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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안 풀리면 소용없다”…금리 인하에 부동산시장 ‘냉랭’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또 한 차례 인하했지만 건설·부동산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대출 규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금리만 낮춘다고 시장이 회복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실수요자들은 “돈을 빌릴 수 있어야 집을 살 수 있다"며 실질적인 대출 완화를 요구하고 있고, 건설업계 역시 “이자 부담은 줄어들 수 있지만 분양 시장 회복에는 역부족"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29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2.50%로 0.25%포인트(p) 인하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사이 벌써 네 번째 인하다. 한국은행은 이번 조치가 내수 부진과 1분기 국내총생산(GDP) 역성장(-0.2%) 등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출 위주의 수요 패턴이라 금리 인하에 민감하던 부동산 시장의 체감도는 낮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기준금리 0.25%p 인하로 당장 주택 거래량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며 “시장에서 실제로 거래를 좌우하는 변수는 대출 가능 여부와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같은 규제"라고 설명했다. 특히 오는 7월부터 확대 적용될 예정인 스트레스 DSR 3단계는 실수요자의 자금조달을 한층 더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현재도 금융기관들이 리스크 관리를 이유로 대출을 제한하는 가운데, 규제가 강화되면 실수요자의 구매 여력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기준금리가 내려가도 금융기관이 적극적으로 대출을 내주지 않으면 실수요자 입장에선 무의미하다"며 “결국 금리보다는 대출 접근성과 유동성 공급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필요한 만큼의 대출 자체가 안 나오면 금리 인하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건설업계의 반응도 썰렁하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은 “변동금리 기반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사용하는 시행사 입장에서는 이자 부담이 일부 완화될 수 있지만, 시장 전체를 띄우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그는 “분양시장 회복의 핵심은 실수요자의 매수세 회복인데, 이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분석했다. 금리 인하가 오히려 자산시장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소득층은 현행 대출 규제 속에서도 자금을 조달해 투자에 나설 수 있지만, 중산층 이하 서민층은 금리가 내려도 대출을 받기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권 교수는 “금융 규제 하에서는 결국 자산가만 혜택을 누리고 실수요자는 소외된다"며 “금리 인하 효과를 제대로 내려면 서민·중산층을 겨냥한 선별적 금융 완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지금 필요한 건 단순한 금리 조정보다 '심리 회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와 부동산 규제, 경기 둔화 등 복합적인 불확실성 속에서 소비자들의 주택 구매 심리가 크게 위축돼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분양 현장에서는 “금리가 조금 내려간다고 해서 집을 살 결심을 하긴 어렵다"는 실수요자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이은형 연구위원은 “대출이 연 4%에서 3.5%로 내려간다고 해서, 집을 살 계획이 없던 사람이 갑자기 매수에 나서진 않는다"며 “금리 인하 이후 근시일 내에 거래에 나서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미 매수를 고려하고 있던 수요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금리 인하의 효과는 단기보다는 장기적 시장 신뢰 회복 여부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수익형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이 연구위원은 “수익형 부동산은 예금금리 대비 수익률이 얼마나 매력적인지가 관건인데,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에 유의미한 변화가 없다면 굳이 수익형 부동산으로 자금이 몰릴 이유가 없다"며 “금리 인하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전까지는 투자자들도 신중한 자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압현마저 삼성에 뺏길 순 없다”…현대건설, ‘자존심’ 건다

현대건설이 압구정현대 아파트 재건축 수주에 자존심을 걸었다. '현대' 이름이 걸린 대한민국 대표 재건축 사업지를 타 건설사에 내줄 수 없다는 의지다. 하필 경쟁사도 올해 초 수주전에서 현대건설에 물을 먹인 삼성물산인만큼 '압현'마저 '삼성'에 내줄 수 없다는 의지다. 1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달 말 하나은행과 '압구정2구역 재건축 정비사업' 관련 상호 업무 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주요 대형 은행들과도 업무 협약 체결을 협의 중이다. 현대건설은 앞으로 외국계 은행 및 대형 증권사까지도 협력 범위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현대건설은 압구정2구역 재건축 사업과 관련해 주요 시중은행과 긴밀한 금융 협력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재건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조합원의 금융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재정적 부담을 완화하는데 집중해 반드시 수주에 성공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이 외부 연합 전선까지 결성해 수주전에 나서는 것은 그만큼 압구정 2구역 재건축이 현대건설 측에 지니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압구정현대 아파트는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현대건설 주택사업부에서 시공해 재건축을 기다리고 있는 대한민국 최대 도시정비사업지다. 현대건설 주택사업부는 현대산업개발로 이름을 바꾼 후 1999년엔 아예 모그룹에서 분리돼 현재의 현대건설과 별개의 회사가 됐지만 압구정현대 아파트는 대한민국 주택 시장에서 고급 아파트의 대명사로 자리잡아 왔다. 건설업계 '종가'를 자처하는 현대건설로선 회사의 역사와 함께한 자존심과 같은 존재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은 압구정현대 재건축 사업 수주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올해 2월 '압구정 현대(압구정 現代)', '압구정 현대아파트(압구정 現代아파트)' 등 총 4건의 상표권을 출원한데서 잘 드러난다. 현대건설은 대형 법무법인까지 선임해 반드시 압구정 현대 상표권을 가져온다는 방침이다. 현대건설이 압구정현대 재건축에 '진심'인 것은 경쟁자의 존재 때문이기도 하다. 시공능력평가 1위 건설사인 삼성물산이 압구정 2구역 재건축 수주를 노리고 있다. 더군다나 삼성물산은 올해 1월 서울 용산구 한남뉴타운 핵심지인 한남 4구역 재건축 수주전에서 현대건설에 패배를 안긴 바 있다. 앞서 수주한 한남 3구역과 합쳐 한남뉴타운에 '디에이치 타운'을 조성하려 했던 현대건설의 원대한 청사진을 삼성물산의 래미안이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올해 1분기 도시정비사업 수주액도 삼성물산이 3조5560억원으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한 반면 현대건설은 1조783억원으로 3분의 1에도 채 못 미쳤다. 현대건설은 2019년부터 작년까지 6년 연속 도시정비사업 수주 1위를 지켜왔지만 올해 들어선 삼성물산의 맹공으로 7년 연속 도시정비사업 1위 건설사의 자리를 뺏길 위기에 처했다. 만약 압구정 2구역 재건축 시공권을 삼성물산이 가져간다면 이 같은 위기는 사실상 현실이 된다. 현대건설 입장에선 압구정 2구역 재건축을 따내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서 반드시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야만 하는 위기 상황인 셈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압구정 현대 아파트는 현대건설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라며 “반드시 압구정 2구역 재건축 수주에 성공해 현대건설이 지닌 역사적 유산을 계승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대선 코 앞에 ‘급조’한 부동산공약…“시장 혼란 우려”

6.3 조기 대선에 출마한 주요 후보들이 사전 투표 직전에야 부동산 공약을 내놨다. 국민 실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집값 대책이 부실하다는 여론의 비판이 커지자 후보들이 뒤늦게서야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양새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사전 투표 시작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에서야 공약집을 내놓고 이전과 비교해 구체적인 부동산 공약을 제시했다. 국민의힘은 이틀전인 26일 공약집을 발표하고 구체적인 부동산 정책을 공개했다. 대선 일주일 여를 앞두고 그나마 세부적인 부동산 정책 공약이 제시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이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이른 조기 대선임을 감안해도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 공개가 지나치게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해 치러진 2017년 19대 대선의 경우 이번 대선보다 공약집이 상대적으로 일찍 나왔다. 당시 민주당은 선거일 11일 전에, 자유한국당은 22일 전에, 정의당은 23일 전에 공약집을 발표했었다. 이마저도 부동산 공약이 사실상 실종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사전선거가 시작되기 며칠 전에서야 부랴부랴 후보들이 부동산 공약을 내놓은 분위기가 역력하다. 우선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공약을 살펴보면 공공임대주택 비율의 단계적 확대를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로드맵 법정화, 민간 주택 사업 시 공공주택 공급 의무화를 공약하면서도 정작 공공임대주택 및 공공분양주택 공급 물량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민간주택 공급, 세대별 주택공급 및 지원, 주택 관리비, 주택 통계, 지방 주거문제 해결 등을 공약해 도심 민간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에 초점을 뒀다. 문제는 김 후보의 이 같은 정책이 윤석열 정부에서 계속 주장하거나 추진해 왔던 정책을 그대로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결국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진지한 고민이 보이지 않고, 기존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복붙(복사해서 붙여넣기)'한 듯한 모양새다. 여기에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와 같이 공공임대주택을 확대 계획을 주장만 할 뿐, 구체적인 수치나 예산 확보를 위한 방안은 제시하지 않아 공약 실행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오는 3일 대선이 끝난 후를 걱정하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건 간에 대선 종료 이후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물 밑에 숨죽이고 있던 주택 매수 수요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29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가계대출 증가 전망도 강해지고 있다. 한 전문가는 “인수위원회를 통한 국정 인수 인계와 준비도 없이 바로 국정을 수행해야 할 차기 정부가 구체적인 부동산 정책 로드맵이 없이 바로 '실전'에 뛰어들 경우 시장의 혼란이 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기준금리 인하, 집값 인상 트리거 될까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주택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31일 부동산 시장 정보 업체 부동산R114 등에 따르면 5월 마지막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8% 상승했다. 현재 대선을 불과 며칠도 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주택 시장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토지거래허가제가 3월 말부터 강남3구와 용산구에 재지정 되면서 풍선효과로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아파트 값이 요동치고 있다. 오는 7월 수도권을 중심으로 스트레스 DSR 3단계 제도가 적용되면서 대출 문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주택 시장을 요동치게 하고 있다. 대출이 닫히기 전에 미리 집을 사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선호도가 높은 지역의 아파트 값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34평)는 22억5000만원에 실거래됐다. 동일 단지 같은 평형이 4월 24일 21억9500만원에 팔린지 한 달도 안 돼서 5000만원 이상 오른 가격에 손바뀜 됐다. 여기에 29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갖고 현재 연 2.75%인 기준금리를 연 2.5%로 0.25%p 하향 조정하면서 집값 향방은 우상향 할 가능성이 좀 더 커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경기 부양을 위해 빅컷(0,5%p 인하)을 하지 않는 선에서 가계 대출 확대를 억제하는 수준의 금리 인하 등 완화 정책을 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선 이후 주택 시장의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관망세에 놓여있던 매수 수요에 불이 당겨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금리까지 인하되면서 주택대출 증가와 집값 상승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금리 인하와 주택 공급 위축에 대한 우려감이 여전해 서울 주요지역의 가격 상승은 지속할 확률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이젠 집도 맞춤형으로”…건설·프롭테크업계,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 전쟁

주거 공간도 이제 개인화 시대다. 건설사와 프롭테크 업계가 '누구에게나 똑같은 집'에서 벗어나, 예산과 생활방식,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달라지는 '맞춤형 주거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아파트 브랜드의 경쟁력은 평면이나 입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입주자의 삶을 어떻게 이해하고 반영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 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지난 29일 국내 셀프스토리지 1위 기업인 세컨신드롬과 협업해 자이(Xi) 아파트 단지에 개인 맞춤형 보관 서비스 '미니창고 다락'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미니창고 다락은 입주민들이 세대 내부에 보관할 공간이 부족할 경우, 이 서비스를 통해 공용부에 물품을 자유롭게 맡기고, 필요할 때 찾아서 쓸 수 있는 물품 보관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세대 내부 수납이 부족한 입주민들을 위해 공용부에 스마트 창고를 설치하고, 입주민은 자이홈 앱을 통해 물품 데이터를 관리하거나 온·습도, 원격 개폐를 제어할 수 있다. 캠핑용품, 계절가전, 대형 의류 등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필요한 공간을 유연하게 사용하는 방식이다. 향후 보험 연계나 무료 운송 서비스도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DL이앤씨는 지난 3월 소비자 취향을 사전에 반영하는 인테리어 맞춤형 서비스 '디 셀렉션(D Selection)'을 내놨다. 입주 전에 미리 인테리어를 선택하고 시공까지 마치는 시스템으로, 미니멀·모던 내추럴·소프트 클래식 등 세 가지 스타일 중 선택할 수 있다. DL이앤씨는 170만 건이 넘는 인테리어 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 성향을 반영한 디자인을 구축했으며, 고객이 3D 시뮬레이션 '디버추얼'을 통해 사전 체험까지 해볼 수 있도록 했다. 프롭테크 기업 직방은 이에 앞서 지난 29일 신혼부부를 위한 맞춤형 중개 서비스 '찾아줘 신혼집'을 출시했다. 직방의 중개 네트워크 '직방부동산중개파트너스' 제휴 중개사가 예산, 평수, 희망지역, 반려동물 여부 등 다양한 조건을 토대로 맞춤형 아파트 매물을 큐레이션해준다. 사용자는 앱에서 상담 신청만 하면 상담부터 매물 제안, 계약 조율까지 전 과정을 비대면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중개 라이브 기능을 통해 원하는 시간에 영상 상담도 가능하다. 이처럼 최근 주거산업 전반에서 맞춤형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는 배경엔 '정보 중심'에서 '경험 중심'으로 이동하는 소비자 인식 변화가 있다. 단순히 위치나 가격이 아닌, '내게 맞는 집'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거시장의 개인화 흐름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의 경쟁력은 좋은 땅에 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누구를 위한 공간인지, 어떻게 쓸 것인지까지 설계하고 제안하는 기업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현대건설, 가덕도 신공항 공사 ‘불참’ 선언

현대건설이 가덕도 신공항 공사 불참을 선언했다. 신공항 시공 컨소시엄 주관사인 현대건설이 공사에서 발을 빼면서 정부가 계획한 2029년 공항 개항은 사실상 물건너 갈 전망이다. 29일 현대건설은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공사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냈다. 현대건설은 작년 6월 대우건설과 컨소시엄을 이룬데 이어 7월엔 포스코이앤씨가 합류하면서 국내 유수 대형 건설사 3곳이 공동으로 시공에 참여하는 컨소가 결성됐다. 8월 현대건설 25.5%, 대우건설 18%, 포스코이앤씨 13.5% 지분 구성으로 현대건설이 주관사로 이름을 올린 현대건설 컨소는 가덕도 신공항 공사 계약 입찰에 나섰고, 유찰됐다. 그러나 올해 4월 말 현대건설 컨소는 당초 2029년 12월까지 84개월간의 공사 기간에서 난공사 등을 이유로 2년을 더 늘려야 한다는 기본 설계안을 정부에 제출했고, 국토교통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사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부산시와 지역 시민 단체가 현대건설 컨소의 공기 연장안에 극렬 반대하면서 현대건설의 우선협상자대상자 지위 박탈까지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일부 시민 단체는 현대건설이 사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개항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주장하면서 현대건설 계동 사옥 앞에서 상경집회까지 실시하면서 신공항 공사를 둘러싸고 현대건설과 지자체 및 시민단체 대립은 감정 싸움 수순으로까지 이어졌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정부에 제줄한 기본설계도서와 관련해 당사가 보유하고 있는 권리를 포기하고, 후속사업자 선정 과정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현대건설 공사 불참 선언으로 컨소시엄 참여사인 대우건설과 포스코이앤씨도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주관사인 현대건설이 발을 빼면서 참여사인 대우건설과 포스코이앤씨의 사업 진행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대우건설 측은 “현대건설의 불참 결정은 사전에 컨소시엄 참여사들과 논의 없이 이뤄진 것"이라며 “주관사가 사업에서 이탈한 상황에서 당사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아직 논의된 바가 없다. 우선 여러 이해 당사자들과 의견을 나눠봐야 할 것 같다"고 말하면서 난감해 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컨소시엄의 입장이 아닌 당사의 단독 입장표명으로, 당사는 컨소시엄과 관련된 모든 권리를 포기하겠다"며 “컨소시엄이 와해되지 않고 사업 참여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 사업지연이 최소화 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HDC현대산업개발, 품질·안전 고도화로 ‘아이파크’ 신뢰 회복 노린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이파크' 브랜드 회복을 위한 품질·안전 중심 경영체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조직 개편과 기술 혁신, 스마트 건설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건설업계 내 신뢰를 회복하고, 내년 창사 50주년을 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30일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에 따르면, HDC현산은 지난해 4조2114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시장 가이던스에 부합했고, 올해는 서울원 아이파크 등 대형 사업지 실적이 반영되며 4조3059억 원 매출이 전망된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A등급을 획득하며 재무건전성도 입증했다. 정경구 대표 체제에서 본사는 건설본부를 건축본부로 재편하고, 인프라본부와 기술팀을 신설했다. CSO(Chief Safety Officer) 산하에 기술안전팀과 품질팀을 두는 등 전사 차원의 안전·품질 관리 체계 구축에도 나섰다. 기존 I-QMS(아이파크 품질관리 시스템)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해 모바일에서도 현장 품질점검이 가능하도록 확대 개편했다. 콘크리트 균열을 줄이는 '누름 콘크리트' 공법도 일부 현장에 도입하며 품질 경쟁력 강화를 꾀했다. 향후에는 AI(인공지능) 기반 현장 안전관리 시스템, 에너지 관리시스템 등도 적용할 예정이다. DX 기술을 활용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스마트 건설 역량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드론을 활용한 시공 및 안전 관리도 확대되고 있다. 익산 부송 아이파크 현장에서는 드론이 상시 비행하며 작업자의 안전모 착용 여부, 공정 관리, 시공 정확성 등을 확인한다. 수집된 데이터는 본사와 연계돼 실시간 분석에 활용된다. 향후 광명 센트럴 아이파크, 시티오씨엘 7단지 등에도 확대 적용하고 있으며, 드론 정보를 분석하는 전용 플랫폼도 개발 중이다. 광주 센테니얼 아이파크에서는 국내 최초 도심지 초고층 해체 사례를 기록했다. 다이아몬드 와이어 소우(DWS)와 레일 클라이밍 시스템(RCS), 매직 패널 등 저소음·친환경 공법을 활용해 기존 해체 기간(22개월) 대비 5개월 단축한 17개월 만에 철거를 마쳤다. 이후 리빌딩은 강화된 품질 기준과 I-QMS 시스템을 기반으로 추진 중이다. 시공혁신단은 사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 조직으로, 매달 현장을 직접 점검하고 품질·시스템 개선안을 제시하고 있다. 건축사, 교수, 기술원장 등 외부 전문가가 다수 참여해 기술적 신뢰도를 높였다. 2022년부터는 CCTV 통합관제센터도 운영 중이다.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현장의 안전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있으며, 향후 인공지능 기반 분석 기능도 도입할 계획이다. CSO(최고전략책임자)는 안전·품질 이슈를 CEO와 바로 공유하는 구조다. 경영진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고위험 작업을 점검하고, 개선사항은 즉시 반영된다. 정경구 대표와 조태제 CSO는 최근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 인덕원~동탄 복선전철 12공구 등을 방문해 위험성 평가 상등급 작업을 직접 확인했다. 정 대표는 “공정별 위험 요인을 사전 파악하고, 스마트 안전장비를 활용해 중대재해를 예방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장 내 전용 통신망도 구축한다. 작업자의 실시간 위치 파악이 가능해짐에 따라, 위급 상황 시 신속 대응이 가능해지고 통신 두절로 인한 사고 위험도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안전과 품질 중심의 전사적 개선 노력이 아이파크 브랜드 신뢰 회복의 핵심"이라며 “스마트 건설기술과 철저한 현장관리를 통해 지속 가능한 디벨로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건설사 ‘디자인’ 특화 박차… 수상·특허 출원에 전문 임원 등장

건설업계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과거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외관에 파격적인 디자인이 도입되면서 글로벌 디자인 어워드에서 건설사들이 연달에 수상에 성공하고 있다. 디자인 특허 출원에도 박차를 가하면서 디자인 전문 임원이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29일 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물산이 최근 열린 '2025 런던 디자인 어워즈'에서 건축 디자인과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2개 부문에서 각각 '래미안 원펜타스 외관 디자인'과 '래미안 COG 디자인 5.0'을 출품해 금상과 은상을 수상했다. 건축 디자인 부문에서 '금상(Gold)'을 수상한 '래미안 원펜타스 외관 디자인'은 한강에 비친 빛을 모티브로 한 유기적 선형의 외관 디자인으로, 유니크하고 리듬감 있는 입면이 특징이다.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문에서 '은상(Silver)'을 수상한 '래미안 COG 디자인 5.0'은 래미안 BI(Brand Identity)를 토대로 3개의 선형과 빛의 요소를 활용해 개발된 사이니지, 픽토그램, 폰트 디자인으로 래미안 라그란데와 래미안 포레스티지에 적용됐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로 꼽히는 독일의 'iF 디자인 어워드', '레드닷(Reddot) 디자인 어워드', 미국의 'IDEA 디자인 어워드'를 작년에 모두 수상한 바 있다. 특히 iF 디자인 어워드는 2022년부터 4년 연속 수상한 바 있다. DL이앤씨는 올해 3월 국내 건설사 최초로 공간에 취향을 더한 인테리어 솔루션 '디 셀렉션(D Selection)'을 선보였다. 디 셀렉션은 DL이앤씨 산하 디자인 이노베이션 센터 소속 디자이너와 연구진이 개발한 플랫폼이다. DL이앤씨 디자이너들은 국내 대표 인테리어 플랫폼에서 수집한 170여만 건 이상의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 선호도를 반영한 다양한 인테리어 스타일을 개발했고, 소비자의 취향이 반영된 큐레이션을 통해 감각적이고 차별화된 디자인을 스타일 패키지로 완성해 제안했다. 글로벌 디자인 시장에서도 DL이앤씨의 존재감이 커졌다. 작년 DL이앤씨 주거 브랜드인 '아크로(ACRO)'와 'e편한세상' 브랜드 가이드라인 'OUR CREED'가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및 'iF 디자인 어워드'의 '디자인 전략 & 브랜드 가이드라인' 부문에서 국내 건설사 중 최초로 본상을 수상했다. 'IDEA 디자인 어워드'의 '디자인 전략' 부문서도 국내 건설사 중 최초, 한국 기업 중 세 번째로 본상을 수상했다. DL이앤씨는 건설사 디자인 수상으로는 이례적인 도서 디자인 수상에도 성공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아크로 서울포레스트의 건설 여정을 기록한 'Lifestyle Builder' 책이 iF 디자인 어워드 '도서(圖書)' 부문에서 수상한 것이다. 건설 기록물이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도서 부문 본상을 받은 것은 대한민국 건설사 중 최초다. 대우건설은 디자인 특허 등록 및 출원에 힘을 쏟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대우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디자인 지식재산권 특허 등록 건수는 주요 대형 건설사 가운데 가장 많은 83건에 달하고 특허 출원 중인 디자인 특허 건수도 3건 진행 중이다. 이 밖에 현대건설이 54건의 디자인 등록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SK에코플랜트도 51건의 디자인 특허를 소유하고 있다. 자동차 회사에서 디자인 임원이 일선에서 활약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건설사에서도 디자인 전문 임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롯데건설에선 1971년생인 홍상균 상무(1971년생)가 디자인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박찬호 상무보(1968년생)가 디자인부문장으로 활약 중이다. 현대엔지니어링에선 1969년생인 이동호 상무가 건축디자인실장 업무를 맡고 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끊이지 않는 중견건설사 부도…내년도 모른다

지방 건설업계 줄도산에 대한 우려가 다시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3분기 건설투자가 최저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했으나, 강력한 부양책 없이는 내년에도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28일 건설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 지역 중견 건설사인 영무토건이 지난 20일 광주지방법원 파산1부(유석동 부장판사)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1997년 서해토건으로 출발한 영무건설은 지난해 국토교통부의 시공능력평가에서 111위를 기록한 중견 건설사다. '영무예다음'이라는 자체 주택 브랜드를 앞세워 전국에서 분양사업을 펼쳐왔지만,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분양 부진 등의 여파로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 회사가 법원에 제출한 재무제표 기준으로 부채 규모는 약 79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 건설사들은 올해 들어 줄줄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고 있다. 올해에만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내외 건설사 중 △58위 신동아건설 △71위 삼부토건 △83위 대우조선해양건설 △96위 대흥건설 등 다수의 건설사가 무너졌다. 또 △안강건설 △삼정기업 △벽산엔지니어링 등 시공능력평가 100~200위권에 위치한 중소 건설사들도 연이어 쓰러졌다. 전국에 등록된 3000여 개가 넘는 건설사 가운데 상위 10% 안에 드는 업체들조차 버티지 못한 셈이다. 중견 건설사 줄도산은 분양시장 침체와 공사비 급등을 견디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유동성이 취약한 지방 중소 건설사들이 희생되고 있다. 분양률 저하와 이에 따른 미수채권 증가, 준공 후 미분양 확대 등 복합적 리스크가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더욱이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건설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2.2% 감소했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7~1998년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이다. 공사 현장별 시공 실적을 뜻하는 건설기성 역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작년 전체 기준으로 4.7% 줄어든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20.7% 급감하며 1∼3월 내내 감소세가 이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방의 악성 미분양 증가와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감소로 지방 건설사들이 타격을 더 크게 입고 있다. 올해 1분기 공공 건설투자는 정치적 불안정으로 인해 건축·토목 모두 발주가 위축되며 전년 대비 3000억원(-6.1%) 줄어들었다. 더 심각한 것은 하반기나 내년까지도 낙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건설경기는 지난해 상반기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평균적으로 건설경기가 불황기에 진입한 후 저점을 형성하는 데 2년~2년 6개월 정도 소요된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지난해 하락하기 시작한 건축투자가 올해 3분기 최저점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고환율 트럼프발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의 국내 투자가 연기될 경우 이 또한 침체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대출규제 완화 미비, 글로벌 정치 불확실성 등 불안 요소도 산재해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하는 추세이나 대출 금리 인하 없이는 매매시장이 살아나지 않는다. 내년부터 지방에도 시행될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부동산 시장 위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건설산업 선행지표라 할 수 있는 건설 수주도 1분기에 7.7% 감소했다. 1분기 건설수주는 1월 -15.5%, 2월 +1.8%, 3월 -8.7%로 등락을 반복했으나, 토목 분야는 41.4% 급감해 전체 수주 부진의 주요 원인이 됐다. 특히, 민간 부문은 1.6% 줄어든 데 비해 공공 부문 수주는 23.6%나 감소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SOC 예산의 조기 집행과 내년 예산 확대, 세제 혜택 등 정부 차원의 강력한 부양책이 시급하다"며 “지방은 DSR 3단계 적용을 6개월 유예한 상태지만, 업계에서는 적용 자체를 배제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임대 입주자에 왠 한강조망권?”…소셜믹스 논란 확산

서울시가 강조해온 대규모 아파트 재건축·재정비 사업에서 시행하고 있는 '소셜믹스(분양주택·임대주택 섞어 배치)' 원칙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강남권의 주요 재건축 단지 조합들은 소셜믹스 원칙에 따라 임대주택들에게도 한강 조망권을 나눠주라는 시의 지침에 대해 수익이 떨어지게 하는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미 입주가 끝난 단지들에선 소셜믹스가 시행됐음에도 임대주택 입주자들이 소외되는 등 큰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설계나 커뮤니티 같은 소프트웨어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오세훈 시장은 최근 간부 회의에서 “소셜믹스의 본질적 철학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임대주택 수를 늘릴 수 있는 다양한 제도 운영 방법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시가 추진해온 '소셜믹스 의무 배치' 방침이 재건축 현장에서 마찰을 빚자 절충점을 찾으려는 것이다. 소셜믹스는 특정 동에 임대주택을 몰아 배치하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임대와 분양을 같은 동·층에 섞어 배치해 사회적 통합을 유도하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강남과 여의도 등 주요 재건축 단지에선 적용 과정에서 조합과의 마찰이 반복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다. 시가 사실상 '한강뷰 임대주택' 배치를 요구하자 조합원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조합이 시 지침을 수용하긴 했지만 일부 조합원은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고 공개 비판했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공작아파트'도 갈등 양상이 드러나고 있다. 시는 임대와 분양을 구분하지 않고 공개 추첨 방식으로 배정하겠다는 방침을 유지 중이나, 조합원들 사이에선 “임대주택이 한강변에 배치되면 일반분양은 조망이 없는 저층에 밀릴 수 있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아울러 “소유주에게 손해가 되는 재건축이라면 추진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부 단지에선 소셜믹스 원칙이 사실상 무력화됐다. 강남구 대치동 구마을 재건축 단지인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는 일반분양과 임대주택의 동·호수 추첨을 분리해 사실상 두 유형을 구분 배치했다. 시는 이를 문제 삼는 대신 조합에 20억 원의 기부채납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타협했다. 조합 입장에선 벌금을 감수하고서라도 분양 수익성을 지키는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실제 조망권 프리미엄의 가치는 크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랩장은 “압구정 등 핵심 강남권에서는 조망 여부에 따라 5억에서 10억 원, 강서권은 2억에서 3억 원 정도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며 “소셜믹스 단지도 가격이 하락하기보다는 상승 폭이 제한되는 수준이며, 레미안퍼스티지처럼 장기전세가 포함된 단지가 여전히 대장주로 평가받는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 후퇴는 물리적 배치만으로는 통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조합들이 벌금을 감수하면서까지 수익을 더 내고 상품성을 유지하기 위해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을 혼재하는 소셜믹스에 대한 거부감을 강하게 표시하고 있다. 따라서 설계와 운영의 묘를 살려 거부감을 없애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각 동 1층에 임대와 분양 세대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용 라운지나 카페를 조성하고, 층별 공유 테라스나 커뮤니티 가든을 마련하며, 입주자 대상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해 자연스럽게 교류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설계, 동선, 커뮤니티 공간 등 구체적인 구조 설계 없이 단순히 섞는 데 집중하다 보니 실효성이 떨어졌다"며 “임대주택을 단지에 단순히 배치하는 것을 넘어서, 주민 간 교류를 촉진할 수 있는 물리적이고 운영적인 보완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현장에선 임대 세대가 커뮤니티에서 소외되거나 자녀가 놀림을 당하는 일이 빈번하다"며 “물리적 배치만으로 사회 통합을 기대하기 어렵고, 커뮤니티 프로그램과 공유 공간 설계를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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