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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지금의 인뱅도 ‘시간’이 걸렸다…새 플레이어들에 거는 기대

인터넷전문은행 제1호 케이뱅크와 제2호 카카오뱅크가 출범한 2017년, 이 때에도 인터넷은행의 성공을 확신한 것은 아니었다. 이미 시중은행들은 확실한 충성고객을 확보하고 있었고, 이 고객들이 오프라인 점포가 없는 생소한 온라인 은행으로 넘어갈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았다. 인터넷은행이 출범 이후 탄탄대로만 걸어온 것도 아니다. 케이뱅크는 자본확충에 발목이 잡혀 한시적으로 영업을 하지 못하기도 했고, 후발주자인 제3호 인터넷은행인 토스뱅크는 2021년 출범 후 곧바로 대출 규제에 막혀 대출 영업을 일정 기간 중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첫 출범 후 7년이 지난 지금 인터넷은행은 명실공히 시중은행을 흔드는 메기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산 규모 등 덩치 면에서는 시중은행이 여전히 월등히 앞서고 있지만, 인터넷은행이 내놓는 금융 상품은 혁신적이란 평가를 받으면서 시중은행이 뒤따라가기도 하고, 대환대출을 통한 대출 성장세는 시중은행에 위협적이란 평가를 받기도 한다.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과 제4인터넷은행의 탄생 예고에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게 사실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의 과점깨기를 위해 새로운 플레이어 등장을 예고했고, 올해 들어 현실화되고 있지만 시장에 파급력을 발휘할 지 의문이란 의견이 계속 나온다. 먼저 대구은행의 경우 시중은행보다 자산이 7분의 1 수준으로 적은 데다, 사업을 확대한다고 해도 시중은행과 대적할 만한 수준으로 성장하기는 어렵다고 예상한다. 또 제4인터넷은행 도전자들은 하나같이 소상공인 특화 은행을 내세우면서 기존의 인터넷은행과 차별화를 두고 있는데, 건전성이 취약한 소상공인 금융으로 성공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반응이 많다. 물론 새 플레이어들이 등장 이후 곧바로 시중은행의 과점깨기에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먼저 덩치를 키우고 새로운 은행으로서 자리를 잡기까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기적인 성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이들의 등장을 실패로 일찌감치 단정짓기에는 섣부른 면이 있어보인다. 몇 년에 걸쳐 시장의 메기로 인정받은 지금의 인터넷은행처럼, 이들도 몇 년의 시간을 거치며 시장의 메기로서 모습을 갖춰나갈 지 모를 일이다. 아울러 금융당국 역할도 중요하다. 신규 플레이어들의 '등장' 그 자체보다는 '지속 가능성'에 고민을 하고 정책을 정교하게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EE칼럼] 드디어 발표된 전기본, 첨단 전력망 건설이 문제다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이 만들어져 5월 31일에 정부에 전달되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은 2008년부터 발표해 오던 에너지기본계획을 지난 정부에서 더 이상 만들지 않는 것으로 법 규정을 변경한 이후부터 에너지 부문에서 가장 중요한 세부 기본계획으로 자리 잡아 왔다. 비록 전력 사용량이 우리나라 총 에너지사용량의 20%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발전원에 대한 첨예한 갈등과 낮은 전력 요금으로 인한 전력공기업 부채에 대한 이슈로 인하여 중요성이 크게 주목받아 왔다. 이번 11차 전기본은 확정되면 2024년부터 2038년까지의 15년 계획을 담게 되는데, 장기 수급 전망을 바탕으로 어떠한 발전설비를 언제 건설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담는다. 상당히 세부적인 계획을 담기에 참여 전문가가 상당한데, 이번 실무안을 만들기 위한 총괄위원회의 민간 전문가만 90여 명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전달된 실무안은 이후 환경영향평가, 정부 부처 간 협의, 국회 보고 등 절차를 거쳐 연말에 확정된다. 이번에 제출된 11차 전기본 실무안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먼저 2038년까지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전기 중 70% 이상을 '무탄소 전기'로 채운다는 목표를 들 수 있겠다. 기존의 9, 10차 전기본의 무탄소 전기 생산 목표보다 더 높인 것이다. 이는 2009년 최초로 국내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립 이후 지속되어 온 무탄소 전력 생산량 목표의 증가 추세를 이어간 것이기에, 한때 여러 방향으로의 논의가 이루어지던 이번 정부의 전력 정책 방향이 분명히 결정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과 소형원자로(SMR)를 포함한 원자력을 함께 늘려 2038년 무탄소 전기 목표인 70%를 달성하기로 한 것 역시 정책의 목표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무탄소 전기 생산이 가능한 발전원이라면 갈등이나 차별 없이 모두 함께 늘려가자는 것이다. 기후변화협약에서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달성을 위해서는 이번 11차 실무안의 목표보다도 2배 이상으로 무탄소 전기 생산량을 더 늘려가야 함을 고려하면 이는 당연한 방향이라고 보인다. 실무안은 10차 전기본보다 더 높은 신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권고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 설비를 2030년까지 현재의 3배 수준으로 늘리는 내용이다. 또한 10차 전기본에서 확정된 노후 석탄 발전소의 천연가스 발전소로의 전환을 유지하고 있다. 실무안은 또한 원자력발전소를 최대 3기 새로 짓고 소형원자로도 실증을 넘어 1기를 실제 건설하여 활용하기로 하였다.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SMR에 대한 실증사업과 더불어 국내 건설 및 가동을 통한 실적(track record)을 쌓아 해외에 수출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한편 실무안은 2038년 국내 최대 전력 수요는 129.3GW(기가와트)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적정한 전력 예비율로 22%를 적용하였다. 이 부분은 그러나 최근 봄철 전력 소비가 급감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보다 입체적인 고려가 필요해 보인다. 즉, 발전원과 소비자 사이의 물리적인 거리를 줄여 전력망 건설을 줄이거나, 첨단 정보통신기술과 4차산업혁명 기술을 사용하여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프로슈머(prosumer) 형 발전을 추가하여 적정 예비율 자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충분히 담겨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실무안은 현재 우리나라 전력 부문의 최대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전력 계통에 대한 투자 부족에 대한 해결 방안을 충분히 담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전력계통망 투자 지연과 감소로 인한 부작용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두 심각한 전력 계통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지방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전력망도 제대로 건설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실무안에 더하여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통한 체계적인 전력계통망 투자 계획을 마련하여 실시하여야 할 것이다. 허은녕

[이슈&인사이트] 제22대 국회, 일 좀 합시다

여당 108석, 야당 192석의 크게 기울어진 구조를 가진 제22대 국회가 2028년 5월 29일까지를 임기로 개원했다. 보통 새로운 시작을 맞으면 축하와 덕담을 건네는 것이 관례지만, 이번 국회는 첫날부터 여야 간 막말과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이 보낸 축하 난도 버리면서 채상병 특검을 비롯해 21대 국회 마지막 날 통과시킨 법안들에 대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강력히 비난했다. 민주주의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이렇게까지 극도로 관용이 없는 국회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은 헌법상 대통령에게 인정된 권리다. 민주당은 숫적 우세를 바탕으로 여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법안을 대통령이 그대로 수용할 것이라고 생각했는가. 뻔히 알면서도 똑같은 일을 무한 반복하고 있는 민주당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비난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래서 제22대 국회는 시쳇말로 싹수가 노랗고, 4년 후 '역대 최악의 국회'로 평가받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다. 자신만 옳다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되어 서로 싸움만 계속한다면 강대국의 자국 우선주의로 국제정세가 급변하고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이 나라는 어디로 갈 것인가.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동북아 세력균형의 구조와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북한은 하루가 멀다하고 미사일과 핵 위협을 감행하고 있다. 0.6명 대의 초저출생으로 나라 자체의 소멸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HBM에 뒤진 삼성전자의 위기로 대한민국의 첨단산업 경쟁력도 흔들리고 있다. 제22대 국회의원들에게 묻는다. 이토록 엄중한 시기에 채상병 특검, 도이치 모터스 특검만 외치고 있으면 도대체 어쩌자는 것이냐. 그래서 제안한다. 해병대 채상병 사건은 지금 공수처에서 한참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민주당이 고집해서 만든 수사기관 아닌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공수처를 만들고도 그 기관이 수사하고 있는 사건을 당장 특검에 맡기자는 것은 민주당의 자기부정이다. 지금은 공수처의 시간이다. 수사 결과가 국민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그때 특검을 논의하는 것이 옳다.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후배인 이성윤 당시 중앙지검장이 2년 동안 수사를 하고도 김건희 여사를 기소하지 못했던 사건이다. 자신이 검찰에서 2년을 수사하고도 기소조차 하지 못했던 사건을 국회의원이 되자마자 특검하자고 나서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더욱이 특검은 최소 3개월 이상 200억 원이 넘는 시간과 예산이 들어가는 '비싼' 사법행정 서비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 대통령의 부인 연루 여부는 국민적 의혹의 대상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대통령은 특검을 수용하되 특검이 중립적 입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자. 예컨대 1차 특검 추천권을 학계와 법조계를 비롯한 중립적 주체에게 맡기고 야당이 그중 2~3명을 선택해 추천하며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또 특검 진행 과정에서 매일 진행 상황을 발표하게 하는 것도 정쟁과 논란을 유발할 뿐 국정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고 중립적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한두 차례 중간보고와 최종 수사 결과 발표로 제한할 것을 제안한다. 도이치 모터스 사건이 아무리 중요해도 대한민국의 미래보다 중요하겠는가. 상임위원장 배분은 국회의 관행에 따라 합의할 것을 권고한다.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은 동일 정당에서 맡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려면 법사위를 거쳐야 하지만 의장의 직접 상정도 가능하다. 법안 상정권을 동일 정당이 독점하는 것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문제를 가지고 개원부터 서로 싸워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어린이에게 장래 희망을 물었더니 그 아이는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더니 그 아이가 하는 말, “국회의원은 맨날 놀기만 하고도 잘 먹고 잘 살면서 권력도 누리잖아요?" 이 말을 듣는 의원님들, 부끄럽지 않은가. 홍성걸

[윤석헌 칼럼] 기업 밸류업의 허와 실

지난 1월 제4차 민생 토론회에서 정부는 '기업 밸류업(value-up)' 프로그램 도입을 공표했다. 투자자 친화적 자본시장 조성을 위한 제도개선을 추진하여 상장회사 기업가치의 시장평가를 높이고 코리아디스카운트 현상을 극복한다는 취지다. 그 후 2월의 1차 세미나에서 금융위원회는 몇 가지 지원내용을 제시했다. 첫째, 정부는 상장기업이 자율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공시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다. 둘째, 코리아밸류업 지수를 개발하고, ETF를 상장한다.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stewardship)코드에 관련 내용을 반영하고, 투자지표들을 공표한다. 셋째, 한국거래소에 전담 지원체계를 구축한다. 이어서 지난달 2일의 2차 세미나에서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고 24일에 최종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밸류업 논의에 앞서 밸류의 개념 구분이 필요하다. 광의는 기업이 생산•판매과정에서 창출한 상품과 서비스의 총가치(자산가치)다. 협의는 총가치에서 종업원 임금, 부채 비용 및 세금 등을 지급한 후의 주주가치(주식가치)다. 구분이 필요한 이유는 자산가치는 배분의 기저로 기업내 모든 이해자그룹의 선호가 같지만, 주식가치는 이해자그룹별로 선호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정책, 시장제도, 기업경영 등이 가치별로 밸류업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 우선 정부정책 중에는 기후문제 대응을 위한 재생에너지 정책이 가장 절실해 보인다. 최근 영국의 싱크탱크 엠버(Ember)는 지난해 기준 전세계 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비율이 30%를 넘었으나, 한국은 9%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지난 수년간 해외에서 재생에너지 투자가 확대되어 생산단가 하락 및 발전량 확대로 이어진 사이, 한국은 재생에너지와 원전 간 좌고우면 속에 경쟁력 약화가 초래됐다. 한편 지난해 녹색금융협의체(NGFS)와 IMF 등은 2050년 기준 넷제로(Net Zero) 전환시 글로벌 GDP가 현행유지시 대비 7% 순성장한다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더 늦기 전에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를 서둘러 기업들이 에너지비용 절감 및 수출경쟁력 강화를 통해 자산가치 밸류업의 기반을 다지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지난달 16일 뉴욕IR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산 시스템 구축 상황에 따라 (기술적, 제도적 미비점이 남아 있어도) 금월 중 공매도 일부 재개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발표 직후 대통령실은 '공매도 제한 조치 해제는 전산시스템이 확실히 구축된 이후에 할 수 있다'는 기존 약속을 확인했다. 민감한 이슈에 대해 감독당국 메시지가 조율되지 않은 채로 나온 것인데, 시장의 신뢰 훼손과 주식가치 밸류업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 기업을 둘러싼 이해자그룹들 간 공정한 가치 배분은 지속가능경영의 기본이다. 그런데 주주환원을 강조하는 측에서는 주주가 기업의 다른 이해자그룹 보다 우선권을 갖는 게 당연한 듯 주장하나, 동의하기 어렵다. 최근 홍콩H지수ELS 판매로 고객들에게 큰 피해를 끼친 일부 은행의 금융지주 회장들이 뉴욕IR에서 투자자들에게 10%의 자기자본이익률(ROE) 목표를 제시했다는데, 혹여 고객피해로 이어질까 우려된다. 기업 지배구조 부문에서 이사회의 역할 강화는 주식가치 밸류업의 핵심과제다. 특히 지배주주와 일반투자자 간 기울어진 운동장이 코리아디스카운트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방안이 주목받는데, 대리인 비용 해소로 자산가치 밸류업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공시 확대,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코드 이행 등도 유사효과가 기대된다. 기업재무론의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가설은 기업 경영자는 잉여현금흐름을 불량 프로젝트에라도 투자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 예방을 위해 잉여현금흐름을 배당으로 지급하여 투자자들이 다른 투자기회를 추구하도록 하라는 시사점을 지닌다. 결국 밸류업의 핵심은 배당 자체 보다 우량 프로젝트, 즉 자산가치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과세문제는 국가경제에 대한 총체적 시각에서 접근하는 게 옳다.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가 도입키로 결정한 금투세 폐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야당이 내년 시행의지를 거두지 않아 폐지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편 금투세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라는 기본원칙에 충실하며, 비록 자금이탈 우려가 있다고 해도 이것이 금융투자소득의 예외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편 기업에 부과하는 투자상생협력촉진세는 환류소득 개념에서 생산활동과 무관한 배당과 토지투자를 제외하여 자산가치 밸류업 효과가 예상된다. 이번 밸류업 프로그램이 기업 경쟁력 강화 및 시장의 신뢰 제고를 이끌어 코리아디스카운트 극복에 기여하기 바란다. 윤석헌

[기자의 눈] 금융지주 글로벌 진출, 실패를 두려워 말라

“전망이라는 것은 자연과학이 아니기 때문에, 기상청도 틀리지만 그 정도 정확성을 갖고 예측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이렇게 차이가 나면 어떤 이유에서 틀렸고, 왜 차이가 났고, 그로 인해 정책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이런 것들을 논의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달 23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5%로 상향 조정한 것을 두고 '예측이 틀린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한국은행이 데이터 얘기 안하고, 이게 시장 안정에 좋다고 그냥 있으면 하루에 두 번 맞는 시계가 되고 크게 비난 안 받겠지만, 그렇게 가고 싶지 않다"고도 강조했다. 한국은행이 놓친 부분이 무엇인지, 정부 자료를 좀 더 빨리 받아볼 수는 없는지, 개선할 부분이 무엇인지 등을 논의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는 취지다. 이 총재의 발언은 '경제성장률'이나 '시장 예측'을 넘어 금융지주사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해외 진출이다. 수많은 이들은 '금융사들이 우리나라에만 안주하지 말고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순이익 1,2위에 오르는 대형사들조차 해외 시장에 안착하고, 수익을 내기까지는 수많은 우여곡절과 시간, 돈을 투입해야 한다. 당장 우리나라만 해도 국내 시중은행과 해외 1, 2위 초대형 투자은행(IB) 가운데 한 곳에서만 금융거래를 해야 한다면, 단연 우리나라 은행을 택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은행들이 타국의 금융사를 인수하거나 진출할 경우 빠른 시간 안에 흑자를 내야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만일 우리나라 은행들이 해외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철수하면, '실패'라는 서슬퍼런 꼬리표가 붙는다. KB국민은행이 2020년 8월 인도네시아 부코핀 은행 지분 67%를 인수한 이후 거듭된 유상증자에도 흑자를 내지 못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부코핀 은행은 인수 직후 국민은행 내부에서도 책임론을 물을 정도로, 알고 보니 상당한 부실 은행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국민은행이 인도네시아에서, 자칭 한국의 KB국민은행만한 우량한 금융사를 인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국민은행 사례처럼 지금도 국내 많은 금융사들이, 손실이거나 손해인 줄 알면서도 해외 네트워크를 확장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부코핀 인수도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로 봐야한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해외로 나가지 않고 우리나라에서만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 '실패'라는 비난도 받지 않고, 시간과 돈을 아끼는 '가장 손쉬운 길'일 것이다. 그럼에도 어려운 길을 택한 금융사들이, 만일 해외에서 철수했다면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 이상 '실패'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번 철수로 어떠한 교훈을 얻었는지, 다음 해외 진출 때는 어떠한 부분을 개선해야 할지, 우리나라 금융당국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등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게 곧 K-금융이 글로벌 금융사로 성장하는 길이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데스크칼럼]전공의 사직으로 살펴본 개인 자유의 한계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에 반발에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수련병원을 떠난지 100일이 지났다. 현재 전국 211개 모든 수련병원에서 근무중인 전공의는 973명으로 전체 1만3766명의 7.1%에 불과하다.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을 떠나자 대한민국 종합병원 의료체계 실태의 적나라한 모습이 드러났다. 그동안 전문의 자격을 얻기 위해 상대적으로 적은 급여와 장시간 근무에 내몰린 전공의에 의존해 병원을 운영해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의료계와 정책적 협의 없이 내년 의대정원을 올해보다 1497명 늘어난 4610명으로 확정하고 수도권(1326명)보다 비수도권(3284명)에 2.5배 많게 배정했다. 앞으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 국면은 장기전 양상을 띠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역의료 붕괴를 막고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부문의 인력충원을 위해서 의대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해왔다. 그리고 내년 의대 입시 전형에 반영했다. 이 가운데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과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두고 전개되는 법적 논쟁을 살펴볼 이유가 충분해졌다. 이번 사태로 개인의 자유와 국가의 명령 사이에서 가치판단을 통한 보다 성숙한 자유시민으로 살아가는 지혜를 얻을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대한민국 헌법 15조에는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적시되어 있다. 이는 직업을 그만둘 자유도 포함돼 있다고 할수 있다. 전공의들의 사직서는 현재 피교육자 신분으로 다니던 수련병원을 그만 두겠다는 의사표시다. 집단 휴업이나 휴진, 파업과는 결이 다른 행위이다. 반면 의료법 제59조 2항에는 '보건복지부 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의료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중단하거나 의료기관 개설자가 집단으로 휴업하거나 폐업해 환자 진료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할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어 제59조 3항에는 '의료인과 의료기관 개설자는 정당한 사유없이 제2항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다'고 적시되어 있다. 정부는 의료법 59조에 근거해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과 '진료유지명령'을 내렸고, 수련병원에는 '사직서수리금지명령'을 내렸다. 이를 두고 사직서를 제출함으로써 대상자가 아닌 '자유인'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것은 초법적 행위라는 비판과 정부의 정당한 행정조치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현재 의료법상 보건복지부의 업무개시명령을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의 과중한 형사처벌을 받을수 있고, 면허정지나 면허취소까지 가능하다. 이와 관련,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 907명은 지난달 초 의료기관에 '사직서 수리금지명령'을 내린 정부를 상대로 헌법소원 심판 및 행정소송,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또 전공의 1050명은 '업무개시명령'과 '진료유지명령'에 대해서도 행정소송 및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이와함께 전공의 수련병원들도 고심이 더욱 깊어지고 지고 있다. 병원들은 보건복지부의 명령에 따라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아 전공의들은 취업규칙상 무단결근으로 처리되고 있고, 향후 징계를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병원들은 의료체계 정상화에 대비해 지금이라도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수리해서 재계약을 준비하고, 정부를 상대로 오히려 '직권남용'에 의한 권리행사 방해죄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겠다. 물론 이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의료인에 대한 차갑고 날카로운 시선을 거둬들이고 전문가라는 특수성을 인정, 지역의료 붕괴를 막고 필수의료 체계 강화에 필요한 의료개혁의 '최대 공약수'를 뽑아 내는 것이다. 송영택 기자 ytsong77@ekn.kr

[EE칼럼]전력계통 보강, 늦었다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탄소중립을 향한 야심찬 여정을 걷고 있다. 그러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것이 있으니 바로 전력계통 문제이다. 전력계통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의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재생에너지와 원전 등 무탄소 발전원을 통해 생산한 전기가 소비자한테 효율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풍력이나 태양광과 같은 변동성 재생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전력계통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사실이 아니라 전세계 모든 나라에서 생생히 목격되고 있는 현상이다. 최근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는 전력계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정책을 새로 발표하였다. FERC가 제안한 새로운 규칙안은 송전망 건설을 가속화하여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전력망에 연결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송전망 보강이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주목 할만하다. 우리 정부와 국회도 FERC의 사례를 통해 교훈을 얻어야 한다. 현재 우리의 송전 인프라는 향후 비중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재생에너지를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을 못 갖추고 있다. 대대적인 송전망 보강 및 신설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재생에너지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도 불가능하다. 전력계통 곳곳에서 관찰되는 병목 현상과 비효율성은 신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영향을 미칠뿐 아니라 에너지 비용의 증가로 이어진다. FERC 개혁안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지역별로 최적화되던 송전계획을 연방 정부 주도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전체 전력계통의 성능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우리도 유사한 전략을 채택함으로써 재생에너지 입지를 보다 효과적으로 조율하고 송전 인프라가 가장 효율적이고 비용 효과적인 방식으로 개발되도록 보장할 수 있다. 또한 FERC의 제안은 민간부문의 송전투자를 장려하기 위한 인센티브가 포함되어 있다. 대규모 자본을 필요로 하는 사업의 성격을 고려하여, 민간자본을 유치하고 공공자급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우리도 해묵은 민영화 논쟁으로 인해 앞으로 한걸음도 제대로 못 나가고 있는 현실을 돌아보고, 송전망 확장을 촉진하기 위해 민간기업의 자원과 전문 지식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전력계통 보강을 위해서는 공공부문에 대한 규제 체계의 개선도 발전해야 한다. 예비타당성조사로 인해 송전망 건설이 지연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아야 하며, 신규 사업에 대한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또한 지역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신규 송전망 건설계획에 지역사회를 참여시키고 그들과 협의하는 과정이 있어야만 우리가 필요로 하는 전력계통 보강을 목표대로 달성할 수 있다. 송전망 건설에 따른 직간접적 피해를 입게 되는 지역사회와 투명한 의사소통뿐만 아니라 공정한 보상절차 마련은 신규 프로젝트가 원활하게 이행되는데 핵심이 될 것이다. 송전망 확충의 시급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탄소중립 달성을 진지한 목표로 고려하고 있다면, 송전망 확충을 위한 결단력 있는 행동과 전략적 계획을 세워야 한다. 재생에너지나 원전이나 둘 다 송전망이 없으면 무용지물인 것은 마찬가지이다. 너무 늦긴 했지만, 거꾸로 생각해 보면 오히려 지금은 남아 있는 날 중에서 제일 빠른 때이다. 정연제

[기자의 눈] 고성 속에 문 연 22대 국회, 견제구는 적당히 던져라

야구 경기 중 투수가 마운드에서 견제구를 던지는 건 상대 주자의 도루 시도를 막음과 동시에 타자의 리듬을 깨기 위함이다. 견제구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들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KIA 타이거즈의 견제 응원이 서남 방언을 활용한 “아야! 날 새것다(얘야! 날 새겠다)"일까. 21대 국회는 문을 닫는 마지막 날까지 지난한 정쟁으로 밤을 지새웠다. 협치를 통해 민생을 챙기겠다던 첫 다짐과는 달리 서로를 향한 비방과 욕설로 얼룩졌다. 명분은 '여야 견제를 통한 정권 감시'였지만, 실상은 '국K-1'을 방불케 하는 난투극이나 다름 없다는 게 중론이다. 여야의 극한 대치로 산업계 주요 현안과 진흥 법안은 본회의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이에 따라 K칩스법, 망 무임승차 방지법,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산업기술보호법, 해외 게임사의 국내 대리인 지정제도 등이 줄줄이 휴지조각으로 전락했다. 특히 여야 간 입장차가 거의 없었던 인공지능(AI) 기본법까지 자동 폐기되면서 산업계는 탄식을 쏟아내고 있다. 해당 법안이 미래 먹거리인 AI 산업 육성 근거로 작용, 국가 경쟁력 확보로 이어지는 '핵심 키'라는 점에서다. 업계에서는 향후 해외 국가들과 기술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란 지적이 적잖다. 국민의 삶과 직결된 민생법안마저 내팽개쳐졌다. 양육 의무를 다하지 못한 친부모가 자녀의 유산을 상속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구하라법(민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체액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성폭력특례법 일부 개정안도 여야 모두 처리에 합의했지만 폐기됐다. 신용카드 사용 금액 증가분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 혜택 확대 등도 쓰레기통으로 향했다. 자연스럽게 21대 국회는 '낙제점'에 가까운 입법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국회의안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년간 발의된 법안 2만5800여건 중 법률로 반영돼 처리된 법안은 9479건에 그치면서 통과율 35.3%을 기록했다. '식물 국회'라 평가받았던 20대 국회의 37.3%에도 못 미치면서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게 됐다. 22대 국회에 입성한 이들은 폐기된 법안들을 소생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양당의 갈등은 한층 더 첨예해질 전망이다. 당장 원구성 협상부터 여야는 법제사법위원회·운영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놓고 강하게 맞붙었다. 개원 첫날 국회 표정도 밝지 않았다. 여야는 폐기된 '채 상병 특검법'과 윤석열 대통령의 14번째 거부권 행사를 두고 날선 신경전을 벌이면서 극한 대립을 예고했다. 대한민국은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입법부와 행정부, 그리고 사법부 간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가권력의 남용을 방지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타협과 상생은 실종된 채 견제만 지속된다면 정책 추진 동력은 상실될 수밖에 없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답답함이 길어지고 있다. 의미 없는 견제구로 입법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모습이 반복된다면 “마!(이 놈아!·롯데 자이언츠의 견제 응원)"라는 엄포가 날아들 수 있음을 명심할 때다. 새 국회는 서로 합력해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선을 이루는 '민의의 전당'이 돼야 한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이슈&인사이트]“잘못된 정보의 시대에 사립 탐정이 떠오르다”

김한성 굿프롬프트 대표 정보가 전례 없이 대규모로 생산되고 빠른 속도로 전파되는 현대 사회에서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사실 확인(fact-checking)의 필요성이다. ChatGPT와 같은 AI 기반 도구 등 첨단 기술의 등장으로 뉴스, SNS, 유투브를 포함한 콘텐츠의 제작과 확산이 그 어느 때보다 쉬워졌다. 그러나 콘텐츠 제작이 쉬워진 만큼 잘못된 정보도 확산되어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오늘날 사회에서 사실 확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잘못된 정보는 개인적 피해에서 사회적 불안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잘못된 정보는 여론에 영향을 미치고 정치적 담론을 형성하며 심지어 금융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포되는 정보의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출처를 확보하는 일이 매우 중요해졌다. 전통적으로 사실 확인의 책임은 뉴스 미디어 기관의 몫이었다. 한때 제4의 권력으로 비추어 질만큼 이들의 역할은 중요하였고 영향력도 그 만큼 컸다. 그러나 정보 흐름이 빨라지고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많은 미디어 매체가 정확성과 공정성을 유지하기는 커녕, 그 속도를 따라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기존 미디어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하락하면서 공백을 메워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다행히도 이러한 공백을 메우기 위해 민간조사 업계의 활약이 눈에 뛴다. 사립 탐정이라고 불리우는 이 기관은 그 동안 셜록홈즈와 같은 개인 또는 소규모 조직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증거수집 활동 및 특이한 사실 검증 기술로 잘 알려져 왔다. 이들의 핵심 활동은 정보 조사(Information Investigation)이다. 이 과정에서 사실 확인이라는 중요한 활동을 수행하면서 왜곡된 정보로 일어난 문제를 바로 잡을 수 있는 독보적인 위치에 서게 되었다. 이들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최근 몇 년 동안 민간조사 업체는 상당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연간 매출이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대형 업체가 등장하고 국경을 뛰어넘어 보안 컨설팅, 리스크 관리, 컴플라이언스 등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코그니티브 마켓 리서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민간조사 서비스 시장 규모는 2022년에 179억 달러에 달했으며 2023년부터 2030년까지 4.8%의 연평균 성장률(CAGR)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성장은 정보 환경의 복잡성 증가와 신뢰할 수 있는 사실 확인 서비스에 대한 필요성 증가에 기인한다. 사립 탐정은 개인, 기업, 법인의 요구를 충족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립탐정은 과거에 사람을 쫒아 불륜 확인 및 감시와 같은 개인 서비스(시장의 25%)에서 벗어나 정보를 찾아 나서면서 기업 조직을 대상으로 직원 검증, 내부 감사, 기업스파이 방지, 시장진입 전략 등 다양한 서비스(35%)를 제공하고 있다.최근에는 법률 분야에서도 증거 수집 및 증인 인터뷰 등 법률 서비스(20%)를 제공하면서 법률시스템의 공정성을 높이고 진실을 밝혀 내는데 기여하고 있다. 또한 사립탐정은 정교한 조사기법을 통해 복잡한 금융거래를 분석하여 금융 사기와 사이버 범죄 조사와 같은 금융전문 서비스(20%)로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경제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사립 탐정은 전문 지식과 첨단 기술, 그리고 진실 규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바탕으로 복잡하고 미궁에 빠진 사건의 실체를 밝혀낸다. 그들은 의뢰인에게 사실에 근거한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잘못된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에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데 기여한다. 요즘처럼 가짜 뉴스와 왜곡된 주장이 난무하는 환경에서 진실에 다가서려는 사립탐정의 노력은 더욱 빛을 발한다. 그들이 제공하는 객관적이고 검증된 사실은 우리가 접하는 정보의 신뢰도를 높이고, 나아가 데이터에 기반한 투명하고 정의로운 정보사회(Information Soicity)를 건설하는 든든한 토대가 될 것이다. 김한성

[기자의 눈]‘중국산은 싸구려’ 인식부터 버려야 산다

한국인들의 머릿속엔 '중국산은 싸구려'라는 인식이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다. 예로부터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은 짝퉁과 불량품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한국 제품을 그대로 베낀 상품을 판매하는 행태를 반복해왔다. 그러나 중국은 이제 싸구려를 만드는 나라가 아니다. 여전히 테무, 알리 등으로 싸구려 제품들이 말도 안되는 가격에 유통되고 있지만 전기차와 배터리 등은 세계적인 반열에 오르고 있다. 세계 산업계가 중국산 '저가 공세'에 벌벌 떠는 것은 후진 제품을 싸게 팔아서가 아니라 좋은 제품을 싸게 팔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처럼 중국의 기술력과 상품성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중국산 제품을 싸구려로 생각하고 방심한다면 순식간에 시장을 중국에게 뺏길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위세가 특히 돋보이는 곳은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이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 수입 관세를 100%로 올렸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산 전기차가 경쟁력이 있다는 의미다. 중국은 지난해 세계에서 전기차를 가장 많이 판매한 국가다. 물론 80% 이상이 내수지만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중국의 전기차·배터리 기업인 BYD는 지난해 300만대 이상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미국의 테슬라보다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배터리 시장을 살펴봐도 글로벌 점유율 1위는 중국의 CATL이다.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 삼성 SDI 등이 분전하고 있지만 CATL의 아성을 넘기엔 아직 부족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산에 대한 인지도도 달라지고 있다. 한국은 여전히 중국산을 깔보는 분위기가 남아있지만 유럽 국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자사 전기차 출시 행사에서 “왜 중국산 배터리를 채택했냐"고 물어보는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고 한다. 제조사나 다른 국가의 기자들은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업계 순위도 높은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중국의 기술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중국산을 싸구려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는 중국산 저가 공세를 막을 수 있는 좋은 인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개인의 관점에만 해당된다. 기업은 중국산을 깔보고 무시하면 안된다. 그들의 공세를 위기로 인식하고 더 뛰어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무한히 노력해야 한다. 한국 소비자들의 무조건적인 중국산 배제도 한계가 있다. 좋은 품질에 저렴한 가격이 동반된다면 아무리 중국을 싫어하는 한국 소비자들이라도 움직이게 된다. 중국은 더 이상 싸구려, 짝퉁을 판매하는 국가가 아니다. 그들의 기술 발전을 항상 경계하고 그들을 뛰어넘을 무언가를 끊임없이 만들어내야 한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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