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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지구온난화 억제에 고삐 조이는 국제사회

2023년 유엔기후변화 당사국 총회(COP28)를 앞두고 알 자베르 COP28의장은 각국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11TW로 3배 늘리고 에너지 효율을 2배로 늘리려는 글로벌 목표에 동의할 것을 촉구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의 강력한 지지와 함께 IEA 보고서 ‘2023년 넷제로 로드맵’과 IRENA 보고서 ‘2030년까지 재생 가능 전력을 3배로 늘리고 에너지 효율을 2배로 늘립니다 : 1.5도를 향한 중요한 단계’, BNEF 보고서 ‘어렵고 빠르며 달성 가능(Hard, Fast and Achievable)’, 기후행동추적과 세계자원연구소 등이 공동집필한 ‘기후 행동 현황 2023’이 그 당위성과 근거, 로드맵 등을 제시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넷제로 전환의 석유 및 가스 산업’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석유·가스 업계에 진정으로 세상을 돕는 데 전념해야 하며 석유·가스 업계가 지구 온난화를 1.5도로 제한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설비 투자의 50%를 친환경 에너지 프로젝트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시된 보고서들은 모두 현재의 정책으로는 2100년까지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2.4~2.7도의 온난화가 예상되는 등 1.5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속도와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2030년까지 관련 조치를 긴급하게 가속해야 한다며 방법들을 소개했다. 보고서들이 제시한 1.5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과 관련, IEA는 전기자동차,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의 기록적인 성장을 예로 들며 향후 10년간 에너지 전환에 연간 약 4조5000억 달러(약 6082조 원)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2023년 이전 세계에너지 전환 예상 투자 규모는 1조 8000억달러(약 2434조 원)로 역시 약 3배 가속이 필요하며 전기차 및 히트펌프 판매량 확대, 에너지 부문 메탄 배출량 75% 감소 등을 권고했다. ‘기후 행동 현황 2023’에서는 42개 지표 중 전기 자동차를 제외한 41개 지표가 2030년 목표에 미달하며 엄청난 가속과 함께 태양광, 풍력 발전이 2030까지 연평균 24%로 성장해 발전량 중 태양광, 풍력 점유율을 47~78%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석탄발전 비중 감소 7배, 전력의 탄소집약도 감소 9배, 대중교통 인프라 확대 6배, 건물의 탄소집약도 감소 4배, 삼림 벌채율 감소 4배 등을 제시했다. BNEF는 태양광을 중심으로 2030 재생에너지 용량 3배 확대를 통해 재생에너지가 2030년까지 모든 배출 감소의 62%를 기여해야 하고 산업 및 도로 운송과 같은 최종 사용 부문의 전기화로 전체 탄소 감소의 15%를 추가 기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IRENA는 재생에너지 3배, 에너지 효율 2배와 함께 전력망, 시장 인센티브 및 재정정책, 규제 완화와 국제사회의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특히 태양광 발전 용량은 2030년까지 최소 5400GW로 2022년보다 4345GW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약하면 재생에너지 3배 확대와 에너지 효율을 2배로 늘리는 것, 즉 COP28 의장의 촉구 내용과 같다. Our World in Data에 따르면 2021년 세계에서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한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의 배출량은 114억7000만 톤으로 전 세계 배출량(371억2000만 톤)의 30.9%를 차지했다. 그 뒤를 50억 톤으로 13.5%를 차지한 미국, 인도(7.2%), 러시아(4.7%), 일본(2.8%), 이란(2.0%), 독일(1.8%) 순이다. 전 세계 배출량 가운데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7%로 10위다. 이에 비해 누적배출량을 기준으로는 미국이 단연 1위다. 미국은 산업화 이후 최근(1750~2021)까지 누적배출량이 4219억 톤으로 전 세계 누적배출량(1조7369억 톤)의 24.3%를 차지한다. 그 뒤로 중국(2493억 톤)이 14.4%로 2위, 러시아 1,175억 톤(6.8%), 독일 933억 톤(5.4), 영국 785억 톤(4.5%) 순이다. 우리나라는 189억 톤(1.1%)으로 17위다. 배출량만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따지자면 미국, 중국, 러시아, 독일, 영국 순이지만 당장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중국, 미국, 인도, 러시아, 일본 순으로 중요하다. 5개국의 배출총량이 전 세계 배출량의 59.3%에 달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난 15일 미국과 중국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협력 강화에 관한 Sunnylands 성명을 통해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로 늘리려는 G20 정상 선언을 지지하고, 지구 온난화를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공동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전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재생에너지가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 중국이 무역경쟁에서 새로운 무기 즉 태양광, 풍력을 장착할 때 우린 맨몸으로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우리 정부도 재생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지구 온난화를 1.5도로 제한하는 것과 함께 세계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우리 기업에 충분한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것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황민수 한국전기통신기술연구조합 전문위원/ 에너지전환포럼 이사

[포천시장 기고] 대진대 의대신설, 꼭 필요

최근 정부는 의사 수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5년부터 의대 정원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40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원 확대 수요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중 경기북부에 소재한 의과대학은 단 한 곳도 없다는 사실이다. 경기도 인구는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지만,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전국 최저수준에 해당한다. 의료취약지역인 경기북부, 특히, 포천시는 70여 년간 접경지역의 각종 규제로 인해 수도권임에도 수도권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문화, 교육, 교통의 결핍 속에 살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의료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15만 포천시민도 평등한 의료서비스를 누릴 권리가 있다. 포천 관인면에서 중대한 수술을 해야 하는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가장 가까운 의정부 성모병원은 56km, 서울 아산병원까지는 84km를 달려야 한다. 당장 진료가 가능한 병원이 없다. 전문의 진료 예약도 한없이 밀려있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포천시 의료서비스는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다. 의료수급 안정화를 위해서는 의대 신설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경기북부에는 증원할 의과대학도, 진료 받을 병원에 대한 선택권조차 없다. 인접 시군인 철원, 연천, 동두천도 역시 같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서울과 대도시로 치우쳐진 의료 불균형은 결국 지역 소멸을 불러올 것이다. 포천시에 소재한 대진대학교는 인근 시군의 의료사각지대 문제까지 해결하는 거점이 될 것이다. 대진대 의과대학 유치는 포천만의 문제가 아닌 경기북부 모두의 문제다. 의과대학 신설을 위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단순히 기존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의과대학 신설도 함께 추진해 지역 및 필수 의료를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 더욱더 효과적이며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다. 의료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지역 의료체계를 구축하는 등 공적 영역인 의료에 공백이 없도록 의과대학 신설을 서둘러야 한다. 의료사각지대의 의료공백을 메우고, 지역 성장을 견인하는 등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도 대진대학교 의과대학 신설이 반드시 필요하다. 백영현 포천시장백영현 포천시장 백영현 포천시장. 사진제공=포천시

코오롱그룹, 4세 경영 가속화…이규호 사장, 부회장 승진

[에너지경제신문 나광호 기자] 코오롱그룹이 4세 경영 속도를 높인다. 이웅열 명예회장의 장남 이규호 코오롱모빌리티 대표가 ㈜코오롱 전략부문 대표로 내정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정기인사를 통해 사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1년 만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코오롱그룹은 지주사를 지원부문과 전략부문으로 나눠 각자대표를 내정하는 등 총 37명에 대한 2024년도 사장단·임원 인사를 실시했다고 28일 밝혔다.이 부회장은 코오롱그룹의 자동차유통 부문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올해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을 독립법인으로 출범시켰다. 최근 ‘702’ 브랜드를 런칭하는 등 새로운 비즈니스도 전개하고 있다.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 시절 △온라인 플랫폼 구축 △글로벌 시장 개척 △브랜드 가치 정립 등도 주도했다. 지주사로 자리를 옮긴 뒤로는 수소사업 밸류체인 구축 및 미래 전략 수립 등에 기여했다.안병덕 ㈜코오롱 대표는 지원부문 대표를 맡는다. 안 부회장은 기존 사업기반을 다지고 이 부회장이 사업 혁신을 이끌 전망이다.코오롱그룹은 신임 상무보 16명 중 12명을 40대로 선임하는 등 지난해에 이어 세대교체 기조를 지속한다. 이번 인사는 각 계열사별 이사회 등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코오롱그룹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경영환경의 변화와 글로벌 경제 블록화가 날로 강화되면서 사업의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그룹의 미래가치를 높이고 위기 속 기회를 선점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는 데 인사의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다음은 이번 인사 내용이다.◇대표 내정 및 승진◆㈜코오롱 △안병덕 지원부문 대표 부회장 △이규호 전략부문 대표 부회장 이규호◆코오롱미래기술원 △한성수 사장◆CEM본부 △신상호 사장◇임원 승진◆㈜코오롱 △신은주 상무보◆코오롱인더스트리 △권용철·박준효 전무 △이효규 상무 △김태연·박형규·오현진·이병탁·최현준 상무보◆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안태준·장정애 상무 △유동주·이준흠 상무보◆코오롱글로벌 △박재민·이상만·이성호·최현 상무 △김동헌·이동길 상무보◆코오롱글로텍 △김정호 전무 △이대일 상무 △박해동 상무보◆코오롱플라스틱 △박기현·박영구 상무보◆코오롱베니트 △최상문 상무보◆코오롱생명과학 △양윤철 전무◆코오롱제약 △이정훈 상무◆코오롱LSI/MOD △류현준 상무보◆코오롱모터스 △김종하 전무◆코오롱오토모티브 △신진욱 전무◆코오롱데크컴퍼지트 △김준목 상무보◇전보◆㈜코오롱 △이기원 상무 △박성중 상무보spero1225@ekn.kr이규호 ㈜코오롱 부회장

[기자의 눈] 은행의 상생금융 압박, 달갑지 않은 이유

은행의 시초는 영국에서 출발한다. 책 ‘자본주의’에 따르면 화폐라는 개념이 없던 17세기 영국에서는 금을 녹여 만든 금화를 화폐처럼 사용한다. 당시 무거운 금화를 들고 다니기 어려웠던 사람들은 금세공업자에게 금화를 맡겼고, 금세공업자는 이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며 이자를 받았다. 이런 과정이 발전되며 지금의 은행 시스템이 자리잡았다. 남의 돈으로 돈을 버는 것이 은행의 기본적인 속성인 셈이다. 은행산업이 이자로 돈을 버는 것이 기본 속성이라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은행을 곱게 보지 않는다. 공공성에 대한 요구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를 겪으면서 은행에 막대한 공적 자금이 투입됐고 은행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 이같은 분위기는 현재 은행에 대한 상생금융 압박으로도 이어진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소상공인과 서민의 생활은 어려워진 반면 은행은 막대한 이자이익을 거둔 만큼 은행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상생금융 압박이 달갑지 않은 것은 강제적이고 일시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치권, 금융당국이 나서 사실상 은행이 벌어들인 이익을 환원하기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 20일 금융당국을 만난 금융지주사들은 연말까지 상생금융에 대한 세부 내용을 발표해야 한다.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취약층에 대한 대출 금리 인하 등의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도덕적 해이와 역차별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앞으로도 은행은 계속 이자이익을 벌어들이는데 그 때마다 추가적인 상생 방안을 요구할 것인지 의문이다. 정치권에서 추진하고 있는 횡재세도 비슷하다. 횡재세는 초과이익의 최대 40%의 기여금을 징수한다는 내용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정교하게 대응해야 하는 은행산업에 대한 규제를 법으로 정하는 것은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은행이 초과이익을 내지 못하고 수익이 줄어들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없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은행은 이자로 돈을 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자이익 자체를 꼬집기 보다는 은행이 책임감을 가지고 사회적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금융 지원은 물론 다양한 비금융 지원을 통해 은행이 사회 곳곳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강제력은 일시적이다. 지금과 같은 강압적인 분위기로는 은행의 사회적 책임이 장기적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dsk@ekn.kr

[이슈&인사이트] 여전히 말 뿐인 기업규제 개혁

얼마 전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경제관련 단체가 공동으로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주요 규제 현황과 개선방안을 담은 건의집을 펴냈다. 내용은 지배구조, 공정거래, 기업세제 등 3가지 분야에서 우리나라와 주요 국가의 제도를 비교한 것이다. 내용의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개월간 분야별로 외부 전문가의 연구와 검증 과정을 거쳤다. 몇 가지 사례를 보면 지배구조 분야에 흔히 ‘포이즌 필(Poison-Pill)’이라고 불리는 신주인수선택권제도가 반영돼 있다. 신주인수선택권 제도는 해외 행동주의 펀드 등이 적대적 M&A를 시도할 때 공격자를 제외한 기존 주주에게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다.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공격자의 지분을 희석시켜 경영권을 방어하는 시스템이다. 이 제도는 미국에서 가장 널리 쓰이고 있고 일본, 프랑스 등도 도입하고 있다. 공정거래 분야에는 대기업집단 규제, 지주회사 규제 완화 등이 있는데, 이런 규제들은 세계 주요 국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대기업 집단, 지주회사에 대한 사전규제를 도입한 이유는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사전에 억제하기 위한 목적에서 만들어 진 것으로, 대다수 국가에서는 이러한 사전적 규제가 없다. 그 이유는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기업이 혁신을 통해 독점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기업이 혁신이 아닌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경쟁사업자의 사업을 부당하게 방해하거나, 담합을 하는 등 시장경쟁을 해치거나 소비자의 이익을 저해하는 경우에만 사후적으로 처벌한다. 조세분야에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과표구간 단순화 등이 담겼다. 대한민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지방세 포함)은 26.4%로 OECD 평균(23.1%)보다 3.3%포인트나 높다. 이는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매력도를 떨어뜨리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과표구간도 우리나라는 4단계에 걸쳐 누진세 체계로 부과하는 데 비해 대부분의 OECD 국가는 과표구간이 1~2개로 단순하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법인세 최고세율을 낮추고 과표구간도 단순화 할 필요가 있다. 이번 공동 건의집에 포함된 규제개선 내용들은 경제계가 오래전부터 개선을 요청했던 것들이 대다수이다.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10년이 넘은 과제도 많다. 일각에는 진부한 과제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정말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핵심적인 규제개선 과제이기 때문에 진부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반복적으로 건의하는 것이다. 핵심과제인 만큼 그간 경제단체들은 세미나, 정책건의, 설명자료 제작, 전문가 기고, 정책당국과의 간담회, 언론홍보 등 규제개선을 위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일부 성과도 있지만 전반적인 규제의 틀과 내용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이전 정부에서는 관련 규제가 더 강화되기도 했다. 정부는 매년 3000개에 달하는 규제개혁을 했다고 발표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많은 규제를 개선했는데 기업들이 느끼는 규제개선 체감도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지 경제단체에 물어보곤 한다. 정부의 규제개선 성과는 개별 기업 수준에서 이루어 진 것 들이 많다. 규제를 풀더라도 개별기업 또는 몇 개의 관련 기업에만 파급력이 미친다. 물론 이런 세부적인 규제개선도 중요하지만, 전반적인 규제개선 체감도를 높이려면 많은 기업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법인세, 지배구조, 공정거래, 노동 등 분야의 핵심규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번에 경제단체가 공동으로 건의집을 낸 것은 핵심규제 개선에 정책당국이 나서주기를 바라는 경제계의 염원을 반영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워낙 큰 과제이고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어 정책당국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저성장 고착화의 구조적 위기가 코앞에 와있다. 규제개혁을 통한 기업환경 개선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 될 것이다. 이러한 위기를 즉시하고 정책당국은 경제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핵심규제 개선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

[EE칼럼]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관전 포인트는

오는 28일부터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개최된다. 벌써부터 참가 예상 인원이 수만명이라는 이야기가 들리는 것을 보니 역대 최대 기후변화 회의 기록을 바꾸는 것이 아닌가 하는 호기심도 생긴다. 이행 중심의 체제로 되어 있는 파리협정이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적용 되고, 이행 규칙에 대한 논의도 사실상 다 마무리가 됨에 따라 이제부터는 파리협정이 잘 이행되는가가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이 됐다. 그렇기에 파리협정의 이행수단으로 불리는 기술, 재원 그리고 개도국 지원에 관한 역량 강화 (Capacity building)에 대한 논의와 함께 몇 가지 이슈들이 주목을 끌게될 것이다. 첫째, COP28은 파리협정 체제가 성립한 이후 처음으로 글로벌 이행점검(Global Stocktake)이 이뤄지는 회의다. 파리협정 체제는 각 회원국 사정에 맞도록 기후변화 대응계획(NDC)을 마련,이행하면서 5년마다 이행상황을 점검을 하기로 했다. 우리가 5개년 경제성장 계획을 마련해 수시로 점검을 하면서 목표를 상향해 왔던 것을 생각하면 NDC 달성과 이행점검의 관계를 잘 이해할 수 있다. 2015년 파리협정이 체결될 당시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향후 파리협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글로벌 이행점검이라고 했다. 아마도 이전의 NDC 이행을 점검하면서 향후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비전과 목표를 세우는데 각국 정상급이 많이 참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이번 글로벌 이행점검 논의가 잘 진행되면 파리협정의 미래는 더욱 밝아지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유엔 기후변화 협약 회의를 찾는 정상들의 발걸음은 줄어들 것이다. 둘째, 일반인은 물론 기업, 심지어 정부에 담당자 중에서도 파리협정의 목적이 온실가스 감축과 적응 이외에 재원이라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파리협정은 저탄소 또는 탄소중립 경제를 활성화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실현하고자 하기에, 우리 몸의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하는 재원 문제는 파리협정 이행 성과를 담보하는 중요한 요소다.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에게 적용되는 파리협정이지만, 스스로의 역량이 부족해 공공부문에서 집중적으로 지원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는 대상국가 대부분이 개도국이다. 그렇기에 파리협정 체제하에서의 재원 논의는 주로 개도국 지원에 초점을 두고 있다. 올해 COP28의 주최국인 아랍에미리트는 산유국으로서 축적한 국부를 이용해 포스트 오일 이후의 새로운 투자기회를 찾고 있고, 지난해 COP27 개최국 이집트는 중동국가이자 아프리카 국가로 개도국 지원을 위한 재원을 중요하게 다뤘다는 점에서 COP28에서의 재원 문제는 COP27에서 손실과 피해 (Loss and Damage)를 통해 집중적으로 논의된 개도국 재원 문제와 더불어 장기 재원 확보 문제도 함께 논의될 것이다. 유엔 체제에서 재원 문제는 개도국이 선진국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는 창구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개도국의 선진국에 대한 요청에 대해서 선진국은 개도국의 온실가스 감축 의욕 상향 (MWP) 어젠다를 통해서 개도국의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확실한 입장 정립을 요청하면서 개도국을 압박할 것이다. 이에 더해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와 같이 유엔기후변화협약 체제에서 개도국으로 분류되어 있으나 더 이상 수혜국으로만 머물수 없는 중견국가들의 재원 문제에 대한 공식 입장 정립 여부도 중요하게 지켜봐야 한다. 셋째, 유엔 기후변화 협약 체제는 파리협정 이행 과정에서 정부는 물론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예정하고 있다. 그러나 파리협정의 이행은 원칙적으로 정부 중심으로 되도록 구조화돼 있다. COP27에서 합의가 어렵다고 생각되었던 손실과 피해에 대한 극적인 합의가 이뤄진 것도, COP27 개최기간 중에 발리에서 개최된 G20 회의 계기에 미국과 중국 정상의 기후변화에 대한 상호 협력을 하기로 한 합의 덕분이었다. 얼마 전 개최된 APEC 회의 기간 중에 한미 정상이 다시 한번 기후변화에 대한 협력을 다시 한번 확인한 만큼, 이번 COP28에서의 긍정적인 진전들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여기에 더하여 우리 대표단은 글로벌 중추국가 실현을 위해서 선진국과 개도국의 중간자로서 우리나라 국외감축을 물론 중요한 어젠다에 대해서 우리가 주도하는 세계의 표준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정서용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기자의 눈] 전통시장 방문, 꼭 은행장이 나서야 하나

요즘 길거리를 걷다보면 임대, 폐업 등을 붙이고 문을 닫은 상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고금리, 고물가 기조 장기화에 소비심리가 위축됐고, 서민들의 지갑이 얇아진 탓이다. 소위 잘 나가는 음식점만 문전성시를 이루고, 대박집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상점들은 은행 빚으로 하루하루 목숨을 연장하다가 결국 폐업을 택하고 만다. 은행권이 거두는 이자수익을 두고 정부의 눈초리가 매서운 것은 이런 ‘팍팍한’ 현실을 감안한 조치일 것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서 소상공인이 은행의 종노릇을 하고 있다고 표현하자 ‘실질적인 상생금융을 내놓으라’는 당국의 주문은 한층 더 거세졌다. 급기야 당국은 KB금융지주,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을 포함한 주요 금융사를 향해 연내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맞는 세부적인 지원 규모 등 상생금융 최종안을 내놓으라고 주문했다.언제나, 항상,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고 정부, 금융당국의 주문을 찰떡같이 잘 듣는 은행장들은, 이번에도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등 시중은행장들이 앞다퉈 전통시장으로 달려가 소상공인과 간담회를 가진 것이 대표적이다. 은행장들은 소상공인들이 어떠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은행들이 가동할 수 있는 상생금융 해법은 무엇인지 등을 모색했다. 은행장들은 간담회 말미에 소상공인들에게 실질적인 보탬이 되는, 금융지원을 실시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그러나 상생금융을 압박하는 정부의 주문에는 중요한 것이 빠졌다. 소비심리가 활성화되고 물가가 안정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은행들이 나서서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을 완화한다고 해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사실 말이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겪는 이자 부담의 원인이 온통 은행에만 있다는 정부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한 집 건너 한 집 꼴로 붙은 폐업이라는 표지판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은행들을 앞세워 자영업자들을 향해 빚내서 버티라는 메시지를 주는 현 기조를 근절해야 한다. 왜 자영업자들이 빚이라는 굴레에 빠질 수밖에 없는지, 중장기적인 해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주체는 단연 은행장이 아닌 정부다. 정부는 눈앞에 보이는 은행들의 이자수익을 비판할 힘을 아끼고, 그 힘을 현장 목소리를 듣는데 쏟아야 한다. 그게 자영업자들의 경영난에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 수 있는 길이다.ys106@ekn.kr

[이상호칼럼] 총선 판 뒤흔들 가짜뉴스·여론조작 그리고 사이버 심리전

러·우크라이나 전쟁과 이·팔 전쟁을 계기로 사이버 심리전의 중요성과 파괴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과 과시를 통해 국민 저항 의지 강화와 국제사회 지원 확보를 위해 언론, 소셜미디어 등 각종 매체에 가짜뉴스를 배포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 초토화 작전의 정당함을 확보하기 위해 아기 참수와 살해, 인질 강간 등 자국의 피해를 부각하는 여론전을 펴고 있고,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으로 병원을 폭격당하고 무고한 어린이들이 죽어 나간다고 선전하며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탄을 유도한다. 세계 많은 나라나 정치 집단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가짜뉴스, 온라인상 기만행위를 동원해 선전·선동에 나서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서로 충돌하거나 반목하는 세력이 각종 매체와 인터넷을 장악해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고 상대적 우위를 차지하려는 노력은 매우 적은 노력으로 많은 성과를 달성하는 효과적인 도구가 되었다. 이런 양상은 인공지능 등 관련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발전했다. 이는 아주 고도화된 사이버 심리전의 일종으로 사람의 현실 감각 마비를 노리기 때문에 이런 방식의 작전을 ‘인지(cognitive)전’이라고도 부른다. 허위사실 유포, 불안감 조성, 여론 조작 등 사람들의 마음과 인식을 공격하여 저항 의지를 무력화시키는 게 전쟁과 분쟁의 승패를 결정지을 수 있는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 손자병법에 나온 "싸우지 않고 굴복시키는 것이 최상이다"라는 명구와 부합한다. 사이버 심리전은 전쟁이나 위기 상황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이용된다. 위기 때는 대중이 가짜뉴스에 경계심을 가지게 되고 정부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에 사이버 심리전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경계심이 면역증강제가 되는 것이다. 반면 평상시에 은밀하게 진행되는 사이버 심리전은 당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하더라도 잠재적으로는 매우 파괴적인 조용한 위협이다. 특히 가짜뉴스 확산을 통한 대중의 인지 왜곡과 잠재적 피해의식 조성은 공격 대상 국가 국민들의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극단적인 피해를 초래한다. 북한과 중국은 한국을 대상으로 사이버 심리전을 지속적으로 펼친다. 북한은 김정은 건강 이상설, 사망설 등의 가짜뉴스를 정기적으로 생산해 한국 관계자들에 혼란을 초래하고 혹시 있을지 모르는 북한 내 배신자 색출과 처단에 활용한다. 또 가짜뉴스 확산을 통해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 등의 한국의 비극적 경험을 반정부 세력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중국의 사이버 심리전은 더 파괴적이다. 중국의 가짜뉴스 확산 목표는 대국민 선동과 국론 분열이다. 예를 들어 중국이 사드 배치와 관련해 가짜뉴스를 대량 생산해 한국의 여론을 조작한 이유는 단지 사드 배치를 철회시키는 것만 아니었다. 중국은 한국을 철저히 굴복시키고 세뇌하여 앞으로 중국에 반항하지 못하게 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심리전을 폈다. 그러나 이런 중국의 헛된 시도는 한국인의 반중 감정이라는 역효과를 낳았다. 그럼에도 중국의 한국에 대한 여론 조작과 국론 분열 조장 시도는 확대일로다. 지난 13일에는 국가정보원이 중국이 한국 언론사를 위장한 웹사이트 38개를 개설, 운영해 왔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이들 업체 언론사명 및 도메인을 실제 지역 언론사와 유사하게 제작하고 국내 언론사 기사를 무단으로 게재했다. 또 해당 사이트들과 보도자료 배포 서비스인 뉴스와이어를 활용해 ‘중국 정부의 코로나 공조 성과’, ‘한국의 민주주의 정상회의 참석 득보다 실이 많다’ 등의 가짜 뉴스를 배포해 한국민의 친 중국화 및 반미· 반자유민주주의 성향의 국민을 세뇌하는 데 활용했다. 자유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한국은 선전·선동에 취약하다. 정치권도 가짜뉴스를 일상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국민이 뭐가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북한과 중국은 선전·선동과 심리전으로 한국 사회의 국론분열과 상호 반목을 조성하는 데 매우 능숙하다. 그들은 이것이 이미 좌우 정쟁으로 두 동강 난 한국 정치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효과적인 도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2021년 한국 4월 총선에서 중국 댓글부대가 여론조작을 시도했다는 의혹도 해소되지 않았다. 이는 가장 대표적인 중국의 사이버 심리전 활동이다. 한국의 정당들은 2024년 총선의 승리를 위해 명운을 건 투쟁을 시작했다. 이제 가짜뉴스를 적극 활용하는 것은 당연한 정당의 정치활동이 될 것이다. 이 상황에서 북한과 중국 등 외부 세력이 개입하면 총선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 총선의 공정한 진행을 위해 국내외적으로 가짜뉴스와 사이버 심리전, 여론조작이라는 삼각파도에 대응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EE칼럼] 자원안보특별법의 나아갈 방향

최근 자원안보특별법이 국회 상임위에서 통과됐다. 주요국의 자원 확보 전쟁과 에너지 전환 핵심광물 수요의 증대, 그리고 미·중 간 첨예한 갈등에 따른 공급망 재편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자원안보는 곧 경제안보와 국가안보에도 영향을 미치는 과제가 됐다. 이런 가운데 자원안보특별법을 통해 자원안보의 중요성이 국내에서 법적 무게를 갖게 된 점은 매우 고무적이며 기대 역시 크다. 하지만 자원안보특별법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지금 이 단계에서부터 잘 짚어나갈 필요가 있다. 자원개발의 주역인 에너지 산업에 또 다른 규제 수단이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자원안보의 핵심은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자원 개발 역량을 확대하는 것으로 이를 규제하는데 있지 않다. 이는 궁극적으로 국가경제와 시민사회에 보다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도 합리적인 수준의 자원공급을 가능케 하는 기반을 제공해 줄 것이다. 자원안보특별법은 5년 주기의 자원안보기본계획 수립, 자원안보위원회와 자원안보센터 등의 설치, 국가자원안보통합정보시스템의 구축 및 운영, 조기경보체계 구축 등을 담고 있다. 아울러 평시 핵심자원의 공급망 강화를 위해 안정적인 해외개발, 구매 및 조달, 핵심자원의 비축, 재자원화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의 전제 조건으로 석유나 천연가스, 니켈, 리튬과 같은 자원의 글로벌 다이나믹스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자원안보 위기 발생 시에는 자원안보특별법을 통해 해외개발자원의 반입명령을 발동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과연 글로벌 공급부족 사태 시 얼마만큼 실효 있는 물량을 우리가 확보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상류개발 단계에서부터 지분구조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러한 조치는 우리 자원개발사가 글로벌 메이저와 파트너쉽 계약을 맺을 때에도 제약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개발핵심자원의 국내 반입명령으로 인한 공급기관의 손실을 보전하고, 비축핵심자원의 방출 및 사용조치로 인한 비축의무기관의 손실 역시 보전한다는 내용 역시 더욱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실무선에서 이러한 손실을 회계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고난도 과제다. 남은 물량에 대한 제3자 트레이딩도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을 보다 구체화해야 하고, 위원회의 재량적 개입 보다는 시장 원리에 부합하도록 운용해야 한다. 손실보전을 위한 재원도 불명확하다. 현재 탄소중립이나 에너지 전환 등을 위한 여러 재원조차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비축손실분의 재원이 얼마나 확보될지도 동 법의 제정 과정에서 비용추계가 돼 있어야 한다. 자원안보특별법은 위기 발생 시에 사후적으로 에너지 자원 물량 확보를 강제하는 취지가 아니라, 사전에 선제적으로 해외자원을 확보하는 투자 촉진 차원에서 추진돼야 할 사안이다. 엄밀히 평가하자면 현재의 자원안보특별법은 전자에 더 무게중심이 맞춰져 있다. 해외개발자원의 강제적 반입명령, 비축의 상시의무화, 판매가격 최고액 설정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는 반면 자원안보 역량 확보를 위한 국제협력, 연구개발, 인력양성 등의 사안은 선언적인 내용으로 담겨져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는 자원빈국이면서도 해외자원 개발을 통한 자주개발률은 그동안 계속 떨어져 1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면 우리와 여건이 비슷한 자원빈국인 일본의 자주개발률은 꾸준히 상승해 현재 40%를 웃돌고 있으며 2030년까지는 5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자원개발 주체의 행동을 억제하고 시장을 강제하는 법이 아니라, 자원개발을 독려하고 글로벌 메이저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자원안보특별법이 돼야 한다.박호정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기자의 눈] 배임·횡령 유혹하는 CB·BW의 기능들

[에너지경제신문 박기범 기자] 전환사채(이하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이하 BW)는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신용도가 떨어지는 기업들은 주식 전환권까지 부여해 저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이 자금을 사실상 사용하지 못하더라도 CB와 BW를 발행되곤 한다. CB와 BW는 자금 조달 이외의 기능이 있다. 기업의 매도청구권(이하 콜옵션)이다. 빌린 자금을 빠르게 되갚으라 할 수 있는 권리를 기업에 부여하는 것이다. 그런데 콜옵션은 양도가 가능해 다른 이가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또 기업이 자금을 갚더라도 매입한 CB를 만기 전까지 다시 되팔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결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신용카드처럼 기업은 취득 자산 관련 대금을 만기에 지급할 수 있는 것이다. 관련 기능은 가치중립적이지만 상장기업 오너들이 악용할 소지가 있다. 자금을 찍어줄 수 있는 자와 계약하기만 하면 재산적 가치가 자동으로 생겨나기 때문이다. 특히 돈 한푼 못 쓰는 ‘CB 꺾기’에 동의한 오너라면 더욱 위험하다. 자금을 사용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매력을 느껴 CB를 발행한다는 것을 자인했기 때문이다. 특히 현금이 오가지 않을 수 있다 보니 회사의 재산을 개인의 재산으로 옮기는 도구로 사용하기도 쉽다. △경영협약서 △합의서 △에스크로계약서 등을 통해 시점만 잘 맞춘다면 권리 역시 ‘동시 이행’도 가능하다. 거래 안전도 도모할 수 있다.최대주주가 지분율이 낮다면 ‘CB 꺽기’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배당, 유상감자 등의 방법으로 회사의 유보금을 유출시키는 것은 지분율의 한계로 어렵다. 그런데 현금이 오가지 않는 거래로 회사 자금을 빼오거나 그와 유사한 효과를 낼 수만 있다면 당연히 그 방법을 선택할 것이다. 그렇기에 지난 8월 이용우 의원이 대표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의미가 있다. 개정안에는 사모발행 CB나 BW의 콜옵션을 다른 이가 행사할 수 없게 만들고 회사가 매입한 CB의 소각을 의무화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만약 이 법이 통과된다면 코스닥 시장 내에서 자행되고 있는 CB·BW를 활용한 배임·횡령이 원천 차단될 수 있다. 세상에는 질서를 어기는 미꾸라지 같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들을 그대로 놔두면 본인들은 이익을 취하고, 회사의 직원과 소액주주들에게 이 책임을 전가시킨다. 피해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 같은 배임 행위가 사회적으로 만연해진다면 그땐 국민 모두가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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