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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3차 개혁 관전포인트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국민연금 개혁이 고지를 향해 첫 걸음을 디뎠다. 갈 길은 멀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라고 했으니, 첫 발을 내딘 것만도 의미가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9월 1일 공청회를 열고 국민연금 개편에 대한 큰 그림을 제시했다.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내놨지만, 요약하면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향후 5년에 걸쳐 12% 또는 10년에 걸쳐 15% 또는 15년에 걸쳐 18%까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연금 받는 나이를 현행 65세(2033년)에서 68세(2048년)로 높일 것을 제안했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정부는 5년마다 연금의 건강을 체크해서 국회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맨 먼저 재정계산위가 보고서를 내면 정부는 여론을 수렴한 뒤 대통령 승인을 거쳐 10월말까지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국회에 제출한다. 국민연금은 1988년 출발했다. 지금까지 두 번, 1998년 김대중 정부와 2007년 노무현 정부 때 손질했다. 윤석열 정부는 임기 내 연금 개혁을 추진 중이다. 심각한 저출생·고령화 추세 속에서 연금을 고쳐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모두가 공감한다. 그러나 보험료를 더 내라고 하면 모두가 손사래를 친다. 윤 정부는 과연 임기 내 국민연금을 뜯어고칠 수 있을까? ◇ 1차 개혁안, 뭘 손봤나 1998년 3월 김대중 정부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급여 수준(소득대체율)을 70%에서 55%로 낮추고, 연금을 타는 나이를 2013년 이후 5년 단위로 한 살씩 높인다는 내용이다. 당시 국회에선 야당인 한나라당의 힘이 가장 셌다. 1998년 9월 한나라당은 급여 수준을 60%로 낮추는 독자적인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냈다. 정부안대로 55%까지 낮추면 근로자의 최저 노후생활 보장이 어렵다는 이유를 댔다. 국회는 같은 해 12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급여 수준은 한나라당 뜻대로 60%가 됐고, 수급 개시 연령은 정부 뜻대로 2013년부터 61세로 높아졌다. 오는 2033년 수급 개시 연령이 65세로 높아지는 것은 바로 이 개정안에 따른 것이다. ◇ 반쪽에 그친 2차 개혁안 참여정부 시절 개혁안은 노무현 대통령이 뒤에서 밀고 유시민 복지부 장관이 총대를 멨다. 2003년 8월 정부는 국민연금 제도개선 공청회를 가졌다. 이때 재정계산이 처음 실시됐다.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2047년에 기금이 바닥을 드러낸다는 계산이 나왔다. 정부는 애초 세게 나갔다. ‘더 내고 덜 받는 안’을 제시했다. 보험료율을 9%에서 2010년부터 5년마다 1.38%포인트씩 올리자는 내용을 담았다. 이렇게 하면 2030년 보험료율이 15.9%까지 오른다. 소득대체율은 60%에서 50%로 낮추자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개정안은 2007년 국회에서 ‘그대로 내고 덜 받는’ 식으로 정리됐다. 보험료율은 9%에서 바뀌지 않았다. 대신 소득대체율은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40%로 낮추도록 설계됐다. 소득대체율 하향은 현재진행형이다. 이 덕에 기금 소진 시점이 좀 뒤로 미뤄졌다. 그러나 본질적인 개혁과는 거리가 있다. ◇ 기회 흘려보낸 문재인 정부 2018년 8월 4차 재정계산을 두고 여론이 들끓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동의와 사회적 합의 없는 정부의 일방적인 국민연금 개편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 뒤 재정계산위원회가 공청회에서 개선안을 공개했으나 이미 대통령이 ‘퇴짜’를 놓은 뒤였다. 재정계산위는 소득대체율을 45%로 높이되 보험료율을 2%포인트 즉각 인상하는 안 등을 제시했다. 2018년 12월 복지부는 4가지 안을 담은 종합운영 계획안을 내놨다. 그 중 하나는 맥빠진 ‘현행 유지’다. 연금 개혁은 욕 먹을 각오를 하고 밀어붙여도 될까말까다. 정부가 연금법 개정에 미지근한 태도를 보이는 데 표에 민감한 국회가 팔 걷고 나설 리가 없다. 그렇게 연금 개혁은 물건너갔다. 국회 의석을 고려하면 문재인 정부가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 게 못내 아쉽다. 2020년 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압승을 거뒀다. 마음만 먹으면 어떤 법도 처리할 수 있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무슨 이유인지 연금 재정의 둑을 쌓고 보장성을 강화할 기회를 흘려보냈다. ◇ 3차 개혁 짐은 윤석열 정부로 지난해 2월 대선 토론에서 윤석열·이재명·안철수 후보는 국민연금 개혁에 뜻을 모았다. 그만큼 현 정부 임기 안에 개혁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가 크다. 현재 국민연금 개혁은 두 갈래로 진행 중이다. 먼저 국회는 연금개혁특위 아래 민간자문위를 운영 중이다. 1기 자문위는 3월 경과보고서를 특위에 제출했다. 하지만 보험료율(9%), 의무가입상한(59세), 수급개시연령(2033년 65세)을 모두 올려야 한다고 제안했을 뿐 똑 부러진 방안을 제시하진 못했다. 연금특위는 오는 10월까지 활동하는 2기 민간 자문위를 출범시켰다. 윤 정부 역시 10월까지 국민연금 종합운영 계획을 확정해 국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정부가 과연 단일안를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후 본격적인 개편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연금 개혁은 법 개정 사안이라 국회가 최종 결정권을 쥐고 있다. 내년 4·10 총선은 국민연금 개혁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지금과 같은 여소야대 지형이 이어지면 난관이 예상된다. 전통적으로 진보 민주당은 연금개혁에서 소득대체율 상향을 중시한다. 반면 보수 국민의힘은 재정 안정에 무게를 둔다. 이번에 재정계산위가 내놓은 개선안엔 소득대체율 부분이 빠졌다. 소득대체율을 중시하는 위원이 표결에서 퇴장하는 일도 있었다. 민주당이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 경우 소득대체율부터 손보자고 나설 게 틀림없다. 총선 결과 여대야소로 지형이 바뀌어도 연금 개혁이 일사천리로 이뤄지길 바라는 건 무리다. 그만큼 연금개혁, 특히 보험료율 조정은 여야 모두에게 민감한 사안이다. 1차, 2차 사례에서 보듯 국민연금 개편은 여야 간 ‘기브 앤 테이크’가 불가피하다. 이왕 대선 토론에서 뜻을 모았으니, 여야 지도자들이 국민연금 개혁을 협치의 모델로 삼으면 좋으련만.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공청회 9월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공청회에서 이기일 보건복지부 차관과 김용하 재정계산위원장 등 참석자들이 박수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기자의 눈] 전 세계 반도체 경쟁…韓, 승기 잡아야

[에너지경제신문 여이레 기자] 반도체가 미래시대 새로운 자원으로 인식되면서 전 세계가 반도체 강국 입지 다지기에 한창이다. 한국 역시 정부와 기업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다운턴(하락)이 계속되고 있으나 다가올 업턴(상승)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유럽은 현재 9%로 떨어진 전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을 오는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2030년까지 민간 및 공공에서 430억유로(약 62조원)를 지원하는 유럽연합(EU) 반도체법을 시행하기로 확정했다. 이 법은 제조시설 확대뿐 아니라 전문인력 양성, 차세대 반도체 기술 연구에 대한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EU는 반도체 기술역량을 강화를 위한 반도체 이니셔티브를 설립하고, 역내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EU 내 최초 제조시설을 건설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반도체 공급망 및 가치사슬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수요 및 공급 부족을 예측해 위기에 대응해 나간다. 일본은 대만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인 TSMC 등 해외 반도체 기업 현지 유치를 통해 한 번 종합반도체 국가로 거듭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이어 일본은 최근 정부와 민간 대기업 합동으로 설립한 라피더스의 공장 기공식을 갖기도 했다. 라피더스는 오는 2025년 시제품 생산라인 완공과 함께 2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의 반도체 시험 생산을 시작해 2027년부터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인도 역시 반도체 제조 기업에 100억달러(약 13조원)을 보조금으로 긴급 지원하면서 미국의 제재로 중국이 위축된 중국의 대체 국가로서 공백을 채운다는 전략이다. 한국은 최근 반도체·이차전지·디스플레이 등 첨단 전략 산업 관련 예산을 2조1603억원으로 확대했다. 첨단 전략기술 분야 외국인 투자 현금 지원 한도를 40%에서 50%로 확대하는 데는 2000억원이 편성됐다.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평택, 용인 클러스터에 반도체 제조 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용인 남사읍에는 삼성전자의 첨단 시스템반도체 공장(팹) 5기, 원삼면에는 SK하이닉스의 첨단 메모리반도체 팹 4기, 기흥구에는 삼성전자의 첨단 메모리·시스템 연구개발(R&D)센터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양사의 투자도 지속 중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R&D에 13조7779억원을 투입했다. 지난해 상반기 R&D 규모 12조1779억원보다 13.1% 늘어난 규모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상반기 R&D 투자는 2조863억원으로 작년 상반기(2조4075억원)보다는 감소했지만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9.3%에서 16.8%로 높아졌다. 치열한 전 세계 반도체 시장 경쟁 속, 미래를 바라보는 투자를 통해 한국이 승기를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산업부_여이레 ▲여이레 산업부 기자

[데스크 칼럼] 홍범도 논란으로 본 국가 vs 민족

국가란 무엇인가?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77주년 기념 경축사. 육군사관학교 내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 광주광역시의 정율성 추모 논란. 최근 국가와 민족에 대한 개념정립부터 무엇을 더 중시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일련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실상 그동안 대한민국이란 국가보단 민족끼리가 더 중시되어 왔던 흐름이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순 없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건국을 기념하는 ‘건국절’을 제도적으로 정부 주도로 챙겨오지 못하고 있고,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1945년 8월 15일을 광복절로만 기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한민국 건국에 기여한 분들을 기리기보다는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을 했던 분들을 좀더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일제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모든 독립활동에 대해 추앙할 것이 아니라 어떤 방향성과 지향점을 가지고 독립운동에 참여했는지를 이제 따져보자는 문제제기가 나왔다. 그것도 현직 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77주년 기념 경축사에 던졌다. 윤 대통령은 "일제 강점기 시절 독립운동은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나라를 세우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자유와 인권이 무시되는 전체주의 국가를 세우기 위한 독립운동은 결코 아니었다"고 규정했다. 조선 이씨 왕조체제나 대한제국으로 돌아가거나 공산주의 국가를 건설하려는 독립운동은 아니었음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공산 세력에 맞서 자유국가를 건국하는 과정, 자유민주주의의 토대인 경제성장과 산업화를 이루는 과정,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온 과정을 통해 계속되어 왔고 현재도 진행 중"이라고 독립운동 계승에 대해 설명했다. 1945년 일제로부터 해방되어 사회민주주의 계획경제의 길을 택한 북한과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선택한 대한민국과는 엄연하게 다르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이런 대한민국 건국의 역사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일제시대 무장투쟁을 전개하며 독립운동을 해온 홍범도의 육사 내 흉상 이전의 논란도 정리해 볼 수 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의열단 소속으로 독립운동에 참여했다가 북한군 소속으로 대한민국 침략에 선봉에 선 김원봉을 대한민국 국군의 뿌리라고 치켜세워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홍범도 장군도 넓게 보면 마찬가지다. 일제시대 무장 독립운동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소련 공산당원으로 활동했으며 소련군 대위 계급장으로 생을 마감했다. 심지어 1921년 소련군 적군에 의해 수 천명의 독립군이 학살당한 ‘자유시 참변’에 관여했다는 기록까지 나왔다. 상황이 이럴진데 대한민국 군인으로서 북한을 주적으로 삼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일선에서 싸워야 하는 장교를 육성하는 육군사관학교에 그의 흉상을 그대로 두고 생도들에게 경례를 받게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 광주광역시에서는 중공 인민해방군의 행진곡을 작곡하고, 6.25 전쟁 당시 중공군 일원으로 전선 위문활동을 한 전력이 있는 정율성을 기리기 위해 추모공원을 조성하고, 그의 이름을 내건 다양한 문화활동을 대대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한마디로 국민혈세로 반(反)대한민국 세력을 추앙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가보단 민족을 더 중시하는 이념에서 나온 형태로 볼 수 있다. 대한민국 건국에 기여한 초대 이승만 대통령과 경제발전에 커다란 공을 세운 박정희 대통령을 제대로 기념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폄훼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철지난 이념이 아니라 나라를 제대로 끌고 갈 수 있는 그 철학이 이념"이라며 ‘실용’보다 ‘이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기회에 국민들도 대한민국이란 국가는 어떻게 건국됐고, 나에게 무엇인지. 건국에 기여하고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발전시켜온 사람들은 누구였는지 성찰 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광화문광장에 세워진 동상과 한국 돈 지폐를 장식하고 있는 인물들의 교체는 필요 없는지.송영택 산업부장/부국장

[윤석헌 칼럼]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금융의 역할

지난 7월 한국은행은 지난해 한국경제 규모를 전세계 13위(명목GDP 기준)로 발표했다. 2020년과 2021년의 10위에서 다소 하락한 수준이다. 한국은 2018년 세계 7번째로 3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인구 5000만명 이상)에 이름을 올린 바 있고,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을 ‘선진 경제권’으로 분류했다.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훌륭한 성과를 이어가야 할텐데 저출산과 고령화, 양극화, 저성장과 일자리 문제, 기후변화 등으로 한국경제의 앞날이 밝지 만은 않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10위권 선진 경제에 걸맞은 금융부문 역할이 절실하다. 그간 실물경제의 고속성장에 힘입어 양적성장을 이룩한 금융부문이 이제 대내외 환경변화의 불확실성 속에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해 기여할 차례인데, 무슨 역할을 어떻게 수행해야 할까. 지난 반세기 한국경제에서 금융의 역할은 IMF 위기를 전후로 확연히 구분된다. 위기 이전에 금융은 경제개발 지원을 위해 기업금융을 중시했으나, 관치금융 하에 위험과 비효율이 확대되면서 외환위기가 초래됐다. 위기 이후에는 소매금융에 주력했는데, 금융사 탐욕과 위험관리 부실이 사모펀드 사태를 초래했고 부동산 관련 가계부채 확대가 경제에 부담을 배가하고 있다. IMF 위기 전과 후 모두에 후한 평가가 어렵다. 최근 한국경제는 미증유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출이 10개월 넘게 내리막이고, 고물가와 고금리 속에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면서 IMF는 지난 7월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전망치를 1.4%로 낮췄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해 금융의 역할이 절실한데, 국가 위험관리와 기업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이원적 전략’이 바람직해 보인다. 한편으로 국가 위험관리에서 금융의 역할을 강화하고 또 한편으로는 한국경제의 강점인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소벤처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이다. 이 두 가지 방향 각각에 걸맞은 금융과제들을 살펴보자. 우선 국가 위험관리 강화를 위해서는 첫째, 가계부채 연착륙 유도가 절실하다. 과다한 가계부채 속에서 최근 금리상승세가 소비 수요를 위축시켜 경기침체 원인으로 작용하고, 저성장과 인구감소 추세는 부동산 시장 침체를 예고하고 있다. 가계부채 과다를 초래한 부동산 보유를 금융자산 보유로 전환하는 것도 중요한 금융과제다. 둘째, 개방경제인 한국경제는 환율을 통한 해외 금융시장 위험 노출이 크다. 따라서 이를 관리하기 위한 국가 위험관리체계가 필요하다. 대외적으로 원달러 스왑계약 체결, 원화 국제화 등을 추진할 수 있고, 대내적으로는 금융사의 기업 및 가계 금융활동에 대한 위험관리 강화, 내수확충을 위한 자영업자 지원 및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포용금융과 사회적금융 확대 등이 절실하다. 국가 위험관리체계는 기업과 가계의 보다 적극적 경제활동을 지원하는 보험 역할을 할 수 있다.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첫째, 생산적 금융의 확대가 필요하다. 한국이 경쟁력 우위를 갖는 제조업 분야를 집중 지원해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유지 및 강화해 나가야 한다. 단 자본시장에서 자금수요 충족이 용이한 대기업이나 재벌 지원보다 자금, 정보, 자문 등에서 금융권 지원이 절실한 중소벤처, 창업 및 자영업자 등에 맞춤형 금융서비스 제공을 통해 지원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둘째, 디지털 전환 경제에서 핀테크 경쟁력 제고를 통해 고객 편의성 및 중개역할의 실효성 제고를 도모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대출관련 신용위험 분석 능력 함양을 통한 중개기능 효율화, 자산운용 역량 확충을 통한 고객 연금수익률 제고 등이 절실하다. 다만 금융발전은 첨단기술의 우수성보다 고객의 니즈 충족이 우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들 외에도 기후변화 대응에서 금융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산불, 홍수, 태풍 등 이상기후 징후 빈발로 금융권에 기후금융 관련 역할의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신재생에너지(RE) 확보 경쟁에 뒤져 있어, 금융권의 신용공여시 기업의 탈탄소화 유도 노력이 절실하다. 규제완화가 금융발전을 가져온다는 일각의 견해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규제완화는 위험을 확대해 금융안정을 해치고 소비자 피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은 올바른 역할을 수행해 수익을 창출하되 언제나 금융안정과 소비자보호를 우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감독체계를 정비하고 규제를 완화하되, 금융사 스스로가 혁신 결과에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K-금융’의 과제다.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

[기고] 이제 논쟁 끝, 양평군 자결 현안에만 몰두

올해 여름 더위와 장마만큼이나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쟁은 지루하고 길었습니다. 뜨겁게 움직이면서도 우리 염원을 담은 61,042명 뜻을 정부와 국회에 전달했습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추진 재개 의지를 천명했습니다. 언제까지 양평군민이 결정할 수 없는 일에 매달려 있을 수는 없습니다. 이제는 반복되는 고속도로 논쟁에서 벗어나 우리 뜻을 담아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나서겠습니다. 먼저 우리는 강하IC가 포함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추진 재개 서명운동을 마무리했습니다. 8월30일 ‘서울-양평 고속도로 추진 재개 양평군 범군민대책위원회’는 고속도로 추진 재개를 희망하는 61,042명 뜻을 서명부에 담아 정부와 국회에 전달했습니다. 그동안, 양평군 범군민대책위원회가 전개한 강하IC가 포함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추진 재개를 위해 서명으로 동참해주신 양평군민 여러분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7월10일 출정식과 함께, 강하IC가 포함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추진 재개를 위한 10만 서명운동을 전개해주신 양평군 범군민대책위원회 모든 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광주시장님과 하남시장님이 서울-양평 고속도로 신속 추진 재개에 뜻을 모아주신 점에도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중단이란 난데없는 어려움에 모두 함께 나서주신 양평군민 열정과 저력, 그리고 결집된 힘에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양평군민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정상 추진돼야 합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선정과정에서 해당 지역 의견 수렴은 가장 당연한 과정이라 합니다. 그 당연한 일을 하기 위해 취임 직후 양평군수로서 우리 군 의견을 국토교통부에 제시했습니다. 그 결과로,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노선안이 강하IC가 포함된 서울-양평 고속도로입니다. 양평군수로서 고속도로 주무 관청인 국토교통부에 건의한 의견이 어찌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입니까? 강하IC가 포함된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원하는 이유는 장래 후세가 이용할 고속도로 노선을, 현재 우리가 결정해야 하는 크나큰 책임감 때문입니다. 오로지 양평군 미래 발전 가능성을 담아내는 서울-양평 고속도로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양평군민은 모두 아실 것입니다. 소모적 논란에 휘말려, 허투루 고속도로 노선을 결정할 수 없습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양평군에 IC가 있어야 합니다. 양평군에 IC가 있는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양평군민이 원하는 것입니다. 제50주년 양평군민의 날은 군민 뜻을 모으는 화합의 장으로 만들겠습니다. 오는 9월14일은 50주년을 맞이하는 양평군민의 날입니다. 코로나19로 움츠렸던 군민 마음이 즐거움으로 채워져 한곳에 모이는 날입니다. 읍면마다 체육대회를 준비하면서 분주한 군민 모습은 그 옛날 운동회 준비로 흥분했던 지역공동체 모습을 볼 수 있어 준비과정 자체가 축제가 되고 있습니다. 양평군민이 특정한 목적 없이 단지 화합을 위해 모이는 유일한 모임이 군민의 날입니다. 과거, 읍면별 경쟁이 과열돼 단합에 흠이 있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모두 추억이 됐습니다. 금년 군민의 날은 모처럼 군민이 하나 되는 행복한 날이기를 바랍니다. 2024년은 ‘행복과 기대를 채워가는 매력 양평 만들기’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금년 2023년은 생활행정을 통해 군민이 더 편안하고 행복하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주민생활 불편을 신속하게 해소하고, 교통 혼잡과 생활쓰레기로 불편함이 없도록 했습니다. 내년에는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가 우리 군에서 문을 엽니다. 양평에서 건강한 아기 울음소리를 듣게 됩니다. 기대됩니다. 양평군민은 우리 지역이 더 나아져, 일상생활이 편리해지기를 바랍니다. 가정과 개인은 나름 발전적인 계획을 품고 가정 행복과 개인생활이 윤택해지기를 또한 소망합니다. 이런 군민의 희망이 하나하나 실현돼 가는 일련의 과정이 쌓여 가면, 그것이 우리 군을 행복으로 채울 것입니다. 양평군에 사는 것이 행복입니다. 팔당댐이 생긴 이래 지금까지 더해만 가는 규제는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가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규제개선이 전제되는 양평군 발전은 너무 오랜 세월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 규제를 넘어 양평군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길은 바로 관광입니다. 관광은 양평 방문객 기대를 채워줘야 합니다. 기대를 채우는 일을 내년에 본격적으로 군민과 함께하려고 합니다. 규제를 넘어서고, ‘양평군 전역’을 ‘관광’으로 집중하기 위한 관광 문화벨트 조성사업이 ‘양평에 머무는 분들의 기대를 채우는 일’입니다. 내년에 서부-중부-동부로 나눠 차곡차곡 성과를 내기 위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12만5000여 양평군민의 적극 동참을 기대합니다. 발전이 필요한 지역을 더 지원하는 ‘채움지역 지원 사업’도 시작해야 합니다. 발전이 더딘 면을 선정하고, 선정된 면의 주민이 머리를 맞대 사업을 발굴하면 이 사업에 집중 투자하겠습니다. 양평균형발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우리 양평군민 모두는 2024년 양평군 살림살이를 준비할 때입니다. 2024년, 내년에 할 사업을 발굴하고, 군민생활 편의를 위해 해야 할 일들도 체계화해야 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2024년에, 양평군은 ‘군민 행복과 양평군에 머무는 분들의 기대를 채워가는 매력 양평만들기’를 기치(旗幟)로 걸었습니다. 양평군에 필요한 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군민 뜻을 청취하겠습니다. 군민과 만나 대화하면서 매력 양평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사업을 가다듬겠습니다. 제50주년 군민의 날이 지나면, 민족 최대 명절 추석입니다. 올해 추석은 예년에 비해 조금 빠릅니다. 곡식과 과일이 익기에는 가을 햇살이 더 필요하겠지만, 언제나처럼 풍성한 한가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가을 불청객 태풍이 염려되지만 이 또한 잘 비켜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군민 여러분과 여러분 가정에 행운과 행복이 충만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양평군수 전진선전진선 양평군수 전진선 양평군수. 사진제공=양평군

현대차가 총대 멘 정년연장 [곽인찬의 뉴스가 궁금해?]

현대차 노조가 파업에 들어갈 움직임을 보인다. 8월24일 실시한 파업 찬반투표에서 노조는 89%가 찬성에 표를 던졌다.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에서 단연 돋보이는 쟁점은 정년 연장이다. 노조는 정년을 최장 64세까지 연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4월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노조원들은 정년 연장을 올해 임·단협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현재 법정 정년은 60세다. 국민연금을 받는 나이는 점차 높아져 2033년 65세가 된다. 여기서 연금 크레바스(공백) 우려가 나온다. 또한 저출산에 따른 노동력 부족은 국가적 과제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역대 최저로 굴러떨어졌다. 정년 연장은 노동력 부족을 완화하는 방안 중 하나로 자주 거론된다. 현대차에서 정년 연장은 어떤 과정을 밟아왔는지, 정부는 정년 연장에 대해 어떤 정책을 펴왔는지, 해외 사례는 어떤지 등을 살펴보자.◇ 정년 연장 총대 멘 현대차몇 년 전부터 정년 연장은 현대차 노사 협상의 단골 메뉴다. 일부 성과도 있다. 노사는 2018년 시니어 촉탁직 신설에 합의했다. 60세 정년을 맞은 직원은 1년 간 계약직으로 원래 하던 일을 더 할 수 있다. 그러나 시니어 촉탁직은 임시방편이다. 노조는 아예 정년을 64세로 높일 것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그래야 국민연금 수령까지 소득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측도 고민이 깊다. 사실 정년 연장은 정부와 국회가 다루어야 할 국가적 과제다. 한 회사가 떠맡기에는 부담이 크다. 더구나 현대차는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대대적인 전환을 진행 중이다. 전기차는 기존 휘발류·경유 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품이 적고 생산이 간편한 편이다. 굳이 정년을 연장하면서까지 인력을 충원할 필요가 없다. 이 결과 정년 연장을 둘러싼 노사 협상은 수년째 답보 상태다.◇ 정부는 어떤 생각인가전임 문재인 정부는 경제부총리가 이끄는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정년 연장 문제를 다뤘다. 지난해 2월 4차 인구정책 TF는 "고령자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추진한다"고 말했다. 계속고용제는 정년을 연장하거나, 정년을 없애거나, 직원을 재고용하는 것을 말한다. 윤석열 정부도 계속고용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올 1월 정부는 ‘제4차 고령자 고용촉진 기본계획(2023~2027)’을 발표했다. 고령자고용촉진법에 따라 고용고용부 장관은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할 의무가 있다. 고령자 고용에 관한 최상위 체계라 할 수 있다. 기본계획은 ‘자율적 계속고용 지원 확대’를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단체협약·취업규칙 등에 계속고용제를 도입한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재정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기본계획은 우수 사례로 크라운제과와 한라시멘트 사례를 들었다. 크라운제과는 정년을 62세까지 연장(2016년)하고, 정년 후 3년 간 재고용을 보장했다. 한라시멘트는 노사 합의에 따라 정년 퇴직자 15명을 재고용(2021년)했고, 특정 공정 노하우를 갖춘 퇴직자 22명을 재고용(2022년)했다. 기본계획은 일정도 제시했다. 2023년 1분기에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계속고용 논의체를 구성한 뒤, 2분기에 본격적인 사회적 논의를 거쳐, 연말에 계속고용 로드맵을 마련한다는 시간표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 간 정년 연장 논의는 기업 자율에 의한 바람직한 진전이다.◇ 걸림돌은 없나장애물이 없는 정책은 없다. 정년 연장의 최대 걸림돌은 임금피크제다. 노조는 임금피크제 없는, 곧 소득 감소 없는 정년 연장을 원한다. 회사는 인건비 부담을 내세워 임금피크제를 필수 조건으로 여긴다. 경사노위는 지난 7월에 ‘초고령사회 계속고용 연구회’를 늑장 발족시켰다. 하지만 노동계는 빠진 반쪽 출범이다. 한국노총은 정년 연장이 임금피크제로 귀결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면서 불참했다.지난 5월 대법원은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만을 기준으로 적용된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판단을 내렸다. 관련법을 보면 이는 당연한 판결이다. 고용자고용촉진법은 1조(목적)에서 "이 법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하는 고용차별을 금지한다"고 못박았다. 비용 절감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는 기업들로선 임금피크제 없는 정년 연장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또 다른 걸림돌은 청년 일자리다. 지난 2016년부터 300인 이상 기업과 공공기관은 정년을 60세로 높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자 고용이 1명 증가할 때 청년 고용은 0.2명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지금도 질 좋은 청년 일자리가 모자란다고 난리다. 현대차는 청년들이 서로 들어가고 싶어하는 곳이다. 이 마당에 정년이 연장돼 신규 채용이 줄면 청년층 불만은 불을 보듯 뻔하다. ◇ 임금체계 개편은 또다른 장벽윤석열 정부는 계속고용제 도입을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과 한묶음으로 다룬다. 사회적 논의의 핵심도 이 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직무급제 전환은 난관투성이다. 강성 노조가 자리잡은 대기업과 공기업은 호봉제가 지배적이다. 연공서열을 기초로 하는 호봉제 아래선 나이가 벼슬이다. 근무연수가 차면 절로 봉급이 오른다. 직무급제는 하는 일에 따라, 성과급제는 실적에 따라 연봉이 달라진다.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노조는 호봉제를 유지하면서 정년만 연장되길 바란다. 그러나 정부는 노동개혁 차원에서 호봉제를 직무급제로 바꾸려 한다. 윤 정부가 출범한 뒤 노·정 관계는 악화일로다. 이 마당에 직무급제 전환을 강행할 경우 충돌이 불가피하다. ◇ 정년 연장은 가야 할 길현대차 노조는 귀족 노조로 불린다. 평균 연봉는 1억원 수준이다. 이런 회사가 정년까지 늘려달라고 파업에 나설 경우 ‘과욕’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그러나 정년 연장은 꼭 현대차 노사가 아니라도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숙제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저출생률을 고려하면 이미 선제 대응 타이밍을 놓쳤다고 볼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4만9000명에 그쳤다. 출생아 수가 25만명 밑으로 떨어진 것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처음이다. 2021년 기준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1을 밑도는 유일한 나라다. 고령화 선도국인 일본은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려 2006년 65세까지 고용확보 조치를 의무화했다. 이를 계기로 계속고용제가 널리 퍼졌다. 이어 2020년에는 근로자가 만 70세까지 일하기를 원할 경우 기업이 계속고용을 위해 노력할 의무를 부여했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은 아예 정년이 없다. 싱가포르는 법정 정년이 63세이지만 2030년까지 65세로 연장된다. 현대차 노사가 정년 연장에 어떤 결론을 내리든 정부는 이를 존중하면 된다. 그러나 정년 연장을 기업 자율에 맡기는 건 한계가 있다. 한국은 고령화·저출산 속도가 세상에서 가장 빠른 나라다. 국가 경제의 지속성을 고려하면 정부가 앞장서고 국회가 이를 법령으로 뒷받침하는 게 정도다. <경제칼럼니스트>현대자동차의 2023년 임금·단체협약 교섭에서 정년연장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노조는 최장 64세까지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사진=연합뉴스

[기자의 눈] 수백억 배임사태에

최근 은행 금융권 직원들의 대규모 횡령 등 비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카드사에서 마저 100억원대 배임이 나타난 정황이 지난달 29일 드러났다. 배임은 일부 직원들이 모 회사와 허술한 제휴 계약을 맺고 3년 동안 리베이트를 받는 식이었다. 최근 들어 금융업권 직원들로부터 발생하는 횡령 관련 사고가 줄줄이 잇따랐다. 지난달에는 대구은행 직원들이 고객의 동의 없이 계좌 1000여개를 무단 개설한 정황이 포착됐고, KB국민은행 직원과 가족들이 주식 관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27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도 적발됐다. 경남은행에서는 부장급 직원이 7년 동안 회삿돈 562억원을 횡령하고 유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상황이 이렇자 금융권 안팎에선 내부통제 허술함의 심각성이 도대체 어느 수준이냐는 지적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은행권에 국한돼 연달아 사고가 터졌지만, 업계가 이해하지 못하는 황당한 수준의 배임이 일어난데다 2금융권인 카드업계로 번지면서 내부통제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을 넘어 사회 전반에 만연한 잠재적 문제가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카드업계는 즉각 롯데카드만의 문제인 것으로 선을 그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금융권을 잘 모르는 사모펀드인 점 등이 타 카드사와는 다르며, 타사는 준법관련 부서에서 계약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기에 일반적으론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손사래를 쳤다. 금융당국은 곧바로 전 카드사 내부통제를 점검하겠다며 통보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비난을 함께 받고 있다. 뒤늦게 점검할지라도 이미 횡령한 금액을 환수하기가 어려운 구조며 횡령·배임 발견 후 가해지는 제재도 턱없이 약해 범죄를 엄중히 다스리지 못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수백 억대 배임 사고에도 롯데카드 경영진 제재는 사실상 ‘시말서’를 작성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당국은 현행법상 직원이나 내부통제 책임을 제재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당국은 카드사 사고 때마다 행정 제재가 아닌 검찰 통보로 처벌해왔다. 소비자로선 얼마나 큰 문제가 터져야 ‘문제 해결’ 자체를 위한 대책이 나올수 있을지 개탄스러운 상황이다. 내 돈을 맡겨야 하는 금융사도, 이를 관리하는 당국도 믿을 수 없어 어느 업권과 회사에서 어떤 문제가 나타날지 시한폭탄을 안고 가는 심정이기 때문이다. 금융사도, 당국도 근본적으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기능이 발휘될 때 보다 근본적인 금융업권의 선진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EE칼럼] 거꾸로 가는 재생에너지 정책

신동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이사 한국의 이동통신은 미래 먹거리 산업을 논할 때 대표적인 사례로 자주 등장한다. 이동통신이 시작된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세계 시장을 주름잡은 건 핀란드의 노키아와 미국의 모토로라였다. 이들은 아날로그 방식인 주파수 다중접속을 사용했다. 후발 주자인 우리나라는 1989년 통화시험에 성공한 미국 퀄컴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을 채택하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한국이동통신을 통해 본격적인 상용화 개발에 착수했다. 그리고 마침내 1996년 세계 최초로 CDMA 기술을 이용한 이동통신이 상용화하며 디지털 통화 시대를 열었다. 지금은 세계 이동통신 시장에서 가장 우수한 제품 라인에 삼성 갤럭시폰이 애플의 아이폰과 경쟁을 하고 있다. 선진국은 관세와 지식재산권 등을 빌미로 후발 개도국이 따라오지 못하도록 ‘사다리 걷어차기’를 한다. 20세기 후반 온 세계가 합의해 자유무역체제(WTO)를 구축했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반도체 산업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기 위해 국제적 약속을 뒷전으로 미뤘다. 이에 따라 후발국들은 끊임 없이 ‘건너 뛰기(leapfrogging)’를 시도한다. 아직 선진국도 진입 중인 분야에 투자를 집중해 선두권에 들고자 하는 노력이다. 일본의 전자산업을 뒤따라 가던 우리나라는 반도체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건너뛰기에 성공했다. 원천 기술이나 소재, 부품에서는 미국·일본등과 밸류 체인을 형성하고 있지만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입지는 강고하다. 건너뛰기는 우리만 하는 게 아니다. ‘세계의 공장’으로서 저렴한 소비재의 공급처 역할을 하는 중국도 ‘국민경제사회발전 5개년 규획’을 통해 개도국에서 선진산업국으로 도약을 위해 집중 분야를 선정해 지원한다. 그 결과는 이미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다. 국내 전기시내버스의 상당수가 중국산이다. 이는 중국이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분야를 미래의 먹거리 산업으로 삼아 건너뛰기 분야로 선정하고 투자를 집중한 결과다. 우리나라의 에너지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방향은 명확하다. 94%의 1차 에너지원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나라로 자립에너지 확대를 통해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고, 미래 에너지 분야에 대해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액은 지난해 1908억달러, 약 250조원이다. 같은해 총 수입액의 26%를 차지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위기를 겪은 유럽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의 경쟁상대국인 독일은 이미 총 에너지 소비에서 16%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지만 우리는 2%대에 머물고 있다. 북해의 산유국인 덴마크는 40%를 재생에너지로 쓰고 있다. 우리도 에너지 소비의 2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한다면 50조원을 산유국에 퍼주지 않고 국내 경제에서 순환시킬 수 있다. 국내 에너지 산업의 생태계를 살펴보자.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화석연료 매장이 빈약하다. 석유와 가스는 동해 7광구 인근에서 극소량을 채굴하는 형편이고, 석탄도 고갈돼 얼마 전 화순탄광이 문을 닫았다. 화석연료 부문에서 국내 기업들은 조선소의 해상플랫폼과 같은 채굴 장비와 시설, LNG선 제조, 그리고 정유 쪽에 참여하고 있다. 원전부문에서는 25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3기를 건설 중인 우리나라는 미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에 이어 5위다. 현재 세계적으로 건설 중인 원전이 57기라고 하지만 중국 21기, 인도 8기를 제외하면 10여 개국에서 고작 1~2기를 짓고 있다. 원전을 건설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나라는 미국과 프랑스, 일본, 러시아, 중국, 한국 등 6개국이다. 그러나 5개국이 독자적인 수출권을 가진 반면 한국은 원천 기술을 가진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승인이 필요하다. 그래서 아랍에미리트연합 원전도 웨스팅하우스 및 도시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었다. 원전은 핵무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국제정치와 안보를 고려해 도입 결정을 한다. 우리나라가 원전을 수출하는 것은 도입국이 미국을 선택했을 때 시공업체로 참여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에너지 소비에서 화석연료 비중이 여전히 80%를 웃돌고 있지만 기후위기의 거센 역풍으로 G7 정상들조차 금세기 안에 화석연료 사용을 종식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화석연료와 원전 부문은 에너지 분야에서 축소 또는 정체하고 있는 시장이다. 반면 재생에너지 부문은 이미 미래 에너지에서 주축으로 자리잡아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빠르게 성장하며 세계 발전량의 10%를 넘어섰다. 지난해 말 국제에너지기구의 연례보고서는 향후 5년간 신규 전력 설비의 90%를 재생에너지가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한국의 정부와 여당은 재생에너지 홀대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여당은 내년도 예산 편성에서 재생에너지 지원 항목들을 삭감하겠다고 공언했다. 우리의 경쟁 상대인 선진 산업국은 물론 화석연료가 풍부한 산유국조차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런 홀대가 가져올 결과는 불을 보듯 명확하다.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10년’이 남의 일이 아닐 듯하다.신동한 신동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이사

[이슈&인사이트]과학, 비과학, 그리고 과학적 사기

누가 해도 같은 결과가 나오는 재현성이 있을 때 과학이라고 하고, 없을 때는 비과학이라고 한다. 비과학을 과학으로 변조 또는 조작해서 정신적,물질적 이득을 취할 때는 과학적 사기라고 한다. 퀀텀에너지연구소가 피어 리뷰가 없는 웹사이트 ‘아카이브’(2023년 7월22일자)를 통해 발표한 임계온도 섭씨 127도(400K)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 ‘LK-99’ 개발 소식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일부 언론은 노벨상은 떼 놓은 당상이라고 하기도 하고 수천 조 원에 달하는 상업적 가치를 추정하기도 했다. 이때문에 초전도체 관련주로 거명된 주식 묻지마 투자가 몰리며 폭주했다. 초전도체 관련주로 거명된 기업들이 초전도체와의 관련성을 부인하는 공시를 하지만 묻지마 상한가 행진이 계속됐다. 그러다가 미국 메릴랜드대 응집물리이론센터(CMTC)가 ‘LK-99가 초전도체가 아니다’고 발표(8월9일) 하면서 주가는 폭락했다. 이후 김인기 보나사피엔스 대표가 SNS를 통해 "LK-99는 상온 초전도체도 맞고 새로운 강자성체도 맞다"라고 언급하면서 다시 관련주의 상한가 행렬이 이어졌다. 최근에 네이처(8월16일자)에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니다’라는 확정적 표현의 기사가 나오자 다시 하한가를 쳤다. 부정적 기사와 긍정적 기사가 반복되면서 주가는 널뛰기 장세를 연출했다. 여기서 초전도체 개발 소식을 사기로 단정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제기된다. 물론 관계자들이 이 과정을 통해서 이득을 편취한 사실이 명확하다면 사기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상온에서의 초전도체 개발은 과학기술계의 꿈이다. 1911년 네덜란드 라이덴대학의 카멜린 온네스 교수가 초전도 현상을 발견하고 노벨상을 받은 이후 상온 초전도체 개발에 수많은 과학자가 밤낮으로 실험실을 지켜왔지만 모두 허사였다. 2019년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미하일 에레메츠가 수소화 란타넘으로 영하 23도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를 발표한 것이 상온에 가장 근접한 연구다. 연구는 무수한 실패 과정을 거치며 진보한다. 그래서 과학자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솔직할 때 과학계는 실패에 관용을 가진다. 연구 부정행위는 그 경중에 따라서 사기, 변조, 표절로 대별 된다. 사기는 명백하게 데이터를 날조하고 실험 결과를 조작하는 것이고 변조는 결론을 유도하기 위해서 데이터를 선택적으로 조작하는 것이다. 표절은 다른 사람의 문장이나 데이터를 적절한 인용처리 없이 사용하는 것이다. 과학적 사기의 부류에 속하는 것으로 오도와 편향, 그리고 의도적 왜곡이 있다. 골프에서 홀인원이 필연보다는 우연에 가까운 것과 같이 과학도 필연보다는 우연에서 찾아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연구 전체가 가설검정처럼 정돈되고 엄정한 절차들에 따라 신중하게 기획되고 이뤄진 것처럼 편집된다. 편향의 문제는 과학자들의 문제보다는 연구비 지원자의 입김에 좌우된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CA(Chemical Abstracts·화학 논문 요약)에 기술된 화학 논문의 80%가 기술된 대로 실험하면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사기보다는 지적재산권을 위해서 의도적으로 왜곡된 것이다. 식품의 경우 조리법을 곧이곧대로 공포하면, 바로 유사품이 출시되기 때문에 조리법을 약간 변조해서 발표하는 게 그 예다. 엄격한 의미에서 지금까지 과학은 한 번도 진실인 적이 없었다. 모든 과학 이론은 후진 과학자에 의해서 부정된다.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의해서 부정됐다. 그러나 누구도 뉴턴의 사기성을 말하지 않는다. 뉴턴은 당시로 가장 과학적이었고,정직했으며 만유인력의 법칙은 금전적 이득과 무관했다. 그러나 최근의 초전도체, 꿈의 신소재라고 하는 맥신 사태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연구자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주식 시장에서 광풍을 일으키게 되면 과학의 사기성 문제에 휘말릴 수 있다. 과학자들의 주의가 필요한 이유다. 모든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과학계에서는 상온 초전도체의 진위에 상관없이 한국의 이름 없는 벤처가 초전도체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꿈과 열정 그리고 끈기에 주목한다.윤덕균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기자의 눈] K원전 부활, 정부의 꾸준한 관심과 지원 필요

우리 원전업계에 콧노래가 들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탈(脫)원전 정책 탓에 한숨만 자아내던 때와 정반대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 정권의 정책을 백지화하겠다고 선언한 후로 원전산업이 하나둘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급기야 정부 지원으로 해외 수주 가능성까지 높아 지면서 원전 중소·중견기업들이 그간 감내해야 했던 어려움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가시적인 성과도 내고 있다. 몇 가지만 꼽자면, 13년만에 대형 원전 수출로 불리는 3조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2차측 건설 사업을 따냈으며 루마니아에서 진행 중인 원자력발전 설비 건설사업도 수주하는 쾌거를 이뤘다. 또 2조9000억원 규모의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제작도 진행하게 됐다. 이 같이 우리 원전업계가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던 데엔 오랜 시간 일궈 온 뛰어난 기술력과 우수한 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울러 원전이 국가 기간산업으로 정부의 정책과 궤를 함께 하는 만큼, 현 정부의 적극적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제로 윤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공약대로 지원책을 내놓으면서 원전산업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윤 정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원전 생태계 정상화를 위한 지원책을 펼쳐 나가는 중이다. 최근엔 산업통상자원부가 ‘원전 수출일감 통합 설명회’를 개최해 총 104개 품목 8000억원 규모 해외사업 기자재 발주계획을 발표했다. 해외사업 참여에 대한 기업의 부담을 경감시켜 국내 원전생태계 복구를 총력 지원하겠다는 의지다. 또 해외사업 유자격 심사 면제(한수원 유자격공급사 대상)를 비롯해 국내인증(KEPIC) 인정 및 필요시 해외인증 취득 지원, 선급금 15% 지급 및 계약금의 최대 80% 융자 지원 등으로 국내 기업의 해외사업 참여 부담을 대폭 낮추기로 했다. 전 세계가 원전으로 회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주요국에선 차세대 원전 개발도 진행 중인 상황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과거에도, 그리고 오늘날에도 대한민국의 원전 기술력을 세계 최고다. 그리고 앞으로도 세계 주요국의 ‘러브콜’을 받는 주요 기술 중 하나로 꼽힐 것으로 믿고 있다. 현 정부의 지금과 같은 관심과 지원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김아름23 김아름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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