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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2법 4년, 취지에 맞는 제도 보완 절실”

국민 주거생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된 '임대차 2법'이 시행된지 4년이 되어가면서 계약갱신권 만기 예정 주택을 중심으로 임대료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져가고 있다. 이에 임대차 2법의 본래 취지에 맞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임대차 2법 시행 4년이 지난 시점에 따른 시장 영향을 점검했다. 임대차 2법은 2022년 7월 시행돼 이달 말로 만 4년을 맞는다. 기존 계약기간 2년에 2년을 추가로 늘려 총 4년 거주를 보장하는 '계약갱신요구권(갱신청구권)'과 재계약 시, 임대료 상승폭을 직전의 5% 상한으로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가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국민 주거생활의 안정 보장'이라는 법 개정의 취지와는 달리 초기부터 부작용이 발생했다.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른 불확실성과 한 번의 계약으로 4년 동안 계약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전세값이 급등하는데 영향을 줬다. 또 최근 2년여 사이엔 고금리·고물가로 전셋값이 떨어지면서 역전세 현상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전세사기 피해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임대차 2법 시행이 전세 사기 확대의 요인 중 하나라고 지목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달 전세가격 상승의 원인이 되는 임대차 2법 제도 폐지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임대차 2법 존폐 논란이 일고 있다. 건정연에 따르면 임대차 2법의 주요 내용 중 하나인 '계약갱신요구권' 만료되는 아파트는 이달 기준 1만3169가구이며, 오는 12월까지 6만4309가구의 임대차 계약이 만료될 예정이다. 7월부터 12월까지 만료 예정된 6만4309가구는 같은 기간 전체 아파트 거래량 대비 약 10.9% 수준으로 향후 전·월세 가격 상승을 견인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즉 계약갱신요구권 만료 이후, 신규 계약 주택을 중심으로 임대차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규제로 인해 지난 4년 동안 임대료를 시세만큼 올리지 못한 임대인들이 갱신청구권이 만기되는 시점에 신규 임대차 계약을 통해 임대료를 한꺼번에 올려 전·월세 가격이 급증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실제 아파트 전세가격이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는 만큼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존재할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계약 시점이 어느 한 시점에 몰리지 않고, 매달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임대차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하반기에 금리 하락 전망으로 인해 전세에서 매매 수요로의 전환 가능성도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건정연은 이번 보고서에서 우려론에 손을 들어줬다. 오는 12월까지 계약갱신요구권이 만료되는 '아파트'가 전체 아파트 거래 건수 대비 비중이 10% 내외일지라도 아파트를 제외한 연립·다세대 주택까지 포함하면 더 많은 물량이 만기가 될 예정이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택·공급 물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과 전·월세가격지수 상승세 및 전세수급지수를 감안했을 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건정연은 임대차 2법 폐지와 관련해 '국민 주거 안정'을 도모한다는 법 개정 취지에 맞게 제도 폐지보다는 보완 및 개편하는 방향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임대차 2법의 실효성 논란에 폐지와 개편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만큼 주거 정책에 혼란이 오지 않도록 보완·개편하는 방향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고하희 건정연 선임연구원은 “5% 전월세 상한제 제도로 인해 적정한 시세에 맞춰 계약 갱신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임대인의 재산권 침해 및 계약의 자유를 저해한다는 우려가 있는 만큼 임차인뿐만 아니라 임대인의 입장에서 제도를 수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며 “제도는 유지해 임차인의 주거 안정 기반은 마련하되, 임대인의 재산권 침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5% 전월세 상한제는 요율을 개정하는 방안 등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한국 건설산업, 위기 타파 위한 ‘파괴적 혁신’ 시급”

국내 건설산업이 자체 문제와 더불어 정치․사회․경제적 외부요인이 겹치면서 매우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발표한 '건설동향브리핑'에 따르면 21세기 들어 나타난 세계경제구조의 급변과 크고 작은 전쟁, 코로나 팬데믹 등의 영향으로 인한 정치·사회·경제적 여건의 변화는 유독 국내 건설산업에 더욱 치명적으로 작용해 회복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산연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에 대해 한국의 건설산업이 보호·육성 정책의 영향으로 성장하면서 기술경쟁 기반 시장 생태계에서 마련될 수 있는 체계적이고 표준적인 사업관리 절차와 기준을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 타 산업 대비 높은 불확실성을 가진 건설 산업의 특성, 글로벌시장과 다른 한국건설산업의 독특한 문화와 제도로 인한 산업의 비정형성 등은 금리상승과 원자재가 상승, 경기불안 등과 같은 외적 요인에 의해 쉽게 흔들리고 다른 산업에 비해 회복 속도도 늦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국내 건설산업이 이러한 위기를 이겨내고 성장 궤도에 다시 오르기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바탕으로 한 산업의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며 이러한 관점에서 프로세스 혁신, 네트워크 혁신, 사업영역의 확장 등을 검토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건산연은 파괴적 혁신의 사례로 애플의 아이폰 앱스토어, 교통 분야의 우버, 여행숙박 분야의 에어비앤비, 자동차산업의 테슬라, 쇼핑 분야의 아마존, 콘텐츠 분야의 넷플릭스와 유튜브, 금융계의 비트코인 등을 언급했다. 애플의 아이폰이 앱스토어라는 플랫폼을 통해 단순 파이프라인 산업구조에 기반한 기존 휴대폰 시장을 괴멸시키고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시장질서를 창출한 것과 같이, 한국건설산업에도 이 같은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국내 건설산업의 한계상황에서 기업별 여건에 따른 변화를 모색함으로써 생존뿐만 아니라 성장과 발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건설산업의 대표적인 파괴적 혁신사례로는 미국의 벡텔사를 지목했다. 벡텔사는 건설산업 영역 내에서 사업경험과 기술데이터, 지식체계의 축적을 통해 사업영역을 확대해 온 전형적인 파괴적 혁신의 모델 기업으로서, 애플사가 디지털 체계의 축적을 통해 사업영역을 확장한 사례와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SK에코플랜트가 건설회사에서 친환경기업으로 변신하고, GS건설이 스마트 양식을 도입하며 삼성물산이 PM/CM(건설사업관리)팀을 신설하는 등 파괴적 혁신으로 발전할 수 있는 움직임들이 목격되고 있다. 김우영 건산연 연구위원은 “건설산업에 있어 파괴적 혁신은 생산·프로세스 관점과 상품·비즈니스 관점으로 나눠볼 수 있다"며 “국내 건설산업의 파괴적 혁신을 통한 지속가능 산업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발주자나 PM/CM 차원의 표준화된 사업관리체계를 제시해 표준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고, '공급망 및 고객 등 외부 네트워크의 재설계'가 필요하며 '전통적 사업영역에서 시공의 전후방 사업영역으로의 확장에 대한 고려' 또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애국심 vs 치적”…광화문 초대형 태극기 논란 재점화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 초대형 태극기 계양대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예산 낭비, 주변 경관 훼손, 안전 우려 등 논란이 뜨겁다. 일각에선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한 '치적 쌓기용' 수단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시는 지난 25일 6월 호국의 달을 맞아 광화문 광장에 오는 2026년까지 100m 높이 국기 게양대와 영원한 애국과 불멸을 상징하며 꺼지지 않는 불인 '꺼지지 않는 불꽃'을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워싱턴DC 내셔널몰의 '워싱턴 모뉴먼트(워싱턴 기념탑)',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에투알 개선문', 아일랜드 더블린 오코넬 거리의 '더블린 스파이어'처럼 역사·문화·시대적 가치를 모두 갖춘 국가상징 조형물을 만는다는 것이다. 광화문광장을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상징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국가상징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국기 게양대의 높이는 100m로 주변에서 가장 높은 외교부 청사(92m)보다 높다. 태극기 크기는 가로 21m, 세로 14m이며, 게양대 아래엔 15m 높이의 전광판과 영원한 애국과 불멸을 상징하는 '꺼지지 않는 불꽃'도 설치할 예정이다. 올해 8∼11월 통합설계 공모를 거쳐 2025년 4월까지 기본·실시 설계를 진행한다. 이후 5월에 착공해 2026년 2월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예산은 약 110억원이 투입된다. 하지만 주변 경관을 해치고 예산 낭비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미 광화문광장에 이순신 동상과 세종대왕 동상이 있고 주변에도 경복궁, 정부서울청사, 세종문화회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청와대 등 국가 정체성을 상징하는 기념물이 차고 넘치는 만큼 수백억원을 들여 국가상징 조형물을 또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광화문 광장을 이용하고 있는 한 40대 시민은 “불경기의 수백억원을 들여 국가조형물을 만들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차라리 그 예산을 청년들의 일자리나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로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비판했다. 시민들이 자유롭게 오가야 할 곳에 국가주의적 조형물을 조성하는 것이 광장의 민의의 기능을 축소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일각에선 “대형 깃대는 전체주의와 국가주의를 상징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비판이 있다. 실제 대형 게양대를 가진 나라의 경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 중인 2023년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세계 2위인 높이 175m 게양대를 세웠고,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파키스탄, 북한 등 독재·왕정 국가들이 많다. 안전성 우려도 있다. 100m가 넘는 높은 기둥에 거대한 태극기가 펄럭이면 헬리콥터나 무인기, 도심형 항공모빌리티(UAM) 등의 운행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현재도 바로 옆 정부서울청사 옥상에 긴급시 요인들이 이용하는 헬기 이착륙장이 설치돼 있다. 또 추후 청와대가 다시 대통령 집무실로 쓰일 경우 대통령이 탄 '공군 1호 헬기'가 이착륙시 방해받을 게 뻔하다. 국가안보·군사적 위협도 된다. 적국의 원거리 폭격시 정확한 목표물이 되기 때문이다. 미관상 문제도 제기된다. 광화문광장 전체의 균형을 깨뜨리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 최고의 국가 문화재인 경복궁 등 종로 일대의 경관에 심각한 지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시 관계자는 “건축물이 아니라서 고도제한을 받지 않고 관련 규정 등을 검토했는데 특별히 저촉되는 부분이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 광화문광장에 태극기를 내걸자는 제안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2015년 당시 국가보훈처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광화문광장에 대형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려고 했으나 시가 반대해 무산된 바 있다. 지난달 서울시의회가 광화문광장에 대형 태극기를 게양할 수 있게 하는 조례를 통과시키자 시민단체인 문화연대는 “구시대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 내년 착공, 2026년 완공 등 일정을 감안할 때 2027년 대선 출마를 꿈꾸는 오 시장이 보수 진영 대표 주자로서 자리잡기 위한 애국심 마케팅에 나섰다는 비난도 제기되고 있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은 “오 시장이 광화문 광장에 수백억원을 들여 태극기 게양대 건립을 추진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는 행보로 해석된다"며 “보수층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나아가 태극기 세력 등 강성 보수까지 껴안으려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민들의 태극기 사랑과 애국심 고양에 대한 긍정적 여론도 있는 만큼 다양한 견해를 수렴해 신중이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상징성을 담은 국가상징 공간을 만들겠다는 취지는 이해한다"면서도 “여러 논란이 있는 만큼 공론화 작업을 거치고 국민 의견을 경청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민원식으로 의견을 제출할 수 있고 전자투표 제도도 있다"며 “공청회 대상은 아니지만 필요하다면 그런 형식을 빌려 시민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아파트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 폐기 논란 재점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 폐지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6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지역 아파트 공시가격이 정부 발표와 달리 실제 시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 폐지 방침을 정면 겨냥했다. 경실련은 서울 25개 구별로 세대수가 가장 많은 아파트를 3개씩 선정해 모두 75개 단지의 매해 1월 기준 평당시세와 평당 공시가격을 계산해 비교했다. 아파트별로 각기 다른 면적을 일관되게 비교하기 위해 평당 가격에 30을 곱해 30평형 가격으로 환산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시세는 9억5000만원에 공시가격 6억4000만원은 약 67%의 시세반영률을 보였다. 2021년 평균 시세 11억4000만원에 공시가격 7억9000만원(69.3%), 2022년 평균 시세 13억2000만원에 공시가격 9억1000만원(68.9%)으로 시세반영률이 약 69%까지 증가했다. 지난해는 평균 시세 11억8000만원에 공시가격 7억1000만원으로 시세반영률이 약 60%로 감소했다. 올해는 평균 시세 11억 5000만원에 공시가격 7억4000만원으로 약 65%의 시세반영률을 보였다. 경실련은 “정부는 올해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을 작년과 동일하게 2020년 수준인 69% 수준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 조사해 보니 작년 시세반영률은 60%, 올해 시세 반영률은 65%로 나타났다"면서 “지난해 급격한 공시가격 하락으로 세수가 부족해지자 겉으로는 시세반영률은 변화가 없다고 밝히면서 실제로는 공시가격을 올려버린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서울 지역 아파트 간 현실화율 격차도 커지면서 아파트별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지적도 내놨다. 경실련은 “조사 아파트 중 은평 백련산 힐스테이트2차는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인 작년보다 12%나 오른 반면 서대문 이편한세상신촌의 경우 -2% 하락했다"면서 “정부가 지역별 아파트별로 명확한 기준 없이 공시가격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세금부과 기준이 이처럼 자의적으로 허술하게 운영된다면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크게 회손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또 “공시가격·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을 80% 이상으로 올리고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폐지해야 한다"며 “공시가격과 공시지가의 산출 근거 및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시가격은 종합부동산세 및 재산세뿐만 아니라 건강보험료와 기초연금 등 67개 행정제도의 기준이 된다. 문재인 정부 시절 시가보다 공시가격보다 너무 낮아 결과적으로 '돈 많은 사람이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과세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으면서 최대 90%까지 현실화하는 정책을 채택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현실화 정책을 사실상 폐기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월 이 계획에 대해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히면서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집값 상승을 징벌적 과세로 수습하려다 보니 시장을 왜곡하고 민생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고 비판한 바 있다. 문제는 공시가격 폐지를 위해서는 국회 입법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동산공시법을 개정해야 한다. 22대 총선 결과 여소야대 국면이 이어지면서 국회 문턱을 넘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세 감면을 부자 감세와 동일시하는 기조라 법 개정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다. 공시가 현실화 폐지와 관련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공시가를 시세에 가깝게 맞추다 보면 부동산 가격이 들쑥날쑥한 상황에서 집 한 채 가진 일반 국민들의 부담이 크게 늘어나 공시가격 현실화를 폐지해야 한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반면 조세 정의 차원에서 현실화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다. 시세 대비 공시가가 낮으면 비싼 집을 가진 사람일수록 더 많은 보유세 감세 혜택을 보게 되고 서민들은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폐기할려고 하지만 여소야대 상황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공시가격이 허술하게 운영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폐지 계획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중국인이 제주도 점령”?…외국인 국내 부동산 투자, 영향력 ‘미미’

외국인들의 국내 부동산 보유가 늘어나고 있다. 일각에선 “제주도가 중국인에 의해 점령됐다"는 불만이 나올 정도다. 실제 투기 및 세금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 비중은 매우 적은 편으로 국내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력도 미미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25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연)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외국인이 국내에서 보유한 주택 수는 2023년 말 기준 8만3313가구로 전년 대비 9.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유자 수는 8만2503명으로 전년 대비 약 10% 늘어났다. 국적별로는 중국인이 전체의 54.9%로 가장 많았다. 소재지 별로는 경기(38.4%), 서울(24.8%), 인천(9.8%) 순으로 수도권 비중이 73%에 달했다. 외국인 보유 토지 규모도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외국인 보유 토지 면적은 지난해 말 기준 2억6460만1000㎡로 2011년(1억9055만1000㎡) 대비 38.9% 증가했다. 이 토지들의 공시지가도 2011년 기준 24조9957억원에서 33조288억원으로 32.1% 늘었다. 일부 국민들 사이에서는 규제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 정부도 2022년 윤석열 대통령 취임과 함께 제시한 120대 국정 과제에서 '외국인의 주택 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즉 외국인들의 국내 부동산 취득이 늘어날 경우 투기와 세금 회피 수단으로서의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거주 목적이 아닌 시세차익 등 금전적 목적만을 위해 국내 부동산을 취득하는 경우 지가 및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투기 등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왜곡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국내인들의 경우 다주택자 규제, 가족 간 거래 시 증여·상속세 등 제도를 통해 주택 취득·보유에 적절한 세금을 부과하고 있으나, 외국인에 대해선 행정 절차상 신분·소유 관계·재원 등을 파악하는데 한계를 갖기 때문에 정확한 세금 징수가 어렵다. 따라서 중국 등 외국인들이 국내 부동산을 세금 회피 수단 등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우리나라 국민들에 대한 역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건정연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여전히 전체 토지 면적 및 주택 수 대비 외국인 보유 비중은 크지 않아 영향력이 미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해 기준 전체 토지 면적 대비 외국인 보유 토지는 0.26%, 주택의 경우 0.48%에 불과하다. 고하희 건정연 선임연구원은 “집주인이 외국인일 경우 우리나라 정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외국 자본으로 국내 자산을 구입하다보니, 향후 주택시장이 상승기에 진입했을 때 외국인 비중이 높아진다면 이로 인한 리스크는 오롯이 우리 국민이 감당해야 한다는 우려를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이는 우려일 뿐, 실제 이들 중 90% 이상은 주택을 실거주 목적으로 구매하는 것이라 투기로는 볼 수 없다"며 “아직 비중이 낮아 시장에 끼치는 영향은 적겠지만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저출산 대응하다 미래세대 ‘곳간’ 바닥날라…주택기금 고갈 위기

주택도시기금이 고갈위기에 빠졌다. 기금의 주요 재원인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저출산 대응,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해소 등으로 기금을 펑펑 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는 기금 부족가 제기되자 월 납입 인정액을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확대하기로 했지만 서민들에게 부담을 전가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등 제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9월부터 청약통장 납입 인정 한도가 월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연간 소득세 공제 금액도 12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확대된다. 납입 인정액 기준이 개편된 건 41년 만이다. 아울러 민영·공공주택 하나만 청약 가능했던 청약예금·청약부금·청약저축 등 3개 주택청약통장을 신형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전환할 경우 기존 납입 실적을 인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규제 완화를 통한 국민 불편해소라고 취지를 설명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주택도시기금 고갈 사태와 연관돼 있다고 보고 있다. 주택도시기금은 1981년(국민주택기금)부터 주택 건설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고 서민층에 대한 주택자금 지원을 위해 조성됐다. 재원은 주로 청약저축, 국민주택채권, 복권기금전입금 등으로 이뤄진다. 문제는 최근들어 주택도시기금 조성액과 여유자금 규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주택도시기금 조성액은 2020년 100조3031억원에서 지난해 95조4377억원으로 3년 새 4조8654억원(약 5%) 감소했다. 특히 2021년과 비교해서는 21조원 넘게 줄어들었다. 주택도시기금의 여유자금도 올해 3월 말 기준 13조9000억원으로 2년 3개월 새 35조1000억원 급감했다. 주요 원인으로는 청약저축 가입자 감소, 부동산 거래 위축 등 재원이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 청약적축의 경우 최근 고분양가 등의 영향으로 청약가입자 수가 줄어들면서 급감했다. 지난해 기준 청약저축 조성액은 3년 새 6조2094억원(29%) 줄었다. 2021년과 비교해선 8조1777억원(35%)나 감소했다. 특히 정부가 경매위기 미착공 PF 분양 사업장 구제 및 저출산 대응·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 자금용으로 주택도시기금을 펑펑 써대고 있는 것이 고갈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신생아 특례 주택구입·전세 자금 대출의 경우 약 30조원이 집행될 예정인데, 지난 1월 29일부터 4월 29일까지 3개월 간 총 2만986건, 5조1843억 원의 대출 신청이 들어왔다. 이에 따라 주택도시기금의 용처를 '정권 입맛대로' 정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주택도시기금 거버넌스는 국토교통부가 주택정책(주택공급, 주택수요자 지원 등)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한다는 명목하게 기금운용을 주도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를 통해 수직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장경석 국회입법조사처 선임연구관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보다 자율적인 책임을 가지고 성과 지향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담조직을 마련하는 등 주택도시기금 거버넌스를 새롭게 구축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양동수 사회혁신기업 더함 대표도 “주택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서민의 주거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공적 기금만으로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며 “민간의 자금과 전문성을 최대한 활용하되, 영리 추구가 아닌 사회적 가치 실현을 지향하는 새로운 접근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를 위해 비영리 주택협회와 사회적 기업의 저렴주택 공급 참여를 보다 적극적으로 유인할 필요가 있다"면서 “주택도시기금의 융자·출자 대상에 사회적 경제 주체를 명시적으로 포함시키고, 공공임대주택 건설과 매입, 관리 위탁 등에서 이들에 대한 우대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인구 감소 시대, 주택 수요도 줄어…정책 근본 바꿔야”

우리나라 인구가 앞으로 계속 감소하는 것이 기정 사실인 만큼 그동안 인구 성장과 이에 따른 수요·공급 증가에 촛점을 맞췄던 주택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24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이 발표한 '건설동향브리핑'에 따르면 우리나라 건설 및 주택시장은 인구 성장과 수요초과 시장에 대응한 정책과 산업적 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내년 이후 본격화될 인구 감소는 과거와 다른 구조적인 수요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이에 맞는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 우리나라 인구는 심각한 감소세 진입을 앞두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내·외국인 및 시도별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전국 인구는 올해(5175만명)를 정점으로 내년부터 감소해 오는 2052년에는 4627만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전국 인구는 2036년까지 연간 0.2%대로 감소하다가 2037년부터 감소 속도가 빨라진다. 2041년부터는 매년 20만명 이상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2022년 71.1%에 달했던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52년 현재의 51.4%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나마 수도권 인구는 2033년(2651만명)까지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2034년부터 감소세로 전환해 2052년에는 2471만명으로 줄어든다.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2022년 73.2%에서 2052년 54.2%까지 내려갈 것으로 관측된다. 지방의 경우 이미 2019년부터 이미 감소세에 들어선 상태다. 2052년까지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며 2022년 대비 403만명 감소한 2156만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2022년 69.0%였던 지방 생산가능인구 비중도 2047년(49.9%)에는 전체 인구 중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된다. 통계청은 향후 전국적인 인구 감소세가 이어지며 2052년에는 세종, 경기를 제외한 모든 시도에서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며 전국적으로는 10.5%의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 인구는 현재 이미 자연감소(출생아수>사망자수) 상황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2052년에는 전국의 인구 자연감소가 51만2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건산연은 보고서에서 장기적 관점의 인구 마이너스 성장세 강화는 주택 및 건설시장 수요의 근본적 변화를 의미하며, 단기적 대응과 장기적 대비 모두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인구 감소가 과거와는 다른 구조적인 수요 변화를 의미함에 따라 이에 맞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저출생 및 인구구조 문제에 대응할 주택정책에도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신혼부부 다자녀 특별공급, 신생아특례보금자리론 등의 주택 공급이나 주택금융지원 등이 운영돼왔지만, 기존 정책들이 실질적인 저출생 완화 효과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 19일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에서 신혼부부 특별공급 물량을 대폭 확대하고 대출 소득 요건을 한시적으로 2.5억원까지 완화하는 내용 등을 발표했다. 허윤경 건산연 연구위원은 “다양한 정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개별 가구 단위 지원 뿐 아니라 주거인프라·주거서비스 확충 등 관련 정책들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며 “고령층 증가에 대응한 주거지원 프로그램 확충, 인구가 급감하는 지방의 경우 고용, 교통등과 연계한 주거지 정비, 빈집 증가 대응, 이주배경인구의 주거지원 등 주택정책적 과제가 산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업 환경도 급변할 것이며 품질, 안전 등 소비자 요구 확대 대응, 분양 중심에서 보유·운영 등 비즈니스 모델과 포트폴리오 변화 등 다양한 산업적 체질 개선도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청약 통장 소용없어”…제도 개편후 가입자 되레 줄었다

과거 내 집 마련의 필수품으로 여겨졌던 청약통장이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고금리에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고 분양가가 계속 오르면서 청약 당첨을 통해 예전만큼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청약통장 이탈을 막기 위해 각종 유인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24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는 2554만380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1만9766명 감소한 수치이며, 2020년 11월(2542만9537명) 이후 3년 6개월 만에 나온 최저치다. 청약통장 가입자는 지난 2022년 6월(2703만1911명) 정점을 찍은 후 올 1월까지 19개월 연속 감소했다. 그러다 1월 2556만1376명→2월 2556만3099명→3월 2556만8620명 등으로 소폭 늘어났던 가입자는 지난 4월부터 다시 줄어들기 시작했다. 청약통장 가입자 수 감소는 규제 완화, 자재비·인건비 상승, 고금리 등에 따른 분양가 상승이 첫번째 원인으로 꼽힌다. 청약 당첨을 통해 예전만큼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부동산 활황기에는 당첨만으로 수억원대의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분양가가 주변 시세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높은 편이다.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5월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분양가격은 3.3㎡(평)당 1839만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13.98% 상승했다. 서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3862만9800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35%나 올랐다. 서울의 국민평형인 전용84㎡을 분양받기 위해서는 무려 10억원 안팎의 돈이 필요한 실정이다. 분양가 상한제(분상제) 적용 물량이 급감한 것도 큰 영향을 끼쳤다. 신규 택지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되는 분상제 적용 물량이 최근 대폭 줄었다. 올해 들어 공사비 갈등이 심화하면서 분상제 적용 단지들의 공급이 뒤로 밀렸다. 분양평가 전문회사 리얼하우스에 따르면 올해 분상제 아파트 비율은 전년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5월 말 현재 1순위 청약을 받은 민간아파트 총 5만998가구 중 10.5%(5353가구)만 분상제 대상인데, 지난해 전체 분양 물량 12만9342가구 중 29.9%(3만8673가구)였던 것에 비하면 아주 적은 편이다. 정부가 청약통장 이탈을 막기 위해 각종 유인책을 내놓고 있지만 소용이 없었다. 정부는 지난 3월 말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젊은 세대들에게 유리하도록 대대적인 청약 제도 개편을 단행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중복 청약 허용, 다자녀 특별공급 기준 3자녀→2자녀 완화, 미성년자 가입 인정기간 2년→5년 확대, 배우자 청약통장 가점제 신설 등이 골자다. 그러나 오히려 이후 4~5월 연속 청약 통장 가입자 수가 감소했다. 이에 청약통장 납입 인정액을 월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확대하고, 청약부금·청약예금·청약저축을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전환을 허용키로 하는 등 추가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시장 상황이 지속된다면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다시 늘어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저렴한 신규택지 공급물량의 감소와 로또 청약 기대감 실종, 지나치게 높은 경쟁률 등으로 인해 청약 통장이 경쟁력을 잃고 있다"며 “청약통장 가입자 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납입 인정액을 늘리는 것보다도 신규택지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되는 분상제 물량을 늘려 높은 경쟁률을 줄이는 것이 유효할 것"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그간의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조정이 늦어진 것도 맞고, 오히려 납입인정액 25만원도 부족한 감이 있다"면서도 “(정부의 현재 대책으로는)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다시 상승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올해 LH 매입 전세사기 주택 달랑 5채

올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우선매수권을 활용해 매입한 전세사기 피해주택이 5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경·공매 유예 기간이 끝나는 피해주택이 늘면서 저조했던 매수가 점차 증가할 전망이다. 23일 국토교통부와 LH에 따르면 LH는 지난달 말 경매에서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넘겨받은 우선매수권을 활용해 부산의 오피스텔 1가구와 도시형생활주택 1가구를 낙찰받았다. 앞선 지난 14일과 19일에는 경기 화성시의 도시형생활주택 1가구와 인천 오피스텔 1가구도 각각 경매로 매입했다. 이에 따라 LH가 매입한 피해주택은 올해 1월 인천 미추홀구 주택을 시작으로 총 5가구가 됐다. LH는 사들인 주택을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해 피해자에게 임대한다. 피해자가 살던 집에서 퇴거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앞으로 LH가 경·공매에서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감정가보다 싸게 매입한 뒤 LH 감정가와 낙찰가의 차액(경매 차익)만큼을 피해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정부 대책이 도입될 예정이다. 그만큼 LH가 더 적극적으로 경매에 참여해야 한다. 전세사기와 역전세 여파로 경매시장에 빌라 물건은 갈수록 많이 쌓이고 있는 가운데 공공의 경매 참여로 최근 낙찰률(전체 물건 대비 낙찰된 물건의 비율)이 높아졌다. 경·공매 데이터 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빌라 경매 건수는 총 1485건으로 2006년 1월(1600건) 이후 18년 4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공공의 경매 참여로 최근 낙찰률이 높아졌다. 빌라(연립·다세대 주택) 낙찰률은 올해 4월까지만 해도 10%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낙찰 사례가 늘면서 20%대로 올라온 상태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운영하는 HUG는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준 뒤 2∼3년에 걸쳐 경매 등을 통해 투입한 돈을 회수해 왔다. 보증사고가 난 주택의 강제경매를 신청한 뒤 입찰에 참여하지 않고, 낙찰 대금에 대한 우선 변제금만 받는 방식이다. 그러다 HUG가 보증사고 주택을 낙찰받아 무주택자에게 시세의 90% 수준으로 임대하는 '든든전세주택'이 도입되면서 경매에 직접 뛰어들었다. 특히 HUG 참여가 시작된 5월 서울 빌라 낙찰률은 27.8%다. 2월 9.8%, 3월 13.6%, 4월 15.0% 등과 비교하면 크게 높아진 것이다. LH까지 전세사기 피해주택 경매에 참여하면 빌라 낙찰률은 더 올라갈 수 있다. 문제는 그럼에도 경매 낙찰까지는 2∼3년가량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피해주택 매입을 위해 LH 인력을 보강하고, 추가 예산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선 전세사기 피해자가 내년 5월까지 3만6000명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LH 직원 한 사람이 수백채 매입을 담당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연합뉴스

‘악성 임대인’ 126명 공개…평균 약 19억 떼먹어

지난 6개월간 세입자의 전세 보증금을 상습적으로 돌려주지 않은 '악성 임대인' 126명이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평균 약 19억원의 보증금을 떼어먹었다. 23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안심전세앱에 공개된 악성 임대인은 총 126명이다. 정부는 전세 사기 예방을 위해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상습적으로 보증금 채무를 반환하지 않은 임대인의 이름과 나이, 주소, 임차보증금 반환 채무, 채무 불이행 기간 등을 공개하고 있다. HUG가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대신 돌려주고서 청구한 구상 채무가 최근 3년간 2건 이상이고, 액수가 2억원 이상인 임대인이 대상이다. 전세금을 제때 내어주지 못해 임대사업자 등록이 말소된 지 6개월 이상이 지났는데도 1억원 이상의 미반환 전세금이 남아있는 임대인 명단도 공개된다. 악성 임대인 126명은 평균 8개월 이상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는 50대가 33명(26%)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30대(30명), 60대(28명), 40대(19명), 20대(6명) 등의 순이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49세이며, 평균 18억9000만원의 보증금을 떼어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떼어먹은 보증금 규모가 가장 큰 악성 임대인은 강원 원주에 거주하는 32세 손모씨다. 임차보증금 반환채무가 707억원에 이르렀다. 손씨는 지난해 6월부터 1년 가까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다가 지난 4월 명단 공개가 결정됐다. 최연소 악성 임대인은 경기 안산에 거주하는 26세 이모씨로, 4억8000만원을 돌려주지 않았다. 빌라(연립·다세대 주택) 전세사기와 역전세 피해 규모를 고려하면 지금까지 이름이 공개된 악성 임대인은 적은 편이다. 악성 임대인 명단 공개의 근거를 담은 개정 주택도시기금법 시행일인 지난해 9월 29일 이후 전세금 미반환 사고가 1건 이상 발생해야 명단 공개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신촌 대학가에서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을 대상으로 100억원대 전세사기를 일으킨 최모 씨도 악성 임대인 명단에는 빠져 있다. 전세 보증사고는 올해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올해 1∼5월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액은 2조3225억원, 사고 건수는 1만686건이다. 보증사고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1조4082억원)보다 65% 증가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임대인 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수시로 열어 악성 임대인 명단 공개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법 시행 이전에 전세금을 떼어먹은 임대인까지 소급 적용해 명단을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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