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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부동산PF위기와 부동산정책

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부동산PF위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연초부터 일부 중견 건설사들의 부도가 현실화되면서 하도급업자들과 건설근로자, 수분양자들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4월 총선 이후 건설사들이 대거 법정관리로 들어가면서 부동산PF로 인한 건설업계의 위기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위기설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의 위기가 왜 발생했는지에 대해서 충분히 진단을 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그만큼 위기감이 커 사태 수습에 우선순위가 놓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의 복잡성 때문에 어쩌면 매우 단순할 수도 있는 원인에 대해서는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현재 위기의 본질은 갚을 여력이 없는 과도한 PF 부채의 문제고, 갚을 여력의 부족은 그 동안 추진돼 온 사업들의 사업성 감소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부분은 왜 사업성이 갑자기 감소했는가 하는 것이다. 사업성이 없었다면 애초에 사업이 추진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위기를 시장의 실패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은 지금의 위기를 촉발시킨 사업성 감소가 단순히 금리나 공사비 상승에 의해 벌어진 것일 때에만 타당성을 가진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개발사업들이 좌초돼 시행사와 건설사, 투자자들이 손해를 입는 것은 당연하고, 공공부문에서 어떤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줄 필요성은 더더욱 없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국내 부동산시장과 관련 산업을 둘러싸고 있는 정치적 의사결정구조와 그로부터 주기적으로 발생해 온 정책실패의 문제를 간과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 부동산가격 급등기 도입됐던 수많은 부동산규제와 그에 따른 시장에서의 혼란을 기억한다. 그런데 이러한 규제들은 최근에 도입된 것들이 아니다. 과거 고도 경제성장기에 나타난 급격한 도시화와 부동산가격의 주기적 폭등과정 속에서 지금의 규제장치들이 이미 1980년대까지 거의 대부분 마련됐고, 부동산가격이 급등하는 시점이면 정부는 어김없이 이러한 규제장치들을 동원해 왔다. 그런데 과거 시장과 정책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패턴이 있다. 경험적으로 부동산가격을 촉발시킨 것은 거의 언제나 경기침체기에 정부 재정확대로 인한 시중자금의 팽창이었고, 가격상승은 다시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를 자극해 가격 상승폭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상적 산업활동을 옥죄는 각종 규제로 인해 경제성장세가 둔화되고 소비자들의 실질구매력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정부는 정책금융을 통해 가계부채를 확대시키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부족한 구매력을 지원해 왔다. 이는 다시 시중자금 확대와 부동산가격의 폭발적 상승 그리고 눈에 보이는 개발이익을 쫓은 개발사와 건설사, 금융사들의 개발시장 참여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도입된 부동산규제다. 부동산경기 호황기에 개발사업에 뛰어드는 경제주체들은 계획수립 당시 예상되는 이익을 보고 사업에 참여하지만, 준공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 와중에 도입되는 수요와 공급 두 가지 측면에서 전방위적으로 도입되는 규제들은 개발사업들의 수익구조를 완전히 왜곡시켜버린다. 특히 (적정 가격수준이 어떠한 것인지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함에도) 부동산가격 안정화라는 모호한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도입되는 분양가상한제 등 가격규제는 개발사업의 수익성을 급감시켜 참여자들 사이에 갈등을 증폭시키고 사업추진을 지연시킨다. 이는 결과적으로 개발사업들이 외부환경 변화에 극히 취약해지게 만들고, 실제로 인플레이션 억제 등을 위한 금리 인상 등 외생적 사건이 발생하면서 개발사업들의 동시다발적인 부실위험에 노출된다. 실제 이것이 우리의 부동산개발산업과 금융산업이 동시에 직면해 있는 지금 위기의 촉발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이해하고 나면 무엇이 지금의 위기를 초래한 것인지 이해할 수 있다. 경기활성화 목적으로 이뤄지는 과도한 재정지출과 정책금융지원, 이후 벌어지는 부동산가격 상승에 대응한 가격 자체에 초점을 맞춘 전방위적 규제가 현재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위기를 촉발시킨 원인이다. 그 이면에는 다시 기업의 정당한 수익 추구 활동에 대해 상당수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 시각, 부동산가격 상승에 따른 자본이익으로부터 소외되는 적지 않은 국민들의 불편한 마음, 그리고 그를 이용하는 강력한 정치적 의사결정구조가 존재한다. 결국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더 나아가 앞으로 보다 큰 위기가 재현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위기를 촉발시킨 이러한 원인들에 대한 진단과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위기를 기회로 과거의 정책실패가 초래한 사회적 비용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 이를 토대로 '경기활성화'와 '가격안정화'라는 기존의 실패한 부동산정책의 목표를 '시장의 자율적 조정기능 활성화'로 전환시켜 나가야 한다. 시장에의 개입방식 역시 인위적 경기부양과 과도한 규제 대신, 민간 자율로 시장가격 변화에 따라 공급과 수요가 탄력적으로 조정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나가는 것이 돼야 한다. 주기적으로 반복돼 온 정책실패와 그에 따른 지금과 같은 혼란을 앞으로도 계속 경험하는 어리석음을 반복해서는 안된다. 김정주

[이슈&인사이트] 전기차 초격차 기술 확보한 벤처기업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 김필수자동차연구소소장 이륜차는 구조적으로 일반 자동차보다 매우 단순하다. 크기나 구조가 단순하다보니 적은 비용으로 새로운 장치를 쉽게 적용할 수 있다. 나아가 실제 운용측면에서 작은 크기로 인한 비용 절감과 함께 이산화탄소 배출 등 친환경 요소 측면에서도 일반 자동차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주차공간 등 유지비용도 훨씬 적게든다. 내연기관차를 대신하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서 이륜차의 전기차 전환도 예외가 아니다. 전기차 전환을 이륜차가 주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적은 비용으로 보다 쉽게 관련 기술을 적용해 성능 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이륜차를 많이 이용하는 인구대국인 인도나 중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서는 수십억대가 돌아다닐 정도로 전기 이륜차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이륜차도 전기차로의 대세 전환에는 많은 한계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작은 몸체 탓에 장착할 수 있는 배터리용량이 적다는 점이다. 전기이륜차에는 일반적으로 3Kwh 정도 배터리가 기본 용량으로 장착되는 데 이 배터리 용량으로 운행할 수 있는 거리는 50~60Km로 일반 이륜차(150km)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전기이륜차의 배터리 용량을 늘리려면 전체 비용 대비 배터리 비용 부담이 훨씬 커져 경쟁력이 떨어진다. 여기에 전기차의 특성상 고속으로 운행하다보면 모터가 과열돼 주행이 자동 정지되기도 한다. 이륜차는 일반 자동차와 같은 냉각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처음 출발할 때 급가속으로 인한 안전사고 사고발생 우려가 크고 노출되는 공간이 적은 만큼 탑재 공간도 없다. 그만큼 전기이륜차는 일반 전기차와 달리 주어진 조건이 까다롭다. 문재인정부에서 공약으로 국내에 보급되기 시작한 전기이륜차들도 실제 운영에 이같은 어려움을 안고 있다. 전기 이륜차를 가장 잘 만든다는 중국과 대만의 전기이륜차도 주행거리가 50~60km에 불과해 택배용으로는 거의 사용이 불가능하다. 판매되는 연간 2만~3만대의 전기이륜차가 높은 보조금을 받으면서 실제로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만의 글로벌 이륜차 제작사인 고고로가 국내에 전기이륜차의 판매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동시에 배터리 교환형 시스템도 함께 보급한다고 한다. 물론 배터리 교환 시스템은 같은 전기이륜차를 사용하여 용량이나 형태 등이 같은 배터리를 사용해야 가능하다는 한계성이 있다. 이런 형태는 규모의 경제를 자랑하는 중국에서 많이 활용하는 방법이다. 중국의 경우 규모의 경제적 장점을 활용하여 단일 전기이륜차에 배터리 교환시스템을 함께 보급하여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법이다. 앞선 언급과 같은 경우 하루에 두 번 정도 충전된 배터리를 사용하면 주행거리가 약 150Km 정도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역시 다양한 여러 전기이륜차가 시장을 누비는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방법으로 분명히 한계가 크다는 것이다. 즉 인도나 동남아시아 등 전기이륜차가 당장 발등의 불이 된 상황에서 분명한 해결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유일한 방법은 전기이륜차용 자동변속기의 도입이다. 현재 전기이륜차에 사용하는 변속기는 대만산 전기이륜차로 3년 전 판매가 시작된 2단 변속기가 유일한 양산형 기종으로 효율은 향상됐지만 아직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이런 한계점을 극복해 11년 전부터 미래형 전기차용 변속기를 개발한 국내 벤처기업이 있다. 현재 양산형 전기이륜차용 7단 자동변속기를 개발한 상태로 하반기부터 양산체제에 들어간다. 앞서 이 자동변속기는 지난 1년간 인도네시아의 여러 제작사에서 시험을 통해 3Kwh의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이륜차에 이 변속기를 탑재해 주행거리가 약 100Km에 이르고 등판능력은 획기적으로 상승하면서도 모터의 온도는 약 60도 정도에 머물러 아예 냉각장치가 필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벤처기업은 초격차 기술로 해외 여러 기업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 기술은 더 나아가 일반 전기차에 적용가능하다는 것이다. 전기차에 적용하는 방법도 이미 고안돼 여러 제작사와 접촉 중이다. 미래 전기이륜차는 물론 전기차의 미래를 결정짓는 게임체인저 기술이라는 뜻이다. 이미 일반 전기차에도 포르쉐 타이칸과 아우디 E트론에 2단 변속기가 양산형으로 판매되고 있다. 물론 이 정도 적용에도 적지 않은 효율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의 글로벌 대용량 변속기 회사인 '이튼'의 경우도 2022년 전기버스에 개발한 4~6단 변속기를 탑재할 예정이다. 국내 벤처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유일무이한 초격차 기술의 7단 변속기 개발과 양산형 진행에 대한 자부심과 더불어 우리 기술로서의 발전을 기약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여러 해외 기업에서 접촉 중인 만큼 우리 기술이 부메랑이 되어 다시 우리 목을 겨누는 과오를 다시는 겪지 말아야 한다. 정부도 이를 인식하고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기술을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전기이륜차의 한계 극복은 물론 미래 전기차를 책임지는 전기차용 변속기가 더욱 빛을 발해 미래 모빌리티의 주도권을 확실이 잡기를 바란다. 김필수

[EE칼럼] 국제 유가 변화에 면밀히 대응해야

최기련 아주대학교 에너지공학과 명예교수 국제유가 동향이 심상찮다. 중동정세 불안 등으로 지난달 중순 이후 유가 상승세가 가파르다. 유가 100달러 시대가 온다는 주장도 나온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기타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의 감산과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가능성이 동시에 제기되면서 '지정학적 위험 비용'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등 세계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확대 가능성이 시장 강세의 또 다른 배경이 되었다. 4월 첫 주말 유럽 브렌트유 선물이 배럴당 90달러 선을 돌파했다. 거의 반년만의 폭등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도 유럽 시장과 동조 아래에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원유(WTI)가격이 80달러 후반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유가 100달러 시대 도래 가능성은 당장은 크지 않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OPEC+ 전략의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실 준(準) 가격 '카르텔' 성격인 OPEC+의 최대 과제는 자율 생산 감축(하루 2200만 배럴) 성공 여부다. 4년 전 '코로나19 팬데믹' 불황에 의한 수요 급감과 가격폭락에 대응하기 위해 하루 1000만배럴 감산을 통해 시장안정을 꾀한다는 것이 당초 설립목적이었다. 그러나 당시 과잉공급 규모는 2000만'배럴' 수준이어서 이들의 목적 달성은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 대신 미국의 추가 감산으로 겨우 '파괴적' 가격급락이 회피되었다. 세계 최대 원자재 및 에너지 정보분석기관인 S&P 글로벌 플라츠(Global Platts)에 따르면 OPEC+는 지금도 목표준수가 미흡하다. 각국이 자국 이익을 위해 감축 의무 위반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와 사우디가 자율 생산규제 한도를 준수했음에도 아직도 감산의무 위반물량이 50만'배럴' 정도 존재한다는 분석도 있다. 더욱이 최근 고유가 시장에서는 소규모 생산국들의 규제 초과 욕구가 더욱 강해지게 마련이다. 이를 강력히 규제할 수단이 OPEC+ 차원에서는 사실상 없다. 여기에 미국이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등장해 기존 석유 수출국들의 독과점 시장지배력 강화를 저지하고 있다. 작년 미국 산유량(에너지정보청·EIA)은 전년 대비 9% 증가한 하루 1만2900배럴로 사상 최대다. 더욱이 미국산 원유 성상은 경질(Light-Sweet)이어서 중동 등 수입 중질원유 처리에 적합하도록 설계된 오래된 미국내 정유사에는 부적합한 경우가 많다. 이에 미국산 원유는 수출시장 확대가 불가피하다. 작년 미국 원유 수출은 하루 4100만배럴 수준으로 2022년에 비해 13% 늘었다. 작년 유럽은 약 1800만 배럴의 미국 원유를 수입해 미국 원유 최대 수입처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러시아 제재(수입제한)와 미국 서부텍사스(WTI) 원유가격을 유럽 '브렌트' 가격과 연동하는 조치의 영향도 있다. 작년 미국 원유 1700만배럴을 수입한 아시아- 대양주지역은 두 번째 미국의 원유시장이다. 중국은 하루 45만배럴의 미국 원유를 수입했다. 처음으로 러시아 원유보다 미국산 수입이 더 많았다. 참고로 미국은 원유자립이 가능한 2015년에야 원유 수출 금지조치를 해제했다. 이러한 지정학적 요인에 의한 시장 급등의 결과는 매번 가격은 빠르게 배럴당 75∼85달러 범위로 되돌아온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현재 유가 수준도 이런 가격 변동범위 내에 있다. 강력한 시장 논리에 따라 당분간 이런 추세는 지속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지난 1970년대 심각한 유가 파동을 겪은 우리나라에서 단순한 외신번역 소개 정도에만 관심을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 관련 기관과 전문가들이 유가 분석과 전망 능력 한계로 책임회피에만 몰두한다는 일부 지적에 주목해야 한다. 여기서 우리 석유 전략의 논리적 기반조성을 위해 국제유가 변동 패턴의 특성을 살펴보자. 첫째,공급구조의 변화다. 지난 수년간 가격 변동의 가장 큰 요인은 공급구조의 변화다. 현재 석유 생산과 공급구조는 지난 50년 이래 가장 중동 집중도가 낮다. 중동은 1차 석유파동기인 1974년 세계 석유 시추량의 37%에서 오늘날 30% 이하로 떨어졌다. 또 OPEC의 절대자인 사우디 비중이 회원국 전체의 50% 아래로 떨어졌다. 이란과 쿠웨이트 등은 그 비중 변화는 적다. 이는 2010년대 셰일 붐으로 미국이 1949년 이후 처음으로 에너지 순 수출국이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생산이 급증하고 있는 '가이아나'와 같은 비 OPEC국들의 생산 증가는 공급 다각화로 이어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국과 캐나다의 증산 물량과 함께 새로운 원유공급원 공급량이 2024년 세계 수요 증가의 대부분을 충당할 수 있다고 한다. 둘째, 세계 3위 산유국인 러시아의 수출 지속이다. 러시아 원유 수출은 2022년 서방의 수출규제와 배럴당 60달러의 가격 상한선 부과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저가 이점을 활용하는 인도, 동남아 등이 다양한 거래기법과 제품생산구조가 기민하게 작동되고 있다. 러시아 수출가격은 가격 상한선을 넘어서고 있다. 셋째, 산유국 예비생산능력(Spare Production Capacity) 확대다. 유휴 시설에서 단기간 내 생산가능량을 의미하는 예비생산능력이 확대-유지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주요 OPEC 회원국들의 예비생산능력이 하루 450만 배럴 이상으로 추계하고 있다. 이는 이라크의 산유량보다 큰 수준이다. 따라서 어지간한 공급 차질에도 유가급등 가능성은 작다. 넷째,석유 수요구조의 변화다. 세계 석유 시장은 2020년 '코로나 19 팬데믹'이 지나간 후에는 지속적 경제 성장기를 맞아 GDP 성장률보다 더 높은 수준의 수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 세계 석유 수요는 사상 최고 수준이다. 저탄소 신에너지로의 에너지전환이 불가피하지만 당분간 석유 등 화석연료 사용이 에너지집적도와 단위 열량 기준 단가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에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권위 있는 관련 기관들도 향후 10년 정도 세계 석유 수요가 지속 증가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중국 등에서 단기 경기과열 현상이 진정되고, 전기차 보급확대 등 수요구조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수요구조 정착에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추가 대응과제다. 수송용 석유 수요가 확대될 여름 휴가철을 앞둔 지금 지난 몇 달의 석유 시장의 공급불안이 점차 가격 결정요인으로 구현되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 분석에 의하면 세계 석유재고는 하루 90만배럴(오만의 현재 생산량 수준) 수준으로 줄었다. 물론 이런 재고감축 추세는 장기간 지속 되지 않겠지만 재고 증가로의 반전은 아직 멀었다. 특히 원자재 시장 과열에 따른 '인플레'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어 석유 가격 불안은 더욱 커질 소지가 많다. 멕시코의 최근 수출감축이 대표적 사례다. 세계 석유 가격의 기본 지표인 브렌트유 가격이 100달러 수준을 넘는 경우 산유국들의 자원 이기주의는 폭발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OPEC+ 등 산유국들의 무작정 증산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 역시 증산가능성은 낮다. 이에 우리는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의 많고 광범한 석유 시장정보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보다 '글로벌 석유 재고'와 같은 과학적 분석이 가능한 유효 정보기반 발굴에 힘써야 할 것이다. 최기련

[기자의 눈] 단기납 종신보험에 여전히 쥔 고삐…당국 제재가 남긴 것은

금융당국의 '자율 시정' 지시로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를 둘러싼 업계 긴장감이 잠잠해졌지만 보험업계는 여파에 시름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보험사들의 과당경쟁을 경계하며 '단기납 종신보험' 판매에 제동을 걸어왔다. 생보업계는 환급률을 조정해가며 판매를 이어왔지만 결국 '고(高) 환급률'에 대해선 현재 백기를 든 모양새다. 금융감독원은 단기납종신보험에 대해 최종적으로 '생보업계에 자율시정을 권고한다'고 매듭지었지만 동시에 환급률과 시책을 매일 보고하라고 지시한 상태다. 금감원은 지난달 20일부터 단기납종신 환급률과 시책 변동 현황을 금융사 자료제출 요구 시스템(CPC)을 통해 보고받고 있다. 겉으로는 자율성을 부여한듯 보이지만 실상은 현재 상황에서 환급률을 높이거나 경쟁적인 분위기가 감지되면 언제든 칼자루를 쥐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생보업계는 단기납 종신 상품의 사실상 시장퇴출 단계에 직면하면서 소위 '돈이 될 만한' 장사에 대비해 왔다. 최근에는 수익성을 위해 경영인정기보험이나 건강보험 등에 시선을 돌리면서 종신보험을 대표로 판매하는 생보업계가 종신보험 판매에 관심이 없어진 '웃픈'(웃기면서도 슬프다를 의미하는 신조어)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단기납 종신보험의 판매 열기를 다른 상품으로 대체하는 움직임도 나온다. 최근 업계에서 연단리 7~8%의 변액연금보험 출시를 준비하면서 제2의 단기납종신보험 전쟁이 펼쳐질 것이란 예상도 이어지고 있다. 변액보험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종신보험도 팔기가 어려워지자 먹고살기가 힘들어진 생보업계는 손보업계 판매 영역으로까지 눈을 돌리면서 업계간 새로운 갈등도 에상되고 있다. 생보업계는 건강보험 판매로 전장을 옮긴 뒤에도 일상생활배상책임보험까지 팔겠다며 최근 금융당국에 판매 허용을 요청했다.지난 2003년 손보사에 장기보험을 허용한 것처럼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업계예선 시장에 자율성이 있는건지 잘 모르겠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불완전판매와 건전성을 이유로 업계를 보호하겠다며 나타난 제재가 결국 상품 경쟁력이나 창조성면에서 보험사의 발목을 잡는 또 다른 요소가 되고 있단 입장이다. 단기납 종신을 두고선 특정 상품에 대해 일일보고를 받는 것이 흔치 않은 만큼 보험사로선 여전히 긴장감도 가져가야 한다. 경쟁이 심화된 제3보험 시장에서도 과열현상이 나타난다면 또 다시 당국 제재와 절판마케팅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경쟁을 정상적으로 완화시킬 근본적인 장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주원 칼럼]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 캐즘 뿐일까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이사대우 '캐즘(chasm)'이란 신제품이 시장에 크게 상용화 되기 직전에 발생하는 산업의 침체기를 의미한다. 지질학에서는 '아주 깊은 구멍'이라는 뜻을 가진다. 1991년 실리콘 밸리의 제프리 무어 박사가 기업의 성장 과정을 연구하면서 신기술·신산업이 소비자들에게 받아들여지는 데에는 다소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캐즘이라는 표현으로 사용한 데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아마 기술 개발에서 사업화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많은 벤처기업들이 실패한다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라는 용어와 같은 의미라고 판단된다. 최근 전기차와 그 핵심 부품인 2차전지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는 모습에서, 이를 캐즘으로 이해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그러한 해석이 틀리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멀리 보면 전기차 시장은 대세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의 전기차 시장은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이 이제 막 기술을 선보이고 사업화 단계로 넘어가는 초기 시장이 아니다. 이미 글로벌 신차등록 기준으로 15% 내외 정도로 높아진 전기차 시장을 캐즘이나 죽음의 계곡으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전기차 시장의 성장은 크게 두 가지 요인에서 힘을 얻고 있다. 우선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유지비가 싸다. 연비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소모품 교체 주기나 비용에 있어서 내연기관차에 비해 장점을 가진다. 그러나 동급의 내연기관차에 비해 출고 가격 자체가 많이 높다. 이 부분에 대해 그동안은 구매보조금으로 일정 부분 커버되었다.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대부분 국가에서 적극적인 보조금 정책을 통해 가격경쟁력이 유지되었던 바가 크다. 또 하나는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환경주의(環境主義, Environmentalism)의 정치화가 상당수 국가에서 받아들여지고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내연기관차의 퇴출을 공언한 바의 영향도 크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 이 두 가지 추진력이 약화되는 움직임이 있다. 우선 전기차 구매 시 지원되던 주요국의 보조금이 폐지되거나 축소되고 있다. 재원 부족이 그 원인이다. 또한 전기차 시장 성장을 뒷받침하는 정치적 동력도 약화되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 환경 이슈에 대한 피로감과 반작용이 나타나면서 전기차에 부정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6월에 있을 유럽의회 선거와 11월의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아직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전기차 시장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정치권력이 이동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그러한 분위기 때문인지 최근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전기차에 대한 투자를 크게 축소하는 상황이다. 특히 애플은 전기차 시장으로의 진출을 포기했다. 반면 우리 전기자동차와 이차전지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계속 진행하면서 오히려 전기차로의 전환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든 기업들의 시장 전략은 우수한 내부 인력들이 집단지성을 통해 많은 검토가 이루어진 최선의 결과물이다. 그래서 우리 자동차 기업들과 이차전지 기업들의 공격적인 전략을 존중한다. 다른 경쟁국들이 주춤하는 상황에서 기술력과 생산력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기업들은 미시적이고 재무적인 분석에는 뛰어나지만, 거시 경제 여건과 정치·제도적 환경 여건에 대한 분석력은 떨어진다. 그래서 시대 변화에 둔감한 경우가 종종 있다. 만에 하나 유럽의회가 우경화되고 전기차 산업에 대해 지극히 적대적인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전기차 시장은 캠즈가 아니라 최소 5년 동안의 장기 불황 국면에 빠지게 된다. 어느 산업이든지 시장이 그러한 장기 불황에 빠지면 잘나가는 그 어느 기업도 버틸 재간이 없다. 기업의 성장과 도약도 중요하지만, 작은 가능성이라도 기업의 생존이 위협받을 여지는 없는지 우리 주력 산업의 전략을 세심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주원

[EE칼럼] 한국도 JETP 적극 참여해야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올 해 봄은 유난히 더디게 왔다. 그러나 더디더라도 반드시 오고 마는 것이 계절의 변화이니 만큼, 이제는 어디서도 완연한 봄을 느낄 수 있다. 만물이 새로이 피어나는 생명의 계절이지만, 한국의 봄은 유독 뿌연 날이 많다. 따뜻해지면 중국과 서해안 석탄화력발전소발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기 일쑤이거나, 저 멀리 몽골 대륙에서부터의 불청객 황사까지 날아오면서 알록달록한 봄 풍경에 불투명한 유리라도 끼운 듯 답답함이 더해진다. 국내에는 전국 14곳에 58개의 석탄화력발전기가 가동 중이다. 이 가운데 절반이 서해안의 충청남도 일원에 몰려있다. 편서풍 지대인데 서해안에 석탄화력발전시설이 몰려 있으니 중국발 미세먼지에 더해 서해안의 발전소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나 유해물질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는 형국이다. 국토의 보존과 미래세대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그리고 우리나라가 대내외적으로 공약한 '2050 탄소중립' 목표 실현을 위해서도 석탄화력발전을 한시라도 빨리 저탄소 전력원으로 전환하면 좋겠지만 우리나라의 에너지 산업구조와 산업여건상 이 역시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무엇보다 석탄화력발전소가 창출하는 엄청난 세수와 고용을 어찌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 더불어 발전원 구성에서도 석탄화력발전이 전체의 40%에 육박하고 있다 보니 이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당장에는 마땅치 않은 형편이다. 한국고용정보원과 한국지역고용학회가 지난해 여름 발간한 '지역산업과 고용'에 실린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와 일자리 전환의 현황 및 과제에 관한 내용에 따르면 충청남도 다음으로 화력발전설비 비중이 높은 경상남도 지역에서 화력발전소 폐쇄가 진행될 경우 2026~2028년 사이 가장 큰 폭으로 고용 감소와 노동소득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2031년에는 현재 대비 85~90% 수준으로 지역 총 소득이 하락할 것으로 추산됐다. 바로 이런 문제 때문에 이른바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 주목 받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소와 같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부득불 피해를 입게 될 수 있는 시설 관련 종사자들이나 해당 지역이 도태되거나 낙오되지 않도록, 사회적 역량을 모아 모두에게 '정의로운' 방식을 추구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와 같은 공여국의 개발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석탄화력발전소를 지어 온 여타 개발도상국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 같은 나라들도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지원하며 여러 비판을 받아 왔다. 그러나 이렇게 만들어진 석탄화력발전소를 다른 전력원으로 전환하려다 보면 이들 나라에서도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과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따라서 G7 등 선진국들은 대규모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개도국의 에너지 전환을 지원하면서도 정의로운 전환을 추진해 가기 위한 자금을 제공하는 네트워크로 JETP(Just Energy Transition Partnership)를 출범시켰다.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부터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한 JEPT는 남아공, 인도네시아, 베트남을 지원대상국으로 삼은 바 있다. 물론 JETP 프로그램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화석연료로 얽히고설킨 기득권과의 충돌이나 환경운동가의 인권이 문제가 된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저탄소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한 과제인 이상, 정의로운 전환도 가야할 방향으로의 당위성은 충분히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야할 방향이 확실하다면 글로벌 중추 국가를 지향하는 한국 역시 더욱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가지고 JETP와 같은 국제적인 공조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할 것이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같이 공적개발원조(ODA)를 주 업무로 하는 기관은 물론, 재정적으로 이를 지원하는 수출입은행과 같은 금융기관, 또한 각 부처에 걸쳐진 ODA를 수행할 때에도 정의로운 전환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정책적 기제를 고안해 나가기를 바란다. 임은정

[데스크칼럼] ‘4·10 총선 이후’가 중요한 이유

이틀 뒤인 10일이면 제 22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다. 오는 5월 30일부터 2028년 5월 29일까지 4년간 국회(입법부)에서 일할 지역구 254명, 비례대표 46명 등 총 300명을 국민의 손으로 직접 선출한다. 앞서 5~6일 이틀간 치러진 사전투표율이 31.28%(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잠정집계)로 역대 총선 최고를 기록했다. 이번 총선의 전체 유권자 약 4428만명 가운데 3분의 1에 가까운 1385만명가량이 투표에 참여한 것이다. 높은 사전투표율을 놓고 여야 각당은 서로 '거대야당(더불어민주당) 심판', '정권(윤석열 정부) 심판'의 민의(民意) 반영이라며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고 있다. 어쨌든 사전투표와 오는 10일 총선 본투표의 결과에 따라 각 정당의 국회 의석수가 정해지고, 여야간 희비가 엇갈릴 것이다. 총선이 중요한 이유는 삼권분립의 한 축인 입법부의 권력 이동뿐 아니라 또다른 축인 행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비록 21대 국회 여야정당의 활동과 역할을 심판하는 선거이지만, 윤석열 행정부의 지난 2년 국정운영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4·10 총선의 결과는 단순히 입법부(국회)의 변화만이 아니라 행정부,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방향에도 전환점 작용을 할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행정부나 국회의 정치공학적 변동 못지 않게 유권자 국민들은 4년 또는 5년마다 찾아오는 직접투표 권리행사를 통해 개인 삶의 향상 또는 변화에 대한 갈망을 '한 표의 주권'으로 표출하는데 더 의미를 부여한다. 선거 결과로 여야 어느 쪽의 승리보다 국민들은 표심이 정부와 정치권에 제대로 전달돼 국민생활의 실질적 변화로 연결되기를 바란다. 총선의 민심을 받든 정치권이 최근 1~2년 새 고물가와 고금리, 의대증원 반발에 따른 의료서비스 불편 등 서민 삶을 짓누르고 괴롭히는 현안들을 하루빨리 해결해 주기를 원한다. 당장 물가 문제만 들여다 봐도 최근 2년(2022~2023년) 소비자물가 등락률(KOSIS 국가통계포털 기준)에서 2022년 5.1%, 2023년 3.6%로 이전 시기 0.4~2.5%와 비교해 최대 10배 이상 상승했다. 특히, 신선식품물가지수는 지난해 6.8%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2020년 9.0%)을 제외하곤 2010년 이후 시기에 가장 높았다. 정부는 물가안정에 나서고 있지만, 일부 제조사만 옥죄기할뿐 비용상승의 주원인인 유통망은 손조차 못대고 있다. 더욱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간 국지전이 중동전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높아진데 따른 국제유가 급등은 또다른 물가상승 대외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의대증원을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간 갈등도 환자들에겐 직접적 피해를, 일반국민에겐 피로감을 안겨주고 있다. 의료계와 정부의 양보없는 '원칙 대 원칙' 강대강 입장이 몇 번의 대화 시도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대외관계에서도 국민들은 불안하기 매한가지다. 정부의 편향적 미·일 친서방정책으로 우리나라와 경제 및 대북관계 주요 파트너인 중국·러시아와 척을 지면서 '반쪽짜리 외교'에 머물러 있다. 북한과 관계 악화는 같은 보수정권이었던 박근혜 정부에도 미치지 못하는 '최악' 상태다. 더욱이 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휘몰아칠 경제·외교 파장은 우리나라를 더욱 힘들게 할 것이다. 설사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되더라도 국방·외교 편중에 따른 '경제적 비용' 어음이 도래할 것은 불보듯 하다. 선거는 연례적인 '편뽑기' 행사가 아니다. 투표로 뽑힌 국정수행 대리인에게 유권자의 삶을 편안하고 윤택하게 만들라는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이다. 22대 국회는 산적해 있는 국내외 문제를 행정부와 협력과 견제로 잘 조율해 '민생행복 국회'라는 칭송을 듣기를 바란다. 이진우 기자 jinulee6464@ekn.kr

[기자의 눈] ‘영화인 빠진’ 영화관티켓 부과금 폐지

최근 정부가 영화 입장권 가격의 3%에 해당하는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을 '그림자 조세'로 규정하고 폐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영화입장권 가격이 500원 줄어드는 셈이다. 많은 소비자들이 영화를 볼 때마다 영화발전기금을 부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점에서, 현재의 재정충당 구조가 부당하다는 지적은 타당한 면이 있다. 그러나,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가금이 폐지된 뒤 영화계를 향한 지원 확대가 과연 제대로 이루어질 지는 의문이 드는 부문이다. 현재 정부는 독립·예술영화 지원, 신인 창작자 발굴 등 영화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영화관람객 입장권 금액에서 3%를 징수해 '영화발전기금'으로 조성하고 있다. 해당 부과금이 영화발전기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7%로, 정부는 '그림자 조세'를 줄이기 위해 부가금을 없애고 영화발전기금에 빠진 부분만큼 정부 예산으로 대체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영화계를 차질없이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음에도 영화계의 우려가 나오는 것은 최근 정부가 문화·예술 관련 예산 삭감 기조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독립예술영화 제작지원사업 예산은 지난해 114억원에서 올해 67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축소됐다. 영화제 지원사업 예산도 24억원으로 전년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고, 지역영화 지원 관련 사업은 지난 2018년 이후 7년만에 폐지했다. 영화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예산 삭감 이전에도 독립·예술영화 지원은 열악한 수준이었다. 영화감독들이 “한국영화는 지원받은 게 거의 없이 알아서 컸다"고 자조할 정도다. 실제로 독립·예술영화 감독들은 생계를 위해 여러 업무를 병행하는 것은 기본이며, 영화 편집을 돕는 전문장비 구비센터의 숫자도 적어 센터 이용을 위해서는 장기간 대기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업계에서 체감하는 현장 상황은 이미 녹록치 않다. 그럼에도 정부가 재정 충당책을 명확히 하지 않은 채 정부 예산으로 지원하겠다는 원론적 이야기만 늘어놓은 것은 영화계의 불신을 키울 수밖에 없다. 더욱이 정부가 영화발전기금 부족분을 국고로 충당할 경우, 지원영화 선별 시 정부 입김이 강해질 것이라는 예상은 영화인이 아닌 일반인들도 쉽게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독립·예술영화 특성상 정부나 사회 비판성 작품이 기성영화보다 많다는 점에서 정부 입맛대로 지원 잣대를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또한, 이번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 폐지는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국회에서 통과돼야 추진이 가능하기에 사실상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화업계가 정부의 입장권 부과금 폐지를 '총선 표 얻기'용 포퓰리즘 정책으로 비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K-콘텐츠가 세계에서 위용을 떨치고 있는 시기이다. 그런 만큼 K-콘텐츠의 지원을 강화해 뿌리를 튼튼하게 해야할 때이나, 재정 불안을 조성하는 것만으로도 독립·예술영화 감독들이 이탈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총선을 위한 '던져놓기'식 정책이 한국 독립·예술영화 맥을 끊는 '쇠말뚝'이 되는 게 아닌지 영화인만의 우려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이슈&인사이트] 로스쿨 제도 근본적 재검토할 때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교육에 의한 법조인 양성'을 목표로 2009년 미국식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지 15년이 지났다. 일본에선 우리보다 5년 빠른 2004년 도입됐는데, 제도경쟁력 면에서 한국은 일본에 완패했다. 한국 로스쿨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 시점이 왔다고 본다. 현행 한국 로스쿨 제도의 가장 큰 병폐는, 이 제도가 70년 역사의 법과대학 교육 인프라를 일거에 무너뜨려 법학교육의 황폐화를 가져온 것이다. 국가적 재앙이라 할 만한 손실이다. 로스쿨 제도 도입 이전에는 매년 1만3400명의 법학도가 대학에 입학했다. 현재는 전국 25개 로스쿨에 2000명만이 입학하고 있고, 법학과는 소멸 중이다. 일본에선 기존 약 3만여 명의 법학과 학생을 그대로 두고 로스쿨에 매년 5000명 이상이 입학해 법학의 저변이 확대됐다. 한국에서 매년 2000명 정도의 학생만이 로스쿨에 입학하는 동안, 법학생 수의 급감, 법학연구자의 급격한 축소로 법학 후속세대의 양성이 불가능하게 됐으며, 학문으로서의 법학이 붕괴됐다. 법학 교과서는 희귀하게 됐고, 수험가의 얄팍한 요약서가 범람한다. 공무원 시험과목에서 법학과목 퇴출이 심화됐고, 법학개론이나 생활법률 과목이 대학 교양과목에서 사라졌다. 국민의 일상생활에서 법 경시 풍조가 가속화되고, 법치주의가 근본적으로 무너지는 망국적 현상이 진행 중이다. 궤변을 일삼는 법기술자가 여럿 출현했고, 특히 정치인이 된 법기술자들의 죄의식 저하가 극심하다. 로스쿨들은 학교마다 특성화를 실시하고 소크라테스(Socrates)의 문답식 교육방식을 채택하겠다고 약속했다. 지금 특성화는 완전 실종이고, 문답식 교육은 온데간데 없다. 학생들은 변호사시험 대비 판례암기 공부로 로스쿨 3년을 보낸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 실력의 양극화도 극심해져, 변호사시험 합격자 실력의 균질성이 사법시험 합격자에 비해 추락했다고 법조계에서는 말이 많다. 일본 학생들은 대학 입학으로부터 빠르면 5년(법과대학 3년 조기졸업 + 로스쿨 2년), 정상적이면 6년(법과대학 4년 졸업 + 로스쿨 2년) 후 사법시험을 볼 수 있다. 한국에선 7년(대학 4년 + 로스쿨 3년) 이내 변호사시험을 볼 수 있는 방법은 대학 조기 졸업 외에는 없다. 일본에선 로스쿨 재학 중에도 사법시험을 볼 수 있으나, 한국은 반드시 로스쿨 3년 수료자만이 변호사시험을 볼 수 있다. 일본에선 로스쿨을 다니지 않더라도 '예비시험제도'에 합격하면 바로 사법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2023년 사법시험에서 명문 도쿄대학 로스쿨 졸업자의 68%, 교토대학 졸업 응시자의 59%, 히토쯔바시대학 졸업 응시자의 67%가 사법시험에 합격했지만, 예비시험에 합격한 후 응시한 자의 92%가 합격하여, 예비시험 합격자가 로스쿨 졸업생보다 월등하게 높은 합격률을 보였다. 다만, 예비시험 합격률은 겨우 3~5%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양만식 교수 제공 자료). 한국은 장기ㆍ고비용ㆍ저효율의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는 경로인 로스쿨을 졸업해야만 변호사시험을 볼 자격이 생긴다. 이는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을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매우 나쁜 제도라고 할 것이다. 일본처럼 예비시험을 도입하자는 주장도 있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로스쿨의 독점적 지위가 무너지고 이는 로스쿨의 기득권을 뺏는 것이므로 전국 로스쿨 교수들과 재학생들이 저항할 수 있다. 이런 제도는 처음부터 들어왔어야 했는데 실기했다. 장차 이를 도입하려면 5년 정도의 유예기간을 두고 진행해야 한다. 다만, 필자는 로스쿨 졸업도, 예비시험도 필요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구든 대학 법학과에서 50학점 정도 최소한의 필수과목 학점만 이수하면 바로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사면허시험과는 달리 변호사시험은 독학으로도 충분히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경로로 법조인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국민이 행복해진다. 누구든 어떤 방법으로든 열심히 하면 목적을 이룰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최준선

[기자의눈] 네거티브 공방으로 얼룩진 총선판

총선이 6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는 공약·정책보다는 '네거티브' 공방에만 열중하는 분위기다. 선거 초반 '막말 금지령'을 내리며 중도층 공략에 방점을 뒀지만 그 모습은 온데 간데 없다. 여야 모두 상대 당을 악마화하며 서로 심판하자고 몰아가기만 할 뿐 '정책 대결'은 펼치치 않는 모양새다. 여야 대표들은 온갖 종류의 심판론을 주장하며 노골적인 비방전에만 총력을 다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은 '이·조(이재명, 조국) 심판론'을 내세웠다. 한 위원장은 전국을 도는 유세 현장에서 “이번 선거는 범죄자를 심판하고 이조 심판을 해야 한다"며 “범죄자 세력이 여러분과 같은 선량한 시민을 지배하는 걸 막아야"한다고 거침 없는 언행을 이어갔다. “정치를 개같이 하는게 문제다", “감옥가기 싫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종북 세력과 야합했다"는 등의 발언도 서슴없이 내뱉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총선 날인 4월 10일을 '윤석열 정권 심판의 날'로 규정하며 '정권심판론'을 펼치고 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을 이렇게 퇴행시킨 장본인은 윤석열 정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투표한 유권자를 비하하는 '2찍' 발언에 이어 윤 정부를 '의붓아버지, 계모'라고 평하기도 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후보를 향해서는 “별명이 나베"라고 비꼬았고,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열린 추념식에서는 “국민의힘은 4·3 학살의 후예"라는 수위 높은 발언을 이어갔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3년은 너무 길다', '검찰독재정권 조기 종식'을 슬로건으로 삼고 정권 심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위원장과 조 대표 사이에서도 신경전이 벌어졌다. 조 대표는 한 위원장에게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으로부터 버려질 것"이라고 주장했고 한 위원장은 “파렴치 잡범 조국, 감옥서 영치금 뜯어내고 책 팔 것"이라는 등 서로에 대한 적개심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여야 후보 사이 고소·고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중·성동갑 전현희 민주당 후보와 윤희숙 국민의힘 후보는 각각 '허위사실 공표죄'와 '무고죄'로 서로를 고발하기도 했다. 이 모두가 유권자를 안중에 두지 않는 무시하는 행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승리에만 매몰돼 저열한 말싸움만 이어가는 여야의 행태는 국민들에게 실망감과 피로감만 안겨주고 있다는 것이다. 여야가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는데 총력을 다하는 사이 국민들의 삶과 직결된 민생이나 지역현안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여야 모두 앞으로 남은 6일간이라도 후보들과 각 당은 상대를 헐뜯지 않고 정책과 공약으로 정정당당하게 총선에 매진 해야할 것이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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