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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도전해봐” 사퇴론 일축하는 바이든…나토 정상회의 시험대

민주당의 사퇴 요구에도 완주 의지를 강조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활을 건 시험대에 오른다. 9일(현지시간)부터 11일까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말과 행동, 거기에서 드러나는 정신적, 육체적 건강 상태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흘에 걸쳐 중요하고 복잡한 안보 의제가 논의되는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력이 심판되는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대통령은 9일 멜론 오디토리움 연설, 10일 각국 정상과 회담, 11일 기자회견을 앞두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일부 고위 당국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건강을 입증할 것으로 장담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국가안보소통보좌관도 8일 한국, 일본, 뉴질랜드 등 비회원국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이 바이든 대통령의 건재와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커비 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 리더십의 중요성을 그들이 믿지 않는다면 이들이 미국에 올 이유가 없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매우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13∼15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동맹국들에 심한 우려를 안긴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G7 정상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신체 상태가 작년보다 심하게 쇠퇴한 데 충격을 받았다. 대화 때 주제에서 자주 이탈했고 걷을 때 함께 대화하는 게 어려웠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들 정상은 함께 이동할 때 일부러 늦게 걸어 바이든 대통령에게 속도를 맞추고 공개행사 때는 난처한 상황이 불거지면 얼른 둘러싸고 가릴 밀집대열을 계획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TV 토론 때 실수를 해외순방에 따른 피로 누적과 감기 때문이라고 항변한 바 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시차 적응이 필요 없는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데다가 분위기도 우호적인 터라 부정적 변수는 그만큼 제한적이다.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이언 브레진스키는 NBC방송에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바이든 대통령이 활력과 에너지를 갖고 동맹들에 대한 약속을 강조할 거대한 기회"라고 말했다. 브레진스키는 “바이든 대통령이 비공개 회담뿐만 아니라 공개 토론회도 자신의 리더십을 증명하는 데 사용할 필요가 있다"며 “그게 바로 대선 토론 때문에 우려에 빠진 동맹국 정상들이 원하는 것이자 바이든 대통령 자신에 대한 인상을 크게 뒤집을 중대한 기회"라고 덧붙였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에도 당내 사퇴 요구를 반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 MSNBC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자신에게 대선 불출마를 압박하는 당내 인사들을 향해 “대선 도전을 선언하고 나를 상대로 뛰어보라. 전당대회에서 나에게 도전해보라"라고 말했다. 또 “나는 당의 '엘리트'들에 의해 너무 좌절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일반적인' 민주당 유권자들은 내가 대선 레이스에 남기를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MSNBC와의 전화 인터뷰에 앞서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낸 2쪽 분량을 서한에서도 “이제는 그만해야 할 때"라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도 이날 사우스캐롤라이나 유세에서 “조는 올인(all in·다 걸기)한다고 분명히 했다"면서 “나도 올인"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 폭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그(바이든)는 자존심이 강하고 그만두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는 그렇게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게 그가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선 단단히 넘은 러우 전쟁...어린이병원까지 폭격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어린이병원까지 폭격하면서 전쟁에 따른 '비정함'이 가중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서 러시아군이 미사일 40여발을 쏴 여러 도시 아파트와 인프라 등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이번 공습은 오늘 9일 미국 워싱턴DC에서 개막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이뤄졌다. 폭격당한 도시는 키이우·드니프로·크리비리흐·슬로비안스크·크라마토르스크 등이다. AP통신은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날 공습으로 최소 31명이 숨지고 154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키이우에 있는 오크흐마트디트 어린이병원도 폭격당해 사람들이 무너진 건물 잔해에 매몰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곳의 정확한 인명피해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어린이병원 2층 건물이 일부 무너져 실종자를 수색 중이며 부상당한 16명 가운데 7명이 어린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또 다른 병원에도 미사일이 떨어져 4명이 사망하는 등 키이우에서만 최소 20명이 사망하고 61명이 다쳤다고 집계했다. 전력업체 DTEK는 키이우의 변전소 3곳이 파괴되거나 손상됐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겨냥한 미사일 공격은 올해 3월말 이후 3개월여 만이다. 크리비리흐에서는 철강업체 메틴베스트 사무용 건물이 폭격을 맞아 11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다쳤다. 남동부 크리비리흐는 주요 철강 생산 지역이자 젤렌스키 대통령 고향이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이번 공습에 순항 미사일과 킨잘 극초음속 미사일이 동원됐고 38발 가운데 30발을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킨잘은 음속의 5배 이상인 극초음속으로 비행해 요격이 어려운 미사일로 꼽힌다. 러시아는 킨잘 비행속도가 음속 10배인 시속 1만 2240km를 넘는다고 주장한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어린이병원 공습 현장에서 러시아 공대지 순항미사일 Kh-101 잔해를 발견했다며 전쟁범죄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는 미사일이 어디로 날아가는지 모른다고 주장해선 안 되며 모든 범죄를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러시아는 에너지 시설 파괴 시도에 대응해 우크라이나 군사시설과 공군기지를 공습했다며 폭격사실을 긍정했다. 그러나 어린이병원 등 민간시설을 겨냥했다는 우크라이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안효건 기자 hg3to8@ekn.kr

‘우익 성향’ 고이케 도쿄지사 3연임 성공했지만…기성 정당 불신 커졌다

7일 치러진 일본 수도 도쿄 도지사 선거에서 자민당 출신 우익 성향인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71) 현 지사가 3선 연임에 성공했다. NHK에 따르면 8일 오전 5시께 개표가 완료된 상황에서 고이케 후보는 291만8000여표를 얻어 3선 당선을 확정했다. 전체 투표수 대비 약 43%에 달하는 득표율이다. 3선에 성공한 고이케 지사는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여권의 지지를 받았다.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은 독자 후보를 내지 않고 고이케 지사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고이케 지사는 자신의 압승을 예측한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마자 기자들을 만나 “3기째 도정의 리더를 맡게 돼 중책을 통감한다"면서 “도쿄도의 개혁을 업그레이드해 도민의 생명과 생활을 지키겠다"며 사실상 당선 인사를 했다. 고이케 지사의 대항마로 주목을 받은 렌호 후보는 양강 구도를 형성하는 데에도 실패해 득표율이 약 19%로 3위에 그쳤다. 득표율 2위는 기존 정당의 지원을 받지 않고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얻어 선거 운동을 펼친 이시마루 후보가 차지했다. 금융사에서 일하다가 4년 전 아키타카타 시장 선거에서 당선된 짧은 정치 경력의 이시마루 후보는 젊은 층에 호소해 약 24%의 득표율을 올렸다. 그의 득표율 2위 달성은 기성 정당에 대한 높은 불신감을 반영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지 언론은 이번 선거가 여야 대결 구도에 고이케 도정 8년 성과에 대한 평가가 될 것으로 분석해왔다. 실제로 야당 지원을 받은 렌호 후보는 거리 유세 등을 통해 자민당과 자민당의 지원을 받는 고이케 지사를 비판하며 도의 사업을 재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 도쿄 도민의 60% 이상이 고이케 지사의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벽을 넘진 못했다. 고이케 지사 지지를 선언한 자민당은 비자금 문제에 대한 반발을 우려해 지원 유세 등을 통해 드러내놓고 돕는 방식 대신 조용한 지지 활동을 벌였다. TV 메인 앵커로 지명도를 높인 고이케 지사는 정계에 진출해 참의원과 중의원(하원) 의원, 방위상, 환경상, 오키나와·북방영토 담당상 등을 지냈다. 2016년 도쿄도 지사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여성 최초로 도쿄지사가 됐으며 2020년 재선됐다. 이번에 3선에 성공함에 따라 앞으로 4년 더 도쿄도를 이끌게 된다. 고이케 지사는 이번 선거 기간 기자회견에서 1923년 간토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을 추모하는 행사에 기존 입장을 유지해 앞으로도 추도문을 송부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한국인과 조선인에 대해 배타적인 태도를 보였다. 과거 그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등 우익 사관을 추종하는 성향을 보였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극우 돌풍 막았지만…‘헝 의회’에 프랑스 정국·경제 안갯속

7일(현지시간) 치러진 프랑스 총선 결선 투표에서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이 예상을 뒤엎고 극우 정당을 누르는 등 대이변이 일어났다. 프랑스에서 극우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으나 극우 정당에 의회 권력을 내줄수는 없다는 유권자의 표심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투표에서 과반 정당이 없는 '헝 의회'(Hung Parliament)가 예고되면서 프랑스 경제 전망은 물론 정부 운영에 불확실성이 커질 전망이다. 8일 프랑스 내무부 발표에 따르면 결선투표에서 좌파연합 NFP가 전체 하원 의석 577석 중 182석을 확보해 1당에 올랐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범여권은 168석, 1차 투표에서 1위를 한 극우 국민연합(RN)과 연대 세력은 143억에 그쳐 3위에 머물렀다. 어느 진영도 과반인 289석에 미치지 못한 '헝 의회'가 다시 출연하게 된 셈이다. 헝 의회란 의원내각제 정부 체제에서 의회 내 과반을 차지한 정당이 없어 불안하게 매달려 있는 상태(Hung)의 의회를 뜻한다. 결국, 의회의 교착상태가 예상되는 헝 의회의 출현으로 인해 정부 구성도 안갯속으로 빠지는 등 정국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게 됐다. 우선 총리 인선 절차가 안갯속으로 빠질 전망이다. 현재 프랑스 총리인 가브리엘 이탈은 범여권이 1당 지위를 확보하지 못하자 마크롱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다. 프랑스에서는 대통령이 총리를 임명한다. 정부 운영을 책임지는 총리는 함께 일할 장관들을 대통령에게 제청해 내각을 꾸린다. 문제는 하원에서 총리를 비롯한 내각 불신임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집권 여당이 다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통령이 마음대로 내 사람을 총리에 앉혔다간 곧바로 의회에서 거부당할 위험이 크다. 이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대통령이 통상 하원 다수당의 지지를 얻는 인물을 총리로 임명하는 관례가 있다. 현재 1당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NFP는 마크롱 대통령이 자신들에게 정부 구성권을 줘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당장 좌파 연합 내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출구조사 결과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은 NFP에 국가 운영을 요청할 의무가 있다"며 “좌파 연합은 집권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NFP 소속 사회당의 올리비에 포르 대표도 “NFP가 역사의 새로운 장을 책임져야 한다"며 “우리는 반대되는 세력과의 연합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NFP 중심의 정부 구성에 나설 뜻을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극좌 정당 LFI에는 정부 운영을 맡기지 않겠다는 입장을 누차 밝힌 터라 향후 총리 임명 과정에서 NFP 측과의 갈등이 예상된다. 마크롱 대통령이 실제 야권의 반발을 무릅쓰고 원내 2당이 된 범여권 내에서 총리를 임명할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 없다. 우파 공화당과 세를 규합하면 아예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프랑스에서 헝 의회의 출현은 경제 불확실성도 키울 전망이다. 씨티은행 애널리스트들은 결선투표를 앞두고 헝 의회와 같은 의회의 교착 상태와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프랑스 증시는 5-20% 사이 하락도 가능하다는 보고서를 냈다. 자산운용사 위즈덤트리의 거시경제 연구 책임자인 아니카 굽타는 로이터에 “아무도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지 못해 실제로 어떤 정책을 통과시키고 진보적 개혁을 이루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시장은 극우 집권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피한 사실에는 안도하고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음바페까지 나서 간신히...마크롱, 본전은 건졌다

우파 돌풍으로 대위기에 처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극좌와의 단일화와 각계각층 지원에 힘입어 최악 시나리오만은 피했다. 비록 국회 제1당은 극좌에게 넘겨줬지만, 강력한 대권 경쟁세력인 우파 돌풍에 차단막을 분명히 세우면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치러진 프랑스 총선 결선 투표 결과는 “2027년 대선 극우 집권만은 막아달라"는 마크롱 대통령 바람대로 끝났다. BFM TV는 여론조사기관 출구조사 결과를 인용해 전체 하원 의석 577석 중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이 178∼205석, 범여권은 157∼174석, RN(국민연합)은 113∼148석을 얻을 걸로 예측됐다. 여론조사기관 IFOP가 예측한 최종 결과도 NFP가 180∼205석으로 1당, 범여권이 164∼174석, RN이 120∼130석이었다. 이에 2차 투표 직전 전국적 단일화를 추진했던 NFP와 범여권 모두 목적했던 소기의 성취를 거두게 됐다. NFP는 국회 제1당으로 올라서 공동 정부 구성에 착수할 토양을 다졌고, 여권은 '우파 천하'에서 극좌에게까지 밀릴 위기에서 탈출했다. 애초 이번 조기총선은 지난 유럽의회 선거를 통해 형성된 “민심은 극우의 편" 프레임을 깨기 위해 마크롱 대통령이 던진 승부수다. 당시 선거에서는 마크롱 대통령 집권 여당이 14.6% 득표에 그치고 극우 RN이 압도적 1위를 거뒀다. 이번 총선 1차 투표에서도 RN과 그 연대 세력은 33.2%를 득표해 1위에 올랐고, NFP는 28%로 뒤를 이었다. 범여권은 유럽의회 선거 때보다는 높은 20%를 기록했지만, 1위 후보만 당선되는 선거에서 3위라는 대위기를 맞았다. 일간 르피가로는 1차 투표 최종 득표율을 기준으로 RN 측이 전체 의석수 577석 중 240∼270석, NFP는 180∼200석, 범여권은 60∼90석을 차지할 걸로 전망했다. 기존 예측치와의 차이는 1당을 노렸던 RN 의석수가 상당히 빠지면서 발생했다. 산술적으로만 보면 RN이 잃은 의석수는 고스란히 범여권에 얹어졌다. NFP는 2차 투표에서 기존 예측치와 별반 다르지 않은 의석을 차지할 예정이다. 이런 결과는 NFP와 범여권이 추진한 대규모 단일화에 각계 지원이 얹어진 결과로 보인다. 축구 국가대표 주장인 킬리안 음바페, 유명 팝가수 아야 나카무라, 배우 마리옹 코티야르를 비롯해 프랑스 역사학자 1000명 등은 언론 호소문을 올리며 RN 반대투표를 촉구했었다. 특히 음바페는 한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맨 왼쪽에 앉은 기자가 질문하자 웃으며 “반대편에 있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극우 비판'을 풍자해 눈길을 끌었다. 이런 결과 덕분에 마크롱 대통령은 선거 패배로 사퇴의사를 발표한 가브리엘 아탈 총리 후임 인선에서 운신의 폭이 다소 넓어졌다. 비록 1당은 NFP일 공산이 크지만, 60석 가까이 전망되는 '중도 우파' 공화당과 연합해 사실상 1당을 구성해 명분을 다시 세울 수도 있다. 물론 이 경우 의회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연합이라 불안정한 측면도 있다. 다만 NFP와 RN이 양극단에 있는 만큼, 두 야당 간 연대도 끈끈하기 어렵다. 의석수 측면에서만 접근해 안정적으로 NFP와 연합하려고 해도 물밑 협상에서 '할 말'이 더 많아진 셈이다. 그러나 범여권이 대통령 국정 운영을 뒷받침할 의회 권력을 잃게 된 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당장 좌파에서 총리를 임명해야 할 경우 프랑스에선 역대 4번째 동거 정부가 탄생하게 된다. 동거 정부에선 정당이 서로 다른 대통령과 총리가 서로 견제하는 만큼 대통령 운신 폭이 좁아지고 각종 정책 추진이 더딜 수 있다. 마크롱 대통령 개혁 정책 상당수는 철회되거나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대표적인 게 연금 개혁이다. 좌파 연합은 마크롱 대통령 정년 연장을 폐기하고 정년을 오히려 60세로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좌파 제동으로 마크롱 대통령 남은 임기가 3년이지만 권력 누수 현상인 레임덕이 일찌감치 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프랑스 헌법상 대통령은 한 차례밖에 연임하지 못해 마크롱 대통령은 차기 대권 주자도 될 수 없다. 그를 중심으로 여권이 결집할 요인이 없는 셈이다. RN 마린 르펜 의원도 “마크롱 대통령 대통령과 극좌의 부자연스러운 동맹이 아니었다면 RN이 절대 과반이었을 것"이라며 “우리는 의원 수를 두 배로 올렸으니 실망할 것 없다"고 권토중래를 다짐했다. 그는 특히 범여권과 극좌 정당 간 분열도 예견했다. 르펜 의원은 “(마크롱의) 상황은 유지될 수 없는 것"이라며 “멜랑숑이 총리가 되겠느냐"고 되물었다.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NFP 내 최대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다. 안효건 기자 hg3to8@ekn.kr

이란 대통령에 ‘개혁파’ 페제시키안 당선…서방과 긴장완화 물꼬 트나

이란 제14대 대통령 선거에서 온건 개혁파 마수드 페제시키안(70) 후보가 최종 승리하자 이란과 서방 간 긴장감이 완화될지 관심이 쏠린다. 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CNN 방송,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5일(현지시간) 치러진 이란 대선 결선 투표에서 승리한 페제시키안 후보에 대해 이란 적들과의 대화, 특히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대화를 선호해왔으며 이를 국내 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보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페제시키안이 이란과 서방 국가들의 대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전했다. 대선 캠페인 중 그는 실제로 이란 경제를 무너뜨린 서방의 제재를 해제하기 위해 미국과 대화할 것을 제안했고, 제한적인 사회, 경제 개혁도 주창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페제시키안이 국내적으로 선거 운동 기간 강조한 일부 사회 변화를 도입할 수도 있지만 이것이 실제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중동 전문가 사남 바킬은 페제시키안의 당선이 즉각적인 정책 변화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바킬은 “그러나 페제시키안이 아마도 덜 억압적인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시스템을 통해 그리고 그 안에서 일하려고 노력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바킬은 페제시키안이 그런 변화를 보장하지 않았다며 이는 이란에서 대통령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사회적 자유에 대한 변화의 여지가 조금 있을 수는 있다고 관측했다. 이슬람 신정일치 체제의 이란에선 최고지도자가 절대 권력을 갖고 있다. 국방, 안보, 외교 등 국가 주요 정책은 최고지도자의 뜻을 따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 이란 대리세력의 개입 등으로 중동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직을 맡게 된 페제시키안이 최고지도자의 뜻을 거스르며 이란 외교정책, 특히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노선을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WP도 페제시키안이 변화를 거론하며 권력을 잡기는 했지만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정점으로 하는 이슬람 신정체제에는 결코 도전하지 않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페제시키안이 서방과의 대립 관계를 완화할 수 있음을 예고할 수 있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정부도 이란 대선에서 이란 핵 합의(JCPOA) 복원과 히잡 단속 완화를 대표 공약으로 내간 온건 개혁파 마수드 페제시키안 후보가 당선된 것에 대해 평가 절하했다. 국무부는 6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이란 대선 후보들이 말한 대로 이란 정책은 최고 지도자가 결정한다"면서 “우리는 이번 선거로 이란이 근본적으로 방향을 바꾸거나 자국민의 인권을 더 존중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란의 대선에 상당수의 국민은 아예 참여하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면서 “이번 대선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베단트 파텔 국무부 수석 부대변인도 지난 1일 브리핑에서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이란이 변화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국무부는 다만 미국의 이익을 진전시킬 때 이란과 외교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재건하겠다” 英 스타머 정부 첫발…안팎 과제 산적

영국 총선에서 14년 만의 정권 교체에 성공한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총리가 신임 총리로 공식 취임한 이후 숨 가쁜 일정을 시작했다. 보수 집권당 심판론에 기댄 압도적 여론의 지지를 발판으로 국정의 키를 쥐게됐지만, 그만큼 변화를 바라는 민심의 요구에 부응하며 집권 능력을 입증해야 할 시험대에 올랐다. 여기에 대외적 환경도 녹록지 않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스타머 총리는 지난 5일(현지시간) 오전 보수당 리시 수낵 전 총리가 찰스 3세 국왕을 만나 사의를 표명한 직후에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로부터 정부 구성 요청을 받으면서 총리로 공식 취임했다. 이어 다우닝가 10번지에서 취임 연설을 통해 “우리는 영국을 재건할 것"이라며 “변화의 작업은 즉각 시작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는 변화와 국가적 탈바꿈, 정치의 공공서비스로 복귀를 결연히 결정했다"며 “여러분이 자녀를 위해 더 나은 영국의 미래를 다시 믿을 때까지 정부는 매일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성장 둔화와 고물가, 공공서비스 위기 등 집권 보수당의 오랜 실정과 당내 분열에 실망한 민심을 반영해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과 국가 재건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 정부에 해결을 요구하는 여론이 비등한 부분은 모두 경제 성장 둔화와 재정 압박으로 해결하기 쉽지 않은 사안들이다. 스타머 총리는 취임 연설에서 선거 기간 공약한 부의 창출과 공공의료 국민보건서비스(NHS) 회복, 더 안전한 국경, 청정에너지 강화, 인프라 확충 등을 다시 열거하면서 영국을 재건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연설 직후에는 앤절라 레이너 부총리 겸 균형발전·주택 장관,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 이베트 쿠퍼 내무장관, 웨스 스트리팅 보건장관 등 제1야당 시절 노동당에서 구성한 예비내각 인사를 대거 그대로 기용해 안정적이고 즉각적인 업무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새 의회 공식 개원식과 국왕의 국정연설(킹스 스피치·King's Speech)은 오는 17일 진행된다. 국왕의 연설은 정부가 작성하는 것으로, 이번 연설로 스타머 정부의 주요 정책 청사진과 입법 계획이 처음 공개된다. 스타머 총리와 노동당은 그간 지지층 확대를 위해 중도화 전략을 써왔고 이번 총선에서 이 전략이 먹혔지만, 진보 정당으로서 선명성과 집권당이 됐다는 현실 사이에 딜레마에 빠지는 상황도 잦아질 수 있다. 노동당이 총선 기간 인권침해 논란과 유럽인권재판소 충돌을 빚은 르완다 난민 이송 정책 폐기를 선언하면서도 이민이 지나치게 많다는 여론을 수용해 국경안보본부를 신설, 국경을 통제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것이 대표적이다. 국제적으로도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전쟁으로 국제 정세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에서 우파 포퓰리즘이 득세하는 시기에 중도우파 정부를 제치고 탄생한 중도좌파 정부라는 점에서 스타머 정부는 출발부터 부담을 안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선거 결과는 영국에도 중대하며 전 세계에 울림을 줄 것"이라며 “많은 국가에서 우익 포퓰리스트들이 약진한 시기에 국제적인 중도좌파 정당으로 영국 정치가 되돌아갔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스타머 총리는 먼저 '미국통' 데이비드 래미를 외무장관에, 토니 블레어·고든 브라운 내각에서부터 경력이 쌓인 존 힐리를 국방장관에 기용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과 가자지구 휴전 촉구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이후 스타머 총리는 곧장 정상외교 무대로 뛰어든다. 첫 무대는 9∼11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다. 총선 정책공약집 대외정책 부분 맨 윗부분에 '나토 및 우리의 핵 억지력에 대한 흔들림 없는 헌신'이라는 공약을 내건 스타머는 이번 회의에서 나토 동맹국과 협력 강화 의지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CNN 의학기자 “바이든, 인지력 검사 받아야…우려스럽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지능력 검사를 면밀하게 받고 그 결과를 대중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CNN 방송의 의학전문기자이자 신경외과 의사이기도 한 산제이 굽타는 5일(현지시간) 뇌 전문가로서 지난달 27일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첫 TV 토론 모습을 걱정스럽게 지켜봤다면서 이같이 촉구했다. 그는 TV 토론이 끝난 후 뇌 전문 의사들에게서 12건 이상의 연락을 받았고, 이들도 바이든 대통령이 인지 및 운동 장애 검사를 받고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신경학적 관점에서 그(바이든 대통령)의 혼란스러운 횡설수설, 문장 중간에 생기는 갑작스러운 집중력 상실, 때때로 일자로 입을 벌린 표정을 하면서 말을 멈추고 얼굴 움직임이 사라지는 모습에 대해서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또 자신과 대화한 의사들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알츠하이머나 혈관성 치매 등의 진단에 활용되는 광범위한 인지능력 검사와 혈액 검사, 후각 및 유전적 위험 요인 검사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고 덧붙였다. 81세인 바이든 대통령은 78세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맞붙은 TV 토론에서 힘 빠진 쉰 목소리로 자주 말을 더듬고 맥락에 벗어난 발언을 하면서 '고령 리스크'가 부각됐다. 이후 민주당 안팎에서 후보 사퇴 요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완주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건강검진을 받았다. 주치의인 케빈 오코너는 당시 “바이든은 건강하고 활동적인 81세 남성"이라며 “대통령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신체 능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굽타 기자는 당시 검진 보고서에는 신경 장애나 뻣뻣한 걸음걸이와 표정 감소의 원인일 수 있는 파킨슨병의 증거도 나오지 않았지만, 이런 증상의 원인을 찾는 검사가 있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백악관이 더 많은 의료 기록 공개 요청을 거부했다면서, 대통령이나 후보자가 의료 기록을 공개할 의무는 없지만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투명하게 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직 수행 적합성을 입증하기 위한 독립적인 신체검사 제안을 거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고령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인지력 검사를 받겠느냐는 질문에 “나는 매일 인지력 및 신경 검사를 받고 있다"며 “누구도 내게 인지력 검사가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다. 나는 매일 인지력 검사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변호사 출신 워킹맘…영국 새 퍼스트레이디에 시선 집중

14년 만에 정권 교체를 이룬 영국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가 5일(현지시간) 총리에 취임하면서 퍼스트레이디가 된 부인 빅토리아 스타머에도 관심이 쏠린다. 영국 BBC방송, 미국 CNN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빅토리아 여사는 1973년 런던 북부의 가스펠 오크에서 회계사인 폴란드계 유대인 아버지와 의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사립 여학교인 채닝 스쿨을 거쳐 카디프대에서 법학과 사회학을 공부했으며, 대학 시절 학생회장으로도 활동했다. 빅토리아 여사가 남편을 처음 만난 때는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하던 시절이다. 역시 변호사이던 스타머는 법정에 필요한 서류와 관련해 팀과 논의하다 '이 서면을 누가 썼나'라고 물었고 팀원들은 빅토리아를 지목했다. 이에 스타머는 직접 전화를 걸어 서면과 관련해 이것저것 물었는데, 대화가 끝날 무렵 수화기 너머로 빅토리아가 '저 빽빽거리는 사람은 자기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스타머 총리는 한 인터뷰에서 이 '일화'를 소개하며 “그건 맞는 말이긴 하다"고 했다. 2007년 스타머 총리와 결혼한 빅토리아 여사는 현재 국민보건서비스(NHS)에서 일하는 워킹맘이다. 슬하에 아들(16)과 딸(13)을 두고 있다. 빅토리아 여사는 그동안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등 '로우키' 행보를 이어왔다. 또한 자녀들의 평범한 삶을 지키는 데에도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스타머 총리도 인터뷰에서 자녀를 '제 아들', '제 딸'로 지칭할 뿐 이름을 언급한 적이 없다. 그는 총리 관저로 이사하는 것에 대해 자녀들이 걱정하고 있다며 “이것이 우리가 아이들의 사생활을 강력히 보호하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부인인 빅토리아 여사가 자신의 총리 취임 뒤에도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외신들은 빅토리아 여사가 유대인 가정 출신이라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빅토리아 여사는 안식일을 지키고, 유대인 공동체와도 강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타머 총리는 지난 달 한 인터뷰에서 자녀가 유대 혈통의 유산을 이해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는 “수년간 금요일에는 오후 6시가 지나면 자녀를 위한 시간을 보내왔고 이를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총리가 된 이후에도)어렵겠지만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교에서는 안식일이 금요일 오후 6시에 시작된다. 이에 보수당 등에서는 “파트타임 총리냐"며 이를 공격 소재로 삼았다. 스타머 총리는 한 인터뷰에선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일가족이 직접 피해를 보지는 않았다면서도 그들이 전쟁의 영향을 받은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달 친(親)팔레스타인 활동가들이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인 데 대해 빅토리아 여사가 “불안하고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한 내용이 알려지기도 했다. 스타머 총리는 노동당 대표에 오른 뒤 반유대주의 근절을 약속하면서 당내에서 관련 행동이 나올 경우 무관용으로 대응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영국 정가 안팎에선 스타머 총리가 노동당 내 반유대주의에 단호한 태도를 보인 배경에는 빅토리아 여사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연합뉴스

바이든, 사퇴론 정면돌파…“주님이 관두라고 하면 물러날 것”

첫 TV토론 이후 가중하는 후보 사퇴 압박에 직면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경합주 유세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정면 돌파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의 공개 행보가 향후에도 예정된 만큼 이를 통해 고령 우려와 맞물린 대선 패배 위기감을 해소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에 따라 이번 주말이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여부를 좌우할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오후 대선 경합주인 위스콘신주 매디슨에서 진행한 유세에서 자신에 대한 사퇴 요구를 불러온 TV토론에 대해 “내 최고의 퍼포먼스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나는 90분의 토론이 3년 반의 성과를 지워버리도록 두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자신이 어떻게 할지에 대한 추측이 있다는 점을 직접 언급한 뒤 “내 대답은 대선에 출마하고 다시 이기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당내 경선이었던 예비선거(프라이머리)에서 수백만표를 받아 대선 후보로 사실상 낙점된 것을 거론하면서 “일부 인사들은 여러분이 (경선에서) 투표한 것을 신경 쓰지 않고 나를 선거에서 밀어내려고 한다"고 비판한 뒤 “나는 선거를 계속 뛸 것이며 트럼프를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유죄를 받은 중범죄자"라고 몰아세우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민주주의, 투표권, 경제 공정성, 낙태, 총기 규제 등이 다 후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그러면서 “선거에서 함께 도널드 트럼프를 정치적으로 추방하자"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참석자들 모두 평소보다 활기차고 에너지가 있는 모습을 보였다고 미국 언론은 평가했다. '노타이' 차림의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전에 무대 주변에 있는 참석자들과 인사를 했으며 연설 뒤에도 지지자들과 '주먹 인사'를 하고 '셀카'를 찍는 등 평소보다 더 활발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공을 들였다. 지지자들은 바이든 대통령 연설 중에 “레츠고 조", “우리는 조를 사랑한다" 등을 외치며 바이든 대통령의 말에 크게 호응했다. 같은날, 바이든 대통령은 노쇠한 모습을 불식시키기 위해 위스콘신주에서 ABC 방송과 인터뷰도 진행했다. ABC 방송이 편집 없이 공개한 인터뷰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내가 이 선거에서 승리해 대통령이 되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이라며 “트럼프는 병적인 거짓말쟁이"라고 주장했다. 고령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인지력 검사를 받겠느냐는 질문엔 “나는 매일 인지력 및 신경 검사를 받고 있다"며 “누구도 내게 인지력 검사가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다. 나는 매일 인지력 검사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오늘 영국 신임 총리와 통화했고, 매일 국가 중대사를 결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독립적인 인지력 검사를 거부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이미 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심하게 말을 더듬고 논리력을 상실했던 첫 TV 토론 당시 심한 감기에 걸려 상태가 극도로 좋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나쁜 밤이었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나는 아팠다. 피로했다"며 “아주 끔찍한 기분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사실 의사가 코로나19 검사를 했고, 나에게 바이러스 감염이 있었는지도 체크했다"며 “그렇지는 않았고, 심각한 감기 증상이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길 수 없다는 확신이 들 경우 대선 후보직에서 물러설지를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상황에 따라 달렸다"며 “전능하신 주님(Lord Almighty)이 관두라고 하면 물러나겠다"고 완주 의지를 강조했다. 또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길 수 있느냐는 질문에 “예스, 예스, 예스, 예스"라고 4차례 반복해서 답변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ABC 방송 인터뷰 녹화 직후 기자들과 만나 후보 사퇴 가능성을 묻는 말에 “사퇴 여부는 완전히 배제한다"고 단호히 밝혔다. 자신이 왜 최선의 후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내가 이전에도 트럼프에 승리했기 때문"이라고 답했고, '이는 4년전 일 아니냐'는 추가 질문에는 “당신은 모든 문제에 있어 틀렸다"고 받아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최소한 20명의 의원들과 대화를 나눴다면서, 마크 워너 민주당 상원의원이 다른 상원 의원들과 공개적으로 사퇴를 요구하는 모임을 추진한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그 한 사람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가 토론을 제안한 데 대해선 “지금 약속한다. 분명히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바이든 대통령 및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부부는 이번 달에 경합주 전체를 방문한다는 방침이다.이를 위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위스콘신에 이어 7일엔 또다른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를 찾는다. 그는 워싱턴DC에서 오는 9~11일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뒤에는 공화당 전당대회(15~18일)에 맞춰 네바다를 찾아 유세할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 때도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며 지지자 등과 사전 원고가 없는 '즉석 만남'도 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연방 하원의원 3명이 이미 공개적으로 대선 불출마를 요구한 데 이어 당내에서도 직·간접적인 사퇴 요구 움직임이 계속 나오고 있다. 민주당 소속 모라 힐리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이날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회복 불능하다면서 “향후 며칠간 자신이 도널드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 최고의 희망인지 평가해달라"고 촉구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또 마크 워너 상원의원(버지니아)도 바이든 대통령에 후보직 사퇴를 요구하기 위해 상원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WP가 보도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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