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노동조합과는 임금 문제로, 대만 TSMC와 손 잡은 SK하이닉스와는 반도체 사업으로 엎치락 뒤치락하는 가운데 해외에서는 빅테크 간 합종연횡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지난 23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 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이에 중노위는 사용자·근로자·공익위원으로 구성된 조정위원회를 개최해 10일간 중재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도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면 중노위는 조정 중지를 결정하고, 노조는 파업 안건을 조합원 투표에 부쳐 과반 이상이 동의하면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전국삼성전자노조는 8.1%에 달하는 임금 인상률을 바란다. 하지만 8회에 걸친 교섭에도 사측은 2.5%를 고수해 노조와 평행선을 달리는 모양새다. 삼성전자 노사 간 임금 교섭 회의록에 의하면 노조 측은 이달 말까지 임금과 복리후생 교섭이 마무리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교섭 D-데이를 27일로 보고 있고, 3월에 받게 될 '정상적인 상승분'이 적용되려면 합의를 마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국삼성전자노조 측 관계자는 “27일을 기준으로 교섭 합의나 결렬이 결정될 것인데, 아직도 제시안이 없다는 건 다음달 임금을 올려주지 않겠다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교섭 의지가 없는 것도, 지연시키려는 것도 아니고 우리 측 제시가 늦어진 점에 대해선 양해를 구한다"며 “신속하게 안을 마련해오겠다"고 언급했다. 이 외에도 삼성전자는 6100명 규모의 디바이스 익스피리언스(DX) 노조로부터의 소송 위기에도 처해있다. 이들은 명절 귀성 여비도 통상 임금이라며 지난 2년 4개월간 받지 못한 만큼 소급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달달이 사측이 낸 '개인 연금 회사 지원금'도 통상 임금으로 인정해달라는 주장도 나올 전망이다. 삼성전기 노조 또한 이들과 마찬가지로 오는 4월 중 소 제기를 하고자 참여 인원을 모집하고 있고, 삼성디스플레이·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사정도 같다. 이들은 통상 임금 소송에서 노조들이 승소한 판례가 많다는 점도 들고 있다. 이들은 지난 19일 출범한 삼성 관계사 '초기업 노조'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의 조합원은 현재 1만5800명이고, 삼성전기 노조까지 합세하면 1만7000명 수준으로 늘어난다.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지난 26일 기준 조합원 1만8413명을 두고 있다. 중복 인원이 있을 수 있지만 삼성전자는 표면상 3만5000명에 이르는 양대 노조와 씨름을 해야 하는 셈이다. 노조 리스크 외에도 삼성전자는 경쟁 상대들과의 쫒고 쫒기는 추격전으로 몸이 단 상태다. 최근 반도체 시장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붐이 일고 있다. HBM은 복수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능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제품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인 챗GPT가 생겨난 이후 주목을 받고 있는 반도체다. 가격은 D램이나 낸드 플래시 등 범용 메모리보다 3배 이상 높게 책정돼 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2013년 HBM 개발을 시작했고, 그래픽 처리 장치(GPU) 제조사인 엔비디아에 3세대 HBM을 독점 공급하고 있으며 5세대인 HBM3E까지 내놨다. 이에 삼성전자는 서둘러 HBM3E를 12단으로 쌓는 기술을 구현했고, 현재는 샘플을 고객사들에게 제공해 내년 상반기 중에 양산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6세대인 HBM4 개발에 나선 SK하이닉스는 TSMC와 'AI 반도체' 동맹 체제를 확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HBM 분야 기술력과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역량의 결합으로 삼성전자를 견제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삼성전자가 HBM과 파운드리 사업을 모두 전개하고 있어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파트너사 관련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미국 인텔은 과거 글로벌 반도체 왕좌를 되찾겠다며 마이크로소프트와 15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칩 제조 계약을 체결했고, 일본 정부는 TSMC에 막대한 지원금을 제공해 제1공장을 자국 내에 건립토록 했다. 향후에는 제2공장까지 계획돼 있어 전세계적인 반도체 경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여 삼성전자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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