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경제신문 박성준 기자] 국제 구리 가격이 2025년까지 1만5000달러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글로벌 투자은행들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다. 세계 광산들의 공급차질과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따른 수요 증가가 맞물려 구리값이 오를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2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은행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각국의 재생에너지 목표치가 높아지면 2030년까지 구리 수요가 420만톤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서 세계 60개국 이상은 2030년까지 글로벌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3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지지한 바 있다. 그 영향으로 구리 가격은 2025년에 1만 50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3월 기록된 사상 최고치인 1만 730달러를 훌쩍 웃도는 것은 물론, 이날 런던금속거래소(LME) 종가인 톤당 8430달러 대비 78% 가량 급등한 수준이다. 구리는 전기차, 전력망, 풍력 터빈 제조 등에 요구되기 때문에 에너지 전환에 핵심 원자재로 꼽힌다. 주요 광산에서 구리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점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파나마 정부는 지난해 11월 캐나다 광산기업 퍼스트퀀텀 미네랄즈가 운영한 코브레 파나마 광산의 생산활동을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글로벌 광산기업 앵글로 아메리칸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구리를 포함한 주요 원자재 생산량을 올해와 내년에 줄일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잇따른 공급 차질은 구리 시장의 공급이 부족해지는 시기에 접어들었다는 우리의 견해를 뒷받침한다"며 당장 올해 50만톤 이상의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이어 구리 가격이 올해 1만 달러를 돌파하고 2025년에는 평균 1만5000달러로 재평가될 것이란 확신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전했다. 이런 와중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관측도 금값 상승의 호재로 여겨지고 있다. 구리는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화가 약세를 보일 경우 구리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져 수요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증권의 매티 자오 아시아태평양 소재 총괄은 "구리 가격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은 거시경제적 요인들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 산하 시장조사기관인 BMI 역시 보고서에서 친환경 에너지 전환 추진에 따른 수요 증가와 올 하반기 달러화 약세 전망 등으로 구리 가격이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선 낙관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 여파로 글로벌 경제 둔화세가 지속돼 구리 수요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구리는 가격 흐름이 실물경기 방향을 앞서서 잘 보여준다는 뜻에서 ‘닥터 코퍼’로 불린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킹덤 퓨처스의 말콤 프리맨 최고경영자(CEO)는 "2024년 상반기에는 세계 경제가 더욱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일부에서 거론되는 강세론이 당분간 보류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씨티은행 또한 구리 가격이 2025년에 1만5000달러까지 뛸 것이란 전망은 "미국, 유럽이 연착륙을 달성하고, 세계 경제가 조기에 회복하고 중국에선 규제 등이 상당히 완화된다는 점을 가정한 것"이라고 했다.구리(사진=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