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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RE100]④ ‘RE100 지원군’ 박영욱 SK E&S 팀장 “국내 PPA 초기 수준···N:N 계약 가능토록 제도 바꿔야”

최근 글로벌 대기업 중에서는 RE100 이행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해외 선진국과 거래하는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는 RE100 이행이 점차 필수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외국의 대형 기업들은 이미 RE100을 달성했거나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과 거래시에도 RE100을 이행 하고 있는지 여부를 필수적으로 확인하고 있다는 후문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기업이 RE100을 달성할 수 있는 솔루션에도 관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에 SK이노베이션 E&S가 주목을 받고 있다. 오랜 기간 재생에너지 사업을 영위하면서 축적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RE100 솔루션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SK E&S는 직접 생산한 재생에너지 전력을 활용해 재생에너지 공급계약(PPA)을 체결해 국내 기업들의 RE100 이행을 지원하는 솔루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당초 SK그룹 계열사를 돕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으나 지금은 국내 기업 대다수와 계약해 'RE100 지원군'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RE100 달성의 가장 큰 문제는 PPA 제도가 초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입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외국 격언처럼, 정부가 만드는 정책의 세세한 부분이 잘 맞지 않으면 실제 현장에서는 수많은 어려움에 봉착할 수밖에 없습니다." RE100 솔루션 사업에서 오랜 기간 핵심 역할을 수행해온 박영욱 SK이노베이션 E&S 재생에너지마케팅1팀장은 국내 RE100 달성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점으로 '규제 개선'을 꼽았다. PPA는 사용자가 계약을 통해 일정 기간 동안 고정된 가격으로 재생에너지를 구매하는 방식이다.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전력을 조달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RE100 달성을 위한 가장 중요한 방안 중 하나로 주목을 받고 있다. 다만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원활히 구매하기 위해서는 기업 니즈에 맞는 PPA 계약방식들이 필요한데, 현재는 1:1, 또는 N:1 형태의 단순화된 PPA 계약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단순화된 계약 형태는 초기에는 유용한 면이 있지만, 지금 같이 대다수 기업들이 참여하는 경우 시장의 기능을 제대로 못하도록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복잡한 거래도 소화할 수 있도록 N:N 형태의 계약방식을 허용해 주어야 한다는 시각이다. 다음으로 박 팀장은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자에 대한 역할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현재 PPA 제도 상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자는 PPA를 통해 공급받는 전력만 거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PPA를 하게 되면 기업들은 전력이 부족하기도 하고, 발전소는 전력이 남기도 하는데 이 부분을 공급사업자가 처리하기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공급사업자가 부족·초과발전전력을 처리하지 못함에 따라 초과발전 REC 거래 등 여러 기형적인 거래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기업에게 정산 업무 과중·금융조달의 어려움 등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차라리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자가 중간에서 이를 책임지고 처리하도록 하면 훨씬 원활한 거래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박 팀장은 국내 PPA 제도가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수요자인 기업에 큰 효용이 있다고 진단했다. 우선 기업 입장에서 PPA를 체결한다면 한국전력의 전기요금 상승에 대한 헷지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PPA는 20년 장기 고정가 계약이다. 이에 비해 한국전력의 전기요금은 2000년 이후 연 평균 3%씩 인상돼 왔다. 기업의 전력비용을 일정 수준으로 안정화할 수 있어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PPA는 '그린워싱'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명확한 장점이라고 진단했다. PPA는 정해진 발전소로부터 전력을 구매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의 출처가 명확하고, 기업이 PPA를 체결함으로써 재생에너지 보급이 늘어나게 되므로 추가성도 확실하다는 것이다. 반면에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등 다른 방안의 경우 재생에너지의 발행·추적 등의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그린워싱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다만 PPA에 당장 투입되는 가격 부담도 적지 않아 현장에서 많이 기업들이 망설이기도 합니다. 국내 PPA는 단순 재생에너지 구매 비용 뿐만 아니라 송배전망을 사용함에 따라 발생하는 부가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이 부가비용은 PPA로 인한 전체 비용의 15%를 차지하는 수준이라서 기업이 PPA를 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박 팀장은 PPA 방식과 경쟁자인 REC에 대해서 배출권 등 현물 시장이 있기 때문에 원활히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좋은 RE100 이행수단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비용적인 측면에서는 다소 위험이 큰 이행수단이라 장기적인 안정성이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REC를 통한 RE100 이행비용은 한전의 전기요금에 REC 구매비용이 추가된다. 최근 전기요금은 계속적으로 우상향하고 있으므로 REC 구매비용 자체가 증가하지 않더라도 REC를 통해 RE100을 이행하는 기업의 비용 부담이 지소적으로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REC 구매는 단기적으로는 비용 부담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비용부담이 계속적으로 커지는 이행수단 같습니다. REC 구매를 주요 재생에너지 구매 수단으로 삼기 보다는 PPA의 보조 수단으로 삼는 것이 더 나은 방향이 아닐까 합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길 잃은 RE100]③ 국내 첫 가입 SK, RE100 이행 준비도 선두권

SK그룹은 국내에서 가장 먼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시작한 대기업그룹으로 꼽힌다. 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이 지난 2010년대부터 관련 조직을 만들고 이에 대한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RE100이 처음 주목을 받은 것도 SK그룹의 영향력이 적지 않다. 국내 기업이 RE100에 가입한 것은 2020년 SK그룹 6개 계열사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2020년 이후 SK그룹은 국내에서 RE100 이행을 가장 훌륭하게 준비하고 있는 대기업그룹으로 꼽힌다. RE100에 가입한 계열사들의 자체적인 준비도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지만 재생에너지 사업을 영위하는 SK이노베이션(옛 SK E&S)를 통해 RE100 솔루션 사업을 진행해 국내 다른 기업들도 RE100 목표를 수월하게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재계에 따르면 RE100을 국내에 화두로 던진 것은 SK그룹으로 꼽힌다. 국내 기업들의 RE100 가입 연도를 살펴보면 SK그룹 6개 계열사가 2020년에 가입했다. 국내 기업 중 7번째인 아모레퍼시픽이 2021년에야 RE100에 가입했음을 감안하면 여타 국내 대기업그룹보다 RE100에 뚜렷하게 먼저 관심을 두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2021년에는 SK그룹에 피인수된지 오래 지나지 않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마저 RE100에 가입했다. 현재 RE100에 가입한 국내 기업이 36개사인데 그 중 7개사(19.44%)가 SK그룹인 것이다. 계열사 각각의 준비 상태도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이행(전환)률을 살펴보면 SK하이닉스가 30%, SKIET가 27.4%, SK실트론이 25%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SK머티리얼즈도 18.6%, ㈜SK도 18.1%로 국내 평균치인 12%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다만 SK텔레콤과 SKC가 각각 8.6%와 1.65%로 옥의 티로 집계됐다. 아울러 재생에너지 사업을 영위하는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 E&S도 RE100 부문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SK E&S는 올해 연말까지 누적 기준 1기가와트(GW) 이상의 재생에너지 공급계약(PPA)을 체결할 예정이다. 1GW는 원자력 발전소 1기의 전력 용량에 맞먹는 수준으로, 업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다. PPA는 사용자가 계약을 통해 일정 기간 동안 고정된 가격으로 재생에너지를 구매하는 방식이다.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전력을 조달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RE100 달성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1위 재생에너지 기업인 SK E&S는 지난 2022년 RE100 솔루션 사업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1GW 공급 달성을 눈앞에 뒀다. 지난 2022년 3월 국내 최초로 아모레퍼시픽과 직접 PPA을 체결한 데 이어 SK스페셜티·LG이노텍 등 다양한 기업들과 PPA 및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구매 계약을 맺었다. 특히 SK스페셜티와 맺은 PPA는 당시 국내 최대 규모로, 이를 통해 20년간 총 60만t(톤)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기대된다. 올해 6월 기준으로 국내에서 PPA를 통한 전력 공급 계약 규모는 누적 1TWh를 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약 40만 가구가 1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에 해당한다. SK E&S는 지난 5월에는 국내 최초로 육상풍력을 직접 PPA로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등 국내 RE100 솔루션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SK E&S는 지난해 말 기준 약 4.5GW 규모의 재생에너지 파이프라인을 확보한 국내 최대 민간 재생에너지 기업으로, 앞으로 매년 약 1GW씩 파이프라인을 추가해 2025년에는 7GW까지 규모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박영욱 SK이노베이션 E&S 재생에너지마케팅1팀장은 “계열사들이 SK그룹의 철학인 '따로 또 같이'에 기반해 RE100을 이행하고 있다"며 “RE100에 가장 먼저 가입하고, 그룹 전체의 PPA를 공동으로 추진하는 등 선도적인 위치에서 RE100을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길 잃은 RE100]② 수출 많은 국내기업 “고객사가 RE100 이행 요구”

국내 대기업들 사이에서는 RE100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제조업이 많은 국내 기업에서 글로벌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재생에너지 사용을 크게 늘려야하기 때문이다. 실제 국내 제조 수출기업 중 16.9%가 바이어나 공급망 원청업체들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릴 것을 요구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RE100 목표 시점인 2050년이 다가올수록 이 같은 압박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매출과 수익성을 무시할 수 없는 국내 기업들이 RE100 달성만을 위해서 에너지 사용을 대폭 줄이기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하면 자력으로 RE100 이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재계 안팎에서는 RE100 달성을 기업에게 오롯이 맡기기 보다는 제도·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4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RE100 가입 기업 중 목표 연도를 2030년으로 설정한 곳은 LG에너지솔루션, LG이노텍,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아모레퍼시픽 등 4개사로 집계된다. 대부분 다른 가입 기업들은 2050년이 목표라 아직 20년 이상 여유가 있지만 이들은 6년여밖에 기간이 남지 않아 발등의 불이 떨어진 셈이다.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은 기업이 2050년 혹은 그 이전 목표연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력만 사용하겠다고 선언하는 자발적 글로벌 캠페인이다. 캠페인에 가입한 기업은 매년 국내외 모든 사업장의 전체 전력 사용량 대비 재생에너지 사용량으로 산정해 '탄소 정보공개프로젝트(CDP)' 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목표연도를 2030년으로 설정한 기업들은 최대한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LG이노텍의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지난 2021년 9만5257MWh에서 지난해 65만6387MWh로 2년 만에 7배 가까이 늘었다. SKIET의 재생에너지 사용량도 2020년 제로 수준에서 지난해 22만6758MWh로 확대했다. 그 결과 지난해 기준 양사의 재생에너지 이행(전환)률은 LG이노텍 60.9%, SKIET 27.4%로 집계됐다. 국내 평균치가 12%임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지만 2030년 목표 달성을 낙관할 수는 없는 수준이다. 이에 2030년이라는 목표는 너무 여유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재계에서는 이들의 RE100 목표 설정에 글로벌 고객사의 요구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 적지 않다. 실제 일찌감치 RE100을 달성한 글로벌 고객사들이 협력사에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라는 요구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나 테슬라와 같은 기업들은 현재 RE100 가입 기업의 제품만 구매하겠다며 협력사에 은근한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CDP에 따르면 RE100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 382개사의 재생에너지 100% 달성 목표 시점은 2050년보다 19년 앞선 평균 2031년으로 조사된다. 이를 감안하면 국내 기업이 글로벌 고객사에 발맞춰 2030년까지 RE10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대기업에 그치지 않고 국내 제조 수출기업의 16.9%가 바이어나 공급망 원청업체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무역협회 산하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제조 수출기업의 RE100 대응 실태와 과제' 보고서를 발간하며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 연구원은 2022년 이후 100만 달러 이상 수출 실적을 보유한 제조기업 610개를 대상으로 RE100에 대한 △인식 △가입에 대한 요구 정도 △이행 현황 △애로사항 △정책 과제 등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 조사 결과 수출 제조기업의 45.2%가 RE100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기업(62.5%), 중견기업(49.6%), 중소기업(39.2%) 순으로 기업 규모가 클수록 RE100에 대한 인지도가 높게 나타났다. RE100을 인지하고 있는 276개사가 RE100에 관심을 갖는 주된 목적은 '자사 지속가능경영 목적'(32.6%)으로 조사됐으며, '에너지 비용 절감'(27.2%)과 '고객사 요구'(19.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전체업체 중 16.9%(103개사)가 바이어나 공급망 원청업체들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를 받고 있으며, 그중 41.7%가 올해나 내년부터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도록 압박받고 있어 기업이 당장 해결해야 하는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 외에도 온실가스 배출 관련 데이터 제출(44.7%)도 함께 요구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은 기업들 중 71.8%는 고객사의 요구대로 RE100을 이행하는 것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그 외에 △다른 거래처 물색(13%) △재생에너지 비용이 저렴한 지역으로 사업장 이전(7.5%) △재생에너지 요구 기업과의 거래 중단(1.8%) 등의 대응 방식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마지막으로 국내 수출기업들은 RE100 이행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 과제로 △재생에너지 구매 비용 지원(29.2%)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16.4%) △재생에너지 전력인프라 확대(15.7%) △정보 및 재생에너지 사업자 매칭 컨설팅 지원(12.8%) △부대비용(망사용료, 수수료 등)(9.5%) 인하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규제개선(9.2%) △재생에너지 구매를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인정(6.2%) 등을 꼽았다. 국내 수출기업들이 고객사로부터 RE100 이행을 요구받고 있지만 비용 부담과 인프라 문제로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RE100 측에서도 지난 2023년 발행한 연간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재생가능한 전력을 구매하기 가장 어려운 시장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한국은 일본, 싱가포르와 함께 RE100 회원사들이 재생에너지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응답한 상위 지역으로 꼽혔다. 문제는 RE100을 제때 이행하지 않는다면 국내 수출기업의 실적마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국제 사회의 RE100 요구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이 재생에너지 전환에 뒤쳐질 경우 수출경쟁력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연구원 측은 2040년까지 한국 기업이 RE100에 동참하지 않을 시 자동차, 반도체, 디스플레이 패널 산업의 수출액이 각각 15%, 31%, 40%씩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재계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RE100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 필수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생존활동이 될 것"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재생에너지 확대 및 RE100 이행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길 잃은 RE100]① 국내 대기업들 3년간 재생에너지 사용 21.3배 늘렸는데도 ‘이행률 12% 낙제점’

[편집자주] 국내 대기업들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대한 국내외 요구에 발맞춰 'RE100' 가입과 이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경기 침체에 맞물린 재생에너지 비용 부담, 재생에너지 생산 및 공급과 관련한 정책 혼란, 인프라 미비 등으로 어려움이 적지 않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온다. 에너지경제가 국내 대기업들의 RE100 달성을 위해서 살펴봐야할 문제를 짚어본다. 최근 몇 년 동안 RE100에 스스로 가입한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 이행률이 낙제점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대기업들이 최근 3년 동안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21배 이상 늘리는 등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RE100 달성을 위한 전체적 진척도는 12% 수준이라 지지부진하다는 진단이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대기업 36개사가 'RE100 이니셔티브'에 가입했다. RE100이란 2050년 혹은 그 이전 목표연도까지 국내외 모든 사업장의 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로 충당하겠다고 약속하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이에 따라 RE100에 가입한 국내 대기업 36개사는 자체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을 대폭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에너지경제가 국내 RE100 가입 기업 36개사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최근 3년 동안 재생에너지 사용량이 크게 늘었다.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메가와트시(MWh) 단위로 공개한 18개사(금융·증권사 제외)의 실적을 합산해보면 지난 2020년 438만3432MWh에서 지난해 1681만5770MWh로 3.8배 늘었다. 다만 이는 삼성전자의 영향이 너무 크기에 다른 대기업의 사정을 잘 반영하지 못하는 결과다. 삼성전자는 RE100 가입 이전부터도 재생에너지에 신경을 기울여 왔기에 2020년 사용량이 홀로 403만MWh로 해당 연도의 91.94%에 달하는 수준이다. 지난해에도 재생에너지 928만9000MWh를 사용해 전체의 55.24%로 절반이 넘는 비중을 차지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17개사의 재생에너지 사용량 합계를 살펴보면 2020년 35만3432MWh에서 지난해 752만6770MWh로 집계됐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국내 수위권 대기업들도 최근 3년 동안 21.3배 가까이 재생에너지 사용령을 늘리는 등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내 RE100 국내 36개사의 RE100 이행률을 따지면 12%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RE100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들이 50% 정도의 이행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낙제점에 가까운 수준이다. 지역별로 살펴봐도 북미(66%)와 일본(15%)은 물론이고 중국(32%)에 마저 뒤처지고 있는 상황이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유영상 SKT 대표, 2~3년 내 AI 수익화 전망…“검색·B2B 기대”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인공지능(AI) 인프라 사업의 수익화 시점을 2~3년 이내로 전망했다. 핵심 수익모델(BM)은 AI 검색과 기업간거래(B2B)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빠른 상품화가 가능한 것으론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라우드 서비스(GPUaaS)를 꼽았다. 유 대표는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SK 서밋 2024' 현장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날 오전 'AI 인프라 슈퍼 하이웨이 구축 계획'을 공개했다. △AI 데이터센터(DC) △그래픽처리장치 클라우드 서비스(GPUaaS) △에지 AI를 중심으로 전국 인프라를 구축,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한국형 소버린 AI 구축을 위해 내년부터 1000억원을 투자한다. △리벨리온의 신경망처리장치(NPU) △SK하이닉스의 HBM △SKT 등 파트너사들의 AI DC 솔루션을 결합한다는 계획이다. 유 대표는 가장 빠르게 수익화가 실현될 수 있는 사업으로 GPUaaS 서비스와 소버린 AI를 꼽았다. GPUaaS는 기업고객이 AI 서비스 개발이나 활용에 필요한 GPU를 클라우드를 통해 빌려 쓰는 서비스다. SKT는 연내 가산 데이터센터를 AI DC로 전환, 클라우드 형태로 GPU를 제공하는 GPUaaS를 출시할 계획이다. 특히 수도권에 짓게 되는 인프라의 경우, 내년에서 내후년부터 매출이 나올 것으로 유 대표는 전망했다. 이와 함께 구독형 AI 클라우드 서비스도 출시할 예정이다. 이는 공급이 부족하고 가격이 높은 GPU를 직접 구매하기 부담스러운 대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어 수요가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 대표는 “AIDC를 지역 거점에 짓는 것은 큰 마스터플랜이고 파트너사와의 협의와 국가 규제 완화, 에너지 등 복합적인 것들을 고려해야 하므로 언제 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라면서도 “AI 에지의 경우 미래 비전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2~3년 후면 그런 시대가 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기대하고 있는 BM으로는 △AI 검색 △기업간거래(B2B)사업을 꼽았다. B2B의 경우, 엔터프라이즈 사업과 연계된 공공기관·기업고객의 니즈가 많아 수익화가 빠르게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다. 유 대표는 “AI 검색은 유료화가 가능한 영역이지만 지금보다는 더 서비스가 좋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글로벌향 AI 에이전트(PAA)의 경우 당초 연내 미국 출시를 계획했지만, 다소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SKT는 퍼플렉시티와 손잡고 검색 기능이 강화된 PAA 베타 버전을 개발 중이다. 이에 대해 유 대표는 “아직 클로즈 베타 수준"이라며 “미국 시장에 한 번 출시하는 게 쉬운 것은 아니라 내년이 되면 가시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아울러 지난해 SKT 주도로 싱텔, e&, 도이치텔레콤, 소프트뱅크 등 글로벌 통신사들과 꾸린 글로벌 텔코 얼라이언스(GTAA)에 대해선 현재 조인트벤처(합작법인)을 만드는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다. 조인트벤처 대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내년 3월 초 열리는 세계 최대 통신 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5'에서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통신사 위주로 GTAA 회원사를 확대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유 대표는 “AI 인프라 슈퍼 하이웨이 구축은 회사의 힘으로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AI DC 같은 경우엔 여러 규제 완화가 필요하고, 엣지 AI 같은 경우도 정부의 정책적 지원들이 필요하다"며 “AI와 관련해 우리 산업이 이렇게 가야 되고, 정부는 어떤 걸 도와주고, 이를 통해 함께 비전을 만들어 가자는 어젠다를 던진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태민·박규빈 기자 etm@ekn.kr

한국타이어, 3분기 영업익 4702억원…전년 동기 대비 18.6% ↑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는 3분기 글로벌 연결 경영실적 기준으로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1% 늘어난 2조4352억원, 영업이익은 18.6% 상승한 4702억원을 기록했다고 4일 밝혔다. 3분기에는 승용차 및 경트럭 타이어(PC/LT) 매출 내 18인치 이상 고인치 타이어 비중이 전년 동기 대비 1.4% 포인트(p) 증가한 44.8%를 기록했다. 주요 지역별 고인치 승용차용 타이어 판매 비중은 중국 66.5%, 한국 58%, 북미 52.8%, 유럽 34.6%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유럽 경기 침체에 따른 예측하기 어려운 글로벌 환경 속에서도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의 전략적 리더십 하에 꾸준히 전개해 온 혁신 연구개발 투자와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이 성과를 드러내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지속했다"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알뜰폰, 지난달 번호이동 시장 회복 견인했지만 성장세 여전히 ‘주춤’

아이폰16 시리즈 출시 효과가 나타나면서 지난달 번호이동 건수가 소폭 올랐다. 그러나 알뜰폰의 수익성 회복으로 이어지지는 못한 모습이다. 예전처럼 '번호이동 대란'이 일어나긴 힘들 것이란 분석이 업계에서 나오는 가운데, 정부가 알뜰폰 경쟁력 제고 정책에 얼마나 힘을 실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4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이동전화 번호이동자 수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번호이동 건수는 50만447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49만4150건)보다 약 2,1% 증가한 수치다. 번호이동은 휴대전화번호는 유지한 채 통신사만 옮기는 것으로, 시장 경쟁 활성화 양상을 확인하는 주요 가늠자로 활용된다. 저렴한 요금제를 찾아 이동하는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통신사들이 할인 및 프로모션 경쟁을 펼치는 구조다. 따라서 번호이동 건수가 줄었다는 건 통신사 간 고객 유치 마케팅 경쟁이 약화했음을 의미한다. 지난달 알뜰폰 가입자 순증 규모는 약 2만3923건으로, 전월(2만928건)보다 14.3%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 기간 알뜰폰에서 통신 3사로 넘어간 가입자 수는 전월보다 6589명건 늘어난 8만112건이다. 반대로 알뜰폰에서 통신 3사로 넘어간 가입자는 5만6189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9월 아이폰 16 시리즈 출시 효과가 나타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통상 아이폰은 공시지원금 규모가 적기 때문에 단말 할인이 큰 곳에서 구매하는 게 통신사를 통하는 것보다 이득이다. 이에 알뜰폰 업계는 '아이폰 자급제폰+알뜰폰 요금제' 조합을 내세워 이용자 확보에 나섰다. 다만 예년에 비해선 출시 효과가 다소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아이폰 15 시리즈가 출시된 지난해 10월 번호이동 건수는 49만6256건으로 직전달인 지난해 9월(40만6618건)보다 약 22% 늘었다. 올해보다 약 20% 특히 통신 3사가 이번 단말에 번호이동 전환지원금을 책정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알뜰폰 성장세가 여전히 둔화세를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실제 알뜰폰 시장은 올해 들어 크게 위축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8월 전체 알뜰폰 가입자는 941만6526건으로 전월(936만5701건) 대비 0.5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 4월부터 5개월 연속 1% 미만 대의 증가율을 보이는 상황으로, 2022년~2023년 매달 10%씩 성장했음음을 고려하면 순증폭 감소세가 뚜렷하다. 통신업계에선 번호이동 시장이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시행 이전처럼 활발한 경쟁이 일어나기는 어려울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알뜰폰으로선 악재다. 더욱이 내년부턴 전파사용료도 단계적으로 부담해야 해 업계 부담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알뜰폰 사업자의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통신 3사 알뜰폰 자회사의 점유율 제한 강화 및 자체설비 보유 알뜰폰(풀MVNO) 활성화, 망 도매대가 인하 등이 거론된다. 정부는 연내 망 도매대가 인하 작업을 마칠 계획이다. 이는 알뜰폰 사업자가 이동통신 3사에 지불하는 망 사용 비용을 뜻한다. 지난해 12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으로 도매대가 산정 근거가 마련됨에 따라 고시 개정 등을 통해 내년에 도매대가 인하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통신 3사 자회사 점유율 제한의 경우, 아직 내부 자료 검토 단계지만 일정 수준의 제한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강도현 과기정통부 2차관은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 “인수합병(M&A) 과정에서 통신 3사의 자회사가 더 늘었던 것 같다"며 “일정한 점유율 제한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언급한 바 있다. 과기정통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알뜰폰 활성화 정책(가칭)'을 이르면 지난 9월 발표 예정이었지만, 검토가 길어짐에 따라 연내 발표할 예정이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인도 스마트폰 시장 사로잡은 삼성…中 공략은 숙제

삼성전자가 신흥 스마트폰 시장 인도에서 2개 분기 연속 매출액 1위를 달성하며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저가형부터 프리미엄 제품까지 폭넓은 시장 공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애플·중국 샤오미 등 경쟁사의 추격 속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지배력이 약화된 삼성전자에게 인도 시장에서의 성공은 한 줄기 빛이 될 거란 평가다. 다만 인도와 함께 세계 스마트폰 양대 시장으로 불리는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점은 숙제로 꼽힌다. 4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22.8%의 매출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 2분기에도 매출액 기준 24%의 점유율로 인도 시장에서 1위에 올랐다. 저가형 제품에 집중하고 있는 샤오미 등 중국 업체와 프리미엄 제품에 특화된 애플과 달리 저가형과 프리미엄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춘 점이 삼성전자가 인도 시장에서 1위 사업자가 된 배경으로 꼽힌다. 한종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뉴델리무역관은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저가의 보급형 스마트폰부터 고가의 프리미엄 스마트폰까지 제품의 범위가 폭넓다"고 운을 뗐다. 이어 “과거에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보급형 스마트폰이 다수였다면, 최근에는 스마트폰의 프리미엄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국민 소득 증가와 고도 기술에 대한 수요 확대로 고가 스마트폰 부문이 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보급형 '갤럭시 A' 시리즈와 프리미엄 '갤럭시 S' 시리즈 등 다양한 라인업을 인도에 선보이며 존재감을 부각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올해 들어 인도 뭄바이에 체험형 플래그십 스토어 '삼성 BKC'를 개관하는 등 인도 소비자와의 접점 확대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도 소비자들은 삼성 BKC에서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인도는 스마트폰 분야에서 성장성이 큰 국가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는 지난해 417억달러(약 57조원)이던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오는 2028년 591억달러(약 81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는 25세 이하 인구 비중이 40%를 넘어 앞으로도 스마트폰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과 샤오미의 공세에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입지가 예전만 못한 삼성전자는 고성장이 예견된 인도에서의 성공으로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다만 중국에서 존재감이 미미한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 미만이다. 중국의 경우 인도와 함께 스마트폰 양대 시장으로 불릴 만큼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성장할 여지가 많다"며 “5G 네트워크의 지속적인 개선으로 인한 5G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시장 수요를 더욱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는 전체 스마트폰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선 중국 내 입지를 다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삼성전자는 폴더블 스마트폰을 앞세워 중국 시장에서의 반등을 도모하고 있다. 중저가 스마트폰에서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은 어렵기 때문에 프리미엄 폴더블 폰으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지난 7월 선보인 폴더블폰 '갤럭시Z 폴드6'·'갤럭시Z 플립6' 등에 힘입은 성과도 눈에 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중국 폴더블폰 시장에서 점유율 7.7%를 기록했다. 이 같은 점유율은 지난 2분기(3%)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 최근엔 최신 폴더블폰 갤럭시Z 폴드 스페셜 에디션(SE)의 중국 버전 'W25' 모델을 선보이는 등 중국향 제품을 출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이 같은 시도가 당장 중국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효과를 내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중국 현지 기업들의 폴더블폰 제품 기술력이 상당 수준으로 올라와 있고, 중국 소비자들의 애국소비 영향 등 걸림돌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최태원 “AI 보틀넥 해결, SK가 글로벌 혁신 가속화 기여할 것”

인공 지능(AI)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SK그룹이 '함께하는 AI, 내일의 AI(AI together, AI tomorrow)'를 주제로 전략을 제시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AI의 꾸준한 발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협력해야 한다"며 “그 과정 중에 있을 여러 병목 현상을 해결해 글로벌 AI 혁신의 일익을 담당하겠다"고 다짐했다. 4일 SK그룹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함께하는 AI, 내일의 AI(AI together, AI tomorrow)'를 주제로 'SK AI 서밋 2024'를 개최했다. 이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기조 연설을 통해 '협력과 생태계로 만들어 가는 SK의 비전'에 대해 설명했다. 최 회장은 “아주 많은 사람들이 AI를 안다고 하지만 아직은 극 초기이고, 우리는 모르는 게 훨씬 더 많아 이를 풀어내려면 끊임 없이 생각하고 진전을 이뤄내야 한다"며 “우리 모두의 삶과 사회에 광범위한 변화를 가져올 AI의 미래를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참여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AI가 계속 성장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몇 가지 보틀넥(병목 현상, Bottleneck)이 있다"며 “AI에 대한 투자를 회수할 '대표 사용 사례'(Killer Use Case)와 수익 모델 부재 △AI 가속기·반도체 공급 부족 △첨단 제조 공정 설비(Capacity) 부족 △AI 인프라 가동에 소요되는 에너지 공급 문제 △양질의 데이터 확보 문제 등 5가지 보틀넥 해법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이와 관련, 최 회장은 “SK는 반도체부터 에너지, 데이터 센터 구축·운영과 서비스의 개발까지 가능한 전세계에서 흔치 않은 기업"이라며 “파트너들의 다양한 솔루션을 묶어 AI 보틀넥을 해결하고 좀 더 좋은 AI가 우리 생활에 빨리 올 수 있도록, 글로벌 AI 혁신을 가속화하는데 기여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AI, 특히 거대 언어 모델(LLM)의 시작은 오픈AI의 챗GPT로부터 시작됐고,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파트너십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SK그룹 역시 이 두 회사와 많은 협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행사 중간 중간에는 SK그룹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의 최고 경영자(CEO)들이 영상 축사를 통해 AI 열풍이 부는 업계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다양한 산업 분야의 조직들이 AI 혁신을 겪고 고객들의 변화를 가속화하는 과정에서 SK그룹과 협력 관계를 다져오고 있다. 사티야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 경영자(CEO)는 “SK그룹은 통신·반도체·데이터 센터에서부터 에너지·소재·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선도 기업이고, 협력적 AI 생태계에 대한 여러분의 비전은 우리의 비전과 일치한다"며 “우리는 (SK그룹과의)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기대하며 한국과 전 세계에 강력한 AI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을 호령하는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와 밀월 관계를 형성해왔다. 그런 만큼 이 자리에서는 엔비디아 측이 SK하이닉스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SK하이닉스의 고 대역폭 메모리(HBM)와 미래의 맞춤형 메모리 등에 관련된 많은 혁신은 우리가 만드는 아키텍처와의 궁합이 좋아 다방면에서 공동 설계를 하고 있다"며 “오랜 세월 동안 컴퓨터 산업에 변혁을 가져온 SK하이닉스의 로드맵은 매우 공격적이고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와 HBM4를 공동 개발해 2026년 양산하겠다는 TSMC도 SK AI 서밋에 참가했다. 웨이저자 TSMC 회장은 “SK하이닉스는 최첨단 HBM 기술을 제공하는 데 앞장서 왔으며, 혁신에 대한 헌신은 AI의 미래를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며 “AI 분야에서 협력과 혁신을 추진하기 위한 SK그룹의 지속적인 노력에 경의를 표하며 더 깊고 긴밀한 협력을 통해 우리가 함께 놀라운 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글로벌 AI 리더들이 이와 같은 영상 축사를 보내오자 최태원 회장은 “SK하이닉스·엔비디아·TSMC 3사는 협력을 통해 AI 혁신을 이끄는 세계 최고의 수준의 반도체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가 학습시키고 있는 LLM을 위해서는 약 50GW 수준의 AI 데이터 센터를 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탄소 중립도 지켜야 하는 만큼 '퀵 레벨'에서 발생하는 열을 낮추기 위해 저전력 반도체칩을 개발하고 있고, 데이터 센터에 분산 전원 공급 솔루션을 연결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인터넷 시대의 진입에 있어 선도적인 역할을 했던 한국이 AI 시대에도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려면 AI 인프라와 인재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며 “그룹이 보유한 AI 인프라를 통해 국내 스타트업들의 성장과 AI 생태계 구축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사장)는 “주요 지역 거점에 대규모 AI 데이터 센터를 구축해 아시아 태평양 허브화를 추진하고, 수도권에서는 GPU 애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전국 단위 통신 인프라를 통해 AI를 구축하고 다양한 글로벌 파트너와 함께 AI 인프라 슈퍼 하이 웨이를 전 지구적으로 확장하겠다"고 공언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사장)는 “HBM3E 16하이 스택 48GB 제품은 16층까지 쌓아올린 제품으로, 선제적으로 개발 중인 제품"이라며 “내년 초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할 예정이고, 패키징 기술의 경우 양산성이 검증된 선단 MR-MUF 공정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곽 사장은 “이 제품은 전작 대비 학습·추론 성능이 각각 18%, 32% 향상되는 것을 확인해 고객들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며 “AI 메모리에 요구되는 스펙도 다양해지고 고도화되고 있어 당사는 LPCAMM2 모듈을 PC와 데이터 센터에까지 공급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정유업계, 국내·해외 판매량 모두 늘었는데도 실적 우울

정유업계의 올 3분기 농사는 '흉작'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수출 판매 물량이 늘어났으나, 판가가 급락한 탓이다. 이후로도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이 점쳐진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7~9월 석유제품 내수 소비량은 2억3634만5000배럴로 전년 동기 대비 1.4% 많아졌다. 수출량도 1억2803만5000배럴 13.8% 증가했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의 영업손실은 42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조원 가까이 하락하면서 적자전환했다. 에쓰오일도 8589억원에서 -4149억원, HD현대오일뱅크 역시 3191억원에서 -2681억원으로 나빠졌다. GS칼텍스 또한 이같은 흐름과 유사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경기 침체 및 중국 수요 부진 등으로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대규모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3분기 국제유가는 배럴당 평균 78.3달러로 8.4달러 낮아졌다. 정제마진이 축소된 것도 악영향을 끼쳤다. 이는 휘발유와 경유를 비롯한 제품값에서 원유값·수송비·운영비 등을 제외한 값으로, 국내 기업들의 손익분기점(BEP)은 5달러 수준이다. 대한석유협회는 수출채산성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제품수출단가에서 원유도입단가를 뺀 것으로, 지난해 3분기 19.4달러에서 1년 만에 5.5달러로 72% 가까이 급락했다. 이에 따라 3분기 수출액도 113억9300만달러로 4.0% 하락했다. 휘발유의 경우 성수기 종료에 따른 계절적 수요 감소와 신규 정유공장 가동이 겹치면서 시황이 악화됐다. 경유는 중국과 유럽 내 산업용 수요 약세 및 미국·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재고량이 많았던 것이 판가에 악영향을 끼쳤다. 파라자일렌(PX)과 벤젠을 포함한 주요 석유화학 제품의 스프레드도 감소했다. 드라이빙 시즌 종료로 아로마틱 원료의 휘발유 블렌딩 수요가 줄어들고 정기보수를 마친 아시아 지역 생산설비들이 물량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납사값이 낮아진 것도 재고평가이익 축소로 이어졌다. 4분기 전망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미국 기준금리 하락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완화 △유럽·중동을 비롯한 지역 내 정제설비들의 가을철 정기보수로 인한 공급 감소 효과 △겨울철 항공유와 난방유 수요 증가 등으로 시황이 회복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대해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의 감산 완화로 공급량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석유 수요 둔화 우려 등으로 가격을 끌어올리기 힘들고 재정적 어려움이 길어진 산유국들이 가격방어에서 시장점유율 확보로 노선을 바꾼다는 이유다. 나이지리아를 포함한 아프리카와 미주 지역 생산량이 불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비관론'에 힘을 싣고 있다. 유로존의 불황이 장기화되고 중국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점도 언급된다. 석유화학은 계절적 수요 둔화와 신규 다운스트림 설비 가동에 따른 신규 수요 및 역내 폴리프로필렌(PP)·폴리올레핀(PO) 설비 증설 등이 상쇄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활유·윤활기유 사업은 원재료값 하락을 비롯한 요인에 힘입어 수익을 냈고, 4분기에도 몬순 시즌이 종료되면서 촉진된 수요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미국과 유럽 설비들이 정기보수에 돌입하는 것도 공급량 감소로 이어질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석유수요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나, 전기차 전환·탄소중립 등 장기적인 리스크를 안고 가는 상황"이라며 “지속가능연료(SAF) 생산설비 구축을 비롯한 투자 부담도 향후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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