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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안전자산인데”…국제금값 오르고 장기채 하락하는 이유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과 국채를 둘러싼 투자심리가 엇갈리고 있다. 국제금값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는 반면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 경제국들이 발행한 장기 국채에는 매도세가 쏟아지고 있다. 투자자금이 채권에서 금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심화되면 금값이 온스당 50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5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장기물 매도세가 집중되며 국채금리가 급등했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3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5%를 넘어섰다. 영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1998년 이후 27년 만의 최고치를, 프랑스 국채 30년물 금리는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대표 안전자산인 독일 30년물 국채 금리 역시 14년 만에 최고 수준을 찍었다. 일본 30년물 국채금리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국제금값은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3600달러 선을 돌파했다. 12월물 금 선물가격의 경우 지난달 29일 3500달러 선을 넘어서더니 지난 3일엔 3635.50달러까지 치솟았다. 국채와 금은 경제 불확실성이 고조될 때마다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대표적 안전자산이다. 국채는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극히 낮은 데다 이자를 지급한다는 장점이 있고, 금은 실물자산으로서 가치 저장 수단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채 수요가 줄면서 금의 위상이 상대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배당금이나 이자를 발생시키지 않음에도 투자자들은 장기채 대신 금에 눈길을 더욱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엔 재정 악화 우려,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속 물가 상승) 리스크, 정치적 불안이 모두 맞물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CNBC에 따르면 야데니 리서치의 에드 야데니는 “일본, 프랑스, 영국 등에서 재정 악화로 부채 위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재정 불안에 대한 보호 수단으로 포트폴리오에 금을 추가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저금리 환경, 코로나19 팬데믹 등의 여파로 정부 부채가 크게 불어난 상황에서 주요 국가들은 여전히 재정 지출을 확대하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 세계 부채 규모가 324조달러로 역대 최대 수준에 이르렀다. 이런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규모 감세 법안으로 미국 재정 적자는 10년간 3조4000억달러(약 4740조원) 더 불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금리 인하 압박을 이어가면서 연준의 독립성 훼손 우려까지 불거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이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확산하고 있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가 법적 근거가 없다고 연방 대법원이 최종 판결할 경우 관세 수입은 더욱 감소할 전망이다. 영국과 독일 역시 막대한 국채 발행 규모와 재정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장기채 금리를 밀어 올렸고, 프랑스는 재정 우려에 더해 정치적으로 내각 해산 가능성까지 제기돼 금리가 급등했다. 여기에 영국은 물가상승률이 4%에 육박하는 등 주요 7개국(G7) 중에서 가장 높아 잉글랜드은행(BOE)의 추가 금리 인하 관측도 점점 줄고 있다. 일본도 참의원(상원) 선거 패배 후 이시바 시게루 총리에 대한 퇴진 압박이 거세지며 정치적 혼란이 가중된 것이 금리 상승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야데니는 “많은 국가의 재정 및 통화정책에 불만을 나타내는 채권 자경단들이 선진국 장기채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상승 모멘텀이 있는 쪽에 쏠리기 마련인데 지금은 그 대상이 금"이라고 짚었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스티브 소스닉 최고전략가는 “통상 국채 금리가 오르면 투자자들이 채권 매수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프랑스나 일본 등처럼 재정 불안이 커지면 채권 매수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금이 각국의 재정 상황이나 정채적 개입에 자유롭다는 점에서 최고의 안전자신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CNBC는 “금에 대한 투자 매력의 일부는 독립성에서 비롯된다고 애널리스트들이 말한다"며 “향후 투자금 상환을 약속하는 채권의 경우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상쇄하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한다. 이와 달리 금은 재정 관리 부실이나 정치적 간섭에도 가치가 하락할 수 없는 자산"이라고 전했다. 미즈호은행의 비슈누 바라단 이코노믹스 총괄은 연준의 독립성 훼손 등으로 달러 기반의 법정통화 체계가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금이 “궁극의 가치 저장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투자노트를 통해 “가장 확신을 갖고 매수를 권장할 수 있는 자산은 금"이라며 국제금값이 내년 중순까지 4000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개인투자자들이 보유 국채의 1%를 금으로 옮길 경우 금값이 온스당 50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조만간 꽤 상당한 반도체 관세 부과”…삼성·SK하이닉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아주 가까운 시일 내에" 반도체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테크 업계와의 만찬 행사에서 취재진에 반도체 관세와 관련해 “곧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관세율이) 꽤 상당하며 지나치게 높지 않겠지만 꽤 상당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들(해외 반도체 기업들)이 여기로 와 (공장을) 짓기로 하면 관세가 없을 것"이라며 아이폰 제조업체 애플에 대해선 관세가 적용되지 않을 것을 시사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동하기 위해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한 후 기자들에게 반도체 관세율이 “200%, 혹은 300%로 설정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이어 “이곳에 (공장을) 짓지 않는다면 매우 높은 관세를 내야 한다"고 덧붙이는 등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예외를 적용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한국의 반도체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미국내 생산시설을 증설하고 있기에 반도체 관세의 '직격탄'을 피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지침이 나오기 전까지 안심하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또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7월 3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한국과 무역협정을 타결했다며 반도체·의약품 등에서 최혜국 대우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에 대한 공식 문서는 없는 상황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일본 자동차 관세 15%로 인하…한국은 언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일본과 합의한 대로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했다. 한국에 대해서도 행정적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미국 시장에서 한일 자동차 관세에 격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생겼다. 미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미국과 일본의 무역 합의를 이행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 관세 협상 대표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이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다고 미 당국 관계자가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앞서 미국과 일본은 지나 7월 22일 무역협정에 합의했지만 합의 세부 내용 등에 대한 양국간 의견차로 행정명령 서명이 지연됐다. 특히 일본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에 부과해온 25%의 품목별 관세가 15%로 내리는 내용이 이번 행정명령에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의 관보 게시 후 7일 이내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대한 수입품 품목 코드(HTSUS)를 수정하도록 지시했다. 그간 미국은 일본 자동차에 기존에 부과해온 2.5%에 25%의 품목별 관세를 추가한 27.5%의 관세를 적용해왔다. 이에 따라 일본이 미국 시장에서 한국보다 먼저 자동차 관세가 15%로 인하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따. 한국도 지난 7월 30일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10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 등을 조건으로 25%의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합의했으나 아직 이를 이행하기 위한 행정명령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도 일본처럼 그간 대미 투자의 성격 등 합의 세부 내용을 두고 미국과의 이견이 해소되지 않아 행정명령이 늦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호관세 또한 일본이 원했던 방향으로 적용됐다. 행정명령에 따르면 미국은 기존에 부과한 관세가 15% 미만인 품목의 경우 기존 관세와 상호관세를 합산한 관세율이 최대 15%를 넘지 않도록 했다. 기존 관세가 15% 이상인 품목은 상호관세가 별도로 추가되지 않도록 했다. 이는 유럽연합(EU)과 동일한 대우다. 그간 미국은 일본산 제품에 대해 기존 관세율에 15%의 상호관세를 추가로 적용해왔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았기에 기존 관세가 높은 편이다. 미국은 새 상호관세율을 소급 적용해 지난 8월 7일 이후 더 높은 상호관세를 낸 기업들에 환급을 가능하도록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일본에서 수입하는 품목 중 미국에서 구할 수 없는 천연자원이나 복제 의약품·의약원료 등에 대해 상호관세를 면제할 수 있는 권한을 상무부 장관에 부여했다. 세계무역기구(WTO)의 민간항공기교역 합의의 적용을 받는 항공우주 제품 중 무인기를 제외하고는 상호관세, 철강·알루미늄·구리 관세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이어 상무부 장관에게 일본의 무역 합의 이행 여부를 모니터링 및 보고하도록 했으며, 일본이 이행하지 않으면 관세 행정명령을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행정명령에는 일본이 이행해야 할 조건도 명시했다. 일본은 미국의 제조업, 항공우주, 농업, 식품, 에너지, 자동차, 공업용 제품 생산자에 시장을 더 개방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일본은 미국산 쌀 구매를 75% 늘리고, 이밖에 옥수수, 대두, 비료, 바이오에탄올 등 연간 80억달러 상당의 농산품을 구매하기로 했다. 또 미국에서 제조하고 미국에서 안전 인증을 받은 승용차를 추가 인증 절차 없이 수입하도록 했다. 일본은 미국산 민간 항공기와 군사 장비도 구매할 계획이다. 행정명령에는 “일본 정부가 미국에 5500억달러를 투자하는데 합의했다. 이런 투자는 미국 정부가 (투자처를) 선정할 것"이라고 규정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관세 불법’ 판결 상고…“한국 등과 무역합의 무효될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정책은 위법이라는 판결에 불복해 미 연방대법원에 상고했다. 블룸버그통신,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3일(현지시간) 자신의 관세 정책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항소심 판결을 뒤집어 달라는 상고장을 대법원에 제출했다. 이는 항소 법원의 판결이 나온지 5일 만이다. 앞서 지난달 29일 워싱턴 연방순회항소법원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과 관련해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관세를 부과할 권한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지난 5월 국제무역법원(USCIT)는 관세 부과 권한은 의회에 있다며 IEEPA 기반 관세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는데 항소심에도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미국의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각국에 차등 부과된 상호관세와 펜타닐 문제로 중국·캐나다·멕시코에 대해 추가 관세가 이번 1심·2심 판결 대상이다.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자동차, 철강 등 품목별 관세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 다만 백악관이 대법원에 항소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오는 10월 14일까지 관세 효력이 유지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대법원이 사건 심리를 신속히 진행해 11월 첫째 주에 구두변론을 열고 관세의 합법성에 대한 최종 결정을 빨리 내려 달라고 요청했다. 이를 위해선 대법관들의 동의가 필요한데 트럼프 행정부는 이 절차를 오는 10일까지 마쳐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원고 측도 신속 진행에 동의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통상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오는 데 1년 가까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대법원이 IEEPA를 근거로 한 관세가 위법이라고 최종 판단할 경우 미국의 평균 실효관세율이 현재 16.3%에서 절반 이하로 줄어들고 미국 정부 또한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관세 수익을 환불해야 할 수 있다고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일본 등 주요 교역국들과 타결한 무역합의 또한 무효로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부는 각국에 설정한 상호관세의 세율을 인하해 주는 대가로 무역합의를 이끌어낸 바 있다. 한국의 경우 지난 7월 30일 3500억달러(약 486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와 1000억달러 상당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 등을 조건으로 미국이 한국에 부과한 상호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미국과 합의했다. 이를 의식한 듯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상고장과 함께 첨부된 진술서에서 “항소심 판결은 대통령의 외교와 미국 국가안보 및 경제를 보호하려는 능력을 크게 훼손시킨다"고 밝혔다. 존 사우어 법무차관도 “(항소심 판결이) 진행 중인 해외 협상을 위태롭게 하고 무역합의 프레임워크를 위협한다"며 “대통령의 시각에 따르면 하급심 판결이 유지되는 경우 미국의 방어가 일방적으로 해체돼 다른 국가들이 미국의 경제를 볼모로 무역 보복 정책을 휘두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하급심 판결의 파기를 대법원에 요청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폴란드 대통령과 회담에서 관세 소송에 대해 “(대법원에서) 패소할 경우 우리 나라는 큰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며 “(한국, 일본 등과) 무역합의는 다 끝났는데 (소송에서 지면) 그걸(합의를) 되돌려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는 다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유해질 기회가 있지만 우리가 그 사건을 이기지 못하면 다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해질 수 있다"면서 “하지만 난 우리가 크게 승리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 소송에서 대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려도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채시장에서는 미국 정부의 관세 환불 가능성을 반영하면서 장기채 중심으로 매도세가 속출했다. 3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이날 장중 한때 5.00% 선을 잠시 돌파하기도 했다. 반대로 대법원이 하급심 판결을 뒤집을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언해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데 있어 제한이 사실상 모두 사라질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리튬가격 저점서 크게 올랐지만…‘이것’전까지 찐바닥 모른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리튬 가격 상승세가 유지되면서 3년 가까이 이어지던 하락세에 마침표를 찍은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리튬 기업들에 대한 월가의 투자의견도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관련주들도 고공행진 중이다. 다만 리튬 하락의 근본적인 원인이 아직 해결되지 않아 리튬 가격에 대한 낙관론이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4일 한국광해공업공단의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탄산리튬 가격은 전날 1kg당 73위안을 기록했다. 지난달 20일 기록된 1년래 최고가인 86위안보다 가격이 17% 가량 낮지만 2021년 이후 최저가인 지난 6월의 57.7위안 대비 27% 가까이 오른 수치다. 리튬 가격은 세계 최대 배터리기업 중국 CATL이 리튬 광산 운영을 중단한다는 소식이 나온 이후 본격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CATL은 중국 장시성 이춘시에 위치한 대형 리튬 광산인 젠샤워 광산 운영을 지난달부터 최소 3개월 중단하기로 했다. CATL의 채굴 허가가 만료된 이후 나온 결정으로, 업계에서는 '내권식'(제살깎아먹기) 경쟁을 관리·단속하겠다고 강조해온 중국 당국이 이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를 계기로 중국 내 다른 광산에서도 운영이 중단될 가능성이 제기돼 리튬 가격을 짓누르던 공급과잉 문제가 해소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으로 이어졌다. 글로벌 증시에선 리튬 관련주들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 최대 리튬 생산업체인 알버말 주가는 지난 한 달간 16.85% 급등했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SQM, 시그마 리튬, 리튬 아메리카스 등의 주가도 같은 기간 각각 20%, 18.7%, 7.92% 상승했고 홍콩증시의 강봉리튬(+18.99%), 호주 증시의 필바라 미네랄(+39.35%) 등도 강세다. 리튬 가격과 연동해 움직이는 대표 상장지수펀드(ETF)인 '글로벌 X 리튬 앤드 배터리 ETF'(티커명 LIT) 주가의 1개월 주가 상승률도 13%에 달한다. 해당 ETF는 알버말, SQM, 톈치리튬, CATL, 삼성SDI, 에코프로비엠 등을 담고 있다. 리튬 관련주에 대한 투자의견 또한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지난주 보고서를 내고 알버말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도'에서 '중립'으로 상향 조정했고 목표 주가 또한 62달러에서 89달러로 대폭 높였다. UBS는 9월까지 중국 이춘시에 위치한 7개의 리튬 광산들이 추가로 운영이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하면서 내년 탄산리튬 가격이 톤당 10만위안까지 오를 것을 기본 시나리오로 전망했다. UBS는 또 내년에 리튬 공급이 약 6% 과잉될 것이란 기존 전망을 철회하면서 오히려 10만톤의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내다봤고 2028년까지 스포듀민(리튬 원광) 가격이 최대 32%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리튬 가격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마켓인사이더에 따르면 최근 미국 증권사 키뱅크의 알렉시 예프레모브 애널리스트는 리튬 재고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중국의 공급차질이 리튬 가격을 상승시킬 것이란 기대감은 근본적으로 취약하다고 주장했다.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중국의 탄산리튬 재고가 올해 초 11만5000톤에서 5월까지 15만톤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호주 투자자문사 디스커버리 얼러트에 따르면 현재 중국 리튬 원재료 재고가 12개월 전과 비교해 25% 가량 더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예프레모브 애널리스트는 또 중국 전기차 판매량이 둔화될 수 있다며 리튬 수요가 향후 6~12개월 간 하방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로이터통신은 시장조사회사 로 모션 자료를 인용해 7월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월대비 21% 증가해 올 1월 이후 가장 저조한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중국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12% 증가한 것으로 그쳐 올 상반기 평균치인 36%를 크게 밑돌았다. 과다 출혈 경쟁을 막겠다는 중국 정부의 노력이 이어질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정치는 분석하기 어렵다"며 “중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전기차 시장이 성장해 리튬 수요가 회복하는 것이 최상의 희망"이라고 짚었다. 석유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닷컴 역시 중국 정부의 향후 움직임이 불확실하다며 “예상했던 것 만큼 공급이 줄어들지 않으면 시장심리가 다시 뒤집힐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고 전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1위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가 올해 전기차 인도량 전망치를 기존 550만대에서 460만대로 하향 조정했다고 보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엔비디아 상승세 끝물?…무너진 지지선, 주가 향방은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핵심 지지선이 무너지면서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장 대비 1.94% 하락한 170.74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미국 관세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채권시장과 주식시장의 투자심리가 위축되자 모두 하락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55%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기술주 중심 나스닥 종합지수는 각각 0.69%, 0.82% 내렸다. 특히 상호관세가 위법이라는 법원 결정이 연방대법원에서 확정될 경우 관세 수입 감소와 함께 재정 적자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채권 시장의 우려를 증폭시켰다. 글로벌 채권의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이날 뉴욕증시 마감 무렵 4.27%로 전 거래일 대비 4bp(1bp=0.01%포인트) 올랐다. 장기채인 3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4.97%로 전 거래일 대비 5bp 올랐다. 3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이날 오전 5% 선 돌파를 시도하며 지난 7월 이후 1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50일 이동평균선(171.06달러)을 하회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 5월초 50일 이동평균선을 돌파한 뒤 지난달 12일 183.16달러로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승세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지난 4거래일 동안 주가가 6% 가량 급락했다. 지난달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올 3분기 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 주가 상승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3분기 매출이 약 54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늘어난 수치지만 월가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600억달러 이상을 예상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엔비디아 주가가 50일 이동평균선을 다시 밑돌은 것은 단기 모멘텀의 부정적인 신호로 읽힌다. 킹스뷰 파트너스의 버프 도메이어 수석 기술적 애널리스트는 “모멘텀이 무너졌다는 것을 보여줘 단기적으로 주식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며 “장기적인 기회는 있겠지만 단·중기적으로 봤을 때 주가가 고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이어 엔비디아 주가의 1차, 2차 지지선이 각각 160달러, 145달러라며 “만약 145달러마저 붕괴될 경우 향후 전망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투자전문지 배런스에 따르면 UBS 글로벌 자산운용의 마크 헤펠레 최고 투자책임자는 “2022년말 챗GPT 출시 이후 나스닥 지수가 두 배 가까이 상승하면서 AI테마가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어 투자자들의 신중한 옥석가리기가 요구된다"며 “우리는 AI가치 사슬 중 세 분야(반도체, 소프트웨어, 인터넷)에 걸쳐 다각환 익스포져를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또 다른 투자전문 매체 모틀리 풀은 투자자들이 앞으로 주목할 만한 유망 종목 10개를 선정했지만 엔비디아는 이에 포함이 안됐다고 이날 보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이슈+] “美 상호관세는 불법” 최종판결 나오면…트럼프發 관세전쟁 끝날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상호관세 존폐 여부가 이제 미 연방 대법원 판단만 남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가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교역국들이 약속한 무역협상을 이행하기 위해 필요하다며 보수 우위의 대법원이 자신의 편을 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상호관세가 위법이라는 최종 판결이 나오더라도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정책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 항소 법원에서도 상호관세는 위법…美정부 “협상 등을 위해 필요"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를 사용해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지지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의 무역적자와 펜타닐 문제가 국가 비상 사태에 해당된다는 법률 의견서를 2일이나 3일 대법원 송무차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29일 워싱턴 연방순회항소법원은 IEEPA는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관세를 부과할 권한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지난 5월 국제무역법원(USCIT)는 관세 부과 권한은 의회에 있다며 IEEPA 기반 관세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는데 항소심에도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1977년 제정된 IEEPA는 적국에 대한 제재나 자산 동결에 주로 활용됐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불균형'과 '제조업 경쟁력 쇠퇴', 그리고 '마약 밀반입'을 이유로 IEEPA를 활용해 중국·캐나다·멕시코 등에 대한 추가 관세와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항소 법원은 다만 백악관이 대법원에 항소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오는 10월 14일까지 관세 효력을 유지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법원에 서둘러 항소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로 상고심의 구두 변론은 올해 겨울이나 내년 초봄에 시작될 수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설명했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은 구두 변론 개시 이후 수주, 혹은 몇 달 뒤에 나올 수 있다. 상고심이 끝나기 전까지 상호관세는 유효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관세 발효가 중단되면 한국과 일본 등 미국과 큰 틀에서 무역 협상을 타결한 국가들이 합의를 지키지 않으려고 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USTR)는 지난달 29일 항소법원에 진술서를 내고 “수입 규제, 관세 부과 없이는 다른 나라를 협상 테이블로 데려올 만한 어떤 합의도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며 “협상의 성공은 관세를 즉각 시행하겠다는 믿을만한 위협에 의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연합(EU),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일본, 한국, 영국과 무역 합의를 발표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현재 미국과 이들 교역 상대국은 이런 프레임워크 합의를 법적 구속력이 있는 문서로 만들기 위해 신속하고 부지런히 작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한미 통상 협의의 '키맨'으로 꼽히는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도 같은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법원이 IEEPA에 근거한 관세를 중단하면 외국 교역 상대국들의 보복과 무역 합의 철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 상호관세 운명은 '보수 우위' 대법원 손에 트럼프 대통령은 항소법원 판결이 나오자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매우 정치편향적인 항소 법원의 관세 철폐 주장은 틀렸다"며 “대법원이 도와줄 것"이라며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그 배경엔 연방 대법원의 구조에 있다. 총 9명의 대법권으로 구성된 대법원은 현재 6대 3으로 보수성향 대법관이 절대적 우세다. 특히 3명은 집권 1기 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임명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대법원은 연방 공무원 해임과 불법체류자 추방, 연방자금 지원 보류 등의 조치에 대해 진보성향 대법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보수적인 판단을 내린 전례도 있다. 항소법원에서 반대 의견을 제시한 일부 판사들도 있다. 항소법원은 7대 4로 트럼프 대통령이 IEEPA를 근거로 관세를 부과할 권리가 없다고 판결했지만 소수 의견을 낸 판사 중 한명은 오바마 행정부 때 임명된 리처드 타란토 판사다. 그는 “대통령이 IEEPA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관세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의회가 제한하려 했다는 설득력 있는 근거는 없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가 임명한 1명의 민주당원은 우리나라를 구하기 위해 투표했다"며 “그의 용기에 감사한다"고 했다. 다만 IEEPA에 근거한 관세가 1·2심에서 분명한 사유로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던 만큼 대법원이 무조건 트럼프 대통령의 들어줄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대법원이 과거 바이든 행정부 정책을 무효화할 때 인용했던 '중대 문제 원칙'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 2022년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명문화한 이 법리는 의회의 명확한 위임이 없으면 대통령이 중대한 경제·정치적 의미를 지닌 정책을 독자적으로 시행할 수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대법원은 이 법리를 근거로 바이든 행정부 당시 도입된 학생 대출 탕감 조치, 직장 내 방역 조치, 퇴거 유예 조치 등을 모두 무효화했다. 이를 두고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에 따른 경제적 파장이 학생 대출 탕감 조치보다 훨씬 더 크다며 중국을 중심으로 반미 연대가 결집하는 등 중대한 정치적 의미도 있다고 짚었다. ◇ 美 재무 “플랜B 있다"…관세 부과할 법적 근거 5가지 그러나 대법원이 IEEPA를 근거로 한 관세를 위법으로 최종 판단하더라도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법적 수단을 동원해 관세 정책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베선트 장관도 로이터 인터뷰에서 “(IEEPA 관세 만큼) 효율적이지도, 강력하지도 않지만 (관세를 부과할) 다른 권한들이 많이 있다"며 예시로 1930년에 제정된 '스무트 홀리 관세법 338조'를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조항은 해당 법안은 미국과 상거래에서 차별하는 국가의 수입품에 대통령이 5개월간 최대 5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다만 지금까지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어 실제 발동될 경우 새로운 법적 논쟁이 예상된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일부 민주당 하원 의원들은 관세법 338조를 폐지하는 결안을 지난 3월 발의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 품목별 관세를 더욱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관세 등 적절한 조치를 통해 수입을 제한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철강 및 알루미늄,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구리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고 있고 목재, 반도체, 의약품, 트럭, 핵심 광물, 상업용 항공기 및 제트 엔진, 무인항공시스템, 폴리실리콘, 풍력 터빈에 대해서도 부과할 예정이다. 이 법안을 근거로 한 관세는 이번 무역법원과 항소법원 판결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세율 상한도 없지만 반드시 미 상무부의 조사를 거쳐야 한다. 특정 수입품이 미국 국가안보를 위협하다고 판단될 경우 상무 장관은 270일 내로 보고서를 제출한다. 이 밖에도 무역법 201조, 301조, 122조가 관세 부과 수단으로 거론된다. 무역법 201조에 따르면 특정품목의 수입급증으로 미국 해당 산업에 상당한 피해가 우려될 경우 최대 50%의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량을 제한하는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발령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1기 집권 당시 무역법 201조를 활용해 수입 세탁기에 20~50%, 태양전지·모듈에 30%의 '세이프가드 관세'를 부과했다. 다만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CT) 조사와 공청회를 거쳐야 하며 관세 부과 기간은 4년이고 최대 8년까지 연장될 수 있다. 세탁기 세이프가드는 2023년에 만료됐지만 태양광 부품 관세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2026년까지 연장했다. 무역법 301조는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하기 위해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를 허용한다. 외국 정부나 외국 기업이 미국 기업에 차별적인 대우를 할 경우 USTR 조사를 거쳐 대통령이 시행할 수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당시 이를 근거로 중국에 대해 관세를 부과했다. 세율 상한은 없지만 USTR의 추가 요청이 없을 경우 4년 뒤 자동 폐지되며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한다. 무역법 122조는 무역적자 보정을 위해 15% 범위 내에서 150일까지 관세를 부과할 권리를 대통령에게 부여한다. 이렇듯 트럼프 정부는 다양한 조항을 이용해 관세 부과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권한, 속도 등 측면에서 IEEPA 관세에 비해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금값 오르니 은 가격도 껑충…시세 14년만 첫 40달러 돌파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전망과 이에 따른 달러 약세로 국제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같은 귀금속인 은(銀) 가격도 덩달아 고공행진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은 현물 가격은 한때 1.4% 상승한 온스당 40.2920달러를 기록했다. 국제 은값이 40달러선 위에 거래된 적은 2011년 9월 이후 14년 만이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은 12월물 선물 가격은 지난달 29일 온스당 40.72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은값은 올 들어 40% 넘게 오르며 금·백금·팔라듐과 동밴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금값도 덩달아 오르며 신고가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1일 한국시간 오후 4시 32분 기준,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3470.99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금 현물 가격은 지난 4월 3500.33달러에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12월물 선물 가격은 지난달 29일 온스당 3516.10달러를 기록, 사상 첫 3500달러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지정학적 긴장과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면 금, 은 등 귀금속이 피난처로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는다. 특히 최근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준을 거듭 압박하면서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가 부각된 점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기에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달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금리선물시장은 연준이 9월에 금리를 4.00~4.25%로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을 86.5%로 반영하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는 통상 금·은 가격 상승의 요인으로 여겨진다. 금리가 내려가면 이자가 발생하지 않은 귀금속에 대한 투자매력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은은 금과 달리 산업재 성격도 강하다. 세계 은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은 시장에서 공급 부족 현상이 올해 포함해 5년 연속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은은 금속 중 전기 전도성이 가장 높은 만큼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 반도체 등에 필수적으로 쓰인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투자자들은 은과 관련된 상장지수펀드(EFT)에 7개월 연속 순매수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는 2020년 이후 최장 기간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반등 실패한 美 달러…앞으로 떨어질 일만 남았다?

미 달러화 가치가 반등한지 한 달 만에 다시 약세로 돌아서면서 달러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블룸버그 달러 현물 지수'는 지난달 1.7% 하락했다. 앞서 7월에는 2.7% 오르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월간 상승을 기록했지만, 불과 한 달 만에 다시 하락 전환한 것이다. 이로써 달러 지수는 올해 들어 8% 가량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등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며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TD증권의 자야티 바라드와즈 외환 전략 총괄은 “트럼프 행정부의 최근 조치가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달러의 안전 자산 지위가 무너져 리스크 프리미엄 또한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사기 의혹으로 리사 쿡 연준 이사의 해임을 추진하자 연준의 독립성이 크게 위협받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기 시작했다. 쿡 이사는 이에 대해 대통령에게 해임 권한이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비판하며 금리 인하를 압박해왔는데, 쿡 이사의 해임을 통해 연준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가속화하고 있다. 런던 나인티원 자산운용 투자연구소의 사힐 마타니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과의 관계를 재설정한다면 이는 다른 신흥국에서 흔히 보던 상황과 유사하며, 통화에 결코 호재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도 달러 약세 요인으로 꼽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스왑 시장에서는 연말까지 0.25%포인트씩 두 차례 인하가 단행되고, 내년 9월까지 누적 125bp(1bp=0.01%포인트)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술적 지표 역시 달러 약세를 가리킨다. 블룸버그 달러 지수는 지난 3월부터 100일 이동평균선을 하회하고 있다. 8월에는 두 차례 돌파 시도가 모두 무산되며 100일 이동평균선이 주요 저항선으로 자리잡은 상태다. 이에 옵션 트레이더들은 향후 3~6개월 동안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전망 속에 해외 투자자들이 보유한 미국 자산에 대한 환헤지를 확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모건스탠리의 세레나 탕 리서치 총괄은 “우리는 미국 자산에 대해 긍정적이지만 달러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며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환헤지 비율을 높여 달러에 추가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타니 이사는 환헤지 확대가 현실화될 경우 최대 1조 달러 규모의 달러 매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빅 이벤트’ 수두룩…다음 14일이 글로벌 증시 향배 가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도 불구하고 뉴욕증시가 강세장을 이어가는 가운데 향후 14 거래일 동안 투자자들의 심리를 뒤흔들 굵직한 이벤트들이 줄줄이 예정돼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1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지난달 29일 4만5544.88로 마감하여 월간 기준 3.20% 상승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기술주 중심 나스닥종합지수도 각각 6460.26(1.91% 상승), 2만1455.55(1.58% 상승)에 거래를 마쳤다. 3대 지수는 모두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특히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S&P500 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6500선을 돌파하며 글로벌 증시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9.8% 올랐으며, 지난 4월 저점 대비 30% 가까이 급등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뉴욕증시는 1일 노동절로 휴장한 뒤, 9월 첫 거래일인 2일부터 19일까지 빅 이벤트들을 소화하면서 변동성이 확대될 전망이다. 우선 오는 5일 발표되는 8월 고용보고서가 주요 관심사다. 그동안 금리 동결 기조를 고수하던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최근 고용 둔화를 지적하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었기 때문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7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전월보다 7만3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고, 5월과 6월의 고용은 25만8000명 대폭 하향 조정됐다. 만약 8월 고용지표를 통해 노동시장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면 금리 인하 기대감은 후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지난달 고용이 약 7만5000명 늘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는 9일에는 노동부가 '고용 통계 현황'에 대한 수정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수정 규모에 따라 고용 성장에 대한 기대치가 달라질 수 있으며, 이는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이어 11일에는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된다. 이번 CPI는 연준의 금리 결정 회의 이전에 공개되는 마지막 핵심 지표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물가 압력으로 작용할지가 관건이다. 오는 16~17일은 대망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는 날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금리선물시장은 연준이 9월에 금리를 4.00~4.25%로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을 87.6%로 반영하고 있다. 아울러 오는 19일엔 주식 옵션, 주가 지수 선물, 주가 지수 옵션의 계약이 동시에 만료되는 '세 마녀의 날'이다. 세 마녀의 날에는 주식 거래량이 급증하며 변동성이 커지는 경향을 띈다. 주목할 점은 증시가 계절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9월에 이 같은 이벤트들이 예정됐다는 부분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S&P500 지수는 지난 30년간 9월에 평균 0.7% 하락했다. 또 미국 대선이 있었던 작년을 제외하고 2020년부터 이후 매년 9월에 약세를 보였다. 2022년 9월엔 연준의 고강도 긴축 우려에 9.3% 폭락하기도 했다. 다만 시장은 아직 낙관적인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S&P500 지수는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오른 데다 지난 91일 거래일 동안 단 하루도 2% 이상 하락하지 않았다. 여기에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지난달 29일 15.36을 기록해 연중 최저 수준을 보이는 데다 헤지펀드를 비롯한 투기 세력들은 3년만 가장 큰 규모로 VIX 공매도에 나서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러나 이런 극단적인 포지셔닝이 증시 폭락의 전조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지난해 7월 VIX를 대규모로 공매도했다가 다음 달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사태가 발생해 글로벌 증시가 요동쳤다. S&P500 지수가 지난 2월 중순부터 크게 꺾이기 시작한 것도 VIX가 낮게 유지될 것이란 베팅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로 역풍을 맞있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이런 와중에 뉴욕증시의 고평가 논란은 여전하다. S&P500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2배로 1999년 닷컴버블과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장세에 이어 역사상 3번째로 높다. 이에 월가 대표적 강세론자들조차 단기 급락 가능성에 경고음을 내고 있다. 야데니 리서치의 에드 야데니는 “이번 상승 랠리가 곧 멈출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은 좋은 소식을 지나치게 반영하고 있다"며 “CPI가 높게 나오고 고용지표가 견고하게 나와 9월 금리 인하가 무산된다는 전망이 커지면 매도세가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펀드스트랫 글로벌 어드바이저의 토마스 리 리서치 총괄도 이번 가을에 S&P500 지수가 5~10%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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