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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초격차 딜레마’… 워라밸 vs 기술력 사이에서 허리띠 조인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인 워라밸 정책인 패밀리데이를 없앨 것이라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하다. 한때 '초격차' 전략으로 경쟁사를 압도했던 삼성전자가 이제는 오히려 경쟁사를 의식하며 위기감에 휩싸인 모양새다. 결국 느슨해진 허리띠를 다시 조이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패밀리데이 폐지 하나…기술 경쟁력 약화 대응책 3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근무 환경 변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 시행되던 '패밀리데이'(선택적 주4일제) 폐지 가능성이 제기된다. 패밀리데이는 직원들의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도입된 대표적인 워라밸 정책으로 지난해 도입됐다. 만족도가 매우 높은 제도로 직원들 사이에서는 폐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번지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에서는 “패밀리데이 정책 폐지는 사실이 아니다"며 “현재도 많은 직원들이 사용하고 있는 제도로 폐지를 위한 설문이나 의견수렴 등도 한 바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이슈의 배경에는 삼성전자가 직면한 기술 경쟁력 약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반도체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HBM(High Bandwidth Memory·고대역폭 메모리) 주도권을 빼앗기는 등 위기 징후가 보이기 때문이다. HBM 시장에서 후발주자의 입장에 선 삼성전자로서는 큰 충격에 휩싸인 형국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2019년 HBM 개발 조직을 축소한 것이 지금의 위기를 초래했다"며 “시장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한 때 '초격차'를 자랑하던 삼성전자 입장에서 충격적인 상황이다. 권오현 전 대표가 주창했던 '초격차'는 경쟁사가 넘볼 수 없는 차이를 만드는 것을 의미했는데, 현재 삼성전자는 오히려 경쟁사에 추월당해 격차를 좁혀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권 전 사장과 함께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의 주역으로 꼽히는 정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회사로 복귀한 것은 지난 5월이다. 하지만 주역들이 떠난 사이 회사의 상황은 전과 크게 달라졌다. ◇DRAM 1위 지켜도 HBM서 뒤처져…초격차 전략 부활 시도 물론 삼성은 아직 1등 회사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장에서 매출 기준 1위를 차지했다. 특히 DRAM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TrendForce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4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DRAM 시장 점유율은 43.9%를 기록했으며, SK하이닉스는 31.7%, 마이크론은 19.1%를 차지했다. 그러나 AI 시장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HBM 분야에서는 입장이 다르다. 여기서 1등은 SK하이닉스다. TrendForce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주류 4세대 HBM(HBM3)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2024년에도 SK하이닉스는 52% 이상의 HBM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고부가 사업인 HBM에 대한 시장지위를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근무 환경 개선과 함께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전 부회장은 최근 “디램 설계 기술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하며 기술 혁신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중이다. 다시 초격차로 가겠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2023년 하반기부터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을 대상으로 주 64시간 특별연장근로도 시행하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의 경쟁사들도 워라밸은 포기한 분위기다. TSMC의 경우 엔지니어들의 12시간 근무일과 주말 근무가 일반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반도체 분야 최전선에서는 일반적인 상황이기는 하다. AI 업계의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의 근무 환경은 더욱 극단적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 직원들은 스트레스가 매우 높은 근무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주 7일, 새벽 2시까지 일하는 경우가 많고 회의 중 고함과 싸움이 일상적이라는 보도도 있다. ◇워라밸 vs 경쟁력…삼성의 딜레마 한편 삼성전자의 변화가 워라밸 트렌드와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정부는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는 등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런 정책이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정부의 기조는 그대로다. 삼성전자의 과제는 기술 경쟁력 회복과 직원 만족도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다. 패밀리데이 폐지와 같은 강경책만으로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최근 취업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근무 환경 악화는 젊은 인재들의 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최근 신입사원 연봉을 인상하고 복지 지출을 늘리는 등 인재 유출 방지에 고심하고 있다. 최근 DS부문 대졸 신입사원 연봉을 5300만원으로 인상했으며, 복리후생비도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과거의 '초격차' 전략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단순히 근무 시간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 개선과 함께 직원들의 창의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며 “삼성전자의 결정은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산업의 미래와 직결되는 중요한 이슈"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밸류업 희생하고 지배력 높이나…DB의 독특한 생존 전략

DB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DB Inc.(이하 DB)가 100% 자회사인 DB에프아이에스를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한 것이 그 일환이다.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한 조치라는게 표면적인 이유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일반주주들 입장에서는 DB그룹의 지배구조 재편 방식이 반갑지않기 때문이다. ◇DB, DB에프아이에스 흡수합병으로 유동성 확보 2일 DB그룹 등에 따르면 DB는 지난 8월 27일 이사회를 열고 DB에프아이에스 흡수합병을 결정했다. 합병비율은 1:0으로, DB가 존속하고 DB에프아이에스는 소멸된다. DB에프아이에스와의 합병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DB에프아이에스는 2023년 말 기준 현금성 자산 201억 원, 기타금융자산 30억 원을 보유하고 있어, 합병 완료 시 이 자금이 DB로 이전된다. 여기에 DB에프아이에스의 안정적인 수익구조까지 더해져 DB의 재무상태가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이번 합병을 두고 시장에서는 DB의 DB하이텍 지배를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을 내리고 있다. DB는 지난 2022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주회사 전환 통보를 받았다. 이에 주요 계열사인 DB의 지분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가 있다. 현재 지분율은 23.85%에 그친다. 추가 확보해야 할 6.15%의 지분가치는 2일 DB하이텍의 주가 기준 1107억원에 달한다. 지난 상반기 기준 DB의 현금및현금성 자산규모는 488억원 수준이다. 이에 DB에프아이에스의 풍부한 유동성이 향후 DB하이텍 지분 인수에 큰 도움이 되리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지주사 전환 위한 DB의 고민, 높은 주가가 발목 하지만 DB의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DB하이텍이 지난 반기 기준 1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DB의 고민이다. 지분을 매입해야 하는데 주가가 높다는 얘기다. 최근 정부가 중 기업의 '밸류업'을 주요 정책과제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DB하이텍의 주가가 높아지면 불리하기 때문이다. 지주사 전환 이슈를 다루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주가와 같은 사정을 고려해주지 않는다. 이에 최근 DB하이텍이 추진하는 일련의 정책이 주가 하락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DB하이텍은 골프장 레인보우힐스CC를 운영하는 계열사 디비월드의 주식 549만주를 494억원에 취득했다. DB하이텍은 주식 취득 목적을 “신수종사업 진출 및 첨단 반도체 사업 보안 강화"라고 밝혔지만 일반 주주들의 생각은 다르다. DB하이텍은 올해 사업보고서에서 2024년 기계장치 등에 대한 예상 투자액을 1807억원이라고 밝혔지만, 이 중 4분의 1을 골프장을 사는데 써버린 셈이다. 엔데믹으로 한 풀 꺾였다는 분석이 나오는 골프사업에 수백억원을 투자하면서, 금융투자업계와 일반 주주들은 DB하이텍이 일부러 주가를 억누르는 것이라는 해석까지 내놓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업계는 인공지능 특수에 따른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이지만 DB는 전혀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며 “공정거래법에 따라 계열사 지분확보가 시급해 다른 여유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LG, 5000억원 들여 LG전자·화학 지분 추매한 이유는

LG그룹 지주 회사 ㈜LG가 LG전자와 LG화학의 지분 확대에 나섰다.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고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라는 게 공식 입장이지만 정부의 '밸류 업' 정책에 부응함과 동시에 장부상 가치 훼손 기록을 막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LG는 지난달 29일 이사회를 개최해 LG전자와 LG화학 주식을 추가 취득하기로 의결했다. 회사는 2000억원을 투입해 LG전자 주식 203만4587주를, 3000억원을 들여 LG화학 주식 95만6937주를 매수한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2025년 3월 31일부로 ㈜LG의 LG전자 지분율은 기존 30.47%에서 31.59%로, LG화학 지분율은 30.06%에서 31.29%로 소폭 증가하게 된다. ㈜LG 관계자는 “올해 2분기 말 별도 재무제표 기준 당사 가용 자원은 1조3700억원 가량 되는데, 주주를 비롯한 시장에서는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기대가 커졌다"며 “LG전자·LG화학 지분 확대는 경영진의 고심 끝에 나온 결정"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소폭이나마 지분율을 높이면 경영권 방어에도 도움이 되고, 지주사 입장에서는 배당 수익이 생겨 재무제표상 순이익으로 인식된다는 장점이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금융 정보 업체 에프엔 가이드에 따르면 2분기 말 주가를 장부 가치로 나눈 비율인 'PBR'이 LG전자는 0.94, LG화학은 0.83으로 집계된다. PBR이 1을 하회한다는 것은 기업의 주가 하락으로 시가 총액이 장부가액보다 낮아짐을 의미하는 것으로, 영업권·비한정 내용 연수 무형 자산을 연 1회 주기 또는 다른 자산을 손상 검사하도록 요구하는 지표로 작용한다. 이와 같은 상태로 연말을 맞이하면 모회사는 자회사에 대한 손상 평가를 실시해야 하는데 영업 외 비용으로 장부상 손실을 보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자본 시장 선진화 의지를 내비치며 '기업 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 라인을 발표해 '상장 기업 밸류 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이 자신의 미래에 대한 종합적인 모습을 주주·시장 참여자들과 소통함으로써 투자자들이 기업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기반으로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또 상장 기업들도 이를 계기로 기업 가치 제고 노력을 기울이며 진정한 내재 가치나 기대 가치를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도록 한다는 것이 정책 도입 취지다. 이병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공학부 교수는 “PBR이 1보다 아래라는 건 청산 내지는 해체해서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게 낫다는 뜻"이라며 “위상에 비해 PBR이 낮은 기업 집단인 LG그룹은 최근 정부 차원에서의 밸류 업 압박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강종구 재무제표를 읽는 사람들(DRCR) 대표도 “㈜LG가 LG전자와 LG화학 지분량을 늘린 건 현 정부의 기업 밸류 업 프로그램에 동참하는 의미가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실적을 살펴보면 LG전자는 호황기를 누리고 있고, LG화학은 업황 부진 탓에 인력 감축 등 구조 조정을 진행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운 상황이다. 작년과 올해 양 사업년도 비교 시 매출·영업이익 측면에서 LG전자는 실적 증대가 예상되지만 LG화학은 전년 대비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 또 LG화학은 현금 배당금 총액을 대폭 줄여 LG가 수취한 배당 수익은 적년 1분기 4978억원이었지만 올해 1분기 3634억원으로 27% 감소했다. 때문에 ㈜LG가 두 회사의 지분을 추매하는 이유가 서로 다른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존재한다. 이에 강 대표는 “그룹의 양대 축인 LG전자와 LG화학은 가장 중요한 계열사들이니 당장의 실적은 지분 취득과 특별한 관계나 배경이 없을 것으로 본다"며 “㈜LG에는 막대한 현금이 있는데 배당 외에는 용처가 없어 5000억원을 계열사 주식을 사는 데에 쓴다고 해도 1조원 이상 남는다"고 말했다. 한편 ㈜LG는 미래 성장을 위해 현금 자산 중 상당 부분을 △인공 지능(AI) △화학(바이오)·헬스 케어(Bio & Healthcare) △클린 테크(Clean Tech) 등 'ABC'로 대표되는 3가지 신사업 투자에 활용하고 있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LG는 현재까지 신사업에 5000억원 이상 투입했으며 직·간접 투자 간 비중은 약 45대 55이고, 국내와 해외 간 비중은 약 1대 3"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아직 씨앗 단계인 만큼 투자 수익을 따지기에는 시기상조이지만 순수 지주 회사인 ㈜LG가 유망한 신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SK그룹, ESG 소통 강화 위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혁신

SK그룹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형식과 내용을 혁신하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소통 강화에 나섰다. 이는 복잡해지는 ESG 공시 기준에 대응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1일 SK그룹 등에 따르면 SK㈜는 이번에 처음으로 '웹 리포팅'(Web Reporting) 형태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선보였다. 이 시스템은 효율적인 검색 기능을 제공하고, 연도별 보고서를 통합적으로 볼 수 있게 한다. 또한 PC, 모바일, 태블릿 등 다양한 기기에 최적화된 화면을 제공해 사용자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이를 통해 지배구조, 성장전략, 위험·기회요인 등에 대한 정보를 쉽게 검색하고 비교할 수 있게 되었다. SK이노베이션은 '스페셜 페이지'를 별도로 구성하여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강화했다. 이 페이지에는 글로벌 지속가능성 정보 공시 규제 대응 현황, 생물다양성 추진 체계, 다양성 및 포용성, 공급망 ESG 리스크 관리 강화 현황 등 최신 ESG 트렌드를 반영한 정보들이 수록되어 있다. SK네트웍스는 '이슈 리포트'를 새롭게 구성하여 환경, 사회 및 재무적 영향이나 위험, 기회 등을 세분화하여 제시했다. 또한 'ESG 팩트북'을 통해 각종 ESG 데이터와 성과를 정리하여 제공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ESG 웹사이트를 개편하여 기후변화 대응, 인권 경영, 상생 경영 등 주요 이슈를 메인 화면에 배치하는 등 직관적인 디자인을 적용했다. 영문 웹사이트도 함께 개편하여 글로벌 이해관계자들의 접근성을 개선했다. SK 관계자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단순한 평가 대응 수단을 넘어 기업의 중장기적 지향점과 방향성을 나타내는 소통 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해관계자들과의 효과적인 소통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LG, LG전자·LG화학 지분 확대…“경영권 방어·수익성 제고”

29일 ㈜LG는 이사회를 열고 2000억원을 투입해 LG전자 주식 203만4587주를 추가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또 같은 날 3000억원을 들여 LG화학 주식 95만6937주를 매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LG는 2025년 3월 31일부로 LG전자 지분 31.59%(5712만9169주)와 LG화학 지분 31.29%(2449만1148주)를 보유하게 된다. ㈜LG 관계자는 “지분 확대를 통한 안정적 경영권 유지와 당사의 수익 구조를 제고하기 위함이 취득 목적"이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신성장 동력 찾는 가전·통신 ‘펫 시장’ 선점 경쟁 심화

신성장 동력 마련으로 분주한 가전·통신업계의 시선이 반려동물(펫)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 증가로 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는 영향이다. 이들 업계는 가전제품에 펫 케어 기능을 적용하는 한편 펫 서비스 확대 등을 통해 시장 선점 경쟁이 한창이다. 29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 비중은 지난 2010년 17.4%에서 2020년 27.7%로 증가했고, 지난해 기준 전체 인구의 30%로 추산된다. 약 1500만명이 반려견·반려묘 등을 양육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 시장의 몸집도 커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KITA)가 발표한 '성장하는 펫케어 산업 최신 트렌드와 우리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18억달러(약 2조4041억원) 수준이던 국내 펫 시장 규모는 오는 2026년 28억달러(3조7397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소비 위축으로 제품 판매 흐름이 부진한 가전업계는 펫 시장 공략을 통해 반등을 꾀하고 있다. 가전제품 내 펫 기능을 강화하며 반려인 사로잡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LG전자는 내달 6일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4'에서 드럼 세탁기 신제품을 공개한다. 이 제품은 '펫케어 코스'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펫케어 코스는 최대 60도의 온수로 세척하고 4단계 헹굼 과정을 통해 의류에 밴 반려동물 냄새를 줄여준다. LG전자는 펫 기능을 탑재한 가전 신제품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앞서 지난 2월 반려동물 케어 기능이 담긴 공기청정기와 에어로타워 제품을 선보였다. 지난해 말에는 반려동물의 식수를 갈아줘야 할 때 등 물이 필요한 시간에 '알람등'을 설정하는 기능을 적용한 정수기를 출시했다. 펫 전용 쇼핑 플랫폼을 구축한 점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삼성닷컴에서 펫 특화 가전과 반려동물 양육에 필요한 사료, 용품 등을 한 번에 구매할 수 있는 올인원 쇼핑 플랫폼 '펫 케어 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반려동물 양육 가구만 늘어난 게 아니라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이가 늘며 이들을 겨냥한 제품 및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통신 시장 포화로 신성장 동력 찾기에 열을 올리는 국내 통신사들도 펫 서비스 제공에 집중하며 반려인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LG유플러스는 반려가구 커뮤니티 플랫폼 '포동'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플랫폼은 반려견 성격 분석 DBTI(반려견 버전 MBTI) 등으로 관심을 모으며 이용자 60만명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포동을 통해 반려견 동반 항공권을 판매하며 수익 사업도 시도하고 있다. KT는 '반려견 디바이스팩' 요금제 서비스를 보유 중이다. 이용자들은 관련 요금제 가입 시 반려견 활동량을 분석하는 '사물인터넷(IoT) 웨어러블'과 적정 사료량 급여와 실시간 영상음성 소통이 가능한 '자동급식기'를 무료로 제공받는다. 통신사들은 이러한 펫 서비스가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는 데 더해 기존 가입자를 묶어놓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펫 테크' 서비스도 이목을 끈다. 펫 테크란 반려동물들을 위해 사용되는 기술을 의미한다. SK텔레콤이 선보인 인공지능(AI) 기반 반려동물 진단 보조 솔루션 '엑스칼리버'가 대표적이다. 엑스칼리버는 AI를 통해 반려동물의 엑스레이 사진을 분석해 수의사가 명확한 상태를 진단할 수 있게 돕는다. 엑스칼리버는 올해 호주를 시작으로 북미와 동남아 주요 국가에서 상용화 됐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펫 산업은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분야"라며 “반려동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10대그룹 지배구조보고서]➃ 삼성그룹, 재계 리더다운 모범생 ‘지배구조 S등급’

[편집자주] 국내 대기업들은 올해부터 개정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새로운 지배구조보고서는 최근 정부의 제도 개선 사항과 G20·OECD 원칙 등 국내외 지배구조에 대한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에서 새로운 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국내 10대그룹의 지배구조의 현황을 살펴봤다. 삼성그룹이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일부 영역에서는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남아있지만 지속적인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선 성과 가시화 30일 에너지경제가 집계한 삼성그룹의 주요 계열사 11곳의 2023년 기업지배구조 보고서 상 핵심지표 이행률은 75.15%를 기록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총 15개의 핵심지표 중 13개를 이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는 이런 높은 핵심지표 이행률을 바탕으로 ESG행복경제연구소로부터 지배구조(G) 관련 S등급을 받기도 했다.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은 이재용 회장이 진두지휘하는 이슈다. 이 회장은 그동안 꾸준히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준법감시위원회 설치 등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을 실천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후 삼성그룹은 지속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룹의 대표격인 삼성전자의 경우 이미 지난 2016년 3월에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지위를 분리하는 내용으로 정관과 이사회 규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2018년 3월에 대표이사가 아닌 이상훈 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나아가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보다 강화하는 차원에서 2020년 3월에 박재완 사외이사를, 2022년 3월에 김한조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였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는 실적과 주가로도 표현됐다. 삼성전자의 2016년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이후 영업이익률과 주가 상승률 시장의 평균치를 상회했다. ◇이사회 독립성 확보와 주주 소통 강화에 주력 특히 삼성그룹이 집중하는 지배구조 개선은 이사회의 독립성 확보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사회의 60%를 사외이사로 구성해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을 강화했다. 사외이사 6인 중 2명은 여성으로 다양성 측면에서도 개선 노력을 보이고 있다. 주주총회와 관련해서도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주주총회 4주 전에 소집공고를 실시하고 있다. 또 전자투표제를 도입하여 주주 참여를 독려하고 있으며 주주총회 집중일을 피해 개최하는 등 주주 편의성 제고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코스피 시장의 대장주 삼성전자가 속한 만큼 삼성그룹은 주주와의 소통 측면에서도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매 분기 정기적으로 경영설명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연 1회 이상 투자자 포럼을 열어 주요 사업 내용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지난 3월 개최된 제55기 주주총회 이후에는 '2024년 사업전략 공유 및 주주와의 대화' 시간을 별도로 마련해, 소액주주들의 질문에 경영진이 직접 답변하는 시간도 가졌다. 주주환원 정책 측면에서도 삼성그룹은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지속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4년 1월에 2024~2026년의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해, 향후 3년간 발생하는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재원으로 활용해 연간 9조8000억원의 정규배당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는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삼성그룹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개선 과제 있지만 전반적 평가 '긍정적' 그러나 일부 영역에서는 개선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배당 관련 예측가능성 제공 측면에서는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핵심지표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또 집중투표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어 소수주주의 이사 선임 권한을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전반적으로 우수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재계 안팎의 해석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노력은 그동안 한국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을 선도하는 역할을 해왔다"며 “이사회 다양성 확대, 소수주주 권익 보호 강화 등의 개선과제를 해결해가는 모습에서 재계 리더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섬유 인쇄 기술의 혁신… 디지털 의류 프린터로 수놓은 ‘홍학’

“GTX 가먼트 프린터 플랫폼에 추가 부품을 구매해 각각의 제품에 맞게 디자인이 가능하고, 제품 생산 중 중단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 해 고객사의 수익성과 사업 영역 확대의 일익을 담당합니다." 28일 본지는 경기도 파주시 상지석동 소재 브라더 코리아 GTX의 국내 총판인 ㈜현우인터내셔널의 데모 센터에 방문했다. 브라더는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에 본사를 둔 사무·산업용 기기 제조 업체로, 프린터 사업에 주력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인쇄 작업이 한창이던 이곳에서는 의류에 특화된 디지털 프린팅 솔루션을 살펴볼 수 있었다. 옷에 찍어내는 프린팅이라 하니 고등학교 3학년 미술 과목 시간에 해본 실크 스크린이 떠올랐다. 당시를 떠올려보면 직접 원하는 티셔츠를 만들어본다는 재미는 있었지만 도안에 대한 밑그림 작업을 하는 등 일일이 손으로 그리고 틀에 맞춰 약품을 바르는 등 번거로움이 있었다. 이를 상업화 할 경우 제품 생산에 필요한 원단 수량이 다품종 대량인지 소량인지에 따라 재고량이 달라지고, 그 수량이 적을수록 원단 가격이 높아진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브라더 관계자는 “디지털 프린팅 기술은 시안 작업 없이 필요한 만큼만 출력해 내보내면 재고량을 줄일 수 있고, 재고가 필요 없는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하다"며 “디자인과 생산 과정이 분리 진행돼 작업 시간을 실크 스크리닝 계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쇄 현장으로 들어가니 모니터에 도안을 'GTX 그래픽스 랩' 프로그램의 티셔츠 플랫폼에 바로 띄워주는 것을 미리 볼 수 있었다. 실제로 제품을 제작하기 전에 형상의 크기와 위치를 확인할 수 있어 매우 편리해보였다. 이렇게 컴퓨터에 작업 명령을 내리면 이와 연결된 GTX 프로 프린터가 데이터를 전송받아 인쇄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 프린터에 사용되는 잉크는 '오코텍스 에코 패스포트(OEKO-TEX ECO PASSPORT)'를 받아 친환경 제품임을 인증 받았다. 잉크를 원단에 뿌리고 열을 가하면 티셔츠가 완성된다. 브라더 코리아 관계자는 “순면 재질에 원단 직접 인쇄(DTG) 작업 후 열 처리를 하면 세탁 시 물빠짐 문제가 없고 통기성이 정말 좋다"고 강조했다. 혹시 염료가 후면에 배어나오지 않을까 싶었지만 잉크젯 방식의 GTX 프로 프린터의 헤드가 점을 찍어내는 게 아니라 뿌리는 것이어서 깔끔하게 작업이 잘 마무리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갈라질 염려도 없었다. 표현 가능한 색상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브라더 측은 사실상 무제한이라고 답변했다. 또 국내 디지털 프린팅 시장 점유율이 89%로 압도적 1위인 만큼 이름을 대면 알만한 국내외 유명 의류 업체들도 자사 프린터를 보유한 거래처에서 납품받는다고 부연했다. 입시 설명회와 같은 곳에서는 미리 뽑아둔 도안을 원단에 열처리해 만들어진 기념품을 받기 마련이다. 고무와 같은 재질이어서 작업이 이뤄진 부분의 원단을 구부리면 벗겨지기도 한다. 반면 브라더의 '필름 인쇄 후 원단 부착(DTF)' 기술에 따른 전사 방식이 적용된 에코백의 경우 내구도가 보장될 것으로 기대됐다. 단연 압권은 자수 프린팅이었다. 가령 랄프 로렌(RALPH LAUREN)의 폴로 티셔츠에 새겨진 '포니'의 경우 단색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는 해당 색상으로 만들어진 실로 자수 작업이 이뤄져서다. 카메라와 자수기가 접목된 브라더의 'DTE' 솔루션은 실을 바꿀 필요 없이 그 자체에 잉크를 정밀하게 뿌려 다채로움을 넘어 예술 작품에 가까운 결과물을 선보였다. 정면 아닌 측면과 하방에서 보니 그 디테일이 살아있음도 볼 수 있었다. 브라더 코리아 관계자는 “자수 공장에서 중요한 것은 실(絲) 가격이 아니라 작업 소요 시간인데, 이를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어 원가 부담이 줄고 3000여가지의 색상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며 “당사는 이를 전세계에서 최초로 구현했고, 자수 분야 종사자들의 '러브 콜'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외부로 나가보니 염료가 웨더링에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실험 차원에서 걸어둔 티셔츠들이 있었다. 비·바람·햇빛 등 혹독한 야외 환경에 2년 내내 걸려있었지만 이를 감안하면 상당히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브라더의 기술력에 감탄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두산·SK, 지배구조 재편 강행이 상법 개정 앞당길까

최근 SK이노베이션과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주목받으면서,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 논의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해당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장 역시 법안의 입법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SK와 두산의 주주 이익 침해 우려와 맞물려 논의가 심화되는 모양새다. ◇여야, 이사 충실 의무 확대 '한목소리' 28일 더불어민주당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 진성준 정책위원장은 여야 당대표 회담에서 상법 개정 등 코리아 부스터 방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촉구했다. 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은 후진적인 기업 지배구조"라며 “상법을 개정해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까지 확대하고, 지배주주의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 이사 선임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 인사로 분류되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기회가 될 때마다 내놓는 중이다. 이 원장은 28일 열린 '기업지배구조 개선 연구기관 간담회'에서 “합병이나 공개매수에서 지배주주만 위한 의사결정으로 투자자들이 크게 실망하는 경우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여당 측 인사지만 상법을 개정해 이사의 충실 의무를 확대하자는 주장을 집중적으로 펼치는 중이다. 최근 까지 이 이슈로 학계와 재계, 금융계 인사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했고, 곧 일반 투자자들의 의견을 듣는 공청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SK·두산 사례로 본 주주가치 훼손 우려 여야가 모두 이 이슈에 집중하는 것은 최근 SK와 두산에서 진행되는 지배구조 재편이 큰 이유로 꼽힌다. 해당 이슈는 모두 이사회를 통과한 뒤 주주들의 의견을 묻는 상황에서 논의가 불거졌다. 만약 이사의 충실 의무가 강화된 상황이었다면 주주총회 안건에조차 오르지 못했을 가능성이 상당하다. 최근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간의 복잡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주주들이 불공정한 합병 비율에 반발하고 있다. 특히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교환비율이 두산로보틱스에 유리하게 설정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두산그룹에 증권신고서 정정을 재차 요구한 상태다. 법에 따라 기준 시가를 적용한 합병비율 외에 현금흐름할인모형(DCF)과 배당할인모형(DDM) 등의 방식을 이용한 합병비율도 계산해 이를 비교하라는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다. 최근 안건 처리가 완료된 SK이노베이션도 SK E&S와의 합병에서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제기됐었다. 국민연금도 합병 비율이 SK이노베이션 주주들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하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결과적으로 주총 안건은 통과됐지만 소액주주에게 불리하고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결정이라는 분석은 여전하다. ◇상법 개정안, 기대와 우려 공존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법안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꼽힌다. 이 법안은 이사가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고려하여 경영 판단을 내리도록 법적으로 의무화함으로써, 주주 보호를 강화하고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는 안건을 이사회에서 처리하기 어려워 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법안에 대해서는 경영 불확실성 증가와 소송 남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법안은 주주 보호와 기업 경영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중요한 조치지만 재계의 반발도 거세다"며 “이러한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안의 세부 조항을 명확히 하고, 경영진의 책임 범위를 적절히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삼성도 허용 ‘빅4’ 복귀 코 앞… 한경협 개혁은 ‘진행형’

국정농단 사태 이후 와해 위기까지 겪었던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의 개혁 노력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최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가 계열사의 한경협 가입을 허용한 것이다. 삼성 준감위는 아직 한경협이 해결해야 할 개혁 과제가 남아있다는 점도 지적했지만, 일단은 포용적인 모습을 보였다. ◇삼성 준감위, 복귀는 허용해도 개혁에 의문 제기 2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준감위는 지난 26일 정례회의를 통해 한경협 회비 납부 여부를 논의했다. 삼성은 한경협의 전신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함께 국정 농단 사태로 가장 큰 고초를 겪은 곳이다. 이에 대한 부담은 아직 여전하다. 실제로 이찬희 준감위 위원장은 회의 전 “한경협의 정경유착 고리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 위원장은 “아직도 정치인 출신, 그것도 최고 권력자와 가깝다고 평가받는 분이 경제인 단체의 회장 직무대행을 했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이상할 뿐만 아니라 임기 후에도 남아서 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김병준 전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현 한경협 고문)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일침으로 시작한 회의지만 결과는 한 발 양보한 모습이다. 준감위는 5시간에 걸친 논의 끝에 삼성전자 등 4개 관계사의 한경협 회비 납부 여부는 관계사 자율적 판단에 따라 결정하기로 했다. 다만 “회비가 정경유착 등 본래 목적을 벗어나 사용되지 않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즉시 탈퇴할 것"을 관계사에 권고했다. ◇현대차·SK는 인정…LG·삼성은 신중 이처럼 최근 계열사의 한경협 복귀를 허락하는 각 그룹사의 입장이 속속 나오면서 한경협이 과거의 위상을 되찾을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관건은 빅 4의 복귀다. 먼저 현대차그룹은 지난 7월 초 4대 그룹 중 처음으로 35억 원 수준의 회비를 납부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경제계 원로들의 권유와 한경협의 변화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해 가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SK그룹도 이번에 회비를 납부했다. SK그룹은 한경협에 흡수통합된 한국경제연구원에 SK㈜,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네트웍스 등 4곳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었지만, 내부 논의 끝에 SK네트웍스 대신 SK하이닉스가 한경협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긍정적인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 LG그룹은 신중한 입장이다. LG그룹 측은 “한경협의 변화 의지를 주시하고 있으며, 신중히 결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번에 복귀를 허용한 삼성그룹도 전적인 지지를 표명하는 상황은 아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향후 한경협의 개혁 노력을 지켜볼 것"이라며 “납부한 회비가 정경유착 등 본래 목적과 다르게 사용될 시 즉시 탈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경 유착 '고리' 아직 남아…존재 이유도 약해져 기업들이 자신들의 이익단체인 한경협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가지는 것은 개혁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 때문이다. 한경협의 전신인 전경련은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큰 논란을 겪었다. 당시 전경련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의 출연금 모금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로 인해 삼성, 현대차, SK, LG 등 주요 그룹들이 잇따라 탈퇴를 선언했다. 이후 2018년 3월 한국경제인총연합회로 명칭을 변경하고, 2023년 8월에는 다시 한국경제인협회로 개편했다. 이 과정에서 한경협은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를 벗고 신뢰받는 경제단체로 거듭나고자 다양한 쇄신 조치를 시행했다. 하지만 아직 협회 고문에 현직 대통령의 측근이 포진해 있어 정부와의 관계에서도 독립성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점과, 대한상의 등이 대두된 지금 시점에서 한경협의 존재 이유 자체가 약하다는 재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경협 측은 “과거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경제계를 대표하는 단체로 거듭나겠다"며 “이를 위해 윤리위원회 신설, 정책 싱크탱크 기능 강화, 회장단 확대 및 운영 방식 개선 등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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