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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옛날이여’ 주가 폭락 인텔, 美 다우지수서 탈락 위기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우량주 위주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인텔이 올해 주가가 60% 떨어지며 다우지수 편입 종목 중 가장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점 등을 들어 이처럼 전망했다고 로이터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텔은 시가총액이 859억달러(115조3000억원)로 쪼그라들며 세계 10대 반도체 기업에서 밀려났다. 이 기간 반도체 관련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약 20% 상승했다. 특히 엔비디아와 비교하면 2021년만 해도 인텔 매출이 3배 규모였는데 이제는 절반에 불과하다. 이날은 뉴욕 증시에서 미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며 전반적으로 투매가 벌어진 가운데 인텔도 주가가 8.8% 하락했다. 로이터는 인텔이 다우지수에서 제외되면 평판이 훼손되고 주가에는 더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은 오픈AI 투자 기회를 놓친 후 인공지능(AI) 열풍에서 밀려나면서 입지가 축소됐고 TSMC에 맞서서 힘을 실은 파운드리 부문에서 손실이 늘었다. 지난달 2분기 16억1100만달러 순손실이라는 암울한 실적을 발표하며 위기 상황이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배당 중단, 직원 약 15% 해고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좋지 않다. 일부 애널리스트들과 인텔의 전직 이사들은 너무 미미하고 늦은 조치라고 평가했다. 칼슨 그룹의 수석 시장 스트래티지스트인 라이언 데트릭은 “인텔이 다우지수에서 빠지는 것은 오래전부터 예견된 일이었을 것이며, 최근 부진한 실적은 마지막 압박"이라고 말했다. 서밋 인사이츠 그룹의 애널리스트인 킨가이 찬은 시장 수요가 인텔에 유리하지 않고, 제품 로드맵에도 실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UBS 증권에 따르면 7월 세계 반도체 판매량은 전월 대비 11.1% 감소했고. 5년 및 10년 평균보다 적었다. 로이터통신은 인텔이 이달 중순 이사회를 개최하고 불필요한 사업 정리와 자본 지출 축소를 뼈대로 하는 구조조정안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여기엔 애초 독립법인으로 분리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해온 프로그래머블 칩(programmable chip) 사업부 알테라 등을 매각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320억 달러 규모의 독일 공장 건설 계획을 일시 또는 완전히 중단하는 방안도 담길 가능성이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다우지수를 관리하는 S&P는 인텔 제외 가능성에 관한 언급을 거부했다. 다우지수는 S&P500지수와 달리 주가 수준을 고려하는데 현재 인텔은 지수 내 가중치가 0.3%로, 가장 영향력이 낮은 종목이다. 인텔에 투자하는 가벨리 펀즈의 리서치 애널리스트인 류타 마키노는 엔비디아가 대신 편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주가가 올해 들어 160% 뛰었다. 다만 다우지수는 다소 안정적인 종목을 선호하는데 엔비디아는 변동성이 너무 크다는 지적도 있다. 텍사스 인스트루먼츠(TI)도 후보라고 시노부스 트러스트의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 대니얼 모건이 전했다. TI 주가는 올해 들어 20% 뛰며 다우지수 종목 평균과 비슷해졌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타이태닉 명장면 ‘백허그’ 난간 무너졌다…심해에 가라앉은 모습보니

1912년 빙산 충돌로 침몰한 초호화 유람선 타이태닉호의 최근 모습이 공개됐다. 연합뉴스가 인용한 3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타이태닉호의 독점 인양권을 가지고 있는 미국 민간기업 'RMS 타이태닉'은 지난 7월 12일부터 20여일간 진행한 심해 타이태닉호 탐사에서 촬영된 사진을 전날 공개했다. 이 회사가 타이태닉호 심해 탐사에 나선 것은 2010년 이후 14년 만이다. 이번 탐사에는 사람을 태운 잠수정 대신 원격 조종이 가능한 무인 로봇이 동원돼 타이태닉호 잔해 현장을 촬영했다. 공개된 사진에 따르면 타이태닉호 침몰을 다룬 영화 '타이타닉'(1997)에서 주인공 잭과 로즈가 '백허그'(뒤에서 하는 포옹)를 한 장소로 유명한 뱃머리의 난간이 최근 심하게 파손된 것으로 드러났다. 2년 전 공개됐던 다른 탐사 사진에서는 무너지지 않고 남아있었던 뱃머리 난간은 2년 사이 부식이 진행돼 일부가 무너진 것으로 보인다. RMS 타이태닉 관계자는 탐사팀이 난간의 부패 사실을 확인하고 슬퍼했다면서 “이는 타이태닉의 유산을 보존하겠다는 우리의 책무를 강화시켰다"고 밝혔다. 1986년 이후로 발견되지 않아 영원히 사라진 것으로 추정됐던 다이애나 동상을 40여년만에 발견하는 성과도 있었다. 로마 신화에서 사냥의 여신인 다이애나의 모습을 본뜬 청동 조각상은 타이태닉호의 일등석 라운지 안에 전시되어 있던 것으로, 침몰 당시 라운지가 산산조각이 나면서 선박 외부로 튕겨 나갔다. 이번에 발견된 다이애나 동상은 여전히 한쪽 팔을 앞으로 뻗은 채로 해저 모래바닥에 처박혀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이번 탐사를 진행한 RMS 타이태닉은 타이태닉호 잔해 유물 채취 허가를 두고 미국 정부와 최근 갈등을 빚고 있다. 이 회사는 1987년부터 탐사를 통해 5000점이 넘는 타이태닉호 유물을 회수해 일부는 판매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은 타이태닉호 사고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잔해에서 유물을 회수하는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의회도 2017년 난파선을 인양하거나 현장을 물리적으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후 2020년 RMS 타이태닉이 타이태닉호 잔해를 절단해 배 안에 있던 무선 전보기를 회수하겠다는 탐사 계획을 발표하자 미국 당국은 이 회사를 고소하기도 했다. 다만 당국의 제재 시도에도 불구하고 탐사 및 유물 회수 의지를 밝혀왔던 RMS 타이태닉은 지난해 타이태닉호 탐사 관광에 나섰던 잠수정 한 대가 폭발해 탑승객 5명 전원이 사망한 이후로는 유인 탐사 계획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일본發 금융시장 충격 안 끝났다?…“긴축 파장 몇년간 지속”

엔 캐리 트레이드(일본 엔화를 저리로 빌려 고수익 자산에 투자) 청산 충격으로 지난달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친 가운데 이같은 '일본발 충격'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이 집중된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통화 긴축 기조로 선회한 만큼 해외투자에 나선 일본 자금이 본국으로 복귀하려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이 과정에서 금융시장이 또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글로벌 자산운용사 티 로웨 프라이스의 아리프 후세인 채권 총괄은 보고서를 통해 “매파적인 일본은행과 미국 경제둔화 우려로 지난달 5일 엔화 수요가 급증했었지만 투자자들은 글로벌 주식, 통화, 채권 등이 폭락한 근본적인 뿌리를 무시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은행 기준금리 인상으로 해외 투자금이 일본으로 대거 복귀할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 후세인 총괄은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글로벌 증시 폭락의) 핑곗거리로 삼는 것은 커져가는 추세의 시작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일본은행의 긴축이 글로벌 자본 흐름에 미치는 파장은 결코 단순하지 않아 향후 몇 년 동안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일본 국채수익률이 높아지면 생명보험사, 연기금 등 일본 거대 투자자들이 해외 우량 국채에서 일본 국채로 다시 몰릴 수 있다"며 “이는 글로벌 시장의 수요를 재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세계 최대 연기금 중 하나인 일본 공적연금(GPIF)이 일본은행의 긴축으로 해외 자산(주식·채권)을 매각하고 일본 주식과 채권의 비중을 높일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럴 경우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날 블룸버그가 공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1명의 애널리스트 중 절반 가량은 GPIF가 일본 주식 비중을 현재(25%)보다 높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 GPIF가 해외 주식과 채권을 비중을 축소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한 비중은 각각 30%, 48%에 달했다. GPIF가 굴리는 자금이 막대한 만큼 주식을 소폭 매수하더라도 이에 따른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GPIF는 250조엔 가량을 운용하는 세계 2위 연기금이다. 블룸버그는 주식 비중이 5%포인트 확대된다는 것은 10조엔이 넘는 순매수라고 전했다. NLI리서치의 이데 신고 수석 주식 전략가는 “GPIF의 어떠한 움직임도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며 “GPIF가 일본주식 비중을 25%로 끌어올린 적은 10년 전이었다"고 말했다. GPIF는 자산별 기대수익률과 위험 등을 고려해 5년마다 포트폴리오를 설정한다. 마지막 조정은 2020년 3월이었다. 당시 GPIF는 일본은행의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 기조로 일본 국채 비중을 35%에서 25%로 축소한 반면 해외 국채 비중을 15%에서 25%로 확대했다. 한편,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한국시간 4일 오전 11시 13분 기준,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45.25엔을 보이고 있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2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일본은행이 금리인상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날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경제와 물가가 예상대로 흐른다면 금리 인상을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MS·애플·엔비디아가 탐내는 챗GPT 오픈AI…매출 2배 껑충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 개발사 오픈AI 매출이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투자 비용과 비교해서는 아직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오픈AI 매출이 20억 달러(2조 6810억원)를 돌파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연말을 4개월 앞둔 시점에 이미 작년 연간 매출 16억 달러를 뛰어넘은 것이다. 오픈AI는 올해 목표를 작년 두 배 이상인 매출 34억 달러로 잡았다. 오픈AI 주 매출은 월 20달러의 챗GPT 구독 서비스에서 나온다. 여기에 지난 1월에는 월 20달러 'AI판 앱스토어'를 출범한 바 있다. 현재 챗GPT 주간 활성 이용자 수(WAC)는 2억명에 달한다. 이는 1억명을 돌파한 지난해 11월 이후 9개월 만에 두 배로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아직은 오픈AI가 AI 기술 개발을 위해 사용하는 비용이 매출을 크게 뛰어넘는다. NYT는 오픈AI가 매년 얼마를 지출하고 있는지는 드러나지 않지만, 추정치에 따르면 70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올해 연간 매출 목표치 두 배 수준이다. 새 AI 모델 개발에 상당한 비용이 투입되고, 크게 늘어난 직원들 인건비도 비용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00명 안팎에 달했던 오픈AI 직원 수는 현재 1700명이 넘는다. 그중 80%는 2022년 11월 챗GPT 출시 이후 늘어났다. 오픈AI는 2019년부터 마이크로소프트(MS)와 파트너십을 통해 130억 달러를 투자받았고, 최근에는 대규모 추가 자금 조달(펀딩)에 나서고 있다. 이번 펀딩에는 기존 투자자인 MS뿐만 아니라 미 증시 시가총액 1위인 애플과 AI 칩 선두 주자 엔비디아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오픈AI가 더 많은 투자를 모색하면서 회사 구조에 큰 변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5년 비영리 단체로 출발한 오픈AI는 챗GPT를 개발한 영리 법인을 비영리 법인 이사회가 관리하는 구조다. 이에 이사회가 사실상 경영권을 장악해 지분을 가진 투자자들은 의사 결정권을 갖지 못하고 있다. 매체는 “아직 새로운 구조에 대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오픈AI가 새 자금 조달 논의의 하나로 투자자들에게 더 매력적인 구조를 만들 수 있는 변화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효건 기자 hg3to8@ekn.kr

삼성전자도?...TSMC 파운드리에 대안 연 인텔

전략 다각화를 추진하는 인텔이 주요 파트너인 TSMC를 삼성전자를 비롯한 여타 기업으로 교체할 수 있다고 여지를 열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조쉬 뉴먼 인텔 클라이언트 컴퓨팅 그룹 제품 마케팅 및 관리 총괄은 3일(현지 시각) 독일 베를린 한 호텔에서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 뉴먼 총괄은 “인텔은 특정 제품을 만들기 전에 항상 사용 가능한 공정 기술 옵션을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삼성도 인텔 칩을 제조할 가능성이 있다"며 “시장과 칩 목표에 따라 다르겠지만 IDM 2.0 전략 일부로서 그럴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2021년 인텔이 발표한 IDM 2.0 전략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진출과 칩 다양화 등을 내용으로 한다. 인텔은 그간 칩 생산을 자체적으로 진행해왔지만 이날 출시한 AI 칩 신제품 루나레이크는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에 맡겼다. 다만 향후 칩별 위탁생산 다양화 방안을 검토하다 보면 삼성도 가능한 옵션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인텔은 개발자용 키트 분야에서도 삼성전자와 협력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해당 키트는 루나레이크를 탑재한인공지능(AI) PC에서 구동할 수 있는 앱을 개발자들이 잘 개발할 수 있도록 기능하는 목적이다. 한편, 뉴먼 총괄은 중앙처리장치(CPU)에 강점이 있는 인텔이 신경망처리장치(NPU) 성능 면에서는 다소 뒤처져 있다는 시장 평가에는 의미를 평가절하했다. 그는 “NPU는 단순히 수치가 아니라 성능에 초점을 맞춰야 하기에, 실제 성능은 사람들이 AI 기반 애플리케이션 사용 경험을 어떻게 느끼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루나레이크는 성능 면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먼 총괄은 향후 PC 시장을 좌지우지할 요인으로는 AI PC에 대한 소비자 경험과 보안을 꼽았다. 그는 “사람들이 PC를 통해 할 수 있는 일과 PC가 이를 수행하는 방식에서 혁신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가령 표에 그림이 있으면 더 멋질 것 같다는 생각을 문장으로 옮기기만 하면 원하는 그림이 나타나는 등 과거에는 필요성을 몰랐거나 PC가 할 수 없었던 것이 가능해지면서 AI PC가 PC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신 보안 기능을 갖추기 위한 업데이트도 필요하므로 보안 이슈가 PC 시장의 또 다른 큰 동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효건 기자 hg3to8@ekn.kr

6인 잔혹 살해에 뒤집힌 이스라엘, 하마스 “인질·네타냐후 중 고르라” 여론전

이스라엘 인질들을 무참히 살해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후 불거진 이스라엘 국론 분열 틈새를 파고 들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로이터 통신은 2일(현지시간) 하마스가 가자지구로 끌려간 이스라엘 인질들을 감시하는 보초들이 지난 6월부터 새 지침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지난 6월은 이스라엘군이 인질 구출 작전을 실행한 때다. 당시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주민으로 위장한 뒤 인질들이 억류된 주택을 급습하는 방식으로 작전을 수행했다. 인질 4명을 구조한 당시 작전에서는 이스라엘 특수부대와 하마스 전투원들 교전이 발생해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주민 수십 명이 죽는 참변으로 막을 내렸다. 이후 내려진 하마스 새 지침은 이스라엘군이 구금 장소에 접근할 경우 인질 처리에 대한 내용으로 전해졌다. 하마스 무장조직 알카삼 여단의 아부 우베이다 대변인은 새 지침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인질들 사망은 이스라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하마스 입장 표명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로 끌려간 이스라엘 인질 6명 시신을 지난달 31일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 땅굴에서 수습한 지 이틀 만에 나온 것이다. 이스라엘군은 부검 결과 이들 머리와 다른 신체 부위에 총상이 있었다며, 숨진 인질들이 이스라엘군 접근에 따라 억류자들에 의해 살해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하마스는 특히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상대로 하마스 궤멸을 위한 가자지구 내 군사작전을 중단하라는 요구를 직설적으로 밝혔다. 우베이다 대변인은 “협상 타결이 아닌 군사적 압박을 통해 인질들을 데려오려는 네타냐후 고집은 인질들이 수의를 입고 가족들에게 돌아갈 것임을 의미한다"고 겁박했다. 이어 “인질들 가족은 인질들의 생사 중 어느 쪽을 원하는지를 선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협상에 소극적인 자세 때문에 인질 사망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태로, 국내 각계로부터 거센 압박을 받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인질들이 뒷통수에 총격을 입고 사망했다며 하마스는 이번 일에 무거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사미 아부 주흐리 하마스 정치국 위원은 네타냐후 총리 발언이 인질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네타냐후는 이들 인질 6명을 죽였고, 나머지 인질들도 죽이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이스라엘인들은 네타냐후와 협상 타결 사이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마스 정치국도 이날 성명을 내고 “인질들은 가족들에게 즉각 돌아갈 수 있다"며 “그들의 귀환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네타냐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미국, 이집트, 카타르의 중재로 11개월을 거의 꽉 채운 가자전쟁 휴전과 인질 석방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하마스 척결'을 고수하는 네타냐후 총리가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고 있어 난항을 겪고 있다. 하마스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약 1200명을 살해하고 251명을 인질로 잡아갔다. 이들 인질 중 117명은 협상을 통해 석방되거나 군사작전에서 구출됐다. 이스라엘 당국은 나머지 인질 중 70명이 죽고 64명이 살아 억류 중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안효건 기자 hg3to8@ekn.kr

러시아 푸틴, 우크라이나 전쟁 범죄에도 ICC 회원국 몽골 버젓이 환대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 대상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ICC 가입국인 몽골에 대놓고 방문해 국제사회에 당당함을 과시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과 AFP통신 등은 푸틴 대통령이 3일(이하 현지시간)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관련 일정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주요 정부 기관이 모인 울란바토르 수흐바타르 광장에서 후렐수흐 대통령과 악수하고, 칭기즈칸 동상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두 대통령은 이후 정상회담을 위해 나란히 정부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원래 몽골은 ICC 가입 조약인 로마 규정에 서명해 ICC가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해야 했다. 앞서 ICC는 작년 3월 푸틴 대통령에 우크라이나 어린이 불법 이주 등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그러나 후렐수흐 대통령은 오히려 레드카펫을 깔아주면서 푸틴 대통령을 환대했다. 체포영장 발부 이후 푸틴 대통령이 방문한 ICC 가입국은 이번 몽골이 처음이다. 이는 첫 몽골인 ICC 재판관이 나온 지 불과 6개월 만이기도 하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몽골에 도착하기 전 브리핑에서 몽골이 ICC 사법권을 인정하는 문제가 이번 정상 회담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에 대한 ICC 체포 영장 문제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한 반응을 드러낸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일정에 정통한 소식통 두 명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몽골 방문에 앞서 불체포를 확약받았다고 보도했다. 반면 푸틴 대통령 몽골 방문에 앞서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몽골에 푸틴 대통령 체포를 촉구했다. 유럽연합(EU)도 몽골 체포 의무 불이행을 우려했다. 울란바토르 주재 미국 대사관 대변인도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침략을 홍보할 수 있는 발판이 제공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국제법 전문가인 타마스 호프만은 “ICC는 몽골을 협조 의무 위반 혐의로 기소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ICC 규정 위반국에 제재와 같은 심각한 처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ICC 회원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제노사이드 혐의로 ICC 체포영장이 발부된 오마르 알-바시르 전 수단 대통령이 2015년 남아공을 방문했을 때 국제사회 요구에도 불구하고 체포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시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넘어갔다. 특히 유럽 크기 절반 면적에 인구는 340만명에 불과한 몽골에게 러시아는 중국 외에 국경을 접한 또 하나의 나라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후 “(양국과) 가장 관련성 있는 국제·지역 이슈들에 관해 견해를 공유했고 많은 양자 합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회담에서 양국 무역·투자 증진에 관심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올해 1∼7월 양국 무역액이 21% 이상 늘었고 결제는 대부분 달러·유로화가 아닌 통화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몽골과 유라시아경제연합(EAEU·러시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키르기스스탄이 참여하는 다자기구) 간 무역 협정 체결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자국 전문가들이 러시아와 몽골, 중국을 연결하는 1000㎞가량 가스관 프로젝트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러시아 가스의 몽골 경유뿐만 아니라 몽골 소비자에게 이 가스가 공급될 가능성이 고려되고 있고 가장 현대적이고 안전한 러시아 기술에 기반한 평화로운 원자력 분야 공동 프로젝트에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달 22∼24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리는 중국·러시아 주도의 신흥 경제국 연합체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후렐수흐 대통령을 초청하기도 했다. 후렐수흐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 방문에 감사를 표한 뒤 “영원한 이웃(러시아)이 전 세계 인류 평화·안보·지속가능한 발전·복지를 확립하는 선구자가 될 것"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그러면서 “전 세계 신뢰·상호 존중·협력을 구축하는 데 귀중한 공헌을 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화답했다. 몽골은 에너지 연료를 러시아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러시아는 몽골을 거쳐 중국으로 이어지는 가스관 '시베리아의 힘 2'를 구축할 목표를 세웠다. 안효건 기자 hg3to8@ekn.kr

골드만의 돌변 “구리 가격 크게 안오른다…금값 주목해야”

'구리값 강세론'으로 유명한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내년 구리 가격 전망치를 돌연 하향 조정했다. 세계 최대 원자재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저조하다는 이유에서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의 사만다 다트와 단 스트류벤 등 애널리스트들은 이날 투자노트를 통해 “점점 더 실망스러운 중국의 경제 회복으로 예상됐던 구리 가격의 상승 랠리가 지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기대했던 구리 재고의 급감은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늦게 이루어질 것"이라며 내년 구리값 전망치를 톤당 1만100달러로 종전 전망치보다 무려 5000달러 가까이 낮췄다. 또 올 연말에 도달될 것으로 예상했던 전망치인 1만2000달러는 2025년 이후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날 런던금속거래소에서 구리 현물 가격은 톤당 903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연초까지만 해도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월가 IB들 사이에선 구리 가격이 승승장구할 것이란 핑크빛 전망이 가득 차 있었다. 지난 1월 골드만삭스는 “2025년에 구리 가격이 1만5000달러로 재평가될 것이란 우리의 확신이 더 커졌다"고 주장한 바 있다. 씨티그룹도 지난 5월 “향후 12~18개월에 걸쳐 구리 가격이 톤당 1만2000달러, 혹은 1만5000달러까지 오르는 경로에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중국의 경기 둔화로 구리를 비롯한 원자재 재고가 계속 쌓이자 골드만삭스의 견해가 바뀌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부동산 침체 장기화와 제조 및 수출이 역풍에 직면하자 중국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5% 안팎' 달성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골드만삭스는 “예상보다 부진한 원자재 수요와 중국의 경제 전망에 대한 하방 리스크로 인해 원자재에 대한 우리의 관점도 선별적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 알루미늄 가격전망치를 기존 톤당 2850달러에서 2540달러로 낮췄고 철광석과 니켈에 대해서도 약세론을 유지했다. 그러면서 금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가격이 오를 것이란 확신이 가장 강한 원자재는 바로 금"이라며 국제금값이 내년 초 온스당 2700달러를 찍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와 중앙은행들의 수요로 금 시장에 자금이 계속 유입될 것이란 설명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2527.60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해리스·트럼프 美 노동절 맞아 표심 구애…“반노조” vs “모두 고통받아”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의 노동절인 2일(현지시간) 앞다퉈 노동자 표심 공략에 집중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에 속하는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유세에서 노동조합이 미국의 발전과 중산층 확대에 기여했다면서 “노조가 강해야 미국이 강하다"고 밝혔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초과근무 수당 지급을 막고,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고, 노동자 권익을 보호하는 연방기구인 노동관계위원회(NLRB)에 노조 파괴자를 임명했다고 비판하고서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는 모든 노동자가 조직할 자유가 있는 미래를 위해 싸운다"며 “내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는 '프로법'을 통과시키고 노조 파괴를 영원히 끝낼 것"이라고 밝혔다. 프로법(PRO Act)은 노조 활동을 방해하는 고용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 노동자의 노조 설립을 더 원활하게 만드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미시간에 이어 미국 철강산업의 중심인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유세했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계획에 반대를 천명하면서 US스틸이 미국 기업으로 계속 남아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US스틸은 1901년 피츠버그에서 설립돼 미국이 경제·군사 면에서 세계 초강대국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 한 상징성 있는 제조업체다. 먼저 연설한 바이든 대통령이 “US스틸은 미국 회사로 남아있어야 한다"고 말하자, 해리스 부통령은 “US스틸은 미국인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기업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에 완전히 동의한다"고 가세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지난 1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대해 “우리는 (1기 재임기간에) 철강산업을 살려냈는데, US스틸이 일본에 팔린다니 끔찍한 이야기"라면서 “즉각 저지할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또한 이 자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주 5일 노동', 급여 인상, 안전한 직장 환경 등 미국 근로자들이 누리는 것들과 관련해 “노조에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 억만장자와 대기업 감세, 저소득층 의료보험 혜택을 포함한 사회보장제도 감축 등에 나설 것이라면서 “우리는 뒤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이 방문한 미시간과 펜실베이니아는 위스콘신주와 함께 대선 승패를 결정할 핵심 경합주로 꼽히며 노동조합에 소속된 유권자들이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원래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으나 2016년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3개 주를 가져간 덕분에 대선에서 승리했고, 2020년 대선 때는 친(親)노조 성향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전부 되찾아왔다. 민주당전국위원회(DNC)는 이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주에서 “트럼프는 반(反)노조 구사대(스캡·scab)"라고 비판하는 광고판을 설치했다. 스캡(scab)은 회사가 파업 중인 조합원을 대체하기 위해 고용한 비조합원 노동자를 뜻하며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날 유세 일정이 없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신이 재임 중에 공정한 무역 협상을 하고 노동자 지원 정책을 펼쳤다면서 노동자 표심을 공략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내 첫 임기 때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큰 성공을 이뤘다"면서 “내가 백악관으로 복귀하면 모든 노동자와 기업이 번영하고 아메리칸드림을 이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자신의 첫 임기 때 성과와 관련, “우리는 자유롭고 공정한 협상을 하고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을 통과시키고 기업과 노동자에게 번영을 위한 도구를 제공했다"면서 “우리는 직업 훈련 및 교육에도 많은 투자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 경쟁자인 해리스 부통령을 거론하며 “우리는 노동자 덕분에 경제 강국이 됐으나 카멀라와 바이든은 모든 것을 후퇴(undone)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카멀라 해리스 동지 아래 모든 미국인은 이번 (노동절) 연휴 기간에 높은 기름값, 교통비 상승, 식료품 가격 폭등으로 고통받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런 나약하고 실패한 리더십 아래 계속 살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상황 심각” 폭스바겐 공장폐쇄…유럽 車업계로 불똥튀나

유럽 최대 자동차업체인 독일 폭스바겐이 87년 역사상 처음으로 독일 내 공장 폐쇄를 추진한다. 유럽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2일(현지시간) 노사협의회에서 “자동차 산업이 몹시 어렵고 심각한 상황에 있다"며 독일 내 공장 폐쇄와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다. 최소한 완성차 공장과 부품 공장을 각각 1곳씩 폐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폭스바겐은 독일에만 볼프스부르크·브라운슈바이크·잘츠기터 등 6곳에 공장을 두고 있다. 폭스바겐 그룹 산하 브랜드 아우디는 지난 7월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Q8 e트론 생산을 중단하고 이 모델을 만드는 벨기에 브뤼셀 공장을 폐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1939년 폭스바겐 설립 이래 독일 내 공장을 닫은 적은 없다. 경영진은 1994년부터 유지해온 고용안정 협약도 종료하겠다며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현지 매체 슈피겔은 공장폐쇄와 구조조정으로 일자리 약 2만개가 사라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독일 내 폭스바겐 직원은 약 10만명이다. 노조는 강하게 반발하며 투쟁을 예고했다. 폭스바겐의 이같은 계획은 수년 동안 과잉생산과 경쟁력 저하를 무시한 데 따른 결과라며 유럽 자동차 업계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씨티그룹의 해럴드 핸드릭세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폭스바겐은 현재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깨닫고 있다"며 “우리는 현재 매우 어려운 지정학적 세계에 살고 있는데 유럽은 이러한 싸움에서 승리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유럽 자동차 업계는 미국과 달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내연기관 공장을 계속 유지해왔다. 저스트 오토 집계에 따르면 현재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수익성이 안 나오는 공장을 30개 넘게 운영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볼프스부르크 공장도 여기에 해당된다. 그러나 유럽 제조업체들의 자동차 판매는 아직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보다 5분의 1 가까이 적은 수준이다. 여기에 독일과 스웨덴을 비롯한 여러 국가들이 전기차 인센티브를 줄이거나 없애자 유럽은 전기차 전환이 가장 느린 지역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 테슬라는 물론 비야디(BYD)와 폭스바겐의 중국 파트너인 상하이자동차 소유의 MG 등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들도 유럽 시장에 진출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르노를 모두 합친 것보다 세 배 이상 많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까지 합쳐도 테슬라가 두 배 이상 크다. 유럽 자동차 업계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는 징후도 조금씩 늘고 있다. 2021년 이탈리아의 피아트와 프랑스의 PSA 푸조 시트로엥의 합병으로 탄생한 크라이슬러 모기업 스텔란티스는 올 상반기 순이익이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전기차 피아트 500 등의 수요 감소가 주원인이다. 스텔란티스 이탈리아 공장의 올 상반기 자동차 생산량은 전년 동기대비 36% 급감했다. 이에 따라 폭스바겐의 공장 폐쇄가 유럽 자동차 업계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전기차 경쟁을 이어가기 위한 막대한 투자 자금, 저렴한 러시아 에너지 공급중단, 중국에서의 판매 부진 등으로 유럽 업계가 내연기관차 공장을 유지하는 시대가 끝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평가했다. 유니언 인베스트먼트의 모리츠 크로넨버거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폭스바겐의 비용절감 계획과 관련해 “불행하게도 지난 몇 년 동안 많은 기회를 놓친 결과"라고 꼬집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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