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SKT, 신규가입·번호이동 중단…위약금 면제에 대해선 “종합 검토 중”

SK텔레콤이 유심(USIM·가입자식별모듈) 수급이 안정될 때까지 신규 가입을 중단하고, 유심보호서비스 자동가입을 시행한다. 오는 14일부터 로밍 서비스와 유심보호서비스를 동시 이용할 수 있는 '2.0 버전'도 내놓는다. 이는 전날 내려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행정지도에 따른 조치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 지속 제기되는 '번호이동 시 위약금 면제' 여부에 대해선 유보적 입장을 견지했다. SK텔레콤은 2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SKT타워에서 열린 데일리 브리핑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고객 보호조치 방안을 발표했다. △신규가입 중단 △유심보호서비스 자동 가입 △유심 재고 추가 확보 △공항 유심 교체 지원 확대 △'유심보호서비스 2.0'을 통한 로밍 서비스와 병행 이용 등으로 요약된다. 먼저, 유심 대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5일부터 전국 2600여개 T월드 매장에서 신규가입 및 번호이동을 중단한다. 특단의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내방 고객의 유심 교체 업무에 집중한다. 유심 제조업체와도 생산 확대 및 공급 일정 단축을 위한 핫라인(Hot-line)을 구축한 상태며, 정기적으로 대면 미팅을 시행할 계획이다. SKT는 지난달 말까지 유심 100만개를 확보한 상태며, 이달과 다음달 각각 유심 500만개를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이같은 조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매장의 영업 손실은 사측이 보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판매점의 경우 이같은 조치로 인해 사실상 생업을 중단할 수 있는 상황임을 고려해 예외 적용키로 했다. 유영상 대표는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대면 확인·설명 절차 등 인당 처리 가능 속도를 감안하면 하루 동안 처리 가능한 유심 교체 수량은 20만~25만개"라며 “글로벌 칩셋 제조사에도 공급 일정 단축을 위한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확보된 유심은 주말·휴일에도 현장에 즉시 공급 중"이라고 설명했다. 유심보호서비스 자동 가입도 추진한다. 통상 특정 서비스를 자동 가입하기 위해선 법적으로 고객 동의가 필요하지만, 고령층·장애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자동 가입 대상은 사고 이후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유심을 교체하지 않은 이용자다. 이 중 75세 이상 노년층과 장애인 이용자를 우선 가입시킬 예정이다. 현재까지 1442만명의 고객이 서비스에 가입했으며, 남은 850만명의 고객에 대해선 오는 14일까지 하루 최대 120만명씩 순차 가입 처리할 계획이다. SKT 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업체들과도 협의를 거쳐 자동 가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오는 6일까지 인천공항·김포공항 내 로밍센터 좌석 수를 2배, 업무 처리 용량을 3배가량 확대 운영한다. 인천공항의 경우 2일부터 면세구역 내에도 11석을 추가로 신설해 고객의 편의를 돕는다. 또 본사 직원 100여명을 현장에 투입해 서비스 지원에 나선다. 로밍 서비스와 유심보호서비스를 병행할 수 있도록 '2.0 버전'을 오는 14일 시행한다. 이미 유심보호서비스에 가입돼 있을 경우, 별도 신청하지 않아도 자동 적용된다. 고객 정보보호 관련 데일리 브리핑도 시행한다. 이 자리에선 △유심 교체 및 예약 현황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자 수 △로밍 서비스 정보 등 통계치와 추가 보호조치를 안내하고, 전달 및 보도 과정에서 발생한 오해를 바로잡는 설명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유영상 대표는 “이번 사태 대응 과정을 지휘하며 모든 것을 고객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세심함이 부족했다는 반성을 했다"며 “미숙한 초동 대처로 안해 유심 대란과 같은 고객 불편과 소통 부재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 지속 제기 중인 위약금 면제에 대해선 유보적 입장을 견지했다. 약관에 대한 법리적 해석이 복합적인 만큼 종합적인 검토를 거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달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서 과방위원들은 이번 사고 유책이 명백하게 SKT에 있는 만큼, 이용약관(제44조 4항)에 따라 위약금 없이 계약을 철회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적잖게 나왔다. 그러나 번호이동 시 위약금 면제 여부를 빠르게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신규가입 중단 자체도 큰 타격이지만, 위약금까지 포기할 경우 손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불어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 대표는 “CEO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고, 이사회 논의와 의결을 거쳐야 하는 사항"이라며 과기정통부와 로펌의 법무 검토가 끝나는 대로 이사회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할 예정인데 결과 발표 시기에 대해선 확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택배·우편 등을 통한 유심 배송 서비스를 추진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현장 케파(CAPA·생산 및 수용능력) 한계 때문이라고 밝혔다. 유심 교체 수요가 높은 가운데 현재 고객센터 인력 및 재고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모든 이용자를 상대하기엔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서비스 시행을 고려할 수 있지만, 배송 서비스를 바로 시행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택배 서비스를 진행하더라도 현재와 동일하게 고객센터 등 SKT 유통망을 통해 인증 과정 등을 거쳐야 한다는 번거로움도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유심을 교체하려는 이용자의 이동 지원을 위한 교통비 지급에 대해선 검토하겠다고 유 대표는 밝혔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대규모 해킹’ SKT, 지난달 가입자 23만명 떠났다

최근 대규모 유심(USIM·가입자식별모듈) 해킹 사태로 물의를 빚은 SK텔레콤의 가입자가 지난달 약 23만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태에 대한 불안감과 실망감이 커진 이용자들이 다른 통신사로 이탈한 현상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2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이동통신 번호이동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SKT에서 다른 통신사로 옮겨간 가입자는 23만6901명으로 집계됐다. 번호이동은 기기 변경 과정에서 휴대전화번호는 유지한 채 통신사만 옮기는 것을 의미한다.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 양상을 확인하는 가늠자로 활용된다. 저렴한 요금제를 찾아 이동하는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통신사들이 할인 및 프로모션 경쟁을 펼치는 구조다. 이동 양상을 살펴보면 KT로 옮긴 가입자는 9만5953명, LG유플러스로 이동한 가입자는 8만6005명이다. 전월 대비 각각 149.3%, 85.2% 급증한 수치다. 같은 기간 알뜰폰으로 옮긴 가입자는 5만5043명으로 33.4% 늘었다. 같은 기간 KT·LGU+, 알뜰폰에서 SKT로 옮긴 가입자는 12만2671명이다. 이에 따라 SKT의 지난달 번호이동 순감은 11만4230명으로 약 9배 늘었다. SKT에서 타 통신사로의 번호이동이 본격화한 시점이 지난달 22일 이후임을 감안하면, 열흘 만에 번호이동 수치가 훅 오른 것이다. 이는 지난달 19일 발생한 대규모 고객정보 침해 사고 영향으로 풀이된다. 심 스와핑(탈취자가 가입자의 유심을 무단 복제하거나 바꿔치기한 뒤 가상자산 등을 털어가는 행위)과 같은 2차 피해 우려가 확산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사측의 늑장 대응과 미흡한 대책에 대한 실망감이 높아진 점이 추가 이탈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이용자들이 번호를 옮기는 이유는 통신비 절감이다. 이에 따라 평소엔 알뜰폰으로의 유입이 많은 편인데, 지난달에는 경쟁사인 KT·LGU+로 옮긴 이용자(18만1958명)가 3배가량 많은 점이 이를 반증한다. 이런 가운데 SKT가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 갤럭시 S25·아이폰16 시리즈 등 최신 단말에 대한 보조금을 대량 살포하면서 전체 번호이동 건수도 덩달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전체 번호이동 건수는 69만954건으로 2017년 11월(69만7180명) 이후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긴급 청문회에서 유심 관련 핵심 정보들에 대해선 사전 암호화조차 하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이달부턴 가입자 이탈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이같은 현상이 장기화할 경우 SKT의 시장 점유율 40%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달 23일부터 다른 통신사나 알뜰폰으로의 이동을 희망하는 가입자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체감상 평시 대비 약 2배 정도로 추측된다"며 “저렴한 요금제나 최신 단말 구입 혜택 등을 문의하기보단 보안 측면에 대한 문의가 더 많았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정부 “유심 공급 안정될 때까지 SKT 신규가입 중단”

정부가 SK텔레콤의 유심(USIM·가입자식별모듈)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 '신규 가입 중단' 등 강도 높은 대응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일 SKT에 유심 물량 공급이 안정화 될 때까지 이용자 신규모집을 전면 중단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SKT는 지난달 28일부터 유심 무상교체를 시행 중인데, 매장 곳곳에서 이른바 '품귀 현상'이 발생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이 회사의 전체 가입자 수는 알뜰폰 이용자를 합쳐 약 2480만명인데, 이달까지 확보키로 한 유심 물량은 600만개(4월 말 100만개+5월 500만개)로 4분의 1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교체에 사용해야 할 유심을 신규 가입자 개통에 쓴다는 비판이 높아지자, 정부가 강경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함께 발표된 6대 촉구사항엔 △취약계층 유심보호서비스 일괄 적용 및 100% 보상 계획 제출 △정보공개 투명화 및 일일 브리핑 시행 △위약금 면제·입증책임 완화 등 피해보상 방안 마련 △연휴 기간 공항 혼잡 방지를 위한 현장 지원인력 확대 △빈발하는 전산장애에 대한 실시간 공유 및 복구체계 강화 등 내용이 포함됐다. 강도현 과기정통부 2차관은 “SKT는 국내 대표 기간통신사업자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설명과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과기정통부도 조속한 사태 수습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SKT 측은 “현 상황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으며, 행정지도에 대한 실행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황금연휴 ‘정주행족’ 잡아라…OTT 콘텐츠 대전

5월 초 황금연휴가 시작됐다. 근로자의 날(1일)을 시작으로 부처님 오신 날과 어린이날이 겹친 5일, 대체공휴일인 6일까지 이어지면서 2일 하루 연차를 활용하면 최대 6일간의 휴식을 누릴 수 있다. 이에 발맞춰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등 주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들은 다양한 콘텐츠를 앞세워 시청자 확보에 나섰다. 드라마, 영화, 예능 등 폭넓은 장르의 프로그램을 통해 긴 연휴 동안 '정주행족(몰아보기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이다. 지난달 25일 공개된 '약한영웅 Class 2'는 2022년 웨이브에서 첫 선을 보인 '약한영웅 Class 1'의 후속작이다. 이번 시즌은 플랫폼을 넷플릭스로 옮기며 한층 더 넓은 글로벌 시청자층과 만났다. 시리즈는 친구를 지키기 위해 폭력에 맞섰지만 끝내 지켜내지 못한 상처를 안고 전학 온 모범생 '연시은'이, 새로운 학교에서 또 다른 친구들과 관계를 맺으며 더 큰 폭력에 맞서는 생존기를 담았다. 조용한 학교생활을 원했던 연시은은 예기치 않게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이들을 위협하는 거대한 일진 연합과 다시 맞서게 된다. '약한영웅 Class 2'는 공개 3일 만에 전 세계 넷플릭스 비영어 TV쇼 부문 1위에 오르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넷플릭스가 발표한 4월 21~27일 시청 순위에 따르면 이 시리즈는 610만 조회 수, 3490만 시청 시간을 기록했다.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의 작품보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예능이나 코미디를 원한다면 티빙이 제격이다. 티빙은 최근 지니TV와 함께 '신병3'을 독점 공개하고, 전 시즌 스트리밍도 함께 제공 중이다. 동명의 인기 애니메이션에서 출발한 '신병'은 '군수저' 신병이 입대하며 벌어지는 군 생활을 다룬 하이퍼 리얼리즘 밀리터리 코미디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 공감 가는 스토리가 어우러져 성별과 세대를 아우르는 인기를 끌고 있다. 세 번째 시즌인 '신병3'에서는 두 명의 신병 전입과 역대급 빌런의 복귀, 진급을 앞두고 꼬여버린 박민석의 군 생활 등 더욱 다이내믹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예능을 선호하는 시청자라면 '뿅뿅 지구오락실3'도 주목할 만하다. 이 작품은 이은지, 미미, 이영지, 안유진 등 4명의 출연진이 달나라에서 도망친 토끼 '토롱이'를 쫓기 위해 시공간을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액션 버라이어티다. 이번 시즌은 아부다비를 배경으로 또 다른 레전드를 예고한다. 옥황상제의 법인카드를 들고 도망친 토롱이를 잡기 위한 기상천외한 임무 수행이 기대를 모은다. 아울러 티빙은 황금연휴에 맞춰 이용자 상황과 취향에 꼭 맞는 콘텐츠를 추천하는 '연휴에 이거 어때' 스페셜관을 오픈했다. 이번 큐레이션은 5월 1일부터 6일까지 이어지는 연휴 기간, 다양한 시청 환경과 이용자 상황에 따라 맞춤형 콘텐츠를 제안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다운로드 받아 비행기에서', '여유롭게 보내는 방구석 휴가', '연인과 집 데이트 하면서', '피크닉 돗자리 위에서', '막히는 도로 위 아이가 지루하지 않게' 등 11개의 테마별 밴드를 통해 누구나 자신의 상황에 맞는 콘텐츠를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웨이브는 국내외 인공지능(AI) 영화제에서 수상한 작품을 모은 특별전 '더 프롬프트: 넥스트 드라마'를 선보이며 차별화 전략을 꾀하고 있다. 이번 특별전은 MBC씨앤아이 AI콘텐츠랩과 협업해 기획됐으며, △2024 대한민국 AI국제영화제 대상 '마테오' △내러티브 부문 1위 '아트 인 더 월드' △뉴욕국제필름어워즈 베스트 AI영화 '원 모어 도파민' △2024 부산국제인공지능영화제 대상 '목격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 수상작 '노바비바' △판타지·SF필름페스티벌 감독상 수상작 'The Reverb' 등 총 6편이 포함됐다. 이 가운데 '마테오', '아트 인 더 월드', '목격자', '노바비바'는 100% 생성형 AI와 확장현실(XR) 기술로 제작됐으며, '원 모어 도파민'과 'The Reverb'는 실사와 AI 콘텐츠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형태로 새로운 시청 경험을 제공한다. 웨이브 이용권이 있다면 별도의 결제 없이 AI 영화는 물론, 9000여편의 인기 영화와 드라마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조영기號 게임산업협회 출범…“연결·소통·협력으로 K-게임 위기 돌파”

“연결과 소통, 협력이란 세 가지 키워드를 토대로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선순환적 생태계를 구축해 지속성장을 이끌어 나가겠습니다." 조영기 신임 한국게임산업협회장은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COEX)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조 협회장은 이날 취임 소회와 함께 향후 2년 동안 협회 운영 방향과 역점사업 등을 제시했다. 게임산업 위기 돌파 키워드로는 △연결 △소통 △협력을 제시했다. 젊은 기업과 인재, 기업 간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한편 협력 범위를 다각화해 산업 진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연결'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게임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이루고, '소통'을 늘려 업계 공통 이슈를 발굴·해결하겠다"며 “유관 단체·이용자 등 산업 구성원과 긴밀한 대화를 통해 게임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하고, 정부와 국회, 언론, 학계, 법조계 등과도 적극 연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과제로는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G-STAR) 혁신 △회원사 확충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등재 저지 △수출 규제 대응 강화 등을 꼽았다. 특히 조기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차기 정부의 게임 정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가운데 △게임 수출 세제 인센티브 신설 △영상 콘텐츠 제작지원 제도에 게임 포함 △탄력근무제 확대 등을 제안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지스타의 국내 게임사 편중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질적 성장 방향을 모색, 글로벌 게임 축제로 키우겠다고 언급했다. 조 협회장은 “지스타 콘퍼런스(G-CON)에 저명인사를 많이 초청하고, 디지털 콘텐츠를 발전시켜 해외 게임사 참여를 확대해갈 것"이라며 “지스타를 게임인들이 소통하고 교류하며, 게임 이용자가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6C51) 도입에 대한 반대 입장도 분명히 했다. 질병코드 도입으로 게임에 대한 규제가 심화되면 업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산업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등재 저지를 위해 글로벌 게임산업 단체와 협업을 이어가는 한편 정부기관, 국회, 협·단체, 게임 이용자들과 공조 체계를 형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 협회장은 “게임은 진흥 대상이 돼야 한다. 질병으로 규정되면 관리나 규제 대상이 된다"며 “과학·의학적으로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있는 만큼 충분한 법률과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다시 논의될 수 있도록 지속 제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의 확률형 아이템 제재 문제에 대한 대응책으로는 모니터링 강화보다는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올해 회원사 확대 목표는 10곳이다. 이를 위해 기존의 법·정책 제도 도입, 인식 제고 사업 외에도 디지털 글로벌 연결을 통해 회원사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고, 산업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하반기부터는 사회공헌 및 ESG 활동을 본격 추진해 국민·사회적 인식을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조 협회장은 “그동안 다양한 직무와 산업에서 오랜 기간 쌓아온 경험을 활용해 협회가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는 조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신임 조 협회장은 연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다. 2007년 CJ인터넷에 입사한 뒤 CJ인터넷게임즈(CJIG) 대표와 CJ E&M 게임사업부문(現 넷마블) 대표 등을 역임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약 3년 동안 CJ넷마블 대표를 맡으며 △다함께 차차차 △모두의 마블 △몬스터 길들이기 등 흥행을 거둔 다양한 게임을 론칭, 회사를 모바일 게임 선두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퇴임 이후엔 게임 개발사 '펀플'을 창업, 대표를 역임키도 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SKT 유심사태로 하루에만 3만4000명 이탈 ‘일평균 400배’

대규모 해킹 사태로 고객 유심(USIM·가입자식별모듈) 정보가 유출된 SK텔레콤의 가입자 이탈이 현실화하고 있다. 사고 발생 이후 대응 조치가 늦어지면서 복제폰 개통·금융사기 등 추가 피해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일각에선 국내 통신 3사 순위 변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9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전날인 지난 28일 SKT에서 KT·LG유플러스로 번호이동한 순감 인원은 3만4132명으로 집계됐다. 이달 1일부터 25일까지의 순감 인원은 2107명으로, 일평균 약 84명이었음을 감안하면 평소의 약 400배가 넘는 수준이다. KT·LG유플러스와 알뜰폰 업계가 SKT에서 이탈한 이용자들을 흡수하는 모습이다. SKT에서 KT로 이동한 가입자는 2만399명, LGU+로 갈아탄 가입자는 1만3733명으로 집계됐다. 다만 8729명이 SKT에 신규 가입함에 따라 SKT 가입자 수는 2만5403명 줄었다. 알뜰폰 업계의 경우, 지난 22일부터 주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유심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전체 알뜰폰 유심 판매량은 지난 22일부터 28일까지 약 일주일 동안 직전 동기(15~21일)대비 327.5% 뛰었으며, SK텔링크·SK세븐모바일 유심은 1575% 늘었다. KB국민은행·우리은행의 알뜰폰 브랜드인 KB리브모바일과 우리WON모바일 또한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신규 가입 문의가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지난 19일 대규모 해킹 사태 발생 이후 금융 피해 우려와 함께 미흡한 대처에 대한 실망감이 높아진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SKT는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해 유심보호서비스 및 무상교체를 시행했지만 품귀 현상이 발생, 추가 이탈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SKT 이용자 김지선(35)씨는 “온 가족이 20년 넘게 SKT만 이용해 왔는데 해킹 사고에 대한 문자 안내나 가이드라인도 없었을뿐더러 사과만 하고 넘어가려는 모습에 많이 실망했다"며 “타사 대비 보안 수준이 높을 것이란 생각에 비싼 요금제를 감수해 왔지만, 이참에 요금제가 저렴한 통신사나 알뜰폰으로 갈아타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일부 매장에선 SKT 이탈 가입자 유치를 위해 불법 보조금(리베이트)을 살포하는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6개월 동안 고가 요금제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갤럭시 S25·아이폰 16 시리즈 등을 무상 지급하거나 웃돈을 얹어 주는 방식이다. 매장별로 차이는 있지만, 최신 단말을 지급하는 건 대체로 동일했다. 다만 이에 대해 통신업계는 “매장 차원의 마케팅 전략으로, 본사 차원 지침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으로 번호이동 및 기기 변경 관련 마케팅·프로모션은 지양하는 모습인데, 이번 사태가 업계 전반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KT·LGU+나 알뜰폰 또한 현안에서 마냥 자유롭지만은 않기 떄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개인정보 보호 관련 이슈의 경우 좋은 일이 아니기도 하고, 파급력이 큰 만큼 전체적인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이라며 “KT나 LGU+의 경우 과거 유사 사례가 있고, 알뜰폰 또한 보안이 약하다는 지적이 적잖다 보니 특별한 액션을 취하기보단 보안 강화에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선 이번 해킹 사태가 국내 통신 3사의 가입자 유치 순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잠재적 피해 규모가 크고, 최근 번호이동 및 마케팅 비용 증가 가능성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 시장 점유율 변동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실제로 SKT의 가입자 저변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여부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고객 정보 유출에 따른 유의미한 가입자 이탈은 없었는데, 약정 및 결합상품으로 인해 단기간 내 이동 수요가 늘긴 어렵기 때문"이라며 “유심 교체 및 초기화가 본격 진행될수록 가입자 이탈 가능성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르포] “재고 없어요” “주말 예약자부터”…SKT 유심 무상교체 첫날 ‘아수라장’

“방문 순서대로 받는다기에 1시간 넘게 줄서서 기다리고 있는데 오늘 유심(USIM·가입자식별모듈)을 바꿀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잘못은 SKT가 했는데, 왜 소비자가 불편을 감수해야 하나요?" 28일 서울 성북구 SK텔레콤 직영점 'T월드' 매장에서 만난 직장인 배한나(30)씨는 “평일에는 방문이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반차를 쓰고 유심을 교체하러 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매장 앞은 영업 시간 전부터 배 씨를 비롯해 유심을 교체하러 온 고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최근 대규모 해킹 사태로 물의를 빚은 SKT가 추가 피해 방지책으로 오전 10시부터 유심 무상교체를 시작하면서다. 하지만 재고 부족으로 인해 빈손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이들도 적잖았다. 온라인 예약 시스템 또한 대기순번이 10만번대를 넘어가면서 예상 대기 시간이 56시간에 육박키도 했다. 직원들은 자신의 순번을 기다리는 이용자들에게 “신분증과 휴대전화를 반드시 지참해야 한다" “오늘 준비된 수량은 100개로, 이후엔 교체가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되풀이하느라 분주했다. 100번대 이후로 방문해 해당 매장에서 유심을 교체할 수 없게 된 일부 이용자들이 항의하면서 한때 실랑이가 빚어지기도 했다. 업무 중간마다 통신사가 제공하는 개인잠금해제(PUK) 코드를 잘못 입력해 휴대전화가 잠긴 이용자들까지 찾아오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유심 비밀번호를 변경하면 안심하다는 정보를 접한 후 'SIM PIN' 기능 활성화를 시도했던 이들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단순 응대 및 휴대폰 판매·교체 등 업무는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공항 로밍센터엔 유심 재고가 충분해 즉시 교체가 가능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부 이용자들은 아침부터 공항을 찾기도 했다. 이날 오전 11시쯤 찾은 서울 김포공항 내 T월드 부스엔 유심을 교체하려는 이용자가 200명 이상 줄지어 서 있었다. 준비 수량이 넉넉해 방문자 대부분이 유심을 교체할 수 있었으나, 대기 시간에만 1시간 30분 이상 소요된 데다 진입로 곳곳에 대기줄이 형성되면서 여행객들의 이동에 불편을 주기도 했다. 아내와 함께 줄서있던 윤선길(78)씨는 “인근에 거주하는데 딸이 공항에서 바꾸는 게 좋다고 알려줘 바로 찾아왔다"며 “평소 광고 문자는 바로 발송하면서 이런 일이 발생했는데 왜 즉각 알리지 않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순차적으로 교체' 외 구체적인 지침이 하달되지 않은 가운데 매장별로 이를 다르게 받아들이면서 현장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서울 종로구 A매장은 지점 방문 순으로 유심을 교체하고 있던 반면, 인근 B매장은 주말부터 예약명부를 받아 순서대로 처리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예약명부를 받을 것이라 예상하고 찾아온 이용자들이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이달 말 매장 폐점이나 이전을 앞둔 지점의 경우, 이용자 정보 관련 전산이 빠지기 때문에 유심이 수급되지 않아 불편이 가중될 전망이다. A매장 관계자는 “해킹 사실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지난주 목~금요일 이틀 사이에만 유심 600개가 모두 동났다"며 “통상 '순차적'이라 하면 선착순을 의미하는 것 아니겠냐. 구체적으로 어떻게 조치하라는 지침을 하달받지 않아 일단 방문 순으로 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이용자들은 SKT가 내놓은 대책들이 부적절했다고 입을 모았다. 사측 불찰로 인해 발생한 문제인데, 이용자에게 해결에 대한 책임전가를 한다는 것이다. 해킹으로 인한 금전적 손실 우려가 높은 가운데 유심보호서비스 외 적절한 가이드라인에 대한 안내가 없다는 비판도 적잖았다. 김모(26)씨는 “등기우편이나 택배 등으로 유심을 직접 발송하거나, 적절한 보안 방법 가이드를 배포해야 하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이용자가 직접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의 차단 서비스 등을 이용하려고 정보를 모아두고 있는데, 해야할 게 너무 많고 복잡해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오현정(34)씨는 “유심 교체를 위해 주말동안 여러 군데 발품을 팔았는데, 별 거 아닌 일이라는 식으로 응대해 굉장히 당황스러웠다"며 “통신사 유심보호서비스를 가입하려 해도 가입자가 몰려 서비스 이용 자체가 불가능하고, 로밍 서비스와 병행되지 않아 제약이 많은 점도 한계"라고 지적했다. SKT는 고객센터 상담사를 통해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에게 유심 교체 등을 안내 중이라고 밝혔지만, 뾰족한 대책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모(57)씨는 “사고 발생 인지 후 자체적으로 T월드·PASS 보안 설정과 잔고 이동, 통장·카드 비밀번호를 모두 변경한 상태"라며 “어르신들의 경우 이러한 조치 사항은커녕 해킹 발생 사실조차 모르는 분들이 많은데 (사측 대책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SKT는 현재까지 100만개의 유심을 확보했으며, 다음달 말까지 500만개 물량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그러나 알뜰폰 이용자를 합쳐 전국에 약 248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유심 대란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무상교체 시행 전부터 재고 품귀 현상이 빚어짐에 따라 온라인 예약을 한 뒤 방문할 것을 당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이용자가 몰리며 접속 지연이 발생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매장별 혹은 시점별로 유심 수급 이슈가 발생할 순 있으나, 지속적으로 유심 재고를 확보 중“며 “재고가 부족한 일부 매장의 경우 예약 서비스를 이용해 순차적으로 유심을 교체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KISA, SKT 해킹 시점 40시간 뒤로 수정…“의사소통 오류” 해명

SK텔레콤이 해킹 공격 사실을 법정 신고 시한을 넘겨 신고한 데 이어 이를 접수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사건 발생 시점을 석연찮게 수정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초동 대응 역시 늑장이었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KISA 자료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 20일 오후 4시 46분 해킹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이후 KISA는 SK텔레콤이 사건을 인지한 시점을 같은 날 오후 3시 30분으로 기록했다. 하지만 실제로 SK텔레콤은 18일 오후 6시 9분 경 내부 시스템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했고, 같은 날 오후 11시 20분 악성 코드를 확인해 해킹 피해를 내부에 보고했다. SK텔레콤은 이 해킹 사고 인지 시점을 그대로 신고했다고 주장해 KISA는 40시간 지났을 때로 수정했다. KISA는 “인터뷰 과정에서 SK텔레콤 측이 인지 시점을 변경했다"며 “신고 결정 시점을 사고 인지 시점으로 오해해 정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최 의원은 “SK텔레콤이 해킹을 18일 밤에 인지한 것이 명백한데, 책임자가 신고를 결정한 시점을 사고 인지 시점으로 바꾼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법정 신고 시한인 24시간을 넘긴 것을 무마하해주려 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KISA의 초동 대응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KISA는 SK텔레콤의 신고를 접수한 뒤 21일 오후 2시 6분에서야 자료 보존과 문서 제출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현장 대응은 같은 날 오후 8시, 신고 접수 28시간 만에 이뤄졌는데 이마저도 실제 해킹이 발생한 분당 센터가 아닌 서울 중구 을지로2가 SK텔레콤 본사였다. KISA 측은 “원격으로 상황 파악이 가능했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신속 대응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왔다. 최 의원은 “2300만명 가입자의 유심(USIM) 정보가 유출된 이번 사건은 디지털 신분증 탈취에 해당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당국 대응이 신속하고 적절했다고 볼 수 없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와 관련,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민관 합동 조사단을 구성해 사건 인지 시점 변경 경위와 초기 대응의 적절성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멀티호밍 시대 콘텐츠 대가산정 체계 변화 목소리…“AI 도입 고려해야”

다양한 플랫폼에서 콘텐츠 소비가 이뤄지는 멀티호밍 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기존 대가산정 제도와 규제 체계가 시장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멀티호밍이란 이용자가 한 플랫폼에서 다른 플랫폼으로 옮기거나 여러 개의 플랫폼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같은 콘텐츠를 넷플릭스에서도 보고 유튜브에서도 소비하는 것이 그 예다. 이런 상황에서 옛 기준에 따라 콘텐츠 가격을 정하고 규제하는 방식은 시장 변화에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인공지능(AI) 기반 콘텐츠 소비 데이터 분석 모델 도입과 같은 방식으로 기존 체계를 전면 재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유료방송업계에 따르면, 멀티호밍이 주요 콘텐츠 소비 방식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유통 구조가 변하고 있다. 과거 독점계약을 맺어 재방송 형식으로 콘텐츠를 송출하던 것과 달리 플랫폼이 많아지고, 중복소비가 일반화되면서 독점적 가치가 줄어드는 추세다. 이에 따라 플랫폼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시청자의 콘텐츠 선택권이 확대되고 있다. 멀티호밍은 시청자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인터넷TV(IPTV) △케이블TV 등 복수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하며 원하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현상이다. 주요 해외국은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해 시장 경쟁 균형을 맞추는 방향으로 멀티호밍을 촉진하고 있다. 예컨대 유럽연합(EU)은 플랫폼 간 전환 장벽을 낮추고, 독점 행위를 경쟁 제한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영국은 시청자가 원하는 채널만 선택할 수 있는 '알라카르테 요금제'를 권고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 제도의 경우 과거의 단일 플랫폼 중심 규제 정책에 머물러 있어 이같은 시장 상황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콘텐츠 사업자는 시장 변화에 따라 유통 경로를 다각화하는 반면, 플랫폼 사업자는 콘텐츠 독점을 희망해 갈등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약한 유료방송 사업자가 프로그램 사용료를 더 많이 지불하게 되면서 비용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기존의 독점 가치 기준 콘텐츠 대가산정 방식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이러한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이에 콘텐츠 대가산정 체계를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콘텐츠 소비 데이터 기반 AI 분석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이는 △시청률 △시청자 선호도 △광고 수익 등을 토대로 요율을 자동 산정, 정부나 제3자가 검증하는 구조다. 산정 근거의 객관성을 확보함으로써 합리적인 대가 기준을 마련할 수 있다는 취지다. 예컨대 미국 FOX 등 주요 방송사들의 경우, 예측 AI와 생성 AI를 결합한 모델을 도입해 수백 건 분량의 재전송료 데이터를 자동 집계·분석한다. 이후 계약 조건에 따른 요율을 산정하고, 수익 흐름을 실시간 파악해 미지급 등 이슈를 탐지·조정한다. 다른 방안으로는 증분가격제(Incremental Pricing)가 제시됐다. 이는 콘텐츠의 독점 소비분에만 높은 대가를 적용하고, 중복 소비에 대해선 단가를 낮게 책정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협상력이 낮은 사업자들도 합리적으로 시장 경쟁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는 최근 진행된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KCTA) 미디어 스터디에서 “검증 시스템 도입과 함께 소비자물가지수(CPI) 기준 연간 인상률 상한제·중재 제도 등을 도입해 협상 결렬에 대한 대비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재전송료·프로그램 사용료 등 산정 기준은 사업자마다 다른데, 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분쟁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TV 부진·OTT 공세…전자·통신 ‘FAST’에 꽂히다

전자업계와 통신업계가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FAST)'에 주목하고 있다. TV와 유료방송 사업의 부진이 이어지자 FAST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아 사업 모델을 재정비하려는 움직임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에서 TV 사업 등을 담당하는 MS사업본부는 올해 1분기 매출 4조9503억원, 영업이익 4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 97% 감소한 수치다. 삼성전자의 영상디스플레이(VD) 및 가전 부문도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TV 사업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는 중국산 TV의 약진이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TCL·하이센스·샤오미 등 중국 TV 제조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31.2%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합산 점유율(28.4%)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중국 업체들은 초대형 TV를 중심으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국내 업체들이 단순한 제품 판매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통신업계 역시 유료방송 시장의 성장세가 꺾이며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인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유료방송 점유율이 점차 잠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방송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4.7% 감소한 반면, 넷플릭스·웨이브·티빙 등 주요 OTT 서비스 매출은 6.4% 증가했다. OTT 이용률은 2021년 69.5%에서 지난해 77%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며, 유료 이용자 비율도 같은 기간 50.1%에서 57%로 증가했다. 이는 유료방송 시장의 성장 동력이 한계에 도달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기업들이 FAST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FAST는 TV 프로그램 수준의 콘텐츠를 광고 기반으로 무료 제공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뜻한다. 주로 스마트 TV나 스마트폰 등에서 구동되며, 제조비용 없이도 광고 수익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삼성 TV 플러스'와 'LG 채널'을 통해 자체 FAST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두 회사 모두 채널 수 확대를 통해 이용자 체류 시간을 늘리고, 광고 노출 증가로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글로벌 3000여개 채널을 확보해 2023년 대비 채널 수가 약 50% 증가했다. LG 채널 역시 같은 기간 3500개에서 4000개로 14%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FAST는 단순한 콘텐츠 서비스가 아니라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고, 광고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며 “소비자는 다양한 콘텐츠를 무료로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사들도 FAST를 새로운 수익 모델로 낙점하고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KT는 자사 IPTV 플랫폼 '지니TV'에 FAST 서비스를 접목한 시범 서비스를 올해 상반기 중 시작할 예정이다. KT는 미디어·콘텐츠를 그룹 3대 핵심사업으로 설정하고, 자체 스튜디오 지니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글로벌 FAST 콘텐츠 송출 확대를 계획 중이다. LG유플러스는 LG 채널을 통해 KBO 리그를 해외에 생중계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일본 등 6개국에 이어 조만간 유럽 7개국으로도 송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인공지능(AI) 더빙 기술, 자동 편성 솔루션 등 국내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통해 생중계의 글로벌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유료방송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킬러 콘텐츠 확보와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의 일환이다. FAST 시장의 성장이 예견된 점도 관련 사업 강화에 속도를 내는 기업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FAST 시장 규모는 올해 116억8000만달러(약 16조7865억원)에서 2029년에는 161억4000만달러(약 23조1964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 같은 전망 속에서 최근 현대자동차도 FAST 플랫폼 '현대 TV 플러스'를 선보이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정부의 지원도 힘을 보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글로벌 K-FAST 얼라이언스' 출범식을 열고, FAST 생태계 조성을 위한 민·관 협력 체계를 본격 가동했다. 이 협의체는 K-미디어 콘텐츠의 글로벌 진출, AI 기반 현지화, FAST 기술 실증 등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김성철 K-FAST 얼라이언스 민간 의장(고려대 미디어대학원 교수)은 출범식에서 “미디어 생태계는 콘텐츠(C), 플랫폼(P), 네트워크(N), 디바이스(D)로 구성된다"며 “거대 자본을 보유한 빅테크 기업들의 국내 시장 잠식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FAST 진출을 통해 자생적 생태계를 만들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