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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상생과 통합의 ‘그랑 수도권’

지방과 수도권의 상생과 대도시와 중소도시의 역할분담과 네트워크, 인구 저상장 시대에 대비한 도시 기능 재편은 2000년대 도시정책의 시대적 화두였다. 최근 인구감소와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국토의 균형발전정책의 접근방법과 대안에 대한 새로운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도로, 철도 등 교통인프라 투자, 국가 공공기관의 이전 등 전통적인 국토균형발전 전략에도 불구하고 지방 인구소멸 위험이 증가하고 수도권 인구비중은 전국의 50%를 넘어서는 등 세종시와 혁신도시 개발 등의 극단적인 정책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그동안 국토균형발전정책은 중앙정부의 지방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 확대 요구, 수도권에 대해서는 규제 강화의 논리로 접근해왔다. 과거 국토균형발전특별법과 수도권정비계획법은 입법취지와 정책 목표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동전의 양면과도 같이 연계되어 왔다. 수도권은 과밀부담금 부담, 지역상생발전기금 출연 등으로 지방발전 재원에 기여해 왔으나 수도권도 지역간의 발전격차가 심화되어 남북 간의 상생발전을 도모하고 전략적 프로젝트의 수립이 필요한 시기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단순히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상생과 통합의 정책 철학이 필요한 시기이다. 인구 감소와 경기 침체는 산업 생산과 고용 역량이 부족하고, 집적이 이뤄지지 않은 지역경쟁력이 핵심적 원인이다. 전국 시·군·구별 지역생산성을 분석해보면 낮은 생산성은 주로 중소도시에 중심으로 나타난다. 일자리가 도시 내에 있지 않은 비 자족적 중소도시의 경쟁력은 악화되어 주변 대도시 등과의 상생발전적 접근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에 따라 인구와 지역경제 규모를 키워 대응해야 한다는 ‘메가시티(Mega-City)론’이 대두되고 있다. 메가시티론은 중앙의존적 지방발전을 탈피하고 수도권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수도권정비법 제도의 개선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지방화에 따른 독자적 생존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동시에 고려하는 전략이 고려되어야 한다. 수도권 북부와 남부 모두 인구와 경제 규모를 키우고, 세계 유사 대도시권과 경쟁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려는 자강의 지역협력 발전전략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 한강이라는 천혜의 수변공간을 중심으로 하는 광역적 네트워크 도시발전을 고려하고 초광역적 네트워크 형성이 필요하다. 저자가 2009년 5월에 작성한 국토연구원 국토정책 Brief ‘세계도시의 녹색비전 :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의 그랑 파리(Grand Paris) 프로젝트’는 현 시점에서 다양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프랑스는 유럽 대도시들에 대한 파리 수도권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파리 수도권의 미래 발전 모습과 발전 전략ㆍ거버넌스 개편 등을 내용으로 하는 그랑파리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국제공모를 통해 유명 도시·건축가 10개 팀을 선정하고, 21세기 파리의 비전을 ‘녹색과 휴먼’으로 제시해 교토의정서 이후 2030년까지 파리대도시권을 어떻게 변모시킬 것인가에 대한 제안서 제출을 요구받았다. 거버넌스 체계로 중앙정부에 새롭게 ‘수도권개발 차관’ 신임차관인 크리스티앙 블랑(Christian Blanc)에게 향후 30년 간의 파리수도권 전략계획 수립을 지시했다. 그랑파리 프로젝트의 핵심은 파리수도권에 대한 전략적 비전을 수립하고 지방자치단체 개혁 보고서에서 파리수도권 행정체제 개편을 검토하는 방안을 제시한 점이다. 또한 그랑 파리 프로젝트를 통해 파리수도권에 총 60조 원 규모의 대규모 교통인프라, 첨단연구산업단지 건설을 결정한 점이다. 그랑 파리 프로젝트를 통해 수도권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행정체계개편과 이를 통한 국가적 상생발전을 도모한 점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도 최근 김포 서울 편입 등 행정체계 개편이 국가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현 시점에서 이러한 논의는 국가 전반적 차원의 경쟁력 강화를 고려한 ‘그랑 수도권’의 개념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강원권, 충청권, 영남권과 연계된 일자리의 창출과 초광역권으로서 역할 재편 등 비전설정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또한, 수도권 메가시티 일자리 창출을 위한 도시건축 프로젝트의 추진도 이루어져 상생과 통합이라는 비전하에 ‘그랑 수도권’ 전략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서 규정한 수원, 하남, 구리 등 과밀억제권역 규제 개선도 동시에 논의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 메가시티의 ‘지역별 수도화’ 전략을 추진하여 지방 도시들 기능과 역할 확대를 지원하여 뒷받침해야 한다. 지방은 시?도 통합과 광역철도 인프라 확충사업 등 메가 프로젝트 추진을 중심으로 전개하고 수도권은 수도권 규제 완화, 접경지역 개발, 도시간 기능분담체제 구축 등으로 기업경쟁력 강화, 주택공급 체계화, 광역교통의 합리적 조정 등 대도시권 지역발전정책으로 접근해 지방과 수도권의 상생적 통합발전을 꾀해야 한다.이범현 성결대학교 디자인정보공학과 교수/ 한국경관학회 부회장

[데스크 칼럼] 뻔뻔한 환경부

윤석열 정부에서 가장 수난시기를 보내는 부처를 꼽으라면 여성가족부, 통일부, 산업통상자원부가 아닐까. 여가부는 공중분해 위기에서 전임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거대 야당의 도움으로 겨우 죽다 살아남았다. 통일부의 경우 남북교류협력 등 조직이 대폭 축소됐다. 당초 1급 간부자리가 6개에서 4개로 줄었다. 산업부에선 국장 등 공무원 3명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이어 해임 징계까지 받아 퇴사했다. 문재인 정부 탈원전에 총대를 맸다가 험한 꼴을 본 것이다. 전임 정부 코드를 너무 잘 맞추고 오버한 게 괘씸죄에 걸렸다. 세 부처에 비하면 환경부는 윤석열 정부에서 비교적 무사했다. 사실 정책 후퇴 말고 팔 다리가 잘려나가는 아픔을 겪지 않았다. 특별히 고초를 겪은 직원도 눈에 띄지 않는다. 정권 교체 이후 환경부가 실질적으로 불이익을 받은 건 딱히 없어 보인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환경부 소관 예산 및 기금 총지출은 올해보다 7.3% 늘었다.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전체 살림살이 규모 증가율 2.8%의 두 배가 넘는다. 조직도 전임 정부 그대로다. 문재인 정부 때 환경부는 ‘물관리 일원화’를 이유로 국토교통부의 수자원국을 이관받아 오히려 물관리정책실로 확대했다. 한국수자원공사도 산하기관으로 거느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집중 호우로 인명피해를 겪은 지난 7월 환경부 장관에 "물 관리를 제대로 못 할 거 같으면 국토부로 다시 넘겨라"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뒤로도 환경부 조직은 끄떡없었다. 환경정책 자체는 보수 정권의 정책방향이나 이념과 다소 거리가 있다. 기후환경은 대체로 규제 등을 통해 산업 활동을 제한한다. 산업 육성 또는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니 보수정권이 들어서거나 경제가 어려워지면 기후환경 정책과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지금이 그런 때다. 환경부가 시민단체에 좌판 깔아주고 전방위 규제 그물망을 치며 한껏 위세를 자랑하던 진보정권 시기완 다르다. 아니나 다를까 환경부는 윤석열 정부 초반부터 실제 군기 잡혔다. 윤 대통령은 올해 초 환경부의 새해 업무보고 때 변화된 환경정책 노선을 분명히 했다. 임기 중 처음 환경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였다. 윤 대통령은 당시 "환경 분야를 산업화, 시장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환경단체 등에선 당연히 환경부의 정체성을 포기하란 말이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환경부로선 말이 당부지 엄포로 들렸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윤석열 정부 들어 핵심 환경 정책들이 줄줄이 뒷걸음질하고 있다. 환경부가 그간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것들이다. 최근만 해도 음식점·카페 등 손님을 맞는 업소의 일회용 종이컵 등 일회용품 규제가 잇달아 후퇴했다. 일회용 종이컵 사용 금지는 철회했다. 플라스틱 빨대 사용금지 조치는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하고 편의점 비닐봉지 사용 단속은 중단키로 했다. 일회용품 규제는 지난 정부 때인 2019년 11월 방침이 정해졌고 2021년 말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이 공포돼 시행이 예고됐다. 그 뒤 지난해 11월 24일 시행됐다. 다만 시행일로부터 지난 24일까지 1년간의 계도기간을 둬 단속을 유예했다. 계도기간이 끝나면 규제 위반 시 과태료를 최대 300만원까지 물릴 예정이었다. 오랜 검토와 준비를 거쳤던 것이다. 환경부는 이미 1년 전 시행까지 한 그 규제들을 지난 7일 느닷없이 백지화하거나 사실상 무력화했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잔뜩 부풀어 오른 풍선의 바람이 빠지는 느낌일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정책이 이처럼 신뢰를 저버려도 되는가. 정책 추진은 대형 마트의 시식코너를 돌면서 이것저것 맛보며 즉흥적으로 물건을 사는 쇼핑이 아니다. 정부 정책 방향에 맞춰 계도기간에 일회용컵 대신 다회용컵 사용에 대비했던 많은 업소들은 황당해 하고 있다. 컵 씻을 직원을 따로 고용하고 세척시설까지 준비했다고 한다. 자영업을 하면서 하루하루 버티기도 쉽지 않은 판이다. 규모가 영세한 업소로선 적지 않은 부담이었을 것이다. 일부 업소는 금리가 오르는데도 빚까지 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일회용품 퇴출에 속속 동참해왔던 소비자들도 어리둥절했다. 일회용품 줄이기는 생활 속 실천운동으로 점차 자리잡아가는 모습이었다. 기후변화가 심각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필요하다고 하니까 여러 불편도 감수했다. 정부의 일회용품 규제를 믿고 사업을 벌였던 사람들은 낭패를 봤다. 잘 썩는 생분해 비닐봉지 등 일회용품 대체 상품 개발 및 생산 투자를 늘렸다. 그들은 그 투자비를 어떻게 회수할지 막막한 상황이라고 한숨 짓는다. 일회용품 규제 후퇴 관련 환경부의 배경 설명을 듣고 귀를 의심했다. 서민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크고 불만 목소리도 높았다는 이유를 댔다. "조급하게 도입된 정책"이라고도 했다. 일관성을 무엇보다 강조하는 정부가 적어도 4년간 뜸 들이며 추진한 정책 아닌가. 칼을 뽑을 땐 신중하되 일단 칼을 뽑았으면 베어야 한다는 말도 있다. 정책을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 하며 염치는 눈곱만큼도 없이 태연하게 할 말은 아니다. 그 설명대로라면 환경부는 그동안 관련 정책 시행을 위해 여론수렴 등 제대로 검토조차 하지 않고 허송세월했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정책 후퇴가 아니고 합리적 규제라고 했다. 그야말로 말장난이다. 정책을 규제 대신 권고와 지원으로 바꿨다는 해명은 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시행 1년 뒤 이제 와서 그런 소리 하니 납득하기 어렵다. 정부 규제 완화가 언제 적 얘기이고 정권 바뀐 지가 언제인가. 어설프게 둘러대는 그런 말을 믿을 바보 천치는 이 세상에 없다. 환경부는 뒤늦게 일회용품 정책 후퇴 후 대체품 제조업체에 경영애로자금을 지원하고 ‘다회용품 우수매장’에 정책자금 지원 시 우대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그런 정책 있었으면 진즉에 발표하지 이제야 내놓는가. 반발하는 업소들의 입막음용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환경부가 이리 뻔뻔해도 되나. 환경부가 스스로 물러선 것 같지 않다. 그런 설명을 하는 게 억울했을 것이다. 누군들 그렇게 하고 싶었겠냐는 항변도 있을 수 있다. 환경부야 규제를 만드는 것이니 굳이 마다할 일도 아니다. 거꾸로 부처 조직과 권한을 늘리고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을 아쉬워했을 수도 있다. 결국 환경부를 넘어 정권 차원의 정무적인 판단이 작용한 게 아니냐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영업자 등의 반발을 두려워 한 선심성 조치라는 것이다. 그러니 환경부는 말도 안 되는 이런 해명과 대책을 내놓고 있다. 차관이 정책 후퇴를 발표하면서 마치 지나가는 말로 ‘반성’· ‘송구’를 언급한 것 말고 별도 공식 사과한 게 없다. 물론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솔직히 이 정도 사안이면 우선 주무 장관이 국민 앞에 진솔하게 공식 사과하는 게 마땅하다. 물러나는 것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게 순리이고 상식이다. 정상적인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다. 환경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마도 부처가 모든 책임을 짊어질 일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그럼 국민에 혼란과 피해를 준 이 사달을 만들어놓고도 그냥 넘어가자는 것인가. 국민은 무능하고 영혼 없는 정부엔 성원을 보내지 않는다. 더구나 정부가 개떡같이 일하면서 권한만 내세우고 손쉬운 규제 만들기에 혈안이라면 국민에겐 더 이상 베풀 아량이 없다. 지금 환경부는 벼랑 끝에 서 있다. 한방에 훅 가기 전에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할 것 같다.칼럼 게재용 사진 구동본

[이슈&인사이트] PF 정상화 없이는 주거안정 요원하다

어느 덧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따듯한 연말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이 시기에 부동산 시장은 싸늘한 이야기 뿐이다. 여의도·목동·압구정동과 수도권 1기 신도시 등 이른바 노른자위 아파트단지의 재건축 호재가 넘치는 데도, 어찌 된 일인지 이들 재건축 단지의 매물마저 호가가 한달 새 1억원 이상 빠졌다는 소식이 들린다.재건축 추진단지는 허름한 외관과는 달리 주변 신축 아파트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재건축 이후의 미래가치가 거래과정에 선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재건축 추진아파트가 재건축이 완료 후 당초 예상했던 만큼 이상의 가치를 낼 것으로 장담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미래가치에 매달려 무작정 거래에 나서기보다는 용적률, 고도제한, 역세권 여부 등 발전 잠재력, 일반분양분의 비율 등과 같은 사업성 여부와 함께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담금과 사업진행 속도 등까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그런데 최근들어 주택시장이 주춤하면서 사업성이 좋다고 평가되는 재건축단지 마저도 미분양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원자재값의 지속적인 상승과 고금리 영향으로 사업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사비가 크게 오르고 덩달아 분양가도 치솟다 보니 매수세가 끊기고 매매가격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더구나 사업자가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을 위해서는 금융기관으로부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고금리 영향으로 PF대출 금리마저 내년에는 기존보다 5% 이상 오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2일 열린 ‘건설·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향후 브릿지론 금리는 20%, 본 PF대출 금리는 15%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가령 시행자가 사업비로 1000억원을 빌렸을 때 1년에 부담해야 하는 PF 대출이자가 150억원이라는 것이다. 이자가 높더라도 일반분양분이 모두 분양되고, 분양가격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결정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분양가상한제의 적용을 받는 지역인 경우 시가에 한참 못 미치는 분양가격으로 일반분양이 이루어져 결국 조합원이 분담금을 통해 사업비의 이자를 떠안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에 무분별하게 이루어진 30조원에 달하는 PF대출 상환기간이 속속 도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PF대출에 대한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저축은행이나 증권사 등은 PF 대출승인 자체를 꺼리고 있다. 결국 재건축 정비사업의 진행을 시작하거나, 시작한 단지들은 비싼 신탁 수수료를 부담하더라도 신탁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그러나 신탁방식의 경우 신탁사가 조합원의 이익을 충실히 대변해 주는 것은 아니어서 재건축 기간이 길어지거나 협력사 등과 결탁하는 방식 등으로 인해 부수적인 비용이 막대하게 늘어나고 결국 토지소유자(조합원)들의 자금으로 신탁사와 그 협력사들만 배불리는 불합리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여기에다 시공사들은 치솟는 원자재값을 공사비에 반영하려는 과정에서 조합과의 갈등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기 일쑤다. 이 때문이 재정이 건실한 중견 건설사들마저 자금경색으로 부도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올해들어 에이치엔아이엔씨(HN inc), 대창기업, 신일건설, 국원건설, 대우산업개발, 동흥개발, 삼호건설, 굿모닝토건이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이처럼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을 둘러싸고 겹 악재가 덮치는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 정상화를 위해 보증확대와 자금 공급을 지속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본질은 뒤로 한 채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내세웠다. 그마저 시중은행을 압박해 PF에 숨통을 트겠다는 것도 과연 실효성이 있을 지 의문이다.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의 시늉내기 대책보다는 금리안정과 건설사 유동성 확보 등 근본적인 처방을 내놔야 공급이 늘어나 주택시장 안정과 함께 경제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 부동산 PF발 금융위기 시한폭탄이 터지기 일보직전이다.박지훈 비욘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기자의 눈] KF-21 보라매 초도 생산, 40대가 맞다

[에너지경제신문 나광호 기자]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가 전 세계 군 관계자와 우리 국민들 앞에서 초음속 비행을 선보였음에도 여전히 발목을 잡으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초도 생산 물량을 기존 계획인 40대가 아니라 20대로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한국국방연구원(KIDA)은 이번 보고서를 포함해 2000년대 초반부터 보라매 개발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KIDA는 ‘합리적 국방정책 수립 및 의사결정’을 위한 기관으로 대형 무기 도입과 국내 연구개발(R&D) 프로젝트에 호의적이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물론 전투기 개발에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성은 있다. 4.5세대 이상급 스텔스 형상을 갖춘 초음속 전투기 개발이 어려운 것도 맞다. 우리나라가 2026년까지 최종 체계개발을 마치면 미국·러시아·중국·프랑스·일본·스웨덴·유럽 공동개발에 이어 8번째로 이름을 올릴 수 있다.일각에서는 공대공 임무를 주로 수행하는 블록-Ⅰ의 생산물량을 블록-Ⅱ로 돌리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 공대지·공대함 임무도 수행하는 멀티롤(다목적) 전투기의 효용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는 우리 안보와 경제 모두를 저해하는 주장이라고 봐야 한다. 아직도 우리 공군은 80년대부터 만들어진 KF-5 ‘제공호’를 80대 가량 운용 중이다. 이로 인해 힘들게 육성한 파일럿들의 안타까운 사고도 이어지고 있다.보라매 초도 물량이 40대를 유지한다고 해도 40대에 가까운 제공호가 몇 년 가량 더 비행해야 하는 상황을 KIDA가 충분히 고려했는지 의문이다. 전 세계 전투기 개발 역사에서 이례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된 과정에 힘입어 지난 5월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은 기체에 대해 기술적 문제를 제기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KAI·한화시스템·LIG넥스원 등 500곳에 달하는 국내 업체에게도 타격이다. 40대를 기준으로 생산설비를 도입하고 인력을 갖춘 상황에서 생산 목표가 절반으로 줄어들면 재료비 협상을 비롯한 여러 과정에 어려움이 발생한다는 논리다.제작단가 상승으로 인해 도입에 필요한 예산도 늘어나게 된다. 방위사업청도 계획이 20대로 변경될 경우 대당 가격이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합리적 국방정책과 거리를 두게 된다는 뜻이다. ‘대한민국 영업사원 1호’ 윤석열 대통령과 군 당국 및 업체들이 다져놓은 수출경쟁력 하락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극강의 가성비와 사후서비스를 토대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져온 K-방산의 장점이 희석될 수 있다. 국방부·공군·방사청 뿐 아니라 여야가 한 목소리로 40대를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프랑스는 자국 항공산업 발전의 원동력으로 국민적인 성원을 지목한 바 있다. 우리도 성공적인 보라매 개발 완료와 2027년 방산 수출 4강 진입 등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따뜻한 응원과 관심을 보내야 할 것이다.나광호 산업부 기자10월16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비행 중인 KF-21 보라매 시제 3호기

[EE칼럼] 무탄소 이니셔티브, 관건은 국제공조 확보

한국이 주도하는 무탄소연합(Carbon Free Alliance)이 지난달 공식 출범했다. CFA는 한국 정부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민관이 공동으로 참여한 협의체로, 지난 9월 윤석열 대통령이 국제연합(UN) 총회 연설에서 제안한 무탄소에너지(CFE) 이니셔티브를 확보하기 위한 핵심기구다. CF연합은 앞으로 재생에너지, 원자력, 수소, 탄소포집이용저장기술(CCUS) 등 무탄소에너지의 공급과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활동을 펼친다. 실천 목표는 무탄소에너지 국제공통 규범의 설정과 시장환경 조성 및 투자촉진, 선진국-개도국간 공조체졔 구축 등이다. 지금까지 국내 기업들은 국제환경단체 ‘클라이밋그룹’ 등이 주도하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캠페인에 맞춰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SK그룹 6개 계열사를 필두로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30여개 기업이 RE100 참여를 선언했다. 한편으로 우리 정부는 한국형 RE100시스템인 ‘K-RE100’을 도입·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 여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사용 전력을 재생에너지만으로 충당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기업들에게 RE100 이행이 큰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CF연합은 무탄소에너지의 범위를 재생에너지 뿐 아니라 다른 청정에너지로 넓혀 이들 기술을 중립적으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만을 사용하기보다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다른 무탄소에너지로 범위를 넓혀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우리의 공급확대 잠재력이 큰 원전의 사용을 늘릴 필요가 있다. 원전 사용의 확대는 국제적 추세와도 부합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9월 발표한 ‘넷제로 로드맵: 1.5도 목표 달성을 위한 글로벌 경로’라는 보고서에서 2050년 세계 원전 설비 용량이 9억1600만kW로 지난해(4억1700만kW)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을 내다봤다. 올해 초 현재 세계 18개국에서 총 6400만kW의 원자로가 건설 중이다. 또 지난달 9~1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된 ‘제2차 국제원자력기구(IAEA) 기후변화와 원자력의 역할에 관한 국제회의: Atoms 4NetZero’ 개막식에서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2050년까지 전 세계 원자력 발전설비 용량이 8억 9000만 kW로 2020년 전망치에 비해 약 2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에너지 안보, 기후변화 및 경제개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국가들이 원자력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로시 총장은 각국이 기존 원자로의 가동 기간을 연장하고 있고, 첨단 원자로 건설을 고려 또는 착공하고 있으며, 발전 이외의 용도로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원자력협회(WNA)가 최근 발표한 ‘2023년 세계 원자력 성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원자력 발전량은 2조 5450억kWh로 전년보다 1000억kWh 넘게 줄었지만 6년 연속 2조 5000억kWh 이상을 기록해 수력발전에 이어 세계 청정전력의 약 4분의 1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원자로 6기(중국 2기, 핀란드, 파키스탄, 한국, 아랍에미리트연합 각 1기)가 송전을 시작했고, 중국 5기, 이집트 2기, 터키 1기 등 총 8기의 원자로가 건설됐다. 무엇보다 아시아지역에서 원전 발전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아시아의 원자력 발전량은 370억 kWh 증가했다. 지난 10년 동안 아시아의 원자력 발전량은 두 배 이상 늘어나며 현재는 서유럽과 중부 유럽의 원자력 발전량을 능가하고 있다. 현재 건설 중인 전 세계 원자로의 4분의 3이 아시아에서 이뤄지고 있다. WNA는 탈탄소화와 보편적 접근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자력 발전의 급속한 확대와 함께 기존 원자력 발전소의 활용(장기 운영) 극대화하와 신규 건설을 촉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국제적 조류 속에서 우리나라가 선도적으로 무탄소연합을 주창하고 국제사회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한 적극 행보에 나선 것은 바람직하다. CF연합이 이제 막 출범한 만큼 우리나라는 한편으로 RE100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보다 범위가 넓고 탄소중립 실현가능성을 높이는 CF연합 쪽으로 점차 무게중심을 옮겨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 일본, 프랑스, 중국 등 원자력에 비교우위가 있는 나라의 정부 및 기업과 국제공조 체제를 구축하고 CF연합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예컨대 CF에너지의 인증체계를 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제표준을 만드는 일이다. 이달말 개최되는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8) 등 국제무대에서의 적극적인 홍보와 함께 국제사회의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야 한다. 이번 국회에서 CF연합 관련 예산 6억원이 야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할 상황에 놓여 있다 하니 야당부터 설득하는 게 순서일 듯 하다.온기운 에교협 공동대표

[이슈&인사이트] GenAI 세상 여는 AI 리터러시는?

생성형 인공지능(GenAI)이 우리 삶의 모든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AI모델과 라이브러리를 제공하는 ‘허깅페이스’라는 플랫폼에 등록된 GenAI 모델만 40만개가 넘는다. 불과 1년 전에 대중에 알려진 챗GPT와 같은 GenAI가 만들어가는 세상은 끝없이 확장하고 있다. GenAI는 단순한 기술을 뛰어넘어 혁신과 창의성이 융합된 새로운 디지털 시대의 설계자로서 비즈니스, 의료, 교육, 개인 생활 등 다양한 분야로 스며들고 있다. 맥킨지 글로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분의 1이 조직에서 마케팅과 영업, 제품 및 서비스 개발, 고객 관리 등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업무에서 정기적으로 GenAI를 사용하고 있다. 최고경영자는 업무에 GenAI 도구를 개인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많은 기업이 GenAI의 발전으로 인해 AI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의료 분야에서도 광범위하게 GenAI가 사용되고 있다. 전립선암 진단, 문서화 및 환자 온보딩과 같은 관리 작업은 물론 신약 개발, 임상시험 계획, 고위험군 환자를 위한 예측 모델, 보철과 같은 개인 맞춤형 의료 기기 설계에 GenAI가 동원된다.교육분야의 경우 GenAI의 학교내 활용에는 아직 조심스럽지만, 개인화된 학습을 촉진하고 학생 참여를 향상시키는 ‘소크라테스식 교사’ 역할 등 학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GenAI 활용에 있어 교사가 학생보다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고, 실제 이용도 더 활발히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생활에서는 직장인의 경우 GenAI를 이용한 경험이 절반 정도인 가운데 세대간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Z세대는 75% 이상이 사용한 경험이 있는 가운데 50대 이상 중장년층도 점차 관심을 높이며 적극적인 이용자로 바뀌고 있다. 한편으로 GenAI 기술에 대한 대한 인식과 이해가 높아짐에 따라 기술에 대한 인간의 통제력 유지와 다양한 분야에서 AI 채택 속도에 대한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포브지에 따르면 SW개발 분야에서 GenAI가 가진 엄청난 잠재력에 주목하지만, 이 기술은 여전히 유동적으로 평가하면서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있다. 가트너는 지속 가능한 AI 발전의 기둥으로 신뢰, 위험 및 보안 관리를 강조하면서 2024년의 중요한 트렌드로 ‘AI TRiSM’을 꼽았다. GenAI 시대는 단순히 정교한 알고리즘의 출현을 넘어 새로운 종류의 문해력, AI 리터러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즉, 혁신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가 AI와 함께 어떻게 살아갈 지를 고민할 때를 맞이하고 있다. GenAI의 의미, AI의 윤리, 인간 정체성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더 이상 도구로서 AI가 아니라 인간 경험의 파트너로서 AI에 대한 이야기가 활발하게 전개될 것이다. 바로 AI리터러시 사회의 도래다. AI 리터러시란 인공지능 기술의 원리, 기능은 물론 윤리적 측면을 이해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잠재적인 위험을 인식하고 관리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따라서 GenAI 시대의 AI 리터러시는 단순히 기술을 사용하는 능력을 넘어서 개인적, 전문적, 창의적인 측면에서 필수적인 것으로 모든 사람이 이해하고 소유해야 할 중요한 자산이다. 필자는 GenAI 시대를 열기 위한 세가지 AI리터러시 조건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GenAI와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디지털 방언으로 ‘프롬프트’를 잘 사용해야 한다. 프로그래밍이 AI 모델을 구축하는 기반이라면, 프롬프트는 AI 모델의 항해를 돕는 바람이다. 프로그래머가 AI의 신경경로를 설계한다면, 프롬프터는 AI의 지성에 불을 붙이는 것이다. 따라서 프롬프트 작성 기술은 GenAI의 방대한 잠재력을 열어주고, 소통하는 방식에 따라 창의력과 분석능력을 크게 증폭할 수도 있고, 왜곡되고 편협한 관점에서 컨텐츠를 생성할 수도 있다. 둘째, GenAI가 사회에 더욱 깊숙이 자리 잡으면서 논의의 중심은 필연적으로 윤리와 교육으로 옮겨가고 있다. 어떻게 하면 AI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오용을 방지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편견과 잘못된 정보에 대한 지속적인 개선과 감시를 통해 AI를 개선하는 동시에 사용자에게 책임감 있는 AI 상호작용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새롭게 떠오르는 AI 윤리 분야를 교육 커리큘럼에 통합해 기술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도덕적으로 퇴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AI의 힘에 대한 존중과 그 본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정부와 국제기구는 AI세상의 심판자가 아니라 오용과 과잉 의존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면서 AI의 흐름을 사회적 풍요로움으로 이끌 수 있는 안내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AI와 함께 살아가야 할 기둥을 만들고 있고, AI 리터러시는 그 기둥에 쓰여질 잉크다. GenAI시대에 인간 정신에 대한 끊임없는 헌신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도록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김한성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 고문

LG화학, 임원인사 단행…이종구 CTO 등 17명 승진

[에너지경제신문 나광호 기자] LG화학이 이사회 결의를 통해 총 17명을 대상으로 2024년 임원 승진인사를 실시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다.22일 LG화학에 따르면 이번 인사는 전지소재·친환경소재·혁신 신약 등 3대 신성장동력 추진을 가속화하기 위한 조치다.이종구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부사장은 KAIST 화학공학 박사 출신으로 2020년 12월 석유화학연구소장으로 부임했다.LG화학은 이번 인사의 특징으로 △사업성과 기반 △신규 사업 및 미래 준비를 위한 연구개발(R&D) 분야 인재 발탁 △글로벌 고객 대응 및 해외사업 운영 역량 강화 △여성 임원 선임을 통한 경영진 다양성 강화 등을 꼽았다.다음은 이번 인사 내용이다.◇부사장 승진 ▲이종구 CTO 겸 CSSO ◇전무 승진 ▲한동엽 PVC/가소제사업부장 ▲이창현 첨단소재 글로벌고객개발담당 ▲이희봉 생명과학 연구개발부문장 ▲박병철 CSEO◇상무 신규선임 ▲김진수 ▲이두형 ▲신선식 ▲이영석 ▲김근태 ▲김선애 ▲허성진 ▲김도연 ▲양수하 ▲마영일 ▲김용철◇수석연구위원 승진 ▲김경훈spero1225@ekn.kr이종구 LG화학 부사장

[기자의눈] 주식양도세 기준 완화,

[에너지경제신문 강현창 기자]정부가 주식 양도소득세를 내는 대주주 기준을 완화하려 하자 야당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부자를 위한 ‘감세’라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이 정책은 단순한 ‘부자봐주기’가 아니다. 오히려 정책을 완화해야 진짜 부자들을 견제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그동안 주식 투자자는 연말이면 한 종목에 대해 10억원 이상 소유하는 것을 피했다. 대주주 기준을 넘어서는 주식을 가지고 있으면 세금폭탄을 맞기 때문이다. 현행 세법은 상장 주식 종목을 10억원 이상 보유하거나 주식 지분율이 일정 규모(코스피 1%·코스닥 2%·코넥스 4%) 이상인 경우를 ‘대주주’로 분류하고,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해 20%의 세금(과세표준 3억 원 초과는 25%)을 부과한다.문제는 이 법이 사실상 ‘10억원 이상 주식 소유 금지법’으로 작용했다는 점이다.그로 인해 이득을 보는 것은 해당 종목의 최대주주다. 주식시장은 12월 결산법인이 대부분이다. 주식양도세 기준 때문에 최대주주 입장에서 껄끄러운 ‘큰 손’들이 주주명부를 확정하는 12월 31일 직전에 주식을 팔아 치우는 현상이 시장 전체에서 벌어진다. 그로 인한 주가와 지수 하락은 덤이다. 어차피 최대주주는 주식을 팔지 않는다. 하지만 상장사의 주주구성은 잘게 쪼개진다. 결국 최대주주의 목소리만이 주주총회에서 쩌렁쩌렁 울리게 된다. 이미 수많은 상장사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이렇게 주주들이 잘개 쪼개지면 회사를 지배하지 못하는 소수주주가 행동주의를 진행하려면 비용과 시간이 더 필요하다. 어렵사리 지분을 모으더라도 주주가치가 올라 얻을 이익이 크다는 보장도 없어 애당초 행동주의에 대한 시도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반대로 최대주주 입장에서 본인을 제외한 다른 비지배주주의 지분이 쪼개질수록 유리하다. 비용을 아끼고 회사를 지배하기 편해지기 때문이다.지금도 주식시장에는 10%도 안 되는 지분율로 회사를 지배하는 최대주주가 많다. 이들을 견제하기 위한 이른바 ‘슈퍼개미’는 현행 제도로는 나오기 힘들다. 진짜 부자를 견제하기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한 이유다.khc@ekn.kr

[이슈&인사이트] 살얼음판 걷는 부동산 PF, 두고만 볼텐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가 한국경제에 중요한 잠재 위협요인으로 등장했다. 앞선 작년 하반기의 PF위기는 금리충격으로 PF 조달과 차환이 막히면서 발생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대출만기 연장과 유동성 공급 확대를 통해 비교적 쉽게 해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파트건설 사업장에서 정상적으로 준공이 이뤄진 이후에도 투자자들의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지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키운다. 더구나 투자금 회수 만기가 비슷한 시기에 집중돼 있다. 더 큰 문제는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지금의 위기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의 PF위기는 급격한 금리상승이 촉발했다는 점에서 10여 년 전에 경험했던 PF부실사태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다만 당시에는 전 세계적 경기침체로 미국이 빠른 속도로 금리인하와 양적완화 조치를 취하고, 우리나라도 금리인하 등 대응수단이 많았다. 더구나 당시에는 다른 부문에서의 부실위험이 존재하지 않았고, 정부의 재정건전성도 양호했다. 그래서 정부가 동원해야 할 자금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고, 자금 동원과정에서도 금융시장에 불안을 야기할 정도는 아니었다. 위기 이전에 시행된 분양가상한제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미분양 급증이라는 결과를 초래했고, 이것이 보다 큰 경제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정치권과 정책당국 간 공감대도 있었기 때문에 미분양 직접 매입과 같은 직접적 시장개입수단을 동원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바탕으로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경기를 떠받칠 수 있었고, 이것이 팽창적 통화정책과 결부되면서 부동산PF 부실이 경제위기로 전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무엇보다 미국의 고금리 기조 하에서 우리나라만 자체적으로 금리인하조치를 취하기 어렵다. 지난 수년간 누증된 가계·중소기업·소상공인 부채의 부실가능성이 또 다른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들 취약 차주들의 부실위험에 크게 노출되어 있는 곳이 바로 PF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제2금융권이다. 재정악화로 지출 확대를 통해 실물경제를 떠받치기 어려운 가운데 경제 전반에서 부실경고음이 켜지면서 정책당국의 인적·물적 대응 여력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점도 우려스럽다. 지난 수년간 이어진 과도한 부동산 규제가 지금의 위기를 촉발시킨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렇지만 현재의 위기를 전 정부의 ‘시장실패’ 탓으로만 돌리며 정치권과 정책당국이 실효성 있는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하는 부분도 아쉬운 대목이다. 이러는 사이에 부동산PF의 잠재 부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올해초부터 지난 9월까지 이어진 일시적 부동산시장 반등기에 참여자들이 서로 일정부분 손실을 감내하면서 부실사업장을 정리해야 했다. 그러나 대출만기 연장이라는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했고, 그 결과 잠재적 부실은 더 커졌다. 가뜩이나 최근 들어서는 시중금리가 오름세로 전환되면서 그동안 반등세를 보였던 수도권 분양시장의 열기도 식어가는 모습이다. 현재의 추세가 지속된다면 그 동안 누적·이연되어 온 PF 부실이 내년 상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우리 경제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부동산PF로 인한 충격이 경제시스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구체적인 대안들을 조속히 마련,시행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PF사업장에 대한 출구전략이 마련돼야 한다. 우리나라 부동산PF는 위기상황에서 채무상환부담이 건설사에게 집중되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어느 한 사업장에서의 채무상환 요구는 건설사 부실을 통해 해당 건설사가 참여하고 있는 다른 사업장의 연쇄 부실을 초래할 수 있다. 즉 채권금융기관들이 건설사에게 채무상환을 청구하기 시작하면, 시장 전체에서의 부실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대주단 협약 등의 조치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대주단·시행주체·건설사들 등 사업참여자들이 해당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손실을 합리적 수준에서 분담하는 방식으로 부실사업장을 정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회생가능성 있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정책당국과 지자체가 사업참여자들의 자구노력을 신속·포괄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다시 침체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분양시장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PF는 분양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부실을 피하기 어렵다. 따라서 지금 상황에서는 분양시장이 급랭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취득세와 재건축부담금 완화 등 규제보완조치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미분양 물건에 대해 취득세와 양도세를 과감히 완화하고, 임대 또는 임대 후 분양 목적으로 부동산을 매입하는 법인에 대해서는 취득세와 보유세를 대폭 경감하는 등의 방법으로 시장에서 스스로 미분양이 해소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PF사업의 부실위험을 최종적으로 지는 건설사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다. 현재 활용 중인 P-CBO나 보증확대 등 간접적 지원은 지원 범위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개발시장에 참여 중인 금융기관들의 출자로 펀드를 조성해 건설 관련 공제기구에 대여, 건설사들에게 유동성을 공급토록 하고, 시차를 두고 해당 공제기구가 회수금과 자체수익을 통해 대여금을 상환토록 하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근본적으로는 해당 펀드 출자자 중 건설 관련 공제기관의 비중을 높여 위기 재발시 개발 관련된 산업 내에서 균형 있게 손실을 흡수하도록 해야 한다. 물론 공공부문의 시장개입이 바람직하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위기는 시장 참여자들의 단기적 이익추구의 결과물인 동시에, 실패한 부동산 정책이 초래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때문에 공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치권과 정부는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위기를 초래한 직접적 당사자인 시장참여자들도 상생에 기반한 양보와 타협의 정신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E칼럼] 시늉만 하는 기후변화 대응

기후변화는 이제 인류 공통의 관심사가 됐다. 기후변화는 세계적으로 새로운 도전과제로 부상했고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활동이 본격화 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기후온난화를 믿고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정말 기후변화를 믿고 있을까? 아닐 수도 있다. 1992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에서 아젠다21 선언이 채택됐다. 그러나 이것은 합의되지 않은 선언이어서 구속력은 없었다. 그러다 1997년 교토 프로토콜이 합의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저감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많이 하고 경제를 일으킨 선진 7개국이 이산화탄소를 감축을 하겠다는 것이 교토 프로토콜의 요지다. 이후 2015년 COP21의 파리협약까지 매년 연례회의가 이루어졌지만 필요한 만큼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온난화에 책임이 있는 선진국은 스스로 배출가스를 줄이기 보다는 공해산업을 제3국으로 옮기고 자신들의 책임을 195개 회원국으로 분산시켰다. 책임을 나눠서 지자는 것이었다. 2021년 영국 글라스고에서 개최된 COP26도 이산화탄소 배출 1위인 중국과 3·4위인 인도·러시아가 빠진 상태에서 진행돼 제대로 합의가 이뤄지지 못했다.이렇게 30년을 허송했다. 기후온난화가 절박하고 이산화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면서도 원자력발전을 통한 이산화탄소 배출저감은 인정해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RE100이 그것이다. 탈원전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과연 기후온난화를 믿고 있는 것인지, 이를 빌미로 재생에너지 장사를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산화탄소를 가장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배제한 이유가 뭔가. 필자는 작년과 올해 원자력발전을 시작하려는 몇 개 아프리카 국가에서 자문한 바 있다. 이들 국가는 대부분 전기보급률이 20% 내외이다. 이들에게 돈이 있다면 전기보급률을 높이는데 써야 할까, 아니면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데 써야 할까? 미래의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전기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환경을 위해서 인류의 복지를 희생한다는 것이 맞는 것인가. 환경(環境)은 둘러칠 ‘環’자에 지경 ‘境’자이다. 무언가를 둘러싼 객체라는 뜻이다. 즉 안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 환경사랑은 본질이 바뀐 것이다. 이들이 값비싼 재생에너지를 확대한다는 것은 식민지, 노예사냥 그리고 차관을 통한 이자착취에 더한 또다른 차원의 수탈같이 느껴진다. 간헐적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서는 전력망을 보강해야 한다. 값비싼 전력저장장치를 보태고, 탄력운전이 가능한 전원을 설치하는 등 여러 가지 큰 돈이 들어가는 보강을 해야 한다. 그 모든 큰 희생을 치르더라도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다. 그 때문에 가격이 10배가 되어도 해야 하고, 그에 방해되는 요소를 모두 적으로 간주하는 사람들이다. 원자력이 배제되어야 하는 이유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해줄 수 있는 탄력성이 없기 때문이라면 원자력이 없어져야 하는 것인지, 재생에너지가 없어져야 하는지 따져봐야 한다. 온실가스가 아니라 이산화탄소에만 집착하는 것이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30∼50배 강한 온실가스다. 그런데 간접배출을 포함한다면 석탄발전이나 별반 차이가 없는 천연가스를 확대하자는 주장은 무엇인가. 어느 환경단체도 천연가스에 대해선 입을 닫는다. 2021년 우리는 ‘탄소중립 2050계획’을 세우면서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을 추산하지 않았다. 원전을 배제한 것이 큰 이유일 것이다. 나는 기후변화를 100% 신뢰하지 않는다. 계산에 있어서 그리드 간격도 너무 크고 여러 가지 계산모델의 정밀성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재의 이산화탄소를 굳이 방치하는 것도 현명하지 않다. 해야 한다면 경제와 사람을 희생시키지 않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그게 바로 원자력이다.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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