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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AI 광고야”…GD 앞세운 뤼튼, 소비자 心 잡았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뤼튼테크놀로지스가 가수 지드래곤(GD)을 전면에 내세운 광고 캠페인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눈길을 잡고 있다. 영상 자체가 주목받는 수준을 넘어 MZ세대 사용자 비중이 증가하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29일 데이터 테크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공개한 'TV 광고 노출 및 앱 데이터' 리포트에 따르면 뤼튼은 지난달 3주차 기준 전국 브랜드 광고 노출 1억3202만건을 기록, 3위에 올랐다. 이는 삼성전자 초슬림 스마트폰 갤럭시S25 엣지(1억1140만회), 판시딜(1억812만회), 카스(1억205만회)보다도 높은 수치다. 광고 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신규 설치도 증가했다. 뤼튼의 신규 설치 건수는 TV 광고 시작 전이던 6월 2주차엔 4위를 달렸다. 광고 캠페인이 시작된 6월 3주차엔 3위, 4주차엔 2위를 기록하며 오픈AI의 챗GPT를 제외한 모든 생성형 AI 서비스를 따돌렸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지난달 3주차 기준 앱 신규 설치자 중 52.3%는 10대·20대로 집계됐다. 10대가 31.2%, 20대가 21.2%로 가장 높았다. 이어 △40대 20.3% △30대 17% △50대 이상 10.4% 순으로 나타났다. GD를 모델로 내세운 TV 광고 효과가 MZ세대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앱 설치로 이어진 것이란 분석이다. 뤼튼은 올해 4월 출시한 AI 캐릭터 채팅 서비스 '크랙'을 앞세워 성장 속도를 높이고 있다.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1000만명대 이상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글로벌 진출 영역을 넓히기 위해 다국어 지원 강화와 로컬라이제이션(초현지화) 서비스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뤼튼은 앱 이용자 수를 지속 확보하는 추세다. 앱·결제 데이터 분석 솔루션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달 뤼튼 MAU는 245만명으로 3위를 차지했다. 퍼플렉시티(171만명), 에이닷(138만명)이 뒤를 이었다. 이 기간 MAU 1위는 챗GPT(1844만명) 2위는 제타(304만명)로 나타났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대통령 공약인데···美 통상 압박에 ‘망 사용료 논의’ 물거품 되나

인공지능(AI) 수요 증가로 데이터 사용량(트래픽)이 상승하고 있지만 글로벌 빅테크 대상 '망(네트워크) 사용료' 논의는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다음달 1일로 예고된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시점을 앞두고 망 사용료 납부 논의가 재점화하는 가운데 양국의 협상 과정에서 뇌관으로 작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2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구글·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의 망(네트워크) 사용료 납부를 의무화하기 위해 발의된 망 무임승차 방지 관련 법안 3건이 계류 중이다. 이들 법안은 구글·넷플릭스 등 글로벌 빅테크와 국내 통신사 간 불공정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망 사용료는 콘텐츠 사업자(CP)가 국내 인터넷망을 이용한 대가로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에 지불하는 비용이다. 글로벌 빅테크의 경우, 네이버 등 국내 CP와 달리 분담 의무를 거부해 왔다. 망 중립성 원칙을 근거로 들어 망 이용에 대한 무상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관련 통신업계에선 그동안 CP와 ISP 간 협상력 차이에 의해 역차별 구조가 형성됐다고 지적해 왔다. 글로벌 CP가 국내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며 트래픽 급증을 부추기고 있지만 인프라 구축 비용은 국내 ISP가 부담한다는 점에서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3년 주요사업자 일평균 국내 트래픽 비중에 따르면 구글·넷플릭스·메타 등 빅테크 3사의 국내 트래픽 비중은 42.6%를 차지했다. 구글 30.6%, 넷플릭스 6.9%, 메타 5.1% 순이다. 국내 CP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국내 트래픽 비중은 2.9%, 1.1%에 불과했다. 이재명 대통령 또한 이 점을 주목해 '망 이용계약 제도화'를 공약으로 제시했고, 현재 국정기획위원회가 관련 법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망 사용료는 한미 통상협상 과정에서 논의해야 할 부분"이라며 “한국 입장에서는 받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미국의 통상 압박이 거세지며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미국 행정부는 법안 제정 움직임을 '디지털 무역 장벽'으로 규정, “자국 기업을 겨냥한 차별적 규제"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31일 한미 통상협상 테이블에 망 사용료 납부 이슈가 오를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이번 협상은 미국의 관세 부과 유예 시한 하루 전에 진행돼 사실상 최종 담판이 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업계 안팎에선 망 무임승차 현상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국내 ISP의 비용 부담이 커짐과 동시에 네트워크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ISP가 회수할 수 있는 네트워크 투자 비용이 제한적이어서, 서비스 품질 유지 및 용량 개선 등에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정한 망 이용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망 중립성은 트래픽 내용·유형에 관계 없이 속도 등을 차별하지 않는 개념으로, 망 사용료 지불과는 별개의 사안"이라며 “FTA에서 규정하는 망 유상성은 국내외 사업자에 차별 적용되지 않으며, 네트워크를 쓰는 만큼 똑같이 대가를 내라는 의미"라고 짚었다. 이날 신 교수는 유럽연합(EU)의 개인정보보호법(GDPR) 도입 사례를 제시하며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일반 원칙과 도덕적 정당성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망 무임승차 방지법은 자국 디지털 시장 상황과 요구에 맞춰 독자적 규제 체계를 형성하는 과정이라는 취지다. 이에 따라 다른 국가의 압력에 의해 영향을 받거나, 협상 카드로 사용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일부 CP들이 네트워크를 마치 공유지처럼 보고 있지만, 소비자와 다른 기업들이 돈을 내고 유지하는 네트워크는 공유지가 아니다"라며 “현재 계류된 법안들이 통과되면 트래픽 유발 주체 간 협상력 비대칭이 조정되고, ISP의 망 품질과 5·6세대 이동통신(5G·6G) 고도화, AI 인프라 투자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명 성균관대 교수 또한 “망 사용료는 실제 트래픽을 이용한 만큼 대가를 지불한다는 사업자 간 계약상의 문제"라며 “글로벌 CP는 국내 ISP가 이용자 권익을 침해한다는 프레임을 형성하면서 대가 지불의 정당성 논의를 희석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글로벌 논의 동향을 살펴보며 법적 실효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전혜선 방통위 이용자정책총괄과장은 “지난 2019년 망 이용대가 가이드라인을 제정했지만, 법적 강제성이 없어 실태점검 과정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실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 관련 부처와 협력해 대처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통신업계 AI ‘합종연횡’ 가속…경쟁력 강화 박차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외 유수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자체 기술 개발과 함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모양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게임사 크래프톤과 공동으로 7B(70억개 파라미터) 규모의 추론 특화 언어모델 3종을 공개했다. 이 모델은 수학 문제 해결과 코드 개발에 특화된 소형 언어모델로, 고난도의 논리 추론이 요구되는 게임 분야까지 활용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특히 크래프톤이 자체 개발한 '오답 복기 학습 기법'이 적용돼 주목받는다. 이 기법은 모델이 틀린 문제의 정답을 찾아 오답과 비교 학습하도록 설계됐으며, 이를 통해 추론 정확도와 효율성을 동시에 향상시켰다. 수학 추론 벤치마크(AIME 25)에서도 뚜렷한 성능 향상이 확인됐다. 양사는 역할을 분담해 공동 개발을 진행했다. SK텔레콤은 모델 학습을 위한 데이터 검증과 인프라 구축을, 크래프톤은 학습 기법 개선을 맡아 품질 고도화에 집중했다. 업계는 이번 협업을 통해 도메인 특화 언어모델 개발 역량이 입증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양사는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프로젝트'에도 도전장을 냈다. 크래프톤이 SKT가 주관하는 컨소시엄에 합류한 형태다. 지난 25일 발표된 1차 서류 통과 명단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네이버 컨소시엄과 함께 이번 사업에 선정될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SKT가 'AI 파트너'로 크래프톤을 낙점한 이유로는 회사 핵심 기술 'AI 협력 캐릭터(CPC)'에 꽂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CPC는 게임 특화 온디바이스 sLM을 탑재해 이용자와 소통하며 협력 플레이를 펼치는 기능이다. 게임 상황에 맞춰 전략을 세우며 플레이 스타일을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게임 몰입감을 극대화하고, 개인화된 경험을 선사한다. 양사는 이를 토대로 영상 등 멀티모달 AI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측된다. SKT가 자체 개발한 언어모델 '에이닷 엑스'에 크래프톤의 멀티모달 기술을 활용해 게임 특화 AI 모델을 개발하는 형태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LG유플러스는 글로벌 AI 선두주자인 오픈AI와 손잡고 '에이전틱 AI' 기반의 AI 콘택트센터(AICC) 구축에 나섰다. 이를 위해 양사는 최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에이전틱 AI는 스스로 계획을 수립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동형 AI로, 단순한 질의응답을 넘어 복잡한 고객 요청도 처리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다. LG유플러스는 오픈AI의 기술을 바탕으로 일반 상담부터 고난도 전문 상담까지 가능한 AI 상담 에이전트를 개발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AICC는 기업 고객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업계는 일찍부터 다양한 형태로 AI 관련 '동맹'을 구축해왔다. SK텔레콤의 경우 이와 함께 글로벌 AI 스타트업과의 협력에도 적극적이다. 지난 3월 앤트로픽, 퍼플렉시티, 트웰브랩스 등 유망 기업에 이어 투게더AI에 추가 투자했다. 이를 통해 개인 AI 에이전트 '에스터'의 기술 고도화는 물론, 북미 시장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KT도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력을 강화하며 AI 분야 전방위 협업을 추진 중이다. 국내 통신사들이 이처럼 다양한 기업들과 '합종연횡'에 나서 것은 AI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생성형 AI가 글로벌 ICT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만큼, 자체 개발만으로는 속도나 규모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AI는 더 이상 부가 서비스가 아닌 사업의 핵심이 되고 있다"며 “기술 내재화는 물론, 글로벌 기업들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빠르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윤호·이태민 기자 kyh81@ekn.kr

넷플릭스 질주 맞선 토종 OTT…‘제휴·콘텐츠’로 반격 승부수

티빙, 쿠팡플레이, 웨이브 등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이 넷플릭스 독주에 맞서 반등의 실마리를 찾고 있다. 다양한 업체와 제휴를 확대하고 콘텐츠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며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27일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올해 상반기 국내 OTT 시장에서 구독률 54%를 기록,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하반기 대비 9%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단일 플랫폼이 구독률 50%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기간 티빙은 구독률이 6%포인트 하락했다. 쿠팡플레이와 웨이브는 보합세를 보이면서 넷플릭스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주 이용률(가장 자주 보는 OTT)에서도 넷플릭스는 반년 새 8%포인트 상승해 37%를 기록, 쿠팡플레이와 티빙(각각 7%)을 5배 이상 앞질렀다. 이는 플랫폼에 대한 이용자 충성도 역시 넷플릭스가 압도적이라는 점을 방증한다. 네이버와 제휴 효과가 나타마녀서 넷플릭스가 독주 체제를 굳힌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 이용자의 27%는 네이버와 손잡고 선보인 광고형 요금제 '네넷 제휴' 프로모션을 통해 콘텐츠를 이용 중이다. 해당 상품은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가입 시 넷플릭스 광고형 요금제를 무료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접근성과 가격 부담을 동시에 낮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컨슈머인사이트는 “넷플릭스가 올 상반기 혼자 급상승하며 독주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당분간 경쟁 OTT들의 추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시장 흐름 속에서 국내 OTT 3사는 위기 돌파를 위한 차별화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티빙은 최근 SK텔레콤과 제휴 구독 상품 'T우주 티빙'을 출시했다. 이 상품을 통해 SK텔레콤의 구독 플랫폼 'T우주'에 입점, 다양한 요금제와 혜택을 제공하며 콘텐츠 접근성을 강화했다. 앞서 배달의민족과의 협업에 이어 SK텔레콤과의 전략적 제휴로 제휴 라인업을 본격 확대해 나가는 모양새다. 이는 넷플릭스의 네이버 제휴 전략을 벤치마킹해 자사 경쟁력을 높이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티빙 관계자는 “앞으로도 이용자 중심의 전략적 협업을 지속 확대해 티빙만의 차별화된 콘텐츠 경험을 더 넓은 고객층에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웨이브는 '검증된 명작' 콘텐츠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는 9월까지 OCN의 오리지널 시리즈 45편을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인데, '라이프 온 마스', '보이스', '나쁜 녀석들' 등 마니아층을 형성한 인기작들이 포함돼 있다. 이미 흥행이 입증된 콘텐츠를 통해 이용자 만족도를 높이고, 플랫폼의 브랜드 신뢰도도 함께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또 MZ세대를 겨냥한 숏폼 콘텐츠와 웹예능 강화에도 나서며 세대별 수요 맞춤형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쿠팡플레이는 스포츠 부문을 핵심 승부처로 삼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오는 3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팀 K리그와 프리미어리그의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맞붙는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1차전을 시작으로, 8월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토트넘 홋스퍼와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2차전이 예정돼 있다. 업계는 해외 축구팀의 내한 경기 중계라는 차별화된 스포츠 콘텐츠가 팬심을 자극하고, 플랫폼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도 쿠팡플레이는 프리미어리그(PL), 미국프로농구(NBA) 등 굵직한 스포츠 리그의 중계를 통해 스포츠 팬층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쿠팡플레이 관계자는 “프리미엄 스포츠 중계 등 차별화된 콘텐츠로 더욱 몰입감 있는 시청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스토리텔링에 꽂힌 네오위즈, 인디게임 시장 흔든다

글로벌 인디게임 시장이 최근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네오위즈가 '이야기의 힘'을 강조하며 내러티브 중심 인디게임의 발굴·지원에 나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인디게임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보고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네오위즈가 인디게임에 집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창의적인 스토리텔링의 시장성 때문이다. 인디게임이 창작자의 개성과 창의력이 자유롭게 구현될 수 있는 장르로, 과감한 시도를 통해 단순한 흥행을 넘어 지속가능한 IP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비디오게임 전문 시장조사기관 VGI(Video Game Insights)의 인디게임 마켓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인디게임 시장은 지난해 9월 기준 순수익 약 49억달러(6조 8000억원 상당)로 급성장했다. 이는 지난해 27억달러(3조7000억원)보다 약 2배 늘어난 규모다. 이미 인디게임 '산나비'와 '스컬'의 글로벌 성공 사례를 보여준 네오위즈는 '인디게임 공모전'을 통해 색다른 인디게임을 발굴할 수 있는 효과적인 채널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네오위즈는 지난 3월부터 내러티브 특화 인디게임 공모전 '네오위즈 퀘스트'를 운영 중이다. 글로벌 인디게임 시장에서 세계관, 스토리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야기 중심의 게임 개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총상금 1억 6500만원 규모, 1년여에 걸친 모집 등 스토리 중심 게임의 가치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네오위즈 관계자는 “트리플AAA 게임이든, 인디게임이든 본질은 결국 '좋은 이야기'에 있다"며 “한국의 창의적인 인디 개발자들이 만드는 감동적인 스토리가 전 세계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든든한 지원자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네오위즈의 인디게임 철학은 올해 출시 예정인 신작들에도 반영돼 있다. '안녕서울: 이태원편'과 '셰이프 오브 드림즈', '킬 더 섀도우'가 대표작으로 꼽힌다. 스팀 데모 버전을 통해 공개된 퍼즐 플랫포머 PC 게임 '안녕서울: 이태원편'은 종말까지 6개월 남은 서울 이태원에서 20대 주인공 '서라연'이 겪는 탈출기를 다룬다.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2024'에서 일반부문 '대상'과 '아트'를 수상하며 국내 이용자들에게 한차례 인정받았다. 출시 전부터 팬덤이 쌓인 덕분에 지난 4월 진행한 '텀블벅' 펀딩에서는 목표대비 1000%를 초과 달성하며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셰이프 오브 드림즈'는 MOBA(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 캐릭터별 역할 수행으로 상대방을 공략하는 실시간 전략 전투 게임) 시스템에 로그라이크 액션 장르를 결합한 게임이다. 지난해 11월 스팀에서 정식 빌드의 초반부를 경험해볼 수 있는 프롤로그 버전을 공개한지 두 달 만에 '압도적 긍정적' 리뷰와 함께 30만 명 넘게 플레이했다. 중국 인디 게임 개발사 섀도우라이트가 개발 중인 신작 '킬 더 섀도우(Kill the Shadow)'도 주목할 만하다. 이용자에게 각기 다른 사건들을 연결해 전체 스토리를 조합해 나가는 과정을 경험하게 해 추리 기반의 내러티브 전개를 통한 높은 몰입감을 제공한다. 지난 2024년 7월 스팀을 통해 공개된 게임의 데모 버전은 탄탄한 스토리와 인상적인 추리 시스템, 시각적인 신선함 등 이용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이밖에 2023년 출시된 '산나비'는 감동적인 스토리로 사랑받았으며, 텀블벅 굿즈 펀딩에서 14억 원 이상을 모금하며 팬덤 형성의 잠재력을 보여줬다. 네오위즈는 올해 연말 출시 예정인 '안녕서울: 이태원편', '셰이프 오브 드림즈', '킬 더 섀도우' 인디게임 3종을 앞세워 해외 전시회에 참여해 글로벌 이용자와 접점을 넓혀나가고 있다. 지난 6월 중국 오프라인 게임 행사 '지 퓨전 게임 페스트 2025', 이달 18~20일 일본 '비트서밋 2025'에 이어 오는 26~27일 중국 상하이 '코어블레이저 게임 페스트 2025(CGF 2025)'에 참가한다. 네오위즈는 이처럼 다양한 해외 전시 참여를 통해 자사의 인디게임 포트폴리오를 전 세계 게이머들에게 소개하고, 현장 관람객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게임의 완성도를 높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LG U+, IPTV 리모컨 원격진단 서비스 첫 도입

LG유플러스는 통신사 최초로 고객센터에서 각 가정 내 IPTV 리모컨을 원격으로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상담에 활용한다고 24일 밝혔다. 오는 31일부터 도입되는 이번 시스템은 경우에 따라 3일가량 소요되던 조치를 즉시 완료해 고객 편의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LG유플러스의 원격진단 시스템이 도입되면 고객센터 상담사는 원격으로 리모컨의 연결 상태(페어링), 버튼입력, 배터리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고객이 번거롭게 상황과 증상을 설명해야 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상담사가 직접 문제의 원인을 확인할 수 있어 고객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연결 상태 불량 혹은 애플리케이션의 예상치 못한 오류로 인해 리모컨이 작동하지 않는 경우, 고객의 설명에만 의존하면 리모컨의 고장으로 오인할 수 있었다. 이 경우 택배를 이용한 리모컨 교체가 진행되며, 반납 및 수령과 작동 확인까지 평균 약 3일이 소요됐다. 반면 새롭게 도입한 원격진단 시스템을 이용하면 연결 상태 불량을 즉시 확인하고, 셋톱박스를 재부팅해 신속한 해결이 가능하다. 리모컨 분실 고객을 위한 '리모컨 찾기' 서비스도 제공한다. 해당 기능은 셋톱박스를 직접 조작해 사용할 수 있지만 이를 어려워하는 고령층 고객이나 TV 뒤에 숨어있어 손이 닿지 않는 고객들을 위해 마련됐다. 상담사에게 리모컨 찾기를 요청하면 기존과 동일하게 리모컨에서 소리가 울려 쉽게 찾을 수 있는 방식이다. 이밖에도 LG유플러스는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셋톱박스 블루투스 재가동', '리모컨 펌웨어 업그레이드' 등도 원격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적용했다. 향후 LG유플러스는 고객의 사용패턴을 분석해 리모컨, 셋톱박스를 포함한 IPTV 전반에 대한 설정을 맞춤형으로 원격조정해주는 서비스도 개발할 계획이다. 김진만 LG유플러스 고객경험품질혁신담당은 “고객의 설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기존 상담에서 벗어나 더욱 빠르게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도록 이번 시스템을 도입했다"며 “앞으로도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들을 지속 발굴해 IPTV 고객의 사용경혐을 혁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집토끼 잡고 최악 피했지만…‘SKT 불안’ 진행형

사상 초유의 개인정보 해킹 사고 이후 SK텔레콤의 가입자 이탈 추세가 진정되면서 '수성 모드'에 나선 모습이다. 그러나 SKT를 둘러싼 불확실성 요소가 적지 않아 업계 안팎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24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 4월 22일부터 이달 14일까지 SKT에서 다른 통신사로 떠난 가입자 수는 약 83만5214명으로 집계됐다. 알뜰폰 망 이용자를 포함한 전체(약 2480만명) 가입자 수의 약 3.3% 수준으로, 당초 예상보다 이탈 규모를 줄였다는 평가다. 가입자 이탈을 방어한 배경엔 SKT가 내놓은 고객 보상안과 가족 결합이 꼽힌다. SKT는 지난 4일 약 5000억원 규모의 '고객 감사 패키지'를 발표했다. 멤버십 혜택을 강화하고, 8월 통신요금을 50% 줄인 게 골자다. 가족 구성원의 총 가입연수에 따라 휴대폰 요금을 최대 30%까지 할인해주는 가족 결합 요금제 가입자가 많은 것도 한몫한다. 다른 통신사로 옮길 경우 혜택 범위가 축소될 수 있다는 판단에 상당수의 가입자가 잔류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하반기 전망은 안갯속이다. 시장점유율이 10년 만에 30%대로 하락한 가운데 고정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수익성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나증권은 올해 SKT의 연간 영업이익이 5000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유심정보 해킹 사고 이후 발생한 비용과 가입자 이탈에 따른 손실 또한 실적에 본격 반영될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은 1인당 평균매출(ARPU) 5만원을 가정해 가입자 순감에 따른 매출 감소 규모를 417억6070만원으로 잡았다. 해킹 사고 관련 비용 규모는 △유심 무상교체 비용 2000억원 △신규영업 중단에 따른 유통망 손실 보상액 200억원 △번호이동 위약금 656억원 △요금 감면 관련 비용 3592억원 등이 예상된다. 정부의 과징금 부과 여부도 중장기적 리스크로 남아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해킹 사고에 대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행위, 공정거래위원회는 통신 3사의 번호이동 담합 행위에 대한 행정처분을 담당한다. 앞서 공정위가 지난 8일 SKT에 대해 과징금 388억원 부과를 결정한 가운데, 개보위는 이번 해킹 사고에 대해 강력한 처벌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개보위가 SKT의 지난해 매출(17조원)의 3%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경우, 약 50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입자 보상안과 해킹 사고 관련 비용, 최대 규모 과징금, 부대비용 등을 모두 합산하면 실제 손실은 2조원대 이상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향후 신용등급 변동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통신 사업은 현금 창출력이 안정적인 만큼 회사채 시장에서 신뢰도가 높다. 다만 시장 점유율이 사업 성패를 판가름하는 구조인 만큼, 가입자 추가 이탈이 나타날 경우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 등 3대 신용평가사의 통신사 모니터링 요인은 △가입자 순증 추이 △수익성 변화 △현금 창출력 유지 여부로 전해진다. 이들은 가입자 증감 여부가 수익성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안팎에선 가입자 순위 자체가 크게 변동될 가능성은 낮다는 예측이 우세하다. 실제 주요 신용평가사 또한 이 점을 고려해 SKT의 신용등급을 'AAA'로 유지하고 있다. 최근 단통법 폐지로 가입자 유치전이 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SKT가 마케팅 경쟁을 주도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관련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김정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입자 이탈에 따른 무선서비스 매출액 감소는 불가피하다"면서 “훼손된 신뢰를 회복해 가입자를 다시 늘리고, 고객 정보 보호에 대한 투자와 노력을 강화하는 데 올해 비용 지출이 급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한국도 오픈소스 개방 경쟁…‘AI 헤게모니’ 춘추전국시대

국내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이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모델을 앞다퉈 공개하고 있다. 공통적으로 한국어 특화 성능과 독자 기술력을 전면에 내세운 점이 특징이다. 이용자 저변을 늘려 시장 경쟁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정부의 '소버린 AI' 전략과도 궤를 같이 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과 KT, LG,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을 오픈소스(개방형) 플랫폼에 잇따라 개방하고 있다. 오픈소스는 AI 모델의 소스코드(컴퓨터 소프트웨어의 설계도)를 공개해 누구나 무료로 사용·수정할 수 있어 자사 기술 보급 범위를 확장하는 데 유리하다. AI 모델 확산과 연계 서비스 개발을 촉진함으로써 국내 시장 선점을 위한 전초전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최근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설계한 경량화 추론 모델 '하이퍼클로바X 시드 14B 씽크'를 글로벌 오픈소스 플랫폼 '허깅페이스'에 배포했다. 앞서 공개한 추론 모델 '하이퍼클로바X 씽크'를 안정적·비용효율적으로 서비스에 접목할 수 있도록 경량화했다. 상용화된 해외 오픈소스 모델을 개조한 것이 아닌, 원천 기술을 토대로 추론 능력과 경량화 기술을 결합했다는 설명이다. 통신사 중에선 SK텔레콤과 KT가 한국어 특화 LLM '에이닷 엑스 4.0'·'믿:음 2.0'을 각각 개방하며 경쟁에 나섰다. SKT는 처리 효율과 성능을, KT는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와 자율성을 부각한 점이 눈길을 끈다. SKT는 한국어 문장을 입력했을 때 GPT-4o보다 A.X 4.0이 약 33%가량 높은 토큰 효율을 기록한 것을, KT는 한국어 AI 역량 평가 지표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 오픈소스 모델을 능가한 것을 강조했다. 이외에도 카카오는 최근 자체 AI '카나나 1.5' 기반 언어모델 4종을, 엔씨소프트의 자회사 엔씨AI는 '바르코 비전 2.0' 기반 AI 모델 시리즈 4종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이 중 카나나-1.5-8b-인스트럭트는 호랑이(Horang-i) 리더보드'에서 파라미터 80억개 이하의 모델 가운데 1위를 차지했고, '바르코 비전 2.0 14B'는 국내 멀티모달 모델 중 최초로 세계 최고 수준급(SOTA) 성능을 기록했다. 일부 모델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LG AI연구원이 올해 오픈소스로 공개한 △엑사원 딥(추론 특화) △엑사원 패스 2.0(병리 이미지 분석) △엑사원 4.0(언어 생성·추론 통합)은 최근 미국 비영리 AI 연구기관 에포크 AI의 '주목할 만한 AI 모델'에 선정됐다.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의 차세대 추론 AI 모델 '솔라 프로2'는 글로벌 AI 분석 기관 '아티피셜 애널리시스' 지능 지표에서 58점을 받으며 전체 12위에 올랐다. 정보기술(IT)업계 한 관계자는 “오픈소스를 통해 이용자를 많이 확보하면 수익을 올릴 수 있고, 국내 AI 생태계도 함께 확장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며 “특히 한국어 처리 성능을 부각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모습인데,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가 개발한 AI 모델의 경우 아직 관련 능력이 불완전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이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프로젝트' 참여 희망 사업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 사업은 정부가 약 2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국산 AI 기초모형(K-AI 모델) 개발을 본격적으로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모두의 AI' 전략과도 연계되는 만큼, 오픈소스 공개를 전제로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프로젝트의 평가 기준은 △기술력 및 개발경험(40점) △개발 목표 및 전략·기술(30점) △파급효과 및 기여계획(30점) 등이다. 독자적인 AI 기술력과 실전 경험을 입증하는 게 선정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오픈소스 개방 및 서비스 내역, 이용자 규모 등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서류 적합성 검토 및 서면·발표 평가를 거쳐 8월 초 5개 정예팀을 선정할 계획이다. AI업계 관계자는 “각 사가 보유한 AI 기술의 순위가 사실상 공식적으로 가려지는 사업이라는 인식이 강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정부가 공식적으로 지원까지 하는 만큼 시장 영향력을 판가름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현장] 보조금 족쇄 풀렸지만 “파격인하 느낌 없다”…고객들 머뭇

“10만원짜리 요금제를 6개월 이용하고서 원래 쓰던 요금제로 옮기면 휴대폰 값이 더 싸진다는데, 지난번에 왔을 때랑 가격 차이는 딱히 없는 것 같아. 가입 조건이 원래 그렇다는데, 뭘 알아야 말이지."(서울 마포구 휴대폰 대리점에서 만난 70대 고객 김창수씨) 통신사 간 과도한 지원금 경쟁을 막기 위해 지난 2014년 도입된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대한 법률)이 22일 사라졌다. 이에 따라 통신사의 지원금 공시 의무와 추가지원금 상한선이 없어지며 보조금 경쟁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통신사들은 공통지원금을 설정해 지원 규모를 책정하지만, 대리점·판매점은 이와 상관 없이 추가지원금을 자율로 설정할 수 있다. 이론상으로는 단말기 출고가를 전액 지급하는 '공짜폰'이나 출고가 이상의 지원금을 현금 형태로 돌려주는 '페이백'도 가능하다. 그동안 암암리에 불법보조금을 살포해 오던 '성지' 영업도 합법화된다. 그러나, 단통법 폐지 첫날부터 보조금 경쟁에 불이 붙지는 않았다. 통신사와 유통망 모두 선제적으로 지원 규모를 높게 책정하기보단 시장경쟁 상황을 살피는 눈치싸움이 펼쳐진 탓이다. 통신 3사는 이날 오전 갤럭시 Z폴드7·플립7에 최대 공통지원금을 각각 50만원, 60만원으로 책정했다. 폴드7은 사전예약 당시와 가격대가 동일했지만, 판매량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플립7의 경우 10만원가량 올렸다. 추가지원금 또한 공통지원금의 15%를 벗어나지 않았다. 단통법 폐지 초반부터 보조금을 대폭 지원하기보단 전체적인 경쟁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실제 이날 오전 서울 마포·용산·종로구 일대 휴대폰 판매점 약 10곳을 방문했으나, 단통법 폐지를 알리는 입간판이 부착된 매장은 2~3곳에 불과했다. 앞서 이달 초~중순 동안 통신 3사 간 가입자 유치전이 치열해지며 보조금을 대량 살포한 데 따라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용산구의 한 통신사 직영점 관계자는 “사전예약 기간 동안 10만원 요금제 가입 기준 Z플립7의 추가지원금은 30만~40만원가량 지급됐다"며 “공통지원금·기기반납 등 혜택을 더하면 무료로 구매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시리즈의 경우 사전예약 쪽에 힘을 더 많이 줬기 때문에 즉시개통에 대한 혜택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라며 “향후 위약금 부과 기준 등이 정비되면 추가지원금 규모가 변동될 순 있지만, 사전예약 당시 지급액보다는 적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추가지원금 지급 규모와 혜택 제공 방식 등은 방문한 매장별로 천차만별이었다. 갤럭시 Z플립7의 기기값은 20만~30만원대 선에서 형성됐으며, 일부 매장에선 10만원 아래로 내려가거나 차액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장면이 포착됐다. 갤럭시 S25 시리즈에 대해선 20만~30만원 페이백을 제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모두 고가 요금제를 3~6개월 이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서울 종로구의 한 휴대폰 판매점주는 “오늘 통신사를 옮기고 플립7을 구매하면 기기값은 20만원만 내면 된다. 할인가는 실시간으로 변경돼 내일은 지금보다 가격대가 더 저렴해질지 예측이 어렵다"며 “가족 단위로 옮길 경우 1명당 상품권 20만원까지 지급할 수 있다. 이를 현금으로 받아 남은 기기값에 적용해 비용을 청산하는 방법도 있다"고 귀띔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선 현장에선 법안 폐지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서울 종로구의 통신사 대리점에서 만난 30대 고객 문규리씨는 “10년 사이 단말기 가격이 많이 인상돼선지 최신 휴대폰 기기값이 파격적으로 내려갔다는 느낌이 들진 않았다"며 “매장 3~4곳을 돌아다니며 가격을 분석하고 있는데 크게 차이는 없어서 좀 더 지켜보고 휴대폰을 구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선 단기적으로는 보조금 경쟁이 과열될 수 있지만, 통신사들의 마케팅 예산 한계와 신사업 투자 기조를 감안할 때 장기적으로는 경쟁 수위가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단통법이 폐지됐다고 해도 정부 부처의 상시 모니터링, 과징금 부과 등 사후 규제가 유지되고 있는 만큼 마케팅 경쟁이 과열될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통신사들도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관리하고 있어 무작정 마케팅 비용을 늘리긴 어려운 구조"라고 분석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출구 없는 유료방송 “정책 개입 규제완화 시급”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SO) 산업이 구조적 붕괴 위기에 놓였다는 진단이 나왔다. 수익성이 지속 악화하는 가운데 규제 불균형으로 비용 통제조차 불가능한 상황에 빠졌다는 것이다. 업계 안팎에선 정부의 정책 개입을 통한 규제 완화와 산업 구조 개혁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정책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수신료와 홈쇼핑 송출수수료, 광고 등 매출은 해마다 감소한 반면, 콘텐츠 사용료·재송신료와 같은 필수 지출은 크게 늘며 수익성 한계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가입자 수가 급감하며 유료방송사업자 간 협상력 차이가 극명해진 가운데 SO 사업자의 경우 실적 부진이 이어지며 협상력을 사실상 상실한 탓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산업 실태조사'와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자료집'을 종합하면, SO 가입자 수는 2015년 1400만명대에서 2024년 1227만3100명으로 130만명가량 줄었다. 시장점유율의 경우 전체 유료방송 시장의 34.12%를 차지했다. 이 기간 SO 산업의 총 영업익은 4367억원에서 149억원으로 96% 넘게 급감했다. 전국 90개 SO 중 38곳은 영업적자를, 52곳은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는 SO의 수익 기반이 크게 위축된 데 따른 것이다. 2015년 9386억원이었던 수신료 매출은 2024년 5719억원으로 약 39.1% 급감했다. 홈쇼핑 송출수수료와 광고 수익도 각각 8.1%, 22.8% 줄었다. 반면 지상파 재송신료는 2017년 대비 38.5% 급증하면서 전체 매출 대비 4.5% 수준까지 오른 상황이다.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 지급하는 콘텐츠 사용료는 전체 방송 프로그램 관련 비용의 80.4%를 차지했다. SO의 협상력이 지상파 대비 약화한 가운데, 일부 종합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의 협상력이 강해지면서 비용 통제가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방송통신 진흥을 지원하기 위해 징수하는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 분담금 제도 개선 또한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케이블TV의 매출 감소를 반영한 징수율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전체 영업익보다 더 많은 비용을 방발기금으로 납부하고 있는 탓이다. 방발기금 분담금은 지상파와 종편·보도PP는 방송광고 매출액이,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인터넷TV(IPTV) 등 플랫폼사업자는 방송사업 매출액이 기준으로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업황 및 수익성과 무관하게 기금이 부과되면서 영업익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납부하는 구조적 모순이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케이블TV업계 중 SO 사업자 전체가 납부한 방발기금은 약 250억원으로, 총 영업익의 168.4%에 달하는 수준이다. 영업적자를 기록한 38개 사업자들도 95억원을 납부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방송시장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경우, 해당 기금 납부 의무가 면제된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이날 발제에 나선 김용희 선문대 경영학과 교수는 “방발기금 납부 목적은 초과이윤을 사회적으로 회수하기 위함인데, SO의 경우 영업적자를 내도 방발기금을 납부해야 하는 구조"라며 “주로 대기업 계열사가 SO를 운영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되는데, 정작 대기업의 자본력·협상력 등을 통해 지원받을 수 있는 수단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동일 서비스-동일 규제' 원칙을 기반으로 한 '통합미디어법'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정책 개입을 통한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구체적으로 △방송통신발전기금 제도 개선 △재송신 제도 개혁 △홈쇼핑 송출수수료 대가산정 기준 마련 △콘텐츠 사용료 가이드라인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김 교수가 해법으로 제안한 3단계 정책 로드맵을 살펴보면, 올해(1단계) 최우선 과제로는 적자 SO를 대상으로 한 방발기금 감면을 꼽았다. 이와 함께 재송신료 동결, 유동성 지원, 홈쇼핑 규제 완화 등이 이뤄질 경우, 최소 8개 사업자의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2단계(2026~2027년)에는 방발기금 체계 개편, 콘텐츠 대가 가이드라인 마련, 편성 자율성 확대를 추진하고, 3단계(2028년 이후)에는 SO-OTT 융합, 차세대 방송 인프라 구축, 지역 미디어 허브 전환이 포함됐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뉴미디어 생태계로의 전환을 유도하고, 산업 전반의 수익성과 혁신 역량 회복을 꾀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 교수는 “대책 마련이 이어지지 않을 경우,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1개사 정도는 사업 지속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며 “사업이 부실한 다른 지역 SO들의 경우에도 더 이상 인수해줄 사업자가 없어 지역 미디어 소멸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SO는 IPTV의 경쟁자이자 지역 미디어의 인프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그간 규제로 인해 SO가 희생한 부분을 보상해줄 시점이 도래했다고 본다"며 “수익성 악화만의 문제로 볼 수 없는 만큼 정책적 개입의 시급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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