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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코노미]자사주 소각 의무화 급물살…“배당 늘려 코스피 5000 간다”

이재명 대통령이 뉴욕 유엔총회 현장에서 “기업의 불합리한 의사결정 구조를 합리적으로 바꾸겠다"며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포함한 '3차 상법 개정' 추진 의지를 못 박았다. 여당은 곧바로 호응하며 '자사주 원칙적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이른바 '더 더 센 상법' 처리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해 “배당이 더 많이 이뤄지게 하거나 자사주를 취득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남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3차 상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번에 걸쳐 상법을 개정했는데 기업의 불합리한 의사 결정 구조를 합리적으로 바꿀 것"이라며 “3차 상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는데 저항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기업에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을 오는 11월 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자사주는 기업이 발행한 주식을 다시 매입해 보유하는 주식으로, 의결권과 배당권은 없다. 2011년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취득과 처분이 전면 자유화된 뒤 많은 기업이 자사주를 쌓아왔다.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상장사 1666곳, 전체의 73.6%가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으로 이어져 국내 증시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사주 소각은 기업이 보유 중인 자사주를 말 그대로 없애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하면 발행(유통) 주식 수가 감소해 주당순이익(EPS·당기순이익을 주식 수로 나눈 값)이 올라가고, 결과적으로 주가 상승으로 직결된다는 논리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주주환원 차원에서 자사주를 적극적으로 매입해 소각한다. 애플은 2013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전체 주식의 약 39%에 해당하는 100억 주 이상을 소각했다. 그 과정에서 주가는 10배 넘게 뛰었으며 주당순이익(EPS)도 연평균 15.7% 성장했다. 최근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약 1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자 테슬라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비록 소각은 아니었지만,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크지 않은 미국에서는 매입만으로도 시장이 환호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국내 기업 전반의 자사주 소각률은 여전히 낮다. 리더스인덱스가 2022~2024년 2265개 상장사의 자사주 보유 및 소각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자사주를 보유한 상장사 1666곳 중 소각에 나선 기업은 142곳(8.5%)에 불과했다. 정부와 여당이 '강력한' 상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주환원보다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자사주를 활용한다는 불신이 뿌리 깊다. 실제로 태광산업은 지난 6월 발행주식의 24.41%에 해당하는 자사주 전량(27만1769주)을 담보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하려다 주주 반발에 부딪혀 계획을 보류했다. 재무 상태가 양호한 상황에서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EB 발행에 나서려 한 것이 대주주 지배력 강화를 위한 '꼼수'라는 비판을 자초한 것이다. 자사주 담보 EB 발행은 사실상 3자 배정 유상증자와 같은 효과를 내 기존 주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민주당 의원들은 앞다퉈 개정안을 내놨다. 쟁점은 기업의 자사주 취득 후 '소각 기간'이다. 김남근 의원안은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취득 후 1년 이내 소각하도록 하고, 예외적 보유 시 주총 승인을 거치되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했다. 민병덕 의원안은 전체 주식의 3% 미만 취득 시 소각 기한을 2년까지 허용했다. 김현정 의원은 '최대 3년'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해 정부 재량을 존중하는 안을 발의했다. 차규근 의원은 '취득 6개월 이내 소각'을 명시해 가장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은 신규로 취득한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소각하되, 불가피한 경우에는 예외를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임직원 보상이나 우리사주조합·사내복지기금 출연 등은 대통령령으로 예외를 인정키로 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취득한 자사주의 수량·목적·처분 계획을 공시하도록 하거나(김현정 의원안), 주주총회 승인을 받도록(김남근 의원안) 규정했다. 문대림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한국거래소 열린 간담회 후 “자사주 과다 보유 문제를 논의했으며, 종업원 보상 목적을 제외한 불필요한 자사주는 소각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기업을 경영권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국내에는 차등의결권이나 황금주 같은 방어 장치가 부족해 외부 세력의 위협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SK는 소버린의 공격을 받았을 때 보유 자사주 10.41%를 하나은행·신한은행 등에 매각해 우호 지분을 확보해 경영권을 지킬 수 있었다. 삼성물산도 엘리엇과의 경영권 분쟁 당시 자사주 5.76%를 KCC에 넘겨 방어에 성공한 바 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김병헌의 체인지] 루스벨트의 교훈과 민주당의 선택

1937년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법부 개편 계획'은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 가운데 하나로 남아 있다. 대공황 극복을 위해 뉴딜 입법을 밀어붙였지만 연방대법원은 잇따라 위헌 결정을 내렸고, 이에 루스벨트는 대법관 정원을 늘려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을 끌어내려 했다. 언론은 이를 “사법부 길들이기"라 규정했고, 여론은 거세게 반발했다. 결국 계획은 무산되었고, 권력과 사법의 경계가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교훈으로 오늘날까지 회자된다. 그 기억은 지금 한국 정치가 맞닥뜨린 장면과 묘하게 겹쳐진다.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민주당은 단독으로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 개최를 의결했다. 헌정사상 처음있는 일이다.대법관과 부장판사, 한덕수 전 총리까지 포함됐다. 민주당은 “사법부가 의혹을 키우고 있다"고 몰아붙였고, 국민의힘은 “사법부를 단두대에 세우려 한다"며 퇴장했다. 그래도 민주당은 30일 결국 조희대 대법원장 등의 불출석으로 '대법원장 없는 대법원장 청문회'를 강행했다. 이어 오는 13일과 15일 대법원 현장국감을 통해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파헤치기를 이어간다. 민주당이 이같이 초유의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여러 갈래로 읽힌다. 무엇보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된 것이 결정적 계기다. 통상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까지는 평균 994일이 걸리는데 이번 사건은 단 34일 만에 결론이 났다. 이례적 속도는 정치적 개입 논란을 자극했고, 민주당은 “사법부의 정치 개입"으로 규정하며 반격의 명분으로 삼았다. 청문회를 통해 대법원장과 대법관을 불러낸다면 그 판결을 단순한 법리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의혹의 영역으로 끌어들일 수 있고,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 또한 정치 공방 속에 희석된다. 앞으로도 대통령 관련 재판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하면, 국회가 사법부를 불러냈다는 선례가 압박이 될 수 있다. 사법부는 어떤 판결을 내리든 정치적 시비를 피하기 어려워지고, 그만큼 독립성은 위축된다. 설령 증인들이 불출석하더라도 “사법부가 의혹을 회피한다"는 프레임을 만들어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그러나 대법원장이 국회 증인석에 서는 순간, 입법부가 사법부를 직접 조사하는 모양새가 된다. 삼권분립의 경계는 급격히 허물어지고, 사법부는 독립 기관이 아닌 정치 권력의 심문 대상처럼 전락한다. 사법부 독립 원칙을 흔드는 행위다. 여기에 정치적 색채의 의혹이 청문회에서 다뤄진다면 국민은 판결문보다 정치적 해석에 귀 기울이게 된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깊다고는 하지만 정치가 법정을 대체하는 광경은 낯설고 불편하다. 판사와 검사가 증인석에 앉아 정치인들에게 호통을 듣는 모습은 익숙지 않은 장면이고, 이는 곧바로 민주주의의 후퇴라는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루스벨트의 실패가 말해주듯 권력이 사법부에 직접 개입하려는 시도는 대체로 역풍으로 끝난다. 일본에서도 1970년대 정치권이 대법관 인사에 개입하려다 여론의 저항을 받았고, 최근 헝가리와 폴란드는 집권 여당이 사법부를 장악하려다 '민주주의 후퇴'라는 국제적 비판과 함께 유럽연합의 제재를 받았다. 민주당의 시도 역시 사법부 길들이기라는 낙인을 남길 수 있고, 훗날 정권 교체 시 역공의 빌미가 될 수 있다. 결국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권력은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이 역사와 국제 사례가 남긴 분명한 교훈이다. 국회는 청문회라는 권한을 정파적 목적에 따라 남용하지 않아야 한다. 사실관계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회동설이나 재판 거래 의혹을 앞세워 대법원장을 증인석에 세우는 방식은 민주주의의 정당성을 해친다. 사법부 역시 자정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판결의 속도와 절차적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의문이 있다면 이를 해명할 책임은 사법부에 있다. 국민 신뢰는 판결문의 법리보다 절차의 투명성에서 비롯된다. 언론과 시민사회 또한 정치가 짜놓은 프레임을 그대로 중계하기보다 사실에 기반한 감시와 검증으로 민주주의의 균형을 지켜야 한다. 무엇보다 입법, 행정, 사법 어느 한 축도 일방적으로 우월해서는 안 되며, 권력 분립과 견제라는 헌법적 원칙을 존중하는 절제가 시급하다. 루스벨트의 '사법부 개편 계획'이 좌초된 이유는 단순히 정치적 힘의 부족이 아니었다. 그것은 국민의 신뢰라는 민주주의의 토대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정치가 맞닥뜨린 상황도 다르지 않다. 대법원장 청문회라는 초유의 시도가 정치적 주도권을 가져다줄 수는 있어도, 사법부 독립을 흔드는 순간 민주주의의 근간은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권력은 사법을 잠시 압도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신뢰를 잃는 순간, 그 권력은 모래성처럼 무너진다. 결국 변화는 여기서 시작돼야 한다. 정치가 법 위에 군림하는 순간 국민은 더 이상 법치를 신뢰하지 않는다. 권력은 사법을 이길 수 있을지 몰라도 국민의 신뢰 없이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李 “정서적 교감 만들자”…이시바 “AI·수소 협력 확대”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30일 한일 정상회담을 열고 저출생·고령화, 국토 균형 성장 등 양국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인공지능(AI)과 수소에너지 등 미래 첨단 기술 분야에서 협업 수준을 높여 나가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 대통령은 이날 부산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이시바 총리와 취임 후 세 번째 정상회담을 가졌다. 지난 8월 도쿄 회담에서 답방을 약속했던 이시바 총리는 1박 2일 일정으로 부산을 찾았다. 이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지난 8월 총리가 직접 만든 '이시바 카레'는 최고였다"고 언급하며 친근함을 드러낸 뒤, “한일 만이 할 수 있는 셔틀외교의 진수"라고 말했다. 이어 “공감할 수 있는 사회문제부터 경제문제를 넘어서 안보문제, 더 나아가 정서적 교감도 함께하는 한일관계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 정상은 앞서 합의한 대로 지방 소멸과 활성화 문제를 재확인했다. 당초 이시바 총리는 지난달 23일 일본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논의한 '지방 살리기' 의제를 부각하기 위해 이번 회담 장소로 부산을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담에서는 저출산·고령화, 농업, 방재, 자살 대책 등 사회문제 전반에 대한 협력 필요성을 공유했다. 이를 위해 외교 당국 간 협의체를 통한 정기적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시바 총리는 “카레라이스 칭찬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공통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경험을 공유하자"고 화답했다. 또 “양국 과학기술 협력위원회 재개를 희망한다"고 밝히며 AI, 수소에너지 등 미래 산업 협력을 강화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특히 이번 회담은 이시바 총리의 퇴임 직전에 이뤄져 주목을 받았다. 일본 언론들은 “내달 퇴임을 앞둔 이시바 총리가 이번 정상회담 성과를 다음 정권에 전해주려 한다고 풀이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시바 총리가 퇴임 후에도 한일 관계 발전에 적극적 역할을 계속해줄 것을 협의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 역시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은 양국 관계의 더 큰 진전을 논의하는 기회"라고 밝혔다. 이날 취임 1주년을 맞은 이시바 총리의 이번 방한은 총리로서 첫 한국 방문이자 마지막 해외 순방이 됐다. 일본의 새 총리는 오는 10월 4일 선출된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정청래 “코스피 5000 임기 내 달성”…배당 확대·소액주주 보호 논의

더불어민주당이 자본의 흐름을 부동산에서 주식시장으로 전환해 경제 체질을 바꾸겠다는 구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자본시장 현장 간담회에서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신뢰가 회복되고 주식시장이 활성기를 맞고 있다"며 “이 대통령의 간판 공약인 코스피 5000 시대를 임기 내에 활짝 열 수 있도록 민주당이 확실히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실로 만들기 위해 모든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정 대표는 과거 상황을 언급하며 “작년 12월 윤석열의 불법 계엄으로 환율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주식 시장도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다"며 “지난 정권 3년 내내 반목·대결 위주의 대북 정책으로 한반도 리스크가 반복되는 가운데 불법 계엄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까지 겹쳐 외국인 투자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OECD 평균인 3.4만 되면 코스피 5000은 너끈히 가지 않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도 해본다"며 “이재명 정부의 노력만으론 불가능하다. 동학개미와 투자자, 더 근본적으로는 기업인과 노동자 모두 합심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부동산 시장으로 과도하게 자본이 흘러 들어가면서 양극화가 가중됐다"며 “이제는 돈의 물줄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자본시장 정상화를 넘어 모든 밸류업 프로그램이 작동되고, 서학개미가 동학으로 어서 오도록 군불 때는 역할을 당에서 하겠다"며 “정기국회 내 추가적인 것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퇴직연금 제도와 관련해서는 “개별 증권사 입장에서는 지금 방식이 편할 수 있지만, 대한민국 전체를 봤을 때 기금화 방식으로 대형 투자가 가능해지는 것이 자본시장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작년과 재작년에 주식시장이 어려웠는데 새 정부 들어 전고점을 갱신하고 있다"며 “새 정부의 제도적·정책적 지원이 결합하며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은 비공개 회의에서 자본 흐름을 부동산에서 주식시장으로 돌리는 작업을 시장과 함께 고민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상장사 배당 확대 필요성과 소액주주 권익 보호 방안도 논의됐다. 문대림 대변인은 “우리나라가 배당을 적게 하는 구조라는 지적이 있었고, 제도 개선 여지를 검토하기로 했다"며 “배당을 늘려야 내수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기업의 설비 투자에 따른 이익 공시, 과다 보유 자사주 소각 등 투명성 강화와 소액주주 권익 보호와 관련한 의견도 나왔다"고 덧붙였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기후에너지환경부 닻 올리고, 검찰청 사라진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내달 1일 출범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에너지정책 기능을 이관받아 '에너지전환정책실'과 '전력산업정책국'을 신설하고 재생에너지정책국을 세분화하는 등 조직을 대폭 개편한다. 탄소중립과 에너지 믹스 전환을 가속화할 컨트롤타워로 자리매김하면서, 이재명 정부의 경제·에너지 전환 전략이 본격 궤도에 오른다는 평가다. 검찰청은 폐지돼 수사·기소가 분리되며 기획재정부도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나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로 신설 재편되기도 한다. 정부는 30일 오전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비롯한 4대 쟁점 법안을 심의·의결했다. 내달 1일부터 환경부는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개편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정책 기능이 이관되며, 기존 '에너지정책실'은 '에너지전환정책실'로, '에너지정책국'은 '전력산업정책국'으로 각각 재편된다. 전력망정책국과 수소열산업정책국 신설, 재생에너지정책국의 세분화 등도 단행돼 재생에너지 전환에 집중하는 구조를 갖췄다. 이로써 환경부는 2차관 체제와 4실·4국·14관·63과, 정원 829명의 공룡 부처로 거듭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통상부로, 여성가족부는 성평등가족부로 명칭이 바뀐다. 통계청과 특허청은 각각 국가데이터처와 지식재산처로 격상해 국무총리 소속 처(處)로 재편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폐지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신설된다. 검찰청은 1년 유예를 거쳐 내년 10월 2일 폐지되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이 출범해 역할을 대신한다. 이에 따라 78년 역사를 이어온 검찰청은 문을 닫게 되며, 수사는 중수청이, 기소는 공소청이 전담하는 수사·기소 분리 체제가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기획재정부는 3개월간 준비 기간을 둔 후 내년 1월 2일부로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된다. 2008년 통합 이후 18년 만에 간판을 내리고, 재정·예산 기능을 분리하는 방향으로 재편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부총리급 부처로 승격됐다. 2008년 폐지된 과기부총리 체제가 17년 만에 부활하는 셈이다. 인공지능(AI) 정책을 전담할 인공지능정책실을 신설하고, AI 인프라 확충과 인재 양성 등 국가 AI 혁신을 총괄·조정한다. 내년 35조원 규모로 확대되는 연구개발(R&D) 예산도 부총리가 직접 심의·조정할 수 있게 된다. 이날 회의에서는 2008년 출범한 방송통신위원회를 폐지하고, 대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설치법도 의결됐다. 법안이 다음달 1일 공포되면 윤석열 정부 시절 임명돼 현 정부·여당과 마찰을 빚어온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임기 종료로 자동 면직된다. 이밖에도 △국회법 개정안 △국회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함께 의결됐다. 이에 따라 국회 상임위원회 명칭이 조정되고, 위원회 종료 이후에도 증인 위증에 대한 고발이 가능해진다. 한편 이날 국무회의에선 지난 26일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등 잇딴 악재로 '웃음기'가 사라진 이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을 향해 정색으로 질책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국정자원 화재 사건의 주무 장관인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에계 “이제 상황 파악은 다 됐겠죠"라며 “실시간 데이터 백업도 규정상 하게 돼 있는 데 실제로는 엉터리로 하지 않았냐"고 추궁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겐 “'동시 사망사고 5명 발생하면 회사 망하는구나' 생각할 수 있게 해 놓아라. 법령 개정 필요하면 빨리 해달라"고 재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행해선 “검사들이 되도 않는 거 기소해서 항소하고 상고하고 국민에게 고통 주는 것을 왜 방치하냐"고 꼬집었고, 김민석 국무총리에선 자살 방지 대책의 진척 정도를 캐물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에겐 “처음 오셔서 그런 것 같은데, 정확히 파악하시고 말씀하시는 게 좋겠다. 판단과 결정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이슈&인사이트] 미국의 한국인 대량 구금 사태로 보는 한미 관계의 미래

지난 9월 4일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차·LG엔솔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미국 ICE(이민국세관단속국)의 대규모 불법 이민 단속으로 한국인 근로자 317명이 구금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 대부분은 한국이 투자한 미국 내 공장 건설을 위해 투입한 핵심 기술 인력으로 단기출장비자(B1)나 전자여행허가(ESTA)로 입국했지만, 일부는 합법적인 미국 근로 허가를 보유한 직원도 있었다. ICE는 이들을 테러범과 같은 중범죄자로 취급하며 수갑과 발목 족쇄를 채우고 쇠사슬에 엮어 끌고 갔다. 이 장면이 공개되자 한국 사회는 충격에 휩싸였다. 한국인은 미국에 대해 깊은 애정을 품고 있다. 과거 미국은 뭐든 최고였고 미국에 간다는 건 주변 사람의 부러움을 사는 호사였다. 한국과 미국은 피로 맺은 혈맹이다. 미국은 한국전쟁에서, 한국은 베트남전쟁에서 서로를 위해 싸우고 희생했다. 1950~60년대 어려웠던 시절에 많은 한국인이 미국의 원조로 끼니를 때우며 허기를 달랠 수 있었다. 이랬던 한국이 이제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으니 실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태는 이렇게 가깝던 한국과 미국 사이에 금이 가게 할 수 있는 중대 문제로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큰 것은 양국 간 문화충돌이라고 봐야 한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와 미국의 관료주의적 고지식한 태도가 충돌했다. 미국은 한국이 미국법을 준수하지 않은 잘못이라고 비난했지만, 한국은 미국 공장을 빨리 완성해 미국인에 양질의 일자리를 주는 게 양국에는 물론 회사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이는 양국이 서로에 대한 신뢰와 이해, 사전 양해가 있었으면 회피할 수 있는 문제였다. 소통이 부족했다. 다음, 지금 트럼프의 미국은 과거의 마음씨 좋은 큰형 같은 이미지의 미국이 아니다. 미국은 냉전 후 초강대국으로 도약했지만, 이후 많은 정책적 실수와 실패를 범했다. 9.11 테러로 복수심에 불탄 미국은 20여 년간의 테러와의 전쟁으로 국력을 낭비하고, 2008년 서브프라임(비우량대출) 사태로 붕괴에 가까운 경제 위기를 자초했으며, 코로나 때는 무제한 금리인하와 양적완화로 국제사회의 양극화를 초래하여 갈등 및 반목의 세상을 만드는 데 앞장섰다. 국제사회가 불안해지면서 불법 이민과 난민 사태가 초래되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례 없는 안보 위기 상황이 발생하자 미국은 더 이상 국제사회를 위해 희생하지 않겠다는 고립주의와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주장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다시 선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인기영합주의에 기반한 정책을 추진하며 반이민 그리로 예외 없는 관세 폭탄이라는 무서운 무기로 동맹과 우호 국가를 겁박했다. 한국이 가장 큰 유탄을 맞았다. 이 결과 올해 2분기 한국 수출품이 미국에서 부과받은 관세가 세계 6위를 기록하며 트럼프 2기 출범 전에 비해 47배 확대되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이번 사태를 겪은 한국의 심경은 복잡하다. 중범죄자같이 끌려간 한국인 기술자를 보고 화가 났고 비통했으며 왜 그런 일을 당했나 이해가 안 되었을 것이다. 왜 미국에 투자하면서 이런 험한 꼴을 당하느냐며 억울해했다. 반미 감정도 함께 고조되었다. 이제는 한미 관계가 보다 상호주의적으로 재설정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아직 주한미군 관련 논의는 시작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양국 관계의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한국 정부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더 하기 어렵다며 미국의 중요성을 인정했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북한과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도 있어 우려된다. 한국과 미국은 앞으로도 맹방으로 남을 것이다. 한국의 자존심이 많이 훼손되었지만, 한국과 미국 관계의 근본적인 재설정은 서로에게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미국과는 이런 갈등이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 가끔은 억울할 수 있지만 참고 국익을 챙겨야 한다. 국제관계는 자존심 싸움이 아닌 냉정한 이성의 대결이다. 그러나 한국은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이번 사건에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 사업 관련 비자 문제를 해결하고, 큰 손해 없다면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공사를 중단하는 실력 행사도 해야 한다. 미국 정계 조야와 국민,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홍보와 이미지 개선에도 나서야 한다. 지역 주민과 소통을 확대하면서 분명한 지지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의 국익을 위한 외교 역량 강화가 절실한 시기이다. 이상호

김현지 총무비서관, 대통령실 부속실장으로…새 대변인 김남준 발탁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대통령실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김현지 총무비서관이 부속실장으로 이동하고, 윤기천 제2부속실장이 새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다. 김남준 부속실장은 대변인으로 발탁돼 기존 강유정 대변인과 공동 체제를 이룬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김현지 총무비서관은 이날 부속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새 총무비서관에는 윤기천 제2부속실장이 임명됐으며, 제2부속실장은 당분간 공석으로 남는다. 일각에서는 김현지 비서관의 이동을 두고 국회 국정감사 출석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러나 김 비서관은 주변에 “국회 합의가 이뤄질 경우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부속실장을 맡아온 김남준 실장은 대변인으로 이동해 강유정 대변인과 공동 대변인 체제를 꾸린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변인을 추가해 대국민 소통을 늘리기로 한 것"이라며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조직 개편도 병행됐다. 대통령실은 홍보소통수석 산하 디지털소통비서관을 비서실장 직속으로 두고, 정책홍보비서관실과 국정홍보비서관실을 통합했다. 또 정무수석 산하에 정무기획비서관을 신설해 국회 및 정당과의 협력 기능을 강화했다. 이와 함께 국정기획자문단을 비서실장 직속으로 두고 전략 기능을 보완할 계획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임미애 의원,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위원장 선출

“지방선거 승리로 이재명 정부 성공 뒷받침하겠다" 안동=에너지경제신문 정재우 기자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이 새로운 수장을 맞이했다. 28일 경북 신도청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당원대회에서 임미애 국회의원(비례대표)이 신임 도당위원장으로 선출됐다. 행사에는 박지원 최고위원, 조승래 사무총장을 비롯한 중앙당 지도부와 지역 당원들이 참석해 힘을 보탰다. 이번 경선에는 정용채 경북시민연대 상임대표, 이정훈 기본사회 경북본부 상임대표, 임미애 국회의원 등 3명이 출마했다. 26~27일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와 대회 당일 대의원 투표 결과, 임 의원은 권리당원 72.33%, 대의원 54.88%를 얻어 최종 득표율 68.84%로 당선됐다. 특히 권리당원의 압도적인 지지가 승리의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임 위원장은 수락 연설에서 “경북 민주당원들이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지키는 주인"이라며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통해 이재명 정부 성공을 견인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구·경북을 책임지는 민주당 국회의원으로서 국비 확보와 지역 현안 해결에 앞장서겠다"며 “경북과 이재명 정부의 국정 과제를 관통하는 전략을 수립해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경북은 전통적인 보수 강세 지역으로 민주당의 기반이 약하다. 하지만 민주당은 청년·여성 당원 확대, 지역 현안 해결, 새로운 인물 영입을 통해 점진적 확장을 꾀하고 있다. 임 위원장의 재선출은 과거 경북도의원과 도당위원장을 역임하며 지역 정치에 뿌리를 내려온 경험이 당원들에게 신뢰를 준 결과라는 분석이다. 정치권은 임 위원장이 “경북 민주당의 안정성과 확장성을 동시에 확보한 인물"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보수세가 강한 지역 특성상 내년 지방선거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당내에서는 최소 한두 곳 이상의 기초단체장이나 지방의회 교두보 확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임 위원장이 중앙당과의 연계를 통해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미애 위원장은 1966년 영주 출생으로, 의성군의원과 경북도의원을 거쳐 풀뿌리 정치 기반을 다졌다. 2022년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뒤 APEC정상회의 지원특위 위원, 산불피해지원대책특위 간사, 국회 예결위원으로 활동하며 지역과 중앙을 아우르는 정치 경험을 쌓았다. 정재우 기자 jjw5802@ekn.kr

[잼코노미]李 대통령發 상속세 인하 ‘잰걸음’…野 “선거용” 경계

이재명 대통령이 배우자 상속세 공제 한도를 현행 10억원에서 18억원으로 늘리는 세제 개편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대선 당시 공약을 재확인한 것으로, 상속세법 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여당은 물론 야당 내에서도 뚜렷한 반대가 없어 걸림돌은 없다. 다만 야당 일각에서 “왜 하필이면 서울 집값의 평균 가격인 18억원이 기준이냐"며 지방선거용 선심성 공약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상속·증여세에 관한 질문을 받고 “서울 집값은 크게 올랐는데 공제 기준은 오래전 기준 그대로"라며 “가족이 사망한 뒤 상속세를 못 내 집을 팔고 떠나게 하는 건 너무 잔인하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 평균 집값 한 채 정도 가격이 넘지 않는 선에서는 (상속을 받더라도 살던) 집에서 계속 살 수 있게 해주자"면서 배석했던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에게 “상속세법을 고쳐야 하는데 이번에 (정기국회에서) 처리하는 것으로 하자"고 못 박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에도 “세금 때문에 집을 팔지 않게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상속세 논란은 최근 10년새 서울 아파트 가격이 평균 10억여원 이상으로 폭등하면서 본격화됐다. 과거에는 '부자 중의 부자'들만 내던 상속세를 이제는 서울에 집 한 채 가진 평범한 중산층도 낼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 됐기 때문이다. 현행 상속세법은 기초공제 2억원과 자녀 1인당 5000만원을 합산한 금액, 또는 일괄공제 5억원 중 큰 금액을 우선 공제하고 배우자 공제 5억원을 별도로 적용한다. 다만 자녀 공제액이 크지 않아 '일괄공제 5억+배우자 공제 5억'으로 사실상 총 10억원이 상한처럼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이미 1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 8월엔 14억원을 웃돌았다. 집값이 치솟으면서, 소득이 크지 않더라도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만 보유해도 상속세 과세 대상에 포함되는 상황이 됐다. 실제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상속세 과세 대상자는 2만1193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4.1%에 달한다. 2000년 1400여 명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1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 같은 현상은 상속세 제도가 집값 급등세를 따라가지 못한 데에서 비롯됐다. 특히 1996년 도입된 상속세 공제 제도는 이후 28년 동안 자산 가격 상승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공제액의 실질 가치를 크게 떨어뜨렸다. 당시 부동산뱅크가 발표한 아파트 시세를 보면, 서울 압구정 현대아파트 35평은 2억3000만 원, 43평은 3억원, 대치동 은마아파트 31평은 1억7500만원, 34평은 2억원 수준이었다. 당시에는 이들 아파트를 상속받더라도 다른 재산이 없다면 일괄공제로 상속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것이 가능했다. 이 대통령의 당시 발언 이후 여권은 상속·증여세법 개정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 관례대로라면 기획재정부 세법개정안이 제출된 뒤 11월 조세소위에서 심사되고, 예산안과 함께 12월 본회의에서 처리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르면 내년부터 적용이 가능하다. 상속세는 사망일을 기준으로 적용되므로, 법 개정 이후 발생한 상속부터 확대 공제가 반영된다. 이미 국회에는 상속·증여세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의원 시절 일괄공제를 8억 원, 배우자 공제를 10억원으로 상향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의 '배우자 공제 18억 원' 방침이 반영될 경우, 배우자와 자녀가 함께 받을 수 있는 총 공제가 18억 원까지 확대되는 구조가 유력하다. 다만 배우자 공제를 18억원으로 못박은 배경을 두고 해석은 엇갈린다. 단순히 기존 10억원을 물가·집값 상승에 맞춰 조정한 수준이 아니라, 서울 아파트 평균가와 맞춘 정치적 고려가 깔렸다는 분석이다. 특히 야권 내부에서는 이번 공제 확대가 수도권 중산층 민심, 그중에서도 이른바 '한강벨트' 표심을 겨냥한 조치와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나온다. 양천·영등포·마포·용산·동작·성동·광진구 등은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아 상속세 체감도가 큰 지역으로, 최근 선거에서 표심이 크게 요동친 곳이다. 한편 세수 감소가 불가피해 재정에 부담을 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 추계에 따르면 이번 공제 확대만으로도 향후 5년간 약 3조843억원(연평균 6169억원)의 세수가 줄어들 전망이다. 배우자 공제까지 확대되면 감소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정부·여당이 상속세 공제 확대에 한목소리를 내고, 국민의힘도 뚜렷한 반대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안 통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신중론이 나온다. 공개 입장은 아끼고 있지만,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편안이 수도권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한 관계자는 “상속세 부담 완화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시기적으로는 선거용 전략 카드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방통위 폐지법, 與 주도로 국회 통과

방송통신위원회를 폐지하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의 법안이 여당 주도로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이 공포되면 이진숙 현 방통위원장은 임기와 관계없이 면직된다. 국회는 27일 오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을 재석 177명 중 찬성 176명, 반대 1명으로 처리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범여권 정당들은 찬성표를 던졌고,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법안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은 표결 참여를 거부했다. 법안에 따르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대통령 소속 중앙행정기관으로 현재 방통위 역할뿐 아니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담당하는 유료방송·뉴 미디어 등 관련 정책까지 폭넓게 맡는다. 방통위, 과기정통부로 이원화된 방송 분야 정책 체계를 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다. 위원회는 위원장, 부위원장, 상임위원 1명, 비상임위원 4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대통령이 위원 위원장 포함 2명을 지명하고, 여당과 야당이 각각 2명, 3명의 위원을 추천하도록 해 위원회 내 여야 구도는 4대 3이 된다. 방통위는 상임위원 5인 체제로 여야 3대 2 구도이다. 법안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로 개편하고 심의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를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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