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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주택 수명, 주요국 3분의1…자원 낭비·환경 오염 심각

주택 장수명화(주택의 수명 연장)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면서 리모델링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환경 친화적인 '그린리모델링'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펴낸 '주택 리모델링 시장의 현황과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공동주택 평균 수명은 약 30년으로 주요국의 3분의 1에서 2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짧은 주택 수명은 자원 낭비, 환경오염, 사회・경제적 비용 증가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 때문에 리모델링을 통한 주택 장수명화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 주택 리모델링은 '남의 얘기' 수준이다. 지난해 건축물 착공면적 기준 전체 건축물 리모델링에서 주택 리모델링이 차지하는 비중은 3%에 그쳤다. 이중 공동주택(아파트, 연립, 다세대) 리모델링의 비중은 0.5%에 불과했다. 이처럼 리모델링 비중이 적은 것은 우선 재건축이 너무 쉽기 때문이다. 주택 건설 후 20년이 지나고 일정 조건이 충족되면 재건축이 가능하다. 주택 소유자 입장에선 리모델링을 통한 장수명화보다 재건축을 추진해 경제적 이익을 얻는 것이 사회·경제적 상황에서 더 합리적이다. 그러나 이는 곧 자원 낭비,탄소 배출로 이어진다. 건산연 분석에 따르면 물리적인 내구성을 이유로 재건축을 시행한 사례는 전체의 11.5%에 불과했다. 나머지 88.5%는 기능적·사회적 이유에 따른 것이었다. 물리적 노후화보다는 경제적인 이유, 즉 재건축에 따른 이익을 보기 이해서 멀쩡한 집을 부수고 새로 짓는다는 얘기다. 따라서 리모델링을 활성화해 주택 수명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원 낭비, 환경오염, 사회적·경제적 비용 증가를 유발하는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을 통한 주택 장수명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리모델링은 재건축보다 친환경적이며 건물 주요 구조부 등을 존치 및 활용하기 때문에 재건축대비 탄소 배출량이 적다. 특히 '전면 리모델링'과 '부분 리모델링' 중 부분 리모델링을 활용하면 공사비와 공사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실시하고 있는 지원 정책은 미약하다. 대표적으로 노후 공공임대주택 그린리모델링을 지원하곤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 그린리모델링은 에너지 소비가 많은 노후 건축물을 녹색건축물로 바꿔 에너지 효율및 성능을 끌어올리는 사업이다. 앞서 정부는 2020년 10월에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하고, 다음해 10월에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한 후 2020년부터 노후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그린리모델링을 본격적으로 추진했지만 애초 설정한 목표 달성은 불투명한 상태다. 살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영구임대주택 5만6535호의 그린리모델링 공사를 계획해 진행 중이지만, 준공은 2020년 300호, 2021년 500호에 그치며 1.4%의 공사진척율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현재 노후 공공임대주택 그린리모델링 지원 정책의 준공 공정률은 목표의 4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산연은 보고서에서 그린리모델링의 시행을 시장 자율에 맡기면 시장실패가 예상되며 공사 보조금 지급, 공사비 저리 융자, 세제 혜택, 건축규제 완화 등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노후 저층주택(단독·다세대·다가구)은 주택조합 등 연합을 구성해 집단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용선 건산연 선임연구위원은 “정부 정책이 재건축 또는 리모델링 중 어는 부문의 활성화에만 집중하는 정책은 주거에 대한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제한하는 것으로 각각의 특성에 맞는 활성화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재건축과 리모델링은 상호 보완적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출산율이 하락하는 동시에 노인인구가 증가하며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동시에 노후화된 시설물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도 사회적 인프라 유지, 보수, 개선을 위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최근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저출산 고령화와 함께 심각한 사회 인프라 노후화에 직면해 있다. 우선 지난해 대한민국 출생아수(23만명)는 2000년(64만89명)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급격히 감소했으며, 출산율(2000년 1.48명→2023년 0.72명) 역시 2017년 이후 1명 이하로 떨어졌다. 출생아수가 줄어들자 노인인구 비중 또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2020년 15.7%에 머물렀지만 2025년에는 20.3%, 2030년에는 25.3%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더불어 지방 중소도시는 인구 유출과 중첩되며 지역소멸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2월 기준 전국 228개 지역 중 소멸위험지역은 무려 118개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1970년~1980년대 건설된 기반시설도 덩달아 노후화면서 지구온난화에 따른 극단적 기후와 함께 국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2022년 말 기준 시설물안전법 관리 주요 시설물 총 16만5282개소 중 사용연수가 30년을 초과한 시설물은 3만476개소로 전체 시설물의 18.4%를 차지했다. 건산연은 보고서에서 주요 시설물의 신규 공급이 없다는 가정 하에, 2032년 사용연수 30년 이상 노후 시설물은 총 7만7475개소로 전체의 46.9%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건축물을 제외한 주요 시설물의 경우, 2032년 사용연수 30년 이상 노후 시설물은 총 2만9568개소로 전체의 50.8%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지구온난화로 인해 폭우, 폭염 등 극단적 기후가 잦아지면서 시설물 노후화로 인한 위험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를 보완 또는 대비하기 위한 우리나라 SOC 투자는 여전히 부족하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육상시설(도로, 철도 등)과 항공시설을 합한 SOC 자본스톡은 GDP 대비 21.5%로 프랑스(31.3%), 독일(28.7%), 미국(22.0%) 등 주요 선진국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SOC 예산(23조원)은 2010년(27조1000억원) 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 있으며, 향후 예상되는 투자 규모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2025년 적정 SOC 투자 규모는 58조~60조원 수준이지만, 실제 중앙정부의 SOC 투자 규모는 이보다 6000억~2조1000억원 가량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OC 투자는 사회 인프라 유지, 보수는 물론 직간접 경제적 효과도 크다.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는 최근 SOC 투자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원자재 구매와 노동수요 증가, 중장기적으로는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 및 잠재적 경제성장률 증가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여기에 더해 인프라 투자로 인한 생산성 향상은 해당 지역뿐 아니라 인근 지역에도 공간적 파급 효과를 미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우리나라 SOC에 추가적으로 1조원을 투입한다면 실질 GDP 성장률이 0.076%p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엄근용 건산연 연구위원은 “SOC 투자가 국내외 많은 연구에서 그 효과성이 입증되고 있지만 현실에선 2025년 경제성장률 달성을 위한 적정 SOC 투자마저 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먼저 인명피해 등이 발생할 수 있는 재난·재해 관련 시설 및 노후 인프라 중심의 공공 건설투자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위축되고 있는 민간 투자를 적극 유도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특혜 의혹· PF 위기 부추겨”…서울시 창의혁신디자인 사업 논란

서울시가 도시 미관을 개선하겠다며 시행 중인 도시건축 창의·혁신디자인사업이 지나친 특혜 및 심사기준 불투명 논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를 부추겼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19일 건축업계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부터 민간 분야의 도시건축디자인혁신 활성화를 위해 도시건축 창의·혁신디자인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아름답고 특이한 빌딩을 짓겠다고 설계안을 제시하면 심사해 일부를 선정, 용적룔 상향 등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시는 '도시건축디자인혁신위원회'를 통해 △디자인 독창성 △심미성 △공개공지 등 공공성·장소성·파급성 등 혁신디자인 가이드라인에 적합한지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사업 대상을 최종 결정한다. 가이드라인의 세부내용은 △도시건축 공간의 새로운 방향과 근본적 개선방안을 제안하는 디자인 △시민의 예술적 감수성을 고양할 수 있는 심미성 높은 디자인 △환경의 건전성과 사람의 감성에 기여하는 형태와 구조 재료의 제안 △자연 역사와의 조화, 대지 장소의 이야기를 적극적 또는 창의적으로 해석 등이 있다. 심사를 맡은 도시건축디자인혁신위원회는 시 공무원과 외부 전문가, 도시계획위원회·건축위원회 위원 등 7명 내외로 구성한다. 해당 사업으로 선정되면 용적률 및 건폐율 완화, 통합심의 등의 신속행정 지원, 사업추진 자문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현재 1,2차에 걸쳐 총 16곳을 대상지로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평가 기준이 '정성적'이라 객관적이지 않고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건축물의 아름다움이란 어디까지나 보는 이의 주관에 의존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재 서울의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관광객들이 몰리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도 초기엔 '흉물'이라는 비판을 받았었다. 현재 서울 세종로에 위치한 서울시청 본청도 '한국 전통 도자기 반쪽'를 본땄다는 설계자의 의도와는 달리 서울의 역사·시민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엉뚱한 건축물이라는 비난을 아직까지도 받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디자인과 관련한 사업은 미학적인 부분이 들어가 정량적으로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아름다운 건축물이 얼마나 많은데 단순히 정성적 기준으로만 평가하는 것은 주관이 개입될 수 밖에 없으며, 여기에 커다란 혜택이 주어지는 만큼 보는 사람 입장에선 '특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사 과정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응모자가 심사 절차 및 과정, 심사방법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고 작품 선정을 위한 논의과정도 비공개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다만 참가자는 열람을 원할 경우 심사결과 7일 이내에 열람을 요청할 수 있고 논의과정 내용은 녹음을 하고 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법무학과(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 교수는 “응모자가 심사 절차와 과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고 작품 선정 논의 과정도 공개하지 않게 하는 점은 옳지 못하다"며 “도시건축 창의·혁신디자인사업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심사 부적정 및 특혜 의혹을 일축했다. 그는 “기준이 정성적이긴 하지만 객관성 확보를 위해 전문가들이 29개 항목을 통해 심사를 하고 있다"며 “(심사 내용이)민감한 부분이 있을 수 때문에 공개를 하지 않고 있지만 속기도 하고 있고 정보 요청을 하면 공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선 이 사업이 누적된 부동산 PF 부실 위험을 키우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선정된 곳 중 하나인 강남구 청담동 프리마호텔 개발사업 '르피에드 청담'의 경우 사업성이 나오지 않은 채 브릿지론 만기가 다가오면서 좌초할 위기에 빠졌지만 시가 수상작으로 뽑아 용적률 599%의 혜택을 받게 되면서 위기에서 벗어났다. 최고 48층까지 올릴 수 있게 된 덕에 PF 대출 만기 연장에 성공했다. 현재 신세계 그룹의 부동산 개발회사 신세계프라퍼티가 시행사 미래인과 사업장 인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면서 사업 정상화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혁신 디자인을 적용하기 위해선 공사비가 일반 건축물보다 2~4.5배 정도 더 든다"며 “도시 경관을 향상 시키고 디자인 혁신을 유도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르피에드 청담은 역세권활성화 사업을 검토하고 있으며 사업이 진행된다면 공공기여도 받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신세계프라퍼티 관계자도 “센터필드, 복합사업 등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과 르피에드청담 개발사업이 좋은 시너지를 보일 것 같아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며 “공동개발을 위해 현재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물가 상승분 시공사 전가 무효”…공사비 갈등 해소 기준점 나왔다

최근 재건축 조합-건설사간 공사비 급등에 따른 소송 등 갈등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법원이 건설산업기본법상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증액 배제 특약(ESC)은 무효라는 판결을 내놔 관심을 끌고 있다. 즉 설사 건설사가 계약서 상 특약을 통해 물가 인상에 따른 공사비 상승분을 받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부당한 조항이므로 공사비를 더 줘야 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온 것이다. 공사가 진행되는 도중 물가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증가로 도급인-수급인-하수급인간의 계약금액 조정에 관한 분쟁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건설업계에선 이번 판결이 관련 입법으로 이어져 제도적 해결책이 마련될 지 주목하고 있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4월 부산의 한 교회가 시공사에 제기한 선급금 반환 청구 항소심에서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5항'을 근거로 물가변동 배제 특약의 효력을 제한할 수 있다고 본 부산고등법원 판결에 대한 상고를 심리 불속행 기각하며 2심을 확정했다. 심리 불속행 기각은 상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사건을 더 이상 심리하지 않고 기각한다는 뜻이다. 이 교회는 시공사와 2020년 8월 건물 증축공사 계약을 맺으면서 '계약 체결 후 물가 상승을 이유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할 수 없다'는 특약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교회 측의 요청으로 착공이 8개월 이상 늦춰지면서 변수가 발생했고, 그 사이 철근 가격이 2배가량 상승했다. 건설사는 계약금액 증액을 요청했지만 교회는 계약 해제와 함께 선급금을 돌려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2심 재판부는 건산법 제22조 제5항(계약 내용이 당사자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에 특약을 무효로 인정)을 근거로 이같은 배제 특약이 무효라고 판단했다. 계약 체결 이후 설계 변경 및 경제 상황 변동에 따른 부담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것은 '불공정 거래'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와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원자잿값 상승, 인건비 폭등, 고금리 등으로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이로 인한 갈등이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KT와 쌍용건설은 공사비 갈등으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KT는 지난달 10일 판교 신사옥 시공사인 쌍용건설에 계약서상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증액 배제 특약을 이유로 쌍용건설 측이 요구한 추가 공사비를 지급할 이유가 없음을 인정해달라는 골자의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쌍용건설은 2020년 967억원에 KT 판교 신사옥 공사를 수주했다. 공사는 지난해 마무리됐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 자재 반입 지연 등에 따라 계약 조건보다 무려 171억원의 비용이 더 들어갔다. 이에 쌍용건설은 지난해 7월부터 KT에 추가 공사비 지급을 요청해왔지만 KT는 도급계약서상 '물가변동 배제특약(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을 배제한다는 규정)' 조항을 근거로 이를 거부해오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대법원 판례 건은 교회측 이슈로 인해 시공이 늦어져 준공이 되지 않은 건으로, 준공과 정산이 완료된 KT와 쌍용건설 건과는 사안이 다소 다르다는 시각도 있다. KT 관계자는 “KT는 판교사옥 건설과정에서 쌍용건설의 요청에 따라 공사비를 조기에 지급했고, 설계 변경에 따른 공사비 증액(45억5000만원) 및 공기연장(100일) 요청을 수용했으며, 이를 포함한 공사비 정산을 모두 완료했다. KT는 회사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으로 그간 논란을 해소하고 명확한 해결을 위해 법적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이다"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ESC 무효가 하도급 체제로 시행되는 재건축 공사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현재 하도급법의 경우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배제 특약이 미비한 상태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입법안은 발의됐지만 통과하지 못한 채 폐기된 바 있다. 공정위는 지난 2월 하도급업체 보호차원에서 해당 특약 무효화하겠다는 정책 방향 발표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김정주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산법에 따른 부당특약 무효가 발주처와 시공사 관계에서는 적용되지만 대주단과의 관계에서 적용될지는 아직 미지수"라며 “부당특약 무효화가 공사비 갈등의 해법으로 작용하려면 국토부, 금융위, 공정위가 함께 지침을 만들어야한다. 그렇다면 대법원의 사법적 판단이 쉬워질 것이고, 폭넓게 적용될 여지가 크게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지난 5년간 주택공급 85만호 부족, 특단의 대책 필요”

최근 시장침체와 고금리 등으로 주택 공급이 급감하면서 지난 5년간 수요대비 85만호가 부족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다시 주택가격 급등 사태가 나기 전에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은 성일종 국회의원과 함께 17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 세미나를 개최하고 이같이 밝혔다. 주산연은 2020~2024년 5년간 주택수요량에 비해 공급부족량이 85만호 가량 누적될 것으로 전망했다. 2020~2021년 2년동안 공급물량은 예년평균수준이었으나, 가구와 멸실주택 증가폭이 커서 38만호 수준의 공급부족이 누적됐고, 2022~2024 3년동안은 시장침체에 따른 공급감소로 47만호의 공급부족이 누적됐다는 설명이다. 주산연에 따르면 주택수요는 주택시장에 진입하는 30세 도달인구 증가와 독신가구 및 외국인가구 증가 등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금리하향 움직임과 경기회복 등에 따라 실제 구매수요인 유효수요도 빠르게 늘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주택공급은 공사비 급등과 미분양 적체, 사업착수를 위한 브릿지론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어려움, 고금리 등으로 급감하고 있다. 실제 인허가는 예년평균(2017~2021) 54만호 보다 30% 줄어든 38만호 수준으로 예상된다. 다만 착공 물량과 분양물량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주산연은 주택시장 침체로 2021~2022년 사이 인허가를 받고 착공을 미룬 물량이 25만호 가량 대기 중인데, 올해 수도권 등 집값 상승전환지역에서 이들 대기물량의 착공이 늘어나면서 착공은 작년 24만호 보다 늘어난 35만호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이는 예년 평균 대비 27% 적긴 하지만 지난해보다는 28% 늘어난 수치다. 분양도 작년 24만호보다 늘어난 35만호, 준공은 3년전 착공된 물량(58만호)이 그 전년보다 많아서 작년보다 늘어난 45만호로 전망된다. 주산연은 소형주택과 비아파트의 공급감소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주택자 중과에 따른 똑똑한 한 채 선호현상으로 비아파트인 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과 60㎡이하 소형주택의 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것이다. 또 비주택인 오피스텔과 생활숙박시설은 예년 평균 대비 90%가 감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도시지역에서 사회진입 초년생인 청년 독신 가구용 주택 감소로 전월세 급상승 가능성도 있다. 주산연은 이와 함께 사업성 악화로 디벨로퍼들이 주택사업 규모를 줄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택공급 부족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 주산연이 지난 3일부터 14일까지 12일간 주택건설사업자와 디벨로퍼 300여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70%가 향후 1년 내 주택사업규모를 줄이겠다고 응답했고, 공급을 줄이는 원인으로 사업성 악화를 꼽았다. 사업성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시장침체와 공사비 급등 △고금리와 높은 수수료 등 PF조달 어려움 △다주택자 중과에 따른 소형주택 매수 기피 △개발사업 수익률제한과 용도변경 차익의 100%까지 부과되는 기부채납 등이 지목된다. 정부도 이러한 주택공급 부족의 문제점을 인식하며 최근 활성화 대책을 내놨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 주택사업자중 81%가 기존에 시행중인 정부의 주택공급 활성화대책이 효과가 없다고 응답했다. 시급한 활성화대책으로 △꽉 막힌 브릿지론과 PF 정상화 △실효성 있는 미분양대책 시행 △분양아파트 중도금대출과 잔금대출제한 완화 등을 들었다. 가장 시급한 PF활성화대책으로는 △사업성 있는 사업장에 대한 확실한 지원체제 구축 △최근 발표된 PF관리방안의 합리적 개선 △과도한 수수료와 연대보증 금지 등을 들었다. 주산연은 주택공급 부족 문제의 해법으로 △법적 근거가 없는 지자체 등의 임의적 분양규제 금지 △원가에 못 미치는 아파트 공급기준 건축비 현실화 △확실한 금융조달 애로 해소 △과도한 다주택 중과제도 적정화△확실한 미분양대책 마련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제도 합리화 △도시개발사업에 과도한 수익제한과 기부채납 적정화 △도시정비 활성화로 주택공급 확대 등을 제시했다. 김 실장은 “분양아파트 기본형 건축비를 조속히 현실화 하고, 임대아파트 건축비는 모든 정권이 인상 시 마다 부담을 느껴 제대로 현실화하지 못했다"면서 “분양아파트 기본형건축비의 일정비율(80%)을 연동해서 적용하도록 법규에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공공임대주택에 왠 종부세?…SH, 위헌소송 추진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10일 공공 임대주택에 부과됐던 종합부동산세에 대해 위헌 소송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SH는 다음 달 5년 동안 공사가 납부한 종부세를 환급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향후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할 계획이다. 만약 재판부가 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한다면, 결론이 날 때까지 재판 진행은 중단된다. SH가 지난해 납부한 종부세는 약 148억원이며, 이 중 공공 임대주택에 대한 종부세는 무려 83억원에 달한다. 특히 임대주택 종부세의 74%는 강남권 장기전세주택에 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애시당초 종부세가 부동산 투기 억제라는 공익적 목적으로 입법됐기 때문에, 공공 임대주택에 대한 종부세는 정책 목적에 모순된다는 것이 SH 측의 입장이다. 또 공공 임대주택은 임대료 책정 등 재산권을 자유롭게 행사할 수 없는데 고액 부동산 보유자와 같은 기준으로 재산세와 종부세를 모두 부과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SH는 2022년까지 10년간 임대료를 동결해 왔다. 여기에 더해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라 공공 임대주택은 임대료에 제한이 있다. 공사에 따르면 SH 임대료는 시세의 35% 수준이며, 이에 따른 주거비 경감 편익은 약 1조3000억원에 달한다. 현행 법령상 임대주택을 직접 건설한 경우 9억원, 매입한 경우 6억원 초과시 종부세 부과 대상이다. 또 정부는 종부세 부담 경감 정책에 따라 지난해부터 종부세율 최대 2.7%(2주택 이하와 동일)를 적용받고 있는데, SH는 이 같은 처사가 여전히 과중하고 불필요한 규제라고 보고 있다. SH는 한국세무학회와 사단법인 부동산학술회의를 통해 지속 가능한 공공 임대주택 운영과 보유세 면제를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으며, 공동 정책토론회 등 공론화 활동을 할 계획이다. 아울러 햐후 종부세뿐만 아니라 재산세 완전 면제를 위한 입법을 국회에 요청하고, 국토교통부에는 지방세 감면 건의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공공 임대주택에 종부세를 부과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보다 많은 시민이 양질의 공공 임대 주택에 거주할 수 있도록 종부세는 물론 재산세 등 보유세 면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오송 지하차도 참사 1년…정부·건설업계 수해 대책 ‘제자리 걸음’

2023년 7월15일 오전8시40분쯤. 충북 청주시 오송읍 미호천 근처 궁평2지하차도에 갑자기 물이 찼다. 미호천교 확장 공사를 하면서 부실하게 쌓아 놓은 임시 제방이 폭우에 유실되면서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이로 인해 1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치는 등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1년 가까이 흐른 후 또 다시 폭우가 빈번한 여름철이 다가 오면서 정부와 건설업계가 장마철 공사장·반지하 등 위험 지역에 대한 수해·침수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곳곳이 위험에 노출돼 있어 좀더 강력하고 실효적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발생한 오송 참사의 원인이 된 미호강 임시 제방을 부실하게 축조하거나 관리한 혐의로 각각 징역 7년 6개월과 징역 6개월을 선고받은 건설업체 현장소장과 감리단장이 1심 판결에 불복, 모두 항소했다. 이처럼 1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친 오송 참사는 아직 '진행형'이다. 특히 장마철 건설현장 사망사고가 연례행사처럼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확실한 예방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CSI)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장마철(6~8월) 전국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는 다른 시기보다 유독 많다. 지난해 6~8월 세 달 간 발생한 총 1504건의 건설현장 사고 가운데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는 6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건설현장 합산 사망사고(226건)의 무려 27.9%에 해당하는 수치다. 2022년 장마철에도 총 1360건의 건설현장 사고가 발생했으며, 한해 총 사망 사고(243건)의 28.0%인 68건이 이 기간에 집중됐다. 게다가 최근 수년간 짧은 기간 한정된 지역에 비가 집중적으로 내리는 국지성 호우가 더 빈번해지고 있다. 예측이 어려워 대비하는 것도 쉽지 않다. 건설사들은 사고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확실한 방법을 찾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항상 근로자의 안전을 첫 번째로 고려하고 있으며 매년 더 나은 대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장마철 정기적 안전점검을 통해 사전에 위험요소를 차단한다거나 현장 안전교육을 강화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부의 장마철 침수 예방책 또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진현환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지난 7일 다가올 장마철에 대비해 서울 구로구 개봉동 반지하 매입임대 현장을 찾아 침수방지시설 설치 현황 및 입주자 안전 관리 상황 등을 점검했다. 이날 방문한 곳은 지난해 우기 전 침수방지시설을 설치한 반지하 3층 주택으로, 현재 입주민 안전을 위해 기존 거주자는 지상층 공공임대로 이주를 지원했다. 현재 매입임대주택 관리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보유하고 있는 반지하 매입임대 가구 전체(4000가구)를 대상으로 침수방지시설(물막이시설, 창호, 침수경보장치, 배수펌프 등) 설치를 완료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국토부는 우기 전까지 현장 안전점검을 진행하는 한편, 이재민 발생에 대비해 공급 가능한 공공임대 주택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등 주거안전망을 구축할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침수 취약 지역 반지하 거주민의 안전 문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2022년 8월 반지하 주택에서 안타까운 침수사고가 발생하며 일가족 3명이 숨졌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내 침수 우려 주택 물막이판 설치 비율은 여전히 60.4%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도 2022년 말부터 '반지하 특정바우처'를 신청 받아 지상층으로 이주하는 반지하 가구에 대해 최장 2년간 월 20만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는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전시행정이며 취약계층은 이에 대한 실효성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수수료, 이사 비용 등 지상으로 옮기는데 드는 추가 금액을 생각하면 지원금이 너무 적어 현실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 특히 2022년 8월 10일 이후 신규 반지하 입주자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와 시가 힘을 합쳐 최저 보장 주거기준을 정해 취약계층을 지원해야하는데, 지원금액도 충분치 않을뿐더러 방식도 2년 전과 다른 것이 없다"며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번 장마철에도 취약계층에서 무고한 피해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1기 신도시 이주대책, 주민 설문조사해 다시 짠다

정부가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과 관련해 기존 이주단지 신축 계획을 백지화하고 주민 설문조사를 실시한 뒤 이주 계획을 다시 세우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말부터 1기 신도시 주민들을 대상으로 원하는 이주 계획 유형을 파악하기 위한 설문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설문 조사에는 이주 희망 지역, 희망 주택 유형·평형, 공공임대주택 입주 의향 여부 등이 담길 예정이다. 이후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한 이주계획을 신도시별 정비 기본계획에 담을 계획이다. 기본계획 초안은 8월 중 공개한다. 앞서 정부는 올해 초 노후계획도시재정비특별법 시행령 제정을 통해 1기 신도시 재건축을 최대한 빨리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2024년 11월 첫 선도지구 지정, 2025년 특별정비구역 지정, 2026년 사업시행계획 수립, 2027년 착공, 2030년 준공이 목표였다. 이 경우 올 연말 선도지구 최대 3만9000가구를 시작으로 2027년부터 10년간 매해 2만~3만 가구의 이주가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1기 신도시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에 최소 1곳씩 '이주단지'를 세워 전세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로 했었다. 그러나 이번 이주대책 관련 설문 조사 실시 방침은 기존의 대규모 이주단지 신설 방침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이날 “1기 신도시 생활권에서 이뤄지는 각종 인허가 상황을 들여다보고, 필요하다면 기존에 용도가 정해져 있는 땅을 용도 변경을 하거나 공공에서 새로운 소규모 개발 사업도 추가로 해 이주에 문제가 없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렇게 해도 어려우면 이주 시기를 조정하는 방식을 쓸 수 있다"면서 “과천, 안양 같은 지역에서 (이주 시기 조정 등의 방식으로) 이주대책을 수립해 전셋값 급등 없이 재건축을 완료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를 위해 2027∼2030년 1기 신도시 생활권별 입주 물량을 조사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건축 스케줄과 입주 물량을 맞춰보고 '미스매치'가 난다면 주택 공급량을 늘려야 한다"며 “이주단지에 대한 주민 거부감이 크다면 (임대주택이 아닌) 분양 주택을 지어 자연스럽게 전세시장에 물량이 나오도록 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분당을 중심으로 임대주택형 이주단지 조성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이 같은 계획을 밝힌 지 6개월도 안 돼 이주단지 조성 계획을 사실상 철회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이주단지'라는 용어도 쓰지 않기로 했다. 당초 국토부는 3기 신도시 조성, 택지 개발 등으로 인근 주택 공급 물량이 많은 일산, 중동은 이주단지 조성이 불필요한 반면 분당과 평촌, 산본의 경우 주택 추가 공급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선도지구 지정 물량과 이주단지 공급 물량을 함께 발표하려 했으나 주민 선호부터 다시 파악하기로 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애초 너무 빠듯한 일정으로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다 이같은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3기 신도시 입주 시기와 맞물린 광역 대책 수립, 근거리 이주를 원하는 초·중·고등학생 자녀 가구에 대한 저리 이주자금 대출, 인근 비아파트 매입임대주택 활용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수요 늘려야 주택경기 산다…규제완화 입법 절실”

2년 여간 얼어붙은 주택 경기를 살리기 위해선 수요를 늘려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가 발표한 주택 공급 및 수요 진작 정책을 뒷받침 할 법안들이 22대 국회에서 통과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만 건설설부동산 업계에선 여소야대 정국 속 협상이 쉽지 않아 주택시장 침체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8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수도권아파트 매매 및 전세수급지수는 2년 넘게 '100' 이하 수준을 유지하는 등 수요 위축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2022년 들어 '100' 이하로 하락한 수급지수는 위축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나 최근 소폭 개선되는 전환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수요 약세가 지속되면서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도 하락해 '100' 이하의 수준을 보이고 있다. 최근 수급지수의 소폭 개선에 맞추어 가격전망CSI지수도 약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100' 이하의 수준에 머물고 있어 상승 전망에 대한 심리적 여건은 미약한 상태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정부는 수요 진작을 위해 올해 초부터 24회에 걸친 민생토론회를 개최해 부동산 관련 정책 179개를 마련했다. 이 중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은 17개로 21대 국회가 지난달 29일 임기가 종료되면서 모두 폐기됐다.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지(부동산 가격 공시에 관한 법 개정), 준공 30년 이상 단지의 안전진단 규제 완화(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 개정), 취득세,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중과 규제 완화(소득세법, 지방세법, 종부세법 개정)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는 여전히 규제 완화에 방점이 찍혀 있지만 22대 국회에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이어져 법률 개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170석과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진보당 각 3석 등 범야권 의석수가 192석에 달한 반면 국민의힘은 108석에 불과하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22대 국회에서도 야당이 압도적인 다수당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은 힘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관련 법령 개정안이 설사 국회 문턱을 넘더라도 대폭 손질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중 종부세 완화의 경우만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일부 의원이 제기했다가 지지층 반발에 쑥 들어간 상태다. 앞서 박찬대 원내대표는 1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종부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고민정 최고위원은 아예 종부세 자체를 없앨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지지층 반발에 종부세 완화론에 선을 긋고 있다. 건설부동산업계에선 현재 시장 침체, 수요 위축에서 비롯됐다며 공급늘리는 규제 완화보다는 수요 규제 개선의 적극적 추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권주안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 주택시장에서 공급 위축이 수요 급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 정부가 추진하려던 각종 수요 위축 완화 대책도 실현 가능성이 사라짐에 따라 주택시장 침체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기존의 규제 완화 및 개선의 불확실성이 당장 시장 침체를 완화할 수 없다 하더라도 시장 정상화를 유도하는 가이드로서 시장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으므로 수요 규제 개선의 적극적 추진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1기 신도시 집값 ‘들썩’…섣부른 매매 ‘주의보’

정부가 추진하는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정비사업 선도지구 지정 계획 및 추진 일정 등이 확정됐다. 이에 지역 내 일부 단지에서는 집주인들이 아파트 매물을 거둬들이고, 매도 호가를 올리는 등 분위기가 과열되고 있다. 다만 1기 신도시 재건축은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며, 이주 대책 마련이나 공사비 급등 등으로 인한 문제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때문에 이로 인해 사업 추진이 늦어지거나 과도한 공사비에 따른 자가 부담금·거액의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재초환) 등이 현실화 될 경우, 지금과 같은 오르고 있는 호가에 섣부르게 매매 계약을 체결한다면 향후 큰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4일 아파트 실거래가 빅데이터 아실에 따르면 최근 분당 등 재건축이 추진 중인 일부 1기 신도시 지역에서 매물이 사라지고 호가가 상승하는 등 집 값이 들석이고 있다. 우선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인 분당구 정자동 아파트 단지 5곳(임광보성·화인유천·계룡·한라·서광영남) 아파트 매물은 이날 기준 44건으로, 정부가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지정 기준을 발표한 지난달 22일(93건) 대비 52.7% 줄어들었다. 매도 호가도 급등했다. 시범삼성·한신 등과 통합 재건축을 추진 중인 분당구 서현동 시범한양 전용면적 134㎡은 지난달 8일 15억원에 거래됐지만, 약 3주후인 지난달 27일 19억5000만원에 시장에 올라오며 가격이 폭등했다. 분당구 수내동 양지5단지한양 전용 164㎡ 또한 직전 실거래가(19억5000만원)보다 4억5000만원 높은 24억원에 시장에 나와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1기 신도시 추진을 믿고 섣불리 구축 매입 등 투자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조언하고 있다. 우선 재건축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7년 내 입주까지 마무리짓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과도하게 빠르며,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상과 규제 완화 지연. 대규모 이주 대책 마련 등 각종 문제로 인해 사업 추진이 늦어지거나 지속적인 공사비 증가로 큰 금액의 자가 부담금이 발생한다면 그 손해는 고스란히 수요자들이 떠안을 수 있다. 올해부터 '부활'한 재초환도 수억원대 까지 불어날 수 있어 재건축 추진의 큰 걸림돌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주 대책 및 공사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정부의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시기에 섣부른 1기 신도시 아파트 매매를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기 신도시 중에서도 지역에 따라 폭등한 호가가 끼치는 영향이 다르므로 매매시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정부가 1기 신도시 재개발에 대한 과속 페달을 밟고 있으니 수요자들은 마치 모든 것이 확정된 것이라 착각하고 이로 인해 기대감이 올라가면서 호가가 폭등한 것"이라면서도 “재개발 사업은 정부의 의도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사업 주체들이 어떻게 의사 합의를 가져가느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호가가 급등했지만, 분당의 경우 인프라와 입지를 갖췄기 때문에 지금 투자하더라도 큰 손실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다른 1기 신도시의 경우 투자에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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