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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건설현장 공사비 갈등, 기준마련 시급

최근들어 원자재값 상승과 고금리 등 고물가 영향으로 건설현장은 공사비 갈등으로 인한 공사중단 사태가 줄을 잇고 있다.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현장은 물론이고, 공공발주 사업 현장에서도 현실과 맞지 않는 공사계약이라는 점을 주장하며,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시공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재건축· 재개발 조합의 경우 공사도급계약서에 착공 이후 물가변동으로 인한 공사비 증액을 방지하는 조항을 삽입하여 공사비 증액을 막고 있으며, 공공발주 사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의 조항을 반영해 공사비 증액을 방지한다. 그러나 실제 공사비 갈등은 입찰에 의해 시공사를 선정한 후 관리처분인가 등을 받기위해 공사도급계약 본계약을 체결할 때 발생한다. 서울시를 제외한 지역은 조합설립인가 후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었고, 서울시의 경우도 지난해 7월1일부터는 조합설립인가 후 시공자를 선정하고 있다. 조합이 시공자를 선정했다고 해서 바로 공사에 착공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후 명도 및 철거가 이루어져야 공사에 착공하는 것이기에 시공사와의 공사도급계약 본계약은 관리처분인가 전에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 통상 조합설립인가 후 관리처분인가를 받기까지 최소 3~4년이 걸리기 때문에 시공사가 입찰참여때 제출한 공사대금이 물가에 맞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이고, 시공사는 입찰참여시 공사대금보다 증액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조합의 입장에서는 공사비가 증액되면,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늘어나고 사업성이 떨어지게 되므로 공사비 증액에 반대하게 되고, 시공사 입장에서는 현실에 맞지 않는 공사비로 계약을 하게 되면 손해를 보게되는 상황이므로 공사비의 증액을 반드시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건축원가 상승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3.3㎡당 공사비 단가가 1000만원을 넘는 경우가 크게 늘었고 심지어 1300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2022년 주거환경연구원이 전국 정비사업장 52곳과 리모델링 사업장 5곳의 3.3㎡당 평균 공사비를 조사한 결과 606만5000원인 점을 고려할 때 1.6배 가량 올랐다. 이처럼 조합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공사비가 증액되고 있는 현실에서 조합은 시공사로부터 지급받은 입찰보증금으로 조합업무를 진행하고 있고,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하고자 하더라도 입찰보증금의 반환, 기존 시공사와의 법률분쟁, 새로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절차 진행을 위해 사업이 지연된다는 점을 고려하여 무리한 공사비를 제시하더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수용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제29조 2항에서는 재건축· 재개발 사업에 있어서 시공자와 계약체결 후 일정한 요건에 따라 공사비 검증을 요청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 검증결과에 따라 공사비가 조정되거나 이를 강제하는 조항은 별도로 두고 있지 않아 실효적으로 조합원들이 공사비를 감액할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공사비 검증제도가 시행된 2019년 2건, 2020년 13건, 2021년 22건, 2022년 32건으로 공사비 검증을 신청하는 사업장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실제 재조정된 사례는 드물다. 그리고 공사비 검증의 범위도 직접공사비에 제한돼 시공사가 간접공사비 명목으로 증액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검증조차 어려운 현실이다. 조합 입장에서는 증액하는 것으로 합의한 이상 소송을 통하더라도 계약 자체가 취소 또는 무효가 되지 않는 한 약정한 금액을 임의로 감액할 수는 없어 별다른 구제수단이 없는 현실이다. 재건축· 재개발 사업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PF 대출에 따른 이자 부담, 조합원과 일반분양자들의 입주문제, 중도금 대출의 상환 기간 문제, 분양 시기의 문제 등을 이유로 조합이 불리해 지고, 시공사의 의도대로 공사비가 무분별하게 증액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해 합리적으로 검증된 공사비로 조정 또는 합의할 수 있도록 강제하는 수단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시공사들은 공사 중단을 무기로 공사비 증액을 지속적으로 시도할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한테로 돌아갈 것이다. 건설경기 악화로 인해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시공사와 사업수익성 악화에 따른 과도한 분담금을 부담해야 하는 조합원들 사이의 이해관계를 적절히 조율해 줄 수 있는 합리적인 조정방안이 하루빨리 제시되기를 바란다. 박지훈

[EE칼럼] 에너지 시장 새 바람 일으키는 해상풍력

바람은 태양 복사 에너지, 지구의 자전, 산과 들, 바다 등의 불규칙한 지표면 등 여러가지 요인들 때문에 발생한다. 기원전 3천년경 고대 이집트에서는 노 젓는 수고를 덜기 위해 배에 돛대를 세워 바람을 동력으로 이용하였다. 육지에서 바람을 동력으로 사용한 풍차의 역사는 천 년 이상 거슬러 올라간다. 밭에 물을 대고 곡물을 빻고 물을 퍼 올리는 용도로 풍차를 이용하면서 고되고 시간이 많이 드는 노동이 크게 줄었다. 15세기에서 17세기까지의 대항해시대는 기술사적으로 범선 시대라고 할 수 있다. 한강 유람선 크기의 범선이 바람에만 의존해 세계의 바다를 누볐다. 당시 범선 항해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무풍지대였다. 적도와 북위 및 남위 30도 지점은 무풍지대가 존재하는 지역이다. 무풍지대로 인해 범선의 항해 경로는 매우 길었다. 유럽에서 북미로 향할 때는 서아프리카까지 내려가서 편동풍인 무역풍을 이용했고, 유럽으로 돌아올 때는 보스턴까지 올라간 다음 편서풍을 탔다. 바람으로 전기를 만드는 풍차는 미국의 찰스 브러시가 최초로 개발했다. 옥외 조명용인 브러시 등은 에디슨 전구의 강력한 경쟁 상대였다. 1880년에 약 6천 개의 브러시 등이 미국 곳곳을 밝혔다. 브러시 등으로 브러시는 부자가 되었고, 클리블랜드에 있던 그의 집은 석유왕 록펠러 등의 거부들이 모여 살던 거리에 있었다. 1887년에 찰스 브러시는 자신의 집 뒷마당에 18미터 높이의 풍차를 세워 지하실에 있는 발전기와 배터리에 연결하여 자신의 저택에 불을 밝혔다. 바람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음을 보여준 성과였다. 현대적 풍력 터빈의 본격적 개발은 덴마크에서 이루어졌다. 덴마크의 양자 물리학자로 1922년에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닐스 보어가 후원하여 설립한 리소국립연구소에서 풍력에 대한 연구를 주도했다. 보어는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나치 치하의 덴마크에서 미국으로 탈출해 오펜하이머의 스승으로서 원자폭탄 개발을 위해 여러가지 조언을 하는 인물로 나온다. 보어는 전쟁이 끝나고 코펜하겐으로 돌아와 원자력의 평화적 활용을 위해 연구소 설립을 주도했다. 여기서 개발한 덴마크 산 터빈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설치되었다. 1980년대 중반에 전 세계 풍력 개발의 90%가 캘리포니아에서 이루어졌다. 1987년에 캘리포니아에 설치한 새 터빈 중 90%는 덴마크제였다. 덴마크는 1991년 세계 최초로 해상풍력발전 단지도 개발했다. 국영 에너지기업인 오스테드가 덴마크 남부 롤랑드 섬의 얕은 바다에 11기의 해상풍력 터빈을 설치했다. 바다에 터빈을 설치하면 더 강한 바람을 더 자주 맞을 수 있다. 산이나 건물 같은, 바람의 흐름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없기 때문이다. 해상풍력 터빈은 육로로 수송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크기를 훨씬 더 키울 수도 있다. 육지에서는 3~4MW급을 설치하지만, 바다에서는 용량이 두 배가 넘는 8~12MW급까지 세우고 있다. 파리협정 제2조 1항은 각국의 모든 재원 흐름을 저탄소 발전에 부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앞으로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기본 원칙으로 작용한다.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 이후 원자재 가격과 물가 상승, 높은 이자율 등으로 인해 해상풍력 산업이 어려움을 겪었으나, 미국 IRA의 세액공제 규정 완화, 유럽의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의 영향으로 중단되거나 지연된 사업들이 재개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고, 바람의 질도 좋은 편이다. 해상풍력을 야심차게 설치하고 있는 대만이 공급망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과는 달리, 타워, 하부구조물, 해저케이블, 해양플랜트 시공 경험과 같은 산업도 잘 발달되어 있다. 우리나라에 진출한 해외 개발사들이 한결같이 꼽는 장점이다. 현재 상업용 해상풍력이 124.5MW에 불과하지만, 이보다 185배나 많은 약 27GW가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상황이다. 해상풍력발전 단지의 운영 시에는 석탄, 가스 등의 타 전력생산 부문에는 필요한 연료비가 들지 않아 영업잉여 등의 부가가치가 크다. 부가가치는 국민소득계정의 국내총생산(GDP) 개념과 일치하므로 해상풍력 운영 부문과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의 확대는 우리나라 GDP를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 터빈이나 전력변환장치 등에 대한 기술개발을 통해 국산화율을 높여간다면 해상풍력 설치 시의 경제적 효과도 더욱 커질 수 있다. 바람을 동력으로 이용한다는 점에서 현대 사회의 해상풍력은 대항해시대의 범선과 같다. 다른 점은 대항해시대의 범선이 식민지 수탈을 목적으로 세계를 누볐다면, 해상풍력은 자연이 주는 에너지를 기후변화 완화라는 인류 전체의 복리증진을 위해 평화롭게 사용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해상풍력이 탄소중립 시대의 주역이 되기를 희망한다. 박성우

[김상호 칼럼] 막가파 공약 양산, 유권자 책임

이번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더불민주당 하남시 갑-을 지역 본선 진출 후보들이 결정됐습니다. 시민 선택을 받기 위해 후보자들이 내놓는 '공적 약속', 즉 '공약'도 관심거리로 떠올랐습니다. 모든 공약은 기록으로 남게 되며, 선출된 순간부터 반드시 실천할 의무가 생깁니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제가 하남시장 후보로서 내건 공약 역시 다시금 성찰해 봅니다. 저는 당시 '현실적으로 지킬 수 있는 약속'만 공약하자고 선거캠프에 주문했습니다. 특히 미사-위례-감일-원도심 주민대표단 간담회에서, 저는 지킬 수 없는 공약은 가능한 확답을 지양하고, 최대한 시민 입장에서 해법을 모색하고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이런 제 입장에 대해 커뮤니티 까페 등 온라인상에선 “김상호는 안하거나 못 한다"는 비판도 있었고, “당선되려면 못해도 일단 한다고 해야 한다“며 안타까워하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당시 현행법과 하남 상황 등 다양한 정보를 가진 현직 시장인 제 입장에서, 단지 오로지 표만을 얻기 위해 불가능한 내용을 된다고 공약할 수는 결코 없었습니다. 이는 하남시민은 물론 지역정치, 시민사회, 미래세대에 부끄럽지 않으려는 한 정치인의 단말마와 다름없습니다. 반면 당시 상대 후보는 명함과 현수막, 심지어 선거공보에까지 △미사 수석대교 재검토 △미사 신설중(가칭 한홀중) 2025년 개교 △미사 9호선 2023년 착공 △원도심 3호선 '신덕풍역' 현대아파트 앞 신설 △위례신사선 본선과 하남 연장선 동시 착공 등을 공약으로 과감하게(?) 내걸었습니다. 그런데 지방선거 이후 2년이 다가오는 지금, 이런 공약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는 상황입니다. 덕풍역은 신덕풍역 신설이 아니라 역사 위치 조정으로, 위례신사선 하남 연장선은 지역갈등 속에 놓여있고, 더 중요한 자체 본선 연결도 기재부와 서울시의 건설비 갈등으로 지역 핵심현안으로 부각됐습니다. 수석대교 재검토는 '관제 동원 데모' 논란 속에 흐지부지되고 말았습니다. 지하철 9호선 연장도 이제야 비로소 지역 주민설명회가 시작됐습니다. 미국 링컨 대통령은 “모든 사람을 잠시 속일 수 있고, 일부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 있으나, 모든 사람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You can fool all the people some of the time and some of the people all the time, but you can not fool all the people all the time)"고 설파했습니다. 총선이 눈앞에 다가온 지금, 뇌리를 관통해 가슴에 울려 퍼지는 명언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구나 정치적 올바름을 단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총선 후보들에게 던져주는 시사점이 남다릅니다. 하남시민 여러분, 하남 유권자 여러분! 하남 미래 발전과 하남정치 혁신을 원한다면 후보들에게 무조건적인 막무가내 약속을 강요하지 말아주십시오. 정치인 약속이 희망고문이 아니라 정확하고, 세밀한 하남의 역점사업으로 추진되도록 첫걸음부터 시민과 함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막가파 요구는 '아니면 말고 식' 공약을 양산하는 토양입니다. 하남시에도 요청합니다. 정당을 떠나, 출마 후보들 공약은 대체로 숙원사업과 민원에서 출발합니다. 어떤 사안은 앞뒤를 따지기도 전에 약속으로 이어집니다. 다양한 공약이 어느 정도 현실 가능한지, 사전에 점검할 수 있도록 진영을 따지지 말고, 먼저 나서서 사실을 확인해주기 바랍니다. 후보들이 표를 얻기 위한 '가짜 공약'을 지양하고, 진짜 할 수 있는 일들에 전념하기 위해서라도 후보시절에, 공약을 만드는 단계에서 여러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진 하남시에서 협조해야 합니다. 선거공보에 실리는 공약은 국민혈세인 세금, 하남시정 우선순위와 행정력 투입, 도시의 지속가능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후보들에게도 요청합니다. 시민불편에 공감하고, 하남 미래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공약으로 정치 신뢰를 높여주시기 바랍니다. 오는 4월 총선에선 우리 하남시민 삶의 질을 향상하고, 하남의 구체적인 미래를 제시하는 진정한 일꾼을 뽑는 선거가 되길 바랍니다. 모든 후보님이 지킬 수 있는 진실한 약속의 힘이 공약으로 발휘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김상호 전 하남시장 kkjoo0912@ekn.kr

[기자의 눈] ‘과도한 경쟁’이 은행 사고 부추긴다

'투자자 손실 위험 확대기에 오히려 과도한 영업목표를 설정하고 성과지표를 부적정하게 설계해 전사적 판매를 독려했다.' 금융권에 터진 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현장 검사 후 지난 11일 발표한 내용이다. 글로벌 지수 변동성이 커지는 등 불확실성이 고조되던 시기였음에도 은행이 과도하게 영업목표를 설정하는 등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지속했다는 것이다. 공격적인 영업을 지속하며 은행은 투자상품 판매시 지켜야 하는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등을 위반했고 결국 불완전판매를 했다고 금감원은 판단했다. 사실상 과도한 경쟁이 불완전판매를 부추겼고 지금의 홍콩 H지수 ELS 대규모 손실 사태로 이어졌다는 것이 금감원이 내린 결론이다. 앞서 2019년 은행에서 발생한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 손실 사태 때도 은행의 영업행위에 따른 불완전판매가 드러났다. 이후 금감원은 손실 금액의 최대 80%를 투자자들에게 배상해주라는 조정안을 내놓았다. 또 금융권에서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시행하고 직원의 성과평가지표(KPI)를 고치는 등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했으나 은행의 과도한 영업행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 이번 사태를 통해 다시금 확인됐다. 은행의 과도한 경쟁은 투자상품 판매에서만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최근 드러난 NH농협은행과 KB국민은행의 '과다 대출'과 관련한 배임 사고 또한 직원의 개인 일탈 이상의 과도한 경쟁에서 기인했을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자세한 내용은 조사를 해봐야 하지만, 과다 대출의 경우 직원들이 자신의 KPI를 높이기 위해 종종 발생하는 사고란 것이 은행권 관계자 설명이다. 특히 영업점에서 전결을 가진 개인사업자 대출의 경우 직원들이 실적을 높이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발생하고, 은행이 자체 검사를 통해 이를 적발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은행도 영업을 통해 돈을 벌고 직원들이 성과를 내야 하는 기업인 만큼 '경쟁'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성과에 매몰돼 정도가 지나치게 되고, 지켜야 하는 것이 무너지면 고객은 물론 은행의 직접적인 피해로 돌아가고 신뢰도 한순간에 무너진다. 은행은 고객들에게 단순한 기업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당장의 실적을 높이고 성과를 내는 것보다 중요한, 은행이 스스로 지켜야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잊지 말아야 은행 사고를 줄일 수 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EE칼럼]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 해법은 ‘수소’

수소경제의 개념은 수소를 저장, 이용, 전환해 주력 에너지로 사용하는 경제 시스템을 말한다. 지난 문재인 정부의 수소 정책은 수소승용차, 발전용 연료전지 등 일부 활용 분야로 국한되어 생산, 저장, 운송 분야 등의 산업 경쟁력이 선진국과 격차가 있었다. 화석연료 기반의 그레이수소 생태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미흡했다. 그레이수소는 LNG를 개질한 추출수소, 석유화학. 철강 공정에서 발생한 부생수소를 말한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11월 첫 수소경제위원회를 개최하고 청정수소 공급망 구축 및 세계 1등 수소산업 육성이라는 국정 과제를 제시했다. 또 이를 달성하기 위해 수소경제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정부의 수소 정책 방향은 3가지 성장 전략으로 규모와 범위의 성장, 인프라 및 제도의 성장, 산업·기술의 성장이다. 우리나라 대표 발전공기업인 한국남동발전의 사례를 보면 현재 석탄 85%를 신재생과 수소 100% 무탄소로 전환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남동발전의 지난해 전원 믹스는 총 용량 9.3GW 중 석탄 84.8%, LNG 9.9%, 신재생 5.3%이다. 이를 2050년까지 총용량 20.5GW 중 수소 46%,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 51%, 분산(수소) 3%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수소 정책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부분이 인프라 및 제도이다. 정부는 청정수소. 활용 촉진을 위해 유통 인프라와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 세계 최대 수준의 액화수소 플랜트를 구축하고 액화충전소도 확대한다. 즉 암모니아· 수소기지를 건설하여 수소 전용 배관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남동발전은 수도권 전력의 25%를 공급하는 영흥발전소를 '수도권 수소·암모니아 허브 터미널'로 전환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영흥발전소에 6만5000톤급 전용부두와 인수 설비, 3만5000톤급 2개의 저장탱크를 설치한다. 남동발전의 이같은 계획이 실행되면 국내 최대의 서해안 및 수도권 무탄소 인프라가 구축된다. 남동발전은 삼천포와 여수에도 암모니아 공급 기지 구축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수소 정책에서 산업·기술 부문은 세계 1등 수소산업을 육성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기술혁신을 통해 수소 활용분야 뿐 아니라 생산에서부터 유통까지 전주기의 핵심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정부의 7대 전략 분야는 수전해, 액화수소 운송선, 트레일러 ,충전소, 연료전지(모빌리티/발전), 수소터빈 등이다. 남동발전은 국내 발전사 최초로 중장기 수소 로드맵을 수립하고, 석탄발전을 무탄소발전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수소혼소/전소는 삼천포발전 3·4·5·6호기와 영흥발전 1·2호기 등 총 6기를 2028년부터 연차적으로 LNG 복합 대체 수소 혼소를 실현하며, 2050년까지 수소 전소(100%)를, 그리고 암모니아 혼소는 영흥 3·4·5·6호기와 여수발전 1·2호기 등 총 6기를 2027년부터 혼소 100%부터 시작해 2050년엔 수소전소 100%를 달성하는 게 목표다. 세계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모든 전원을 원하고 있다. RE100이라는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는 목표로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등 에너지원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탄소중립의 답은 나와 있다. 문제는 어떻게 실천하느냐이다. 정부는 실행 가능한 지원을 속도감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적극 추진하기 위해서는 전문 식견을 가진 사람이 필요이다. 2~3년에 걸쳐 세밀하게 계획을 짜고 이제부터 실행해야 하는 타이밍에 의사결정 라인을 모두 임기만료란 이유로 교체 한다면이 자칫 큰 실수를 범할수 있다. 계획된 사업이 처음부터 잘 정착될 수 있도록 CEO 등 해당 임원에 대해 연임이 필요하다. 정부의 현명한 판단을 당부한다. 강천구

[이슈&인사이트] PF시장 부실과 디레버리징

썰물이 오면 준비되지 않은 배는 갯벌에 남겨진다. 마찬가지로, 최근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 아래에서 신용 창출이 제한되면서 한때 넘쳐나던 부동산 시장의 자금도 말라가고 있다. 이 상황은 특히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에 큰 도전이 되었다. PF는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인데, 이 시장은 전반적인 신용 상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펌프로 아무리 물을 가져다 댄다한들, 기존의 신용흐름이 막히면 PF 시장의 '배'는 쉽게 떠오르지 못하고 갯벌에 갇혀 버린다. 경제에서 신용은 마치 생명수와 같다. 특히 PF 시장의 경우 이 '생명수'가 얼마나 원활하게 흐르느냐가 생존에 결정적이다. 자산 가격이 결정되는 방식을 이해하면 현재 PF 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근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간단히 말해서 투자자들에게는 리스크를 감안한 적절한 자산 수익이 기준금리나 단기금리 이상이 되어야 한다. 만약 어떤 자산의 예상 수익률이 낮다면 해당 자산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가격도 떨어진다. 고금리가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면 장기 보유가 예상되는 자산의 가격은 더욱 크게 떨어진다. PF 프로젝트들은 미래에 완성될 자산의 가치에 기반하며, 높은 금리 환경에서는 이러한 미래 자산의 가치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높은 리스크와 고수익을 목표로 하는 PF 같은 신용 거래가 훨씬 더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금리의 변화는 PF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현재와 같은 부실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현재 PF 시장이 직면한 문제들은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 원인을 파악하려면 먼저 금리와 인플레이션의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금리는 인플레이션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은 과거 30년간 보아왔던 것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로 공급 문제에서 비롯되는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 지정학적 위험과 같은 구조적 문제들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적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험했던 저금리 시대의 도래는 어려워 보인다. 저금리는 대출 비용을 낮추어 경제 활동을 촉진하는 역할을 했지만, 현재와 같은 금리 수준이 오랫동안 유지된다면 PF 시장의 문제는 단기간 내에 해결이 어려울 것이다. 이는 높은 금리가 프로젝트의 수익성을 압박하고, 투자자들이 고위험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PF 프로젝트는 주택공급과 관련이 있으므로 주택 수요에도 영향을 받는다. 2017년 이후 주택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하면서 현재는 평균 연소득의 20배에 달하는 수준까지 올라갔다. 이러한 높은 주택 가격 때문에 대부분의 수요자들은 주택 구매를 위해 대출을 받아야만 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큰 문제가 있다. 현재 가계 대출은 GDP 대비 105%에 달하며, 전세 보증금까지 고려하면 그 비율은 160%까지 치솟는다. 이처럼 높은 가계 부채 비율은 주택 시장의 수요를 억제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가 되었다. 사람들이 빚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지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주택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PF 시장의 중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에서 사례를 볼 필요가 있다. 2008년의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가계부채 감소, 즉 디레버리징을 겪었다. 주택시장은 단기적으로 침체했지만 디레버리징을 통해 장기적으로 주택수요의 안정을 되찾으며 주택가격은 재차 상승한다.이와 비슷하게 캐나다와 호주에서도 디레버리징이 이루어지고 있다. 가계부채 감소 노력은 결국 주택가격의 지속 가능한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정부는 가계대출의 위험을 줄이려는 몇 가지 조치를 도입했다. 이러한 조치는 단기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의 수요 감소를 초래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시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사례와 같이 가계부채와 주택가격의 디커플링이 이루어진다면, 부동산 시장도 다시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는 PF 시장이 직면한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조치다. 김수현

[기자의 눈] 시중은행을 향한 금융당국의 불편한 시각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분쟁조정 기준안에 대한 파장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연일 은행 등 판매사를 향해 ELS 분쟁조정안을 토대로 자율적으로 배상을 실시하라는 메시지를 숨기지 않고 있고, ELS 투자자들은 금감원의 배상비율이 자신들의 성에 차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금융사들은 다른 판매사들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내부적으로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 배상을 하냐 못하냐, 배상 규모가 적절했냐 안했냐 등을 논하기 이전에, 금융감독원이 전체 은행권을 마치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불완전판매까지 불사하는 기업이라고 일반화하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과거 은행들이 ELS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무리하게 불완전판매까지 불사한 일부 영업점도 있는 반면, 금융소비자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한 영업점, 직원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ELS 배상비율에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등 판매원칙 위반 정도에 따른 기본배상비율을 20~40%로 설정했다. 소비자 보호에 진심인 영업점을 격려하고, 그렇지 않은 영업점은 일벌백계하는 식으로 구분하려는 금융당국의 움직임은 과거에도, 지금도 여전히 찾을 수 없다. ELS 배상안의 적정 규모와 별개로, 금융당국이 각종 금융 사고를 무기삼아 시중은행들을 향해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는 것도 편치 않다. 금융감독원 은행부문 부원장보가 이달 12일 은행, 은행지주회사 임직원과 은행연합회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24년도 은행부문 금융감독 업무설명회'에서 “은행권이 견고한 안정성, 수익성을 시현했음에도 투자자들에게 은행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고 지적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특히 “단기 성과위주의 조직문화와 기존 금융관행에 안주하면서 장기 성장비전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 것이 그 원인 중 하나"라고 일갈했다. 현재 우리나라 금융사들이 금융소비자보호에 100% 진심인지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자신 있게 100% 그렇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의 여러 발언과 행보를 종합해보면, 당국 스스로 우리나라 모든 시중은행과 임직원들이 손쉽게 돈을 벌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불완전판매까지 불사하는 기업이라고 단정 짓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시중은행 모두를 향한 손쉬운 비난은, 자칫하다 금융당국의 감독 기능에 대한 의구심과 당국, 소비자, 판매사 간에 보이지 않는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 은행들이 금융소비자보호에 최선을 다하는 금융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부터 바뀌어야 한다. 금융당국은 총선 등 외부의 정치적 메시지에 휘둘리지 않고, 금융사들이 금융소비자보호에 더욱 매진하도록 은행 사례별로 격려와 질책을 확실하게 가동해야 한다. 그래야만 은행들도 뼈아픈 반성으로 사모펀드 사태의 재발을 막을 것이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데스크 칼럼] 시대의 갈림길에 선 K건설

2024년은 훗날 국내 건설업이 운명의 갈림길에 놓였던 시기로 기억될 것이다. 건설업은 한국이 6.25 전쟁의 폐허 속에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경제 대국 반열에 오르는 동안 사회 인프라 구축, 주택 건설·일자리 공급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잘 수행해왔다. '중동 신화'를 통해 달러를 벌어들이며 해외 시장 개척을 개척했다. 첨단 공법을 통해 전 세계를 선도하는 미래 기술 개발에 앞장서 'K 건설'의 위상을 구축했다. 하지만 2020년대 중반을 향하는 현 시점에서 K 건설은 분명히 위기다. 단순히 경기 순환 싸이클 상에서의 침체·악화 수준이 아니다. 우선 인구 감소라는 '이전에 겪어 보지 못한 사회'가 절벽으로 다가왔다. 더 이상 서울의 인구는 늘어나지 않는다. 소도시 농촌 지역들은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 구도심은 썩어가고 빈 집들이 즐비하다. '구조적으로' 주택 수요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덩달아 건설업은 '사람 장사'인데, 산업재해가 빈발하고 3D업종인 탓에 전문 인력 공급이 비상이다. 기후 위기도 직면한 심각한 도전이다. 신기술, 신소재, 신공정을 개발하고 에너지원을 바꿔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없애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다.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 등 필두로 한 4차 산업혁명에도 적응해야 한다. 국내 시장 상황도 중차대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서울에서 1980년대 이전까지 지어졌던 저층 주택·아파트들의 재건축이 거의 마무리된 상태에서 공사비 급등까지 겹쳐 재건축 시장은 갈수록 위축될 전망이다. 주택 가격이 역대 최고점에 이른 반면 국민소득 등 경제 발전은 주춤하다. 3기 신도시 등 신규 건설도 장기 불황에 지체될 가능성이 높다. 고금리가 지속되고 있는 것도 큰 걸림돌이다. 미국이 물가를 어느 정도 잡고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춘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금리가 대폭 낮아질 리는 만무하다. 사상 최고 수준인 가계빚을 자극했다간 큰 후과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리를 함부로 내릴 수는 없다. 안 그래도 우리나라 가계빚은 지난해 4분기 기준 1886조원대에 달한다. 특히 부채상환비율(DSR), 즉 가계 소득 중 빚을 갚기 위해 쓰는 원금·이자의 비율이 13%대에 달해 주요 17개국 중 호주와 함께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과 일본·독일은 6~7%에 불과하다. 그만큼 가계빚을 자극하면 우리나라 가계의 소비가 줄어드는 등 거시경제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주택 수요도 감소한다. 해외 진출도 여전히 어렵다. 가장 큰 시장이었던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내재화로 돌아선 후 우리나라 해외 건설 수주액은 10년새 700억달러대에서 300억달러대로 쪼그라 들어 쉽게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등 중동 지역의 신개발붐에 희망을 갖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격변의 시기, 갈림길에 놓인 국내 건설업계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인구가 감소하고 경제 발전도 지체된 '저성장'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도시의 노른자위 재개발·재건축은 거의 다 소진됐고, 이제 20층 이상의 고층 아파트단지들이 낡아가고 있다. 더 이상 주택건설 만으로 노다지를 캐던 시대는 다시 오지 않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 대규모 신도시나 대형 플랜트, 사회간접자본(SOC) 등의 건설도 지체될 수 있다. AI와 ICT를 활용한 새로운 건설 기술 개발에 힘써야 위기를 넘길 수 있다. 특히 기후 위기에 적합한 신재생·친환경 저에너지 신기술은 필수다. 무엇보다 해외 시장 개척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부와 금융권, 건설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구체적인 전략과 지원 방안을 내놓는 게 필요하다. 마침 건설사들도 최근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요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다. 인류는 눈깜짝할 새 달과 화성에 식민지를 만드는 등 우주 개척 시대를 열 수 있다. 달나라에 가서도 인간에게는 짓고 만들고 꾸미는 '건설'은 필수다.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EE칼럼] 탄력 받는 미국 전기차 고속 충전시장

조셉 김 한미에너지협회 이사장 미국에서 전기자동차 판매가 크게 늘면서 미국 내 많은 고속충전소의 평균 가동률이 2023년 기준 전년 대비 거의 2배로 증가했다. 전기차 중전 사업을 위한 다양한 자료를 제공하는 'Stable Auto Corp'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Tesla가 운영하지 않는 미국 고속충전소의 평균 활용률은 1월 9%에서 12월 18%로 2배 늘었다. 달리말하면, 전국의 모든 고속충전기가 하루 평균 거의 5시간 동안 연결돼 있었다는 것이다. 완속 중전기의 활용률은 2023년 1월 4.9%에서 2023년 12월 6.5%로 완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Stable Auto는 전기차 고속 충전소가 수익을 창출하려면 약 15%의 시간 동안 충전을 제공해야 한다고 추정한다. 그런 의미에서 2023년 미국 고속 충전소의 평균 활용률이 18%라고 하는 것은 처음으로 충전소 사업이 흑자로 진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완속 충전기의 사업성은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전기차 고속충전소 운영 사업자인 EVgo의 경우 미국에서 약 3분의 1이 2023년 기준 활용률이 최소한 20% 정도를 넘겼다. 물론 아직까지 67% 이상의 고속충전소가 적자이지만 향후 3년 안에 괄목할 만한 수익성의 성장이 기대된다. 블룸버그 그린(Bloomberg Green)의 연방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 2023년 한 해에 거의 증가한 수치이다. 2023년 말까지 미국 내 고속충전기가 보급된 곳이 거의 8000곳에 달한다. 이는 미국 내 보급된 주유소 16개당 급속충전소가 하나씩 있게 된 것이다. 미국내 고속충전기가 수익을 내기 위한 최소한의 활용률이 15%라고 이미 앞에서 설명을 하였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 전역에서 15% 활용률을 넘기고 있는 주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캘리포니아 24%, 오리건 17%, 워싱턴 17%, 네바다 28%, 애리조나 16%, 텍사스 23%, 미네소타 20%, 일리노이 28% , 인디애나 16%, 플로리다 23%, 버지니아 16%, 펜실베이니아 26%, 델라웨어 16%, 뉴욕 20% , 코네티컷 26%, 뉴저지 27%, 메사츠세츠 21%, 뉴햄프셔 20% 등이다. 가장 고속충전기 활용률이 높은 주는 일리노이주와 네바다주로 28%나 된다. 앞에서 제시된 각 주별 고속충전기 평균 활용률 수치를 보면 각 주의 전기차 보급률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2023년에 약 천 개의 새로운 고속충전소가 추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속충전기 활용률이 2배 이상 증가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고속충전기 고장율이 평균 15% 이상인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더 고무적인 수치이다. 지금까지는 전기차 보급의 가장 큰 장애물이 부족한 충전시설이었다. 그러나 고속충전소의 사업성이 좋아지고 연방 및 주 정부 지원 자금까지 더해짐으로써 더 많은 장소에 더 많은 충전소가 건설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전기차 구매에 대한 매력도가 높아져서 전기차보급이 더 활성화될것이다. 그러나 고속 충전기 시장이 한 가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고속 충전소는 사용 시간의 약 15%가 될 때까지 수익을 내지 못하지만, 활용률이 30%에 도달하면 충전소에 충전을 하려는 전기차가 많아지고 충전기가 지속적으로 사용됨으로 인하여 전기차 충전을 위한 대기 시간이 길어질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해당 장소에 추가적인 고속 충전기 설치가 요구된다. 이 현상은 Tesla 충전소에서 일어날 수 있다. 현재까지는 Tesla 충전소는 Tesla 차량 소유주들의 전유물이었다. Tesla의현재 고속충전기의 평균 활용률이 25% 이상을 넘어가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대기시간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상황이다.여기에 정부와의 협의를 통하여 연방지원금 혜택을 받는 조건으로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가 만든 차량에게도 Tesla충전소를 개방해야 한다.이로 인하여 Tesla충전소에서도 대기시간이급속도로 길어져서 기존 Tesla 차주들의 불만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최근 전기차 수요증가율이 둔화되고 있지만, 전체 전기차 충전 수요는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하여 새로운 장소에 고속 충전기 설치 수요뿐만 아니라 기존 충전소 내 추가 설치 수요가 겹쳐서 2024년 이후에도 고속충전기 시장이 더욱 성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결론적으로 활용도 데이터에 따르면 한때 낮은 활용도로 인해 투자 수익이 불투명했던 고속 충전소 사업이 이제 미국 여러 주에서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주행거리가 더 크고 더 빠른 충전 차량이 요구되는 전기차가 시장에 지속적으로 나오게 될 것이다. 즉 한국의 충전사업자 뿐만 아니라 수익성 있는 미래 사업을 찾고 있는 기업들이 미국 고속충전소 사업을 적극 검토할 때이다. 조셉김

[이슈&인사이트] 무리한 의료개혁, 대학교육도 흔들린다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추진 중ㅇ인 의료개혁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이 심각하다. 1만 명이 넘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가 병원을 떠났고, 의대 학생들도 학업을 중단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의대 교수조차 집단 사직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가 의대 증원을 의사 수 증가로 인식하는 여론조사를 믿고 밀어붙이는 결과다. 의료 체계가 마비되는 혼란의 책임은 고스란히 정부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대학입시를 8개월 남짓 남겨둔 시점에서의 입학정원 증원은 고등교육법 제34조 5(대학입학전형계획의 공포)'에 분명하게 규정된 대학입시 4년 예고제'를 무시한 파행이다. 1981년 국보위 시기의 혁명적인 졸업정원제 이후 조령모개(朝令暮改)식으로 뜯어고쳤던 대입 제도 수시 개편에 따른 수험생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겠다고 1995년 5·31 교육개혁에서 처음 도입한 제도가 '예고제'다. 대학의 입학정원을 교육부가 쥐고 있는 현실에서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33조 ③항의 '대학 구조개혁을 위한 학과 개편 및 정원 조정이 있는 경우'를 교육부 장관이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하면 '예고제'는 통째로 사문화(死文化)돼버린다. 의료개혁을 위한 의대 입학정원의 조정이 '대학 구조개혁'에 해당한다는 교육부의 주장은 억지다. 의대의 입학정원을 확대한다고 당장 의사의 수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2025년에 의대에 입학하는 학생은 아무리 빨라도 2035년이 되어야만 제대로 된 의사로 활동하게 된다. 의예과·의대 6년을 마치고 의사면허를 받고 나서도 다시 4년 이상의 전공의·전임의 수련 과정을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에 대한 정부의 압박도 지나치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하는 공직자도 선거를 핑계로 사표를 던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수련 과정의 전공의가 전문의의 길을 포기하겠다는 것을 정부가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 시도는 법치가 아니다. 오히려 헌법 제15조에 명시된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면허정지'가 사법적으로 정당성을 인정받을 것인지도 불확실하다. 더욱이 전공의가 수련병원과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것도 아니다. 1년 단위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것일 뿐이다. 계약 연장을 포기하고 수련병원을 떠난 전공의·전임의가 일반의로 취업하는 것을 막는 것도 억지다. 수련병원을 전문의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보건복지부의 주장도 비현실적이다. 오히려 6년 후 100개 수련병원 상황을 걱정해야 한다. 지금도 수련병원은 37%의 전공의와 16%의 전임의에 의해서 운영되는 비정상 상태다. 수련병원은 36시간 연속 근무와 주당 77.7시간의 살인적인 근로를 강요하고, 최저임금 수준의 낮은 보수로 이익을 챙기고 있다. 의대 정원은 한꺼번에 65%나 늘이면 100개 수련병원은 87%가 수련의로 채워지게 된다. 전문의의 수련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의료 서비스도 불가능해진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상급종합병원을 무턱대고 수련병원으로 전환할 수도 없다. 수련의를 지도할 '교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의대 입학정원의 지나친 증원이 대학 사회에 미치게 될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최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쏠림은 아무도 거부할 수 없는 대세다. 신입생만 의대로 쏠려가는 것이 아니다. 대학의 입장에서는 재학생의 이탈이 더 심각한 문제다. 전국의 자연대·공대·약대가 초토화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가 애써 만들어 놓았던 반도체 계약학과도 유탄을 피하기 어렵다. 파장은 이공계열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기하·미적분을 선택해서 문과계열의 학과에 진학한 재학생도 이동의 기회를 엿보게 된다. 의대 증원의 파장이 가라앉을 때까지 전국의 모든 대학이 재학생의 연쇄 이동으로 감당할 수 없는 몸살을 앓게 될 수밖에 없다. 사교육 시장만 호황을 누리게 된다. 의사를 '집단이기주의'로 매도해서도 안 된다. '자유·공정·정의'를 외치면서 '성공한 과학대통령'을 꿈꾼다는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다. 이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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