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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년 이후 韓 주택 가격 폭락?…“인구 감소 대비해야”

우리나라가 현재의 저출산 추세를 지속할 경우 2050년 경엔 전국 주택 중 13%가 빈집으로 방치되면서 주택 수요가 급락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23일 건설사업관리(PM) 전문기업 한미글로벌이 한반도미래연구원과 함께 '인구구조변화가 가져올 새로운 부동산 시장, 위기인가 기회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다. 이 자리에서 한국과 일본 전문가들은 두 나라의 인구 구조 변화와 부동산 시장에 끼칠 영향에 대해 비교 분석하면서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먼저 우리나라보다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먼저 시작된 일본의 전문가들이 나서 자국의 상황을 설명했다. 우토 마사키 도쿄도시대 도시생활학부 교수는 “2010년 일본 인구는 1억3000만명 정점을 찍고 저출산 및 고령화와 함께 2070년 8700만명까지 감소할 것"이라며 주택 자산 가치 하락을 전망했다. 우토 교수에 따르면 2045년쯤 일본의 주택 가격은 2019년 대비 30% 하락해 총 94조엔(약 840조원)의 가치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도쿄 도심에서 30km이상 떨어진 지역, 즉 베드타운 등은 최대 80%까지 하락할 것으로 봤다. 우토 교수는 “주택자산 디플레이션은 도쿄 도심을 제외하고 모든 지자체에서 발생할 것이며, 출퇴근 시간 60분 초과지역에서 문제가 가장 심각할 것이다"며 “고령자는 주택자산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노후 생활자금이 부족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우토 교수는 오피스, 상업, 물류, 호텔 등 다른 부동산 자산 시장에 대한 전망도 내놨다. 인구감소로 인해 오피스는 도쿄 5구(치요다, 츄오, 미나토, 시부야, 신주쿠)를 제외하고 모두 정체할 것으로 봤다. 특히 지방은 침체 수준으로 전망했다. 상업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부상으로 인해 대형 소매점 수요는 줄어들겠지만 도시 특성에 따라 오피스보다는 상황이 나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물류는 이커머스 부상으로 인해 오히려 지속 성장할 것으로 봤고, 호텔은 외국인 방문객이 지속 늘어나면 저렴한 비즈니스 호텔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의 빈집 실태에 대해서도 발표했다. 현재 일본의 빈집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전국 빈집은 850만 가구로, 전체 주택의 13.6% 비중이다. 이는 현 일본 빈집 역사상 최고 수준이라는 것. 이 중 별장이나 임대주택으로 활용되지 않는 실질적 빈집(방치)은 약 350만가구로 추산됐다. 이에 일본 정부는 경관을 훼손하거나 위생상태가 불량한 빈집에 대한 철거비용을 집주인에게 지원하고 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우토 교수는 “한국도 일본과 비슷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기에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며 “주택자산은 디플레이션이 확실하기에 정부가 (거주공간을 한 곳으로 밀집하는) 콤팩트시티 추진 등 이를 복지정책 관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부동산 시장도 앞서간 일본의 뒤를 따를 전망이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우리나라의 가구 수는 인구 자연감소 추세에도 1인가구 증가로 인해 2039년 2378만가구로 정점을 찍겠지만 2040년부터 줄어들어 주택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2040년부터는 빈집이 급속도로 증가해 2050년부터는 전체 주택 10곳 중의 1곳 꼴로 빈집이 될 것이라는 게 이 교수의 전망이다. 이 교수는 주택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 자명한 만큼, 자산 유동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즉 현재 부모들은 성인자녀가 독립을 해도 넓은 평수의 집을 그대로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부동산 가격 하락이 명백한 만큼 크기를 줄여 다른 자산을 보유하는게 바람직하다. 또 주택 가격이 떨어지기 전에 아예 매각해 그 자금으로 노후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도심 노후 주택 정비를 활성화해 빈집으로 인한 슬럼화를 막아야 하며, 청년층 주거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민간임대주택 시장도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도 내놨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장은 “인구감소는 정주인구보다 활동인구가 많아지는 시대가 될 것이기에 이에 맞는 시장을 창출해야 한다"지적했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 교수는 저성장 국면에 접어드는 만큼 개발보단 축소를, 방송희 한국주택금융공사(HF) 연구원은 집값 하락 전 주택연금의 적극 확대방안 등을 제안했다. 김준현 기자 kjh123@ekn.kr

한강, ‘뷰’ 말고 ‘생활 중심’…5000억 들여 리버시티 만든다

#2030년, 직장인 A씨는 한강 위 사무실로 출근한다. 탁 트인 한강을 바라보며 일을 하니 업무 능률이 올라가고 스트레스도 풀린다. 퇴근길엔 수상푸드존에서 한강 뷰를 바라보며 여러 나라 음식을 먹는다. 주말에는 서울에 올라온 친구들과 한강 위 호텔이나 한강다리 호텔에서 '호캉스'도 즐긴다. 서울시는 2030년까지 1000만명이 한강 수상을 이용하는 시대를 연다고 24일 밝혔다. 한강으로 출근해 회사생활을 하는 것은 물론, 크고 작은 선박이 이동하고 정박할 수 있도록 수상을 활성화한다. 그저 바라만 보던 '한강뷰'를 넘어 '즐기고, 경험하고, 느끼는' '리버시티 서울'을 조성한다는 목표다. 한강에는 '수상오피스'를, 여의도한강공원 물빛무대 옆에는 '수상호텔'을 띄운다는 구상이다. 명동 먹거리 골목처럼 전 세계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공연도 감상하는 '수상푸드존' 조성과 케이블을 활용한 '수상스키장'도 만들어 수상레저를 활성화한다. 또 모터보트 등 동력수상레저기구 소유 시민이 증가하는 '마이보트' 시대를 맞아 현재 130개 선박만 정박할 수 있는 것을 2030년까지 총 1000선석으로 확대한다. 아울러 올 상반기 개장 예정인 난지 서울수상레포츠센터에 더해 이촌과 잠실에 도심형 마리나를 확충한다. 올 10월부터는 여의도-경인아라뱃길에 유람선을 연간 1000회 이상 정기운항하고, 리버버스도 함께 그 길을 활용한다. 시는 이같은 '한강 수상활성화 종합계획'에 총 5501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민간에서 3135억원, 시 재정으로 2366억원으로 분류했다. 구체적으로 시는 한강 수위가 올라가도 안전할 수 있도록 물 위에 떠 있는 부유식 시설로 '수상호텔'과 '수상오피스'를 조성한다. 수상오피스는 한강변 정비사업을 통한 기부채납이나 민관협력 사업으로 추진해 재정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한강대교 북단 교량 위 '직녀카페'는 특색있는 숙박공간으로 리모델링 한다. 수상호텔은 올해 SH서울주택도시공사를 통해 타당성 조사를 시행하고, 2025년에 호텔업을 전문으로 하는 민간 사업자를 선정해 2026년부터 공사에 들어갈 계획을 세웠다. 수상푸드존은 약 2400명을 동시 수용하고 15~20개소 판매 부스가 들어설 수 있도록 조성할 계획이다. 올해 대상지를 선정하고 2025년 설계, 2026년 공사를 시작한다. 수요맞춤형 선박은 올해 10월 리버버스가 도입됨에 따라 기존 수상택시는 폐지하고 소규모 수요 맞춤형 선박을 도입해 관광을 활성화 한다. 1척당 199명이 동시에 탑승할 수 있는 리버버스는 올 10월부터 운영한다. 아울러 한강 최초 케이블 수상스키장과 수상 축제, 윈드서핑장 등 레저활동을 확대한다. 케이블 수상스키장은 기존 보트에 줄을 단 수상스키와 달리 탑처럼 설치된 케이브을 활용해 수상스키를 타는 시설이다. 또 수상영화관, 보트퍼레이트 등 축제를 열고 기존 뚝섬 윈드서핑장을 일반 시민도 이용하할 수 있게 운영구조를 개선한다. 잠실에 도심형 마리나를 신설하는 것도 목표다. 중대형 선박이 계류할 수 잇는 중규모 이상 도심형 마리나를 구축해 국제교류복합지구와 연계한 다양한 관광수요 창출을 꿈 꾼다. 2025년부터 잠실한강공원에 설계 및 공사를 시행해 2026년 개장할 예정이다. 이 외 복합 마리나 시설 '한강아트피어'(이촌한강공원 올 상반기 타당성조사 완료, 2026년 개장)와 서울수상레포츠센터, 여의도-아라뱃길 유람 활성화, 여의도 서울항 조성 등을 구축한다. 서울항은 마포대교와 원효대교 사이 여의도한강공원 올해부터 설계와 공사를 시작해 2026년 하반기 개항한다. 한강 위에 조성하는 만큼 생태계 파괴와 환경훼손, 수상안전에 대한 문제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오세훈 시장은 “홍수 및 범람 등 한강이 가진 기후적 특성으로 인해 그간 수변에만 활용됐던 한강을, 이제는 선진기술과 과학을 동원해 한강 위에서도 활성화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10여년 전 한강르네상스를 통해 오히려 생태계가 더 다양한게 복원된 사례가 있고, 홍수를 예방할 각종 관제시스템 기술을 구축해 환경이나 안전문제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시는 이번 사업으로 연간 6445억원의 생산파급 효과와 연간 2811억원의 부가가치 효과 등 연간 9256억원의 경제효과를 예상했다. 또 연간 90만명에 그친 수상 이용 시민을 약 1000만명(현 한강공원 이용객 6900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준현 기자 kjh123@ekn.kr

LH 공공주택 공급 일정 줄줄이 연기…당첨자들 ‘발동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일부 공공주택 공급 일정이 파행을 겪으면서 입주 예정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공공분양 사전청약 단지 10곳 중 7곳에서 본청약이 지연되고 있지만 LH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LH '사전청약 입주자모집공고'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달까지 본청약이 예정됐던 사전청약 단지 45개 중 32개(71.1%)가 원래 발표했던 일정을 연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공급이 지연된 총 지연 물량은 약 1만7913채 규모로, 6개월부터 길게는 4년까지 일정이 미뤄졌다. LH가 지연 예정일을 공개한 단지로만 따져도 평균 지연 기간이 1년 2개월에 달했다. 올해 본청약이 예정됐던 18개 단지에서도 10개 단지가 공급계획서에서 빠지며 평균치에 반영되지 않았다. 때문에 실제 지연 기간은 더 길 것으로 추측되며, 앞으로 본청약이 지연되는 단지들 숫자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본청약 일정이 지연되는 이유에 대해 LH는 “기존 주민들의 이주 반대, 보상 거부, 오염토 발견, 법정 보호종 및 문화재 발굴 등 돌발적인 상황에 따른 불가피한 사태"라고 해명했다. LH는 또 “사전에 본청약 및 입주예정시기 등이 추후 사업추진 여건에 따라 변경 및 지연될 수 있다는 내용을 입주자공고 당시 안내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사전 청약 당첨자들은 불만을 털어 놓고 있다. LH가 거론한 지연 사유, 즉 주민 보상, 감리 업체 선정, 주민 이주 반대 등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문제로 일정 지연의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부 사전청약 당첨자들은 실망감에 포기까지 고려하고 있다. 한 LH 사전청약 단지 당첨자는 “입주 일정에 맞춰 자금 및 자녀 계획을 세웠는데 본청약 일정 연기로 인해 계획이 틀어졌다"며 “아직까지 명확한 발표도 없어 청약을 포기해야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전청약은 본청약 1~2년 전 청약을 진행하는 제도다. 2009년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제로 처음 도입됐지만 사업지연 등의 이유로 당첨자들이 제 때 입주하지 못하자 폐기된 바 있다. 정부는 이후 2021년 7월 '패닉바잉' 등으로 집값이 폭등하자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매수세를 진정시키고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사전청약 제도를 부활시켰다. 당시에도 일부 전문가들은 주민 보상 및 기반 시설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은 시점에서의 사전청약 제도는 부동산시장에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LH의 무성의한 대응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불만이 고조된 당첨자들에게 뚜렷한 대안·입장을 밝히거나 사과하지 않아 '매를 벌고 있다'는 것이다. LH는 다만 국토교통부와 사전청약 단지 전수조사 등을 통해 해결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LH 관계자는 “국토부 주관으로 지연된 본청약 일정을 다시 짜고 있지만 아직 정리가 다 되지 않은 상황이다. 지금은 일정 및 안내 시기를 정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전청약 관련 제도 개선이 검토되고 있으며, (결정되면)사전청약 당첨자들에게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수조사 완료되는대로 구체적 지연사유와 지연기간을 당첨자에게 개별 안내할 예정"이라며 “당첨자가 사전청약지구 사업현황을 직접 조회할 수 있는 소통체계도 구축해 국민 불편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과거 이미 많은 문제가 발견된 제도를 무리하게 끌고 갈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사전청약에서 보이는 문제점들은 과거 이에 대해 이미 지적됐었던 문제들이 현실화된 것"이라며 “애초부터 문제가 지적됐던 제도를 무리하게 끌고 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선분양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사전청약에서 나오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갑질 or 억울”…공정위 칼날 위에 선 ‘준공 후 잔금 지급’

공정거래위원회가 유보금 명목으로 하도급 대금 일부를 지연 지급한 건설사들에 대해 조사에 착수하면서 일부 대형 건설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하도급법상 위반이긴 하지만 정해진 기간을 준수하고 하자 보수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현실론'도 나오고 있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달 초 대우건설 등 건설사 4곳에 조사관을 보내 하도급 대금 지급 내역서 등 자료를 확보했다. 공정위는 이들 건설사가 하도급 대금 일부를 유보금으로 정해 지급을 미룬 부분에 대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보금은 건설사가 공사 완성 및 하자 보수 의무 이행을 이유로 잡아둔 보증금 성격의 돈이다. 약속된 공사대금의 일부를 준공 후나 하자 보수 기간 이후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유보금은 통상 전체 공사대금의 5∼10%로 책정된다. 건설업계 일각에서 이같은 대금 지급 조건을 특약에 넣거나 '관행'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시장 침체기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겹친 상황에 중소 건설사 유동성을 악화시킬 수 있어 비판을 받고 있다. 일단 이같은 유보금 제도는 하도급법 위반이 명백해 보인다. 하도급법은 원사업자가 목적물의 인수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수급 사업자에게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다기 때문이다. 만약 이를 어기면 지연 이자를 줘야 하며, 적발시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된다. 수사 대상으로 지목된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제 막 조사를 시작해 드릴 수 있는 얘기가 별로 없다. 결과를 기다리고 그에 따르겠다"면서 “너무 단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만 보지 말아주시길 바란다.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공정위의 유보금 지급 관행 조사에 대해 건설업계에선 '잘못된 행태'라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현실적 필요성 등을 들어 '엄벌의 대상'이 되어야 할 '갑질'인지 여부에 대해선 이견이 나오고 있다. 우선 잘못된 관행이므로 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들어 유보금과 같이 대금을 묶어놓는 형태의 계약은 잘 보지 못했다. 요새는 협력업체와의 거래가 워낙 투명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유보금이라는 것은 조금 철 지난 얘기"라며 “협력업체들도 예전처럼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을 진행하지 않고 절차가 잘 적립돼있기 때문에 그런 일들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유보금 얘기는 부적절한 관행"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유보금은 건설업계 관행이긴 하지만 지양해야 할 낡은 시스템"이라며 “한쪽이 일방적으로 유리하거나 불리하기 때문에 공정위에서 지적을 한 것이고 앞으로 해소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큰 문제'는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한 건설사 하청업체 관계자는 “공정에 따라 하자가 나오는 부분이 일정하지 않고 마감에서 나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유보금은 공사를 잘 마무리 지으라는 차원에서 받는 것"이라며 “통상적으로 업체를 선정할 때 완공 후 유보금을 주겠다는 협의를 하고 공정을 시작하기 때문에 갑질이라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디. 그는 이어 “대기업이 하청업체에게 하도급 대금을 지연 지급했다면 갑질이라고 할 수 있지만, 상황에 따라 갑질이냐 아니냐를 판단하기가 애매하다"면서 “조사 대상 기업들도 억울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겹겹이 쌓인 악재…총선 후 부동산시장 ‘총체적 난국’

4.10 총선 이후 건설부동산 시장의 대내외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미국발 고금리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중동발 유가 급등 등 원자잿값 상승 압박.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고조, 미분양 확산, 여당 패배에 의한 부동산 규제 완화 동력 상실 등 악재가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금리 인하 여부 등 시장의 흐름을 예의주시해야 할 때라고 조언하고 있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4.10 총선을 전후로 건설부동산 분야에 각종 악재가 산적하면서 일각에서 전망했던 '4월 위기설'에 대한 우려가 다시금 고조되고 있다. 우선 공사비 급등, 미분양 적체 등으로 건설업체들의 수주 실적이 급감했다.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지난 2월 국내 건설수주 실적에 따르면 10조 2000억원에 그쳐 전월 대비 2.9%, 전년 동월 대비 24.2% 감소했다. 공사비가 급증하다 보니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어 건설사가 일감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민간 수주는 재개발과 건축수주가 각각 45.3%, 16.2% 줄었다. 재건축시장만 봐도 유찰이 거듭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울 용산구 산호아파트, 서초구 신반포12차, 송파구 가락삼익맨숀과 우성4차 등은 지속 유찰을 겪으며 건설사가 수주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이스라엘-이란간 충돌로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고물가, 고금리에 유가까지 들썩이고 있다. 원자잿값 인플레이션 압박이 공사비 상승을 더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원화 환율까지 10년래 최고치인 1400원대를 넘나 들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수입 물가를 위협하고 있다. 부동산 PF도 다시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착공에 따라 전 단계인 '브릿지론'에서 '본 PF'로 전환하지 못하는 사업장들이 많아 부실이 누적되고 있다. 금융권 입장에선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많아지다 보니 추가 자금 대출보다는 회수가 안전한 상태다. 건설사들도 부실 비율이 높아지면서 신용도 하락 위험에 직면해 있다. 해외 부문도 악재가 겹쳤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최근 대형프로젝트 수주로 잭팟을 터뜨렸지만 이스라엘-이란간 전쟁 국면으로 장밋빛 전망을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사우디 정부의 역점 사업인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중기 목표가 대폭 축소됐다. 전체 170km 가운데 2030년까지 겨우 2.4km만 건설하기로 했다. 연간 400억달러 수주라는 올해 해외 수주 목표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좋아질 것이란 지표는 안 나오고 악재만 겹치다 보니 건설업계가 힘든 시기를 장기간 감내해야 할 것"이라며 “단기 악재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하반기 금리인하까지 잘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주택 시장도 조기 금리 인하, 규제 완화가 어려워지면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정부는 그간 1.10대책 등을 통해 대대적인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등을 약속했지만 총선 패배로 대부분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특히 주택 수요 자극의 관건인 금리 인하 여부가 점점 불투명해지면서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확산) 때 공급된 과잉 유동성 때문에 발생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고금리(현재 기준금리 5.25~5.50%)를 유지하자 어쩔 수 없이 따라가고(3.5%) 있으며, 이는 부동산 투자 위축으로 이어졌다. 이에 부동산 업계에선 미국의 금리 인하 시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당초 미국은 지난해 말부터 인플레가 어느 정도 진정되는 기미가 보이자 경기 부양을 위해 올 하반기 3차례 정도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측됐었다. 이에 우리나라도 늦어도 9월 이후엔 금리를 인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최근들어 금리 인하 시기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강한 인플레가 지속되는 반면 3월 소매판매지수가 호조를 보이는 등 경기가 견조하다는 점을 들어 단기간 내 금리 인하 조치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하반기 우리나라의 금리도 현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주택담보대출금리 인하가 불가능해 가뜩이나 어려운 부동산 시장의 경색 국면을 장기화시킬 전망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총선이 야당의 승리로 끝나면서 수요자 입장에선 심리적인 기대감이 떨어지고 있다"며 “중동 긴장감으로 투자 위축이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올해 말 금리인하마저 없다면 2차 하락기를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준현 기자 kjh123@ekn.kr

[인구감소와 부동산시장]④ 개인은 ‘영끌족’ 피하고, 건설사들 ‘패러다임’ 바꿔야

지난해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기록됐다. 올해 합계출산율은 0.6명대로 추락할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출산율이 1.58명인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출산율은 재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인구감소가 필연이라면 개인와 기업은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1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된 인구감소 신호가 이제는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출산율과 혼인율이 저하되면서 1인 가구가 증가해 당분간 주택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치는 가구수가 유지 또는 늘어날 수는 있다. 하지만 최소한 2040년부터는 이마저 감소할 수 밖에 없어 시장의 구조적 변동이 불가피하다. 특히 실거주자 입장에선 주택을 매매해야 할지 장기임대로 가야 할지 고민이 많은 게 현실이다. 지금까지 서울 등 주요 도심의 1주택자는 빚을 내서라도 똘똘한 한채를 매입해 가격이 상승하면 팔아 더 큰 주택으로 옮기거나, 평생 보유하고 있다가 팔아서 노후 자금으로 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주택 가치의 장기적 하락이 불가피해 이런 전략은 쓸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영끌'을 피하라고 권하고 있다. 소득의 50% 이상을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 이자 지급에 쓰지 말라는 것이다. 실거주를 위해 집을 사고 싶다면 청약시장을 지속 두드리거나, 저렴한 경매매물로 안전 마진을 확보하는 게 좋다. 또 노후 대비를 위한 주택 매수 후 향후 주택연금으로 전환하는 것도 하나의 트렌드가 될 수 있다. 주택이 투자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는 실거주자는 주식이나 기타 대체투자로 눈을 돌리는 것도 주요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주택은 월세 등 임대로만 거주하면서 비용을 최소화하고, 남는 돈을 주식, 채권 등 다른 분야에 투자해 자산을 불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다주택자 입장에선 선별 투자가 강조될 것으로 전망됐다. 거주 인구 규모에 따라 특정 지역은 초고층 밀집 개발이 진행되고 나머지 지역은 슬럼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 등 재개발로 수익을 크게 낼 수 있는 '알짜배기' 땅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지역이나 실버주택 등 임차 수요가 늘어날 수 있는 곳이 주요 투자처로 떠오른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정부가 저출산과 인구감소를 인지하고 세제 혜택이나 대출관련 규제완화 대책을 내놓으며 상황 악화를 막고 있다"며 “다만 결국 공급이 부족한 서울에만 가격 상승 요인을 부추길 수 있어 향후 쏠림 현상이 더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 구조가 변화하는 만큼 건설업 부문의 대내외적 환경도 확 달라진다. 신규 주택 수요가 감소하기 때문에 국내 건설업체들의 주요 업무 영역이 임대 주택 공급, 주택 리모델링이나 인프라 건설, 해외 부문으로 변화될 수 있다. 또 현재 초기 단계인 프로젝트매니지(PM) 방식을 활성화해 리스크는 최소화하고 효율성·비용 절약은 극대화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의 제도 개선도 요구되고 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주택공급 활성화 세미나에서 “하나의 공간에 주거와 업무, 상업활동 등 수요변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가변성을 높인 리모델링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에선 또 인구 감소 시대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민간 장기임대주택 보급 활성화를 위해선 일정한 수익성 보장이 필요하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기도 하다. 민간 사업자들이 임대 주택 사업에 뛰어들려면 그만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며, 그래야 실수요자들을 위한 주택 공급이 원활하다는 것이다. 지방의 빈집 해소도 향후 과제다. 지방 관급공사를 주로 하는 C 대표는 “앞으로 지방 소도시나 농촌은 디트로이트처럼 빈집으로 가득찰 것"이라며 “정부가 추진하는 광역도시철도망을 좀 더 촘촘하게 구축해서 소멸되는 공간의 빈집을 문화 및 관광산업과 연결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에 나서면 변화하는 인구감소를 대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건설업계의 변신도 요구된다. 신기술을 활용한 비용 절감·제로 탄소 시대 개막·시간 단축·인력 투입 최소화 등이 과제다. 구체적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설계 최적화 솔루션이나 3D설계인 BIM과 가상 시뮬레이션 디지털트윈, 사물인터넷(IoT), 모듈러건축, 3D프린터 등 신기술 개발과 활용에 적극 나서야 한다. 또 이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해외시장 진출 확대도 필수다. 해외건설 관계자는 “해외진출에는 정부의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면서 “개발도상국 등 정부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나 각국 인프라 건설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현지 발주자 협업 및 금융지원 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kjh123@ekn.kr

여의도 재건축 ‘2차전’…대교아파트 수주전 개막

1970년대 건축된 서울 여의도 일대 아파트들의 재건축이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여의도 1호' 재건축 단지인 한양아파트가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해 첫 테이프를 끊은 가운데, 두 번째인 대교아파트 시공사 선정에도 삼성물산·롯데건설 등 대형 건설업체들이 뛰어들면서 '2차전'의 막이 올랐다. 대교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지난달 21일부터 영등포구청 주관으로 트 재건축 정비계획(안)이 주민공람 절차에 들어갔다고 17일 밝혔다. 주민공람은 30일간 진행된다. 이 사업은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자문방식(패스트트랙)과 정비계획을 동시에 진행하는 첫 번째 사업장이다. 6.3빌딩, 여의도 한강공원이 지척인 한강뷰 아파트다.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 9호선 샛강역 등이 가깝다. 단지 바로 옆에 여의도 초·중·고가 있어 학군도 좋다. 1975년 준공된 노후 단지로 4개동, 576가구로 구성됐으며 전용면적은 95.5㎡부터 151.74㎡까지다. 조합은 주민설명회 및 구의회 의견 청취 이후 오는 5월 정비계획안 서울시 상정 및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6월 정비계획 결정 및 고시를 목표로 정비계획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 대교아파트는 현재 약 469.79%의 용적률을 적용받아 지하4층~지상 최고 49층 총 4개 아파트 단지로 바뀌는 계획안을 수립 중이다. 조합은 오는 2025년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입주 예정 시기는 2030년이다. 대형 건설사들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재 3~4개의 대형 건설사가 조합과 지속적인 접촉을 하고 있으며,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곳은 삼성물산과 롯데건설로 알려졌다. 삼성물산과 롯데건설은 올해 초 대교아파트 조합설립 인가 당시 단지 외벽에 대형 축하 현수막을 내걸며 관심을 드러낸 바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지금은 시기가 너무 빨라 구체적으로 정해진 계획은 없다. 더 단계가 나가야 정확한 계획이 나올 것"이라면서도 “확실한 것은 삼성물산이 대교아파트 재건축사업 입찰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건설 관계자 또한 “해당 사업장은 롯데건설의 중점사업장으로,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사업을 지켜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조합측은 부동산시장 침체기에도 지금이 적기라고 보고 있다. 정부가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시장이 상승기로 돌아서면서 일반 분양이 수월히 진행돼 조합원들의 부담이 덜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대내외적 여건상 추가분담금 급증 및 사업 기간 연장 등 회의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입지적 우위가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사업성이 얼마나 나올 지가 문제다. 분양가를 올리지 못하면 추가분담금이 올라갈텐데, 조합원들이 이를 수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공사비 인상 이슈가 발생해 빠른 사업 진행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 현재 시장 분위기 및 금리를 고려해보면 2035년 정도 입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돈 안 되는 재건축…조합 vs 건설사 갈등 어디까지?

정부의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공사비 급등 등에 따라 재건축 조합-시공사간 갈등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고급 아파트를 원하면서도 공사비는 깎아 달라는 조합 측의 과도한 욕심, 최근 재건축 시장의 주도권을 쥐게 된 건설사들의 '갑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분담금 인하를 이유로 시공사 교체에 나서는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진구 촉진2-1구역 조합은 지난 1월 재개발 공사비를 낮추기 위해 기존 시공사 GS건설을 해임한 후 시공사 재선정에 나섰다. GS건설은 지난해 하반기 건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고려해 3.3㎡(평)당 972만원의 공사비를 제안했지만, 조합은 평당 공사비가 800만원 이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시공사를 해임했다. 조합은 이후 포스코이앤씨를 시공사로 채택했지만 평당 공사비는 960만원 가량으로 이전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 또한 높은 조합원 분담금을 이유로 시공사를 교체했다. 앞서 GS건설은 지난해 1월 평당 650만원 수준의 조건으로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을 수주했다. 하지만 적은 대지 지분으로 인해 재건축 추가 분담금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조합과 건설사 사이에 공사비에 대한 이견이 발생했고,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지난해 11월 시공 계약을 해지했다. 최근에는 재건축 조합이 신탁사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는 이례적인 소식도 들려왔다. 서울 금천구 남서울 럭키아파트 재건축 추진 준비 위원회는 지난해 3월 한국자산신탁과 맺은 업무협약(MOU)을 파기하고 새로운 신탁사 선정에 나서고 있다. 위원회는 신탁사에 요구한 단지 설계를 바탕으로 했을 때 전망되는 조합원 분담금(최대 9억원)이 자신들의 예상치(3억원)를 한참 뛰어넘은 수준으로 나타나자 신탁사 교체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게에선 고급 아파트를 지어 달라면서도 높아진 공사비는 부담하기 싫어하는 조합 측의 '횡포'라고 보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조합에서 요구하는 설계 업그레이드 및 마감재 고급화를 진행하려면 공사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사업성이 좋은 상급지라면 시공사도 이를 감내하고 윈윈하는 전략으로 가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공사만 지연돼 조합원들만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조합들도 불만이 많다. 최근 건설사들이 공사비 및 사업성에 대한 기준을 무리하게 올리고 분쟁에 법적으로 대응하는 등 일명 '갑질'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성동구 행당동 행당7구역 재개발사업은 시공사인 대우건설이 공사비 증액 요구로 사업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대우건설은 평당 공사비를 546만원에서 672만원으로 올려줄 것을 요구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 또한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해 4월 평당 510만원이던 공사비를 660만원으로 올린 뒤 또다시 823만원으로 인상을 요구해 조합과 마찰을 빚고 있다. 조합이 이러한 공사비 인상을 그대로 받아들이자 조합원들은 조합장 해임을 추진 중이다. 일부 사업성이 떨어지는 재건축 단지에 한해 이미 수주한 사업에서 마저 발을 빼는 건설사들도 있다. 자잿값·인건비·이자 등 각종 비용이 오르자 사업성이 떨어지는 재건축 단지의 경우 차라리 계약 해지가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일부러 소송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또 일부지만 조합 집행부들과 몰래 결탁해 공사비를 과다하게 책정하도록 유도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시공사보다 조합이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공사비를 어느 정도 인상하는 것이 적절한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며 “각종 비용 인상으로 공사비를 올리는 것은 이해하지만 처음 계약한 가격과 격차가 크다면 조합 입장에서는 갑질로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GTX 효과 제대로 보려면 환승 시스템 강화해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통행시간 단축, 집값 안정 등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편리한 환승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14일 한국교통연구원이 발간한 'GTX 개통 및 기대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 도민들 평균 출퇴근 왕복 시간이 83.4분으로 전국 평균보다 20% 오래 걸린다. 반면 출퇴근 거리가 멀어질수록 대중교통 행복지수가 줄어든다. 이에 따라 최근 수서-동탄 구간 등 GTX 개통은 통행시간 단축은 물론 도심 집값 안정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윤석열 정부는 지역 간 이동을 원활하게 해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지역 간 차별 없이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GTX 추진을 통한 '수도권 30분 출퇴근 시대'를 제시했다. GTX 사업 최초로 A노선의 일부인 수서~동탄 구간이 3월 30일 개통됐으며, 운정~서울역 구간은 올해 12월 개통 예정이다. 서울 삼성역의 영동대로 복합개발사업 지연에 따라 당분간 분리 운영이 불가피하지만, 2026년 삼성역 무정차 통과를 시작으로 2028년 GTX-A 전 구간이 개통된다. 수서~동탄 구간의 경우 GTX로는 약 20분이 소요되는데, 이는 승용차 대비 55%(45분), 버스 대비 73%(75분) 단축되는 효과가 있다. GTX-B는 인천대 입구를 출발해 서울역, 청량리를 거쳐 마석까지 운행하는 82.8km 노선이다. 올해 착공을 시작으로 2030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총 14개 역사에 정차할 계획이며, 인천 송도와 남양주 마석에서 서울 중심지까지 30분 이내 접근이 가능하다. GTX-B 시종점 기준 통행시간이 60%(90분)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GTX-C는 덕정을 출발해 삼성을 거쳐 상록수와 수원으로 연결되는 86.6km 노선이다. GTX-B와 함께 올해 착공을 시작으로 2028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GTX를 통한 속도 혁명은 출퇴근 시 오랜 통행 시간에 지친 이들에게 여유로운 아침과 저녁을 선사할 것으로 한국교통연구원은 진단했다. 실제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외곽통근은 178만 통행이 증가했다. 2012년 대비 2022년 서울시 인구는 77만명 감소했지만, 경기·인천 인구는 162만명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직주분리 광역화로 인한 출퇴근 시간 증가는 출퇴근 스트레스로 이어졌다. 전국의 평균 출퇴근 왕복 시간이 69.4분이지만, 경기도는 이보다 20%나 오래 걸리는 83.4분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연구원 측은 경기도민 등 수도권 직장인들의 출퇴근 시간 단축 등 GTX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제대로 된 환승 체계와 연계 교통망 확충을 통해 교통 허브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호 한국교통연구원 철도교통연구본부 본부장은 “GTX는 고속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도시철도와 같은 촘촘한 역 신설은 어렵지만 대부분의 역이 타 교통수단과 환승을 할 수 있도록 계획돼 있다"며 “더 편리한 환승과 연계 교통체계 확충을 통해 수도권 전역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GTX 연장과 기존 사업과의 연속성을 고려한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저출산시대, LH 신혼가구 주택 공급 잇단 ‘논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갑작스런 본청약 연기, 공사비 인상 등으로 신혼부부들을 울리고 있다. 저출산 시대 결혼과 출산을 장려하는 정부의 시책에 공공기관인 LH가 제대로 따르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LH는 지난달 27일 경기 군포시 대야미 공공주택지구에 들어서는 군포대야미 A2 신혼희망타운 사전청약 당첨자들에게 이달로 예정된 본청약이 3년 뒤인 2027년 상반기 중으로 미뤄진다고 통보했다. 군포대야미 신혼희망타운은 대야미동, 속달동, 둔대동 일대 14만4639㎡ 규모로, 신혼부부 특화형 공공주택이다. 2021년 10월 총 1511가구 중 952가구를 대상으로 사전청약을 받았으며, 이달 본청약에 이어 2027년 1월 입주가 계획됐었다. LH는 아파트 예정 부지에 345㎸(킬로볼트) 특고압 송전선로가 지나는 송전탑이 있는데 이를 지하로 묻거나 타 부지로 옮기는 공사 기간이 3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본청약을 미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통보가 본청약을 2주 앞둔 시점에 갑자기 진행됐다는 점이다. 일정에 맞춰 자금 마련 및 이사 계획을 세웠던 사전 청약 당첨자들은 LH의 '무대책 통보'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본청약 계약금을 마련을 위해 전세를 빼거나 퇴직금을 받기 위해 직장을 그만둔 신혼부부들까지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본쳥약이 연기되며 2027년 입주 또한 물거품이 되자 사전청약을 포기하는 당첨자 또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2030년 입주도 확실치 않은 상황에, 2021년 사전청약에 당첨된 사람들은 입주까지 10년 이상의 세월을 보내게 생겼다. 또 송전탑 문제는 사전에 예측 가능했고 LH 측 또한 이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충분한 대책없이 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전청약 당첨자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전청약 제도 자체의 허점도 지적되고 있다. 일부 당첨자들이 LH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계획하고 있지만, 사전청약은 법적 계약이 아니어서 손해 구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송전선로를 옮기는 과정에서 한국전력과 이견이 생겨 공사가 지연됐다"며 “공사 기간을 단축해 청약 당첨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해명했다. 신혼부부들의 눈물은 3기 신도시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이날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3기 신도시 중 최초로 사전청약을 받은 단지인 인천 계양지구 테크노밸리 A3 블록 총사업비가 1754억원에서 2355억원으로 33.1%(580억원)나 급증했다. 입주 예정일 또한 당초 사업계획승인 시 발표한 2026년 6월에서 같은 해 12월로 연기됐다. 신혼희망타운인 A3 블록에는 공공분양주택(359가구)과 행복주택(179가구) 등 548가구가 들어선다. 이에 따라 오는 9월 본청약 때 확정되는 최종 분양가도 대폭 인상이 불가피해 입주 대상인 신혼부부들에게 큰 부담이 줄 것이 명확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분양주택은 최종 분양가가 오른다고 하더라도 민간 분양 아파트 대비 상승 폭이 작아 주변 시세보다 저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신혼부부들이 분양가 인상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공사비가 오른 것도 사실이고 LH가 민간에 비해 수익을 많이 안 남기는 것도 사실이지만, 공공기관이라면 일부 손실을 보더라도 신혼부부들과 처음에 한 약속을 지키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매년 수많은 예산을 써서 출산율 및 혼인에 대한 대책을 내는데, 공사비가 올랐다는 이유로 처음에 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다음에 어떠한 대책이 나와도 백약이 무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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