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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2025⑥-지방]균형발전 공약 봇물…이재명 ‘5극3특’ 김문수 ‘GTX 확충 메가시티’

이번 6.3 조기 대선에서도 지방분권과 국토균형발전은 중요한 화두다. 최근 수도권 집중 현상과 인구 감소로 지역 소멸 위기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비수도권 표심을 잡기 위해 주요 대선 후보들이 다양한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에 인구와 자본, 기업과 대학이 집중되면서 지방은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 고령화의 삼중고를 겪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에 국내 전체 인구의 50.7%, 경제활동인구의 51.6%가 집중돼 있다. 그야말로 국민 절반이 수도권에 집중돼 지역 소멸 위기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번 대선의 균형발전 전략으로 '5극 3특 체제'를 내세웠다. 수도권, 동남권(부·울·경), 대구·경북권, 충청권, 호남권을 초광역 거점으로 삼고, 제주, 강원, 전북을 '특별자치권역'으로 지정해 메가시티 기반의 균형발전 축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지방분권과 재정분권을 위한 구조개혁도 병행할 것을 약속했다. 이 후보는 '국가자치분권회의'를 신설하고, 지자체 간 통합 및 자체 세원 확대, 지방교부세 확대 등 실질적인 권한 이양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범부처 통합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주민 주도형 행정구역 개편도 함께 논의된다. 지역 거점대학을 육성하고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계획도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위원회는 지역대학 지원체계(RISE)를 도입하고, 산업단지·경제자유구역과 연결해 지역 주도 혁신경제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국토균형개발 공약의 핵심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확충이다. GTX를 전국 5대(수도권·부울경권·대구경북권·충청권·광주전남권) 광역권으로 확장해 지역 균형 발전과 미래 전략 산업 활성화를 위한 초광역권 메가시티(수도권·충청권·호남권·대경권·동남권)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우선 GTX를 수도권과 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충청, 광주·전남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구·경북권 GTX는 대구경북 신공항과, 충청권GTX는 청주공항과 연계해 공항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김 후보는 수도권 6개 순환 고속도로망 674㎞을 확충해 교통 흐름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 내부순환고속도로와 강변북로 지하화, 수도권 중순환고속도로 신설, 2032년까지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조기 완공도 내걸었다. 이를 통해 전국 어디서든 '30분 출퇴근 혁명'을 이루겠다는 포부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메가시티보다는 디지털 도시와 스마트 행정체계 정비에 초점을 두고 있다. 우선 현행 법인세 국세분의 30%를 감면하고 감면한 금액을 지방세로 돌리겠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자체간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 적용도 눈에 띈다. 중앙정부 최저임금위원회가 기본 최저임금을 정하면, 광역지자체가 해당 금액을 기준으로 ±30% 범위 내에서 자율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역대 대선에서 으레 반복돼 왔던 선심성 공약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은 앞선 대선에서도 수 차례 주목받은 화두지만, 실질적인 변화가 이뤄지지는 않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정치적 연속성 확보, 재정 및 입법 뒷받침, 그리고 지역간 이해관계 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관계자는 “주요 대선 후보들의 공약은 지방분권이 아닌 지역 분산 중심"이라며 “대통령과 중앙 정부의 권한을 줄이고 지방자치를 강화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하는 등 실질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대선 2025]투표소마다 ‘북새통’…“경제 살릴 대통령 뽑겠다”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오전 9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른 아침부터 가족, 작장 동료와 함께 삼삼오오 모여 투표에 나선 시민들은 대기줄에서 들뜬 표정으로 차례를 기다렸다. 시민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줄이 길어지자 선거 사무원들이 정리에 나서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투표 시작 시간인 오전 6시부터 관내, 관외 할 것 없이 투표하러 오신 분들로 가득 찼다"며 “점심 시간이 되면 줄이 더 길어질 예정이니 지금 투표하는게 나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날 투표를 마치고 나온 김모(35) 씨는 “다음주 본투표일엔 여행을 갈 계획"이라며 “미리 사전투표를 하러 직장 점심시간보다 조금 더 일찍 투표소에 왔는데도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호텔에서 근무한다는 최모 (31)씨도 “관외 근무를 하고 있는데 스케쥴 근무때문에 본투표일에는 투표장에 못갈 것 같아서 미리 투표하러 왔다"며 “사전투표를 통해서라도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후보들의 공약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는 시민들도 있었다. 영등포동 회사원 김모(43) 씨는 “후보를 선택하려면 공약이나 정책에 대해 알아보고 선택을 하기 위한 나름의 기준을 세워야 하지 않겠냐"면서도 “이번 대선은 유독 공약집이 늦게 나와 공약을 검토하고 후보를 선택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이모(27·여) 씨도 “후보들 공약을 한 번씩 훑어봤는데 '하겠다'는 이야기만 있고 온통 모호한 표현들 뿐"이라며 “도대체 어떻게 공약을 실현하겠다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평소 가졌던 소신대로 투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영등포구 여의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도 점심시간을 이용한 투표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통신업계 회사원인 조경모(36) 씨는 “사전투표는 늘 해왔지만 오늘처럼 줄이 긴 건 처음"이라며 “주말에는 쉴 예정이라 미리 투표하러 나왔다"고 말했다. 강모(44) 씨도 “외근을 핑계로 잠시 나왔다"며 “투표하고 나니 마음이 가볍다. 주말 태국으로 여행을 가기 때문에 오늘이 딱 적기"리고 말했다. 투표소 곳곳에선 지지 후보의 소속 정당 색깔을 입고 온 유권자들도 눈에 띄었다. 파란색 상의를 입고 온 이정은(47) 씨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표시하기 위해서 옷을 입고 왔다"면서 “지난 2년 동안 너무 힘들었다. 아직도 내란 종식이 안 됐다.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않고 역대 최고 투표율이 나왔으면 하는 마음으로 나왔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부정선거 음모론의 '타깃'이 되어 온 탓에 선거 관리가 더욱 철저해졌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선관위는 투표소 내부부터 엄격히 관리하고 있었다. 먼저 신분증을 제시한 뒤 손가락 지문 인식기로 본인 여부를 확인했다. 특히 기표를 마친 유권자들은 투표지를 투표함에 넣기 전에 지정된 봉투에 담아 테이프로 밀봉해야 했다. 본투표처럼 종이를 몇 번 접어 투표함에 넣는 게 아니라 '접촉테이프'를 붙여 완전히 봉합하는 것이다. 관외투표를 마친 직장인 이모(26) 씨는 “기표한 뒤 봉투에 넣고 밀봉하는 과정이 다소 생소했지만, 꼼꼼한 절차 덕분에 신뢰가 갔다"고 말했다. 주부 이모(65) 씨도 “투표용지를 그냥 접는 게 아니라 밀봉까지 하는 줄은 처음 알았다"며 “처음엔 불편할 줄 알았는데, 해보니 오히려 더 신중하게 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이날 사전투표를 한 유권자들은 이번 대선을 통해 어려운 경제 상황을 시급히 극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자영업자 박순이(70) 씨는 “IMF 때도 버텼지만, 지금은 더 고된 것 같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경제를 망쳤다. 경제를 바로잡을 수 있는 후보를 뽑아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직장인 정영훈(26) 씨는 “경제가 너무 어렵다"며 “제 나잇대가 취업이나 결혼 문제로 고민이 많을 때라 그런 문제를 해결 해줄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통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영등포 거주 박모(30·여) 씨는 “세대별로, 성별마다 서로 갈라치고 싸우는 현상이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다"면서 “편 가르지 않고 모두를 위한 나라를 만들 대통령이 당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모(47) 씨도 “엊그제 TV토론회를 보면서 정말 많이 실망했다"며 “정치색이나 진영이 달라도 나라를 발전시킬만한 정책을 제시한다면, 무작정 반대하고 깎아내릴 게 아니라 기꺼이 수용할 줄 아는 그런 인물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주성·김하나 기자 wn107@ekn.kr

[대선 2025]사전투표 ‘역대 최대 투표율’ 예상…주요 후보 모두 투표 독려

제21대 대선 사전투표가 시작되면서 각 정당 후보와 캠프들이 일제히 지지자들에게 사전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당초 토요일이 빠져 있어 투표율이 낮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으나 이번 사전투표 열기가 지난 20대 대선을 크게 앞서는 분위기라 사전투표에 더욱 관심이 몰리고 있다. 2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21대 대선 사전투표율이 지난 20대 대선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실제 첫날인 29일 오후 2시 기준 투표율은 12.34%로 지난 20대 대선 첫날 같은 시각 투표율이었던 10.48%보다 1.86%포인트(p) 높은 수준이다. 역대 가장 높은 사전투표율을 기록했던 20대 대선의 36.93%를 깰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까지 나오고 있다. 당초엔 이번 사전투표는 본투표가 화요일로 잡히면서 기존 금~토요일과 달리 목~금요일에 실시되면서 투표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었다. 사전투표는 2013년 재보선 당시 처음 시범도입 됐으며 19대 대선(2017년) 26.06%, 20대 대선(2022년) 36.93%로 본투표와 유사한 수준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는 토요일을 포함한 일정을 잡아 유권자의 투표 참여 활성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의 경우 사전투표 일정이 모두 평일인 만큼 직장인, 자영업자를 포함한 적극적인 경제활동 인구의 투표 참여가 힘들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가능한 시간대가 업무 시간과 겹치는 탓이다. 각 정당과 후보 캠프에서는 지지자들에게 사전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이날 오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대학가인 서울 신촌에서 20대 청년 네 명과 함께 투표했다. 청년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 선대위는 특별지침을 통해 투표 독려를 포함한 선거운동에 당직자 총동원령을 내리는 한편 지지층 사이에선 '토요일은 없다' 캠페인송 자체 제작·유포에 나서는 등 전방위적으로 사전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국민의힘 역시 사전투표에 부정적인 기존 입장을 뒤집고 적극적인 독려에 나서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이날 오전 이재명 후보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에서 투표했다. 상대 진영의 '안방'에 직접 들어가 보수 결집과 지지층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김문수 후보는 지난 28일 창원 유세에서 “6월 3일 당일도 찍고, 내일부터 사전투표도 찍어주셔야 한다"며 “철저히 감시하고 있으니 걱정마시라, 부정을 적발하면 완전히 판을 뒤집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도 첫날 오전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화성 동탄에서 투표했다. 수도권·청년층 지지 기반을 강조하고, '동탄 모델' 등 필승 공식 부각시키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이날 오전 전남 여수 주암마을회관에서 한 표를 행사했다. 윤동·나광호 기자 dong01@ekn.kr

[대선 2025]주요 후보들 주말 강원·충북 집중 유세…부동층 잡기 총력전

29일 현재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주요 후보둘은 이번 주말 막판 표몰이를 위한 총력전을 펼칠 전망이다. 아직까지 표심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 젊은 세대 유권자 등을 타깃으로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치밀하게 설계된 동선과 메시지 전달로 표심을 최대한 흡수하려 하고 있다. 주요 격전지로는 강원도와 충북 등이 떠올랐다. 주요 후보들은 이번 주말을 활용해 강원도, 충북 지역에서 각각 집중 유세에 나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오는 30일 춘천과 원주를 방문한다. 앞서 이 후보는 이달 초 강릉과 속초 등 동해안과 접경지역을 찾았으나, 이번 방문은 당시 찾지 못했던 춘천과 원주에서 중도층과 진보 지지층 표심을 집중 공략할 예정이다. 이어 30~31일 이틀간 충주, 청주 등 충북 지역에서 집중 유세를 펼친다. 강금실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은 29일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이 자리에는 이광희·노영민·도종환·김병우 충북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 등이 함께했다. 이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여사도 최근 청주 용화사를 방문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30일 충주와 제천을 방문한다. 앞서 김 후보는 옥천 육영수 여사 생가, 충남 계룡, 논산, 공주, 보령, 홍성 등 충청권 전역을 돌며 표심을 공략했다. 특히 육 여사 생가와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 등 보수층을 겨냥한 행보가 눈길을 끌었다. 김 후보의 배우자 설난영 여사는 31일 청주 가경시장을 방문해 유권자들과 직접 만나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중앙 공동선대위원장도 29일 청주 가경·복대시장을 찾아 지원 유세에 나섰다. 이어 김 후보는 31일 원주를 시작으로 홍천과 춘천을 방문한 뒤 강릉과 속초, 동해 등 동해안 지역까지 돌며 보수 결집을 위한 유세를 펼친다. 김 후보가 강원도를 찾는 것은 이번 대선 기간 처음이다. 앞서 김 후보의 부인 설난영씨는 23일 원주, 강릉, 평창에서 민심 행보를 이어간 바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역시 이번 주말 강원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강릉 지역 방문 일정을 조율 중으로, 확정 시 김 후보와 같은 31일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 각 당의 중앙 유세단도 강원에서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민주당은 김부겸 총괄선대위원장과 고민정, 부승찬, 오세희 의원 및 이광재 강원 공동선대위원장 등 핵심 인사들이 강원 전역에서 지원 유세를 펼쳤다. 국민의힘 역시 나경원 총괄선대위원장과 지역 의원들이 정선, 삼척, 홍천, 춘천 등을 돌며 보수층 결집을 독려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원도가 이번 선거에서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는 만큼, 각 후보들의 막판 방문이 판세 변화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특히 강원 민심이 아직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강원도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54.2%의 득표율을 얻어 보수 강세를 보였다. 이번 대선에서는 강원이 '격전지'로 주목받으면서 지역 민심의 향배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이재명 후보는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내란 종식, 안정감, 민생 메시지 등을 통해 중도층과 부동층을 잡을 계획이다. 부동산 안정화, 청년 일자리 창출, 소상공인 지원 대책 등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공약을 전면에 내세우며 정책 이행 능력 또한 계속 부각할 예정이다. 김문수 후보는 막판 보수층 결집과 안보 이슈를 집중 제기해 전통 지지층인 중장년층 유권자와 보수 유권자들을 결집시킨다는 전략이다. 이준석 후보도 마지막 주말을 포함한 닷새 동안 20~30대 젊은 층과 무당층 유권자를 집중 공략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이상호 칼럼] 힘이 지배하는 시대 한국 국민의 선택

요즘 세상 모든 일이 뒤숭숭하다. 트럼프의 미국은 전례 없는 '독단주의'로 기존 국제질서를 무시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 전 세계를 겨냥한 관세 폭격,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편들기. 갈라치기 정치를 통한 권위주의적 지배 시도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충격적인 행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전 승리 굳히기, 중국의 전방위적 영향력 확산 시도는 강대국이 어떻게 평화와 협력을 기반으로 한 현대 국제질서를 위협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국제사회의 균열과 이상 징후는 코로나 사태 때부터 예견되었다. 세계 각국은 생존을 위해 협력보다는 각자도생의 길을 갔다. 경제 부양을 위해 전 세계가 무제한 돈 풀기를 하면서 국가의 경제 체력이 바닥났다. 이는 여러 나라의 정치 상황을 불안하게 만들었고 문제해결에 나선 강대국은 외부에서 희생양을 물색했다. 러시아는 코로나가 잦아드는 시점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인내, 협력과 화합보다는 갈등과 무력을 사용한 국가의 의지 관철이 선호되는 시대가 왔다. 힘이 지배하는 현실주의 세계가 온 것이다. 강한 안보와 안전한 자유 무역은 지금의 부강한 한국을 만든 기반이다.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세계의 일원으로 지금까지 번영했고 한미동맹으로 핵무장 북한과 강압적인 중국, 변덕스러운 러시아를 성공적으로 견제해 왔다. 그러나 한국의 지속 번영 가능성은 급변하고 있는 국제 경제·안보 환경과 한국의 지정학적 불안정성 때문에 위협받고 있다. 동북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충돌 가능성이 점차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국익을 위한 무력 사용이 가능한 대안이라고 판단한다. 이에 많은 이들이 한국은 양자택일보다 중립을 선택하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이 미국이든 중국이든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겠지만 제3의 길인 중립을 선택하기는 어렵다. 한국은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을 중요시 여겨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중국이 바라는 한국은 경제적 이익을 위해 중국의 속국 또는 조공국을 자처하게 하여 점차 중국 세력권에 편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드 배치 후 중국이 내린 '한한령' 사례를 볼 때 한국이 중국에 경제적으로 더 의존할수록 중국은 한국을 조련하기 위해 무서운 기세로 제재하고 속박하며 통제할 것이다. 중국이 미국의 대안이 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한국은 그동안 누린 경제적 번영이 자유민주주의 체제 안에서 가능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아무리 트럼프의 미국 '독단주의'가 싫어도 한국은 한미동맹을 지켜야 충분한 이유가 있다. 한국과 미국은 단순한 동맹이 아니라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에서 서로를 위해 피를 흘린 75년의 혈맹이다. 이런 역사와 가치는 쉽게 훼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이는 부인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시대 한미동맹의 가치는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며칠 뒤 새 대통령을 선택해야 하는 운명의 갈림길에 서 있다. 한국은 그동안 국내 정치 논리와 권력 투쟁에 매몰되어 급변하는 국제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이번 선거는 말로는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의 대결이지만, 따지고 보면 부패한 카르텔, 무능한 웰빙족, 정신 나간 평화주의자들이 생존을 위해 벌리는 진흙탕 싸움에 불과하다. 부동산과 기본소득 등 국민이 많은 관심을 갖는 경제 이슈 때문에 실체가 가려져 있지만, 이번 선거는 한국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자유민주주의적 가치와 중국과 북한, 러시아를 포함한 반민주세력 국가들이 만들고 있는 신 권위주의적 세계질서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의 문제다. 국민의 선택은 오직 국익과 번영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이상호

[대선 2025]사전투표 시작…이재명·김문수·이준석 모두 참여

제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29일 오전 6시 전국 3568개 사전투표소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이날 주요 대선 후보들도 일제히 사전투표에 참여하며 투표를 독려했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주요 대선 후보들이 저마다 거주지나 일정에 따라 각지에서 사전 투표를 진행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날 오전 10시경 서울 신촌에서 사전투표를 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오전 10시경 인천 계양구 유세 중에 인근 투표소를 찾아 투표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오전 10시30분 경기 화성시 동탄9동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한다. 이날부터 시작된 사전투표는 내일까지 이틀 동안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사전투표소 위치는 중앙선관위 홈페이지나 포털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투표하려면 주민등록증이나 여권, 운전면허증 등 사진이 붙은 신분증(관공서·공공기관 발행)을 지참해야 한다. 한편 제21대 대선 본 투표일은 다음달 3일이다. 이날 투표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대선 2025]사전 투표율 오전 10시 5.24% ‘역대 최고’…전남 10% 돌파

제21대 대선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오전 10시 기준 전국 평균 투표율은 5.24%로 집계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부터 실시된 사전투표에서 전체 유권자 4439만1871명 중 명이 투표소를 찾았다. 이는 지난 20대 대선(3.64%)의 동시간대 사전투표율 보다 1.6%포인트(p) 높게 나타나는 등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2대 총선(3.57%)과 비교해도 1.67%p 높다. 현재까지 투표율이 가장 높은 곳은 전남(10.87%)로, 전북(9.81%)·광주(8.83%) 등 호남을 중심으로 높게 형성됐다. 반면 대구는 3.23%로 가장 낮았고, 부산(4.24%)·울산(4.36%)을 비롯한 영남에서 전반적으로 낮았다. 이전과 유사한 흐름이 이어진 셈이다. 서울과 경기는 각각 5.04%, 4.81%로 나타났다. 이번 대선 사전투표는 오는 30일까지 이틀간 전국 3568개 투표소에서 가능하다. 투표 시간은 오전 6시~오후 6시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대선 2025]수도권·중도층 잡은 이재명…충청권 맹추격 김문수, 2030 존재감 이준석

6·3 조기 대선이 28일 현재 D-6일 남았다. 이날까지 발표된 여론조사를 종합해 보면 지역·연령·이념 성향별로는 유권자들의 표심이 뚜렷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수도권과 중도·진보층에서 확고한 우세를 점했다.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충청권에서 반등하며 추격전을 펼치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2030세대에서 꾸준한 존재감을 보이며 보수층 일부를 흡수하고 있는 모습이다. 에너지경제가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5월 한 달간 발표한 6건의 대선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4월30일~5월27일)를 분석한 결과,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가 부산·울산·경남(PK) 및 충청권에서 접전 양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우위를 점하는 조사가 많다. 연령대별 지지율은 40·50세대는 이재명 후보, 60·70세대는 김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확연했다. 가장 인구가 많은 수도권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우세가 확연했다. 5월 5주차 조사(26~27일) 기준, 이재명 후보는 서울에서 43.2%, 경기·인천에서 53.2%를 기록하며 김문수 후보(서울 39.5%, 경기·인천 34.2%)를 오차범위 안팎에서 앞섰다. '캐스팅보터' 역할을 해 온 대전·세종·충청에선 이재명 후보가 40.7%, 김문수 후보가 43.4%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였다. 4주차 조사(20~21일)에선 대전·세종·충청에서 이재명 후보가 48.5%, 김문수 후보가 38.1%였다. 충청권에선 김문수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격차를 좁힌 것이다. 대선 후보들이 초반 집중 유세를 벌였던 전략적 요충지 부산·울산·경남(PK)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46.0%를 얻으며 김문수 후보 41.7%로 4.3%p 격차로 앞섰다. 4주차 조사(20~21일)에선 PK지역에서 이재명 후보 34.4%, 김문수 후보 53.6%로 김문수 후보가 오차범위 밖인 19.2%p 격차로 앞섰다. PK에선 이재명 후보가 지지율을 회복하면서 김문수 후보와의 격차를 좁혔다. 대구·경북(TK) 지역에선 이재명 후보 지지율 변화가 두드러졌다. 4주차 조사(20~21일)에선 이재명 후보는 TK지역에서 33.1% 지지율을 보였지만 5주차 조사(26~27일)에선 9.1%p 늘어난 42.2%였다. 김문수 후보는 같은 기간 48.2%에서 44.9%로 3.3%p 줄었다. 보수 텃밭에서조차 이재명 후보의 상승세가 확인된 셈이다. 연령별로는 이재명 후보가 40대에서 67.5%, 50대에서 63.2%로 앞섰다. 김문수 후보는 60대와 70대에서 각각 48.4%, 53.2%로 우위를 보였다. 18∼29세는 이준석 후보가 비교적 강세다. 29.9%가 이준석 후보를 지지해 30.3%를 얻은 이재명 후보와 불과 0.4%포인트 차이로 접전을 펼쳤고, 김문수 후보는 33.5%로 근소하게 앞섰다. 30대에서도 이재명 후보가 48.0%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고, 이준석 후보는 17.5%로 두 자릿수 지지율을 확보하며 김문수 후보(32.2%)와 경쟁 구도를 만들었다. 중도층 지지율 역시 이재명 후보가 확고한 우위를 점하며 1강 체제를 굳히고 있다. 5주차 조사(26~27일)에서 이재명 후보는 중도층에서 50.8%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30.8%)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15.1%)를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렸다. 이 같은 흐름은 한 달 전부터 꾸준히 이어졌다. 1주차 조사(4월 30일~5월2일)에서도 이재명 후보는 52.1%, 김문수 20.3%, 이준석 8.4%였다. 2주차 조사(7~9일)에서도 이재명 후보는 54.3%, 김문수 16.1%, 이준석 후보 6.8%였다. 진보층에서는 83.6%가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1주차 조사(4월 30일~5월2일)에서 81.7%와 비교해 소폭 상승한 수치다. 한달 동안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진보층 지지율은 꾸준히 80%대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결집 양상을 보였다. 보수층에서는 김문수 후보가 66.8%의 지지를 얻었지만, 이준석 후보 역시 9.7%로 나타나 보수층의 표심이 분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1차·2차 TV토론은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 반등을 견인한 계기로 작용했다. 특히 '유능한 경제 대통령'을 내세우던 이재명 후보는 '호텔경제학', '커피 원가 150원', '인공지능 예산' 등 경제 이슈에 집중 공세를 받으면서 지지율이 소폭 하락했다. 지난 18일 1차 토론 직후인 4주차 조사(22~23일)에서 이재명·김문수 후보간 지지율 격차가 9%포인트로 좁혀졌고,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이 10%를 넘어섰다. 특히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학생 24%, 자영업자 45.4%, 전업주부 40%로, 전주 대비 각각 16.5%p, 9.7%p, 12.1%p감소했다. 모두 경제에 민감한 계층이다. 하지만 상승 모멘텀을 이어가야 할 범보수진영은 3차 토론을 전후로 단일화 공방에 발목을 잡혔다. 김문수 후보는 이준석 후보에게 수차례 단일화를 제안했지만, 이준석 후보는 지난 22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단일화는 없다"고 했다. 결국 보수 후보 단일화는 무산됐고, 이는 3차 토론 직후 지지층 내 분열을 더욱 부각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실장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단일화 여론이 높았을지 몰라도 개혁신당 지지층에서는 크지 않았다"며 “양 진영 간에 토론이나 합의의 과정이 전혀 없었던 상황에서 통합이나 단일화를 기대하는 건 무리"라고 평가했다. 윤 실장은 “오히려 지지율이 높은 후보에게 유권자가 몰리는 현상이 본격화되는 '밴드웨건 효과'가 강화되는 분위기"라며 “이재명 '대세론' 굳히기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대선 2025]‘젓가락 발언’ 일파만파…이준석, 제3후보 돌풍 꺾이나

지난 27일 열린 3차 TV토론에서 나온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이른바 '젓가락' 발언의 후폭풍이 거세다. 자칫 선거비용 일부 보전 기준인 10% 득표가 불가능해지고 '제3후보 돌풍'이라는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 후보는 전날 토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인척을 향해 했다는 여성 혐오성 욕설을 먼저 언급했다. 또 일부 유튜버, 극우 커뮤니티에서 이재명 후보의 아들이 여성 아이돌을 향해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성폭력 묘사 혐오 발언도 거론했다. 이후 이 후보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다. 우선 오후 8~10시 황금 시간대에 전국민이 관심을 쏟고 있는 대선 후보 토론회라는 가장 공적인 자리에서 원색적인 성폭력 묘사 혐오 발언이 나왔다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토론회를 듣고 있던 여성 뿐만 아니라 전국민들을 모욕했다는 것이다. 여성단체들이 먼저 비판하고 나섰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이날 “이준석 후보는 국민을 상대로 언어 성폭력을 자행했다"며 “선거를 위해 지상파 방송에서 성범죄를 재현했고 시청하던 모든 국민이 피해자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가 언급한 이른바 '이재명 후보 아들 발언'이 사실 확인이나 뚜렷한 근거가 없다는 문제제기도 나온다. 실제 이날 일부 법조인들은 이 후보의 발언에 대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범 보수진영에서도 이 후보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다. 신지호 전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전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라도 방송에서 해야 할 말이 있고 안 할 말이 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소속 정당인 개혁신당에서도 탈당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다만 개혁신당 쪽에선 오히려 가입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의 지역구인 경기도 동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여성, 학부모 중심의 비판 의견이 다수 게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의 태도도 바뀌고 있다. 이날 오전까지는 '진보진영의 위선적 태도'가 문제라면서 잘못한 것이 없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하지만 후폭풍이 거세지자 라디오 등에 출연해 사과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그 언행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충분히 검증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본다"면서도 “불편할 국민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고, 그에 대해 심심한 사과를 하겠다"고 답변했다. 정치권에선 이번 파문을 주목하고 있다. 제3후보가 초반에 돌풍을 일으키다가 막판에 사표방지 심리 등으로 지지율이 떨어졌던 사례가 이 사건을 계기로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역대 제3후보가 20%대 이상의 최종 득표에 성공한 것은 2017년 19대 대선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21.41%)가 유일하다. 문국현, 유승민, 심상정 등 다른 제3후보들의 경우 돌풍을 일으켰지만 양당 구도에 따른 '사표 방지 심리', 차별성 부각 실패, 막말 등 구설수 등의 악재로 실제 최종 투표에선 5% 안팎을 기록하는 데 그쳤었다. 이밖에도 선거 막판 특정인의 '막말'이나 구설수가 판세를 좌우했던 사례는 여럿 있다. '나꼼수(나는 꼼수다)' 멤버로 활동했던 김용민 시사평론가가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 국무장관에 대한 폭언을 한 것, 정동영 열린우리당 대선 후보의 '노인' 관련 발언 등이 대표적 사례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진위여부를 떠나 이같은 발언을 공당 대표가 미디어에서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다는 것에 경악했다"며 “(2차까지는) 토론 수혜자로 꼽혔으나, 막판에 이럴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대선 2025]정치전문가 4인이 본 TV토론…이재명 ‘선방’ 이준석 ‘최악’ 김문수 ‘실점’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TV토론회가 27일 정치 분야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마지막 토론도 앞선 두 차례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상대 후보를 겨냥한 네거티브 공방전 속에서 진행됐다. 정치 전문가들 사이에서 “역사에 길이 남을 막장 토론회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28일 에너지경제신문이 접촉한 정치 전문가·평론가들은 이번 TV토론회에서 여성 성폭력 묘사 혐오 발언을 쏟아낸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를 '최악의 토론자'로 손꼽았다. 가장 젊은 후보로 나름 지식과 순발력을 자랑했지만 지나친 비방전에 안철수 의원에 이은 두번째 '제3후보 돌풍' 달성에 경고등이 들어왔다는 평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경우 '부자 몸조심'으로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자신의 정책, 공약 등 미래는 언급하지 않은 채 두 시간 내내 이재명 후보의 신상 문제를 반복해서 지적해 점수를 잃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의 경우 참신한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날 토론회 말미에 이 후보가 갑자기 거론한 젓가락 발언을 지적하며 그를 워스트 플레이어로 꼽았다.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자가 뱉기 적절치 않은 '여성혐오 성격이 짙은 저질스러운 발언'이었다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방송은 커녕 술자리에서도 함부로 꺼내서는 안될 발언을 전 국민이 지켜보는 대선 후보 TV토론회에서 그런 혐오 발언을 했다"며 “이를 지켜 본 국민들은 후보가 과연 대통령의 자격이 있는지를 따져보기도 전에 후보의 인격 자체에 대해 논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평론가는 “이날 토론 전반부에서 이 후보는 정책은 물론 말이나 표현에 있어서도 자신감있게 잘 풀어냈다"고 평가하면서도 “막판 젓가락 발언으로 모든게 다 무너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앞으로 정치인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걱정될 정도로 결정타를 맞았다"며 이날 토론회 참석 후보들 가운데 가장 낮은 평점을 매겼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도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로 깜짝 놀랐다. 이런식으로 토론하면 안되는 것"이라며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로 하여금 '이재명'이라는 대답을 이끌어내도록 하는 아주 더티하고 머리좋은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1점부터 10점까지 있다면 0.1점을 주고 싶을 정도로 아주 저질스러운 발언이었다"고 혹평했다. 김문수 후보의 경우 이날 토론 내내 이재명 후보의 신상 문제에 대해서만 집중 공세를 펼쳤다.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조희대 특검법', '대법관 증원법' 등을 거론하며 “범죄자가 스스로를 방탄하기 위해 독재를 하는 '방탄 독재'는 처음 본다"고 날을 세웠다. 이후 토론 과정에서도 이재명 후보 주변 인사 사망 사건 등을 거론하면서 공세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외교 안보 분야 토론임에도 관련 정책, 공약에 대한 얘기는 거의 없었다. 대통령 유고시 국회의장의 권한대행 제도를 제안하는 권영국 후보를 향해 “변호사라는 사람이 그렇게 헌법을 모르냐"면서 인신 공격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이에 대해 “김 후보가 마지막 기회를 놓친 것 같다. 1위 후보와 지지율이 비슷한 후보인 것처럼 느껴진다"면서 “추격하려면 적어도 국민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이슈나 메세지를 제시했어야 한다. 개헌 문제라든지 민생 문제라든지, 아니면 단일화 문제라든지 이런 문제에 대해 파격적인 메세지를 절박하게 제시해도 지지율 추격이 가능할까 말까 한 그런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재명 후보에 대해선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최 원장은 “공격을 당할 만한 소재가 많았고, 십자포화를 당할 수 있는 악재나 이슈들이 많았다"면서도 “당황하지 않고 자신에 대한 협공을 역으로 받아치면서 상당히 선방한 모습"이라고도 평가했다. 정다만 치 전문가들은 이번 토론회가 막판 대선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정 후보가 두드러지게 잘 하지 않았고, 최근 들어 TV토론의 시청률이 계속 하락하는 등 유권자들의 관심도 낮아졌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후보들이 거대 담론이라든지 아니면 국정비전 내지는 미래 방향성에 대한 굵직한 쟁점을 가지고 토론을 해야 국민들의 선택에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번 토론은 지엽적으로 상대의 흠집을 잡아 주고받는 정쟁적 요소가 가미된 토론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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