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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日 오염수 방류문제, 과학적 논리만큼 정치적 설득도 중요

올해 여름도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 느낌이다. 각자 계절이 바뀌었다고 느낄 만한 일상의 변화들이 다르겠지만 그중에서도 ‘여름이 왔다’고 가장 체감할 수 있는 건 더위와 모기소리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매일 지나는 거리를 걷는데 유난히 땀이 많이 나거나 한밤 중 ‘윙’ 하는 소리 때문에 단잠에서 깨어난다면 여름이 시작된 거다. 더위와 모기소리, 불청객이 따로 없다. 물론 이게 없으면 여름이 아니겠지만 말이다. 더위와 모기소리로 짜증이 점점 솟구치는 올해 여름 우리에게 또 다른 불청객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하기로 한 일본 정부는 오염수 방류 설비 시운전을 시작했다. 최근 후쿠시마 근해에서 기준치 이상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우럭 등이 발견됐다. 다시 오염수 방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그렇다고 다른 나라 정부의 결정을 강제로 번복시킬 권한은 없다. 이런 딜레마 상황에서 필요한 건 정치권의 설득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 활동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빠진 요소도 바로 설득이다. 설득의 기본은 공감이다.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상대방을 설득할 때 상대방의 의견을 공감해주는 것으로 시작해 내 의견을 공감시키는 게 기초 작업이다. 이런 소통 과정을 거치면 아무리 팽팽하게 대립했던 의견일지라도 서로 한 발씩 양보하면서 맞춰가는 첫걸음을 뗄 수 있다. 시찰단을 두고 비판이 잇따르는 이유는 이 과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시기가 다가오면서 커져가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고자 일본 현지에 시찰단을 파견보내기로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제약이 많았던 시찰단의 활동부터 공감이 가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시료 채취를 할 수 없었고 민간 전문가도 포함되지 않았다. 현장을 방문한다고 해도 시찰단이 주도적으로 오염수 농도를 측정할 수 없었다. 시찰단은 단장인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을 포함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소속 전문가 19명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소속 해양환경 방사능 전문가 1명 등으로만 구성됐다. 국민들은 제한된 시찰 활동으로 마련된 시찰단의 보고 결과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 보고서로만 판단할 수 밖에 없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정부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시찰단 파견에 대해 ‘도움이 될 것’(40%)보다 ‘도움이 되지 않을 것’(53%)이라는 응답이 많기도 했다. ‘왜 시찰을 갔는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것이다. 공감이 어설프니 설득도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정부에서 준비한 근거 자료들이 국민들을 설득할 만큼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일본과 가까운 해역에 우리 정부 자체적으로 오염농도를 측정할 시스템을 마련한다는 등의 ‘막을 수 없다면 우리 땅에서 만큼은 철저하게 감시하겠다’는 배짱이라도 부려야 한다는 말이다. 정치는 과학과 다르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과학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를 떠나 지금의 정치권은 국민을 어설프게 설득하려고 한다. 국민들이 왜 불안해 하는지,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왜 충돌하는 지 그 핵심을 파악해 명확히 알린 뒤 정보의 이해도와 공감대를 높이고 정치·외교적으로 설득을 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claudia@ekn.krclip20230612121552

[EE칼럼]배보다 배꼽이 더 큰 분산형 에너지

국회가 지난달 25일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을 통과시켰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미래의 ‘무탄소 전원’으로 알려진 소형모듈원자로(SMR)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여당이 태양광·풍력 등의 재생에너지 확대를 요구하는 야당과 모처럼 뜻을 모든 결과다. 특별법은 기존의 중앙집중형 발전소 건설과 장거리 송전망 구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을 극복하는 것이 목표다. 발전소 인근 주민들에게 전기요금을 깎아주는 지역별 전기요금제도 가능해진다. 인류가 전기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고작 한 세기가 조금 넘었다. 그런데 벌써 전기 없는 세상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형편이 됐다. 영국이 어디에는 지천으로 널려있는 석탄을 활용해서 산업혁명을 일으키기까지 500년 이상의 세월이 필요했던 사실을 고려하면 정말 놀라운 일이다. 더욱이 전기는 초지능·초연결의 미래 사회를 실현하고,전 지구적 과제로 자리 잡은 기후 위기 극복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에너지다. 그런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가 사회적으로는 아무도 반기지 않는 혐오시설이다. 환경을 오염시키고 사고의 위험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력·화력·원자력이 모두 그렇다. 그렇다고 전기를 포기할 수도 없는 인류가 선택한 해결책이 바로 중앙집중형 전원이다. 발전소의 규모를 키워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것이다.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지역에 대규모 발전소를 세우면 오염 해소와 사고 대응에 필요한 사회적 비용도 줄어든다. 그런데 인구가 늘어나면서 사정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전력의 생산과 소비를 분리할 수 있도록 해주는 대규모 송전탑의 구축이 불가능할 정도로 어려워졌다. 2005년에 시작된 밀양 송전탑 반대 운동이 대표적인 예다. 겉으로는 송전선로에 흐르는 초고압 전류에 의한 위해성을 걱정하지만, 사실은 일방적으로 전기의 혜택을 독점하는 대도시에 대한 거부감이 표출된 것이다. 그런 거부감을 무작정 지역이기주의라고 탓 할 수만도 없다. 결국 이제는 발전소를 짓는 일보다 발전소에 생산한 전기를 소비자에게 공급해주는 ‘계통연결’이 훨씬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분산형 전원은 이런 난제를 말끔하게 해결할 대안으로 등장했다. 그런데 세상에는 공짜가 없는 법이다. 대규모 중앙집중형 전원을 지역으로 분산시키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뜻이다. 그동안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에 참여해왔던 에너지정책 전문가들이 애써 숨겨왔던 분산형 전원의 민낯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 최근 산업부가 확정한 제10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따르면 한국전력이 2036년까지 무려 56조5000억 원의 시설투자를 해야 한다. 맹목적인 탈원전을 밀어붙였던 지난 정부가 2021년에 밝혔던 제9차 계획(29조3000억 원)의 2배에 가까운 엄청난 규모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데이터센터와 전기차에 필요한 전력 수요를 무시해버린 결과다. 올해 초에 산업부가 확정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4년의 최대전력수요는 116.2GW가 아니라 126GW로 늘어난다. 이를 위해서는 앞으로 10년 동안 원전 10기에 해당하는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해야 한다. 물론 그에 따른 송·변전 설비도 추가로 갖춰야 한다. 설비를 갖추는 것은 시작일 뿐이다. 구축해놓은 송·변전 설비의 운용에 소요되는 비용 문제도 심각하다. 한전이 감당해야 하는 운용비용은 설비의 사용효율에 반비례한다. 효율이 떨어지면 설비운용비용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분산형 전원인 태양광·풍력의 하루 가동시간은 연평균 3시간을 넘지 못한다. 그마저도 계절과 날씨에 따라 널 뛰듯 출렁거린다. 제주와 호남에서 태양광·풍력으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공급해주는 해저 초고압직류송전선로(HVDC)의 경우에는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제정신을 가진 민간 사업자라면 절대 투자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아직도 망국적인 탈 원전의 망령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산업통상자원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분산에너지 특별법 제정으로 재생에너지에 관심을 가질 대규모 투자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온전한 착각이다. 산업부가 계통의 안정성을 핑계로 아무 보상도 없이 무작정 밀어붙인 ‘출력제한 제도’는 힘없는 영세 사업자에게나 가능한 것이다. 분산형 전원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한전의 관리 능력에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최첨단 송배전 관리도 최소한의 전문성이나 사회적 책무성조차 기대할 수 없는 수많은 영세 사업자로 구성되는 분산형 시스템에서는 기술적으로도 무용지물이 될 수 밖에 없다. 간헐성·변동성 극복을 위한 현실적 대안을 찾지 못한 재생에너지의 경우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분산형은 아직도 많은 투자와 노력이 필요한 미래 기술이다.이덕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이슈&인사이트]선관위 사태의 진정한 의미

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갈수록 태산이다.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의 자녀 경력 채용과 관련한 특혜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본질적으로 비뚤어진 자식 사랑이 만들어낸 탈선이지만 그들이 가장 공정해야 할 선거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공직자들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를 바라봐야 한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구로 그 독립성과 공정성 유지를 위해 사법부 법관들을 위원장이나 위원으로 위촉했고, 그들이 당연히 법률과 상식에 따라 업무를 공정하게 처리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그들은 국민의 믿음을 철저히 배신했다. 시간이 갈수록 증폭되는 불공정 경력 채용 의혹은 물론이고, 선관위 직원들이 선거 때만 되면 대거 휴직했다는 것에는 아연실색하게 한다. 채용 과정은 이미 많은 언론에 보도돼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지만, 한마디로 불공정과 불의(不義) 그 자체다. 이 정도면 선관위원 전원이 즉각 사퇴하고 감사원 감사는 물론 전국의 선관위 조직 전체에 대한 수사에 착수해 과거의 모든 채용 과정에 대한 공정성 여부를 낱낱이 따져야 한다. 그런데도 선관위는 수사 대상인 사무총장과 차장 외에는 단 한 명도 이 사태에 대한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난 사람이 없다. 감사원 감사도 거부하다가 여론에 떠밀려 제한적으로 받겠다고 나섰다니 범죄자가 수사를 거부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선관위원으로 위촉된 그 많은 법관들의 공정성과 사회 정의에 대한 의식이 이 정도라면 국민은 그들에게 더 이상 선거관리라는 중책을 맡길 수 없다. 선관위 자녀 채용 의혹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공정과 특권의식의 연장선에서 바라봐야 전체 모습이 보인다. 문재인 정부 때의 조국 사태를 보자. 조국 부부는 자식의 대학입시에 필요한 소위 스펙을 쌓기 위해 수많은 비상식적 행위를 했고, 그 상당수는 이미 법원 판결을 통해 위법성이 입증됐다. 미국 대학에서 공부하는 자식의 시험도 대리로 쳤다니 그 부성애는 알아주어야겠다. 문제는 유죄판결과 재판이 진행 중인데도 그들은 전혀 잘못했다고 생각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식을 사랑한 죄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조국 부부의 진정한 죄는 사회지도층 인사로서 다른 사람들의 모범이 되어야 함에도 오히려 사기와 거짓말, 각종 문서 위조 등 불법행위로 사익을 취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불공정과 불의를 만연하게 만들었고 국민의 불신을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조국만이 아니다. 추미애는 군 생활 중인 자식의 편의를 위해 압력을 행사했고, 정치자금을 가족들의 식사에 썼으면서도 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 아니 사법고시를 패스할 정도의 머리로 솔직히 그것을 모를 리가 있겠는가. 그냥 잘못한 것이 없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을 뿐이다. 민주당 인사들만이 아니다. 과거를 살펴보면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런저런 이유로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해 자식들의 취업을 도운 사례가 얼마든지 있다. 정치인만 그런 것이 아니다. 자식 취직을 위해 애쓰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나. 그래서 우리 사회에 부모찬스가 만연한 것이 사실이고, 부모가 힘과 능력이 없어 차별받는 젊은이들이 불만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또 그들의 부모들이 "미안하다, 아빠가 조국이 아니라서"라고 회한을 갖는 것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사회지도층 인사들은 자신이 성취한 결과에 따라 그 자리에 간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그로 인해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한 재력이나 권력을 갖게 된다. 정치나 경제, 사회의 주요 인사들은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높은 윤리와 도덕 수준을 요구받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런데도 대다수 고위층 인사들은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자신에게 허용된 권한과 권력으로 사익을 추구함으로써 공동체 유지에 꼭 필요한 공정과 정의, 자유로운 경쟁의 원칙을 훼손한다. 선관위 사태를 놓고 서로 잘못과 책임을 전가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면 그것은 이 사태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 뿐이다. 그보다는 우리 모두 함께 정의와 공정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발전하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기자의 눈] 재생에너지 가동중단 보상 준비됐나, 덴마크서도 논란 대상

태양광 사업자들이 전력당국의 재생에너지 가동중단(출력제어) 조치에 반발해 지난 8일 광주지방법원에 출력제어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태양광 협회들은 재생에너지 출력제어에 대해 전력당국이 보상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를 보상하는 문제를 논하는 데 앞서 과연 전력시스템은 보상할 충분한 여건을 갖췄는지 의문이다. 사단법인 ‘에너지전환포럼’이 지난달에 덴마크 전력당국 관계자들을 초청해 진행한 ‘덴마크 출력조절에 대한 보상정책’ 토론회에서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를 보상하는 건 전력공급량이 수요량보다 많으면 전력가격이 빠르게 하락하는 제도를 갖춰야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당시 덴마크 전력당국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출력제어에 대해서 보상하고 있지만 출력제어를 할 정도면 발전량이 넘치기 때문에 전력가격이 크게 하락한다"고 설명했다.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를 보상할 때 그리 비싼 전력가격으로 보상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심지어 그는 전기를 팔면 오히려 돈을 내야 하는 마이너스 가격도 덴마크 전력시장에서 나타난다고 말했다. 덴마크는 수요와 공급으로 움직이는 시장논리에 따라 실시간으로 전력가격이 결정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덴마크의 전력시장은 다르다. 우리나라는 전날 전력수요량을 예측해서 발전사업자를 대상으로 필요한 전력량만큼 입찰을 진행한다. 가격은 입찰한 발전원 중 연료비가 가장 비싼 발전원을 기준으로 정한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전력가격대로 재생에너지 출력제어를 보상하면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2036년에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보상으로 해마다 1조6808억원이 필요하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그럼에도 태양광 사업자들이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조치를 영업중단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반발하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대상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 못한 사업자는 억울하다며 출력제어를 해야 하는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요구도 타당해 보인다. 덴마크에서도 재생에너지 출력제어가 억울한 사업자는 있을 테다. 덴마크 전력당국 관계자에게 출력제어 보상액에 대한 논란이 있냐고 묻자 그는 "덴마크에서도 빠르게 전력망을 연결해준 사업자에게 출력제어 대한 보상을 얼마나 해줘야 하는지 논란이 있으며 현재 제도를 설계 중"이라고 답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덴마크의 전력시장과 비슷한 재생에너지 발전량 입찰제도가 하반기에 제주도에서 시작돼 곧 육지로 확대된다. 재생에너지 출력제어 보상문제는 새로운 재생에너지 시장이 자리잡아야 논의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wonhee4544@ekn.kr이원희(증명사진)

[EE칼럼]진정한 ESG 금융 활성화를 위한 트리거

최근 ESG 금융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해 말 정부 부처 합동으로 ESG 고도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ESG 공시와 채권발행 인프라 구축과 함께 일관되고 신뢰 가능한 ESG 평가를 위한 가이던스 운영 계획이 수립됐다. 환경부는 환경 분야의 그린워싱(greenwashing) 방지 및 녹색금융 확대를 위해 녹색분류체계를 개정,공표했다 ESG 금융 제도화가 급물살을 타면서 필자가 15년 전 이명박 정부 때부터 지켜보며 연구해 온 녹색금융이 드디어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감개무량하다. 당시에는 탄소금융, 지속금융, 녹색금융, 기후금융, 환경금융 등 정의도 범위도 알 수 없는 개념들이 난무했고 정작 중요한 실제 시장의 존재 자체가 없었다. 과거에 ESG 금융으로 소개된 금융은 정부의 세제 혜택이나 바라는, 즉 수익성에 기반을 두지 못해 스스로 자리잡지 못하는 금융방식이었다.‘ 지속 가능 경제’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떠받치는 금융수단은 고사하고, 그 금융의 방식 자체도 지속 가능하지 못한 채 15년을 허송했다. 가장 이상적인 ESG 금융의 발전 방식이라면 실물시장을 기반으로 파생된 금융 수요가 스스로 성장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ESG 금융은 그렇지 못했다.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 환경(Environmental) 외의 분야는 소액주주권리 찾기 운동, 부실채권 조정, 자산건전성 강화 명분 등으로 일찍이 시장의 주목을 받고 관련 자금수요가 존재했다. 하지만 환경 분야는 그렇지 못했다. 불과 3년 전부터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국제금융협의체인 NGFS(Network for Greening the Financial System) 에 가입하며 기후 및 환경 관련 금융리스크 관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국내에서도 기후변화가 거시경제 및 금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본격적인 분석이이뤄졌다. EU 등에서 비재무정보 공개지침(NFRD· Non-Financial Reporting Directive)을 통해 ESG 공시 확대를 적용해온 것처럼 한국에서도 국제회계기준(IFRS)을 중심으로 표준화되고 있는 ESG공시를 피할 수 없는 선택인 상황이다. 다만, 에너지·환경 실물시장과 금융 모두를 다뤄온 필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ESG 금융의 성장이 실물시장과는 괴리돼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스스로 살아남지 못하는 ESG 금융의 급발진은 15년 전의 녹색금융 논의가 그러했듯이 지속가능성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배출권거래제 아래서 규제를 받는 산업부문과 신재생에너지 의무화제도 아래서 매년 엄청난 의무비율을 감당해야 하는 발전사들이 이런 ESG 금융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전의 100% 자회사인 발전공기업들은 상장사가 아니어서 공시 대상도 아니다. 민간발전사라 하더라도 현재 사후적인 전력생산비용 정산 과정으로 묶여 있는 이들이 ESG 금융이란 젖줄이 적용 가능한지도 모른다. 차라리 에너지공단에서 제공하는 관 주도 금융지원사업이 훨씬 심플하고 구미에 당길 것이다. 민간참여가 없어 규모는 초라하지만 말이다. 또 투자의 주체인 산업계가 아닌 금융계 입장에서는 자금 확보 차원에서 녹색채권 발행 수요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채권발행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애초 의도했던 대로 대출에 나선다는 보장도 없고,녹색채권 발행 절차도 까다로워 그럴 바엔 번거롭지도 않은 일반 은행채, 회사채 등으로 발길 돌릴 것으로 보인다. 물론 추세를 봐야 하겠지만 이대로라면 E(환경)의 비중이 클 수 밖에 없는 ESG 금융도 수년 안에 유행 지난 도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ESG 금융을 다루는 부처가 다 다르기 때문에 이런 괴리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ESG 금융에 대한 기업들의 피로도를 줄임과 동시에 ESG 금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려면, 어떠한 방식으로든 부처간 조율이 필요하다. 돈은 식물에 주는 물과 같다. 굳은 땅에 갑자기 물을 줘봐야 흡수할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헛수고다. ESG 금융이 한때 유행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실물시장 및 금융시장이 동시에 제도적 정비와 함께 자금 수요와 공급의 매칭이 잘 이뤄지도록 해야한다. 그렇게해도 과거 녹색금융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는다면 아직 많이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다.유종민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미중 반도체 전쟁, 한국의 선택은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요약> 미·중 반도체 전쟁의 불똥이 한국으로 튀었다. 주한 중국 대사의 ‘도발적인 언행’이 논란을 불렀다. 당장 마이크론 이슈가 코앞에 닥쳤다. 단기적으론 미국과 한 배를 타는 게 현명해 보인다. 장기적으론 중국의 반도체 굴기 전략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관건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반도체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그래야 국익을 지킬 수 있다. 미·중 패권 경쟁, 특히 반도체 전쟁이 한·중 갈등으로 번졌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는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듣는 자리에서 "일각에서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베팅을 하고 있다"며 "단언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외교관이 한 말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직설적이다. 중국이 핵심이익으로 여기는 대만 문제에서도 한국은 미국 편에 섰다. 중국 외교부는 9일 "현재 중한 관계는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며 싱 대사를 두둔했다. 한국 외교부는 즉각 반응했다. 9일 외교부는 "장호진 1차관이 싱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초치해 싱 대사의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비상식적이고 도발적인 언행에 엄중 경고하고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집권 국민의힘은 9일 더 격한 반응을 보였다. 김기현 대표는 특히 이 대표를 겨냥해 "싱 대사가 작심한 듯 대한민국 정부를 비판하는데도 이 대표는 짝짜꿍하고 백댄서를 자처했다"며 "교지를 받들듯 고분고분 듣고만 있었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청나라의 위안스카이처럼 막말" "오만의 극치" "삼전도의 굴욕" "겁박, 훈수, 조공" 이란 말까지 나왔다.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G2 패권 경쟁을 승리로 이끌 비장의 카드로 반도체를 꺼냈다. 반도체는 산업 경쟁력은 물론 국가 안보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지 오래다. 한국은 반도체 강국이다. 싫든 좋든 미·중 패권 다툼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싱하이밍 논란’은 그 전초전이다. 당장 코앞에 마이크론 이슈가 닥쳤다. 한국은 어떤 길을 가야 할까?◇ G2 반도체 전쟁바이든 대통령은 전임 트럼프 대통령과 스타일이 딴판이지만 한가지는 똑같다. 바로 중국 때리기다. 지난해 8월 바이든 대통령은 이른바 칩스법(CHIPS Act)에 서명했다. 미국 반도체 산업 중흥이 목표다. 이어 10월엔 대중 반도체 통제 조치를 발표했다.사실 미국 반도체 산업은 지금도 세계 최강이다. 바이든은 한발 더 나아가 중국이 첨단 반도체 기술에 접근하는 통로를 아예 막으려 한다. 동시에 한국, 일본, 대만, 네덜란드 등 동맹에게도 동참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지난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도 초청국 정상으로 참석했다. G7 공동성명은 대중 경고문구로 가득 찼다. 그 직후 중국은 반격의 포문을 열었다. 미국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의 제품 구입을 금지했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세계 3위 메모리 기업이다. 2022년 기준 마이크론 전체 매출에서 중국 시장은 11%가량을 차지한다. ◇ 한국에 불똥마이크론 퇴출은 곧장 한국으로 불똥이 튀었다. 마이크 갤러거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은 5월 23일 성명을 내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의 빈자리를 채워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이어 6월 2일엔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원장과 갤러거 위원장이 합동으로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일본과 한국 기업들이 마이크론 시장점유율을 가져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 6월1일 로버트 앳킨슨 정보기술혁신재단(ITIF) 회장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대담에서 "중국이 우리를 응징하는 상황을 한국 기업들이 이용하면 한·미 간에 신뢰를 무너뜨려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SK하이닉스는 우시에 D램 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다. 반면 중국은 어떻게든 한국을 미국에서 떼어놓으려 애를 썼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5월 26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무역장관 회의에서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을 만났다. 회동이 끝난 뒤 중국 측은 "양측은 반도체 산업망과 공급망 영역에서의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는 데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물론 한국 측 설명은 결이 다르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5월 29일자 칼럼에서 한·중 양국이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려면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마이크론) 구멍을 메워주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딜레마에 빠진 한국한국 정부는 마이크론 이슈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5월23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마이크론 제재로 인한 공백을 한국 기업들이 메울 수 있다는 신호를 한국이 보냈다"라고 보도했다. 산업부는 곧바로 이를 부인했다. 산업부는 "정부는 현재 (마이크론 제재) 관련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며, 이에 관한 우리 정부의 전망 및 대응계획에 대해서는 밝힌 바 없다"고 말했다.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주목할 만하다. 윤 대통령은 8일 ‘반도체 국가전략회의’에서 "반도체 전쟁은 단순한 경쟁이 아니라 산업 전쟁이며 국가 총력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지정학적 이슈가 기업들의 가장 큰 경영 리스크가 되고 있다"며 "이는 기업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고,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긴밀한 소통을 통해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우방국과 협력 강화’는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공조에 동참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윤 대통령이 전략회의를 주재한 날 싱하이밍 대사의 문제 발언이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 지금은 미국과 한 배 타는 게 국익에 부합우리 앞에 놓인 선택지는 단기와 장기로 나눌 수 있다. 우선 단기적으로 보면 한국은 미국 편에 서는 게 유리하다. 미국은 군사, 경제 모두 세계 최강이다. 이같은 지위는 꽤 오랫동안, 적어도 10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반도체 종합경쟁력도 미국이 압도적인 1위다.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대만이 로직 칩(시스템 반도체) 생산에서 선두를 달리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반도체는 생산 못지 않게 설계, 설계용 소프트웨어, 장비 기술력이 중요하다. 인공지능(AI) 시대의 총아로 떠오른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설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다만 생산만 대만 TSMC에 위탁할 뿐이다.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는 세계 1위 장비업체로 꼽힌다. 퀄컴이 설계하는 통신용 칩은 스마트폰 시대를 활짝 연 일등공신이다. 인텔과 마이크론도 건재하다. 크리스 밀러 미 터프츠대 교수는 "미국이 만드는 장비 없이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칩워’).미국은 설사 우방이라도 반도체 1위 자리를 넘겨줄 생각이 없다. 1980년대 일본 반도체 산업이 미국을 능가했다. 당시 모리타 아키오 소니 회장은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란 책을 써서 미국을 격분시켰다. 미국과 일본 사이가 벌어진 틈을 한국과 대만이 파고 들었다. 미국은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이 메모리, 대만이 로직 칩 생산대국으로 성장하는 걸 간섭하지 않았다. 예나 지금이나 세계 반도체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건 미국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향후 중국 공장을 업그레이드하려면 미국산 장비를 들여오는 게 필수다. 국내 공장도 마찬가지다. 현재로선 미국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국익에도 부합한다. 마이크론 공백을 한국 기업이 메우지 말라는 요구는 수용이 바람직해 보인다.장기적으론 중국의 반도체 경쟁력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성장할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제조 2025 전략’에 따라 첨단 기술 육성에 온힘을 쏟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반도체 굴기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얼마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만약 (중국이) 미국에서 (반도체를) 살 수 없다면 그들은 스스로 그걸 만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회장도 대중 디커플링 전략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디커플링은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배척하는 것을 말한다.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22년 12월 보고서에서 "중국이 오는 2035년께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경제국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산하 싱크탱크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중국이 오는 2039년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 미국을 따라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확한 시점이 언제이든 중국이 미국과 기술력 격차를 줄여나갈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 한국이 살 길은 오직 기술력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것은 역설적으로 한국 기업의 반도체 경쟁력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뜻이다. 기술력이 낮으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윤 대통령은 "다자 정상회의에 가면 많은 나라가 우리나라와 양자회담을 원하고, 여러 가지로 손짓하는데 왜 그렇겠냐"면서 "다 우리가 가진 기술, 기업의 경쟁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단기전략이든 장기전략이든, 미국이든 중국이든 한국의 선택 기준은 딱 하나, 바로 국익이다. 국익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기술력을 우리가 갖추고 있을 때라야 지킬 수 있다. 크리스 밀러 교수의 말을 곱씹어보자.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을 계속 이어나가는 것은 매출 유지에 있어 필수적인데, 그러자면 한국 기업은 중국이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기술 수준과 격차를 유지해야 한다. 반도체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려면, 한국 기업은 기술 우위를 지켜나가기 위해 더 노력하는 길뿐이다."<경제칼럼니스트>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8일 저녁 서울 성북구 중국 대사관저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를 만나고 있다. 싱 대사는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사진=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7차 비상경제민생회의 겸 반도체 국가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 전쟁은 단순한 경쟁이 아니라 산업 전쟁이며 국가 총력전"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기자의 눈] K방산의 책임의식에 박수를 보낼 때

"단순히 이윤 극대화 보다는 국가 안보와 세계 속의 한국의 방산 역사를 확대해 나가는 데 중점을 두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7일 부산 벡스코 ‘MADEX 2023(마덱스)’ 현장에서 마주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말이다. 그의 이 발언이 기자에겐 조금 남다르게 다가왔다. 기업인이기 전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가 안보에 대한 그의 생각과, 기업인으로서의 한국 방산 경쟁력 확대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김 부회장의 신념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인이라면 당연히 이윤 극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국가 안보’, ‘한국의 방산 역사 확대’를 언급하는 그의 말 한마디에서 한화 뿐 아니라 우리 방산기업들이 어떠한 신념으로 한국의 방산을 대하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방산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 무기에 대한 기술 개발 수준이나 수출 규모 등만 들여다 보겠다고 마덱스 전시장을 찾은 기자 스스로가 민망해졌다. 적어도 국가 안보와 한국 방산의 역사 확대를 위해 일궈나가는 이들의 노력을 들여다 봐야 했다. 실제로 한화를 비롯해 LIG넥스원과 현대로템 등 국내 방산기업들은 무기 개발 외에도 방산 전반으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중 방산기업들은 현충원 참배와 국가유공자를 위한 주거환경개선 작업, 보훈 성금 기탁, 평화교육과 모범장병돕기, 유해발굴 등의 활동을 지속하며 오랜 시간 국가를 위해 희생한 영웅들을 기억하고 있다. 특히 한화는 김종희 선대회장의 ‘사업보국’ 경영철학을 현재까지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대표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기억에 남는 일화로 김승연 한화 회장이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발생 당시 직접 희생자 유가족 특별 채용 제도를 마련하도록 지시, 이들의 항구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게끔 한 일화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의 언론은 ‘2022년 국내 방산 수출 규모 173억달러 기록’, ‘올해 200억달러 수출 목표’, ‘정부 2023 국방비 예산 57조1269억원 책정’ 등 숫자로 방산기업의 수고로움을 알리고 있다. 자연스럽게 수주 성공 여부와 액수에만 맞춰진 초점으로 ‘이윤 확대’라는 기업의 역할만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방산은 이윤 추구의 사적 영역이기 보단, 넓게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국가 영역임을 간과해선 안된다. 방산기업이 이윤 보다 국가 안보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갖고 있는 만큼, 국민들도 방산에 대한 관심을 숫자에서 찾기 보다는 그 이면에 있는 한국 방산 발전을 위한 노력, 또 오랜 시간 이어온 호국영령 및 국군 장병을 위한 활동을 들여다 보고 박수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김아름23 김아름 산업부 기자

[EE칼럼]청정 암모니아 국내 도입 위한 제도 정비 서둘러야

지난 1일 국내 수소경제에 반가운 행사가 중국 광저우에서 열렸다. 국내 수소경제에서 수송연료전지에 기반을 둔 모빌리티 사업에 일익을 담당하는 현대차그룹이 2021년 3월 착공한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 황푸구에 ‘HTWO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 공장을 준공했다. 거대한 중국시장에 수소차 및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수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다. 준공식 이후 한·광동성 수소분야 협력을 위한 전문가 세미나도 개최됐다. 주된 의제는 상대적으로 앞서 가고 있는 국내 수소 모빌리티 분야의 중국 진출이었지만, 보다 눈길을 끈 것은 중국의 청정수소 수출 잠재력, 즉 중국이 풍부한 재생에너지 연계 청정수소 공급 능력이 있다는 점이었다. 충분히 시장이 무르익었다고 판단되면 어제든 중국도 청정수소의 국제교역에 주된 플레이어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불가피하게 저렴한 청정수소의 대량 조달이 절실한 우리에게는 요긴한 정보다. 이미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통해 천명됐듯이 우리나라가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연간 2700만 톤 이상의 막대한 청정수소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국내 재생에너지 여건상 이를 국산으로 공급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80% 이상 해외로부터 수입해야 한다. 한편으로 해외에서 생산된 청정수소를 어떤 운반체로 전환해서 운송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사실 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발표 이후 한 동안 청정수소 운반체로서 암모니아(NH3), 액화수소(LH2), 메틸사이클로헥산(MCH) 등 3가지 물질이 각축을 벌여왔다. 운반체별 경제성과 환경성을 평가해 본 결과 수소경제 초기 국제적인 밸류체인 구축에 유리하면서도 가장 현실적으로 적용가능성이 높은 ‘암모니아’가 주도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의견이 모아진 형국이다. 암모니아는 수소에 ‘하버-보쉬(harber-bosch)합성법’을 이용해 질소와 합성하는 방식으로 생산된 화합물로, 부피당 담을 수 있는 수소량(121 kgH2/㎥)이 높고 무엇보다 끓는점이 -33.34도로 상대적으로 높아 경제적으로 액화운송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더구나 다목적 LPG 운반과 관련 기존 인프라도 활용 가능해 운반선 건조와 인프라 구축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암모니아는 이미 국제적으로 교역 중인 상품이다. 세계적으로 암모니아는 연간 1억 8600만 톤 이상 생산되지만, 80% 이상은 자급자족 형태로 비료생산에 이용된다. 다만 생산량의 약 10% 정도가 국제 교역되며 이를 위한 200개 이상의 암모니아 수출입 터미널과 170척의 운송선도 운용 중이다. 우리도 2021년에만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부터 울산, 여수, 인천 등을 통해 137만 톤의 암모니아를 들여왔다. 이런 장점으로 인해 정부는 2021년 11월에 발표된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을 통해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말레이시아 등에서 청정수소를 생산 ‘청정 암모니아’로 전환해 국내로 도입하는 민관 합작 청정수소 공급망 구축 프로젝트 ‘H2STAR’를 시행, 2030년까지 청정 암모니아 약 941만 톤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2011년 9월 제5차 수소경제위원회를 통해 국내 석탄, LNG 발전소의 연료전환 및 분산형 수소발전 확산을 통해 대규모 청정수소·암모니아 수요를 창출하고, 이를 조달하기 위해 2027년까지 약 110만 톤, 2030년까지 약 400만 톤 규모의 청정 암모니아 인수기지를 서해, 동해, 남해 등 3개의 기존 석탄 화력발전소 발전소 밀집지역에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당찬 포부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청정 암모니아 국내 도입을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법·제도적 공백을 서둘러 메워야 한다. 현재 암모니아의 법적 지위는 고압가스법상의 ‘독성가스’나 수소경제법상의 ‘수소화합물’ 정도다. 앞으로 몸집이 커질 것을 염두에 둔다면, 수소와 함께 청정 암모니아를 규율할 수 있는 독립적 법률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향후 석유나 천연가스처럼 국제교역 및 수입 규모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이들처럼 ‘사업’ 자체를 규율할 수 있는 ‘청정수소·암모니아 사업법’의 제정이 요구된다. 특히 향후 높아질 해외 의존도를 감안해 석유나 천연가스 사업법처럼 사업자에게 비축의무를 부여하는 조항도 반영해야 한다. 일모도원(日暮途遠). 서둘러 관련 사업법 제정 논의를 시작해줄 것을 입법부에 주문한다.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이슈&인사이트]핀테크,포용금융으로 가기 위한 전제조건

2023년 6월 현재 우리가 무엇을 하든지, 무슨 생각을 갖든지와 상관없이 21세기에 복잡한 금융 환경을 탐색하면서 금융 거래를 수행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바로 핀테크(FinTech)로 알려진 금융이다. 핀테크는 지속적인 정보기술의 혁신과 금융 솔루션이 맞물리면서 조직과 개인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는 촉매제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과 기술의 강력한 융합인 핀테크의 마법은 혁신(financial innovation)을 넘어 포용(financial inclusion)을 촉진하는 데 있다. 시간적,공간적 장벽을 허물고 전례 없는 금융 접근성을 개척하며 진정으로 포용적인 세계 경제를 향해 길을 열어가는 핀테크야 말로 진정한 21세기 금융이다. 핀테크 서비스가 어떻게 소비자의 일상 생활에 원활하게 통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임베디드 금융(Embedded Finance)이 있다. 이는 금융기관이 아닌 회사가 ‘지금 구입하고 나중에 지불’을 옵션으로 온라인 쇼핑 경험을 바꾸고 있다. 금융과 전자상거래가 완벽하게 결합된 이 혁신적인 서비스를 통해 수백만 명의 소비자가 판매 시점에서 즉각적인 지불 부담 없이 신용으로 구매할 수가 있다. 또 디지털 시대에 전통적인 은행 업무도 재구성되고 있다. 이른바 네오뱅크(Neobank)라고 불리는 디지털 전용 은행은 물리적인 지점 필요성을 없애 소비자 가까이서 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한다. 이들 소비자 가운데 다수는 기존 은행으로부터 제대로 서비스를 받지 못하지만 네오뱅크는 기본적인 은행 서비스를 모든 사람이 보다 쉽게 접근하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채택한 핀테크 기업도 금융 포용성을 촉진하고 있다. 비트코인, NFT와 같은 디지털 자산을 구매, 판매하고 거래할 수 있는 새로운 지급수단과 투자기회를 개인에게 제공하는 한편 핀테크 기업인 리플은 신속하고 안전하며 저렴하게 모국으로 돈을 보낼 수 있는 이주 노동자에게 돌파구를 제시하며 전 세계적으로 금융 포용성을 넓히고 있다.최근에 관심을 끄는 ESG 투자 플랫폼은 투자 세계를 민주화하고 있다. 일반 투자자들이 재무 목표를 개인적인 가치와 일치시키면서 환경 지속 가능성, 사회적 책임 및 건전한 기업 지배 구조를 우선시하는 회사에 투자한다. 이런 추세는 개인 투자자의 목소리를 증폭시키고 보다 책임 있는 기업 행동을 장려해 경제적 포용성과 지속 가능성을 촉진한다. 금융기관이 아닌 회사에서도 지급결제 앱(Pay로 불리는 지급수단들)을 개인에게 제공해 모바일 장치를 사용하여 즉시 돈을 쉽게 보내고 받을 수 있고 지출을 추적하고 개인화된 통찰력을 제공해 재정을 관리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또 전통적인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플랫폼을 통해 개인간 서로 직접 돈을 빌려주고 빌릴 수 있는 P2P 대출도 가능하다. 앞의 사례들을 통해 알 수 있듯이 핀테크는 보다 혁신적이고 포용적인 금융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놀라운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핀테크의 이런 잠재력이 최대한 발휘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규제기관과 금융기관, 핀테크 회사가 전략적으로 협력해 다음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먼저 사용자 데이터의 잠재적인 침해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고 신뢰를 보장하기 위한 강력한 사이버 보안 조치가 필수적이다. 규제 기관은 혁신과 소비자 보호 간의 균형을 유지하고 금융기관과 핀테크 회사는 내부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또 금융 서비스가 점차 디지털화됨에 따라 핀테크 소비자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향상이 필수적이다. 연령이나 사회경제적 배경에 관계없이 모든 소비자에게 디지털 금융 환경을 탐색할 수 있도록 지식과 기술을 제공해 안전하고 자기책임에 입각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처럼 핀테크의 혁신성을 장려하고 소비자 보호를 보장하며 금융 포용을 촉진하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모든 사람이 금융에 더 쉽게 접근하고 효율적이며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미래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이는 물물교환에서부터 싹을 피운 금융의 고유기능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김한성 마이데이터코리아 이사

[기자의 눈] 간만에 신난 증시

국내 증시에 ‘훈풍’이란 단어가 1년여만에 등장했다. 지난 달 만해도 증권가에서 보수적 접근을 권고하며,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에 머물 것이란 예상이 우세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전혀 달라졌다. 일주일 새 다수의 증권사들은 줄줄이 지수 전망치를 수정했다. 이는 올해 코스피가 17% 상승, 2600선을 넘어면서다. 실제 삼성증권은 하반기 코스피 등락 범위를 2350~2750으로 상향했다. 기존 전망치(2200~2600)를 2주 만에 끌어올린 것이다. KB증권도 하반기 코스피 상단을 2800선에서 2920선으로 수정했다. DB금융투자는 국내 증권사 전망치 중 가장 높은 수치인 3000선을 내놓았다. 2차전지(배터리)와 반도체, 자동사, 엔터테인먼트, 정보기술(IT), 바이오 섹터의 매수 권고하면서 이달 조정 없이 상승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상장 철회와 중단이 잇따르며 얼어붙어있던 기업공개(IPO) 시장까지 활기를 되찾고 있다. 두산그룹의 로봇 자회사 두산로보틱스가 오는 9일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할 계획이다. 19일에는 SGI서울보증보험과 중고차 플랫폼 업체 엔카닷컴도 코스피 상장을 위한 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1조원 이상 대어급 기업 상장은 작년에는 LG에너지솔루션 이후 처음이다. 국내 증시는 4월 발생한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상태다. 이때 CFD(차액결제거래) 문제가 발생하면서 줄어든 신용융자잔고는 늘지 않고 있지만, 증시 대기 자금이라고 할 수 있는 투자자예탁금은 3주 새 5조원가까이 불어났다. 투자 세계에서 ‘부정적’ 이슈는 언제든 따라붙는 수식어다. 다만, 국내 자본시장에서 ‘뒷짐’ 제도화, ‘늑장 대응’ 등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점은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다. 간만에 증시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이 분위기에 휩쓸려 지나가지 않고, 제도 개선과 보완에도 차질 없이 진행되길 바란다.2023050301000182700008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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