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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中 세탁기 전쟁] K-가전 존재감 제로…‘갈라파고스’ 日 파고드는 차이나 머니

하이얼·메이디·하이센스·TCL 등 중국 가전 기업들이 전세계 세탁기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아직 삼성전자와 LG전자 상품성을 따라오지는 못했지만 물량과 자본을 앞세운 공세가 꽤나 매섭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일본 도시바 가전사업부를 흡수하는 등 인수합병(M&A)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중국 세탁기의 글로벌화와 한국 기업의 대응 전략' 기획 기사를 연재한다. 한국 가전기업의 '캐시카우'인 세탁기 분야에서 중국산의 약진 배경을 찾고 대응 방법을 찾는 차원이다. 주요 시장인 미국·일본에서 한·중 세탁기 진출상과 현지기업들의 방어 움직임도 소개한다. [도쿄(일본)=여헌우 기자] “12kg 세탁이 가능하고 6kg 건조도 되는 최신형 제품입니다. 파나소닉과 히타치 제품이 성능이 제일 좋은 편입니다." 9일(현지시각) 일본 도쿄에 있는 전자제품 매장 요도바시카메라(Yodobashi Camera)에서 “제일 좋은 제품이 뭐냐"고 묻자 직원이 한 말이다. 한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제품보다 용량은 절반이고 성능도 떨어져 보였지만 가격은 40만엔(약 376만원) 안팎으로 매우 비쌌다. 그래서인지 좀처럼 고객들의 눈길을 받지 못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세탁기 코너에 유독 사람이 몰린 곳이 있었다. 중국 하이얼 등이 2만~3만엔(약 18만8000원~28만2000원)대 제품을 전시한 공간이다. 많은 고객들이 4~5kg 안팎 세탁이 가능한 소형 통돌이 제품들을 둘러보느라 바빴다.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면 포인트를 준다고 외치는 통신사 영업사원들까지 몰려 가뜩이나 좁은 매장이 더 답답하게 느껴졌다. 같은날 방문한 빅카메라(Bic Camera) 매장에서도 '중국 세탁기 굴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이얼 제품이 곳곳에 자리 잡아 고객들을 유혹했다. 가격은 대부분 10만엔(약 94만원) 이하다. 아쿠아(AQUA) 브랜드는 모델 얼굴이 새겨진 전단지를 나눠주며 마케팅 활동을 전개 중이었다. 아쿠아는 일본 산요(Sanyo) 내 세탁기 브랜드였지만 2011년 중국 하이얼에 인수됐다. 다음날까지 도쿄 시내 전자제품 판매점들을 여럿 둘러보자 일본 세탁기 시장이 '갈라파고스화' 됐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야마다전기 매장의 경우 '12kg급' 세탁기를 따로 모아 전시하고 있었다. 이보다 큰 제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드럼보다 통돌이가 더 많았는데 대부분 5kg 안팎 세탁 기능을 제공한다. 2~3kg 짜리 더 작은 제품도 많았다. 일본, 특히 도쿄는 주거 공간이 협소한 경우가 많아 세탁기 설치 공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야마다전기 내 한 영업사원은 드럼세탁기 문을 양쪽으로 열어 보이며 “공간 활용도가 높다"고 소개했다. 한국인이나 미국인들은 반대쪽으로 세탁기 문이 열려야 할 이유를 모를 수도 있다. 30대 여성 A씨는 “도쿄에 있는 원룸 중에는 세탁기를 들여놓기 힘들 정도로 좁은 집도 상당히 많다"고 설명했다. 요도바시카메라, 빅카메라, 야마다전기, 에디온(Edion) 등 대부분 대형 매장에는 '일본인 1일 평균 세탁 용량' 등을 홍보한 문구가 적혀있다. 하루 한 차례 빨래를 한다면 큰 용량 세탁기가 필요 없다는 뜻으로 읽혔다. 업체 별 경쟁은 엄청나게 치열했다. 크기, 종류, 브랜드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이다. 10만원대부터 400만원대까지 선택지도 너무 많다. 경쟁 상품들은 디자인과 모양이 거의 똑같아 브랜드 로고만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LABI 이케부쿠로 본점이나 규모가 큰 빅카메라·요도바시카메라 매장에는 각 업체별 영업사원이 나와 있는 경우도 많다. '샤프'나 '도시바' 옷을 입은 직원이 소비자들을 안내하고 있는 것이다. 전자제품 매장을 6곳 이상 방문했는데 가장 친절하게 응대해줬던 이는 소프트뱅크 인터넷 영업사원이었다. 약정 계약을 하면 세탁기를 싸게 살 수 있다 언급하면서 각 제품에 대해서 설명해줬다. 상품성에 대한 판단은 쉽지 않아 보였다. 생김새와 용량이 똑같다보니 기업들은 '스테인리스 수조라 청결하다'거나 '플라즈마 클러스터 제균 탈취가 된다'는 식의 홍보 문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고가 제품만 자동 청소, 히터 센서 등을 강조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런 와중에 중국 기업들은 '자본 공세'를 펼치고 있었다. 대부분 가격이 저렴해 눈길을 끄는 제품은 하이얼이나 유통사 자체브랜드(PB) 제품이었다. RORO, 요도바시오리지널 등 통돌이는 10만~50만원 가량 가격에 판매 중이다. 요도바시카메라 이케하부로점에서 만난 30대 여성은 “(집이 좁아) 큰 세탁기가 필요 없다"며 “품질이 우수하고 가격이 저렴하면 충분하지 브랜드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전기공업회(JEMA)에 따르면 일본에서 팔리는 세탁기의 평균 단가는 10년 전 대비 50% 이상 높아졌지만 아직 9만5000엔(약 89만원)에 머물러 있다. 일본 세탁기 시장은 상대적으로 성숙한 분야로 평가받는다. 보급률이 워낙 높고 소비자들 역시 고가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지는 않아서다. 시장조사기관 Morder Intelligence에 따르면 일본 세탁기 시장 규모는 올해 22억4000만달러(약 3조1200억원) 가량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2030년에는 24억8000만달러(약 3조4600억원)로 커질 전망이지만 연평균 성장률은 2% 수준에 불과하다. 브랜드별 점유율 순위를 보면 파나소닉과 히타치가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샤프와 도시바가 뒤를 바짝 쫓고 있지만 이들은 각각 대만 폭스콘과 중국 메이디에 인수된 곳들이다. 현지 언론들은 최근 하이얼의 현지 공략이 거세다고 보도하고 있어 중국 기업·자본이 일본 세탁기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분위기다. '중국 세탁기 굴기'는 수입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Global Trade Atlas 자료를 보면 지난해 일본의 세탁기 수입액은 1552억6900만엔(약 1조4600억원)에 달하는데 이 중 중국(1368억9400만엔) 비중은 88.2%에 달한다. 갈라파고스화된 일본에서 한국 기업들은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7년 세탁기를 포함한 가전 시장에서 공식 철수했다. LG전자는 올해 초부터 고가 라인업을 들여보내며 다시 시장 재진입을 시도하고 있는 단계다. 일각에서는 일본 히타치가 가전 부문 매각을 추진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인수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하이얼, 메이디 등 중국 업체들은 미국·일본 가전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사들이며 현지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삼성·LG전자도 인수합병(M&A)을 통한 시장 진입 기회 등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韓中 세탁기 전쟁] 中 ‘TV 굴기’ 무섭다···美 전시장 명당 휩쓴 TCL·하이센스

[로스앤젤레스(미국)=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중국 가전 브랜드들의 미국 내 존재감은 세탁기 뿐 아니라 TV 시장에서도 돋보였다. 삼성·LG전자 제품들이 '최고 성능'을 인정받고 있긴 하지만 저가형 부문에서는 TCL·하이센스 등의 '물량공세'가 상당한 상황이다. 현지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중국 기업들이 '명당'을 차지하는 사례가 확인되기도 했다. 지난 7월 방문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시내 한 베스트바이(Best Buy) 매장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잡은 TV 브랜드는 TCL과 하이센스였다. 내부로 들어서 TV가 전시돼 있는 코너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단독 전시공간을 지나야 했기 때문이다. 이들과 함께 '명당'을 차지한 제품은 베스트바이 자체브랜드(PB)인 인시그니아(INSIGNIA) 정도였다. INSIGNIA TV는 대부분 중국 또는 베트남에서 주문자제작생산(OEM)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TCL·하이센스 TV는 자체적인 독립 공간을 두기보다는 이동 동선 곳곳에 배치돼 있었다. 주로 저가 제품을 판매하는 만큼 소비자들을 유혹할 '미끼 상품' 역할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사 제품을 모두 모아 안쪽 벽면을 채우고 있는 브랜드는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정도다. 면적을 단순 비교하면 45:45:10 수준이다. 베스트바이 내에는 이밖에 ROKU, FIRE TV 등 제품들도 꽤 많이 전시됐다. ROKU는 미국 디지털 기업 'ROKU'가 만든 TV 브랜드다. 다만 하드웨어 자체는 TCL이나 하이센스가 만들고, 내부에 들어가는 운영체제(OS)만 미국산이 들어가는 방식이다. FIRE TV 역시 아마존이 만든 스트리밍 기기 브랜드인데 TCL, 인시그니아 등과 파트너십을 통해 다양한 국가에서 제작된다. 공급망과 자본 출처 등을 감안하면 '한국산 TV'보다 '중국산 TV' 선택지가 훨씬 많은 셈이다. 중국 TV 브랜드들은 전자제품 뿐 아니라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타깃' 등에서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었다. 전자제품 코너가 소규모로 마련되긴 했지만 삼성전자나 LG전자 못지않게 많은 제품을 납품하는 중이다. '소비대국' 미국은 한국과 중국이 벌이고 있는 '글로벌 TV 전쟁' 현황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현장에서는 삼성·LG전자의 브랜드 파워가 여전했지만 저가 제품을 위주로 중국산 TV가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유통업체나 대기업이 만드는 PB 상품 부문에서 하이센스 등 중국 업체 힘이 더 강력하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출하량 기준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는 2006년 이후 19년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다만 중국 업체들이 공세를 본격화한 2020년대 들어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2020년 21.9%이던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021년 19.8%, 2022년 19.6%, 2023년 18.6%, 지난해 17.6%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2020년 11.5%로 2위였지만 지난해(10.8%)에는 순위가 4위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TCL은 10.7%에서 13.9%로, 하이센스는 8.1%에서 12.3%로 점유율을 각각 높였다. 작년 출하량 기준 중국 TV 브랜드인 TCL·하이센스·샤오미의 합산 점유율은 31.3%다. 삼성·LG전자(28.4%)를 앞지른 상태다. 중국 정부가 막대한 지원을 해주는데다 내수에서 패널과 핵심 부품을 수급하며 절감한 원가로 신흥국 위주로 저가 공세를 펼친 게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도 노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QLED 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제품을 QLED라고 마케팅해 소송에 휘말리는 등 상당히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TCL·하이센스 등이 대형 및 프리미엄 TV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점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75인치 이상 초대형 TV 시장 출하량 기준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8.7%, LG전자가 15.1%를 기록했다. 양사 점유율이 서서히 낮아지는 동안 TCL·하이센스는 2020년 각각 5.1%, 4.2%였던 성적을 작년 15%, 14.6%로 올렸다. 우리 기업들의 '최종 방어선' 프리미엄 제품이다. 지난해 2500달러 이상 고가 프리미엄 시장 점유율을 보면 삼성전자가 49.6%, LG전자가 30.2%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TCL과 하이센스는 각각 1.6%, 0.9%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디스플레이·세트 산업 경쟁력이 세탁기와 비슷하게 계속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의 자금 지원과 저렴한 인건비, 높은 근로 시간 등에 힘입어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과 비교된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는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년 준비를 위한 디스플레이 전략 세미나'에서 “TV 출하량 추이를 보면 삼성전자가 2020년 5000만대 수준에서 지난해 3000만대 중반으로 감소했다“며 "내년이 되면 중국 하이센스가 삼성전자를 앞지르고 2028년에는 TCL도 삼성을 능가할 거란 분석이 나온다“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중국은 정부의 직접 지원, 큰 내수 시장, 저렴한 인건비, 긴 근로 시간 등 모든 면에서 유리한 상황"이라며 “한국은 내수 시장은 작고 인건비는 높고 근로 시간은 짧아 경쟁력이 없다"고 짚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됐습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韓中 세탁기 전쟁] 안방 뺏긴 월풀···현지 업체도 ‘버티기’ 안간힘

[로스앤젤레스(미국)=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미국에서는 이웃이나 지인 집에 방문하는 경우가 많아요. 월풀 세탁기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들키면 약간 창피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어요. 월풀은 호텔 등 상업용 제품에서 주로 접하니까요. 다들 삼성·LG전자 제품을 사고싶어 하는데 제너럴일렉트릭(GE)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사는 40대 동양계 미국인 A씨의 얘기다. A씨는 개인적으로 월풀보다는 그 산하 브랜드인 메이텍(MAYTAG), 메이텍보다는 GE를 선호하다고 말했다. 중국산 제품은 싫다면서도 하이얼이 GE 가전사업부를 인수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미국 세탁기 업체들은 한국·중국산 제품에 '안방'을 뺏긴 채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다양한 형태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며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하고 맞춤형 신제품을 선보이는 중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 수혜를 받으려는 노림수도 엿보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월풀은 최근 미국 소비자를 겨냥한 '특화 제품'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에는 메이텍 제품에 'PetPro 전면 로드 세탁 시스템'을 적용했다. 반려동물 털 제거를 위해서다. 세탁 코스에서 옵션을 선택하면 물을 추가로 분사하고 전용 필터와 딥 린스를 통해 반려동물 털을 제거한다. 메이텍 'Pet Pro 건조기'는 보푸라기 걸림망에 옷에 묻은 반려동물 털을 걸러내는 기능도 갖췄다. 월풀은 이 기술을 통해 자사가 경제 매체 포춘 '2025년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에 선정됐다고 홍보하고 있다. 월풀은 또 KitchenAid, Amana 등 다양한 산하 브랜드를 운영하면서도 '월풀' 이미지를 강화하는 작업에도 열중하고 있다. '케어 카운츠' 세탁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 시설 접근성을 확대하거나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대면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돕는 등 사회공헌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에너지 사용과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ESG 경영' 홍보에도 열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트럼프 행정부 기조에 맞춰 '애국 마케팅'도 전개하고 있다. 월풀의 가장 큰 차별점이자 강점으로 '미국 브랜드'와 '미국 생산'을 내세우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 등을 알리고 있다. 한국산 세탁기 등을 대상으로 '관세 회피' 의혹을 제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월풀은 미국에 수입되는 세탁기들이 실제보다 낮은 가격을 서류에 기입하는 '언더밸류' 수법으로 관세를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의혹들을 세관국경보호국(CBP) 등 정부 측과 공유했으나 정식 고발은 하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다. 월풀은 현재 미국에 판매하기 위해 생산하는 제품 중 80%를 자국 내에서 생산하고 있다. 앞으로 미국 내 생산량을 더 늘린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GE의 경우 '중국색'을 지우는 동시에 하이얼 브랜드 인지도를 올리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소비 시장에서는 '미국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버리지 않으면서 각종 공식 문서 등에 '하이얼 계열사인 GE'라고 언급하고 있다. 올해 초 세탁기 울트라프레시(UltraFresh) 라인업을 확장한다고 발표하면서도 공식 보도자료에 “하이얼 계열사 GE가 더 많은 세탁실에 더욱 신선한 전면 로드 세탁기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주로 다양한 용량의 제품을 출시하고 디자인을 개선하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GE가 드럼세탁기 외관을 삼성·LG전자 제품과 비슷하게 만들려 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GE는 지난해 미국 최초로 '스페인어 세탁기'를 출시해 이목을 잡기도 했다. 스페인어 패널과 불림 및 교반 세탁 모드를 갖춘 'GE 4.5'를 내놓은 것이다. 히스패닉 소비자들이 옷감 보존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만큼 모든 코스에 20분의 불림 시간을 추가하는 '맞춤형 모드'를 넣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브랜드도 다양하게 운영한다. 스마트 기능과 혁신적인 기술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고급 라인 'GE Profile', 맞춤형 디자인과 스타일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CAFE', 빌트인 전용 브랜드 'Monogram' 등이다. GE는 이와 함께 브랜드별로 손잡이 같은 부품을 교체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개인화 기능도 강조하고 있다. '중국색 지우기' 작업의 대표적 사례는 월풀과 '미국 세탁기'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GE는 하이얼 인수 이후에도 미국 내 제품 및 생산 시설에 2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며 연구개발(R&D) 및 제조 혁신에 적극적 나서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공장 확장으로 일자리를 2000개 이상 창출했다고 선언하는 등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됐습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韓中 세탁기 전쟁] 美 점령한 ‘K-세탁기’ 위상···틈새시장 노리는 中

하이얼·메이디·하이센스·TCL 등 중국 가전 기업들이 전세계 세탁기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아직 삼성전자와 LG전자 상품성을 따라오지는 못했지만 물량과 자본을 앞세운 공세가 꽤나 매섭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일본 도시바 가전사업부를 흡수하는 등 인수합병(M&A)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중국 세탁기의 글로벌화와 한국 기업의 대응 전략' 기획 기사를 연재한다. 한국 가전기업의 '캐시카우'인 세탁기 분야에서 중국산의 약진 배경을 찾고 대응 방법을 찾는 차원이다. 주요 시장인 미국·일본에서 한·중 세탁기 진출상과 현지기업들의 방어 움직임도 소개한다. [로스앤젤레스(미국)=여헌우 기자]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시내에 있는 베스트바이(Best Buy) 매장. 대규모로 마련된 세탁기 전시 코너 주인공은 'K-세탁기'였다. 삼성·LG전자 제품 종류와 라인업이 미국 브랜드 월풀·제너럴일렉트릭(GE)보다 많았다. 가장 눈에 잘 띄는 '명당' 자리에는 할인 판매 중인 한국산 세탁기가 보였다. 또 다른 가전제품 매장인 로우스(Lowe's)나 주택 용품을 주로 판매하는 대형 체인 홈디포(Home Depot) 분위기도 비슷했다. 'K-세탁기'가 미국을 점령하고 있는 듯 보였지만 속내는 복잡했다. 중국 브랜드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며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었다. 특히 하이얼이 GE 가전사업부를 인수하는 등 '자본 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지난 7월 찾은 LA 베스트바이 매장에는 다양한 종류의 세탁기가 전시돼 있었다. 한국 고객들이 선호하는 드럼세탁기 외에도 통돌이, 교반식 등이 여전히 소비되는 탓이다. 프리미엄 드럼세탁기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통돌이 전시 공간이 확실히 구분돼 있다. 가격도 제품 형태나 용량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수백달러짜리부터 3000달러가 넘는 고가 세탁기가 공존했다. 종류는 달라도 미국 소비자들은 대부분 대용량 세탁기를 선호하는 듯했다. 한국이나 유럽에서는 보통 세탁물을 몇 ㎏까지 넣을 수 있는지를 나타내지만 미국에서는 세탁조의 부피를 큐빅피트(cu.ft.)로 표시한다. 이 때문에 용량을 직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웠지만 소형급으로 작아보이는 제품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대용량인 4cu.ft.를 넘는 경우가 많았는데 한국 제품으로 치면 25㎏ 정도 돼보였다. LA 시내 대형 쇼핑몰 내에 입점한 베스트바이 매장이었는데 전시된 세탁기가 100대가 넘었다. 같은 종류 제품은 브랜드별로 구성됐다. 숫자만 놓고 보면 전체적으로 LG전자 제품이 가장 많았고, 삼성전자·월풀·GE 순이었다. 월풀의 메이텍(MAYTAG), GE의 GE Profile 등 산하 브랜드 제품도 몇몇 준비됐다. 직원에게 “어떤 브랜드 세탁기가 가장 잘 팔리냐"고 묻자 “어떤 제품을 찾고 계시냐"는 답이 돌아왔다. “기능이 많이 들어간 드럼세탁기를 보고 있다"고 건네자 삼성·LG전자 제품을 추천했다. 해당 직원은 한국산 세탁기를 두고 “잔고장이 많지 않고 애프터서비스(A/S)도 훌륭한 편"이라고 소개했다. 1000달러 이하 통돌이나 교반식 제품 중에서는 어떤 게 좋냐고 묻자 직원은 'INSIGNIA' 브랜드 코너로 안내했다. INSIGNIA는 베스트바이의 자체브랜드(PB)로 대부분 중국 또는 아시아권에서 위탁 생산된 제품이다. 현재 할인판매 중인 제품의 생산지 역시 중국이었다. 프리미엄 시장을 점령한 K-세탁기 위상을 중국업체들이 저가 공세로 노리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버뱅크 지역에 있는 로우스 매장 분위기도 비슷했다. 버뱅크는 LA에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동네다. 대형 쇼핑몰 내 로우스 매장에서는 줄자를 들고 세탁기 크기를 재는 고객이 여럿 보였다. 집마다 구성과 공간이 모두 다르다보니 생긴 일이다. 한 40대 미국인 남성은 LG전자 드럼세탁기 코너를 계속 서성이며 직원에게 할인폭을 계속 물었다. 로우스 관계자는 “프리미엄 제품은 한국산 세탁기 선호도가 확실히 높다"고 설명했다. 중국 세탁기는 없냐고 하자 “여기에는 없다"고 답했다. GE는 어느 나라 브랜드냐는 질문에는 “GE는 전통적인 미국 회사"라고 답했다. 아직까지 미국인들은 하이얼이 GE 가전사업부를 인수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로우스에는 베스트바이와 비교해 세탁기 종류가 더 많은 듯했다. 유럽 가전 회사인 일렉트로룩스의 드럼세탁기 등이 월풀, GE 등과 함께 전시됐다. 미국에서 주택용품을 주로 판매하는 홈디포 매장에도 세탁기가 수십대 이상 구비돼 있다. 이곳에서 만난 고객들 역시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을 가장 선호한다고 말했다. 다만 제품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월풀이나 GE가 우수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홈디포에서는 다른 곳에선 보지 못한 'HOT POINT'라는 제품이 있다는 점이 눈길을 잡았다. 가격이 500달러대인데다 겉보기에 '중국산 느낌'을 풍기는 세탁기였다. 점원에게 “이거 중국산 세탁기냐"고 묻자 “GE 브랜드"라는 답이 돌아왔다. 홈디포 직원 역시 하이얼이 GE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음을 알려줬다. LA 곳곳에서 확인한 'K-세탁기' 위상은 각종 공신력 있는 조사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초 미국 유력 소비자 전문지 컨슈머리포트가 선정한 '2025 최고 대용량 세탁기' 9개 부문 중 LG전자는 8개, 삼성전자는 1개 제품에서 수상했다. 드럼세탁기, 통돌이, 교반식 모두 한국산 제품 우수성이 입증된 것이다. 중국 하이센스와 메이디는 평가 대상으로 선정되는 것조차 애를 먹었다. 중국 브랜드 중 유일하게 교반식 세탁기 성능 평가 대상에 선정된 메이디는 종합 점수가 크게 낮아 체면을 구겨야했다. 베스트바이, 홈디포, 로우스 등 매장에서 중국 브랜드 세탁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점과 그 궤를 같이하는 대목이다. 로우스는 앞서 글로벌 가전기업 중 유일하게 LG전자를 '베스트 파트너'로 선정하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Verified Market Research는 지난해 기준 미국 세탁기 시장 규모를 81억5000만달러(약 11조3000억원)로 추산했다. 앞으로는 연평균 7.9%씩 성장해 2032년 127억달러(약 17조6000억원)가지 커질 전망이다. 트랙라인 자료를 보면 지난해 미국 세탁기 시장 매출 기준 점유율 순위는 LG전자가 1위(23.4%), 삼성전자가 2위(21.6%)를 달리고 있다. 월풀(15.9%)과 GE(15.5%)를 압도하는 수치다. 이처럼 미국에서 K-세탁기의 위상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월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우선주의' 정책을 등에 업고 외국산 세탁기를 견제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는 사례를 꼽을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18년부터 대형 가정용 세탁기에 관세율 쿼터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했는데, 이 역시 월풀 청원에 따른 것이다. 이들은 최근에도 한국산 세탁기 등을 겨냥해 '제품 가치를 낮춰 표시해 관세를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기업들이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저가형 제품 판로를 확대하려 노력하는 동시에 GE를 인수해 운영하는 등 '자본 공세'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삼성·LG전자는 상대적으로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현지 대기업들이 PB를 만들면서 중국에 주문자위탁생산(OEM) 물량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부각된다. 다만 세탁기는 TV, 스마트폰 등과 달리 마진 대비 물류비 부담이 크다는 특징이 있다. 앞으로 미국발 '관세 전쟁' 진행 상황에 따라 우리 기업들도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됐습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해외유출 기술 40%가 ‘반도체’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산업 분야 해외 기술 유출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5년여간 피해추산액이 23조2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9일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업종별 산업기술·국가핵심기술 해외 유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국가핵심기술 33건, 산업기술 105건이 해외로 넘어갔다. 산업기술 유출을 업종별로 보면 반도체 42건, 디스플레이 22건, 전기전자 9건, 자동차 9건 순이었다. 국가핵심기술 분야 역시 반도체가 10건으로 가장 많았다. 디스플레이(6건), 조선(5건)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9월에는 국가핵심기술인 20나노급 D램 반도체 제조공정 기술을 빼돌려 중국 지방정부와 합작 설립한 현지 법인의 개발에 부정 사용한 혐의로 25명이 검거됐다. 같은 해 1월에는 국내 한 대학교 산학협력단 내에 위장 연구소를 세우고 전기차 배터리 설계도를 중국 경쟁업체에 유출한 혐의로 5명이 적발됐다. 최근에도 고대역폭메모리반도체(HBM) 제조공정 기술을 중국 업체에 유출하려다 피의자 3명이 공항에서 긴급 체포됐다. 김 의원은 “반도체 산업 등 핵심 분야는 국가 경제와 안보에 직결된 사안"이라며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韓中 세탁기 전쟁] 메이드인 차이나, 기술·가격·마케팅 ‘3박자 진화’

[베이징(중국)=김윤호 기자] 세계 세탁기 시장의 판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한때 '값싼 대안'으로만 여겨졌던 중국 세탁기 브랜드들이 기술 혁신, 현지화 전략, 공격적 마케팅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 하이얼, TCL, 하이센스 등 중국 제조사는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인공지능(AI)·스마트 기능과 친환경 기술, 스포츠·문화 마케팅까지 총동원하며 기존 강자들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얼은 '3-in-1 현지화 전략'(R&D·생산·마케팅)을 바탕으로 각국 특성에 맞는 제품을 내놓고 있다. 최근 선보인 X11 세탁기는 유럽 최고 수준 에너지 등급을 60% 웃도는 성능으로 주목받았다. AI 스마트워시, 대용량·초고효율 기능, 세탁·건조 일체형 솔루션을 앞세워 친환경·프리미엄 시장을 공략 중이다. 플래그십 'L+' 세탁기는 자동 세제 투입, 26종 얼룩 제거, 대형 드럼, UV·미세먼지 제거 등 첨단 기능을 탑재했다. 10.1인치 액정표시장치(LCD) 터치스크린과 열펌프 건조 기능을 갖췄으며, 출고가는 약 570만원, 행사가는 450만원 선이다. 초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하면서도 20만~50만원대 중저가 모델을 병행해 시장 저변을 넓히고 있다. TCL은 '스마트 리빙'을 내세워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다. '슈퍼 사이클론 V3R'은 10kg 대용량, 고온 스팀 살균, BLDC 인버터 모터(10년 보증) 등을 갖추고도 29만원 수준의 공식가를 책정했다. 정부 보조금이 적용되면 12만원대로 떨어져 '가성비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했다. 올 상반기에는 AI 기반 초대형 드럼 세탁기 'T7R Pro'를 전시하며 프리미엄 시장 진입을 강화했다. 하이센스는 스마트홈 플랫폼 '커넥트라이프(ConnectLife)'와 연계한 초대형 제품으로 대가족·상업용 수요를 겨냥한다. 20kg 'WT5T2025DB'는 원격 제어·저소음 인버터·15분 퀵세탁을 지원하며 약 90만원에 판매된다. 동시에 8~10kg급 보급형 모델에도 자동 세제 투입·드럼 클린 등 편의 기능을 적용했다. 제품 혁신과 더불어 공격적인 글로벌 마케팅도 눈에 띈다. TCL은 올림픽·아시안게임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공식 후원하며 '혁신·열정' 이미지를 소비자 경험과 연결하고 있다.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서도 공식 파트너로 참여해 생활가전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할 예정이다. 하이얼은 롤랑가로스, ATP 투어 등 글로벌 테니스 대회를 후원하며 '프리미엄+지속가능성' 이미지를 확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축구 클럽 파리 생제르맹(PSG)과 리버풀 FC와의 다년간 글로벌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하이센스는 FIFA 월드컵, UEFA 유로, FIFA 클럽 월드컵 등의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를 후원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하이얼은 유로모니터 기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6년 연속 세계 1위 가전 브랜드에 올랐다. TCL은 160여 개국에서 점유율을 확대 중이고, 하이센스 역시 해외 매출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은 과거의 '저가' 이미지를 벗어나 프리미엄과 보급형 이원화 전략으로 선진국·신흥국을 동시에 공략하고 있다. 중국 브랜드의 약진은 한국 세탁기 업계에 뚜렷한 과제를 던지고 있다. 우선 기술 혁신이 절실하다. AI 기반 자동 감지, 살균·위생, 세탁·건조 결합 등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기능에서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브랜드 경험도 중요하다. 단순 품질 경쟁을 넘어 디자인, 감성적 스토리텔링, 스포츠·문화 후원까지 포함한 프리미엄 이미지 구축이 필요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AI 세탁기와 대용량 건조기 결합 모델을 출시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중국 기업들은 가격 공세와 현지화·마케팅 전략에서 더 과감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역별 생활 습관과 규격·인증에 맞춘 맞춤형 제품 개발과 서비스망 확보가 경쟁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중국 제조사들은 이제 단순 '저가'가 아닌 '혁신·가격·마케팅' 3박자를 무기로 글로벌 시장을 흔들고 있다. 업계에선 “한국 기업이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세탁기 시장 역시 스마트폰·TV처럼 '중국 굴기'에 밀리는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했습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韓中 세탁기 전쟁] GE·도시바도 삼킨 中가전 ‘프리미엄 행보’ 거침없다

[로스앤젤레스(미국)=여헌우 기자] 중국 세탁기 브랜드들은 내수에서 존재감을 키운 뒤 해외에 이를 수출하는 방식으로 전세계 시장에 진출해왔다. 최근에는 '이구환신' 정책 등을 힘에 없고 상품성까지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들이 '자본 체력'을 지속적으로 비축하면 삼성·LG전자의 기술 리더십까지 넘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가전 기업들은 정부의 '이구환신(以舊換新)'을 등에 업고 몸집을 불려나가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이구환신은 중국 정부가 내수 경기 부양을 위해 시행하는 핵심 소비 진작 정책이다. 가전 분야에서는 노후된 제품을 새 제품으로 교체할 때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2급 및 그 이상의 에너지 또는 물 효율 기준을 충족하는 △냉장고 △세탁기 △TV △에어컨 △컴퓨터 △온수기 △가스레인지 △주방 후드가 그 대상이다. 중국 소비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참여 인원이 100만명을 돌파하는 데 한 달여밖에 걸리지 않았다. 중국 시장감독관리총국은 지난해 3월 해당 정책 시행 이후 연말까지 가전제품 판매량이 전년 대비 80% 가량 늘었다고 추정했다. 중국 정부는 대규모 보조금을 살포하면서도 기업 경쟁력 확보를 함께 주문했다. 보조금 기준은 제품의 최종 판매 가격의 15%로 책정하면서도 1급 이상 에너지 또는 물 효율 제품을 구매할 경우 5%를 추가로 지원하고 있다. 하이얼, 메이디, 하이센스 등은 자연스럽게 '녹색 스마트 세탁기' 생산을 도모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키웠다. 아오웨이윈왕(AVC) 등 시장조사기관과 국가통계국 자료 등을 종합하면 중국 내에서 만들어지는 세탁기는 2023년 기준 1억458만여대로 추산된다. 지난해에는 1억2000만여대가 만들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정확한 수출량 통계는 잡히지 않고 있다. 금액으로 추산하면 연간 1억8500만달러(약 2500억원) 수준으로 분석된다. 수출액 자체는 2020년대 들어 매년 두 배 이상씩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변화 양상은 중국 내에서 만들어지는 세탁기의 용량이 점점 커지고 구조도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현지에서는 10kg 크기 안팎 세탁기가 시장 주류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구환신 정책 시행 이후 12% 이상급 제품 침투율이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9~12월 온·오프라인 채널 내 12kg 세탁기 소매량 비중은 각각 7.3%, 6.1%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4.5%, 3.1%씩 증가했다. 심하윤 연세대학교 중국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 세탁기 시장은 세탁기의 대중화 기간이 끝나고 교체 기간이 도래했다"며 “과거 세탁방식과 다른 물 절약, 절전, 소음 제어 등 새로운 기능을 탑재한 기기가 출시·판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의 주거환경이 개선되고 생활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대용량 세탁기 및 의류관리에 장점이 있는 세탁기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스마트 세탁기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데, 스마트 홈 개념이 적용된 고급화 기기가 새로운 추세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국에서 힘을 키운 중국 세탁기 브랜드들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저가형 제품으로 신흥국을 공략하는 한편 인수합병(M&A) 전략을 통해 선진국을 겨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Fortune Business Insights에 따르면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은 5~7kg급 세탁기가 주로 소비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다양한 라인업을 앞세워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중이다. 인도 매체들은 최근 중국과 경제 협력 가능성 등을 언급하는 기사를 내면서 세탁기를 비롯한 중국 가전 브랜드 판매가 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유력 경제지 The Economic Times는 '최고의 세탁기'를 소개하는 코너에서 LG전자, 삼성전자, 월풀과 함께 중국 하이얼을 함께 언급했다. 특히 저렴한 가격대 상품에서는 하이얼이 LG·삼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태국 매체 The Nation은 14일(현지시각) 기획기사에서 하이얼을 '붕괴 직전에서 글로벌 리더로' 성장한 기업으로 소개했다. 이들은 하이얼이 지난해 태국에 100억바트(약 4400억원)를 투자해 신규 공장을 건설했다는 사실 등을 언급하면서 연내 세탁기 시장 점유율 15%를 목표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TCL이 판매망을 확장하며 점차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영미권 언론사들은 중국 기업들이 M&A에 적극적이라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북미, 유럽 등 시장 공략을 위해 자본을 앞세우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하이얼은 지난 2016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사업부문을 54억달러에 인수했다. 메이디는 2016년 일본 도시바의 백색가전 자회사 도시바 라이프스타일을 사들였다. 자연스럽게 미국에서 팔리는 GE 세탁기나 일본에서 소비되는 도시바 제품에서 나는 수익은 중국 기업들에게 흘러들어가는 구조다. 현지 소매판매점에서는 이같은 브랜드가 중국에 흡수된 사실을 모르는 소비자들이 더 많다고 전해진다. 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Traqline)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 세탁기 시장 브랜드별 판매 순위는 LG전자(21.1%)와 삼성전자(21%)가 상위권에 올라 있다. GE(18%)와 월풀(15%)이 뒤를 따르는 구조다. 하이얼, 메이디, 하이센스 등은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중국 기업이 인수한 GE를 '중국 세탁기'라고 분류할 경우 얘기가 전혀 달라진다. 업계에서는 향후 '중국산 세탁기'와 '중국 세탁기' 파도는 넘어가기 힘들다고 본다. 신흥국을 중심으로 판매되는 소형 세탁기 등을 놓고 보면 우리나라 업체가 중국산 '저가 공세'를 이겨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까지 포함하면 이미 전세계 세탁기의 절반 가량이 중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세탁기 산업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로 대규모 생산시설, 경쟁력 있는 인건비, 정부의 적극적인 산업 지원 등을 꼽는다. 2010년대 들어서는 스마트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세탁기'와 같은 혁신적 제품을 출시하면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고 있다. 프리미엄 시장을 지켜야 하는 삼성·LG전자 입장에서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넘어가는 게 가장 큰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저가형으로 자본을 축적한 중국 업체들이 대형·고급 제품 분야 개발에 나설 경우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중국이 AI 가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대표적인 사례가 로봇청소기인데, 이는 내수에서 엄청난 데이터를 모아 이를 AI 기술로 발전시켰기 때문"이라며 “(중국 업체들이) 세탁기 분야에서도 같은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 기업들이 단순히 칩(Chip)에 단순한 AI 기능을 적용하는 식으로 제품을 발전시키려 한다면 프리미엄 시장에서 위기에 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했습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韓中 세탁기 전쟁] 中 글로벌공략 거세진다…삼성·LG ‘K-백색가전’ 최대 위협

하이얼·메이디·하이센스·TCL 등 중국 가전 기업들이 전세계 세탁기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아직 삼성전자와 LG전자 상품성을 따라오지는 못했지만 물량과 자본을 앞세운 공세가 꽤나 매섭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일본 도시바 가전사업부를 흡수하는 등 인수합병(M&A)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중국 세탁기의 글로벌화와 한국 기업의 대응 전략' 기획 기사를 연재한다. 한국 가전기업의 '캐시카우'인 세탁기 분야에서 중국산의 약진 배경을 찾고 대응 방법을 찾는 차원이다. 주요 시장인 미국·일본에서 한·중 세탁기 진출상과 현지기업들의 방어 움직임도 소개한다. 2000년대 중반 태양광 시장을 주도하는 곳은 독일·일본 기업들이었다. 이들은 '기술'을 방패 삼아 고부가가치 산업 영향력을 유지하려 했고, 중국은 '저가 공세'에 나섰다.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과 공격적인 투자에 힘입은 중국 기업들은 무서운 속도로 생산량을 늘려 원가를 낮췄다. 지금은 전세계 태양광 패널 시장을 중국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해당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잃었음은 물론이다. TV 역시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액정표시장치(LCD) TV 시장을 주름잡던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국 업체들의 '가격 파괴' 전략에 경쟁력을 잃었다. 결국 수익성이 악화된 LCD 사업을 접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에서 최근 열린 디스플레이 산업 세미나에서는 “내년이면 중국 하이센스가 삼성전자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왔다. 중국 기업들이 '저가 공세'를 앞세워 글로벌 세탁기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삼성·LG전자가 수십년간 기술 장벽을 쌓아 백색가전의 '마지막 보루'로 여겼던 분야다. 아직 상품성이나 브랜드 인지도는 따라오지 못했지만 태양광·TV 시장을 장악했던 방식을 그대로 내세우고 있어 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18일 시장조사기관 Fortune Business Insights에 따르면 글로벌 세탁기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628억8000만달러(약 86조8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같은 시기 TV 분야 크기는 2062억달러(약 284조6500억원)로 파악됐다. 체급 차이가 3배 가량 나는 셈이다. 성장 속도는 세탁기가 더 빠르다. 전세계 세탁기 시장은 2032년까지 연 평균 8.15% 성장해 규모가 두 배 가까이(1152억달러, 약 159조원) 증가할 전망이다. TV의 경우 연 평균 성장률이 2.4%에 불과해 2032년 2481억달러(약 342조4000억원) 크기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100조원대 시장'인 세탁기 분야 선두 업체는 삼성·LG전자다. 일찍부터 통돌이, 드럼형, 교반식 등 다양한 분야 제품을 내놓고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하는 등 실력을 쌓아온 결과다. 미국·유럽 등 대부분 선진 시장에서 현지 업체들과 점유율 1위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월풀과 제너럴일렉트릭(GE), 유럽에서는 일렉트로룩스 등과 맞붙는 중이다. 다만 중국·일본 등에서는 존재감이 거의 없다. 삼성·LG전자의 강점은 기술력이다. 미국 컨슈머리포트 조사에서 거의 매번 '최고 세탁기' 상을 휩쓸고 있다. 지난 1월 발표된 '최고 대용량 세탁기' 부문에서는 총 9개 중 LG전자가 8개, 삼성전자가 1개를 차지했다. 반면 중국 브랜드는 성능 평가 대상에 선정되는 데도 애를 먹었다. 메이디가 교반식 세탁기 성능 평가 대상에 유일하게 선정됐지만 낮은 점수를 받았다. 세탁 후 옷감의 상태, 진동 등은 장점으로 꼽혔지만 브랜드 신뢰도와 소비자 만족도 부문은 아예 점수를 받지 못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프리미엄 세탁기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통돌이·소형 제품 등에서 저가 공세를 펼치며 틈새를 노리고 있는 형국이다. 인도, 아프리카 등 인구는 많고 저렴한 제품이 보급될 확률이 높은 국가에서는 '메이드 인 차이나' 영향력이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변수는 중국 업체들이 선진 시장 공략을 위해 '인수합병(M&A)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이얼은 지난 2016년 미국 GE 가전사업부문을 54억달러에 인수했다. 이를 통해 북미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며 프리미엄 라인업을 확대했다. 메이디는 2016년 일본 도시바의 백색가전 자회사 도시바 라이프스타일 지분 80%를 약 5473억원에 사들였다. 도시바 브랜드와 기술력을 활용해 글로벌 경쟁력을 크게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밖에 중국 업체들은 유럽 가전기업 캔디, 파나소닉 자회사 산요전기 등을 인수하며 각 시장별 공략법을 다각화하고 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했습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LG CNS 인공지능전환(AX) 사업, 지속성장엔진 자리매김

인공지능 전환(AX) 전문기업 LG CNS가 올 들어 인공지능(AI) 기반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면서 지속성장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18일 LG CNS,에 따르면, 올해 국내외 산업계의 인공지능 전환(AX) 흐름에 발맞춰 LG CNS는 크게 AI 데이터센터와 AI 플랫폼 분야에서 잇달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7월 부산 글로벌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LG전자·LG에너지솔루션 등과 손잡고 개발한 '원 LG(One LG) 솔루션' 등 AI 데이터센터 관련 사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이보다 앞서 지난 8월 인도네시아 AI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사업에 착수한 상태다. 또한, 같은 달 공개한 'AI 에이전틱(AGENTIC)' 서비스는 단순 서비스를 넘어 생성형 AI 기술에서 설계·구축·운영·관리까지 통합 지원하는 개발 솔루션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시장은 국내 데이터센터 설계·구축(DBO) 사업에서 과반이 넘는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LG CNS가 올들어 국내외 데이터센터 구축 수요가 크게 늘어난데 힘입어 DBO 연간매출 5000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한다. LG CNS는 AI 플랫폼 사업에서도 잰걸음을 놀리며 AX 전환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 5월 우리 외교부의 약 300억원 규모 AI 플랫폼 사업, 6월 경기도교육청의 380억원 AI-데이터 중심 디지털 플랫폼 사업을 잇따라 수주했다. 공공 AI 플랫폼뿐 아니라 국내 민간 AI플랫폼시장으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신한은행과 챗헷 기반 금융지식 Q&A 서비스, NH농협은행과 자체 플랫폼 'DAP Gen AI' 적용, 에쓰오일에 공정 안전관리 및 플레어스택 최적화 솔루션 개발 등 금융·제조 분야와 손을 잡은 것이다. 이어 8월 네이버와 함께 'AI 기술 기반 광고 사업 제휴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LG CNS 광고 운영 최적화 플랫폼 MOP(Marketing Optimization Platform)를 활용해 네이버 쇼핑 판매자의 광고 효율을 높이는데 협력키로 했다. 수천억 규모에 이르는 네이버 쇼핑의 매출 증대를 통한 LG CNS의 수익 연계 효과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올해를 'AI 데이터센터 중심의 글로벌 확장 원년'으로 표방한 LG CNS의 AI 기반 사업 확장 행보는 올 연말까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4분기 이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이 추진하는 AI 데이터센터 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며, 미국 실리콘밸리 로봇·AI센터 설립을 추진하면서 추후 AI 기반사업의 해외 매출 잠재력에 기대감도 높다. 이밖에 AX 전문인력 확보를 위해 카이스트, 서울대 등과 긴밀하게 협력체제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LG디스플레이·이노텍, ‘아이폰17 흥행’이 반갑다

애플의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17' 시리즈가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 조짐을 보이면서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부진에 빠진 LG그룹 전자부품 계열사들이 반등 기회를 맞고 있다. 18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아이폰17 시리즈는 오는 19일 공식 출시를 앞두고 주요 시장에서 사전 주문이 몰리며 판매 호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미국에서는 아이폰17 프로 맥스 주문이 쏠리며 배송일이 10월로 밀렸다. 신규 색상인 오렌지 모델은 조기 품절됐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징둥(JD)닷컴도 아이폰17 시리즈 첫날 예약량이 전작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특히 기본형 256GB 모델이 가장 많은 주문을 기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독일, 영국 등에서도 배송 대기 기간이 전작보다 더 길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배송 대기 기간이 길수록 수요가 강하다는 의미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자급제용 아이폰17 기본모델은 쿠팡·11번가·SSG 등 오픈 마켓에서 잇달아 품절을 기록하고 있다. 이동통신사를 거쳐 구매하는 경우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날 SK텔레콤이 진행 중인 아이폰17 시리즈의 사전예약에서 기본 모델의 일부 색상은 품절로 구매가 불가한 상황이다. 당초 시장에선 아이폰17을 두고 '혁신 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슬림폰 '아이폰 에어' 추가와 카메라 성능 강화 등 하드웨어 개선 전략이 소비자의 선택을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정식 출시 이후에도 이러한 수요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제품 라인업 세분화로 다양한 수요층을 충족했다"며 “애플의 신규 구매 수요를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아이폰17 출하량이 전작 대비 3.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은 애플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이번 아이폰17 흥행에 직접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두 회사 모두 올해 상반기 부진을 겪었다. LG디스플레이는 82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LG이노텍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8.3% 급감한 1365억원에 그쳤다. 정보기술(IT) 기기 수요 위축과 경쟁 심화 여파였다. LG디스플레이는 아이폰17 시리즈에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공급한다. OLED 적용 모델이 지난해 2종에서 올해 3종으로 확대되면서 공급 점유율도 늘어날 전망이다. 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적용 모델 확대와 선주문 호조로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는 LG디스플레이의 올해 아이폰용 패널 공급량을 7510만대로 전망했다. 전년 대비 11% 늘어난 수치다. LG이노텍은 아이폰 카메라 모듈 주요 공급사로, 이번 시리즈 전량에 4800만 화소 카메라가 적용되며 단가 상승 효과가 기대된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평균 공급단가 상승으로 수익성 개선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통신용 반도체 기판인 RF-SiP 수요 확대도 긍정 요인이다. LG이노텍은 업계 최초로 '코퍼 포스트' 기술을 적용해 기판 크기를 줄였고, 애플은 이번 아이폰17부터 탑재 범위를 확대했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신모델 양산 본격화로 카메라 모듈과 RF-SiP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17의 흥행세가 이어진다면 LG 전자부품 계열사의 실적 반등에 결정적인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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