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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무분별 리모델링 규제…가이드라인이 요구된다

아파트 정비사업 중 하나인 증축형 리모델링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공사비 상승,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이유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장도 난관에 부딪혔지만 리모델링은 규제 일변도로 사업이 진척조차 되지 않고 있다. 본래 리모델링 사업은 빈약한 주차장이나 각종 노후화를 겪는 단지 중 재건축 용적률(180%)이 나오지 않는 곳들에서 추진한다. 다만 서울시를 비롯한 수도권 지자체에서 최근 신축 아파트 공사장 붕괴사고 등 이유로 안전규제를 강화했다. 일례로 1차만 진행하던 안전성 검토를 2차까지 강화했다. 여기까지는 안전이란 명분이 있어 서울시의 정책방향을 이해할 수 있다. 이후 규제가 더 강화됐다. 최근에는 필로티 구조로 건축할 시 수평증축이 아닌 수직증축으로만 진행해야 한다면서 C등급 받은 약 17개 단지를 필로티로 추진할 수 없게 했다. 전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최근 법제처 유권해석으로 판이 뒤집혔기 때문이다. 이전에 국토교통부가 구조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서 조합원들도 그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가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갈 길 잃은 리모델링 조합원들은 국회 및 서울시를 방문하며 성토에 나섰으나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시 입장은 확고하다. 리모델링이 안 되면 재건축 우회방향이라도 찾아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리모델링 추진 단지는 리모델링으로밖에 할 수 없기 때문에 추진하는 것인데 재건축으로 우회한다는 말은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은 의미다. 이는 결과적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밀고 있는 재건축·재개발 사업 브랜드 ‘신속통합기획’과 ‘모아타운’만 밀고 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올해 9월 서울시에서 발표한 ‘2030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에 따르면, 서울시 4217개 단지 중 재건축 가능단지 878개, 세대수 증가형 리모델링 가능 단지는 898개, 맞춤형 리모델링 가능 단지는 2198개, 일반적 유지관리 단지는 243개라는 결과가 도출됐다. 향후 리모델링 시장의 잠재력을 실감케 한다. 리모델링은 또 대형시공사인 삼성물산과 포스코이앤씨 등이 수주하며 시장 경쟁성과 확장성을 기대케 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술과 산업의 발전을 위해선 더 많은 추진 케이스가 요구된다. 사실 ‘안전’을 문제 삼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화재나 내진에 취약한 기존 주택을 방치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것을 서울시가 인식해야 한다. 게다가 전면 철거는 수많은 건설 폐기물을 양산해 탄소중립 정책과도 반한다. 서울시는 리모델링을 연구하는 학회와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들과 협업으로 속도전이 요구되는 인·허가 및 심의에 대한 합리적 가이드라인 구축을 고민해야 할 때다.2023110901000543400026321

[EE칼럼]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성공 조건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이 중대한 전환점에 놓여 있다. 국가 에너지 정책을 구체화하기 위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이 수립 중이기 때문이다. 전기본은 향후 15년 동안의 전력수급 기본방향과 전망, 전력설비계획, 전력수요관리 계획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국가 전력정책으로 2년마다 수립된다. 과거 5년마다 수립되던 ‘에너지기본계획’은 지난 정부에서 폐지됐고,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에 따른 계획은 분명한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제11차 전기본에 대한 국민과 에너지 업계의 관심이 높은 이유다. 지난 정부때 시작해 현 정부에서 마무리한 제10차 전기본은 두 정부 간의 입장 차이가 충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됐다. 특히 수요 예측, 전원 구성 등 세부 사항과 부족한 근거 자료에 대한 비판이 컸다. 제11차 전기본은 더 높은 완성도를 갖추고 국민적 공감을 얻어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이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 에너지 정책의 목표와 방향을 명확하게 밝히고, 최고의 데이터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에너지 환경 및 수요 변화, 에너지 기술의 발전을 예측해 확실한 정책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계획 수립 과정에서는 이해관계자 뿐 아니라 국민과도 적극적이고 투명한 소통을 통해 신뢰와 공감대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정책은 환경, 안보, 산업, 기술 정책의 요소를 모두 포함하므로 데이터와 과학을 기반으로 통합적인 관점에서 수립돼야 한다.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의존하며 재생에너지 일변도의 에너지전환을 추진한 독일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서 큰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에너지 안보를 최우선으로 하면서 경제성· 환경성(탄소중립)·안전성 등을 고려하고,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한 무탄소 전원을 균형 있게 활용하겠다는 제10차 전기본의 기본방향은 적절했다. 전력망 보강과 전력시장 개편 등 전력수급기반 강화를 강조한 점도 타당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본방향이 실제 계획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으므로 제11차 계획을 제대로 세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데이터들을 철저하게 수집하고 분석해 널리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수집되는 데이터 자체가 부족한 것은 물론이고, 수집된 데이터를 검증하고 정리해 공유하는 체계도 부족하다. 이로 인해 에너지 전문가들조차 다른 분야를 피상적으로 이해해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에너지 경제와 기술 분야 사이, 그리고 기술 분야 내부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각종 위원회에서 전문적인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이는 결국 이해관계의 충돌이나 특정 기관에서 마련한 초안을 부분적으로만 수정하는 수준의 부실한 계획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먼저 신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에너지 관련 데이터를 광범위하게 확보하고 공유해야 한다. 현재 여러 기관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보고서와 일부 실시간 데이터가 있지만, 이는 충분하지 않다. 에너지 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기관을 지정하고, 각 기관의 비공개 데이터를 포함해 국가 에너지 정책 수립에 필요한 모든 데이터를 검증하고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국민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공지능(AI)과 같은 최신 데이터 처리기술을 활용하면 데이터의 수집, 분석, 공개의 질과 양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계획 수립에서는 각 위원회에서 정책 방향을 정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그렇지만 기초자료를 분석해 계획 초안과 근거자료를 마련하는 전문가 그룹 또는 기관의 실질적 역할이 더 중요한 경우도 많다. 이러한 기초자료 분석과 정책 초안 작성에는 에너지 경제, 에너지원 기술, 전력시스템 기술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한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인 에너지경제연구원, 전기연구원, 원자력연구원, 에너지기술연구원 등이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협력 연구를 통해 데이터와 과학 기반의 에너지정책에 기여하길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제11차 전기본의 수립 과정을 우리 국민의 에너지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에너지 정책이 포퓰리즘에 좌우되거나 정권에 따라 춤을 춘다면 머지않아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다. 정부와 전문기관들은 신뢰도와 가독성이 높은 에너지 관련 자료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공개해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에너지 전문가와 소통 전문가들이 대중과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언론 또한 다양한 강연과 지식 채널, TV 토론, 지상 토론 등을 통해 객관적 지식을 적극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에너지 문제는 우리와 우리 후손과 인류의 미래에 너무나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데이터와 과학에 기반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우리나라 에너지 백년대계의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백원필 한국원자력연구원 기획평가위원장/ 제35대 한국원자력학회장

[이슈&인사이트] 미래차 시대, 부품산업 전환 속도 높여야

요즘 자동차 산업은 전례 없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 전기차의 확산으로 기존 자동차 산업의 가치사슬(Value Chain)이 변화하고 있다. 더불어 지속 가능성에 관한 규제 강화와 디지털 및 첨단 커넥티드 기술에 대한 고객의 높은 기대수준으로 자동차 산업 구조의 전환에 대한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최근들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자동차의 생산 및 판매가 회복됐는 데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반도체 위기와 같은 외부적 요인으로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에너지 가격과 물류비의 상승은 비용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판매량 예측과 원자재 비용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아 기업의 경영 계획 수립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한편으로 대체 동력원 차량의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이고, 지속 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강화되고 있다. 이런 환경속에서 자동차 산업 구조의 전환을 위한 비용은 완성차 제조업체 뿐만 아니라, 자동차 산업에서 가치사슬(value chain)을 구성하는 다양한 부품 공급업체들에게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직까지 대부분의 자동차 기업들은 가치사슬에서 지속적인 혁신을 추진하기 위한 재정적 여유가 부족하고, 충분한 수준의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화에서 혁신에 대한 부담, 내연기관 관련 부품의 수요 변화, 원가 상승, 그리고 경기의 불확실성 등이 겹치면서 많은 자동차 부품 공급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관련 소재와 부품을 사용해 최종 생산품인 완성차를 제조하는 종합 기계 산업이다. 특히 자동차 부품산업은 제조산업에서 전체 고용의 6%(22만 명), 생산의 6.5%(101조 원), 수출의 3.6%(186억 달러)를 차지하는 핵심 주력산업으로, 고용 유발 및 산업 연관효과가 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 산업은 반도체 수급난,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봉쇄로 인한 공급망 차질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기준 수출 11.7%, 생산은 6.9% 성장했다. 우리나라는 경기부진으로 내수가 2.3% 줄었지만 환경규제 강화와 IT기술 혁신에 따른 자동차 기술의 발전으로 미래차(전기·수소·자율주행차)시장은 성장했다.주요 선진국들이 파리 협약을 준수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자 친환경차 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한편으로 배출가스와 연비에 대한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세계 자동차산업은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CASE(연결(Connectivity), 자율주행(Autonomous), 공유(Sharing), 전동화(Electricity))로 패러다임의 변화가 진행 중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주력 사업을 ‘완성차 조립’에서 ‘모빌리티 서비스 제공’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가치사슬의 부가가치도 ‘엔진과 구동장치’ 중심에서 ‘반도체 등의 전장부품, 이차전지, SW, 서비스, 데이터’ 중심으로 전환 중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산업 환경의 변화로 인해, 자동차산업의 가치사슬 전반에도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이러한 산업 환경의 변화는 특히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 부품을 공급해온 중소기업에게 중대한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미래차 시장에 적응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향과 전략을 모색하는 데 아직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금과 정보의 부족은 이러한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중소기업이 미래차 부품산업 중심으로 성공적인 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기술역량을 향상시키고, 다른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해 전체 가치사슬에서 경쟁력을 확보 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이홍주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 교수

[기자의 눈] 제발 게임은 게임으로 보자

[에너지경제신문 윤소진 기자] 한때 ‘방방봐’라는 줄임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방송은 방송으로(만) 봐’라는 말의 앞 단어만 축약해 만든 신조어다. 예능 프로 등 방송에서 나온 내용을 확대하거나 왜곡해 해석하지 말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 넥슨 뿌리 사태를 보면서 ‘게임은 게임으로 봐’라는 말을 하고 싶다. 넥슨 메이플스토리 관련 영상에 남성을 혐오하는 표현으로 통하는 ‘집게손가락’ 모양이 들어갔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시작된 이번 사태는 게임업계를 할퀴고 지나갔다. 관련된 기업들은 수습에 나섰지만 젠더갈등, 혐오 표현이라는 자극적인 소재에 게임을 넘어 산업계 전반이 긴장했다. 정치권까지 해당 논란에 달려드는 모습에 일반 게이머 입장에선 눈살이 찌푸려졌다. 논란이 불거지자 넥슨은 즉각 사과 공지를 올리고 해당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다. 이외에도 네오위즈, 스마일게이트 등 다수의 게임사가 스튜디오 뿌리와 작업했거나 혹은 과거 발언이 재조명 된 업계 관계자들의 작업물을 전수조사하고 입장문을 밝히며 수습에 나섰다. 계속해서 뿌리가 만든 게임 영상을 캡쳐한 이미지들의 제보가 일부 이용자들을 통해 이어지고 있다. 누구를 위한 지적이고 논란이고 싸움인지 이제는 본질이 흐려졌다. 뿌리 측의 적극적인 해명이 있자 ‘억지 논란이다’, ‘실체가 없다’라는 의견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 게임개발자, 일러스트레이터, 영상 제작자들을 포함해 유통, 제조 등 타 업계 종사자들에게도 해당 사태에 대한 의견을 물었지만, 대다수는 ‘관심 없다’ 또는 ‘크게 영향이 없다’고 답했다. 다만 해당 논란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게임사 직원들은 ‘수습 작업에 동원돼 힘들다’라는 답을 했다. 포스터나 홍보 영상을 다수 제작하는 타업계 디자이너들은 ‘앞으로 손가락 자체를 기획에 포함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번 사태로 인해 인재 채용 시 ‘사상검증’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능력 있는 인재를 잃는 손해, 이미지 훼손으로 인한 기업의 손해는 결국 게임을 사랑하는 게이머들에게 독이 돼서 돌아올 것임은 자명하다. 제발 게임은 게임으로만 봤으면 좋겠다. sojin@ekn.kr반명함 윤소진 산업부 기자.

[EE칼럼]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대한 소회

12월 초 낮 기온이 20도까지 오르고, 동해안 지역에서 폭설과 폭우 특보가 동시에 발령되는 등 겨울철 이상 기후 징후가 뚜렷하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도 지난 3일에 145년만의 폭설로 항공편이 결항하고, 전 도시가 마비됐다. 파나마에서는 기후변화로 역대 최악의 가뭄이 지속되자 지난달 파나마 운하의 선박통행량을 감축을 결정했으며 내년부터는 40% 정도 감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110년에 이르는 파나마 운하 운영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처럼 최근들어 전 지구적인 기후 위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하와이의 특정 지역에서 기후변화의 가장 중요한 지표인 이산화탄소(CO2)를 지속적으로 측정하는데, 가장 최근인 지난 7일에 420~425ppm으로 일년 전에 비해 2.5ppm 이상이 늘어나는 등 매우 우려할 만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미 연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420ppm 대에 진입해 산업화 이전보다 50% 더 높은 수준이 됐고, 증가 속도나 내용이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으로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이전까지의 NOAA 조사에서는 연간 2ppm을 넘는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가 3년 이상 연속으로 기록된 적이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두려운 수치다. 이런 가운데 세계 각국 정부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을 논의하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28)가 지난 11월 30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아랍에미리트에서 개최됐다. 이번 COP28은 기후변화와 관련해 그간 각국의 이행 내용을 점검하고 확인하는 것을 주제로 한 모임으로 정상들의 모임은 12월2일 종료됐다. 이런 가운데 이번 모임의 주최국으로서 의장을 맡은 알자베르 의장이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화석연료의 단계적 감축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과학은 없다"고 말해 여러 단체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의 석탄화력발전 건설 중단 선언과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3배 확대라는 협약을 이끌어 낸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지구온난화 현황 분석 국제기구인 ‘글로벌 탄소 프로젝트(GCP)’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화석연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23년 368억톤(t)으로, 2022년 배출량과 비교했을 때 1.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화석연료로 인한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23년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 일부 등지에서는 화석연료로 인한 탄소 배출량이 줄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오히려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COP28의 폐막일인 지난 12일 합의문을 앞두고 각국의 입장에 따라서 치열한 논의와 토론이 전개됐다. 이번 합의문은 "지극히 중요한 10년 동안 새로운 대응을 취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대단히 중요한데 특히 화석연료에 대한 부분이 그렇다. 공동 선언 합의문에 채택될 화석연료와 관련된 부분은 현재 3~4가지의 다양한 안들이 검토됐는 데 이 같은 상황은 각국의 에너지 상황, 경제력, 산업구조가 나라마다 크게 달라 입장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또 화석연료 산업 비중이 큰 일부 국가는 화석연료 퇴출보다 화석연료를 쓰되 탄소포집 (Carbon Capture)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반적으로 전기차와 배터리 관련 법안으로 알려진 미국의 IRA법과 관련하여 주목할 부분이 있는데 탄소포집 및 저장과 관련된 부분이다. 여기에는 이산화탄소의 포집, 저장, 활용 부문에서 실제적인 적용이 2033년까지 이루어지면 12년간 세제 해택을 주는 방식으로 대응하여 기술 주도권과 함께 탄소 저감 문제에 대응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올해도 화석연료 사용 폐지와 관련하여서는 각국의 복잡한 상황과 이해 문제로 원론적인 합의와 달리 구체적인 합의문 작성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렇더라도 화석연료 폐지의 내용은 실제적으로 우리나라에는 상당한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필요한 에너지원이 제한된 우리나라의 경우에 국가 에너지망을 담당하는 발전 부문은 특히 그렇다. 아직까지 기저부하의 상당부분을 석탄에 의존하고, 첨두부하 상당 부분을 LNG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기본적인 탄소 중립을 위한 자발적 감축 노력에서 목표에 걸맞은 성과를 이루고 있지 못하다. 단기적으로는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화석연료 퇴진을 위하여서도 이산화탄소 포집 및 지중 저장 중규모 국가 프로젝트에 유의미한 진전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발전을 포함한 화석 연료 사용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 전반은 탄소국경세 도입이 이미 코 앞에 도래한 만큼 전 국가적 지속적인 관리와 검토가 필요하고 미래를 위한 산업 정책 확정과 지원을 위한 정부와 국회 차원의 논의와 합의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지금까지의 경제 운용 방식은 전지구적인 이산화탄소 관련 정책으로 더 이상 과거와 같이 운용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우리의 경우에는 산업 부문 뿐 아니라 생활 전반이 영향을 받을 것 같다. 국민들은 성큼성큼 다가오는 상상을 넘는 고 에너지 비용의 시대를 감안할 때에 개개인들의 생활에서 에너지 효율 높은 제품의 사용에서 냉난방 효율 개선과 같이 조금이라도 에너지를 절감하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박기서 전 대기환경학회 부회장

[이슈&인사이트] AI시대에 걸맞은 일자리 혁신 고민해야

한국에서는 고등교육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고 대학 진학이 사회적 기준으로 여겨진다. 이로 인해 학벌 경쟁이 치열하고 고등 교육에 대한 투자가 엄청나다. 하지만 높은 학벌을 갖춘 청년들이 졸업 후에 적절한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워지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AI 및 자동화 기술의 발전이 여러 직업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인간 노동을 대체할 것이라는 위기감에 각 교육 기관들은 디지털 기술에 대한 학습과 학업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학습과 학업 전환보다는 일자리의 전환을 강조하고자 한다. 빌 게이츠는 지난달 "인공지능(AI) 에이전트로 인해 사람들은 말만 하면 모든 작업을 처리할 수 있다"며 "이는 개인의 생활과 비즈니스, 사회까지 혁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맥도날드는 전 세계 매장에 구글 생성 AI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오래전부터 맥도날드와 구글 클라우드는 생성형 AI 도입을 위해 다년간 파트너십을 진행해왔다. 곧 매장내 카메라를 통해 AI가 사람의 성별, 나이와 취향을 인식하고, AI챗봇이 대화를 통해 메뉴를 추천하고 주문을 받는 시대가 온다. 지금도 사람과 교감하며 주문을 하기 힘든 키오스크 맥도날드 매장에서 AI는 더 많은 역할을 담당하고 고객과 직원들에게 더 나은 User Experience와 User Interface를 제공할 것이다. 그렇다면 맥도날드의 미래 노동자에게 필요하며 동시에 바람직한 역량을 제대로 갖춘다는 것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강점에 초점을 두고 AI가 적어도 10년 이상을 수행하지 못할 인간 고유의 역량을 갖추는 것이다. 이런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미래 역량이 무엇인지 고민과 연구가 끊임없이 필요하다. 그것은 아마도 고급의 비즈니스 컨텍스트(Business Context)와 패턴의 인식, 창의성, 메타인지, 특히 인간이 무엇을 필요로하는지 파악하는 능력, 공감과 설득의 휴먼 스킬이 그런 것들이 아닐까? 구체적으로 사회적 차원의 인간지능을 강화하기 위해 연결하고 협력하는 역량과 스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최근 한국의 교육기관이 강조하는 디지털 플랫폼에서 디지털 도구를 잘 다루는 디지털 스킬을 넘어 AI 시대의 인간 역할인 가치 공감, 인간 중심의 이해와 판단, 상호 설득, 실험적인 도전, 창의적 학습 그리고 그 의미 있는 성과로서의 혁신과 윤리적인 성공으로써 인간다움을 유지하는 학습이 일자리에서도 필요한 것이다. 인간다움을 유지하지 위해서 학습전환은 물론 일자리, 일터의 전환이 필요하다. 어떻게 인간이 인공지능의 업무지시를 수행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능동적인 존재가 될 수 있을까? AI에게 일자리를 뺏기며 실업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AI를 통해 새롭게 만들어지는 일자리에서 생산성을 높이며 일할 수 있는가의 문제에 대해 필자도 뾰족한 솔루션을 갖고 있는 않은 상황이지만, ‘자율과 재량의 일자리와 일터혁신’을 제안한다. 일터가 전환되면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상도 바뀌고, 일자리의 직무가 바뀌면 새로운 일자리에 맞는 고등교육 기관의 학습의 전환도 이뤄질 것이다. 지금까의 경쟁 위주 관리는 역량 개발과 발휘를 방해할 수 있다. 오히려 AI를 이용하는 자동화 시스템의 도입, 즉 광의적인 디지털 전환이 경쟁적이어야 한다. 그 디지털 전환이 현업이 되는 기술과 역량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AI가 만들어내는 자동화를 어떻게 도입 및 활용할지에 초점이 된 학습촉진과 AI 활용에 크게 비중을 둔 교육과 일터혁신을 고민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이 만들어내는 위기와 기회에서 오히려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면 우리의 경제적, 사회적 성장을 통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행복하게 노동과 재화의 가치를 누릴 수 있다.박세원 S&P Global 상무/ 거시경제 및 국가리스크 한국 총괄

[기고] 시민응원, 포천시립박물관 건립 ‘원동력’

포천시는 ‘품격있는 인문도시’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시민 모두 생활 속 인문환경을 누리고, 포천 방문각에게는 포천의 특화된 인문자산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포천시립박물관’ 건립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우리 포천은 다양한 시대 유적과 유물이 출토되는 곳으로, 역사적 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이런 자원을 연구하고, 보존-전시할 수 있는 시립박물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현재 포천에는 2종 박물관인 포천역사문화관이 운영되고 있지만 공간이 매우 협소해 인문학 소양을 기르는 교육문화 프로그램이나 포천시민의 역사 정체성을 키우는 다양한 기획전시를 진행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시립박물관 건립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시민 의견을 적극 반영해 인문과 역사를 아우를 수 있는 포천시립박물관(1종 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포천시립박물관 건립 단초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 7월 시립박물관 건립을 전담하는 박물관팀을 신설하고, 문화체육관광부의 ‘공립박물관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 통과를 위한 「포천시립박물관 건립 사전타당성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지난 10월 착수했다. 또한, 1996년 「포천군지」 편찬 이후 변화된 시민의식과 문화상을 반영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편제를 모색하고, 역사, 문화, 경제 등 포천 변천사를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정리하는 「포천시사」 편찬 사업도 올해 12월 진행할 예정이다. 2020년부터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유물 구입 예산 또한 크게 증액해 2024년부터는 본격적인 유물 구입 및 기증?기탁 운동도 함께 진행한다. 포천시민과 함께하는 박물관 건립 추진 운동도 준비 중이다. 민관협력체계 거버넌스를 구성하고, 포천시립박물관 건립 희망 서명운동, 릴레이 응원 메시지, 박물관 콘서트 등을 대대적으로 펼쳐 시민 공감대 형성을 이끌고자 한다. 시민 참여와 응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시민이 함께 참여하고 만들어 가는 인문도시야말로 우리가 꿈꿔온 ‘품격있는 인문도시’라고 말할 수 있다. 모두의 힘이 모아진다면 우리 지역 역사와 문화를 담고, 지역문화 중추적인 역할을 할 포천시립박물관 건립이 빠르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포천시민 모두가 인문환경 속에서 가치 있는 삶을 찾고, 포천시민이란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포천시립박물관 건립은 반드시 필요하다. 시립박물관 건립을 위해 한 발 한 발 최선을 다하겠다. 백영현 포천시장백영현 포천시장 백영현 포천시장

[주원칼럼] 보기 좋게 빗나간 올해 경제 전망, 내년은?

올해 초 여러 국책연구기관 및 컨설팅 기업에서 올해 한국경제 전망에 대해 ‘상저하고’를 점쳤다. 당장 내일 벌어질 일도 모르는 세상에서 수개월 후 경제 상황을 긍정적으로 전망할 수 있었던 자신감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마도 당시 수출이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소비 회복이 지연되었던 내수와 외수가 동시에 불황국면에 있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경제 상황이 워낙 안 좋다 보니 앞으로 이것보다 더 나빠질 수 없다는 단순한 논리가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그런데 지금 경제지표들을 살펴보면 ‘상저하고’ 전망이 크게 빗나갔다. 비록 10월과 11월 수출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만 1년 동안의 감소세에서 벗어나 증가세로 전환됐다는 긍정적인 신호가 있기는 하지만, 이 역시 지난해 같은 달의 수출이 워낙 부진한 데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이다. 가장 최근 통계인 10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동행지수순환변동치는 올해 1월(99.3포인트)을 저점으로 5월까지 반등하다가 이후 다시 급락하면서 10월 기준 99.1포인트로 지난 1월 수준보다 더 낮아졌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10월 저점 경로다. 비관적으로 보면 11월 이후 값들이 더 내려갈 수도 있다. 즉 통계청에서 경기 국면 판단을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시하는 지표인 동행지수순환변동치를 기준으로 보면 적어도 올해 9월까지는 경기가 바닥을 찍지는 않았다. 상저하고가 아니라 상저하저다. 그렇다면 2024년 새해의 한국 경제는 어떨까. 새해 역시 올해 초와 같은 단순한 논리가 적용될 수밖에 없다. 유가 및 원자재가, 금리, 환율 등 금융·자산시장의 여건은 올해보다는 개선될 것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안 요인도 여전히 존재한다. 가장 우려되는 것이 미국과 중국 경제의 동시 불황 가능성이다. 물론 2024년 연중 내내 두 나라 경제가 흔들린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지금부터 내년 상반기까지는 불확실성이 커 보인다. 중국 경제는 회복이 문제가 아니라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하는 게 급선무다. 물가가 마이너스에서 벗어나야 경기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10월 기준 중국 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0.2%다. 같은 달 중국의 생산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2.6%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0월까지 1년이 이상 마이너스 행진 중이다. 그것도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이 정책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하는 가운데 벌어지는 일이다. 미국의 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다. 지난 3분기까지만 해도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전기대비 연율 5.2%로 호조를 보였다. 그러나 이후 경제지표들은 ‘경고등’이 켜졌다. 실업률은 올해 상반기 월평균 3.5%에서 10월 3.9%까지 올랐다. 그동안 증가세를 지속했던 소매판매도 10월에 들어 -0.1%의 감소세로 전환됐다. 고물가·고금리가 미국 경제를 끌어내리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투자은행들은 미국 경제성장률이 내년 상반기 0%대로 급락할 것으로 내다본다. 우리나라 수출에서 두 국가에 대한 수출 비중은 38%(올해 1∼11월 기준)로 절대적이다. 두 나라의 경제 상황이 부정적 방향으로 흐를 경우, 그나마 최근 살아나던 수출 경기가 다시 침체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 내수 시장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여전히 고금리·고물가가 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재정건전성’을 앞세우는 윤석열 정부가 경기부양에 나서기도 어렵다. 따라서 민간 경제주체인 가계와 기업에서 이에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미·중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가 주춤거리거나 더 나아가 큰 침체가 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가급적 씀씀이를 줄이고 리스크가 큰 경제활동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내년 상반기는 가장 어려운 시기를 지날 것이다. 이를 잘 버티면 상황은 개선될 것이다. 동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는 말처럼 한국 경제가 내년 상반기를 잘 버텨 내기를 바래본다.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이사

[기자의 눈] 종근당 기술수출 대박, 희귀질환 관심 계기되길

[에너지경제신문 김철훈 기자] 종근당이 지난 11월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최대이자 종근당 사상 최대에 해당하는 1조 7000억원 규모의 신약 후보물질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킨데 이어, 최근 계약 당사자인 노바티스로부터 확정계약금 약 1100억원을 수령했다. 이 신약 후보물질은 유전적으로 말초신경 발달이 저해돼 근육위축 등이 나타나는 희귀질환인 ‘샤르코-마리-투스’ 질환과 심방세동 질환 등에 쓰일 수 있는 약물이다.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가 유병인구가 많지 않은 희귀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을 거액을 들여 도입한 것은 그만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봤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전 세계 희귀질환 환자 수는 총 3억5000만명, 국내 환자 수는 80만명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희귀질환 의약품 시장 규모도 연평균 11%씩 성장해 오는 2028년 4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7000여종의 희귀질환 중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치료제가 있는 질환은 500여 개에 불과할 정도로 부족한 반면, 희귀질환 치료제는 항암신약 등보다 개발 시간·비용이 적게 들어 제약사로서는 도전할 만한 분야임에 분명하다. 실제로 종근당 외에 GC녹십자, 한미약품 등이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기자가 만난 샤르코-마리-투스 환자는 종근당과 노바티스의 계약 체결 소식에 ‘축복 같은 소식’이라고 반기면서도, 여전히 ‘꿈 같은 이야기’로 들리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임상시험을 거쳐 출시까지 아직 많은 기술적 난관이 남아있을 뿐 아니라 출시되더라도 희귀질환 치료제의 보험급여 적용 가능성이 여전히 낮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우리 정부는 국내 중증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중증 난치질환 대상을 확대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 급여화된 중증 난치질환 치료약물은 아토피 피부염 관련 2건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희귀질환자들은 치료제가 없거나 치료제가 있어도 대부분 비급여라 치료할 엄두를 못 낸다.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부담을 이유로 희귀질환 보험급여 확대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결국 답은 비효율적으로 지출되고 있는 보험재정을 효율화해 건보재정 부담을 늘리지 않으면서 중증환자에 혜택을 늘려주는 길뿐이다. 아울러 제약사의 희귀질환 신약개발 의지를 북돋울 수 있는 약가정책도 병행돼야 한다. kch0054@ekn.kr김철훈 기자 김철훈 유통중기부 기자

[이슈&인사이트]  국민 모두가

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와 기대수준, 안전의 개념 및 안전기준 등은 시대와 소비자들의 의식수준에 따라 변화한다. 베이비부머들이 한창 대학을 다니던 1970∼1980년대만 해도 고급호텔의 커피숍에서도 담배 연기로 자욱했고 간접흡연에 대해 항의하는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1950∼1960년대에는 미국 병원의 수술실에서 의사가 담배를 피우면서 수술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에는 공공장소는 물론이고 건물 등 어느 공간에서도 ‘금연’이라는 문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간접흡연의 심각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경각심이 매우 높다. 이처럼 소비자 안전은 오랜 세월 각종 사건 및 사고를 거치면서 꾸준히 개선돼 왔다. 소비자 안전의 대표적인 개선 사례는 미국의 역사적인 사건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82년 미국 시카고에서 타이레놀을 먹고 소비자 7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제조회사인 존슨앤드존슨 경영진은 원인 파악이나 책임소재 구명보다 더 빨리 신속하게 리콜(자발적 제작결함시정) 대응팀을 구성해 ‘미국 내 모든 제품 수거’, ‘원인 규명 때까지 복용금지’ 등의 소비자경보부터 발령했다. 이후에 사망의 원인이 밝혀졌는데 누군가 캡술형 타이레놀에 청산가리를 주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기업 스스로가 자율적으로 신속하게 리콜을 적극 시행한 모범 사례로 리콜의 효시가 됐다. 이 회가가 소비자들로부터 높은 신뢰를 얻은 것은 물론이다. 한 가지 더. 1992년 미국 뉴멕시코주에서 79세 할머니가 맥도널드에서 드라이브-스루 서비스로 커피를 구매했는 데 차 안에서 커피를 쏟아 다리와 엉덩이에 3도 화상을 입었다. 할머니측은 제조물 책임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소비자에게도 일부 과실을 인정하면서도 맥도널드 측에서 치료비· 위자료와 함께 징벌적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징벌적 배상 판결 근거로 맥도널드 커피가 다른 패스트푸드 커피보다 뜨거웠다는 점을 들었다. 더불어 이 사건 발생 몇 년 전부터 커피가 너무 뜨겁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맥도널드 측에 제기됐는 데도 이를 방치한 책임을 물었다.더구나 매장 점원이 커피가 뜨거우니 조심해야 한다는 주의를 주지 않은 책임도 지적했다. 이 소송 이후 패스트푸드 업체들은 화상을 입지 않도록 두꺼운 마분지를 컵에 끼우도록 조치했고, 그 결과 오늘날 테이크 아웃 컵에 덧붙여 있는 마분지를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맥도날드 소송은 기업들에게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을 예측하도록 한 것은 물론이고 안전사고 감축 노력과 소비자 손해배상을 적극적으로 하도록 하는 계기가 됐다. 더 나아가 기업들은 극단적인 가정 하에서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사용설명서나 경고문을 부착하기에 이르렀다. 예를 들면, 어린이용 인라인 스케이트에 "본 제품은 사용하면 움직입니다", 디지털 체온계에는 "체온계를 일단 항문에 사용하고 나면 입에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아기 유모차에는 "유모차를 접기 전에 아기를 들어내십시오", 수면제 제품에 "경고: 졸음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라는 표시가 그것이다. 우리 일상에는 각종 제품은 물론 시설물 등에서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각종 위험으로부터 안전을 지키는 것이 개인이나 국가의 최대 과제 중 하나다. 언론이나 일반 소비자는 모든 제품에 대해 막연하게 완전한 안전을 요구하지만 완벽하게 안전한 제품은 없으며 위해나 결함정보를 사전 또는 사후에 완벽히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현재시점에서 아무리 안전이 인증된 제품이라고 해도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위해성이 드러나기도 한다. 안전한 사회는 행정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국민 모두가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스스로 ‘안전지킴이’ 역할을 할 때 안전한 사회가 실현된다.허경옥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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