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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기름값 안정화, 유류세 ‘정상화’가 먼저

국제유가가 오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어김없이 정부가 나타난다. 정유사 관계자들을 만나 가격 안정을 당부하고 주유소들이 어떻게 가격을 책정했는지 알아본다. 최근에도 산업통상자원부는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대한석유협회와 한국석유공사·한국도로공사·농협경제지주가 참석한 가운데 '석유시장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분쟁을 재점화된 중동 지역 분쟁이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최남호 2차관은 업계에 '상생의 정신' 발휘를 당부했다. 기름값이 국민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이유다. 정유사들의 연간 매출이 많게는 수십조원까지 잡히는 것도 이같은 행보에 힘을 싣는다. 국제유가 인상분 보다 가격을 더 올린 주유소가 없는지 조사도 했다. '국제유가가 올라갈 때는 기름값이 초고속으로 뛰지만, 반대인 경우에는 느릿느릿 걷는다'는 인식이 반영된 셈이다. 이번 조치는 유류세 인하 종료와도 무관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물가 상승에 따른 국민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6월까지 연장했으나, 결국은 한시적인 조치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ℓ당 휘발유 205원, 경유 212원, LPG부탄 73원을 인하하고 있다. 이에 따른 정부의 세수 손실은 5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지금까지 유류세 인하의 효과가 충분히 나타났는지는 의문이다. 정부도 정유사 담합을 의심하면서까지 가격을 점검한다. 이같은 문제는 유류세를 개편하기 전까지 피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가 오르든 내리든 교통에너지환경세는 보통휘발유와 고급휘발유 기준 ℓ당 396.7원이다. 교육세도 59.5원(교통세의 15%) 붙는다. 가격 연동이 제대로 되지 않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석유수입부과금 16원도 추가된다. 민간 섹터에서 꾸준히 촉구하고 있는 석유수입 관세(수입가격의 3%) 폐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결국은 가격 연동이 제대로 되야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 해군력 증강 등으로 석유 도입선을 안전하게 지키고 다변화하는 등 특정 지역의 가격 변동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도 높인다면 유류세 인하라는 '필요악'의 부작용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신율의 정치 칼럼] 3지대 정당들의 몰락! 왜?

이번 총선의 특징으로, 첫째, 야권이 192석을 획득했다는 점, 둘째, 제3지대 정당 상당수가 '몰락' 수준으로 참패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일각에서는 제3지대 정당의 몰락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조국혁신당이 12석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국혁신당을 과연 3지대 정당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조국혁신당과 다른 3지대 정당 사이에는 차이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새로운미래나 개혁신당은 각각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주류에 반기를 들며 만든 '독립적' 정당이다. 그렇기 때문에 거대 양당과의 차이점이 선명하다. 녹색정의당 역시 독립성이 분명한 이념 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조국혁신당은 다르다. '지민비조'라는 용어가 상징하듯이, 조국혁신당은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민주당과 연대나 협력이 가능한 '민주당 유사 정당'이다. 즉, 민주당에서 파생된 정당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조국혁신당의 주된 지지층이 양당에 반대하는 중도층이 아니라, 야권 지지층 중 이재명 대표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조국혁신당의 지지기반은, 기존 거대 정당인 민주당의 지지기반에서 파생된 '일부'이기 때문에, 전형적인 3지대 정당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그렇다고 민주당과 합당이 가능한 정당이라는 뜻은 아니다. 이재명 대표의 입장에서는 문재인 정권을 상징하는 인물을 견제할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의 공천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확고한 당 장악력을 확보하기 위해, 무리하면서까지 친명 위주의 공천을 했는데, 이런 과정을 상기하면, 조국 대표와 손을 잡아 새로운 불씨를 만들 이유가 없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이재명 대표는 친문을 그리 선호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중요하다. 과거 이 대표 본인이 당내 비주류로 있을 당시, 주류인 친문들이 자신에게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잘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선거 유세장에 모습을 나타냈을 당시에도, 이재명 대표는 이를 달가워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추론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더구나 문 전 대통령이 방문했던 지역 대부분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문 전 대통령의 유세 현장 등장을 오히려 선거 방해 요소로 생각할 수 있다. 문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문 정권에 대한 매우 부정적인 기억이 되살아나며 보수들이 결집했다는 분석이 주류를 이루는데, 이런 측면을 봐도 이 대표가 문 전 대통령 혹은 친문들을 반길 리는 없다. 이런 맥락에서 이 대표는 조국 대표와의 합당은 전혀 고려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은 조국혁신당을 함께 할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견제와 경쟁의 대상, 그리고 언젠가는 힘이 빠지게 만들어야 하는 대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당분간은 필요하면 연대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길 수는 있다. 조국혁신당의 기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조국혁신당은 다른 3지대 정당과는 그 성격이 상당히 다른 정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찐 3지대 정당'들은 왜 참패를 면하지 못했을까? 그 이유는 이렇다. 과거 3지대 정당들 중 성공한 사례는, 고(故) 정주영 회장이 만든 통일 국민당, 고(故) 김종필 전 총리가 창당한 자민련 그리고 안철수 의원이 주도했던 국민의당 정도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 정당이 성공했다고 평가하는 이유는, 이들 정당 모두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정치적 양극화가 극심하지 않았을 때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정치적 양극화가 극심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3지대 정당이 원내 교섭 단체를 구성할 정도의 성공을 거두기는 힘들다. 정치적 양극화가 극심한 상황에서는, 사표 방지 심리가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새로운미래는 1석, 개혁신당은 3석의 의석 확보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들 정당이 이런 의석만을 가지고 계속 정치활동을 하기는 어렵다는 데 있다. 결국 정당 간의 이합집산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인데, 새로운미래와 개혁신당이 다시 합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오히려 새로운미래가 조국혁신당과 연합 혹은 합당할 가능성은 있다. 새로운미래 구성원 대부분이 친문이라고 할 수 있고, 조국 대표는 친문의 상징적 인물이기 때문이다. 조국 대표는 자신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에 어떻게 해서든 정당의 규모를 늘려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하려고 할 텐데, 이런 이유에서 새로운미래와의 연대 혹은 합당은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 변수는 조국혁신당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이다. 만일 민주당이 원내교섭단체 구성 기준을 10석으로 낮춘다면, 조국혁신당이 의원 영입에 전력을 다할 이유는 없어진다. 하지만, 만일 교섭단체 기준 하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조국혁신당은 민주당 내부의 비명 의원들 영입에 나설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총선 직후지만, 다시 한 번의 정계 개편이 발생할지 모르는 것이다. 신율

[이슈&인사이트] 대만 강진은 반도체 허브 육성의 기회다

지난 3일 대만 동쪽 해저에서 발생한 규모 7.2도의 지진으로 인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TSMC의 일부 반도체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TSMC 측은 3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첨단공정 시설의 핵심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도 8∼15시간 가동이 멈췄다고 밝혔다. EUV 노광장비 등 주요 기계는 손상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공장의 정상 가동에 수일이 소요된다. 특히, 반도체는 정밀하게 만들어져 있어 작은 충격에도 취약한 특성을 가진다. 때문에 생산시설의 복구에 대한 우려가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TSMC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세계 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한다. 인공지능(AI)·전기차 등에 필요한 최첨단 반도체 생산의 90% 이상을 점유한다. 애플, 엔비디아, 퀄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을 주요 고객사로 뒀다. 강진이 최첨단 반도체 생산시설이 집중된 대만을 강타하면서 TSMC 공장이 멈춰서자 전 세계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만의 반도체 공급망 리스크는 지정학적 요인 때문에 일찍부터 제기돼왔다. 대만해협을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이 문제가 거론됐다. 특히 2022년 8월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할 무렵 중국이 대대적인 군사훈련을 실시한 뒤 그 문제 제기는 더욱 빈번해졌다. 미중 패권경쟁에서 핵심은 기술패권 경쟁이고 그 핵심은 반도체다. 그래서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 제어를 위해 기술과 장비 수출 통제 고삐를 조이고 있다. 그렇지만 만일 중국이 대만을 통제하게 되면 최첨단 장비와 고급 기술 인력을 한꺼번에 확보하게 돼 일약 반도체 산업 강자로 도약하게 된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국이 TSMC를 폭파하고 반도체 인력을 분산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더해 강진이 발생하면서 대만이 글로벌 반도체 생산의 허브로서 적합한 지에 의문이 제기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TSMC를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2차 공급처로 꼽히는 삼성전자가 주목을 받고 있다. TSMC의 고객사들이 삼성전자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분야에서 1위 TSMC와의 큰 격차를 보이지만 시장 점유율 14%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지진에 안전하고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용수 확보도 대만에 비해 쉽다. 그만큼 입지 조건이 좋은 편이다. 공교롭게도 TSMC는 생산 다변화 차원에서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했다. 그런데 일본 역시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곳이다. 대만의 반도체 공급망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한국이 반도체 산업의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았다. 마침 정부가 2023년 3월 용인시 남사면 710만㎡(215만 평)에 2042년까지 300조원을 투자해 첨단 반도체 제조공장 5개를 구축하고, 국내외의 우수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 팹리스 등 최대 150개를 유치한다고 발표했다. 국회는 반도체 등 국가전략산업에 기업이 설비투자를 할 경우 세액 공제 비율을 확대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부는 또 올해 1월 622조원의 민간 투자를 통해 2047년까지 경기 평택·화성·용인·이천·안성·성남·판교·수원 일대에 반도체 생산 공장 13개, 연구시설 3개를 신설한다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계획'도 내놓았다. 대만에서 강진이 발생한 직후인 지난 9일엔 '반도체 현안 점검회의'를 열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동향 및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추진현황'을 논의했는데, 그 자리에서 '첨단산업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법 개정은 전력, 용수 등 기반시설 설치에 협조하는 인근 지방자치단체에 재정적 지원을 추진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인근 지역의 반대로 공사가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반도체 경쟁은 산업 전쟁이자 국가 총력전이다.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들이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반도체 공장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경쟁국들의 투자 유치 정책에 대응해 보다 과감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특히, 우수한 반도체 전문인력 확보에 전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반도체 업계는 인력 부족에 대한 우려를 계속 제기하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2031년에 5만 명 이상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다. 설상가상으로 '인재 유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학 정시모집에서 서울 주요대학 반도체 학과에 합격한 학생들의 상당수가 등록을 포기하고 의대를 선택한다고 한다. 우수한 인력은 한정돼 있다. 저출산 상황도 심각해지는 추세다. 때문에 적절한 인력 배분이 매우 중요하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의대생 증원 추진의 경우에도 마땅히 이러한 점을 고려했으면 한다. 인력이 제대로 확보되지 못하면 아무리 단지를 조성하고 인센티브를 준다 해도 반도체 산업 허브 국가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강국

[기자의눈] ‘액트’의 돌풍…내년에도 이어지려면

소액주주들의 외침이 그 어느 때보다 컸던 주총 시즌이 끝났다. 돌풍의 중심에는 소액주주를 위한 플랫폼 '액트'가 있다. 14일 금융감독원과 액트 등에 따르면 올해 열린 정기주주총회 시즌에 주주제안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한 상장사는 총 41개다. 그중 액트를 통해 주주제안이 이뤄진 종목은 총 13개다. 또 주총을 앞두고 의결권 위임을 요청(대리 행사 권유)한 종목은 총 52개로 이 중 30곳이 액트를 통해 의결권 위임이 이뤄졌다.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보인 곳은 OCI와 통합을 추진하던 한미사이언스다. 주총장에서 펼쳐진 표 대결로 결국 통합이 무산됐고, 그 과정에서 액트를 통한 주주제안으로 이사 후보에 올라왔던 인물들이 대거 선임됐다. 이 밖에도 베뉴지와 삼목에스폼, 캐스텍코리아 등에서 액트를 통한 주주제안 이사 후보들이 선임에 성공했다. 또 DB하이텍, 대유 등에서는 최대주주 측의 안건이 액트로 의결권을 모은 소액주주들에 의해 저지되는 사례를 만들었다. 한편 액트의 눈부신 활약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도 남았다. 셀리버리의 경우 임시주총과 정기주총 모두 액트를 통해 소액주주들의 의견을 모았지만, 실제 주총장에서는 표 대결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액트를 통해 모은 의결권을 검수한다며 시간을 끌다가 대표의 도주로 주총을 마무리했다. 정기주총에서는 아예 액트를 통해 모은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고 안건을 날림으로 처리한 뒤 대표가 또 도주했다. 휴마시스의 경우도 황당한 일이 있었다. 액트를 통해 선임된 주주 대표가 의결권을 모아 주총장에서 행사했어야 하는데, 주주 대표가 의결권을 모은 뒤 주총장에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활발한 소액주주들의 활동을 본 금융당국은 뒤늦게나마 제도개선을 진행 중이다. 금융감독원은 앞으로 공시하는 정기 보고서에는 주주제안 등 소수주주권 제기 사실 및 처리경과를 상세히 기재하라고 공시서식을 개정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이번에 드러난 아쉬움을 달래기는 부족해보인다. 액트를 통해 의결권을 모을 수는 있지만 이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주총장을 찾아야 하고, 회사가 마음먹는다면 행사를 저지할 수도 있다. 활발해진 소액주주의 권리 강화 움직임을 제대로 지원하려면 전자투표제와 전자 위임장 제도 등을 의무화하고, 주주총회 관련 제도를 더욱 구체적으로 정비해 회사 입맛대로 규정을 적용하는 사례를 막아야 한다. 더 탄탄한 토대 위에서 펼쳐진 소액주주들의 반란을 기대한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데스크칼럼]‘안미경중’과 이별을 확실히 할 시간

한동안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란 패러다임이 대한민국 전략의 한축으로 자리를 차지한적이 있었다.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는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고 경제는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는 듯 했다. 하지만 이제 '안미경중'과 확실히 이별을 해야할 시간이 왔다. 세계정세는 '안보도 미국, 경제도 미국'이란 전략이 대한민국의 번영과 발전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으로 모아지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중심으로 그 이유를 살펴보자. 반도체는 인공지능(AI), 로봇, 우주, 슈퍼컴퓨터 등 첨단산업과 탄도미사일, 레이더 등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방위산업의 핵심이다. 이에 미국은 패권적 지위를 위협하는 중국을 겨냥해 반도체 공급망에 직접 개입하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의 생산 거점과 시장 지배력이 한국·대만·일본 등 동아시아에 편중돼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해소하려고 한다. 실제로 메모리 반도체의 75%, 시스템 반도체의 90%가 동아시아에서 생산되고 있다. 10나노미터 미만 웨이퍼 가공 공정 반도체 제조능력은 대만과 한국만 갖추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은 이러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나서고 있으며, 중국이 추진하는 '반도체 굴기'를 꺾으려는 직접적인 조치를 가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체계를 갖추기 위한 '반도체 지원법(칩스법)'을 마련했다. 칩스법은 미국의 반도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자국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완벽하게 구축하는 게 목표다. 이를 통해 반도체 설계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에서 지배력을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구체적으로 미국내 △반도체 공장과 생산장비 보조금에 390억달러 △연구개발(R&D)에 110억달러 △국방과 관련된 반도체 분야에 20억달러 △국제 정보통신기술보안에 5억달러 △반도체 인력양성에 2억달러 등 527억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이에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의 TSMC가 반도체 제조공장과 패키징 시설 및 연구개발센터를 짓기로 했다. 미국의 인텔도 10나노 미만 제조공정 건설을 추진 중이다. 최근 TSMC가 미국 보조금 지원 확대 정책에 힘입어 미국 반도체 공장 3곳을 6곳으로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삼성전자도 반도체 공장과 패키징·연구개발 시설 4곳을 추가적으로 지을 것이란 보도가 나오고 있다. 또한 미국은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를 가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18나노미터 이하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14나노미터 이하 로직칩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 특히 첨단 반도체 제조공정에 필수적인 노광장비 EUV(극자외선)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최근 네덜란드 ASML사는 EUV보다 성능이 떨어지지만 고품질 반도체를 생산하기에 충분한 DUV(심자외선)마저 중국에 수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가 중국에 들어가지 못하면 중국 SMIC, YMTC 등의 기업들은 첨단 반도체 생산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 뻔하다. 또한 중국 현지에서 낸드플래시와 D램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미국의 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낸드와 D램 공장의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는 미국, 일본, 네덜란드의 장비 반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당분간 중국에서 범용 반도체 생산에 머물러야 한다. 이처럼 미국은 중국이 제조업 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중국제조 2025'에 직접적인 제재를 가하면서 중국의 '제조굴기'를 꺾으려고 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에서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고뇌의 결단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송영택 기자 ytsong77@ekn.kr

[기자의 눈] 전세불안 잠재울 실효적 대책 마련해야

“곧 전세계약이 끝나 집을 알아보고 있는데 최근 전셋값이 너무 많이 올라 걱정이다. 서울살이를 포기해야 하나 고민이 된다." 최근 만난 한 지인의 한탄이다. 그의 말대로 최근 전셋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첫째 주(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7% 상승을 기록해 전주 상승 폭을 유지했다. 작년 5월 넷째 주 이후 46주째 상승세다. 실제로 서울 성동구 '서울숲리버뷰자이' 전용 59㎡는 작년 12월 7억8000만원(16층)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지만 이달 2일에는 8억5000만원(12층)에 나갔다. 성동구 금호동 4가에 위치한 힐스테이트서울숲리버 전용 84㎡는 지난달 초 11억8000만원(15층)에 전세 계약서를 썼다. 이는 1년 전 계약된 7억1000만원 대비 67%(4억7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이처럼 전셋값이 고공행진을 보이고 이유는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일시적으로 세들어 살면서 시장 분위기를 관망하려는 수요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수년째 수도권 일대를 휩쓴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다세대·연립) 기피 현상이 맞물린 것도 영향을 미쳤다. 물론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전세불안 해소를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긴 하다. 공공이 주택을 매입한 뒤 전세로 공급하는 '든든전세주택'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빌라·오피스텔·단독주택 등 비아파트 10만가구를 매입해 시세보다 싼 전월세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부동산 업계에선 전세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공공의 제한적인 공급만으로 전세수요를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오히려 든든전세주택으로 수요층을 외면한 주택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에서 매입하는 주택 중 상당수가 입지와 상품성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의 전세불안이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달 초 출입기자간담회에서 “도시경제 구조가 흔들릴 정도로 위험한 수준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세불안이 이어지면서 서울살이를 포기하고 경기도나 인천으로 집을 옮기는 전세난민이 늘고 무자본 갭투자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전세불안을 잠재울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정부는 전세불안 해소를 위해 다주택자들이 임대주택을 많이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공급 촉진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EE칼럼] 국제 유가 변화에 면밀히 대응해야

국제유가 동향이 심상찮다. 중동정세 불안 등으로 지난달 중순 이후 유가 상승세가 가파르다. 유가 100달러 시대가 온다는 주장도 나온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기타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의 감산과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가능성이 동시에 제기되면서 '지정학적 위험 비용'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등 세계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확대 가능성이 시장 강세의 또 다른 배경이 되었다. 4월 첫 주말 유럽 브렌트유 선물이 배럴당 90달러 선을 돌파했다. 거의 반년만의 폭등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도 유럽 시장과 동조 아래에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원유(WTI)가격이 80달러 후반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나 유가 100달러 시대 도래 가능성은 당장은 크지 않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OPEC+ 전략의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실 준(準) 가격 '카르텔' 성격인 OPEC+의 최대 과제는 자율 생산 감축(하루 2200만 배럴) 성공 여부다. 4년 전 '코로나19 팬데믹' 불황에 의한 수요 급감과 가격폭락에 대응하기 위해 하루 1000만배럴 감산을 통해 시장안정을 꾀한다는 것이 당초 설립목적이었다. 그러나 당시 과잉공급 규모는 2000만'배럴' 수준이어서 이들의 목적 달성은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 대신 미국의 추가 감산으로 겨우 '파괴적' 가격급락이 회피되었다. 이를 강력히 규제할 수단이 OPEC+ 차원에서는 사실상 없다. 지정학적 요인에 의한 시장 급등의 결과는 매번 가격은 빠르게 배럴당 75∼85달러 범위로 되돌아온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현재 유가 수준도 이런 가격 변동범위 내에 있다. 강력한 시장 논리에 따라 당분간 이런 추세는 지속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지난 1970년대 심각한 유가 파동을 겪은 우리나라에서 단순한 외신번역 소개 정도에만 관심을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 관련 기관과 전문가들이 유가 분석과 전망 능력 한계로 책임회피에만 몰두한다는 일부 지적에 주목해야 한다. 여기서 우리 석유 전략의 논리적 기반조성을 위해 국제유가 변동 패턴의 특성을 살펴보자. 첫째,공급구조의 변화다. 지난 수년간 가격 변동의 가장 큰 요인은 공급구조의 변화다. 현재 석유 생산과 공급구조는 지난 50년 이래 가장 중동 집중도가 낮다. 중동은 1차 석유파동기인 1974년 세계 석유 시추량의 37%에서 오늘날 30% 이하로 떨어졌다. 또 OPEC의 절대자인 사우디 비중이 회원국 전체의 50% 아래로 떨어졌다. 이란과 쿠웨이트 등은 그 비중 변화는 적다. 이는 2010년대 셰일 붐으로 미국이 1949년 이후 처음으로 에너지 순 수출국이 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생산이 급증하고 있는 '가이아나'와 같은 비 OPEC국들의 생산 증가는 공급 다각화로 이어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국과 캐나다의 증산 물량과 함께 새로운 원유공급원 공급량이 2024년 세계 수요 증가의 대부분을 충당할 수 있다고 한다. 둘째, 세계 3위 산유국인 러시아의 수출 지속이다. 러시아 원유 수출은 2022년 서방의 수출규제와 배럴당 60달러의 가격 상한선 부과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저가 이점을 활용하는 인도, 동남아 등이 다양한 거래기법과 제품생산구조가 기민하게 작동되고 있다. 러시아 수출가격은 가격 상한선을 넘어서고 있다. 셋째, 산유국 예비생산능력(Spare Production Capacity) 확대다. 유휴 시설에서 단기간 내 생산가능량을 의미하는 예비생산능력이 확대-유지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주요 OPEC 회원국들의 예비생산능력이 하루 450만 배럴 이상으로 추계하고 있다. 이는 이라크의 산유량보다 큰 수준이다. 따라서 어지간한 공급 차질에도 유가급등 가능성은 작다. 넷째,석유 수요구조의 변화다. 세계 석유 시장은 2020년 '코로나 19 팬데믹'이 지나간 후에는 지속적 경제 성장기를 맞아 GDP 성장률보다 더 높은 수준의 수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 세계 석유 수요는 사상 최고 수준이다. 저탄소 신에너지로의 에너지전환이 불가피하지만 당분간 석유 등 화석연료 사용이 에너지집적도와 단위 열량 기준 단가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에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권위 있는 관련 기관들도 향후 10년 정도 세계 석유 수요가 지속 증가할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중국 등에서 단기 경기과열 현상이 진정되고, 전기차 보급확대 등 수요구조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수요구조 정착에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세계 석유 가격의 기본 지표인 브렌트유 가격이 100달러 수준을 넘는 경우 산유국들의 자원 이기주의는 폭발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OPEC+ 등 산유국들의 무작정 증산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 역시 증산가능성은 낮다. 이에 우리는 감당할 수 없는 정도의 많고 광범한 석유 시장정보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보다 '글로벌 석유 재고'와 같은 과학적 분석이 가능한 유효 정보기반 발굴에 힘써야 할 것이다. 최기련

[이슈&인사이트] 은행의 상생금융에 대한 새로운 접근

최근 은행의 상생금융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높다. 이는 지속되는 고금리 기조하에서 역대급 이자이익을 거둔 은행 사회공헌에 대한 기대감이 여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체로 은행권의 사회공헌 행태는 은행별로 큰 차이는 거의 없는 편이다. 서민과 소상공인에 대한 이자 환급, 저금리 대환상품 제공, 사회공헌 기금 출연 등으로 은행별 차별성은 크지 않다. 더욱이, 서민금융, 지역사회 기여, 학술·교육, 환경 등의 사회공헌을 강조하는 ESG 평가로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더욱 유사해지고 있다. 최근 은행권의 사회공헌 활동 총액은 1조원을 상회하는 등 지난 20년 동안 3배 이상 증가했다. 그럼에도 은행에 대한 사회 여론이 그리 호의적인 것은 아니다. 더욱이, 최근 은행에서 판매된 홍콩 ELS의 대규모 손실로 막대한 배상 책임을 떠안게 되어, 올해 1분기 은행 순이익도 급감할 전망이다. 막대한 규모의 사회공헌에도 불구하고, 실적부진과 함께 호의적 사회여론을 끌어내지 못하는 것이 국내 은행의 현주소이다. 대체로, 사회공헌이라는 것에 대한 국내 은행의 개념 정립에 문제가 있는 듯하다. 상생(相生)이란 은행과 금융소비자가 함께 혜택을 누리는 것으로 일종의 Win-Win 프로그램이 주류를 이루어야 한다. 은행별로 수익을 창출하는 주력 사업이 다르기 때문에, 은행은 수익창출에 기여하는 금융소비자 대상으로 잠재적 금융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금융 수요를 이끌어 내야 향후에도 꾸준한 영업이익 실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은행의 사회공헌은 상생금융이란 이름으로 진행중임에도 은행별로 대동소이하며,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경향이 강하다. 세계적 금융전문지인 유로머니(Euromoney)는 최근 2023년 지역별 우수은행을 발표한 바 있다. 유로머니가 선정한 주요 은행들의 특징은 주력 사업과 연관된 소비자 대상 사회공헌 활동을 특색있게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로머니가 선정한 북미권의 대표적 우수은행인 토론토 도미니온(TD) 은행은 소수인종에 대한 금융지원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 중이다. 캐나다 토론토에 본사를 둔 TD 은행은 은행거래 이력이 많지 않은 'Thin Filer'에 대한 사업확대 차원에서 흑인 차주 대상 대출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흑인 기업 및 가계의 금융지원을 위해 자선단체에 후원하고, 흑인 기업가의 사업 성공을 위한 각종 금융컨설팅도 제공한다. 특히, 흑인 기업가를 위한 맞춤형 대출프로그램인 BECAP(Black Entrepreneur Credit Access Program)을 운영한다. BECAP을 통해 이자감면, 대출설정 수수료 면제, 대출심사에서 탈락한 흑인 차주에 대한 2차 검토 등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TD 은행은 흑인 차주에 대한 금융지원 강화를 토대로 잠재적 금융 수요 창출, 영업실적 개선, 사회적 평판 획득이 가능하다는 전략적 판단을 하고 있다. 실제로 TD 은행의 상생금융 영업전략은 우수한 재무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2023년 대출성장률이 약 10% 늘어나며, 영업수익(revenue)이 전년대비 약 56%나 증가했다. 시장경쟁이 치열한 북미권 은행 시장에서 거둔 우수한 재무성과는 최근까지 꾸준한 주가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TD 은행은 세계적 마케팅 정보서비스 회사인 J.D. Power의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2019년 1위, 2023년 3위를 기록하는 등 사회적 평판 측면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시현중이다. 2000년 미국에 진출한 TD 은행이 미국의 3대 상업은행들인 BOA, Wells Fargo, J.P Morgan Chase를 제치고, 우수한 성과를 거둔 배경에는 TD 은행만의 흑인차주 대상 독특한 상생금융 전략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지용

[EE칼럼] 국가자원공급망 실현을 위한 필요조건

국가의 에너지자원 공급망은 국민경제와 국가 산업의 혈관이다. 피가 심장에서 온몸으로 순환해야 생존할 수 있는 것처럼 국가 차원에서 에너지자원 공급망 체계를 구축하고 막힘 없이 사용처까지 배분이 되어야 한다. 연초에 국회를 통과한 자원안보법은 에너지전환시대와 4차산업시대에 필요로 하는 다양한 에너지자원을 국가 차원에서 확보하기 위한 자원공급망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시작이 반이니 이제 나머지 반을 잘 완성하여 유사시에 실직적인 자원공급망이 차질 없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93% 이상의 에너지원과 97%의 광물자원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대한민국에는 더욱 더 안정적인 자원공급망 구축이 필수적이다. 재생에너지와 전기차와 관련된 리튬, 코발트, 마그네슘, 흑연 등 핵심광물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양을 확보하기 위해 무한 경쟁에 돌입한 상태이다. 자원을 보유한 나라는 이를 무기 삼아서 경제 논리 보다는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에너지자원 수출을 금지하는 등 자원무기화에 나서고 있다. 선진국들은 외교력과 자본을 앞세워 개발도상국의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자원외교와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전 정부의 해외자원개발 투자의 실패 후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 라는 속담처럼 2012년 이후 자원확보를 위한 해외자원개발을 외면하고 있다. 자원안보의 기본은 안정적인 국가 에너지자원 공급망의 확보에 있다. 결국 자원공급망은 국내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에너지자원을 충분히 확보하고 유사시를 대비하여 적정 규모의 자원을 비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즉, 국가에서 필요한 충분한 에너지자원을 개발, 생산, 도입하고 비축하여 필요한 때, 필요한 곳에 지속적으로 공급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냉정한 국제사회에서 국제적으로 자원공급에 위기가 닥치더라도 국가 산업과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없게 하거나 최소화해야 한다. 한국과 같은 자원빈국에서 안정적인 국가자원공급망 구축을 위해서는 해외자원개발 투자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해외에 확보한 광산과 석유가스전은 수십 년에 걸쳐 일정양의 자원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천연 자원비축기지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전 세계 산재해 발생하는 국지적 분쟁과 불안한 정세를 감안하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마라"는 속담처럼 에너지자원의 도입국과 자원개발 투자 대상 국가의 다변화는 필수적이고 현명한 전략이다. 또한 효율적인 자원공급망 구축을 위해서는 민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기본적으로 단기적인 경제성과 효율성에 기반하여 투자를 결정하는 민간 부문은 국가 차원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자원의 개발생산과 비축을 의무화 하거나 강제화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꼭 필요한 필수 분야와 최소 공급량은 자원안보 측면에서 에너지자원 공기업을 통해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해외사업추진을 지속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국가 자원공급망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목표가 설정되어야 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치밀한 계획과 함께 일을 추진할 수 있는 능력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계획이 완벽하고 추진할 수 있는 인력이 있어도 예산이 없으면 그림의 떡일 뿐이다. 정부 담당 부처에서 아무리 좋은 계획을 수립해도 예산을 담당하는 기재부에서 예산배정을 받지 못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결국 계획, 인력, 예산이 완벽하게 자원공급망 시스템안에서 모두 갖추어져야 실질적인 변화와 실행이 가능하다. 우리도 이번에 제정된 자원안보법을 통하여 장기적으로 국가의 에너지자원 공급망 시스템을 튼튼히 구축하여 국가 산업 경제 발전과 국민 생활에 어려움이 없도록 기본 안전망을 제공해서 국가가 국가다운 국가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야 한다. 에너지자원의 해외개발과 도입뿐만 아니라 국내에서의 분배망까지 공급망의 시작부터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 공급망 시스템이 완성되길 기대한다. 신현돈

[기자의 눈] 마무리 된 총선… 자본시장 선진화는 본격화돼야

22대 총선이 마무리 됐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거대 양당은 자본시장 공약을 잇달아 발표하며 표심 잡기에 열을 올렸다. 선심성 공약이라는 비판과 실행여부에 대한 불신, 투자자 보호는 뒷전이라는 무수한 말들이 나왔지만 총선은 예정대로 끝이 났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발행 및 상장을, 국민의힘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내세우며 개미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자 했다. 하지만 정작 필요한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올해 열린 상장사 주주총회 취재 결과 주주들이 가장 원했던 안건은 회사가 보유중인 자사주의 소각이었다. 하지만 거대양당 모두 자사주와 관련된 유인책을 내놓지 않았다. 또 전자투표제도 도입과 관련해서도 두 양당은 언급이 없었다. 총선과 관련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이 내놓는 공약이 대부분 인기영합적인 게 많았다며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다른 관계자는 주식으로 돈을 버는 게 죄악시 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점은 개선돼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시장은 살아있는 생명과도 같다. 생존에 필요한 환경만 제공된다고 해서 제대로 성장할리 만무하다.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게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자본시장은 정책의 지속성은 떨어지고, 이슈가 터질 때마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규제와 완화가 반복된다. 이런 시장을 누가 신뢰할지 의문이다. '저축의 시대는 가고 투자의 시대가 왔다'는 말을 처음 들은 게 2009년 첫 증권부 출입 당시 읽었던 기사다. 이미 15년이 훌쩍 지났지만 코스피는 2000포인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유가증권과 코스닥 시장을 통칭하는 '국장'에 대한 비판글이 꾸준히 올라온다. 개인의 호주머니를 외국인과 기관이 털어가는 상황에서 누가 투자를 하겠느냐는 거다. 한 전업 투자자는 국내 증시보다 코인 투자가 더 낫다고 말할 정도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K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했지만 세부적인 내용은 앞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총선이 끝났다. 승자와 패자 모두 기쁨과 슬픔을 빠르게 잊고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만전의 준비가 필요한 때다. 양성모 기자 paperkiller@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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