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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22대 국회에 바란다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5월 30일이 되면 새로 선발된 국민의 대표들이 2028년 5월 말까지 4년 동안의 임기를 시작한다. 이번 제22대 국회의 임기에에서는 특히 활발하고 적극적인 입법 활동이 요구될 전망이다. 21세기 들어 가장 불확실성이 커져 있는 국제정세와 무역환경이 그 첫 번째, 또한 시급히 구조조정이 필요한 국내 에너지 공기업과 이미 늦어버린 국내 에너지 인프라 확장이 그 두 번째 이유다. 국제 무역환경의 변화는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선진국은 물론 자원 부국과 주요 무역 협력 국가들이 지난 30여년 동안 지속되어 온 자유무역 기조에서 벗어나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 보호무역 기조로 선회하고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며, 이러한 추세는 다음 4년 동안 더욱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IRA법(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대표되는 선진국의 자국산업 육성 전략의 확대는 기존에 범 지구적인 환경 보호를 목적으로 시작된 기후변화협약이나 탄소중립선언의 본질을 무역규제와 자국산업 보호정책으로 변질시키고 있으며 EU 역시 핵심원자재법(CRMA)으로 맞불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수출이 경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에게 이러한 보호무역으로의 국제무역 기조 변화는 전혀 달갑지 않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기조 변화에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즉 국내 산업의 보호와 신산업의 육성을 위한 적극적인 입법 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법과 규정에 넘쳐흐르는 규제와 제약을 벗겨내고 산업의 육성과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에의 지원을 크게 강화할 수 있는 입법활동이 필수적이다. 올해 초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자원안보특별법을 비롯한 공급망 3법은 매우 좋은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5조원 가량의 기금을 조성하고, 6월부터 경제부총리 산하에 위원회를 꾸려 세부적으로 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한다고 한다고 하니 이 활동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입법이 필요하겠다. 또 양자, 다자협력을 포함하여 연구개발과 공동산업개발, 공동구매/비축 등 새로운 공급망 구축을 위해 국회 차원에서의 외교활동을 강화하기를 기대한다. 편가르기가 심화되고 있는 국제정세 역시 이번 22대 국회가 외교능력과 국제적 의정활동을 펼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여 년 동안 우리나라는 정부를 초월하여 중국, 러시아, 몽골 등 아시아 북부 국가들과의 교역 및 교류 확대를 위한 정책을 진행하여 왔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행정부 차원에서의 중국과 러시아와의 교역 확대를 이야기하기는 힘든 상황이 앞에 놓여 있다. 입법부인 국회가 바로 이럴 때 꾸준하고 적극적인 외교활동을 벌여 준다면 주변국과의 마찰을 줄이고 또한 중장기적인 협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 부문의 산적한 문제들 중 가장 시급한 것은 바로 에너지 공기업 문제의 해결이다.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대형 적자에 빠져 있는 에너지 공기업은 AI, 빅데이터 등 새로운 첨단 기술의 시대에 우리나라 국민들은 20세기의 낡은 인프라를 계속 사용하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현재 공기업들은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주요 자산을 매각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공기업이 할 일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데 재직 중인 공기업 인원은 줄일 수 없으니 에너지 공기업마다 수백명씩 고급 인력이 남아돌고 있다. 또한 돈이 없으니 국내에 새로이 건설되는 정보통신, 전자, 이차전지, 반도체 등 산업시설의 운전에 필요한 에너지 공급 인프라 건설 역시 불가능한 상태다. 22대 국회는 행정부가 공기업 구조조정을 과감하게 시행하도록 주문하되 남아도는 고급인력의 활용이 가능하도록 방안을 논의하고 필요한 입법 활동을 해야 할 것이다. 에너지 시장의 회복 역시 22대 국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원가에 못 미치는, 엄청나게 싼 전기요금 덕분에 외국 주요 회사들이 데이터센터를 한국에 짓겠다고 몰려든다. 국민의 세금을 외국에 그대로 가져다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를 막기 위한 국회 차원의 논의가 시급히 요구된다. 에너지 인프라 건설을 위해 통과해야 하는 또 하나의 필수적인 관문은 바로 지역 NIMBY(님비) 문제의 해결이다. 이제는 어느 지역구에도 비어 있는 땅이 없는 시대이다. 화력발전소는 물론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조차도 지역의 반대에 막혀 진척이 지지부진하다. 이러한 NIMBY는 지역구의 대표가 모인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새로 출범하는 제22대 국회의 선전을 기원한다. 허은녕

[기자의 눈] 한미약품 분쟁, ‘상속세 개선’ 계기 삼아야

올해 1분기 제약업계 최대 이슈는 단연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이었다. 지난 1월 한미약품그룹이 OCI그룹과 통합 발표 이후 이달 28일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까지 통합을 추진하는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모녀와 통합을 반대하는 임종윤·임종훈 사장 형제 간 치열한 싸움은 제약업계를 뜨겁게 달궜다. 28일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장에는 이례적으로 200여 명의 많은 취재진이 몰렸고, 주주들의 고성도 오갈 정도로 경영권 분쟁은 절정을 이뤘다. 그동안 한미약품은 꾸준한 연구개발(R&D) 투자와 신약개발 성과로 제약업계의 모범기업으로 꼽혀왔다. 특히, 한미약품은 우리나라의 독특한 제도인 '개량신약 허가제도'를 적극 활용해 국내 제약업계를 제네릭(복제약) 중심 구조에서 혁신신약 중심의 체질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개량신약 제도는 오리지널 신약의 제형·약효를 개선하면 이를 신약으로 인정해 약가우대 등을 제공하는 제도로, 중소 제약사가 다수를 차지하는 국내 제약업계가 신약개발 노하우를 축적해 혁신신약 개발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해 왔다. 한미약품도 2008년 개량신약 허가제도 도입 초기부터 고지혈증 치료제 '로수젯' 등 개량신약 개발을 견인했고, 이를 기반으로 2015년 국내 제약업계 최대 기술수출, 지난해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의 미국 출시로 국내 제약업계에서 모범적인 성장 롤모델로 불려 왔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불거진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불화 모습은 당사자는 물론 제약업계로서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업경영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오너가 경영권 다툼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이번 분쟁은 내부 요인보다 외부 요인인 상속세가 직접 원인이었다. 상속세는 모범적으로 성장한 기업에게 더 큰 부담을 주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미사이언스 주총이 있던 28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상속세제 개편 등 조세제도 개선과제 152건을 담은 건의서를 정부와 국회에 제출했다. 지난 30년간 상속세를 점진적으로 낮춘 선진7개국(G7)과 같이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 상속세율을 점진적으로 낮추고, 유산 전체에 대한 연대책임 과세 대신 개별 상속인에 대한 과세 등 유가족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상속세를 개편해야 한다는 기업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한미약품그룹 분쟁이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나든 상속세 문제로 기업 성장에 발목이 잡히거나 경영권 다툼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지 않는 않기를 바란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이슈&인사이트] 철도 지하화 ‘한국판 허드슨 야드’로 만들자

필자가 국토연구원에 근무하던 2017년 7월 국토교통부는 가칭 '도로공간의 입체적 활용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표하고 도로공간의 입체적 활용에 대한 정책 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법률은 통과되지 않고 도시개발법의 개정으로 도로공간의 입체적 활용을 추진하도록 하였고 기반시설의 고도화 및 입체화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최근 철도공간을 중심으로 기반시설의 입체화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입체적 공간에 대한 이용에 따라 도시민의 접근성 향상 등 도시공간의 이용 변화와 지하공간의 개발 등 입체적 도시조성방안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철도 및 도로 등 기반시설의 지하화 수요는 지역주민의 중요한 요구사항으로 전문적 차원에서 지속적 논의가 이루어져 왔다. 특히 지상 철도로 인한 도시 기능 및 생활권의 단절, 도심 토지 이용의 효율 저하, 철도 주변 지역의 쇠퇴와 노후화 등 다양한 도시문제를 야기해 왔기 때문이다. 철도 지하화 사업을 뒷받침할 법률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국회는 지난 1월 9일 '철도 지하화 및 철도 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통과시켜 철도 지하화에 대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지금까지 철도 지하화는 노선을 신설하는 것이 아니라 지상 구간을 지하로 옮기는 사업이기 때문에 추가적 교통 편익이 적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기 쉽지 않았다. 재정사업, 임대형민자사업(BTL) 등 기존의 사업방식으로는 대규모 민간 자본을 유치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법률의 제정은 철도뿐만 아니라 도로 등 기반시설의 전반적인 지하화와 고도화된 이용에 관한 논의를 한층 더 활발하게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기반시설의 지하화는 단순히 기존 철도노선을 지하로 넣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철도, 도로 등 교통시설을 포함한 공원, 광장 등의 공간시설, 공공·문화체육시설, 유통·공급시설 등 다양한 도시계획시설을 바탕으로 한 입체적이고 복합적 개발로 추진된다. 기반시설 중 철도 공간의 입체적 이용사례는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 용산과 마포 사이에 조성된 6.3km의 경의선 숲길이 대표적인 철도 지하화 사례로 꼽힌다. 옛 경의선 철길을 지하화하고 지상 공간을 공원으로 탈바꿈시켜 연간 885만 명이 찾는 도심 명소가 됐다. 청년층 등 유동인구가 늘면서 주변 상권도 활성화되는 등 도시 재생의 성공 사례로 거론된다. 해외에서도 도시계획 차원에서 철도 지하화를 활용하는 다양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2019년 1단계 개발을 마친 미국 뉴욕의 허드슨야드가 대표적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육교와 철도 부분을 덮고 공원, 산책로, 맨해튼 스카이라인 같은 것이 생긴다고 생각해 보라"라고 예를 든 그 사업이다. 기존 철도 기능을 유지하면서 지상을 인공대지로 덮었다. 차량기지의 상부는 금융특별지구로 조성하고, 폐선 철도 부지는 하이라인파크로 만들어 빌딩숲과 결합된 도심명소로 탈바꿈했다. 1991년부터 추진해 2028년 완공 예정인 프랑스 파리의 리브고슈 프로젝트도 모범사례로 꼽힌다. 리브고슈는 센강 주변으로 철로를 따라 창고와 공장 등이 산재한 낙후지역이었다. 파리시는 기존의 철도용지 위에 인공지반을 만들고 그 위에 업무와 상업시설, 주거지, 교육시설 등 자족 기능을 갖춘 공간을 계획하는 한편 아래로는 기존 기차가 통과하는 대규모 재개발을 계획했다. 이를 통해 6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제문화의 중심지로 육성하고, 철도부지가 갈라 놓았던 센강과 13구역 거리를 연결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언택트·온라인문화의 확산은 사회 시스템 전 분야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촉진한 계기가 되었다. 또한 지속적인 인구감소와 Z세대(Creative Class· 창조계급)의 등장으로 인한 노동 형태의 변화 또한 주요 현상으로 나타났다. 2020년 기준 노동인구의 약 20%를 차지하는 Z세대는 일과 놀이 사이의 경계(Live-Work-Play) 가 불분명하며 멀티테스킹이 가능한 그들은 도시 분위기를 개방적, 전문적으로 만들고 이러한 환경을 선호하는 또래 인재를 끌어들이면서 자본과 비즈니스도 함께 유입되는 현상을 이끌어 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도로와 철도 등 기반시설의 이용에 있어서도 새로운 트렌드가 필요한 시기다. 미래 도시계획은 철도뿐만 아니라 도로 공간 등 기반시설의 입체화로 인해 발생이 예상되는 주변공간의 변화에 대응하는 계획이 되어야 한다. 공간의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동서간 단절된 도시공간을 이어주고 쇠퇴한 지역이 사람들이 찾아오는 공간으로 탈바꿈 할 수 있는 계획으로 공간변화에 대응해야한다. 보행환경개선, 경관개선전략, 스마트도시계획 등 공공부문이 주로 지원할 수 있는 분야와 주민에게 혜택이 이루어질 수 있는 핵심과제를 도출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자체 등 공공부문은 미래수요에 대비한 도시 마스터플랜 마련히 스마트시티, 기후변화 대응, 일자리 창출 등 미래공간개선에 대한 지속적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나아가 다양한 계획기준 및 도시관리체계에 맞춘 새로운 형태의 기반시설 입체화에 따른 주변지역 가이드라인을 개발해야 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고려도 필요하다. 입체화로 인해 발생되는 편익을 공공기여로 마련해 재원을 확보하고 사업타당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입체도시는 미래지향적인 도시시설을 도입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하는 사업으로 추진해야 할 국가적 과제이다. 이범현

[이슈&인사이트] 전 산업의 로봇화 전략수립 필요하다

“움직이는 모든 것이 로봇화될 것이다."​ 엔비디아 창립자이자 CEO인 젠슨황 회장이 지난 18일 GTC에서 한 말이다. 참으로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의 혁신적 발전속도에 따라 달라질 미래세상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언어번역으로 시작된 초거대 언어 모델(Large Languabe Model·LLM)은 이제 인간의 지능에 도전하는 일반 인공지능(AGI)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 물론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제프리 힌튼 교수가 연구개발한 딥러닝 신경망에 기초한다. 그리고 모든 연구결과를 공유하고 교류하는 open AI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거대 언어 모델( LLM)은 우리 인류가 생성한 각종 문서를 훈련데이터로 학습하기에 파운데이션 신경망의 파라미터 규모가 거대한 신경망 모델을 말한다. 신경망 파라미터는 AI가 정보를 학습하고 기억하는 시냅스(신경 연결)역할을 한다. 참고로 인간의 뇌는 100억개의 신경세포와 100조개의 시냅스를 가지고 있다. 작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chatGPT의 파운데이션 모델인 GPT4의 경우 약 5000억개의 파라미터를 갖고 있고, 올해 초 공개된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의 파라미터는 1조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빅테크 기업간의 신경망 거대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개방과 공유의 연구개발 개방 협력체계가 이 기술이 가져올 막대한 경제효과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 단적인 예가 샘알트먼이 이끄는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공조체제다. 전세계 IT 개발자들의 소스코드 저장소인 깃허브가 MS에 인수되면서 코파일럿과 같은 이미 AI 기반 자동 코딩(Auto Coding) 기술이 수익모델화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문제는 이 엄청난 파급효과를 몰고올 기술이 독점화되면서 나타날 사회경제적 폐해에 대한 우려이다. ​ 이를 국가적 차원에서 대비하고 국제적 협력을 통해 규제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작년 11월초 리시 수택 영국총리와 일론머스크 테슬라 CEO,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등이 참여한 'AI 안전성 정상회의'에서도 확인됐다. 사실 인공지능이라는 신기술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약 200년전인 산업혁명초기에 노동자들에 의해 러다이트운동이 일어났듯이 AI와 로봇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 것을 두려워하는 일반인, 초지능 AI의 출현으로 인류사회가 재앙을 맞을 것이라는 AI Doomer(디스토피아적 시각)에 속하는 연구그룹이 있는 반면, 이 신기술로 생산성이 고도화돼 보다 행복한 인류의 삶을 구현하는 복지사회가 올 것으로 믿는 AI Boomer(유토피적 시각)에 속하는 전문가 그룹도 있다. ​ 인류역사는 지난 수세기에 걸쳐 문명의 전환기를 맞아 왔다. 그 전환기를 잘 대처하고 준비한 나라는 부국의 길로 들어섰고, 시대적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고, 세계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눈치만 보다 쇠락한 국가도 있다. 지금 세계 선진국들과 선진 리더 빅테크기업들이 모여 AI와 로봇의 안전성 문제로 심도있게 고민하는 것이 지난해 말 발표된 글로벌 AI기술 인덱스에서 세계 6위권에 머물고 있는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다소 먼나라 이야기로만 들리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이미 우리가 주저하고 있는 사이, 클라우드 중심의 AI기술이 보다 거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온디비스 AI 반도체 기술로 진화하고, 미중일간의 사활을 건 반도체산업, AI 로봇산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 아래 우리의 주력산업인 제조산업,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도 흔들릴 수 있다. 이제 움직이는 모든 것이 로봇화되는 것을 넘어 전 산업이 로봇산업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민간기업에만 맡길 수 없다. 정부가 나서서 AI 안전성을 확보하는 제도를 확립하고, 다소 뒤떨어진 AI기술에 과감한 투자와 인프라를 보강하는 것이 급선무다. 다가올 AI와 로봇시대를 준비하해 국민을 보호하는 대책을 강구하는 것과 동시에 국민 먹거리와 차세대 경제성장 엔진이 될 이 AI 로봇기술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국가전략 2030'을 수립하고 부처별 정책을 조율·조정하는 범부처 총괄기구 신설이 시급하다. 고경철

[EE칼럼] 22대 국회, 기후에너지 정상화 기대한다

기후악당(Climate Villain)은 기후위기 시대에 무책임한 대응을 하는 국가 또는 기업을 말한다. 국제기후단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는 해마다 12월 초 기후변화당사국총회가 진행되는 동안 기후변화 대응이 진전하는 것을 '최선을 다해 막은' 4개 국가를 '오늘의 화석상'으로 뽑아 발표한다. 국제 기후변화 연구기관 컨소시움인 '기후행동추적'은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가들의 감축행동을 분석해 기후변화대응지수를 발표한다. 오늘의 화석상을 받거나 기후변화대응지수가 저조한 국가들이 기후악당으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게 되는데 지난해 우리나라는 오늘의 화석상을 받은 4개국 중 3위에 올랐으며 기후변화대응지수는 67개 중 64위를 차지했다. 처음 국제사회의 기후변화대응 노력이 기후변화협약으로 결실을 맺은 1992년 무렵에 기후악당들은 먼저 산업화를 이루어 그동안 온실가스를 배출해온 선진국들이었다. 그래서 기후변화협약은 '공동의 그러나 차별적인 책임'을 원칙으로 하여 기후변화에 책임이 큰 선진 38개국이 앞장서 탄소 감축에 나서는 교토의정서를 2008년부터 5년간 진행하였다. 탄소감축 노력에서 가장 진지하게 임한 유럽연합은 교토의정서의 감축 목표를 넘어서는 성과를 보인 데 비해 미국은 세계 1위의 에너지 소비국으로서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에서 단연 선두임에도 정부가 바뀌면 교토의정서를 탈퇴하는 등 국제사회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어 기후악당 1호의 꼬리표를 달고 있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개발도상국가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빠르게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일단 표적에서는 벗어나 있었다. 산업화에서 뒤져 누적 배출량이 적고 경제성장을 위해 당분간 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 증가가 어느 정도는 불가피하다고 용인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0년 무렵부터 개도국에 대해서도 탄소감축노력을 강제하려는 쪽으로 분위기가 돌아섰다. 온실가스 배출에서 수십년간 부동의 1위를 지켜온 미국이 2005년 중국에게 자리를 내주었으며, 중국은 2018년 미국 배출량의 2배를 넘어섰다. 총에너지소비량에서도 중국은 2009년에 미국을 추월하여 2022년에는 두 배에 육박하고 있다.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는 개도국을 포함하여 모든 나라들이 탄소감축 노력을 해야 하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되었고 결국 2015년 12월 파리협정이 체결되었다. 파리협정을 통해 각국은 자발적 탄소감축계획을 제출하고 2023년을 시작으로 5년마다 점검을 받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총에너지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에서 모두 세계 8위를 기록하는 온실가스 주요 배출국 중의 하나이다. 1996년 OECD에 가입한 한국은 교토의정서가 논의되던 당시 감축의무국에 포함될 뻔도 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며 감축 의무를 지지는 않았지만 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 한국의 위치는 선진국과 개도국 중간으로 대우를 받아 왔다. 이에 따라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애석하게도 지난해 성적은 중동의 산유국을 제외하곤 꼴찌를 기록하였다. 설상가상으로 새롭게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이 되어 그 동안 한국으로 향하는 화살을 분산해준 중국이 지난해 발전설비용량에서 재생에너지가 50.4%로 절반을 넘어섰다. 2023년 중국의 총 발전설비용량 2,920GW 중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1,472GW로 화력발전설비 1,390GW를 추월하였다. 기후변화 연구기관 '저먼워치'의 2024년 기후변화대응지수에서도 한국은 29.98로 '매우 낮음'을 받았지만 중국은 45.56으로 '낮음'을 기록하고 있다. 이제 기후위기 대응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세계인들의 시선은 한국으로 몰리게 되었다. 산업화를 최우선 과제로 달려온 개발도상국 중국이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이 되고서도 기후악당의 과녁을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중국은 2000년대 초반 이미 재생에너지 분야 세계 최대 투자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신산업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고자 한 중국은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분야에 국가 자원의 배분을 높였다. 그 결과 태양광과 풍력 발전 등 재생에너지 국내 보급을 지원하면서 보급률이 높아지고 관련 산업은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였다. 현재 중국산 태양광 패널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85%이다. 전기차 세계 1위는 중국의 비야디(BYD)이며, 2차전지의 1위는 닝더스다이(CATL)이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기후악당이라는 비난을 피하면서 미래 먹거리 산업에서 우위를 차지한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 중국, 3년 연속 재생에너지 신규 설비가 줄어들면서 관련 산업에서조차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는 한국, 이것이 2024년 한국의 모습이다. 4월10일 총선에서는 기후에너지 분야에 대해 올바른 이해와 정책을 내세운 정당과 정치인이 보다 많이 국회에 진출하여 역주행하는 기후에너지 정책이 제자리를 찾고 기후악당의 꼬리표를 뗄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 간절하다. 신동한

[기자의눈] 정당이 기후에너지 공약서 하지 않는 이야기들

4·10 국회의원 총선을 2주 앞두고 여야가 여러 공약을 펼치고 있다. 정당들은 홍보를 위해 공약을 달성하는 데 어려움과 모순점을 숨긴다. 기후에너지 공약에서도 마찬가지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기후에너지 공약 중 하나로 작은 원자력 발전설비를 의미하는 소형모듈원전(SMR) 육성을 내세웠다. SMR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에는 우리 삶의 터전에 원전을 설치하겠다는 의미도 숨어있다. 대형원전과 차별화되는 SMR의 장점은 분산에너지로 활용 가능하다는 점이다. 분산에너지는 전력소비지와 생산지를 일치시켜 송전망 설치 부담을 덜겠다는 개념이다. 간단히 말해 우리가 일하는 곳에서 발전기를 돌린다는 뜻이다. 국민의힘은 분산에너지특별법에 정의하는 분산에너지에 SMR을 포함시키려고 고군분투했다. SMR을 데이터센터나 산업단지와 연결해 쓰는 방안이 나온다. 출퇴근할 때마다 SMR 근처를 지나가는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다. SMR은 대형원전과 비교할 때 내부 부하를 덜 일으켜 훨씬 안전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SMR에 닥칠 가장 큰 장벽은 기술개발의 어려움이라기보다는 생활권 인근에 SMR을 설치하도록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재생에너지 지원 정책을 풀어 윤석열 정부의 재생에너지 보급 계획에서 확장, 2035년의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전체의 40%로 확대하겠다고 한다.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2035년 신재생에너지(신에너지+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목표가 30.6%다. 현장은 재생에너지 설치 구역이 부족해 문제다. 전기요금에 두 배 가격을 쳐줘도 재생에너지가 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윤석열 정부의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데도 이런 목표를 세웠다. 재생에너지 보급량 감소는 이미 문재인 정부 말 때부터 시작됐다. 지난 2021년 태양광 신규 보급량은 3915메가와트(MW)에서 2022년 3278MW로 줄었다. 재생에너지 보급이 줄어든 원인은 재생에너지 설치구역을 제한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이격거리 규제라는 게 현장의 정론이다. 이격거리 규제란 지차제가 무분별한 재생에너지 보급에 불만을 품은 주민들의 민원을 감당하기 힘들어서 만든 규제다. 재생에너지 업계는 이격거리 규제를 빨리 없애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민주당은 공약에서 이격거리 규제 개선을 길고 긴 공약 중 한 문장으로 잘 보이지 않게 넣어놨다. 이격거리 규제를 건들겠다고 대놓고 나섰다가는 지역주민들 심기를 건드려 표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 때는 이격거리 규제 문제를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만 탓하다 넘어갔다. 정당들은 기후에너지 공약서 장밋빛 전망만 외치지 제일 중요한 문제점은 얼버무리고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ASML의 넷제로 달성 전략 타당한가

최근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발 한국 반도체 위기론이 언론을 통해 잇달아 보도되고 있다. 이들 언론보도는 ASML이 지난달 발표한 '2023 연차보고서'를 인용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ASML은 2040년까지 고객사를 포함한 모든 생산 유통 과정에서 넷 제로(Net Zero· 탄소 순배출량 0)를 달성하겠다고 밝혔으며, 이 때문에 재생에너지 여건이 열악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ASML의 '2023 연차보고서'을 살펴봤다. ASML은 3가지 배출 범위(Scope 1‧2‧3)에 대한 넷 제로 달성 목표 시한을 차등 설정하고 있다. 이 배출 범위 구분은 온실가스 회계처리 및 보고기준을 제공하는 '온실가스 프로토콜'에 따른 것이다. Scope 1은 제품 생산단계에서 발생하는 직접 배출량을, Scope 2는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기와 동력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량을, Scope 3은 협력업체와 물류 등 밸류체인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외부 배출량을 말한다. ASML의 목표 시한은 Scope 1과 2는 2025년, ASML 협력업체의 배출인 Scope 3 Upstream은 2030년, ASML 제품 고객사의 배출인 Scope 3 Downstream은 2040년이다(p.76). ASML의 넷 제로 달성 전략은 △에너지 사용량 저감 및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혁신 △ 신뢰할 만한 재생에너지 100% 사용 △ 다른 합리적 개선책이 없으면, 잔여 배출에 대한 보상이다(p.77). 재생에너지 100% 달성 수단으로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한다. ASML은 에너지 속성 인증서(Energy Attribute Certificate)를 통해 재생에너지 전기를 구매하고, ASML의 실제 전기소비량과 재생에너지 전기구매량을 비교하여 재생에너지 구매 비율을 산정하고 있다. 최근의 비율을 보면, 2021년 92%, 2022년 91%, 2023년 91%이다(p.79). ASML의 야심찬 목표는 제때 달성할 수 있을까? 쉽지 않아 보인다. ASML의 Scope 1 배출량(kt)은 2021년 19.3, 2022년 17.3, 2023년 19.2였다. Scope 2 배출량은 20.1, 20.8, 15.9였으며, Scope 3은 11,426.2, 11,936.3, 15,025.2였다(p.79). Scope 1 배출은 주로 시설 운영 등을 위한 천연가스 사용으로 발생한다(p.80). 이 배출은 ASML 생산활동에 좌우된다. 이 생산활동 추이를 유추할 수 있는 지표가 총매출액인데, ASML 총매출액은 2022년 212억 유로에서 2023년 276억 유로로 약 30% 증가하였다(p.44). 혁신적 에너지 효율 기술이 나오거나 생산활동을 축소하지 않는 한 대폭적 감축은 어렵다. Scope 2 배출은 전기사업자로부터 구매하는 전기에 의한 것이므로, 이는 전기사업자 노력에 좌우된다. Scope 3 배출은 2023년에 전년보다 크게 늘었다. 전년 대비 ASML 생산이 확대됨에 따라, 협력업체 부품 생산과 물류 활동 등도 증가하면서 배출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ASML의 재생에너지 구매는 탄소 배출 저감에 실질적 도움이 될까? 그렇지 않다. ASML은 우선 자신들의 시설 운영 등을 위해 천연가스로 생산한 전기를 사용하고, 그 후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 전기를 구매하여 장부상 상계처리한다. 그런데 재생에너지도 천연가스보다는 훨씬 적지만 탄소를 배출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발전원별 발전 생애주기 탄소 배출량(gCO2/kWh)을 보면, LNG 490, 태양광 27, 해상풍력 23, 원전 12, 육상풍력 11이다. ASML 방식은 장부상으로만 깨끗한 것이지, 실제로는 탄소를 두 번 배출한다. 문주현

[이슈&인사이트] K-푸드와 김밥

1990년대 초반 필자의 미국 유학시절 일본은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였다. 전 세계 모두가 일본을 배우고 따라 하려 했다. 일본 경제가 세계 2위로 우뚝 올라서자 학교 수업에서도 일본기업 사례연구가 다수 다루어졌다. 경제에 대한 관심을 넘어서 일본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일본문화에 대한 호감도가 급상승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국제교류가 많은 미국의 동부나 서부지역에서는 일본음식에 대한 호기심도 커서 스시식당이 확산되어 가는 과정에 있었으나, 스테이크를 으뜸으로 치는 미국에서 당시만 해도 날생선을 먹는 스시는 널리 퍼지기 어려운 식문화였다. 특히 중서부 지역에서는 이른바 엘리트 계층만이 스시를 즐기며, 젓가락질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뽐내고 있었다. 상류층이 먹는 고급 음식으로 자리잡은 스시와는 달리 한국김밥은 천대를 받았다. 당시 필자가 유학생 부부와 김밥을 싸가지고 공원에 소풍을 갔는데 멀리 저만치서부터 미국인들이 얼굴을 찌푸리며 오는 것이었다. 우리를 지나치면서 코를 막고 자기들끼리 “저게 무슨 냄새냐,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이 맞느냐"는 등의 노골적인 이야기를 하며 멸시에 가득찬 표정으로 바라보던 것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 다음부터는 유학생활 중에는 밖에서 김밥을 먹지 않았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최근 해외에서는 냉동김밥이 화제다. SNS에서 김밥과 관련한 해시태그가 포함된 영상은 13억개를 돌파했다. 냉동 김밥과 냉동 만두의 인기 비결은 '비건'에 있다고도 한다.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과 함께 글로벌 채식 인구가 증가하면서 식물성 재료가 주가 되는 냉동김밥과 냉동만두가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수출 국가가 93개를 넘어서며 올해 역대 최대 성과가 예상되는 김치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면역 강화에 효과가 있는 건강식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K-푸드의 약진은 단연 한류 열풍에 기인한 바가 크다. 식문화에 대한 관심은 그 국가에 대한 호감과 비례한다. 유럽인들의 한국에 대한 호기심이 커짐에 따라 유럽대학에서는 한국학과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으며, 이러한 열풍은 국제 정치환경의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유럽의 동아시아에 대한 관심에서 일본은 점차 흥미를 잃어가고 있고, 중국에 대해서는 비호감이 증대하는데 반해 한국에 대한 호감은 급증하고 있다. 특히 K-팝, K-드라마 등 한국의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크게 두각을 나타내면서 K-푸드도 덩달아 각광을 받고 있다. 세계인들은 K-드라마에 나오거나 K-팝 가수들이 먹거나 좋아한다고 한 음식들을 먹어 보고 싶어 한다. 김치만 해도 냄새 때문에 서양인들이 꺼리던 식품이었으나, 건강발효식품이라는 이미지로 자리 잡으면서 널리 애용하고 있다. 요즘 미국 식당에 가면 메뉴에 'GF'라는 표기돼 있는 데 이는 글루텐 프리의 약자로 소화기 문제, 피로, 두통 등을 일으킬 수 있는 글루텐이 들어 있지 않다는 표시다. 미국인들이 건강한 식단 관리에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을 반영한다. 김치를 식빵 사이에 넣어먹는 엽기적인 미국친구도 있는데, 김치를 샐러드의 일종으로 여겼기에 건강에 좋은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다고 생각하면 이상할 게 없다. 이렇듯 K-푸드가 해외에 진출할 때는 그들의 식문화를 이해하고 접근해야 더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 김치가 반찬이 아니라 샐러드라는 발상의 전환으로 접근한다면 김치 시장 규모는 지금보다는 몇 배나 커질 수 있다고 본다. K-푸드의 성공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K-푸드가 주식으로 자리잡야지, 부식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코로나19팬데믹 기간 동안 외부모임이 없고, 집에서 OTT를 많이 보다 보니 한국 드라마에 익숙해지고 식문화에도 관심이 올라갔다. 한국을 방문하지 못해도 현지에서 한국문화를 체험하는 것은 음식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K-편의점이 잘나간다고도 한다. 한류 조수가 높을 때를 놓치지 말고 K-컬처가 전 세계 소비자 속에 깊이 자리 잡도록 국가적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때다. 박주영

[김상호 칼럼] 22대 총선 시대정신은 ‘기후 투표’

정치권은 이번 총선 시대정신을 윤석열정권 심판론 VS 국회(야당) 심판론으로 규정합니다. 하지만 진보와 보수라는 진영을 떠나 22대 총선 '시대정신'은 바로 '기후 선거'라 생각하고 또한 그리 돼야 한다고 봅니다. 구두선이 아니라 실질적인 2050 탄소중립 기반을 놓아야 합니다. 지역 여건상 하남시는 특히 그러합니다. 기후 선거란 각 당 후보들의 기후위기 대응 공약에 기후 유권자들이 기후 투표를 한다는 뜻입니다. 기후 유권자는 '기후위기 정보를 잘 알고, 민감하게 반응하며, 기후위기 대응 정치인에게 투표하는 유권자들'입니다. 2024년 1월22일 시민단체 '기후정치바람'이 17개 광역시-도 각각 1000명씩을 대상으로 172개 문항을 조사해 발표했습니다. 주요 결과는 △유권자 중 62.3%가 기후위기 대응 후보에 더 관심을 가집니다 △기후위기 대응 공약이 마음에 들면, 평소 정치적 견해가 다른 정당과 후보에게도 투표를 고민합니다 △자신이 기후 유권자라고 인식한다는 유권자가 33.5%, 전체 유권자 중 1/3입니다 등입니다. 하남시는 개발 압력이 매우 높습니다. 교산신도시(약 200만평), 초이-산곡 기업이전지구(약 17만평), H2(약 3만평), 캠프콜번(약 7만5000평), 미사섬(약 50만평) 등 277만여평으로 여의도 면적 약 3배입니다. 아는 하남시가 기후 유권자가 많은 기후 선거구가 돼야 배경입니다. 민선7기 하남시장 재임 당시이던 2019년, 저는 '하남시 평균기온이 경기도 평균 12.7도보다 약 1도 높은 13.6도'라는 사실을 접하고 하남시 기후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특히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며 반복될 감염병 시대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은 기후위기 대응이란 결론을 내렸습니다. 하남시 기후위기 대응 민-관 협치 조직, 깨어있는 하남시민의 집단지성, '기후위기하남비상행동'은 2021년 4월 100여개 참여 단체와 30여개 실천단으로 출범했습니다. 기후위기 절박함을 공감하며, 하남시 100여개 시민 공동체가 지금도 어린이부터 시니어까지 세대를 아우르며 다양한 기후위기 대응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주 진행하는 고기 없는 월요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철회 △소등 캠페인 △시민과 함께하는 나무심기 등 지속가능한 하남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2024년 총선을 '기후 총선'이라 규정하며, 출마자들과 간담회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꼭 필요한 간담회입니다. 모든 후보가 적극 호응하기를 기대합니다. 교산신도시 에너지 자립도시 구축 추진, 친환경 자전거 도로 확충, 자원순환경제 도시,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한 '탄소흡수원총량제' 도입, 주민 의견을 반영해야만 할 미사섬 개발, 수소-전기버스 등 친환경 자동차 보급 확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거버넌스 제도화 등에 하남시 정치인들이 앞장서야 합니다.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는 물론 정당의 기후위기 대응 공약 비교도 중요합니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기후위기 대응과 재생에너지 전환을 목표로 국제사회 약속 이행을 위한 재생에너지 보급 강화(2030년 재생에너지 3배 확대), 기업의 RE100이행 지원을 위한 제도 개선, 탄소중립산업법(한국형 IRA) 제정, 탈플라스틱 대책으로 탄소중립 실현 기여, 농촌을 재생에너지산업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과제를 제시했습니다. 국민의힘은 기후위기 대응, 함께하는 녹색생활을 목표로 기후위기대응기금 2배 확대, 원전-재생에너지 균형적 확충,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지역 지원 특별법 제정, 녹색생활 인센티브 연간 50만원 지급 등을 공약했습니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약 3% 유권자가 기후문제에 대한 두려움으로 바이든에게 표를 던졌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하남시 후보들 기후위기 대응 리더십과 정책은 투표 선택 기준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유권자 여러분! 각 정당과 후보의 기후위기 공약을 잘 비교하고 투표하시길 부탁드립니다. 기후위기 대응에서 결코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이번 22대 총선은 기후 투표(Climate Vote)입니다. 김상호 전 하남시장 kkjoo0912@ekn.kr

[기자의 눈] 3월 주총이 달라질 수 있단 기대

소액주주들이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3월, 바로 정기주주총회 시즌이다. 올해 주목된 부분은 소액주주들의 힘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주주행동주의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그간 주주행동은 '주주총회'가 아닌 '주가총회'를 이끄는 행위란 비판을 받아왔다. 과거에는 배당이나 주가 상승으로 단기차익을 노린다는 인식이 자리 잡혀 있었다. 국내서 주주행동주의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00년대초다. 행동주의펀드도 이때 생겨났다. 그러나 올해는 주주정책은 물론 지배구조, 경영정상화, 신사업 발굴, 사외이사·감사 선임 등 의미있는 소액주주들의 제안이 쏟아져 나왔다. 이에 '코리아 주주행동'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단 평가를 받는다. 실제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보통주 1주당 2417원의 현금배당 결의를 요청하는 주주제안을 제출했다.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3월 주총 주주제안 안건 상정 건수는 총 134건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76건보다 58건이나 늘어난 수준이다. 정부는 올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꺼내들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자본시장의 중장기 과제로 삼았다. 이에 발 맞춰 소액주주들의 권리 행사가 활발해지면서 기업들도 경계는 하지만, 문턱을 낮추고 있다. 물론 올해도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모습도 포착됐다. 소액주주들의 접근성이 떨어뜨리려고 섬과 산골짜기로 주총 장소를 잡는 기업과 주총장 '입구'에서 막는 기업도 있었다. 소액주주연대도 경영진을 향해 쓴 소리를 뱉으며 '표 대결'을 하는 반면, 경영진에 회유가 돼 소액주주들의 지분을 위임 받아놓고서도 주총장에 나타나지 않은 주주연대도 있었다. 소액주주들의 등장은 경영진을 견제하는 장치가 되고 있다. 이는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정책, 기업지배 구조 개선의 기반도 된다. 경영진과 소액주주들의 소통도 늘어가고 있는 것도 경영진 중십의 기업 운영 방식에서 주주가치 극대화 문화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란 평가다. 코리아 디스카운드, 우리 자본시장의 손꼽히는 과제다. 이를 위해선 기업은 주주들에게 관심을, 주주는 투자한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발전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올해보단 내년이, 내년보단 내후년이 나은 3월, 정기주총 시즌이 되길 바란다. 윤하늘 기자 yhn770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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