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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민주당의 산업부 예산 칼질, 에너지안보·국가경쟁력 훼손

국회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내년도 산업통상자원부의 원자력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여야 합의정신 훼손은 물론 에너지 안보와 국가의 미래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미 지난 5년 동안 에너지의 정치화로 인한 피해를 온 국민이 체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여전히 국가의 미래가 걸린 에너지 정책을 두고 정쟁으로 소비하는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원자력 관련 예산 약 1889억원을 삭감했다. 반면 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은 약 1619억원 증액한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 제57조에 따르면 ‘정부 동의 없이 예산금액을 늘리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민주당은 아랑곳 하지 않는 모양새다. 특히 혁신형 소형모듈 원자로(SMR) R&D 사업 332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SMR은 미래 국가 성장동력이자 탄소중립에도 이바지할 핵심첨단기술로 이재명 대표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여야가 모두 공감대를 형성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인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이러한 SMR 예산은 막고 정부의 보조금으로 각종 부패와 비리의 온상이 된 재생에너지 사업 예산은 늘렸다. 산자위 외에 다른 상임위에서도 민주당의 일방통과로 인한 파행이 일어나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원자력계, 일반 국민들까지 ‘거대 야당의 폭주’, ‘의회 독재’라며 비판하고 있다. 아직 예결위와 본회의, 정부 동의가 남아 있는 만큼 민주당이 지금처럼 예산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정부 예산안의 법정 처리 기한은 오는 12월 2일까지다. 국회법에 따르면 기한 내에 여야가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이 원안대로 반영된다. 이번 ‘예산 칼질’은 민주당이 추후 예산안 협상과정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편에서는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믿고 정치적인 셈법에만 몰두하다 오히려 총선 정국을 앞두고 역풍을 맞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국민들도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에너지 산업의 경쟁력은 당장 민생의 문제이고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대사다. 추가적인 지원에 나서도 모자랄 상황에 제1야당이 국가의 미래를 볼모로 폭주하는 모습이 어떻게 비춰질지 우려스럽다.clip20230427101231 전지성 기후에너지부 기자.

[기자의 눈] 신규 택지 대책, 공급난 우려 해소 역부족

지난 15일 국토교통부가 총 8만가구 규모의 신규택지 후보지를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김포 한강2(4만6000가구), 올해 6월 평택 지제역 역세권(3만3000가구)·진주 문산(6000가구)에 이은 윤석열 정부의 세 번째 신규 공공택지 발표다. 대상지를 살펴보면 수도권 신규 택지는 오산 세교3(3만1000가구), 용인 이동(1만6000가구), 구리 토평2(1만8500가구)로 6만5500가구를 공급한다. 비수도권에서는 충북 청주 분평2(9000가구)와 제주 화북2(5500가구)에서 1만4500가구를 공급한다. 정부는 이번에 발표한 신규택지를 2025년 상반기까지 지구지정을 완료, 2026년 하반기 지구계획 승인을 거쳐 2027년 상반기 최초 사전청약과 주택 인허가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각종 행정 절차와 토지 수용에 걸리는 기간을 고려하면 입주는 2030년 이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이 같은 대책을 내놓은 이유는 내년 이후 주택공급난이 심화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실제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주택 인허가 물량은 25만5871가구로 1년 전(38만200가구) 대비 32.7% 감소했고 착공 물량은 12만5862가구로 1년 전(29만4059가구)보다 57.2% 줄었다. 정부가 신규 택지 발표라는 카드로 주택공급 시그널을 보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그동안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고양 대곡, 하남 감북, 김포 고촌 등이 신규택지 후보지에서 모두 제외됐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기존 3기 신도시가 토지보상조차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이번 공급대책은 그저 숫자 맞추기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3기 신도시의 경우 2019년 발표 이후 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토지보상이 마무리 되지 않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하남 교산과 인천 계양의 토지보상률은 99.8%, 고양 창릉은 94%가 진행됐다. 많은 국민이 사전청약을 두고 ‘신기루’라고 비판한다. 실제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병욱 의원에 따르면 사업지연으로 단 6%만이 본청약에 들어간다고 한다. 기자가 취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번 대책을 두고 "기존 3기 신도시의 저조한 공급 속도(사전청약 이후 본청약 지연 문제)에 대한 불만을 다독이고, 내년 서울 입주 물량 감소(2024년 1만가구 공급예정)로 인한 전세시장 불안요인의 단기 해결책으로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신규택지 후보지 발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 공급난 우려가 심화하는 속에서 정부의 보다 섬세하고 뾰족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zoo1004@ekn.kr

[이슈&인사이트] 정치권의 신데렐라, 한동훈 활용법

신데렐라 신드롬은 보잘 것 없는 여자가 왕자와의 결혼으로 하루아침에 고귀한 신분이 되는 서양 전래동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통 별볼 일 없던 사람이 벼락출세를 하는 현상을 말한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정치권에도 가끔 그런 사람들이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 가장 대표적인 신데렐라는 누가 뭐라 해도 윤석열 대통령이다. 정치는 물론이고 대통령은 꿈도 꾸지 않았던 그가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되어 정권을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은 검찰총장의 자리에서 그를 몰아내려 안간힘을 썼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국, 추미애, 박범계 등 더불어민주당 인사들 덕분이란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그 똑같은 길을 한동훈이 걷고 있다. 시작은 채널A 이동재 기자 사건이었다. 지난 2020년 3월, 당시 채널A 이동재 기자가 한동훈 검사장과 공모해 취재원을 협박했다는 MBC의 보도로 촉발된 사건에서 이 기자는 해고당했고, 한동훈은 좌천됐다. 이후 이 기자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고, 4000만원의 형사보상금을 받았다. 한동훈은 윤석열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이 됐고, 국회에서 한 장관을 공격하던 김의겸, 박범계를 비롯한 수많은 민주당 의원들은 오히려 그를 빛내주는 조연 역할을 충실히 해주었다. 그런 그가 내년 4월 총선에 나설 것이란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은 총선을 불과 5개월 여 앞둔 시점에도 대통령 지지율이 30%대 초중반에 머물러 있고, 인요한 혁신위의 활동에도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처럼회, 개딸들의 반민주적 행태에도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에 압도당하는 국민의힘은 한동훈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총선에서 가장 큰 이익일까를 놓고 고심하는 분위기다.일각에서는 김기현 지도부로는 어려우니 한동훈 비대위를 구성해 총선을 치르자고 주장한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있는 마포갑에 공천하자는 얘기도 들리고, 정치 1번지 종로에 공천해 총선의 대표적 지역구로서의 상징성을 부각시키자는 소리도 나온다. 비례대표로 공천하고 선대위원장을 맡기자는 의견도 있고, 이준석 신당과의 경쟁을 예상해 한동훈 카드를 활용하자는 주장도 있다. 생각은 다양하고 제각각 일리가 있을 수 있지만 이 모두가 오히려 국민의힘을 약화시키고 한동훈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자충수’로 보인다. 한동훈을 비대위원장이나 선대위원장으로 활용하면 여당인 국민의힘이 오죽 못났으면 장관 한 사람에 의존해 선거를 치르려 하느냐는 비난을 들을 것이다. 마포갑 공천은 한동훈을 정청래와 동급으로 격하시키는 것에 불과하고, 종로의 상징성도 사라진 지 오래다. 비례대표 출마는 당선권에 배치하면 국회에 진출시키려는 용산의 뜻이라는 오해를, 뒷번호에 배치하면 당선 여부의 불투명성으로 한동훈 카드를 살리기 어렵다. 이래저래 한동훈이라는 신데렐라를 활용하는 효과를 극대화하기 어렵다. 가장 적합한 시나리오는 한동훈을 인천 계양에 공천해 이재명 대표와 맞붙게 하는 것이다. 그것도 전략공천이 아니라 공개경쟁을 통해 투명하게 공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천 계양은 민주당이 크게 우세한 지역이어서 ‘용산’에서 한동훈을 봐준다거나 그를 지원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다. 이재명과의 맞대결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정면으로 공격하면서 동시에 한동훈을 이 대표의 맞수로 만든다. 만일 이 대표가 비례로 빠진다면, 한동훈이 무서워 비례대표를 선택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니 그도 나쁘지 않다. 반면 정면 대결을 선택하면 인천 계양은 전국에서 가장 뜨거운 선거구가 될 것이고, 여론의 중심에 설 것이다. 자연스럽게 한동훈은 국민의힘 총선전략의 중심이 될 것이니 선대위원장이나 비대위원장보다 선거에 훨씬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한동훈에게도 이 대표와의 승부는 나쁘지 않다. 이긴다면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누른 보수의 상징이 될 것이고, 진다고 해도 토론 과정이 전국적으로 생중계되는 상황에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한동훈이 22대 국회에 입성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의 정치생명에 큰 부담이 될 일도 없다. 윤석열 정부에서 그가 할 일은 차고 넘친다. 국민의힘은 지금 한동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보다 총선을 통해 나라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진심으로 국민에게 호소해야 한다. 기성세대의 과도한 욕심에 자신의 몫을 빼앗긴 청년세대의 아픔에 공감하고 그들의 몫을 반드시 돌려주겠다는 강한 의지로 혁신에 혁신을 거듭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금까지의 행보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출발을 통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대통령 주변 인물들과 다선의원들도 알량한 기득권을 포기하고 백의종군해야 한다. 국민은 혁신된 새로운 보수 여당을 원한다.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EE칼럼] 에너지 복지, 정부가 직접 챙기라

한국가스공사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216억원(24%)이나 줄었다. 관행상 기타 자산으로 분류하지만 사실상 순손실일 수밖에 없는 기형적인 민수용(가정용) ‘미수금’도 무려 12조5202억원으로 늘었다. 그런데 동절기 취약계층에 대한 도시가스 요금 지원을 확대하라는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발생한 비용이 무려 2022억원이나 된다. 9만6000원이던 도시가스 요금 지원액을 59만2000원으로 한꺼번에 무려 6배나 올린 탓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고통받았던 취약계층에게 도시가스 요금을 지원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오히려 더 따뜻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더 적극적으로 권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 도시가스는 취사와 난방을 위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필수 연료이기 때문이다. 형편이 어렵다는 이유 때문에 치명적인 연탄가스를 걱정해야 하고, 도시환경을 오염시키고, 수급도 원활하지 못하고, 불편한 연탄을 쓰도록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데 취약계층 복지 지원에 필요한 적지 않은 비용을 에너지 공기업인 가스공사가 떠안아야 할 이유는 없다. 더욱이 가스공사의 모든 수입은 온전하게 도시가스 요금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취약계층의 도시가스 요금 지원은 일반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재주는 정상적인 도시가스 요금을 납부하는 일반 소비자가 넘고, 생색은 엉뚱하게 가스공사가 내는 웃지 못할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정부가 물가와 국민 부담을 핑계로 도시가스 요금을 동결하면 사정이 엉뚱하게 달라진다. 정부는 국민 경제를 위해 물가를 잡았다고 으쓱하고, 일반 국민은 어려운 이웃을 지켜주었다고 안심하는 황당한 착시가 발생한다. 현실은 정반대다. 우리 사회의 생존에 꼭 필요한 곳간이 텅 비어버리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취약계층 지원이 고스란히 가스공사의 부실로 누적될 수 밖에 없고, 오히려 누적된 부실을 정리하는 일에 더 많은 비용을 쓰게 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게 되는 어리석은 일이다. 훗날 경제가 좋아지게 되면 도시가스 요금을 충분히 올려서 ‘미수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정부의 주장은 지혜롭지도 않고, 공정하지도 않고, 정의롭지도 않은 비정상이다. 가스공사가 떠안을 이유가 없는 복지 비용과 정책 실패에 의한 적자를 미수금이라는 허울 속에 감춰두는 꼼수는 하루빨리 정리하는 것이 마땅하다. 에너지 복지의 부담을 떠안은 것은 가스공사만이 아니다. 45조원의 누적 적자에 무너지고 있는 한전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취약계층을 위한 전기요금 지원을 모두 정부가 아니라 한전이 떠안고 있다. 물론 전기요금 지원에 투입되는 비용은 고스란히 한전의 부실로 이어진다. 전기요금 지원 대상도 다양하다. 기초수급과 차상위 계층은 물론이고 장애인과 유공자도 포함된다. 심지어 대가족과 3자녀 이상 출산 가구도 한전이 부담하는 전기요금 지원 대상이다. 전기를 공급해주는 한전이 소비자의 재정 상태까지 헤아려야 할 이유가 없다. 태양광 사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듯이 현재의 한전은 국민이 도무지 신뢰할 수 없는 기업이다. 그런 한전에게 국민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통째로 맡겨버리는 일도 내키지 않는다. 취약계층에 대한 전기요금 지원이 전기요금 체계를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적자의 늪에 빠져버린 한전이 손쉬운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만 매달리게 된 것도 그 결과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기업주가 낸다는 생각은 우리의 온전한 착각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100% 상품 가격에 반영돼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소비자가 주머니에서 직접 내는 가정용 요금에만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산업용 전기요금의 무리한 인상은 기업과 상품의 국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돼 소비자에게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온다. 선진국에 진입한 우리에게 취약계층의 에너지 복지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중차대한 국가적 책무다. 현대 사회에서 에너지는 식량이나 보건의료만큼이나 국민 생활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취약계층을 지켜주기 위해 가스요금과 전기요금을 동결하거나 깎아주는 꼼수 정책은 확실하게 정리해야 한다. 취약계층의 에너지 비용은 반드시 정부가 직접 해결하고 감당해야 한다. 에너지 복지를 에너지 공기업에 떠넘겨 부실을 키우는 일은 꼼수이고 비정상이다. 물론 정부의 복지 비용도 국민의 세금에서 나오는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기자의눈] 공매도 금지와 붉은 깃발법

붉은 깃발법(적기조례, Red Flag Act)은 1865년 영국에서 제정된 ‘세계 최초의 교통법’이다. 한 대의 자동차에는 운전사와 기관원, 기수 등 3명이 있어야 하며 자동차의 최고 속도는 시속 6.4km, 도심에서는 3.2km로 제한됐다. 기수는 낮에 붉은 깃발을, 밤에는 붉은 등을 들고 자동차의 60야드 앞에서 차를 선도하도록 했다. 자동차는 기수를 앞지를 수 없었고, 말과 마주친 자동차는 멈춰야 했다. 1826년 영국에서는 세계 최초로 증기기관을 탑재한 28인승 자동차가 실용화 됐는데, 당시 차량은 시속 30km까지 달릴 수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가 되지 않는 규제였다.법이 만들어진 이유는 증기자동차의 등장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게 된 마차 업자들의 항의 때문이다. 이 법은 1896년까지 31년간 유지되면서 영국 내 자동차 개발의 의욕을 꺾었고, 결국 영국의 자동차 산업은 위축되면서 후발국인 독일 및 프랑스보다 뒤처지게 됐다.최근 정부가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전면금지 하면서 여러 뒷말들이 무성하다. 내년 4월에 있을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얻기 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간 이차전지 관련주들이 급등세를 이어오자 외국인 및 기관 투자자들이 이들 이차전지주를 중심으로 공매도에 나섰기 때문이다. 일부 개인투자자 연대 등에서는 공매도로 인해 주식 시장의 하방을 높였다며 공매도 전면 철폐를 주장해온 바 있다. 또한 일부 외국계 투자은행의 불법 공매도가 적발되면서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들끓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얼라인 파트너스 캐피털의 이창환 대표는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강력한 의결권 행사 주체로 부상한 만큼 정부도 이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판매한 뒤 주가가 하락하면 낮아진 가격에 주식을 되 사들인 뒤 갚는 매매기법이다. 주가가 하락하면 공매도 투자자들에겐 호재다. 공매도를 금지할 경우 국내 주식 시장의 수급 세력인 외국인들의 유입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라는 분석들이 나온다. 외국계헤지펀드의 경우 롱숏(매수·매도) 전략에 맞춰 공매도를 통해 리스크를 헤지(Hedge)한다. 헤지 수단이 사라진 만큼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고 들어올리 만무하다. 또 한가지는 그간 범 정부차원에서 추진해오던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지수(DM) 편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선진국지수 편입 시 우리나라로 최대 61조원, KB증권은 65조원의 자금이 유입돼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최근의 공매도 금지가 한국 자본시장의 붉은 깃발법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국민들은 빚투와 고금리로 인해 이자 갚기도 버거운 상황에서 주식 시장으로 들어올 여유조차 없다. 시대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영국의 자동차 산업을 후퇴시켰듯 국내 자본시장도 외국인들로부터 소외돼 후퇴할까 걱정된다. paperkiller@ekn.kr양성모 자본시장부 차장

[EE칼럼] 중국의 자원무기화, 실리 외교로 극복해야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중국이 주도권을 쥔 핵심광물의 무기화가 점점 구체화 되고 있다. 중국이 반도체 핵심 원료인 갈륨. 게르마늄에 이어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인 흑연을 수출 통제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세관)에 따르면 오는 12월 1일부터 고순도(순도 99.9%), 고강도, 고밀도 인조흑연 재료와 제품, 구상흑연과 평창흑연 등 천연흑연과 제품에 대해 수출 통제에 들어간다. 흑연은 배터리의 음극재 핵심 소재로 중국 의존도가 90%에 달하는 국내 배터리 제조사의 핵심 원료 중 하나다. 흑연은 전기차 배터리의 음극재용으로 많이 쓰이지만 용도는 다양하다. 내화물, 주조용 도가니, 브레이크 패드, 오일씰, 도료, 제강, 윤활제, 수지 등 국민경제 기초산업에도 사용된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세계 흑연 생산량의 90%는 중국(69.7%), 브라질(10.0%), 캐나다(4.5%), 인도(3.9%), 우크라이나(2.2%) 등 5개국에서 생산된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은 미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 제재부터 시작됐다. 이어 중국은 지난 8월1일부터 차세대 반도체 원료인 갈륨과 게르마늄을 허가 없이 수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미국이 다시 중국 첨단 반도체와 양자 컴퓨터. AI 등 3개 분야에 대한 미국 자본의 투자를 규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하자 중국은 다시 흑연이라는 무기를 꺼내 들었다. 중국은 미국 주도의 공급망 동맹에 맞서 흑연에 이어 희토류도 수출 통제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세계 광물 수급을 틀어 쥔 중국은 글로벌 자원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최근 개최한 일대 일로(一對 一路) 정상 포럼에서 아시아,아프리카,남미 등 10여개국과 핵심광물 협정을 체결했다. 또 기니(철광석), 인도네시아(니켈), 카자흐스탄(텅스텐), 에리트레아(칼륨), 아르헨티나(리튬), 콩고(구리·코발트) 프로젝트에서도 협정을 맺었다. 중국이 수출 통제 광물을 하나 하나씩 추가할 때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공급망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유럽연합(EU)의 핵심 원자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희토류 17종을 포함 핵심 원자재 51종 가운데 중국이 세계 점유율 1위인 광물은 2020년 기준 3분의 2에 가까운 33종에 달한다. 희토류 중 네오디뮴을 비롯해 란타늄, 세륨 등 희토류 5가지는 중국이 세계시장의 85%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중국의 손아귀에 세계 희토류 생산이 달려 있다. 희토류는 전기차 전동 스티어링과 구동 모터, 부품 및 센서 등에 사용되고 소비자용 가전인 카메라, 스피커, 마이크, 에어컨, 냉장고 등에, 전자제품으로는 하드디스크, 휴대폰, 전동공구, 엘리베이터, 의료산업은 MRI, 임플란트 등에도 쓰인다. 문제는 현재까지 대체재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우리나라의 희토류 영구자석 중국 의존도는 평균 90%(2018년 94%, 2019년-2020년 93%, 2021년 90%, 2022년 89%, 올 상반기 85.8%)로 조금씩 줄어 들고 있지만, 수입량은 4000톤에서 7000톤으로 50% 넘게 늘어나며 전체 중국 의존도는 줄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23년 상반기 특정 의존도 품목 수입액 현황’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해외에서 들여오는 주요 수입 품목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와 배터리 핵심 품목의 중국 의존은 절대적이다. 문제는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첨단산업의 원재료가 중국의 공급에 좌우된다는 점이다. 반도체 생산의 핵심 원료인 희토류는 올 상반기 1570만달러를 수입했는데 이 중 79.4%를 중국으로부터 들여왔다. 배터리 제조용 원료는 더 심각하다. 인조흑연(93.3%), 탄산리튬.수산화리튬(82.3%), 니켈.코발트.망간 산화물의 리튬염(96.7%), 니켈.코발트.망간 수산화물(96.6%) 등은 대부분이 중국에 의존한다. 전 세계 배터리 산업은 한국이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중국이 뒤쫓는 형국이다. 중국의 이번 흑연 수출 통제 조치가 질주하는 우리 배터리 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따라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먼저 국내에서 정련 등 가공에 따른 환경 규제를 풀고, 생산기술력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중국외 국가(흑연의 경우 베트남, 인도, 브라질 등)으로의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등 보다 치밀한 핵심 광물 공급망 확보 전략을 세워야 한다. 아울러 중국과 갈등을 최소화해 원자재 공급 통제 등 무역 분쟁 소지를 줄이는 실리 외교를 적극 펼쳐야 한다.강천구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이슈&인사이트]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통제 역설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하면서 무역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양국간 무역전쟁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통제다. 바이든 정부는 동맹국을 대중국 반도체 통제에 끌어들이면서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자국 반도체 기업들의 대중국 수출을 통제하면서 자국 기업의 이익마저 희생시키고 있다. 반도체 통제는 반도체 칩과 반도체 제조설비를 모두 포함하고 있으며, 생성형 인공지능(AI) 고성능 반도체 뿐만 아니라 일반 반도체까지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자립도가 낮고 반도체가 첨단 산업에 핵심 부품인 점을 감안할 때 중국 첨단 산업은 그야말로 위기를 맞고 있다. 이 시점에서 과연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통제가 중국의 첨단 제조업과 AI 등 미래산업을 약화할 것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반도체 통제는 단기적으로 중국의 한국 반도체 추격을 늦추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한중 반도체 격차를 계속 확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통제가 강화할수록 중국 정부의 자국 반도체 국산화를 위한 지원은 크게 강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및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은 중단하면서 반도체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제재를 받는 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한때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잘못 지원해 먹튀기업을 양산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검증된 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중국 SMIC(중신궈지)라는 기업은 7나노 반도체를 생산해 화웨이 스마트폰에 장착했다. 미국의 제재로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위상이 크게 떨어진 화웨이는 애플을 넘어 다시 1위 자리를 회복하기도 했다. SMIC는 7나노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지만 수율이 매우 낮아 생산할수록 적자를 보지만 중국 정부의 보조금 덕분에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 SMIC는 보조금에 힘입어 생산을 늘리면서 수율을 점차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 최대 낸드플래시 회사인 YMTC(양쯔강메모리테크놀로지)는 232단 3D 낸드플래시를 출시했는데,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을 갖췄다고 한다. YMTC의 232단 낸드 제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견주어 별 차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의 MIT라 할 수 있는 칭화대 전자공학과 연구진은 네이처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엔비디아의 주력 AI 반도체 A100보다 3000배 빠른 저전력 고성능 AI 반도체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또 화웨이는 통신장비와 스마트폰 회사로 잘 알려졌지만,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을 통해 반도체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의 최대 검색엔진 기업인 바이두는 미국의 통제로 AI 칩을 조달하기 어려워지자 화웨이에 910에센드(Ascend) AI 칩을 대량으로 주문했다. 어센드 칩은 화웨이가 엔비디아 A100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한 제품이다. 바이두는 챗GPT의 대항마로 AI 챗봇인 ‘어니봇’을 출시하면서 GPU반도체가 대거 필요한 상황이다. 반도체 칩 뿐만 아니라 반도체 장비에서도 중국의 국산화 비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미국의 통제로 해외 반도체 설비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중국 반도체 설비 주문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파운드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메모리, 파운드리, AI반도체, 팹리스(설계), 생산설비 등 전 분야에서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언제까지나 반도체 칩에서 중국에 절대적인 우위를 유지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미국의 반도체 통제가 역설적으로 중국의 국산화 속도를 높여 한중 반도체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EE칼럼] 한일 수소협력, 에너지 협력의 견인차 되길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지난 15일(현지시간)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렸다. 이번 APEC 회의는 무엇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미중 정상회담이 열려 세계적인 이목이 쏠렸다. 윤석열 대통령도 중요한 일정을 소화했다. 첫날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서는 기조연설을 통해 세계 경제의 연결성을 강조했고, 애플의 CEO인 팀 쿡과 GM의 수석부회장과도 만남을 가졌다. 그리고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는 이틀 연속 회동하며 양국 간 협력 의지를 거듭 다졌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함께 스탠퍼드대학을 찾아 좌담회에 참석한 것은 매우 흥미로운 행보였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한·미·일 세 나라 간 첨단 분야에서의 기술협력을 강조했다. 이는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있었던 삼국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에서의 공동 연구와 개발, 인적 교류 확대의 연장선상이다. 아울러 한일 두 정상은 한일 간 협력의 잠재성이 큰 수소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은 수송 분야를 중심으로 발전용 연료전지까지 수소 활용 측면에서 세계 1위로 평가 받고 있고, 일본은 수소와 관련된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두 나라 모두 기후 및 지질 조건 상 자체적으로 수소를 대량으로 생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기후위기 시대에 화석연료·원료로 주목받는 수소는 생산 방식에 따라 앞에 여러 색깔을 붙여서 그 특징을 표현한다. 화석연료를 개질(reforming)해 생산된 수소를 그레이수소, 그레이수소와 같은 방식으로 생산하되 생산 공정에서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 및 저장해 배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생산된 수소를 블루수소,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원을 기반으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물을 전기 분해하는 방식으로 생산된 수소를 그린수소, 물을 전기분해하는 점에서 그린수소와 같지만 그 에너지원이 원자력인 경우를 핑크수소라고 부른다. 그런데 수소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바로 저장 및 수송이다. 수소를 기체 상태로 수송하기에는 부피가 너무 커 액화 과정이 필요한데, 수소를 액체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는 영하 253도의 극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이런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목받고 있는 것이 암모니아다. 암모니아는 질소 원자 1개와 수소 원자 3개로 결합돼 있으면서 영하 33도에서 액화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수소를 수송·저장하는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일본은 아베 신조 전 총리 재임 시절인 2017년 12월에 2050년까지 수소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삼는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내용의 ‘수소기본전략’을 발표한 바 있는데, 이를 올해 6월 개정하면서 수소 및 암모니아 정책을 더욱 강화했다. 지난해 1월에는 일본 가와사키중공업(KHI)이 건조한 액화수소운반선인 ‘수소 프론티어’(Suiso Frontier)가 호주에서 일본으로 세계 최초로 액화수소를 운반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일본은 섬나라이기 때문에 해외로부터 에너지원을 수송하는 파이프라인이 갖춰져 있지 않다보니 해상수송 기술을 발전시켜 온 이력이 있다. 일본이 한창 고도성장기 시절이던 1969년, 도쿄가스(東京ガス)와 도쿄전력(東京電力)은 세계 최초로 발전과 가스 사업에 대한 액화천연가스(LNG)의 공동 공급 시스템을 구축하고, 미국 알래스카에서 LNG 수입을 실현한 바 있다. 한국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다른 국가와 파이프라인으로 연결된 에너지 인프라가 없어 해상수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데다 기후 및 지질 조건 상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수소를 대량 생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일본과 유사한 호주, 캐나다, 중동 등에서 유사한 경로로 수소 도입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고민이 비슷한 두 나라이기 때문에 수소 공급망 구축에서 힘을 합친다면 천연가스 시장에서 이른바 ‘아시아 프리미엄’으로 불리는 리스크 비용을 감당했던 전력을 반복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에 양국 정상이 수소협력 의지를 확인한 만큼, 정부간이나 민간기업간에 보다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활발하게 논의하고 적극 추진해 나가야 한다.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기자의 눈] 무이자 혜택마저 자취 감춰…카드사는 왜

[에너지경제신문=박경현 기자] 정부가 상반기에 이어 또 다시 상생금융을 외치는 가운데 금융권이 너도나도 ‘상생금융 시즌2’에 참여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카드사는 업황 악화를 이유로 눈을 감고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소비자 혜택을 줄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과 금융지주, 손해보험사들이 앞다퉈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은행권을 넘어 2금융권인 보험사들에 상생 바람이 불고 있다.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료 인하가 가시화됐고, 개별 회사들이 내놓은 것도 모자라 업계 공동차원의 방안마련도 고려되고 있다. 반면 카드사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무이자 할부 혜택을 줄이기 시작했다. 이에 가맹점마다 6개월 이상 지원되는 무이자 할부가 자취를 감췄다. 혜택 축소는 이렇게 1년 가량 유지되고 있다. 현재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BC·우리·하나 등 8개 전업카드사들 중 최대 6개월 무이자 할부를 지원하는 회사는 신한·BC·우리 3곳이다. 나머지 회사들은 최대 3개월 무이자나 부분 무이자할부만을 제공하고 있다. 세금 납부 시 제공되던 무이자할부도 축소했다. 지난해는 카드로 세금을 납부할 경우 최장 7개월 무이자 할부를 제공했지만 현재는 현대·비씨·우리카드가 3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만 제공하고 있다. 연말 특수 앞에서도 할인이나 혜택을 줄여 예년대비 잠잠한 모습이다. 반면 상반기 할부 서비스 수수료는 1조5000억원 이상 거둬들였다. 업계에 따르면 7개 전업카드사(비씨제외)의 관련 수익은 1조53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8%가량 뛰었다. 이자가 20%대에 육박하는 리볼빙 잔액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해 카드사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 9월 말 기준 리볼빙 잔액은 7조6130억원으로 지난 5월 7조원 돌파 후 급증세다. 카드사들은 업황이 어려워 소비자 혜택부터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본업 수익성을 잃어 상생금융 압박에 눈을 감아도 인정해 줄 것이란 입장이 만연하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조달금리 압박에 업황이 어려워 상생금융은 꿈꾸기 어렵다"며 "할부이자 혜택이나 단종카드 부활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20%에 육박하는 리볼빙금리를 매겨 이를 사용할수 밖에 없는 중저신용자들의 신용도 하락마저 카드사들이 눈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보여주기식이나 압박에 따른 상생이 아닌 서민을 위한 상생이 고민돼야하는 시점이다. pearl@ekn.krIMG_0264 박경현 금융부 기자.

[데스크칼럼] 택지개발촉진법 개정과 중견건설사 존폐

국토교통부와 정치권이 추진하고 있는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 개정안’이 중견건설사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되레 시장 내 공정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업계 내에서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택지 입찰을 두고 중견건설사들이 모기업 계열사들과 함께 입찰에 나서는 것을 두고 ‘불공정경쟁’·‘벌떼입찰’이라고 매도하는 것이 정작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를 추구하는 우리나라 시장주의 원칙에 맞는건지 의구심이 들 수 있기 때문이다.대형건설사에 비해 브랜드 파워가 약하고 시공능력평가에서도 격차가 있는 중견건설사는 사실상 필지를 확보하고 개발에 들어가야 하는 상대적인 약점이 있다는 게 중견건설업계 항변이다. 특히, 재개발·재건축의 경우, 조합이 중견건설사와 정비사업 도급계약을 체결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깨고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대형사와 재계약하는 경우도 업계에서 속출하고 있다. 즉, 개발과 시공을 위해서 중견사로서는 필지 확보가 필수불가결하며 공룡같은 대형건설사들 틈바구니에서 생존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The last resort)인 셈이다. 이러한 필지 확보를 위해 입찰을 하는 데 있어 모회사뿐 아니라 계열사들까지 복수로 지원하는 것은 사실상 지금까지 관례처럼 여겨져왔다. 약육강식의 생태계에서 덩치 큰 육식동물들이 먹지 않는 먹잇감을 그보다 작은 동물들이 차지하기 위해 쟁탈전을 벌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문제는 정부가 그들만의 생태계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려 하는데서 출발한다. 생태계 보존을 위해 유령회사나 페이퍼컴퍼니, 위장계열사를 동원해 입찰을 불법적으로 방해하는 중소건설사들을 걸러내고 적절히 처벌하는 것은 마땅하다. 하지만 합법적인 법인을 설립하고, 회사에 필요한 인력을 구축하고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중소건설사들이 모기업의 계열이란 이유만으로 입찰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한다면 올바른 시장주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한 중견건설사 고위 관계자는 최근 자기 회사가 이러한 벌떼입찰이란 오명을 썼다고 하소연을 했다. 그는 아직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지도 않았을뿐더러 공공 택지를 분양한 주택 당국과 지자체 산하 공사는 입찰 자격에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 개정에 위배되는 행위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지도 않고 있다고 피력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 중견건설사가 복수의 계열사와 함께 필지 입찰에 들어가는 것이 탈법이나 위법은 아니며, 정상적인 경영행위를 한 것이라는 게 중견 건설업계가 개진하는 의견이다. 제 삼자가 볼 때 이런 관례 속에서 정부가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 개정안을 시행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벌떼입찰이라는 것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그동안 중견 건설사들이 숨쉬고 살아왔던 생태계가 급변할 때 이들이 도태되지 않고 유기적인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진화할 수 있도록 돕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물론 벌떼입찰 문제는 불법적인 부분에 대해 규제할 필요가 있고, 입찰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재를 가해할 분야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최근 "벌떼입찰은 건설사들의 대표 불공정행위로, 국토부는 모든 제재를 통해 공공택지 시장에서 페이퍼컴퍼니를 퇴출하고 벌떼입찰을 차단해 공공택지 시장의 공정질서를 바로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 수장의 발언은 시장 경제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다는 목적에서 법적으로 볼때 불합리한 제한이 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 개정안이 금지하고자 하는 행위의 범위와 형태에 대해 명확히 법률에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그 조사의 대상과 처벌의 정도를 수사기관 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좌우될 수 있도록 하는 규제 방안은 헌법상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반돼 기업들의 직업 수행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것이 우려되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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