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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자원안보의 시작과 끝은 해외자원개발 정상화다

중국 사서중 하나인 대학에 ‘물유본말 사유종시(物有本末 事有終始), 지소선후 즉근도의(知所先後 則近道矣)’라는 말이 있다. 사물이나 일을 판단하고 평가할 때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 봐서는 진상을 제대로 파악할 수도 없고 발생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정말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과 그 결과를 예측하고 일의 순서를 정해 계획에 따라 차근차근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의 에너지자원 공급문제는 10년 전에 이미 사전 준비를 마쳤어야 해결이 가능한 것이다. 에너지자원 문제가 겉으로 드러나면 이미 늦어서 당장 대응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예를 들어 지금 당장 원전건설을 계획한다고 해도 전력 공급은 10년이 훨씬 지나서야 가능하다. 땅 위에 건설하는 발전소의 경우에는 불확실성이 작아 계획하에 실행하고 관리통제가 가능하지만, 눈으로 볼 수 없는 땅속에 부존하는 에너지자원은 자원을 찾아서 개발하고 생산하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릴 뿐 아니라 성공을 장담할 수 없어 불확실성과 위험성이 크다는 특성이 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해외자원개발의 실패는 근본적으로 이런 에너지자원개발의 특성인 고위험성과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한 기술, 자원, 시간의 축적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7년 이후 정부 주도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던 해외자원개발사업은 2012년부터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치되고 외면받아 왔다. 그러는 사이에 자원가격의 하락 시기와 맞물려 자원공기업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져 자본잠식에 빠지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지난 10여 년 동안 정부와 자원공기업은 손 놓고 있었다는 것인가? 나름대로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열심히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 마련을 위한 노력도 했지만 한마디로 ‘자금 투입 없는 공짜 구조조정’만 외치다가 미래에 대한 아무런 준비도 못하고 허송세월을 한 셈이 됐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자원 공급망에 문제가 발생하자 우리나라도 국가자원안보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고 우여곡절 끝에 자원안보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 국가자원안보 시스템의 큰 틀이 마련됐다. 93% 이상의 에너지자원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고 매년 정부예산의 20%가 넘는 막대한 돈을 에너지자원 수입에 쓰고 있는 한국에게 자원안보는 경제안보를 넘어 국가안보와도 직결된다. 이 자원안보의 핵심은 성공적인 해외자원개발에 있다. 이것이 해외자원개발의 정상화가 필요한 이유이다. 부존자원이 없는 한국이 자원안보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시에 강구해야 한다. 국내에서 필요한 자원의 충분한 양을 항시 도입할 수 있는 공급망을 확보하고, 외부의 급격한 환경변화로 인한 국제 공급망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충분한 비축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에너지자원의 국내 비축을 위해서는 충분한 비축 장소도 필요하고 비축자원에 대한 재고관리도 필수적이다. 또 풍력·이차전지 등 신재생에너지산업의 확대로 인해 필요한 자원의 종류가 늘어나고,비축량 규모가 증가할수록 많은 자금도 필요하다. 국내 비축은 자원의 종류에 따라 2주~2개월 정도의 단기 공급망에 문제가 발생할 때는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지만 장기적 대응은 어렵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해외자원개발이다.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확보한 광구의 매장량은 개발 후 20~30년에 걸쳐 장기간 생산이 진행되기 때문에 국내 비축시설과 관리를 염려할 필요가 없는 저비용 천연비축기지의 역할을 한다. 제대로 된 해외자원개발은 경제적인 이익은 물론이고 국가자원안보를 위한 든든한 비축기지 역할도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사업이 될 수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경험했듯이 단순히 전쟁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 세계의 에너지자원 공급망 문제가 됐다.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을 중심으로 지구상에는 끊임없이 분쟁이 발생하고 있고, 세계 경제는 점점 구역화되고 있어 언제라도 에너지자원 공급망 위기는 일어날 수 있다. 그러기에 에너지자원 공급망에 대한 지속 가능한 장기 대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국가자원안보의 파수꾼인 자원공기업에 대한 죽이는 축소형 구조조정이 아닌, 살리는 확장형 구조조정을 실행해 국가자원안보의 시작과 끝인 해외자원개발을 조속히 정상화시켜야 한다.신현돈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이슈&인사이트] 유승민 활용법

얼마 전 필자는 에너지경제신문에 ‘한동훈 활용법’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 당시는 정치를 시작하기 직전의 한동훈을 비대위원장이나 선대위원장 등의 직으로 영입하자는 의견이 분분한 때였다. 이 칼럼에서 한동훈의 가장 적절한 활용법으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에 전략공천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한동훈이 비대위원장에 부적절하거나 그 역할을 잘못 수행할 것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 이유를 여기서 장황하게 반복할 필요는 없을 것이지만, 결론만 말하자면 용산(대통령실)과의 거리두기와 수도권 판세에의 영향, 그리고 실질적인 비대위원장 혹은 선대위원장으로서의 영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도 이재명 대표를 지역구에 묶어두고 그의 사법리스크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신의 한 수’가 바로 이재명 대표와 맞대결을 시키는 방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칼럼에는 쓰지 않았지만 만일 한동훈을 인천 계양을 지역에 공천한다면 누가 비대위원장을 맡을 것인가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당시 이 질문을 한 여권 인사 중 한 사람에게 사견임을 전제로 내 의견을 밝힌 바 있었는데, 비대위원장직은 유승민 전 의원에게 맡기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는 이렇다. 유승민은 보수적이며 개혁적 이미지를 가진 정치인으로 젊은 세대와 여성들에게 지지도가 높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기 직전, 지방선거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는데 내부경선 과정에서 당시 당선인 측에서 김은혜 인수위 대변인을 밀면서 패배하고 말았다. 이것이 공정하거나 상식적이지 않았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본선에서 민주당의 김동연 후보에게 패함으로써 국민의힘은 수도권 중 경기도의 지방권력을 잃었다. 이것은 단순히 경기도 하나를 잃은 것이 아니었다. 서울과 인천을 이겼는데, 경기도에서 패배함으로써 가장 인구가 많은 지역을 잃었을 뿐 아니라 바로 전 도지사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각종 의혹을 입증할 증거자료가 묻혀버렸다. 또 보수정당의 내부 분열이 탄핵의 강을 넘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공정과 상식’의 회복을 앞세워 집권한 윤석열 정부가 그다지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않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윤 정부에 대한 불신이 시작된 첫 사례였다는 점이다. 물론 유승민이라는 정치인에 대한 호불호는 크게 갈린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정에서의 행보만이 아니라 이후 정치과정에서 현재의 국민의힘 주류와 많은 갈등을 일으켰고, 지금도 직설적 비판으로 윤석열 정부를 곤란하게 만든다. 그런데도 그가 비대위원장을 맡는다면 무엇보다 보수통합을 이룰 수 있고, 당시 탈당을 저울질하던 이준석을 주저앉힐 수 있을 것이었다. 그 여당 정치인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듯한 얼굴로 한 마디로 ‘불가능’이라고 했다. 그에 대해 나는 정치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예술이고,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개딸 중심의 독재가 극심해지는 민주당과 용산 리스크 및 적어도 당시까지 리더십 부재로 지리멸렬한 국민의힘의 상황을 고려할 때, 총선에서의 필승카드는 보수통합 외에는 없고 이를 수행할 현실적 대안은 유승민 비대위원장 카드라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약 한 달이 지난 현재,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나름 제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지만 명품 백 소동으로 인한 용산발 리스크는 여전하다. 국민의힘 지지도는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이준석은 개혁신당을 창당해 중도층 공략에 나섰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러브콜에 유승민 전 의원은 "탈당은 없다", "공천신청도 없다"고 답했는데, "출마는 없다‘가 아니라 ’공천신청은 없다‘는 것은 스스로 국민의힘 승리에 힘을 보탤 의사가 있음을 밝힌 것으로 읽힌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수도권 승리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려면 유승민 전 의원을 적어도 수도권 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하고 서울이나 수도권의 민주당 거물 정치인 지역에 전략공천하는 것을 생각해 봐야 한다. 그 길만이 이준석 신당으로 쏠리는 중도 유권자들의 마음을 다시 붙잡을 수 있다. 여전히 많은 국민의힘 인사들은 유승민의 복귀에 부정적이고 일부 보수적 유권자들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지금 국민의힘 사정이 과거의 관계나 특정 인물에 대한 호불호를 따질 만큼 여유롭지 않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이 선거에 승리하지 못하면 윤석열 정부는 물론 이 나라의 미래는 없다. 식물정부 상태로 전쟁과 자국 이기주의가 팽배한 국제관계를 극복할 방법이 있는가. 법안 하나도 통과시키지 못하고 지나갈 5년을 생각하면 AI 시대 국가경쟁력을 유지한다는 것도 꿈에 불과할 뿐이다.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무엇이든 다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없다면 지금 쏟아내는 수많은 포퓰리즘적 지원 정책도 백약이 무효다. 최악은 아직 오지 않았다. 4·10 총선에서 질 때, 비로소 최악의 상황은 현실화될 것이다. 늦었지만 이길 수 있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기자의눈] 부활과 테마주

‘죽었다 다시 살아날 수 있는 것- 바둑돌, 예수님, 남근(男根), 대한민국 4대강, 아, 조낸 알흠다운 세상.’지난 2022년 4월 작고한 소설가 이외수 씨가 2009년 4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남긴 글이다. 당시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뒤 4대강 정비가 정치권 이슈로 떠오르자 이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기 위해 적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당시 죽지 않은 강을 왜 살리냐는 여론이 들끓던 시점이었다. 시간이 흘러 최근 주식시장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4대강 대신 ‘테마주’라는 단어를 넣어도 전혀 위화감이 없다. 죽었나 싶었는데 다시 살아나는 게 참 요사스럽기 그지없다. 최근 초전도체 관련주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대표격인 신성델타테크는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작년 말 4만1150원이던 주가는 지난 26일 종가기준 8만9500원까지 올랐다. 상승률은 117.49%(4만8350원)로 두 배가 넘는다. 주가는 특히 26일 22%가 급등했는데 이유는 스위스 테라퀀텀(Terra Quantum)이 흑연에서 상온 초전도성을 발견했다는 내용의 논문이 발표됐다는 보도가 이유다. 해당 이슈를 확인하기 위해 구글에 ‘terra quantum superconductor’라는 검색어로 검색해본 결과 우리가 아는 외신 등에서는 이를 다루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더 지켜봐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으로 읽혔다. 마치 탈모 치료의 길이 열렸다는 보도가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완벽한 치료제가 현재도 없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지난해는 테마주의 전성시대였다. 2월부터 7월까지 2차 전지, 8월에는 초전도체 테마와 맥신, 양자컴퓨터 관련 테마가 극성을 보였다. 이외에도 한동훈 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정계진출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치 테마주가 주목받는 모습을 보였다. 하나금융경제연구소는 지난 12월 ‘진화하는 개미(개인투자자)들의 행진’ 보고서를 통해 ‘손실위험을 확대하는 집중 투자, 특정 정보 맹신 등 비합리적 투자행태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비효율적인 투자행태는 투자성과의 지속가능성을 저하시킴에 따라 투자자의 중장기 자산형성을 위해서는 투자자의 행태와 투자습관 개선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오는 4월 10일 22대 국회의원 선거와 상반기 재보궐선거가 열린다. 정치인 테마주가 한바탕 또 소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주가가 오르니까’, ‘지인이 권유해서’ 등과 같은 무지성으로 투자한 뒤 낭패를 보는 투자자들이 또 나올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융당국은 ‘테마주 투자는 위험하니 투자 시 주의하라’는 말 외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이외수 작가의 명복을 빌며 그의 글을 빌어 마무리 하고자 한다. ‘아, 조낸 알흠다운 세상’양성모 에너지경제 자본시장부 차장.

[EE칼럼] 거꾸로 가는

급전(給電)이란 실수요자에게 전력을 공급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한국전력공사가 한국전력거래소를 통해 사들인 전력을 수용가에 공급한다. 한국전력거래소는 매일 하루 전에 전력공급계획을 세워 당일 시간대별로 전력을 사들인다. 전력을 사들이는 데는 원칙이 있다. 우선 경제적이어야 한다. 이왕이면 생산비용이 낮은 전기부터 사들여야 소비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싸게 팔 수 있다. ‘경제급전’은 전력산업이 시작된 이래 오랫동안 급전 원칙으로 자리를 잡아 왔다.그러다 1970년대 2차례의 석유파동을 거치면서 급전원칙에 변화가 생겼다. 급격한 유가의 상승은 수입에너지에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경제에 큰 타격을 주는지 뼈저리게 깨닫게 해주었고, 각국은 자립할 수 있는 대체에너지 개발을 서둘렀다. 그 결과 1980년대 풍력발전과 태양광 발전의 시장 진입이 이루어졌고, 1990년 독일은 전력망접속법을 고쳐 자립적인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를 우선 접속하도록 했다. 아직은 생산비가 비싼 자립에너지의 발전을 위한 이유도 있지만 자립에너지를 쓰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 큰 변화는 기후변화가 전 지구적 위기로 확대돼 온실가스 감축이 시급한 과제로 떠 오르면서다. 온실가스 총 배출량의 약 80%를 차지하는 화석연료 연소를 줄이기 위해 도쿄의정서에 따라 먼저 감축 의무를 지게된 선진국들은 탄소세나 탄소배출권 등으로 외부비용을 내부화했다. 석유나 천연가스는 물론 가장 싼 축에 속하는 석탄화력발전 비용도 현실화되며 자연히 경제급전보다 청정에너지를 사용하는 환경급전을 우선시하게 됐다. 그 결과 오늘날 선진국에서 화석연료 발전은 육상풍력이나 대규모 태양광 발전에 비해 경제 급전에서조차 순위가 밀리는 상황이 됐다.세 번째 파고는 2022년 초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소련 붕괴 이후 파이프로 연결한 러시아의 석유와 가스에 의존하던 유럽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가스의 수입선을 다변화해 미국의 LNG가 밀려들어 왔지만 가격은 오를 대로 오른 뒤였다. 유럽에서 다시 태양광 발전 붐이 일었고 자립에너지인 태양광과 풍력의 비중은 더욱 높아졌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유럽에선 자립에너지이자 청정에너지인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의 우선 구매 원칙이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우리나라도 2013년 전기사업법을 개정해 경제급전에서 환경급전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사업자’가 생산한 전력을 ‘우선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고 명시한 것이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를 홀대하는 정부의 정책이 3년차에 접어들면서 환경급전의 원칙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제주에서 실시하던 태양광 발전 출력 제어를 지난해 내륙으로도 확대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유예기간을 거쳐 ‘1MW 이하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전력계통 접속보장제도(소규모 접속보장제도)’를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독일의 풍력과 태양광 발전 예측 시스템은 오차율이 3%대로 개선됐다. 그리고 전력망의 안정을 위해 출력 제어를 할 경우에는 그에 대한 보상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독일처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50%에 이른 것도 아니고 10%도 안 되는 상황에서 예측시스템 개발 등 전력당국이 기울여야 할 노력은 소홀히 한 채 보상 없는 출력제어를 남발하면서 더 비싼 가스발전을 사들이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더구나 소규모 접속보장제도를 폐기하겠다는 것은 93%의 1차에너지를 수입하는 나라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우리보다 에너지 자립도가 높으면서도 인플레이션감축법을 통해 재생에너지에 분야에 480조원을 투자하는 미국, 지난해 재생에너지법을 만들어 2030년까지 에너지 믹스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42.5%까지 높이겠다는 유럽연합은 우리보다 못한 나라들일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재생에너지 발전 출력 제어에 대한 보상제도를 하루빨리 만들고, 소규모 접속보장제도의 폐기는 철회해야 한다. 환경급전의 이유와 효익을 되새겨야 할 때이다.신동한 전국시민발전조합연합회 이사

[이슈&인사이트] AI와 함께 여는 새로운 저널리즘 시대

김한성 굿프롬프트 대표 2024년 우리는 인공지능(AI)의 여명기를 넘어 성숙기에 빠른 속도로 다가가고 있다. AI기술은 생산성과 비용이라는 이점을 극대화하면서 거의 모든 분야의 산업 재편을 이끌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인 딜로이트는 생성 AI가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제품에 통합돼 지식근로자들이 효율적으로 작업하고 더 나은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 미디어 분야도 AI에 의해 형성된 급류에 휩쓸리고 있다. AI는 뉴스의 제작, 배포, 소비 방식을 재편하고 있다. 이에 여러 미디어 기업들은 콘텐츠 큐레이션, 데이터 관리, 운영 효율화를 위해 AI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2024년의 저널리즘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광경이다. 이미 진행되는 도전으로 AI 시대에 더욱 빠르게 변화할 것들을 들여다 보자. 먼저 전통적인 광고에서 구독, 멤버십과 같은 직접적인 수익원으로의 전환이다. 로이터연구소와 옥스퍼드대학교의 2023년 디지털뉴스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구독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디지털 리더의 73%가 디지털 구독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하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의 뉴스 검색 감소다. 특히 다양한 콘텐츠가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플랫폼의 인기가 커지면서 전통적인 뉴스 콘텐츠는 갈 길을 잃고 있다. 다음은 AI활용이 늘어나면서 일어나는 저널리즘의 새로운 변화다. 미디어기업들은 뉴스의 백엔드 작업, 즉 데이터 분석 및 초기 보도 작업 자동화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일상적인 작업을 자동화하고 인간 저널리스트와 콘텐츠 제작자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통해 인적 자원을 보다 심층적인 연구와 스토리텔링에 집중할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세계 최초의 AI 기반 24시간 TV 뉴스 방송국, NewsGPT의 설립처럼 저널리즘 분야에서 AI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사례도 있다. 이러한 NewsGPT의 혁신은 AI가 뉴스 제작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의 창의성과 저널리즘 기술이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AI와 인간 기자가 공존하는 뉴스룸에서는 AI의 효율성과 인간의 통찰력 및 비판적 사고를 어떻게 조화롭게 결합할지가 중요한 과제로 등장했다. AI 저널리즘에서 언어 격차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도 확산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AI 도구는 영어 콘텐츠에 맞춰 개발됐지만 AI 활용이 늘어나면서 비영어권을 포함한 다양한 커뮤니티로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글 콘텐츠를 영어권과 비영어권을 구분하지 않고 미디어 소비자 계층을 넓혀 가는 일이 훨씬 수월해지고 있다. 한편 AI를 활용한 콘텐츠 생성의 발달은 정보의 진실성을 판별하는 데 새로운 도전을 제시한다. 특히, 딥페이크 기술은 저명인사의 이미지나 목소리를 실제처럼 재현할 수 있어,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저널리즘에서 AI의 윤리적 사용을 강조하는 움직임이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예를들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마리아 레사가 이끄는 ‘저널리즘의 AI에 관한 파리 헌장’은 저널리즘에서 AI를 윤리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지침이 있다. 디지털에 익숙한 오늘날의 미디어 소비자들은 매력적이고 개인화된 경험을 원한다. AI는 이런 요구에 부응해 맞춤형 뉴스 피드와 인터랙티브한 콘텐츠를 제공하지만, 개인화가 심화됨에 따라 동일한 견해만을 반복적으로 접하게 되는 에코챔버(echo chamber)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미디어 기업이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고 개인화와 다양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저널리즘의 미래는 인간과 AI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협력해 새로운 혁신을 창출하는 것이다. AI는 기본적인 보도 작업을 수행함으로써 저널리스트가 심층 분석과 창의적인 스토리텔링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이런 협업은 저널리즘의 신뢰성과 가치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AI가 뉴스 제작에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됨에 따라 미디어 소비자들이 AI가 뉴스 콘텐츠를 어떻게 생성하는지 이해하고, 이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능력, 즉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가 더욱 중요해 지고 있다. 미디어 회사들은 이런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이 보다 정보에 밝고 비판적인 시각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결국 AI의 혁신적이고 긍정적인 영향은 미디어 기업이 AI 활용 및 미디어 소비자에 대해 책임감 있게 접근함으로써 얻어진다. 미디어 기업은 AI를 활용하는 동시에 저널리즘의 근본 가치를 유지하는 균형을 바탕으로 정보의 수호자로서 역할을 계속 유지한다면 AI 시대에도 생존하고 번창할 수 있을 것이다.김한성 굿프롬프트 대표 김한성 굿프롬프트 대표

[기자의 눈] 당국 칼 빼들자

생명보험사들이 판매 중인 단기납 종신보험의 10년 유지 시점 환급률이 일제히 낮아질 전망이다. 감독당국이 불완전판매 관련 소비자 피해 우려와 ‘해지리스크’에 따른 건전성을 들여다보겠단 이유로 보험사 점검에 나선 데 따른 처사다.생보사들이 10년 유지 환급률을 최대 135%대까지 올린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환급률을 일제히 낮추는 것은 사실상 업계에 정통 압박이 가해진 결과로 해석된다. 당국은 ‘점검’이라고 칭했지만 이는 사실상 업계 생명력에 큰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생보업권은 요양이나 상조 등 신사업 확장이 규제상 막혀있는 상황에서 제3보험의 경쟁력도 손해보험사들에게 밀리고 있다. 출산률 저하 등 업계가 직면한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생보사로서 주력할 수 밖에 없는 상품의 영업력에도 타격을 입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금융당국이 단기납 종신보험의 5년시점 환급률에 제재를 가하면서 하반기부터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율이 줄어드는 추이를 보였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환급률을 내리면 생보사로선 또 다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며 "요양이나 상조 등 신사업에 대한 규제가 강해 수익성을 확대할 수 없는 상태에서 판매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상품에 대한 관여가 커지면 수익성을 지켜내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고객으로선 선택의 기회를 박탈당하는 현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 보험사들은 단기납 종신 상품의 환급률이 높은 것은 실제로 고객에게 유리하게 설계됐다고 입을 모은다. 환급률 개정이 이뤄지면 10년 유지 이후 환급받는 이율과 비과세 효과, 종신 보장까지 가능한 상품에 가입할 기회가 줄어들 전망이다. 당국 제재가 절판마케팅으로 이어지는 방식이 반복되는 것 또한 문제다. 실제로 판매 현장에선 최근 또 다시 막판 ‘절판 마케팅’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환급률이 개정되기 전 바짝 영업에 나선 판매자들로 인해 절판마케팅이 기승을 부리는 것이다. 이럴 경우 판매채널에서 설명은 줄어들고 계약 실적에 집중하게 되면서 당초 당국이 우려한 ‘불완전 판매’ 위험성은 순간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업계에선 상품이 저축성으로 오인받는 등 판매 과정상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면 상품 전반에 압력이 가해지는 방식보다 판매상 과정을 직접적으로 점검하는 방식이 고안되는 것이 좋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객과 보험사에 가해지는 부작용이 없이 칼을 휘두르도록 감독방향에 대한 제언이 필요한 시점이다. pearl@ekn.kr

[이상호 칼럼] 북한의 전쟁위협 심각성과 핵 딜레마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 교수 새해 들어 북한 김정은의 전쟁 위협이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북한의 공갈은 전혀 새로운 게 아니지만, 최근의 양상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는 ‘북’망동’,‘무모한 위협’이라고 경고하고 만약의 도발에 ‘몇배로 응징’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이지만 국제사회 여러 전문가는 최근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경고한다. 과연 북한이 한국을 무력 침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현실적으로 6·25 한국전쟁과 같은 전면적인 남침 가능성은 작다. 현재 북한군의 전투력이나 전쟁 준비 수준을 보면 장기적인 전면 재래식 전쟁을 수행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러났듯이 구소련 무기 위주로 무장한 북한군의 전투력은 생각보다 효과적이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은 단기적·국지적 기습 도발을 감행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 도발 사태 수준의 단발적인 기습 공격은 언제라도 가능하다. 최악의 상황에서 한국 및 주변국에 대한 기습 핵 도발도 가능하다. 김정은이 정권의 종말을 각오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최악의 선택이기 때문에 쉽게 결심하기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 그런데 북한은 승리하기 어려운 전면 전쟁 위협을 왜 이렇게 노골적으로 하는 걸까. 첫 번째는 오는 4월로 예정된 한국의 총선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북한은 과거 한국 선거에 어떤 형태로든 개입을 시도했다. 둘째, 무기와 탄약 지원을 계기로 개선된 러시아와의 관계가 김정은에 자신감을 주었을 것이다.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현금과 첨단 무기체계, 최신 기술 등을 제공받게돼 한국과의 수준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셋째, 올해 미국 대선에서 김정은에 우호적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 북한의 핵 보유 인정, 미국의 북한 체제 안전보장, 주한미군 철수 실현 등 북한의 염원을 달성하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이 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외부 위협 과장과 군사 대응을 빌미로 어려워진 북한 내부 상황 극복과 주민 결속을 위한 계산된 언동으로 봐야 한다. 우선 김정은 일가의 권력 다툼 가능성이다. 김정은의 부인인 이설주와 여동생인 김여정이 후계 문제로 권력 투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건강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김정은이 후계 체계를 서둘러 강화하고 있다는 판단도 있다. 다음으로는 최근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이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라는 주장도 있다. 여러 현실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과연 북한은 어떤 상황에서 한국과의 전쟁을 감행할 수 있을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무력과 전쟁이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현실적인 수단이 됐다. 중국의 대만에 대한 위협, 하마스 이스라엘 공격 등 국제사회에 불법적인 군사 도발 행위가 확대되고 있다. 당연히 북한도 이에 고무되었을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이 협력하여 미국과 서방에 대한 본격적인 체제 대결을 시작하고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북한은 한국과 전쟁이 손해나는 장사가 아닐 수 있다고 계산할 수 있다. 중국의 대만 침공 시 한국은 미국 없이 스스로 방어해야 한다는 최근 미국 전문가들의 주장이 북한의 오판 가능성에 더 힘을 실어준다. 한국군이 선방하더라도 북한이 핵으로 위협하고 북한과 협상을 통한 평화나 항복까지 주장하는 한국의 반국가 세력이 국론을 분열시킨다면 북한의 한국 무력 적화통일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 수 있다. 북한이 막말을 하고 노골적인 전쟁 위협을 할 수 있는 이유는 핵을 가졌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이 동북아 전쟁 발생 시 한국을 지원하지 못하고 한국에 대한 핵우산 제공 결의가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면 한국은 결국 핵무장의 길을 갈 수밖에 없다. 오는 11월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동북아와 한반도의 미래 운명을 결정하는 중요한 이벤트다. 김정은은 내심 자기에게 호의적인 트럼프의 대통령 복귀를 기대할 것이다. 한국도 이에 대비해 트럼프 행정부에 핵 보유 또는 보유 잠재력을 인정받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교수 이상호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 전공교수

[EE칼럼] 농축 우라늄 확보, 발등의 불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새해 들어 2026년까지의 ‘세계 전력 수급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 IEA는 전 세계 원자력 발전이 2026년까지 연평균 3% 가까이 성장할 것이며, 2025년에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5년까지 전 세계 원자력 발전량은 프랑스의 발전량이 증가하고 일본의 여러 원자력발전소들이 재가동되며 중국, 인도, 한국, 유럽을 비롯한 여러 시장에서 신규 원자로가 상업 가동을 시작함에 따라 2021년에 세운 기록을 뛰어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는 것이다. 또 IEA는 2026년 전 세계 원자력 발전량이 2023년에 비해서도 거의 10%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4년에서 2026년 사이에 전 세계적으로 29GW의 신규 원자력발전소가 추가로 가동될 예정인데, 아시아, 특히 중국과 인도에서의 신규 원자력 발전이 주요 성장 동력이 되고 있어 2026년에는 전 세계 원자력 발전량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할 것이라는 게 IEA의 예상이다. 주지하다시피 원자력 발전의 연료가 되는 광물은 우라늄이다. 수요가 증가하다 보니 우라늄 가격 역시 계속 상승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세계 최대 우라늄 생산 업체들의 생산 차질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라늄 가격이 더 뛸 것이라는 전망마저 제기된다. 카자흐스탄은 전 세계에 공급되는 우라늄 가운데 43%를 공급하고 있다. 전 세계 우라늄 생산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카자톰프롬은 카자흐스탄의 최대 광산업체인데, 최근 시설 공사 지연과 황산(우라늄 추출에 사용되는 주요 재료)의 가용성 문제 등으로 내년까지 생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을 밝혔다. 캐나다의 카메코(Cameco)나 프랑스의 오라노(Orano)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결국 공급이 수요를 못 받쳐주면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최근 우라늄 가격은 파운드당 106달러 수준으로 지난 16년 만에 최고다. 앞으로의 가격 상승은 더 걱정이다. 씨티은행은 2025년에 파운드당 평균 110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으며, 제프리 증권도 사상 최고치였던 지난 2007년 6월 가격인 파운드당 136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우라늄 가격이 오르는 것도 걱정이지만 더 큰 문제는 농축이다.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되는 핵연료는 자연 상태의 우라늄 그대로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농축된 우라늄을 필요로 한다. 천연 우라늄 내 핵분열을 일으키는 동위원소인 U-235를 추출·분리한 뒤 연료용으로 적절한 수준이 되도록 그 비율을 높이는 과정을 ‘농축’이라고 하는데 상업용 원자력발전소에서 연료로 사용되는 농축 우라늄은 U-235의 농도가 3~5% 정도인 저농축 우라늄이다. 그 비율을 90% 이상으로 높이면 핵무기에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농축’이란 과정이 이렇듯 상업적 목적과 군사적 목적으로 모두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핵 비확산의 관점에서 우라늄 농축은 엄격한 국제적 통제를 받아야 하는 민감한 기술로 취급 받아 왔다. 따라서 농축을 할 수 있는 사업체도 소수로 한정되어 있다. 현재 주요한 농축 우라늄 생산업체는 프랑스의 오라노, 러시아의 로사톰(Rosatom), 그리고 영국-독일-네덜란드의 유렌코(Urenco) 등 3곳을 꼽을 수 있다. 중국의 CNNC는 국내 시장 공급을 주로 하면서 수출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그 밖에 일본과 브라질에서는 국내 연료 사이클 기업들이 소량의 공급 능력을 관리하고 있는 수준이다. 문제는 이미 로사톰의 농축 능력이 서방의 오라노와 유렌코의 능력을 합친 것보다 크고, 중국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2025년이면 러시아와 중국의 농축 능력의 합이 서방을 훨씬 능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탈러시아산 가스 움직임이 가속화한 데 반해, 러시아산 농축 우라늄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다. 그러나 이미 다수의 국가들이 러시아산 농축 우라늄에 의존하고 있다. 2021년 기준으로 한국은 농축 우라늄의 34% 가량을 러시아에서 수입했다. 전쟁 이후 러시아와 대립 구도를 선명히 하며 제재를 강화해 온 미국은 러시아산 농축 우라늄의 세계 최대 수입국이다. 2022년 전체 러시아산 농축 우라늄 수출의 42%는 미국으로 향했다. 원자력 발전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화석연료에 비해 안정적으로 연료를 공급할 수 있어 에너지 안보에 기여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에너지를 둘러싼 지정학 및 지경학적 변수들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원자력 발전 역시 연료 공급 측면에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그러나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서 저탄소 에너지원인 원자력의 중요성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농축 우라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원자력 대국인 한국의 에너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전략적인 대응이 시급하다.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데스크 칼럼]

윤석열 대통령의 ‘어깨 톡톡’,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폴더 인사’.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지난 23일 충남 서천시장 화재 현장에서 각각 상대에 대한 친근감과 예의를 나타낸 장면이다.두 사람이 갈등 봉합을 위해 재난 현장까지 이용, 형제애를 보인 ‘브로맨스’란 비판도 뒤따랐다. 다른 한편으로 지금의 수직적 당정관계를 함축적으로 보여준 단면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을 아랫사람 대하는 것으로 비춰졌다.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에 상사를 깍듯이 모시는 것처럼 보였다. 여권 권력의 양대 수레바퀴인 두 사람이 아직도 검찰 선·후배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양새였다.한 위원장이 지금 자리에 간 것은 윤 대통령의 의중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갑자기 김기현 당 대표 체제를 무너뜨리고 비대위를 만들어 그 위원장에 ‘정치 초보자’를 앉힌 건 윤 대통령의 뜻이었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윤 대통령으로선 총선을 앞두고 당 공천에 입김을 불어넣어 권력을 강화하고 싶었을 것이다.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명품백 의혹 등 각종 ‘리스크’에 대해 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해결사 또는 소방수도 필요했다.하지만 현 직책으로 보면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한 위원장이 내각에 있을 때와 달리 상하 또는 주종 관계일 수 없다. 윤 대통령은 국가 통수권자다.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을 그런 자리에 오르게 만든 집권당의 대표 격이다. 대통령은 집권당 대표든 비대위원장이든 공식 지명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 대놓고 당에 이래라 저래라 할 수도 없는 처지다. 그 게 윤 대통령이 늘상 말하는 법과 상식이다.가뜩이나 국민의힘 안팎에서 수직적 당정관계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김 여사 리스크’도 다가오는 총선에서 ‘정권 심판론’을 우려하는 집권당으로선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러니 벌써부터 대통령을 간판으로 총선 치르는 것을 꺼려하거나 대통령과 차별화를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당 일각에서 나온다.그런 예민한 정국 상황에서 두 사람의 처신은 신중했어야 했다. 한 위원장은 당이 영입할 때부터 ‘대통령 아바타’란 조롱까지 받지 않았나.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는 공적 관계에 있다. 공적 관계가 정상 작동되고 있다면 한 위원장이 "거절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윤 대통령의 한 위원장 사퇴요구는 없었을 것이다.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과 갈등과정에서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 말을 봐도 두 사람의 공적 관계가 유지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가장 아끼던 사람에게 바보처럼 뒤통수를 맞느냐는 소리까지 들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후배였는데 오죽하면 이렇게까지 선을 그었겠는가" 등등. 이 표현들이 사실이라면 한 위원장에 대한 윤 대통령의 감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또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을 대하는 게 아직도 20년 맺어온 선후배 사이의 사적 관계에 머물러 있다는 뜻이다. 갈등 봉합의 자리로 평가된 서천회동에서조차 그 갈등을 촉발한 두 사람 간 사적 관계 설정의 장면이 연출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윤 대통령의 이런 인식과 자세로는 국정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다. 대통령이 집권당 대표를 후배나 부하로 보고 당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국민으로부터 더욱 멀어진다. 윤 대통령은 ‘미래권력’으로까지 불리는 한 위원장과 충돌로 이미 많은 것을 잃었다. 총선에 가서 심판받기도 전에 레임 덕을 염려해야 하는 입장이다. 집권당이 총선에서 지면 온전히 대통령 책임이고 이기면 모두 한 위원장 덕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 늦기 전에 당정관계의 리셋이 필요하다. 윤 대통령은 자칫 하다간 권력 사유화 논란에 휩싸여 스스로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구동본

[기자의 눈] 연이은 정치테러…민주주의 위협하는

새해부터 연이어 정치 테러가 발생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흉기 피습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어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괴한의 공격을 받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현장에서 잡힌 만 15세 범인의 범행 동기는 아직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범인이 배 의원의 신원을 확인한 뒤 범행을 저지른 것을 보아 ‘정치 테러’가 자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이 대표에 이어 배 의원까지 이번 사태는 민주주의의 본질과 한국 사회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특히 극단적인 국내 정치 문화는 증오와 혐오를 넘어서 폭력으로까지 분출된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거대 양당의 극단적인 정쟁과 그 부산물인 혐오정치가 기성세대 뿐 아니라 미성년자에게까지 번졌다는 것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 사건 발생 뒤에는 극단적인 진영 지지자들과 이를 확대·재생산하는 유튜버들이 ‘배후설’, ‘자작극’ 등 각종 음모론을 퍼뜨리면서 후폭풍까지 이어졌다. 이번에도 이 대표 피습 때 그랬던 것처럼 벌써부터 ‘배후설’ 등 억측과 가짜 뉴스가 나오고 있다.이런 분위기를 만들어낸 배경에는 우리 편은 선, 상대는 악으로 보는 여야의 적대적 대결 구도가 급기야 정치테러를 불러온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대의 민주주의의 실행자인 거대 양당 간의 대립은 말할 것도 없다. 심지어 같은 당 내에서도 친이재명(친명) 대 비이재명(비명), 친윤석열(친윤) 대 반윤(반윤석열) 등 생각이 다를 시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악마화하며 스스로 민주주의를 부정해 온 정치인들의 ‘원죄’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민주주의는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과 함께하며 만들어가는 정치질서다. 생각이 다르다고 상대를 혐오하는 정치 문화가 이어진다면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은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편견과 혐오가 가득한 정치 문화가 칼날이 되어 민주주의를 찌른 것이다.이러한 비극이 두 번 다시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내 정치 양극화, 혐오 정치를 부추긴 정치권 내 자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4월 총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치인과 유권자의 만남이 활발해지는 상황에서 또 다른 테러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유사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ys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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