒤처지면 자기 회사의 금융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삼성과 같은 벤더 기업에 RE100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종전의 '착한' 기업과 돈이 만나게 된다. 착하지 못한 기업은 적시에 필요한 투자를 받지도 못할 뿐더러 시장도 열리지 않으며 필요한 장비, 소재도 살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ESG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2023년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및 뱅크런 사태는 이 은행이 ESG 펀드에 주력 투자했다는 점에서 ESG가 시장에서 통하지 않은 대표사례로 꼽히곤 한다. 2023년 미국 주정부중 3분의 2 이상이 ESG에 반대되는 입법을 발의했고 그중 절반이 통과되었다. 여러 나라 보수 정부들이 ESG 조류를 무시하거나 그에 반하는 정책, 입법을 반복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젠 ESG의 확산 흐름에 족쇄가 채워지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SVB의 파산 사태는 기업의 위험관리 과정에서 거버넌스(G) 요건을 지키지 못한 것으로 지적될 소지가 크다. 각국 정부의 규제조치 흐름은 혼란스럽지만 그래도 ESG의 원칙이 정부 정책에 하나하나 반영되는 방향으로 이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금융회사의 지배 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올 7월부터는 금융권 내부통제 기준을 강화하기 위한 책무구조도 제출이 의무화되기 시작했다. 금융업계의 중대재해처벌법이라는 아우성이 빗발치고 있지만 결국 ESG의 거버넌스 원칙이 우리 규제체계에도 뿌리를 내리게 된 것이다. 시장에서도 ESG는 자생적인 성장의 기반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펀드들이 ESG에 부합하는 기업 활동에 투자를 집중하면서 과거 경제성이 떨어졌던 재생에너지, 친환경기술이 급속하게 성장했다. 이젠 공적 지원이 줄어든다 하더라도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ESG 비즈니스 모델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S&P, 무디스, 피치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들도 ESG를 기업신용도에 반영하기 위해 ESG 평가기관들을 인수합병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글로벌 ESG 투자비율도 2016년 27.9%에서 2020년 35.9%로 성장했다. 현장에서 ESG는 지속가능경영과 거의 같은 말로 쓰인다. 그래서 'ESG가 지속가능하냐'는 질문은 웃자는 말로 들린다. 그러나 필자가 생각하는 답은 비장하다. ESG는 이미 글로벌 트렌드가 되었다. 이에 적응하고 기회로 삼는 기업과 국가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박원주

[백영현 칼럼] 적극행정 추동력은, 포천시민 참여

적극행정이란 공무원이 불합리한 규제개선 등 공공이익을 위해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우리 포천시는 적극행정을 장려하고, 소극행정을 근절해 궁극적으로 시민에게 더 나은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존에 경직되고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행정을 펼쳐 시민의 민원을 해결하고, 업무편의를 높여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이끌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 환경과 다양하고 세분된 행정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 적극행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법이나 제도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다양한 문제를 창의적이고 능동적으로 풀어 시민이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포천시정 목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소신 있게 행정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적극행정을 펼치는 공무원에게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를 보호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또한 2024년 적극행정 실행계획을 수립했다. 적극행정 우수공무원을 선정해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적극행정 관련 교육과 훈련을 추진하고 있다. 적극행정위원회를 통한 의견 제시, 사전 컨설팅 강화, 면책제도 및 소송 지원 의무화 등을 운영해 적극행정 추진하며 발생할 수 있는 애로사항을 돕고 있다. 시민을 위한 적극행정인 만큼 적극행정에 대한 시민 여러분 관심과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 적극행정은 비단 공무원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시민 여러분 참여가 더해져야 진정한 힘을 가지게 된다. 공공서비스의 질이 더욱 향상되고, 정책 실효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우리 포천시는 시민 여러분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포천시 누리집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포천시가 추진하고 있는 적극행정 사례를 게시하는 등 관련 소식을 공유하고 있다. 또한 누리집을 통해 시민이 직접 적극행정 우수 공무원을 추천할 수 있도록 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발견했을 때는 규제 애로 신고센터를 통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했다. 적극행정은 행정기관 노력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시민 목소리가 더해져야 한다. 시민 참여가 더해진 적극행정은 더 나은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고, 모두가 체감하는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기 때문이다. 적극행정에 대한 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더 나은 포천시정을 만드는 여정에 동참해 주시기를 바란다. 백영현 포천시장 kkjoo0912@ekn.kr

[기자의 눈] 전기차 차주 눈총 받지 않는 사회 만들어야

전기차 포비아가 확산되면서 일부 전기차 차주들이 억울한 차별을 겪고 있다. 정부를 비롯한 일부 업계 전문가들이 “전기차 지하주차장 출입시 충전량 제한이 필요하다"는 낭설을 퍼뜨리면서 실제 차주들의 권리가 침해받고 있기 때문이다. 포비아는 지난달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메르세데스-벤츠 EQE 모델에 불이 붙으면서 시작됐다. 이 화재는 주차장에 있던 140여대의 자동차와 아파트의 배관을 모두 불태우며 수백명의 피해자를 남긴 사고다. 이 사건으로 인해 해당 아파트 주민들은 여전히 고통 받고 있다. 이후 업계에선 전기차는 100% 충전하면 화재 위험이 높아진다는 근거 없는 루머들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 사이에선 전기차는 언제든 불이 붙을 수 있고 화재 진압도 어려운 '시한폭탄'이고 전기차 차주는 '잠재적 방화범'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질 정도였다. 이를 부추긴 것은 다름 아닌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이다. 특별한 기술적 근거도 없이 '전기차는 위험해'라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펼치며 소비자들에 공포심을 더욱 불어넣었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에선 전기차 100% 충전 제한 권고 등 어이없는 정책이 나왔고, 이에 영향을 받은 일부 아파트에선 '전기차 지하주차장 출입 금지'라는 팻말이 여기저기 붙기도 했다. 근본적인 예방책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차주들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자 완성차 제조사들이 나섰다. 과충전과 화재는 연관이 없다는 주장을 '기술적 근거'를 통해 소비자들을 이해시키고 있다. 현대자동차 등 제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에게 보이는 '100%'라는 충전량은 일부 여유 용량을 제외한 수치다. 즉 100% 충전이 되도 제조사가 안전을 위해 남겨놓은 충전량이 충분히 남아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배터리관리시스템(BMS)를 통해 충전량을 제어할 수 있으며 충전기를 꽂아두더라도 과충전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다행히 정부도 정책을 급히 수정했다. 지하주차장 주차 제한 권고를 풀고 스프링클러 등 화재 진압 장치 개선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진작에 나왔어야 할 대책이 수만명의 전기차주들의 억울함을 거쳐 나오게 된 것이다. 정부와 관계자들의 무지한 발언으로 전기차 차주들은 이미 정신적 피해를 겪었다. 내 집에 내 차를 제대로 댈 수도 없었으며 이웃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사는 처지가 돼버렸다. 전기차 차주는 죄가 없다. 보조금을 퍼주며 전기차를 사도록 유도한 곳은 정부다. 돈 보태주면서 사라고 할 때는 언제고 사고가 터지니 소비자의 과충전 때문이며 위험하니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빼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 슬쩍 정책만 바꾼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정부가 더 나서서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우고 전기차 차주들이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이슈&인사이트] 미국의 금리 인하 시작, 한은의 선택은?

4년 만에 미국이 드디어 금리를 내렸다. 2020년 코로나로 인한 경제 붕괴를 막기 위해 풀린 돈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따른 공급 사이드의 혼란으로 인플레가 나타나자 연준(FED)은 2022년 3월부터 지난 해 7월까지 사실상 0%였던 금리를 5.5%까지 올렸었다 그 후 1년 이상 동결된 금리는 인플레가 진정되어 인하의 여건이 조성되고 최근 고용 시장의 불안으로 인하의 요구가 많아지면서 이에 대한 화답으로 FED는 50bp 금리 인하를 하면서 FED의 이중임무인 고용 안정을 위한 조치를 취했다. FED는 이날 함께 공개한 금리전망 점도표(dot plot)에서도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4.4%로 낮아질 것이라 예상했고 2025년에는 3.25-3.5%, 2026년에는 2.75-3.0%로 금리를 예상했다. 금년 내로 0.5% 이상 금리를 추가로 내릴 전망이다. 연준회의(FOMC)가 열리기 전부터 과연 25bp 인하냐 아니면 50bp의 인하냐를 가지고 갑론을박 했지만 FED의 결론은 50bp(0.5%) 인하로 이제 미국 단기 금리는 4.75-5.00%가 되었다. 금리 인하 전에는 금리를 50bp 인하하는 건 고용 지표가 안 좋아 미국 경제가 리세션에 들어간 것을 FED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이기에 이는 오히려 주식시장에 나쁜 영향을 줄 거라 하였다. 그러니 이번에는 25bp만 내리고 11월에 열리는 FOMC에서 50bp를 내리는 시나리오를 월가는 예상하고 바랬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8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 대비 14만2000명 증가하는 것에 그쳐 전망치 16만1000명를 밑돌고 실업률까지 지난해 3.5%에서 4.2%로 증가하자 고용 시장의 문제가 회자되면서 다시 0.5% 금리 인하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다 지난 17일 발표된 미국 8월 소매판매지수가 시장 예상치(-0.2%)를 뛰어넘은 전년 대비 0.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면서 다시 0.25%포인트 인하로 여론이 돌아섰다. 하지만 FED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알려진 닉 티미라오스 기자가 0.5%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기사와 더불어 월요일 시카고 선물 시장의 FedWatch Tool 조사에서 50bp 인하가 될 거라는 여론 조사 수치가 63%까지 상승하면서 다시 빅컷의 기대감이 살아났다. 25bp와 50bp의 갑론을박 속에 결국 승자는 고용시장의 침체가 나타나니 이를 선제적으로 막기 위한 빅컷이었다. 아마도 2년 전 파월 의장이 인플레는 일시적(transitory)이라고 말했다가 비난을 받은 트라우마로 이번에는 과감하게 경기침체를 미연에 방지하고 고용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FED와 파월 의장의 의지의 표명이라고 생각한다. 연준 회의 후 파월의장은 기자 회견에서 미국 경제는 좋은 상태이고 경제 성장 또한 굳건하며 인플레는 하락하고 있다며 미 경기가 안 좋아 금리를 내린다는 시장의 우려를 해소하려고 하였다. 이에 부응하듯 금리 인하 발표 후 미 달러는 약세를 보였고 주식시장 또한 상승했으나 파월이 회견 말미에 금리 인하 속도는 시장의 바람처럼 빠르지 않을 수 있다는 말과 중립금리가 지금보다 높게 형성될 수 있다는 말로 인해 달러는 다시 상승하고 주식시장은 하락 마감하였다. 과연 50bp 인하가 FED의 말처럼 선제적 행동(proaction)이 될 수 있을지 그 결과는 앞으로 나오는 고용지표와 경제지표가 말해줄 거다. 그 지표에 따라 금리 인하의 속도와 폭도 정해질 테니까. 우리도 금리 인하의 시간이 왔다. 내수 부진으로 인해 금리 인하가 절실하지만 서울 부동산의 정책적 상승 여파로 개인의 부채 증가가 급증하는 이 때 금리 인하가 부동산 버블을 만드는 불쏘시개가 될 가능성음 높다. 이창용 한은 총재의 묘수를 기대한다. 최용

[EE칼럼] 미국 대선, 에너지 및 기후 쟁점과 한국의 대응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미국 대선이 불과 한 달 반 뒤로 다가왔다. 이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겠는데, 그 근소한 차이를 가를 주요 쟁점 중 하나가 바로 에너지와 기후변화 대응 관련 정책이다.우리 시간으로 9월 11일 오전에 방영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 양 후보 간의 TV 토론에서도 에너지 및 기후변화 대응 논의가 뜨겁게 진행되었다. 그 중에서도 셰일 가스 생산과 관련된 수압파쇄법, 즉 '프래킹(fracking)'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에 근거를 둔 전기차 보조금 관련 사안은 두 후보의 정치적 성향을 대조적으로 드러내는 핵심 사안으로 주목을 받았다. 우선 프래킹 관련된 문제는 이번 선거의 승부를 가를 경합주, 이른바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지역인 펜실베이니아주(州)와도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사안이다 보니, 필라델피아에서 진행된 이번 TV 토론 중에도 후보 간 팽팽한 신경전이 펼쳐졌다.트럼프는 줄곧 셰일 가스 생산을 장려해 왔으며, 이번 대선에서도 셰일 가스를 핵심 경제 성장 전략으로 다루고 있다. 프래킹을 통한 셰일 가스 생산은 미국의 에너지 자립에 기여했을 뿐 아니라 2022년 미국이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으로 부상하는 데 기여했으므로 재선에 성공한다면 프래킹 규제를 완화하고, 셰일 가스 생산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것이 그의 공약이다. 한편 해리스는 2019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만 하더라도 프래킹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이었기 때문에 '우(右) 클릭' 했다는 비판을 마주하고는 있지만, 이에 대해 전면적인 반대는 아니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 대응의 일환으로 환경 규제를 강화하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토론에서도 트럼프는 해리스가 당선되면 프래킹을 금지할 것이라고 거듭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 문제에 이렇게까지 두 후보가 신경전을 펼치고 있는 것은 프래킹을 비롯한 셰일 가스 생산이 펜실베이니아와 같은 지역에서 막대한 규모의 고용을 창출할 뿐 아니라 지역의 세수 및 예산과도 직접적 관련이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전기차 보조금에 관해서는 해리스가 훨씬 적극적이다. 그녀는 전기차 보조금을 확대하고, 미국 내 전기차 생산을 장려하는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이어받아 미국 내 전기차 제조업을 활성화하고, 관련 기술 혁신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미국의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을 망가뜨리고 중국에게만 이득을 가져다 줄 뿐이라고 비판하며, 본인이 당선된다면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물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정치적 지지를 얻으면서 전기차 자체에 대한 반대 입장에서는 한발 물러섰지만, 여전히 전기차를 주요 차종으로 삼아야 한다는 데에는 회의적이며, 보조금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안은 결국 또 다른 경합주에 해당하는 미시간주나 조지아주와도 깊은 관계가 있다. 미시간은 그야말로 미국 자동차 산업의 심장부다. 따라서 트럼프의 전기차 보조금 반대 입장은 미시간의 일부 노조 구성원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이미 포드나 제너럴 모터스(GM)도 전기차 전환을 위한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한편 조지아 같은 지역에는 현대차나 SK온과 같은 한국 기업들이 진출하여 배터리 공장을 세우고 있다. 조지아는 다른 지역에 비해서 기후 기술, 특히 전기차 관련 산업이 부흥하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양 후보의 정책적 차이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요컨대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셰일 가스 생산이 확대됨에 따라 글로벌 천연가스 시장의 안정성은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한국처럼 미국으로부터 천연가스를 대량으로 수입하는 국가들에게 유리한 상황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전기차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축소된다면 전기차 관련 투자와 기술 개발이 저해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는 한국의 관련 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반면, 해리스가 당선될 경우 프래킹 규제가 강화되면서 셰일 가스 생산이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한국은 대체 공급처 확보를 고심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기차 보조금 확대와 같은 기후기술 관련 산업 육성 정책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으며, 미국 내 한국 전기차 기업들의 사업 확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결국 누가 당선 되더라도 모든 분야가 다 수혜자가 되는 상황은 발생할 수 없으리라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 대선 결과 여하에 따라 대응 전략을 신속히 조정할 필요가 있다. 만약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한국은 미국으로부터의 천연가스 수입을 확대하여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동시에, 전기차 관련 투자를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십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해리스가 당선될 경우, 한국은 전기차 보조금 확대와 같은 정책을 활용하여 미국 내 전기차 시장에서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셰일 가스 생산 축소로 인한 천연가스 공급 불안에 대비하기 위한 대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정부의 기민한 대응과 민·관의 긴밀한 협조가 요구되는 시점이라 하겠다. 임은정

[기자의 눈] 인텔의 몰락, 삼성전자는 안녕하십니까

영국의 얼터너티브 록 밴드 '콜드 플레이'의 명곡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의 가사는 몰락한 왕이 화려했던 과거를 돌아보며 비참한 최후를 맞는 내용으로 구성돼있다. 이는 과거 '외계인을 고문해서 신제품을 만들어냈다'는 찬사를 받았던 미국 종합 반도체 기업(IDC) 인텔의 모습과 판박이다. 인텔은 개인용 컴퓨터(PC)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고, 코어 시리즈를 출시하며 AMD를 압도하며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했다. 당시 인텔은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세계 최고의 반도체 생산·설계 기술력을 자랑했다. 인텔은 PC 시장에서의 절대적인 점유율을 바탕으로 훨씬 많은 칩을 꾸준히 생산할 능력을 갖추고 있었고, 이는 최신 제조 공정 경쟁에서 경쟁 우위를 다져나갈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해왔다. 하지만 2007년 아이폰이 등장했고, '내 손 안의 PC'인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 시장이 급성장하는 동안 PC 시장은 정체기를 맞았고, 이와 동시에 인텔의 아성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인텔에는 과거의 찬란했던 유산들이 있어 타사 칩을 위탁 생산할 기회가 있었다. ARM 명령어 셋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칩을 설계해 판매했더라면 여전히 시장 내 인텔의 입지가 흔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인텔은 자체 설계한 x86 아키텍처 칩으로 모바일 시장에 뛰어드는 최악의 수를 뒀고, ARM 아키텍처 대비 성능과 전성비 면에서 모두 처참히 깨지는 모습을 보였다. 또 인텔 제국을 확실히 나락으로 보내버린 6대 최고 경영자(CEO) 브라이언 크르자니크는 6년의 재임 기간 중 원가 절감을 통한 단기 성과에 집착하며 2016년에는 전체 인력의 10%에 해당하는 1만2000명을 해고했다. 해고 인력 대부분은 연구·개발(R&D) 부서원이었고, 이들은 경쟁사로 이직해 인텔은 기술력 격차·규모의 경제 2개의 해자를 모두 상실했다. TSMC와 AMD는 엄청난 반사 이익을 보며 인텔을 제쳤다. 앞으로도 인텔의 미래는 밝지 않다. ARM 아키텍처가 PC 시장에 침투하기 시작했고, 퀄컴도 이를 기반으로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또 서버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잃어가고 있고, 고부가가치가 기대되는 AI 서버 영역에서도 인텔이 잘 만드는 중앙 처리 장치(CPU)가 아니라 그래픽 처리 장치(GPU)에 집중돼있다는 점도 악재다. 팻 겔싱어 인텔 CEO는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타사 칩도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천명했지만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다. '규모의 경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TSMC도 채택한 전략이어서 이제는 오히려 인텔이 넘어야 할 벽이 돼버렸고, 야심차게 추진했던 1.8나노(18A) 공정은 브로드컴의 반도체 제조 테스트에서 실패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인텔의 몰락이 삼성전자에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은 첨단 기술 패권 다툼으로 번졌고, 삼성전자는 '칩4 동맹'의 질서 속에서도 줄타기를 하며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형국이다. 이 가운데 인공 지능(AI)·그래픽 처리·데이터 센터 등의 필수 요소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분야에서는 SK하이닉스에 뒤졌고, D램과 낸드 플래시 분야에서는 거센 도전을 받고 있어 과거의 삼성전자가 아니라는 비평도 쏟아진다.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해체한 HBM 전담 부서는 전영현 부회장이 부랴부랴 부활시키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초격차'에서 '추격자'가 됐다는 말이 뼈 아프게 들리는 이유다. 삼성전자는 생존을 위해 혁신 기술 개발과 투자 확대에 있고, 무엇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변화 속에서 방향성을 잃지 않고 추진해 나가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로 반도체 사업 50주년을 맞는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분야에 업계 최초로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 기술을 도입했고, 3나노 공정에서 시장을 선도할 경쟁 우위를 확보해 TSMC에 열세인 상황 역전극을 모색하고 있다. 파운드리가 걸음마 단계라서 TSMC에 밀리는 건 사실이지만 이를 당연시 해서는 안 된다. '칩워'의 저자 크리스 밀러는 “관료제에 가까운 인텔은 무엇이 잘못됐는지 설명하려는 노력 조차 기울이지 않아 혁신과 멀어졌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삼성전자 경영진은 인텔로부터 무슨 교훈을 얻었는가.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이슈&인사이트] 물산업 신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해야...내년 세계 물산업 규모 1천조원

물은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자원으로, 모든 생태계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급격한 인구 증가, 기후 변화, 그리고 산업화의 영향으로 물 자원에 대한 압박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물산업 또는 수(水)처리산업(water industry)은 우리에게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한다. 물산업의 도전은 물 부족과 수질 오염이다. 세계 인구가 2050년까지 97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물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농업, 산업, 생활용수 등 모든 분야에서 물 소비량이 증가함에 따라 물 부족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특히, 기후 변화로 인한 가뭄과 홍수는 물 자원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수질 오염도 문제다. 산업 폐수, 농업에서의 화학물질 사용, 도시의 하수 등이 물을 오염시키고 있으며, 이는 생태계와 인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깨끗한 물의 확보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수처리 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도전 속에서도 물산업은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첫째, 기술 혁신을 통한 수처리 기술의 발전이다. 나노기술(NT),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의 첨단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수처리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으며, 이는 오염 물질 제거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또한, 물의 재이용 기술 역시 발전하고 있어, 기존의 물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둘째는 새로운 시장의 개척이다. 기후 변화로 인해 물 자원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물의 확보와 관리가 핵심 과제가 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물산업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안정적인 물 공급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며, 이는 물산업에 큰 성장 잠재력을 제공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수처리 관련 산업 시장 규모는 2010년 4,828억달러(약 527조원)에서 2025년에는 8,650억달러(약 944조원)에 이를 전망이다(영국 GWI 보고서). 지구상에서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물은 전체 물의 1% 이하이기 때문에 하폐수 재활용이나 해수 담수화 같은 수처리 관련 산업은 '블루 골드(blue gold)'로 각광받고 있다. 해당 분야 최선두 기업은 100여년 전 수자원 관리를 민영화한 프랑스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성장한 프랑스의 베올리아와 수에즈이다. 1억 2,500만명에게 물을 공급하고 있는 세계 1위 베올리아(Veolia)의 2023년 매출액은 450억유로(약 66조원)에 달한다. 글로벌 물산업도 급속한 성장과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나라 물산업도 세계 8위 수준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 첫째, 글로벌 복합기업의 참여와 신흥 물 메이저 기업의 출현으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즉 우리 기업들에게 기술 혁신과 경쟁력 강화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둘째, 에너지 문제, 기후변화, 탄소중립 등 글로벌 이슈들이 물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대목이다. 우리 물산업이 단순히 물 처리를 넘어 환경 전반을 고려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셋째, 기술의 진보, 특히 AI의 도입은 물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하수 슬러지 처리 및 자원화 연구는 산업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 이러한 도전과 기회 속에서 우리 물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기술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 글로벌 이슈에 대한 선제적 대응, 그리고 AI 등 첨단 기술의 적극적 도입이다. 특히 분리막 기술과 같은 핵심 기술의 발전은 시장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물은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자원이다. 우리 물산업이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고 기회를 포착한다면, 글로벌 물산업의 중심에 서는 것은 물론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수년전부터 인공지능(AI)과 기후테크를 국가가 집중 육성해야 할 신성장동력으로 강조했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AI와 기후테크를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필자는 AI와 기후테크에 이어 물산업을 우라나라의 세 번째 신성장동력으로 채택할 것을 강력하게 제안한다. 국내에서는 4대강과 저수지 및 공장폐수 등 수처리에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효과는 기대는 못미치고 문제점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물산업이 세계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현장 점검을 통한 문제점 해결과 중장기 발전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 문형남

[EE칼럼] 덴마크 해상풍력 역사로 본 우리의 과제

덴마크는 풍력의 나라이다. 2023년에 전체 전력의 약 58%를 풍력발전으로 생산했다. 전체 민간부문 일자리의 약 2.3%가 풍력 산업 공급망에 속해 있다. 풍력발전 비중을 더욱 확대하여 2035년까지 최대 84%까지 증가시킬 계획이다. 폴 라쿠르(Poul la Cour)는 덴마크 풍력발전의 선구자이자, 계몽운동을 이끈 인물이다. 1891년에 풍력 터빈을 제작하여 전기를 생산했으며, 풍력을 활용하여 농업을 기계화하고 난방과 조명을 개선하고자 했다. 1918년에 약 2~3만개의 덴마크 농장에서 펌프, 전기톱, 분쇄기, 탈곡기 등을 구동하기 위해 소형 풍력 터빈을 사용했다. 2차 세계대전 동안에 에너지 부족을 경험한 덴마크는 중앙집중식 전기 생산을 위해 석탄 수입을 우선시했다. 그러나 동유럽에서의 석탄 수입은 불안정했고 서유럽의 석탄은 비쌌다. 당시 풍력으로 생산한 전기가 석탄이나 석유로 생산한 전기보다 두 배나 비쌌기 때문에 풍력발전이 관심을 끌지 못했다.1963년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 출간되면서 환경의식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석유는 저렴하고 풍부하며 운송이 쉬워서 주력 에너지원이 되었다. 이런 가운데 1970년대의 오일 쇼크는 충격이었다. 경제는 악화되고, 실업률이 치솟았다. 덴마크에서는 풍력발전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졌다. 1970년대에 덴마크는 초기 단계에 있던 풍력 산업을 지원하는 여러 조치를 시행했다. 1976년에 풍력발전에 대한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도입했고, 덴마크 시험센터에서 인증받은 풍력 터빈에 대해 30%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1979년에는 당시만 해도 작은 회사였던 베스타스가 풍력 터빈을 대량 생산하기 시작했다. 유구한 협동조합 역사를 기반으로 풍력발전 협동조합이 조직되었으며, 전국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1990년대 후반 덴마크에 있는 6,300기의 풍력 터빈 대부분은 협동조합과 개인 소유였다. 풍력 터빈의 높이가 100미터가 넘고 단지 규모가 커지면서 기술적, 법적 복잡성이 증가했다. 투자 규모와 리스크도 커졌다. 협동조합의 역할은 점차 줄어들었다. 역사적으로 덴마크 국민은 풍력발전 단지와 터빈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점차 육상풍력발전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단체가 조직되었고, 풍력발전 단지에 대한 저항 소식이 뉴스에 자주 등장했다. 육상풍력 단지가 반대에 부딪히면서, 해상풍력 산업이 성장했다. 1987년에 해상풍력발전위원회가 설립됐다. 1991년에 세계 최초의 해상풍력 단지인 빈더비(4.95MW)가 설치되었다. 2010년에는 앤홀트(400MW) 단지가 운전을 시작했다. 에스비에르항과 같은 배후항만 조성과 전력망 연결 지원도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우리나라도 환경과 수용성 문제로 육상풍력 확대에 어려움이 많다. 해양플랜트, 조선, 철강, 해저케이블 등의 제조업이 발달한 우리에게 해상풍력은 새로운 기회이다. 국내에는 124.5MW의 해상풍력이 설치되어 있다. 공사가 진행 중인 제주 한림해상풍력(100MW)과 전남해상풍력(99MW) 단지가 준공되면 올 연말에는 323MW로 늘어난다. 2023년에 해상풍력을 대상으로 입찰을 처음으로 실시하여 5개 단지 1,431MW가 낙찰되었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 따르면 2038년 풍력발전은 40.7GW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해상풍력 산업계에서는 투자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중장기 입찰 물량 제시를 요청했는데, 최근 정부에서 로드맵을 발표했다. 2024~2026년까지 7~8GW를 입찰한다. 차세대 산업인 부유식 해상풍력에 대해 별도로 전망을 제시하고 입찰시장을 신설한다는 내용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비가격지표 배점을 확대하고, 거점·유지보수, 안보·공공역할 측면도 평가에 추가로 반영한다는 내용은 에너지안보와 지역산업 육성,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덴마크 사례를 봤을 때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분야도 있다. 배후항만, 전력망과 같은 인프라 구축이 적기에 이루어져야 한다. 4차 항만기본계획(2021~2030년)에 해상풍력 관련 내용이 거의 포함되지 않아 항만 미비로 인한 차질이 예상된다. 전력망의 경우, 미국도 2030년까지 30GW의 해상풍력 설치를 위해 멕시코만과 대서양 지역의 전력망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해상풍력 공급망 산업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여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올해 제정된 자원안보특별법을 활용하여 해상풍력의 공급망 취약점을 분석하고 생산기반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해상풍력 사업이 29GW 이상에 달한다. 해상풍력을 통해 우리 산업이 성장하고 기후위기에도 슬기롭게 대응하기를 기대한다.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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