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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산불 진압도 양극화?…갑부들, 피해 줄인 비결보니

미국 서부 최대 도시 로스앤젤레스(LA)에서 동시 다발한 산불이 계속되는 가운데 산불 진압에서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LA의 부유층들의 저택이나 고급 상업시설의 피해가 다른 부동산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사설 소방 업체의 활약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전체 산불 진화가 우선순위인 각 지방자치단체 소속 소방관들과 달리 사설 소방 업체는 고객이 지정하는 특정 건물을 보호하는 것이 임무다. 사설 소방 업체가 현장에 출동할 경우 산불이 건물로 옮겨붙지 않도록 우선 주변의 나무 등 인화물질을 제거한다. 또한 건물에 화염 방지제를 분사하고, 뜨거운 열이 건물 내부로 들어와 발화하지 않도록 환기구도 화재 방지 테이프로 밀봉한다. 이 같은 화재 방지 작업으로 특정 건물을 보호할 경우 대형 산불이 지역 전체를 휩쓸어도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사설 소방 업체를 고용하기 위해 높은 비용이 요구된다. 한 사설 소방 업체에 따르면 2명의 민간 소방관과 소형 소방 차량을 고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하루에 3000달러(약 440만원) 수준이다. 20명의 민간 소방관과 4대의 소방 차량으로 구성된 대규모 팀을 고용하려면 하루에 1만 달러(약 1470만원)까지 비용이 들 수 있다. 고객층이 고급 저택이나 상업시설을 소유한 부유층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사설 소방 업체가 대중에 널리 알려진 계기는 지난 2018년에 발생한 LA 산불이었다. 인플루언서 킴 카다시안과 힙합 스타 카녜이 웨스트가 LA 히든힐스에 있는 저택을 지키기 위해 사설 소방 업체를 고용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화제가 됐다. 이후 매년 계속되는 미국 서부지역의 대형 산불에서 재산을 지키려는 부유층들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사설 소방 업계도 호황을 맞은 상황이다. 사설 소방 업체들의 이익단체인 전국산불방제협회(NWSA)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일하는 소방관의 45%는 민간 소방관이다. 그러나 사설 소방 업체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민간 소방 업체의 활동 때문에 공공 소화전의 물이 고갈되는 등 지방자치단체 소속 소방관들의 업무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캘리포니아주(州)는 사설 소방 업체를 규제하는 법까지 제정했다. 이 법에는 소방 작업 중 공공 소방기관과의 협력 의무화와 함께 사설 소방 업체에 사이렌 등의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후 부유층과 직접 계약하는 것보다는 지방정부나 보험회사 등 대형 고객에 집중하는 사설 소방 업체들도 늘었다. 캘리포니아의 사설 소방 업체 마운트 애덤스 와일드파이어는 “화재 현장에서 정부 기관들과 조율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번거롭다"며 “이젠 정부 계약을 통해서만 업무를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LA 지역에 강풍이 예보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국립기상청은 오는 15일까지 화재 상황에 대해 적색경보를 발령했으며, 돌풍을 예보했다. 기상청은 이 기간 풍속이 시속 50마일(80㎞/h)에 달하고 산에는 돌풍이 불어 시속 70마일(113㎞/h)에 달할 것으로 예보했다. 기상청 기상학자 리치 톰슨은 오는 14일이 가장 위험한 날이라고 우려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2024년은 역사상 가장 더워…기후변화 마지노선 1.5℃ 뚫렸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지난해 세계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시대보다 평균 1.6도 가까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세계기상기구(WMO)는 10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보다 1.55도 상승한 것으로 관측됐다고 밝혔다. WMO는 유럽 중기예보센터(ECMWF)와 미 항공우주국(NASA) 및 국립해양대기청(NOAA) 등 세계 6개 기상 관측기구로부터 받은 관측 자료를 토대로 이 같은 상승치를 확정했다. 기구별 상승치는 약간씩 차이가 있었다. ECMWF 산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C3S)는 1.6도 상승, 영국 기상청은 1.53도 상승이라는 관측 결과를 제시했다. 6개 기구의 자료를 종합한 '산업화 대비 1.55도 상승'은 2015년 세계 각국이 파리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에서 기후 재앙을 막기 위해 설정한 한계선을 처음 넘어섰다는 의미를 지닌다. 파리기후변화협약 당시 국제사회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2도 밑으로 유지하며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연간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시기보다 1.5도 이상으로 상승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그전까지 가장 더웠던 해는 직전 연도인 2023년(산업화 이전 대비 +1.48도)이었다. WMO는 작년 평균기온 상승 폭이 1.5도를 넘어선 것은 아직 일시적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세운 목표는 장기적 추세를 염두에 둔 것이므로 지난해 한 해만으로 목표가 깨졌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과학자들은 2023년 시작된 엘리뇨 현상이 지난해의 기록적인 기온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엘리뇨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북위 5도~남위 5도, 서경 170~120도인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 해수면 온도가 3개월 이동평균으로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현상이 5개월 이상 지속되면 엘니뇨가 발생했다고 본다. 과학자들은 산업화 전과 비교해 1.5도가 넘는 기온 상승이 지속될 시 지구 생태계에 회복이 불가능한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의 요한 록스트롬 연구원은 1.5도 한계선 도달은 “강력한 경고음"이라면서 “1.5도가 넘은 세계를 처음 경험했는데 세계인들과 글로벌 경제에 전례가 없는 고통과 비용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극심한 더위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순례자 1300여명이 숨졌고, 아시아와 북미에서는 강한 열대성 폭풍이 잇따라 발생했으며, 유럽과 아프리카에서도 대규모 홍수가 잇따랐다. 지난 한 해에만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따른 재해로 3000억달러(440조원 상당)가 넘는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AFP는 전했다.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세계 각국이 힘을 합쳐 조속히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비록 '1.5도 상승 제한선 돌파'가 일시적 현상이라고 해도 즉각적인 기후변화 대응이 없다면 장기적 추세로 변화할 것이라는 경고다. 실제로 관측 이래 지구가 가장 더운 10개 연도에는 지난 10년간이 모두 포함된다. 과거보다 지구 기온 상승세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코페르니쿠스연구소의 카를로 부온템포 국장은 “미래는 우리 손에 달려 있다. 신속하고 결정적인 행동이 미래의 기후 변화 경로를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WMO의 평가 결과는 지구 온난화가 냉정하고 분명한 사실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증명한다"며 “1.5도 임계치를 초과했다고 해서 목표가 끝난 것이 아니며 오히려 올바른 궤도로 돌아오기 위해 전 세계가 더욱 강력하게 싸워야 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여의도 25배 삼킨 LA ‘최악의 산불’…유명 배우도 집 잃었다

미국 서부 최대 도시 로스앤젤레스(LA) 해안가에서 시작된 산불이 돌풍으로 타고 번지는 와중에 다른 산불들이 겹치면서 통제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닫았다. 8일(현지시간) AP통신과 CNN,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전날 오전 LA 해안가 부촌 지역인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에서 처음 발생한 산불은 최근 이 일대에서 불고 있는 국지성 돌풍 '샌타 애나'를 타고 확산했다. 여기에 더해 7일 밤 캘리포니아주 이튼과 허스트에 이어 8일 아침 우들리에서도 각각 산불이 났다. 이어 올리바스와 리디아, 할리우드힐스 등에서 추가 산불이 보고되면서 7건의 대형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LA와 그 주변 지역이 초토화됐다. CNN 집계에 따르면 팰리세이즈 산불로 1만5832에이커(약64㎢)가 불에 탔고, 이튼 산불로 1만600에이커(약 43㎢)가 소실됐다. 허스트 산불은 700에이커(약 2.83㎢), 우들리 산불은 30에이커(약 0.12㎢), 올리바스 산불은 11에이커(약 0.05㎢), 리디아 산불은 80에이커(약 0.32㎢)를 각각 집어삼켰다. 이미 여의도 면적(4.5㎢)의 25배 가까운 110㎢ 이상을 화마가 집어삼킨 셈이지만,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어둠과 강풍 등으로 진화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확한 피해 규모가 어디까지 불어날지는 가늠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CNN 집계에 따르면 이번 LA 카운티 대화재로 인한 대피령 적용 인구는 현재까지 15만5000명에 이른다. 이튼 산불로 7만명, 팰리세이드 산불로 6만명 등에 대피령이 내려졌다. 밤 사이 1000개 이상의 건물이 파괴됐고, 150만 가구 이상에 전력 공급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팰리세이즈에서는 초등학교 두 곳이 전소되고, 고등학교 한 곳도 30% 이상 파괴되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AP통신에 따르면 유명 할리우드 스타인 맨디 무어, 캐리 엘위스, 패리스 힐튼, 빌리 크리스탈 등의 화재로 집을 잃었다. 재산 피해 규모도 520억 달러(약 75조9000억원)에서 570억 달러(약 83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블룸버그통신은 내다봤다. 현재까지 보고된 사망자는 5명이지만,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주택 600여개의 건물이 불에 탄 2008년 실마 화재, 주택 500여채가 소실됐던 1961년 벨에어 화재에 이어 가장 파괴적인 화재 중 하나로 기록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이튼 산불은 1월에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산불로는 41년 만에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타오르는 불씨들이 마치 반딧불이 떼처럼 방향성 없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와중에 짙은 연기가 도시의 낮과 밤을 뒤바꿔 놓은 모습이라고 NYT는 현지 상황을 묘사했다. 앤서니 마론 LA카운티 소방서장은 “1∼2건의 대형 산불에는 대비가 돼 있었지만 4건에는 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며 진화 인력 부족을 호소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캘리포니아주를 대규모 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연방 차원의 복구 지원을 명령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 재난관리청(FEMA) 재난 지원금 지급을 승인, 현재 연방 소방 장비와 인력이 LA 일대 화재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한편, LA에서 산불이 확산하자 할리우드에서 예정된 주요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됐다. 오는 12일 예정됐던 크리틱스 초이스(Critics Choice Awards) 시상식이 산불로 인해 26일로 연기됐다. 패멀라 앤더슨이 주연한 영화 '라스트 쇼걸' 개봉과 파라마운트의 뮤지컬 영화 '베터 맨' 시사회, 넷플릭스의 골든글로브 수상작 '에밀리아 페레즈' 기자회견 등이 취소됐다. 미국배우조합상(SAG) 후보자 공개는 라이브 방송 대신 보도자료 배포로 대체됐다. 할리우드 영화나 드라마 제작도 줄줄이 취소됐다. ABC 방송의 '그레이 아나토미', '닥터 오디세이', '지미 키멀 라이브' 등은 제작을 멈췄고 워너브라더스는 버뱅크 스튜디오의 제작을 중단했다. 유니버설은 10일 예정했던 회장 주최 파티를 취소했고 유니버설 스튜디오 테마파크는 강풍과 화재로 하루 종일 문을 닫았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캐나다·그린란드·파나마운하 내꺼”…부루마불 시동 건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캐나다,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를 미국의 영향력 아래로 두겠다고 재차 강조하자 이같은 영토 확장 계획이 현실화될지 관심이 쏠린다. 7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자신의 저택이 있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행한 대선 승리 후 두번째 기자회견에서 파나마 운하와 그린란드 합병을 위해 군사력을 사용하고 경제적 강압을 통해 캐나다를 미국에 편입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파나마 운하와 그린란드의 통제권 확보를 위해 군사 또는 경제적 강압을 배제할 것이냐는 질문에 “두 사안(파나마 운하 혹은 그린란드)에 대해 어떤 것도 보장할 수 없다"며 “다만 경제적 안보를 위해 이들이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답했다. 이어 “그린란드는 국가안보 목적을 위해 필요하고 파나마 운하는 미군을 위해 건설됐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파나마 운하 사용료 인하를 요구하며 파나마에 운하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덴마크령인 그린란드를 매입할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때도 그린란드 인수 의욕을 보여왔다. 이날엔 필요하다면 경제적 강압, 혹은 군사력을 동원해 미국령으로 편입하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파나마 운하는 미국 주도로 1914년 8월 15일 완공됐지만 1977년 지미 카터 당시 미국 대통령이 체결한 조약에 따라 1999년 파나마로의 소유권이 이전됐다. 이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파나마 운하 (운영권)를 1달러에 넘겼고 그들은 우리를 잘 대해주기로 되어 있었다"며 “그들은 다른 나라의 배와 해군보다 우리에게 더 많은 비용을 청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운하 보수를 위해 (미국이) 30억 달러를 지원해줄 것을 원한다"며 “그래서 나는 '그 돈을 중국에게서 받아가지 그러냐'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이 파나마운하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그린란드 주민들의 독립 및 미국 편입 의사가 투표로 확인될 경우 덴마크가 그것을 저지하지 못하도록 덴마크에 대한 고율 관세를 도입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이 그린란드를 방문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개인 관광차' 방문이라고 했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매입 의사를 노골화하는 가운데 이뤄져 정치적 함의가 작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캐나다 편입을 위해 군사적 조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엔 “아니다"며 “경제적 강압"을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우린 캐나다를 사실상 보호한다"며 “우린 캐나다를 돌보기 위해 매년 수천억 달러씩 지불하지만 무역적자를 보고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좋은 이웃 관계였지만 이는 영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트럼프 당선인은 멕시코만의 이름을 '아메리카만'으로 바꾸겠다고 했다. 멕시코만은 미 플로리다, 앨러배마, 미시시피, 루이지아내, 텍사스와 맞닿아 있어 미국이 약 절반 정도를 관할한다. 나머지는 멕시코가 대체로 관할하고 일부는 쿠바 지역이다. 이렇듯 트럼프 당선인이 영토 확장 계획에 대한 의욕을 연일 드러내자 외신들은 단순히 즉흥적인 움직임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방향으로 의미를 전달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당선인의 이같은 계획을 두고 “더 이상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고 짚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세계 지도를 마치 차지해야 할 모노폴리(한국 부루마불 원조 보드게임) 게임판처럼 취급한다"며 “트럼프의 주장은 현실성이 떨어질 수 있지만 전 세계가 이를 무시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기업연구소의 코리 샤케 국방 및 외교정책 이사는 “단순 주의를 끌기 위한 말인지, 아니며 실제 실행 가능하다고 보고있는지 불확실하다"면서도 “그가 말하는 것은 아마도 진심일 것이라고 생각하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존스홉킨스대학의 발리 나스르 국제관계 교수는 “해법 모색은 본질이 아니다"라며 “피에르 포일리에브르(캐나다 보수당 대표)와 메테 프레데릭센(덴마크 총리) 등이 해당 사안에 관여하고 있다는 점은 트럼프가 원하는 방향으로 흐름을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이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하라고 요구했다. 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현재 억류중인 미국인 포함 인질을 자신의 취임때까지 석방하지 않을 경우 “중동에서 전면적인 지옥이 펼쳐질 것"이라며 “그것은 하마스에게 좋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만난 트뤼도 캐나다 총리…이번 주 당대표 사임 가능성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이번 주 중 집권 자유당 대표직을 사퇴할 것으로 전해졌다. 트뤼도 총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 중 처음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과 회동한 바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캐나다 일간 '글로브 앤 메일'은 5일(현지시간) 세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뤼도 총리가 이르면 6일 대표직 사임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트뤼도 총리는 자당 의원들의 요구에 떠밀려 쫓겨나는 모양새를 피하기 위해 오는 8일 열리는 자유당 간부회의 이전에 사퇴를 발표하는 것을 저울질하고 있다. 그러나 이후로도 정국의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브 앤 메일은 트뤼도 총리가 대표직에서 사퇴하면서 곧바로 총리직에서도 물러날지, 아니면 다음 대표가 선출될 때까지 총리직을 유지할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트뤼도 총리 측은 총리직은 유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자유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임시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에 오는 20일 취임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고율 관세 부과 예고 등에 대응할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한 만큼 총선을 앞당겨 치르자는 요구가 분출할 수도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망했다. 트뤼도 총리는 지난달 20일 저그밋 싱 캐나다 신민주당(NDP) 대표가 정부 불신임안 제출을 예고하면서 사퇴 위기에 몰렸다. 집권 여당인 자유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책 연합을 맺어왔던 신민주당까지 이탈하면 불신임을 피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중도 좌파 성향의 자유당은 2021년 총선에서 승리했지만 단독 과반 확보에는 실패, 이듬해부터 진보 성향 신민주당과 연합을 통해 의회 내 입지를 지켰다. 신민주당은 지난해 자유당의 인플레이션 대처 실패 등에 불만을 표하며 정책 연합을 철회했지만, 9∼10월 신임투표에서 제1야당인 보수당의 손을 들어주지는 않았다. 이에 트뤼도 총리도 아슬아슬하게 정권 유지에 성공했다. 그러나 고물가 문제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등장 등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확산하며 트뤼도 총리의 지지율은 계속 하락했다. 지난해 1년간 여론조사에서 보수당은 자유당에 두 자릿수 이상의 격차로 우위를 보여 왔다. 지난달 말 진행된 여론조사에서는 트뤼도 총리가 자유당을 이끌 경우 지지율이 13%에 그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신민주당은 올해 1월 27일 시작하는 다음 회기에서 정부 불신임안을 공식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부총리 겸 재무장관까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대응 문제 등으로 충돌하다가 지난달 전격 사임하면서 트뤼도 총리는 사면초가에 몰렸다. 트뤼도 총리는 프릴랜드 부총리의 사임 이후 이어진 사퇴 요구에 침묵을 지켜 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美 법무부 “권도형, 혐의 유죄시 최고형량 130년…8일 재판출석”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씨가 미국으로 송환된 가운데 그의 범죄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될 경우 최대 130년형이 나올 수 있다는 예측이 제기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2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권씨의 법원 출석 사실을 밝히면서 그가 받는 범죄혐의 최고 형량을 이처럼 설명했다. 권씨는 지난달 31일 몬테네그로에서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됐다. 한국 정부는 권씨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으며 권씨도 병과주의를 채택한 미국 대신 한국행을 희망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권씨는 이날 맨해튼 소재 뉴욕 남부 연방법원에서 열린 기소인부 심리에 출석해 로버트 러버거 치안판사에게 자신이 받는 범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다. 권씨 사건은 뉴욕 남부 연방법원의 존 크로넌 판사에 배당됐으며, 오는 1월 8일 크로넌 판사 앞에 출석할 예정이라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앞서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검은 2023년 3월 권씨가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된 직후 권씨를 증권사기,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상품사기, 시세조종 공모 등 총 8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미 법무부는 이날 변경된 공소장을 새로 공개하면서 자금세탁 공모 혐의 1건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권씨가 받는 범죄혐의는 총 9건이 됐다. 그는 자신이 설립한 테라폼랩스 발행 가상화폐 테라USD(UST·이하 테라)의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해 투자자들을 속이고 TV 인터뷰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허위 정보를 퍼뜨린 혐의 등을 받고 있다. 2021년 5월 테라 가치가 기준치인 1달러 밑으로 떨어지자 '테라 프로토콜'이라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통해 가치가 자동으로 회복됐다고 말했으나, 실제로는 테라폼랩스와 계약한 투자회사가 테라를 몰래 사들이도록 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부양한 시세조종 혐의도 받는다. 미 법무부는 “권씨는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가상화폐의 가치를 부정하게 부풀리기 위해 투자자들을 속이는 다수의 계획에 가담했다"라고 설명했다. 미 법무부 설명에 따르면 권씨에 적용된 범죄혐의 중 상품사기 2건은 각 최고 10년, 증권사기 2건은 각 최고 20년,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2건은 각 20년, 상품사기·증권사기·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공모 2건은 각 최고 5년, 자금세탁 혐의 1건은 최고 20년의 징역형이 적용될 수 있다. 미 법무부는 “모든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권씨는 최대 130년형에 처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메릭 갈런드 미 법무부 장관은 “권씨는 기소된 내용처럼 400억 달러(약 58조6000억원) 이상의 투자자 손실을 초래한 테라폼랩스의 가상화폐 등 정교한 계획에 대해 미 법정에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몬테네그로로부터의 이번 송환은 범죄자들이 어디로 숨으려 하든 그들을 추적할 수 있게 한 미 법무부의 국제 협력관계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사진+] 새출발 다짐한 2025년 새해맞이…세계 각국의 불꽃놀이

세계 각국이 전쟁과 재난, 정치적 혼란으로 얼룩졌던 2024년을 보내고 새출발을 다짐하며 2025년을 맞이했다. 1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AP 통신 등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징 먼저 새해를 맞이한 곳은 태평양섬나라인 키리바시다. 한 시간 뒤에는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2025년이 시작됐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는 도시의 최고층 빌딩인 스카이 타워를 중심으로 대형 불꽃놀이와 조명쇼를 펼치며 새해의 시작을 알렸다. 호주 시드니에서도 시드니항과 오페라하우스, 하버 브리지 주변에 백만명이 넘는 시민이 운집해 불꽃놀이를 즐겼고, 멜버른, 브리즈번 등 다른 도시에서도 축포가 터졌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음력설을 중시하지만, 양력설에도도 곳곳에서 축하 행사가 열렸다. 상하이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강변 산책로 등에 설치된 새해맞이 조명 장식을 감상하러 군중이 몰렸고, 대만은 높이가 509m에 달하는 타이베이 101 빌딩에서 불꽃놀이를 펼쳤다. 홍콩 빅토리아 항구에서는 웅장한 불꽃놀이를 선보였다. 한국은 179명이 사망한 제주항공 추락 참사 여파로 새해맞이 행사가 많이 축소됐지만, 서울 보신각 '제야의 종' 행사는 축하공연을 생략한 채 진행됐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펼쳐진 불꽃놀이에는 드론 800대가 등장했다. 스리랑카 콜롬보, 베트남 하노이, 태국 짜오프라야강, 인도 뭄바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등 아시아 중요 명소에서도 불꽃놀이 등 축하 행사가 이어졌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은 부르즈 칼리파를 중심으로 1만5600발의 불꽃을 쏘아 올리는 것과 동시에 화려한 분수쇼와 조명쇼도 선보였다. 반세기 만에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의 통치에서 벗어나 새해를 맞은 시리아 국민들은 수도 다마스쿠스 중심부에서 DJ 파티를 열고 축포를 터트리며 새로운 미래를 기대했다. 하지만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가자지구는 눈물 속에 새해를 맞았다. 식량과 연료, 의약품의 절대적인 부족 속에 고통받고 있는 가자 주민들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협상에 기대를 걸었으나, 협상이 교착에 빠지면서 큰 상심 속에 새해를 시작하게 됐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후 세 번째 새해를 맞은 우크라이나도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새해를 맞았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새해 연설에서 “2025년이 우리의 해가 되길 바란다. 우크라이나의 해이다. 우리는 평화가 우리에게 선물로 주어지지 않을 것을 알지만 러시아를 막고 전쟁을 끝내기 위해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리는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고 확신하며,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며 우크라이나에서 싸우는 군대를 격려했다. 블라디보스톡, 소치 등 일부 도시에선 불꽃놀이 행사가 진행되기도 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신년사에서 2024년에는 희망을 찾기가 너무나 힘들었지만 2025년에는 새로운 시작을 하자고 촉구했다. 그는 “전쟁은 엄청난 고통, 괴로움, 이주를 초래하고 있다. 불평등과 분열이 만연하여 긴장과 불신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함께한다면 우리는 2025년을 새로운 시작으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시이아 지역에 비해 늦게 새해를 맞이한 유럽과 북·남미에서도 불꽃놀이 행사가 진행됐다. 프랑스 파리는 샹젤리제 거리에서 전통적인 새해 전야 행사와 불꽃놀이를 진행하며 2024년을 마무리했다. 영국에서는 악천후로 중요 새해 전야 행사가 취소됐다. 다만, 템스강을 따라 펼쳐지는 불꽃놀이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새해 전야 행사가 열리는 코파카바나 해변에 200만명 운집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는 새해맞이 '볼 드롭'(ball drop) 행사를 대규모로 개최하며, 라스베이거스에서도 화려한 불꽃놀이 행사가 열린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힘 실리는 ‘콘크리트 참사론’…“벽 없었으면 인명피해 줄었다” [제주항공 참사]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공항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을 지지하기 위해 지상으로 돌출된 형태로 만들어진 콘크리트 구조물(둔덕)로 인해 피해가 더 커졌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는 “항공 전문가들은 공항 활주로 끝에 설치된 흙더미와 콘크리트 벽의 역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무안국제공항과 국토부에 따르면 여객기의 착륙을 돕는 역할을 하는 안테나인 로컬라이저와 콘크리트 둔덕은 공항 활주로 끝에서 250m가량 떨어진 비활주로에 설치됐다. 이중 콘크리트 둔덕은 2m 높이로, 흙더미로 덮여 있었다. 로컬라이저까지 포함하면 모든 구조물은 4m 정도 높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컬라이저가 활주로의 중앙선과 수직을 이루도록 하여 배치돼야 항공기가 제대로 중앙 정렬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주항공 여객기가 콘크리트 벽과 충돌한 것이 사고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여객기 사고를 포함한 다양한 사건을 추적하는 업체인 에어 세이프 미디어의 토드 커티스 창립자는 “확실히 그것(콘크리트 벽) 때문에 항공기를 안전하게 멈추는 것이 어려웠다"고 꼬집었다. 제주항공 여객기가 콘크리트 벽과 충돌하지 않았다면 인명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보잉 737 조종사이자 항공 안전 컨설턴트인 존 콕스는 제주항공 여객기가 동체착륙하는 영상을 지목하면서 “여객기가 활주로에 미끄러지면서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했다"며 “벽과 충돌하기 전까지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고 CNBC에 말했다. 이어 “탑승자 대부분의 사망 원인은 벽과의 충돌에 따른 둔상일 것 같다"고 덧붙였다. CNBC는 과거 2016년 당시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마이크 펜스가 탑승한 여객기가 미국 뉴욕 라과디아 공항 활주로를 이탈했지만 EMAS(항공기 이탈방지 시스템)에 의해 안전하게 정지된 사례를 언급했다. 보도블록과 같은 모양인 EMAS는 공항에 착륙한 항공기가 활주로를 벗어나는 이른바 '오버런'이 발생할 경우 마찰을 늘려 비행기 속도를 늦춰주는 안전장치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캐나다에서도 여객기 착륙 중 랜딩기어 이상…인명 피해는 없어

전남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조류 충돌에 따른 기체 고장이 꼽히는 가운데 캐나다에서도 랜딩기어 이상으로 착륙 도중 위험한 상황을 맞았다. 29일(현지시간) AP통신과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캐나다 뉴펀들랜드 세인트존스에서 73명의 승객을 태우고 출발한 PAL 항공 AC2259편 여객기가 전날 밤 9시30분께 노바스코샤 핼리팩스 스탠필드 국제공항에 착륙하던 중 랜딩기어 이상으로 추정되는 기체 결함으로 기체에서 불꽃이 발생했다. 사고기는 한쪽으로 기울어진 상태에서 멈춰 섰으며 73명의 승객과 승무원은 곧바로 버스를 이용해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 이번 사고로 인한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PAL 항공 제휴사인 에어 캐나다는 사고 기종이 쌍발기인 드 해빌랜드 DHC-8-402(봉바르디에 Q400)이며 착륙 도중 랜딩기어에 문제가 발생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스탠필드 국제공항은 사고 직후 일시적으로 항공기 이착륙을 중단시켰으나 90여분 만에 1개 활주로의 운영을 재개했다. 캐나다 교통안전위원회(TSB)는 이번 사건을 조사할 예정이다. 사고기 승객인 니키 발렌타인은 착륙 도중 비행기가 상당히 흔들렸다면서 기체 왼쪽에서 불이 났으며 창문으로 연기가 들어왔다고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주한미군 철수 갈등·김일성 면담…한반도와 인연 깊었던 카터 前대통령

29일(현지시간) 향년 100세로 별세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을 세 차례나 방문하고 한반도 평화정착과 북핵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등 한국과 인연이 깊었던 인물이다. 카터 전 대통령은 경제난과 외교 악재 등으로 재선 문턱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인색한 평가를 받았다. 국내적으로 인플레이션과 싸워야 했고 대외적으로 '인권외교'를 내세워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어려움도 겪었다. 그는 특히 박정희 정권의 인권 탄압 상황을 비판하며 주한미군 철수를 대선공약으로 제시했고 1977년 1월 대통령에 취임한 그는 같은 해 3월 주한미군을 4∼5년 안에 단계적으로 철군시키고 전술핵무기까지 철수한다는 세부 계획까지 제시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한국의 인권상황을 문제 삼는 카터 행정부를 향해 “내정간섭을 중단하라"며 극도의 불신과 배신감을 표출했다. 이런 가운데 카터 전 대통령의 첫 방한 기간인 1979년 6월 29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선 주한 미군 철수 문제 등을 놓고 한미 정상간 정면충돌이 빚어지면서 양국 정상회담 역사 사상 '최악'이라는 오명을 안았다. 이런 와중에 북한의 군사력이 남한보다 우위에 있다는 소위 '암스트롱 보고서'가 나오면서 미국 의회의 기류가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우군인 민주당 내에서조차 반대론이 고개를 들었고 이를 의식한 카터 행정부는 결국 철군 계획을 보류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대통령에서 퇴임한 뒤에도 한반도와의 인연을 이어갔다. 그는 80년대 초 신군부 치하에서 사형선고를 받았던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구명운동에 나서는 등 한국내 인권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카터 전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의 전면에 다시 등장한 것은 북핵 1차 위기가 극에 달했던 1993년 6월이었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거부한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미국의 영변 폭격설까지 대두되면서 한반도에 전운이 감돌던 시기였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때 '평화의 전도사'를 자임하면서 북한 김일성 국가주석과 북핵 문제에 대한 담판을 짓겠다며 빌 클린턴 행정부에 방북 승인을 요청했고, 방북이 성사됨으로써 그는 김 주석과 처음으로 대좌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평양을 떠나 서울을 방문하면서 당시 북미가 북핵 위기 국면을 주도하면서 외교적 고립감을 느끼던 한국의 김영삼 정부에게도 뜻밖의 선물을 안겨줬다. 김 주석은 카터 전 대통령을 통해 김영삼 당시 대통령에게 “언제 어디서든 조건 없이 만나자"는 메시지를 전달해 사상 최초 남북 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카터 전 대통령은 서울 기자회견에선 북한이 핵 활동 동결 및 IAEA 사찰관 잔류 허용과 함께 남북 정상회담에 동의했다고 밝혔고, 이에 김영삼 전 대통령이 환영 입장을 표명하며 역사적인 첫 남북정상회담이 현실로 다가오는 듯했다. 그러나 1994년 7월 8일 김일성 주석이 사망하면서 결국 카터 전 대통령을 매개로 하는 남북 정상회담은 무산됐다. 이후에도 카터 전 대통령은 미국인 인질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정착에 기여하기 위해 2010년과 2011년 두 차례 더 북한을 방문했다. 그러나 두 번 모두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과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그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외교적 활동 이외에 국제 봉사 활동 차원에서도 한국에 관심을 보였다. 대표적인 예로 그는 지난 2001년 8월에 한국을 방문, '사랑의 집짓기 운동'에 참가해 자원봉사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한편, 미국 조지아주 자택에서 별세한 카터 전 대통령의 장례식은 국가가 주관하는 국장(國葬) 형식으로 진행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워싱턴 DC에서 카터 전 대통령의 공식적인 국장을 개최할 것을 명령했다. 미국에서 전직 대통령의 국장이 진행된 것은 2018년 12월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이 마지막이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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