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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최저 시급에 맡겨진 대한민국 하늘 관문 보안

연간 약 92만편 운항(2019년), 국제공항협의회(ACI) 인증 세계공항서비스평가 세계 1위. K-공항 플랫폼 해외 수출. 모두 국내 공항들이 거둔 빛나는 실적이다.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21년 기준 평균 연봉이 8985만원, 한국공항공사는 6850만원에 달했다. 한국공항공사는 공기업인만큼 타 공공기관과 마찬가지로 직업 안정성까지 보장돼 신입 사원 공개 채용 경쟁률이 500대 1을 넘은 적도 있어 가히 '신의 직장'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린다. 하지만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은 법이다. 공항에서 근무한다고 해서 모두가 비슷하거나 같은 조건 아래에 있는 건 아니다.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은 언제나 인파로 붐비는 곳이다보니 보안 관련 각종 사건·사고들이 터지기 십상이어서 관리 측은 보안 검색 요원을 출국장 등 곳곳에 배치한다. 이들은 6개조 4교대로 투입돼 12시간 이상의 고강도 근무를 버텨야 한다. 하지만 이들이 손에 쥐는 돈은 최저 시급 수준이다. 한국공항공사가 관리하는 공항 보안 검색 요원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만난 17년차 유민송 전국공항노동조합 보안본부장은 “새벽 4~5시에 근무를 시작해 오후 9시에 퇴근하지만 월급은 200만원 언저리"라고 하소연했다. 보안 요원들의 기본급은 180만원 선이고, 식비는 15만원을 하회한다는 전언이다. 이런 이들에게 공항 당국은 직급이나 직책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이유는 이들을 단순 노무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니 이들은 새벽에 출근해도 시간당 만원 남짓한 급여를 받는다. 최근 항공 수요가 폭증함에 따라 공항별 처리 인원도 덩달아 늘어 이들의 근무 여건은 날이 갈수록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밥도 제때 챙겨먹지 못하는 건 예삿일이고, 화장실에도 못가 방광염에 시달리는 이들도 있다. 그런 가운데 이들의 책임은 막중하기만 하다. 현행 항공보안법에 따라 위해 물품 검색 실패 시 보안 검색 요원들은 고강도 처벌을 면할 길이 없다. 사정이 이러하니 이들이 열심히 일할 동기 자체가 없어 금방 관두는 사례가 많고, 현장에서는 인력난이 심각해 남아있는 이들의 업무 강도만 높아지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보안 업무 자회사 '한국공항보안'의 외부 회계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도 인건비 총액은 16억1986만원이었고 당해년도 임직원 수는 2107명으로 집계됐다. 인당 평균 76만8801원인 셈이다. 이런 터무니 없는 수준으로는 공항 시설 보안을 담보할 수 없다. 오늘도 악조건 하에서 최일선에서 묵묵히 공항 안전을 지켜내는 무명의 영웅들에 대한 관심과 인식 제고, 그에 따른 합당한 대우가 시급하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E칼럼] 기후문제, 산업과 통상의 문제다

최근 국내외 정세변화 양상을 보면 가히 대전환기적 상황이라 표현할 수 밖에 없다. 미·중 패권경쟁과 헤게모니 다극화 속에서 새로운 국제질서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예상치 않은 전쟁의 발발이나 동맹체제의 변경과 같은 외교 안보 질서의 변화도 크지만, 국제 산업통상 질서의 변동은 더 가파르다. 공급망 안정화와 일자리 창출이 맞물리며 그동안 글로벌 경제 질서를 지배한 자유시장 기반의 세계화가 퇴조하고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표현한 “국내중심경제학(Homeland Economics)의 시대"가 오는 듯하다. 국제적으로는 다양한 무역규제, 국내적으로는 국가 주도 산업 정책의 부활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강력하게 추동하는 요인 중 하나가 기후변화 대응을 목적으로 전 세계가 동시에 전개하고 있는 탈탄소 전환이다. EU는 탄소국경조정(CBAM)을 통해 EU에 수출하는 타국의 상품에 대해 EU 수준의 탄소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방식으로 EU 기업들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메커니즘을 작동하고자 한다. 2023년부터 과도기를 거쳐 2026년 1월 1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들고 나왔는데, 총 7370억달러 재원 중 4400억달러를 에너지 안보, 기후변화 대응 등 녹색산업에 투여,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기후 입법안으로 평가받는다. 이 정책은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탄소중립 관련 제품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자국 산업 보호나 해외 클린산업 유치를 추진하는 적나라한 자국 산업 보호 정책이다. 민간의 자발적 캠페인인 RE100도 각국의 기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된 전기로 사용하겠다는 RE100은 애플, 구글, 3M 등 글로벌 기업 400여개가 참여하여 이 기업에 납품하는 각국의 수천개 기업들에게 재생에너지 사용을 강제하고 있다. 이러한 각국의 기후정책들은 탄소중립을 명분으로 자국 산업의 탈탄소 전환과 산업경쟁력 제고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글로벌 산업통상 질서와 연계되고 있는 것이다. 이 흐름에 뒤처지지 않고 우리 현실과 타국의 전략을 정확하게 진단하여 제대로 된 탈탄소 전환 정책 및 산업 통상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국가경제의 존망이 걸린 중대사다. 그러나 정부는 우리가 갈라파고스에 존재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국제적 추세와 동떨어진 정책을 펼치거나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재생에너지 생산 목표의 하향 조정과 원전 강화 정책이다. 지난 정부에서 2030년에 30.2%로 설정했던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21.6%로 하향 조정했다. 반면 원전 비중은 23.9%에서 32.8%로 높였다.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기업들의 RE100 대응이다. RE100은 비록 민간의 자발적 캠페인이지만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동참을 약속하고 실제로 부품과 소재를 조달하는 연관기업에도 RE100 준수를 요구하고 있는 엄연한 현실 기준이 되었다. 삼성, SK 등 우리의 핵심 기업들도 모두 참여하고 있다. 공급망 체계 안에 있는 국내 부품 및 소재 기업들도 이미 기준 준수를 요구받고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이들에게 재생에너지를 충분하게 공급하는 것이다. 원전도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이니 괜찮지 않느냐고 항변하고 싶겠지만 RE100에 원전을 포함하지 않는 것은 이미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어버렸다. RE100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서 이미 수출길이 막힌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위험성을 예견한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공급이 원활하고 여기에 더해 보조금까지 지원하는 미국 등으로 빠르게 이전하고 있는 현실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을 시행한 이후 1년간 외국 기업들의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 건수 중 한국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이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정부는 탄소중립의 실현과 기후위기 대응 관련 글로벌 산업통상 규제를 돌파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인 재생에너지의 획기적 증대를 위한 정책을 시급히 펴야 한다. 독일이 추진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증대를 위한 초강력 정책패키지인 '부활절 패키지'와 같이 국가가 총력으로 정책드라이브를 걸어가는 시도가 우리에게 절실하다. 서왕진

[김상호 칼럼] 4.10 이후 여야 ‘총선백서 발간’ 필요

4.10 총선을 앞두고 하남지역 후보 공천이 여야 모두 마무리됐습니다. 이제 여야가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습니다. 후보 공천 과정은 여야 모두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내부 잡음과 파열음이 터졌습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역 정당 당원은 물론이고 시민이 이맛살을 찌푸리기에 충분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당원과 지지자는 중앙당이 하남시 2곳 전략공천을 재고하고, 1곳이라도 지역 후보자를 포함한 전략경선을 열어달라고 요청했으나, 건의는 수용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중앙당 전략공천 기준이 일관성 있게 적용됐는지 냉정한 평가가 필요합니다. 그런데도 강병덕-오수봉 두 후보는 고뇌 속에 이를 수용했습니다. 선당후사를 기억하겠습니다. 하남 민주당 지역위원회가 당원 권리를 보장하는 지역 후보자 참여 경선을 1곳도 대변하지 못한 대목은 하남 민주당 지역위원회의 뼈아픈 과제로 남게 됐습니다. 국민의힘 역시 하남갑 지역에서 헌신한 당협위원장을 하남을 선거구로 옮겨, 특정인을 배려한 듯한 무늬만 경선을 도입했습니다. 이번 22대 총선 양당 지역공천과 지역정치를 보면서 공정하고 투명한 선출직 공천과 민주적인 지역위원회 운영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을 생각합니다. 첫째, 필요조건은 양당 모두 총선 이후, 하남시 공천 사례가 공정했는지, 지역 당원 권리를 존중했는지 재평가가 필요합니다. 2022년 대선 패배 후 민주당은 당내 갈등을 우려해 '대선백서'를 발행하지 못했다는 보도를 보았습니다. 이는 총선 관련 공천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한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대선 평가가 이뤄졌다면 공천 혁신 통합력이 높아졌을 것입니다. 향후 '총선백서'를 만들어 민주당 통합 기반을 만들고, 풀뿌리 지역 정치인을 품는 공천제도 혁신을 계속해야 합니다. 민주당 전략지역이던 용인(이언주 후보, 지역 후보 3인 경선)-화성(지역 후보 3인 경선)-안산(경선 방식 변경, 3인 경선)-의정부(영입인재 1호와 지역 후보 2인 경선) 등 4곳과 비교해 하남시 갑을 2곳을 모두 전략공천으로 결정하고, 6인 예비후보를 모두 배제한 점은 형평성에 분명 어긋납니다. 하남 국민의힘 역시 4년간 하남갑 출마를 희망했던 1등 예비후보를 다른 지역으로 배제한 경선과정을 성찰하기를 기대합니다. 둘째, 충분조건입니다. 이제 본선 후보들이 지역 정당을 민주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돌이켜보면 2020년 하남시 지방선거 시-도의원 공천은 여야 모두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공천에 대한 기준 없이, 자기 사람은 경선 없이 단수로, 시-·도의원 후보자들을 공천했습니다. 민주당은 현역 시-도의원들이 예비후보 경선기간에는 특정 후보를 공식적으로 지지하지 못하게 돼있습니다. 그러나 하남 국민의힘 시-도의원들은 모두 현 당협위원장 예비후보를 지지선언을 하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하남 정치문화 혁신을 위해, 민주적인 지역정당 운영, 시-도의원 선출 정책이 절실합니다. 일례로 이번 광주시 총선에 출마했던 박해광 예비후보(국민의힘)의 '민주적 공천 공약(안)'을 소개합니다. 박해광 예비후보는 “국회의원이 된다면 광주시을 지역에서 시-도의원 후보자격 심사 시 최소기준을 마련해 운영하겠다"며 그 최소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연간 100시간 이상 봉사활동 실적을 비롯해 △연간 100만원 이상 공익기부 실적(청년후보 감액 가능) △후보심사 신청일 이전 2년 이상 해당 지역 실거주 △책임당원 200명 이상 확보 및 1년 이상 유지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시-도의원이 되려고 하는 후보들 시선과 행동은 시민이 아니라 지역위원장 또는 국회의원에게만 맞춰져 있어, 바른 정치가 이뤄지지 못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그의 진단에 공감합니다. 양당 공천 결과에 대한 평가는 이제 국민 몫이 됐습니다. 총선을 통해 공천 혁신 성적표, 즉 당선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총선이 끝난 후 정치혁신과 자치분권시대를 위해 여야 모두 객관적인 총선 공천 평가와, 민주적인 지역 정당 운영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도입하고, 실천하기를 기대합니다. 김상호 전 하남시장 kkjoo0912@ekn.kr

[기자의 눈] “넷째가 아니고, 넷제로요”

최근 20대 후반의 지인과 얘기를 나누다 안타까운 경험을 했다. 그 지인은 기후변화에 관심이 많았다. 에너지 및 기후변화를 담당하는 본 기자로서는 아는체 좀 하며 대화를 할 수 있었다. 그러다 '넷제로'(net zero)가 나왔다. 지인에게 넷제로를 아냐고 물으니 “넷째요?"라고 되물었다. “아니. 넷제로. n.e.t.z.e.r.o요"라고 하자 “그게 뭐죠?"라며 생전 처음 듣는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기후변화 전문용어인 넷제로는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뜻으로, 우리말로는 '탄소중립'으로 해석해서 부른다. 넷제로는 2015년 12월 이후로 세상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단어 중 하나일 것이다. 당시 195개 당사국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기후변화 당사국총회에 모여 지구 평균 온도를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노력하자는 파리기후협약을 체결했다. 이어 2021년 9월 영국 글래스코에서 열린 총회에서는 대부분의 나라들이 넷제로를 선언했고, 우리나라도 2050년까지 국가 탄소배출량을 제로로 하는 2050 넷제로를 선언했다. 2050 넷제로는 국가 경제분야 최상위 정책이 됐기 때문에 기자들 중에 넷제로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본인도 지인이 당연히 넷제로를 알 것으로 생각하고 그냥 물었는데 뜻밖의 대답이 오자 약간 당혹스러웠다. 넷제로가 선언된지 2년 반이 됐는데, 아직도 일반인들은 잘 모른다. 가만 생각해보면 요즘 들어 넷제로, 탄소중립, 친환경이란 단어가 정책에서, 정치에서, 사회에서 전보다 덜 사용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비근한 예로 우리나라 정책 최고결정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경제방향을 설명하는 민생토론회를 19차까지 살펴봐도 넷제로, 탄소중립, 친환경이 주제가 된 적은 한번도 없으며 심지어 단어 조차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대통령이 넷제로를 언급하지 않으면 정책에도 없고, 정치에서도 빠지게 되며, 결국 미디어에도 나오지 않게 돼 일반인들은 넷제로가 넷째로로 밖에 들리지 않게 되는 것이다. 넷제로 시계는 째깍째깍 돌아가고, 청구서는 다가 오고 있다. 결제는 국민 몫이니, 최고 결정권자가 언급하지 않아도 우리는 넷제로를 알아야 한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EE칼럼] 쓰레기 전쟁, 경제논리로 풀어야

수년전부터 폐플라스틱·폐비닐 등 가연성 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시멘트, 자원순환, 열분해 업계가 엄청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과거 넘쳐나는 쓰레기를 해외로 수출했다가 반송되어 오고, 처리가 곤란해지자 소각 매립 등을 전문으로 하는 폐기물 업체의 주가가 하늘찌르듯 올라가던 때와 비교하면 정말 격세지감이다. 자원순환 혹은 폐기물 처리 자체가 서로 경쟁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이라, 환경 경제학자 입장에서는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해왔다. 폐기물에서 나프타 등을 추출하는 도시유전 사업이나 플라스틱 재활용 방식이 자원을 순환시킨다는 개념에서는 더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경제적 관점에서는 시멘트 소각장 운영에 필요한 유연탄 수입을 가연성 폐기물로 대체한다는 것도 수입대체효과 및 광의의 측면에서 볼 수 있는 자원순환이기 때문이다. 물론 열분해업, 물질재활용업, 소각업, 고형연료업, 시멘트, 석유화학업계가 폐기물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두고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누군가는 밀려나서 생존의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독자적인 사업성에 바탕을 두지 않은 정부지원 의존적 수익성은 사회 전체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고 제한된 자원은 가장 효율적인 순번으로, 즉 높은 사업성에 따라 줄지어 배분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쟁이 선의의 경쟁이 되기 위해선 광의의 경제학적 사업성이 엄격히 적용되고 있는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첫째, 먼저 규제의 공평성이 수반되어야 한다. 업계 간 동일한 규제를 받고 있지 않다면 현재의 폐기물 자원의 시멘트 업계 쏠림 현상은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 사실 사업성이 가장 좋은 시멘트 소성로 연료로의 사용은 일반 폐기물 소각업에 비해 훨씬 완화된 배출 허용기준 및 오염물질의 배출량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불공평하게 느슨한 규제가 시멘트 소성연료로서의 높은 사업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사업성 즉 사적인 이익에 따라 자원의 배분이 일차적으로 이뤄지지만, 공익을 위해선 경제학에서 늘 얘기하는 외부성(Externality)이 고려되어야 한다. 외부성이란 한 경제주체의 행위로 인해 제3자에게 의도하지 않은 경제적 이익이나 손해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가를 받거나 지불하지 않는 경우를 의미한다. 예컨데, 폐기물의 자원재활용을 통해서 자원의 고갈을 막고 환경을 보호하는 등의 사회적인 긍정적 효과가 발생하면 양의 외부성이 인정된다. 반면 폐기물을 소각함에 따라 대기오염물질이 발생하면 사회적인 부정적인 외부성이 발생한다. 따라서 단순히 사적인 이익을 감안한 사업성 만을 비교해 폐기물 자원의 배분이 이뤄져선 안된다. 외부성을 감안한 공평한 규제이 적용된 후에야 진정한 사업성 비교가 가능하다. 둘째, 기존의 재활용업계도 스스로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예컨데, 열분해 및 자원재활용업의 경우 생산 과정에서 많은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이 이뤄진다. 이를 배출권으로 인정받아 매매할 수 있으면 추가적인 수익이 발생한다. 물론 현 업계에서도 이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탄소배출권으로서 인정받아 본인의 소유로 가져오기 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발급되는 배출권의 소유권을 두고 합의가 안돼 발급 자체가 진행되지 않은 경우를 꼽을 수 있다. 특히 자원재활용을 통한 최종생산물의 납품처가 매우 제한돼 있는 경우가 많아 납품처에서 배출권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면 막상 온실가스를 저감하는 생산자 측에서는 탄소배출권으로 인증 받을 유인 자체가 사라진다. 이는 기업의 탄소배출 공시기준 중 가장 범위가 넓은 개념 (Scope 3)과 관련된 이슈로 협력업체와의 원자재 구매, 제품 판매 등 가치사슬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은 소유권이 모호할 수 밖에 없음을 감안해야 한다. 이는 정부가 개입해 공익적 차원에서 실제 온실가스 저감이 이뤄지도록 업계간 권리관계를 명확히 해줘야 한다. 유종민

[이슈&인사이트] 임종석의 백의종군을 둘러싼 미스터리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지난 11일 “모두가 아픔을 뒤로 하고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단결하자"라며, “이재명이 흔들리면 민주당은 무너진다. 이제부터는 친명(친이재명)도 비명(비이재명)도 없다"라고 자신의 SNS에 적었다. 이 발언으로 듣는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임 전 실장이 공천에서 컷오프됐을 때만 하더라도, 그의 탈당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그는 돌연 당의 잔류를 선택했다. 여기서 '돌연'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그의 잔류 결정이 급박하게 이루어진 것 같기 때문이다. 새로운미래 측의 이석현 전 국회 부의장이 BBS 라디오에서 “(잔류 선택 전날)저녁 7시에 이낙연 대표가 임종석 실장에게 전화했을 때도 (민주당) 탈당을 약속했다"며 “밤사이에 (결정이) 바뀌었다"라고 말한 것을 보면, 얼마나 급박하게 잔류를 결정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그는 왜 갑자기 태도를 바꿨으며, 현재와 같은 “이 대표 중심의 단합"을 주장하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이를 둘러싸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당에 남은 이유가 '때'를 기다리기 위함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과연 그 '때'가 올지 모르겠다는데 문제가 있다. 또 '때'가 온다고 하더라도, 그런 기회를 잘 활용할 수 있는가 하는 점도 의문이다. 현재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들이 나올 정도로 친명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는데, 이는 민주당이 '친명 세상'이 됐음을 의미한다. 이렇듯 총선 이후 친명들이 당을 더욱 확실히 장악하게 되면 '때'는 영영 안 올 수 있다. 친명 중심이라는 당내 역학 구도에서 보면 이재명 대표 주도로 선거를 치르고, 설사 그 결과가 민주당의 패배라고 가정하더라도 이재명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적극적으로 제기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8월 전당대회를 노리기도 힘들다. 전당대회에 이재명 대표가 출마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친명 일색의 민주당에서 누가 대표가 되든 이재명 대표의 영향력을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재명의 민주당'이 확고해지면 '때'도 안 올뿐더러 임 전 실장을 비롯한 비명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과연 이를 임 전 실장이 모르는지 궁금하다. 뿐만 아니라 지금 임 전 실장이 백의종군한다고 '찐명'이 될지도 의문이다. 물론 임 전 실장은 과거 친문이 아니었다가 친문 핵심이 됐다는 경험을 가지고 있다. 임 전 실장은 문재인 정권 초대 비서실장을 지냈지만, 그가 초대 비서실장에 임명됐을 당시를 회상하면 당시에는 친문이 아닌 그룹에서 비서실장을 발탁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칭찬하는 기사가 많았다. 그런데 요새는 그를 친문의 핵심이라고 평가한다. 중간에 친문의 핵심 인사가 된 것이다. 이번에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친명 그룹의 폐쇄성 여부다. 만일 폐쇄성이 강한 그룹이라면 임 전 실장은 절대 '찐명'이 될 수 없다. '찐명'이 될 수 있다면 임 전 실장은 차기 대선에서 모종의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에도 문제는 있다. 이재명 대표는 임 전 실장을 친문 쪽의 잠재적 대권 주자로 생각할 가능성이 큰데 과연 그런 그를 대선까지 당내에서 역할을 하도록 '방관'할 것인가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다른 편에서는 그가 잔류를 결심하기 전에 광주를 찾아 광주 시민들의 민심을 들었는데, 탈당해서 광주에 출마할 경우 당선 확률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가설'에도 쉽게 동의할 수 없다. NBS의 3월 2주 차 자체 정례 여론조사(엠브레인퍼블릭ㆍ케이스탯리서치ㆍ코리아리서치ㆍ한국리서치가 3월 4일부터 6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15.8%,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나타난 호남 민심은 민주당에 결코 호의적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해당 조사에서는 민주당의 호남 지역 지지율은 49%였다. 반대로 대구·경북 지역에서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60%를 넘겼다. 일반적으로 어떤 지역이 특정 정당의 아성이라고 할 때 그 지역에서 지지율 60%는 넘겨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대구·경북 지역은 국민의힘 아성이라고 할 수 있지만 호남을 민주당의 아성 혹은 지역 기반이라고 말하기는 힘들게 됐다. 이런 호남의 정치 지형 변화는 제3세력이 호남에 진출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호남 출마 요청을 한 새로운미래를 뿌리치고 민주당 잔류를 선택했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힘들다. 물론 새로운미래를 선택하는 것이 모험일 수 있다. 하지만 잔류 역시 모험이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어떤 선택을 하든 모험이 될 수밖에 없다. 그의 언급 그대로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해서 백의종군한다"는 것이 잔류 이유의 전부일까? 정말 궁금하다. 신율

[기자의 눈] 주인 바뀐 남양유업, 오너家 ‘유종의 미’ 보여야

'60년 오너 경영'과 결별한 남양유업이 환골탈태의 진통을 겪고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와 오너인 홍원식 회장 일가 간 2년반여 동안의 소송전 끝에 오너 일가의 패소로 마무리되고 새 주인으로 한앤코를 맞이한 이후 모습이다. 최대주주가 된 한앤코는 그동안 남양유업에 낙인처럼 찍혀있던 부정적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경영진 교체에 착수했으나 아직 뛰어넘어야 할 '허들(장애물)'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지난 1월 대법원 판결 뒤에도 홍 회장이 '경영권 이전'을 놓고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한앤코 입장에선 속이 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대법원 패소 이후 홍 회장의 마지막 보루는 정기 주주총회다. 이달로 예정된 남양유업 정기주총의 주주명부 폐쇄 기준이 지난해 12월 31일인 탓에 올해 1월 최대주주에 오른 한앤코가 직접적인 '권리 행사'로부터 차단돼 있는 제도상 허점을 노린 것이다. 따라서 주주명부 폐쇄일 기준 '52.63% 지분'을 보유한 홍 회장 일가에 주총 안건 통과 여부가 달린 것이다. 한앤코가 정기주총에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선 홍 회장 일가의 위임을 받아야 하는 '이율배반적 시추에이션'에 처한 셈이다. 홍 회장은 한앤코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고문 선임과 함께 차량·사무실 제공 등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1년 주식매매계약 체결 당시 주주간 협약 과정에서 요구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오너 리스크 해소'가 환골탈태의 우선과제인 한앤코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오는 29일 정기주총을 앞두고 한앤코는 지난달 이사 선임 건 등 임시주총 소집 요청 가처분, 해당 안건을 정기주총 안건으로 올리는 가처분을 잇달아 제출하며 홍 회장 일가에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법원의 임시주총 개최 심문 기일이 이달 27일로 잡혀 법원 허가가 나와도 4월에야 열 수 있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은 홍 회장의 선친이자 남양유업 창업주인 고(故) 홍두영 전 명예회장부터 시작해 가족경영 기업이다. 따라서, 창업 패밀리로선 경영 퇴진에 아쉬움이 남는 건 당연하다. 대법원 최종 패소 이후에도 홍 회장이 회사에 출근한다는 후문이 도는 점만 봐도 여전히 강한 미련이 남아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회사 안팎으로 홍 회장 일가를 바라보는 눈길을 우호적이지 않다. 그동안 '대리점 갑질사건', '불가리스 사태' 등 반기업 정서를 초래하며 한때 불매운동으로 비화될 정도로 남양유업은 실적과 고객신뢰 모두 잃었다. 한때 눈물의 기자회견과 함께 사퇴 발표로 회사 살리기의 희생정신을 보이는 듯 했지만 이마저도 번복했다. 오죽하면 “남양이 남양했다"는 비아냥거림이 나올 정도였다. 60년 가업승계의 명패를 상실하는 건 아쉬운 일이지만, 법원 판결로 남양유업 오너 일가의 선택지는 '명예로운 퇴장'이라는 여론이 높다. 진정 선대 오너의 창업정신을 존중하고 최소한의 책임감을 보여주려면 바뀐 대주주에 협력해 남양유업의 지속경영을 응원하는 것이 오너가의 진정한 모습이 아닐까 싶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이슈&인사이트] 시진핑 권력집중 강화한 중국 양회

중국의 국정 운영방침을 정하는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올해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지난 4일 시작돼 11일 막을 내렸다. 리창 국무원 총리는 지난 5일 전인대 정부 업무보고에서 올해 경제성장률(GDP) 목표를 5% 안팎으로 제시했다. 국방예산을 지난해 대비 7.2% 늘렸는데, 3년간 연속 7% 이상의 증가율(2022년 7.1%, 2023년 7.2%)을 기록하게 됐다. 리창 총리는 지난해 5.2% 경제성장률을 달성해 목표(5%)를 초과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부동산, 지방채무, 중소금융기관 등의 리스크가 나타났다"고 언급하여 중국 경제의 문제점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번 양회에서 '새로운 질적 생산력'(新質生産力)이 부각되고 중국 언론들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이 표현이 등장한 것은 지난해 9월 시진핑 주석이 헤이룽장성을 방문했을 때 “과학기술의 새로운 자원을 결합하고 전략적 신흥산업과 미래산업을 선도하여 '새로운 질적 생산력'을 형성하자"고 제시하면서다. 과거 '고품질발전'과 유사하지만, '생산력'이라는 마르크스주의 개념을 차용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인공지능(AI), 우주 분야 등에서 펼쳐질 미국과의 경쟁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이자 '과학기술자강'을 강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올해 정부 업무보고에서는 과거에 있었던 한중관계, 중일관계 등에 대한 언급이 없었는바, 주변국 외교보다는 미중관계, 글로벌 사우스와의 관계에 집중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다만, 왕이 외교부장 기자회견에서 한반도와 관련해 언급했였는바 “세계가 충분히 혼란스러운 가운데 한반도에 다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한반도 문제를 이용해 냉전적 대결로 역행하려는 이는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하면서,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한반도 문제 해결책으로 '쌍궤병진'(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병행 추진하는 것)과 '단계적 동시 조치'(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면 미국과 유엔이 대북 제재를 점진적으로 완화하는 것) 원칙을 언급했다. 한편, 이번 양회에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이 겸직해온 외교부장자리에 류젠차오 당 대외연락부장이 임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별도의 인선 발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아마 추후 개최될 제20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 회의(3중 전회)에서 인선 방침이 정해 진 후 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외교부장 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양회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1991년 당시 리펑 총리에 의해 시작되고 주룽지 총리를 거치면서 정례화돼 지난 30여 년간 이어져 온 총리의 폐막식 내외신 기자회견이 폐지된 것이다. 전인대 폐막식 총리 기자회견은 취재가 제한된 나라인 중국의 권력서열 2위인 총리로부터 경제운용 방향과 목표, 주요 쟁점 등을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로 '양회의 꽃'이라고 일컬어졌는데, 폐지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과거에는 총리가 경제문제를 관장했으나 시진핑 주석이 지도자가 된 후 경제문제까지 장악하며 총리의 위상이 약화되었고, 더군다나 리창 총리는 시 주석 비서 출신이라 존재감이 크게 떨어져 시 주석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두 번째는 중국 공산당 3중전회가 개최되지 않아 새로운 정책방향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기 곤란함을 고려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총리 기자회견장에서 중국 경제나 인권문제 등 민감하고 부정적인 질문이 쏟아지는 상황을 사전에 막기 위한 의도가 작용했을 것이다. 일례로 2020년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당시 리커창 총리가 “중국인 6억 명의 월수입이 1000위안(약 18만5000원)밖에 안 된다. 1000위안으로는 중간 규모 도시에서 집세를 내기조차 어렵다"는 '소신 발언'을 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 중국이 '전면적인 샤오캉사회'(小康 : 모든 국민이 풍족하고 편안한 생활을 누리는 사회)를 달성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리커창 총리 발언으로 인해 인민들의 실제 생활상이 드러나 중국 지도부가 더 놀랐을 것이다. 국가주석 연임 제한을 철폐한 헌법 개정이 이루어진 지 5년이 된 시점에서 개최된 올해 양회에서 중앙정부에 대한 중국공산당의 지도를 법적으로 명문화한 '국무원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시진핑 주석에 대한 권력집중을 한층 강화시켰다. 덩샤오핑 시기인 1982년 개헌과 함께 개정·도입된 국무원조직법은 '총리 책임제'를 명시하는 등 당·정 분리 원칙을 담고 있었다. '국무원조직법 개정안' 통과는 당 중앙집중영도, 당·정 일체의 시진핑 주석 1인 체제를 법률로 명시한 조치로, 총리의 전인대 기자회견 폐지와 오버랩되면서 절대 권력을 가진 시진핑 체제가 확실히 구축되었음을 대내외에 각인시킨 셈이 되었다. 이강국

[EE칼럼] 기후변화와 국가 에너지자원 그리고 개인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기후변화는 모든 국가의 행위의 결과다. 그러나 각국의 산업구조와 경제 발전 단계에 따라 기후변화의 주원인인 이산화탄소 방출량이 다르다. 에너지원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주로 인구수가 많고 경제 규모가 큰 국가들의 에너지원 구성과 탄소중립 정책 동향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안에서 한국의 역할과 방향을 잘 설정하고 실현 가능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국의 다양한 에너지원 구성은 그 나라의 에너지자원 부존 현황과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에너지원의 공급망도 지리적, 외교적 상황에 따라 다양한 구조를 갖고 있다. 탄소중립을 외치는 지금도 화석연료가 전세계 1차 에너지원의 80%를 담당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많은 국가들이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삼는 2050년이 돼도 화석연료의 비율은 60% 이상을 유지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화석연료 중에 단위 에너지 생산에 상대적으로 이산화탄소 발생이 많은 석탄을 제외하면 석유와 가스는 2050년이 돼도 지금의 소비량이 소폭 감소 또는 유지되고, 천연가스는 소비량이 증가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이는 기후변화 대응과정에 국제협력이 필수적인데 각국의 경제가 달려 있는 탄소중립 정책의 실현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탄소중립 목표 달성은 오롯이 탄소중립 정책의 추진 속도와 규모에 달려 있다. 전 세계 지역별 에너지원의 구성을 살펴보면 유럽과 북남미 등은 수력을 포함한 신재생 비율이 20~35% 내외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고 러시아와 중동 등 산유국은 석유가스가 75~95%, 아시아 태평양지역은 석탄이 50%를 차지한다. 이처럼 지역별로 경제적으로 가용 에너지원이 다양하다.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북남미와 유럽은 2.5~4.2 TOE (오일 환산 톤), 러시아와 중동은 1.7 TOE 미만, 아프리카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1.4 TOE 이하다. 문제는 인구가 많은 아프리카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이다. 세계 인구 75억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이 지역의 에너지 소비량이 선진국에 비해서 현저히 낮다는 것이고 이중 30억 인구의 중국과 인도의 미래 에너지원과 소비량 예측이 무엇보다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의 에너지소비와 에너지원 구성, 산업 발전 속도에 따라 세계 에너지원 공급망이 좌우 될 것이 불 보듯 분명하다. 이들이 선진국수준으로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면 에너지 공급량은 급증할 수 밖에 없다. 이들의 에너지원 구성이 세계 이산화탄소 방출량과 직결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만 열심히 잘한다고 탄소중립이 달성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이산화탄소 방출량의 30%는 중국, 15%는 미국, 8%는 인도가 차지하고 있고 한국은 2% 미만이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많은 국가들이 겉으로 2050 탄소중립을 외치지만 정작 탄소 배출량이 많은 중국과 인도는 각각 2060년, 2070년에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한다. 40~50년 이후를 말하고 있다. 5년 이후도 모르는 데 30년 후의 탄소중립은 불확실성이 클 수밖에 없다. 만약에 탄소중립과정에서 국제협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2090년이 지나서야 탄소중립이 달성될 거라는 얘기도 나온다. 결국,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생존과 발전을 고려하면 현실적인 측면에서 화석연료의 사용은 수십년 간 지속될 것이며 그중에서도 석유와 가스는 연료 및 원료로서의 역할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석유가스산업이 자체적인 탄소중립이 가능한 이산화탄소 저장소 역할과 수소를 생산하는 원료로서의 역할 변화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심부 유가스전에서 나오는 생산 유체로부터 지열과 리튬을 회수하는 기술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사회 구성원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아무나 할 수는 없는 분야, 시간과 자본, 기술 축적이 필요한 분야, 인프라가 필요한 분야, 선제적 대응과 준비가 필요한 분야. 이것이 바로 에너지자원 공급망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멀리 보고 미리 준비하여 꾸준히 실행해야 한다. 신현돈

[기자의 눈] 24년 정기주총,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는 원년이 되었으면

자사주 소각이 모두 주주환원일까?. 경우에 따라 다르다. 일정 목적에 따라 취득 시, 법령에서 강제로 소각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물론 처벌 규정이 없는 반쪽짜리 규정이다. 하지만 강제로 소각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럼 CB콜옵션을 포기한 것이 주주환원일까?. 경우에 따라 다르다. 배임을 피하기 위한 차원일 수 있다. 대주주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지배력이 현저하게 떨어지지 않는다면 회사가 대주주에게 콜옵션 행사권을 넘긴다면 이 의사결정을 내린 이들은 배임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가지 사례는 한 국내 유수의 기업이 최근에 발표한 사례다. 모두 '주주환원'이라는 이유로 좋은 평가를 들었다. 하지만 특정 목적으로 보유하는 자사주 소각은 처벌이 없는 상법 규정을 위반한 것이고, CB콜옵션의 경우는 배임 우려를 피하기 위함도 있다. 그럼에도 주주환원이라는 이유로 좋은 평가를 듣는 것은 국내 자본시장 환경과 상법은 소액주주보다는 대자본과 역사의 편에 가까운 '기울어진 운동장'이기 때문이다. 만약 자사주 소각 관련 처벌 규정을 강화하고, CB콜옵션의 타인 부여 및 매매를 금지한다면 어떻게 될까?. 양 사례는 주주환원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 된다. 이달 본격적으로 정기주총이 다가왔다. 올해는 여느 해보다 소액주주의 목소리가 거셀 전망이다. 소액주주 연대 플랫폼 '액트'를 통해 주주들이 연대를 맺기 수월해 졌고, 많은 상장사 오너들의 정서는 'K-디스카운트'를 여전히 야기시키고 있다. 주주들은 연대를 맺어 방만한 상장사에 일관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주주연대의 대표 간 편차는 있지만, 대부분 합리적인 요구를 한다.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한정된 자원의 나누는 과정에서 경쟁을 한다. 상장사 최대주주는 한정된 자원을 많이 나눠갖는 자이다. 그런데 운동장 역시 최대주주에 유리하다. CB콜옵션 포기나 자사주 소각 등이 최대주주의 주주환원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는 게 작금의 상황이다. 개인적으로 올해 주주총회에서 주주 연대의 주주제안이 최대한 많이 통과돼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 '신호탄'이 됐으면 한다. 그래야 단군 이래 가장 많은 교육을 받은 이들이 소시민인 나라가 대한민국임을 정치권, 더 나아가 국민들이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다. 박기범 기자 partner@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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