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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에너지 유레카’ 정부 투자 절실하다

인류 발전사는 에너지의 ‘발견’과 그 궤를 같이 해왔다. 수십년 전만 해도 전세계인들은 화석연료가 조만간 고갈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고 살았다. 인류를 멸망시킬 수도 있는 원자력 기술이 수천만 세대에 전력을 공급하게 될지도 몰랐다. 영국에서 증기기관차가 움직였던 일을 우리는 ‘혁명’이라 부른다. 사실 지구상에서 인류가 에너지로 쓸 수 있는 자원은 무한하다. 이를 찾고 활용하는 기술력이 없을 뿐이다.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 히브리대학 교수는 저서 ‘사피엔스’에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을 산업혁명은 되풀이해서 보여줬다"며 "유일한 한계는 우리의 무지(無知)뿐"이라고 적었다. 많은 사람들은 앞으로 자동차·항공기가 기름 대신 전기로 움직일 것이라 믿고 있다. 그 전기는 태양·바람 등에서 얻기를 바란다. ‘탄소중립’이라는 기치 아래 다양한 에너지원이 주목받고 있다. 유전을 찾아 심해를 헤매고 있는 탐사선도 여전히 많다. 미래에 우리가 어떤 에너지를 더 많이 사용할지는 지금 상황에서 예단하기 힘들다. 한국은 에너지 빈국이다. 예로부터 그랬다. 전통적인 화석연료를 지나 리튬 같은 차세대 원자재까지 우리는 가진 것이 거의 없다. 잃을 게 없다는 뜻이다. ‘에너지 패권’을 예측할 수 없는 현재 상황이 오히려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는 셈이다. 프랑스 로렌 지방에서 최근 막대한 양의 백색 수소가 발견된 사실은 한국에 희망을 주는 소식이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지하에 순도 높은 수소가 저장돼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지역에 ‘천문학적인’ 양의 수소가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유일한 희망은 과학이다. 동해 깊은 곳에서 유전을 찾는 것도, 우리 땅속에서 백색 수소를 찾아 나서는 것도, 우리 주변에 널린 또 다른 원소를 발전소 원료로 삼는 것도 과학의 영역이다. 과학의 힘을 믿기에 땅 파면 기름이 줄줄 나오는 나라들도 차세대 에너지원을 찾아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정치권에서 과학기술 관련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하자 말자 다투고 있다니 유감이다. 반도체·자동차를 아무리 많이 팔아도 에너지 분야에서 자립하지 못하면 강대국이 될 수 없다. 정부가 다양한 분야에 적극적인 투자를 단행하길 기대한다. ‘에너지 유레카’를 외칠 수도 있다. yes@ekn.kr산업부 여헌우 기자 여헌우 산업부 기자

[EE칼럼] CCUS, 화석연료 퇴출의

르네상스시대 이후 과학기술은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다. 물리학과 화학의 발전은 사물을 다루는 기술을 진보시켰고, 새로운 소재와 기계는 현대 산업 문명의 토대가 돼 21세기 80억 인류를 부양하고 있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이 곧바로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진전이나 아이디어는 상당 시간 동안 숙성되고 검증되어야 우리의 일상생활에 함께 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은 이러한 기술의 성숙도를 9개의 단계로 나눈다. 하나의 기술은 기초연구단계(기초 이론·실험:개념 정리)에서 시작해 실험단계(기본 성능 검증: 소재·부품·시스템 성능 검증)와 시작품단계(시작품 제작 및 성능 평가 : 파일롯 규모의 시작품 제작 및 평가), 실용화 단계(신뢰성 평가 및 수요기업 평가 : 시제품 인증 및 표준화)를 거쳐야 비로소 마지막 단계인 양산 및 사업화 단계에 들어서게 된다. 그 기간은 수년에서 수십 년이 걸리기도 하지만 상당수가 중간의 어느 단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사장되기 일쑤다. 개발자나 이해관계자는 사업화를 위한 투자를 받기 위해 개념 정리 단계에서부터 그 효과와 이익을 홍보하지만 실제 사업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첩첩산중을 넘어야 한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28)에 즈음해 탄소포집·활용·저장기술(CCUS) 세일즈가 한창이다. 이번 총회에서는 파리협정 이행 점검을 비롯해 ‘손실과 피해기금’의 조성이 중점 논의되지만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이 국제사회에서 처음으로 합의될지도 관심을 끈다. 이미 G7 정상회의에서는 이번 세기 안에 화석연료의 사용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지만 산유국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이번 총회의 의장을 아랍에미리트 국영석유회사의 CEO 술탄 알 자베르가 맡고 있다. 그는 지난 5월 "우리는 화석연료 배출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동시에 실행 가능한 탈탄소 대안을 추진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화석연료를 사용하며 탄소를 줄이는 CCUS를 강조한 바 있다. CCUS는 화석연료 연소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따로 모아 깊은 땅속에 파묻거나 다른 유용한 물질로 변환해 활용하는 기술이다. 이론상 온실가스를 배출해도 처리할 수 있으니 화석연료의 사용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산유국을 비롯해 기후위기를 과소평가하는 이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과학기술이다. 그동안 각국은 CCUS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해왔고 탄소 포집에는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모은 이산화탄소를 처리하는 방법이다. 처음에는 땅속 지하수 층이나 폐 유전·가스전 등에 파묻는 방법이 모색됐다. 그러나 삽입 후 다시 새어 나오지 않도록 관리하는 문제와 모은 이산화탄소를 이송하기 위해 파이프를 설치해야 하는 문제 등으로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재활용하는 방법에는 폴리카보네이트 같은 화학물질로 변환하는 방법과 메탄올 등 바이오연료를 생산하는 방법, 칼슘염이나 마그네슘염 등과 반응시켜 광물질로 변환하는 방법 등이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화학공업의 원료로 사용한다고 해도 그 사용량이 온실가스 배출량의 10%에도 이르지 못하며,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적합한 미생물의 발견과 반응속도의 제고 등에 한계가 있다. 화학적 방법으로 메탄올로 변환하기 위해서는 다량의 수소가 필요한데, 현재 수소를 생산하는 가장 경제적인 방법은 화석연료인 천연가스를 개질하는 방법이다. 이때는 수소만이 아니라 이산화탄소도 발생하기 때문에 모순에 빠진다. 또 탄산염 광물질로 바꾸는 방법은 그 물질의 활용을 찾지 못하면 또 다른 폐기물이 양산된다는 문제가 있다. 현재 CCUS의 기술성숙도는 실험단계에 머물러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과학기술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5단계 이상의 진전을 이뤄야 하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그때 가봐야 알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에너지전환을 위한 글로벌 씽크탱크인 에너지전환위원회(ETC)는 지난달 발간한 ‘에너지전환에서의 화석연료’ 보고서에서 CCUS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낙관을 경계했다. ETC는 2022년 보고서에서 "CCUS는 고비용의 기술이지만 이에 대한 투자 확대로 규모의 경제가 이뤄져 비용이 낮아지고 설비가 증설된다면 탄소 감축에 기여할 수 있다"고 전망했으나 올해 보고서에서는 "탄소포집 기술을 활용하면 화석연료 생산을 확대해도 기후변화를 악화시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위험한 망상(dangerous delusion)’"이라고 일침했다. 그런 만큼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3배로 확대’하겠다는 지난 9월의 G20정상 합의가 더 과학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임을 상기해야 한다.신동한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이사

[이슈&인사이트] 2030 부산엑스포 유치전의 득실과 교훈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로 확정됐다. 지난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압도적인 119표(득표율 72.1%)를 얻은 결과다. 빈 살만 왕세자가 앞장서서 초지일관 거국적으로 밀어붙인 유치 노력이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이제 사우디아라비아는 일본·중국·아랍에미리트에 이어 아시아에서 네번째 엑스포 개최국이 된다. 어쨌든 진심으로 축하할 일이다. 부디 리야드 엑스포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한다. 엑스포의 부산 유치를 기대했던 우리 국민의 상심이 크다. 특히 지난 10년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전력투구를 해왔던 부산 시민의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늘이 무너져 버린 것처럼 절망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 모두가 애써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일상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유럽에 위치해서 더 유리한 입장이었던 로마보다 12표나 더 얻었다는 사실을 위안 삼을 수도 있다. 심기일전해서 2035년 엑스포에 다시 도전장을 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차분하고 냉정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정부의 입장은 달라야 한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다. 박빙을 예상한다던 정부의 분석과는 정반대로 BIE 총회의 투표 결과가 너무 지나칠 정도로 일방적이었다. 165개국의 투표에서 90표의 차이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정부의 호언장담을 믿었던 국민의 입장에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과도 같다. 도대체 엑스포 유치 시도의 어떤 부분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를 확실하게 찾아내야 한다. 엄청난 예산을 썼고, 국민적 자존심에 상처가 났다. 모든 책임지겠다는 대통령의 한마디에 모든 것을 묻어버릴 수는 없다. 실무자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가 아니다. 앞으로 똑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다. 자칫하면 우리가 엑스포?올림픽과 같은 초대형 국제 행사를 영원히 유치할 수 없게 돼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지난 여름 세계잼버리대회의 참담한 실패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물론 그동안 부산 유치를 위한 정부와 재계의 모든 노력이 무의미한 낭비였던 것은 아니다. 모처럼 정부와 재개가 모처럼 혼연일체가 되어 열심히 뛰었다. 실제로 국민의 단합된 유치 노력이 우리의 국가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고, 한국 산업의 글로벌 지평을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대한상의가 상황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우리 기업과 파트너십을 원하는 해외 기업이 크게 늘었고, 우리 기업의 글로벌 인지도 강화와 신시장 개척, 공급망 다변화, 새로운 사업 기회 획보 등의 부수적인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국제 무대에서 우리나라와 우리 기업의 존재감을 더 분명하게 각인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아무 근거 없는 억지는 아닐 것이다. 그동안의 유치 시도에서 드러난 문제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처음부터 국제 사회에 분명하고 당위적인 개최 명분을 내놓지 못했다. 특히 아시아에서 개최하는 엑스포를 동아시아의 일본·중국·한국이 독차지하게 되는 불편한 상황에 대한 해명도 옹색했다. 하필이면 왜 부산인지에 대한 더 적극적인 설득이 필요했다. 부산이 국제 사회에 무엇을 보여주고, 어떤 감동을 제공할 것인지도 당당하고 분명하게 밝혔어야 했다. 10년이나 묵은 ‘강남 스타일’이 이제는 더 이상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부산시와 정부의 관계도 원만하지 못했다. 2030 엑스포를 유치하겠다는 부산시의 2014년 결정이 국가사업으로 확정되기까지 무려 4년이 걸렸다. 정부가 유치를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시작하기까지 또 4년이 흘렀다. 지난해야 본격적으로 시작된 정부의 노력은 늦어도 한참 늦었다. 일찍부터 나섰던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미 대세를 굳힌 후였다. 대형 국제 행사가 지역사회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국제 행사의 유치 및 개최 부담을 무작정 지자체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다. 지난 여름 세계잼버리대회의 부끄러운 경험에서 얻은 소중한 교훈이다. 국제 행사의 유치?개최에는 국민적 합의와 성원이 확실하게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권도 국가의 위신과 국민적 자존심이 걸린 초대형 국제 행사의 유치 실패를 볼썽 사납고 퇴행적인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부산 유치에 실패한 것은 못내 아쉽지만 치열하게 경쟁했던 사우디아라비아나 이탈리아를 원망하거나 비웃을 이유는 없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막강한 오일머니와 뛰어난 외교력은 처음부터 누구나 알고 있던 상수였다. 내 탓에 관심을 집중해야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할 수 있다.이덕환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이슈&인사이트] 월남 패망의 도화선이 된 정치인의 막말 설화

최근 여야 정치인들의 설화(舌禍)가 도를 넘고 있다. 설화는 자신을 망가트릴 뿐 아니라 그가 속한 조직, 더 나아가 국가를 망가뜨릴 수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월남(남베트남) 패망의 단초를 제공한 마담 누의 어처구니없는 설화다. 마담 누는 고 딘 디엠 월남 총통의 영부인이다. 그는 당시 틱 쾅 둑 승려가 디엠 정권의 반불교·독재에 저항해 소신공양(분신)으로 열반한 뒤 디엠 정권에 대한 국제적인 비판 여론이 들끓자 "만약 다른 바비큐 승려가 나타나면 나는 손뼉을 치겠다"고 발언했다. 1963년 당시 월남은 디엠 총통의 독재정권 하에 있었다. 가톨릭 신자인 디엠은 불교 승려들이 반정부적이라며 강제로 절을 폐쇄하고 승려들을 해산하는 등의 반불교 정책을 폈다. 틱 쾅 둑 승려는 정치적 저항으로 1963년 6월 11일 사이공 도심 한복판에서 소신공양을 했다. 틱 쾅 둑 스님은 당시 베트남의 덕망 높은 고승이었다. 소신공양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영혼이 육체를 초월하는 수준이 된 고도의 정신력을 가진 고승만이 가능하다. 사이공 도심 한복판에서 많은 군중 앞에서 실제 불길에 휩싸인 틱 쾅 둑 스님의 자세는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AP 통신기자 맬컴 브라운은 이 장면을 생생한 사진과 함께 보도해 퓰리처상을 받았다. 몸을 불태워서 봉공한다는 소신공양이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라를 위해서 소신공양한 틱 쾅 둑 스님을 ‘바비큐’로 폄훼한 마담 누의 발언이 알려지자, 디엠 독재정치에 불만이 많았던 승려들의 소신공양이 줄을 이었다. 틱 누 탄 꽝이라는 여승도 소신공양에 참여하는 등 68명의 승려가 소신공양에 동참했다. 이를 계기로 학생과 시민, 심지어 공무원까지 가담해 대도시에서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맬컴 브라운이 찍은 사진이 미국에 보도되면서 미국 사회가 충격을 받았다. 이 충격으로 베트남 지원 정책에 대한 재검토 여론이 일어나고 사이공의 여론 조사에 착수한했고 두통 반 민 장군 중심의 군부 쿠데타에 대한 공작을 통해 미국은 디엠 정권을 무너뜨렸다. 이 과정에서 디엠은 목숨을 잃게 된다. 이후 미군철수 등의 과정을 거치며 월남은 패망의 길을 걷게 된다. 불가에서는 입을 구시화문(口是禍門)이라고 한다. 화를 자초하는 문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초입 수행자들에게 묵언수행을 부여한다. 불교에서는 항상 신(身)ㆍ구(口)ㆍ의(意) 삼업을 조심하라고 가르친다. 몸으로 짓는 신업은 살도음(살상·도둑· 음행)의 3가지 업이 있고, 뜻으로 짓는 의업에는 탐진치의 3가지 업이 있다. 그런데 입으로 짓는 구업에는 거짓말(妄語), 이간질(兩舌), 악담(惡語), 그리고 꾸밈말(綺語) 등 4개의 업이 있다. 따라서 삼업 중에서도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구업이다. 그래서 선인들은 "혀 아래 도끼 들었다", "입은 몸을 치는 도끼요 몸을 찌르는 칼날이다", "말은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오지만 천 사람의 귀로 들어간다" 등의 설화를 파급만 크고 절대적인 실익이 없는 업보로 취급한다. "가는 말이 고아야 오는 말이 곱다", "잘 짖는다고 명견이 아니다", "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 "일구이언이부지자(一口二言二父之子)", "말 많은 집은 장맛도 쓰다" 등도 설화를 경계하는 경구다. 중국 오대 시대의 재상을 지낸 ‘풍도(馮道)’라는 정치가가 있다. 그는 다섯 왕조에 걸쳐 여덟 개의 성을 가진 열한 명의 임금을 섬겼다고 하니 처세의 달인이었다. 그는 정치인들에게 경고한다.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구시화지문· 口是禍之門), 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다(설시참신도·舌是斬身刀),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폐구심장설·閉口深藏舌), 가는 곳마다 몸이 편안하리라(안신처처우·安身處處宇).윤덕균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GS그룹, 창립 이후 최대 규모 인사…총 50명 승진

[에너지경제신문 나광호 기자] GS그룹이 2024년도 임원인사를 통해 세대교체에 나선다. 29일 GS그룹에 따르면 △사장 승진 1명 △부사장 승진 2명 △전무 승진 10명 △상무 신규 선임 31명 등 총 50명에 대한 이번 인사는 각 계열사별 이사회 등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특히 연구개발(R&D)·디지털 전환(DX)·미래사업 조직 인력을 전진배치했다. 조직 쇄신과 사업 혁신을 이어가겠다는 취지다.GS칼텍스 각자대표와 GS파워·GS엔텍 대표도 신규 선임됐다. 지난달 발표된 GS건설까지 총 4개 계열사 대표가 새로 임명된 것이다.김성민 GS칼텍스 부사장은 최고안전책임자(CSEO)와 각자대표 겸 생산본부장을 맡는다. 유재열 GS칼텍스 재무실장(부사장)은 GS파워 대표로 자리를 옮긴다. 정용한 GS엔텍 생산본부장(상무)의 경우 전무로 승진하면서 대표로 선임됐다. 허윤홍 GS건설 미래혁신대표(사장)도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GS그룹 관계자는 "창립 이후 최대 규모의 인사가 단행됐다"며 "허서홍 ㈜GS 미래사업팀장은 GS리테일 경영전략서비스유닛(SU)장으로서 사업경쟁력 확보 및 신사업 추진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다음은 이번 인사 내용이다.◇㈜GS▲강유찬 상무◇GS칼텍스▲김성민·권영운·허철홍 부사장 ▲장혁수·진기섭·허주홍 전무 ▲박상훈·정석진·조대경·용연경ㅍ송효학·우임경 상무◇GS파워▲유재영 대표◇GS리테일▲허치홍·이종혁 전무 ▲전승호·김천주·김창용·김경진·박태열 상무 ▲허서홍 부사장·강윤석 전무·박우현 상무◇GS EPS▲조석기·박재홍 상무◇GS엔텍▲정용한 대표◇GS건설▲허윤홍 사장 ▲한승헌·이태승·채헌근 전무 ▲김재범·조창익·김진헌·이상도·이정환·김주열·김희재·기노현·성낙현·강영주·박남태·유영민·김병수·장대은·김응재 상무◇자이C&A▲권민우 전무 ▲정연황·남현기 상무김성민 GS칼텍스 부사장(왼쪽)·허윤홍 GS건설 사장

HD현대, 임원인사 단행…박승용 부사장 등 90명 승진

[에너지경제신문 나광호 기자] HD현대가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지난 10일 발표한 사장단 인사에 이은 후속 인사다. HD현대는 박승용 HD현대중공업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것을 비롯해 △부사장 7명 △전무 26명 △상무 56명 등 총 90명이 대상자로 선정됐다고 29일 밝혔다. 신규 선임 임원 중 43%가 생산 및 안전부문에서 나온 것도 특징이다. 생산 현장 안정화 및 공정관리 강화에 초점을 둔 셈이다. HD현대는 다음달 중순 전 계열사 사장단이 참석하는 2024년 사업계획 전략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실천사항을 마련하는 등 성장전략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HD현대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할 수 있는 전문 인재를 중용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번 인사 내용이다. ◇HD현대 ▲강석주 전무 ◇HD한국조선해양 ▲장광필·남영준 부사장 ▲남궁훈·정병용·김민성 전무 ▲이재웅·조민수·김상현(전문위원)·설정훈(전문위원) 상무 ◇HD현대중공업 ▲박승용 사장 ▲조민수 부사장 ▲정재준·이환식·설귀준·임대준·강규환·류영석·이상기·김태진·장혁진·김관중·이준엽·김원탁 전무 ▲성창경·홍대훈·박정호·김기택·김동렬·강철웅·임형철·김상철·송운성·김장호·최호정·장창용·손원식·곽상휘·신영균·박성수·김대성·서현수·송동호·전재현(전문위원) 상무 ◇현대미포조선 ▲황태환·윤의성 전무 ▲이상봉·유원일·송정식·우기용·홍상우·이창준 상무 ◇현대삼호중공업 ▲김환규 부사장 ▲심학무 전무 ▲정성호·배창형·이승훈·박한규 상무 ◇HD현대마린솔루션 ▲조성헌 전무 ▲민산 상무 ◇HD현대일렉트릭 ▲손창곤·이희태·윤후진·김용덕 상무 ◇HD사이트솔루션 ▲이윤석 전무 ▲정우용·박충서·이상호·이준우 상무 ◇HD현대건설기계 ▲박찬혁 부사장 ▲이원태 전무 ▲서기호·김동록 상무 ◇HD현대인프라코어 ▲김중수 부사장 ▲임형택 전무 ▲김기혁·박현상·곽규선·황순천(전문위원) 상무 ◇HD에너지솔루션 ▲신갑주 상무 ◇HD현대로보틱스 ▲임현규 상무 ◇HD현대스포츠 ▲김광국 부사장 ◇HD현대오일뱅크 ▲강동순 전무 ▲운우현·김종진·황인진·박정서 상무 ◇HD현대케미칼 ▲조남수 전무 ▲정대옥 상무 ◇HD현대쉘베이스 ▲송규석 전무 spero1225@ekn.krHD현대

삼성SDI, 2024년 임원인사 단행…총 21명 승진

[에너지경제신문 나광호 기자] 삼성SDI가 2024년 정기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부사장 6명과 상무 15명 등 총 21명이 승진했다. 삼성SDI는 성과주의 인사 기조를 토대로 경영성과와 성장잠재력을 평가했다고 29일 밝혔다. 초격차 기술경쟁력과 품질을 확보하고 수익성 위주의 질적 성장을 통해 2030년 글로벌 탑 티어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인사에서는 △기술경쟁력 확보 △글로벌 생산성 향상 및 품질 혁신 △미주·구주 법인 매출 성장 △글로벌 거점의 건설·인프라 관리 고도화 등에 기여한 인물들이 승진 대상자로 선정됐다. 삼성SDI 관계자는 "핵심기술과 노하우를 보유한 차세대 리더들을 연령·연차에 상관없이 과감하게 발굴했다"며 "사업 경쟁력 강화 및 글로벌 사업 확대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번 인사 내용이다. ◇부사장 승진 ▲김윤재 ▲김재경 ▲김헌준 ▲사욱환 ▲오정원 ▲조한제 ◇상무 승진 ▲권형진 ▲김광수 ▲김대식 ▲김수한 ▲김은하 ▲김춘숙 ▲문철환 ▲이권열 ▲이순률 ▲이순재 ▲임재광 ▲정일형 ▲조우진 ▲최성욱 ▲현장석 spero1225@ekn.kr삼성SDI 삼성SDI 기흥사업장

[에너지경제신문 윤소진 기자] 삼성디스플레이는 29일 부사장, 상무와 펠로우, 마스터에 대한 ‘2024년 정기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 10명, 상무 15명, 펠로우 1명, 마스터 1명 총 27명을 승진시켰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차별화된 제품·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디스플레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기여한 인물들을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승진자 명단. ◇부사장 승진 △김태우 중소형디스플레이사업부 A영업팀장 △윤재남 중소형디스플레이사업부 영업1팀장 △이건형 글로벌Infra총괄 Facility팀장 △장근호 디스플레이연구소 공정연구팀장 △장철웅 구매팀 Module자재구매그룹장 △ 정성욱 대형디스플레이 Module기술팀장 △전진 중소형디스플레이 A개발팀 △정성호 생산기술연구소 설비요소기술개발팀장 △한동원 중소형디스플레이사업부 기술혁신팀장 △허철 기획팀 사업기획그룹장 ◇상무 승진 △문대승 △문정태 △박범철 △박재환 △박진우 △소병수 △우경택 △유동곤 △이상률 △이은철 △이주원 △정경호 △조용석 △조현덕 △최민환 ◇펠로우 선임 △오근찬 ◇마스터 선임 △이용재 sojin@ekn.kr

[이슈&인사이트] 북한의 9·19 군사합의 파기 선언과 한국의 대응

팔레스타인 급진 무장단체 하마스가 지난 10월 7일 새벽 수천 발의 로켓포탄을 퍼부으며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은 15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240여명이 납치됐다. 모사드(Mossad) 등 최고의 정보기관과 철통보안을 자랑하는 아이언 돔 방어시스템을 갖춘 이스라엘이 무장단체에게 이렇게 허무하게 당하다니 이스라엘은 물론 세계는 믿을 수 없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급습은 한국에도 북한의 기습 공격에 대한 한국의 안보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수도 서울은 휴전선에서 5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고 휴전선 너머에는 장사정포 등 중화기가 배치돼 우리를 노리고 있다. 그런데 2018년 4월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 후속 조치로 추진된 9·19 군사합의는 한국의 감시정찰 능력을 떨어뜨려 방어역량을 크게 약화시켰다, 이 합의는 지상·해상·공중 모든 공간에서 남북의 적대적 군사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핵심인데, 특히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한미 첨단 정찰항공자산의 활동을 제약해 적 타격자산 위치나 도발징후를 파악하는데 매우 불리하다. 문제는 9·19 군사합의를 제대로 지키는 쪽만 안보불이익을 받는 구도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합의 이후 북한은 3000번 이상 위반했다. 2019년 11월 김정은이 서부전선에서 해안포 사격을 직접 지시했고, 2022년 12월에는 북한 무인기가 서울 상공까지 침투했다. 한국군으로서는 북한의 ‘하마스식 기습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정찰·감시역량 강화가 절실해졌다. 정부는 북한이 지난 21일 3차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자 9·19 군사합의 1조 3항에 대해 효력을 정지했다. 이 조항은 군사분계선 남쪽으로 20~40km 공역에서 비행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이로써 군사분계선 일대의 공중 감시와 정찰 활동을 할 수 있게 돼 북한의 공격에 대한 감시능력을 높이게 됐다. 북한은 이를 기다렸다는 듯이 곧바로 9·19 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북한 국방성은 "군사분계선 지역에 보다 강력한 무력과 신형군사 장비들을 전진 배치할 것"이라며 "북남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충돌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전적으로 ‘대한민국’ 것들이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어 군사합의에 따라 파괴·철수한 최전방 감시초소(GP)를 복원하는 작업에 착수하고 중화기를 투입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는 권총을 차고 근무하는 장면이 포착됐다.북한은 무력도발도 감행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4월 총선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다양한 도발을 벌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동시에 이에 따른 책임을 남한에 돌리는 선전전에도 열을 올릴 것이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안포 포문 개방도 합의 파기 이전보다 크게 늘어 접경지역 긴장감을 높이고 있는데, 북한의 도발에 대한 물샐틈없는 대응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첫째, 높은 수준의 방위태세를 갖춰야 한다. 휴전선 인근 감시초소(GP) 복원에 박차를 가하고 한미연합방위 대응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북한의 미사일, 방사정포 공격을 무력화시키고 응징하는 역량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한다. 둘째, 9·19 남북군사합의 이후 북한의 위반과 파기선언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우리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9·19 군사합의 일부 조항 효력 정지가 북한의 파기 선언을 불러 왔다며 책임을 우리 정부에 돌리는 움직임도 있다. 9·19 군사합의는 북한의 선의에만 의존하게 되어있고 게다가 북한이 수많은 도발을 하여 합의 위반이 일상화되었기 때문에 우리를 지키기 위해 부득이 조치를 취했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셋째, 안보의식 강화다. 이스라엘은 정보실패와 함께 국론 분열이 대재앙으로 이어졌다. 네타냐후 총리가 ‘사법부에 관한 기본법 개정안’을 강력하게 밀어 붙이면서 격렬한 시위가 발생하는 등 대혼란이 발생했고, 수천 명의 예비군이 복무 거부를 선언했다. 이런 국론 분열상이 하마스의 저항 의식을 일깨웠고, 혼란을 틈타 공격을 감행했다. 우리 사회도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바람 잘 날 없다. 이는 북한의 선전전에 매우 취약하고 유사시에 대처하는 데 있어서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정치인, 언론 등은 상대방 선의에 기댄 평화는 꿈과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직시하고 최소한 안보문제 만큼은 우리 국민이 합심해 대응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이강국 전 중국 시안주재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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