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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타트업의 도약 80] 랜식 “개인 혈당 최적화 맞춤 음식 찾아드려요”

일반적으로 잡곡빵이나 호밀빵 등의 식품이 혈당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지만 실제 사람마다 체질이 전부 다른 만큼 혈당 반응도 다르다. 인공지능(AI) 헬스케어 서비스 스타트업 랜식은 의사 출신의 양혁용 대표가 이같은 체질별 다른 혈당 반응을 착안해 창업한 스타트업 기업이다. 랜식의 사업 모델은 개인 혈당 관리를 도와 체중 감량이나 컨디션 개선을 지원해 주는 것이다. 개인이 음식을 섭취하며 채혈이 필요 없는 연속형 혈당 측정기로 혈당을 꾸준히 기록하면 AI가 정보를 혈당 예측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나이와 성별·체중·공복혈당 등을 바탕으로 개인 맞춤 혈당 관리를 제공하는 '글루코핏'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 기술 기업에서 제작하는 연속형 혈당 측정기는 2주간 사용이 가능하나 개당 10만원 정도로 장기 사용 시 부담이 커진다. 그런 만큼, 혈당 정보를 AI 분석 완료해 혈당 측정기를 계속 사용하지 않아도 현재 혈당 상태를 예측 후 피드백을 제공한다는 취지이다. 양혁용 대표는 “글루코핏은 개인이 호밀빵 등 특정 음식을 섭취했을 때나, 탄수화물과 단백질 등의 영양 성분을 얼마나 섭취하면 혈당이 적정 수준으로 올라가는지 등에 대해 혈당 측정기와 AI를 결합한 개인 맞춤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이스라엘의 와이즈만 연구소에서 약 800명을 대상으로 실험했을 때, 같은 음식이어도 사람마다 혈당 반응이 다 달랐다는 연구 결과에서 착안해 '글루코핏' 서비스를 선보이게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글루코핏' 이용 회원 중 현미·잡곡 등 밥을 섭취하면 혈당이 치솟는 혈당 스파이크 현상이 발생했으나, 피자·햄버거 등의 빵 종류로 식사했을 때는 혈당이 정상 수치를 유지하는 극단적인 경우도 있었다. 양 대표는 “대다수의 경우, 라면이나 튀김 등의 식품을 섭취하면 고혈당 상태가 되니 이 식품들을 먹지 말라는 피드백을 주는 것에서 그친다"며 “유저가 실제 행동이 가능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도 글루코핏의 장점"이라고 짚었다. 이 피드백대로 혈당에 나쁜 음식을 섭취하지 않으면 해결될 문제이나, 그게 쉬운 일이었다면 아무도 다이어트를 하거나 당뇨로 고생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양 대표는 덧붙였다. 양 대표는 “글루코핏은 회원분은 라면을 드실 때 면을 어느 정도 섭취해야 하고, 계란 등의 단백질과 채소를 얼마나 곁들일 경우 혈당이 지금보다 50% 적게 올라간다는 등의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대안을 제공하는 것이 차별화된 점"이라고 말했다. 그런 만큼 '글루코핏'의 핵심 서비스 대상은 체중 관리나 컨디션 개선을 필요로 하는 고객으로, 당뇨 전 단계에서 자신의 체질을 알아보기 위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분도 많다고 양 대표는 귀띔했다. 당뇨 증상이 심한 환자들은 피를 측정하며 십수년간 관리하는 동안 자신의 체질에 대해 잘 알게 되나, 당뇨 전 단계의 경우 아직 자신에게 맞는 혈당 관리법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양 대표는 “혈당은 의학적인 부분이니 의사나 의료진에게 피드백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혈당 관리를 돕기 위해 가정의학과에서 비만치료를 보는 분들과 협력해 24시간 고객 피드백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점에 힘입어 사용자들이 평균 4주간 3㎏ 감량에 성공했고 양 대표는 덧붙였다. 단, 혈당 측정기는 식약처와 미국 FDA에서 승인되는 등 안정성과 효과성이 입증된 의료기기이나, 채혈과 비교했을 때 정확도에서 약 10%의 오차가 있다. 따라서, 당뇨 증상이 심할 경우 이 기기를 진단 목적으로 사용하기보다 혈당 관리 보조를 위해 이용하는 게 좋다는 설명이다. 지난 2022년 11월 베타 서비스를 시작해 지난해 4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글루코핏'은 지난해 2022년 대비 매출이 100배 이상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12월과 비교했을 때 올해 1월에도 매출이 10배 이상 상승했다. 또한, 랜식은 지난해 디캠프 D-day 5팀 선정 행사에 최종 선발됐고, 국내 최대 스타트업 페어인 '컴업 2023'에서도 10위 안에 드는 기록을 세웠다. AI 혈당 예측 분석 기술 특허도 6건 출원해 등록 중이다. 양 대표는 “저희 회사 비전이 10억 명의 질병을 예방하는 것으로, 오는 2025년 말이나 2026년 초에 동아시아나 동남아시아 등의 해외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나 유럽은 시장이 크나 유사 서비스가 이미 존재한다. 반면,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빠르게 발전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당뇨 비율과 비만도가 빠르게 증가해 시장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양혁용 대표는 “저희는 인류를 질병에서 해방시키고자 아프지 않게 미리 관리하는 것을 돕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라며 “백엔드 개발자, 마케터,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디자이너 등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으니 이 미션에 가슴이 뛰는 분은 연락을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코로나19 이후 배달음식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많이 늘어난 가운데, 배달음식을 선택하는 요인 중 '건강과 안전'에 대한 만족도가 다른 요인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대학교 대학원 식품영양학과 박민서 씨의 석사논문 '배달음식에 대한 고객만족도와 미생물학적 품질 평가'(지도교수 배현주)에 따르면, 국내 20∼50대 성인남녀를 659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주요 요인별 만족도 점수는 5점 만점에 △배달서비스의 품질(4.06점) △배달음식의 품질(4.06점) △배달 업체의 품질(3.59점) △편의성과 다양성(3.97점) △건강과 안전(3.40점) 등으로 나타났다. 이는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소비자들이 품질이나 편의성에는 상당히 만족하는 반면에 위생과 건강성 부분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불안과 불신이 있음을 방증하는 결과이다. 배달음식에 대한 전체적인 만족도는 평균 3.93점이었고 전체적인 만족도는 20대가 40대와 50대보다 높았다. 배달음식을 주문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636명(96.5%)이었으며, 이들 중 배달음식 주문 횟수는 '주 1회 이상'이 48.6%, '주 1회 미만'이 51.4%였다. 배달음식을 이용하는 이유로는(복수응답)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어서(42.8%) △음식점(외식업소)에 가지 않고 집에서 음식점 메뉴를 먹고 싶어서(40.7%)가 가장 높았다. 이어 △조리시간·식사시간 등이 부족해서(22.0%) △먹고 싶은 음식을 잘 만들지 못해서(21.1%) △요리, 설거지 등이 귀찮아서(17.5%) △직접 만들어 먹는 것보다 경제적이라고 생각해서(14.9%)△새롭고 다양한 음식을 먹기 위해서(14.6%)△요리하기에 조리 시설이나 도구가 없어서(11.2%) △기념일을 즐기기 위해서(11.0%) △특별한 이유 없음(10.7%)의 순이었다. 배달음식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은 전체의 3.5%(23명)로 △이용하지 않는 이유는 배달음식을 신뢰할 수 없어서(47.8%) △음식점(외식업소)에서 식사하는 것을 선호해서(39.1%) △항상 음식을 직접 조리해서 먹기 때문에(17.4%) △배달 불가능한 지역에 거주해서(8.7%) △가격이 비싸서(8.7%) 등의 순이었다.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시간대는(복수응답) 저녁 식사가 70.6%였고, 야식이 26.1%, 점심 식사가 22.0%, 간식이 3.0% 등이었다. 배달 즉시 섭취가 62.3%로 가장 많았고 2시간 이내(18.9%), 냉장보관하면서 24시간 이내(11.5%), 냉장보관하면서 48시간 이내(5.7%) 등이었다. 메뉴별 주문 빈도는(복수응답) 치킨이 86.0%로 가장 많았고, △중식(46.5%) △피자(41.8%) △분식(35.2%) △족발·보쌈(32.1%) △찜·탕(22.2%) △패스트푸드(22.0%) △한식(16.7%) △돈가스(15.3%) △일식(10.8%) 순이었다. 조사 대상자들의 일반적인 특성을 보면, 성별은 남자가 36.9%, 여자가 63.1%였고, 연령은 20대가 38.2%, 30대가 27.4%, 40대가 21.9%, 50대가 12.6%였다. 결혼 여부는 미혼이 50.9%, 기혼이 49.1%였고, 가족 형태는 1인 가구가 21.9%, 가족과 동거하는 경우가 78.1%였다. 연구팀은 “배달음식의 생산·보관·포장·배달 과정에서의 온도관리에 유의해야 하며, 고객을 대상으로 배달음식을 가능한 바로 섭취하도록 하고, 배달음식을 보관할 때는 냉장하도록 하는 위생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효순 기자 anytoc@ekn.kr

[인터뷰] 나무의사는 병든 나무·자연 고치는 ‘환경 치료사’

“과수원의 과일나무 등 개인 소유의 나무와 달리 공원 같은 공공장소에 심어진 나무는 병충해 진단과 처치에 반드시 '나무의사'의 진단 처방전이 필요합니다. 병충해 피해를 막고자 농약을 오남용하면서 사람과 환경에 피해를 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삼성물산 그린스페이스솔루션팀 GSS서비스그룹 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강기원 '나무의사'는 일반인에게 생소한 나무의사라는 직업의 업무와 역할을 쉽고도 명확하게 설명했다. 나무의사는 명칭 그대로 나무에 각종 문제가 생겼을 때 진단과 처방을 내릴 수 있는 국가공인 자격증을 받은 전문가다. 일반적으로 나뭇잎 가장자리가 노란색으로 변하거나 잎이 쭈글쭈글해지는 병해부터 국내에서 심각성이 더해가는 소나무 재생충병에 이르기까지 나무가 사람처럼 '병들고 아파할 때'에 예방주사를 놓을 시기를 진단하거나 방제약을 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가로수 교통사고 등의 외부 영향으로 상처를 입은 나무나 사전조치를 잘못해 구멍이 뻥 뚫리는 공동현상이 생긴 나무 등 외상을 입은 나무 위급환자들을 수술하는 업무도 해낸다. 나무 수술은 나무의사의 진단·처방에 따라 예방과 치료를 담당하는 전문가인 '수목처리기술자'와 함께 진행하며, 평상 시에는 일반적인 진단이나 처방의 업무 비중이 높다고 강기원 센터장은 말했다. 국내에서 나무의사 자격증을 따려면 △관련 석사학위 소지 △산업기사 자격증 획득 △5년 이상 실무 경력 보유의 조건 중 한 가지를 반드시 충족해야 한다. 조건 해당자는 나무의사 양성기관에서 총 150시간의 교육을 이수하면 시험응시 자격을 획득할 수 있다. 나무의사 최종시험은 지식 수준을 평가하는 필기부터 실무에 필요한 수술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합격점을 받아야 하기에 최종 합격률은 낮은 편이다. 강기원 센터장은 조경 전문 고등학교에 입학해 3년간 화예연구 장학생에 뽑힐 정도 우수한 성적과 나무에 대한 사랑을 과시했다. 고교 졸업 뒤 1989년 삼성물산(당시 중앙개발)에 입사해 나무조경 관리업무를 맡아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삼성물산에서 근무하면서도 학업을 지속해 대학원에서 조경학 석사를 마쳤고, 직장 팀원들과 함께 일본유학도 다녀왔다. 강 센터장이 나무의사 자격증을 정식으로 취득한 건 국내에 나무의사 제도가 도입된 2018년으로, 이 때 양성교육을 수료하고 시험을 통과해 정식 나무의사가 됐다. 강 센터장은 “현재 아파트 등 건물과 공원단지의 조경 및 관리를 주로 하고 있고, 서울 대치동의 양재천 조경도 삼성물산팀이 담당했다"고 최근 주업무를 소개했다.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의 테마공원 에버랜드에서 기술력이나 노하우가 필요한 의뢰가 들어오면 왕진을 나간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물산에 근무 중인 나무의사는 강 센터장을 포함해 모두 5명이며, 관리하는 수목 장소도 150~200여 곳에 이른다. 강 센터장은 “나무의사의 직업적 매력은 사무직 등 다른 직종과 달리 일하면서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자신이 가진 지식을 총동원해 나무를 살려냈을 때 큰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장점 중 하나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런 장점들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은퇴 뒤 자연에 관심을 갖고 나무의사를 꿈꾸는 50~60세 연령층에서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공부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자격증을 딴 일부 나무의사는 나무병원 설립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나무병원 설립 조건을 충족해 등록을 마친 사람만 개원해 진료업무를 볼 수 있어 일단 실무경력을 쌓기 위해 나무의사 취업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강 센터장은 들려줬다. 다만, 강 센터장은 “나무의사가 되기 위한 길은 굉장히 어려운 편"이라며 “현장업무 때 직접 땅을 파거나 나무에 올라가야 하는 등 힘든 일도 많으니 직무가 본인의 적성에 맞는 지부터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나무의사가 다루는 분야가 병리·생리·해충·토양 등 다양한 방면의 지식을 요구하는데다 나무가 병에 걸려 완전히 죽기까지 약 20년의 오랜 시간이 걸리고 살리기 위해서도 5년 가량의 긴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한다는 점도 나무의사의 업무 난이도를 높이는 부분이다. 강기원 센터장은 “진짜 '현장 전문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나무의사 자격증을 딴 이후에도 끊임없이 공부해 이론과 실무 지식을 계속 쌓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돈과 같은 경제적 요소에 연연하기보다 건강한 자연환경을 만든다는 직업적 철학을 갖고 활동에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주총 엔딩 제약업계 ‘변화보다 안정’ 택했다

정기주주총회를 마친 주요 제약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대부분 재선임됐다. 최근 수년간 호실적을 이어온 만큼 변화보다 안정 속 성장을 택한 결과로 풀이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는 지난 15일 열린 주총에서 사내이사에 재선임돼 오는 2027년 3월까지 대표직을 이어가게 됐다. 또한 김영주 종근당 대표, 정재훈 동아쏘시오홀딩스 대표, 곽달원 HK이노엔 대표 등도 각각 사내이사에 재선임돼 호실적을 올린 전문경영인들이 대표직을 이어가게 됐다. 이들 CEO들은 대부분 재임기간 동안 역대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GC녹십자를 제외한 상위 5대 제약사는 모두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성장했고 동아쏘시오홀딩스도 지난해 매출이 증가했다. 한미약품 역시 이번 주총에서 당초 예상을 뒤엎고 변화보다 안정을 택했다. 지난 28일 열린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 창업주 장·차남 임종윤·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은 사내이사로 선임됐고 장녀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은 사내이사 진출에 실패했다. 이는 주주들이 송영숙 회장·임주현 사장이 추진하는 OCI그룹과의 통합이라는 변화 대신 독자적 신약개발과 신사업 추진을 내세운 임종윤·임종훈 사장을 선택한 결과로 풀이된다. 주총 직후 이우현 OCI그룹 회장은 “(한미와의 통합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아마 어려울 것 같다. 다른 기회를 찾아야겠다"며 통합 포기를 공식화했고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도 “그동안 함께해준 OCI측에 감사하다"며 결별을 시사했다. 임종윤·임종훈 사장은 주총 직후 “가족과의 관계 봉합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면서 “바이오신약, 위탁개발 등 신사업을 통해 순이익 1조원, 시가총액 200조원대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올린 대웅제약 역시 안정 속 성장을 택했다. 대웅제약은 지난 28일 주총에서 임기가 만료된 이창재 대표를 재선임한 동시에 같은 날 이사회에서 박성수 신임 대표를 선임했다. 이로써 대웅제약은 이창재·전승호 대표체제에서 이창재·박성수 각자대표체제로 전환됐다. 박성수 신임 대표는 대웅제약에서 보툴리눔톡신 나보타 글로벌사업본부, 바이오R&D본부 등을 총괄해 온 신약 R&D 전문가다. 이창재 대표가 맡은 기존 국내사업 및 마케팅 경영기조를 유지하는 동시에 박성수 대표를 중심으로 신약개발과 해외진출을 가속화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지난해 상대적으로 실적이 부진했던 제약사들도 오너가 CEO의 경영체제를 강화하며 변화보다 안정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나란히 매출이 감소했던 GC녹십자와 일동제약은 오너 2·3세인 허은철 대표와 윤웅섭 대표가 각각 무난히 사내이사에 재선임됐다. 이밖에 삼진제약은 이번 주총에서 공동창업주 조의환·최승주 회장의 차남·차녀인 조규형·최지선 부사장을 각각 사내이사로 선임하며 2세 승계경영을 강화했다. 앞서 지난해 삼진제약은 공동창업주 장남·장녀인 조규석·최지현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한데 이어 이번에 차남·차녀까지 사내이사로 선임해 공동창업주 자녀 4명이 이사회에 합류했다. 업계는 국내 제약사들이 팬데믹 이후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변화보다 안정을 택하는 동시에, 유한양행의 회장직 신설, 대웅제약의 신사업 전문가 CEO 발탁 등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한 채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소아의료체계 붕괴 탈출구는 없나] 소아필수약 공급 대란, 언제쯤 원활해질까

소아 기관지 천식과 비만 치료에 사용되는 '아미노필린'이라는 필수의료의약품이 있다. 2년 전부터 이 약품의 품절 사태가 지속 중이다. 이 약은 약가가 매우 낮게 책정돼 있어 제약사에서는 사용량이 일정하게 많은 병의원에 우선공급할 수밖에 없다. 어쩌다가 급하게 소량만 쓰는 소아과에는 공급자체가 '경영리스크'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소아과 교과서에 나오는 약을 소아과는 받을 수가 없다. 이 약을 써야할 정도면 아기들은 상당히 위중한 상태다. 생사를 가를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약은 안정적으로 많이 소비하는 성인 비만클리닉에 밀려 받을 수가 없다. 공급이 중단되거나 공급이 원활하지 않는 소아필수약은 비단 이 약뿐만이 아니다. 대한아동병원협회가 소아 필수약 품절 사태를 1년여 전 조사한 결과 뇌전증 발작 억제 유지약, 성조숙증 필수 진단 시약 및 성조숙증 치료 주사약, 호흡기 치료제 등 140여개가 넘는 소아청소년 필수 의약품이 짧으면 2주, 길게는 1년 이상 품절 상태로 소아질환 치료에 큰 장애물이 되고 있었다. 이에 따라, 대한아동병원협회는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당국에 소아진료의 정상화를 위해 소아필수약 공급을 원활히 해 줄 것을 촉구했다. 물론 그 기간 동안 식약처나 복지부 등에서 대한아동병원협회와 간담회를 갖고 해결의 노력을 기울이기는 했으나 여전히 소아필수약 공급의 원활함은 먼나라 얘기다. 조사 당시 140여개가 넘는 소아필수약이 공급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소아진료를 하지 말라'는 뜻과 뭐가 다른가? 이런 생각으로 분통이 치밀어 올랐지만 기대 속에서 관계 당국과 대화한 후에도 이같은 상황이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도대체 왜! 이같은 현상이 지속되는 것일까? 첫 번째 원인은 우리나라 약가정책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소아필수약은 저출산 등으로 인해 사용량이 적어 공급자 입장에서는 꺼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약가 정책은 이같은 점을 감안하지 않고 약가를 책정하다 보니 제약사가 해당 약을 생산하지 않거나 생산을 꺼려 하는 등 문제점이 발생되지 않나 판단된다. 소아필수약의 공급 원활을 위해서는 소아 필수약에 한해 새로운 그리고 합리적인 약가 정책을 펼쳐야 한다. 두 번째 원인은 소아의료정책을 전담하는 정부 조직의 부재다. 성인 위주의 의료 정책 속에 성인 위주의 약가 정책만 있다 보니 소아필수약이나 소아의료가 천대나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다. 소아청소년 입장에서, 소아진료 현장의 입장에서 들여다 보는 소아의료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소아의료와 소아약가 정책이 소아청소년 입장에서, 소아진료 현장 시각에서 바라 보고 그 입장을 반영한 정책을 개발하고 실천할 수 있는 별도 조직이 없는 한 우리나라의 소아청소년들은 아프면 성인약을 동냥해 투약 받을 수 밖에 없다. 언제까지 이럴 것인가. 소아청소년의 올바른 성장과 건강을 위해서 성인약을 소분해 투약하고 약이 없어 전전긍긍하는 사태가 더 이상 대한민국 소아진료 현장에서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박효순 기자 anytoc@ekn.kr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한창훈 병원장 취임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한창훈 9대 병원장이 지난 28일 취임식을 갖고 본격 임기를 시작했다. 한 병원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어떠한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일산병원을 만들겠다"면서, △경기 서북부 1위의 기능적 (상급) 종합병원 △보험자병원으로서 공공의료의 성공모델 등 크게 2가지를 제시했다. 특히, 한 병원장은 “권역응급의료센터, 심뇌혈관센터 등 특정 질환을 중심으로 최고 수준의 최신 치료를 제공하는 기능적 (상급) 종합병원을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일산병원이 정교한 실행 전략을 마련하고 신속한 실행과 평가를 반복하며 문제와 현안을 해결하는 체계적 시스템을 구축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완성된 수준 높은 완결형 필수의료를 제공해 지역에서 가장 신뢰를 받는 일산병원이 되겠다고 한 병원장은 약속했다. 박효순 기자 anytoc@ekn.kr

서울성모병원, 바이오 스타트업 투자유치 지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이 '환자 맞춤형 세포-면역치료 바이오 코어 퍼실리티(Bio Core Facility)' 구축사업에 선정된 스타트업 입주기업의 투자유치와 기술이전 촉진을 위한 행사를 열었다. 바이오 코어 퍼실리티 구축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유망 바이오벤처를 대상으로 연구장비·시설·입주공간 인프라와 R&D 자금, 운영·사업화 멘토링 등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28일 한국파스퇴르연구소 대강당에서 열린 행사는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한국파스퇴르연구소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서울아산병원 △이화여대부속목동병원 △양산부산대학교병원 등 6개 사업 총괄기관이 공동 주관했다. 13개 참여기업의 대표자 및 11개 벤처캐피털(VC)사 소속 투자전문가 등이 참석했다. 각 기관별 참여기업이 핵심기술, 연구현황, 사업 추진 계획 등을 발표하고 투자전문가, 변리사, 기술이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전문위원이 검토의견을 공유했다. 한 예로, 서울성모병원 바이오 코어 퍼실리티 사업 참여기업인 ㈜에드믹바이오 하동헌 대표는 '바이오프린팅 기반 3차원(3D) 혈관화 된 장기칩 플랫폼'을 선보였다. 3D 장기칩은 몸 속 장기를 몸 밖에서 칩의 형태로 구현하여, 조직 및 장기의 물리학적·생화학적 세포반응을 모방하는 기술이다. 하 대표는 “현재 20여개 3D 장기칩을 개발하였으며, 향후 신약개발 과정에 적용 된다면, 동물실험을 보조하거나 대체할 수 있어 비용과 효율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오코어 퍼실리티 센터장 조영석 교수(소화기내과)는 “기업들을 위한 약 2500평 규모의 공간 지원과 400여 종의 첨단 연구장비의 공동활용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은 환자 맞춤형 세포-면역치료 바이오 코어 퍼실리티 센터 구축사업에 2022년부터 참여하고 있다. 2022~2028년 사업 수행을 통해 초기신생 바이오 벤처기업 루카스바이오㈜, ㈜마크헬츠, ㈜서지넥스, ㈜아크로셀바이오사이언스, ㈜에드믹바이오 5곳을 선정하여 지원 중이다. 환자 맞춤형 세포-면역치료 바이오 코어 퍼실리티 구축사업에 선정된 스타트업 입주기업의 투자유치와 기술이전 촉진을 위한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서울성모병원 박효순 기자 anytoc@ekn.kr

임종윤 한미그룹 이사 “주주는 주인, 한미사이언스 주주란 원팀이 이겨”

임종윤 한미그룹 이사가 주주들에 감사함을 표현했다. 28일 임종윤 이사는 경기 화성시 신텍스에서 제51기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이하 주총)를 끝난 뒤 “주주는 주인이라면서 주주가 이겼기에 주주들이 원하는 회사로 갈 것"이라면서 “이 일의 절대적인 키맨이고, 처음부터 키맨인 (주주들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주환원 정책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임종윤·종훈 형제 측은 △임종윤 사장 (사내이사)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이사(사내이사) △권규찬 디엑스앤브이엑스 대표이사(기타 비상무이사) △배보경 고려대 교수 (기타 비상무이사) △사봉관 변호사(사외이사) 등 총 5명의 이사 후보 선임 안건이 주주제안했고, 모두 가결돼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장악, 경영권을 확보했다. 반면 모녀인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 임주현 부회장 측이 제안한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사내이사) △이우현 OCI홀딩스 대표이사(사내이사) △최인영 한미약품 전무이사 (기타 비상무이사) △박경진 명지대 교수 (사외이사) △서정모 모나스랩 대표이사(사외이사) △김하일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학과장(사외이사) 등 총 6명의 이사 후보의 선임은 모두 부결됐다. 양 측의 득표율 차이는 2~3% p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박빙이었다. 이번 승리의 키는 소액주주였다. 소액주주들은 지난 3일 주주연대를 결성,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액트'를 통해 표를 집결했고 이날까지 2.09%의 지분을 모았다. 지분율 2%를 넘기며 표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것이다. 아울러 임 이사는 어머니인 송 회장과 여동생인 임 부회장에 대해서 함께 하자는 메시지를 건넸다. 그는 “어머니와 여동생이 많이 실망했겠지만 같이 가기를 원한다"면서 “가족들도 파트너들도 화합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한 이번 결과와 관계없이 OCI와의 비즈니스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그는 “OCI와 협력할 수 있는 일은 많을 것"이라면서 “지금처럼 복잡한 구조만 아니라면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밝혔다. 박기범 기자 partner@ekn.kr

[기자의 눈] 한미약품 분쟁, ‘상속세 개선’ 계기 삼아야

올해 1분기 제약업계 최대 이슈는 단연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이었다. 지난 1월 한미약품그룹이 OCI그룹과 통합 발표 이후 이달 28일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까지 통합을 추진하는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모녀와 통합을 반대하는 임종윤·임종훈 사장 형제 간 치열한 싸움은 제약업계를 뜨겁게 달궜다. 28일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장에는 이례적으로 200여 명의 많은 취재진이 몰렸고, 주주들의 고성도 오갈 정도로 경영권 분쟁은 절정을 이뤘다. 그동안 한미약품은 꾸준한 연구개발(R&D) 투자와 신약개발 성과로 제약업계의 모범기업으로 꼽혀왔다. 특히, 한미약품은 우리나라의 독특한 제도인 '개량신약 허가제도'를 적극 활용해 국내 제약업계를 제네릭(복제약) 중심 구조에서 혁신신약 중심의 체질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개량신약 제도는 오리지널 신약의 제형·약효를 개선하면 이를 신약으로 인정해 약가우대 등을 제공하는 제도로, 중소 제약사가 다수를 차지하는 국내 제약업계가 신약개발 노하우를 축적해 혁신신약 개발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해 왔다. 한미약품도 2008년 개량신약 허가제도 도입 초기부터 고지혈증 치료제 '로수젯' 등 개량신약 개발을 견인했고, 이를 기반으로 2015년 국내 제약업계 최대 기술수출, 지난해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의 미국 출시로 국내 제약업계에서 모범적인 성장 롤모델로 불려 왔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불거진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불화 모습은 당사자는 물론 제약업계로서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업경영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오너가 경영권 다툼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이번 분쟁은 내부 요인보다 외부 요인인 상속세가 직접 원인이었다. 상속세는 모범적으로 성장한 기업에게 더 큰 부담을 주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미사이언스 주총이 있던 28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상속세제 개편 등 조세제도 개선과제 152건을 담은 건의서를 정부와 국회에 제출했다. 지난 30년간 상속세를 점진적으로 낮춘 선진7개국(G7)과 같이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 상속세율을 점진적으로 낮추고, 유산 전체에 대한 연대책임 과세 대신 개별 상속인에 대한 과세 등 유가족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상속세를 개편해야 한다는 기업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이다. 한미약품그룹 분쟁이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나든 상속세 문제로 기업 성장에 발목이 잡히거나 경영권 다툼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지 않는 않기를 바란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한미약품 분쟁 ‘형제승리 이변’…OCI 통합 차질 빚나

OCI그룹과 통합을 둘러싼 한미약품그룹의 오너가 경영권 분쟁에서 통합에 반대한 창업주 2세 장·차남 임종윤·임종훈 사장이 먼저 승기를 잡는 이변이 빚어졌다. 28일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본사가 있는 경기 화성 라비돌 호텔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OCI 통합 반대' 임종윤·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2명을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표결에 부친 결과 참석주주 과반수 찬성으로 얻어 통과시켰다. 반면에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과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은 참석주주 과반수 찬성에 미달해 부결됐다. 이로써 한미약품그룹은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추진해 온 OCI그룹과의 통합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임종윤·임종훈 사장 측은 OCI그룹과 통합 추진과정에 자신들이 배제됐다며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사내이사로 진출해 OCI그룹과의 통합을 저지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날 한미사이언스 주총 결과로 한미약품은 OCI그룹의 자금력을 활용해 신약개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당초 계획의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와 달리, 임종윤·임종훈 사장은 당초 공언대로 시가총액 200조원, 글로벌 10대 빅파마 도약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앞서 두 형제 사장은 주주총회를 통해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미약품그룹의 재건을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시가총액 200조원과 글로벌 매출 10위권 빅파마 도약을 이루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모친인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 모녀측은 두 형제의 공언에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며 반박했다. 특히, 임주현 사장측은 임종윤·임종훈 사장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선대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지분을 매각할 생각만 하고 있고, 임종윤 사장이 본인 지분은 물론 조카 지분까지 담보로 잡혀 있다며 비판해 왔다. 이 때문에 형제측이 지주사의 사내이사로 선임됐더라도 상속세 문제 해결과 투자유치 등에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기존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이자 회장인 송영숙 회장측과 대립은 지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와 전문가의 전망이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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