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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 교란 ‘주범’ 몰린 HUG…“공급 보증에만 주력해야”

이재명 정부가 주택 시장은 물론 자산 구조 개편 등 한국 경제의 '근본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전세 제도의 사실상 '퇴출'을 예고하면서 전세보증 관련 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택용 토지 공급에 주력하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땅 장사꾼' 소리를 들으며 대대적인 개편이 예고된 것처럼 HUG 또한 '개혁 대상'으로 제도 개편, 업무 조정이 추진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HUG의 전세대출보증을 주택 시장을 교란시켜 온 '주범'으로 지적하면서 공급자 보증이라는 본인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HUG는 주택도시기금의 운용·관리를 담당하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비사업 자금대출, 모기지 보증 등을 수행하는 주택 보증 전문기관이다. 주거 안정을 위해 분양보증과 전세대출 보증,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등도 함께 맡고 있다. 문제는 HUG 등의 전세대출 보증이 오히려 전세 가격을 끌어올리는 데다, 전세보증금 반환제도의 허점이 오히려 전세사기를 늘렸다는 점이다. 실제로 국토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전세자금대출 보증이 3.8% 증가할 때 전세가격은 연간 8.21%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주거비 완화 효과가 줄어드는 데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오히려 주거비 부담이 증가한다는 분석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최근 전세금 반환보증 제도가 전세보증금을 부풀리는 역할을 해 집값 상승기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고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특히 아파트보다 시세 산정이 어려운 빌라에 '전세금 100% 반환 보증'을 제공한 2017년 이후, 전세가격이 급등하고 역전세·전세사기 피해가 잇따랐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HUG가 2013년부터 2023년 말까지 집주인을 대신해 임차인에게 지급한 대위변제액은 총 9조80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회수된 금액은 2조5000억원에 불과해 미회수율이 74%에 이르렀을 정도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HUG의 대위변제액은 1조2376억원을 넘어섰다. 이러한 손실 구조는 HUG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3년 연속 '미흡(D)' 등급을 받은 배경이 됐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전세금의 과도한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적용 등 제도 전반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HUG가 대신 지급하는 '손해보험' 형태의 구조적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보증금 반환 의무를 보다 명확히 하는 등 전세 관련 보증의 대대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아울러 한 기관이 감당할 수 있는 업무에 한계가 있는 만큼, 전세 관련 보증은 주택금융공사에 이관하고, HUG는 공급자 보증 등 본연의 역할에 집중해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임대보증보험에 가입했음에도 시행사가 계약금과 중도금을 공사대금으로 유용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주택조합이나 협동조합 사업에서는 HUG의 보증이 악용되거나 제도의 허점이 드러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로 인해 강원도 춘천 입주예정자대표회의 측은 시온토건과 새마을금고, HUG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시작한 바 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HUG는 공급자 보증을 담당하는 기관인데, 전세는 소비자 대상인지 공급자 대상인지 애매하게 들어와 있는 구조"라며 “소비자 보증은 주택금융공사가 담당하는데 두 기관 업무가 중첩되는 부분이 있어 하나는 소비자, 하나는 공급자 보증을 나눠 맡게 하도록 새 정부 차원에서 역할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분양 일정·가격 바뀐다”…건설사들, 대출 규제에 전략 수정

정부가 6·27 대책을 통해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건설사들이 분양 전략을 서둘러 손보고 있다. 내부적 시장 반응을 주시하며 청약 시기나 분양 조건을 재검토하는 분위기다. 대출 한도 6억 원이라는 기준이 지역과 평형, 금액에 따라 다르게 작용되면서 건설사들도 분양 전략을 더욱 세분화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6·27 대책 이후 건설사들이 바뀐 수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분양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면서 일부 단지는 일정을 연기하거나 미정으로 돌렸고, 다른 단지들은 조건 조정에 나서고 있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6월 말 조사 당시에도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거나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미뤄진 사업장들이 일부 있었다"며 “수요자 반응이 민감하게 바뀌는 분위기라 건설사들도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무순위 분양 등 비규제 단지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이어지는 추세"라면서도 실제 청약 전환율은 수치로 확인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분양 현장에서는 지난 6.27 대출 규제가 시장 전체를 일률적으로 흔들지는 않는 만큼 지역별 상황을 정확히 분석해 대응에 나서는 분위기다. 예컨대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은 청약 경쟁률이 여전히 높고, 지방에서도 규제 대상이 아닌 곳들이 반사 이익을 얻으면서 분양 여건이 양호해지고 있는 만큼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 분양 조건-일정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대구처럼 지방 주요 단지는 여전히 경쟁률이 높고, 강남도 20억 원에서 30억 원대 고가 아파트가 큰 영향 없이 분양되고 있다"면서 “정부는 강남을 겨냥했겠지만 정작 타격은 10억 원 이상 중대형이 몰린 경기 외곽 중간 입지에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분양가가 6억 원에서 8억 원 수준인 중소형 단지는 규제 영향이 적지만, 10억 원을 넘는 중대형 단지는 중도금 대출 제한에 걸려 분양 시기와 조건을 다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지방은 규제에서 제외돼 기존 일정대로 가고 있지만 서울은 중도금 대출, 주택담보대출 모두 사실상 막혀 신규 분양뿐 아니라 재건축과 재개발도 관망세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 기조가 단기간에 바뀔 가능성이 낮아 건설사들도 상황을 지켜보며 분양 시기나 조건을 조정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거래 흐름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집토스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수도권 아파트 중 10억 원 초과 거래 비중은 1월 1일부터 지난달 27일까지 23.9%였으나 규제가 적용된 28일부터 지난 16일까지는 12.1%로 줄었다. 같은 기간 5억 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은 40.1%에서 50.4%로, 5억 원에서 10억 원 구간은 36.1%에서 37.5%로 각각 늘었다. 고가 아파트 수요가 줄고 중저가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흐름이 나타났지만 10억 원 초과 아파트의 평균 거래가격은 오히려 상승했다. 대책 시행 이후 10억 원 초과 아파트는 평균 2.8% 상승해 5억 원 이하 구간과 5억 원에서 10억 원 구간의 상승률인 0.9%를 크게 웃돌았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3.6% 올라 전체 상승세를 이끌었고 경기도는 0.5% 상승, 인천은 6.1% 하락했다. 재건축 기대가 반영된 노후 단지의 상승폭은 더 컸다. 10억 원 초과 아파트 중 준공 30년 초과 단지의 평균 매매가는 7.3% 올라 신축 단지의 상승률인 3.8%의 두 배 수준이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재건축 시세차익을 노리는 수요가 고가 시장을 지탱하는 구조"라며 “정부가 억제하려는 실수요자들은 중도금 대출 제한에 막혀 청약을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10억 원 넘는 소형 평형은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고 지방은 규제 밖이며 강남은 청약 경쟁이 치열하다"며 “정작 타격은 수도권 외곽 중간 입지에 집중되고 있어 정부가 잡으려는 시장과 실제로 조이는 시장이 어긋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분양 탐방] “의정부 새 대장주”…힐스테이트 회룡역파크뷰 견본주택 ‘북적’

현대건설이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동에 20년 만에 공급하는 신축 대단지 '힐스테이트 회룡역파크뷰'가 새로운 '의정부 대장주' 아파트를 꿈꾸며 다소 비싼 가격에도 인근 주택 수요자들에게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견본주택 개관 당일인 지난 18일 현장을 찾았다. 서울 광화문에서 공사 현장까지는 지하철을 이용해 약 80분 정도 걸렸다. 수도권 지하철 1호선 회룡역 4번 출구에서 도보로 11분을 걸어가면 현장이 나온다. 내년 4월 입주를 앞두고 공사가 상당 부분 진행돼 외장 공사는 모두 마무리 된 상태로, 공정률은 현재 약 70%를 기록하고 있다. 단지가 가장 돋보이는 점은 학세권 입지라는 점이다. 공사 현장에서 신호등 하나만 건너가면 바로 북서쪽에 호원초등학교가 위치해 있다. 또 현장에서 남동쪽으로 대로변 건너편에 호원중학교가 있다. 단지 입구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모두 도보 3분 이내로 갈 수 있는 초중품아 단지다. 공사 현장에서 도보 약 4분 거리에 위치한 견본주택은 비가 오는 날이었지만 입장 줄이 길게 늘어설 정도로 인파로 붐볐다. 호원동 일대는 공동주택은 대부분 입주한 지 20년 이상된 노후 단지가 90%를 차지하고 있다. 20여년만에 새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소식에 수요자들이 몰린 것이다. 평균 분양가는 59㎡가 약 5억9000만원 수준이고, 84㎡는 8억3000만원 수준이다. ㎡당 분양가는 약 1000만원 수준으로, 호원동 일대 시세와 비교하면 비교적 비싼 편이다. 단지 인근에 2003년 입주한 호원동 신일유토빌 84㎡가 지난 14일 5억5500만원에 팔렸고, 59㎡가 4억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해당 단지가 구축이라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공사 현장에서 가장 거리가 가까운 신축 단지인 의정부동 의정부롯데캐슬골드파크1단지(2018년 11월 입주) 84㎡형이 지난 2일 5억9000만원에 실거래됐고, 59㎡는 지난달 20일 4억7800만원에 매매됐으니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인근 시세 대비 낮은 편은 아니다. 의정부 대장 아파트로, 84㎡형이 지난 6월 26일 8억4500만원, 59㎡형이 이달 14일 5억8500만원에 매각된 의정부역센트럴자이&위브캐슬과 비슷한 수준이다. 견본주택을 찾은 내방객들은 힐스테이트 회룡역파크뷰가 의정부의 새로운 대장 아파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들이 많았다. 호원동에서 워낙 찾아보기 힘든 신축 아파트로 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라는 브랜드를 달은 데다, 2000세대에 가까운 대단지라는 점 때문이었다. 의정부에 거주한다는 한 중년 여성은 “회룡역에서 아주 가까운 것도 아니고, 분양가가 호원동에서 비싼 것은 맞다"며 “그런데 호원동 자체가 의정부에선 비교적 중심지에서 떨어져 있고,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가 이 동네에 워낙 귀한데다 초중교가 바로 단지랑 붙어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여기가 의정부 대장 아파트가 될 수도 있으니 이 정도 분양가는 감수하고 청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 자녀를 유모차에 태운 젊은 부부도 “6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이 안 나오니 분양가가 8억원이 넘어가는 84㎡는 힘들고 59㎡를 청약하려 한다"며 “현재 노원에 전세를 살고 있는데 호원동이 의정부 중심가는 아니지만 시 안에선 또 남쪽에 있어 오히려 서울에서 거리는 의정부 중심보다 더 가깝다. 그래도 신축 아파트로 내 집 마련을 하고 싶어 좀 더 회사서 멀어져도 메리트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힐스테이트 회룡역파크뷰'는 호원동 281-21번지 일원에 자리잡는다. 지하 3층~지상 33층, 12개동, 전용면적 39~84㎡, 총 1816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이 중 전용면적 59㎡(24평)와 84㎡(34평) 674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으로 나왔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대출 규제 피한 지방 주택 시장 ‘온기’

정부의 수도권 대출 규제 강화로 지방 부동산 시장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6.27' 규제로 수도권 지역 대상으로 6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되자 '내 집 마련' 수요가 아직 대출 상황이 넉넉한 비수도권 지역에 몰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전국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93.5로 전월 대비 3.9p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수도권의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6.1p가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권 대출 규제 강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그간 침체돼 있던 지방 부동산 시장은 반대로 6.27 규제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6월 기준 지방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92.5로 전달 대비 6.1p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 유례 없는 초강도 대출 규제가 수도권에 적용됐지만 비수도권은 오히려 규제를 피하면서 심리적 부담이 해소됐다는 분석이다. 2022년 지방 주택 시장을 중심으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문제가 불거지면서 건설사들이 2023년부터 지방 분양을 줄인 결과 반대로 수급 불균형 문제가 정상화된 것도 지방 주택 시장의 상승세 전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주택 시장 양극화 해소 정책 및 지방 미분양 해소 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방 주택 시장의 가장 큰 리스크였던 미분양 문제가 점차 해결되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 동구 범일동 일대에서 지난해 7월 분양한 '블랑 써밋 74' 아파트 998세대가 1년여가 지난 이달 초 100% 계약을 완료했다. 또 대전 대덕구 읍내동에서 작년 7월에 분양한 '쌍용 더 플래티넘 네이처'도 최근 745세대 계약을 모두 마쳤다. 지난해 4월 충북 청주 서원구 사직동에서 공급된 '힐스테이트 어울림 청주사직'도 완판에 성공했다. 박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그간 수도권 시장에 집중됐던 주택 수요가 6.27 대책 이후 잠잠해진 반면, 지방 부동산 시장은 반대로 바닥을 치고 오르는 분위기"라며 “비수도권 부동산 리스크였던 PF 부실 문제가 오히려 지방 주택 시장에 공급을 부족하게 만들어 올 하반기와 내년에도 지방 주택 시장은 호조를 보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AI로 화재 예방하고 견적 뽑아”…건설사들 디지털 중무장

건설사들이 인공지능(AI) 기반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안전설계, 공사비 산정 등 전통적인 시공 업무를 넘어 입주민의 생활 편의와 학습환경까지 AI를 적용해 차별화 전략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최근 화재 시뮬레이션 전문기업 메테오시뮬레이션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디지털 트윈 기반의 화재 안전설계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실제 건물을 가상공간에 복제한 뒤 AI가 수천 번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대피가능 시간을 극대화할 수 있는 설계 해법을 제시하는 기술이다. GS건설은 이 시스템을 성수전략 제1정비구역, 서초진흥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우선 적용할 계획이다. 이번 기술은 단순한 소방 설계 보조를 넘어 도시정비사업에서 안전성과 설계 혁신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디지털 트윈 기술이 주거시설뿐 아니라 터널, 병원, 공공시설 등 다양한 구조물로 확장될 가능성도 열려 있어, 향후 도입 범위는 더 넓어질 전망이다. 롯데건설은 공사비 산정 과정에 AI를 도입했다. 자연어 처리 기반의 견적 산정 시스템은 설계 도면과 공종 명세를 자동 매핑해 단가를 예측한다. 기존에는 경험자 중심의 수작업이 이뤄졌다면, 이제는 AI가 수천 개의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객관적인 공사비 예측을 돕는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복잡한 원가 내역 체계를 AI가 표준화하며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며 “향후 시스템을 지속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AI 기술을 입주민 대상 서비스로 확장했다. 최근 강남 대치동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 단지에 도입한 'H 스마트스터디'는 국내 아파트 최초의 AI 기반 학습관리 플랫폼으로, 학생의 공부 시간·자세·집중도·학습 패턴을 분석해 개인 맞춤형 루틴과 코칭을 제시한다. 학부모는 전용 앱을 통해 시각화된 리포트를 받아볼 수 있고, 멘탈 케어 기기와 온·오프라인 연계 학습 콘텐츠도 함께 제공된다. 같은 단지에는 의류 리워드 수거 시스템 'H 업사이클링'도 함께 도입됐다. IoT(사물인터넷) 기반 수거함에 옷을 넣으면 품질에 따라 등급 분류돼 보상금이 자동 정산되는 방식이다. 현대건설은 해당 기술을 적용해 실생활 속 자원 순환 체계를 구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주거 현장에 실질적 효용이 있는 기술이 적용되면서 과거 '스마트홈'이 보여주기식 마케팅에 머물렀던 것과는 다른 행보라는 평가도 나온다. AI 기술은 점점 하드웨어 중심에서 입주민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하고 맞추는 '서비스형 플랫폼'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기술 내재화 흐름이 단순 홍보를 넘어 정비사업 수주 경쟁력 확보와 주거 상품 차별화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브랜드와 입지가 청약 성패를 갈랐다면, 지금은 디지털 설계 경쟁력과 커뮤니티 콘텐츠가 소비자 선택을 좌우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며 “AI·IoT 기술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초고층 인기에 기술력 높이는 건설사들

건설사들이 도시정비사업 '노른자위' 지역 조합들이 추진하는 초고층 아파트 수주를 위해 기술력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초고층 건축물은 고도의 기술과 시공 경험이 요구되는 만큼, 실적과 기술력이 수주 경쟁에서 핵심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1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할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1·2·3·4지구도 모두 65층 이상 초고층 아파트로 개발될 예정으로, 특히 4지구는 최고 77층 규모로 지어진다. 여의도 일대 재건축 단지들도 49∼65층 규모의 초고층 아파트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강남 대치미도 아파트도 최고 49층 높이의 초고층 주거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이처럼 '하늘 위의 집' 시대가 본격화되자 건설사들도 수주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초고층 기술력을 뽐내는 분위기다. GS건설은 화재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안전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기상 시뮬레이션 전문기업 메테오시뮬레이션과의 협업으로 도입하는 이 시스템은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실제 건물과 동일한 가상 모델을 만들고, AI 기반 화재 시나리오를 수천 차례 돌려 최적의 설비 구조와 대피 동선을 설계하는 방식이다. 입주민의 대피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비상 상황에서 효율적인 피난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GS건설은 해당 시스템을 성수전략 제1정비구역과 서초진흥아파트 재건축 사업에 시범 적용한 후 향후 도시정비사업 전반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GS건설은 앞서 초고층 랜드마크 건축물의 종합설계를 수행한 세계적인 엔지니어링 기업 ARUP(아룹)과도 '초고층 기술 협력 파트너십'을 체결한 바 있다. 세계 최고층 빌딩인 부르즈 할리파(UAE), 말레이시아의 메르데카 118 등을 시공한 삼성물산도 기술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5월 충남 천안의 자사 모듈러 승강기 R&D랩에서 현대엘리베이터와 업무협약을 맺고, 모듈러 승강기 기술 고도화에 착수했다. 삼성물산은 최대 500m 높이 건물에도 적용 가능한 3세대 모듈러 승강기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 기술은 승강기 부품의 약 70%를 사전 제작해 현장에서 수직으로 조립하는 방식으로, 고소작업 위험을 줄이고 공사 기간을 기존 대비 약 75% 단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현대건설도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기술력을 뽐내는 분위기다. 현대건설은 지난 5월 압구정 2구역 수주를 위해 두 차례에 걸쳐 총 7일간 조합원 대상 기술연구원 투어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초고층 시공 기술과 층간소음 저감, 내진 설계, 토목 기술 등을 선보이며 기술적 신뢰를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대건설은 고층 건물의 바람과 진동 영향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내풍 설계'를 적용하고, 구조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아우트리거-벨트월(Outrigger-Beltwall)'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아우트리거는 건물의 중심 코어와 외부 기둥을 연결하는 구조 지지대이며, 벨트월은 건물에 가해지는 힘을 효과적으로 분산하는 역할을 한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현대건설, 상반기 매출 12% 줄고 영업익 8% 증가

현대건설이 올해 상반기 연결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매출 15조1763억원, 영업이익 4,307억원을 기록했다고 18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1.6% 감소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8.2% 증가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상반기 국내에서 울산 S-Oil 샤힌 프로젝트, 힐스테이트 더 운정, 반포동 디에이치 클래스트 등 현장과 사우디 아미랄 패키지(PKG)4, 파나마 메트로 3호선 등 해외 현장에서 공정률에 속도를 내 연간 매출 목표 30조4000억원의 49.9%를 달성했다. 수주는 전년 동기 대비 0.4% 증가한 16조7344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은 올해 상반기까지 연간 수주 목표액(31조10000억원)의 53.7%를 채웠다. 개포주공 6,·7단지 재건축사업과 부산 범천4구역 재개발사업 등 도시정비사업과 팀북투 데이터센터 등 사업을 중심으로 수주 실적을 견인했다. 수주잔고는 94조7613억원으로, 약 3.1년치의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3조5410억원이고 부채비율은 167.9%, 지불능력인 유동비율은 145.3%를 기록했다. 신용등급은 업계 최상위 수준인 AA-등급으로 재무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작년 상반기와 비교해 대형 사업장을 중심으로 공정률에 차이가 발생하면서 매출에 인식되는 규모가 감소된 측면이 있다"며 “다만 이는 프로젝트 진행률에 따라 일시적으로 생기는 상황인만큼 차기엔 개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업이익 증가 요인에 대해선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던 코로나19 당시 수주했던 단지들이 준공되면서 수익성이 확보되고, 정상적인 마진이 나는 신규 프로젝트 비중이 확대되면서 점진적으로 영업이익이 개선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현대건설은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 환경을 헤쳐나갈 기술·고부가가치 중심의 프로젝트 수주를 이어가고, 새로운 밸류체인 확보를 위한 미래 신성장동력 사업 발굴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추가 투자냐 철수냐”…기로에 선 GS건설의 모듈러 주택 사업

GS건설이 2020년 인수한 영국 모듈러 자회사 '엘리먼츠 유럽(Elements Europe)'을 결국 청산하기로 하면서 모듈러 주택 사업 전략이 기로에 섰다. 업계 일각에선 애초에 무리한 투자였다며 전략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GS건설은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투자하면서 활로를 찾겠다는 각오를 내비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최근 영국 본사의 자회사 엘리먼츠 유럽에 대한 청산 절차에 돌입했다. 2020년 1월 약 342억 원을 투입해 지분 75%를 인수했지만, 이후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손실 규모가 인수 금액을 넘어서게 됐다. 매각도 어려운 상황이 되자 결국 약 1000억 원에 달하는 청산 비용을 감수하고 사업을 접기로 했다. 엘리먼츠 유럽은 중고층 아파트, 호텔, 병원 등을 대상으로 스틸 프레임 기반 모듈러 건축물을 제작·시공하는 업체로, GS건설은 유럽 모듈러 시장 진입을 위해 해당 회사를 인수했다. 당시 폴란드 자회사 '단우드(Danwood S.A.)'와의 연계 확장도 구상했지만 실적은 정반대로 흘렀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인한 관세 혜택 소멸, 인력 수급 불안정, 코로나19에 따른 자재·인건비 급등까지 겹치며 사업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인수 첫해 순이익은 400만 원에 그쳤고, 2022년과 2023년엔 각각 20억 원, 259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 지난해 446억 원, 올해 1분기에도 약 470억 원의 손실이 더해지며 적자가 누적됐다. GS건설은 이번 청산이 전략적인 선택으로 사업 철수 여부 등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략적으로 재정비하는 차원에서 청산을 결정한 것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한 내실경영의 일환"이라며 “영국 사업 철수와는 별개로, 국내 자회사와 공장을 중심으로 스틸모듈러 기술을 내재화하고 사업은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GS건설 측은 또 이번 청산이 내부 문제가 아닌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현지 청산 관리인을 선임해 절차를 진행 중이며, 추정 손실은 이미 회계에 반영됐다"며 “독일에서 사업을 진행 중인 자회사 단우드를 중심으로 유럽 내 시장 확장은 계속 모색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또 영국에서 습득한 중고층 스틸모듈러 기술을 국내 사업에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프리패브 공법 확장을 위해 하이브리드 구조,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주택 등 다양한 제품 개발도 진행 중인 만큼 기술 확보 차원에서는 '남는 장사'를 했다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선 GS건설의 모듈러 주택 사업 전략이 “너무 앞서나갔다"는 시각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모듈러는 공기를 줄이고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소비자 인식 부족과 디자인·품질 제약으로 아직 시장에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 지원 없이 기업이 모든 리스크를 떠안는 구조에서는 기업이 철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도 “모듈러는 빠른 공기, 저렴한 가격, 높은 품질이라는 세 요소를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며 “시장 정착까지는 충분한 검증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번 GS건설 사례는 타 건설사들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DL이앤씨와 현대건설 등 다른 기업들도 자체 또는 협력 생산라인을 통해 프리패브 기반 모듈러 유닛을 제작·실증하고 있지만, 아직은 뚜렷한 대형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례는 기술 선점보다 수익성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는 교훈을 보여줬다"며 “고금리와 자재비 상승으로 인해 모듈러조차 손익 계산이 쉽지 않은 사업이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모듈러 주택이 갖고 있는 장점이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미래 주택 시장의 주력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을 통해 육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권 교수는 “단독주택이나 전원주택 같은 정형화된 유형에선 가능성이 있지만, 공동주택 등 대규모 공급에 있어선 기술적·제도적 한계계가 있다"면서 “기업의 부담으로만 넘기지 말고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을 통해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정권 교체해도…” 국토부 산하기관에 ‘尹의 사람들’ 가득

지난 6.3 조기 대선으로 정권이 교체됐지만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에는 여전히 윤석열 정부가 임명한 기관장들이 다수 재임하고 있어 새 정부 국정 과제 실행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17일 정관계 등에 따르면 현재 국토부는 건설부동산 관련 공기업 등 15곳의 산하기관을 관리·감독하고 있다. 국토부 산하 기관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 국내 공기업 중에서도 인력 및 예산규모 측면에서 손꼽히는 대형 기관들이 많다. 그만큼 국토부 산하 기관은 국민 실생활과 밀접히 관련돼 있을뿐더러 국가 정책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따라서 주무부처인 국토부의 지휘 아래 산하기관들의 일사분란한 업무 수행 능력이 중요하다. 문제는 현재 15개 국토부 산하 기관 수장 가운데 현 정부가 임명한 인사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사장과 이사장들은 대부분 전 정부 당시 선임됐다. 다만 이 가운데 몇 곳은 자진사임 등의 사유로 수장이 공석인 경우가 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20일 '2024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경평)'를 발표하면서 경평에서 미흡(D) 등급을 받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유병태 사장이 최근 자진 사임했다. SR도 D등급을 맞아 이종국 사장이 국토부에 사표를 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양영철 이사장도 미흡한 경평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썼다. 문재인 정부서 임명됐다가 윤 정부 임기 도중 물러나 현재까지 수장이 공석인 국토부 산하기관도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윤형준 전 사장이 문재인 정부 임기 말기인 2022년 2월 취임한 후 전 정권 임기 중인 2024년 4월 자리에서 물러나 현재까지 후임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의 경우 손재락 원장이 문재인 정부 당시였던 2021년 2월 임명돼 2024년 2월 임기를 마쳤지만 후임 인선이 늦어지면서 현재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일환 국토안전관리원 원장도 문재인 정부 임기 말 임명된 후 현재까지 재임 중이다. 나머지 국토부 산하 기관 9곳은 여전히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한 인사들이 수장 자리를 맡고 있다. 우선 국토부 관할 공기업 중에서 가장 덩치가 큰 대표기관인 LH와 코레일의 사장들이 대표적이다. 이한준 LH 사장은 2022년 5월 윤 대통령 당선 이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하다가 그해 11월 LH로 자리를 옮겨 현재도 여전히 LH를 이끌고 있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도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2023년 7월 코레일 수장에 임명돼 현재도 코레일을 대표하고 있다. 이 밖에 어명소 한국국토정보공사(LX) 사장, 이성해 국가철도공단(KR) 이사장, 정용식 한국교통안전공단(TS) 이사장, 김정희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KAIA) 원장, 김복환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사장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앞서 열거한 기관 수장은 국토부나 관련 공기업에서 내부 승진한 경우로, 업무 관련성이나 전문성 측면에서 인정을 받은 경우다. 하지만 한국도로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국민의힘 중진 출신 의원들이 윤 전 대통령의 '보은성 인사'로 국토부 산하 기관 중에서도 노른자위 핵심 공기업 수장 자리를 꿰차 논란이 크다. 함진규 도로공사 사장은 국민의힘 출신 2선 의원으로 19대(2012년 총선)와 20대(2016년) 국회의원을 거쳐 윤석열 정부 임기 중인 2023년 2월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도로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국민의힘 출신 3선 의원으로 18대(2008년), 19대, 20대 국회의원을 거쳐 2023년 6월 윤 전 대통령이 인천공항 사장으로 내정했다. 국토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국민 생활과 밀접한 업무를 수행하는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들의 책임자들이 전혀 성향이 다른 이재명 정부의 정책 방향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자율성과 독립성 보장 차원에서 임기를 끝까지 수행하는 것도 명분이 있지만 정책의 일관성과 대국민 책임성 차원에서는 알아서 자리를 비우던가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서울 아파트값 오름세 3주째 둔화…“3~4개월간 흐름 유지될 것”

정부가 고강도 대출 규제를 담은 '6·27 부동산 대책'을 시행한 후 서울 아파트값 오름세가 3주 연속 둔화되며 뚜렷한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전문가들은 3~4개월간 현재의 유보적 분위기가 지속될 것이며, 집값을 제대로 잡으려면 공급 확대 및 세제 제도 개편 등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17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둘째주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9% 상승해 직전 주(0.29%)보다 상승폭이 0.10%포인트(p) 감소됐다. 지난 6월 다섯째 주 0.40%, 7월 첫째주 0.29%에 이어 0.19%로 상승폭이 3주째 둔화되는 추세로 나타났다. 특히 '풍선 효과'로 직전 주 높은 상승률(0.70%)을 기록했던 성동구는 일주일 만에 0.45%로 둔화됐다. 마포구 역시 0.60%에서 0.24%로 상승폭이 크게 줄었다. 용산구도 0.37%에서 0.26%로 오름폭이 낮아졌다. 양천구(0.55%→0.29%)와 영등포구(0.45%→0.26%)도 상승세가 확연히 꺾였다. 또, 강남구는 0.34%에서 0.15%로, 서초구는 0.48%에서 0.32%로, 송파구는 0.38%에서 0.36%로 상승세가 둔화됐다. 강동구도 0.29%에서 0.22%로 상승폭이 줄었다. 서울 자치구 가운데 상승폭이 다소 확대된 곳은 중구(0.16%→0.18%)와 도봉구(0.05%→0.06%) 단 두 곳에 그쳤다. 부동산 업계는 실질적으로 시장이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으며, 대출 규제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중저가 아파트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서울 강남권의 고가 아파트에서는 여전히 최고가 경신이 이어지고 있어 아직 방심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7일 72억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3월 동일 면적이 70억원에 거래된 후 불과 3개월 만에 2억원이나 치솟은 가격으로, 작년 8월 거래가(60억원)와 비교하면 1년 동안 무려 12억원이 오른 셈이다. 이밖에 경기도에서는 과천시(0.39%)가 2주 연속 상승폭이 줄어들어 2주 전(0.98%)과 비교해 상승률이 절반 이하로 낮아졌다. 성남시 분당구(0.40%) 역시 2주 전(1.17%)에 비해 오름폭이 크게 축소됐다. 수도권 전체 아파트값은 0.11%에서 0.07%로 상승폭이 둔화됐으며, 지역별로는 서울과 경기(0.03%)가 소폭 상승세를 유지했되 인천은 ?0.03%로 하락 전환했다. 지방은 0.20%를 기록해 전주(0.30%)보다 낙폭이 줄어들었지만, 59주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5대 광역시는 0.04% 하락, 8개 도 지역도 0.01% 하락한 반면, 세종시는 0.03% 상승했다. 전국 기준으로는 아파트값이 0.02% 올라, 직전 주(0.04%)보다 상승폭이 둔화됐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과거 문재인 정부가 집권 초기 내놓았던 초강력 대책인 8·2 대책이 시장에 영향을 준 기간은 약 3개월 정도였다"며 “이번 6억원 대출 한도 제한도 앞으로 3~4개월 정도 시장에 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서울 아파트 상승폭이 둔화되며 일부 고가 지역 등 특정 지역에서는 하락 전환도 나타날 수 있는 분위기이나, 이러한 대책의 효과가 장기적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며 “향후 풍선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공급 대책이나 세제·제도 개편 같은 후속 조치가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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