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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인 차이나 가전현장 가다] 크고 싸지만 다 갖췄다…中TV ‘압도적 파워’

[중국 베이징=김윤호 기자] “압도적." 지난 6일 중국 베이징 도심 징둥몰 솽징점의 문이 열리고 매장으로 들어서자 기자의 시야가 단번에 확 트이면서 받은 첫 느낌이었다. 전면을 가득 채운 초대형 TV 화면들이 눈앞으로 밀려왔고, 브랜드 로고들이 번쩍이며 서로 존재감을 겨뤘다. TCL·하이센스·샤오미·스카이워스가 늘어놓은 대형 스크린은 매장 벽과 바닥을 압도했다.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이곳은 중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인기 가전 매장이다. 글로벌 TV 시장은 오랫동안 삼성전자·LG전자가 이끌어왔지만, 최근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출하량 기준 전 세계 TV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는 2006년 이후 19년 연속 1위를 지키고는 있으나 최근 들어 하락세다. 삼성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20년 21.9%에서 지난해 17.6%로 떨어졌다. LG는 같은 기간 11.5%에서 10.8%로 하락했고, 순위도 4위로 밀렸다. 반면 TCL과 하이센스는 각각 10.7%에서 13.9%, 8.1%에서 12.3%로 올랐다. 현장에서 확인한 중국산 TV의 최대 무기는 단연 '가격 경쟁력'이다. 같은 프리미엄급이라도 중국산 TV는 더 크고 저렴했다. 삼성 77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가 3만699위안(약 594만원)인 반면, TCL의 98인치 미니 발광다이오드(LED)는 2만3999위안(약 465만원), 하이센스 100인치는 2만9999위안(약 581만원), 샤오미 100인치는 1만4999위안(약 290만원) 수준이었다. OLED가 화질과 명암비에서 우위라는 평가를 받지만, “더 큰 화면을 절반 가격에"라는 유혹은 강력하다. 중국 브랜드 매장에는 OLED 대신 미니 LED 제품이 주력으로 자리 잡았다. TCL 관계자는 “번인(잔상) 문제 때문에 OLED는 취급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이센스·샤오미·스카이워스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삼성은 OLED를 전면에 내세웠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미니 LED 출하량은 전년 대비 170% 이상 급증하며, 지난해 2분기부터 OLED를 추월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중국 브랜드는 액정표시장치(LCD) 생산 기술을 토대로 원가를 낮추고, 초대형 미니 LED를 공격적으로 마케팅하는 전략을 택했다"며 “이는 한국 브랜드가 쉽게 따라하기 어려운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삼성·LG는 인공지능(AI) 기능을 전면에 내세운다. 삼성은 2025년형 TV에 'AI 홈', 'AI 어시스턴트', 'AI 시청 최적화'를 탑재했고, LG는 AI 버튼으로 맞춤 추천 기능을 제공한다. 중국 제조사도 AI를 도입했지만 방향이 다르다. 샤오미 관계자는 “스마트폰 연동과 음성 인식만으로 충분하다"며 “기능을 줄이고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쪽이 반응이 좋다"고 했다. 베이징에서 만난 한 현지 소비자도 “기능이 많다고 꼭 좋은 건 아니다. 필요한 기능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라인업에서도 중국 브랜드는 초대형 위주다. 세계 TV 시장이 '거거익선'(巨巨益善·크면 클수록 좋다) 흐름을 타자, 100인치 이상 모델이 즐비하고, 삼성보다 대형 제품 비중이 높았다. 액자형 TV나 이동형 TV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결국 현장에서 본 중국산 TV는 “크고 저렴하지만, 있을 건 다 있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됐다. 초대형·저가·필요 기능만의 조합, 그리고 대규모 생산 기반에서 나오는 원가 경쟁력이 맞물리며 글로벌 TV 시장의 무게추가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이동하고 있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메이드인 차이나 가전현장 가다] 삼성 스마트폰·워치, 中시장 끼어들 틈 없었다

'어? 삼성전자 MX 사업부는 중국에서 철수했나? 왜 매장이 없지?' 지난 6일 중국 전자 상거래 업체 징둥닷컴의 오프라인 매장 징둥몰 베이징 솽징점에 가서 느낀 점이다. 전국 징둥몰 매출 규모 2위인 이곳에서는 평소 기사로만 접하던 샤오미·화웨이·오포·아너·비보 등 중국 현지 정보통신(IT) 기기 제조사들의 제품을 직접 살펴볼 수 있었다.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들은 성능이 상향 평준화 돼 변별력을 갖추기 어려워 각 제조사들은 카메라 성능으로 승부를 보려는 경향이 짙다. 때문에 현장에서는 광학 기술이 뛰어난 유럽 기업들과 협업해 내놓은 플래그십 제품들이 이목을 끌었다. 우선 외관의 강렬한 붉은 색만큼이나 기자의 시선을 가장 확 끈 것은 올해 3월 25일 출시된 샤오미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울트라 15'였다. 이 기종은 독일의 카메라 명가 라이카와 손잡고 내놓은 만큼 카메라 기능 특화 제품으로 기획됐다. 한국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양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울트라 15는 샤오미가 플래그십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된 국내에 '미(Mi) 9' 이후로 6년 만에 정식 발매한 만큼 정말 '각 잡고' 만든 물건임을 느낄 수 있었다. 광고로만 봤던 제품의 실물을 손에 쥐어보니 마감 수준과 제품 자체의 성능도 발군이었다. 파지 시 카메라가 손에 착 감겼다. 메인 카메라는 4축 광학식 손떨림 보정(OIS)과 전자식 이미지 안정화(EIS) 덕분에 확대를 해도 흔들림 없는 촬영 환경을 보장해줘 선명한 사진이 나오도록 해줬다. 반 셔터 기능도 갖춰 흡사 디지털 카메라를 쓰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현장에서 만난 샤오미 직원은 “울트라 15는 아이폰처럼 영화 촬영용까진 안 되지만 영상 퀄리티를 중요시 하는 소비자들이 소형 디지털 일안 반사식 카메라(DSLR) 대용으로 구매한다"며 “여행이나 망원 촬영에 좋다"고 말했다. 이어 “실리콘 탄소 배터리를 갖춰 용량은 6000mAh, 글로벌판은 5410mAh로 큰데다 유선 90W·무선 80W를 지원해 45W인 삼성전자 갤럭시 S25 울트라보다 2배 빠른 속도로 충전이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램(RAM)과 저장 공간의 용량은 각각 16GB, 512GB인 단일 모델로 나왔고 공장 출고가는 6999위안(한화 135만3500원)으로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물론 국내 시판 가격은 169만9000원으로 다소 비싸지만 동일 저장 공간 기준 갤럭시 S 시리즈 최상위급인 S25 울트라는 184만1400원이어서 샤오미 울트라 15가 14만2400원 저렴하다. 169만8400원인 S25 울트라 256GB와는 고작 600원 차이났고, 삼성닷컴이나 삼성 강남에서만 파는 램 16GB 옵션이 전용 모델인 티타늄 제트 블랙 1TB 모델은 224만9500원이이어서 샤오미 울트라 15의 가격 경쟁력이 돋보였다. 국내 수입 물량이 많지는 않았겠지만 출시 당일 네이버 스토어와 쿠팡에서는 화이트·실버 크롬 색상이 매진되는 기현상이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지점처럼 보였다. 반중 정서와 개인 정보 무단 수집과 같은 백도어나 해킹 이슈 논란·우려만 아니었다면 제품 자체의 경쟁력만은 충분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바로 옆 오포(OPPO) 매장에는 스냅드래곤 8 엘리트를 품은 초박형 폴더블 모델인 파인드(Find) N5가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8.93mm 두께에 무게는 229g으로 매우 가벼웠다. 삼성전자 갤럭시 Z 폴드 7과 비교해도 손색 없는 빌드 퀄리티를 자랑했고 가격은 9999위안(한화 약 193만원)이었다. 오포 관계자는 “120Hz 고주사율 디스플레이를 품은 이 제품은 카메라는 스웨덴 핫셀블라드와 협업했고, 6100mAh 배터리를 120W로 초고속 유선 충전을 할 수 있다"며 “IP68 등급 방진·방수 기능도 있어 1.5m 깊이의 물에서 30분 동안 견딜 수 있다" 고 귀띔했다. 또 “청장년층 구분 없이 인기있는 모델"이라고 했다. 오포의 태블릿 PC 제품들도 진열돼있어 메모 기능을 시연해봤다. 서걱거리는 필기감도 상당히 좋아 와콤 기술이 들어간 삼성전자 갤럭시 S 울트라나 탭 시리즈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다. 다만 제품의 무게가 나가는 편이라 휴대성에서는 개선점이 존재했다. 샤오미 워치 H1 E·화웨이 워치 GT 5 등 스마트 워치 제품들도 눈길을 끌었다. 해당 제품들은 모두 7~12일 가량 사용할 수 있다는 게 매장 직원들의 공통된 설명이었다. 때문에 하루 내지는 길어야 이틀 가량 가 사실상 매일 충전을 요하는 삼성전자 갤럭시 워치 시리즈와는 대조적이었다. 매장에 방문한 한 현지인은 “남편과 3년 전부터 화웨이 워치를 쓰고 있는데 1주일 넘게 쓸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며 “집에 오자마자 시계를 풀고 충전을 해야 한다면 사용자 입장에서 스트레스가 클 것 같다"고 답변했다. 이처럼 중국의 IT 굴기를 현장에서 직접 체험해보니 생각 이상으로 기술력 격차가 커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더 나은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중국 현지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통계에서 삼성전자가 왜 '기타'로 분류됐는지, 오프라인 매장을 두지 않았는지 그 이유가 너무나도 명징해 삼성전자의 중국향 마케팅 전략 재정립이 시급해보였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2분기 호조 네카오, 하반기 실적·주가 승부처는 ‘AI’

국내 플랫폼 양대축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주요 사업 부문의 견조한 성장세에 힘입어 올해 2분기 호실적을 거뒀다. 두 회사 모두 인공지능(AI) 중심 성장전략을 구체화하고 있어 주가 상승으로도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10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올해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둘 다 나란히 광고·커머스 부문이 매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고, 핀테크·모빌리티 사업도 상승세로 힘을 보태며 실적을 뒷받침했다. 특히 네이버의 경우, 지난해부터 도입해 온 AI 기술을 통해 주요 서비스를 고도화한 게 주효했다는 평가이다. 1분기에 선보인 검색요약 기능 'AI 브리핑'을 통해 이용자 체류 시간을 늘렸고, 광고 상품 개선 및 타게팅 고도화 전략도 빛을 발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8일 실적발표 뒤 열린 콘퍼런스 콜에서 “AI 브리핑은 현재 월간 약 3000만명이 활용 중이며, 도입 이후 이용자들의 검색결과 체류시간은 20% 이상 증가했다“며 “6개 지면을 피드화한 결과, 콘텐추 노출 수와 체류시간 등이 동반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비용 최적화를 통한 체질 개선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는 분석이다. 매출은 지난해보다 1% 오르며 제한적인 성장세를 보였지만, 수익성 개선 효과로 영업익 39% 증가를 일궈냈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해 미래 먹거리로 AI와 카카오톡을 낙점하고,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가동해 비핵심 사업을 정리해 왔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카카오 계열사 수는 지난해 2월 137개에서 지난 2월 기준 116개로 1년새 21개나 줄었다. 자회사들의 비용 통제 및 보수적 채용 기조도 실적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2분기 영업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한 1조8424억원으로 집계됐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2분기 실적 호조 배경을 감안하면 두 기업의 하반기 승부처는 AI가 될 전망이다. 다만, 두 기업의 사업 방향성은 본업 경쟁력과 기술 접목 속도에 따라 다르다. 네이버는 주요 서비스 품질 고도화에, 카카오는 '카나나' 기반 AI 생태계 구축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연말까지 AI 브리핑의 쿼리(질의어) 적용 범위를 20%까지 넓히고, 통합검색을 개편해 초개인화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내년엔 통합검색에 'AI 탭'을 도입해 대화형 AI 검색을 지원할 방침이다. 최종적으로 AI 검색 행태에 대한 이해와 기술 적용 노하우를 토대로 네이버 생태계 전반을 관통하는 통합 AI 에이전트를 선보이는 게 목표다. 카카오 역시 오는 9월 중 카카오톡에 온디바이스 경량화 모델을 도입하고 주요 기능을 전면 개편한다. 5개 탭 전반에 걸쳐 기능 고도화 작업을 추진 중인 가운데 '발견 영역'을 도입해 콘텐츠 영역을 강화할 계획이다. 향후엔 초개인화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오는 10월 카카오의 모든 AI 요소를 아우르는 브랜드를 출시할 예정이며, 오픈AI와 공동 개발 중인 AI 에이전트 서비스도 11월 이전에 선보일 방침이다. 이같은 흐름이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 상승 흐름을 장기적으로 연결될 지도 관심사다. 최근 정부의 AI 육성 기조에 따른 기대감이 반영되며 수혜주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책 모멘텀과 실적 개선이 지속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둘 다 하반기 AI 서비스 고도화를 통한 이용자 체류시간 확대가 주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광고·커머스 매출 성장의 가시화가, 카카오는 AI 서비스의 성공적 안착 여부가 관건이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의 경우, 커머스 강화를 통해 거래액 성장률까지 의미 있게 상승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실적 개선과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 우려까지 동시에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카카오 AI 서비스의 핵심은 단기적 매출보다도 트래픽 회복"이라며 “현재 대화탭 중심 성장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인데, 대화형에서 SNS형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광고·커머스·구독 매출이 동반 성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쿠쿠, 집중호우 피해 지역에 5500만원 상당 밥솥 지원

쿠쿠는 지난달 집중호우로 수해 피해를 입은 특별재난지역 주민들의 일상 회복을 위해 밥솥 200여대를 추가 지원한다고 8일 밝혔다. 금액으로는 5500만원 상당이다. 제품은 재난 지역별 구호 관리 거점 6곳에서 해당 지자체를 통해 복구활동 후 피해 세대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쿠쿠는 지난달 특별재난지역 내 수해 피해 고객을 대상으로 무상 수리와 제품 교환 등 긴급 서비스 지원을 진행했다. 쿠쿠 관계자는 “밥솥은 일상 회복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생활물품"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나눔을 통해 국민의 어려움을 함께 느끼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포스코퓨처엠, 국산 전구체로 만든 양극재 초도물량 출하

포스코퓨처엠은 국산 자급 전구체를 원료로 한 양극재를 초도 출하했다고 8일 밝혔다. 이 양극재는 하이니켈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제품이다. 에너지 밀도와 출력이 높으며 미국 얼티엄셀즈(LG에너지솔루션·GM 합작 배터리사)에서 고성능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사용된다. 지난달 26일에 초도 출하한 양극재는 포스코퓨처엠이 6월10일 전남 광양 율촌산업단지의 양극재 공장 부지에 준공한 연산 4만5000톤 규모 전구체 공장에서 생산한 전구체를 활용해 만들었다. 전구체는 니켈(Ni), 코발트(Co), 망간(Mn) 등으로 구성되며 양극재 공장에서 리튬(Li)과 결합해 양극재 제품이 된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산 배터리 소재에 대한 공급망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포스코퓨처엠은 국산 자급 전구체로 양극재를 생산함으로써 미국 시장이 요구하는 공급망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게 됐다. 포스코퓨처엠은 광양 양극재공장의 미국 공급망 독립 양극재 출하를 시작으로 포항 양극재공장에서도 생산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국내 전구체의 대중 수입 의존도는 90% 이상에 달한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소재 업계에서는 공급망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산 전구체를 활용한 양극재 생산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네이버, 4분기 연속 최대실적…‘소버린 AI’ 매출 견인

네이버가 검색·커머스 등 핵심 사업 부문의 고른 성장에 힘입어 4분기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하반기 인공지능(AI) 서비스 접목 영역을 지속 확대하는 가운데 글로벌 시장 공략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2조9151억원·영업익 5216억원·당기순익 4974억원을 기록했다고 8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1%·10.3%·49.8% 증가한 수치로, 분기 역대 최대치다. 4분기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검색(서치플랫폼)의 견조한 흐름과 함께 커머스의 성장세가 두드러진 점이 고른 매출 증가를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사업 부문별로 서치플랫폼 매출은 지난 3월 도입한 인공지능(AI) 검색 요약 서비스 'AI 브리핑' 기능 고도화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5.9% 증가한 1조365억원을 기록했다. 광고 상품 개선 효과와 타게팅 고도화도 주효했다. 네이버는 상반기 패션·뷰티·리빙·푸드 등 6개 주제 지면을 피드화해 광고 지면을 최적화했다. 그 결과, 2분기 피드 광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8% 성장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실적발표 후 진행된 콘퍼런스 콜에서 “AI 브리핑은 현재 월간 약 3000만명이 활용 중이며, 도입 이후 이용자들의 검색결과 체류시간은 20% 이상 증가했다"며 “피드화된 지면의 콘텐추 노출 수와 체류시간 등이 동반상승했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커머스는 19.8% 증가한 8611억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출시한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애플리케이션(앱)의 멤버십·N배송 경쟁력을 높여 시장 안착에 성공한 점이 주효했다. 2분기 온-플랫폼 거래액은 스마트스토어·서비스 거래액 성장에 힘입어 9% 상승했다. 넷플릭스와의 제휴 또한 쇼핑 거래액 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출시한 멤버십 혜택 'PC 게임 패스'를 통해 20·30대 남성 이용자들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최 대표는 “넷플릭스와 제휴는 신규 가입자 수 증가, 쇼핑 지출 확대로 이어지며 전체 거래액 증가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며 “활성 이용자·유료 이용자 수 모두 전년 동기보다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스토어의 성장세는 핀테크 부문 호조로 이어졌다. 핀테크는 2분기 네이버페이 결제액이 증가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7% 성장한 4117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네이버페이 결제액은 스마트스토어 성장 및 외부 생태계 확장으로 지난해보다 18.7% 증가한 20조8000억원대를 달성했다. 콘텐츠와 엔터프라이즈 부문 매출은 4740억원, 131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12.8%, 5.8% 늘었다. 네이버는 하반기 AI 서비스를 고도화해 수익화 기회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올해 안에 AI 브리핑의 쿼리(질의어) 적용 범위를 20%까지 넓히고, 통합검색 개편을 통해 맞춤형 검색 결과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내년엔 대화형 AI 검색 탭을 출시해 데이터 기반 검색 경험을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외부 파트너사와의 제휴 또한 지금보다 늘려 멤버십 혜택도 강화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 콘텐츠를 숏폼(짧은 동영상) 형태로 클립에서 시청하거나, 'PC 게임 패스' 사용자가 자연스럽게 치지직으로 유입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서비스 전반에 걸쳐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최 대표는 “최종적으로는 AI 검색 행태에 대한 이해와 기술 적용 노하우를 토대로 네이버 생태계 전반을 관통하는 통합 AI 에이전트를 선보이는 것"이라며 “외부 파트너사와의 멤버십 제휴는 회사가 추구하는 콘텐츠 생태계 확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시장 공략도 가속화한다. 최근 스페인 최대 C2C(소비자간거래) 플랫폼 왈라팝을 인수하면서 유럽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 향후 국내 커뮤니티와 해외 플랫폼 간 기술 협업을 통해 C2C 시장 진출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중동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이 순항 중인 가운데, 중동 내 다른 도시로도 사업 반경을 넓히는 게 목표다. 최 대표는 “태국에서의 소버린(주권 확보) 거대언어모델(LLM) 개발, 모로코를 거점으로 한 AI 데이터센터 구축, 미래 로봇 플랫폼 확보를 위한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과의 휴머노이드 연구 협력, 라인웍스 대만 진출, 일본 AI 안부전화 서비스 등 글로벌 협업·신사업 기회를 다각도로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삼성·LG, 디스플레이 리더십은 “내가 한수 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7~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K-디스플레이 2025'에 참가해 기술력을 뽐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Exploring Future Lifestyles with OLED Innovation!'을 주제로 행사에 참여한다. 전시에서는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춰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설치된 초미세 올레도스(OLEDoS:OLED on Silicon) 패널을 만나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초고해상도 확장현실(XR) 기기의 활용 가능성과 생생함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화면 밝기가 6000니트에 이르는 스마트워치용 마이크로 액정표시장치(LED) 워치도 최초 공개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4000니트 밝기의 워치형 마이크로 LED 제품을 공개했다. 이보다도 2,000니트 더 밝은 제품을 반년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것이다. 6000니트 밝기는 기존 공개된 워치형 제품 중 최고 수준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저명한 현대 미술 작가와 협업해 'OLED 갤러리'도 구성했다. 강렬한 색채로 초현실적 세계를 그려내는 바심 마그디, 화려한 꽃 정물화 등으로 하이퍼 리얼리즘을 담아내는 마크 데니스의 유명 작품들이 업계 최고의 색 재현력을 자랑하는 삼성디스플레이 제품 위에서 다시 태어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전시에서 국내 대표 게임업체 중 하나인 엔씨소프트와 협업한다. 올 하반기 최대 기대작인 신작 '아이온2'와 '브레이커스: 언락 더 월드'를 통해 QD-OLED 모니터와 OLED 노트북의 우수한 화질을 소개할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회사가 준비하고 있는 올레도스 같은 혁신 기술이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미래를 상상하고 체험해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는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디스플레이 기술'을 주제로 부스를 차렸다. 현재와 미래를 관통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혁신 기술 및 디스플레이 설루션을 제시한다는 생각이다. 세계 최초·최고 디스플레이 기술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체험존도 운영한다. LG디스플레이는 회사가 일궈온 OLED의 기술 리더십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는 'OLED 헤리티지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 OLED TV 패널의 초석이 된 2009년도 시제품 15인치 OLED 패널을 시작으로 △탠덤 OLED의 2층 구조 △2세대 OLED 패널의 중수소 원자 구조 △3세대 OLED 패널의 마이크로 렌즈 어레이 기술 △4세대 OLED 패널의 프라이머리 RGB 탠덤 구조를 각각 모형화했다. LG디스플레이가 올해 공개한 83인치 OLED 패널도 만나볼 수 있다. 이 제품에 적용된 4세대 OLED 기술은 업계 최초로 빛의 삼원색을 모두 독립된 층으로 쌓은 '프라이머리 RGB 탠덤' 기술을 기반으로 최대 4000니트의 밝기를 달성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OLED 모니터 패널도 최초로 소개됐다. LG디스플레이의 540Hz 27인치 OLED 패널(QHD)은 DFR(Dynamic Frequency & Resolution) 기술을 적용해 사용자 필요에 따라 최대 720Hz(HD)의 초고주사율을 구현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을 넘어 완전 자율 주행이 가능한 생활공간 콘셉트카에서 LG디스플레이의 다양한 차량용 디스플레이 기술 및 제품들을 체험할 수 있다. SDV에 최적화된 57인치 필러투필러(P2P, Pillar to Pillar) LCD'는 현존 최대 크기의 차량용 디스플레이다. 자연스러운 곡면 화면으로 필요에 따라 정보와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제공한다. 사용자가 원할 때 화면이 아래로 펼쳐지는 '차량용 32.6인치 슬라이더블 OLED'와 광고 및 외부와의 소통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 가능한 초고휘도 디스플레이 '29인치 아웃도어 LCD' 등도 전시된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상용 기술에 대한 완성도뿐만 아니라 미래기술 연구개발(R&D) 역량까지 탄탄히 준비해 지속가능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반도체 100% 관세, 중간재까지 뻗치면 ‘일파만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폭탄'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다음주께 품목별 관세율 발표가 예상되는 가운데 반도체에 '약 100%'의 높은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다. 우리 기업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리스크'는 남아있다. 7일 업계와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6일(이하 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애플의 대미 시설투자 계획 발표 행사에서 “우리는 반도체에 약 10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집적회로(chips)와 반도체(semiconductors)가 부과 대상"이라며 “미국에 (공장을) 건설한다면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다음주 정도에 (반도체 등) 품목별 관세를 더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도 이번 발언의 파장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인 관세 부과 시기나 방법을 설명하지 않은데다 그동안 다른 국가와 보편관세 협상 과정에서도 갑작스런 발언을 계속해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대만 TSMC 등 반도체 업계에 대미 투자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 “한국 정부가 (반도체 분야에서)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았다"고 강조했다. 최혜국대우(MFN)란 무역에서 특정 국가에만 차등적으로 특혜를 부여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역시 라디오에 출연해 “만약 15%로 최혜국 세율이 정해진다고 하면 우리도 15%를 받는 것"이라며 “앞으로 100%가 되건 200%가 되건 상관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AFP통신은 TSMC가 반도체에 대한 100% 관세를 면제받는다고 보도했다. 류징칭 대만 국가발전위원회(NDC) 주임위원이 의회 브리핑에서 “대만의 주요 수출기업이자 미국에 공장을 갖고 있는 TSMC는 (반도체 관세에서) 면제된다"고 언급했다는 내용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최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다. 2나노 공정 등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입증, 테슬라·애플 등을 고객사를 확보해둔 상태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반도체 패키징 생산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만들어진 반도체의 작업을 끝내는 마무리 후공정이다. 실제 반도체 관세 100%가 부과된다면 삼성·SK는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경쟁 중인 대만 TSMC는 워싱턴주와 애리조나주에 공장을 운영 중이다. 삼성이 딱히 수혜를 받을 여지가 적다는 뜻이다.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미국 마이크론과 '3강 체제'를 확립한 상태다. 다만 마이크론은 점유율이 가장 낮고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최첨단 분야에서 한국 기술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기술 우위를 지닌 상황에 반도체 관세가 부과되면 이를 수입하는 미국 빅테크 부담만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엔비디아의 경우 HBM은 SK하이닉스, 다른 칩은 TSMC 대만 공장에서 수입하고 있다. 반도체에 고율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 역시 비용 상승을 걱정해야 한다는 점도 포인트다.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는 반도체가 들어가는 휴대전화, 자동차, 가전 등 디지털 시대에 필수적인 품목에 대한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의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약 106억8000만달러(약 14조7900억원)다. 수출 품목 중에는 자동차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다만 우리나라 전체 반도체 수출에서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7.5%에 불과하다. 중국(32.8%), 홍콩(18.4%)은 물론 대만(15.2%), 베트남(12.7%)보다 적은 비중이다. 한국 반도체 수출이 조립 및 가공을 위해 다른 국가를 거쳐 미국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서다. 다만 미국이 반도체 뿐 아니라 반도체를 주력으로 만든 중간재 등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우리나라 산업에 미칠 파급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미국은 앞서 철강에 품목 관세를 부과하다 이를 자동차·가전으로 확장 적용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남은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테슬라 이어 애플도 삼성에 ‘반도체’ 손내밀었다

삼성전자가 테슬라에 이어 애플까지 고객사로 확보하면서 '수주 낭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간 부진했던 시스템LSI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가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대형 고객사를 차례로 유치한 만큼 빅테크로부터 생산 물량을 추가 수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조성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파운드리 공장에서 애플의 차세대 칩을 생산할 예정이다. 애플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삼성과 협력해 전세계에서 처음 사용되는 혁신적인 새로운 칩 제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아이폰을 포함한 애플 제품 전력 효율성과 성능을 최적화하는 칩"이라고 밝혔다. 계약 규모나 기간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제품은 '스마트폰 눈'으로 불리는 이미지센서로 추정된다. 이미지센서는 카메라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부품이다. 업계에선 이번 딜로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물량 확보와 시스템LSI 영향력 증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본다. 삼성전자는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자체 브랜드 '아이소셀'을 선보이고 있다. 2023년 조직개편 이후 설계와 생산을 해당 사업부가 총괄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영향력은 기대만큼 크지 않다. 지난해 매출 기준 이미지센서 시장 점유율 1위는 소니(51.6%)다. 삼성전자는 2위(15.4%)를 달리고 있긴 하지만 중국 옴니비전(11.9%)의 추격을 받고 있다. 애플은 연간 2억대 이상 아이폰을 만든다. 당초 이미지센서 공급사는 소니다. 삼성전자가 계약 규모를 늘리고 애플이 미국 내 거점을 확대하면 소니와 시장 점유율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애플은 미국 정부 압박에 현지 투자를 늘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애플은 향후 4년간 미국에 6000억달러(약 830조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애플이 당초 투자하려던 것보다 1000억달러(약 138조원) 커진 규모다. 애플 입장에서는 공급망과 첨단 제조업을 미국으로 가져오면서 현지에 최첨단 공장을 지닌 삼성전자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애플은 미국 내 45만개 공급망 일자리를 지원하고, 향후 2만명을 직접 고용한다는 계획이다. 애플이 삼성전자 이미지센서의 초고화소, 픽셀 광학 설계 등 기술력을 인정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을 비롯해 중국 샤오미, 비보와 모토로라 등에 이미지센서를 공급 중이다. 최근에는 나노 프리즘 기술을 적용한 아이소셀을 공개했다. 업계 유일 2억화소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파운드리 일감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희소식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테슬라와 165억달러(약 22조9000억원) 규모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번에 애플과 계약도 따내면서 분기마다 적자를 기록 중인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해당 사업부에서 2분기 2조원 가량 영업적자를 냈다. 재계에서는 테슬라와 애플의 마음을 잡는 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글로벌 인맥'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회장은 쿡 CEO를 비롯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과 자주 교류해왔다. 지난달 초에는 전세계 재계 거물들의 사교 모임인 '선 밸리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말 대미 관세협상 지원을 위해 워싱턴 출장길에 오른 후 비즈니스 미팅을 위해 미국에 머무는 중이다. 업계 관심사는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빅테크 마음을 얼마나 더 잡을지 여부다. 공급사 선정에 깐깐하기로 유명한 테슬라와 애플을 뚫은 만큼 다른 빅테크와 협업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판도는 대만 TSMC '독주 체제'가 굳어지는 모습이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순위는 TSMC(67.6%)가 1위, 삼성전자(7.7%)가 2위다. 중국 SMIC는 6%로 3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향후 전망이 나쁘지는 않다. 반도체 부문 경쟁 상대인 인텔은 최근 대규모 구조조정과 함께 파운드리 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있다. 미국 빅테크 입장에서 선택지가 TSMC와 삼성전자로 좁혀진 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133조원 가량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글로벌 1위 자리에 오른다는 내용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영업익 39%↑ 시장도 놀랐다…카카오 ‘어닝 서프라이즈’

카카오가 플랫폼 부문의 견조한 성장세에 힘입어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던 실적 하락세를 끊고 매출·영업익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카카오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2조283억원·영업익 1859억원을 기록했다고 7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1%, 39% 증가한 수치로, 2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당초 증권가에선 카카오의 2분기 실적 부진을 유력하게 점쳤으나, 이같은 예측을 완전히 뒤집었다. 카카오의 실적은 증권가 전망치(매출 1조9489억원·영업익 1254억원)를 크게 상회했다. 실적 성장을 견인한 건 플랫폼이었다. 전체 매출은 1년 전보다 10% 늘어난 1조552억원으로 집계됐다. 카카오톡으로 광고·커머스 사업을 펼치는 톡비즈 매출이 5421억원으로 7% 성장했다. 특히 비즈니스 메시지 상품 매출이 16% 오르며 광고 매출을 견인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대리·퀵서비스 등 사업이 확대되고, 카카오페이의 금융·플랫폼 서비스가 고성장하면서 플랫폼 기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 늘어난 4348억원을 거뒀다. 커머스 부문 매출 역시 선물하기·톡딜 성장에 힘입어 2212억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늘었다. 2분기 통합 거래액 2조5000억원을 달성한 게 주효했다. 특히 선물하기를 통한 자기구매 건수가 크게 증가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반면 콘텐츠 부문 매출은 973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 감소했다. 게임 매출은 감소했으나, 미디어 매출이 942억원으로 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뮤직 5175억원 △스토리 2187억원으로 각각 1%씩 늘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실적발표 후 진행된 콘퍼런스 콜에서 “그동안 이어져 온 톡비즈의 견조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계열사의 가시적 사업 성과가 동반되면서 역대 분기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다"며 “지난해부터 지속 추진해온 전사적 비용 최적화의 결과가 본격 반영되면서 영업익도 역대 분기 최대치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핵심 사업으로 낙점한 카카오톡·인공지능(AI) 기술 중심 사업구조 재편 전략이 주효했다는 취지로 분석된다. 카카오는 9월 카카오톡 서비스를 전면 개편할 예정이다. 현재 5개 탭 전반에 걸쳐 기능 고도화 작업을 추진 중인 가운데, 지난 1분기 콘퍼런스 콜 당시 밝혔던 '발견 영역'을 도입해 채널을 다변화한다. 콘텐츠 서비스·소셜 기능 강화를 통해 메신저뿐 아니라 숏폼(짧은 동영상)과 같은 일상 콘텐츠도 즐길 수 있는 '슈퍼앱'으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이다. 궁극적으로는 이용자 체류 시간과 창작자 생태계를 확대하는 게 목표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달 열릴 예정인 개발자 콘퍼런스 '이프카카오'에서 공개할 방침이다. 정 대표는 숏폼 서비스 탭에 대해 “크리에이터들이 콘텐츠를 쉽게 생산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구축할 계획"이라며 “카카오 독점 콘텐츠나 그룹사 역량으로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대해 나가는 전략을 통해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서비스 영역도 본격 확장한다. 지난 5월 베타 테스트를 진행한 AI 메이트 '카나나'를 비롯한 주요 AI 서비스를 올 연말까지 차례로 선보일 계획이다. 정 대표는 “오픈AI 공동 개발 상품은 챗GPT 이용자 경험 위에 카카오톡이 보유한 자산과 국내 이용자 이해도를 더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출시 일정이 임박한 만큼 속도감 있게 준비하고 있으며, 3분기 실적발표(11월) 전 직접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카카오톡 안에 접목되는 AI 서비스의 경우, 별도의 인터넷 연결 없이도 기기에서 데이터를 처리·분석하는 '온디바이스' 형태로 준비 중이다. 카카오톡 탭에서 이용자 의도에 맞춰 상품·숏폼·후속 조치 등을 추천한다는 설명으로 미뤄 초개인화 사용 경험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에는 이용자가 원하는 결과를 카카오톡 안에서 모두 얻을 수 있도록 설계한다는 계획이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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